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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사랑/崔弘運 논설위원(外言內言)

    15일 아침에 배달된 조간신문은 장애인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내용의 기사를 전해주고 있다.내년부터 서울시내 일부 지하철에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전용공간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그 하나요,서울 용산구청의 장애인 전용주차장 설치계획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는 서울신문 보도(19면)가 두번째이다. 지하철의 휠체어 전용공간도 현재 운행중인 1∼5호선이 아니라 내년 말 개통되는 6호선 이후 전동차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이 역시 지난 4월 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무조항을 이행하는 조치에 불과하다.이 법에 따라 장애인 시설을 갖춰야하는 공공시설은 12만여곳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42%만 갖추고 있을 뿐이다.더구나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지하도와 육교의 오르내림 시설,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율은 25%대에 머물러 장애인 10명 가운데 3명은 한 달에 한 번도 외출하지 못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집계가 우리의 현실이다. 용산구민들의 반대이유는 가뜩이나 주차공간이 비좁아 정상인들도 불편한데 하물며 장애인 주차장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구청장에게 직접 항의하거나 전용 주자장 설치작업을 못하도록 방해하며 이미 설치된 곳에는 온갖 쓰레기를 버려 장애인들의 주차를 막고 있다고 한다.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노동부가 집계한 정부기관,정부투자기관,300인 이상 민간업체의 장애인 고용현황은 우리 사회 전체의 편견을 잘 전해준다.정부 1.15%,투자기관 0.88%,민간업체 0.46%이며 특히 30대 기업은 0.2%대에 지나지 않아 이들 기관과 업체의 의무고용비율인 2%에 턱없이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난 해 9월 가을학기가 시작되면서 미국에서 날아 든 한 외신이 전해준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하버드대학교가 경영대학원의 엘리트 코스인 케네디스쿨에 입학한 한 한국인 척수장애학생을 위해 유서깊은 3개 교사(校舍)의 출입문을 뜯어고치고 정교수도 얻기 힘든 주차권까지 발급해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컴퓨터실도 휠체어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고쳤다.하버드는 이렇게 한 외국인 장애학생이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게 온갖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서울대가 지난 학기 학교시설을 장애학생 친화시설로 바꾼데 이어 99학년도부터 특별전형으로 장애학생을 뽑아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는 최근 소식은 그나마 위안을 준다.국난(國難)극복을 위해서도 우리 모두 이기심을 버리고 ‘장애인 사랑’을 실천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뤄나가자.
  • 장애인 전용 주차장/구청­“만들자” 주민­“안돼요”

    ◎‘전국 첫 시행’ 서울 용산구 갈등 심화/주민들 “심각한 주차난 더욱 가중”/구청 “강제규정 없어 협조만 바랄뿐”/장애인 “뿌리 깊은 편견 원망스럽다” 서울 용산구청(구청장 成章鉉)이 시행하려는 장애인 우선 주차제를 놓고 구청측과 일부 주민들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설치하려는 구청의 방침에 주민들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주차난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용산구청측이 이 제도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먼저 관내 장애인들 가운데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차공간 수요를 조사했다. 차량을 소유한 장애인 330여명 가운데 127명이 고정된 주차공간을 갖고 있지 않았다. 용산구는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17개 동의 이면도로 및 빈터 등에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주민 4명이 구청장을 찾아와 항의했고 개인적으로 구청장이나 동장들을 찾아가거나 전화로 항의하는 일도 잇따랐다. 일부 주민들은 장애인 전용 주차표시인 휠체어 마크를 그리는 것을 몸으로 막으며 방해하기도 했다. 작업반원들이 몸싸움 끝에 포기한 적도 적지 않았다. 휠체어 마크를 지워 버려 다시 그린 일도 10여차례나 됐다. 장애인들이 주차를 못하도록 전용 주차공간에 쓰레기나 못쓰는 리어카 등을 갖다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78대분의 장애인 주차공간을 확보했을 뿐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더이상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주차난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일 것이라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아마비 2급 장애인을 남편으로 둔 A씨(34·주부·청파1동)는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가 도리어 장애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뿌리 깊은 편견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구청으로선 주민들의 방해를 법규로 제지할 도리가 없다. 강제성 없는 구청의 단순 행정지도 사항이기 때문이다. 용산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게 우선”이라고 아쉬워했다.
  • 日王 천황 호칭 공식화(쟁점)

    ◎찬/상대국 고유 호칭 쓰는게 외교 관례/徐東晩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정부는 일본정부에 대해서 ‘천황(天皇)’을 공식표현으로 쓰기로 최종정리하였다.이번 결정은 옳은 판단이다.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정부는 외교 관례에 따라 모든 공문서에 천황이란 호칭을 사용해 왔으며,역대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천황에 대해 의전적인 예의를 갖춰왔다.89년 이래 일시적으로 ‘일황(日皇)’이란 표현을 사용했으나 국내에서의 호칭이지,일본에 대해서는 천황이란 호칭을 써 왔다.외교적 관례나 일관성이란 측면에서 천황이란 호칭을 쓰는 것이 옳다. 한국정부가 천황이란 호칭을 쓸 때,그 이유는 우선 외교적인 배려로서 일본 고유의 호칭을 써 준다는 것이지만,천황이란 한국 내에서도 이미 역사적 존재로서 굳어진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또한 천황이란 일본 역사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에서 볼 때,상징적 원수로서 헌법적 의미외에도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일본 황실은 ‘만세일계’란 말로 황실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일 관계에서 볼 때에도,천황은 일본의 상징적 국가원수 이상의 역사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일본은 천황제 국가로서 한국을 식민지화했다.현재의 아키히토 일본 천황은 한국을 식민지화했던 히로히토 천황의 아들이다. 한국의 대일 외교에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과거사 청산외교’이다.과거사 청산의 주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실질적인 국가수반인 일본총리 외에 바로 역사적 존재로서의 천황인 것이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를 할 때,천황의 발언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게 된다.일본에서 사죄를 할 때,그토록 어려운 것은 천황의 경우이다.‘천황’으로서 사죄해야 하기 때문에,일본 국민 자신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나 애매한 표현을 찾아내서 ‘사죄’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천황은 일본정부 못지 않게 우리 과거사 청산 외교의 대상이다.과거사 청산은 어디까지나 천황의 이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천황으로부터 사죄를 받기 위해서도 우리가 천황이란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반/일왕 숭배 장식물 따를 필요없어/韓相範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일제시대를 살아 본 사람에게 가장 깊은 정신적 상처와 불구화를 남긴 것은 일제의 왕을 신(現人神­아라히토가미)으로 섬기도록 정신세뇌를 당한 후유증이다.다같은 생물을 신(神)으로 둔갑시켜 정치적 주문으로 우민화를 자행한 사연은 메이지유신의 왕정복고 지배구조에도 원인이 있다.이같은 정치적 신화는 군국주의 정신의 온상이 되었고,나아가 아시아 2,000만의 민중을 학살하기도 했다.그런데 이 미신과 신화는 아직도 우익반동의 온상인 채로 과학적·합리적 사고방식을 가로막아 오고 있다.바로 이 봉건적이고 시대착오적,반(反)민주적 정치신화의 상징적 언어가 ‘천황폐하(天皇陛下)’라는 말이다. 일본 왕을 영어로는 emperor라고 하므로 구미 외교계에서는 다른 나라의 군주처럼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그런데 우리말로 부를 경우 ‘왕’이나 ‘군주’라고 하면 그만이다.굳이 일본말인 ‘천황’으로 부를 필요는 없다.원래 ‘천황’이라는 칭호는 일본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다.현행 일본국 헌법은 주권이 국민에게있다는 국민주권원리에 입각하고 있다.1946년 1월 1일 일본왕은,자신은 신도 아니며 또 일본인만이 우월하다는 편견도 잘못됐다는 내용의 신앙고백을 한 바 있다.그는 자신의 신격화를 부정한 대가로 전쟁범죄의 공격을 교묘하게 벗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있다. 우리가 일본 왕의 칭호를 두고 신중을 기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 대표가 사용하는 용어는 역사적·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히로히토는 한국침략에 대해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고 하는 애매하고도 무성의한 표현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책임을 비켜 갔다.전후 일관된 일본의 역사왜곡·날조는 왕을 신격화해 무책임의 논리를 구축한 기형적·비합리적 정신구조에서 연유한 것이다. 천황숭배주의의 장식물인 ‘천황’이란 일본식 말 표현을 우리가 따를 것은 없다.우리 말로 ‘왕’이나 ‘국왕’이라고 하면 그만이다.외교통상부 일부에서 말하는 ‘천황’칭호는 일본식 용어이니 따를 것은 아니다.우리 말대로 자연스럽게 부르면 되지 여기에 무슨 외교의례상의 문제가 있겠는가?
  • “힘든 일 하느니 실직자로 남겠다”/3D 업종 기피 실태·원인

    ◎작업 1∼2일만에 포기… 젊은층일수록 심해/사무직종 퇴직자 대부분 과거미련 못버려/영세업체 많아 고용보험 미가입… 취업 꺼려 올 들어 실업자가 120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실업대란 시대를 맞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나 실직자들이 생각을 바꿔 눈높이를 조금만 낮춘다면 최소한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도 적지 않다. 실업대란 시대에 ‘외로운 섬’처럼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실태와 실직자들의 의식상태 등을 점검해 본다. 쇠를 녹여 공업용 쇠봉을 만드는 경기도 화성의 (주)백철금속은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한 달여째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달부터 몇개의 구인기관을 통해 필수인원 12명 가운데 9명을 채웠으나 나머지 3명은 언제 충당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구직희망자 70여명이 찾아왔지만 벌겋게 끓는 쇳물과 불똥을 보고 놀라 발길을 돌렸다. 이들은 대부분 대졸 이상의 학력자로 사무직에 종사하다 최근 실직한 사람들이다. 이 업체는 하루 12시간 2교대로 다소 고되기는 하나 월급여는 기본급 70만원에 수당까지 합치면 100만∼120만원에 이른다. 토요일 격주 휴무제를 채택, 월 평균 6회를 쉬기 때문에 근무여건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취업희망자들은 작업이 위험하고 힘들다는 이유 외에 ‘동료’들에게 정이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崔熙萬 관리처장(38)은 “처음부터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작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서 “진정으로 일자리를 원한다면 일에 대한 애착부터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원단을 만드는 광성피혁공업도 생산직 사원 3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12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7명만 출근했고,출근자 가운데 4명은 이틀 뒤 그만뒀다. 올 들어 입사자 69명 가운데 36명이 도중하차했다. 총무계장 閔敎鎭씨(33)는 “수작업이 많고 염색약품을 사용하고 있어 냄새가 심한 편이라 젊은 사람들의 중도포기율이 높다”고 말했다. 작업시간은 상오 8시∼하오 4시40분까지,월급여는 70만원선이다. 화학품제조업체인 단석산업은 지난 달 40세 이상 실직자만 신규 채용했다. 젊은층은 이직률이 지나치게 너무 높아 채용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노동부 중앙고용정보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힘든 일을 하기 보다는 실업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신의 과거 경력에 대해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고용정보관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구인자가 312명이었던 플라스틱성형기조작원은 구직자 수가 269명에 불과했고,취업자는 82명에 그쳤다. 프레스조작원도 구인 973명에 구직자는 1,587명이 몰렸지만 취업까지 이어진 사람은 271명이었다. 이런 현상은 급한 마음에 일자리를 얻기는 했지만 막상 작업장을 보고나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3D 업종의 하나로 꼽히는 영업직 역시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직종 가운데 하나다. 구인자는 1만3,060명이나 구직자는 7,615명에 불과하고 취업자는 그보다 월등히 적은 1,303명에 불과하다. 직업소개소를 찾는 사람들도 3D 업종에 속하는 업체는 아예 관심권 밖이다. 젊은층일수록 깨끗한 서비스업종을 선호한다. 서울 강남의 P직업소개소 대표 李雨慶씨(35)는 “서빙이나 호텔 웨이터 등의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금형이나 사출공장에 취업을 알선해 주면 대부분이 거부반응을 보일 뿐 아니라 취업을 해도 곧 그만둔다”고 말했다. 이밖에 실직자들이 3D 업체를 꺼리는 이유는 업체들 대다수가 영세업체라 근로기준법이나 산재보험·고용보험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동대문·성북·노원·강북·중랑구 등 6개 구를 관할하는 북부노동사무소의 경우 5인 이상 사업장은 5,000여곳이나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이 1,000여곳에 이른다. 全在成 북부노동사무소 관리과장(45)은 “하루하루 부도에서 벗어나기도 급급한 영세업체에 대해 무작정 고용보험 가입을 강요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기껏 호소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경련 국난돌파 견인차 되라(사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金宇中 회장 체제로 출범했다. 金회장은 10일 그동안의 회장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으로 전경련회장에 추대됨으로써 대우회장을 겸해 명실상부한 재계총수가 됐다. 우리가 새삼 국내 재벌그룹들을 회원사로 하는 민간 임의친목단체 전경련 동향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업구조조정,대량실업 및 노·사·정 갈등 심화,수출감소 등의 심각한 경제현실에 비춰 볼때 이 단체의 역할과 기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金회장이 지난 6월 회장대행을 맡아 과도적으로 전경련을 이끌어 오면서 보여준 소신과 적극성이 산적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강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하는 바이다. 그러나 金회장체제 개막을 계기로 무엇보다 강조하고자 하는 대목은 전경련이 재벌의 그릇된 경영행태나 오너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는 ‘있는 자들의 집단’이란 인식을 더이상 국민들에게 심어 주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경련은 재벌이익에 반(反)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으레 자본주의 수호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재계 옹호에 바빴던 것을 부인할수 없을 것이다. 얼마전 전경련 중심으로 이뤄진 재벌그룹 빅딜(대규모 사업교환)도 중복·과잉투자를 없애고 업종전문화를 추진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크게 빗나간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재벌 상호간 사업규모의 감량노력 없이 합병회사 설립과 함께 세제·금융지원을 요청함으로써 결국 국민부담만 늘리는 단순사업조정안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견적(短見的) 재계 이기주의로는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 우위확보가 불가능하며 경제회생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경련은 재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옹호하는 자세에서 과감히 탈피,국민경제 전체의 건전한 발전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개혁세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이는 부(富)에 대한 일반의 사시적(斜視的)편견을 바로 잡아 주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도 많은 부분이 바로 재벌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외형확장경쟁과 과다차입·부정부패 등의 해악에서 비롯된 만큼 깊은 반성을 통해 경제정의 실현과 국난극복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자생기반이 취약한 영세·중소협력업체에 대한 기술 및 자금지원등을 강화,산업생산 전반에 걸쳐 활력을 되찾게 하는 노력이 전경련을 중심으로 강력히 전개되길 바란다. 거듭 강조하지만 앞으로 전경련은 행여 과거처럼 정경유착의 타성에 빠지는 일 없이 창의적인 경쟁력강화 의지로 국난돌파의 견인차가 되길 당부한다.
  • “독신여성 인생 실패자 아닙니다”

    ◎美 가족치료가 ‘단독비행­혼자사는 즐거움’서 주장/일 몰두 새삶 개척 등 행복한 삶 추구/사회적 편견의 오류 지적·반증 제시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에서 골디 혼이 연기한 ‘헬렌’은 중년기 독신여성으로 제일 친한 친구인 여배우가 자기 약혼자를 가로채자 기괴할 만큼 비만해지고 완전히 정신이 나가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92년 히트작 ‘배트맨2’에서 미셸 파이퍼가 분한 노처녀 ‘셀리나’는 매일 저녁 집에 들어 올때마다 “여보,나 왔어요”라고 외치지만 곧이어 “아참,또 잊어버렸네. 나 결혼 안했지”라고 중얼거린다. ‘인생의 실패자’‘심술궂고 히스테리컬하며 결혼할 남자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 여성’‘가정보다 자기자신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기주의자’…. 독신여성 특히 중년의 독신여성에 대한 대중매체들의 이미지는 대부분 이처럼 부정적이다. 과연 실제 독신여성들의 삶도 그럴까. 캐롤 M 앤더슨,수잔 스튜어트 등 미국에서 가족치료가로 활동하고 있는 두 독신여성이 펴낸 ‘단독비행­혼자사는 즐거움’(엄영래옮김. 또 하나 문화)은 이같은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드러내는 연구보고서이다. 저자들이 연구를 위해 개별적으로 만난 90명의 독신여성(미혼,이혼,배우자와 사별한 경우를 모두 포함) 대부분은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으며 나아가 독신생활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독신여성들은 성공적인 삶의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 지를 보여준다. 바쁘게 일에 몰두하는 이,전혀 새로운 삶의 경로를 중년기에 비로소 찾아가는 이,자녀에게 모든 것을 걸지 않는 활동적인 어머니상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등등. 이들은 ‘서른이 넘으면 독신으로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는 뿌리깊은 문화적 미신을 깨고 혼자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떠맡아 자신의 성격과 목적에 맞는 삶을 창조하는 ‘단독비행’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독신생활을 비행기 조종에 비유해 기술한 이 책은 1부 ‘이륙:자동 조종 장치와 초과 수하물의 딜레마’에서 6부 ‘단독비행의 과제와 성공의 기쁨’에 이르기까지 저자들은 여성에게결혼을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비판,독신자로서 중년기를 맞는 경험담,독신여성들이 남자 친구나 애인 등과 맺고 있는 관계,독신이 가져다주는 일상생활의 장단점 등을 포괄적이면서도 실감나게 다루고 있다. 결혼을 해야만 행복할 수 있고 인생에 성공했다고 느낄 수 있다는 믿음에 반증을 제시하면서,독신으로 성인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내는 것이 여성에게 하나의 정당하고 긍정적인 대안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쾌한 교양서이다.
  • 남성 73% “여성 우선 해고 부당”

    ◎여성특별위,네티즌 900명 의식조사/여성 절반 “성차별 끝까지 싸우겠다” 남자들도 대부분 여성이 IMF체제 아래서 ‘우선 해고’되고 있으며 이를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PC통신 하이텔 회원 900명을 상대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네티즌의 여성문제에 대한 의식조사’에서 확인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우선 해고된다’고 보는 사람은 남성의 71.2%,여성의 91%에 달했다.이를 부당하다고 여기는 네티즌도 남성의 73.2%,여성의 87.5%나 됐다. 여성이 먼저 해고당하는 이유로는 남녀 모두 절반가량이 ‘가족부양 의무가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보았고 뒤이어 ‘여성을 경시하는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여성이 남성보다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한 응답은 남녀 공히 한자리수에 그쳤다. 우리 사회가 성차별을 한다는 사실도 남자들 대부분(‘매우 심하다’는 17.4%,‘심하다’는 61.2%)이 인정했다.이같은 성차별에 대해 여성의 절반가량은 ‘여성단체와 상의하거나 언론에 투고하는’방식으로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러나 30.6%는 ‘참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거나 ‘더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어서’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쯤은 지난 3월 출범한 여성특위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지난 7월 한달동안 진행됐으며 응답자는 여성이 601명,남성 299명이었다.연령층은 20대가 83.2%,30대가 10.8%이다.
  • 힐러리는 클린턴의 흑기사?

    ◎르윈스키 관련 비디오증언 궁지에 몰리자 “性추문 수사는 편견서 비롯” 언론 통해 반격/중앙정가의 견제 부각시켜 위기 모면 시도 힐러리 여사가 또 빌 클린턴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클린턴이 갖가지 추문에 연루돼 궁지에 몰릴 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피터팬이 되곤 했던 힐러리. 클린턴이 루윈스키의 성추문과 관련,17일 비디오 증언으로 위기에 몰리자 또 모습을 드러냈다. 들고 나온 무기는 엉뚱하게도 지역감정. 클린턴 대통령의 출신지인 아칸소주의 한지역 신문과의 회견에서 “특별검사나 성추문 수사는 아칸소주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시골뜨기 출신 대통령에 대한 워싱턴 중앙 정가의 노골적인 견제라고 몰아 세웠다. 극약 처방적인 발언이다. 가문이나 학벌 출신지 따위보다는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미국 특유의 정서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르윈스키 성추문 사건이 바로 미국 정서를 거스르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쟁점을 다투기보다 변죽을 표적삼아 일전을 벼르겠다는 것이다. 클린턴이 예전과 달리 막다른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성추문의 상대가 성관계를 시인한 것은 물론 물증까지 제시했다. 더구나 수사의 초점이 위증여부에 맞춰져 있다. 바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힐러리가 맨처음 ‘남편 살리기’에 나선 것은 92년 첫번째 대통령 선거때였다. 플라워즈라는 여성과 성추문이 번지자 지고지순한 부부사랑론을 내세워 여론을 잠재워 버렸다. 힐러리의 솜씨가 빛났던 것은 지난 1월. 르윈스키와 성추문이 불거지자 이번에는 색깔론으로 맞섰다.“클린턴을 짓밟으려는 광범위한 우익세력들의 공모”고 추문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계산은 정확하게 표적을 맞췄다. 세번째 화살도 과녁을 꿰뚫을지 두고 볼 일이다. 사안이 예전과 달리 어렵지만 대신 힐러리는 요즘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이후 최고의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정 불화설 등 갖가지 소문에 시달리면서도 미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는 힐러리의 솜씨가 주목된다.
  • 인도는 무엇으로 사는가/이광수 지음(화제의 책)

    ◎단순 기행문 탈피 인도의 정신 조명 우리 안에 갇혀 화석이 돼버린 허위와 편견의 인도를 해부. 지금까지 인도 관련서들은 전문 학술서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전문가에 의한 ‘명상순례’류의 여행서들이 주종을 이뤘다. 지은이(부산외국어대 남아시아학과 교수)는 특히 ‘정신세계의 유토피아’로만 인식돼 온 인도의 이미지를 깨는데 주력한다. 이교수는 네 가지의 키워드로 인도를 읽는다. 수천년 동안 운명처럼 군림해온 카스트 제도,인도의 실체를 형성해온 강력한 접착제로서의 힌두신화,물질세계에 대한 숭배로 이어지는 독특한 성(性)의식,게임의 법칙으로서의 공존 등이 그것이다. 웅진 7,500원.
  • 여야 국회의장 후보 지상 검증/‘빅’ 對 ‘퀵’ 거포냐 속사포냐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여야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한나라당은 29일 의원총회를 통해 국회의장 후보를 뽑았다. ‘다수당 몫’챙기기 차원에서 의장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결의도 다졌다. 여권은 여권대로 자신들의 후보를 당선시킬 필의 전략을 숙의했다. 여야 의장 후보를 지상 점검한다. ◎자민련 朴浚圭 후보/지역구 9選 무게 내세워 “의장은 영남” 기치 여당 후보인 자민련 朴浚圭 최고고문은 9선(選)의원이다. 15대 국회 최다선이다. 전국구 의원은 한차례도 안했다. 모두 지역구를 거쳤다. 두 부문에서 기록보유자다. 9선 타이틀은 金泳三 전 대통령과 공동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 9선은 혼자만의 기록이다. 朴최고고문은 지난 60년 정치에 입문했다. 4·19 직후 5대 총선에서 첫 ‘금배지’를 달았다. 당시 민주당 구파(舊派)에 속했다. 이때부터 신파(新派)의 金大中 대통령,구파의 金泳三 전 대통령과 40년 인연을 맺었다. 그는 5·16뒤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겨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고비를 두차례 맞았다. 80년 정치규제가 첫 시련이다. 93년 金泳三 정권 출범 이후 당한 ‘팽(烹)’이 두번째다. 이런 명암이 ‘처세술의 달인’이라는 닉네임을 만들어냈다. 93년은 재산문제가 토사구팽(兎死拘烹)의 빌미로 제공됐다. ‘벌집’으로 불리는 다세대주택을 포함,부동산 과다보유로 파문에 휘말렸다. 결국 국회의장과 의원직을 내던지고 유랑길에 올라야 했다. 金泳三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바뀌었다. 그는 94년 야당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金鍾泌 총리서리가 자민련을 창당할때 손을 잡았다. 그러나 金총리서리와는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다. 지난해 15대 대선때는 金大中 대통령 편에 섰다. 야권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며 ‘탈당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金총리서리에 대한 양보 주장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계기로 金대통령과는 더 가까워졌다. 金대통령이 의장 후보로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우정과 무관치 않다. ‘호남대통령,충청총리,영남국회의장’이 출마 명분이다. ◎한나라 吳世應 후보/외국어 능통 등 순발력 부각 “공정한국회를” 한나라당 국회의장 후보로 확정된 吳世應 의원은 국회 외무통일위원만 22년 역임한 7선 의원이다. 당내 최다선이다. 그는 영어·불어·독일어·일어·서반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외교통으로 꼽힌다. 국제의원연맹(IPU) 집행위원과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吳의원이 28일 당내 후보 경선에서 국제 의원외교 경력을 유난히 부각시킨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吳의원은 15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내던 96년 12월 신한국당의 ‘노동법 새벽 날치기 통과’때 金守漢 전 국회의장대신 본회의장 사회를 맡았던 ‘불명예’를 안고 있다. 6공 당시 주가를 올리던 朴哲彦 의원과 가까이 지내는 등 ‘정치적 변신의 귀재’로도 불린다. 때문에 당내 개혁성향 인사들의 표 이탈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이날 당내 후보 경선에서 吳의원은 ‘입법부 독립’과 ‘국회의 자율성 회복’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후보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吳의원은 “대통령을 반대하는 당에서,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국회의장이 출현한다면 역사적으로 큰 의의가 있다”며 여권의 朴浚圭 의장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다. 吳의원은 특히 “金大中 대통령과 金鍾泌 국무총리서리가 한나라당 의원 몇사람을 빼내 국회의장 선출에서 이긴다든지 서리 꼬리를 떼려 한다면 현 정권 말기의 책임은 두 분이 져야 한다”고 독설(毒舌)을 서슴지 않았다. 吳의원은 또 “만약 의장으로 당선되면 특정 정당에 편견을 갖지 않고 불편 부당하게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국회의장 당적 이탈이나 金鍾泌 국무총리서리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내각제 개헌 논란 등 원내 쟁점에 대해서는 “당론에 따르겠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여야 국회의장 후보 신상명세 ▲국민회의·자민련 朴浚圭 출생일:25. 9.12 본적:대구 달성 학력:대구 경복중→일본 마쓰야마(松山)고→서울대 정치학과 지역구:대구 중 재산:18억7천만원 경력:△서울대 정치학과 교수(54년) △부산일보 사장(62) △국회외무위원장(67) △IPU명예종신회원(79) △남북국회회담 수석대표(88) △민정당 대표위원(88∼89) △13·14대 국회의장 △5·6·7·8·9·10·13·14·15대 국회의원(9선) ▲한나라당 吳世應 출생일:33. 4.18 본적:서울 종로 학력:경기중·고→연세대 정외과 지역구:경기 성남분당 재산:9억2천만원 경력:△미국의소리방송 아나운서(60∼64년) △국보위입법위원(80) △IPU한국대표단장(81∼87) △정무 1장관(82∼83) △국회문체공위원장(92) △국회외무통일우원장(94) △15대 국회 부의장 △8·9·10·11·12·14·15대 국회의원(7선)
  • “집안일인데 우리가 어떻게…”

    ◎가정폭력특례법 경찰의 미지근한 적용에 불만/신고해도 “그런거 잘 몰라요”/적극적 개입의사 전혀 없어/정부차원 대대적 홍보 절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지 한달이 다 돼 가지만 경찰의 미온적 대응,‘가정문제는 각 집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봉건적 관념때문에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가정폭력특례법 시행과 함께 개설된 한국여성의전화 연합 가정폭력사건처리 불만신고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접수된 수십여건의 사례가 거의 경찰이 사건을 형식적으로 다루고 적극적 개입의지가 없다는 점에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 한 상담자는 남편이 구타하며 폭언을 퍼부었는데도 경찰이 가정문제로 시끄럽게 하느냐며 남편을 그냥 돌려보냈다고 신고해왔다. 신고센터 측이 파출소에 따지자 파출소 담당자는 “우리가 어떻게 남편을 격리하고 보호하느냐”며 오히려 항의했다. 서울 상담자의 경우 남편이 술먹고 칼을 들이댔고 자녀들도 망치로 폭행했는데도 경찰이 “한번만 더 그러면 정신병원에 넣는다”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고 호소했다. 사람을 무시한다고 깡패 출신 형을 동원해 폭행한 남편을 신고한 상담자는 “집안일이니 상관말라”는 형의 말에 돌아서 가버린 경찰을 신고해왔다. “가정폭력법이 뭐냐,잘 모른다. 상담자 없다. 다음에 전화하라”며 끊어버린 경찰도 있었다. 가정폭력특례법에 따르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폭력행위를 즉각 저지하고 수사에 나서며 피해자는 보호시설 또는 의료기관에 호송하도록 돼 있다. 가정폭력 현행범은 현장에서 연행할 수 있고 보호처분과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경찰이 미적거리는 것은 법조항을 꼼꼼하게 알고 있지 못한 ‘무지’거나 엄연한 ‘직무유기’라는 주장. 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도를 넘는 가정폭력 희생자,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해자를 살해한 경우 등 피해사례가 속출하는데도 가정폭력특례법이 여성만을 위한 법이라거나 피해자의 본심은 신고를 원치 않는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편견”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7일 신고센터가 명동에서 가정폭력특례법 홍보캠페인을 펼치며 행인 3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반드시 필요했던 법이 이제야 나왔다’ 75.8%,‘가정이나 이웃에 가정 폭력이 있을때 신고하겠다’ 95.5%,‘가정폭력 현행범 현장서 연행 찬성’ 72.3% 등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여성의전화 인권사회위원회 조유경 부장은 “전국민의 인식변화,경찰·검찰 등 법집행 공무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자질/재교육 부재… 직업정신 실종(위기의 경찰:1)

    ◎“잘해야 본전” 관할 아니면 사건 무관심/일부 생활고에 비리 유착… 사명감 잃어가/학력은 향상… 체계적 교육프로그램 절실 탈옥수 申昌源 사건으로 경찰은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개개인의 자질에서부터 조직 체계 및 운용에 이르기까지 허점 투성이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하지만 경찰 나름대로는 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큰 사건이 터질때마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쇄신책을 마련하겠다는 다짐이 뒤따랐지만 대부분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다.시리즈를 통해 경찰이 오늘날 직면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책을 모색해 본다. ‘경찰 정신’이 실종됐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군인정신이 필요하듯이 경찰정신이 없으면 범죄와 싸워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경찰관들의 투지와 사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근무환경 등이 열악하다 보니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맨손으로도 申昌源을 잡을 수 있다는 정신무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에서 20년째 강력계 형사로 근무하고 있는 李모경사(45)는 요즘 경찰관 생활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申昌源사건’과 동료 경찰관의 비리를 접하다보면 일할 맛이 안난다는 것이다. 李경사는 지난 16일 새벽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 나타난 申을 검거하지 못한 것이 ‘경찰의 부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재교육 부재와 느슨한 직업의식을 그 이유로 댔다. 실제로 하위직 경찰관은 순경 때 받는 6개월의 기본교육이 고작이다.독일 2년6개월∼3년,영국 2년,일본 6개월∼1년 등 외국경찰의 기본교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관할지역이 아니면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는 ‘관할 이기주의’도 경찰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부 경찰관의 비뚤어진 사고방식이다.끊임없이 발생하는 각종 비리가 ‘신성한 직업의식’에 금이 가게 한다고 한탄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뇌물 등 각종 비리로 적발된 경찰관은 한달 평균 70∼90여명에 이른다.신고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휠씬 많다. 그러나 대다수 경찰관은 성실하다.최근의 순경 채용에는 고학력자들이 몰려 외형적으로는 자질이 상당히 향상되고 있다.2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최근의 순경시험에 전문대 이상의 학력소지자가 90.3%나 됐다. 시위진압 요원 정도로 인식되던 경찰관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학력향상이 자질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투철한 직업의식과 사명감 고취가 시급한 과제다. 업무능력 배양을 위한 재교육 과정의 강화도 급선무다. 경찰의 한 고위간부는 “인원을 늘리는데만 치중되다 보니 우수자원을 제대로 선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체계적인 수급계획과 알찬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바람직스런 경찰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고대한일관계사/日 고대사 전공자 연민수씨 펴내

    ◎왜곡된 한일고대史 바로잡기/日의 한반도 남부 지배설 허구 반박/칠지도 銘文연호는 백제의 것 규명 우리 역사상 고대 한일관계사 만큼 편견과 왜곡으로 점철된 분야도 드물 것이다.이러한 왜곡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백제와 가야사에까지 이어진다.최근 출간된 ‘고대한일관계사’(연민수 지음,혜안)는 객관적인 시각의 연구가 부족했던 고대 한일관계사 분야를 새롭게 조명한 연구서로 관심을 모은다. 지금까지 고대 한일관계사에 대한 연구는 일본 사학계가 주도해 왔다.한국의 경우 그 연구는 한국사 전공자가 주로 맡아왔다.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일본 큐슈대학에서 일본 고대국가 형성기의 대외관계 등을 연구한 고대일본사 전공자란 점이 이채롭다. 이 책은 먼저 기존의 쟁점이 되어온 사료,즉 ‘일본서기’,광개토왕 비문, 칠지도(七支刀) 명문(銘文),‘삼국사기’,‘송서’ 왜국전 등의 성격을 밝혀 고대일본의 한반도남부 지배설을 비판한다. 기존의 설에 의하면 광개토왕 비문에 등장하는 왜는 야마토정권이고 4세기말 일본열도를 통합한 통일정권으로 이해돼 왔다.이것은 일본열도의 내부적인 발전과정을 충분히 검토한 뒤에 도출된 것이라기보다는 광개토왕비문의 신묘년조(辛卯年條)의 한 대목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김석형의 ‘분국론(分國論)’,천관우의 친백제적인 북큐슈세력설 등 이에 대한 본격적인 반론을 소개한다.또한 광개토왕 비문과 관련,19세기 말의 사카와본에서부터 최근의 탁본까지 비교·분석,일본의 비문변조설을 반박한다. 이른바 ‘임나일본부’ 문제는 고대 한일관계에서 주요한 쟁점이 되어 왔다.또 양국의 정치적 관계를 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테마다.그동안 ‘임나일본부’ 연구를 주도해온 일본의 학자들은 이 문제를 야마토 정권의 해외 진출의 산물로 간주해 왔다.‘일본서기’에 나오는 신공황후의 삼한정벌기사의 허구성은 인정하면서도 광개토왕 비문이나 칠지도 명문 등을 들어 ‘임나일본부’의 실재를 주장해 온 것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임나일본부’의 이러한 근거가 들어설 자리를 지워 버린다.6세기 전반 존망의 위기에 빠진 가야제국의 생존을 위한 대(對)백제·신라 국제외교전,가야를 적극적으로 도운 서일본 세력이 보낸 사자와 가야계 일본인의 합동작전 등 일시적인 활동이 ‘임나일본부’라는 왜곡된 형태로 전해지게 된 과정을 파헤친다. 한편 이 책은 칠지도의 실체를 분석,명문의 연호가 중국 것이 아니라 백제 연호임을 밝힌다.또 그것을 보낸 주체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근초고왕이 아니라 무령왕이며,백제의 강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왕세자를 통해 하사 형식으로 일본에 전해준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한다.
  • IMF시대 여성象/李春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서울광장)

    한국인을 고개숙이게 한 IMF 한파의 위력은 밉지만 우리 사회의 남녀 역할관을 변화시키는데는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도 단단히 닫혔던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아침 햇살에 서리 걷히듯 아스라이 녹아 내리면서 여성상에 대한 변화의 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전까지만 해도 가냘프고 늘씬한 서구적 외모와,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순결함을 지닌 다소곳한 현모양처형이 여성을 평가하는 가치기준이 되어 왔다. 그로 인해,여성들은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에 거의 모든 것을 투자하고 낭비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IMF시대의 경제적 고통이 이제 겨우 7개월을 넘기고 있는 시점에서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요사이 영화나 만화,그리고 광고 속에서까지 푼수스럽더라도 돈 잘 벌고 억척스러운 여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영화 ‘GI제인’의 데미 무어같은 독립적이며 강한 투사형의 여성,가정경제를 잘 꾸리고 남편 기살리는 사랑스런 여성,이 두 역할을 완벽하게 해 낼 수 있는 여성을 이 사회와 남성들은 당장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돈 잘버는 억척여성 각광 하지만 IMF시대가 끝나고 우리 사회의 힘든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도 남성들은 진정으로 당당하고 능력있는 전문직 여성과 투사적인 여성 해방군과 같은 억순이를 이상형의 여성으로 생각할 것인지에는 의문이 간다. 남성들의 편의와 요구에 여성이 맞춰지는 한시적인 사회현상보다는 여성 스스로 변화돼야 한다.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변화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해답을 주 듯,바버라 마코프가 쓴 ‘딸,이렇게 키워라’와,저넷 게이트버그의 ‘강한 딸 만들기’등에서 여성이 강하고 행복한 존재로 새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시몬 드 보봐르의 실존주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여성상의 방향타를 설정하는데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남성 역시 변화해야 한다.근육질의 표정없는 포커 페이스에 가족의 짐을 혼자 짊어지고 끙끙대는 미련한 남성이 아니라 부드러움과 융통성을 갖고 가정적 역할을 공유하는 그런 남성을 이 시대는 원하고 있다. 지금은 남녀 모두가 열린 사회를 위해 새롭게 변해야 한다. ○열린사회 남녀 모두 변해야 이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남성과 그 사회문화의 잣대에 의해서 재단되지 말고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전 생애에 걸쳐 노력할 때 자율적인 민주시민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즉 자율적인 인간으로서 살아가겠다는 깊은 깨달음이 내면으로부터 솟구칠 때 자신의 가치를 공평하게 배분받을 수 있는 과정에 참여하게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 행복을 느끼게 된다. IMF시대를 통해서 한국 여성상의 변화 뿐만 아니라 정치판까지 깨끗하게 개혁되길 희망한다. 개혁은 언제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때가 있는 법이다. 정부가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더라도 국민의 기대가 고조된 시기를 놓치고 나면 다시 기회를 얻기는 어렵다. 남녀평등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金大中 대통령과 여성운동 1세대인 李姬鎬 여사의 깊은 배려가 정부의 개혁 뿐 아니라 평등사회를 만드는데 반드시모아지기를 바란다. 이 모아짐을 갖고 남녀가 역사발전의 추진력이 되어 IMF 한파의 긴 터널을 지나 들꽃 만발한 평야를 모두 함께 달리고 싶다.
  • 재혼녀­총각 짝짓기 급증/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사회적 편견 줄어 총 재혼건수의 26%/평균 교육년수 9.4… 자녀수는 1.6명 남편과 사별했거나 이혼한 여성이 총각과 다시 백년가약을 맺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들 골라낳기는 경상남도가 가장 심하고 전라북도는 거의 차별하지 않는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96년 기준)’의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남아선호 경향,아직도 뿌리깊다=전국의 평균 출생성비는 111.7이다. 여아(女兒)가 100명 당남아는 111.7명이 태어난 것이다. 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자연적인 평균 출생성비(105∼106)와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지역별 차이도 두드러진다.경남이 117.4로 가장 높고 경북(116.2) 대구(116.1) 부산(115.5)이 뒤를 이었다. 전북은 106.4로 자연적인 출생성비에 가장 근접했다. ■총각 고르는 재혼녀 늘어났다=재혼의 형태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혼녀나 남편과 사별한 여자가 총각과 재혼하는 비율이 총 재혼 건수의 26.0%를 차지했다. 반대의 경우(26.9%)와 엇비슷하다. 70년에는 재혼남성­초혼여성 비율이 48.2%,재혼여성­초혼남성이 10.6%였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재혼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크게 준 덕분이다. ■검은 머리,파뿌리되기 힘들다=전체 이혼건수 중 10년 이상 동거한 부부의 이혼율이 44.2%를 기록했다. 85년 27.8%,90년 33.0%,95년 43.4% 등 점차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평균 이혼연령도 90년 33세에서 96년 35.2세로 덩달아 높아졌다. 30∼40대 주부들은 가사일에만 매달리기보다는 경제적 자립 기반을 닦는 편이 좋을 듯하다. ■기타=여성의 평균 교육년수는 9.4년으로 남자보다 1년10개월 짧지만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여성 1명이 일생동안 낳는 평균 자녀수는 1.6명이며,여성 30명 중 1명이 대학생이다. 10만명의 아이가 태어날 때 20.3명의 산모가 사망한다. 일본 독일과 비슷하지만 중국(95명) 필리핀(280명) 이라크(310명) 등 개도국보다는 훨씬 적다. 피임(97년 기준)방법은 난관수술(29.9%) 자궁내장치(16.4%) 콘돔 착용(18.8%) 정관수술(15.8%) 먹는 피임약(2.2%)순이었다.
  • 피고인에 반말하는 판사/이성직 변호사(서울광장)

    얼마전 민사법정에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한 아주머니가 담당 판사와 거의 싸우다시피 재판하는 것을 보았다.그 아주머니는 옆집 여자가 도장을 빌려달라고 해 주었을 뿐 이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줄은 정말로 몰랐으니 보증책임을 전혀 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법정서 훈계할 필요 없어 판사는 이에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었고,아주머니는 자기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떼를 쓰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그러자 판사는 벌컥 화를 내면서 고함까지 쳤다.이같은 상황은 법원에 올 때마다 볼수 있는 상황이다. 형사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60이 넘어 보이는 구속피고인에게 판사가 거의 반말로 야단을 치고 있었다.피고인은 전과가 여러번 있었고 법정태도도 다소 불량해 보이기는 했다.그렇다고 아직 채 40이 안돼 보이는 판사가 반말조로 야단을 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민망해 보였다. 판사가 법정에서 화를 낼 이유가 있을까.사실 판사는 재판만 하면 되지 피고인이나 증인에게 법률교육을 시킬 필요는 없다.또 피고인에게 훈계를 할 필요도 의무도 없다.법정에 온 피고인이라면 이미 경찰이나 검사에게서 훈계나 교육은 많이 받았을 것이고 시달림까지도 당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공개된 법정에서 젊은 판사로부터 다시 한번 반말 훈계를 받는다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설사 훈계할 필요가 있더라도 피고인의 인격을 존중 한다면 오히려 그 효과가 더 커지지 않을까. 반말을 쓰는 데는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있을 것이다.피고인들이 좀더 고분고분해지고 재판에 잘 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또 죄를 지은 사람에게 반말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잘못이라는 사실은 법관 스스로 잘 알고 있다.피고인이라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법이 정한 이상으로 부당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된다.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하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죄인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반말보다 더 나쁜 것은 판사가 재판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해 편견을 내보이는 것이다.무죄를 주장,증인을 신청하는 피고인에게 “그런 쓸데없는 증인을 신청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 줄 아느냐”라고 면박을 준다던지,자신이 범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불우한 처지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피고인에 대해“아직도 자기가 지은 죄를 반성하지 않는다”면서 야단을 치는 경우도 우리 법정에서는 흔히 있다. ○당사자의 말 경청해야 이것은 피고인에게 모멸감을 줄 뿐이며 재판결과를 미리 공개하는 것이다.분명 잘못된 재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판사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중립성과 공정성을 저버리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재판을 하면서 피고인이 판결에 승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사실 가장 존경스러운 판사는 법률이론과 재판실무에 능숙한 판사가 아니다.오히려 당사자의 말을 주의깊게 경청하고 이를 존중하는 판사가 더 존경받고 판결에 위엄이 깃드는 것이리라.이미 법률에 정통한 사람들이 판사이며 그들간의 법률지식이 높고 낮은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판사들은 국민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인격적 수양을 위해 좀더 정진해야 할 것이다.
  • 이옥순씨 에세이 ‘인도여자에게 마침표는 없다’ 펴내

    ◎지구촌 여성의 20%… 그들 삶의 무게/1시간42분마다 한명꼴 지참금 관련 강요된 죽음/속박넘어 자유 얻을 날은… 인도의 ‘위대한 영혼’ 간디는 “힌두 여성은 신이 인류에게 준 선물”이라고 당당히 말했다.또 인도 고대의 법전인 마누법전은 “여성의 몸은 신성하기 때문에 꽃으로라도 때려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인도의 현실은 이러한 진리를 간단히 배반한다.죽은 남편의 화장더미에서 함께 타죽게 하는 ‘사티’의 전통이 아직도 숨쉬고 있고,지참금이 적다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사리에 불을 붙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이옥순씨(숭실대 강사)가 펴낸 ‘인도여자에게 마침표는 없다’(사과나무)는 인도 여성들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문화에세이다. “얼마 전 인도 연방의회의 한 의원이 ‘단발머리를 한 여자들은 인도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 말썽을 빚은 적이 있었습니다.인도에서는 단발머리여성들은 보통 부도덕하고 헤픈 여자로 간주됩니다.이 정도면 인도 남성들의 사고는 초(超)보수적이라고 할 만하죠.인도 벵골 지방에는 ‘여자와 말이 있어야 할 곳은 남자의 다리 밑’이라는 모욕적인 속담도 있어요” 그러나 그는 인도 여성들의 척박한 삶 속에서도 희망의 단서를 찾아낸다.‘바라트 마타’ 곧 ‘인도의 어머니’로 불린 인디라 간디 총리와 ‘작은것들의 신’으로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거머쥔 아룬다티 로이가 그 예다. “1966년 인디라 간디가 48세의 나이로 총리직에 오르자 남성들은 몹시 못마땅해했습니다.그러나 지난 71년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보여줬듯 그는 결단력과 단호한 성격을 지닌 지도자로 역사에 확실하게 자리매김돼 있어요.오늘날 인디라 간디는 힘의 여신인 ‘두르가’로 숭배받을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로 통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인도를 실재하는 구체적인 나라가 아니라 하나의 추상으로 떠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명상의 나라,굶주리고 헐벗은 몸으로 갠지스 강을 찾아와 행복하게 죽어가는 사람들,곳곳에서 신의 현현을 목도할 수 있는 영혼의 나라….인도는 과연 타락한 물질세계의 대안인가.‘정신주의’라는 알약을 내세워 인도를 과거에만 묶어두려 했던 영국 제국주의의 시선을 우리가 은연중 본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자신은 무한대의 세속적 욕망을 향해 줄달음치면서도 인도는 그저 심신이 고달플 때 잠시 쉴 만한 영혼의 땅으로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한,우리는 이기적인 이방인일 뿐이다.이 책은 바로 이러한 자성적 관점에서 씌어졌다. “이방인의 편견이 만들어낸 인도에 대한 허상을 깨고 인도의 명암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는 게 이 책의 집필 의도입니다.문맹,결혼지참금,부정부패,저개발,부당 착취와 같은 사회문제에 몸살을 앓으며 요로운 삶을 꿈꾸는 보통사람들이 호흡하는 땅이 인도예요.인도에 성자가 넘치고 종교가 넘치는것은 그만큼 삶이 힘들고 고단하다는 반증이 아니겠어요” 97년 유엔의 세계인구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여자들은 1시간42분마다 한 명 꼴로 결혼지참금과 관련해 사망하는 것으로 돼있다.해마다 약 5,000건의 ‘강요된 죽음’이 발생하는 셈이다.인도에서 결혼은 한편으로는 ‘비즈니스’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바람처럼,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 경(經)에 나오는 이 구절처럼 인도의 여성들이 속박을 넘어 자유를 얻을 날은 언제쯤일까.전세계 여성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여성,그들의 옹이진 삶은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이 책 속의 인도여성들 이야기를 가볍게 읽되 결코 가볍지 않은 그들의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헤아렸으면 합니다” 인도 델리대학에서 ‘식민주의와 교육’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씨는 현재 식민지시대 인도와 영국의 관계를 다룬 에세이집 “인도에 온 ‘영국신사’”(가제)를 구상중이다.그는 나이 밝히기를 한사코 꺼렸다.
  • 50∼70代 할머니 만학도 300명 초등과정 이수

    ◎“한글 깨치니 세상이 보여요”/이젠 혼자서도 은행 가고 지하철 탈 수 있어 “글을 몰라 평생을 죄인처럼 부끄럽게 살아왔습니다.이제 손이 아파 이름을 못쓰겠다고 거짓말하지 않아도…” 2일 하오 2시30분 서울 종로구 수도학원 강당.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아든 백발의 할머니가 ‘선생님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다 목이 메자 행사장은 이내 눈물바다가 됐다. 졸업생들은 가난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배우지 못해 자기 이름조차 쓸 줄 몰랐던 50대 주부에서 70대 할머니까지 만학도 300여명.이들은 수십년 설움을 한꺼번에 토해내듯 손으로 눈물을 훔쳐가며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元貞淑씨(70·여·도봉구 방학동).元씨는 일제때 ‘여자는 배워서는 안된다’는 편견 때문에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지난해 초 며느리의 손에 이끌려 학원을 찾은지 1년만에 졸업장을 받은 元씨는 “이제 혼자서 은행에 가거나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元씨는 3일 발표되는 중학교 입학검정고시에도 최고령으로 합격할 것을 자신하고 있다.
  • 너무∼ 너무∼/박명욱 지음(화제의 책)

    ◎비주류 아티스트들의 삶과 예술 평면적인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자기갱신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했던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조명.세계의 역사를 훑어보면 많은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시대와 도덕의 광기 혹은 폭력에 희생당했음을 알 수 있다. 도덕적 편견과 예술적 몰이해 때문에 생애의 대부분을 정신병원에서 보내야했던 카미유 클로델,예술적 천재성으로 인해 역시 말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내야 했던 잔혹극의 기수 앙토넹 아르토가 그렇다.또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철학자이자 문예이론가인 발터 벤야민의 경우는 어떤가.그는 나치치하에서 탈출,갖은 고초를 겪으며 도보로 프랑스를 횡단해 스페인 국경에 이르렀지만 독일군에게 넘겨버리겠다는 국경수비대원의 농담에 그만 약을 먹고 죽음을 결행했다. 지은이는 이러한 희생자들의 명부에 17명의 ‘비주류’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덧붙인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시인이었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1922∼1975)이다.불꽃같은 그러나 위험한 삶을 살았던 파졸리니는 우리에게는 좀 생소한 인물이다.그의 유작 ‘살로 혹은 소돔의 120일’이 한때 상영돼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그의 영화는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파졸리니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시이다.파졸리니는 ‘성당의 나이팅게일’‘장미꽃 모양의 시’‘우리 시대의 신앙’‘그람시의 유해’등 많은 시집을 냈다.지은이는 이러한 예술가들의 사유와 작품을 질료로 자신의 예술관을 토로하기도 한다.그는 파졸리니에게서는 집단적인 악과 고투하는 개인의 도덕적 아름다움을 읽어낸다.이를테면 레몬을 ‘태양의 황금빛 트럼펫’이라고 말한 움베르토 에코가 물상(物象)을 다른 물상에 빗대 명료한 마음의 풍경을 보여주는 그런 식이다.박가서·장 1만원.
  • 脫정치 이후의 대학/李種寬 성균관대 교수·철학(기고)

    ○이젠 시장논리에 노출 도시의 혼탁한 공기,그 존재의 우울과 비극 속에서도 좌절되지 않고 피어오르는 잎새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찾아온 싱그럽고 화려한 오월. 대학의 캠퍼스는 마치 이 오월과 같다.그 곳은 바로 세상의 혼탁함 속에서도 오월의 잎새처럼 피어오르는 젊은이들이 거주하는 곳이다.그들은 미래를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우며 또 그들은 현재의 편견에 물들지않고 과거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의 진솔한 계승자이다. 대학은 때문에 항상 새로움과 자유의 활기가 넘치며 또 과거가 되살아 나오는 고전주의적 낭만으로 젖어있다.하지만 우리 대학에서는 이러한 활기와 자유와 낭만은 이미 오래 전에 추방되었다.한국 대학과 대학생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의 대학은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돼 왔다.거기에는 교수 해직,학생 투옥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묻혀져 있다.물론 최근 한국의 대학은 상당히 탈정치화했지만 또다른 논리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하고 있다.그것은 바로 경쟁과 시장의 논리이다.어쩌면 이것은 과거 정치논리보다 더 폭력적일지 모른다. 과거 정치논리에 대한 대학의 저항은 도덕적 정당성을 인정받았었다.하지만 오늘날 대학이 그 자체의 존립 원리를 주장하면 그것은 경쟁과 실용을 회피하는 대학의 안일로 질타당한다.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한국은 한번도 대학을 대학으로서 놓아두지 않았다고. 한국의 대학은 한번도 사회를 깊이 성찰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사색의 여유와 차분함을 허용받지 못했다.때문에 한국의 대학생은 한번도 대학생답지 못했다.과거 그들은 투쟁해야 했고,이제는 훌륭한 시장인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취직 공부를 해야 한다.아니면 그들은 그 이전의 우리의 대학이 가져왔던 관습을 비판없이 반복한다. ○항상 시대상황에 눌려 예컨대 분노에 찬 과격 시위문화가 언제부터 무엇때문에 대학의 문화가 되었는 지에 대한 반성없이 그들과 다른 의견에 대해 투쟁과 격파의 문구로 점철된 분노의 세레모니를 연출한다.역사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그들의 관심이 아니다. 그들은 현재 역사적 상황이 과거와 어떻게다른지,또 달라진 역사적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사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IMF가 부른 정신적 공황 중고교 시절에는 지옥같은 대학입시 때문에.또 대학에서는 취직공부와 그에 대한 맹목적인 반항심 때문에.이것은 대학생으로서의 특권을 박탈당한 우리 대학생들의 비극일 뿐아니라,우리 미래와 역사의 비극이다.우리 사회에는 역사와 미래를 현 시점의 정치논리와 실용성과 관계없이 포괄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세대가, 그리고 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때문에 우리의 미래는 기획되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으며,우리의 역사는 음미되지 못한채 도서관에 박제화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는 아무렇게나 급습해올 수밖에 없다.실로 작년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정신 차릴 수 없는 위기가 습격해 왔다.소위 IMF시대를 맞이하여 사회의 전 영역이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눈 앞의 문제 해결을 위해 허둥대고 있다.그리고 그 해결방법은 너무나 즉흥적이고 편협해서 사회구성원간의 격렬한 대립으로 비화된다. ○미래기획 세대 존재해야 이러한 시대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바로 적어도 사회의 한 구석에서는 이 정신적 공황에 전염되지 않고 그 공황에 대한 근본적 진단을 바탕으로 미래를 기획하는 세대와 장소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그 세대가 바로 우리의 대학생이고 그 장소가 바로 대학이다.우리의 대학생은 이러한 자신들의 위치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또 정부는 대학이 시장논리에 강제접수되어 시장논리의 문제점에 대해 사색의 시선을 놓치지 않도록 배려해야할 것이다.대학은 회사나 행정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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