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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오스카의 반란/한종태 논설위원

    미국에서 약간이라도 살아보면 인종 전시장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된다. 다양한 피부색깔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채 인종차별 가해자가 되고, 때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차이점들로 가득한 사람 사는 세상에서 충돌은 예삿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바쁘게 움직이는 게 미국이다. LA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사고를 주 소재로 흑백 인종갈등과, 히스패닉계와 아랍계의 아메리칸 드림 좌절 등 미국의 현주소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인디영화 ‘크래시’가 엊그제 제7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각본상과 편집상도 받았다. 영화 속 수많은 인물들은 편견과 갈등으로 서로 부대끼며 충돌하지만 결국은 피부색깔이 어떻든 모두가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크래시는 전한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남들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기 싫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며, 가슴 아픈 순간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이처럼 미국의 단면을 생동감 있게 그린 영화는 없을 것 같다. 크래시는 그 전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들과 비교할 때 사회성이 무척 강한 편이다. 제작비도 이번에 음향상 등을 수상한 ‘킹콩’의 30분의 1인 650만달러(약 65억원)에 그쳤다. 그야말로 초저예산 영화다.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휘어잡고 있는 보수적 풍토의 할리우드에서 크래시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큰 이변으로 다가온다.‘아카데미의 반란’으로 불리는 이유다. 크래시와 막판까지 작품상 경쟁을 벌였고, 타이완 출신 리안(李安) 감독에게 아시아계 최초의 감독상을 안긴 ‘브로크백 마운틴’ 역시 미국, 특히 백인 주류사회에서 몹시 껄끄럽게 여기는 ‘동성애’를 그렸다. 리 감독의 수상은 그런 주제에다 오스카상이 아시아계에도 문을 열었다는 상징성에서 결코 크래시보다 가볍지 않아 보인다. ‘예술은 단지 사회를 보여주는 거울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망치’라는 각본상 수상자 보비 모레스코의 말은 앞으로 사회성에 더 비중을 둬야 하는 영화의 방향성을 웅변하는 것일 게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교육’ 현장의 목소리

    “일보다 일터에서의 편견이 더 견디기 힘들어요.” 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민회관. 서울시의 ‘노숙인 일자리 갖기 프로젝트’ 2차 교육에 참가한 노숙인들은 지난달 6일부터 공사현장에 1차로 투입된 동료 노숙인들의 말을 빌려 이같이 우려했다. 이날 500명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의 특강이 끝나자 한 노숙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숙인들이 건설 현장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며 해결책을 요구했다. 비슷한 건의가 여러 곳에서 쏟아져 한때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건설현장에 근무하다 보면 처음에는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지만 며칠이 지나면 함께 잘 어울린다.”면서 “현장에서 누가 뭐라 해도 굳은 의지를 가지고 참고, 듣기 싫은 소리를 약으로 삼아 빨리 노숙인의 신분을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교육에 참가한 노숙인 김모(45)씨도 “쉼터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료들이 일터에서 돌아와 작업장에서 인간적인 모멸감과 홀대를 겪었던 일들을 자주 이야기한다.”면서 “솔직히 일보다는 앞으로 겪어야 할 곱지 않은 시선이 더 두렵다.”고 털어놨다. 시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이들을 ‘센터인’ 또는 ‘쉼터 근로자’ 등으로 불러줄 것을 요구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비숙련공인 노숙인들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다 보니 주변 교통정리나 자재관리 등 쉬운 작업을 맡겨 일부 근로자들 눈에는 놀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는 일부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 대부분 공사현장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노숙인들이 건설현장에서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1차 사업에는 투입된 노숙인 600명 중 하루 평균 493명이 참여해 82.2%의 참여율을 보였다. 시는 다른 직장에 취업하거나 질병 등의 이유로 불참한 90여명을 다른 노숙인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씨줄날줄] 한·일전/오풍연 논설위원

    “일본은 한국에 있어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과거 식민지 역사에서 비롯된 앙금이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일간 문제는 감정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이성적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부와 권력의 대이동’을 펴낸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미 전략경제연구소장은 몇해 전 두나라 관계를 이처럼 진단했다. 감정적 대응은 한국에 불리하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극일(克日)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은 정치·경제·외교·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국민의 감정 역시 그렇다. 한국에 반일(反日)이 있다면, 일본에는 혐한(嫌韓)의 뿌리가 깊다. 지난해 7월 발간된 ‘만화 혐한류’(야마노 샤링)가 베스트 셀러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만화는 “일본이 오늘의 한국을 건설했다.”는 식의 왜곡과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 일본 우익세력의 대대적인 판매공작 등 지원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오죽했으면 뉴욕타임스(NYT)가 이를 ‘비이성적’이라고 꼬집었을까. 여기에 보수·우익신문인 산케이는 NYT의 ‘반일’적인 논조를 공격하기도 했다. 5일 오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최종 3차전이 치러진 일본 도쿄돔. 우리 선수들은 3대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일본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한국 선수단의 이성이 그들의 감정을 압도한 경기였다. 이번에도 일본측이 먼저 우리의 심기를 건드렸다. 오 사다하루(王貞治) 감독과 이치로, 마쓰자카는 ‘30년 망언’ 등으로 기선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달랐다.9회말 박찬호가 이치로를 뜬공으로 잡을 때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이진영의 호수비도, 이승엽의 2점 홈런도 이성적 판단과 다부진 각오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특히 오 감독의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55개)을 1개차로 갱신한 기록도 가지고 있는 이승엽이 단연 돋보였다. 그의 오기가 일본 야구 영웅들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순간이었다. 한·일전의 승리는 국민에게도 쾌감을 더해준다.13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WBC 2라운드도 주목된다. 일본과 다시 맞붙는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대∼한민국”을 듣고 싶다. 우리 선수단 파이팅!.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발언대] 대안교육은 교육의 블루오션/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제1교육은 제도권 교육, 제2교육은 사교육, 제3교육은 대안교육, 이렇게 분류할 만하다. 과거에 비해 대안교육에 대한 인식지평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반의 인식은 여전히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안학교를 폭력배들을 교육하는 장소쯤으로 알기도 한다. 필자는 이 땅의 대안교육이 활짝 꽃 피기를 기대하는 사람이다. 교육의 다양화라는 면에서 제도권 교육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제도권 교육이 모든 학생들의 요구와 개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교육에서도 ‘가치존중’,‘개성존중’이라는 ‘소량다품종’식의 교육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들 다양한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교육이 바로 확대된 대안교육이다. 대안교육은 경우에 따라 틈새교육이자 명품교육이 될 수도 있다. 산업사회의 대량교육 속에서 특별한 개성과 생각을 지니는 소수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발명가 에디슨도 제도권 교육에서는 실패한 경우이지만 결국 자신의 가치를 그대로 드러낸 명품으로 등장하지 않았던가. 이 땅에서 대안교육이 명품교육이 될 수 있는 토양 비옥도는 매우 낮다. 그럼에도 대안교육의 지평을 넓혀 갈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주지하듯 요즘 학생들이 마니아적 기질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이들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착한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 그에 대한 과제를 주면 전문적인 수준의 이론까지 들어간 몇 백쪽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온다. 반면, 관심 밖의 것에 대해선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특징들은 우리가 교육을 통해 추구해야 할 인간상의 변화, 나아가 이를 교육적으로 배려해야 되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이런 요구들이 다양화되면서 여러 형태의 특성화 학교 및 대안교육 기관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안학교 수도 급격하게 증가하여 현재 전국적으로 약 90여개교에 이른다. 그럼에도 아직 대안교육에 대한 일반의 인식전환과 관심을 높이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런 면에서 대안교육을 교육의 블루오션으로 전략화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2)선비들의 차 문화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2)선비들의 차 문화

    살랑거리는 바람에 온기가 실려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깨어나는 햇살이 마치 솜털구름처럼 포근하다. 흐르는 물은 굳게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젖히듯 포효하며 콸콸 흐른다. 어디선가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묵은 장작을 켜켜이 쌓아놓은 뒷간인가, 엊그제 하얀 명주수건으로 곱게 닦아놓은 차솥에서인가, 아니면 자우홍련사 작은 연못에서인가, 그렇다. 살아 있는 것들이 환희롭게 깨어나는 소리다. 바람과 햇볕과 물을 어미의 자궁으로 삼아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행복이다. 존재하는 것 역시 기쁨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존재로도 고귀한 것이고 축복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온 우주와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은 소중한 존재다. 자신을 바라보고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사랑할 수 있고 얻을 수 있다. 굳었던 대지의 가슴에 불을 놓고 북으로 북으로 향하는 바람처럼, 그 어느 곳 하나 빠트리지 않고 골고루 내리쬐는 햇살처럼 자신을 환희롭게 행복하게 바라봐야 한다. 차의 살림살이 역시 마찬가지다. 간장종지보다 더 작은 찻그릇 속에서 우리는 온 우주를 담아내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같은 살림살이를 살아온 분들이 바로 한 잔의 차에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의 큰 도를 담아온 선비들이다. 이른바 군자다도이다. 선비다도의 핵심은 바로 수신과 수양의 길이다. 이색의 시 한구절은 그같은 선비다도의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은 병에 샘물을 길어/깨어진 노구솥에 노아차를 달이네/귓바퀴가 갑자기 밝아지고/코로는 차향을 맡네/별안간 눈에 가린 편견이 없어지니/밖으로 보이는 데는 티끌이 없구나/혀로 맛본 후 목으로 내려가니/살과 뼈가 똑발라 비뚤어짐이 없도다/마음은 한 뙈기 좁은 밭/밝고 깨끗하니 생각에 그릇됨이 없네/어느 겨를에 천하 다스리는 일에 생각이 미치겠는가/군자는 마땅히 집안을 바르게 해야 하리.” 선비들의 차 생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다. 차를 끓이기 위해 손수 물을 뜨고 귀한 노아차를 달여 먹으며 밝고 깨끗하고 그릇됨이 없는 삶을 생각하는 선비들의 차 문화는 수신과 제가, 치국의 근본을 담아내는 또하나의 문화적 그릇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학을 공부한 선비의 개념은 지식인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알고 출발해야 한다. 유교문화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 속에 깃든 고리타분하고 현상유지적인 것이 아닌, 학식과 인품을 갖춘 지식인을 선비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비는 당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식인 그룹이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선비문화가 들어온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때로 알려져 있다. 백제·신라도 건국 초기에 선진적인 사상과 문화 중 하나였던 유교를 받아들였다. 그런 점에서 선비문화는 우리 문화의 삶과 철학을 지탱해온 기둥 중 하나였다. 선비들의 차문화가 절정을 이뤘던 때는 고려 300년간 쯤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선비문화의 발판이 된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무신란이다. 무신란을 지켜본 선비들은 도성을 떠나 산과 물이 좋은 곳을 찾아 은거하며 차 생활을 즐기게 된다. 무신란은 고려시대 선비 차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왕실과 귀족이 중심이 되어 이끌었던 화려한 차문화는 쇠퇴하게 되고 은거에 들어간 선비들을 중심으로한 차문화가 급속하게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는 음다 풍속에서부터 시작됐다. 귀한 단차를 갈아 말차를 마시던 음다 풍속에서 만들기 쉬운 잎차를 즐기게 된다. 그에 따라 다구도 변화를 했다. 유차를 담는 고급 찻그릇인 ‘다구’보다 맑은 탕차도 겸해서 담을 수 있는 ‘다완’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지배그룹으로부터의 소외는 물적 토대로부터의 소외로 이어졌고 당시 수입해 공유했던 값비싼 단차를 맛볼 수 없었다. 은거에 들어간 선비들은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제조하고 구할 수 있는 아차(芽茶) 즉, 잎차를 선호하게 되었던 것이다. 잎차의 선호는 그에 따라 다구의 변화도 함께 가져왔던 것으로 보여진다. 고려시대 차인들은 좋은 찻자리에 초대받는 것을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했다.‘다석(茶席)’‘다연(茶筵)’‘명석(茗席)’‘명연(茗筵)’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찻자리는 초대장을 미리 받아야 했으며 손님의 자격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달라졌다. 당시 찻자리의 손님 자격으로는 ‘청덕과 영명, 즉 명예를 갖춘 사람’이라고 불렀다. 뿐만 아니라 유교적 규범에 따라 다례에도 철저하게 규범과 절도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찻자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 것은 바로 ‘다담(茶談)’이었다.‘다담’이란 차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로 당시 사상적·철학적·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지식 기량과 수양 깊이를 나눠보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런 점에서 당시 찻자리는 자격과 규범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선비다도를 대표한 차인은 이색이다. 성균관 대사성·대제학 등을 지낸 이색은 차를 전문적으로 구해오는 ‘가동(家童)’과, 전다하는 전문 노비가 있었을 정도로 차의 명인이었다. 차의 불꽃을 잘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끓이는 법을 공부하며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색은 ‘다종(茶鐘)’‘화자’(꽃무늬 오지찻잔),‘노아’‘영아’‘다탑’(차마시는 평상)등 차 용어도 만들어 전파시켰다. 이색은 육우의 ‘다경´ 속 시들을 섭렵하며 차 문화 공부도 했다. 이색의 차생활은 당시 고려시대 선비차인들의 보편적인 차생활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좋은 찻자리에 초대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차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했으며 그에 따른 지식적 기반도 축적되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선비들의 차생활은 훗날 조선시대를 건국하는 이념적·물적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역사적 아이러니다. 선비들은 차의 청덕(淸德) 정신을 매우 애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 나무를 사람을 맑게 하는 청인수(淸人樹)라고 불렀을 뿐만 아니라 헌공하는 차를 청공이라 부를 정도로 차의 청덕을 중요시했다. 차의 청덕은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을 지향했던 선비들의 삶의 문화와 잘 부합되었다. 서거정은 그같은 삶을 실천한 대표적인 선비다인이다. 대사헌을 두번이나 역임하고 육조판서를 두루 지낸후 6대에 걸쳐 임금을 모시며 45년간 공직에 머문 서거정은 지붕에 구멍이 난 초가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선비 다인 중 차끓이는 일과 차 맛내기에 달인으로 불리는 서거정은 70편이 넘는 다시를 남길 정도로 깊은 차생활을 영위했다. 청빈한 공직자의 초상으로 불리는 청백한 삶을 산 서거정은 “비와 바람은 이미 지붕을 뚫었고/시와 글씨는 부질없이 집에 가득하네/조용히 가는 글씨를 쓰고/한가롭게 게 눈차를 끓인다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비와 바람을 피할 수도 없는 구멍뚫린 초가집에 살며 다리 부러진 쇠솥과 금 간 찻잔을 쓰며 청빈한 삶을 산 서거정 모습은 자신의 삶에 충실했을 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행복과 차생활이 어디에 있음을 일깨운다. 참으로 멋스럽고 멋스러운 삶속에 자신의 삶을 최고로 극대화시킨 차인 서거정의 삶은 아련한 아픔과 경탄스러움을 던져준다. 선비 다인들의 검박한 차살림살이는 ‘다실’에서 볼 수 있다. 작고 소박한 초가집을 지어 그것을 ‘소실’‘소재’‘소려’‘소루’라 부르기도 했으며 기와가 아닌 억새나 짚을 엮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초당’‘모옥’‘모암’‘초암’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다인인 허균의 ‘누실명’은 이같은 선비들의 차살림살이를 잘 말해준다. 작은 다실에서 청빈하게 사는 것을 최고의 이상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여긴 허균은 “사방은 아홉자 크기의 단칸방으로서, 책을 갖춰두고 차 마시고 향 피우며 지내는데, 남들은 누추하다고 하나 심신은 편안하다. 누추하다고 함은 몸과 이름이 썩어버림을 말하니 군자를 지향하는 내가 사는 방은 누추하지 않다.”고 적고 있다. 허균처럼 대부분의 선비다인들은 차에 그 어떤 부와 명리보다도 더 높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비차 문화의 핵심은 바로 청빈의 덕을 통해 개인과 가족, 국가의 경영을 영위하는 지혜를 쌓는 데 있었다. 자연과 벗삼으며 버림을 통해 세상을 얻는 미학을 터득한 선비들의 차 생활은 진정한 차의 살림살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오늘 우리들에게 잘 일깨우고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다인인 자하 신위는 “많은 여인을 거느리고 밥 먹는 것은 아무리 즐거워도 색·향·미가 뛰어난 차보다 못하다. 좋은 차는 좋은 사람과 같아 자신에게 웃음을 준다.”고 적고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끼니는 굶주림을 겨우 면할 뿐인데. 차를 병처럼 좋아하는 것이 부끄럽다.” 차는 좋은 삶의 양식과 같아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살찌게 한다. 그리고 그런 삶을 부끄럽게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한 혜안을 준다. 차가 우리삶에 있어서 우주처럼 넓고 광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지암 암주 ■ 조선시대 법정의 다례의식 우리 차문화사에 있어서 차례는 단순한 생활양식이 아니라, 철학적 깊이를 지닌 채 발전해왔다. 죄와 법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왕과 신하들이, 또한 사헌부에서 사형 등 중형을 지닌 죄인들의 죄를 판결하거나 사면할 때 차를 통해 엄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고려시대에 왕과 신하들은 죄인을 사형시키느냐 아니면 섬에 유배를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 함께 다례의식을 행했다. 그당시 실제로 행했던 다례의를 살펴보자. 다례가 시작되기 전 왕이 내전의 남쪽 행랑에 앉고 신하들이 재배한 후 제자리를 잡는다. 다례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차를 담당하는 다방참상원이 각종 다구들과 차를 보관하는 별채에서 차를 들고 들어온다. 칠품원의 관직을 가진 내시가 뚜껑을 연다. 집례가 전의 앞기둥 밖으로 올라와서 왕과 마주보고 절 한후 차를 권하고 놓은 뒷전 아래로 내려온다. 다음은 문무고관대작들에게 차를 올린다. 원방의 8품 이하 벼슬아치가 다례를 담당한다. 집례가 다시 전에 올라가 엎드려 차를 내어갈 것을 청한다. 붉은 붓과 먹을 든 주대원(임금의 물음에 대답하는 관원)이 들어와 “단필로 참형을 결정하시되 유인도에 들어갈 자를 제외하소서.”라고 아뢴다. 형이 결정된 후 왕과 문무 고관대작들에게 차를 권하고 신하들은 다시 재배를 한다. 다례가 끝난후 신하들은 왕이 술과 과일을 하사한다는 분부를 전달받고 차례로 나간다. 다례의에서 형을 결정하기 전 왕과 신하들은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탁한 말차를 마셨으며, 중형 결정 후에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탕차(湯茶)를 마셨다. 고려시대에는 또 죄를 사면해주는 ‘사면다례’도 행해졌다. 고려 때 왕은 중요한 죄인을 사면할 때 죄를 사면하는 공식 의례를 행했다. 이때 의례에 동참하는 행렬에 행로와 휴대용 화로를 든 군인인 다담군사 4명이 함께한 것을 볼 때 중요한 사면의식 때도 차례는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사헌부의 다시(茶時)도 차를 단순한 행다를 넘어선 문화철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거정은 ‘사헌부 제좌청중신기´에 “부의 청에서는 두 가지 일을 하였다. 그 하나는 다시이며 또 하나는 제좌이다. 다시란 다례의 뜻을 취한 것이다. 고려와 조선 초기에 대관은 다만 임금에게 간언하는 책임만 맡았고, 관청의 일반적인 일은 다스리지 않아서 하루에 한번 모여 차 마시는 자리를 베풀고 헤어졌다.”고 적고있다. 사헌부 감찰을 엮임했던 정극인도 “대관들이 다 모이지 않아서 임금을 뵐 때가 되지 않았으면 잠시 물러나 있기를 청하여 아뢰고 차를 점다하여 시장기를 메웠다. 그러므로 감찰은 다시라는 두 글자를 들고 들어가서 임금께 아뢰었다.”고 말한 것을 볼때 차를 마시는 일이 지금처럼 단순한 휴식이 아닌, 하나의 업무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태종실록´에서는 각 관청에서 사헌부의 검사를 청할 때 전날 다시에 통보하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에서도 간단한 업무를 처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약용은 ‘흠흠심서´에서 “감찰이 다시라는 패를 가지고 앞에서 인도하고 가면 비록 대관을 만나더라도 말에서 내리지 않는다.”고 적고있다. 이는 다시가 간단한 업무뿐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시대 초기까지 다시는 모든 관아에서 철저하게 행해졌다. 그러나 조선후기에 이르러서 다시의 본뜻이 상실되어갈 뿐만 아니라 행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민족은 매우 신중한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매우 중요한 죄의 결정을 신중하게 하기 위해 차를 마시며 지나온 판결을 되짚는 것은 올바름을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를 되짚는 신중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차는 올바름을 뜻할 뿐만 아니라 엄정하고 평등한 정신을 내재하고 있다. 우리민족은 차를 단순한 음료의 도구를 벗어나 인간의 근원적인 평등성을 추구하는 삶의 철학으로 승화시켜낸 위대한 족적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차는 민족공동체의 건강한 삶을 운용하는 삶의 뿌리로서 각인되고 있다.
  • 9일개봉 태국영화 ‘시티즌 독’

    ‘옹박’의 통쾌하고 날쌘 액션 시퀀스로 태국영화를 기억하고 있다면 이쯤에서 그 편견의 지평을 좀더 넓혀볼 일이다. 9일 개봉하는 ‘시티즌 독’(Citizen Dog)은 그림동화책을 넘길 때의 순진한 팬터지를 스크린으로 맛보게 하는 태국산 드라마이다. ‘검은 호랑이의 눈물’로 세계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태국의 신인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 작품. 이 작품의 영화적 의미를 따지기 앞서 언급될 대목은, 동화 속에서 퍼낸 듯 완벽하게 다듬어진 예쁜 화면이다. 스크린 너머로 천연색 물감이 금방이라도 줄줄 흘러내릴 것처럼 색채미학이 압권이다. 특별한 인생의 목표가 없는 청년 팟(마하스무트 분야락)은 할머니와 가족을 뒤로 한 채 대도시 방콕으로 떠난다. 통조림 공장에서 손가락을 잘리는 우여곡절을 겪다 뜻모를 하얀 책 한권을 신줏단지처럼 안고 다니는 여자 진(상통 켓우통)을 만난다. 하지만 진과 가까워지는 일은 쉽지가 않다. 잭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아랑곳 없이 환경운동가 피터를 사랑하는 진은 플라스틱 추방운동을 벌이는 환경운동가로 거리로 나선다. 나른하게 순진한 동화로 포장됐으되 시종 사려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점은 영화의 미덕이다. 얼핏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한 듯하지만, 영화가 짚고 넘어가려는 이야기는 그 이상이다. 대도시의 소외된 노동자 계급을 우회상징한 제목이 그렇듯 영화에는 산업사회에서 소외된 청년의 꿈과 좌절까지 에둘러 성찰하는 힘이 있다. 진의 집 앞에 만들어진 거대 플라스틱 산은 그 어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컴퓨터그래픽보다도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묵직한 지구적 이슈를 로맨틱 드라마의 장르에 끌어안은 감독의 배짱이 새삼 놀랍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9) 가치와 사실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9) 가치와 사실

    누구나 인생을 가치있게 보내려 한다. 그 가치가 무엇인가? 가치는 경제적 가격과 대단히 유사해 보인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인기가 있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사람도 만인의 인기에 의하여 그 가격이 결정된다. 가격이 비싼 사람은 그만큼 가치도 많아 보인다. 현대의 정치와 문화가 모두 상업화되어 가는 마당에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하여 모두 총력을 기울인다. 가치가 꼭 가격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 가치는 슬픔의 상처를 안고 밀려난다. 역사에 이런 슬픈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가격과 가치가 불일치한 경우다. 좌우간 가치나 가격은 세상사가 다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e)이기에 생긴다. 이 말은 사회생활에서 상대방의 인정과 승인을 얻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소유욕을 말한다. 소유욕은 단적으로 인간사이에 먹으려는 욕망이 원초적이라는 것과 통한다. 불교에서는 이 먹고 싶은 욕망을 사식론(四食論)이라 부른다. 음식을 쓸어 요리해서 맛있게 먹고싶은 단식(段食), 남녀간에 피부로 접촉해서 먹고싶은 촉식(觸食), 상호간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을 설득 동화시키고 싶은 의사식(意思食), 자기의 지식으로 대상을 정복해서 자기 것으로 삼고 싶은 식식(識食) 등을 사식이라 한다. 헤겔과 마르크스가 잘 통찰한 바와 같이, 사회생활에서 타자로부터 인정과 승인을 얻고 싶은 욕망은 불교적으로 보면 다 타자를 먹고 싶은 소유욕과 같다. 음식 먹기도 문화여서 타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맛있고 우아하게 먹으려 하고, 성욕도 사회적인 승인을 통해 배출하려 한다. 원초적으로 인간의 사회생활은 먹고 먹히며 서로 인정받고 승인받기 위한 투쟁과 갈등의 연속이다. 가격과 가치가 그런 상호주관적인 욕망관계에서 생긴다. 그런데 가치는 가격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격은 상품으로서 시장에서 도태되면 그것으로 수명이 끝이지만, 가치는 인간의 마음이 개입된 복잡한 욕망의 주장이다. 가격경쟁에서 실패했지만, 마음이 겨냥한 가치가 무의미하게 사라졌다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상호주관적 욕망이다. 비록 시장에서 탈락되었으나, 언젠가 나의 가치를 인정승인할 날이 올 것이라고 앙앙불락 기대한다. 그것이 신념일 수 있고, 나쁘게 보면 고집일 수 있다. 인류사의 가치론을 볼 때 한때 가격에서 탈락되었으나, 세월이 지난 다음에 엄청난 경쟁력을 새롭게 지니게 된 가치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가격과 가치가 불가분이지만 꼭 일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면 그 가치가 무엇인가?‘내가 가치있게 살고 싶다.’할 때의 그 가치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정치적, 도덕적, 예술적, 학술적 생각을 사회적으로 타자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다른 것이 아니다. 앞의 사식(四食) 가운데 의사식(意思識)이나 식식(識食)이 주로 여기에 해당하겠다. 가치는 상호주관적 사회생활에서 소유론적 욕망과 직결된다. 사회생활이 없다면 가치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가치는 ‘내가 생각하는 것(cogito)’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의사식이나 식식에서 타인을 설득시키고 지식으로 지배하기 위하여 논리를 정리하고 이념을 창출한다. 이것이 시장에서의 광고처럼 이념에서의 선전이다. 이념의 선전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cogitamus)’으로 만들기 위한 소유욕의 책략이다. 특히 소유욕의 책략에서 정치적 가치가 예술적 가치보다 훨씬 강하다. 왜냐하면 정치적 가치는 세속적 지배를 원하는 종교적 가치처럼 지배의지를 진리의지와 동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20세기 프랑스의 정신분석가인 구조주의 철학자 라캉이 그의 저서인 ‘기록’에서 한 말이다.“내가 존재하는 곳에 나는 생각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뜻 무슨 말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상호주관적 사회생활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가 소유하기 위함이지, 내가 존재하는 사실을 언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나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고, 생각이 일어나서 분별하는 경우는 모두 소유를 위한 동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일어나는 경우는 모두 호오와 시비와 선악을 내가 취사선택한 한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모든 가치는 나의 생각의 산물이고, 이것은 또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의사식과 식식의 경우에만 ‘나는 생각한다.’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단식과 촉식의 경우에도 내가 먹는 음식이나 나의 몸매가 만인이 부러워하는 선망의 표적이 되게끔 만인을 홀리려 한다. 라캉의 생각처럼 사회생활에서 모든 것이 소유와 피소유의 관계로 환원된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사회생활이 그래왔었기 때문이다. 라캉은 프로이트 계통의 학자인데, 결국 성욕이 인류사회의 가장 원초적 언어활동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겠다. 성욕과 소유는 같은 말이다. 그래서 우리도 무의식중에 가치있는 인생을 향유하기를 기원해 왔다. 가치없는 인생은 타자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가치는 결국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만인에 의하여 평가받고 싶은 소유욕에 다름 아니다. 가치는 나의 기호를 만인의 기호로 변경시키려는 확장욕에 불과하다. 이 확장욕은 우리가 앞 글(1·2·3·6·7·8회)에서 여러 번 지적한 본능의 소유욕에 해당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어떤 충격을 받을 수 있겠다. 왜냐하면 가치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서 가치가 결국 무의식적 본능의 소유욕을 의식의 명분으로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가치는 각자의 심층적 소유욕을 무의식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이 가치가 정치적 사회적 이념과 각별하게 연관된 것일수록 더 사회지향적 선전이 심하다. 그런 가치는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그것이 우리의 가치가 되도록 각색한다. 대개의 역사는 정치적 사회적 이념을 정당화시킬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세계사를 통하여 널리 확산되어 왔었다. 그래서 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초기 실존주의에서 후기 사회혁명주의로 기운 철학자 사르트르와의 역사논쟁에서 사르트르적인 공산주의 지향의 역사의식을 비판하면서, 역사는 늘 어떤 이념적 경향성을 잠복시킨 내용적 편파성과 외연적 부분성을 띠고 있으므로 역사를 과학으로 인정하기를 그의 저서인 ‘야생적 사유’에서 거부했다. 그는 이념적 가치의 편향성에 의한 사실왜곡이 거의 없는 인류학과 민족학을 역사에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이 말은 많은 경우에 정치적 사회적 이념의 가치는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을 언명함이다. 왜냐하면 그 가치는 세상을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세가지의 한계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 그 하나는 그것이 가장 자기에게 좋은 것만을 선택했다는 한계고, 다른 하나는 자기선택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하여 사실을 왜곡한다는 한계고, 마지막으로 그것은 가치의 선동선전에 미쳐서 모든 가치가 필연적으로 반가치(4회 참조)를 품고 있는 측면을 전혀 도외시한다는 한계다. 그러면 모든 가치는 다 문제적인가? 세상을 소유하고 지배하겠다는 경향성이 희소한 순수 종교적, 예술 미학적 가치가 가장 사실성에 부합되는 것이 아닌지? 그러면 무엇이 진짜로 사실인가? 객관적으로 증명가능한 것만을 사실성으로 인정하는 실증주의적 시각이 옳은가? 실증주의는 사실성을 밝히는 데 너무 좁고 미흡하다.10여년 전 뒷길 교통신호대도 없는 네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내가 냈는지 당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때에 그 사고의 원인은 길 건너 앞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의 진로를 알려주지 않아서 내가 거기에 신경이 빼앗겼기에 다른 차와 접촉하는 사고가 생겼다. 이것은 나의 심증이지 물증이 없다. 이처럼 실증주의는 사실을 인식하는 방식이 너무 좁다. 소유론적 무의식을 지닌 가치가 다 편파적이고 부분적인 사실의 왜곡에 기인한다면, 지공(至公)한 사실의 인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앞으로 21세기적 모든 학문의 의미는 가치론보다 사실론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모든 가치는 결국 자아중심적 소산이다. 자아가 어떤 색깔로 물들어 있어서 그 색깔로만 세상을 바라보므로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자는 두가지 부류겠다. 하나는 이념적 가치를 위하여 일부러 사실을 거짓말로 속이는 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기가 어떤 특정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모르고 그 색깔로 세상을 늘 보는 자이다. 무의식의 소유욕이 그런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전자는 진짜로 언급할 만한 거리도 못되는 정신적 사이비다. 그러나 후자는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의 업장에 갇힌 자이고,20세기 프랑스의 현상학적 철학자 메를로퐁티의 용어로는 잠재적인 ‘암묵적 전(前)의식’의 집단무의식에 갇혀 사는 자이다. 다 같은 생각을 개진한 것이겠다. 업이나 집단적 무의식에 걸리면, 그 업과 무의식이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생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의식이 모른다. 이것이 문제다. 우리는 미래의 교육에서 가치관 형성에 열을 올리지 말고, 인간이 자아를 가진 한에서 얼마나 편견과 아집의 노예가 되기 쉬우며, 가치의 이름으로 세상을 헛보게 만드는가를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든 가치가 반가치를 필연적으로 띤다는 것(4회), 가치는 자기 기호의 선택이므로 전체를 보는 눈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아를 무아로 점진적으로 바꾸는 교육이 실제로 자아의 가치관교육보다 더 미래의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을 말해주어야겠다. 역사와 세상과 자연의 전체 사실을 여여하게 보는 눈을 키우는 공부가 미래의 철학교육이리라. 미래의 철학은 어떤 특정가치를 세상에 뒤집어 씌워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아의 탐욕이 없는 마음에 비쳐지는, 존재하는 필연성을 아는 데 있겠다. 신경병도 과거 억눌렸던 상처를 알아차리는 데서 치유된다. 가치의 주입이 아니라 무명(無明)의 알아차림이 더 중요하다. 눈 뜬 장님들이 세상의 사실을 왜곡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월드 리포트] ‘톨레랑스 정신’ 메말라가는 佛

    [월드 리포트] ‘톨레랑스 정신’ 메말라가는 佛

    프랑스 사회는 유대인 청년의 처참한 죽음으로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올해 23세인 일란 알리미는 파리 11구에 있는 볼테르가의 한 휴대전화 영업소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영업소를 찾았던 젊은 여성을 만나러 1월20일 저녁 파리 남쪽 교외에 갔던 그는 약 3주가 지난 뒤 파리 남쪽 철로변에서 목숨만 겨우 붙은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의 상태는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 입에는 자갈이 물려져 있고, 손이 뒤로 묶여진 채 발견된 그의 벗겨진 몸은 온통 피멍으로 얼룩져 있었다. 칼 자국과 휘발성 액체로 불에 덴 자국 등 엄청난 고문을 당한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겪은 뒤 버려진 알리미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경찰과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알리미에게 가해진 고문은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것이며 여럿이 그룹으로 행동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납치·강도사건으로 여겨졌던 이 사건은 검거된 용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알리미가 유대인이어서 집에 돈이 많을 것으로 보고 납치했다.”고 진술하면서 종교·인종적 동기가 범행에 개입된 것이 드러났다. 유대인 지도자들은 범죄조직이 정치적 동기를 지니지는 않았을지라도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편견이 폭력행위를 유발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반(反) 유대주의적인 인종차별 범죄로 규정했다. 프랑스 사회는 범행의 ‘야만성’에 놀랐고, 반 유대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파리 교외의 슬럼가 범죄조직에까지 스며들었다는데도 큰 우려와 경계를 표했다. 특히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한 사람을 납치해 고문하고, 목숨까지 잃게 만들었다는 데에 경악했다. 사람들은 이같은 범죄가 계몽주의가 태동한 지성과 예술의 나라,‘톨레랑스(tolerance·관용)’의 나라에서 발생한 것을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프랑스의 필립 사시에는 ‘왜 톨레랑스인가’라는 책에서 “톨레랑스란 내가 동의하지 않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서로 다른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톨레랑스이며 이는 프랑스인의 깊은 사상적 기저(基底)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톨레랑스가 언제부터인가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품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같지 않듯이 프랑스의 영광도 과거사가 돼 버렸고, 프랑스인의 생활은 각박해졌다. 늘어나는 이민자들과 함께 범죄발생률이 높아진 것 등이 자연스럽게 프랑스인들을 배타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 총리는 수만명이 거리에서 반유대주의·인종차별주의 규탄시위를 벌인 지난 26일 방송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문화·다민족 사회일수록 톨레랑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인들이 ‘톨레랑스’ 정신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기울이게 된다면 알리미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lotus@seoul.co.kr
  • [사설] 교도관 성추행 감싸고 돈 법무부

    교도관의 여성 재소자 성추행이 사실로 밝혀졌다. 한심한 일이다. 더 한심한 것은 법무부다. 법무부는 처음에는 이 여성은 가족관계를 비관, 자살을 기도했다며 성추행을 부인해오다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조사결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여성 재소자는 교도관에게 불려가 성폭행 수준의 추행을 당했으며, 충격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몇차례 치료를 받다 수용실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관은 재소자의 가족이 문제제기를 하자 합의금으로 2000만원을 줬다고 한다. 법무부가 반인권적이고 파렴치한 재소자 성폭력 사건을 단순 자살사건으로 발표한 것은 두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선 법무공무원들에게 짙게 깔려 있는 재소자는 범죄자이고 따라서 그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선입관과 편견 때문에 합의금을 주는 등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데도 피해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게 편향된 시각으로선 인권, 정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또 하나는 사실을 덮으려 했을 가능성이다. 만약 은폐의도가 있었다면 국가기관, 그것도 법을 다루는 법무부의 도덕성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 외에 군산에서도 여성 재소자 4명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고 한다. 교도관 앞에 여성 재소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만큼 교정시설내 성폭력의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여성 재소자 인권보호를 위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교도관이 재소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인성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 [씨줄날줄] 문명의 동맹/육철수 논설위원

    프랭크 보만은 1968년 12월21일 아폴로 8호를 타고 달에 날아가 궤도비행을 수행한 미국의 우주비행사다. 그가 쓴 ‘달 여행’이란 수필을 보면 달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자못 의미심장하다.“저토록 작은 원반(圓盤)이 그렇게 많은 문제와 좌절을 담고 있다는 걸 믿기 어려웠다. 냉혹한 국익, 기아, 전쟁, 질병은 그 먼 곳에선 보이지 않았다.……지구는 정말이지 ‘하나의 세계(One world)’였다.” 보만이 우주공간에서 본 원반형 지구에는 실상 갖가지 피부색과 문화, 종교, 언어를 가진 65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또 그로 인한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탓에 인명살상과 인권유린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지는 땅이기도 하다. 매혹적일 정도로 푸르고 아름다운 ‘하나의 세계’는 그저 지구를 떠났을 때의 감상에 불과한 것인가. 걸프전(1991년) 이후 9·11테러(2001년), 이라크 전쟁(2002년), 스페인 열차테러(2004년), 런던테러(2005년), 마호메트 만평파문(2006년) 등으로 이어지는 사태는 서구와 이슬람의 문명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테러는 전쟁을 부르고 살상은 살상을, 폭력은 폭력을 끌어들이는 악순환만 낳을 뿐이다. 문명을 거론하기 조차 부끄러운 야만의 시대라고나 할까. 세계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이 시기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한 ‘문명의 동맹’에 대한 최종안이 최근 카타르 도하 회의에서 도출됐다는 뉴스는 듣던 중 반갑다. 문명동맹은 아난 총장이 지난해 7월 런던테러 직후 제안했다. 동맹을 통해 이슬람과 서구의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며 편견과 오해, 극단주의를 극복해 보자는 게 골자다. 동맹 추진에는 이슬람과 서구문명이 공존하는 스페인(기독교 문명권)과 터키(이슬람 문명권)가 적극 나서 고무적이다. 최종안은 유엔총회에 상정돼 올해 말쯤 공동성명으로 채택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명공존론을 내세운 하랄트 뮐러의 조언대로, 서구는 개방적 자세로 다른 문명을 더 배우고 공존의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다. 야만의 시대를 끝내고 진정한 ‘하나의 세계’를 향한 이번 행진에 서방과 이슬람권 국가들의 호응과 동참을 기대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K2TV ‘굿바이 솔로’ 노희경 작가… 주연 7명 파격 캐스팅

    “소크라테스는 인간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심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세상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라고 해도 속속들이 알게 되면 섣부르게 나쁘다고 할 수 없어요. 저는 이 작품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가 인간이구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세말한 캐릭터 묘사로 ‘거짓말’,‘바보 같은 사랑’ 등을 통해 마니아들을 거느린 노희경 작가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돌아왔다. 새달 1일부터 시작하는 KBS2TV 수·목드라마 ‘굿바이, 솔로’(연출 기민수·황인혁)를 통해서다. 독특한 것은 메시지만이 아니다. 그동안 실험적인 요소를 조금씩 도입하며 드라마 경계를 넓혀왔던 그는 이번에는 형식에 있어서도 파격을 선언했다. 천정명, 윤소이, 이재룡, 김민희, 이한, 나문희, 배종옥 등 주인공만 무려 7명이나 된다. 아픔과 미스터리를 간직한 이들이 각자 과거와 현재 심리, 그리고 내면에 가지고 있는 환상을 플래시백 형식으로 풀어나가게 된다. 김민호(천정명)는 재벌가 출신이지만 사생아라는 출생 문제 등으로 가족을 등졌다. 정수희(윤소이)는 재혼을 반복하는 어머니 때문에 고통받고, 남자친구 유지안(이한)의 친구인 민호를 사랑하게 된다. 호기 있는 건달 강호철(이재룡)은 속으로는 두려움을 갖고 살아가고, 강호철을 사랑하는 최미리(김민희)는 거칠 것 없는 날라리이지만, 자신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세상 고민에 빠져있다. 스스로 ‘미친년’이라고 하는 오영숙(배종옥)은 거짓말로 자신을 위장한다. 스쳐지나가듯 이들을 연결시키는 구심점이 바로 말을 못하는 동네 밥집 할머니인 미영이 할머니(나문희)다. 노 작가는 “한 명이라도 빠지면 이야기 전체가 무너지게 됩니다.”라면서 “7명이 함께 가는 이야기는 저도 쓰면서 낯설 정도”라고 했다. 이어 “대본 작업을 시작한지 벌써 8개월째인데 이전에 비해 2∼3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네요.”라고 혀를 내둘렀다. 외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보다는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모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내면 묘사에 집착하며 비밀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한 것은 건달이나 재벌2세 등에 대해 사람들이 품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다.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어떤 캐릭터라도 애정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노 작가는 “인간의 이해부족과 세상의 무지가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화시켜요.”라면서 “이를 뛰어넘어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작가는 “혼자는 외롭지만,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 바람처럼 시청자들이 ‘굿바이, 솔로’를 통해 세상에 대한 온기를 느낄지 기대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국내 중독자 50만명에 도움 됐으면…”

    “국내 중독자 50만명에 도움 됐으면…”

    “저도 경험자입니다.” 국내 유일의 NA모임을 이끌고 있는 임상현(55) 목사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30년간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약 전과 7범. 그가 지금은 마약을 끊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마약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두렵지 않기에 자신의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마약의 폐해가 더 무섭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7번 중 5번은 아내의 신고로 감옥에 갔습니다. 원망했죠. 하지만 아내가 그러더군요. 죽어가고 있지 않냐고, 적어도 감옥에 있는 동안은 약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아내의 사랑과 관심으로 마약의 유혹을 이겨냈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그는 ‘마약은 절대 끊을 수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마약은 끊을 수 있습니다. 물론 끊임없이 긴장하고 경계해야죠.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매년 마약으로 단속되는 인구는 만명 안팎. 하지만 실제 국내 중독자 인구는 최소 50만명이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임 목사의 주장이다. 끊는 사람보다 배우는 사람이 월등히 많고 마약의 종류도 다양해졌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요즘 오는 4월 한·일 공동 NA세미나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NA모임을 확대·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마약 중독자가 늘어간다고 걱정만 할 수는 없죠. 많은 사람들이 NA모임을 알고 도움받기를 바랍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생각뉴스] 강동구 ‘임대주택 쏠림’ 불만

    “임대주택 사절이오.”“서민주거난 해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서울 강동구 택지개발 지구에 들어서는 무주택자용 임대주택단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주민들은 “왜 우리 동네에만 임대주택이 많이 짓느냐.”면서 반발한다. 서울시는 재개발 등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은 한계가 있는 만큼 택지지구에 이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시·구 ‘티격태격’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 강동구 강일3지구(35만 7700㎡)에 임대주택 1860가구를 짓기로 하고, 강동구에 ‘강일3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으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강동구는 서울시에 ‘국민임대주택단지 지정계획을 취소하라.’고 맞섰다. 그러자 서울시는 강동구를 제치고 직권으로 같은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일정으로 강일3지구의 임대주택단지 지정을 위한 공람을 실시했다. 강동구는 지난 1월 다시 시에 지정 계획 취소를 요구했다. 또 주민 3만 8000여명도 임대주택 건립 취소 요구 청원을 강동구에 냈고, 구의회도 임대주택 건립 취소 결의문을 냈다.●“필요하지만 너무 많다” 문제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10만호 건설계획이 강동구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강일3지구에도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고덕지구 3620가구, 강일 1·2·3지구 8172가구 등 모두 1만 1812가구에 달한다. 강동구의회 황병권 의장은 “서울시 임대주택의 11.8%가 강동구에 쏠려 있다.”면서 “이는 적정수준(4%안팎)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서울시가 ‘임대주택 물량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연합회 성충호 회장은 “임대주택이 많아지면 슬럼화 우려가 있고, 이들에 대한 복지예산도 자치구가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서울시,“편견 버려라” 서울시 주택기획과 관계자는 “강동구에 임대주택이 많은 것은 인정하지만 임대주택단지를 지정하는 것은 건설교통부 지침인만큼 전면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이어 “강일3지구에 들어서는 임대주택은 기존과 달리 18∼33평형 등 중·소형 위주로 지어지기 때문에 임대주택 주민은 저소득층이라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고 말했다. 강동구에 임대주택이 많이 지어지는 것은 강동구에 개발제한 구역(그린벨트)이 45%나 되기 때문이다. 국민임대단지는 시가지와 가까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서 조성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그린벨트에 무턱대고 임대주택을 짓기보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강동구는 현재 강일3지구가 서울외곽순환도로·강일∼춘천간 고속도로·천호대로 등에 가깝기 때문에 물류센터 건립이 적합하다고 보고 ‘개발제한구역 중·장기관리계획’에 대한 용역을 실시 중이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이종란 등 지음

    ‘철학’이란 단어를 듣기만 해도 지끈지끈 머리부터 아플 어린이들. 철학을 공부하는 나이는 따로 있다는 편견을 깨주는 시리즈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자음과모음이 펴내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은 누구나 어디서나 하는 것”이란 명제를 재미있는 화술로 웅변한다. 역사를 빛낸 철학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봄은 물론, 그들의 사상이 일상 속에 실핏줄처럼 녹아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두루 귀띔해준다. 초등 중학년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춰 창작동화처럼 엮어가는 이야기여서 아이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플라톤이 들려주는 이데아 이야기’를 1권으로 출발한 시리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들려주는 행복 이야기’ ‘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자들의 세계를 먼저 소개했다. 최근 추가된 것이 ‘공자가 들려주는 인(仁)이야기’를 포함한 12권. 그러니까 소크라테스, 정약용, 벤담, 헤겔, 그람시, 프로이트 등 12명의 철학자들이 시리즈 목록에 새로 들어온 셈이다. 평범한 생활 모티브에서 이야기의 싹을 틔운 뒤 어린 주인공에게 스스로 ‘왜’와 ‘어떻게’의 해답을 찾게 유도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양명학을 발전시킨 중국 명나라 철학자 왕수인(1472∼1528)을 조명한 ‘왕수인이 들려주는 양지 이야기’(13권·이종란 지음). 지행합일(知行合一) 사상으로 대변되는 왕수인의 철학세계를, 책은 서울에서 시골 할머니댁으로 막 이사온 초등생 소녀 왕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에둘러 풀어보인다. 시골분교에서 만난 개구쟁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양명학의 기본개념을 소개하는가 하면, 새엄마의 등장으로 갈등하다 마음을 다잡아가는 과정에 양지(良知)의 의미를 실어놓기도 한다. 평범해보이는 동화책을 읽었는데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독서 지평을 넓혀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데에도 적잖은 역할을 해줄 듯하다. 학습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니 조급증 많은 학부모들에게도 반가울 책. 사물을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이 곧 논술실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100권까지 나올 예정이다. 초등3년 이상. 각권 97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임영숙칼럼] 딸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임영숙칼럼] 딸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성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태도는 매우 불합리하다.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 받고 고개 숙이며 가해자는 당당하다. 피해자만 죽어라 죽어라 하는 식이다. 이 범죄는 피해자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인격살인이다. 어린이 성폭력의 후유증은 더 심각하다. 피해 어린이의 영혼을 파괴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할 경우 성에 대한 극도의 회피나 집착을 보이고 스스로 성범죄자가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그 부모와 가족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엄청난 충격과,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으로 부부 이혼 등 가정이 파괴되는 사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끔찍한 범죄에 대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대처가 쉽게 바뀔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초등학생이 성범죄 전과를 지닌 이웃 가게 주인으로부터 성추행 당한 후 살해 유기된 사건이 발생하자 갖가지 재발 방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화학적 거세에서부터 전자팔찌 제도 도입, 주거제한, 성범죄자임을 알리는 문패달기, 야간 통행금지, 처벌 및 신상공개 강화, 공소 시효 연장 또는 소멸 등.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 변화가 시급함을 일깨운다.“법과 제도 개선에 앞서 현행 법이라도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말했다. 오랫동안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해 오면서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겪었으면 그런 발언을 했을까.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지낸 강지원 변호사의 말은 더 뼈아프다.“재물을 빼앗은 강도죄에 대해선 집행유예 판결을 잘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인격을 파괴하는 성범죄에 대해선 돈 몇푼 주면 집행유예가 나는 관행이 있다. 남성 재판관들이 성범죄로 고통 받는 피해자의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달달달 공부만 해 책상머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사법부 일원이 돼서, 불쌍한 이들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감수성이 부족하다.” 이번 초등생 살해사건의 범인도 집행유예로 풀려나 두번째 성범죄를 저질렀다. 법정에 가기전 경찰 수사과정에서도 성범죄 피해자들은 잘못된 사회통념 때문에 큰 고통을 겪는다.“이럴 줄 알았으면 고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피해자들은 후회한다. 성범죄 피해자의 90% 이상이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사건을 묻어버리는 이유다. 딸을 키우는 어머니 마음으로 성폭력 피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이나 법관이나 다양한 제도개선책을 입안할 정부 당국자나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 미흡한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는 우리 사회의 그런 감수성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국민계도’ 차원의 범죄백서 수준으로 만들어져 고위험군 성범죄자의 형 확정 당시 이름과 나이, 시·군·구까지만의 주소, 직업 등만 6개월 공개되다가 만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이 제도의 개정안도 범죄 예방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두고 가해자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남성주의적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딸 가진 부모라면 성범죄 전과자가 자기집 주변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경찰도 이 정보를 등록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피살된 허양의 어머니는 호소했다.“내 아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심정으로 대책을 마련해 달라. 딸의 죽음이 씨앗이 되어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고. 논설 고문 ysi@seoul.co.kr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새달 1일 개봉

    ‘운명적 사랑’은 영원히 변함없이 최고일 영화적 소재일 것이다. 그 일상적 오브제를 이안 감독은 독특한 질감의 감수성이 압도하는 러브스토리로 화면에 옮겼다. 새달 1일 개봉하는 화제작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은 성(性)의 편견을 초극한 사랑이야기로 오래오래 감동의 여진을 남길 드라마이다. 이 영화가 남성 동성애 영화란 점은 이미 소문난 사실. 해외 유수영화제들의 수상이력(제62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등)이 화려한데다 새달 5일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무더기 상복을 누리리란 기대치가 높다.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갓 스물쯤 됐을 가난한 두 남자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이 여름 한철을 양떼 방목장에서 함께 보내게 된다. 외부와의 접촉이 없는 ‘야생’의 공간에서 두사람은 사랑인지 우정인지 알 수 없는 낯선 감정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이 영화의 화법은 진지하면서도 도발적이다. 두 남자의 상황과 심리변화를 시간의 흐름대로 옮겨놓다 어느 지점에서 숨 고를 틈도 없이 금기를 넘어 훌쩍 도약한다. 짧은 만남 이후 기약없이 헤어진 두 남자는 각각 가정을 꾸리며 관습의 규격에 안주하고, 영화는 한참 동안 그런 둘의 이야기를 평면적으로 나열하기를 반복한다. 두 딸의 아버지로 일상을 헤쳐가는 에니스, 부잣집 사위로 신분상승한 잭은 4년 만에 연락이 닿으면서 마침내 서로에 대한 감정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건장한 남자들의 거침없는 육체접촉 등을 스크린에 풀어놓기도 하는 영화에는 금기가 깨질 때의 전율이나 흥분 따위의 감정은 신기하게도 없다. 관습의 틀에 갇혀 자신들의 감정을 확신하기까지, 오랫동안 진공 상태의 고통을 감내하는 두 남자의 감정을 따라잡는 데 영화는 모든 것을 걸었을 뿐이다. 떳떳이 에니스와 가정을 꾸리려 했던 잭의 갑작스러운 의문사, 홀로 남아 비로소 잭과의 사랑에 흔들림없는 믿음을 갖는 에니스의 안타까운 삶의 여정은 성찰력 있는 감동드라마로 영화의 마침표를 찍게 한다. 동성애라는 소재적 한계를 뚫고 15세 관람등급을 받아낸 것도 그래서일 듯하다. 톱스타를 배제한 수수한 캐스팅은 불필요한 정보를 없애 영화의 주제의식을 부각시키는 데 유효했다.2시간 14분.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여풍당당 국내 첫 플레이보이 모델

    여풍당당 국내 첫 플레이보이 모델

    “5㎏이나 뺐는데도 제가 가장 뚱뚱한 거 같아요.”“전문적으로 춤을 배워서 세계무대로 진출하고 싶어요.”그들의 솔직한 말투는 여느 평범한 20대 여성들과 다를 바 없었다. 고민과 포부를 털어놓는데 거침 없고 당당했다. 그러나 상기된 얼굴에 눈은 유난히 반짝거렸다. 미국 플레이보이사의 한국 파트너인 스파이스TV가 최근 국내 최초로 개최한 ‘한국 플레이보이모델 선발대회’에서 1∼3위와 포토제닉상을 받은 이파니(20)양과 전지은(20), 문지혜(22), 박지은(24)양을 만나봤다. 한국 플레이보이모델은 이사비·이승희 등이 있지만 공식 대회를 통한 모델 선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족 몰래 지원했는데…. 이제는 주변사람 모두 성원해줘요.” 누드모델의 꽃인 플레이보이모델에 과감히 도전한 그들. 지원과정이 궁금했다.1위를 차지한 이파니양은 “우연히 인터넷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면서 “합숙과정이 너무 힘들어 꼭 1등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지원한 케이스.“미용학원 선생님이 소개했지만 살이 너무 쪄서 엄두를 못냈죠. 슈퍼모델에 한번 떨어진 경험이 있을 만큼 모델에 관심이 많았어요. 합숙하면서 오기가 생겨 살을 5㎏쯤 빼니 자신감이 생겼죠(웃음).”(전지은) 상을 타기까지 어려움도 털어놨다. 가족들의 우려가 가장 부담됐다.“부모님이 처음에는 부정적이셨지만 이제는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해주세요. 친구들은 많이 부러워하죠.”(이파니)“걱정하던 가족과 친구들이 잘됐다며 최고모델이 돼라고 용기를 줘요.”(전지은)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출전한 문지혜양은 합숙때 찍힌 신문사진을 부모님이 발견하면서 들통났다고.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이다. #“합숙 경험 잊지 못해” 미스코리아나 다른 모델대회 출신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경력이 거의 없는 그들이 선발된 데는 그들만의 신선함과 끼가 많은 점수를 땄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생전 처음 하는 합숙훈련이 쉽지만은 않았다.“고된 안무·워킹연습에 밤이 되면 배가 고파 견디기 힘들었어요. 치킨·피자·햄버거 등이 눈앞에 아른거렸죠.”(이파니) 전지은·문지혜양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것을 배워 너무 좋았다.”면서 “대회가 끝난 뒤 서로 보고싶어 울고불고 했다.”고 말했다. 추운 야외에서 수영복과 란제리만 입고 촬영한 경험도 잊을 수 없다고. 합숙 중 다리를 다쳐 걷기조차 힘들었던 박지은양은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수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엔터테이너 되고 싶어…. 색안경은 사절” 1위로 뽑힌 이파니양은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플레이보이맨션에서 열리는 월드컵 화보촬영을 한다. 다른 수상자들도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파니양은 “연기에 도전해 해외로 진출, 할리우드의 붉은 카펫을 밟는 것이 소원”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전지은양은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워 프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춤에 재주가 있는 문지혜양은 워킹과 포즈, 표정 등은 물론, 최고 스승으로부터 춤을 배워 인정받는 안무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지은양은 “연기·CF 등에 관심이 많지만 외적인 모습보다 내적으로 다듬기 위해 학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 이후 그들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플레이보이모델과 성의 상품화’이다. 굳이 누드모델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느냐는 눈총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신세대인 만큼 소신이 뚜렷했다.“제가 가장 자신있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요.”(이파니)“플레이보이모델 활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 편견 때문에 꿈을 접고 싶지 않아요. 완성된 모습을 보일 때까지 지켜봐주세요.”(전지은)“누드는 모델에서 빠져서는 안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는 아직 받아주지 않지만 외국 누드모델은 당당히 인정받고 있어요. 누드도 하나의 패션으로 봐줬으면 해요.”(문지혜). 박지은양은 “단순히 섹시한 누드모델보다, 성인문화가 고급스럽게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새 진지해진 그들. 마지막 일성을 들어봤다.“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한국 플레이보이모델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자랑스럽고, 부담도 되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학부모에도 신상 알려 재범 막아야

    초등학생 성추행 살해 사건이 온 국민의 분노를 사면서 성폭력 범죄자에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과 실효성 없는 신상공개만으로는 안된다며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현재 만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자는 한해 2차례 신상이 공개된다. 하지만 시차가 길어 지난해 7∼12월 처벌받은 사람은 올 5월에나 공개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학교장에게만 공개하는 성범죄자의 신상을 지역 학부모에게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희생된 초등학생의 경우도 학부모가 주변에 아동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이를 혼자 밖에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희 부장은 “아동 성폭력은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는 점을 노려 재범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신상정보 공개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성범죄자 재범 방지교육도 제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성폭력범은 범행 동기가 직접적 성욕보다는 부정적 자아의식이나 열등감, 약자에 대한 편견 등 심리적 요인에 있기 때문에 교육과 심리치료 등의 재활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동 성폭력범에 대한 재교육 과정은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권주희 간사는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아동 성범죄의 범행 동기를 우선 파악해야 하고 반드시 교육과 치료를 받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동 성폭력범은 경찰에 거주지 신고를 의무화하고, 일선 사법·교육기관에선 이들의 전입 사실을 어린이를 둔 가정과 학교에 알려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적 제재 조치도 거론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정하경주(29)씨는 “국회에 계류 중인 ‘특정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안’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자에게 GPS가 장착된 팔찌를 채우는 이 법안은 피의자의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류돼 왔다. 그는 “팔찌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성범죄자를 모니터링할 것인지 법안에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적용 조항을 삭제해 예외없이 구속시키도록 하는 법안도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주장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측면이 있지만 독일·덴마크·노르웨이 등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약물을 통한 성범죄자 거세도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죄를 뉘우치고 죄값을 치른 사람들에게까지 과도한 제재를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주장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3월 청소년위원회가 강력한 수위의 성범죄자 신상공개 방침을 발표하자 곧바로 반대한다는 내용의 권고장을 냈다. 인권위는 “주소와 사진 등 자세한 신상공개는 성범죄자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노출해 재사회화를 가로막고 정상적 사회생활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다.김기용 윤설영기자 kiyong@seoul.co.kr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어머니의 힘 올림픽에도 불어닥쳤다’

    한국인 입양아 출신으로 남자 모굴에서 동메달을 딴 토비 도슨(28·미국·한국명 김수철)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흑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샤니 데이비스(24·미국)도 눈물겨운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데이비스의 어머니 체리는 고된 직장 생활 속에서도 아들의 성공을 위해 매니저 일을 자처했다. 또 형편에 걸맞지 않은 세계 최고의 스케이트화를 사주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명문 스피드스케이팅 클럽을 찾아 전국을 헤매며 이사하는 ‘미국판 맹모삼천지교’도 서슴지 않는 등 아들 데이비스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데이비스가 스케이트를 시작한 것은 6살 때. 그러나 부모가 이혼하면서 생활에 어려움이 닥쳤다. 체리는 시카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비서로 일하면서 데이비스를 정성껏 키웠다. 데이비스는 “당시 어머니의 벌이로는 1000달러짜리 스케이트화를 신는 것은 큰 사치였다.”고 말했다. 이후 아들이 스케이팅에 자질을 보이자 시카고 남부에서 전문 클럽이 있는 북부로 주저없이 이사했다. 체리는 흑인이 스케이트 선수를 한다는 따가운 시선에 데이비스가 자칫 나약해질 것을 우려해 아들을 강하게 키웠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1마일 달리기를 시켰다. 당시 체리는 스케이트가 백인의 전유물이라는 사실을 잘 몰랐다. 그러나 주위 시선이 쏠리자 흑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더욱 더 보여주고 싶어졌다.체리는 “스케이팅을 할 때 단지 흑인이기 때문에 당하는 놀림을 데이비스가 참는 걸 나는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흑인 친구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친구들의 우상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었다. 데이비스가 대회에서 트로피를 타 오면 친구들은 “여자들이나 하는 운동을 하냐.”며 놀려댔다. 잠시 방황하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강한 의지 앞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금메달을 딴 뒤 데이비스는 “사람들은 내가 레이스 도중 넘어지기를 원했을 것”이라면서 인종편견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인종과 상관없이 최고가 되기를 바랐다. 소수자로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슨의 양어머니 데보라도 어린 도슨을 위해 또 다른 한국 아이를 입양하는가 하면 아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을 때 배경을 솔직히 말해 바르게 성장하도록 길을 터줘 귀감이 되고 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연중기획 교육이 미래다(EBS 오후 11시5분) 학교를 떠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또 다른 삶을 배워가는 홈스쿨링 가정을 소개한다. 홈스쿨러들의 실생활을 통해 사회의 고정된 편견을 없애고 아울러 또 다른 교육 방법으로 다양한 배움을 이뤄나가는 홈스쿨러들의 모습을 통해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진짜 놀라운 가족을 찾아라!기절초풍할 놀라운 가족들이 등장한다. 손자가 아닌 아들을 봤다는 ‘62세에 아기 낳았드래요’, 친구같은 얼짱 부녀 ‘28세 아빠와 12세 딸’, 우리집은 낳았다 하면 쌍둥이예요 ‘12명 낳았어요’등의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사연을 가진 가족 중에서 단 한 팀의 진짜 가족을 찾는다.   ●세계 세계인(YTN 오후 9시35분) 카리브해 최대의 절경인 산호초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산호초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천마일 떨어진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흙먼지다. 인도양의 온난화가 북대서양의 대기를 뒤흔들어 놓았고 아프리카의 병원균까지 날려 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내 인생의 스페셜(MBC 오후 9시55분) 혜라가 얼굴을 가린 채 김태진의원과 함께 찍힌 사진을 본 강호는 혜라에게 아는 척을 하지만 혜라는 애써 태연하게 말을 돌린다. 강호는 필두의 자료를 보며 자신은 필두 뒷조사를 하겠으니 형석에게 할머니의 식당에 가 있으라고 한다. 그 얘기를 우연히 엿들은 예린은 혜라에게 필두가 누구냐고 묻는다.   ●별난여자 별난남자(KBS1 오후 8시25분) 수상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빠진 걸 안 기웅은 석현을 찾아가고, 석현은 시장성이 없어 탈락시켰다고 말한다. 기웅을 위해 해인은 헌혈하고 받은 영화표로 기분을 풀어주고, 인범은 허브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종남에게 고백을 한다. 한편, 재만은 재도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나라의 보석을 훔친다.   ●안녕하세요 하느님(KBS2 오후 9시55분) 신경외과의사로서 더 이상 수술을 집도할 수 없게 된 동재는 은혜마저 떠날 것이 두려워 하루의 퇴화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하루만 더 은혜를 곁에 두고 싶어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하루의 퇴화 사실을 알게 된 은혜는 동재에게 미안한 마음을 남겨둔 채 하루를 향해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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