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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우리가 원하는 디지털의 미래/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최근 이동통신업체들은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차세대 음성인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그만 키패드 대신에 사람 목소리를 통해 휴대전화에 원하는 문자를 입력하는 것은 통신서비스에 일대 혁명을 가져올 ‘꿈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금도 원하는 사람의 휴대전화번호를 말로 찾는 등 부분적인 음성인식 기능이 적용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확성이 떨어지고, 잦은 오류 때문에 전면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9월 미국의 한 이동통신업체가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하면 이를 이메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는 자기의 말이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나면 내용을 확인하고 발송 버튼만 누르면 되므로, 여간 편리하지 않다. 그러나 이 역시 기계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인식하는 단어도 20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 이메일을 보내는 서비스는 정보격차 해소에 있어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만하다. 휴대전화의 자판을 누르기 어려운 노약자나 장애인 등에게는 이보다 편리한 서비스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는 청진기’도 마찬가지다. 최근 나온 초음파기기는 크기가 노트북만큼 줄었는데, 이동 중이거나 먼거리에서도 실시간 진단이 가능해 이동 중인 구급차나 비행기에서도 응급 환자의 상태를 진단해 응급실에 미리 대처토록 할 수 있다. 외딴 지역이라도 무선으로 정확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오지나 홀로 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의료혜택에서 벗어나 있는 취약계층의 소외 현상을 극복할 길이 열린 것이다. 디지털 복지의 새 차원이다. 우리가 원하는 디지털 세상, 디지털의 미래는 바로 이와 같은 모습이다. 어떤 사람이라도 기회와 혜택에서 차별받지 아니하고, 똑같이 편리함을 공유하는 그런 따뜻한 세상이다. 정보통신부는 그동안 미래전략본부를 중심으로 ‘2015∼2020년’의 사회 모습과 그 사회에서 제공되는 IT 서비스와 관련 기술에 관한 로드맵을 만들어 왔다. 이를 위해 미래전략위원회를 개최해 왔고, 지난 20∼24일 미래주간 행사를 열어 청사진을 공개했다. 정통부의 핵심 정책으로서 IT산업 활성화의 중심 역할을 해온 ‘IT839 전략’은 다시 10년 후를 준비하는 먹을거리를 위해 ‘u-IT839’로 업그레이드되었다.‘포스트 IT839 전략’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디지털의 편리함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유비쿼터스사회 구현의 서비스 측면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경제 저성장의 고착화 기조와 맞물린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사회 양극화 문제 등이 우리 미래의 가장 큰 걸림돌로 등장한 상황에서 u-IT839는 이런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방위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홈네트워크의 발전과 확산, 가사도우미 로봇의 상용화는 지금보다 재택근무 환경을 더 손쉽게 만들어 줄 것이고, 이는 여성 근로자의 출산 욕구를 북돋울 수 있다. 아울러 생산연령인구의 노령화 역시 u-오피스 및 u-팩토리의 등장으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IT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4%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이다. 또한 산업부문 중 IT분야의 부가가치 창출비율도 세계 2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국의 IT컨설팅 전문기관인 OVUM은 최근 ‘한국경제보고서-ICT의 한국경제성장 기여 극대화방안 연구’에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OECD 평균의 40%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IT활용 극대화로 서비스 생산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OVUM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PC 보급률의 세계 최고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 이의 생산적 활용이 더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디지털 정책의 목표도 그러할 것이다. 디지털은 경제·사회 전반의 장애요인을 해결하는 ‘전방위 솔루션’인 동시에 생산성 확장의 도구이고, 소외 없는 복지의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 두여보의 두字엔 사연도 많아

    두여보의 두字엔 사연도 많아

    『두 여보 모시고 보름씩 10년』-69년 3월 16일자 「선데이서울」특종기사가 영화화되었다. 『여보』(신봉승(辛奉承)각본·유현목(兪賢穆)감독)란 작품. 한 여자가 두 남편을 모시고 보름씩 10년을 살아온 기구한 여인의 실화인데 이 영화가 개봉되기까지엔 이야기 못지않게 기구한 역정을 겪어야 해서 또한 화제. 우선 「시나리오」심의에서 다섯 차례나 반려를 당했다. 영화 검열에서도 재고(再考) 삼고(三考)끝 다섯차례의 검열을 받았다. 영화 한편 개봉하는데 이처럼 곤란을 받기는 방화사상 기록. 가위질은 심히 받지 않았다고는 해도 어지간히 검열관을 주저케 만든 작품이다. 그만큼 제작자쪽도 속을 태웠다. 2월 28일 개봉날짜까지 이 영화는 상영허가가 나오지 않아서 개봉관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필름」이 나오지 않아서 다급해진 극장쪽은 몰려든 관객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야했다.무엇이 이 영화를 이렇게 고경(苦境)에 빠뜨렸나? 이 작품의 문젯점은? 한 여자가 두 남자와 동서(同棲)한다는 점에서 윤이문제가 크게 논의된 것같다. 한 남자가 두 여자와 동서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일처이부(一妻二夫)란 점에서 색다른 문젯거리가 된 것 같다. 사실상 『여보』란 제목부터가 가위질을 당한 삭제작품이다. 제작자 쪽은 당초 「선데이 서울」의 기사제목을 그대로 옮긴 『두 여보』로 영화 제목을 삼았다. 『여보』와 『두 여보』의 「이미지」는 사뭇 딴판인 것이지만 「두」자 하나를 떼어버리면 불륜(不倫)이 배제되는 편리함이 있다. 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이런일이 현실 속에서 가능할까?』 작품을 상식적인 기준에서 판단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일부이처(一夫二妻)의 소재라면 존재할 수 있지만 일처이부(一妻二夫)는 용납 안된다는 한국적 현실에 바탕을 둔 사고방식. 전자라면 방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미워도 다시한번』등 전형적인 「멜로·드라머」가 있고 검열관들도 신경을 쓰지 않을만큼 대범하게 받아들여졌다. 이 문제를 사회적 측면으로 따져 본다면 한국은 아직도 남성본위(男性本位)의 봉건사상에 젖어있다는 증거도 됭 수 있다. 그러나 『여보』 의 소재를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더라도 실존하고 있는 실화다.영화속에서는 현존하고있는 얘기가 아니라 반세기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전설처럼 그 배경을 바꿔놓았다. 상식 또는 현실성(現實性)이 문제가 되자 슬쩍 시대 배경을 바꿔 도피의 길을 만든 것 같다. 『두 여보』의 주인공 김춘자(金春子)씨(가명 35·영화속에서는 문 희(文 姬))는 경남(慶南)통영(統營)군의 어느 산간마을에서 10년동안 두 남편을 섬겨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를 부도덕하다고 욕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녀는 두사람의 남편을 섬겨야 하는 사랑과 동정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남편도 똑같이 김여인을 소유할 권리와 자격이 부여돼 있다. 이 희귀한 얘기를 좀더 상세히 살펴보자. 두 남자는 41세의 朴모씨(영화속에서는 김진규(金振奎))와 38세의 崔모씨(김성옥(金聲玉) 분(扮)). 직업이 뱀잡이, 즉 땅꾼이다. 김여인의 아버지가 땅꾼이 었고 두 사나이는 김여인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뱀잡이를 배운 「제자」 들이다. 김여인은 20게 때 두 사람중 나이가 위인 박씨에게 시집을 갔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1년. 1년이 지난 뒤 기구한 운명의 씨가 뿌려졌다. 박씨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굽어지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됐고 난치병이란 굴레가 씌워졌다. 그래서 박씨는 말없이 집을 떠났고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김여인은 최씨와 재혼을 했다. 최씨 역시 남몰래 김여인을 사랑했던 터 두사람 사이엔 2년 동안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펼쳐졌다. 그런데 이 2년후에 옛 남편이 돌아왔다. 집을 나간지 5년동안 외딴 섬에서 병을 고치고 그리운 아내를 찾아 집에 돌아온 것.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일어났다. 김여인은 돌아온 남편을 버릴 수 없다고 나섰고 최씨 또한 김여인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었다. 공서(共棲)생활이 결정된 건 김여인의 아버지가 주재한 가족회의에서다. 어느 쪽도 배반 할 수 없는 의리와 사랑. 그래서 한 남자가 보름씩 김여인과 교대 근무한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이 약속은 10년니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것. 세상의 이목이 두려운 이들의 공서(共棲)생활은 인적이 드문 외딴 산골짜기에서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들은 그들의 얘기가 영화화 했다는 소식에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더라는 것. 제작사쪽은 『쌀가마니라도 보태 줘야겠다』고 선심을 보이기도 했다. 문명사회에서는 자칫 추악한 애기로 타락할 소재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 그대로 원시적인 생활 무대위에 설정 된 영화는 신비감마저 준다는 것. 남녀의 애정에관한 자세가 차라리 순수성을 보여준다는 평판이다. 「뱀잡이」를 산삼 캐는 사람들로 바꿔놓은 것도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영화속의 두 남자는 영감(靈感)에 의해 생활하는 자연의 일부분이다. 아버지(황해(黃海))는 두 사위에게 과욕(寡慾)을 가르친다. 욕심은 멸망을 낳는다는 교훈. 욕심이 없기 때문에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정하게 공유(共有)할 수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추악, 부도덕한 얘기가 될 것 같은 소재가 신비감마저 풍기는 문제작으로 등장했다. [선데이서울 70년 3월 8일호 제3권 10호 통권 제 75호]
  • [녹색공간] 2010년 봄에 우리는/김판기 용인대 교수

    이달 초 서울근교 신도시 건설지역의 아파트당첨자 발표는 선망과 질시, 탄성과 한탄을 불러일으켰다. 위치도 좋지만 친환경적인 신도시이며 쾌적하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친환경과 쾌적의 가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이 지역주민들이 입주하는 2010년 봄,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너무도 유명한 책,‘침묵의 봄’에서 저자 레이첼 카슨 여사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에게 책을 바친다며 슈바이처의 예언을 인용하였다.‘미래를 보는 눈을 잃어버렸고, 현실보다 앞지를 수 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인간. 인간은 결국은 자연을 파괴시키는 끝장을 보게 될 것이다.’ 요즘 우리는 각종 매체에서 소개하는 남성의 여성화, 조기성숙, 요도하열과 같은 성기의 기형, 정서발달 장애, 각종 암과 환경호르몬의 소식에 숨 죽여가며 공포에 떨고 있다. 신체의 항상성 유지와 발육과정의 조절을 담당하는 체내 자연호르몬의 생산, 방출, 이동, 대사, 결합, 작용 혹은 배설을 방해하는 체외유래의 물질을 환경호르몬이라고 한다. 이 물질들은 생물체 혹은 우리 몸속에 들어와서 호르몬처럼 작용하거나, 정상적인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므로 내분비계 장애물질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1960년 초에 발생한 탈리도마이드 사건에서는 2000명가량의 해표지증(phocomelia·손이 몸통에 붙은 모양) 아기가 태어났다고 하며,1970년대 후반에는 DBCP라는 농약을 생산하는 남성근로자들에게 불임이 발견된 일이 있었다. 생태계에서는 DDT에 의한 조류의 개체수 감소와 DES(diethylstilbestrol)라는 합성에스트로겐에 의한 암과 생식기 기형이 보고되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호수에서는 농약을 실은 배가 전복돼 서식하는 악어 수컷의 여성화로 개체수가 격감하는 현상이 있었고,12년전에는 유럽남성들이 과거 50년간 정자 수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생아수 대비 성기 기형아의 발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 근해 수산자원에 대한 조사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의 내분비계 장애 사례가 여러 차례 발견된 바 있어 이러한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말해준다. 다행히 환경부와 식약청 등 관련부처의 대책협의회가 생겨나고, 적지 않은 연구비가 지원되면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보다 자세한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환경호르몬 추정물질의 대부분(67종 중 41종)은 농약이다.2006년 10월16일자 서울신문에 따르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2005년 한해동안 가락시장, 강남지역 대형 유통매장에 반입된 농산물을 대상으로 41종의 내분비장애 추정물질을 분석한 결과,482건(8%)의 농산물에서 13종의 내분비계장애 추정농약이 검출되었고, 이중 73건(1.2%)에서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초과하였다고 한다. 내분비장애를 감안해 잔류농약허용기준이 설정된 건수는 얼마나 될까? 허용기준을 초과하지 않은 양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기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농약들은 모두 안전한 것일까? 우리는 위해성이 추정된다면 나머지 확인되지 않은 위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될 수 있으면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내분비계 장애물질을 열심히 모니터링하는 일과 우리 몸에 나타나는 건강영향을 꾸준히 살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오염물질을 방출하는 잘못된 폐기물 처리방식, 안이한 정부의 태도,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뿌려지는 수많은 농약, 편리함 때문에 나날이 사용량이 늘어가는 일회용품, 플라스틱, 각종 세제…. 모두 규제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럼에도 나와 우리 아이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불가능에 맞서야 한다. 반드시 해야 한다.2010년 봄, 변함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쾌적한 신도시로 이사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김판기 용인대 교수
  • [재판혁명이 시작됐다] (中) 공판중심주의 현주소

    [재판혁명이 시작됐다] (中) 공판중심주의 현주소

    역시 문제는 ‘시간´ ‘인력´ ‘돈´이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공판중심주의 시범재판부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법관·검사·변호사들은 공판중심주의의 현주소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범재판부를 맡고 있는 형사1단독 이한주 부장판사는 재판업무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이 부족하고 사건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전이면 5분 정도면 끝날 자백사건도 지금은 1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법원 “관련서류 검찰에 요구할수 있도록 제도 보완해야” 사건 수도 적지 않은데다 개별 사건마다 걸리는 시간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공판중심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우선 법정에서의 거짓말인 ‘위증’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판중심주의에서는 법정에서의 위증 여부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위증죄에 대한 처벌을 높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달부터 검찰이 전국적으로 전면 확대실시하기로 한 증거분리제출에 대해서도 검찰이 조사한 내용을 피고인 방어를 위해 변호인들이 알 수 있도록 재판부가 관련 서류를 검찰에 요구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도 재판부가 검찰에 수사기록을 요청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제출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공판중심주의 도입에 따른 검찰의 수사역량 약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 등의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검찰 “공판검사 60~150명 더 필요” 검찰도 사건당 시간이 많이 늘어난 점을 부담으로 꼽았다. 공판중심주의 시범실시 결과 자백사건은 한 건당 평균 30분이, 부인 사건에는 평균 50분이 걸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조근호 대검공판송무 부장은 “시간이 길어져 오전에 자백사건 4건, 오후에 부인하는 사건 4건 등 현재 속도대로라면 하루에 8건밖에 처리할 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검사 한 명이 한 달에 새로 맡게 되는 사건이 20∼30건 수준임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해결책은 공판검사의 수를 늘리는 것. 그는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맞게 재판부당 전담 공판검사를 두려면 현재보다 60∼150명 가량의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현재 공판검사는 210명이다. 이와함께 판사 수와 재판정 수가 늘어나면 필요한 공판검사의 수는 더 늘어난다. 그는 “결국 비용문제가 된다. 과연 우리사회가 사법비용의 추가적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에서 무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라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 현재는 공판검사 한 명당 30∼40건의 사건을 담당하느라 수사기록 파악하기에도 벅찼다.”면서 “공판중심주의가 활성화돼 공판검사가 늘어나고 해당 재판부 사건만 맡게 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무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동시에 재판이 길어진 만큼 플리바게닝과 사법방해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재판상황을 기록하는 공판조서가 너무나 간략하게 작성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판부의 다른 검사는 “재판에서 격렬하게 법적 공방을 벌이거나 반대의견 등을 길게 설명해도 정작 공판조서에는 한 줄로 기록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재판이 하루에 끝나지 않는 한 판사도 재판상황을 다시 기억해내야 하는데 공판조사가 부실해 결국 조서를 읽어야 한다면 공판중심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피고인들 할말 다해 덜 답답” 변호사들도 공판중심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를 전적으로 찬성한다. 검찰 조사에도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변호인도 별다른 도움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는 분위기도 억압적이지만 공판중심주의하에서는 공개된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니까 덜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 출신의 한 국선변호인은 “조서를 가지고 하는 재판이 공판중심주의에 비해 사건 파악이 빠르고 쟁점정리가 잘 된다.”면서 “법정에서 피고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지만 난처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70대 노인이 벌금형을 받을 정도의 비교적 간단한 재판을 사례로 들었다. 문제의 재판에서 그 노인은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말을 끊임없이 계속했다.”면서 “공판중심주의를 하겠다고 했으니 말을 끊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 시간이 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예정보다 재판이 길어져 다른 재판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에 한 사건만 해도 시간이 다 간다. 다른 법원에도 사건이 있으면 결국 이 사건 때문에 늦게 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민사성격 고소사건 검찰부담 줄어들듯 9월 현재 판·검사 수는 3800여명. 예비판사를 포함한 판사가 2222명이고, 검사가 1577명이다. 활동 중인 변호사는 7617명이다. 상당수가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연결됐다. 사법연수원에서 2년을 동고동락해 기수별 동기의식도 강하다. 검사와 변호사, 판사를 묶어서 ‘법조3륜’이라고 통칭한 용어에 이런 특성이 반영됐다. 검사나 변호사 활동을 한 뒤 선거 등을 거쳐 판사가 선출되는 체계를 가진 미국에서는 법조3륜이라는 말을 쓰는 게 어색하다. 이런 법조3륜의 관계를 ‘님’에서 ‘남’으로 바꾸는 촉진제가 된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법 순시 발언은 사실 법조3륜끼리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 현상을 각성시킨 측면이 짙다. 일단 한해 사시 합격자수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법조계의 소수정예 엘리트 구조에 흠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판중심주의 도입 등 사법개혁 논의가 뜨거워지면서 법조3륜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는 점이 부각됐다. 검찰은 다음달부터 문서송부촉탁 심사를 강화키로 했다. 사생활 보장 등을 위해 수사비밀과 관계없는 서류만 선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문서송부촉탁 심사강화 방침은 장기적으로 민사적 성격이 짙은 고소사건을 줄여, 검찰에 부과되던 심판 기능을 법원의 민사법정으로 옮아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검찰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잃는 일일 수도 있지만, 일선 검사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민사적인 분쟁을 형사적으로 처리하려는 관행은 그 동안 검찰 업무를 가중시켜왔고,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 기록을 트집잡아 당사자가 검사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검찰 수사기록보다 법정 진술을 중시한다거나 영장 심리를 강화하겠다는 법원의 움직임도 자체 심판기능을 강화하고 수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용철 연세대 법대 교수는 “3륜끼리 서로 자신의 직역이 최고라고 우긴다면 문제지만, 자신의 공익적 역할을 깨닫고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한다면 대국민 법률서비스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조서재판 회귀 유혹? 공판중심주의 시대에도 신속·효율성을 앞세운 조서재판의 유혹이 떠돌고 있다. 검찰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를 증거로 낼 수 없게 되자 그때그때 증인이나 피고인들에게 동일한 내용을 신문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을 얻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내용을 1심과 항소심 등에서 두세번씩 반복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재판시간이 늦어지고 일정이 길어지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4년 4월 이후 증거분리제출제도를 우선 시행한 결과,1심 재판의 최소기간은 50.4일에서 53.5일로 늘었지만 최장기간은 156.1일에서 106.7일로 줄어들었다. 사법부에서는 일주일에 2,3차례 재판을 여는 집중심리제 시행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부인한 검찰조서가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검찰에서 허위자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큰 불만이다. 조서재판의 유혹은 사법부에도 번져 있다. 검찰조서를 통해 사건의 쟁점을 빨리 파악했던 과거와 달리 처음 듣는 순간 사건의 핵심을 짚어야 한다. 예전보다 몇 배 늘어난 시간 동안 법정에서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한주 판사는 “업무로 인해 피로가 쌓여도 법정에서 항상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위증을 가려낼 방법도 미약해 법정이 거짓말 경연장이 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긴장은 몇 배가 된다. 조서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는 것은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검찰조사내용을 넘겨받아 훑어본 뒤 변론하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증거분리제출제도가 실시되면서 검찰의 전략을 알 수 없게 됐다. 검찰에 맞서 치열하게 법정공방을 벌이는 의뢰인의 기대치에 부응하려면 검찰청으로 자료를 복사하러 다니던 시간에 참고인, 증인들을 만나야 한다. 재판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임사건 수도 줄어들게 됐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차 옵션 세대교체 바람 ‘씽씽’

    차 옵션 세대교체 바람 ‘씽씽’

    스포티지를 몰고다니는 회사원 강모(32)씨는 최근 차량 뒤쪽 유리에 붙어 있는 후사경을 떼기로 마음먹었다. 후사경은 차량 뒤쪽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울. 지난해 차를 구입할 때만 해도 차체가 큰 RV(레저용 차량)는 후사경이 필수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차를 몰아보니 그다지 사용할 일이 없어서다. 그렇다고 보기에 썩 ‘폼’이 나는 것도 아니다. 세차할 때 걸리적거리는 것도 후사경 퇴출을 결심한 이유중의 하나다. 강씨는 “세차할 때 후사경 때문에 뒷면 유리가 잘 닦이지 않는다.”면서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면 덜컹거리는 소음도 귀에 거슬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더라도 후사경이 없으면 사고 위험이 크지 않을까. 냉큼 돌아온 강씨의 대답.“후방 경보기가 있지 않습니까.” ●경차도 선루프·열선 시트 보편화 추세 자동차 옵션(선택 편의장치)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RV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던 후사경이 쇠락하고, 그 자리를 ‘후방 경보기’가 파고들었다. 겉치레로 여겨졌던 선루프와 열선 시트도 필수 사양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후방 경보기는 차량 뒤쪽에 물체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고음이 울리는 장치. 울림 간격으로 장애물과의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 1∼2년 전만 해도 수입차나 일부 고급차종에만 적용됐으나 지금은 편리함 덕분에 RV에 보편적으로 실리고 있다. 올해 1∼8월 판매된 기아차 RV 가운데 후방 경보기를 선택한 비율은 57%. 기아차 관계자는 “RV는 물론 중소형 승용차 고객들도 요즘에는 후방 경보기가 없으면 차량 구입을 망설인다.”고 말했다. 물론 고급차종에서는 후방 경보기에서 후방 카메라로 세대교체가 더 이뤄지고 있다. 올해 판매된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의 선루프 장착률은 각각 76%,69%,47%. 거의 두 사람 중 한명은 선루프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선루프는 자동차 천장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이다. 자연 채광과 환기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이 좋아한다. GM대우차 영업사원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티즈 같은 경차에도 선루프를 다는 게 대세”라고 전했다. ●MP3 CD플레이어 장착 급증 좌석을 따뜻하게 해주는 열선 시트나 CD 한 장으로 수백곡을 들을 수 있는 MP3 CD 플레이어를 다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업계 평균 40%에 그쳤던 MP3 CD플레이어 장착률은 올들어 50%를 훌쩍 넘었다. 일반 CD 플레이어를 다는 고객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모닝’은 경제성을 먼저 따지는 1000㏄ 소형차임에도 열선 시트를 옵션으로 선택하는 비율이 42%에 이른다. 일부 옵션의 인기가 높아지자 자동차회사들은 아예 차를 만들 때부터 기본사양으로 넣어 출시하기도 한다. 열선 시트의 경우, 준중형급 이상의 운전석에는 대부분 기본사양으로 달려나온다. 심지어 소형차인 현대 베르나,GM대우 젠트라, 기아 프라이드도 ‘고급형’에서는 열선 시트가 기본이다.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줄이고 차값을 올리려는 상술이라고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인천이 원조] (18) 철도

    [인천이 원조] (18) 철도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가 경인선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착공식을 두번이나 치를 정도로 건설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경인철도는 1897년 3월 착공돼 1899년 9월18일 개통됐다. 인천역(당시 제물포역)에서 노량진까지 32.2㎞에 걸쳐 건설된 철도는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놀라운 대사건이었다. 인천∼서울은 걸어서 12시간씩 소요됐다. 그러나 경인철도 건설에는 조선이 처한 질곡과 제국주의 침략이라는 이중성이 깃들여 있다. 조선 정부는 자체적으로 철도를 놓을 만한 돈과 기술은 물론 의지마저도 없었다. 이로 인해 처음 경인철도 부설과 운영권 등을 획득한 것은 조선이 아닌 일본이었다. 하지만 1895년 일본이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일으킨 이후 철도부설권은 미국인 모스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 때가 1896년 3월. 모스는 착공은 했지만 자금부족과 일본과의 갈등 등으로 완공을 못하고 1898년 12월 다시 일본측에 철도부설권을 넘긴다. 일본은 경인철도합자회사를 설립한 뒤 1899년 4월 착공식을 갖고 잔여 공사를 재개해 마침내 개통을 시켰다. ‘화륜거 구르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연기는 하늘로 치솟아’인천역에서 개통식이 있은 다음날인 1899년 9월19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이 기사가 당시의 놀라움을 대변한다. 열차는 하루 4회 운행됐다. 인천에서 오전 7시, 오후 1시 노량진으로 출발했고 노량진에서 오전 9시, 오후 3시 인천으로 떠났다.1등실은 외국인이,2등실과 3등실은 내국인 남성과 내국인 여성이 각각 이용할 수 있었는데 요금은 각각 1원50전,80전,50전이다. 조선인들은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과 비싼 요금 때문에 처음엔 기차를 거의 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철로 위에 돌, 쇠붙이 등을 놓아 운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철도회사는 고심 끝에 ‘노선순사’(路線巡査)를 배치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런가 하면 철로 주변의 초가집들은 때 아닌 날벼락을 맞기도 했다. 기관차에서 연료로 때는 석탄의 불티가 날아들어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잦았다. 이러니 철도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가 없었다. 승객이 너무 적자 회사측은 신문에 광고를 내고 역마다 사람을 풀어 승객과 화물을 끌어모았다.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삐끼’인 셈이다. 그러나 철도의 신속성과 편리함이 입소문으로 퍼져 점차 수요가 늘어났다.1907년에는 한해 승객이 7만 1515명에 이르렀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6) 기술과 기능의 양면성

    인류의 문명은 기술과 기능의 토대 위에 서 있다. 칸트가 그의 논문 ‘추측해 본 인류사의 기원’에서 금단의 열매를 먹은 구약 창세기의 사건이 인류에게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출발점과 같다고 찬양했다. 즉 기술과 기능은 원죄의 토대 위에서 탄생됐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불교적 입장에서 봐도 무시 이래로 홀연히 인간에게 분별심이 생김으로써 인간에게 취사선택의 마음이 생겼다는 것을 마명(馬鳴)스님이 ‘대승기신론’에서 암시하고 있다. 이 분별심은 인간 무의식의 가장 깊은 아뢰야식에 자리잡고 있는 근본불각(根本不覺)으로서 부처가 되기 전에는 소멸되지 않는 근본무명과 같다. 기술과 기능적 사고를 잉태한 인간지성이 원죄나 근본불각의 소치라는 종교의 가르침은 기술과 기능을 사유하는 철학에 하나의 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단적으로 기술과 기능은 소유적 무의식의 소산과 같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인간 무의식의 욕망에는 본능적 욕망과 본성적 욕망이 함께 이웃하고 있다고 이미 ‘철학산책’의 시작(1·2·3회 글)에서 언급되었다. 전자는 소유론적 욕망이고, 후자는 존재론적 욕망에 해당한다. 전자는 자아중심으로 모든 것을 취득하려는 욕망이고, 후자는 자아중심이 없이 일체가 일체에 대하여 존재하도록 도와주려는 자비의 원력과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본능에 의한 생물학적 소유욕이 지능에 의한 사회학적 소유욕으로 환유법적인 자리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지적되었다.(11·12·18·31회 글) 기술과 기능은 지능에 의한 인간의 사회학적 무의식의 소유욕과 직결된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의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첫째로 인간의 무의식에서 소유적인 본능과 존재론적 본성의 차이가 너무 가까이 근접되어 있어서 인류는 그 차이를 뚜렷이 구분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본능과 본성은 다 마음의 자발적 기호(嗜好)와 같아서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려는 욕망을 공통적으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20세기 프랑스의 언어학자 뱅베니스트가 그의 저서 ‘일반언어학의 제문제(I)’에서 기술했듯이, 인류는 동서를 막론하고 소유와 존재를 거의 혼동해서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한국어에 ‘가지고 있다’로 소유와 존재가 통용되어 쓰이듯이, 이런 현상은 범 지구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치가 거의 없는 것처럼 여긴다. 이것이 프롤레타리아 의식이다.‘가지다’라는 소유동사가 타동사임에도 불구하고 존재동사처럼 수동형으로 쓰이지 않는 범 지구적 현상은 소유동사를 존재동사처럼 상태동사로 봤던 인류의 무의식이라고 뱅베니스트가 통찰했다. 둘째로 인간이 자연생활을 떠나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지능(지성=이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지능은 본능의 소유욕을 환유법적으로 장소 이동한 것이다. 지능이 사회적인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두 가지의 경향이 일어났다. 그 하나는 지능의 꾀로써 사회생활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물질적 경제적 이익을 낳으려는 경제기술주의의 욕망과, 또 다른 하나는 이기적 생존추구를 불의로 미워하면서 공동체의 정의를 추구하려는 사회도덕주의적 욕망이 생겼다. 동양의 순자철학은 전자의 성향을 대변하고, 맹자철학은 후자의 것을 상징한다. 서양에서 기술적 이성이라 불리는 형이하학과 도덕적 이성이라는 형이상학이 구분된 것도 같은 지능(지성=이성)의 두 가지 철학적 표현이라 하겠다. 상기의 두 가지 관점을 우리가 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본디 무의식적으로 소유와 존재가 아주 이웃해 있는데, 지성(지능=이성)의 철학이 경제기술적이든 사회도덕적이든 사회생활의 지도원리가 됨으로써 존재를 존재로 사유하지 못하고, 존재를 다만 소유의 정신화(은유화)로써 여기게 하는 장본인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성이 이끄는 사회도덕의 형이상학도 기실 경제기술과 같은 소유의 영역임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철학자가 하이데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이데거는 기술론이든 정신론(도덕론)이든 다 존재자(존재를 실체화한 것)의 철학이고, 그 존재자의 철학은 지성이 파악한 개념적 소유철학에 다름 아니라고 통찰했다. 명사적 개념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철학사가 존재를 소유의 정신화(은유화)인 양 착각하게 했다. 좌우간 재래의 자본주의적 기술론은 성공했으나, 사회주의적 정신론은 실패했다. 이제 21세기 철학적 사유의 과제는 자본주의적 기술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관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기술론의 본질은 인간생활을 편리하고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만드는 데 있다.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하게 하는 것을 우리는 기능이라 부른다. 기술론은 기능적 사고로 이어진다. 기능적 사고는 효능과 생산고로 집약된다. 효능과 생산고는 계산 가능한 이익의 목록을 만들게 하는 기준이고, 그 목록에 빠져 있는 것은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르셀이 잘 지적했듯이, 기술적 가치만을 숭상하는 기능주의는 늙음과 병약함을 비기능적 몰가치로써 푸대접한다. 말하자면 비기능적 몰가치는 기능적 효율과 생산고의 증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과 같다. 늙음과 병약함은 노후 기계처럼 폐품처리 대상 리스트에 올라간다. 기능사회에 접어들면, 이미 노인과 병약한 환자들은 남들의 평가이전에 스스로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절망의 쓸쓸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노인들은 스스로 안 늙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발버둥을 다 치지만, 그런 행태는 노인들의 절망을 재촉할 뿐이다. 그 경우에 죽음은 낡은 기계의 멈춤과 같다. 죽음은 소유활동의 끝일 뿐이다. 죽음은 모든 소유의 무상함을 넘어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찾게 해주는 신비로 이해되지 않는다. 죽음은 기계의 생명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다른 차원의 존재방식의 시작임을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전혀 이해 못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어떤 사형수들의 얼굴이 왜 성자처럼 해맑아지는지 기능주의와 기술론은 이해 못한다. 편리함과 풍요함을 주는 기술과 기능은 다른 한편으로 인생에서 존재론을 폐지시키는 절망을 부채질한다. 하이데거의 철학이 이 기술론의 의미를 잘 분석해 놓았다. 그의 ‘강연과 논문집’에서 하이데거는 근대기술의 본질을 ‘도발로서의 탈은폐’(disconcealment as provocation)라고 정의하였다. 기술이란 낱말인 ‘테크닉’(technique)은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에서 파생되어 나왔는데, 테크네는 ‘현성으로서의 탈은적’(disconcealment as bearing-fruit)의 의미를 뜻한다. 같은 단어인 ‘disconcealment(Entbergen)’가 근대기술에서는 도발적인 ‘탈은폐’로, 고대 테크네에서는 현성(現成=저절로 피어남)으로서의 ‘탈은적’으로 하이데거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이 ‘disconcealment’를 그냥 다 ‘탈은폐’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그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은폐와 은적의 한국어 뉘앙스가 다르다. 전자는 범인이 비밀스러운 것을 감추는 행위를 말하고, 후자는 스스로 사라지는 은자의 행위를 말한다. 이 구별은 하이데거의 기술론을 이해하는 핵심이 되기에, 재래의 번역처럼 일률적으로 옮기면 그를 오독하는 결과를 낳는다. 고대 그리스의 테크네는 자연이 스스로 현시하는 탈은적의 행위(꽃피기/열매맺기)를 인간이 도와주는 정도의 잔기술을 말하고, 근대의 테크닉은 자연이 스스로 자신을 현시하기 전에 인간이 강제로 자연의 속살을 드러내고 토해내도록 강요하는 거대기술을 말한다. 탈은폐는 자연이 인간의 소유와 이익에 필요한 것을 빨리 대량적으로 토해낼 것을 심문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근대기술은 자연이 은폐시켜 놓은 것을 인간이 강제적으로 탈은폐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근대기술의 탈은폐화 방식을 하이데거는 독특한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이라 불렀다. 본디 독일어로 ‘게슈텔’(Gestell)은 ‘발판 사각대’나 ‘받침대’처럼 테크네 정도에 맞는 잔일하는 소도구를 뜻하였으나, 이것이 근대 테크닉으로 이전하면서 하이데거가 그것을 ‘Ge-stell’이라고 띄어 썼다. 이 말은 피의자를 심문하고 때로는 주리를 틀면서 고문까지도 하는 심문대의 의미로 변한다. 더구나 ‘Ge-’는 ‘집단적’이란 의미의 뉘앙스를 풍기는 전철이므로 Ge-stell은 단독으로 하는 심문대가 아니라,‘집단 신문대’의 의미를 띤다. 인간이 자본의 축적과 집단적 이익과 편리를 추구하고자 자연에 대하여 주문사항들을 재빨리 토해내라고 집단 도발하는 그런 의미가 하이데거가 본 근대기술의 본질이다. 하이데거가 같은 단어를 고대 그리스적인 의미와 근대 기술론적 의미로 이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깊은 의미를 함의하는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는 여러 단어들을 그렇게 사용했다. 그가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같은 단어들을 이중적 의미로 썼다는 것은 내가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능의 소유와 본성의 존재가 인간의 무의식에서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이웃하고 있다는 인류사의 무의식과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는 것 같다. 근대기술의 ‘집단심문대’(Ge-stell)의 방식은 단지 자연에 관한 인간의 도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도발적 심문의 사고방식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다 잉태시켰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이 바로 인간 자유의 도발적 힘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했고, 사회주의는 집단심문적 탈은폐의 기술방식으로 인간사회의 평등을 이룩한다는 명분아래 인위적으로 사회성원들을 심문하고 주리를 틀었다. 하이데거는 기술자체가 위험하기보다 오히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이 더 위험하다고 언급했다. 인간 마음의 위험성은 인간자아의 무한 의지와 그 소유욕의 위험성을 말한다. 마음의 무한 소유욕으로 인간이 존재를 완전히 망각하고, 죽음의 신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인간 두뇌의 사이버네틱스가 철학적 사유와 시를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그는 우려했다. 지구의 사막화 이전에 인간마음이 온전히 황폐화될 것임을 그는 예견했다. 그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기 전에,‘무엇을 사유해야 하는가.’하고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대사상은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는 사유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메신저가 온라인 쇼핑 도우미로 변신한다

    앞으로 MSN 메신저를 이용,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 포털 MSN(www.msn.co.kr)은 1일 G마켓과 제휴,메신저를 통해 원클릭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G마켓 아이버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SN 메신저 및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사용자들은 ‘G마켓 아이버디’와 친구 맺기를 통해 G마켓에서 제공하는 특화된 온라인 쇼핑몰 서비스를 메신저 대화창을 통해 빠르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상품검색이다.찾으려는 상품을 메신저 대화창에 입력하면 G마켓 아이버디가 실시간으로 검색,바로 검색 결과를 알려준다.쇼핑몰 사이트에 자주 접속,카테고리 별로 상품을 찾아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또 메신저 사용자들만 볼 수 있는 ‘베스트 100’ ‘행운경매’ ‘오늘만 특가’ ‘공동구매’ 등의 G마켓 페이지가 별도 코너로 개설된다. MSN 백선영 마케팅 팀장은 “메신저의 주 이용층인 직장인들이 온라인 쇼핑을 자주 이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남성 이용자들의 쇼핑 욕구도 높아지고 있어 이를 적극 반영했다.”면서 “G마켓 아이버디가 다양한 쇼핑 정보를 제공하고 간편한 구매 툴이 돼 메신저 이용자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버디’는 기업이 운영하는 인공 지능 로봇 버디(Buddy)를 소비자가 자신의 메신저 대화상대로 등록하면 기업이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메신저 상에서 대화 형태로 이용하는 서비스다.메신저 이용자와 기업 간에 실시간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툴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 ‘2006 베스트브랜드 경영대상’에 20개 브랜드 뽑혀

    ‘2006 베스트브랜드 경영대상’에 20개 브랜드 뽑혀

    서울신문이 주최한 ‘2006 베스트브랜드 경영대상´에 20개 브랜드가 뽑혔다. 온라인 조사망을 통한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심사위원회의 항목별 평가를 통해 최종 선정했다. 공인된 브랜드 가치는 기업의 최고 핵심 자산으로 무한경쟁시대에 경쟁력 우위 확보와 높은 수익창출을 가져다줄 것이다. 선정된 브랜드를 소개한다. ■삼성전자 ‘파브’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인 풀HD TV ‘파브(PAVV) 모젤´은 ‘로마´ ‘보르도´의 밀리언셀러 행진을 이어갈 대표적 제품이다. 독일의 백포도주 ‘모젤´을 컨셉트로 개발됐다. 제품 하단부에 ‘크리스털 데코´를 달았으며 ‘스위벨 스탠드´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히든(hidden) 스피커´는 HD고화질 영상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모젤´은 기존 HD급 TV의 2배, 일반 TV의 6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풀HD 화질의 TV 시청은 물론, 앞서 출시된 블루레이 등을 이용해 다양한 풀HD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7000대1의 명암비, 6ms의 응답속도, 7조 8000억 컬러 등을 자랑하며 1080P(순차주사) 방식을 채택해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어낸다. 게임모드, USB 포트, 컴퓨터 1대1 연결 기능을 갖춰 풀HD TV의 활용도를 높였다. ■ 르노삼성자동차 ‘SM5’ 르노삼성자동차(대표이사 제롬 스톨)의 ‘SM5´는 약 1000억원을 들여 24개월 동안 개발한 대표적 중형차다. 차체는 충돌시 충돌에너지를 흡수하는 ‘크럼플 존´과 변형을 줄여 승객을 보호하는 ‘세이프티 존´으로 구분됐다. ▲별도 키 조작이 필요없는 ‘스마트카드 시스템´ ▲운전·조수석의 별도 온도 조절이 가능한 ‘좌우독립 풀 오토 에어컨´ ▲CPU 속도가 개선된 ‘지능형 정보 내비게이션(INS-300S)´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돕는 ‘3차원 내비게이션´ 등의 첨단 장치가 설치됐다. ‘SM5´는 지난해 1월 선보인 이후 국내 자동차시장에 한 획을 그으며 최고의 중형차로 자리잡았다. 지난달에는 국내에서만 총 6037대가 판매되며 중형차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포스코건설 ‘더샵’ ‘더샵(the#)´은 반음 올림의 음악적 기호 ‘#´을 통해 ‘삶의 질이 반올림된다.´, ‘고객에 앞서 반 보 먼저 생각한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나타낸다. ‘고객에 대해 세심하고 겸손한 배려와 보살핌, 그리고 개선을 통해 명품을 제공한다.´는 포스코건설의 장인정신을 형상화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환경친화적이면서 입주자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세심한 아파트 건설을 기본 철학으로 삼는다. ‘더샵´은 기존 아파트보다 침실 수와 주방 넓이를 줄이고 수납공간, 가족공간, 보조주방 등을 넓혔다. 3대 이상 살아도 이상 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설계됐으며, 최신 환기·청정시스템과 화재 등의 비상시에 대처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단지 내에는 영유아 보육시설, 택배물품 보관실, 지하창고 등이 설치돼 있다. ■LG전자 ‘휘센’ LG전자는 신개념의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에어컨 시장의 패러다임을 창조해가고 있다. ‘휘센(WHISEN)´은 ‘whirl(소용돌이)´과 ‘send(보내다)´의 조합어로 ‘소용돌이치는 시원한 바람을 보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한 바람이 나오는 듯한 어감을 통해 냉방의 우수성을 차별화시켰다. ‘휘센´은 원하는 온도에 도달하면 두 대의 압축기 중 한 대만 가동하는 초절전 시스템(TPS)을 채용해 최대 70%의 절전효과를 발휘한다. 3면 입체 청정시스템, 5가지 제품컬러, 전면 패널 일체형, 첨단 LCD디스플레이, 고광택 표면처리 등도 특징이다. ▲에어컨 2대와 공기청정기를 실외기 한 대로 사용하는 ‘휘센 투인원 플러스´ ▲스피커 형태의 ‘스피커형 에어컨´ ▲유명 예술가 그림을 새겨넣은 ‘액자형 에어컨´ 등 종류가 다양하다. ■ 웅진코웨이 ‘웰빙수기’ 웰빙수기(모델명 CPE-06ALW/B)는 냉이온수기를 하나로 결합한 정수기다. 식약청과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의 기준을 모두 통과한 제품이다. 냉이온수가 정수와 함께 생성되는 것이 특징으로, ‘나노 필터´ 시스템이 수질과 물맛을 좋게 한다. ‘선(先) 냉각 후(後) 전해방식´을 적용해 수소이온농도지수(pH)를 2단계(약알칼리, 강알칼리)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전해조의 전극 수를 늘려 원수로 인한 설치제약을 극복했다. ▲정수·이온수 시스템을 강화한 ‘7단계 필터´ ▲추출마개를 외부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원터치 전자식 코크´ ▲청결성을 높인 ‘전해조 자동세정 기능´ 등을 갖췄다. 현대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며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색상이 있다. ■ 삼성전자 ‘애니콜 스킨폰’ 애니콜 스킨폰(모델명 SCH-V890·SPH-V8900)은 각 이동통신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기모델로 보조금제 시행 이후 하루 3000대 이상씩 개통되며 현재까지 35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130만 화소급 내장 카메라, 파일 뷰어, 모바일 프린팅, 블루투스, MP3 플레이어 등의 다양한 기능을 13.8mm 두께에 담았다. 크롬 라인 장식으로 꾸며진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며 블랙, 화이트, 브라운의 3가지 색상이 있다. 독특한 TV광고는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슬림팩토리´라는 가상의 휴대전화 공장의 공장장으로 등장한 전지현이 ‘슬림 앤드 모어´라는 노래를 부르며 슬림함을 강조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초슬림 DMB폰 2종(모델명 SCH-B500·SCH-B540)을 잇따라 선보이며 초슬림 휴대전화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오리엔트골프 ‘2006 야마하 인프레스X’ ‘2006 야마하 인프레스X´ 시리즈는 비거리뿐만 아니라 방향성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평균적으로 150야드 거리에서 보통 아이언 7번을 잡았다면 야마하 인프레스로는 8번을 잡을 만큼 비거리에서 유리하다. 일반 골퍼들에게는 비거리가 10야드 이상 늘어나는 것이 매력이지만 상급자 골퍼들은 방향성을 더 높이 평가했다. 2mm의 극박(極薄) 머레이징 페이스와 헤드 하단 좌우로 넓게 포진한 텅스텐 웨이트가 방향성의 생명인 와이드 캐버티와 와이드 스위트 스폿을 실현한 것이다. 아이언의 정확한 탄도도 놀라울 만하다. 샤프트의 손잡이 쪽과 중앙 두 곳에는 관절과 같이 휘는 점이 있어 운동에너지를 증가시킨다. 관절기능이 헤드 스피드를 가속해 비거리를 7야드 증가시킨다. ■롯데칠성음료 ‘사랑초’ 롯데칠성음료(대표이사 이광훈)가 지난 5월 선보인 식초음료 ‘사랑초´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흑초가 들어 있는 웰빙 음료로, 현미흑초(3%), 사과과즙(5%), 벌꿀 및 식이섬유 등이 들어 있으며 결정과당을 사용해 만들었다. 현재 유통 중인 희석식(물에 섞어 먹는) 식초 제품의 음용상 불편함을 없애는 한편 식초 특유의 신맛을 줄였다. ‘사랑초´는 롯데칠성이 지난 3월에 내놓았던 ‘웰빙 현미 흑초´를 10·20대 젊은층의 기호에 맞게 맛, 디자인, 용기 등을 전면 리뉴얼한 제품이다. ‘웰빙 현미 흑초´보다 식초 특유의 신맛을 줄여 상큼한 맛을 증가시켰으며,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감각적인 네이밍과 친숙한 글씨체를 사용했다. 또한 180ml 캔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용량에 신 용기를 새로 도입했다. ■ 남양유업 ‘맛있는 우유 GT’ ‘맛있는 우유 GT´는 ‘GT(Good Taste) 신공법´을 이용해 목장·사료냄새 등을 제거하고 우유 본래의 맛과 신선함을 살린 우유다. ‘GT 신공법´은 용존산소를 모두 없앤 후 질소로 충전해 맛과 신선함을 살리는 공법이다. 기존 우유 제품들이 특정성분을 첨가한 데 비해 오히려 특정성분을 제거해 고유의 맛을 살린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 ‘흰 우유가 달라졌다.´ ‘우유가 맛있어졌다.´라는 슬로건의 TV·신문광고를 선보이고 유통매장 및 학교주변에서 시음행사를 펼쳐 우유 맛의 차이를 알리는 데 노력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최근 하루 200만개가 팔리면서 여름에도 우유가 잘 팔린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어린이 소비자들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KTF ‘디자인 마케팅’ 올해 KTF는 ‘디자인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2004년부터 디자인 경영을 도입한 뒤 올해는 대대적인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휴대전화 디자인 공모전을 비롯해 디자인경영 사내 캠페인, 임직원·대리점 명함 디자인 재개발, 상담원 유니폼 디자인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고객이 KTF를 만나는 순간마다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멋, 편리함, 즐거움을 느끼면서 행복을 창출하도록 한다는 ‘굿타임 경영´의 실천인 셈이다. 2004년 12월 강남 멤버스 플라자를 리뉴얼해 토털 문화·엔터테인먼트·재충전의 공간으로 만드는 등 매장마다 오감 디자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휴대전화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 고객이 디자인 마케팅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 산업은행 산업은행은 1954년 설립 이래 반세기 동안 국민과 기업의 동반자로서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쉼 없이 외길을 달려 왔다. 현재 기업금융전문은행으로서 국가경제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장기설비자금 지원 주도, 기업구조조정 주도, 국가균형발전 및 SOC건설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동북아 금융허브 건설 지원, 남북경협 및 북한 개발금융 선도 등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정부에 이익배당을 시작, 정부재정에 기여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고객 눈높이에 맞춘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며 “한 차원 높은 모럴과 지속적인 경영혁신, 인재경영을 통한 국민경제적·금융시장적·윤리적 기대에 부응해 좋은 은행을 넘어 위대한 은행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 새빛맥스 ‘엡손 프리피아… ’ 새빛맥스는 프린터 공급업체 엡손의 ‘프리피아 라벨라이터´ 기기와 테이프 카트리지를 국내에 공급하는 총판회사다. 지난 1994년 설립됐으며 전국 600여개 문구 및 사무기기점을 통해 제품을 유통·판매하고 있다. 올해 엡손의 PC연결 겸용 휴대형 ‘프리피아 라벨라이터´(모델명 OK-720)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OK-300´, ‘OK-500P´와 함께 정부조달물품으로 등록되었으며 컴퓨터·사무기기 판매업체로부터 호응이 높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라벨라이터는 가정에서도 사용할 만큼 보편화하였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앞으로 ‘프리피아 라벨라이터´가 가정이나 소형매장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 하이마트 하이마트(www.himart.co.kr 대표 선종구)는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내 1위의 전자제품 유통전문기업이다. 하이마트는 ▲전자제품 전문점인 ㈜하이마트 ▲전자제품 전문물류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하이로지텍㈜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하이마트 쇼핑몰 ▲여행사업과 여자프로골프단을 운영하는 ㈜HM투어 등 4개 사업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전체 직원 5000여명, 전국 매장 250개, 물류 10개소, 서비스센터 9개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1조 9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30여명의 바이어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 110여개 국내·외 가전 제조업체로부터 5000여종의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한다. ■ 건설114 (www.c114.com) 건설114(www.c114.com 대표 이찬재)는 국내 유일의 건설포털사이트다. 2001년 1월 건설컨설팅 정보사이트인 ‘콘스114´로 서비스를 시작해 2003년 9월 건설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건설포털 사이트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현재 ▲건설정보검색 ▲건설용어사전 ▲건설캘린더 ▲건설뉴스 ▲건설전화번호부 ▲건설지식센터 ▲건설자료실 ▲건설브랜드 ▲건설면허 ▲건설취업 ▲입찰정보 ▲건설금융 ▲공사 실무 ▲건설회계 ▲건설사업관리 등의 서비스를 하며 매주 뉴스레터를 e메일로 제공한다. 회사 대표는 “최근 건설관련 자재를 매매하는 ‘건설B2B´를 신설했다.”며 “현재는 철강제품을 주로 취급하지만 점차 종류를 다양하게 확대해 건설자재의 오픈마켓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래미안’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199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21세기 주택위원회´는 주부 11명과 교수 1명이 경영진보다 먼저 신규 분양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현장을 답사해 개선사항을 지적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입주 60일 전엔 주부로만 구성된 ‘전문 품질 점검단´이 점검을 하고 사내 전문가가 마지막으로 체험하며 개선사항을 체크한다. 이처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여성이 좋아하는 ▲벽지와 마감재의 색 ▲방과 욕실의 크기·개수·평면설계 ▲인테리어 포인트 등을 수시로 조사해 ‘래미안´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단지 내에는 ‘헤스티아 라운지´를 운영하며 ▲하자 보수 상담 ▲침대 매트리스, 카펫 등의 진드기 제거 ▲외부 문틀 청소 등 주부가 직접 하기 어려운 작업을 대신 해주고 있다. ■ 삼성생명 삼성생명은 지난 1월2일 신(新)브랜드 현판식을 하고 ‘신뢰받는 삶의 동반자, a partner for life´라는 슬로건을 공표했다. 현판에는 7000장의 고객 사진을 새겨 넣었다. 이후 각종 디자인에 브랜드 이미지를 적용하고 임직원 및 컨설턴트들의 의식·행동에 신브랜드 개념을 꾸준히 심어 놓는 등 ‘브랜드 경영´을 빠르게 정착시키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 들어 81개의 영업소를 선진형 브랜치(영업소)로 전환했다. 신브랜드 개념을 적용한 이 브랜치는 내부 인테리어를 감각적으로 디자인해 컨설팅 회사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사원 유니폼 디자인은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모든 인쇄물에 신브랜드 패턴을 통일시켜 한눈에 봐도 삼상생명 것임을 알 수 있게 했다. ■ SK ‘엔크린 솔룩스’ ‘엔크린 솔룩스(enclean solux)´는 ‘Power´, ‘Premium´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Sol´과 고급스러움을 의미하는 ‘Luxury´의 합성어다. SK㈜는 고급휘발유를 찾는 고객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고급휘발유 브랜드 ‘엔크린 솔룩스´를 런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엔크린 솔룩스´는 옥탄가를 일반 휘발유보다 월등히 높여 엔진 내 이상연소를 의미하는 노킹현상을 줄여주는 한편, 청정제와 연비개선제를 추가로 주입해 엔진보호 성능을 극대화했다. 승용차의 가속성능을 개선해 스포츠카, 수입차 등 고급승용차의 최적 운전에 도움을 준다. 황 함량은 30 이하로 법적 기준치보다 75% 이상 낮췄다. 현재 전국 180여개 주유소에서 지난해 초에 비해 30~40% 증가된 월 평균 1만 3000드럼이 판매되고 있다. ■ 진로 ‘참眞이슬露’ 1998년 10월 선보인 ‘참眞이슬露´는 대나무 숯의 효능을 소주 제조과정에 이용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한 제품으로 맛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제조방법에 도입된 대나무 숯 여과공법은 ‘죽탄과 죽탄수를 이용한 주류의 제조방법´으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기술특허를 받았다. 소주의 깨끗함과 부드러움을 결정하는 것은 물과 주정의 정제공정. ‘참眞이슬露´는 가장 깨끗한 맛을 위해 큰 비용과 정성이 필요한 대나무 숯 정제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 공정에 사용되는 숯은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3년산 대나무를 섭씨 1000도에서 구운 것으로, 1000만분의 1mm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물과 주정이 깨끗하게 정제된다. 이 과정에서 칼륨이온 등 천연미네랄이 녹아 나와 천연 약알칼리성 소주가 된다. ■ 농협 ‘아름찬김치’ ‘아름찬´은 ‘한아름 가득한, 정갈한 찬거리´의 합성어로 ‘아름답고 풍성한 식탁´을 의미한다. ‘아름찬김치´는 배추는 물론 마늘, 고추, 파, 심지어 소금까지 100%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 김치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원료 구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농협식품 안전연구원의 체계적인 품질관리시스템을 거치며, 표준배합비에 따라 과학적으로 만들어진다. 잔류농약검사 등을 거쳐 위생적이다. ISO9002 및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았으며 미국방성 위생검사에도 합격했다. 에어프랑스 등에는 기내식으로 납품되고 있다. 애틀랜타·시드니·아테네올림픽 등에 3회 연속 공급되기도 했다. 종류로는 포기·맛·깻잎·갓·총각·파·고들빼기·열무·나박김치 등이 있으며 포장규격이 다양하다. ■ 파라다이스산업 ‘FESCO’ ㈜파라다이스산업(구 극동스프링크라)은 30여년 전통의 소방제품 제조·설비·서비스회사다. 1973년 설립된 후 다음해 3월 극동스프링크라의 영문 머리글자 ‘FESCO´를 상표 등록하고 국내 최초로 스프링클러 외 20여종의 소방제품에 대한 국가검정을 획득해 관련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7년 코스닥 기업공개에 이어 현재 매출액 1000억원을 눈앞에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산업표준화상, 대통령 산업포장, 석탑·은탑 훈장 등을 받았고 스프링클러 및 관련 제품들이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등에서 공인인증을 획득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앞선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올해 ㈜파라다이스산업은 ‘FESCO´를 세계 제일의 브랜드로 만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Fire Equipment & Service Company´라는 의미를 새롭게 부여했다.
  • [주말탐방] 한옥의 재발견

    [주말탐방] 한옥의 재발견

    최근 한 TV 광고에 흥미로운 문구가 등장했다.‘집이란 무엇일까’. 기실 우리네는 점심 한 끼도 허투로 먹지 않는다. 옷 한 벌 고르는 데 백화점에서 한나절을 허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집에 대한 고민은 인색하다. 우연과 필연의 교집합으로 세상에 나와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겪다 저 너머 세상으로 떠나는 순간까지 우리를 둘러싸는 게 바로 집이다. 집은 삶과 죽음의 공간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네 집에서 ‘5000년 역사’의 흔적을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공간에는 정작 뿌리가 없다. 한옥에 관심을 갖는 요즘 분위기도 너무나 서구풍 일색인 데 대한 반작용은 아닐까. 민족을 앞세운 얄팍한 상업주의나 편협한 국수주의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원형(原型)을 재현하는 작업이다. 한옥의 재발견, 우리에게 다시 주어진 숙제이다. “어이 김씨, 좀 더 세게 내리쳐 봐라. 그래가꼬 수백년 동안 지붕 하중을 견디겠나?” 지난 25일 오후 충남 부여군 합정리 백제역사재현단지 건축 현장.10여명의 목공 기능인들이 400여평 넓이의 금당의 기둥에 매달려 있다.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으려 하늘을 가린 함석 지붕 아래로 들어서니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오랜만에 내리쬐는 햇살에 함석이 한껏 달궈진 탓이다. 인부들의 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한다. 큰 비로 열흘남짓이나 공을 친 터라 쉴 틈이 없다. 서너명이 한꺼번에 달라붙어 지붕의 하중을 땅으로 분산하는 포부재를 떡매로 연방 내리친다. 공사를 총지휘하는 최기영(63) 대목장(大木匠)의 목소리가 건물 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언뜻 내비치는 검게 그을린 어깨 근육. 경복궁 중건 이래 최대 한옥 건축현장이라는 백제역사재현단지에 매달리면서 얻은 ‘훈장’이다. 이들의 손길로 한옥의 숨결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옥의 원형 백제 한옥 재현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01년. 충남도가 3771억원을 들여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다. 전체 면적은 100만평 정도.83만평의 백제역사재현촌과 17만평의 연구교육촌으로 나뉜다. 역사재현촌은 ▲백제건국 초기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개국촌 ▲왕궁 ▲전통민속촌 ▲풍속종교촌으로 이뤄진다. 이곳에 들어설 한옥은 모두 166동. 사용되는 나무는 18t 트럭 500대 분량으로 160억원어치다. 강원도 산도 있지만 주로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들여왔다. 기와 82만 2000장, 화강석 8400t, 흙 500t도 들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기능촌 5층 목탑’. 바닥면적은 16평에 불과하지만 높이는 38m에 이른다.12층 아파트와 맞먹는다. 세심하고 빼어난 건축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환중(62·충남 홍성군 형산리)씨는 “5년째 더위와 삭풍과 싸우며 일하고 있지만 후손에게 천년 넘게 남을 집을 내 손으로 짓는다는 것은 목수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밝게 웃었다. 재현단지가 주목을 받는 것은 단지 규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백제가 부여를 도읍으로 삼았던 서기 600년대 한옥을 되살렸다는 의의가 더 크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건축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나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은 모두 12∼13세기 것. 국내에서는 백제 건축 양식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충남도는 중국 뤄양, 일본 교토 등 백제와 활발하게 교류한 지역을 중심으로 20여차례의 답사를 거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백제 한옥 양식을 복원할 수 있었다. 최 대목장은 “백제 한옥은 처마의 길이가 짧고 집을 한 덩어리로 받쳐주는 들보인 하앙이 강조되면서 조선 한옥보다 좀 더 고급스럽고 근엄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우리 시대의 한옥 양식을 만드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반영구적, 친환경적 한옥 한옥이 단순히 전통시대의 유물만은 아니다.‘전통의 재발견’이라는 최근 추세에 따라 한옥은 새로운 주거의 형태로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얼마 전 임기를 마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 거처를 마련했다는 소식도 별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한옥식으로 내부를 개조한 아파트도 적지 않다. 향교나 사찰에 가면 조선 시대 한옥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30년만 지나도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새기 일쑤다. 한옥의 내구연한은 150년이다. 제대로 짓고 틈틈이 수리하면 500년 이상 간다. 한옥은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주 재료인 소나무와 회벽은 건조하면 습기를 내뿜고, 축축하면 공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인다. 외부와의 공기 소통도 원활하다. 요즘 유행하는 아토피성 피부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친환경적’이라는 면에서 지상의 어떤 건축물도 따라갈 수 없다. 전용면적이라는 개념 없이 100평이면 100평 다 건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다. 하지만 한옥이 보편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돈’ 문제다. 한옥의 평당 건축비는 1000만원 이상. 아파트의 서너배나 된다. 서민들로서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 땅값이 비싼 도시에서 마당까지 갖춘 한옥을 지으려면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자재의 표준화로 건축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 도시민들도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한옥의 풍취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건축학과 장헌덕 교수는 “기술과 자재를 표준화하고 비교적 저렴한 목재를 사용하면 평당 건축비가 700만원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서구식 건축물에 흙벽을 치거나 한지를 바르는 등의 리모델링도 현대 한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재현공사 규모는 ▲면적 100만평 (개국촌·왕궁·전통민속촌·풍속종교촌) ▲공사비 3771억원 ▲완공시기 2010년 ▲동 166동 ▲나무 18t ▲트럭 500대분160억원 ▲기와 82만 2000여장 ▲화강석 8400t ▲흙 500t ▲기타건축물 (기능촌5층목탑) 바닥면적 16평·높이 38m 12층아파트 규모 ■ 최기영씨가 말하는 대목장이란 대목장은 설계, 치목, 건설, 감리 등 나무로 집을 짓는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문짝, 난간 등 작은 목공일을 하는 소목장과 구분된다. 조선시대에 대목장의 지위는 상당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엄격한 위계 질서 속에서도 세종 때 남대문 재건 사업을 총괄한 대목장은 중인 신분으로 정5품의 벼슬에 올랐을 정도다.1982년부터는 대목장을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해 놓고 있다. 현재 최기영, 신응수, 전흥수씨가 일가를 이룬 대목장으로 꼽힌다. 대목은 철저하게 도제식으로 계승된다. 따라서 나름의 기문(技門)이 형성돼 있다. 신 대목장은 구한말 경복궁 중건 때 활약했던 도편수 최원식을 시조로 1960년대 초 남대문 중수 작업의 도편수인 조원제-이광규로 이어지는 기문을 계승했다. 최 대목장은 일제 말 수덕사 대웅전 해체 복원을 지휘한 도편수 김덕기-김중희의 맥을 이었다. 문화재청은 실력있는 목수를 양성하기 위해 문화재수리기능자를 자격시험으로 관리한다. 석공과 화공, 와공, 미장공 등 18개 직종이 있다.2006년 1월 현재 문화재수리기능자는 모두 3766명으로, 목수는 683명이다. 비슷한 직종은 문화재수리기술자를 꼽을 수 있다. 기능자가 특정 분야의 실무를 맡는다면 기술자는 공사 현장 전반을 관리하고 기능자를 지도·감독한다. 모두 933명이 있다. 기능자와 기술자 자격시험은 매년 한 차례 치러진다. 기능자는 필기와 실기, 기술자는 필기와 면접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기능자는 실무 경력 5년 이상이면 응시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뛰는 만큼 실기 평가가 훨씬 중요하다. 문화재 관련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옛날 방식대로 현장경력을 쌓는 것이 어렵다면 한국전통문화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기술자는 한국문화재기술자협회가 해마다 강좌를 연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21세기 감수성 깃든 한옥 짓고파” 충남 부여 백제역사재현촌 옆에 자리잡은 한국전통문화학교는 전통문화 교육의 산실이다. 지난 2000년 ‘우리 문화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4년제 국립대학으로 문을 열었다. 문화재관리학 등 6개 전공이 개설돼 있다. 서효원, 홍경화씨는 이제 졸업을 앞둔 스물네살 동갑내기로 나란히 전통건축학과 4학년이다. 서씨는 전통건축학과 1회, 홍씨는 2회 입학생이다. 이들이 한옥 건축을 진로로 잡은 것은 ‘고(古)건축이 비전이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3년 넘게 우리 옛집을 만나면서 ‘한옥 다시살리기’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전통건축학과의 교과 과정은 일반 건축과보다 범위가 넓다. 기본적인 서구 건축과 더불어 나무를 다루는 치목과 복원 설계 등 한옥 건축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친다. 설계 중심인 서구 건축과는 달리 실제 집을 짓는 기술도 배운다. 홍씨는 “한옥은 안과 밖, 마루와 정원 등을 구분하지 않아 전체가 하나의 생물”이라면서 “차가운 콘크리트가 아닌 따뜻한 나무와 흙의 질감은 어떤 화려한 서구 건축물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늬만 한옥’인 최근의 열풍에는 단호하다. 홍씨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쉴 수 있는 공간이 한옥”이라면서 “독립기념관이나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보듯 기와만 올렸다고 한옥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서씨는 “우리 옛 건축이 명맥을 이었다면 서구 건축의 르 코르뷔지에 같은 거장을 낳았을 것이고, 우리도 지금보다 훨씬 현대적인 한옥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면서 “한옥이라는 틀 안에 삶의 편리함과 21세기의 감수성이 함께 녹아든 ‘대한민국식 한옥’의 모범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밝게 웃었다. 부여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캠코더 있어 ‘추억’이 선명

    캠코더 있어 ‘추억’이 선명

    여름 피서지에서 추억을 담는 데는 캠코더가 좋다. 정물화 같은 사진은 오래 기억되는 장점을 지녔지만 동영상이 일반화한 요즘에는 허전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럴 때는 캠코더가 그만이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 물소리, 바람소리까지 추억으로 생생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캠코더가 디지털화되면서 한층 편리해졌다. 크기도 작아져 한 손에 쏙 들어온다. 화질은 한층 선명해졌고 녹화 촬영 시간도 길어졌다. 그동안 경쟁상대였던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 단말기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첨단기능을 가졌다. 녹화내용 저장 매체도 메모리카드나 DVD 디스크, 하드디스크 등으로 다양해졌다. 컴퓨터나 TV 등 다른 기기와 같이 쓰기가 편리해졌다.PC에 연결해 하는 편집도 한층 쉬워졌다. 디지털캠코더는 편리한 기능에 비해 기능의 작동이 어렵다고 한다. 다른 디지털 기기도 마찬가지지만 자주 사용해 손에 익게 만드는 게 최고다. 그러고 나면 기능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편리함에 깜짝 놀라게 된다. 업계는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디지털 캠코더를 출시하고 있다. 가격도 50만원대부터 150만원선까지 다양하다. 여름 추억을 디지털 캠코더로 담아보자.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여름휴가 시장을 겨냥한 디지털 캠코더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추억을 담을 캠코더가 여름휴가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이지만,PC 등에 직접 연결해 쓸 수 있는 등 첨단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올해 출시되는 디지털 캠코더 제품들은 DVD 디스크나 하드디스크(HDD) 형태가 많이 눈에 띈다. 기존에는 테이프 형태의 ‘미니 디비’가 주류였다. 가전제품 소매시장 조사전문업체 GfK코리아의 이혜정 애널리스트는 “DVD나 HDD는 저장 용량이 늘어 장시간 촬영이 가능하고,TV와 컴퓨터·PDP 등 다른 매체와의 연결성이 좋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DVD나 HDD는 선명한 화질은 물론 동영상을 PC 등에 직접 연결해 편집을 하는 등 편리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캠코더의 국내 수요는 몇 년째 감소했다.2004년 21만여대, 지난해 20만여대로 줄었다. 업계는 올해 디지털 캠코더의 수요가 16만 5000여대(1435억여원) 정도로 추산한다. 업계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 단말기 등이 동영상 촬영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더 이상 감소하지 않을 것이란 희망섞인 관측도 나온다. 인터넷에서 이용자 제작 콘텐츠(UCC)가 한창 뜨고 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에는 UCC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만에 400만여개의 동영상 UCC가 올라왔다. 나름대로 캠코더 이용자 층이 형성되는 추세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선명한 화질 때문에 일본에서도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국내 디지털 캠코더 시장은 외국 업체가 주류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VD 캠코더’ 2종(VM-DC160,VM-DC560)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제품은 8㎝의 DVD 디스크에 촬영한 동영상을 저장하고,DVD 재생기기에서 바로 재생 가능한 편리한 제품이다. 이중층 기록(듀얼 레이어) 녹화 기능으로 촬영시간이 60여분으로 길어졌다.33배 광학줌과 68만화소의 동영상을 지원한다. 2.7인치 LCD창을 채택했다. 또 멀티 메모리 카드 슬롯을 채용해 메모리스틱,SD카드,MMC 등 다양한 메모리 카드를 활용해 용량을 추가할 수 있다. 손 떨림 보정과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촬영할 수 있는 컬러 나이트 기능도 있다. 세계 최초로 HDD 내장형 캠코더를 출시한 JVC코리아는 ‘JVC 에브리오G’의 새 모델(GZ-MG77KR)을 출시했다. 제품은 20GB 또는 30GB HDD를 채택,DVD 화질의 고품질 동영상은 10시간40분 가량 촬영할 수 있다. LCD에 있는 스틱으로 촬영 도중 제어가 가능해 일일이 메뉴에서 기능을 찾는 불편함이 줄었다. 남은 디스크 용량과 배터리 수명을 알려주는 데이터 배터리 기능과 함께 기존보다 2배 밝은 F1.2 렌즈를 채택해 월등한 화상을 구현할 수 있다. 소니코리아는 자사의 첫 HDD 타입 캠코더를 선보이면서 HDD 타입 캠코더 시장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소니의 ‘핸디캠(DCR-SR100)’은 30기가 대용량 HDD를 탑재해 최대 20시간50분까지 장시간 촬영이 가능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PC와 직접 연결해 원터치 DVD 제작은 물론 다양한 부가 편집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외부충격으로부터 데이터 손실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스마트 프로텍션’ 기능은 데이터 손실 방지는 물론 데이터 복원까지 지원한다. 산요가 최근 출시한 ‘쟉티’(VPC-HD1)는 HD급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캠코더로 저장 매체는 SD 메모리 카드를 사용한다.HD급 영상 촬영시 2GB 메모리 카드로 약 42분을 기록할 수 있다. 제품은 536만 화소에 285도 회전하는 2.2인치 LCD를 갖췄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이렇게 관리하세요 비싼 캠코더를 산 다음에는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지털 캠코더는 사용이 간편하지만 정교한 제품이므로 사소한 실수에 의한 제품 파손율도 높다. 특히 해수욕장이나 수영장 등에서는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광학관련 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렌즈.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한 다음 반드시 렌즈 뚜껑을 닫고 커버를 씌워 보관하는 것이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렌즈에 이물질이 묻었을 때 부드러운 천으로 렌즈에 손상이 가지 않게 천천히 닦아 내야 한다. 특히 계곡이나 바닷가에 빠뜨릴 위험성에 대비해 사용 후에는 항상 커버를 씌워 두는 것이 좋다. 제품이 물에 빠지면 재빨리 메모리 카드와 배터리를 빼낸다. 기기는 망가져도 ‘추억’은 건져야 하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경우 염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회로를 녹슬게 하고 렌즈의 코팅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아주 낮다. 물에 빠진 뒤 작동이 되지 않으면 가능한 한 빨리 가까운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다양한 방수팩이 나오므로 이런 제품을 이용하면 기기를 보호할 수 있고 물 속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제품을 휴대할 경우에는 장시간 햇볕이나 자동차 안에 방치하지 말고 항상 가방 속이나 그늘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 ■ 도움말 홍상섭 삼성전자 AV사업부 마케팅팀 과장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U시티와 파급효과] 집에서 원격진료·코디까지 3년뒤엔 현실로

    [’서울신문 102년-U시티와 파급효과] 집에서 원격진료·코디까지 3년뒤엔 현실로

    서울에 사는 주부 김성경씨는 어젯밤 황홀한 꿈에 흠뻑 취했다. 밖에서는 7월 찜통 무더위라고 난리지만 김씨는 밤새 더위를 모르고 달콤한 잠에 빠졌다. 집안에 설치된 자동 온·습도 조절장치 덕분에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어 뒤척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늘어지도록 기지개를 켠 뒤 화장실에 들러 볼일을 본 다음 곧바로 건강체크를 한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원격검진시스템이 자동으로 몸무게를 재고 혈압·혈당까지 체크해 결과를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보낸다. 맞벌이인 김씨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인터넷이 연결된 거울 앞에 서서 코디를 한다. 옷을 새로 살 때마다 계절·날씨별로 구분해 색상, 어울리는 액세서리 등을 조합 입력해놓은 터라 굳이 이옷 저옷 입어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거울에 비친 가장 멋있게 조화된 ‘오늘의 코디’를 따라 옷을 꺼내 입으면 된다. 부부가 옷을 입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거실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누른 뒤 아이들을 챙겨 현관 밖에 나오면 바로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비록 기계음이지만 반갑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출근하자 사무실 인터넷 원격제어장치를 통해 집안 자동 환기장치를 작동시킨다. 날씨가 구질구질해 창문을 제대로 열어 놓지 못하는 바람에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는데 출근할 때 그만 조절장치 켜놓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이다. 점심 휴식시간. 인터넷으로 저녁 식탁에 오를 반찬을 만들기 위해 집 근처 할인매장 원격구매 창구를 연결해 시장을 본다. 퇴근해 단지 관리소로 배달된 물건을 찾기만 하면 된다. 오후 3시 휴식시간에는 아이들이 걱정됐다. 인터넷으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설치된 CCTV를 연결한다. 개구쟁이 2학년 아들놈이 친구들과 힘차게 뛰어놀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남은 일과를 처리한다. 퇴근 시간 아파트 단지 제과점에 들러 입주민 전용 카드를 내자 점원은 김씨의 구매내역을 살핀 뒤 좋아하는 빵을 추천한다. 카드로 빵값을 결제하고 아파트 로비에 들어서자 카메라가 김씨를 자동 인식후, 출입문을 열어준다. 엘리베이터는 별도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그녀를 정확하게 집 앞에 세워준다. 저녁엔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거실에 앉아 원격 버튼을 누르니 와이드 TV가 천장에서 내려온다. 한 곳으로 향한 스피커로 영화감상을 한다.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에게 방해를 주지않기 위해서다. 김씨가 전날 밤 꾼 파노라마 꿈이다. 하지만 2009년에는 현실로 다가온다. 지난해부터 본격 시작된 U-시티 조성사업이 날개를 달았다. 관련 법규도 마련됐고, 주공·토공 등 택지개발사업 시행사와 업체간 컨소시엄 구성도 활발하다. 택지지구는 모두 U-시티가 도입된다. 주공이 추진하는 파주 신도시를 비롯해 토공이 추진하는 판교·동탄·흥덕신도시·인천 송도 신도시 등이 해당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처럼 완벽한 U-시티 서비스를 누리는 인구가 2015년에 23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진행 중인 택지지구 입주 주민을 산출한 수치다. 그러나 이들 U-시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파급효과는 인근 기존 도시로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는 이미 초고속정보통신망이 깔렸기 때문에 각종 U-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영옥 수석연구원은 “U-시티는 택지개발-건설사-입주민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 따라 3단계 IT산업 부가가치를 가져온다.”면서 “입주민들이 부가서비스 확장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U-시티는 IT산업 신규 시장 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U-시티가 건설산업과 융합하면서 IT산업의 새로운 시장 규모를 키워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련 산업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장비·단말기, 플랫폼 시장과 이를 응용한 서비스·전자상거래·원격기술 등을 포함한다.2010년 세계 시장은 7025억달러, 국내 시장은 현재 13조 7000억원에서 51조 4000억원 규모로 커진다. U-시티 부가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U-홈네트워크,U-헬스,U-교육 등이다. 홈네크워크 서비스는 원격검침·원격제어·인터넷TV·양방향 홈쇼핑·가정보안·홈엔터테인먼트 등이다. 헬스 서비스로는 원격진료·의료정보 서비스·피트니스 서비스·응급처치 등을 꼽을 수 있다. 교육분야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해낸다. 교육용 디지털 콘텐츠개발·교육 포털서비스·원격교육 등의 부가가치가 기대된다. 반가운 것은 첨단정보통신기술을 주거문화에 접목하는 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존재라는 것. 잘만 하면 국내 주거생활 혁명은 물론 세계 시장에 U-시티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트이고, 향후 10년간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업체별 U-시티 전략 지금까지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은 분양가와 입지여건이었다. 그만그만한 업체들이 공급하는 틀에 박힌 아파트는 특징이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를 고르는 기준이 편리함과 쾌적성으로 옮아가고 있다. 첨단 IT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편리함과 쾌적성을 갖춘 U-서비스 제공 아파트가 미래 아파트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주택공사는 파주시,KT와 함께 파주 운정신도시를 세계 최초의 U-시티 시범도시로 개발하기로 했다. 도시개발 사업 시행자와 지자체, 첨단IT서비스를 제공할 회사가 함께 컨소시엄으로 참여한다. 도시 인프라 구축 과정부터 U-서비스 제공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도 이 기반에 맞춰야 한다. U-시티는 크게 개발사업자와 건설사, 첨단IT정보업체, 부가서비스 제공 업체가 하나로 뭉쳐야 가능하다. 관련 업체의 짝짓기가 유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 CNS,LG전자,LG이노텍,LG엔시스,LG화학, LG텔레콤, 데이콤,GS건설,LS전선,LS산전 등 10개 업체는 유비쿼터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LG 유비쿼터스 포럼’을 구성했다.LG 7개 계열사는 유비쿼터스 서비스 솔루션 개발,IT인프라 구축, 이통통신 및 기간통신 서비스 개발 등을 맡았다.GS건설은 도시 건설 및 개발을, LS 2개사는 광통신 및 전력 인프라 구축 등을 각각 담당하는 체제다. 대부분의 건설사도 통신·솔루션 업체와 짝을 맺었다. 삼성물산은 한발 나아가 소비자 중심의 유비쿼터스 확장을 선언했다.U-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는 깔렸는데 정작 소비자의 가전 제품이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바람에 확장이 안돼 상호 네트워크가 가능하지 않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았다. 어떤 가전 제품이라도 호환체계로 바꿔주는 사용자 중심의 U-아파트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발언대] ‘자전거 좌·우브레이크’의 교훈/오창수 익산보훈지청

    어린시절 아버지께서는 가족들과 식사를 하시면서 밥상머리 교육을 자주 해 주셨다. 매사에 방심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자전거 얘기를 하신 기억이 난다. 자전거가 생산되지 않던 광복전후 무렵 일제 자전거는 부의 상징이었다. 산악지대인 운봉에서 남원으로 내려오는 지리산 자락의 연재에서 어떤 사람이 내리막길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 쓰고 있던 밀짚 모자에 얼굴을 가려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며 조그마한 일이라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의 말씀을 하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자전거는 마을유지들이나 타고 다니는 것이지 우리들에게는 먼 얘기였다. 그러다가 면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자전거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때도 자전거를 만져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일부 부잣집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전거 양옆 핸들이나 짐 싣는 곳에 책가방을 맡긴 채 시오리길을 자전거에 맞춰 달려야만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군대를 마치고 한참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사실 자전거 탈 줄을 몰랐었다. 그러던 중 함께 테니스를 하던 목사님의 가르침으로 자전거를 배웠다. 지금도 출퇴근은 물론 웬만한 거리는 편리함 때문에 자전거를 애용한다. 이렇게 자전거를 애용하고 혹사시키다 보니 며칠 전에는 오른쪽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 주중에는 시간이 바빠 고치지 못하고 불편하지만 조심하며 타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치기로 마음먹었던 오늘 아침 경사진 곳에서 조심하면서도 넘어졌다. 단순히 한쪽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니 절반만 속도를 줄이면 되겠다는 안이한 생각이 빗나갔다. 하나에 하나를 보태면 둘이 아니고 둘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자전거 앞바퀴를 제어하는 오른쪽 브레이크가 주 브레이크이고 뒷바퀴를 제어하는 왼쪽 브레이크가 보조 브레이크란다. 브레이크는 균형을 잡아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는 개개인은 물론 사회, 국가적으로도 통합이 화두로 자리하고 있다.5·31지방선거가 끝나고 호국보훈의 달도 이제 막 지났다. 각 계층간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이 절실하다. 그에 걸맞은 마음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창수 익산보훈지청
  • [세이프 코리아] ‘터널안전’ 이대로 좋은가

    [세이프 코리아] ‘터널안전’ 이대로 좋은가

    산악지형의 도로에서는 터널을 자주 만나게 된다. 터널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험한 산길을 곡예운전하며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필요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터널은 운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화재 등 사고발생시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운전자의 경각심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1997년 이전에 만들어진 터널의 상당수는 스프링클러 등 각종 소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노후 터널에 대한 꾸준한 시설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화마(火魔)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시령 터널 소화전 186개·소화기 372개 최근 완공된 대표적인 터널은 미시령 터널이다.2001년 7월 착공,4년 9개월 만인 지난 4월30일 완공됐다.5월3일 임시개통에 이어 7월1일부터 공식개통됐다. 미시령 터널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부터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까지 이어지는 3.69㎞ 길이다. 죽령터널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긴 도로 터널이다. 이 터널이 뚫리면서 강원도 동북쪽 해안까지의 거리가 20여분이나 단축돼 차량통행량이 부쩍 늘었다. 터널을 관리하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측은 성수기인 7월부터 11월까지 하루 평균 2만대의 차량이 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지어진 터널답게 이곳의 방재시설은 수준급이어서 안전모델로 꼽힌다. 화재가 발생하면 센서가 미리 감지, 천장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스프링클러는 기본사양으로 갖춰져 있다. 또 소화전과 소화기도 각각 186개,372개로 40m,2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운전자들이 소화전 등을 이용해 초기진화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화재 때 운전자가 대피할 수 있도록 피난공간을 275m 간격으로 13곳이나 설치했다. 고속도로 상의 대부분의 터널에서는 피난연락갱이 750m마다 설치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안전공간’을 대폭 확보한 것이다. 이밖에 비상주차대, 비상전화기 등도 완비돼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9일 강원소방본부와 군·민 합동 긴급구조훈련을 갖는 등 터널 화재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어 최신 시설을 갖춘 미시령 터널은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터널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령 터널 운전자 피난공간 13곳 일반적으로 도로 터널은 일반 도로보다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낮다. 운전자들이 주변이 막힌 터널 안에서는 안전 운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터널 교통사고가 화재로 번졌을 때 터널 안 온도는 보통 1000도를 넘는다. 알루미늄 등은 물론 구리도 녹일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때 전동차가 녹아내린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기존 터널의 방재 시스템은 낙제점에 가깝다. 지난해 11월 일어난 대구 달성2터널 미사일 추진체 탑재차량 화재 사건은 터널 내 방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 상행선의 환풍시설은 30㎾짜리 6대. 그러나 추진체 폭발과 동시에 전력시설이 녹아내려 무용지물이 됐다. 비상조명등과 소화전 표시등 역시 전선이 녹으면서 작동을 멈췄다. 비상 안내방송도 없었다. 터널 입구에서 불어온 바람이 차량 진행방향으로 연기를 밀어내지 않았으면 자칫 대형 참사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았다. 이에 앞서 2003년 6월에 발생한 홍지문터널 화재 때도 환기시설이 20여분 동안 작동을 멈췄다. 이에 따라 연기가 빠지지 않고 유도등마저 꺼지면서 터널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40여명은 연기 등에 질식돼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방재시설 설치지침 소급안돼 옛터널 무방비 기존 터널의 가장 큰 문제는 옥내소화전, 비상경보등, 무선통신설비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 터널 대부분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기 전인 97년 9월 이전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당시에는 방재시설을 갖추는 것은 필수사항이 아니었다. 또한 2004년 12월 각종 방재시설 설치 기준이 1000m에서 500m로 강화된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지침이 내려졌음에도 상당수의 지방터널은 시설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률의 소급적용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등 관리 주체들이 예산 부족으로 터널 방재시설 확충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표시나는 사업에만 예산을 집중하기보다 안전문제 개선에 투자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터널사고 대처방법은 유럽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의 길이는 상당수가 10㎞를 넘는다. 때문에 터널에서의 화재는 엄청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터널 대형참사는 스위스 중부 고타르 터널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이다. 알프스 산맥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고타르 터널은 전장이 16.3㎞로 세계에서 두 번째 긴 터널이다. 2001년 10월 터널 남쪽 출입구로부터 약 1㎞ 떨어진 곳에서 연쇄 차량 추돌사고가 난 뒤 화재가 났다. 이로 인해 11명 사망,28명 실종이라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알프스 일대 터널 화재는 이전에도 자주 발생했다.99년 3월 프랑스 동부와 이탈리아 북부를 연결하는 전장 11.6㎞의 몽블랑 터널에서 화재로 39명이 희생됐다. 화물 트럭에서 불이 난 게 원인이었다. 또한 그해 5월 페인트 등을 싣고 오스트리아 타우언 터널을 지나던 트럭이 사고를 내면서 불이 나 12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터널은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덕분에 아직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터널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터널들은 대부분 소방서에서 1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화재의 초기 대응이 가능한 시간은 5분임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소방서에 의존하기보다 운전자와 인근 주민들의 대응이 중요하다. 터널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차량과 함께 일단 밖으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터널 화재는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엄청나게 뿜어내기 때문이다. 또한 차량을 터널 내에 두면 소방차 진입에 방해가 된다. 차를 몰고 나오는 게 불가능하다면 차량을 최대한 터널 내 벽쪽으로 붙여 정차시키고 키를 꽂아둬야 소방·구급구난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터널 내 화재 발생신고는 소화기함이나 소화전함에 비상벨을 누르거나 휴대전화로 119에 알린다. 초기 진화가 가능하다면 20∼5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는 소화기나 소화전을 이용해 불길을 잡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터널 운행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앞 차량과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는 운전습관이 중요하다. 그래야 터널에서 화재가 났을 때 차량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녹색공간] 한강의 물을 빼자/ 노수홍 연세대 교수 청계천살리기연구회장

    1982년 시작한 한강 종합개발 사업으로 한강은 구조적으로 생태적으로 크게 변하였다. 수중보를 만들고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파내어 강을 호수로 만들었다. 강에 있던 대부분의 백사장과 습지가 사라지고 고수부지와 제방에 있던 나무들도 모두 제거되었다. 강변을 따라 콘크리트 제방을 쌓고 분류하수관거와 올림픽대로를 건설했다. 또 둔치에는 시민공원을 만들었다. 서울시는 이 사업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익사업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강 생태계가 파괴되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지금 같은 거버넌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시대였다. 우리의 환경의식이 향상되면서, 특히 청계천 복원에 따른 학습효과 덕분에 한강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한강을 위하고 우리 후손들을 위하는 지속가능한 일은 무엇인가? 한강의 구조적 변화와 문화·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수중보로 막혀 호수화된 한강은 저수로 폭이 725∼1175m로 매우 넓어 우리가 쉽게 다가가기에 두려움을 느낀다. 프랑스 센강의 폭이 100∼200m 이고 영국의 템스강 폭도 100∼300m 정도이다. 개발사업 전의 한강에 물이 흐르는 강폭은 현재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년 중 홍수 때 수위가 높아지는 10여일을 제외하고 한강 강폭은 우리에게 친숙한 규모였다. 그리고 넓은 백사장과 습지는 서울시민과 한강의 생태계에 매우 소중한 휴식처와 안식처가 되었다. 아울러 한강 어느 곳에서도 둑만 넘으면 강물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건설이 시민들을 한강과 분리시켰다. 편리한 접근성을 빼앗긴 시민들에게서 한강에 대한 친근감은 급속히 사라져 갔다. 그러면 한강이 시민의 품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미 거대해진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주민들이 누리는 혜택-홍수 피해의 방지, 교통의 편리함, 풍부한 상수원의 공급 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한강을 되살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고 간단한 방법은 한강 하류에 있는 신곡 수중보의 5개 수문을 열어 한강의 물을 빼서 강폭을 300m에서 500m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센강과 템스강보다 넓은 강폭을 가지면서도 우리에게 옛날 같은 친근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한강 종합개발 사업과 지속적인 준설사업으로 이전의 백사장과 습지는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한강 본래의 흔적은 찾을 수 있고 시민들이 한강을 새롭게 보고 생각하게 하는 계기는 되리라고 본다. 한강의 시민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이 일년에 4800만명 정도다. 청계천에 두달 동안 1000만명이 온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숫자다. 그것도 시민의 80% 이상이 주말에 한강을 찾아온다. 한강의 접근성이 문제다. 시민들의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 즉 한강의 제방 어느 곳에서도 5분 이내에 걸어서 강으로 갈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접근로를 신설하는 것이다. 또 한강 다리의 차선을 양쪽 다 하나씩 줄여 보도와 자전거도로로 사용하고 다리의 시작과 중간지점에 강으로 내려갈 수 있는 접근로를 신설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다. 청계천 복원의 경험에 의하면 기존 다리의 차로 축소가 서울시의 교통체증을 더욱 심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보행자를 위한 교통정책을 한강의 다리에도 적용하는 일이다. 한강이 가지는 생태적, 사회·문화적 가치를 최대한 복원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한강의 구조적 변화는 꼭 필요하다. 한강의 물을 빼서 시민들이 잊어버린 한강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잃어버린 접근성을 다시 찾아주자. 서울시민은 청계천 복원에서 그 가능성을 이미 보았다. 노수홍 연세대 교수 청계천살리기연구회장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2) 평등에 관한 명상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2) 평등에 관한 명상

    평등도 자유(21회 글)처럼 근대사상의 핵심 주제다. 무엇보다 먼저 평등의 요구는 불평등한 현실이 참을 수 없기에 일어난 것이다. 불평등한 현실은 사회의 생존경쟁이 불공정한 게임의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같다. 그것은 사회생활이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고 어떤 사람들에게 아주 불리한 조건들을 갖고 출발하게 하는 경우를 말한다. 신분계급에 의한 불평등, 학벌에 의한 불평등, 종족에 의한 불평등, 성별에 의한 불평등, 직업에 의한 불평등 등이다. 이런 불평등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다 쉽게 알 수 있다. 근대적인 평등의 요구는 저런 중세적 불평등을 부정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불평등 부정의 사상은 인간사회에서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자비정신의 반영이겠다. 어떤 이들은 불평등 부정의 정신을 불의에 대하여 분노한 사회정의의 요구로 읽기도 한다. 나는 불평등 부정의 정신이 정의의 요구보다 오히려 자비의 정신에 더 가깝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불의에 대한 분노의 정신으로서의 정의감은 어딘지 화가 나 있어서 정의란 이름으로 나온 불의에 대한 증오가 새로운 불평등을 복수심에서 낳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불평등 부정의 정신이야말로 사회적으로 억울함을 느끼는 자들이 받는 마음의 고통을 풀어주는 자비의 정신으로 여긴다. 이 불평등이 왜 사회적으로 생겼을까?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불평등의 억울함을 당할 필요가 없었다고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인간불평등 기원론’에서 밝혔다. 루소는 자연상태와 사회상태를 대칭적으로 읽으면서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선량했으나, 사회상태에서 인간이 타락하기 시작했다고 여겼다. 말하자면 ‘생각하는 인간은 타락한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루소 철학의 출발점이다. 생각하는 인간은 지능을 가진 동물이다.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생물학적 본능으로 단순 생존을 추구해 나갔는데, 인간의 지능이 동물적 본능의 역할을 대행함으로써 인간은 생물학적 본능의 자연상태를 떠나 사회학적 지능의 사회상태로 이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악은 이 사회상태에서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악은 사회상태를 가져온 지능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능이 인간 사이에 우열을 낳게 하고, 이익을 더 많이 낳는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고, 사유 재산을 더 많이 확보하면서 불평등한 지배체제를 굳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 의하여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도처에 지능의 차이로 인간이 스스로 족쇄에 갇혀 사는 불평등과 부자유의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루소의 이런 철학은 20세기 프랑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에 영향을 미쳤다. 레비스트로스는 자연상태에서의 상호교환의 거래였던 토테미즘이 타 집단에 대한 자기집단의 지능 우위가 입증되면서 토테미즘이 순식간 카스트제도로 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루소가 말한 감각적 본능과 자연적 균형으로 살 수 있었던 인간의 자연상태나,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토테미즘적 완전교환의 상태는 다 유가적 요순 사회와 유사하고, 또 마르크스가 본 원시공산사회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저런 원시공동체는 인간에게 사회적 지능이 등장한 이래로 상실된 낙원과 같다. 낙원의 상실은 사회적 지능의 등장이 가져온 필연적 귀결이다. 구약 창세기에 아담과 이브가 먹었던 금단의 열매도 지능이 인간에게 생겨서 낙원을 잃게 된 인간의 현실을 알려주는 탁월한 신화로 보아야겠다. 지능은 문명의 편리함을 상징하는 경제기술을 발명했으나, 지배종속의 차별을 낳았고, 의기양양한 승자와 앙앙불락한 패자의 사이에 헤겔과 마르크스가 본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결과에까지 이르게 했다. 루소와 마르크스 같은 근대 철학자들의 한결같은 염원은 지능으로 낙원을 상실한 인간의 사회생활이 어떻게 하면 자연상태의 원시적 순수성으로 재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사회주의의 실습을 통해 공산주의 부활을 꿈꾼 마르크스의 온갖 헛수고를 여기서 다루지 않더라도, 루소의 저서인 ‘사회계약론’도 저런 의도와 같은 맥락에 속한다. 그의 정치사상은 사회생활에서도 자연상태의 부활이 가능한 길을 터놓기 위한 도덕적 정치의 이념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루소와 마르크스가 생각한 이상적 도덕성의 요구가 실질적으로 선의 도덕성만 구현한 것이 아니고, 그들이 예견하지 못한 불선(不善)의 짙은 어둠을 동반하게 되었다. 현대생활은 그 어둠을 경험하고 있다. 자유사회의 이상은 본의 아니게 이기주의의 보호막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생겼고, 평등사회의 이상은 불평등의 억울함을 씻어주기보다 오히려 대등적 평등주의의 가치관을 정당화시켜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대등적 평등주의 가치관은 소유론적 평등주의의 가치관과 같다고 하겠다. 가브리엘 마르셀이 그의 저서 ‘인간적인 것을 거역하는 인간들’에서 잘 지적했듯이, 대등적 평등주의의 가치관에는 ‘나는 너와 같다.’는 의식이 강렬하게 깃들어 있다.‘너는 나의 형제다.’라는 형제애를 나타내는 말과 달리 ‘나는 너와 같다.’라는 대등의식은 소유적 불평등에 참을 수 없는 질투와 시샘을 느끼는 심리를 진하게 풍긴다. 대등적 평등주의는 불평등을 부정하는 자비정신과는 다르다. 대등적 평등주의는 강한 자아의 아상(我相)과 아만(我慢)으로 으쓱대고 싶은 자아의 심리와 자기보다 능력이 나은 타자에 대한 증오와 질투의 심리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런 사회는 오직 소유의 다과만을 비교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자연적 평등의 관계로 복원시키고자 한 루소의 정치사상은 오히려 근대사회에서 소유적 대등주의로 미끄러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불평등을 부정하고자 하는 루소의 정신은 오히려 사회 전체를 대등심리로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대등주의가 오히려 사회전체에 원한(怨恨)의 심리를 더 자극하게 되리라는 것을 기원전 동양의 순자(荀子)는 미리 통찰하고 있었다. 순자는 사회를 효과적으로 통치하고 사회질서의 유지와 전쟁방지와 경제복지생활과 다소 사치스러운 문화생활의 향유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낳기 위하여 사회기능을 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념을 순자는 유가의 경전인 ‘서경(書經)’에서 빌렸다. 그 말이 ‘유제비제’(維齊非齊·큰 평등은 동등하지 않게 함)다. 그는 사회가 소유론적 욕망의 대등한 요구로 나아가면 그만큼 사회적 혼란과 무질서가 대두하리라 믿고, 사회를 차이의 예법으로 구분할 것을 주장했다. 이 순자의 사상은 맹자의 공상적 덕치주의와 달리 대단히 유효하고 실질적인 데가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앞에서 거론한 불평등을 부정하는 정신과 잘 맞지 않는 점도 생길 수 있다. 즉 ‘유제비제’가 대등주의의 혼란을 막을 수 있으나, 불평등의 억울함을 씻어주는 데 매우 인색할 수 있다. 순자가 말한 차이의 제도화가 자칫 차별의 불평등을 촉진시킬 수 있겠기 때문이다. 우리의 길은 불평등 부정의 정신을 이으면서 대등적 평등주의에 빠지지 않고, 또 차별적 불평등으로 고착되지 않는 제3의 길을 찾는 데 있다. 루소가 의도하지 않았던 대등적 평등주의나 순자의 ‘유제비제’의 이념이 다 겨냥하고 있는 것은 소유론적 평등관이나 소유론적 차등관이다. 대등한 물질적 소유의 주장이든, 대등한 소유가 오히려 사회질서를 붕괴하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이든, 좌우간에 저 두 주장은 다 소유론적 사상을 견지하고 있다. 인간이 소유론적 평등을 주장하면 그것이 필연적으로 대등론으로 미끄러지고, 인간이 소유론적 차등을 주장하면 그것이 계급적 차별론으로 흘러들어가기 십상이다. 우리의 주장은 평등론이 결코 소유론적으로 정착되어서는 안 되고, 존재론적으로 이해되고 생활화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존재론적 평등론은 첫째로 불평등 부정의 정신을 견지하는 것이고, 둘째로 루소가 생각한 것처럼 인간의 사회상태를 자연상태로 복원시키려는 원력을 함의하고 있어야 한다. 불평등 부정의 정신은 대등한 평등주의의 이념과 다르다. 불평등 부정의 정신은 억울함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자비의 정신이지, 결코 대등한 소유의식의 당돌한 요구가 아니다. 존재론적 평등은 인간의 사회생활을 자연의 만물이 지니는 존재양식인 ‘상관적 차이’(pertinent difference)로서 바라보는 사고방식에서 가능하다. 상관적 차이는 자연의 만물이 서로 다르기에 상관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말한다. 자연의 만물은 자기동일성을 지닌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아래서 자기 존재를 발생시키는 의타기적(依他起的·다른 것에 의존해서 생기는)인 존재일 뿐이다. 쉽게 말하면 새는 벌레들과의 상관적 차이에서, 벌레들은 풀들과의 상관적 차이에서 존재하는 의타기적인 존재일 뿐이다. 타자들이 없다면 자기의 존재도 실존하지 못한다. 이런 상관적 차이가 바로 존재론적 평등의 존재양식에 해당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독립적인 자기동일적 존재가 아니라, 서울신문에 ‘철학산책’의 연재물을 쓰는 의타기적 존재다. 서울신문이 없다면 이 글을 쓰는 나는 실존하지 않는다. 나는 서울신문을 통하여 내 생각을 발표하기에 서울신문이 고마운 존재고, 서울신문도 나의 현전으로 조금은 영향을 받았겠다. 이것이 의타기적인 존재방식이다. 기업의 자본가는 자본과 경영의 측면을 상징하고, 노동자는 기술과 노동의 측면을 대변한다. 또 우리는 기업의 제품을 사는 소비자다. 자본가와 노동자와 소비자는 다 기업의 존재를 평등하게 유지시켜 주는 의타기적 존재양식을 띤다. 이 셋의 관계에서 일방이 없으면 타방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의타기적인 차이의 상관성이다. 대등주의나 차별주의는 다 자연의 길이 아니다. 자연의 길에 인간의 미래적 희망이 있다. 평등은 인간의 자존심 대결을 정당화시키는 대등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서로 다르기에 서로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는 자연적 존재방식을 말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무정차 시스템 ‘하이패스’ 6년째 겉돈다

    무정차 시스템 ‘하이패스’ 6년째 겉돈다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교통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최첨단 요금징수시스템인 ‘하이패스(HiPass)’제도가 겉돌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 2000년 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 등 유료도로 요금징수체계의 일대 혁신을 ‘꿈꾸며’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이같은 무정차 지불시스템이 6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하이패스 제도의 허실을 짚어 본다. 15일 하이패스 시스템의 운영자인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현재 이 시스템 이용자는 국내 전체 교통량의 4.2%에 머물고 있다. 일본이 교통량의 41%가량을 우리와 같은 하이패스로 소화해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마저 하이패스 이용률이 4%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말 도로공사가 이용구간을 외곽순환도로 청계와 성남영업소 등 기존 3개소에서 인천과 남인천, 하남, 토평톨게이트 등 10개소를 늘리면서부터다. 도로공사는 이달초 경제적 효과를 감안, 올해 17개소 45개 차로에 하이패스를 추가로 설치하고 2007년까지 전국 모든 톨게이트로 확대하겠다는 장밋빛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용카드 충전의 문제점과 고가의 차량용 단말기 등 보급확대에 여러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전자화폐인 하이패스 플러스카드. 사용할 요금을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이용, 충전시켜 사용해야 하지만 카드사용이 걸림돌이다. 현금은 톨게이트에서 즉석 충전이 가능하지만 신용카드의 경우 영업소를 방문해야 한다. 그나마 영업소를 찾는다 해도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LG와 신한으로 제한해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이다.2003년까지는 농협 등 다른 금융기관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했으나 갑자기 바뀌었다. 도로공사측은 전자카드가 수동식에서 지금의 스마트카드로 바뀌면서 카드수수료 등의 문제로 제한했다고 설명하지만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스마트카드를 삽입해 사용하는 차량단말기(OBU) 가격과 구입장소 등도 신규 가입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가격이 5만원가량으로 부담스러운 데다 그마저 부착하려면 도로공사 영업소를 찾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15개 회사들이 다양한 가격의 차량용단말기를 만들어 시내 곳곳에서 판매·부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선 6년이 넘도록 하이패스 보급이 제자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가입자수가 늘어날 경우 단말기의 가격인하와 타은행 신용카드 사용도 확대하기로 계획만 하고 있을 뿐, 상황의 반전을 소비자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실태와 문제점 무정차 요금징수시스템(자동통행료징수시스템·ETCS)은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하이패스’로 통칭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카드를 삽입한 OBU(차량용단말기) 장착차량이 요금소에 진입하면, 요금소 안테나와 OBU간 무선이나 적외선 통신으로 정보를 교환하여 스마트카드에서 자동으로 통행료를 수납, 영업소 주전산기로 수납결과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하이패스가 지독한 동맥경화 증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고속도로의 해결사로 나서게 된 것은 차량이 정지하지 않고 달리는 상태에서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이패스 등장과 고난의 연속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하이패스의 보급확대는 시간과 돈의 절약이라는 도입취지를 감안,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상습 지옥체증 구간인 톨게이트에서의 차량정체가 해소될 경우 그 경제적 이익은 한해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정부도 하이패스의 크나큰 경제적 효과와 매연절감 등 환경적 효과를 감안해 지난 2000년 6월30일 외곽순환도로에 첫선을 보이며 ETCS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난이 시작됐다. 지난 2002년 정보통신부가 하이패스 이용 주파수 변경을 요구하면서 같은해 6월 하이패스 사업에 고비를 맞았다. 도로공사측은 이 사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위기에 봉착, 하이패스단말기 판매를 일시 중단시켰다. 이후 주파수를 변경하고 적외선 방식이 등장하기까지 1년여 동안 하이패스는 이용자가 적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를 맞았다. 차로만 줄었다는 운전자들의 반발도 컸다. 당시 도로공사측은 기존의 하이패스 이용자 1만 7000명 외에는 이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완전히 차단했다.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수도권 출퇴근 운전자들은 사업이 정상화된 이듬해 초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의 적외선 방식이 채택된 것은 지난 2003년말. 도로공사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하이패스 이용자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가입자를 늘리는 데는 실패했다. 예상보다 쉽사리 운전자들이 다가오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는 생소한 제도에 주민들의 부적응 등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지만 정작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신용카드 제한이 주범 하이패스의 성패는 사용상의 편리함 못지않게 시스템 구입의 용이성 등이 뒤따라야 하지만 도외시됐다. 값싼 차량단말기의 보급과 탈부착의 편리성, 전자화폐 구입장소의 확대 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하이패스 시행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용자가 적은 이유이다. 단말기 설치장소와 사용가능한 신용카드 제한 등 문제점을 간파한 도로공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업소를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해 스마트카드를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인 등을 제외하곤 사용자가 전무한 실정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먼저 회원가입을 한 뒤,5만원가량 하는 차량단말기와는 별도로 1만 6000원가량 하는 카드리더기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이마저도 특정사 모델로 한정하고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게다가 스마트카드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계좌이체에 의지해야 하고 신용카드는 신한카드 이외엔 사용이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러해 하이패스 홈페이지에 충전 시뮬레이션까지 선보여도 운전자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 도공에 따르면 인테넷 이용률은 현재 하이패스 이용자의 0.8%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신용카드의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것은 카드가맹점 수수료 때문으로 전해졌다. 일반 카드수수료는 1.8∼2.0%이지만 도로공사는 안정적 수수료 유지를 위해 1%를 제시한 LG와 신한 등 2개사 카드로 제한했다. 그러나 반론이 만만치 않다. 스마트카드의 충전은 하이패스 가입자가 사실상 요금을 선불로 내는 것으로 다소 차이가 나는 가맹점 수수료를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말기 구입장소를 영업소로 제한한 점에 대해 도로공사측은 “가격이 7만원인 단말기 가격 가운데 2만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관리차원에서 영업소에서 부착하고 있다.”고 밝힌다. 교통전문가들이 경정비 등 특정업체에 위탁해 부착하는 방법도 제시하곤 하지만 도로공사측은 오불관언이다. ●차량단말기와 과태료 단말기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적지 않다. 지난 2003년 보급이 시작된 적외선 단말기의 경우 차량전원 대신 자체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 주기적으로 이를 교체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화면이 발광되지 않아 밤중에 식별이 곤란하다. 낮시간대에도 화면 지속시간이 짧아 운전자가 잔액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꼬리를 물고 있다. 잔액이 보이지 않으니 스마트카드에 돈이 부족한 상태로 하이패스를 통과하는 차량이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하이패스 미가입자들의 이용을 막는다며 도로공사측이 얼마전부터 1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바람에 가입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건설교통부와 도로공사가 미납차량들의 하이패스 차로 통과를 막기 위해 차단기까지 설치하겠다고 말해 반발을 사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도로공사와 건교부 등 관계부처는 하이패스 차로만을 연차적으로 확대해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공연리뷰]뮤지컬 ‘레딕스, 십계’… 장대함 압권

    [공연리뷰]뮤지컬 ‘레딕스, 십계’… 장대함 압권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프랑스 뮤지컬 ‘레딕스, 십계’가 왜 전문 공연장의 편리함과 안온함을 포기하고 체육관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수긍이 갔다. 원형 경기장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른 폭 55m, 높이 17m의 초대형 무대는 그 자체로 관객을 압도했다. 또 무대 양날개와 중앙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은 장대한 스펙터클을 기대하게 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역사와 신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구약성서, 그 중에서도 모세가 이집트로부터 히브리인을 탈출시켜 약속의 땅으로 향하는 ‘출애굽기’의 대서사시는 첨단 영상언어와 무대기법에 힘입어 관객의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특히 이집트인에게 내려진 열가지 재앙과 모세가 행한 홍해의 기적을 형상화한 대목은 짜릿한 시각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스펙터클에 대한 탄성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로 인해 놓쳐야 하는 한계도 무대 위에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다보니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보다는 서사가 중심이 됐고, 이때문에 극 초반부터 관객을 서서히 몰입시켜 마침내 절정에 이르게 하는 감동의 힘은 다소 부족해보였다. 감미로운 샹송과 강한 리듬의 팝이 교차하는 20여곡의 뮤지컬 넘버들은 모두 고른 수준을 보였지만 한번에 귀에 착 감기는 명곡은 없었다. 소재와 주제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같은 프랑스산 뮤지컬인 ‘노트르담 드 파리’의 미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레딕스, 십계’는 뒤로 갈수록 재밌는 작품이다.1막은 느슨하고 밋밋해 지루하게까지 느껴진 반면 활활 불타오르는 떨기나무 영상으로 열리는 2막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공연 전체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커튼콜. 모세가 십계명을 전하는 결말부분에서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관객이라도 배우들이 커튼콜때 합창하는 ‘사랑하고픈 마음’에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배우들의 깜짝 개인기를 감상할 수 있는 두번째 앙코르 무대도 놓치면 후회한다.5월9일까지.1588-612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녹색공간] 소유에서 빌림의 문화로/노수홍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

    정부는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적인 지역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고 공공기관이 임대주택을 많이 건설하며 민간업체의 재개발사업에도 일정부분 이상의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건설하도록 제도화하였다. 또한 임대주택 보급을 확산시키는 방안으로 중대형 임대 주택의 건설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깊이 자리 잡은 주택의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는 아직 쉽지 않은 것 같다. 유럽과 북미 같은 선진국에서 안정적이고 편리한 삶을 제공하는 임대주택은 일반화되었다. 물론 우리와 달리 주택이 투기의 수단이 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규모와 시설을 갖춘 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보급하여 왜곡된 부동산 소유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장묘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다. 이미 화장률이 절반을 넘었고 전문가들은 2010년까지 70% 이상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매장을 위한 토지의 사용을 제한하고 공동묘지의 사용기한제를 도입하여 묘지 터를 빌리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러한 장묘문화의 변화는 인구증가에 따라서 자연이 갖는 한계를 우리가 경험하면서 전통적인 매장문화를 바꾸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자동차 렌트 및 리스 시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공공기관과 기업체들은 자동차를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의 소유에 수반되는 세금, 보험, 정비, 폐차처리 등의 문제점에서 벗어나면서 경제성과 편리함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이다. 임대업이 발달된 미국과 유럽의 렌터카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반인들이 렌터카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은 제주도이다. 그러나 서울 같이 대중교통이 발달한 대도시에서 살면서 자가용을 사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주말여행이나 휴가기간이다. 비행기나 기차 또는 고속버스 같은 대중교통과 연계한 렌터카 서비스 체계가 편리하게 구축되면 대도시에서 자가용의 소유에 따르는 세금, 보험료, 주차료 등을 고려하여 필요할 때 자동차를 빌려 사용하는 문화가 서서히 정착될 것이다. 유럽공동체(EU)는 자연환경의 오염과 자원의 고갈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환경성보장제도를 수립하여 엄격히 집행한다. 전기,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납, 수은, 카드뮴 등의 유해물질의 사용을 제한하는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재활용의무율을 부과하는 전기 전자제품 폐기지침(WEEE), 자동차의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유해물질의 사용을 제한하는 폐차지침(ELV) 등이 대표적인 제도이다. 특히 자동차의 재활용을 2015년까지 85% 이상으로 올리고 대형가전기기와 자동판매기는 75%,IT 및 통신장비는 65%, 소형가전기기와 조명장비는 50% 이상 재활용한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집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EU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EU에서 요구하는 환경기준을 지켜야 한다.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하여 제조업체가 생산된 제품을 재활용하는 비율을 의무화하였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신제품의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사용한 제품의 폐기 절차 및 비용이 증가하므로 부피가 큰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등과 같은 가전제품을 소유하는 것보다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할 수 있다. 또한 제조업체도 제품의 설계 및 생산과정부터 원재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요즘 서울 지하철역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시작한 ‘아름다운 가게’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볼 수 있다.“헌 물건에 새 생명을, 이웃에겐 희망을”이란 구호로 나눔의 아름다움과 자원의 순환을 실천하고 있다. 자연에서 생산한 사물을 일정 기간 빌려서 사용하고 자연으로 돌려 주는 빌림의 문화가 정착된다면 아름다운 자연의 혜택을 우리의 후손들도 이어받을 수 있다. 노수홍 연세대 환경공학과 교수
  • [발언대] 변화하는 철도 운송사업/이건태 한국철도공사 물류지원팀장

    철도소화물이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1905년에 시작되어 100여년 동안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우리나라 철도물류수송 역사에 한 획을 그어왔던 것이 사실이나 최근 택배업의 급성장으로 그 자리를 넘겨주고 공익사업의 막을 내린다. 철도소화물은 택배업의 발달 및 도로망의 지속적인 건설로 1990년에는 2620만개였으나 매년 10%이상씩 감소하다가 2005년에는 412만개로 최고 성장기 대비 84.2%가 급감했다. 택배업은 ‘도어 투 도어’(문전수송)를 통한 원스톱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전국에 100여개 업체가 7400개의 영업점을 형성했다. 이런 민간업체들은 철도로 수송하던 소화물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갔다. 이러한 시장의 환경변화로 철도공사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 철도소화물사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 및 감사원 등으로부터 제기되었고, 취급량 급감에 따라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에서도 철도하역근로자 생계 보호대책을 노사정위원회에 건의했다. 노사정위원회에서도 3자간 합리적 처리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철도소화물사업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3자(한국철도공사, 대한통운주식회사,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가 소화물사업의 합리적 처리를 위한 공동용역을 2005년도에 실시했고 그 결과 철도경영개선 측면에서 조기에 소화물사업을 완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과거 택배사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이전까지는 철도소화물이 공익서비스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나, 문전수송 등 편리함을 극대화시킨 택배사업의 등장으로 철도소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택배수송의 1∼2%에 그쳐 공익서비스 성격도 퇴색되고 활성화도 불가능해 빠른 시일내에 사업폐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철도공사는 그동안 공익서비스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시장에서 물러나지만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및 고객서비스 역할 증대를 통해 초일류기업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건태 한국철도공사 물류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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