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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된 윤석열에 민주당 일제히 맹공…“윤석열 주장은 과대망상”

    정치인된 윤석열에 민주당 일제히 맹공…“윤석열 주장은 과대망상”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사실상 정치 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민주당이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마지막 꼬리표를 뗀 상황이에서 더 이상 공격하는데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차개혁을 호도하는 윤 전 총장의 주장은 과대망상 수준”이라며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 안전과 이익을 인질삼아서 안된다는 주장은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개혁에 편견과 저항으로 점철된 그의 행보는 마지막까지 정치검찰의 전형을 보였다”며 “법치 명분에 불과했고 일부 정치검사의 기득권과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검찰조직을 이용했다”고 꼬집었다. 검찰 관련법 개정 최선두에 서있는 김종민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의 1년 8개월은 검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과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1년반이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검찰 수사권 기소권 분리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부”라며 “수사기소 분리가 헌법정신 파괴라면 국민에게 그런 약속한 정부에 검찰총장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정치인 총장은 윤석열이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위는 한마디로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윤 총장의 표리부동함에 혀를 내두르게된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금요칼럼] 향토사학자/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향토사학자/황두진 건축가

    “모든 정상적인 사람은 나이가 들면 향토사학자가 된다.” 언젠가 스쳐 지나가듯이 들은 말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 말의 출처도 확실하지 않고, 심지어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그런데 처음 들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에 다가온다. 그리고 향토사학이나 그와 비슷한 것에 조금씩 관심이 가고 있음을 깨달으며 스스로 깜짝 놀라기도 한다. 겨울이 서서히 물러나고 봄이 저만치 오는 길목의 어느 주말, 남행길에 올랐다. 언젠가부터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절반은 호기심, 절반은 나름 진지한 관심으로 한국의 초기 근대 건축가 한 사람의 삶을 추적해 오고 있다. 마침 그가 1920년대에 설계했다고 전해지는 한 여자 고등학교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고, 그 학교 박물관에서 여러 자료를 볼 수 있었다. 그 학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과정을 통해 지어진 것이었다. 1920년대 초 지역 유지들이 뜻을 모아 재단을 만들고 학교 건립을 위한 재원도 어렵게 마련했다. 부지를 확보하고 바야흐로 땅을 고르고 있던 무렵 일본 식민 지배자들의 방해가 시작됐다. 애초에 사립으로 시작된 학교를 공립으로 전환하되 기존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심지어 건설비도 상당 부분 부담할 것을 강요했다. 말이 공립학교지 사실상 민간이 재원을 조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온 지역 사람이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식민 지배자들의 입장은 완고했다. 게다가 정 사립학교를 세우려면 다른 부지를 새로 확보하고 재원도 추가로 마련하되 남자 학교가 아닌 여자 학교여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남학생들은 일본에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지역 사람들은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 지역 출신으로 서울에서 개업하고 있던 한국 건축가에게 학교의 설계를 맡겼다. 그 결과 그때까지 한반도에 지어진 것 중 가장 크고 훌륭한 학교 건물을 갖게 됐다. 그 학교 여학생들은 훗날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났을 때 그에 동조해 저항운동을 시작함으로써 여학생에 대한 식민 지배자들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트리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 그 건물은 사라지고 학교도 다른 부지를 구해 이사 갔지만, 새로 조성된 교정에는 어딘가 원래 건물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역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흔적을 남기는 법이다. 그 학교에서 차로 조금 더 가면 바로 그 건축가의 고향이었다. 그의 생가 그리고 묘소를 찾았다. 생가는 심하게 변형되기는 했으나 다행히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묘소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묘비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남의 집안 선산을 뒤지고 다녔는데, 정작 어렵게 찾아간 그 지번은 텅 빈 상태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후손들이 모두 지역을 떠나게 되면서 선산을 정리했다고 한다. 간단히 예를 갖추고 준비해 온 소주 한 병을 주변에 뿌리면서 그의 생애를 되새겨 봤다. 20세기 초반 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을 때 그에게 건축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일을 하고, 또 자신의 삶을 살았을까. 그날 밤 숙소에 앉아 그야말로 향토사학의 정수인 그 지역의 군지와 읍지를 읽었다. 마침 그 학교의 역사를 담은 교지도 빌려 올 수 있었다. 군지보다는 읍지가, 읍지보다는 교지가 대체로 더 마음에 다가왔다. 그 차이는 아마도 구체적인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잘 보이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사람이 보이지 않거나 위대한 인물만 등장하는 역사보다는 이런 역사가 더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좀더 많은 향토사학자를 필요로 한다. 세상이 정상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참, 그 건축가의 이름은 이훈우다.
  • [책꽂이]

    [책꽂이]

    피에 젖은 땅(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글항아리 펴냄)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와 스탈린이 저지른 대량 학살을 집대성한 연구서. 10개 언어로 된 16개 기록보관소의 자료를 샅샅이 뒤져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 서부까지 이르는 ‘블러드 랜드’의 살육현장을 고발한다. 832쪽. 4만 4000원.편견의 이유(프라기야 아가왈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펴냄) 행동과학자로서 우리가 편견을 갖게 되는 원인과 차별과 혐오의 기원을 규명한다. 편견을 없애려면 우리 일상의 언어에서 집단 전체를 지칭해 일반화하는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60쪽. 2만 2000원.넥스트 프레지던트 뉴코리아 비전과 도전(김택환 지음, 자미산 펴냄)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가 차기 대통령의 요건과 자격을 제시한 책. 대한민국이 새로운 동북아 질서 핵심축이 될 기회를 맞고 있으며, 부자나라가 되려면 개방 경제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63쪽. 1만 6000원.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제이컵 M 애펠 지음, 김정아 옮김, 한빛비즈 펴냄)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다양한 의학윤리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의사와 환자, 보호자로서 생각해 볼 문제들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로 가다듬었다. 중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의사 면허를 줘야 할까, 태아는 누구 소유일까 등의 79개 난제에 답변을 한다. 396쪽. 1만 7800원.미 해병대 이야기(한종수·김상순 지음, 미지북스 펴냄) 전쟁사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들이 세계 최강의 전투 부대로 꼽히는 미 해병대의 살아 있는 역사를 엮은 책. 미국 독립전쟁 시기부터 창설된 미 해병대는 신속 대응군으로서 이슬람 해적, 스페인, 일본군과 전투를 벌여 왔고, 한국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의 주역이기도 했다. 592쪽. 2만 2000원.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천선란 외 4인 지음, 허블 펴냄) 천선란, 박해울, 박문영, 오정연, 이루카 등 여성 SF 작가 5명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과 행성을 주제로 한 앤솔러지를 냈다. 자신만의 행성, 우주 등을 상상하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240쪽. 1만 3000원.
  • 기안84 웹툰이 약자 편이라는 착각

    기안84 웹툰이 약자 편이라는 착각

    만화가 기안84(본명 김희민·36)의 웹툰 ‘복학왕’은 2014년부터 네이버에 연재됐다. 현실적이고 지질한 인간묘사는 만화의 힘이었지만 동시에 여러 논란을 낳았다. 청각장애인·외국인 노동자 비하 논란 ‘복학왕’은 작중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속으로 하는 생각임에도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눌한 어투로 표현하고, 민폐를 끼치거나 나사빠진 행동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기안84는 지속적으로 특정 장애에 대해 차별을 계속해 왔다. 편견을 고취시킨 것도 모자라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희화화했다.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입장을 내기도 했다.기안84는 논란이 되는 부분을 수정한 뒤 해당 회 말미에 입장을 내고 “많은 분이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 있었던 점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 성별, 장애, 특정 직업군 등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작품을 재밌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그 다음화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회사 세미나 장소로 제공된 더러운 숙소를 보고 표정을 찌푸리는 한국인들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들은 “리조트 너무 좋다. 근사하다 캅”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그렸다. 신체적 불편함과 경제적 빈곤을 유머코드로 활용하는 그의 웹툰. 기안84는 논란이 불거지면 사과를 하고 다른 논란이 불거지면 또 사과를 했다. 기안84는 ‘애플84’(사과를 자주 한다는 의미)라는 별명까지 생겼다.“룸빵녀” “맛없어” 그의 웹툰 속 여성 #장면1/ 회식 자리. 봉지은이 의자에 누워 배 위에 조개를 올려놓고 돌덩이로 깨부순다.#장면2/ 이 모습에 그를 내보내려 했던 팀장이 반한다. 이후 봉지은은 정규직이 된다.#장면3/ 정규직이 된 뒤 떠난 워크숍. 봉지은과 잤냐는 사원의 질문에 20살이나 많은 팀장이 “ㅋ”이라고 답한다. 기안84의 웹툰 속 여자 주인공 봉지은은 능력이 부족한데도 나이 많은 상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일자리를 얻어내는 것으로 그려진다. 봉지은이 소주에 얼음을 넣는 걸 보며 남자 주인공은 “룸빵녀 다 됐구만”이라고 말하고, 대학 축제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봉지은을 보고 “룸나무”라고 말한다. 성인 남성에게 업힌 미성년자의 대사는 “쌤 우린 친구잖아요. 비.밀.친.구.”다. 온라인 랜덤채팅 등에서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 여자아이를 성착취하기 위해 접근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버젓이 등장한다. 기안84의 과거 웹툰도 다르지 않다. “누나는 늙어서 맛없다”, “서른 살의 여자가 명품으로 치장해봤자 스무 살의 어린 여성에게 비할 수 없다”, “아무리 화장을 해도, 아무리 좋은 걸 발라도 나이를 숨길 수가 없다” 등 여성은 그의 웹툰 속에서 철저하게 성적 대상일 뿐이다. 출연 중인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하차 요구로 이어지며 논란이 일자 기안84는 일부 장면을 수정하며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겠다”며 또 사과했다.“임대주택 너나 살아” 비판 아닌 비하 기안84는 최근 부동산 문제를 비판하겠다며 주거취약계층을 비하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에 대해 “선의로만 포장돼 있을 뿐 난 싫어. 그런 집은 늬들이나 실컷 살라구”라고 표현했다. 공공임대주택의 기본 목적은 저소득층 및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들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으로 주거 복지 정책 중 한 수단이다. 공공임대주택 실거주자들에 대한 차별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때에 기안84는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곳을 “그런 집”으로 표현하며 차별 인식을 키우고 상처를 줬다. 기안84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건물을 46억원에 매입했고, 1년 만에 14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그는 자신이 겪지 않은 삶에 대해 너무 쉽고, 얄팍하게 접근한다.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책이 폄하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상처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안84는 유튜브에 출연해 “내가 잘먹고 잘사는 축에 들어가니까 약자 편에 서서 그림을 그린다는게 기만이 되더라”며 “이제 나는 만화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약자 편에 서서 그리지 않았다. 한국 사회 주류가 지닌 혐오와 차별, 편견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약자의 편도, 풍자도 아니다. 기안84가 잘먹고 잘사는 축에 들어가서가 아니라, 약자 편에 서서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만화로 소수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상처받고 힘들었기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이다. 그 많던 ‘사과’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대한민국 변희수 前하사 눈물 닦아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대한민국 변희수 前하사 눈물 닦아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 받고 강제 전역지난달 28일 이후 연락 안 돼 경찰 출동새달 ‘전역 취소’ 행정소송 첫 변론 앞둬취업준비 활동 등 심적 부담 크게 느껴국내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더라도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119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로 전역시켰다. 육군은 성전환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 훼손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이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역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 전 하사는 군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했다. 강제 전역을 취소해 달라고 육군 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지난해 7월 이 요청을 기각했다. 8월에는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다음달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고 육군에 권고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처분 이후 논란 속에서 취업 준비 활동 등으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한 언론에 “전역심사위 전날만 하더라도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나’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변 전 하사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성소수자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변 전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사회가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희수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며 추모했다.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육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편견과 차별에 노출된 성소수자의 안타까운 선택은 최근에도 있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인 김기홍(38)씨는 지난달 24일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끝내 이루지 못한 변희수 하사의 꿈…“낡은 시대에 이르게 온 변희수”

    끝내 이루지 못한 변희수 하사의 꿈…“낡은 시대에 이르게 온 변희수”

    국내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더라도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119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로 전역시켰다. 육군은 성전환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 훼손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이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역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 전 하사는 군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했다. 강제 전역을 취소해 달라고 육군 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지난해 7월 이 요청을 기각했다. 8월에는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다음달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고 육군에 권고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처분 이후 논란 속에서 취업 준비 활동 등으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한 언론에 “전역심사위 전날만 하더라도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나’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변 전 하사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성소수자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변 전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사회가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희수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며 추모했다.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육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편견과 차별에 노출된 성소수자의 안타까운 선택은 최근에도 있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인 김기홍(38)씨는 지난달 24일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꽃 피우길”…김정숙 여사, 특수학교 입학식 축사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꽃 피우길”…김정숙 여사, 특수학교 입학식 축사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일 대구 예아람학교의 입학식 영상 축사에서 “어떤 편견도, 장벽도 없이 당당하게 꿈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예술의 요람이 돼 줄 것”이라며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자신만의 빛깔대로 자유롭게, 자신만의 꽃들을 피워 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문을 연 예아람학교는 장애 학생의 맞춤형 예술교육을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문화예술 중점 특수학교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총 105명(입학생·전학생)의 학생이 함께한다. 김 여사는 “코로나19 탓에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리 마음의 거리는 0m”라며 “새로운 시작의 순간, 두근두근 희망을 만나고 있을 여러분처럼 내 마음도 함께 설렌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김유정 소설집’, ‘그림으로 보는 어린 왕자’ 등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도서’ 20종 100여권을 격려 메시지를 담아 기증했다. 김 여사는 2019년 전국장애인체전과 지난해 서울맹학교에서 열린 점자의 날 기념 점자대회 참석 등 장애인들의 꿈을 격려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 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 포르노그래피 예술이 되다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 포르노그래피 예술이 되다

    사드마조히즘·동성애 등 논쟁적 대상 절묘한 대비·채광 활용해 예술적 승화 20세기 후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국내 첫 개인전 ‘모어 라이프’(More life·보다 나은 삶)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그는 1970년대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의 권유로 사진을 시작해 패션 화보와 초상 사진, 정물 연작 등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동시에 당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흑인 남성 누드와 동성애, 사드마조히즘 같은 첨예한 주제를 파격적으로 다뤄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남긴 2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100여점을 소개한다. 1970년대 펑크록 스타로 메이플소프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패티 스미스의 사진,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와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 등 유명인의 초상, 은유화한 꽃 사진 등과 아울러 극단적인 성적 표현으로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X 포트폴리오’ 연작도 걸렸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도 ‘19금’ 수준인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갤러리 측은 별도로 관람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대신 ‘X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작품들은 2층 전시장에 따로 공개하고, 계단 입구에 안내문을 게시해 관객이 스스로 관람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메이플소프는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두려움 없이 맞선 문화 전사였지만 사진 미학에 있어서는 극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탐미주의자였다. 절묘한 대칭과 대비,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으로 빚어낸 깊이 있는 흑백 사진들은 그만이 구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예술세계임이 분명하다. 마주 보는 두 송이의 튤립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처럼 표현한 ‘두 송이 튤립’(Two Tulips), 인간의 양면성을 조롱하듯 겉과 속이 다른 수박에 날카로운 칼날을 내리꽂은 ‘워터멜론 위드 나이프’(Watermelon with knife) 등은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는 찰나를 포착해 완벽한 서사성으로 펼쳐냈다”고 표현했다.메이플소프는 생전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고 당당히 말했다. 또한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편견과 금기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양가적 미학을 추구한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도 같은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청소년들 “소년범·페미니스트·성소수자 등 혐오 표현 심각”

    청소년들 “소년범·페미니스트·성소수자 등 혐오 표현 심각”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소개로 일하러 갔는데 사장님이 제가 소년원에 다녀온 걸 듣고 절 채용하지 않았어요.” (소년원 출원생 A씨) “학교에서 아우팅(타인에 의해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이 강제로 알려지는 일)을 크게 겪었어요.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이 와서 저한테 막 ‘너 동성애자야?’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이동 수업을 다녀오면 제 책상에 ‘동성애자’ 이런 식으로 낙서가 돼 있었고요.” (성소수자 청소년 B씨)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 속 소년범과 페미니스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소년의 혐오표현 노출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어느 집단에 대한 우리사회 혐오가 심각한지를 묻는 질문에 39.3%는 범죄청소년(소년범)이라고 답했다. 이어 페미니스트(34.1%), 성소수자(32.8%) 순으로 높았다. 해당 설문은 전국 초·중·고교생 6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각각의 소수집단에 가해지는 혐오 수준(편견에서 출발하여 비난, 모욕, 차별, 폭력 순으로 심화)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도 조사했다. 전체적인 응답 결과는 대체로 편견, 차별, 비난, 모욕에 집중됐다. 이 중 ‘차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따로 보면, 청소년들은 장애인(29.8%)과 타인종(27.8%)이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으로 인식했다. 또 다른 집단에 비해 ‘폭력’ 피해가 심한 집단으로 범죄청소년(8.0%), 페미니스트(4.2%)를 꼽았다. 청소년들의 혐오표현 사용은 또래 문화와 관련이 있었다. 청소년들은 주로 ‘친구들이 모두 사용해서’(17.9%), ‘친구 집단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12.8%) 혐오표현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이 혐오표현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장소는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79.1%)였다. 그 다음은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9.4%)였다. 누구로부터 혐오표현을 가장 자주 듣는지, 즉 주된 혐오표현 가해자는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기타(26.4%)를 제외하고 친구(20.7%)와 언론인(16.4%), 정치인(16.3%) 순으로 조사됐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혐오표현 예방 교육, 혐오표현 규제 강화 및 처벌, 언론 윤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대체로 60%대를 기록할 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혐오 대응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구진은 “차별과 혐오표현이 옳지 않다는 사회적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혐오표현 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혐오표현 문제는 초·중·고교와 대학교, 공공기관, 언론, 온라인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예방과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정부부처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또 “혐오표현은 인권침해이고 더 나아가서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미디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하기 용이하도록 익명의 신고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다음으로 피해자가 자책하지 않고 피해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상담과 심리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소년원 다녀왔다고 알바 퇴짜”…“학교 책상엔 ‘동성애자’ 낙서”

    “소년원 다녀왔다고 알바 퇴짜”…“학교 책상엔 ‘동성애자’ 낙서”

    소년범에 대한 혐오가 39.3%로 가장 심각페미니스트 34.1%·성소수자 32.8% 이어“친구·언론인·정치인들이 주요 가해자피해 발생해도 대체로 대응하지 못해”“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소개로 일하러 갔는데 사장님이 제가 소년원에 다녀온 걸 듣고 절 채용하지 않았어요.” (소년원 출원생 A씨) “학교에서 아우팅(타인에 의해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이 강제로 알려지는 일)을 크게 겪었어요.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애들이 와서 저한테 막 ‘너 동성애자야?’ 이렇게 물어보기도 하고, 이동 수업을 다녀오면 제 책상에 ‘동성애자’ 이런 식으로 낙서가 돼 있었고요.” (성소수자 청소년 B씨) 학교와 온라인 등 일상 생활에서 혐오표현을 접하는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년범과 페미니스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은 친구와 언론인, 정치인들로부터 혐오표현을 자주 듣는다고 밝혔다. 2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소년의 혐오표현 노출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전국 초·중·고교생 6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혐오표현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년들에게 각 소수집단별로 혐오표현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물었더니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39.3%)이 가장 높게 나온 집단은 범죄청소년(소년범)이었다. 이어 페미니스트(34.1%), 성소수자(32.8%) 순으로 높았다.각각의 소수집단에 가해지는 혐오 수준(편견에서 출발하여 비난, 모욕, 차별, 폭력 순으로 심화)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도 조사했다. 전체적인 응답 결과는 대체로 편견, 차별, 비난, 모욕에 집중됐다. 이 중 ‘차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따로 보면, 청소년들은 장애인(29.8%)과 타인종(27.8%)이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으로 인식했다. 또 다른 집단에 비해 ‘폭력’ 피해가 심한 집단으로 범죄청소년(8.0%), 페미니스트(4.2%)를 꼽았다. 청소년들의 혐오표현 사용은 또래 문화와 관련이 있었다. 청소년들은 ‘친구들이 모두 사용해서’(17.9%), ‘친구 집단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12.8%) 혐오표현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청소년들이 혐오표현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장소는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79.1%)였다. 그 다음은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9.4%)였다. 누구로부터 혐오표현을 가장 자주 듣는지, 즉 주된 혐오표현 가해자는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청소년들은 기타(26.4%)를 제외하고 친구(20.7%)와 언론인(16.4%), 정치인(16.3%)을 많이 꼽았다. 반면 가족과 교사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3.4%, 1.5%였다. 청소년들은 다른 사람이 혐오표현 피해를 당하는 모습을 보거나 본인이 직접 그 피해를 경험했을 때 주로 ‘흥분하고 화가 났다’(35.6%)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혐오표현에 대항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혐오표현에 반대하고 저항했다’는 응답 비율은 25.1%에 그쳤다.연구진은 면접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혐오표현 피해를 당한 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물었다. 피해 발생 후에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 청소년들은 무서워서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했고, 학교가 아우팅 피해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런 환경에서 혐오표현 피해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일본인이세요. 학교 친구들이 저한테 ‘일본 냄새 난다’는 말을 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이 제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라는 걸 애들 다 있는 데서 밝히신 거예요. 그때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일본은 나쁜 나라’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하셨어요. 그래서 한동안 애들이 저를 왕따시켰어요. 초등학교 때 저한테 있어서는 그게 일생일대 큰 충격이었어요.” (이주배경 청소년 C씨)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혐오표현 예방 교육, 혐오표현 규제 강화 및 처벌, 언론 윤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대체로 60%대를 기록할 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혐오 대응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구진은 “차별과 혐오표현이 옳지 않다는 사회적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혐오표현 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혐오표현 문제는 초·중·고교와 대학교, 공공기관, 언론, 온라인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예방과 대응이 이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 정부부처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또 “혐오표현은 인권침해이고 더 나아가서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미디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하기 용이하도록 익명의 신고체계가 마련돼야 하고, 다음으로 피해자가 자책하지 않고 피해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상담과 심리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편견과 금기에 도전한 논쟁적 사진가 메이플소프 국내 첫 전시

    편견과 금기에 도전한 논쟁적 사진가 메이플소프 국내 첫 전시

    20세기 후반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국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의 국내 첫 개인전 ‘모어 라이프’(More life·보다 나은 삶)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그는 1970년대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큐레이터의 권유로 사진을 시작해 패션 화보와 초상 사진, 정물 연작 등에서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동시에 당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흑인 남성 누드와 동성애, 사드마조히즘 같은 첨예한 주제를 파격적으로 다뤄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남긴 2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100여점을 소개한다. 1970년대 펑크록 스타로 메이플소프의 연인이자 뮤즈였던 패티 스미스의 사진, 할리우드 배우 리처드 기어와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 등 유명인의 초상, 은유화한 꽃 사진 등과 아울러 극단적인 성적 표현으로 외설 시비를 불러일으킨 ‘X 포트폴리오’ 연작도 걸렸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도 ‘19금’ 수준인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갤러리 측은 별도로 관람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대신 ‘X 포트폴리오’를 포함해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작품들은 2층 전시장에 따로 공개하고, 계단 입구에 안내문을 게시해 관객이 스스로 관람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메이플소프는 사회적 관습과 규범에 두려움 없이 맞선 문화 전사였지만 사진 미학에 있어서는 극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탐미주의자였다. 절묘한 대칭과 대비,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으로 빚어낸 깊이 있는 흑백 사진들은 그만이 구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예술세계임이 분명하다. 마주 보는 두 송이의 튤립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처럼 표현한 ‘두 송이 튤립’(Two Tulips), 인간의 양면성을 조롱하듯 겉과 속이 다른 수박에 날카로운 칼날을 내리꽂은 ‘워터멜론 위드 나이프’(Watermelon with knife) 등은 치명적으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피사체의 본질을 꿰뚫는 찰나를 포착해 완벽한 서사성으로 펼쳐냈다”고 표현했다.메이플소프는 생전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고 당당히 말했다. 또한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편견과 금기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양가적 미학을 추구한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도 같은 제목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서구 중심주의 벗는 서구 학자들… 동서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서구 중심주의 벗는 서구 학자들… 동서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생동감 있는 스토리텔링을 펼치는 역사 서적들이 잇달아 번역 출간돼 관심이 쏠린다. 비서구권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더 폭넓은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출판사 부키는 최근 세계사의 흐름을 재미있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전 6권) 시리즈를 출간했다. 미국 홈스쿨링 교육자이자 역사 저술가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가 서양사·동양사·한국사가 긴밀하게 얽혀 세계사라는 큰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가장 먼저 출간된 ‘중세편 1, 2’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에서 시작해 제1차 십자군 전쟁으로 막을 내린다.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의 갈등부터 당나라의 등장까지, 무함마드의 출생부터 샤를마뉴 대제의 등극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른다. “로마 제국에서 동방을 향해 저 끝까지 간 곳에 전투의 패배를 씻으려 절치부심하는 한 왕이 또 있었다. 371년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소수림왕은 고구려의 왕관을 물려받으면서, 적군의 말발굽 아래 짓밟혀 위세가 말이 아닌 나라도 함께 물려받은 터였다”(1권 125쪽)는 식으로 한국 역사 흐름도 놓치지 않는다. 젊은 시절 한국 교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저자는 “서구 독자들에게 소홀하기 쉬운 동양에 대한 인식을 심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노먼 데이비스 영국 런던대 교수의 저서 ‘노먼 데이비스의 유럽사’(전 4권·심산출판사)는 선사 시대부터 탈냉전까지 동유럽과 서유럽의 이야기다. 유럽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저자는 모든 단계마다 동서 유럽을 아울러 유럽 중심주의와 서구 문명의 편견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다만 유럽 자체의 경계를 넘어 서술을 확장하는 것은 어려운 터라 이슬람이나 식민주의, 유럽의 해외 영토 등의 주제는 적절한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각 장에는 특별한 ‘캡슐’이 포함됐다. 캡슐은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작은 주제를 설명한 것이다. 크고 작은 사진과 클로즈업된 장면이 적절하게 배치된 역사 화보집을 보는 듯하다.이 밖에 일본에서 40여년을 생활한 미국인의 시선으로 일본의 빛과 그늘에 대해 살핀 ‘일본의 굴레’(글항아리)도 주목된다. 일본 쓰쿠바대학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를 지낸 태가트 머피가 외부자와 내부자라는 두 시각에서 일본 사회를 탐색한다. 책은 막부의 강력한 권위를 기반으로 수백년간 평화를 유지한 에도 시대에 주목한다. 이후 등장한 메이지 유신 주역이 권력을 독점하고, 이들이 죽고 나서 생긴 권력의 공백 때문에 관료에게 휘둘리는 현재 일본 정치 구조가 됐다고 분석한다. 미군정이 태평양 전쟁 이후 처리 과정에서 일본인들 스스로 과오를 돌아볼 기회를 원천 봉쇄해 과거사 청산이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펼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역사 서적 출간은 일방적으로 누가 이기고 지는 식의 서술이 아닌 동서양이 교류하는 흐름을 중심에 놓고 보거나 자연환경과 연결 지은 거대사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려는 시각이 대세”라며 “서구 중심주의로 근대성이 발현되던 시대가 지나고, 문명사·거대사·교류사가 중심이 된 시대에도 두꺼운 역사 서적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정희시 경기도의원, 재외한인사회 교류 활성화 방안 연구 최종보고회 개최

    정희시 경기도의원, 재외한인사회 교류 활성화 방안 연구 최종보고회 개최

    경기도의회 경기외교연구포럼 정희시(더불어민주당, 군포2) 회장은 25일 도의회 제1정담회실에서 “재외한인사회 및 지역지방정부와 경기도의 교류 활성화 방안 연구” 최종보고회를 가졌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최종보고회에서는 지차체의 국제교류 협력 방안과 경기도 재외동포의 현황과 향후 정책 개선방안과 관련해 논의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이창언 책임연구원은 “연구를 진행하며 여러 재외동포를 만나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재외동포들이 국내에 적응 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제공되야 하나 서비스 제공이 충분치 못하고 정보를 얻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재외동포들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포럼의 회원인 송치용 의원(정의당, 비례)은 “재외동포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은 향후 우리나라의 성장에 있어 걸림돌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외동포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애국심 있는 리더들이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며 경기도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장일 의원(민주당, 비례)은 “이 연구를 계기로 더욱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희시 의원은 “경기도가 진행하는 재외동포 관련 지원 사업과 교류사업이 잘 이뤄지려면 재외동포에 대한 그릇된 평가와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경기도가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개선과 지속적인 연구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의원은 “재외동포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활성화 등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며 의회차원에서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기도는 외국인주민 조례, 다문화가족 지원조례 등은 있지만 재외동포지원 조례가 없어 이들의 권인 보호나 생활안정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최종보고회에는 정희시 의원을 비롯해 송치용 의원, 김장일 의원, 이창언 경기시민연구 책임연구원, 유명화 공동연구원, 박완기 경기시민연구소 공동소장 및 관계부서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온몸에 멍·골절’ 정인이 양부 “와이프 얘기만 듣고 감쌌다, 내 책임”(종합)

    ‘온몸에 멍·골절’ 정인이 양부 “와이프 얘기만 듣고 감쌌다, 내 책임”(종합)

    “정인이 상처·허약한 몸 대수롭지 않게 생각”“나도 내 행동 이해 안돼, 처벌 달게 받겠다”다음달 3일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나와생후 16개월 정인양, 복부·뇌에 큰 상처쇄골·뒷머리·갈비뼈·허벅지 골절…의사 신고정인양을 입양한 뒤 수개월간 모진 학대 속에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죽음으로 몰아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인양의 양부가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양부는 “주변 걱정에도 와이프 얘기만 듣고 좋게 포장하고 감싸기에 급급했다”면서 “아이의 죽음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적었다. 정인양은 숨진 당시 온몸에 멍이 들고 복부와 뇌에 큰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됐다. 정인양은 수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증거를 제대로 찾지 못해 번번이 양부모에 돌아갔고 입양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끝내 목숨을 잃었다. 아이는 숨지기 열흘 전 EBS 입양가족특집 다큐멘터리에 이마에 멍이 든 채 출연하기도 했다. “주변 걱정을 편견·과도한 관심 치부”“대수롭지 않게 생각, 나도 이해 안돼” 26일 양부 안모씨 변호인에 따르면 안씨는 전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에 낸 반성문에서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사죄하며 살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안씨는 정인양에 대한 양모 장모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안씨가 정인양의 몸무게가 감소하고 극도로 쇠약해진 것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씨는 “주변에서는 그토록 잘 보였던 이상한 점들을 왜 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별 문제 아닌 것으로 치부했는지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아이를 처음 키워 본 것도 아니었고 첫째보다 자주 상처가 나고 몸이 허약해졌는데도 왜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는지 저도 당시 제 자신의 행동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안씨는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주변 사람들의 걱정들을 왜 편견이나 과도한 관심으로만 치부하고 와이프의 얘기만 듣고 좋게 포장하고 감싸기에만 급급했는지 너무나 후회가 된다”면서 “아이에게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다”고 적었다. 안씨는 “특히 사고가 나기 전날 단 하루만이라도 아빠된 도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정인이는 살았을 것”이라면서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전적으로 제 무책임함과 무심함 때문”이라고 했다. 안씨와 양모 장모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3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장씨 부부의 이웃 주민, 장씨가 정인양을 방치했다고 진술한 장씨 지인, 장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한 심리분석관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국과수 부검 정인양 사인은‘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 3차례 아동학대 신고에도 증거 못 찾아경찰·아보전, A양 부모에 다시 돌려보내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정인양의 양모 장모씨를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인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병원에 실려 올 당시 정인양은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인양을 정밀 부검한 결과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 사인이라는 소견을 내놓았다. 정인양은 올해 초 현재 부모에게 입양됐다. 이후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정인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냈다.숨지기 열흘 전 EBS 입양가족 특집에출연해 행복한 모습 연출…이마엔 멍 장씨는 정인양이 숨지기 불과 열흘쯤 전인 지난달 1일, 추석 연휴를 맞이해 방영된 EBS 입양 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정인양과 함께 출연해 행복한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영상에는 가족들이 밝게 웃으며 파티를 하는 모습이 담겼지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정인양의 이마에는 멍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었다. 3년 전 입양단체에서 잠시 일했던 장씨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이유로 정인양을 충동적으로 입양했고 입양 한 달 후부터 방임 등 학대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에서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던 장씨는 입양 한 달 뒤부터 아기인 정인양이 “정이 붙지 않는다”며 습관적으로 방임했다. 친딸을 데리고 외식을 나가며 입양한 딸은 지하주차장에 혼자 울게 두는 등 16차례나 방임했다. 7월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는 유모차를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거나, 손으로 아이 목을 잡아 올리는 등 폭행을 한 장면이 찍히기도 했다.손으로 아이 목 잡아 올리고지하주차장서 혼자 울게 버려두고유모차 벽에 세게 고의 충돌시켜 양모 “방임? 혼자 자는 수면 교육한 것”“마사지하다가 멍 들거나 소파 떨어져” 사나흘 간격으로 정인양의 얼굴과 배, 허벅지에서 멍이 계속 발견됐다. 사망 당시 정인양의 쇄골과 뒷머리, 갈비뼈, 허벅지 등에서 모두 부러진 흔적이 발견됐고 온 몸에 멍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정인양의 직접 사인은 장파열로 경찰은 장씨가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정인양의 등을 내리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방임에 대해선 “아이가 혼자 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도록 수면교육을 한 것”이고, 폭행에 대해선 “마사지를 하다가 멍이 들거나 소파에서 떨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씨는 아이 사망 당일 “부검 결과 잘 나오게 기도 부탁해”란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내기도 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우주 사랑’ 천문학자, 망원경 대신 데이터와 씨름한다

    ‘우주 사랑’ 천문학자, 망원경 대신 데이터와 씨름한다

    영화 ‘그래비티’(2013) 속 과학자들에겐 스릴이 넘친다. 우주 공간에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다 우주 쓰레기에 쫓겨 지구로 탈출해야 하는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천문학자’라면 매일 밤 망원경으로 행성을 관측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천문학자가 천문대에서 망원경으로 행성을 직접 관찰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한다. 행성 관측 자료는 컴퓨터로 전송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데이터와 씨름을 한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2019년 미래 달 탐사를 이끌 젊은 연구자 5명 중 1명으로 꼽은 심 연구원은 첫 에세이를 통해 독자를 두 종류의 ‘우주’로 안내한다. 하나는 천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정규직이 되려고 달려온 ‘워킹맘’ 과학자의 분주한 일상이다. 저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소행성에서 일몰을 연달아 보려면 의자를 어떻게 옮기면 되는지 계산할 정도로 우주를 사랑한다. 달 표면에서 일어나는 우주 풍화의 원인이 태양풍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각자 인생의 흐름이 있는 것이고, 나는 삶을 따라 흘러다니며 살다 보니 지금 이러고 있다”(145쪽)며 언론의 ‘영웅 만들기’엔 부담감을 내비친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 이소연에 대한 세상의 편견도 지적했다. “우주인이 고산에서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 나갔다”며 “이소연이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라는 점은 무시됐다”고 강조한다. 과학 용어를 검색하며 책장을 넘겨야 할 줄 알았는데,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 단숨에 읽게 된다. ‘유니버스’와 ‘코스모스’, ‘스페이스’의 차이를 차근차근 짚어 주며, 인류를 ‘지구라는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로 규정한 저자의 사려 깊은 문장들이 청량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정인이 학대’ 양부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반성문 제출

    ‘정인이 학대’ 양부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반성문 제출

    입양아동 정인이를 학대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모(37)씨가 법원에 “아이(정인이)를 지키지 못한 건 전적으로 제 무책임함과 무심함 때문”이라면서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글을 적은 반성문을 25일 제출했다. 서울신문이 확인한 안씨의 반성문에 따르면 안씨는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주변에 저희 가정을 아껴 주셨던 분들의 진심어린 걱정들을 왜 그저 편견이나 과도한 관심으로만 치부하고, 아내의 얘기만 듣고 좋게 포장하고 감싸기에만 급급했는지 너무나 후회가 되고 아이에게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다”고 밝혔다. 안씨는 양모 장모(35·불구속 기소)씨와 정인이를 공동으로 양육하면서 지난해 3~9월 장씨가 빈번하게 정인이를 혼자 있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씨를 말리지 않고, 지난해 6~10월 장씨가 양육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정인이를 폭행하여 정인이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안씨는 “저에게는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나 사고가 나기 전날(지난해 10월 12일) 아이의 상태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고 하원을 시키자마자 바로 응급실만 데리고 갔어도 아이에게 어떠한 아픔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날 단 하루만이라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가 된 도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정인이는 살았을 것이다. 결국 아이의 죽음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인이가 다닌 어린이집의 원장 A씨는 지난 17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정인이가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 정인이가 “평소 좋아하는 과자를 줘도 먹지 않았고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정인이의 그날 모습은 마치 모든 걸 다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며 “정인이가 되게 말랐는데 배만 볼록 나와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 빨간 멍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그러면서 안씨에게 정인이를 병원에 꼭 데려갈 것을 강조했으나 안씨가 당시 ‘네, 네, 네’라고만 답하고 정인이의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고 했다. 안씨는 “제가 아이의 상처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기보다 조금만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반응했다면, 주변의 충고를 그냥 넘기지 않고 조금만 더 귀 기울여 들었더라면, 아이는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며 “아이가 살았을 때도 아이를 지키지 못했으면서, 제 과오로 인해 아이가 죽고 나서도 계속해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기만 했으니 어떠한 방법으로도 아이에게 용서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안씨의 변호인은 지난달 13일 열린 첫 재판에서 “부모의 보호를 받는 피해자(정인이)에 대해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등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해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면서도 변호인은 “안씨는 정인이를 일부러 방치한 것은 아니고,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보다 집에서 잘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었다. 반성문 말미에 안씨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이에게 무심하고 잘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반복해서 떠올라 너무나 마음이 괴롭고 미안하다”면서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를 지키지 못한 건 전적으로 제 무책임함과 무심함 때문이다.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사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안씨와 장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3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릴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공부 못해 배달하지” 막말 갑질 학원 셔틀도우미 사과(종합)

    “공부 못해 배달하지” 막말 갑질 학원 셔틀도우미 사과(종합)

    배달원에게 “공부 잘했으면 배달을 하겠어요?”라고 막말을 한 녹취록이 퍼져 공분을 산 어학원 셔틀 차량 도우미가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했다.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24일 페이스북에 사건의 경과와 관련한 글을 올려 “가해자가 23일 라이더유니온과 피해조합원을 만나 직접 사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가해자는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4일 밤 라이더유니온을 통해 피해자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가해자는 사과문을 통해 “저에게 최근에 개인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상황들이 닥쳤다. 극도로 힘든 상황에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녹취록으로 들어 보니 제가 뱉은 말로 인하여 기사님이 입으셨을 마음의 상처와 고통이 느껴져 너무나 부끄러웠다”면서 “제가 살아온 시간을 모두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첨언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이 일로 가해자에게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형사 처벌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부당한 일에 함께 분노해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면서 “라이더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이번 사건처럼 국민의 응원과 연대가 있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주소 잘못 적어놓고 배달비 요구에 폭언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학원 측은 배달앱을 통해 한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지만 주소를 잘못 적어 배달원이 두 번이나 배달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배달원이 직원에게 추가 배달비 3000원을 요구했고, 현금이 없던 직원은 계좌이체 하겠다며 배달원에게 학원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8분 넘게 기다리던 배달원은 다른 배달 때문에 직원에게 가 재차 3000원을 요구했고, 직원은 짜증을 내며 돈을 줬다. 직원은 배달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부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직원은 “할 수 있는 게 배달 밖에 없으니 거기서 배달이나 하겠지”, “본인들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그런 일 하겠냐”라며 다짜고짜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인권 비하적 발언은 하지마시라”는 배달원의 말에도 “내가 만원도, 이만원도, 삼만원도 줄 수 있다. 본인들 세건 해봐야 겨우 만원 버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커피 업체에 전화해서 배달 대행 업체 때문에 니네 거 못먹게다고 전화할 거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애초 주소를 제대로 기재했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느냐”는 배달원의 말에도 “기사들이 뭘 고생을 해. 오토바이 타면서 부릉부릉하면서 문신하고 놀면서 음악 들으면서 다니는 거 내가 모를줄 알아. 남한테 사기치며서 그렇게 3000원 벌면서 부자돼라. 딱봐도 사기꾼들이지 니네가 정상인들이냐. 문신해놓고 다 그런 애들이지”라고 말했다. 이 일을 알린 글쓴이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어느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써 저런 말까지 들어야 되나”며 “그렇게 우리가 실수를 한건 지 궁금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갑질 사건 당일 퇴사한 직원 가해자는 당초 학원강사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셔틀 도우미였으며 갑질 사건 당일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더유니온과 피해자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나쁜 손님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배달노동자들에게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고 여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셔틀도우미 사과문 전문 저는 이번 사건의 논란을 일으켰던 셔틀도우미입니다. 가장 먼저 제가 해서는 안 되는 막말과 비하 발언을 라이더분께 한 것이 사실이며 해당 라이더분께 정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 최근에 개인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상황들이 닥쳤고, 이런 말조차 변명처럼 들릴 수 있으나 극도로 힘든 상황에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말로도 제가 저지른 일을 돌이킬 수 없겠지만 정말 진심을 담아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일을 통해 입 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며, 저라는 사람이 저지른 행동이 매우 미성숙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한 발언을 녹취록으로 들어보니 제가 뱉은 말로 인하여 기사님이 입으셨을 마음의 상처와 고통이 느껴져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했던 생각 없는 말들로 라이더분들과 지점장님이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 같아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가 한 행동에 대해서 깊이 후회하고 있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아온 시간들을 모두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하고 행동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저로 인해 라이더분께서 상처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고 어떤 식으로 사과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그날의 일은 저의 큰 잘못입니다. 다시 한번, 막말을 하고 비하를 한 저의 잘못에 대하여 라이더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EU도 중국 인권 압박 가세…유엔서 중국 위구르족 인권문제 총공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권을 지렛대 삼아 중국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도 신장 위구르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 공세를 펼쳤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에서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은 유엔이 신장 자치구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 의혹을 조사할 수 있도록 방문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렐 대표는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등이 신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이것은 국제사회 우려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한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과 독일이 미국의 중국 압박 전선에 동참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2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중국의 신장 자치구에서 무슬림인 위구르족에 대한 고문과 강제 노동, 낙태 등이 “산업적인 규모”로 자행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신장 위구르족 같은 소수 민족에 대한 구금이나 홍콩 시민들을 상대로 한 탄압이 설 자리를 두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포럼 연설을 통해 “이런 선동적인 비난은 무지와 편견에서 날조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주제네바 중국 대표부도 성명을 통해 “일부 국가가 인권이사회에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중국을 비방하며 내정 간섭하는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유죄를 전제로 하는 조사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약탈적 경제행위와 불투명성, 국제합의 준수 실패, 보편적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중국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신장 등 중국 지역에서 인권이 침해되거나 홍콩의 자율성이 짓밟힐 때라도 우리는 민주적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정확히 우리가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와 유럽의 동맹·파트너, 인도태평양 동맹·파트너와 하고 있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노숙인은 어딜 가든 ‘병 전파자’ 취급… 뜨끈한 국물에 편견아 녹아내려라

    노숙인은 어딜 가든 ‘병 전파자’ 취급… 뜨끈한 국물에 편견아 녹아내려라

    “가진 게 없으니 클럽도 술집도 못 가노숙인들 오히려 전파 가능성 낮아”편견·선입견으로 ‘위험군 취급’ 지적코로나 시국 더 차가워진 시선 느껴“코로나19 유행으로 노숙하는 사람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건 외로움입니다. 컵라면을 먹을 뜨거운 물조차 얻기 어려워졌습니다.” 노숙인을 위한 무료 식당 ‘민들레국수집’을 꾸리고 있는 서영남(67)씨는 23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뜨거운 물이라도 얻을 수 있어 노숙인들이 힘들더라도 버텼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 무척 외로워한다”고 전했다. 서씨는 2003년 4월 인천 동구 화수동에 민들레국수집을 차려 19년째 하루 200~300명에게 무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지금은 도시락에 컵라면, 건빵, 김, 국, 마스크까지 하루를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꾸러미를 만들어 제공한다. 그는 노숙인들이 코로나19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위험이 높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오히려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훨씬 낮다고 했다. 그는 “가진 게 없어 클럽이나 술집에도 못 가고 종교시설에서도 반기지 않는다. 거의 외부에서 생활하니 코로나에 걸릴 염려도 없다”고 했다. 최근 서울역광장 노숙인 시설에서 노숙인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노숙인이 코로나를 전파하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 건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코로나에서 안전한 사람을 가장 위험군으로 취급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서씨는 “노숙인들은 사람들이 곁을 주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것, 그게 제일 힘들고 외롭다고 한다”면서 “먼저 인사하고 이름을 불러 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면 도시락 받으러 왔다가 동네를 청소하고 쌓인 눈을 치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천주교 수사 출신인 서씨는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기 전 오랫동안 무기수나 무의탁 출소자를 찾아가 돕는 일을 했다. 소중한 인연도 쌓였다. 최근에는 군산교도소에 있는 50대 무기수가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상품권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며 민들레국수집으로 보내왔다. 그 인연을 서씨는 “놀랍고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나눔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모 그룹 회장 부부 사례를 들었다. 10여년 전 이 부부가 민들레국수집을 방문해 그룹 차원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생색내기나 겉치레식 후원으로는 “사랑이 빠져 버리고 상대편은 단지 도움의 대상으로만 남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회장 부부는 틈틈이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이번 설 연휴 때도 여분의 돈이 조금 생겼다며 후원금을 보내왔다. 그는 “선의의 희생과 사랑으로 이웃을 도와야만 올바른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그렇게 되면 상대편은 나보다 더 귀한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외인구단 일으킨 원더우먼 캡틴… 편견 향해 ‘이단옆차기’

    외인구단 일으킨 원더우먼 캡틴… 편견 향해 ‘이단옆차기’

    태권도인들은 이들을 ‘여자 국군 체육부대’라거나 ‘여자 상무팀’이라고 부른다. 이런 별명의 팀을 이끄는 ‘아마조네스 군단’의 ‘원더우먼’이라고 한다. 선수와 코치진 모두 여성이지만 2013년 3월 창단한 태권도팀이 창단 다음달부터 거둔 성적이 빛나기 때문이다. 이들을 이끄는 박은희(42) 경북 성주군청 여자태권도 선수단 감독은 23일 “훈련량이 다른 팀의 두세 배”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태권도 30개 실업팀 중 유일한 여성 감독이다. 훈련장 한편에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태권도대회인 국방부 장관기 우승기가 자리하고 있다.●女지도자協, 10년 만에 30명→70명 박 감독은 여성지도자로서의 어려움을 묻자 더 큰 그림에서의 고충을 말했다. “실업팀 감독이지만 예산을 따려고 접촉하는 군청과 군의회, 대회 관계자 등 만나는 사람 대다수가 남성이다. 더 가까이 다가가 진정성 있는 대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자 하지만 식사자리를 포함해 일대일로 만나는 자리를 피하는 게 보인다. 이런 면이 답답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태권도 여성 지도자는 실업팀 및 초·중·고·대학의 코치까지 포함해 약 100명이다. 이들 중 여성 지도자로서 어려움을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는 여성태권도지도자협회에 가입된 이는 70여명이다. 박 감독은 자신이 태권도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2011년의 30여명과 비교하면 여성 진출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체육계의 요즘 최대 현안인 스포츠 폭력에 대해 물었다. “나는 선수들과 스킨십을 많이 한다. 손을 잡고 산책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눈을 맞춘다. 폭력은 원시적이다. 선수나 코치의 스트레스 관리가 정말 중요하고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청소년 선수를 지도하면서 감성적인 부분을 어떻게 다스려 주는지가 선수의 마음에 많은 영향을 준다.”●“현 체육계 인권교육, 고작 1년에 1시간” 박 감독은 현재의 교육 체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스포츠에서 폭력 및 성폭력, 선수 인권 문제에 대해 정부든 대한체육회든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코치와 감독을 대상으로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 현재는 1년에 한 시간가량 강당에 300여명을 한꺼번에 앉혀 놓고 강사 한두 명이 강연하는 게 전부다. 현실적으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코칭 및 티칭 교육을 강화해 그런 폭력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코치나 지도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빨리 개발됐으면 한다.” 창단 때부터 성적이 놀라웠다. “당시 신생팀 선수 구성에 애로가 컸다. 각 팀에서 방출된 선수, 자퇴한 선수 등을 모아 구성한 말 그대로 ‘외인구단’이었다.” 기량이 부족한 것을 훈련으로 보충해 창단 다음달에 열린 전국대회 단체전 준우승을 거뒀다. “나도 선수들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해마다 전국대회 단체전과 3인조 지명전 등에서 우승을 도맡았다. 2016년에 이어 지난해 열린 유일한 대회인 경찰청장기 무도대회에서 소속 선수가 우승하면서 경찰 공무원으로 특채됐다. 박 감독은 “격투기 종목은 특성상 부상이 많아 30세가 되면 대개 은퇴할 수밖에 없다. 그 이후 진로 문제에서 (경찰 특채는)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랑했다. ●전국대회 승승장구… “우리 강점은 연습” 이런 성과의 비결에 대해 박 감독은 한마디로 선수들이 흘린 땀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우리 팀은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오기에는 처우나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은 연습뿐이다. 선수들에게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세상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반대로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게 없다. 다시 한번 해 보자’고 말한다.” 은퇴한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 “박 감독을 만나면 세상에 안 되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행운으로 여겨라.” 박 감독은 훈련량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체계적인 교육법도 개발해 뒀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타격감을 익히도록 하고자 스스로 스파링 파트너가 돼 머리와 몸통 등을 맞는다. 박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홉 살 때 허약 체질인 남동생을 따라 도장에 갔다가 태권도의 길로 들어섰다. “중학교 시절엔 육상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했고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그런데 체육교사의 권유로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다. 2000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과 2002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십자인대, 무릎 등의 부상이 겹쳐 2003년 은퇴했다. “당시엔 태권도가 인생의 전부였다. 대학교 2학년 땐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부도나 가족이 모두 흩어져 살았다. 그때 학교 훈련장으로 건장한 남성 7~8명이 나를 찾아왔다. 빚쟁이에게 쫓기는 게 너무 창피했는데 선배들이 나를 친오빠처럼 보호해 줬다. 뒤늦게 돌아온 코치님이 이를 알고 나에게 ‘러닝머신 10㎞를 뛰라’고 했다. 무섭고 창피했는데 혼자 10㎞를 울면서 뛰었다. 태권도로 성공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런 태권도에서 은퇴하자니 아쉬움이 더 컸다. 은퇴 후 한 5년 정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거나 훈련하는 꿈을 꿨다.” 이후 태권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아프리카 서부 가봉의 대통령 경호실로 2년 파견 나가는 등 5년여가 흐르면서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서운함을 달랠 수 있었다. “올해 목표? 모두 다치지 않고 즐겁게 운동했으면 좋겠다. 2019년처럼 소속 선수 모두 국방부장관기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경찰청장기 무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예산·선수 늘어 기쁨 두 배 성주군청 태권도팀은 창단 후 9년차인 올해 처음으로 예산이 늘었다. 그래서 선수 한 명을 더 선발해 모두 6명이다. 박 감독은 거의 매일 군청과 군의회에 들어가 의원과 직원에게 태권도와 다른 팀의 동향, 선수의 연봉 문제 등을 이야기한단다. 재정이 열악한 시골 군청에서 실업팀을 운영하는 것만도 감사할 만한 일이라고 한다. 태권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자신의 세계대회 금메달보다 팀 창단 5년 만인 2017년 전국대회 금메달을 서슴없이 꼽는다. 이런 고마움에 박 감독은 성주군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재능기부로 태권도 수업을 진행하고 2019년엔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사실 성주군과 직접적인 연고는 없다. 서울에서 태어나 은광여중고를 거쳐 2002년 2월 경희대를 졸업했다. 성주군청에 실업팀이 생긴다는 선배의 귀띔에 기대 없이 제출했던 지원서가 인연이 됐다. 2018년엔 체육학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몇 단이냐고 묻자 7단이라는 박 감독은 “영화처럼 날고 그런 건 없다. 오랜 기간 꾸준히 수련했다는 징표일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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