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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문위원 칼럼] 받아쓰는 신문과 바로쓰는 신문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axis of devil) 발언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우리 언론에서도 여전히 중심 화두다.부시가 밝힌 ‘악의 축’인 북한의 혐의는 대체로 핵과 미사일 문제이다.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CIA 국장의 의회 증언,CIA 보고서,라이스 안보보좌관과 파월 국무장관이 나서서 북한이 ‘악의 축’ 국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지난 2000년 정상회담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남북관계가 2001년을 지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하여 지금은경색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중대한 원인 중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자리한다.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천명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그런데 우리나라 신문을 유심히 살펴보면 부시 행정부의 여러 발언에 대한 지나친 ‘받아쓰기’가 드러나 보인다.우리 신문은 부시의발언 이후,이를 대서특필하는 기민함은 보였지만 정작 ‘악의 축’이 의미하는 내용과 그 숨은 뜻을 밝히는 데에서는 그렇지 못해 왔다.오히려 일부 신문은 부시의 발언을액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를 과대 포장까지하고 있다. 우리 신문들이 인용한 미국의 북한 미사일문제,특히 핵개발 문제는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의 숨가쁜 상황들을 조금만이라도 검토했다면 미국의 주장을 일방적으로받아적는 안일한 대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이라도북한의 핵개발이 어느 지점에까지 도달해 있는지 당시의신문을 뒤져보길 바란다.또한 미국이 근거로 내세우는 CIA 보고서에 대해서도 이를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았더라면별 근거가 없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CIA 보고서가 담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수출의 내용은 관찰기간도 짧을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수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는다.더구나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시험이 유예되고 있지 않은가. 대한매일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이 꾸준히 줄어들어 현재1억 달러 미만이라는 사실,이집트에 대한 수출도 사실이아니며,이란도 북한 미사일 수입에 시큰둥하다는 사실을사설을 통해 잘 지적해 놓고도(2월 8일자),이에 대한 문제제기에 비판적인 기사 하나 제대로 싣지 못하고 있다.있다면 주필의 칼럼정도(2월 5일자)이다. 대한매일을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만화 한 컷이 한 면을다 채운 기사보다 더 명쾌하고,비판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부시 발언 이후 대한매일에 실린 만화 컷은부시 발언의 오만과 편견,세계인의 비판과 우리의 솔직한심정을 표현하고 있다.그러나 정작 기사를 통해서는 그러한 내용을 접할 수 없었다.민영화되어 독립언론으로서,공론지로서 새출발하고 있는 대한매일의 뜨뜻미지근함이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인다. 신문은 사실의 전달,비판과 대안의 제시 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그런면에서 대한매일은 여전히 받아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신문처럼 보인다.적어도 부시 발언에 대한 내용에 있어서만큼은 그렇다.민영화는 신문의 소유와 경영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1면에 실린 사장 구인 광고가 민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사의 내용과 신문사의 올바른 가치판단의 정립을 보여줄 때 진정한 독립언론으로서 태어나는 것이다. 정영철 동국대강사·사회학박사
  • 새 장편소설 ‘멸치’펴낸 김주영

    중진 소설가 김주영(63)씨가 새 장편소설 ‘멸치’(문이당)를 내놓았다. 앞뒤없고 맥락없는 편견이 앞선다.‘홍어’에서 이번엔‘멸치’라니….그의 새 소설 제목은 4년전 상재(上梓)했던 ‘홍어’쪽으로 훌쩍 시선을 건너뛰게 만든다.그러나작가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채 헤아려보기도 전에 소설은 들머리에서부터 궁금증을 풀어준다.옴니버스 소설집으로 둘을 한데 묶어도 좋았겠다 싶게 여러모로 닮은꼴의얼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의 풍정(風情)이 또 한번 구체적 배경이 됐다.어린 소년인 ‘나’가 작품의 화자이며,그리움과 원망으로집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나와 아버지(떠나버린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홍어’)의 관계설정이 또 그렇다. 작가의 얘기는 좀더 구체적이다.“‘홍어’니 ‘멸치’니 어류 등속을 작품의 중심 이미지로 끌어들인 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어요.그들이 가진 통념과 고정관념들을 빌리고싶었으니까.힘없고 사소하고 볼품없는,그러나 어딘가에 꼭 있어야 할 어떤 상징으로 멸치는 더없이 안성맞춤인 오브제인 거죠.” 멸치는 소설의 기둥인물인 외삼촌의 육화된 이미지다.화자인 열네살 소년 대섭의 눈에 비친 외삼촌 달구는 기인같고 때로는 초인같다.어머니의 배다른 동생인 그는 외할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그 집에 들어앉자 거처를 유수지의움막으로 옮겼다.작살 하나로 귀신같이 고기를 잡아오는가 하면,드러내놓고 곡기를 입에 대는 일 없이도 잘만 살아낸다.그런 외삼촌은,아버지의 불성실과 허세에 환멸을 느낀 어머니가 2년전 집을 나간 뒤 달구의 유일한 위안처이자 바람막이다. ‘나’는 외삼촌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아버지와,거기에 이상하리만치 의연한 외삼촌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힘의 균형은 늘 기우뚱 아버지쪽으로 쏠려 있다. 하지만 ‘나’의 자세는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는다.외삼촌을 일방적으로 동정하지도,아버지의 은근한 폭압에 드러내놓고 적개심을 터뜨리는 법도 없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멸치같은 존재”일 뿐인 외삼촌이세속과 동떨어진 초인처럼 묘사된 건 의도였을까.작가는“자극적이고 돌발적인 오늘 우리들의 삶이 달구의 진지함과 순수함을 기인으로 내모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집나간 어머니는 소설이 끝나도록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작품 ‘거울속의 나’,‘홍어’가 그랬듯 한쪽 부모가 부재한 가정에 촉수를 들이미는 글쓰기 버릇은 분명 작가의 의도다.“전쟁과 사회적 격변에 휘둘린 우리들의 가족 울타리 안에는 다들 흉터가 하나씩은 있다.역사의 행간에 배제된 이들을 건져올려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작업은 앞으로도 내 글쓰기의 숙제다.” ‘멸치’는 지면에 연재되거나 발표된 적 없는,그에게는전작으로 쓴 최초의 소설이다.유난히 애착이 큰 건 그래서이다.새 소설을 쓰느라 꼬박 1년을 묻혀산 서울 장충동의작업실에서 그는 “이번처럼 원고를 많이 고친 건 내 평생 처음”이라며 너털웃음이다. 황수정기자 sjh@
  • 에듀토피아/ 학부모 90% “내 자식 대학 이상 나와야”

    학부모 10명 가운데 9명은 자녀에 대해 ‘대졸 이상’을기대하는 등 학력·학벌 의식이 뿌리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더욱이 10명 중 6명은 전문대 졸업자가 취업이 더 잘되더라도 4년제 대학에 보낼 생각을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3일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전국 학부모 769명을 대상으로 한 ‘학부모의 학력주의 교육관 연구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아들과 딸에게 4년제대학 이상의 학력 수준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89.9%와 89.0%였다.아들에 대해서는 ‘4년제 대학’이 50.5%,‘석사 취득’이 12.6%,‘박사 취득’이 26.8%였다.딸에게는 ‘4년제 대학’이 58.7%,‘석사 취득’이 9.6%,‘박사 취득’이 20.7%였다.딸보다 아들의 기대 학력이 다소 높았다. 특히 4년제 대학 졸업보다 고졸이나 전문대 졸업이 취업이 더 잘되더라도 4년제 대학에 보내겠다는 학부모가 62.7%나 됐다.대졸 보다 전문대 졸업자가 수입이 많아도 4년제 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응답도 56.5%였다. 이같은 학력·학벌주의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39.1%는일류 대학 위주의 취업구조,16.4%는 학벌에 따른 인맥형성,15.7%는 학력간 임금 격차,13.4%는 사회적 위신을 들었다.해결 방안으로는 39.8%는 출신 학벌에 따른 사회적편견 해소,19.3%는 일류 대학 위주의 취업구조 개선,16.2%는 학력간 임금 격차 해소를 꼽았다.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이유는 50.4%가 사회적으로인정받는 직업을 갖는 데 유리해서,24.2%는 많은 지식을배우기 위해,22.2%는 성숙한 인간으로 기르기 위해서라고답했다. 부모들의 73.9%는 자녀들이 대학에 갈 성적이 된다면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꼭 대학에 보낼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박홍기기자 hkpark@
  • 개각임박 관련부처 표정/ “이번엔 쇄신인사를…” 관가 술렁

    개각이 임박하면서 교체가 확실시되는 부처 관계자들은 후임자 물망을 거론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특히 정치인출신 장관을 둔 부처는 탈(脫)정치 개각이 예상된 때문인지 다소 술렁이는 모습이었다. [총리실] 이한동 총리는 유임을 확신한 듯 28일 오전에 있은 간부회의를 예정대로 주재하는 등 시종일관 표정이 밝았다.이 총리는 기후협약에 대한 보고를 받자 “다시 한번 회의를 하자.”며 유임을 암시하기도 했다.이와 관련,총리실 관계자는 “간부회의 전에 이 총리가 청와대를 방문,유임에 대한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택석 비서실장은 이 총리의 의원직 문제에 대해 “의원신분을 유지하면서도 무소속으로서,어떤 정당에 편견을 갖지는 않았다.”고 말해 유임돼도 의원직 사퇴를 고려하지않고 있음을 시사했다.이 실장은 또 “총리직 유임과 연말대선출마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해 총리 유임을 계기로 대선 도전을 포기할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도 부인했다. 한때 청와대 수석 등으로 자리바꿈이 점쳐지던 김호식 국무조정실장은 유임쪽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사회·교육] 행자부는 이근식 장관의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업무 과정에서 큰 잘못이 없었다는 점에서다.정치색과관련,이 장관이 지난 21일 민주당 조직개편때 통영·고성지구당위원장직을 내놓아 별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 직원들의 관측이다. 한완상 교육부총리는 교체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이날 오후 일정에 없던 실·국장과 티타임을 갖고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교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는 게 참석자의 말이다.한 부총리가 교체되면 현 정부들어 7번째 교육사령탑이 바뀌는 셈이다. 교육부 관리들은‘이상주 교육부총리 체제’의 정책방향을 나름대로 준비하는 눈치다. 보건복지부는 김원길 장관의 교체설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이 섭섭해 하는 표정이다.취임 이후 강력한 건강보험재정안정화 드라이브를 구사해온 김 장관이 바뀌면 안정화 대책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업무의 연속성을고려,이경호 현 차관의 발탁을 바라는 눈치다. 현 정부 최장수 장관인 김명자 환경부장관은 일부 교체설속에서도 유임설이 설득력을 더했다. 최근 정부업무평가에서 최우수 부처로 선정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경제] 진념 경제부총리의 유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경제관료들의 ‘약진’을 예상하고 있다.재경부의 한 과장은“진 부총리의 대안으로 거론되던 ‘전윤철·이기호’ 카드가 유효하지 못하다면 대안부재 상황이 아니겠느냐.”며유임을 예측했다. 김진표 재경부차관은 산자부장관 기용설이 나돌고 있다. 국장급 간부는 “정치인 출신 각료들이 물러나면 차관급전문가 관료들이 상당수 입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와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은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교체된다면 정덕구 전산자부장관, 유지창 금감위 부위원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공정거래위는 3년 임기제 때문인지 이남기 위원장의 유임을 기대했다. 김동태 농림부장관은 취임 5개월밖에 안돼 유임 쪽이 우세하다.그러나 교체될 경우 후임으로는 내부에서 김동근차관과 신순우 산림청장이 물망에 오른다. 산자부는 장재식 장관이 본인 희망에 따라 유임될 가능성이 점쳐지다가 이날 저녁부터 교체쪽으로 전망이 바뀌었다.‘민주당 의원 출신 장관 배제’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없다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의 전언이다.장 장관이 바뀐다면 후임으로는 김진표 재경부차관과 함께 오영교 KOTRA 사장과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 등 관료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건교부는 임인택 장관의 유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임 장관의 경우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된데다 재임기간 중 항공 안전 1등급 회복,서해안고속도로 개통,주거안정대책 마련 등 굵직한 업무들을 무리없이 추진해온 만큼 이번 개각에서는 교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교체가 비교적 잦았던 해양수산부는 이번 개각에서는 유삼남 장관이 바뀔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그만둬 ‘정치인 장관’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직원들은 말한다.유 장관이 임명권자에게 ‘유임’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윤철 장관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신임 기획예산처장관으로는 안병우전 국무조정실장과 김병일 차관으로압축되는 가운데 최종찬 전 기획예산처 차관,장승우 금통위원 등도 거론된다. [외교·통일·안보] 통일부는 한때 “홍순영 장관이 남북대화 재개조짐 등의 이유로 유임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으나 대체로 교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홍 장관 자신도 이날 낮 예정됐던 KBS라디오방송의 ‘안녕하십니까,박찬숙입니다’ 출연을 스스로 취소하는 등 ‘신변 정리’에 들어간 모습이었다.그러나 다른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했다.후임으로 거론되는 정세현 국정원장 특보는남북관계에 정통하다는 평이다. 홍 장관과 옛 외무부 동기인 장선섭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장과 황원탁 주독일 대사도 거론되고 있다. 한승수 장관이 30일의 워싱턴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이날 출국하는 모습을 바라본 외교부 직원들은 “‘무사 출국’ 자체가 ‘유임’을 보증받은 것 아니냐.”며 유임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다음달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 등 중요한 외교 대사(大事)를 앞두고있다는 점, 한 장관의 유엔 총회의장직 동시수행이 국익에상당한 ‘프리미엄’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유임전망을 거들고 있다. 그러나 민국당 지분으로 지난해 3월 입각한 한 장관이 이번 개각의 ‘정치인 배제’ 바람과 지난해 중국의 한국인사형파문 등의 외교실책 악재를 완전히 떨쳐낼지는 미지수다.한 장관 교체시 유력한 후임으로 호남출신의 최성홍 차관과 선준영 유엔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부처 종합
  • 대한매일 참여연대 공동캠페인-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

    ■참여연대 회견 지상중계. “우리나라는 더이상 ‘ROTC’가 아니어야 합니다.이는공익제보를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장인 김창준(金昌俊) 변호사는 25일 ‘부패척결을 위한 공익제보 활성화 시민행동 선포’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를 ‘ROTC’라고 부른다는 세간의우스갯소리를 먼저 소개했다. ‘ROTC’란 ‘총체적 부패 공화국(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이라는 뜻이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90년대 대표적 내부고발자인 이문옥(李文玉·현 민주노동당 부대표) 전 감사관과 이지문(李智文·현 내부고발자보호센터 소장) 전 중위도 참석,공익제보자 보호시대의 출범을 감격스럽게 지켜봤다. 참여연대는 이날 회견을 통해 변호사 20명을 포함,교수·노무사 등 80여명에 이르는 공익제보지원단을 꾸리겠다고밝혔다. 참석자들은 오는 6월까지 공적 자금과 벤처 비리 관련 제보가 쏟아질 것을 기대했다.군납 비리와 건강보험 운영을둘러싼 문제점도 접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참여연대와 공동으로회견을 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총연합(위원장 車奉정·전공련)은 “오는 3월 24일 노조 출범에 앞서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를 출범시켜 부패 척결을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공련 안병순(安秉淳)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장은 “부패방지위원회의 출범도 중요하지만 공무원 스스로 의식개혁과 자정(自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부패 척결은 요원하다.”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내부의 강력한 감시자와 고발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련은 다음달 중 대규모 설문 조사를 통해 공직자의비리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근절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공익제보자 10계명. ◆가족과 상의한다. 내부고발 후 심적으로 가장 심한 고통을 겪는 이들은 가족이다. ◆조직 내부에 부정·부패를 조정,시정하는 절차가 있다면 그 절차를 먼저 밟는다. 섣불리 내부 고발에 나섰다가 시정은커녕,조직이 부정을 은폐할 기회를 주고 자신은 신분이 노출돼 고립될 수 있다. ◆동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본다. 뜻을 같이하는동료가 있다면 문제해결 과정에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언제든지 당신의 지지세력이 될 수 있다. ◆매일 기록을 남긴다. 기록은 조사과정이나 법정에서 큰효과를 발휘한다.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서면으로 명확하게 정리한다. 상담자는 이 문서를 토대로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고,당신의 신뢰성을 점검한다. ◆증거를 최대한 모아야 한다. 증거자료의 확보는 당신의주장을 공론화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도움을 줄 만한 시민단체,언론사,국회 등을 알아본다. 당신의 뜻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을 때 승리할 확률도 높아진다.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 보복 가능성,대응방안,문제해결 수단을 함께 점검한다. ◆법률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동안 제보 사례를 감안할 때 고발당하는 조직이나 사람들은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왔다. ■공익제보자 보호헌장. ◆국민 누구도 진실을 증언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받지 아니한다. 국민은 자신이 목격한 부정을 공개했다는 이유로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국민은 부패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어떠한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지 않는다. 부패를 거부하거나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어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행위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부패 척결을 위한 용기있는 행위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국가는 공익제보자에게 보복행위를 가하는 조직과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는 공익적 노력에 합당한 실질적인 보상을 통해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거대한 조직의 보복 앞에 직면한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것은 공공선을 지향하는 모든 국민의 의무이다. 사회 각계각층은 공익제보자에게 가해지는 배신자라는 ‘편견’과 ‘조직의 보복’,일체의 ‘신분상 불이익 조치’를 막기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익제보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모든 노력을 다한다. 공익제보자는 자신에게 닥칠 고난과 어려움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현명하고도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한다. ■내부고발 지원체계. 대한매일과 참여연대가 함께하는 공익제보 캠페인은 내부고발의 활성화와 ‘양심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의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부패방지법 제정과 공익제보의 공론화에힘써온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단장 金昌俊 변호사)은효과적인 캠페인 진행을 위해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 공익제보자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내부고발 환경조성을 위해 시민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공익제보자 지원 프로그램=공익제보지원단은 우선 내부고발자의 신분보장과 법적 대응을 위해 20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할 계획이다.현재까지 박원순,이상희,고지환,장유식,최수영 변호사 등 13명이 변호인단에 참가했다.변호인단은 1인 1건 책임제로 운영되며 무료 소송에 나선다. 과거 내부고발을 경험했던 인사들과 사회 원로로 구성된‘양심지원모임’은 공익제보자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극복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양심지원모임에는 신광식 공익제보단 실행위원(약사),박상증 참여연대대표,이문옥 전 감사관,이지문 전 중위 등이 참여한다. ◆공익제보서바이벌 북=공익제보에 대해 고민하는 공직자와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생존전략을 담은 ‘서바이벌 북’은 오는 4월 초 발간돼 전국의 관공서와 공공기관에 배포된다. 공익제보의 중요성과 의의 및 대상,행동수칙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제보 처리절차,고발자 보호조치,보상규정,사례분석 등도 책 내용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실효성 있는 내용으로 책을 꾸미기 위해 현장의 공직자,공익제보자 보호단체 활동가,부패방지위원회 관계자 등을상대로 수차례 공청회도 갖는다. ◆공익제보 환경조성 캠페인=네티즌에 대한 공익제보 홍보와 청렴교육을 위해 사이버캠페인(www.yangsim.org)을 전개한다. 웹사이트에는 공익제보에 대한 정보를 총망라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인터넷 제보도 받을 예정이다.또한 청년층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야후’,‘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와 사이버 캠페인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공직사회의 내부고발을 독려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담당할 전문강사단 ‘교육·홍보 지원모임’도 꾸려진다.이 모임에는 내부고발제도를 학문으로 정착시킨 박흥식 중앙대 교수,권진관 성공회대 교수,김성천 중앙대 교수,이상수 자치정보화지원센터 수석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공익제보단 김창준 단장은 “제보가 접수되는 즉시 지원변호인단과 양심지원모임이 가동된다.”면서 “제보단은아직 미흡한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과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이문옥 前감사관의 소감.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면 공직사회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공익제보에 나서야 합니다.”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 캠페인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공익제보자 보호헌장’을낭독한 이문옥(李文玉·63) 전 감사관은 줄곧 상기돼 있었다. 지난 90년 감사원의 대기업 부실 감사를 폭로해 한국 사회에서 내부고발의 물꼬를 텄던 이씨는 “12년 전 밤새워눈물을 흘리며 고민하던 그날이 생각난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직장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기도 했던 이씨는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을 갖게 될 것으로 확신했다.”면서 “용감한 고발자들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후배들의 용기를 촉구했다. 정부중앙청사 주변에서 펼쳐진 거리캠페인에 동참한 이씨는 앞으로 내부고발자들을 위해 상담활동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또 부패방지위원회가 부패척결기구로서의 역할을제대로 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작정이다. 이창구기자. ■‘軍투표비리 폭로' 이지문씨. 지난 92년 14대 총선 당시 군 부재자 투표 비리를 폭로했던 이지문(李智文·34) 전 중위는 “부패방지위원회 출범과 ‘호루라기 불기 운동’은 역사와 사회 발전을 향한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 내부고발자보호센터를 만들어 활동을 벌여왔던 그는 “이제 공익제보자 보호가 본격적인 사회 이슈가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그러나 “오늘 발효된 부패방지법은 한계도 많고 부패 방지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반쪽짜리법”이라면서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을지 모르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미흡하긴 하지만 이제 시작인 만큼 부패방지위원회의 활동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면서 “만약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법 개정 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중위는 “부패방지위원회도 시민단체와 함께 일한다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따끔한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 98년 서울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부패구조 척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록삼기자.
  • “”공직비리 고발합시다””, ‘양심의 호루라기 불기’시민운동 본격 개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대한매일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펼치는 공익제보(내부고발) 캠페인 ‘양심의 호루라기를 불자’가 25일 본격 시작됐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단장 金昌俊 변호사)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이문옥(李文玉)전 감사관 등 과거의 양심선언자,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전공련) 소속 공무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공익제보활성화 시민행동’ 지침을 공식 선포했다. 공익제보지원단은 성명을 통해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려면 공익제보가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라면서 “내부 고발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고 공익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시민운동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공익제보지원단은 전공련과 함께 6월까지 공익제보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익제보 서바이벌 북’을 만들어 전국 관공서에 나눠줄 계획이다. 공익제보지원단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20명으로 구성된 변호인단과 교육활동을 담당할 전문강사단을 구성할 예정이다.또 공익제보 보호단체 등과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공익제보자료실을 차리기로 했다. 지원단은 ‘국민 누구도 진실을 증언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받지 않는다.’ ‘국민은 부패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어떤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등 6개항으로된 ‘공익제보자 보호헌장’과 10개항의 ‘공익제보자 행동수칙’을 발표했다. 이창구 박록삼기자 window2@
  • “고질병 부패 추방” 시민들 호응 밀물

    “내부 비리로 놀란 가슴,양심의 호루라기가 지킨다.” 참여연대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은 25일 낮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근처 길거리에서 공무원과 시민들을 상대로 공익제보자 10대 행동수칙이 적힌 흰색 바탕의 ‘클린카드’를 나눠주며 캠페인을 벌였다. 참여연대와 전공련 회원 20여명은 현수막을 들고 인도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지하도 주변을 돌았다.이 일대는 한 때캠페인을 지켜보려는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도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회원들은 직접 호루라기를 불며 시민들의 지지와 관심을 부탁했고 한목소리로 ‘공익보호자헌장’과 ‘공익제보자 10대행동수칙’을 낭독했다. 지난 92년 당시 군부재자 투표 부정을 폭로했던 이지문(李智文) 전 중위가 회원들과 함께 ‘클린카드’를 나눠 주자그를 알아본 시민들이 손을 꼭 잡으며 “힘내라.”고 격려했다. 손바닥 크기만한 ‘클린카드’를 받아들고 격려의 박수까지보낸 회사원 이규성(33)씨는 “늦은 감이 있지만 공익제보에대한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캠페인이 시작돼 다행”이라면서 “한국 사회의 부패구조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양심적 고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행정자치부 직원 이재풍(李在豊·54)씨는 “부패척결을 위한 공익제보의 활성화는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공익제보가 상식선을 벗어나 원한을 갚는 등의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김병옥(金炳玉·47)씨는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고 부패방지법 등 제도적 장치만 마련한다고 부정·부패가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면서 “비리를 알고도 몸을 사리는 공무원의 ‘보신주의’를 먼저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참여연대 오광진(29) 간사는 “공익을 위해 조직 내부의 비리를 폭로한 제보자를 색안경을 끼고 ‘배신자’,‘고발자’등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편견이 큰 문제”라면서 “시민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따뜻한 격려를 보내준다면 내부고발자 보호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기대했다. 참여연대와 전공련은 오는 6월까지 정부과천청사와 국세청,감사원,서울 시청 등 주요 관공서 주변에서 호루라기를 불며거리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영표기자 tomcat@
  • ‘학력란 폐지’큰 반향

    한완상(韓完相)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국무회의에서 학벌타파를 위해 직원 채용때 ‘학력란’ 폐지를 기업에권유하겠다고 밝힌 뒤 학벌타파 문제가 사회적 주요 이슈로떠오르고 있다. 24일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전교조 등의 홈페이지에는학벌타파 문제를 둘러싼 글들이 쇄도했다.지지하는 글이 약80%,반대가 20% 가량이었다. 지지하는 네티즌은 “이제 학벌이라는 ‘족쇄’를 풀고 실력이 중시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반대하는 사람은 “학벌 이외에 객관적인 임용기준이 없는 현실을 무시한 이념적인 정책안”이라고 주장했다. 고교생 자녀를 둔 이연숙(45·여·경기 수원시 권선동)씨는 “명문대 진학 여부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 우리 현주소”라면서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한 학부모들의‘치맛바람’도 학벌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학부모 김수연(42·서울 용산구 한남동)씨도 “학벌 중심 사회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프랑스처럼 아예 대학 명칭을 없애는것도 방안 중의 하나”라고 제안했다. 서울 양천고 2학년 강민창(18)군은 “대학 진학에서 적성을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명문대 ‘간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친구들도 적성보다는 명문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잠실고 3학년 부장인 안명호(54)교사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주요 대학’ 진학을 고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업이 학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우수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발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면 교육 현장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김형진(28)씨는 “학벌 때문에 취업을 위한 서류전형에서 통과하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기업체 입사 지원서의 학력란은 폐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서 지방대 교수라고 소개한 김모씨는 “제자들이 겪은 취업의 어려움을 통해 학벌주의의 프리미엄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 “사람들의 편견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염두해 두고 더욱 애써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반면 최모(46·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동)씨는 “학벌 타파는 물론 학력란 폐지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이념적인측면에 치우친 감이 있다.”면서 “기업에서는 학벌 이외에사실상 객관적인 임용 기준이 없다.”고 반대했다. 박홍기 조현석 이영표기자 hkpark@
  • 왼손잡이는 본래 열성일까

    △ 왼손과 오른손(주강현 지음/시공사 펴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차이점은?” 주변에서 적지않이 보게 되는 왼손잡이.점차 인식이 바뀌어 가곤 있지만 왼손잡이는 여전히 오른손잡이와 구별되는,아니 ‘차별’의 대상이 돼있는 게 사실이다. 운전을 할 때나 컴퓨터 마우스를 다룰 때, 정작 왼손잡이본인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주변인들이 보는 눈은다르다. 그렇다면 왼손잡이는 태초부터 타고난 열성일까? ‘왼손과 오른손’은 자칫 단순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왼손과 오른손의 차별을 사회사적으로 파헤친 흥미있는 보고서다.저자는 인류가 왼손 오른손의 차이를 인식하게 된 것은 단순히 각자의 편의에 따라 갈라진 좌우에 국한되지 않는,억압과 금기의 총체적인 작용 탓으로 규정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원래 왼손과 오른손,즉 좌우는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고부터 생긴 앞뒤 개념과 같이 왼쪽과 오른쪽의 방위개념에 불과했다.그러나 인류의 인지가 발달하면서동서양 모두에서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오른쪽 위주로 살도록 강요하는 오른쪽 우위의 헤게모니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서구 산업혁명의 산물인 자동화도 철저하게 오른손에 맞도록 짜여진 시스템이고 시계 역시 철저하게 오른쪽의 철학이다.“서구사회에서 왼손잡이 편견을 빚어낸 최대의 공적은 기독교 문화”라고 저자는 밝힌다. 예를 들어 선악과를 따는 이브의 ‘악한 손’은 왼손이다. 성화(聖畵)의 대부분이 오른손에 힘을 주며 왼손은 악마 취급을 당한다. ‘오른손의 절대권력화’를 파헤치기 위한 책 속의 궤적은 끝이 없다.고고민속학,역사민속학,도상학,지리학,아동교육학,건축학,유전학,언어학,종교학,철학,한의학,정치학등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섭렵된다.저자는 “동양의연구 집적이 초라한 만큼 어쩔 수 없이 서구의 성과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고 한계를 밝히고 있지만 실제 분석에사용된 자료량과 천착의 정도는 이런 한계를 상쇄하고도남는다. 왼손ㆍ왼쪽으로 대표되는 억압과 금기의 상징은 이단이나마이너리티,금기, 소외,비정상이라는 ‘다름’으로 구석구석 스며들었고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어릴적부터 왼손잡이의 ‘오른손' 방향선회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엄존한다. 결국 저자는 “왼손잡이 오른손잡이의 문제는 약자에 대한 지속적 차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뤄져왔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라면서 “오른손 무한권력의 시대에 왼손의 연대를 촉구하는 것은 문화적 열성,마이너리티에 보내는 경의의 표시이며 양극단을 뛰어넘어 문화다원주의 실현을 희구하는 염원에 다름아니다”고 강조한다.1만2000원. 김성호기자 kimus@
  • [기고] ‘학력란 없애기’ 왜 필요한가

    며칠 전 국무회의에서는 오랜만에 격론이 벌어졌다.교육부총리가 내놓은 ‘학벌문화타파대책’을 놓고서였다.우선 ‘학벌’이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그러나 공론화가 쉽지않았던 주제가 이제 국무회의에서 논란의 주제가 됐다는 것만도 큰 진전이라고 보고 싶다.그만큼 학벌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유감인 것은 다수의 국무위원들이 학벌문제의 제기를 일류니,경쟁력이니 하는 가치를 무시하는 평준화적인 접근으로 곡해하는 것이었다.오히려 학벌주의로 인해 대학간서열체계가 고착돼 대학간 실질적인 경쟁이 전무하고 오로지 소모적인 입시전쟁과 살인적인 사교육비의 부담이 우리의경쟁력을 갉아먹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논리를 외면한 것이었다. 특히 이슈가 된 것이 기업의 채용시 입사서류에 학력란을없애자는 제안이었다.이를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물론 기업의 인력충원은 기업이 알아서할 일이다.그런데 학력란을 없애자는 제안을 보면서 나는 오래 전에 거론돼 이미 정착된 ‘본적란 없애기’가 생각난다. 망국의 지역감정을 완화하자는 뜻에서 이력서에서 본적란을없애기로 했고 이것은 큰 거부감 없이 사회에 정착돼 가고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학력·학벌은 마치 ‘현대판 본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미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된 학벌주의는 학벌을 떠나서 개인을 편견없이 볼 수 있는최소한의 지적·도덕적 능력마저도 앗아갔고 이제 개인은 고졸이니 대졸이니,명문대니 비명문대니 하는 간판을 훈장이나 주홍글씨로 달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준신분적 사회가 됐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입사서류에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학력란을 없앤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본다. 흔히 학력란을 없애면 무슨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뽑느냐고 반문한다.그러나 이미 앞서가는 기업들은 출신대학의 서열하나 가지고 뽑는 원시성을 오래 전에 탈피해 모범을 보이고 있다.그들은 능력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기업의 사활에도관련되는 것을 잘 알고 상당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합리적인 평가모델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며 노하우를 축적해 가고 있다. 비유를 들면 과거에 은행이 오로지 부동산 담보대출에 의존해 손쉽게 전당포 영업을 하자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출을 잘 받기 위해 불필요한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몰두했고 이것이 기업에도 부담이 되고 사회는 부동산 투기의 열풍에 휩싸이게 됐다.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은행은 신용대출을 늘려가면서 살아남기 위해 본래 업무인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평가 능력 개발에 전력하기 시작했다.이제는 기업의 잠재적이고 미래적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있는은행만이 일류은행으로 앞서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학력란 폐지 논의를 비롯한 학벌주의의 여러 문제점은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문화와 의식에 관계된 면이 많다.그러한후진적인 문화를 의식적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몸부림이 기업과 사회와 대학과 학교현장에서 다같이 일어날 때 우리 사회는 능력사회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고,이 때에 국민 개개인의 잠재력에 불이 붙어 한 단계 질적인 도약이 이루어질 것이다. 김동훈 국민대 교수·법학
  • 외국인 10명중 8명 “서울 살기 좋아요”

    서울거주 외국인 10명 가운데 8명이 서울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에서 생활하는 만 18세 이상의 외국인 48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30일부터 12월15일까지 서울시가 실시한 우편여론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77.1%가 ‘살기좋다’라고 답했는데이는 99년의 만족도 67.1%보다 10%P 상승한 것이다. 살기 좋은 이유로는 교통편리(32.8%)를 우선 꼽았으며 쇼핑·관광(20.3%),인정(18.5%),문화생활(11.9%) 등의 순이었다. 이에 반해 서울이 살기 나쁜 도시라고 응답한 나머지 22. 9%는 그 이유로 교통체증(25.5%),환경오염(23.6%),외국인편견(16.2%) 등을 꼽았다. 특히 이들은 교통이 편리해서 살기 좋다와 교통체증이 심해 살기 나쁘다라는 양면적인 반응을 보여 흥미를 끌었다. 이는 ‘서울이 교통편은 잘 갖췄지만 체증이 심해 짜증이나는 도시’로 요약된다. 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관련부서뿐만 아니라 모든 부서에 보내 개선대책마련 등 업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대상은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429명(89.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직업은 학생 197명(41.0%),교직·연구직 144명(29,9%),외교관·군인 63명(13.1%) 등의 순이었다. 최용규기자 ykchoi@
  • [분필과 칠판] “신경쓰지 마세요 저희들은 쓰레기에요”

    ‘분필과 칠판’(2001년 12월 13일자)에 글을 쓴 뒤 많은분들이 전화를 해왔다.일선 교사들은 자세한 상담 방법을 궁금해했고,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문제를 의논하고 싶어했다.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며 내가 상담교사라는 길을 택한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새삼 뿌듯해졌다. 사실 나는 상담과는 거리가 먼 선생님이었다.82년 제물포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처음 시작한 내게 우리 학급의 등수는곧 나의 자존심이었다. 여자중학교에 부임해서는 ‘여학생은 수학을 못한다’는 편견을 깬다며 아이들을 혹독하게 공부시켜 인천 변두리에서하위권을 맴돌던 학교를 시(市)학력고사 1등으로 만들기도했다. 교장,교감의 칭찬으로 내 코는 클레오파트라보다 높아졌고경기교육청의 학력고사,수학경시대회 등의 출제교사로 발탁되는 영광도 안았다.하지만 기쁨도 잠시.저녁에 잠자리에 누워서 하루 일과를 떠올리면 뿌듯함보다 허전함이 밀려오면서교사 생활에 회의가 왔다. 그래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재충전을 핑계로 실업고로 자원했다. 실업고에서 수학교사는 소위 한직(閑職)이다.운전면허도따고 책도 읽으며 여유롭게 지내던 어느 날 ‘전환점’이 생겼다.아무리 실업계 학생들이라고 해도 수업 태도가 너무 엉망이라 “너희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지.그 방법중 하나는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란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신경쓰지 마세요.저희들은 쓰레기예요.”라고 외쳤다. 충격이었다.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생각케하는 교육 현실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에게만 열정을 바친 나 역시 ‘공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뒤 나는 교감 선생님께 상담실에 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푼짜리 지식보다 ‘자기 존중감의 회복’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학생들의 가슴에 난 상처를 발견해서 치유하고 그 상처를자원화하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기존 상담 프로그램이 현장에서 적용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독서 치료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적용해보니 효과는 놀라웠다.그뒤 더 공부를 하기 위해 심리,미술치료 등 각종 상담 연수에 참여하며 열심히 했다. 이제는 옛날처럼 동료 교사나 관리자에게 유능하다는 찬사를 듣지는 못한다.하지만 잠자리에 들 때 내가 선택한 제2의교사 인생이 너무도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이희경 인천기계공고 상담교사
  • 장애아 입양 年10여명뿐

    “장애아로 태어난 것도 서러울 텐데,따뜻한 가정에 입양마저 안되니 딱한 노릇입니다.” 입양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 강영임(52)부장.강씨는 장애아 국내 입양이 극히 저조해 안타깝다고 말했다.장애아든비장애아든 보육시설보다는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뇌성마비 장애아를 친자로 입양,11년째 키우고 있는 홍모(50)씨는 “뒤늦은 늦동이 때문에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이라며 “장애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아들의 국내 입양실적은 한해 10명 안팎에 불과하다.지난 96년 17명이었던 장애아 국내입양은 97년 12명,98년 6명으로 줄어들다가 99년 14명,지난해 18명으로 늘었으나 아직도 미미한 숫자다.그러나 장애아 해외입양은 지난 99년 825명,지난해 634명으로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고있다. 보건복지부 이우철(李雨哲)아동보건복지과장은 “입양후장애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선뜻 장애아 입양에 나서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대한사회복지회 강 부장도 “어렵사리 장애아를 입양했다 하더라도양육비 부담도 만만찮은 데다가 만약 이들이 잘못돼 사망이라도 하게 되면 가슴에 묻어야할 서러움이 더 크기 때문에 입양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대전에 사는 김모(가명)씨는 뇌기형을 앓는 장애아를 입양했다가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부담하지 못해 차를 파는 등 가정경제가 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보호자가 없는 아동의경우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면 생계비와 의료비 전액을국가가 부담하지만 일반 가정에 입양되면 그 부담을 입양가정이 지게 된다.정부는 장애아 입양을 권장하기 위해 월 20만원의 양육비와 연4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해 왔다.또중·고교 수업료 및 입학금이 지원되고 18세까지 무료진료 혜택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장애아 입양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자 정부는 9일 양육비 지원을 월 50만원으로 250% 인상하고,의료비도연 120만원으로 300% 올렸다. 김용수기자 dragon@
  • 집중취재/ 호주제 ‘뜨거운 감자’

    [안타까운 사연들] 재혼한 정혜영씨(가명·38)는 최근 전남편 소생인 13살,11살난 두 딸을 미국으로 유학보냈다.재혼한 남편은 좋은 아버지였지만 ‘아버지와 성(姓)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날로 위축되어 갔다. 친권과 양육권을 가졌으나 ‘동거인’에 불과한 두 아이가의료보험도 따로 가져야 하는 등 불합리한 일에 거듭 속상해 하던 차에 학교생활에서도 상처받는 아이를 위해 결국미국에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법이 가족의 단란함을 도리어깼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김정숙씨(68)는 5살난 손자가 자신의 호주다.일찍 세상을떠난 남편 대신 아들을 키웠는데 3년 전 아들 내외가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잃은 손자를 자신이 돌봐야 할 처지이다. “벌어먹이느라 손톱이 다 닳도록 일해온 내가 법적으로는어린 아들,손자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되어 있는 것은 뭔가한참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6년 전부터 가정폭력으로 별거해온 윤경선씨(가명·34).남편과 다시 마주치는 것도 싫어 법적 이혼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혼자 살아왔다.그런데 지난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이혼을 서두르게 됐다.지지부진한 이혼수속 때문에 만삭이돼서야 이혼소송이 마무리됐고 아이를 낳았다.그러나 이혼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작 아이의 출생신고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호주제,무엇이 문제인가] 현행 민법이 시대와 현실에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예는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이혼가정,미혼가정은 늘어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정상’ ‘비정상’ 두개의 잣대로만 가족의 형태를 구분하고 있다. 호주제란 실제 가족공동체를 이루고 있느냐에 관계없이 한가족집단에 반드시 가장인 호주를 두고 그 호주의 지위는승계에 의해 종적으로 이뤄지며,순위는 장남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제도다.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호적에 입적(入籍)해야 하고 자녀도 아버지의 호적에 입적하며 법률상가족관계를 호주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혼한 여성은 자신의 부모를 떠나 남편의 가(家)에 입적하고 남편 또는 남편의 아버지인 호주의 보호 아래 그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호주제의 기본이다.‘출가외인’‘호적을 파간다’는 말은 여기에서 파생된다. 호주제 존치론자들은 “실제로는 호주라고 어떤 이익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묻는다.물론 호주라고 세금을 깎아주거나 아파트 입주권에서 우선권을 준다든지 등 현실적 이익은 없다.그러나 호주제 폐지론자들은 결혼생활의불평등은 물론 우리 사회의 남녀차별이 여기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호주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필요] 호주제는 일본이 농민이나 토후의 반란으로부터 정부권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족국가’ 이념을 동원한 데서 출발했다. 호주 중심의 가족주의 원리를 국가통치의 원리로 전환해호주가 가족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일왕이 일본국민을 지배하는 것도 정당하다는 의도를 19세기 말 만든 일본 민법에 심었다. 이는 식민통치 수단의 하나로 1921년 우리나라에 도입됐으며,‘제사상속’과 ‘유산상속’ 등 전통의 조선관습에 억지로 ‘호주상속’이란 급조된 통치수단을 덧씌웠다고 법학자들은 지적한다.우리의 고유 전통이라기보다는 청산되지않은 일제의 잔재라는 것이 호주제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최근 ‘여자들 목소리가 커져서 남자들 살기가 힘들다’는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은 “평등을 원하는 여성과 전통이란 미명하에 군림하기를원하는 남성의 부조화 때문에 하루 329쌍이 이혼(2000년 통계청 자료)하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곽 소장은 “호주제가 없어진다고 가족이 붕괴하는 것이아니다.가족은 부계 조상으로부터 아들만에 의해 이어져 오는 것이 아니라 독립한 인격주체로서의 남성과 여성의 결합인 혼인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을 편견없이 법제도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1인 1호적등 다각 검토. 흔히 호주제가 폐지되면 당연히 호적제도도 폐지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가족별 편제방식이나 1인1호적제도 등 국민의 신분사항을 기록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여성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가족편제 방안을 선호하는 편이다. 호주제 폐지가 너무 급진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감안,여성부는 강제로 승계되는 호주제를 부부나 가족이 합의한다면 보다 민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가족문제에서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인정한다는의식이 확산된다면 궁극적으로 호주제 폐지로 나아가는 길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성부는 지난 57년 이래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됐음에도호주제가 폐지되지 못했다는 현실상황을 의식해 단계적으로민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 중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남성 우선 호주승계 제도를 연장자 순이나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한 승계자 결정 방식으로 바꾼다면현행 호주제의 폐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아내가 남편의 혈족이 아닌 직계비속을 입적시킬 때 호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현행 민법조항을 삭제하면 재혼한여성과 자녀의 불편을 동시에 덜 수 있다.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아이를 아내의 동의없이 입적시킬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아내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도록 고치는 문제도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와함께 원칙적으로 자녀는 아버지에게 입적케하는 규정은 그대로 두더라도 예외조항으로 이혼이나 혼인이 취소된경우 친권행사자의 호적에 두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오정진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여성의 권익옹호만이아니라 민주적 가정과 사회,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근간이호주제의 경직성을 고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호주제로 인해 절실한불편에 부딪혀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확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남주기자. ■””호주제 폐지땐 가족제도 붕괴””. ‘호주제 수호’를 올해 역점 추진사업으로 선정한 성균관은 호주제 완전 폐지에는 반대하지만 일부 조항은 수정할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승관(李承寬·67)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은 “이혼녀는독립호주로서 호(戶)를 창설할 수 있고,아들이 없는 가족의경우 딸이 호주를 승계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호주가 미성년자일 경우 어머니나 할머니가 친권자로서 성년이 될 때까지 호주를 대행하는 것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다만 호주제 자체를 폐지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은 부계 혈통인 우리나라의 기본조직인 가족제도의 해체를 불러오기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이혼녀가 재혼했을 경우 새아버지의성(姓)을 따르는 문제는 따라간 자녀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과 향후 원래 성과 바뀐 성을 둘러싸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결혼한장남이 따로 호를 구성하는 문제는 현행법에서도 장남이 호주 승계를 거부할 수 있고,이 경우 차남이나 삼남이 호주를승계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딸은 장남보다 나이가 많더라도 혼인을 하면 남편쪽의 호적을 따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호주승계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 ■외국의 사례. 장자가 호주를 승계하는 우리 식의 호적제도는 사실상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것이다. 우리가 모델로 삼은 일본에서도 호주제가 지난 47년 폐지됨으로써 직접적인 비교대상 자체가 없다.유사한 사례를 구태여 찾는다면 남성 위주의 가장제전통을 갖고 있던 스위스를 들 수 있다.그러나 ‘남편이 혼인공동체의 우두머리가된다’는 규정이 남녀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84년 ‘가족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합의에 의해임의로 가장을 둘 수 있다’고 민법을 개정,스위스도 호주를 남자로 한정짓던 것에서 벗어났다. 또 대만의 민법은 원칙적으로 가장을 친족간의 선거에 의해 선출하고 세대가 같은 경우 최연장자가 가장이 된다고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프랑스 등에서는 개개인이 출생과 혼인,사망등의 변동사항을 보여주는 신분기록을 갖고 있을 뿐이다. 개인별 편제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는다는 정신을 깔고 있다.물론 가족 중 다른 사람의 신분사항 때문에 차별받는 일도 없다. 서양에서 결혼 후 남편의 성(姓)을 따라 사용하는 예를 들어 우리가 남녀평등사상이 앞선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독일은 지난 91년 남편의 출생 성(姓)이 혼인 성이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판결을 내림에 따라 민법을 개정해 부부는 공동의 성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프랑스에서도 지속적으로 한 성만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은 차별이라는 판례가 있다. 최여경기자 kid@
  • 탈북청소년 계절학교 입학

    “형,언니가 많이 생겨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3일 오후 서울 성수동 성수중학교.겨울방학으로 잠시 ‘주인’을 잃은 교실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탈북 청소년 21명이다.어렵사리 남쪽에 넘어와 정착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아이들이다.형,언니,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눈망울은 초롱초롱했고 얼굴은 빨갛게 상기돼 있었다. 이날은 탈북 청소년을 위한 한겨레 계절학교 입학식이 있는 날이다.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난해 8월 처음문을 연 일종의 예비학교다. 정아(17·여·가명)에게 이번 계절학교는 두번째다.지난해 8월 처음 다녔다.강원도가 고향인 정아는 지난 2000년부모,오빠,남동생과 남쪽 땅을 밟았다.남북한 학력 차이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으로 편입했지만 동생뻘 되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란 쉽지 않았다.학교를 그만두고 오빠와 함께 검정고시를 준비,지난해 5월 나란히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장래 희망이 탤런트라는 정아는“국사나 영어,한문 등 따라잡기 어려운 공부를 오빠,언니들에게 배울 수있어 너무 신난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계절학교에 다니게 된 지혁이(15·가명)도 “아직 학교에 편입하지 못했지만 올 겨울방학 동안 열심히공부해서 남쪽 친구들을 따라잡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계절학교에 다니는 3주 동안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도 하고 남쪽 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푼다.국어와 영어,수학,과학,사회 등 기본 과목 외에도 컴퓨터,힙합댄스,한문 등 특별활동 시간도 가진다.저녁에는 보조교사인 자원봉사자 형,언니들과 함께 공부한다.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도 있고 토요일에는 노인정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자원봉사 활동도 한다. 나보다 훨씬 어려운 사람도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배운다. 지난해 8월 처음 열린 계절 학교에는 26명의 아이들이 인연을 맺었다.이번 겨울방학에는 30여명의 교사,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할 예정이다. 교사와 보조교사는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탈북 청소년들이 통일의 씨앗으로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보조교사로 참여한 신찬우씨(26·경상대 정치외교학 전공)는 수시로 e메일이나 인터넷 채팅으로 아이들과만난다.그는 “지난해 여름학교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학교까지 찾아와 놀자고 졸라대는 모습을 보면 마치 친동생 같다”고 말했다.변재영씨(22·여)는 “주위에서 탈북자라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한양대 합격 시각장애인 김훈태군

    지난 2000년 대학입시에서 서울교대에 합격했지만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탈락했던 김훈태(金勳太·20·배문고졸)군이 삼수 끝에 한양대 법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후천성 시각장애 6급인 김군은 중학교 때부터 왼쪽 눈이서서히 보이지 않기 시작하면서 시력을 잃었지만 어릴 때부터 가졌던 교사의 꿈을 버리지 않고 2000년 서울교대 특차지원에 합격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교대는 ‘양쪽 눈 교정시력 0.4 미만자’라는 신체검사 불합격 기준을 근거로 김군을 탈락시켰다. 김군의 오른쪽 눈은 정상이다. 이에 김군과 가족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와 함께 서울교대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대응에 나서자 뒤늦게 교대측은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입학을 허가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의 상처를 입은 김군은 고민 끝에 교직의 꿈을 포기하고 이번 한양대 법대 정시모집에서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김군은 “법에서는 장애우를 편견하거나 차별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법을 공부해 우리 현실에서 장애우들의 권익을 지켜내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준규기자 hihi@
  • [여성선언] 여자와 나이

    “그런데 대표님은 도대체 몇 살이세요?” 만나서 불과몇 시간만 지나면 반드시 이같은 질문을 받는다.질문의 의도가 “도대체 저 여자는 몇 살이기에 저처럼 철이 없을까?” 또는 “나이에 맞지 않게 무슨 주책이야?”로 보여 “저는 나이 공개는 안 합니다”라고 대답한다.나이보다 어리게 보이고 싶은 여성의 철없음으로 치부해도 하는 수 없다.그러나 직업을 가진 여성일수록 ‘여자 나이’에 관한사회적 편견에 알레르기를 앓을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을간과하지 말아주기 바란다.아직까지도 ‘젊은 여성에 한해서’ 직장을 갖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여성과 나이의 관계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1994년,내가 방송국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다고 하자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가 그 나이에 무슨?”이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는 여성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여자는 나이가 들면 집안에 틀어박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여성들의 머릿속에 더 깊이 각인되어 있었음이다. 연말을 맞아 이어지는 송년 모임으로 잠이 부족해 피로를 풀려고 사우나 하러 갔다가 옆자리의 여성들이 주고받는대화를 엿듣게 되었다.“너는 정말 힘도 좋다.그 나이에유학은 무슨 유학? 나는 나이 먹으니까 귀찮아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라는 말이 또렷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여성이 꽃으로 비유되면서 여자의 나이는 여자의 능력과 반비례적으로 치부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내가 1995년에 미국에서 만난 70세의 엘렌은 여성도 나이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나이에 관계없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미국의 미시간 주립대에서 공부할때 생물학과 학부에 갓 입학한 70세의 엘렌은 여느 신입여대생과 같이 화장기 없는 얼굴에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등에 배낭을 매고 학교에 다녔다.엘렌은 “나이를 앞세워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면 제 나이에 하지 못한 일은 절대 다시 할 수 없게 된다.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조금만 용기가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놓친 기회를 만회할 수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는가? 나는 물론 젊었을 때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는 대학의 학과를 졸업했고 석사 학위도 2개나 가지고 있다.열심히 일해서 여생을 즐길 만한 돈도 벌어 놓았다.그래서 지금은 학위와돈벌이간에 큰 관련이 없는 생물학과에 입학했다.나는 어려서부터 생명의 신비를 다루는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형편상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여태까지 기다려왔다.학부에 입학해보니까 공부도 공부지만 어린 남학생들과 데이트를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엘렌은 여성들이 나이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능력이 배가됨을 일깨워 주었다. 1998년 귀국해보니 우리 사회에도 엘렌같은 용기 있는 여성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60대에 대학에 입학한 여성,40대 중반에 유학을 떠난 어머니에 관한 기사가 반가운 것은 여성의 문제는 여성이 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여전히 나이 든 여성은 가정으로 돌아가 조용히 숨어살기를 원하지만 여성과 나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용기있는 여성이 많아지면 여성과 나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뀔 것이다.여성이 앓고 있는 크고 작은 아픔은 절대 남성이 대신 풀어줄 수 없는 것이다. 이정숙 시그니아 미디어 대표
  • 한파 녹인 ‘온정손길’

    ■자선냄비에 ‘1,000원짜리 기적'. 경기 침체로 넉넉지 않은 호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사랑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18일 구세군 대한본영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전국 194개 자선냄비의 모금액은 4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8,900만원에 비해 13.3% 늘었다.현 추세라면 모금이 끝나는 24일 자정까지 목표액 1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 역자선냄비에 60대 노신사가 100만원을 넣고 가는 등 올해에도 ‘익명의 천사’ 10여명이 등장했다. 그러나 뭉칫돈보다는 1,0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자선냄비에 넣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아 ‘1,000원짜리 기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구세군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에는 15억원 목표에 17억6,989만6,997원을 모금해영세민·재해민·장애인 구호,복지시설지원,에이즈 예방,결식아동 지원에 썼다. 강성환(姜聲煥)구세군 사령관은 “73년간 지속된 자선냄비의 힘은 현장에서 익명으로 내는 소액에서 출발한다”면서“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ARS(자동응답전화·060-700-0939)를 이용해 모금한데 이어 올해에는 인터넷(www.good-c.org)모금과 국민·한빛은행 등 9개 금융기관을 통한 자동이체를 시작하는 등 모금 방법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 ■저시력인들, 더 어려운 이웃돕기. “앞은 잘 안보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은 똑바로 볼 수 있답니다.” 18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이웃사랑공동모금회에는 노란 장갑을 낀 특별한 손님 5명이 찾아왔다.노란 장갑은 저시력인임을 나타내는 징표.이들은 어려운 사람을위해 써달라며 ‘거금’ 100만원을 맡겼다. 100만원은 지난 5월부터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 등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온 전국저시력인연합회 회원 50명이 교통비 등을 아껴 모은 돈이었다. 이성섭씨(35)는 앞이 뿌옇게 보이는 고통을 겪고 있지만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고 했다.사물이 흔들려 여러개로 보이는 김영섭씨(39)는 중증장애인들을 목욕탕으로안내해 목욕과 이발을 시켜준다.사물이 드문드문 보이는이혜정씨(31·여)는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따 양로원 할머니와 장애인들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있다. 저시력연합회 미영순 회장(53·여)은 “저시력인들은 정상인과 장애인들의 중간자적인 입장”이라면서 “정상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장애인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짐이 아니라 사회에서 꼭 필요로하는 당당한 구성원임을 느끼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내년에도더 큰 정성을 모아 공동모금회를 찾겠습니다.”이혜정씨의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창구기자 window2@.
  • [김성호기자가 본 종교 萬華鏡] 貞女의 반란

    얼마 전 TV를 통해 육군 훈련소 여(女) 중대장의 모습을본 적이 있다.“남자 못지않게 엄하지만,어머니같고 누님같은 부드러움이 있어서 좋다”는 훈련병의 말이 인상적이었다.여성 장군도 탄생한 마당에 여성 장교의 남성 사병지휘를 특별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내년도 공·해군사관학교 신입생 모집에서도 여성이 모두 수석을 차지했다지 않는가.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어디에서건 ‘금녀의 영역’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흐름과는 달리 유독 종교계에선 여성이 심한 차별을 받는다.어느 종교에서나 여성 신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실정이고 보면 여성 홀대는 이상할 정도다.외형적으로만 봐도 조계종 총무원의 행정 소임 중엔 비구니가 단 한 명도없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53개 교단 가운데여성 총회장은 전무하다.가톨릭의 주교단 29명도 모두 남성이다.종교계에 자리가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어쨌든 종교계에서 여성은 철저하게 남성의 뒷전에 밀려나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런 남녀 차별은 더욱 심해진다.천주교는 1976년 교황청의 여성 사제직 불허공식선언 이후 여성은 사제서품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고 있다.개신교 역시 일부 진보 교단을 제외하곤 여성 목사 안수는 보기 힘들다.‘비구니는 계를 받은 지 100년이 지났다 할지라도 오늘 계를 받은 비구에게 예를 다해 공경해야 한다’는 ‘8경법’ 전통에 따라 지금도 불교에선 비구니로부터는 계를받지 않는 게 관행이다. 자비행이나 사랑·평화 실천에 남녀의 구분이 필요한 것일까.‘여성이 교회 안에서 잠잠할 지어다’라는 성경 구절이나 ‘여자가 많아지는 것은 곡식 밭에 잡초가 많아지는 것과 같다’는 부처님 말씀은 넘치는 자비나 사랑과는동떨어져 보인다.그러나 종교계에선 이런 여성 홀대의 이유를 성직 수행의 어려움 탓으로 돌린다.무조건의 사랑이나 자비를 가로막은 편견에서가 아니라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 특징을 감안한 깊은 마음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그러나 최근 원불교 성직자대회에서 조용한 반란이 일었다.전북 익산 중앙총부에서 열린 정녀(貞女)·정남(貞男)선서식에서 독신을 다짐해야할 여성 성직자 64명중 31명이 불참한 것이다.남자들은 결혼이나 독신을 선택할 수 있지만 여자들은 예비교무과정(원불교학과) 입학 때부터 일괄적으로 ‘정녀 지원서’를 제출,독신을 약속해야 한다는차별에의 반발이다. ‘인류의 성녀’라는 테레사 수녀의 선행이 주는 울림은자리와는 상관없는 것이다.그러나 신분의 높낮이와 성의차별을 초월하는 종교의 본연은 종교계 내부로부터 실현되어야 마땅하다.종교계도 이제 금녀의 벽을 허물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김성호 기자 kimus@
  • 집중취재/ ‘두번’죽는 말기암 환자들(상)말기 암환자 고통 방치 안된다

    말기 위암으로 난소까지 암세포가 번진 윤모씨(41·주부·경남 거창)는 극심한 통증이 엄습해 올 때마다 119에 신고해야 했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뒤 3∼4분 동안 진통제를 맞고 귀가하는 일이 10여차례 반복됐다.서울의 종합병원에서 말기암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뒤 시작된 통증 때문이었다.윤씨는 지난달 27일 숨을 거두면서 비로소 고통에서 해방될수 있었다. 결혼 5개월 만에 아내(31)가 골육종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남편 박모씨(33)는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내를 대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박씨는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하반신까지 마비된 채 ‘이대로 떠나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아내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답답하기만 하다.퇴원하면 마지막으로 아내와 함께 떠나려던 여행 계획도 포기했다.수시로 찾아드는 통증을덜려면 주사용 마약진통제가 있어야 하지만 입원하지 않으면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1, 2차 의료기관이 마약진통제를 취급하지 않는데다 한번에 처방할 수 있는 진통제 용량도 제한돼 있어 암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극심한통증이 말기암 환자들을 참담한 죽음으로 내몰고 있으나 국내에는 암질환 통증 조절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최근 전국 대형 병원의 암환자 7,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통증 조사에 따르면 암환자의 55%가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의 지장을 받고 있으며,43%는 수면 장애의 고통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암환자의 62.6%는 현행 통증 조절처방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응답했다. 지방의 대학병원에 입원중인 말기 식도암 환자 한모씨(60)는 주치의를 볼 때마다 ‘죽여달라’고 매달린다.3주간의방사선 치료,4개월에 걸친 항암치료,2차례의 종양 제거 수술을 시도했지만 이제 한씨에게 남은 유일한 처방은 마약진통제 투여뿐이다.한씨의 가족은 진통제 투여량을 늘려달라고 사정했지만 보험수가 적용이 안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마약진통제 사용에 대한 잘못된 편견은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학회가 조사한 의사들의 통증조절 관행에 따르면 입원환자의 24%,외래 환자의 44%가 최소한의 진통제 처방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광암 환자이자 ‘한국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임’의회장인 이정갑씨(60)는 “충분한 용량의 진통제 처방을 받지 못해 온몸에 갖가지 기계장치를 단 채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암환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마약진통제 생산량은 91년 연간 33㎏에서 지난해에는 184㎏으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환자 1인당 사용량은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게다가 주사를 맞지 않고 복용 후 15분이면 효과가 나타나는 속효성 경구진통제는아예 없다. 암환자와 가족을 괴롭히는 또다른 고통은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는 과도한 치료비 부담이다. 피부임파종이라는 희귀성 암으로 3년째 투병중인 윤모씨(51)는 백혈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온몸이 썩어들어가고 있다.이미 두 눈의 시력을 상실한 윤씨를 지켜보는 아내 김모씨(50)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한숨뿐이다.통증과 함께 39도를 웃도는 고열이 동반될 때마다 항생제 주사를 맞지만 진료비만 매주500만원이 넘는다.벌써 빚이 5,000만원을 넘었다.‘ 말기 암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평균 11주 이내에 사망하지만 임종 직전 1∼2개월 동안 지출되는 의료비가 전체비용의 25∼40%를 차지한다.가톨릭의대 이경식 교수는 “말기 암환자에게 불필요한 고영양제 주사를 투여하는 등 죽음을 터부시하는 사회통념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적용 방식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부산대병원 권병현 교수(치료방사선과)는 “한 차례진료에 300만∼800만원이 드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의경우 입원 암환자는 본인부담률이 20%이나 외래 환자는 55%여서 입원일수를 줄여 보험재정을 아끼려는 당국의 노력과어긋난다”면서 “외래 암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단계적으로내리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외국선 어떻게 “통증치료지침 시급”.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의료형 마약류에 대한투여 용량을 제한하는 규정이나 투여 기준은 없다.법률적으로는 의사의 처방에따른 투약 용량의 제한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의료형 마약류의 유출사고가 잦은 만큼마약성 진통제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와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의료형 마약류의 원료수입과 제조, 생산 및 시도별 수량 배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관장하고 있다. 암환자 1인당 하루평균 10∼30㎎으로 투여량이 제한돼 있어 이를 초과하면 건강보험공단이 보험수가를 삭감한다.병원이 암환자의 통증 완화에 필요한 투여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마약법이 개정됨에 따라 1,2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도 모든 약국에서 마약을 구입할 수 있지만실제 마약진통제를 취급하는 약국은 거의 없다.따라서 암환자들은 대형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암환자에게 용량의 제한을 받지않고 처방할 수 있다.또 암질환 통증치료가이드라인도 마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86년 ‘암 고통 완화’(CancerPain Relief)라는 보고서를 통해 암환자 통증관리 지침의중요성을 첫 발표한 이후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통증관리지침을 제정,암통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선진국은 암환자의 통증을 덜기 위해 정확한 평가를 통해충분한 양의 진통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의료계가 지난 1일 암환자를 위한 통증관리지침을 만들어 발표했지만 국가 차원의 통증관리 연구와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동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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