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편견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상관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9억원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급식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 제구
    2026-08-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448
  • “안보에 남녀 구별은 안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7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초청 특강에서 “차기 정부는 도덕적으로 더욱 깨끗한 정부가 돼야 한다.”며 “정치가 부패하면 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며 “지도자부터 깨끗해야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최근 도덕성 검증 논란에 휩싸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대선주자로서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편견도 있지만 우리 국민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민족이다.”며 “여성 대통령 자체가 엄청난 변화인데, 다른 나라보다 빨리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안보를 지키는 데 여성과 남성을 구별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다.”며 “여당이 과반의석을 가지고 국보법 폐지를 밀어붙였을 때 야당 대표로서 모든 것을 걸고 지켜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아버지 옆에서 국가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면서 자랐다.”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버지와 대처, 레이건에 대해서도 경제를 아느냐고 말할 사람”이라고 응수했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 대해서도 그는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기상천외한 일을 해선 안 된다.”며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고 여유를 보였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18)’개인주의자’ 비난 말라

    [프렌치 리포트](18)’개인주의자’ 비난 말라

    어느 독자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프렌치 리포트를 읽고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프랑스에서 배울 게 하나도 없는 것인지요.”라고 물으며 프랑스로 유학을 가려던 계획을 재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장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시리즈가 시작되고 얼마 지난 뒤 프랑스 대사관 공보관을 만났습니다. 무슨 감정이 있기에 프랑스에 대해 부정적인 글만 쓰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답했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지난해 10월26일 첫회를 시작하면서 밝혔듯이 프렌치 리포트는 프랑스를 이상화하거나 편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좀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프랑스를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입니다.‘환상 깨기’가 지금까지의 화두였다면, 이번 주부터는 프랑스의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살펴볼 계획입니다. 프랑스인들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 우리는 프랑스인을 낭만적이고, 지적이고, 저항체질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살면서 느낀 바로는 프랑스인의 대표적인 특성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거만하고 쌀쌀맞고 무관심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나친 개인주의는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2003년 8월 폭염기에 1만 50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사망했던 것은 개인주의가 낳은 부작용의 극단적 사례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주의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인의 개인주의를 좀더 깊숙이 들여다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자유와 개인주의의 인과관계 프랑스인들의 개인주의 성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내린 결론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프랑스의 근대 계몽주의 사상은 자유를 무엇보다 중시했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인간의 자유가 정신의 건강을 가져온다.’고 했을 정도다. 인간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상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됐다. 대혁명 이후 프랑스 국민들의 정신적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이 자유·평등·박애다. 프랑스의 모든 공공건물에는 자유·평등·박애의 세 단어가 새겨져 있고 프랑스 국기의 세 가지 색깔도 이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꼽으라면 모든 사람이 ‘자유’라고 답한다. 자유는 자율성의 근본이자 인간의 자연적 권리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프랑스인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절대적이다. 이런 오랜 자유사상의 전통이 프랑스인을 세계에서 가장 투철한 개인주의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를 자칫 이기주의와 혼동할 수 있는데, 프랑스인의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는 아주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생활을 최대한 즐기지만 남을 훼방하지 않는다. 내 생활을 남에게 보이지도 않지만 남의 생활을 들여다 보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더라도 남의 것을 빼앗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개인주의보다는 개인존중 사상이라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일지 모른다. 프랑스인들은 자유를 좋아하고, 마음껏 누리고 살지만 어디까지나 ‘남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나의 자유를 주장한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다. 나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남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의식은 철저하다. 프랑수아라는 친구와 프랑스인들의 개인주의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프랑수아는 “남으로부터 간섭받고 싶지 않은 심정은 모두가 같다. 남이 무얼 하든 내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개인주의가 강해지지만 나의 사생활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사생활도 존중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의 사생활도 중요하다 금요일 저녁 아파트 입구 벽에 가끔 이런 내용을 담은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 저녁 집에 친구들을 초대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약간의 소음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성방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음악소리가 좀 크고, 웃고 떠드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많은 정도인데 반드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권리도 중요하지만 남이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라는 프랑스 인권선언을 250년 넘게 떠받들고 있는 그들이다. 1789년 8월26일 공포된 프랑스 인권선언은 근세의 자연법 사상과 계몽사상을 통해 자라난 인간해방의 이념이다. 자유를 인간의 자연적 권리 중 하나로 규정한다. 선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몸으로, 머리로 습득한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이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의식 깊숙이 이런 사고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공인이건, 평범한 사람이건 남의 사생활을 두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20년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사생아 마자랭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국민들은 미테랑 대통령을 나무라기보다는 이 사실을 보도한 주간지 파리마치를 질타했던 것도 이런 의식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다른 사람을 나와 다른 인격체로서 존중해 줄 수 있다. 그 단계를 넘어가면 다양성을 중요한 사회가치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프랑스가 바로 그런 나라다. 자유로운 사고가 창조적인 의식과 활동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나라도 프랑스다. 다양성의 반대는 획일성이다. 획일성을 거부하는 프랑스인들은 다른 나라의 사람뿐 아니라 사고와 사상을 자유롭게 받아들여 ‘프랑스적인 것’을 만들어 냈다. 프랑스에서 예술과 문화가 꽃필 수 있었던 것도 자유에 대한 열망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천의얼굴 천호진 ‘좋지 아니한가’

    천의얼굴 천호진 ‘좋지 아니한가’

    배우 천호진(46)은 카메라 앞에서 매끄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인터뷰 초반 쉴새 없이 찰칵거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를 끝내 참지 못했다.“할 수만 있다면 저 카메라를 부숴버리고 싶다.”고 깜짝 놀랄 말까지 뱉었다. “솔직히 필름 카메라면 저렇게 많이 찍겠냐.”며 디지털 시대의 폐해까지 거론하면서 그는 정말 카메라를 향해 단 한번도 웃지 않았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스틸 사진 한장도 찍지 못하게 한다는 그는 웬만해서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어렵사리 기자와 만났다. 그래도 자리가 거북스러운지 연신 줄담배를 피운다. 그의 거친 말투와 무뚝뚝한 태도에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여느 배우와 달리 스스로 포장을 벗겨낸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개그와 코미디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한번 가서 사전 찾아보세요.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좋지아니한가’는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런 게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나섰습니다.” 그의 눈에서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다. ‘좋지아니한가’(1일 개봉)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이 내놓은 새 영화. 그는 여기서 고개숙인 가장이자 무기력한 영어 교사 창수로 나온다. 엉뚱하게 원조교제에 휘말리는 아버지, 동네 노래방 총각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엄마, 원조교제 여고생을 좋아하는 아들, 자신의 존재가 궁금한 딸, 무협소설 작가라지만 백수나 다름없는 처제 등 한지붕 아래 살지만 서로에게 남보다 더 관심없는 이들이 위기의 순간 하나로 뭉치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독특한 화법의 영화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작정하고 웃기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키득키득 웃음이 터지고 웃음 뒤엔 뭔가 걸리는 게 있다.“우리는 드라마를 하려고 했지 개인기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웃깁니다.” 요즘 판박이 한국 영화에 은근히 화살을 날린다. 그리곤 덧붙여 하는 말.“이 영화 코미디·가족 영화 맞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이 오히려 (영화가 형편없을 거란)편견을 조장해서 처음엔 이걸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거죠.” 그러더니 한동안 영화계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다.“영화는 관객들 스스로가 느끼고 가져가도록 여백을 줘야합니다. 그런데 ‘1000만’이란 숫자가 나온 뒤로 영화계가 돈에만 눈이 멀어서 관객들에게 사탕만 주고 있어요. 관객들을 즉각적인 단맛만 원하게 만들어 놨죠. 이건 영화인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입니다.” 영화를 만드는 하드웨어는 나아졌지만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못 따라간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래도 젊은 감독들의 열정 만큼은 식지 않아서 희망을 건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작품이든 “인간만 보이면 다 한다.”다.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영화계가 좀더 다양한 색깔로 물들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돈만 따지다 보니 획일화되는 영화계가 걱정스럽다. 그래서 함께 출연한 김혜수·박해일을 향해 “젊은 친구들이 작품만 보고 선택한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천호진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 한 네티즌은 영화 ‘좋지아니한가’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나타냈다. 이처럼 그는 관객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는 배우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는 참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근래의 화제작들만 꼽아봐도 그가 보이지 않는 작품은 없다. 작품에 꼭 맞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기에 그의 연기는 확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깊이 뇌리에 박힌다.“출연료가 싸서 그래요.”라고 인터뷰 처음 농담 같은 소리를 하곤 “좋은 감독들이 찾아줘서 고맙지 뭐.”하며 여전히 겸손해 한다. 그가 꼭 하고 싶은 영화는 40대 중년들의 멜로다.“이제 영화가 어른스러워질 필요가 있어요. 어린 친구들 코 묻은 돈만 먹으려 하지 말고 중년 관객층을 끌어와야죠.” 그의 차기작은 ‘알 포인트’를 찍은 공수창 감독의 ‘G.P 506’. 중년에 예기치 않게 찾아온 사랑에 흔들리는 남자 주인공은 당분간 상상에 맡기자. 일단 최전방 초소에서 일어난 총기난동사건을 담당하는 노수사관으로 그를 먼저 만나야 할 것 같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390년만에 ‘Sorry’

    영국 식민지 시대에 미국 노예제의 역사를 열었던 버지니아주 의회가 390년만에 노예 제도에 대해 공식 사죄했다.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은 1619년 미국 최초로 흑인 노예들이 정착한 곳이다. 버지니아주 주도인 리치먼드는 노예 폐지를 내세운 에이브러햄 링컨에 반발해 연방에서 탈퇴한 남부연합의 수도였다. BBC 인터넷판은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의회 하원에서 96대0으로, 상원은 만장일치로 “노예 제도가 가장 끔찍한 인권 파괴 행위이자 미국 역사에 대한 폭력”이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번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처음으로 노예 제도가 정착된 버지니아주가 과거를 반성하는 ‘역사적 메시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의회는 결의안에서 “노예제 폐지 이후에도 흑인들에 대한 구조적인 차별과 분리정책이 존재했으며, 이 모든 행위가 인종차별과 편견, 오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또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착취 행위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이번 결의안은 영국이 1609년 북미 대륙에 세운 최초의 식민도시인 제임스타운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 연방정부는 1865년 13번째 헌법 개정을 통해 노예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했었다. BBC는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노예 매매를 “역사상 가장 흉악한 범죄’로 표현했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안녕하셔요] 돌아온 스타 성훈(成薰)과 펄·시스터즈 3남매

    [안녕하셔요] 돌아온 스타 성훈(成薰)과 펄·시스터즈 3남매

    『돌아와보니 나보다 더 유명해졌어요 』- 「펄 · 시스터즈」의 오빠 성훈(成薰)은 동생들을 가리키며 자못 대견해 못견디겠다는 말투다. 「수출배우 제1호」란 별칭으로 「홍콩」에 갔다가 3년만에 돌아온 그는 자기가 없는 3년동안 동생들이 가요계 정상의 인기를 차지한데 대해 더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 것 같다. 모두가 늘씬한 체구 성훈(29)의 본명은 배용수(裵龍守). 「펄」자매는 인순(仁順·21) 인숙(仁淑·19). 이들 인기 연예인 3남매는 부산에서 통조림 공장을 하고 있는 배경식(裵敬植·59)씨의 6남매(남3·여3)중 세째, 다섯째, 여섯째 자녀다. 한결같이 쭉빠진 늘씬한 체구가 우선 혈통을 과시하는데, 어머니 (현정득(玄正得)·53)와 아버지중 어느쪽을 닮았느냐는 물음에, 『 양친이 모두 늘씬하시다』고 공평한 대답이다. 「매스콤」을 통해 수 없이 소개된 이들 3남매 이외의 비연예인 3남매 역시 『우리들 보다 더 늘씬하다 』는 자랑인데 출가한 맏딸 미령(美玲·33)씨는 소문난 미인이었고, 둘째 용하(龍河·31)씨는 한국수출공단 근무, 그리고 네째 용문(龍文·26)씨는 난방관계 회사를 갖고있는 예비재벌급 사장이라고 소개. 영화배우이든 가수이든 그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즐겁게 해주는 직업이고 보면 이들 성훈과 「펄」자매가 타고난 신체조건은 그야말로 천혜(天惠)라 할 수 있다. 재능을 과시하기 전에 우선 남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천질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들의 재능 역시 갖가지다. 본업인 노래와 연기를 제하고도 이들은 「스포츠」에 각기 「프로」급의 실력을 갖고 있다. 성훈은 중앙대(中央大) 재학중 축구 「팀」주장이었고 유도 2단, 당수 초단의 실력. 인순양은 중학교때 수영2백m에서 국내1, 2위를 다퉜다는 것. 인숙양은 「스포츠」는 『별로 흥미없다』지만 기성 뺨치는 「발레리너」. 허물없는 친구처럼 운동과 연예에 상통점이 있어서인지 이들 3남매는 오누이관계라기 보다 허물없는 친구사이다. 한국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잔빼기가 이들한텐 전혀 없다. 어디서 든지 함께 뛰고 뒹굴 수 있는 그런 탁 트인 분위기. 소꿉장난할 때의 동심을 이들 장성한 3남매는 그대로 지니고 있다. -셋이 함께 영화에 나간다는 소문이던데? 『 얼마전 그런 부탁을 받았어요. 「첫사랑」등 「펄」의 「히트·송」3편에 함께 출연해 달라는-』 성훈의 이 말에 인순·인숙양은 함께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화기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는 것.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지? 이 물음에 인순양은 『멋진 영화배우가 되고싶다』고 대답했으나 인숙양은 『 오빠와 함께 나가는 것뿐이지 큰 관심은 없다』고 서로 다른 의견이다. 이번에 3남매가 공동 출연할 생각을 내린 것은 이를테면 오빠의 귀국을 기념한 우애의 열매. 뮤지컬 영화 해봤으면 그런데 성훈은 동생들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으로 오해될까봐 퍽 난처한 기색이었다. 『어린 동생들에게 폐가 될지도 모른다』고 입빠른 사람들의 편견을 두려워 했다. 그는 『 동생들이 이만큼 됐으니 「뮤지컬」영화를 해봤으면 해요. 노래와 연기가 제대로 조화된 본격적인 「뮤지컬」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 우리들 3남매의 「이미지」도 새로운 것이 될거』라고 그나름의 희망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성훈은 인기연예인으로 보다 순수한 여성으로 동생들이 행복해지길 희망했다. 『나는 이렇게 역설해요. 인순이는 72년까지만 노래하고 · 인숙이는 73년에 그만두라고. 여자는 결혼할때가 되면 시집가서 현모양처가 되는게 현명한 일이 아닙니까? 』 이 말에 동생들은 「너무 서두른다」고 똑같이 불만을 표했다. 『이제부터 노래공부도 본격적으로 할참인데- 』라는 게 인순양의 말이고, 『 시집가는 것보다 노래하는게 행복하다』는 게 인숙양의 항변. 귀국 한달이 채못되는 성훈에게는 이미 6, 7편의 작품 청탁이 밀려들었고 그 중 3편쯤은 동생들과 공연할 생각. [선데이서울 70년 7월 2일호 제3권 27호 통권 제 92호]
  • [씨줄날줄] 침묵효과/진경호 논설위원

    직장에서든 집안에서든 듣기 싫은 소리는 꺼리게 된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듣는 사람에 대한 배려로 간주된다. 그런데 심리학은 좀 냉정하게 보는 듯하다.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방어기제라는 것이다. 상대로부터 질책을 받게 되거나, 적어도 자신이 편견을 가졌거나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을 피하려 침묵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침묵효과(Mum Effect)’다. 맞은 편에 선 개념도 있다.‘칵테일파티 효과’다. 귀를 찢을 듯이 시끄러운 나이트클럽에서도 친구 얘기는 쉽게 알아듣는 것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선택적 지각’ 현상을 말한다. 두 행태를 합치면 극단적으로 말해 사람은 듣고 싶은 말만 하고, 듣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기업과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행태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정신건강을 지키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법도 하다. 지난 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의 표정이 이랬던 모양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다수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설 연휴 기간 정치(12.1%)보다는 경제(29%)와 교육(16.4%), 여가(13.2%) 등에 대해 더 많이 얘기했다고 한다. 짜증스러운 정치얘길랑 뒷전으로 제쳐둔 것이다. 그나마 정치문제에서도 이명박·박근혜 두 한나라당 대선주자 공방(37.6%)이 화제였고,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5.7%)이나 개헌(1.5%) 얘기는 외면당하다시피 했다. 노 대통령은 계속 정치의 중심에 서고 싶은지 몰라도, 국민의 중심에선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여론조사에서 87%의 국민이 참여정부 국정운영에 낙제점을 준 것도 이와 맥이 닿는다.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노 대통령을 말하거나 듣고 싶지 않은 ‘침묵효과’의 대상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심리학엔 ‘무드셀라 증후군’도 있다.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여기까지 나아간다면 참여정부뿐 아니라 국민과 나라의 불행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권력을 얻으려면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하라.”고 했다. 아부가 아니라 호흡을 같이하라는 말이다. 남은 1년 참여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진실(YTN 오후 11시5분) 뜨거운 민족애로 민주화 투쟁과 통일운동에 평생을 바친 백기완의 삶을 깊이 있게 조명해 본다. 젊은 시절 빈민운동, 농민운동, 나무심기 운동을 벌이며 백범사상연구소를 세우고 시대가 요구했던 민주화의 흐름에 앞장서 나아간다.1987년 ‘민중후보’로 추대되어 대통령에 출마하지만 스스로 사퇴한다. ●지식의 최전선<문학의 숲에서 찾는 삶의 화두>(EBS 오후 8시40분) 1970년대 청년문화의 기수에서 21세기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의 대표주자로 변신한 소설가 최인호. 통속적인 대중소설가에서 역사의식을 가진 우리 시대 진정한 장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최인호 작가를 초대해 그의 문학세계와 우리 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연개소문(SBS 오후 8시45분) 고구려 전체가 경관 해체 문제를 놓고 혼란에 빠진다. 연개소문은 연태수와 욕살들에게 경관 해체 문제를 놓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등골이 오싹해진 연태수와 욕살들은 연개소문을 위협적인 인물로 생각하고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돌궐의 사신들이 영류제를 찾아와 동맹을 요청하며 당나라를 협공하자고 제안한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오후 5시30분) 고등학교 선후배간의 훈훈한 만남에 이은 거액의 회식비 사건.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서 김구라가 십년감수한 그 황당한 사건을 만나본다. 현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마음의 감기 우울증. 남녀노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우울증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동안클럽’에서 바로잡아 준다. ●싱싱 일요일(KBS2 오전 8시) 동양 최대 백련 서식지로 유명한 전남 무안 월선리 예술인촌. 평범한 마을이 신명 나는 마을로 대변신했다.17년 전 도예가 김문호 촌장이 질 좋은 황토가 많은 월선리로 귀농 후, 촌장의 선·후배가 모여들면서 예술인촌으로 거듭났다. 예술과 자연으로 거듭난 월선리 주민들을 만나본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섬세한 문양이 눈길을 끌고, 누가 사용하던 것인지 궁금하기만 한데…. 고급스러움이 돋보이는 산수문양, 과연 이 의뢰품의 용도는 무엇일까? 계절과 잘 어울리는 그림 한 점. 격조 있는 매화가 시선을 끌고, 흔치 않은 부채 그림에 부채살이 섬세하게 남아있어, 진가를 더해주는 그림의 가치를 알아본다.
  • [주말탐방] 장애인 동계스포츠 열정속으로

    [주말탐방] 장애인 동계스포츠 열정속으로

    앞이 전혀 안 보이는 이금순(17·청주맹학교)에게 은빛 설원은 더이상 캄캄한 곳이 아니다. 지난 22일 봄 기운이 완연한 산 아래와 달리, 살을 에는 칼바람이 몰아친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하이원스키장에 마련된 크로스컨트리 1㎞ 코스. 그는 지구력이 떨어지는 일반인도 힘에 벅찰 코스를 거뜬히 완주했다. 목에 건 금메달 빛깔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금순은 1㎞ 코스를 완주한 14명의 정신지체·시각·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우승 못잖은 감격을 누렸다. 장애와 편견의 벽을 허문 장애인들의 스포츠 열정이 겨울종목에까지 오지랖을 넓히고 있다. 이날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24일 폐막하는 제4회 장애인 동계체전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정식종목인 이 종목 선수 육성이 절실하다. 이날 장애인 선수들의 완주에는 비장애인들의 부축이 필요했다. 또래 스키선수 출신인 길잡이들이 2∼3m 앞에서 코스 방향을 말로 일러줬고, 황지초등학교 축구부 아이들은 줄곧 경적을 불어대 코스로 이끌었다. 정상적인 의사 소통이 어려운 정신지체 2등급 오혜리(15·태백미래학교)는 가벼운 자폐증마저 있어 한순간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참가자 가운데 4분13초로 가장 먼저 들어온 임학수(19·청주맹학교)보다 12분 넘어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가장 큰 갈채와 환호성을 받았다.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는 혜리는 생전 처음 시상대에도 올라 올림픽 메달리스트처럼 손도 번쩍 들었다. 주위에선 끌어안고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등을 두드렸다. 이충근(35) 교사는 “혜리가 좋아하는 것을 먹이고 달래면서 가르치느라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코스를 완주해 무척 기쁘다.”고 감격했다. 청주에서 태백 가덕산종합훈련장까지 학생들을 데려와 스키를 가르친 최순일(34) 청주맹학교 감독은 더욱 가슴 벅차했다.“시각장애인 알파인팀도 있지만 시각, 청각장애인들의 한계가 있어 크로스컨트리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내년에는 더 나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3일 춘천 의암빙상장에선 ‘빙상계 초원이’로 불리는 이영석(19·밀알학교)의 총알 질주가 계속됐다. 발달장애(자폐) 2등급인 이영석은 1000m에서 2분00초75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찍이 이영석은 정상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2002년 롯데월드배 300m에서 1위를 차지,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나가는 아가씨의 손을 덥석 잡거나 링크 조명등을 한번 쳐다보면 꼼짝하지 않아 어머니 김미리(44)씨의 속을 무던히 태웠지만, 지금 이영석의 가슴은 평창 패럴림픽 금메달의 꿈에 부풀어있다. 사연도 가지가지인 이들 장애인 선수들의 꿈은 모두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하지만 실업팀이라야 강원도청의 아이스슬레지 하키, 청주시청 사격, 대구 달성군청의 휠체어테니스 세군데뿐이어서 이들이 운동에 몰두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22일 휠체어컬링 부문에 출전한 조애리(23·원주시 종합사회복지관)씨 역시 육가공업체 카운터 일을 보는 등 많은 선수들이 생계 탓에 운동에 매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현옥(43)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과장은 “연간 2억원 정도면 장애인팀을 육성할 수 있는데도 인식 부족 등으로 안타까운 일이 이어진다.”며 기업 등의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정선·춘천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들 곁을 지키는 사람들 국내 비장애인 10명 가운데 4명이 생활체육을 즐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장애인은 100명 중 4명으로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운동하고 싶어 집 밖으로 나섰다가 사회복지센터 등의 높은 계단에 좌절하곤 문을 걸어잠그는 일도 빈번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회장 장향숙)의 올해 예산 18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생활체육에 할애되는 것도 엘리트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해 장애인 선수의 저변 확대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20%씩은 각각 엘리트 체육과 국제 부문에 쓰고 기관 운용에는 10%가 소요된다. 국고와 체육진흥공단의 기금을 제외하고 기업들의 기부는 꾸준한 신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다. 무작정 손을 벌리기보다 기업들이 스스로 중요성과 의미를 인식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기업인 손에 기부금 증서를 들게 한 뒤 사진 찍고 신문에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선수들과 어울려 경기를 해보게 함으로써 장애와 편견의 벽을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배정충 삼성생명 부회장과 오일호 스포츠토토 사장 등이 장애인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사진작가 조세현씨도 빼놓을 수 없다. 장애인 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선 연예계 스타 못잖은 스타를 길러내고,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생각에 장애인 선수들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드러내는 캘린더 제작에 열과 성을 다했다. 비장애인이 거리낌 없이 장애인을 바라보고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자리를 갖도록 내년부터 시판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현옥 과장은 “평창 패럴림픽이 치러진다면 장애인 동계스포츠 역시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아이스슬레지하키의 별 한민수 그는 이번 장애인 동계체전의 도드라진 ‘별’이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떡 벌어진 어깨, 시원시원한 성격 어느 것 하나 스타로서의 자질에 부족한 게 없다.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가 골수염으로 악화돼 왼쪽 다리를 잘라내야 했던 한민수(36)는 국내 유일의 아이스슬레지 하키팀인 강원도청팀을 주장이자 ‘맏형’으로 이끌고 있다. 21일 장애인 동계체전과 함께 치러진 전국동계체전 개막식에서 평창올림픽 유치 결의문을 낭독하면서 더 유명세를 치렀다. 아이스하키와 달리 아이스슬레지 하키는 하지(下肢)장애인들이 양날이 달린 썰매를 타고 지치며 퍽을 날려 득점하는 과격한 경기. 일본에선 얼마 전 퍽에 맞아 선수가 숨진 일도 있었다.1분만 뛰어도 지치는 경기 특성상 22명 정도의 선수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강원도청팀은 11명뿐. 한민수는 8년 이상 장애인 역도선수로 활약했고 2000년에 유럽 장애인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본 고 이성근 감독의 권유로 이 운동을 시작했다. 클럽팀을 만든 지 석달만에 이 감독이 작고하자 이영국(44) 감독이 그 빈자리를 대신했고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장애인팀 육성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팀이 창단됐다. 얼마 안돼 결실이 맺어졌다. 몇년 전만 해도 0-13,0-8로 국가대표 대결에서 무참하게 무릎을 꿇었던 한국이 지난해 일본 국가대표나 다름없는 나가노의 클럽팀을 맞아 0-3으로 뒤지다 3피어리드에서 4골을 몰아넣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것. 한민수는 “일본팀에게 골을 넣어본 것도, 이긴 것도 처음이라 그 감격이 대단했다.”고 돌아봤다. 그의 꿈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세계 4위 실력을 인정받는 일본만 꺾으면 동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며 실업팀이 많이 생겨 기량을 향상시킬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평창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때쯤, 사이버 대학에서 공부하는 사회복지와 경기지도, 둘 중의 하나를 제3의 인생으로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촘스키의 아나키즘/노암 촘스키 지음

    노암 촘스키가 누구인가.‘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언어학 석좌교수이면서 작가, 그리고 정치운동가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대중매체와 미국의 외교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비평가이자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이런 촘스키를 이해하려면 그의 비전, 즉 무정부주의를 알아야 한다. ‘촘스키의 아나키즘(노암 촘스키 지음·이정아 옮김·해토 펴냄)’은 그의 인터뷰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팸플릿 및 무정부주의 잡지에 실렸던 글을 싣고 있다. 이 책에서 촘스키는 무정부주의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파헤치고, 무정부주의의 진정한 의미와 무정부주의자들이 지향하는 사회를 설명한다. 흔히 혼란과 폭력, 분열 등을 떠올리는 무정부주의가 촘스키 사상의 주요 원천이라면 조금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촘스키는 무정부주의의 전통을 계몽운동과 고전자유주의에서 찾는다.‘진정한 연대와 공동체’ 그리고 ‘상호지지와 상호연대’ 같은 것들이 무정부주의의 핵심요소라는 것이다. 촘스키가 무정부주의 중심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며 소개한 바쿠닌이 파리 코뮌에 관한 쓴 글은 다음과 같다. “나는 자유를 좋아한다. 이 자유는 국가가 부여하고 할당하며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일부가 특권을 누리고 나머지 대다수는 노예상태로 전락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자유는 오직 우리 인간본성의 법칙에 의해서만 제약을 받는다.” 촘스키는 국가 권한을 최소한도로 줄여야 한다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폐지해야 마땅하지만, 지난 시기 이룩한 진보를 후퇴시키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촘스키가 무정부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사회형태로 든 사례는 이스라엘의 집단농장 키부츠다. 노동자가 운영하고 직접관리하는 사회로써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292쪽.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오늘의 눈] ‘성폭력 피해자’ 아닌 ‘생존자’/유지혜 기획탐사부 기자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엽기스러운 사건이라기보다 원치 않지만 우리의 삶으로 침입한 세균이나 칼에 베인 상처 같은 것이다. 그래서 싸우고, 마음 아프고, 상처도 남는다. 하지만 그 사건이 나의 모든 것을 뒤흔든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9년 동안 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이 여성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식지 ‘나눔터’에 ‘水(수)’라는 필명으로 수기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저런 일 당하면 살기 어렵겠다, 정신이 이상해지겠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편견이 싫다. 전문가들도 성폭력을 당하면 정신병자가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은 정말 싫다.”고 했다. 水처럼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당했다’는 사실 자체뿐만이 아니다. 그 상처가 평생 아물지 않은 채 그들을 괴롭힐 것이라는 시선은 그들을 두 번 죽인다. 본인이 아무리 극복했다고 해도 가족들조차 “겉으로만 저렇지, 속으로는 평생 갈 거야.”라고 안쓰럽게 바라본다. 기자도 초등학생 때 길을 가다 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창문 여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 순진하게 따라갔다가 그가 내 몸에 손을 대자 갑자기 뭔지 모를 기분 나쁜 느낌이 들어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그게 성추행이라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물론 이런 아픈 기억은 잊지 못한다.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상처가 지금도 생생해 괴롭고 힘들지는 않다. 기자도, 다른 피해자들도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말 대신 ‘생존자’라는 말을 쓴다. 당하기만 하고 보호받아야만 살 수 있는 무기력한 존재가 아니라 피해를 극복할 힘을 지닌 당당한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이들이 끝내 ‘생존’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의 평생이 난도질당한 것이라는 통념을 버리고 그 힘을 믿어줘야 한다. 유지혜 기획탐사부 기자 wisepen@seoul.co.kr
  • 여배우 2년에 중국인 여보와

    여배우 2년에 중국인 여보와

    여배우 손방원(孫芳園)양(21·본명 손정선(孫貞善))이 영화계를 은퇴하고 중국인 배우한테 시집갈 뜻을 밝혔다. 신랑감은 얼마전 한·중 합작영화로 한국관객에게 선보인 진준(陳駿)(29)이란 사람. 지난해 11월 『독룡마검(毒龍魔劍)』『용호칠협(龍虎七俠)』이란 합작영화에 공연한 것이 이 한·중 결합의 인연이 되었다는데-. 손방원양의 은퇴·결혼결정은 거의 동시에 이뤄진 것 같다. 그녀가 중국 미남배우와 어쩌구 하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게 지난해 12월이고, 그때부터 손양은 다른 작품의 출연교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화계를 떠나 결혼할 속셈이 이미 그때부터 있었던 모양. 사실상 이 염문 때문에 그녀는 은퇴를 강요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계 한 소식통은 손양이 중국 배우와 가까워졌을 때 손양의 어머니가 황급히 뛰어올라와 반강제로 그녀를 부산으로 데리고 내려갔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4개월 남짓, 6월 17일 불쑥 나타난 손양은 서울 한복판의 모「호텔」에서 이 은퇴·결혼의 뜻을 밝였다. -그 사람의 어느 점이 좋았던가요? 하필 중국사람이냐는 말로 알아들었는지 그녀는 『이제까지 제일 싫어한 게 중국사람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중국사람이라면 무뚝뚝하고 고집센 것 같아 싫었어요. 중국말은 정감이 없어 싫었고 중국음식은 너무 기름져서 싫었고…』- 어려서부터 특히 싫어했기 때문에 『운명이 짓궂게 묶어 놓은 것 같다』면서 사실인즉 그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이런 편견이 모두 사라졌고 반대로 모두가 좋아졌다-. 너무 좋아져서 「오히려 걱정」이라고 명랑하게 말했다. 그늘이 없는 명랑파여서 호감을 주었던 청춘「스타」, 21살에 부산태생. 작고한 아버지는 한국의 원양 어업을 처음 개척한 수산업계의 거물이었고, 지금은 6명의 오빠가 부산에서 「천보(天寶)」「보림(寶林)」이란 2개의 극장과 병원 광산등을 경영하고 있다. 8남매중 막내딸. 미인대회에 나가 67연도 「미스·경북」, 준「미스·코리어」 에 뽑혔으니까 하고싶은 일은 대개 할 수 있는 처지다. -영화배우로 성공할 생각은 없었는지? 이 물음에 손양은 조금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막상 그만 둔다니까 작품이 밀려들더군요. 허망해요. 배우 됐다고 뭐 뚜렷한 작품하나 못내놓고…. 생각해 보세요. 배우생활 2년이라지만 항상 기다리기만 했으니…』- 작품기다리다가 제풀에 지쳐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 뜻같다. 사실상 20편 출연을 손꼽지만 손양은 뚜렷한 작품이 없다. 그중, 유현목(兪賢穆)감독의 『몽땅 드릴까요』가 가위 대표작. 이 영화에서 그녀는 그녀 특유의 희극적 재능을 나타내 보였다. 깜찍하고 발랄한 용모에서, 그리고 「바바라·스트레이샌드」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코에서 「만약 그녀가 알맞은 작품·감독을 만났더라면-」하는 아쉬움을 손방원은 남겨 주었다. 알맞은 작품을 얻지 못하고 대개의 유휴(遊休)배우가 그렇듯 불안과 초조감 속에 방황하고 있을 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신랑감 진준씨인 것같다. 그녀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게 되면 결혼하자는 그분의 첫마디에 가슴이 마구 설레었었다』고 「로맨스」의 초기 심경을 토로했다. 진씨가 합작 영화촬영을 위해 한국에 온 것이 69년10월이고 손양과 둘만의 「데이트」를 즐긴 게 12월 말. 『「크리스머스」직전이었어요. 모교(손양은 한양대 영화과 졸업)에서 초대를 받았는데 그분과 동행했었죠. 돌아오는 길에 B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그 분이 「사랑한다」고 말하더군요』 『독룡마검(毒龍魔劍)』『용호칠협(龍虎七俠)』이라는 두개의 검술 합작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동안 손양은 진씨의 『잘생긴 얼굴과 점잖은 성격』에 은근히 이끌려 있었다고. 그러니까 구애는 저쪽에서 먼저 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소지는 손양쪽에 충분히 마련돼 있었던 모양. 『집에서 펄쩍 뛰셨어요. 영화고 뭐고 다 집어치우라고 막 걱정하셨어요』-결혼할 수 없다고 말하자 진씨는 몸소 손양 집으로 청혼행차를 했다. 『절대로 불행하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결혼하게 해주시오』 물론 진씨의 이 말은 중국어였고 부산에서 중국요리집을 하는 중국인의 통역으로 전달됐다. 진씨와 손양의 사랑의 대화도 영어와 일본말, 그것이 막히면 한자로 필문필답을 한다는 것. 어쨌든 그토록 반대하던 어머니 오빠들이 진씨의 진지한 구혼에 그만 「오케이」를 했다. 이 깜찍한 청춘 「스타」를 빼앗아(?)가는 중국인 진준씨의 신분은? 손양의 말을 들으면 진씨는 손양 못지않은 양가의 교육받은 귀동자다. 아버지가 전직 국회의원이고 어머니가 현재 병원을 경영하고 있다. 삼촌이 일본에서 손꼽히는 재벌이고, 진씨 자신은 그의 형과 함께 「브러더스·필름」이란 영화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개인소유 「빌딩」이 몇 개-. 한국에 소개된 「스크린」속에서는 주로 검객으로 나오지만 대만(臺灣)에서는 「멜로·드라머」의 주역으로 50편 가량 출연했다. 다만 한·중 합작에 출연키 위해 건너오는 중국배우라면 대개 2~3류의 유휴급이란 통례에서 진준씨가 예외인지는 아직 미확인이지만. 약혼식은 생략하고 결혼은 오는 9월쯤, 장소는 「그분」나라인 대만에서 올릴 예정이란다. [선데이서울 70년 6월 28일호 제3권 26호 통권 제 91호]
  • [강태규의 연예 in]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의 독주 언제까지?

    연말이면 10대 가수상에 환호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그해 가수상을 알아 맞히는 재미도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다. 지난 수년간 식상할 만큼 난립했던 방송사와 관련단체 주관의 연말 가요 시상식이 주최집단의 이해관계와 권력의 장이라는 논란 속에 지난해 결국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왜 그래미상과 같은 권위와 전통의 시상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자괴감마저 든다. 이러한 과도기 속에서 오는 3월6일 시상식을 개최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은 벌써 4회를 맞이하면서 음악업계에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한국대중음악상은 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기자, 음악전문 라디오 PD, 학계, 시민단체 등 30여명의 선정위원회가 직접 주최, 주관해 독립성과 공정성에 있어 일찍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투명한 시상식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여진다. 필자는 지난 2004년 제 1회 한국대중음악상이 열리기 전, 준비과정에서부터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4회를 맞는 이 음악상이 일반대중은 차치하고라도 음악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에게조차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적 진정성과 공정성이라는 큰 무기를 기저에 깔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애초에 편견없는 ‘음악중심’이라는 시상 목표가 주류와 비주류 음악의 간극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서 온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음악팬들의 민심 반영보다는 선정위원회라는 ‘그들만의 연대’를 통한 수상자 선발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음악중심’이라는 의제에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그 다양한 시각을 선정위원회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 전문가들이 더 포진해 심도있는 논의가 더욱 절실한 것은 이번 수상자 후보 선정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표절 시비로 얼룩진 가수와 후보자 명단에 반드시 있어야 할 가수들이 빠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음악팬들의 외면을 부추기는 일이다. 수상자만큼이나 후보자 선정 발표의 세심함은 시상식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이 ‘두번째달’ ‘마이앤트메리’ ‘바비 킴’ ‘클래지콰이’등 많은 음악 인재들을 배출해온 성과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가 ‘패거리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준엄한 꾸짖음을 귀담아 듣는다면, 한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대중가요시상식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요원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www.writerkang.com)
  • [옴부즈맨 칼럼] 종이신문의 경쟁력/최영재 한림대 교수

    거의 실시간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24시간 TV뉴스 채널, 독자와의 쌍방향 교감이 가능한 인터넷 뉴스, 여기에 이동중에 뉴스 정보를 시시각각 제공하는 모바일 뉴스,DMB 서비스 등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뉴스매체의 미래는 이동중에 인터넷을 검색하고 동영상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동형 인터넷 멀티미디어 뉴스’의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전망은 신문에는 결코 좋은 뉴스가 될 수 없다. 속속 등장하는 경쟁 매체들은 신문의 입지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의 생존전략은 너무나 자명하다. 새로운 매체환경 변화를 감안하여 신문의 정체성을 적절히 변화시켜 ‘신문’으로 당당히 살아남거나, 아니면 새로운 매체와 기능통합을 단행하여 다른 이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후자는 요즘 너무나 자주 목격되는 매체간 인수·합병 현상이다. 좀 극단적이지만 신문이 포털 사이트에 완전히 편입되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전자는 텔레비전의 등장에 따른 라디오의 생존전략 구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라디오는 텔레비전 등장 이후 음악, 토크쇼, 뉴스 채널 등 장르의 전문화를 통해 ‘라디오’의 명성과 영향력을 유지했다. 라디오의 이동성과 소지의 편리성은 무거운 텔레비전과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문은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위축되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구독률이 크게 하락했다고 하지만 하락속도는 잦아들 것이고, 어떤 신문들은 구독자가 늘기도 한다. 신문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천년의 문자문화는 신문의 편을 들어 주고 있다. 종이신문은 낡았지만 오랜 역사와 문화적 저력을 가지고 있다. 종이신문에 담아야만 빛이 나는 기사들이 분명히 있다. 텔레비전, 포털,DMB와 같은 뉴미디어는 새롭고 빠르고 화려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묵직한 기사를 담기에 부담이 된다. 속보 경쟁은 더 이상 신문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신문은 충분히 진지할 수 있고, 그래서 중요한 사회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저널리즘 고유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기획기사, 심층보도, 탐사보도는 그 어느 매체보다 신문에서 다룰 때 제 맛이 난다. 서울신문 1면의 기획 기사들은 신문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일부 보수 신문의 1면 기사와 달리 정파적이거나 값싸게 선정적이지 않아서 좋다.2월15일자 1면 “5월에 피던 산괴불 요즘은 3월에 ‘활짝’”은 기상청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봄이 지난 10년 사이 2주 이상 빨라지는 등 지구온난화 징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알리는 기사였다. 1월7일자부터 실은 탐사보도 “1·11 대책 뒤집어 보기”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추상적이고 도식적인 분석이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와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구체적 분석이 들어간 뉴스였다.2월5일자 1면 “국내체류 외국인 범죄건수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많아”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를 단독취재해 동남아 등 개도국 이주노동자보다 선진국 출신 외국인의 범죄율이 높다는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동남아 노동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켰다. 2월16일자 1면 “증권사 4년간 1조 3000억 꿀꺽”은 고객들이 투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맡겨 놓는 예탁금의 운용 수익을 증권사들이 80% 챙기고 고객에겐 20%만 돌려준다는 고발성 기사였다. 다만 이 기사는 취재원과 기자간에 통용되는 전문 용어 중심으로 서술돼 일반독자를 위한 쉬운 글쓰기 노력이 아쉬웠다. 심층-탐사-기획 기사야말로 뉴미디어 시대 신문의 활로를 열어주는 경쟁력이다. 심층-탐사-기획은 어렵고 품이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기획기사는 자칫 일단 해치우고 보는 일과성이 되기 쉽고 글쓰기도 도식화되기 쉽다. 하지만 기획기사를 기획기사답게 쓰는 것만큼 신문을 살리는 길도 많지 않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
  • [환경·생명] 세계최대 인천 수도권매립지 가보니

    [환경·생명] 세계최대 인천 수도권매립지 가보니

    ‘여기가 쓰레기장 맞아’인천 서구 백석동 일대 바다를 메워 만든 수도권매립지.602만평 규모로 세계 최대 광역폐기물매립지다. 수도권 58개 시·군·구 2200만명이 내놓는 생활쓰레기와 건설폐기물을 위생적·과학적으로 처리하고 있다.1단계(124만평) 매립은 끝나고 2·3단계 매립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1만 8154t이 들어온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서울시민이 배출하는 쓰레기다. 악취·먼지·침출수 등의 환경 문제로 지역주민과 불신·갈등이 남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쓰레기장만은 아니었다. 인천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드림파크’공원, 연간 수십만명 방문 매립지를 찾았을 때 냄새가 진동하고 먼지로 눈을 뜨지 못할 것이라던 편견은 매립지 입구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쓰레기 반입량이 늘어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드나들었지만 물 세척을 해서 그런지 먼지가 날리지 않았다. 매립지 밖 민간 건설폐기물 처리장 주변에서만 먼지가 날렸다. 이곳저곳에 야생화단지, 체육공원, 자연탐방단지, 레포츠단지가 조성돼 마치 공원에 온 느낌을 받았다. 20만평 규모의 야생화단지를 찾았다. 연탄재 야적장 부지였다는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겨울이라 방문객은 눈에 띄지 않고, 대신 꿩과 들새들이 반겼다. 자연학습관찰·습지관찰·생태환경체험지구로 조성돼 국화축제, 야생화축제 등을 벌이는 시민공간으로 꾸며졌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김세엽 과장은 “연간 수십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4계절 환경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1매립지 옆에는 체육공원을 만들었다. 누구에게나 늘 개방된다. 인조 잔디지만 웬만한 경기를 치를 정도의 축구장도 갖췄다. 운동장 주변으로는 산책로와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 주민들이 쉴 수 있게 했다. 인천 서구 원당동에 사는 김성규씨 부부는 “한 달에 한 두번은 아이들과 놀러와 하루종일 보낸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쓰레기 매립지 공원이라고 해서 꺼림칙했는데 냄새도 없고 깨끗한데다 조용해 가족들이 놀러와 쉬기에는 그만”이라고 추천했다. ●골프장·유채꽃 단지 등 종합 레포츠단지 조성 공사는 1단계 매립이 끝난 곳에 43만평 36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홍식 공사 기획본부장은 “침출수와 가스가 나오고 있는데다 매립지가 안정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당장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일반 공원을 만들기는 어렵다.”면서 “오는 2020년까지 골프장으로 사용하고 이후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천시와 주변 주민들은 녹지공간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반기지만 서울시와 경기도가 순환매립지로 이용해야 한다며 반대해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수목원·온실 화훼시설도 만들었다. 환경문화단지와 자연탐방지도 만들 계획이다.4매립지 호수 주변은 일산호수공원의 6배 크기의 자연탐방단지로 변한다. 매립지 주변 유휴 부지 118만평에는 유채 재배 단지가 조성된다. 유채씨를 이용, 청정연료인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고 매립지를 관광지로 만들자는 취지다. 우선 올해부터 2009년까지 15만평을 조성해 염분 적응, 월동 가능성, 종자별 수확 가능량 등에 대한 시험 경작을 실시한다.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제4매립지 등을 포함한 유휴부지 모든 곳에 유채를 심을 계획이다. ●위생적·과학적인 처리 설비 완비 매립지를 친환경단지로 꾸밀 수 있는 것은 과학적·위생적인 쓰레기 처리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쓰레기 처리 과정을 지켜봤다. 쓰레기가 들어오면 종류별로 나눠 주민 감시원과 공사 직원이 무선고주파인식 방식으로 쓰레기의 양을 측정하고, 종류를 식별해 낸다. 매립이 불가능한 것은 없는지 검사를 거친 뒤에야 매립 현장으로 이동한다. 쓰레기는 4.5m 높이로 쌓으면서 압축한다. 동시에 중장비를 동원, 흙을 50㎝ 두께로 덮어 다진다. 냄새를 없애는 작업도 진행됐다. 겹겹이 쌓은 쓰레기 1단은 쓰레기와 흙을 더해 5m가 되며 8단까지 40m 높이로 매립한다. 아울러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스관을 설치한다. 침출수는 처리장으로 보내 걸러낸 뒤 자연정화처리공정을 거쳐 최종 방류한다. 하루 6700㎥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새영화] 바벨-소통에 대한 희망적 역설

    [새영화] 바벨-소통에 대한 희망적 역설

    생각의 폭을 넓히고 마음의 빗장을 열게 만드는 것이 영화가 갖는 가치 중 하나라면 ‘바벨’은 분명 이 목적에 충실한 영화다.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으로 세계 영화인들을 매료시켜온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바벨’에서 편견과 오해없이 진정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영화는 모로코, 미국, 멕시코, 일본 등 서로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4개의 사건이 마지막에 하나로 묶이는 독특한 형식이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물리적·심리적 소통이 힘든 사막과 도시가 주요 배경인 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발단은 모로코인 형제 유세프와 아흐메드의 철없는 장난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사격솜씨를 뽐내고자 지나가는 관광버스에 총격을 가한다. 때마침 그 버스에는 모로코 여행길에 나선 미국 중산층 부부 리처드(브래드 피트)와 수잔(케이트 블란쳇)이 타고 있었다. 수잔의 총상은 국제적인 뉴스로 떠오르고 형제가 테러범으로 지목되면서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건에 쓰인 총기의 원래 소유자였던 일본인 야스지로(야쿠쇼 고지)는 경찰의 방문을 받는다. 그는 엄마의 죽음 이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둔 청각장애인인 여고생 딸 치에코(키쿠치 린코)와 어색한 관계다. 한편 멕시코인 가정부 아멜리아(아드리아나 바라자)는 아들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리처드의 두 아이를 데리고 국경을 넘게 된다. 세계화의 바람으로 지구촌의 거리는 전에 없이 가까워졌지만 그 심리적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영화는 9·11 테러와 신자유주의가 바꾼 세상에 확대경을 들이댔다. 그리고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 사이에 얼마나 많은 편견과 오해의 벽이 쌓였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미국인들에게 중동 사람들은 모두 테러범이며,16년간 모범적으로 살아왔어도 멕시코 가정부는 한번만 삐끗하면 빈털터리로 강제 추방되어야 할 이방인일 뿐이다. 인파가 북적거리는 번잡한 도시에서 장애인은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영화는 절망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리처드와 수잔, 치에코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편견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지도 함께 보여준다. 바벨탑은 신에 대해 도전한 인간의 오만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한다면 인간들이 신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해 탑을 그토록 높이 쌓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신이 언어를 교란시킨 것도 인간을 혼란에 빠뜨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껴안으라는 심오한 뜻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 ‘바벨’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희망을 담고 있다.22일 개봉,18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전남편과 재결합하라고 주위서 난리

    Q3년 전 이혼을 하고 5살,7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입니다. 최근 큰아이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애들 아빠를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둘 다 혼자다 보니 주변에서 아이를 봐서라도 재결합하라고 난리입니다. 가정을 소홀히 하고, 채팅으로 만난 여자와 여행을 간 사실이 밝혀져 이혼했는데 예전의 상처가 되살아나 결정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재결합하는 게 좋을까요? -오연주(가명·36세) A이혼 후 자녀를 혼자 돌보기도 힘들었을텐데 최근 아이가 병원에 입원하는 사고가 생겼다니 마음고생이 무척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 입장을 생각해서 아이 아빠와 재결합도 고려할 만하겠지만 지금의 혼란 속에서는 성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 아이를 편부, 편모 밑에 자라게 하는 일이 쉽지 않고 이혼 후 아버지는 양육비에 대한 부담, 어머니는 육아의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되며 이혼가정이라는 사회적 편견도 무시할 수 없지요. 또한 이혼가정 아동들은 부모의 재결합에 대한 환상을 가지며 함께 살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러나 분명하고도 중요한 것은 재결합 과정도 새로운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일입니다. 두 사람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변화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성숙된 태도로 결혼생활에 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재결합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생활의 필요 때문에 애정도 없이 재결합한다면 얼마 못 가 과거 응어리진 상처의 분노감과 함께 갈등 상황은 증폭되기 쉬우니까요. 재결합을 고려한다면, 아이들의 부모로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우선 당사자 중심으로 긍정적인 체험을 늘리고 애정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헤어져 있는 동안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고 부부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세요. 부부 문제란 두 사람 상호 작용에 의한 관계이므로 어느 한쪽의 잘못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격지심이나 열등감, 강박증 등으로 인해 상대방을 힘들게 하고 책임 전가한 것은 아닌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회피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스스로의 통찰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마음에 담아둔 채 서로에게 풀지 못했던 응어리진 상처를 드러내어 치유하세요. 속 깊은 마음의 대화를 통해 과거의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고 서로의 아픔과 입장을 이해해주고 지지 받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 하여 무조건 자리를 피하려 한다거나 자기입장 변명, 방어에만 급급한다면 관계개선 가능성은 희박하며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재결합을 결정할 때 또 중요한 것은 바로 이혼할 당시의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문제는 그냥 덮어둔 채 섣불리 상대가 ‘이젠 정신 차렸겠지’,‘살면서 나아지겠지’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다시 갈등의 원인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주변 여자 관계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선을 긋고 이후 투명한 관계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합니다. 결혼을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배우자는 도구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함께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고 확신을 얻을 수 있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재결합 과정에서 부부상담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과거 상처를 치유하고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우선적인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익히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최고의 자녀교육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녀의 쾌유와 함께 행복한 가정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정경영연구소장>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사설] 불법 체류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참사는 미등록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정부는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외국인의 인권보호에 앞장서겠다고 여러차례 다짐해 왔다. 그러나 이들을 감옥같은 보호소에 억류하다가 생명을 잃게 한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할 수 없다. 정부와 일반 국민들이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을 보는 시각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불법체류자는 범죄인이 아니다.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요건에 해당되더라도 행정처분 대상일 뿐이다. 일반보호시설이 아닌, 감옥같은 곳에 구금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고용허가제를 전면 실시함으로써 불법체류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이주근로자의 노동력 활용을 요구하고 있고, 코리안 드림을 좇는 불법체류와 입국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쫓아내려고만 할 게 아니라 순기능을 찾아야 한다. 불법체류자들이 우리 경제·사회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고, 강제퇴거사유 축소와 방문취업제 확대로 이들을 제도권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얼마전 보도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1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체류 외국인 범죄건수에서 선진국 출신이 개발도상국 출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동남아 출신 불법체류자를 예비 범죄인으로 보는 사회의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통계로 알려준다. 미등록 외국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함께 사는 해법이 나온다. 화재참사 이후 쇠창살 감금, 폭행 등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유린 실태가 비판받고 있다. 산업현장의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까지 포함한 인권보호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인종충돌이 일어나고, 미국에선 이민법 개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리 대비해 불법체류자 문제를 연착륙시킨 모범국가가 되길 기대해본다.
  • [‘인권 사각’ 在韓 외국인] (1) 출입국관리소 보호시설 실태

    재한 외국인의 ‘코리언 드림’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 11일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발생한 외국인 참사는 우리나라 인권 보호 수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체류자들을 범죄자처럼 ‘감옥’과 같은 수용시설에 수감한 데 대한 비난과 이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빚어진 참사라는 반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와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3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본다. “수감자들은 이 곳을 ‘닭장’이라거나 ‘깡통에 죽은 물고기들’ 이라고 부릅니다. 음식은 밥과 야채만 조금 있는 멀건 국으로 ‘돼지를 위한 것’ 같습니다.(중략) 잠자는 곳은 언제나 꽉 차 있고, 시끄러우며 대단히 지저분합니다. 담요 세탁은 1년에 한 번 합니다. 연행된 사람들은 여기가 어딘지조차 모릅니다. 저는 (비인간적 대우에 항의해) 이곳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늘로 억류된 지 5주째입니다.”2005년 8월 관광비자로 들어왔다가 체포돼 서울출입국관리소에 억류됐던 독일인 크리스티앙 칼은 강제 출국된 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으로 보낸 편지에서 당시 출입국관리소 보호시설의 인권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곳곳에선 불법체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단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행정사범임에도 불구하고 ‘감옥’ 같은 장소에 구금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2004년 4월 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와 대구에 있는 한 자동차용품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파키스탄인 아식 호센(28)은 지난해 12월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폐병이 악화돼 한국말이 유창한 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친구와 함께 병원으로 가다 거리에서 경찰에 단속됐다. 불법체류자 친구가 호센은 합법체류자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다. 인천출입국사무소로 붙잡혀 갔지만 생활 환경은 엉망이었다.10명이 들어갈까말까한 방에 40명까지 수용하는 바람에 앉아서 잠을 청해야 했다. 수용실 안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데다 칸막이도 없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이주노동자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3일 만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창문이 없어 환기가 되지 않아 폐가 점점 아파오는 바람에 직원에게 통증을 호소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돈을 벌러 한국에 왔지만 얼마 벌지도 못하고 아픈 몸으로 고향에 돌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우즈베키스탄인 A(31)씨는 부산 출입국관리소에서 수갑이 채워지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용허가제 비자를 받고 2003년 입국했지만 업체 변경 과정에서 노동부의 신청 절차를 밟지 않아 불법체류 신분이 됐다가 2005년 1월21일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수용됐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한 직원은 “말이 많다.”며 오히려 그의 팔목에 수갑을 채웠다. 경기도의 한 욕조공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불법체류자 B(40)씨는 97년 2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출국하지 않아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했다. 그는 “언제 단속에 걸려들지 몰라 불안한 마음 속에 살고 있는데 어제 인터넷 TV로 참사 소식을 접하고 같은 ‘코리안드림’을 꿈꾸던 사람들이 어이없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오래 머물렀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해 보호소에 수감돼도 비행기 표를 살 돈조차 없다. 결국 오랫동안 보호소에 머물 수밖에 없는데 여수 화재를 보면서 단속이 더욱 더 겁이 나고 불안한 마음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면에 계속/관련기사 8면
  • ★ 들의 삶은 바람앞에 촛불?

    최근 가수 유니(26)의 자살에 이어 10일 오전 탤런트 정다빈(27)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돈과 인기를 거머쥔 연예인들이 무엇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하루에 수십 명의 연예인들이 인터넷 등 각종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곧 그늘로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잠깐 떴다가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이들은 늘 불안감과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산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한 20대 초반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어디에도 자신의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십상이다. 한 연예인 매니저는 “연예인들은 화려해 보이지만 대중들에게 잊혀질까봐 늘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사적인 생활은 물론 우울증이나 심적 고통이 있어도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까 두려워 병원을 찾는 것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그늘에 가려 있는 연예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상실감 때문에 실제로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인터넷 정보도 문제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토크쇼나 각종 인터넷 매체들은 연예인이 방귀를 뀐 것까지 화제로 삼는다. CF 한 편에 몇 억, 영화 한 편에 몇 십억을 쉽게 벌어들인다는 편견 또한 연예인들을 괴롭힌다. 많은 연예인들은 “며칠 밤을 세워가며 촬영을 해도 몇 십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방과 수도권을 하루에도 몇 백㎞씩 이동하며 밤무대를 전전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대중은 그런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화려함의 이면에 그보다 더 짙은 그늘이 도사리고 있는 게 연예계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오늘의 눈] 불법체류자에 대한 색안경/이재훈 사회부 기자

    지난 2일 몽골인 불법체류자 B(32·여)씨가 3년 동안 일하며 쌓아둔 퇴직금 600만원을 체불한 인천의 한 가구공장 업주를 신고하러 노동부의 한 지방 사무소를 방문했다. 그러나 B씨는 업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고 말았다. 당시 B씨는 “신고를 하면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게 되지만 피땀흘려 번 돈이 소중해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했다.”면서 “경찰에 연행될 때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권 침해를 당한 외국인 이주노동자라면 합법체류든 불법체류든 일단 구제해 주고 사법기관에 통보한다는 노동부의 ‘선구제 후통보’ 지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B씨는 돈을 받지 못한 채 강제출국될 위기에 놓였다가 노동부가 뒤늦게 조치를 취한 뒤에야 풀려났다. ‘국내 체류 외국인 범죄 건수가 선진국이 개도국보다 많다.’(2월5일자 1면 보도)는 보도가 나간 뒤 일부 독자들로부터 항의 이메일을 받았다. 보도가 나가기 직전 안산역 토막살인 사건 용의자가 중국인 불법체류자로 밝혀지면서 ‘불법체류자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기록되지도 않는데 왜 그들을 옹호하느냐.’,‘중국이 폭력범죄 비율이 높은데 왜 전체범죄만 가지고 따졌느냐.’는 식이다. 공식 통계조차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피해자들이 훨씬 많이 양산될 수 있는 투기자본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다가 주로 개인간 다툼에 불과한 블루칼라 노동자 범죄에만 분노하는 모습엔 결국 피부색에 따라 달리 생각하고픈 우리의 편견이 담겨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토막살인 사건 용의자가 중국인 불법체류자로 밝혀지자 인터넷 게시판은 온통 불법체류자 때려 죽이기의 장(場)으로 변했다.‘가난한 나라에서 온 지저분한 인간들’이 왜 우리나라를 더럽히냐는 분노였다. 지난해 전국을 경악케 했던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을 떠올려 본다. 영아의 엄마인 프랑스인이 범인으로 밝혀졌다. 그때 우리는 똑같이 분노했던가. 이재훈 사회부 기자 nomad@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