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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체류 외국인 범죄건수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많아

    국내체류 외국인 범죄건수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많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인구 10만명당 범죄 건수가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출신보다 경제 선진국 출신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범죄의 온상’으로 덧씌워진 중국과 동남아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일반의 편견을 뒤집는 연구 결과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4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영신(44) 연구위원팀이 펴낸 연구보고서 ‘외국인 범죄의 실태와 전망’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개발 도상국 출신 외국인들의 범죄자 수는 경제 선진국보다 크게 낮았다. 인구 10만명당 한국인 범죄자 수와 비교해도 크게 낮다. 보고서는 1986년부터 2004년까지 대검찰청이 펴낸 연도별 ‘종합심사분석’과 ‘범죄분석’,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자료 등을 분석했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종합 분석보고서가 나온 건 93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입국자와 체류자(불법 체류 포함)를 합한 10만명당 범죄자수는 미국(4958명), 독일(3190명), 캐나다(3031명), 프랑스(2758명), 일본(2127명) 등 경제 선진국이 대부분 상위권에 포진했다. 반면 불법 체류자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국(1840명), 방글라데시(984명), 필리핀(807명), 인도네시아(571명), 네팔(511명) 등은 범죄자 숫자가 현저히 낮아 대조를 이뤘다. 국내 성인 인구 10만명당 범죄자수(5134명)와 비교하면 중국은 36%, 동남아 국가는 6분의 1 이하 수준으로 낮았다. 보고서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범죄를 발생시키는 위험요소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불법 체류자들은 범죄로 인해 자신의 신분이 노출돼 강제 출국되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범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열악한 생활 환경과 문화적 차이 탓에 내국인에 의해 범죄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범죄 피해 취약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범죄의 국적별 지형도도 크게 바뀌었다. 국적별 외국인 범죄는 86년 ‘미국-타이완-일본-필리핀-파키스탄’ 순이었지만 2004년에는 ‘중국-미국-러시아-몽골-타이완’ 순으로 바뀌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책 안 세상 책 밖 풍경] 시조가 낡았다는 편견은 버려

    영국이 시를, 러시아가 소설을, 일본이 하이쿠를 세계문학의 비교우위 분야로 내세운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자랑스레 내보일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역설적이게도 우리 스스로 폄하하고 외면해온 시조라고 할 수 있다. 이근배(67) 시인은 “문학한류를 위해서도, 한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해서도 진정한 우리 문학인 시조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시조는 이제 잠에서 깨어나 부활해야 한다. 시조문학을 해치는 가장 나쁜 적(敵)은 시조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다. 시조를 무조건 구태의연한 낡은 문학 형식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문제다. 시조에 정몽주의 “이 몸이 죽고 죽어…”나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하되…” 같은 고시조만 있는 게 아니다. 젊은층의 구미를 끌 만한 세련된 감각의 현대시조가 얼마든지 있다. 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자 이아영(21)씨는 “시로 먼저 생각을 스케치한 다음에 시조를 쓴다.”며 “일정한 틀에 맞춰 글자수를 따져가며 쓰는(혹은 읽는) 재미가 자유시와는 비교도 안 된다.”고 했다. 정형시가 확고한 위상을 확보하고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일본은 공영방송인 NHK에서 단형시(短型詩) 하이쿠를 공모하는가 하면, 공원에 하이쿠 전용 우체통을 설치하는 등 ‘하이쿠의 생활화’를 위해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 50여개 대학에서 하이쿠를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좀 과장하면 일류(日流)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지난해 현대시조 100주년을 맞아 ‘시조의 날’을 제정하고 세계민족시대회를 개최하는 등 ‘시조 붐’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 불씨를 살려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국어교과서에서 시조가 갈수록 사라져가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사용중인 제7차 중학교 국어교과서의 경우 자유시는 58편이 실려 있지만, 현대시조는 김상옥의 ‘봉선화’와 유재영의 ‘둑방길’ 단 두편이 실렸을 뿐이다. 자유시는 종전(제6차 교육과정)의 42편에서 크게 늘어난 반면, 현대시조는 6편에서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정 국어교과서의 이같은 교육 불균형, 지적 편식현상은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지금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안을 놓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초·중·고등학교 교과서를 국가관리형 국정교과서에서 민간이 만드는 검정교과서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중이다.그런 와중에 1300여년 역사를 지닌 우리 시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앞으로 있을 제8차 교육과정 개편에서는 현대시조가 하나의 독립된 갈래로 제 대접을 받아야 한다.1000여명의 ‘등단’ 시조시인, 아니 우리 모두가 하나 돼 민족의 시, 겨레의 시를 노래하자.jmkim@seoul.co.kr
  •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 ‘록키 발보아’

    “빠바밤∼빠바밤∼” 경쾌한 음악만 들어도 30∼40대는 무슨 영화인지 기억을 할 것이다. 바로 복싱 영화의 진수를 보여 주었던 ‘록키’다.1976년 무명의 배우가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주연까지 맡아 만든 영화 ‘록키1’로 미국과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베스터 스탤론이 록키 시리즈의 마지막인 ‘록키 발보아’를 들고 찾아왔다. 미국 언론들의 호들갑스러운 각종 찬사와 중학교 때 록키3을 보았던 추억으로 기대가 가득했다.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과거에 연연하며 살던 퇴물 복서인 록키가 TV 쇼프로그램에서 자신과 현역 챔피언 메이슨 딕슨 간의 시뮬레이션 컴퓨터 경기를 방영해 준 것을 계기로 현역 복귀를 결심한다. 그래서 늙은 록키가 젊고 빠른 무적의 챔피언과 실제로 복싱 경기를 가지게 된다. 1편에서부터 사용된 주제곡 ‘Gonna fly now’가 흐르는 가운데 주인공인 록키가 무대인 필라델피아 도서관에서 로드웍을 하는 장면은 시리즈마다 빠지지 않는 뻔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추억에 젖게 하는 명장면이다. 또한 록키와 챔피언간의 복싱 경기장면은 우리를 라스베이거스의 복싱 경기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대체로 영화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진다. 옛 챔피언의 명성을 가지고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며 무료한 노인의 삶을 사는 록키. 아직도 가슴에는 ‘으르렁거리는 야수성’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며 외쳐댄다. 그런 그를 다시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영화는 한참 늘어진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고민하는 아들과의 갈등, 노인이란 사회 편견에 대한 도전, 새로운 연인과의 로맨스 등이 이어져 60분 이상 고행(?)의 시간을 견디어야 한다. 전편들에 비해 스펙터클하고 반전의 재미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예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근육질인 몸매와 ‘록키’에 식지 않는 애정을 가진 실베스터 스탤론의 열정은 높이 살 만하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in] 에릭 클랩튼이 한국인이었다면

    지난 23일 세계적인 뮤지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이 열렸다. 그의 나이 63세. 어쩌면 이 공연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는 자못 남달랐을 게다. 1만여 관객이 몰려든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열기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가진 명성과 인기는 여전했다. 지난 1997년 내한공연에서는 팝 위주의 선곡으로 팬들을 열광시키더니, 이번에는 질퍽한 농도의 블루스 음악으로 또 다른 맛을 안겨주었다. 관객에게 별다른 인사도 없이 2시간 동안 관객을 몰아치며 칼날 같은 음악적 이음새를 선보인 에릭 클랩튼. 국내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Wonderful Tonight’ ‘Layla’를 연이어 부르면서 객석을 열광케 했다. 이미 약관의 나이에 ‘기타의 신’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세계의 팬들을 주목시켰던 에릭 클랩튼. 그는 이날 공연에서 록의 황금기 속에 녹아든 자신의 절정기,70년대 곡들을 중심으로 무대를 채워나갔다. 거장 뮤지션에 대한 탄식은 공연장 구석구석에서 새어나왔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한참 동안 곱씹다가, 또 일제히 거장에게 아낌없는 경의를 보내는 관객의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다 불현듯 심통이 불쑥 솟아났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일지 모르겠지만 에릭 클랩튼이 만약 이 땅,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저만한 인기와 굳건한 아성을 과연 쌓을 수 있었을까? 2006년 여름부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아시아와 뉴질랜드에서 마무리되는 월드투어로 세계 음악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중 84번째 공연 도시가 바로 자신의 고향인 서울에서 국민들의 성원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저 무대에 설 수 있었을까? 에릭 클랩튼의 음악적 완성도와 깊이를 폄하하자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음악적 지형도와 힘의 논리가 결국 대중의 함몰적인 음악적 편견을 낳고 있다면 그것을 마땅히 경계하고 싶다.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국가 경쟁력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내실있는 우리의 음악적 토양의 부재가 못내 서글프다. 천재적 뮤지션의 탄생은 튼튼한 음악산업 속에서 대중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 가요의 음악적 실종을 읽어내리면서 그 주범이 누구인지를 뒤돌아보는 일은 세계적인 뮤지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면서 열광하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 지 오래되어 버렸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 [특파원 칼럼] 프랑스를 보는 두 극단적 편견/이종수 파리 특파원

    생 텍쥐페리의 명작 ‘어린 왕자’의 화자가 여섯살 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렸다. 그런데 모든 어른들은 그 그림을 모자로 생각했다. 뜬금없이 ‘어린왕자’ 얘기를 꺼낸 것은 화가가 되려던 화자의 꿈을 질식시킨 편견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5년만에 다시 찾은 프랑스는 많이 바뀌었다. 유럽연합(EU) 출범이 주된 배경이다. 프랑화 대신 유로화가 쓰인다. 그 과정에 물가가 많이 올랐다. 월세를 내거나 장을 볼 때 체감하는 ‘바구니 물가’가 단적인 예다. 그러나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게 있다. 불법체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입학을 허가하는 학교 등의 이른바 ‘배려의 문화’다. 도착한 뒤 5개월동안 기자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바뀜과 바뀌지 않음의 공존이 아니다. 프랑스에 대한 여전히 바뀌지 않은 극단적인 편견이다. 출장 등 업무상 방문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이런 멋진 곳에 살아서 너무 좋겠다.”고. 그때마다 “살면 또 다르죠.”라며 반론을 제기한다. 몇가지 사례를 곁들이면 고개를 끄덕인다. 영화·책·입소문 등으로 갖게 된 환상 혹은 ‘그들만의 프리즘’이 약간 달라진 표정이다. 정작 더 곤혹스러운 것은 두번째 부류의 편견이다. 프랑스에서 3∼5년 정도 살다갔거나 산 이들의 ‘일그러진 시선’…. 그 가운데 하나가 ‘프랑스에 살아봤더니 톨레랑스(관용)가 없다.’는 단정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톨레랑스가 없다.’는 단정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두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흑백 논리의 오류다. 혹자는 톨레랑스가 없어졌다는 주장의 논거로 인종차별을 든다.2년 전 프랑스 전역을 불태운 파리 등 대도시 교외지역의 소요 사태도 거론한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시외곽 빈민지역 이른바 ‘비동빌(Bidonville·빈민가)’ 문제와 대책도 1970년대부터 공론화됐다. 이 문제가 부각된 것은 극우파나 우파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에 오래 산 교포들의 시각이다. 기자가 만난 정책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인종차별이 심해진 것이라기보다 물가 상승, 취업난 등 살기가 힘들어진 이들의 불평에 편승한 우파의 공세가 통했다는 것이다. 톨레랑스가 없다는 단정은 이런 맥락을 놓친 결과로 보인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자. 끝내 톨레랑스가 없어 보인다는 주관적 판단을 고집하려면 ‘없다.’가 아니라 ‘줄었다.’고 말하자. 한 사회의 시스템이나 관행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주거지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대항력 있는 주거권’을 입법화했다.‘돈키호테의 아이들’이란 시민단체가 지난해 말 파리 센강가에 150개의 텐트를 설치한 뒤 투쟁한 결과다. 만성적 주택난에 시달리면서도 소외된 이들을 배려해 이런 법을 채택하는 사회를 향해 ‘톨레랑스 실종’ 운운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프랑스에 살게 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불편한 일화가 있다. 한달이 더 걸리는 전화 연결이나 인터넷 설치, 살갑지 않은 서비스 정신…. 대개 유럽 특유의 비효율·비경쟁 문화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효율성·경쟁·성장보다는 분배나 배려를 중시해온 그들만의 가치 모델이 존재한다. 남을 배려하다 보니 경쟁심은 약해지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다 보니 사회보장제도가 튼실해졌고 자연스레 근로 의욕이 낮다. 이런 맥락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미국식 문화에 익숙한 우리 시각에는 낯설다. 그렇다고 ‘배려’의 문화가 지닌 미덕 자체를 부정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주관적 경험을 확대하거나 부분적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어린왕자’의 화자를 질식시켰던 ‘어른’이 되지 말자. 물론 기자도 그 어른일 수 있다. 이종수 파리 특파원 vielee@seoul.co.kr
  • [문화마당] 자기 확신범과 거울/김지우 소설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할 것 없이 선거 때가 되면 인파가 쏠리는 거리 한복판에 그야말로 대문짝만 하니 사진이 붙나니, 때 빼고 광내고 잘 차린 인물사진이렷다. 아라비아숫자 하나씩 박고 나와 노랑 파랑 초록 하양 껍데기들 속에서 일동 차렷! 흐, 하고 웃고 있겠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고 있는 낯짝들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관상쟁이나 점술가가 아닌 바 저마다의 타고난 인물로 품평회를 할 생각도 없다. 문제는 그들 앞에만 서면 실실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어째 허세와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확신범들 전단을 보는 것 같다.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나르시시스트들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실은 섬뜩하다. 그리고 참으로 알지 못하고 이해 못할 의아함이 솟는다. 어떻게 스스로 자기 검증을 하고 나왔을까. 내가 대통령감이다, 국회의원감이다, 무엇으로 자기 확신을 했을까. 어떤 자기규정, 어떤 삶의 방식, 어떤 신념과 가치, 어떤 사상과 이념, 어떤 도덕과 윤리관으로 자신을 그 무서운 시험에 들게 했을까. 어느 날 백설공주네 마녀 새엄마가 거울을 들여다보았겠다. 개 같이 벌었든, 정승 같이 벌었든, 이만하면 학연, 지연, 미모, 권력 다 자신이 있었으렷다. 자신의 집에 내밀히 감춰두고 혼자 보는 거울 앞에서 물었겠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젤 예쁘니?” 고작 얼굴이나 빠끔히 들여다뵈는 손바닥 거울은 고심했다. 사실대로 백설공주요 했다간 한성질하는 마녀 성격에 와장창 작살을 낼 게 아닌가. 숙고 끝에 손바닥 거울은 “주인님요.” 하고 비위 맞춰 주었다. 자신을 얻은 새엄마는 이번엔 윗몸 아랫몸 다 비춰보는 체경에게 물었겠다. 체경도 손바닥 거울처럼 곤혹스러웠으나 질끈 눈감고 “주인님요.” 했다. 러면 그렇지, 새엄마는 대단히 만족스러웠겠다. 세상의 모든 거울들이 자신을 소명의식에 가득 찬 구국의 전사로 비춰줄 것이라고 확신했겠다. 어느덧 새엄마는 이 신자유주의시대에 오로지 나만이 국가와 민족을 구할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순교의식까지 느꼈겠다. 드디어 새엄마는 거울들과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작전회의에 들어갔겠다. 환경단체가 뭐라 하든, 시민단체가 뭐라 하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뭐라 하든, 자기 확신에 꽉 찬 새엄마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싹 무시했겠다. 새엄마는 그야말로 자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세상의 다른 거울들이 보고 실실 웃는 것이다. 웃는 얼굴 다정해도 믿을 수 없어요 하며 말이다. 안타깝게도 새엄마는 속내까지 들여다뵈는 거울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요리 보고 저리 보고, 자신의 껍데기는 비춰보았어도 자신의 속마음, 속내까지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나니 아뿔싸, 그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세상의 거울들은 그, 혹은 그녀의 속을 꿰뚫어 보는 마술 거울이었다. 모름지기 자기 확신범들의 오류는 자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데서 저질러진다. 자기 자신을 세상의 거울이 아닌, 오로지 자신만의 거울에다만 비춰보는 까닭이다. 때문에 편견과 오만과 독선과 아집으로 점철된 자가당착적 판단착오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그 판단착오는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람살이를 위태롭게 한다. 나아가 생명 붙은 모든 것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나를 규정하는 네가지 요소가 있나니,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나요, 나는 알되 남은 모르는 나요, 나는 모르고 남은 아는 나요,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악마 같은 나, 그 넷이 모여 온전한 나를 구성하나니. 자기 확신범들이여 부디 스스로 인정하고 존중받되 부단히 분별하고 경계할지어다. 김지우 소설가
  • “노·사문화 대개혁 올해가 전환점돼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나라도 노동운동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하며, 올해를 노사문화 개혁의 대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23일 충남 아산시 온양관광호텔에서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가 전국 중학교 및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 ‘경제와 문화체험’ 행사에 참석해 “외국인 투자가 줄고 국내기업도 국외로 시선을 돌리는 상황에서 불법파업과 집단이기적인 노동운동이 계속되면 우리경제도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각국은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으나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노동시장 경직성과 과격한 노조운동 등 시대에 뒤떨어진 노사관행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손 회장은 대기업의 중요성과 관련,“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는 31%로 선진국 그룹에 비해 오히려 낮은데도 대기업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며 “세계경제가 소수의 일류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우리도 잘살려면 더 많은 대기업이 일류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므로 대기업에 대한 잘못된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中 취업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자장면도 못 만들고, 다림질도 그렇고….” 여대생 가정부를 쓴 한 중국 고객의 평가다. 높은 기대와 관심 속에 여대생 가정부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얼마 못 가 쫓겨나기 일쑤다. 19일 베이징의 한 신문이 전한 한 가정부 소개소.10여명의 여대생들이 다리미 훈련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명은 이미 일자리가 정해졌다. 월 수입은 1800원(약 22만원) 정도.20%가량의 수수료를 소개소에 떼어줘도 높은 보수다. 최근 대학생 보모 인기라는 말이 실감난다. 의사소통이 쉽고 자녀 교육 등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서 여대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하는 일이 엉성하다. 집안 일을 하고 자란 여대생이 없기 때문이다. 단기 교육만으로 일 솜씨를 갖추기 어렵다. 양(梁)군과 그의 동창은 2006년 6월 간쑤(甘肅)성 중의학대학을 졸업했다. 두 사람은 골절 전문으로 본과 5년을 공부했으나 지금 닝샤(寧夏)에서 발안마사로 일하고 있다. 그들은 병원에서도 잠시 일한 적이 있지만,“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고민끝에 발안마사를 선택했다.”고 했다.“첫 달에 1000원을 넘게 받고 3개월만에 점포에서 강사 노릇을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집에는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언젠가는 나의 일을 이해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呈)군 역시 란저우(蘭州) 출신의 의과대학생. 그 역시 취업난으로 지금 발안마사를 하고 있다.“생각을 바꾸면 취업을 할 수 있는데, 사회의 편견이 가장 큰 부담”이라면서 “용기와 시간이 동시에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쓰촨(四川)성의 한 행정대학 졸업생으로 호텔관리를 전공한 이(李)군도 발 안마사다. 그는 호텔관리사의 꿈을 접었다. 이제 발안마 점포장이 되는 게 목표다. 일부는 “의대생이 발안마사를 하고 여대생이 가정부를 하는 게 재능과 노력을 다 하는 일이냐.”고 개탄하고 있지만, 대학생 취업난이 사회 문제가 된 현실에서 큰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다.jj@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진실(YTN 오후 11시5분)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이장형. 육군 대위로 전역한 이장형은 84년 간첩협의로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이근안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당한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절규한 이장형과 고문 사실을 법정에서 부인한 이근안. 이장형의 판결문에 나타난 허위를 파헤친다.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7인조 퓨전 그룹 ‘닮은 사람들’. 언제부터인가 서로의 마음과 음악 성향이 닮아있음을 느낀 7명의 국악기 연주자들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만나 2000년에 그룹이 결성되었다.‘지루한 국악’의 편견을 넘어서, 국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하는 이들을 만나본다. ●연개소문(SBS 오후 8시45분) 연개소문은 영류제에게 이미 혼례를 올린 아내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영류제는 고구려인이 아닌 사람과의 혼례는 인정할 수 없으며 황실의 후손인 고소연이 정실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고소연은 연개소문에게 힘이 되어주겠다고 당돌하게 얘기한다. 죽리는 연개소문에게 대의를 위해서 혼례를 올리라고 종용한다. ●누나(MBC 오후 7시55분) 수아의 광기는 함께 러시아로 가지 않는다는 건우의 말을 들은 뒤 절정에 이른다. 수아는 건우 어머니를 찾아가 자신이 잘못한 게 무엇이냐며 따진다. 성난 할아버지가 앞을 가로막자 수아는 할아버지까지 밀치며 건우 어머니 앞으로 다가가 집안을 공포 분위기로 만들어 놓는다. ●반올림#3(KBS2 오전 8시50분) 오토바이를 다시 찾아오라는 엄마의 말에 일권은 신바람이 났다. 이준 집에서 찾아온 오토바이로 엄마를 일터까지 모셔드리고 마음이 뿌듯한 일권. 그러나 수업을 받던 중 뜻밖에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충격을 금치 못한 아이들은 함께 장례를 돕는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진품명품을 찾아온 서화첩 두 점. 그중 하나는 대표적인 근대 서예가 오세창의 화첩인데 백범 김구의 글까지 담겨있어 그 진가가 궁금하다. 다른 하나는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교지 한 점. 큼직하게 찍힌 도장이 교지의 권위를 말해주는 듯한데 과연 이 교지 속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알아본다.
  • [女談餘談] 호모 심비우스/박상숙 문화부 기자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등극한 비결은 뭘까. 어떤 이는 호기심을 꼽는다. 다른 이는 수학의 힘을 든다. 숱한 요인들 중에 관심을 끄는 것은 생물학자 최재천의 주장이다. 그는 공생을 일등공신으로 거론하며, 아예 인간을 공생인간, 즉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라고 명명한다. 인류문명의 첫번째 도약인 농업혁명도 공생의 원리를 깔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면서 공생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 따라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존재다. 공생의 원리는 바꿔 말하면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의 다양성을 가늠하는 한 척도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건너온 이주여성과 그들의 자녀(코시안)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꼽을 수 있겠다.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국제결혼의 비율이 전체의 13.6%를 차지한다. 특히 농어촌 남성들의 경우,25.9%가 국제결혼이다. 5000년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이들의 존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주일내 결혼, 후불제 가능’이라고 적힌 광고 현수막에서 보듯이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심각하다. 또 낯선 이국 땅에서의 정착은 수많은 편견과 냉대로 점철된 고통의 과정이 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차별과 소외는 참을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자녀교육이다. 대부분 낮은 경제·사회적 지위로 교육환경이 열악하며 ‘왕따’ 문제도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부산에는 ‘코시안 대안초등학교’가 문을 열기도 했다.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다문화 교육요소를 적극 반영해야 하겠다. 이것은 단순히 소수자를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다. 세계화라는 무한경쟁 시대에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인종·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도 “문화다양성이 공동체·민족·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원천”이라고 규정했다. 우리사회가 한단계 높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코시안’들을 껴안고 그들의 고통을 책임지는 공생의 원리를 터득해야 할 때이다. 박상숙 문화부 기자 alex@seoul.co.kr
  • [서울시교육청 ‘통합논술 교실’ 지상중계](1)논술의 기초와 표현

    [서울시교육청 ‘통합논술 교실’ 지상중계](1)논술의 기초와 표현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통합논술 교실을 시범운영하기로 하고, 지난 5일 서울 행당중학교에서 첫 강의를 시작했다. 서울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교사들로 구성된 ‘서울 논술교육 지원단’이 만든 통합논술 지도 프로그램이다. 고등학교 2학년 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이번 강의는 다음달 14일까지 매주 2∼3차례에 걸쳐 공개수업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신문이 매주 한 차례 이 강의를 지상중계한다. ☞ 서울시 교육청 통합논술강의 녹취록·논술교재(1회) 바로가기 논술은 논(논리)+술(서술), 설득하는 서술이다. 논술은 이치에 맞게 합리적으로 근거를 들어 서술하는 글이다. 두번째 정의는 문제해결의 글쓰기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냥 해결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논술이다. 예를 들어 ‘남북은 한마음으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썼다면 해결책이 될까. 통일하려면 구체적인 실천 사례나 대안이 나와야 한다.‘통일´ 하면 나오는 문제가 비용 아닌가. 우리도 통일하면 비용이 든다. 이런 사례를 들어야 한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소득자에게 통일비용을 받아서 활용하자고 한다면 논거를 드는 것이 된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차후의 문제다. 통합논술은 네 가지를 반영한다. 사고력을 측정하고, 과정을 중시하며, 영역 전이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생을 중시한다. 사고력은 비판적·창의적인 사고를 하는가를 본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결과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논술 문제를 보면 가, 나, 다 등 제시문을 세분화해 요약하라, 설명하라, 비교하라, 이런 것을 묻는다. 이는 논증력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독해력을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영역 전이적이라는 말은 한 교과가 다른 교과를 넘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논술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통합’돼 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한다. 이를 고차원적 사고라고도 한다. 19세기 외국인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 생각나나. 우린 이거 (수업시간에)배우고 끝났다. 그게 아니다. 여기에는 외국인의 선입관이라든가 편견, 우월 같은 것이 보인다. 홍순학의 ‘연행가’를 보면서 문화상대주의나 문화사대주의를 떠올릴 수도 있다. 여러분은 수업 시간에 어떤 지문이 무엇과 연관되는가를 꼭 고민하고 그에 대해 나름대로 논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확대발전시키는 것이 통합논술이다. 마지막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생이라고 했는데, 창조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학생은 어디에서나 좋아한다. 이제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표현법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하겠다. 우선 시험논술의 독자는 정해져 있다. 읽는 사람이 교수다. 공부를 할 만큼 한 지식인이다. 아는 척 하면 안된다.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구어적인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 둘째, 논술 분량은 주어진 분량의 ±10% 정도가 적당하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말은 다 써라. 단, 문장을 강렬하게 써야 한다. 주저리 주저리 쓰면 안된다. 분량이 넘친다는 것은 위에서 다 쓰고 아래에서 요약정리하면서 중복된 단락이 많았다는 증거다. 중복 빼고 나면 정해진 분량을 못 채웠다는 얘기다. 셋째, 글씨는 정자체로 써야 한다. 글씨가 이상해서 교수가 못 알아봤다고 하자. 그런데 맨 마지막에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썼다. 그럼 교수가 그 옆에 이렇게 쓴다.‘일 년 더 공부하기 바란다.’ 주어와 술어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수동태 문장이나 번역투 문장도 피해야 한다. 형용사나 문학적인 표현도 피해야 한다. 조사의 ‘∼의,∼적’은 가능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이다.’와 ‘∼입니다.’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서 쓰고,‘∼할 것이다,∼것이다.’는 ‘∼이다.’로 바꿔 쓰는 것이 좋다. 시제도 일관되게 사용해야 한다. 이게 중요한데, 숫자의 표현이다. 숫자는 상대방에게 사실감을 줄 수 있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쓴다고 설득할 수 있다. 문제는 채점할 때 교수가 알아보니 숫자가 틀렸다면 이 글은 다 거짓이 된다. 그래서 숫자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크린쿼터의 경우 ‘4분의1은 찬성했고,4분의3은 반대했다.’, 이런 식으로 써라. 여기에 출처까지 밝혀주면 금상첨화다.‘대단히 많다.’는 식의 애매한 숫자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다. 단, ‘거의’라는 표현은 99%에 해당할 때 쓰기 때문에 가끔 사용해도 무방하다. 진부한 어휘나 표현도 피해야 할 것이다.‘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거 좋은 표현인데 하도 많이 써서 진부한 표현이 돼 버렸다.‘방가, 열공’ 등 자기만의 언어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한자나 영어는 가능하면 한글로 고쳐 쓴다. 사자성어의 한자가 생각이 안 나 한 자를 비워두고 썼다면 교수는 모르고 쓴 거라고 생각한다. 아예 한글로 써라. 글이 주관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단정적인 말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생각된다.’는 표현은 정확성이 없다는 인상을 준다. 단 ‘생각한다.’는 표현은 써도 좋다. 왜? 내가 주장하면 되니까. 똑같은 단어로 끝나는 문장을 둘 이상 계속해서는 안된다. 이것도 알아둬야 한다. 중계식 문장은 가능한 한 피해라.‘지금까지 ∼에 대해 서술했고, 앞으로 ∼에 대해 얘기하겠다.’는 식이다. 이렇게 안 써도 채점자들은 다 안다. 이것도 중요한데, 긴 설명이 필요할 때는 속담이나 명구, 사자성어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결론으로 쓸 때 가장 잘 써 먹을 수 있다. 결론에는 요약과 정리가 들어가는데, 예를 들어 공무원의 부정부패에 대한 글을 쓴다고 치자.‘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관은 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얘기했다.’는 인용구를 넣었다. 이게 글 내용을 다 요약하는 문장이다. 하나만 봐도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할지 요약이 되는 문장, 글이 돋보이고 독창적인 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어쨌든, 그건 그렇고, 아무튼, 여담이지만, 이야기가 빗나가지만, 좌우지간’ 등의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글이 어긋나고 있음을 스스로 알려주는 꼴이다.‘잘 부탁한다. 읽어줘서 고맙다.’ 등의 표현은 절대 금기다. 쉼표를 어디서 찍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많다. 쉼표에도 목적이 있다. 쉬었다 읽으면 문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에 찍으면 된다. 일인칭 대명사는 피해야 한다. 논술은 수필이 아니다. 단, ‘우리’라는 표현은 가능하다. 여러분들이 써 놓은 글이 있다면 이런 표현법을 지키고 있나 체크해 봐라.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2회는 ‘서론과 본론 쓰기’에 대한 강의가 이어집니다. ●강의 교재와 녹취록은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논술 공부와 지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그렇게 오고 싶던 곳… 가슴 뭉클해요”

    “그렇게 오고 싶던 곳… 가슴 뭉클해요”

    “아무 생각도 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거든. 근데 막상 형님 이름을 보니까 가슴이 막혀서….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막막해져.” 10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서울현충원에 안치된 형을 찾은 권 바오로(76) 할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어갔다. 옆을 지키던 부인 이 모니카(69) 할머니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부부는 고향인 경북 선산을 떠나 경상도, 인천 등지를 떠돌다가 10년 전 경남 산청군 성심원에 안착했다. 그사이 한번쯤 형이 있는 이곳을 찾을 법도 했건만 그러지 못했다.‘한센병’을 앓은 탓이다. “온 지 20년이나 돼서….”라며 명단을 더듬다가 형의 이름을 발견한 권 할아버지는 “너무 늦게 찾아와 미안해.”라며 입을 다물었다. 이날 권 할아버지처럼 십수년만에 서울을 찾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10명. 모두 한센병력을 가지고 있다. 노인복지시설 성심원은 “죽기 전에 살거나 놀던 곳을 가보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했다. 서울은 8번째로 찾은 곳이다. 서울 종로가 고향인 최 루시아(80) 할머니는 무려 43년만에 서울땅을 밟았다. 며칠 전부터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천주교 신자인 최 할머니는 “명동성당을 가장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갈 수 있게 됐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연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이 알려져 딸이나 사위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운 것이다. 병이 옮을까 성심원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으로 보낸 3남매는 모두 장성해 가정을 이루었다. 하지만 사위들은 최 할머니가 한센병력을 가진 사실을 모르고 있다. 30년만에 서울을 찾은 박 세레나(70) 할머니도 “건물도 높고 길도 넓고…. 많이 변했네.”라며 좋아하면서도 자식들 얘기에는 “사는 게 어려워서 자주 보지 못해.”라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8살 때 고아원으로 보냈던 딸의 결혼식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자신이 한센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들과 동행한 성심원 임재순 가정사팀장은 “모두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사위나 며느리, 손자, 손녀들에게 아예 죽은 것으로 된 분들도 있다. 요즘 한센병은 독감보다도 못한 것인데 아직까지 편견의 벽에 부딪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날 국립묘지를 들르고, 한강 유람선, 남산 케이블카를 타며 기억과 상상 속에 남아 있는 서울의 모습을 하나하나 바꿔갔다. 저녁에는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가족과 후원 봉사자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11일에는 청와대와 명동성당, 청계천, 탑골공원 등을 둘러본 뒤 성심원으로 돌아간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우리구 모임] 지체장애 6인의 ‘우승 창조’

    [우리구 모임] 지체장애 6인의 ‘우승 창조’

    지난해말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서울 강북구 게이트볼팀에 ‘인간 승리’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각 시·도에서 출전한 136개 팀을 누르고 전국을 제패한 선수 6명 전원이 지체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강북연합회팀은 지난해 11월3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제15회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 게이트볼 대회 결승에서 도봉구 선발팀에 14대13으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이틀 동안 토너먼트 9경기를 잇따라 치르고 맞은 마지막 경기여서 양팀 선수들은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강북연합회팀의 주장 정상교(59·지체장애 3급)씨는 경기 중간중간에 “일반인들한테 지지 말자.”고 동료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정씨는 “운이 좋아 간신히 우승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도 정상인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 모두 엉엉 울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강북연합회팀의 우승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선수단은 일부러 장애인만 뽑은 게 아니라 동등한 조건에서 선발된 에이스 중의 에이스들이었다. 다리운동 삼아 게이트볼을 하면서 10년 이상의 구력을 지녔다. 또 대회를 앞두고 하루 7시간 이상씩 맹훈련을 했다. 목사, 유치원 운전기사, 가정주부 등 직업은 다양하지만 “장애인을 얕보는 편견을 없애자.”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고 한다. 게이트볼은 스틱으로 정지된 볼을 치는 운동이라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도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일반 팀에도 실력만 좋으면 한두 명씩 장애인이 뛴다. 정씨는 “몇년 전만 해도 장애인에게는 전국 대회 출전권을 주지 않았다.”면서 “작은 대회에서 실력을 보여주니까 참가자격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자치구의 생활체육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정씨는 “구 예산도 적은데 지원을 바라자니 염치는 없지만, 자치구 대표인데도 유니폼이나 숙박, 차량 등을 개인이 해결하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강북구에는 5개 클럽에서 회원 170여명이 게이트볼을 즐긴다. 경기장도 창동구장 등 4곳에 있다. 다른 자치구에 비하면 꽤 활성화된 편이다. 오래 전에 재임한 한 구청장의 노력 덕분이란다. 정씨는 “게이트볼 연습장이 아파트 단지마다 생겨 구민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대학생 46% 여친폭행한 적 있다

    대학생 46% 여친폭행한 적 있다

    #1 여중생 A(15)양은 동갑내기 남자친구 C군으로부터 입술이 터질 정도로 자주 뺨을 맞는다. 평소 매너가 좋던 C군이 성적 얘기만 나오면 돌변했기 때문이다. 부잣집 외아들로 부족함없이 자랐으나 성적 콤플렉스를 가진 C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1시간만 지나면 잘못했다며 싹싹 빌었고 지금도 이 같은 관계가 반복되고 있다. #2 회사원 채모(24)씨는 3년째 남자친구 김모(26)씨와 사귀었다. 약속에 늦는 것을 유독 싫어하던 김씨는 어느날 채씨가 1시간 늦자 옆 건물 옥상으로 끌고가 엎드리게 한 뒤 ‘왜 맞는지를 생각해 보라.’며 몽둥이로 때렸다. 다음 날 김씨는 꽃을 사 가지고 용서를 빌었고, 채씨는 약간 화를 냈지만 그대로 넘어갔다. 탤런트 이민영-이찬(본명 곽현식) 커플이 결혼 전부터 상습 폭행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데이트 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같은 사례들은 우리 사회에 일상화된 ‘데이트 폭력’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 10명 중 4명 데이트 폭력 경험 4일 삼육대 서경현(상담학과) 교수가 오는 3월 건강심리학회지에 발표할 예정인 논문에 따르면 20대 여성 279명 가운데 36.9%가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대학생 중 46.2%가 한 번 이상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었다. 또 한국 성폭력상담소에 지난해 상반기 접수된 1328건의 성폭력 상담 중 6.8%인 90건이 데이트 폭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은 언어적 모욕을 포함, 신체적·성폭력까지 다양한 범주를 담고 있다. 특히 데이트 폭력은 고스란히 가정폭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성의 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센터에 따르면 응답자의 15.9%가 결혼 전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38.6%가 결혼 후 1년 이내에 맞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을 당하던 피해자가 그대로 결혼에 이르거나, 잠시 폭력성을 숨기던 가해자가 새로운 상대와 결혼을 한 뒤 본색(?)을 드러내는 셈이다. ●데이트 폭력 처벌 쉽지 않아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은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데이트 폭력은 오히려 처벌이 쉽지 않다. 민·형사상 처벌을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경찰서에서 도착한 순간부터 첩첩산중이다. 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센터장인 문채수연씨는 “데이트 폭력은 일반 폭력사건 안에 묻혀 있고,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면서 “일선 형사들의 인식이 문제다. 다른 폭력 사건보다 세심하게 다뤄야 하는데 ‘그렇게 애인을 콩밥 먹이고 싶냐.’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국 성폭력상담소 이윤상 부소장도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과 비슷하게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은폐되기가 쉽고 피해자가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면서 “또 ‘그렇게 싫으면 헤어지지 왜 계속 사귀냐.’는 식의 사회적 편견도 피해자로 하여금 폭력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고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성적 높이기 ‘전문가 X파일’ 공개

    자녀들의 학교 성적을 높이려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한번쯤 보고 생각해야 할 프로그램이 있다. EBS에서 4일부터 25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생방송으로 부모가 보는 방학특집 ‘공부 저력 만들기’란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자녀교육 전문가 신의진, 김강일, 민성원, 김미라씨가 출연해 ‘대한민국 부모, 자녀 학습 제대로 이끌고 있는가?’를 주제로 부모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를 짚어 본다. 자녀의 학습효율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또한 부모들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자녀의 학습을 이끌고 있는 것일까?그래서 EBS는 1월 한달 동안 방학특집으로 학습증진 방안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자녀의 평생성적은 대개 초등학교 때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 꽃 피우는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바로 그 초등성적은 유아기때 부모의 양육태도와 인지 교육내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1편 ‘평생 뇌발달, 유아기에 결정된다?’(4일 방송)는 신경과학에서 증명되고 있는 여러 가지 뇌발달 관련 자료를 토대로 유아기 자녀의 인지발달 메커니즘을 파악해 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결정적 시기’(몇 세엔 반드시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식의 이론)는 이제 신경과학의 발달로 인해 더 이상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녀 교육에 대한 편견과 오류를 알아보고 공부하는 패러다임과 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진단한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길섶에서] 노숙과 자존심/이목희 논설위원

    서울 목동에 있는 한 교회는 일주일에 한번 노숙자를 위로합니다.150∼200명의 노숙자들에게 1000원씩 나눠주는 날이 있고,2000원씩 주는 날이 있습니다. 씻기 어려운 노숙생활의 특성상 그들이 오면 교회 안은 묘한 냄새로 가득 찹니다. 언젠가는 너무 지저분한 행색의 노숙자가 왔습니다. 보다 못한 교인이 화장실로 데려가 억지로 씻겼지요. 그러곤 깨끗한 담요를 뒤집어 씌워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오면 난장판이 되리란 편견을 버리세요. 얼마나 질서를 잘 지키는지. 오는 순서대로 가방을 놓고 돈을 나눠주는 시간까지 기다립니다. 나누는 대화 수준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영어 문장을 적어 교인에게 보여주는 노숙자가 있었습니다. 들어 보니 나름의 준칙이 있더군요. 추한 짓은 하지 않는다, 구걸은 하지 않는다…. 자존심의 마지노선인가 봅니다.‘게으르고 무식한 노숙자’‘자발적 노숙자’가 일반론이 될 수 있을까요. 새해에는 사회가 그들의 자존심을 조금만 살려줘도 노숙자가 확 줄 듯싶은데.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영화 ‘허브’ 정신지체 성은役 강혜정

    영화 ‘허브’ 정신지체 성은役 강혜정

    “그들은 무엇을 할 때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한가지에만 집중해요.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거죠. 그게 오히려 현명할 수 있어요. 셈을 잘 못한다고 해서 (편견의 틀에)가둬놓는 것은 잘못된 거예요. 사실 사람들 모두 장애를 다 가지고 있지 않나요?” 다른 누군가가 되어 살아본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아주 짧게라도 말이다. 백번 보고 듣는 것보다 단 한번 경험하는 것이 마음의 키를 부쩍 자라게 만들기 때문이다. 새 영화 ‘허브’(감독 허인무)로 돌아온 배우 강혜정(26)도 그랬다. 정신지체 장애우의 사랑, 이별, 홀로서기를 다룬 영화에서 7살짜리 정신연령을 가진 20살의 차성은을 연기했다. 그녀는 “성은이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영화를 찍고 나서)많이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제가 원래 ‘욱하는’ 성질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매니저가 뒷수습 하느라 많이 혼났죠.”라며 활짝 웃는다. “말투, 목소리부터 옷 입는 것까지 처음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가)어색해요.” 엄살을 떠는 모습을 보는 건 낯설었다. 그만큼 그녀의 어린 아이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다. 성은은 정신지체 3급의 장애우. 꽃집을 운영하는 엄마(배종옥)와 단둘이 산다. 남보다 느리게 가는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뺀질거리는 의무경찰 종범(정경호)이 그녀에겐 왕자님이다. 겉모습만 보고 성은에게 ‘들이대던’ 종범은 그녀의 남다름을 알고는 고민한다. 그녀의 순수함에 끌려 만남을 계속하지만 서서히 버거움을 느낀다.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엄마는 예기치 않게 암 선고를 받고 이별 준비에 들어가고, 영화는 작정한 듯 눈물샘을 자극한다. 하지만 영화는 지체없이 희망을 향해 달려간다. “정신지체우를 다룬 훌륭한 영화는 참 많죠. 하지만 우리 영화는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그들도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갈 수 있고 또 그렇게 했다는 걸 보여준 거죠.” 줄곧 비견돼 온 영화 ‘말아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그녀의 말이다. 앳된 얼굴, 여린 체구에 조근조근한 말투지만 그녀에게서는 시쳇말로 ‘보통 아니겠다.’ 싶은 당찬 분위기가 풍긴다. 치아 교정 이후 인터넷에서 들끓는 성형 논란에 대해 슬쩍 떠봤다. “창창한 앞날을 두고 그런 것에 계속 신경쓰면 뭐하겠어요.”라고 똑부러지게 매듭 짓는다. 영화 ‘나비’를 함께 찍은 선배 김호정을 보며 ‘진짜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했고, 비슷한 연배의 배우들이 눈앞의 인기에 연연해 재능을 낭비할 때 신중하게 한발한발 디뎌왔다. 굵직한 배역을 맡아 출연한 것만 13편.26살, 많지 않은 나이에 진지한 배우로 각인될 수 있었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거나 어떤 배역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식의 욕심은 없다고 당돌하게 말하는 그녀. 내년 3월 촬영에 들어가는 차기작 ‘세탁소’(감독 황수아)에서 엉뚱한 탈주범으로 변신한다. ‘허브’를 찍고 나서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그녀는 “따로 살아서 1년에 두어번밖에 아버지를 못 봤는데 요즘은 한달에 두세번씩 찾아가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이종현의 나이스샷] 골프 18홀의 ‘여유’ 연탄 19홀의 ‘온기’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골프계 역시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골프선수들의 투어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일년농사를 되돌아보며 땀흘려 수확한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 나누는 이들의 정신적인 여유가 훈훈하고도 참 좋아 보인다.세밑 국내 골프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놓은 작은 정성은 어려운 이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점에서 무척 아름답다. 올시즌 상금왕 강경남을 비롯해 강지만과 김형성, 그리고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경태와 강성훈 등이 개봉동 ‘꿈의 학교’를 찾아 작은 정성으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가 하면 김대섭과 최나연(SK텔레콤)은 이제까지 해 오던 대로 ‘사랑의 버디 성금’ 2000만원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 전달했다. 이외에도 신지애를 비롯해 많은 프로들이 자신들이 땀흘려 번 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 위해 세밑을 누볐다. 프로선수들의 도네이션 문화가 싹튼 건 10년 남짓에 불과하다.첫 시작은 1990년대 초반 필자가 임진한 프로와 청담동의 한 연습장에서 만나 이제 국내 프로골퍼들도 사회에 공헌할 때란 뜻에 공감하고 상금 일부를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면서부터다. 이후 허석호 프로의 ‘사랑의 버디행진’을 통해 매년 1000만원씩 전달하고 있고,‘사랑의 휠체어보내기 운동’,‘결식노인에게 쌀보내기’ 등을 통해 연 5000만원 이상의 적지 않은 돈을 보냈다.이후 최경주와 박세리, 김미현 등 해외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참여로 한국 프로골퍼들의 도네이션 문화는 잔뜩 무르익었다. 앞으로도 기부활동이 골프계에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골프에 대한 편견도 없애고, 골프도 없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이미지까지 살릴 수 있다. 골프는 18홀을 도는 운동이다. 그러나 19홀, 다시 말해 19공탄으로 불려지는 연탄은 아직도 서민들의 하루 온기를 품어주는 ‘까만 꿈’이다. 골프의 18홀과 연탄의 19홀은 너무도 큰 차이가 난다. 하나는 ‘여유’의 상징이고 다른 하나는 ‘서민’을 상징한다.아직도 겨울이면 서울에서만 2만명의 서민이 연탄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우리 골퍼들은 19홀을 ‘소비적이고 성(性)적인 상징’ 숫자로 써 왔다. 이제부터라도 19홀은 달동네에서 하루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연탄의 검은 꿈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2006 한국 스포츠 10대 뉴스

    꿈을 한껏 품고 출발했던 2006년도 이젠 며칠 남지 않았다. 환희와 좌절, 후회가 실타래처럼 엉키며 보낸 한 해를 풀지 않고 그대로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올 한 해 한국 스포츠계를 화려하게 수놓은 ‘10대 뉴스’를 추려보면서 새로운 각오로 힘차게 새해를 맞이하자. 1. 딕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지만 국민들의 기대를 아쉽게 저버렸다. 지난 6월 토고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이겨 원정 첫 승과 우승후보 프랑스와 무승부를 거두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석연치 않게 패해 조별리그 탈락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2.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무대를 정복한 김연아(16·군포 수리고)는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12월 1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 팰리스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올라 한국 빙상 100년 역사를 새로 썼다. 진통제 투혼을 보인 김연아는 광고출연료, 우승상금 등 5억원대 수입을 챙겨 명예와 함께 부도 누렸다. 3.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수영 3관왕 및 최다 메달(금3 은1 동3)을 수확한 박태환(17·경기고)은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며 ‘국민 남동생’으로 떠올랐다. 대회 3관왕은 1982년 뉴델리대회 최윤희 이후 24년만의 쾌거였다. 특히 세계 수준과 큰 격차를 보였던 기초종목 수영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며 한국 수영의 자존심이 됐다. 4. 한국야구야말로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한 해였다. 지난 3월 한국이 숙적 일본과 종주국 미국을 연파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의 기적을 이뤘고, 후배들은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최강 쿠바를 격파, 정상에 우뚝 섰다. 하지만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타이완은 물론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져 동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5.쇼트트랙 남녀 간판스타인 안현수(21·한국체대)와 진선유(18·광문고)는 지난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첫 3관왕에 오르며 ‘효자종목’의 힘을 과시했다. 이들의 활약 덕에 한국은 금6·은3·동2개로 종합 7위에 올랐다. 그러나 안현수 아버지가 귀국한 공항에서 쇼트트랙 임원과 멱살잡이를 하는 등 끝없는 파벌싸움으로 다소 빛을 잃었다. 6. 일본 진출 3년째를 맞은 이승엽(30·요미우리)은 시즌 초반부터 폭발적인 홈런포(41개)로 한국과 일본에 열풍을 일으켰지만, 막판 부상으로 홈런왕 타이틀(47개)을 타이론 우즈(주니치)에게 내줘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하고 요미우리와 4년간 30억엔의 초대박을 터뜨리며 외국인 선수 ‘연봉왕’에 올라 자존심을 살렸다. 7. 한때 큰 인기를 누렸던 프로씨름이 잇단 팀 해체에 이은 씨름선수들의 이종격투기 진출로 혼란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43) 인제대 교수가 씨름연맹으로부터 “연맹 행정에 대해 근거 없이 비난해 왔다.”며 영구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영구제명은 1993년 씨름연맹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씨름판은 더욱 흔들리게 됐다. 8. 26명이나 풀시드를 갖고 있는 한국 여자골퍼들이 승승장구하며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휩쓸었다. 역대 최다인 11승을 합작해 낸 것. 슬럼프에 빠졌던 박세리((29)가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선화(20)가 신인왕에 오른 가운데 임선욱(20) 김주미(22) 등 신예들도 우승컵을 안아 ‘코리안 파워’를 뽐냈다. 9.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가 지난 2월 ‘꿈의 제전’이라는 미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한국에서도 열풍을 일으켰다. 특히 워드와 어머니의 끈끈한 인생 역정이 알려지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됐다. 10장미란(23·원주시청)은 지난 10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무제한급(75㎏급 이상)에서 2연패를 달성, 세계 최고의 역사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두 차례나 따돌렸던 맞수 무솽솽(중국)에게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내줘 아쉽게 올해를 마무리했다. 장미란은 내년 9월 태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솽솽과 설욕전을 갖는다.
  • 추억의 ‘아톰’ 디지털 영상으로 본다

    전설적인 만화영화 ‘아톰’이 다시 돌아온다. 케이블 채널 CGV는 데쓰카 오사무의 아톰 시리즈를 디지털로 복원한 ‘아스트로 보이 아톰’을 23일부터 매주 토·일 오전 8시에 각각 2편씩 연속 방영한다. 과학자 덴마 박사가 죽은 아들을 본떠서 만든 로봇 아톰의 이야기로 데쓰카 오사무가 1951년 일본 잡지 소년에 연재한 ‘아톰 대사’가 원작이다.1963년부터 66년까지 흑백으로 총 193화,1980년부터 81년까지 컬러로 총 52화가 만들어져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2003년 2차원 셀애니메이션과 3차원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다시 태어난 아스트로 보이 아톰은 원작의 뼈대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오차노미즈 박사의 비서 로봇 모모 등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 구조를 풍부하게 만들고,3차원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역동적이고 선명한 영상을 빚어내는 것도 특징이다. 악당과 대적하는 기존의 이야기 구도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조연급 인물들도 대거 보완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 잔인한 장면과 음주·흡연 장면 등 어린이에게 비교육적인 내용이 거의 배제되었다는 점도 또 다른 특징이다.EBS에선 23일 오전 11시10분 ‘미스 스파이더 가족의 풍선여행’을 준비했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히 밝히는 색채와 따뜻한 이야기가 특징인 3D 애니메이션으로 햇빛 반짝이는 어느 더운 날 시작된 서니 패치 친구들의 모험을 다룬다.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유쾌하고 즐거운 노래와 함께 아름다운 버섯 골짜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상대의 외모에 편견을 갖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것과 어린이 모두가 세상의 왕자와 공주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자긍심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MBC는 가족의 따스한 정과 사랑을 느끼게 해줄 성탄특집 드라마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를 23일 오후 9시40분에 방영한다. 자매, 연인, 부부 등의 인연을 맺고 있는 주인공 6명의 다른 3가지 이야기를 통해 잊고 살았던 사랑과 가정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운다. 케이블 영화채널인 OCN에서 23일 낮12시40분 ‘브리짓 존스의 일기’란 노처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볼 수 있다.‘살’과의 전쟁을 하며 완벽한 남자를 만나겠다는 희망을 간직한 노처녀 브리짓 존스. 브리짓이 점찍은 상대는 같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직장 상사 대니얼 클리버. 브리짓을 좋아하는 인권변호사 마크 다시가 펼치는 사랑 이야기다.SBS는 23일 밤 12시5분에 미스터리 영화인 ‘블랙 아웃’을 준비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족을 총으로 쏘고 자살하는 끔찍한 기억을 가진 제시카가 경찰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해변가에서 몸에 난도질 당한 시체가 발견되며 미궁에 빠진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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