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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국제화시대의 경쟁력/박창규 대우건설사장

    [CEO칼럼] 국제화시대의 경쟁력/박창규 대우건설사장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기업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미국의 일류 자동차 기업들이 일본과 우리나라 차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현실은 국제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자신들의 경쟁력 개발을 게을리 한 탓이 적지 않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에 의해 둘러싸인 우리의 지정학적인 특성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돼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으며, 유럽연합(EU)과도 FTA를 맺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제시장의 장벽은 지속적으로 걷히고 있다. 각자의 강점을 무기로 경쟁하는 시대다. 우리는 그 속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요즘 같은 국제 경쟁시대에 특히 마음에 와닿는 화두가 있다.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기업에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업, 고객, 경쟁사 등 아군이나 적군을 막론한 각종 소스를 통해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얻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새로운 서비스 혹은 제품으로 구체화시킬 때 필요에 따라 외부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과거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구 및 개발(R&D)에 대한 투자와 내부 인력의 활용에 중점을 뒀다. 아웃소싱을 통해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그러나 오픈 이노베이션은 아이디어와 자원의 활용이 기업 내외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틀에 박힌 자신의 시각에 갇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장 중요한 예가 바로 인재의 활용이 아닐까 싶다. 능력있는 인재라면 언어, 인종, 피부색을 가릴 바가 아니다. 건설현장의 경우 3국 인력을 활용한 지 오래다. 과거 단순 작업을 진행하는 인력부터 가스플랜트와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입되는 고급인력도 해외인력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단일민족이라는 틀 속에 갇혀 상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글로벌 마켓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본 조건은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시선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0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1%가 외국인으로 이뤄진 다문화시대에 살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국제결혼으로 이주해온 이주민이 55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포용적이지 못하다. 다(多)문화가정의 2세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사회적 혼란과 편견에도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어느새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에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로 바뀌었다고 한다. 민족이란 단어가 수정된 것만으로도 단일민족에 대한 우리의 배타적인 의식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는 증거라지만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국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구촌의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민족이라는 틀, 언어라는 장벽, 피부색과 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 우리의 국제 경쟁력은 한층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박창규 대우건설사장
  • [이 달에 만난 사람] 그 남자 감독, 그 여자 편집

    [이 달에 만난 사람] 그 남자 감독, 그 여자 편집

    취재, 글 이미현 기자 ┃ 사진 한영희 한눈에 보아도 두 사람은 참 다르다. 조용조용한 말투에 순박해 보이는 박흥식 감독(46세)과 경상도 사투리에 말도 생김도 시원시원한 박곡지 편집기사(43세).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박곡지 씨를 ‘열 감기’, 박흥식 감독을 ‘해열제’라고 부른다. 내로라하는 감독과 제작자를 쥐락펴락하는 그녀도 남편 앞에서는 꼼짝 못한다는 이야기.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이미 박곡지 씨는 성공한 편집기사였고, 박 감독은 아직 조감독으로 일하고 있었다.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박 감독이 프러포즈를 했는데 박곡지 씨가 그리던 장소가 아니었다. “그랬더니 장소만 옮겨 똑같은 프러포즈를 다시 하는 거 있죠.” 그녀는 그의 그런 순수함이 좋았단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 그로 인한 갈등이 없었을까? 박 감독이 <역전의 명수>로 감독 데뷔를 한 것이 결혼하고도 8년 뒤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신기하게 그런 것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어요. 사람들 사는 게 다르지 않겠지만, 우린 좋은 집, 좋은 차… 그런 고민들을 조금 덜하며 사는 것 같아요. 둘 다 이상이나 꿈에 대한 허용치가 크달까요.” 얼마 전 개봉을 마친 영화 <경의선>의 제작자는 바로 부인인 박곡지 씨다. “그간 모아둔 돈 많이 들어갔죠. 남들처럼 좋은 집 사는 데 보탤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영화 한 편 샀다고 기쁘게 생각하려고요.” 이런 두 사람도 크게 부부 싸움을 한 적이 있다. 바로 <역전의 명수>를 편집할 때다. 남편의 첫 장편영화인 만큼 애정과 욕심이 앞섰던 것. 그 시간들이 두 사람에게 좋은 약이 되었던지 <경의선> 때는 별 마찰 없이 편집을 마쳤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만큼은 두 사람 모두 양보가 없다. “상업영화, 예술영화 구분이 없다고 하지만, 이런 구도로 하면 예술영화라고 외면당하게 돼.” “그건 편견이지. 상업적인 잣대로 만든 영화들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그 잣대를 가진 사람들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그걸 무시할 수는 없어.” “그 잣대를 바꾸어야 해. 코미디도 깊이를 지닐 수 있다고.” 어째서일까? 옥신각신 논쟁 중인 두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박흥식 감독의 영화에는 가족이 있다. IMF 사태로 가족이 깨지는 것이 가슴 아파 실직자의 하루를 다룬 단편 <하루>를 만들었고, <역전의 명수>는 쌍둥이 현수, 명수의 가족이 배경이다. 영화 <경의선>에선 가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인공인 만수와 한나는 한 가정의 아들, 딸로 등장한다. 실제로 박 감독은 6남매의 맏아들이고, 박곡지 씨는 9남매 중 다섯 째다. 박 감독에게 가족은 당연히 늘 함께인 ‘사람’이자 내가 머무는 ‘자리’이다. 아내 박곡지 씨는 가족을 이렇게 말한다. “거짓말이 아닌 한, 나와 같은 편이 되어주는 사람.” 몇 년 전 <역전의 명수>를 준비하면서 영화 제목 관련 표절 사건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남편이 박곡지 씨에게 당신이 삭발을 해야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두말없이 “그럴게”라고 했다. 당시 그녀는 임신 9개월, 만삭의 몸이었다. <경의선>이 개봉하자 박 감독은 관객이 한 명만 있어도 무대 인사를 가겠다고 했고, 박곡지 씨는 남편이 받을 상처가 염려되어 그를 말렸다. 하지만 박 감독은 무대 인사를 강행했고, 뒤에서 아내는 혼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런 아내의 마음을 그는 알 것이다. 박곡지 씨도 인터뷰를 빌어서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남편의 마음을 알 것이다. 가족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일에 있어서는 철저한 박곡지 씨이지만, 천하의 그녀도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정리’다. 하지만 박 감독은 정리의 달인. 냉장고 속까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일을 못 하는 사람이라는 아내의 고자질에 지지 않고 한마디 하는 남편. “어떻게 당신은 자기 옷장 정리도 안 해.” “해도 당신이 다시 할 거잖아.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지.” “그래도 당신은 좀 심해.” “당신도 심해.” “맞아, 우린 둘 다 심해.” 웃어버리고 마는 두 사람. 사랑 찍고 행복 편집하는 찰떡궁합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그 남자 감독, 그 여자 편집’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시작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로 해서 중반부터는 홈 드라마가 될 테고, 부부 싸움 씬에서는 약간의 액션 장면도 들어가겠지? 아직 그 영화는 촬영 중이다. 박흥식 감독은 1999년 실직자의 하루를 다룬 단편 <하루>로 토리노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영화 <역전의 명수> <경의선>을 감독했다. 올 연말 크랭크인을 목표로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사랑을 다룬 세 번째 영화 <연>을 준비 중이다. 그는 무엇이든 다 늦었다. 대학 입학도, 결혼도, 영화감독 데뷔도…. 늦게 시작한 만큼 오래오래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반대로 그의 아내 박곡지 씨에게는 최연소 편집기사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1987년 편집기사로 일하기 시작해 5년 뒤 정식 편집기사가 되었고, 이후 탁월한 편집 감각을 인정받아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접속>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미녀는 괴로워>에 이르기까지 100여 편의 영화를 편집했으며, 1997년 <은행나무 침대>로 페낭국제영화제 편집상을 수상했다. 둘 사이엔 일곱 살 딸 혜민이와 다섯 살 아들 보민이가 있다.
  • 고든 감독 다큐물 ‘푸른 눈의 평양시민’

    고든 감독 다큐물 ‘푸른 눈의 평양시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위험한 나라로 여겨지는 북한.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이들에겐 도저히 사람 살 곳으로 취급되지 못하는 그곳에서 평안과 안식을 찾은 기구한 운명의 사람이 있다. 그는 푸른 눈에 금발을 지녔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미 육군 사병이었다. 한반도가 전쟁으로 갈라진 뒤 냉전이 한창이던 1962년, 그 살벌한 시기에 그는 휴전선을 넘어 제 발로 북한으로 걸어 들어갔다. 당시 나이 23살, 이름은 제임스 조지프 드레스녹. 영국의 대니얼 고든 감독이 세 번째로 들고 온 북한 다큐멘터리 ‘푸른 눈의 평양시민’의 주인공이다.2004년 5월 촬영을 시작한 이 영화는 그가 왜 북으로 갔으며,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드레스녹과 그를 기억하는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고든 감독은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월드컵 8강에 오른 북한 축구선수들을 다룬 ‘천리마 축구단’, 매스게임에 참가하는 소녀들의 일화를 담은 ‘어떤 나라’ 등을 통해 북한의 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호평을 받아왔다. 그는 전작에서처럼 어떤 입장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드레스녹의 삶을 추적한다. 드레스녹과 비슷한 시기에 망명한 미군은 세 명이 더 있었다. 두 명은 병사했고, 가장 계급이 높았던 찰스 젠킨스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부인을 따라 일본으로 갔다. 현재 평양에는 드레스녹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월북 미군 네 명 모두가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으며, 이들의 삶은 성인이 되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지옥 같은 유년생활´을 보낸 드레스녹은 첫 결혼에 실패했고 도피하듯 군에 들어간 사회 부적응자였다. 그는 ‘그때(어린시절) 배운 게 어딜 가든 똑같다.´고 고백한다.‘삶이 대수롭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벌건 대낮에 다들 점심 먹고 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선을 넘었다. 영화는 이들의 존재를 알려줄 뿐 아니라 편견도 깼다. 이들의 월북에 이데올로기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이들이 북한에서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받으며 안정된 삶을 영위했다는 점은 놀랍다. 물론 ‘선전 가치’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적국에서 온 외국인으로서 특혜를 톡톡히 누렸다. 월북 미군들은 영화에 미제국주의 악당으로 출연하며 한때 은막의 스타로 대접받기까지 했다. 북한이 극심한 기아와 가뭄으로 허덕이던 때도 드레스녹은 “북한에 온 뒤 한번도 내 삶은 바뀌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40여년간을 북에서 보낸 그는 이제 고희를 바라본다. 못 배운 자신과 달리 평양외국어대학에 다니는 큰아들이 외교관이 되겠다고 하자 감격해한다. 그에게 북한은 정권의 선전문구처럼 ‘지상낙원’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드레스녹이 김일성 광장에 서서 말한다.“죽는 날까지 나라에서 지켜줄 거야.” 주체할 수 없었던 자유를 포기하고 일정량의 행복을 얻은 그의 모습을 보는 건 혼란스러웠다.23일 개봉.15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기자실 통폐합 첫날부터 ‘삐걱’

    기자실 통폐합 첫날부터 ‘삐걱’

    “인터넷이 왜 안 되죠.”“전화는 언제 연결되나요.”“언론사별 좌석 배정의 근거는 무엇이죠.” 13일 오전 8시30분 과천 종합청사에 출근한 각 언론사 기자들의 입에선 불평이 쏟아졌다. 정부의 ‘취재 선진화 방안’에 따라 마련된 통합 기사송고실은 첫날부터 어수선했다. 재정경제부와 법무부가 입주한 1동 건물 왼쪽에 ‘ㄷ’자 모양으로 꾸며진 송고실에는 이날 재경부와 산업자원부, 농림부, 공정위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우선 입주했다. 건설교통부와 노동·환경·보건복지부 등의 출입기자들은 통합 브리핑실 공사가 끝나는 오는 28일을 전후해 나온다. 국정홍보처 등 관련 공무원들은 “과거보다 시설이 훨씬 좋아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실제 송고실의 ‘하드웨어’는 1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책상의 너비는 90㎝에서 120㎝로 넓어졌고 천장에는 에어컨 시설이 설치됐다. 팩스와 프린터가 동시에 이뤄지는 최신기기도 마련됐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취재에 필수적인 전화는 내내 불통이었고 오전 한때 인터넷이 안돼 발을 동동 구른 기자도 있었다. 한 기자는 “최신형 ‘무선 인터넷’ 시스템을 도입했다지만 작동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외부 마감작업도 끝나지 않아 인부들이 소리치고 책상을 끄는 소음이 적지 않았다. 공사 장비와 물품 등 잡동사니들은 바닥에 뒹굴었다. 한 인부는 “공사 시한에 쫓기다 보니 좌석 배치 이외에 전기·전화선 연결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불만들도 피상적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기자들은 송고실과 브리핑실만 드나드는 출입증을 받게 된다.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하려면 각 부처 홍보관리관실에 연락한 뒤 확인을 거쳐 국정홍보처 직원들이 나눠 주는 출입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사실상 언론 취재가 통제되는 셈이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송고실 옆 접견실에서 취재원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화로 취재하거나 전자브리핑 제도를 활용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밀이 보장되는 않은 접견실이나 전자브리핑 시스템에서 취재원이 정책상 문제점이나 내부 비리 등을 공공연히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단지 ‘기자들이 무단출입한다.’는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통제에 불과할 뿐이다. 기존 송고실과 달리 이번에는 언론사별 1m80㎝의 칸막이를 쳤다. 옆자리 이외에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마치 ‘고3 수험생’을 위한 독서실을 연상케 한다.‘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담합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언론관을 반영한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존재하지도 않은 ‘출입기자단’을 없앤다는 취지에서 보도자료를 모든 등록기자들에게 나눠 준다는 방침도 어불성설이다. 환경이나 복지 관련 자료를 경제부 기자들에게 나눠 주는 것은 한마디로 ‘과잉친절’이고 낭비로 끝나게 된다. 게다가 통합 브리핑실도 마련되지 않아 재경부와 농림부, 공정위 등의 브리핑은 한 곳을 쪼개 쓰는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출입처별 특성을 무시하고 각종 인터뷰와 기자실 운영 등을 국정홍보처가 직접 관장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무더운 여름 시원한 ‘웃음 충전’

    이 얼굴들, 그동안 포스터만 봐도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올 초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한 차례 원없이 웃겨줬던 배우 임창정이 눈치코치 없는 시골 청년으로 또 한번 웃음 폭탄을 터뜨릴 태세다. 여기다 우리나라 안방도 접수했던 영국산 코미디 ‘미스터 빈’과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가족’도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주겠다며 스크린으로 넘어왔다. 국내외 블록버스터와 공포 영화 일색의 극장가에서 이들의 출현은 두손 들고 반색할 일. 무더위로 인한 짜증을 이들이 선사하는 ‘무공해 웃음’으로 날려보시길. ● 韓 ‘역사의 비극’ 이번엔 코미디로 요즘 나오는 국산 코미디가 다 그렇지 뭐, 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 앞에서만은 편견을 한번쯤 접어둘 만하다. 임창정·박진희 주연의 ‘만남의 광장’은 기막힌 상황 설정과 주·조연들의 열연으로 자연스럽고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는 당초 ‘스파이더맨3’의 위세가 등등하던 5월 개봉 예정이었다. 당시 지연 이유에 대해 배급사측은 “영화가 생각보다 잘 나와서”라는 이유를 댔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괜한 말이 아니다. 강원도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평화로운 마을 청솔리. 이 마을은 6·25 전쟁 직후 어이없게 남과 북으로 갈라진 곳이다. 부모 형제로 함께 모여 살던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한 나머지 당국 몰래 땅굴을 파놓고 알아서 가족상봉을 실천해 왔다. 어느날 삼청교육대 출신의 공영탄(임창정)이 마을에 우연히 오게 된다. 주민들은 “삼청교육대 출신”이라는 말만 듣고 그를 마을 분교에 부임할 예정인 선생님으로 착각한다. 얼떨결에 선생님이 된 영탄은 남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고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집요한 성격. 우연히 마을 이장(임현식)과 그의 처제 선미(박진희)의 은밀한 현장을 목격한 뒤 두 사람의 관계를 파내려다 마을 사람들의 더 큰 비밀을 알게 되는데…. ‘위대한 유산’‘조폭마누라’ 등을 연출한 김종진 감독은 남북분단, 삼청교육대 등 역사적 비극을 유머러스하게 버무려 맛깔나게 내놓았다. 저질 말장난이나 욕설로 억지 웃음을 유발하지 않는다. 모처럼 이야기도 풍성하고 웃음도 가득한 유쾌한 영화다. 임창정, 박진희, 임현식, 이한위 등 코미디가 뭔지 아는 배우들 덕에 영화의 맛도 더욱 잘 살아났다. 그러나 ‘웃음의 고갱이’는 특별 출연한 류승범의 연기. 그는 길을 잃고 헤매다 지뢰를 밟게 된 진짜 선생님 장근으로 나와 ‘천의무봉’ 수준의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지뢰를 밟은 순간부터 노숙자로 점차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배꼽을 잡지 않을 수가 없다.15일 개봉,12세 관람가. ● 英 미스터 빈, 파리에서 쇼를 하다 유행과 거리가 먼 구식 양복, 한번 보더라도 절대 잊지 못할 독톡한 얼굴, 덜 떨어진 말투와 몸짓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미스터 빈(로완 애킨슨).1990년대 영국 TV시리즈로 처음 출발, 한동안 명절마다 한국 브라운관에도 나타나 지루한 낮시간을 책임졌던 그가 이번엔 런던을 떠나 파리로 가자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혹하고 있다.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는 미스터 빈이 교회의 추첨 행사에서 칸 여행권과 최고급 캠코더를 얻으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행운은 여기까지. 선물로 받은 캠코더를 너무 애용하다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당연하게도(?) 연거푸 사건이 벌어진다. 역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기차를 놓치기 일쑤고, 가방을 놓고 내리거나 여권과 지갑을 놓고 타기는 예사. 급기야 자신의 실수로 러시아에서 온 부자를 이산가족으로 만들고 자신은 빈털터리 신세에 유괴범으로까지 몰리게 된다. 하지만 소년을 아버지에게 데려다 주고 자신의 여행을 끝내기 위해 칸에 꼭 도착해야만 한다. 영화의 묘미는 여행지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평범한 일들을 비범한 웃음으로 승화시킨 데 있다. 그 웃음은 미스터 빈의 ‘몸짓 개그’로 극대화된다. 도저히 먹기 힘든 음식을 처리하는 그만의 비법, 돈이 궁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어가 달라도 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그는 온몸을 내던져 보여준다. 즐겁지만 실없이 웃기기만 했던 영화는 후반 들어 통렬한 현실 풍자까지 담아 낸다. 희생양은 미스터 빈과 한 차례 악연이 있었던 영화감독 카슨 클레이(윌리엄 데포). 그는 상업광고를 찍으면서도 예술영화 감독이라고 뻐기는 인물.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클레이 영화의 시사회장에서 벌이는 미스터 빈의 소동은 ‘난해한 영화=예술영화’라는 천박한 등식을 향해 날리는 ‘거침없는 하이킥’이다.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 美 ‘엽기가족’ TV 넘어 스크린 접수 “왜 TV시리즈를 돈 내고 극장에서 보냐?” 호머 심슨의 시니컬한 자아 비판 유머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더 무비’.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장에서 돈 주고 보기에 전혀 아깝지 않다.1987년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하는 24초짜리 만화로 별볼일 없게 시작한 ‘심슨가족’은 도발적인 유머로 금세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현재까지 18시즌,400회가 넘는 에피소드를 자랑하며 텔레비전 역사상 가장 오래 방영되고 있으니 이들의 스크린 데뷔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슈렉’‘라따뚜이’ 등 3D 애니메이션이 판치는 시대에 ‘2D’로 겁없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주특기인 ‘뻔뻔한’ 입담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을 듯하다. 영화는 패스트푸드의 유해성과 자연파괴가 불러올 환경재앙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이런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것은 아니어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 교훈적인 내용을 엽기가족의 소동을 통해 그려내니 거부감 없이 즐기기에 그만이다. 하지만 실컷 웃은 뒤 그 안에 들어있는 ‘뼈’를 발견하게 해주는 녹록지 않은 영화다. 트랜스 지방 덩어리인 도넛 하나 때문에 호머 심슨은 자신의 동네 스프링필드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정부는 마을을 없앨 궁리를 하고 이에 마을 사람들은 심슨가족을 위협한다. 가까스로 탈출해 알래스카에서 새 생활을 꿈꾸지만 이내 가족들은 그를 떠난다. 마침내 호머는 가족을 되찾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난생 처음 용감한 행동에 나선다. 영화는 미국의 정치·문화·사회 전반에 걸쳐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현상에 대해 시종일관 조롱을 퍼붓는다. 유명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실제 벌어진 일들이 패러디돼 맥락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웃음의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23일 개봉,12세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최고의 러브스토리 ‘폭풍의 언덕’

    30세로 요절한 영국의 여성 작가 에밀리 브론테(1818∼1848)의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이 역사상 최고의 러브스토리로 뽑혔다. 영국 드라마 전문 채널인 ‘UKTV’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걸을 가려냈다고 가디언 신문이 10일 보도했다.1847년 발표된 ‘폭풍의 언덕’은 대저택 주인 딸 캐서린 언쇼와, 그가 데려온 고아 히스클리프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1939년과 1992년엔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이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2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3위를 차지했다. 에밀리 브론테의 언니인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4위, 미국인 작가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5위에 올랐다.6위엔 마이클 온타체의 ‘잉글리시 페이션트’,7위엔 다프네 뒤 모리에의 ‘레베카’가 올랐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토머스 하디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가 각각 8∼10위에 손꼽혔다. UKTV 대표 리처드 킹스버리는 “그렇게 오래 전 소설들이 21세기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이슬람과 화해 없인 21세기 세계평화 없다”

    “이슬람과 화해하지 않으면 21세기의 세계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종교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이슬람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이슬람을 직접 경험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슬람의 한쪽만 보는 건 미국의 이데올로기지난 1년 동안 이슬람권 15개국을 ‘순례’한 페미니스트 여성 신학자 현경(51) 미국 유니언신학대 교수는 5일 어려운 여행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이슬람의 눈으로 세계사를 읽는 법을 배웠고 이슬람 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반했다.”면서 “기독교에도 다양한 교파가 있는 것 처럼 이슬람도 수많은 스펙트럼이 있는데 이슬람의 한쪽만을 바라보는 것은 미국의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다. 현경 교수는 진보 신학의 명문대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종신 교수가 된 데 이어 불교를 공부하겠다며 머리를 깎고 히말라야에서 수행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안식년을 이용해 지난해 9월 시작한 ‘이슬람 평화 순례’는 터키, 스페인, 모로코,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이란, 파키스탄 등을 거쳐 이달 초 인도네시아에서 마무리됐다.●이슬람문화 배워 그들과 좋은 이웃돼야 그는 “과거의 기독교 선교가 우월감 속에 이슬람을 도와주고 개종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은 이슬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워서 그들과 좋은 이웃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면서 “특히 여성에 관심을 집중해 그곳 여성들이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가는지 알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슬람 여성에 대한 서구의 편견과 비하적 시선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서구에서는 오랫동안 여성이 재산권을 가지지 못한 반면 코란에는 여성이 공부할 권리, 이혼할 권리, 재산을 가질 권리, 심지어는 성적으로 만족하지 못했을 때 남편을 바꿀 권리도 씌어 있다.”면서 “좋은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은 이슬람 여성은 어떤 종교의 여성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여행길서 `정원의 법칙´ 교훈 얻어현경 교수가 여행길에서 얻은 또 하나의 깨달음은 ‘정원의 법칙’이라고 했다. 인류 역사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했다지만 ‘정원의 법칙’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백만 가지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조화와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인류가 망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라면서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이 정원의 법칙을 실현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일에는 이스라엘로 떠난다. 이슬람 국가를 다녀보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보지 않고는 여정을 끝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현경 교수는 앞으로 “교리의 전달자가 아니라 삶에 체화된 종교, 지금 살아 있는 종교를 읽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종교가 여성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종교를 어떻게 활용하면 여성이 꽃피고 커져서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크게 사랑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소박하지만 쉽지 않아 보이는 희망을 밝혔다.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박채란 동화 ‘까매서 안 더워?’

    “너 때문이 아니야. 진짜 나쁜 건 모든 게 네 탓이라고 믿게 하는 사람들이야.” 성완이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국경없는 마을’에 산다. 하굣길에 같은 몽골인인 찌루를 만난 성완이는 몽골말로 수다를 떨 생각에 입이 벌어진다. 노는 데 정신이 팔린 두 아이를 낯선 남자들이 유심히 지켜본다. 그들은 때마침 집으로 들어가던 성완이네 엄마에게 신분증을 요구한다. 엄마는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길가에는 ‘불법체류자 집중단속기간’이라고 쓰인 현수막만 펄럭인다. 성완이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며 입을 닫고 만다.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미행해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는 모습은 이주노동자 아이들에게 지워진 삶의 단면이다. ‘까매서 안 더워?’(박채란 글, 이상권 그림, 파란자전거 펴냄)는 생김새가 다른 친구와의 차이를 품어안으며 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이들 속에 자리잡은 편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읽는 사람 스스로의 ‘인권 점수’를 매길 수 있게 한다. 검은 손 안에 하얀 만물수첩을 들고 다니며 너스레를 떠는 동규는 “넌 까매서 안 덥잖아.”라는 친구의 날선 말에도 화 대신 웃음을 보인다. 미국에서 살다온 민영은 누구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상처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티나가 따돌림을 당할 때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지곤 한다. 1년간 곳곳에 있는 외국인 마을을 드나들며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작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정책도 만들어졌지만 마음의 장벽은 그대로이고, 그건 누구보다도 작가 자신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토로한다. 8500원.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테러리즘의 근원과 역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23명의 피랍 사건이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3년 전 김선일씨 사태 이후 아랍 세계와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해결이나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뼈아픈 깨달음을 안겨준다. 탈레반 세력의 부활, 무리한 선교활동, 정부의 뒤늦은 파병 철수 결정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이 또한 임시방편에 그친다면 비슷한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슬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지아우딘 사르다르 등 지음, 유나영 옮김, 이후 펴냄)는 현대 이슬람 사회의 쟁점, 서구 사회가 이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 등을 살핀 책이다. 저자들은 이슬람이 오늘날 테러리즘, 독재, 억압 등과 결부돼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무슬림들이)서구야말로 자신들의 모든 문제를 일으킨 근원이라고 습관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서구가 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 슬며시 기대하는 모습 또한 흔히 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오늘날 이슬람에는 긴급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증오와 노골적인 공격으로 일관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거부하는 서구사회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터무니없이’ 간단히 규정해버리는 ‘박식한 무지’가 유독 무슬림에 대해 적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과 연결돼 있다고 경계한다. 나아가 “오리엔탈리즘은 무슬림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예측할 수는 있는 존재로 만들어 권위를 획득했다.”면서 “미국 9·11 테러 이후에 아랍인과 무슬림을 악마로 몰아붙이는 경향에도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적인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슬람 내부에서 일고 있는 자성과 개혁 노력이다. 영국인 무슬림 샤밈 미아흐는 무슬림으로서 정체성을 재발견해 더욱 나은 시민이 됐다면서 이렇게 기술한다.“젊고 자기주장이 강한 남녀 무슬림들은 전통적 이슬람 관습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나도 잠자리에 들 때면 전통적인 긴 옷을 벗어던지고 편안한 할랄 사각 팬티로 갈아입는다.”고. 언제나 일상의 작은 흐름이 역사를 만드는 법이다.9500원.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야채로 자동차를 만들어?”…英서 친환경차 개발

    “야채로 자동차를 만들어?”…英서 친환경차 개발

    “붕붕붕! 환경자동차가 나간다!” 최근 영국에서 야채 성분으로 만들어진 친 환경차가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에코원’(Eco One)이라는 이름의 1인석 경주용차는 자연 식물 성분이 함유된 부속품들로 이루어져 친환경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코원을 설계한 워릭대학교(Warwick University)의 케리 커완(Kerry Kirwan)박사는 “비록 메탈소재의 엔진과 차대가 포함되어 있지만 에코원은 생물적으로 분해될 수 있으며 95%이상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감자녹말 성분으로 만들어진 에코원의 바퀴는 지면과의 마찰력을 최소화시켜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케리 박사의 설명. 차체부분과 브레이크 패드는 각각 평지씨 기름과 대마 성분 그리고 캐슈(옻나무과 열매)껍질 재료로 만들어졌다. 케리박사는 “에코원의 원료는 발효된 밀과 사탕무가 주재료다.”며 “이래 봬도 ‘데이토너’(Daytona Beach·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매년 개최되는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우승한 오토바이 엔진이 달려 시속 150마일(약 241km)의 속도까지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케리박사는 왜 에코원과 같은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었을까? 그는 “식물의 씨앗에서 추출된 물질로 고성능의 자동차가 만들어 진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 질지 상상해보았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고급 자동차들이 환경친화적이지 못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며 “이 같은 아이디어가 자동차산업에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코원은 오는 8월 28일~30일 런던에 위치한 국제과학박물관(National Science Museum)에 전시될 예정이다. 사진=데일리메일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성적 고정관념 깬 로맨틱 코미디

    성적 고정관념 깬 로맨틱 코미디

    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첫 회 시청률 14.4%(TNS미디어코리아 조사)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방송 6회만에 23.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보다도 더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작품이 ‘논쟁적 문화코드의 집결판’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드라마’라는 장르가 한 시대 문화의 리트머스지와 같은 것이라면 ‘커피프린스 1호점’은 여러 면에서 우리 문화의 성숙도를 드러낸다.먼저 ‘팜므 파탈’에 대한 시선을 들 수 있다. 완벽한 외모에 성격도 좋고 실력도 뛰어난 화가 한유주(채정안). 능력있고 당당한 모습이 일본영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서 나나난 기리코가 연기한 지각있는 예술가 도코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는 ‘알파걸’에 속한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팜므 파탈의 모습도 보여준다. 이제까지의 영화·드라마들에서 팜므 파탈이 보통 남성을 유혹해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정도로 그려졌다면, 이들은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능동적인 삶을 사는 진정한 여성 실력자들로 묘사된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 위해 남장을 한 여성 고은찬(윤은혜)은 ‘미소년’으로 통한다. 드라마 시작 전후로 터져나오는 보도들도 앞다퉈 윤은혜 캐릭터의 중성적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할머니의 맞선 압박을 피하기 위해 게이 행세를 하는 최한결(공유)은 어떤가. 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채 한결은 자신이 은찬에게 끌리는 것을 고민한다.7회 방송분에서는 병원 정신과까지 찾게 된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씻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는 우리 사회 성관념과 성적 논쟁이 한결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졌음을 보여준다. 가부장적인 홍사장(김창완)이 시대 감각이 뒤떨어지는 ‘꼰대’로 그려지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까지 드라마들에서 중년 남성이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현실의 반영으로 여겨졌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젊은 사람들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문제 요인으로 간주된다. 이밖에 노선기(김재욱)가 일본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찾으러 한국까지 날아온 것은 어학연수나 유학 등으로 국제 연애가 활발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또 한결이 취중에 얼떨결에 예랑(민서현)과 모텔에서 함께 투숙하고, 연인인 한유주와 최한성(이선균)도 집에서 잠자리를 함께 하지만, 이에 대해 ‘두 사람이 잤느니 안 잤느니’ 하는 논쟁은 일지 않는다. 혼전 동거 논란이 들불처럼 타올랐던 4년 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시절만 떠올려 봐도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커피프린스 1호점’은 개방적인 이성관계나 동성애 코드를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장치로 사용하되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예전에는 이런 소재 자체가 화제가 됐지만 요즘은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심청·햄릿 고전을 뒤집다

    심청·햄릿 고전을 뒤집다

    고전의 파장은 오래 간다. 그 힘은 원형 그대로를 고집하는 완고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해석과 변형에도 유연하게 움직이는 융통성에서 나온다. 고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 관객의 폐부를 뚫고 들어가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한창 물오른 고전 뒤집기. 서양 고전의 대표작인 ‘햄릿’과 한국의 고전 ‘심청’의 돌연변이가 여름의 한복판에 선다. 햄릿이 사라진 무대를 두 연극은 어떻게 책임질까. 발레뮤지컬과 현대판 마당극으로 얼굴을 내밀 ‘심청’은 또 어떤 모습일까.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청아, 내가 발기부전이구나” 발랄한 심청과 ‘발랑 까진’심청? 효심 깊고 애처롭기만 했던 ‘심청’이 도발을 꿈꾼다. 여름의 절정에 만나게 될 ‘심청’이 발레와 B급 코미디로 각각 재해석되는 것.‘발레뮤지컬 심청’은 주관 강한 청이를,‘도화골 음란소녀 청이’는 대담하고 솔직한 청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8월16일부터 26일까지 공연할 ‘발레뮤지컬 심청’(유니버설아트센터)은 유니버설발레단과 양정웅 연출의 합작이다. 시력장애 소녀에게 아빠가 심청을 읽어주는 극중 극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와 같은 댄스뮤지컬을 시도한다. 연출을 맡은 양씨는 “심청은 너무 잘 알려진 소재로, 지난해 일본에서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을 보고 굉장한 드라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출 계기를 설명했다.‘한여름밤의 꿈’ 등 전작의 반 이상을 고전에 할애해 온 양씨는 “고전은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 인간의 보편성을 담아내기 때문에 이를 현대화하고 재조명하는 작업을 좋아한다.”고 했다. ‘발레뮤지컬 심청’의 관전 포인트는 발레가 보여주는 생략과 압축, 몸의 미학이 타악·판소리·재즈·오페라 등 다양한 음악, 드라마를 만나 일으키는 화학 반응이다. 제10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출품작 ‘도화골 음란소녀 청이’(8월25∼27일, 소극장 예)는 스스로 B급을 자청하고 나선다.‘도화골’은 ‘심청이 죽을 때 가장 아쉬운 게 뭘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청이는 외친다.“처녀로 죽는 것이 한없이 억울하오!”‘미성년자 관람 자제’ 등급이라는 자체 검열을 괜히 걸어놓은 게 아니다. 청이는 죽기 전에 자신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려 하고, 심학규는 딸의 젖동냥을 다니다가 과부들과 눈이 맞는다. 이런 성적인 코드는 기존의 성 가치와 사회적으로 고정된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맘껏 놀려댄다. ‘도화골’은 마당극 형식을 채택해 이야기꾼의 재담과 질박한 대사로 극을 풀어나간다. 동시에 만화나 슬랩스틱 코미디의 하위문화적 요소를 보란 듯이 펼쳐보인다. ‘도화골’의 연출가 지영씨는 “고전 속 인물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이나 정보대로 표현되지 않고 전혀 엉뚱한 모습을 보이면 관객은 신선한 경험과 웃음을 얻게 된다.”면서 고전을 분해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의 발칙한 발상은 고루하고 식상한 고전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예술의 싹을 찾아낼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준다. ■ 햄릿 없는 ‘햄릿’ 가능할까 햄릿 빠진 ‘햄릿’공연이 가능할까?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다양하게 변주되었다는 연극 ‘햄릿’. 이번에는 아예 햄릿을 빼기로 작정한 두 연극이 있다. 햄릿이 없다면 유령은 과연 누구에게 복수를 청할까. ‘술집 돌아오지 않는 햄릿’(9월2일까지, 서울 대학로 인켈아트홀 2관)은 햄릿 없는 햄릿 공연이라는 엉뚱한 상상으로 시위를 당겼다.‘햄릿’ 개막을 코앞에 두고 햄릿역을 맡은 배우가 사라진다.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는 속타는 일주일간, 연극쟁이들은 술집에서 분과 한과 흥, 그리고 술로 푼다. 결국 배우들은 햄릿 없이 가기로 결정한다. 왜 하필 술집일까. 연출을 맡은 위성신씨는 “연극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공간이 극장, 연습실, 술집이다. 연극쟁이들은 술집에 가면 연극 얘기만 한다. 무대 위에서 올려지는 것보다 수많은 작품들이 술집에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술을 들이켠다. 관객의 몫도 있다.‘햄릿’에서 꽃을 나눠주던 오필리어는 오징어를 돌린다. ‘술집’은 햄릿을 핑계로 연극쟁이들의 열정과 삶, 연극이 끝난 자리에 더 부글대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연출자는 “사극이 현대인의 일상에 유효한 것처럼 고전도 그러하다.”면서 “가장 많이 현대화된 고전, 햄릿을 색다른 설정으로 분해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술집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낼 계획이다. 제10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 선보일 ‘플레이위드햄릿’(8월17∼19일, 포스트극장)도 햄릿이 말썽을 부린다. 햄릿 역의 유명배우가 영화에 출연하면서 공연이 취소될 판이다. 매번 단역만 주워섬기던 삼류배우들은 의기투합한다.“우리라고 못 할 거 뭐 있어!” ‘플레이위드햄릿’은 한번도 중심이 되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여기 등장하는 햄릿은 고민만 하고 있어도 멋있는 햄릿이 아니다. 시골에서 상경한 청년, 배우의 꿈을 못 버린 이혼녀가 주인이다. 극은 원작의 갈등관계를 그대로 가져간다. 햄릿과 오필리어, 왕비간의 갈등, 레어티스와 클로디어스의 갈등을 연극을 준비하는 배우들간의 균열과 함께 끌고간다.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코미디로 희석시킨다. 연출을 맡은 박선희씨는 “햄릿 역시 인정받지 못한 사람 아니냐.”면서 고전에는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는 많은 소스가 있다고 평가했다.“지금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현재 시제가 들어 있어서 이 시대가 지나면 해석의 여지가 없지만 고전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자신이 투영되죠.”
  • ‘대장금’ 생쥐의 꿈

    절대미각과 후각의 소유자. 빠른 손놀림. 모든 레서피를 섭렵하고 독창적인 음식을 만들어내는 응용력과 최고의 요리사를 향한 불타는 열정. 이런 모든 것을 갖췄다면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도 남을 법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진 그(?)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쥐라는 것. 쥐가 요리사라고? 생각만해도 비위가 상할 법하지만 이런 발칙한 상상력을 맛깔나게 담아낸 영화가 있으니 바로 디즈니·픽사의 3D애니메이션 ‘라따뚜이’다. 제목 ‘라따뚜이’는 쥐를 뜻하는 ‘랫(rat)’과 ‘휘젓다(touille)’를 합친 프랑스어. 주인공 생쥐 레미를 가리킨다. 또한 프랑스 남부의 전통 요리로, 레미가 진정한 요리사로 인정받게 되는 음식을 뜻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윤기나는 회색털을 가진 생쥐 레미는 쥐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 ‘개념상실’이다. 쓰레기나 먹고 사는 쥐떼들 사이에서 항상 음식의 신선도를 따지며 음식 먹는 손은 더럽히는 게 아니라며 두 발로 걷는다.TV 요리프로그램 보기가 취미인 레미의 우상은 유명 요리사 구스토.‘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구스토의 모토에 자극받아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잊고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당돌한 생쥐다. 어느날 급류에 떠밀려 우연히 도착한 파리의 하수구. 운명처럼 구스토의 레스토랑에 들어가 견습생 링귀니를 만나게 된다. 링귀니는 요리엔 젬병. 그를 실직 위기에서 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레미는 링귀니와 한팀이 돼 숨겨진 솜씨를 뽐내기 시작한다. ‘토이 스토리’‘인크레더블’‘니모를 찾아서’‘카’등 전작에서 기발한 주인공을 내세워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전파해온 디즈니·픽사. 이번엔 생쥐를 주인공으로 편견은 깨뜨리는 것이며 그런 자에게 능치 못할 꿈은 없다는 교훈적 이야기를 풍부한 영상과 재치있는 유머로 버무려 풍성한 상을 차렸다. 영화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생생한 묘사. 얼굴만 봐도 성격이 보이는 정확한 캐릭터 표현, 실사 영화 뺨칠 정도로 정밀하게 담아낸 낭만적인 파리의 풍경과 분주한 주방의 모습, 여기에 김이 모락모락 코 끝에 향긋한 냄새가 느껴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먹음직스럽게 그려낸 갖가지 요리들이 영화의 풍미를 한껏 돋운다. 갓 구워낸 식빵의 바삭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레미가 링귀니의 머리카락을 운전대처럼 잡고 링귀니를 조종해 요리를 완성하는 설정 또한 기발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쥐떼들이 주방을 점령해 걸리버 여행기의 난쟁이들처럼 합심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정말이지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장면이다. 한마리도 아니고 우글우글대는 쥐떼들을 이 때말고 언제 또 귀엽게 봐주겠는가.26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평소 의사소통 부족이 부른 일

    Q1아내가 한 달 전 “우리 헤어지자.”라는 메모만 달랑 남겨놓은 채 집을 나갔습니다. 가출한 아내를 찾아다니고 아이들 돌보느라 하던 사업도 엉망이 됐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왜 집을 나갔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니 더 미칠 것 같습니다. -K(남·45세) Q2결혼 10년째인 저는 그동안 참고 살았습니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참고 살면 남편도 달라지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노래방 도우미와 가까운 사이라는 친구 말을 듣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이혼 요구를 했지만 또 무시하더군요. 대화도 안 되고 한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싫어 집을 나와 이혼을 하고 싶습니다. -J(여·37세) A아내가 없는 시간 동안 겪었을 K님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자녀 돌보기, 집안 일, 회사 일을 병행해 나가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무엇보다 아내가 집을 나간 이유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견딜 수 없었겠지요.K님의 경우처럼 갑자기 아내가 집을 나간 경우 그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왜 아내가 집을 나갈 수밖에 없었을까, 꼭 이래야만 했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꼬리를 무는 여러 생각들로 잠을 이룰 수 없었겠지요. 그러나 평상시 대화가 잘 되는 부부였다면 아내에게 무슨 고민이 있는지, 어떤 불만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아내와의 관계를 되짚어 보고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무관심하고 소홀히 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의 결혼생활을 점검해 보세요. 결혼 10년 동안 참고만 살다가 이혼을 선택한 J님. 늘 이혼을 생각할 만큼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많은 상처를 해결하지 않은 채 쌓아놓고 견디셨군요. 그러나 이번 문제의 발단인, 남편이 노래방 도우미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해서 얻은 것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주변 친구 말에 의존하지 않고 내 배우자와 직접 대화를 통해 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부부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의 기본은 당사자가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기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놓고 각자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 상황을 드러내는 일이지요. 이때, 왜곡된 편견이나 가면을 벗고 오직 자기 감정에 충실하여 진솔한 느낌을 주고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혼자 속으로 ‘꿍’하고 있거나 참고 삭이는 것은 감정을 억압시키고 관계를 회피하는 지름길일 뿐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두 분께서는 부부간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하는 점을 깊이 깨닫고 각각 배우자와의 접촉을 시도해야 합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동안 쌓아왔던 응어리진 상처와 억압되었던 감정들을 끄집어내고 배우자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도덕적 판단도 의미가 없습니다. 배우자가 표현한 감정은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에 국한하여 수정을 요구하세요. 배우자를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표현을 존중해주고 수용해주는 태도를 보여야 가출한 아내, 밖으로만 돌던 남편과 비로소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시, 명령, 비난, 충고, 방어적인 말은 가급적 중단하세요.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등 잘잘못을 따지는 논쟁도 피하세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상대의 속마음을 알고 해결방법을 찾아 함께 노력해본 뒤 이혼 결정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나에게 우선 책임이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려 하지만 자신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도, 그 속에서 구해내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임을 알아야 합니다. 만남이나 결혼 못지않게 헤어질 때에도 과정이 중요하지요. 혼자 참고 삭이다가 스스로의 감정을 견디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집을 나가는 행위를 한다면 상대는 헤어지는 이유도 모른 채 많은 시간을 방황할 것입니다. 이는 서로에게 원망과 증오에 찬 배신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로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만큼, 이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만남의 의미만큼이나 새로운 헤어짐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
  • [영화리뷰] 화려한 휴가

    1980년 5월18일 오후 3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발포가 시작됐다. 이제 곧 계엄군이 물러갈 것이라는 말만 믿고 기쁨에 차 전남도청 앞에 몰려든 시민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총탄에 혼비백산한다. 군인들의 총탄에 시민들의 살이 터지고 거리는 피로 물든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은 먹먹해져 온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애국가와 함께 극장 안을 메운다. 영화 ‘화려한 휴가’의 미덕은 ‘5월 광주’의 참혹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폭도로 몰린 시민들이 계엄군에게 무참히 짓밟히는 그 장면에서, 이렇게 객석에 편하게 앉아서 봐도 되나 할 정도로 민망해진다. 애국가가 이렇게 슬프게 들렸던 적이 있었을까. 그간 영화 ‘꽃잎’‘박하사탕’, 드라마 ‘모래시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다뤄진 5·18이 ‘화려한 휴가’를 통해 정면으로 드러난다. 영화는 처절했던 광주의 열흘을 소시민의 삶을 통해 풀어냈다. 계엄군에 맞서 시민군에 참여한 사람들은 독재정권에 의해 ‘폭도’로 몰렸지만 모두 눈앞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택시기사로 일하는 순박한 청년 민우(김상경)처럼. 부모를 일찍 여읜 그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 진우(이준기)가 계엄군의 총칼 아래 희생 당하자 시대의 비극에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생생한 재현’만으로 점수를 준다면 ‘화려한 휴가’는 분명 100점짜리다.5·18에 관한 기록용 필름이 대형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진 듯하다. 제작비 100억원 중에서 30억원을 광주 금남로를 재현하는데 썼을 만큼 김지훈 감독은 철저한 고증에 심혈을 기울였다.5·18을 전혀 모르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만하다. 하지만 영화가 그려낸 참혹한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과연 영화가 주는 감동인지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5·18이라는 소재에 많이 빚져 있다. 그런 만큼 아쉬움이 더욱 크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알리고자 한 시도는 좋지만 역사적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려는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우선 인물들의 성격이나 갈등 구조가 판에 박인 듯 전형적이며 전개 또한 평면적이다.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간간이 삽입한 유머는 다소 과장돼 거슬리기도 한다. 진지함을 강조하기 위했다고는 하지만 주요 배역들이 표준말을 사용하는 것도 사람들의 편견을 고착화하고 인물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5·18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미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5·18’이 선사할 서늘한 충격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겠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성동구, 직원 채무보증 금지키로

    자치구가 공무원의 채무보증을 금지하는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성동구는 11일 공무원이 타인의 채무 보증을 함부로 설 수 없도록 ‘성동구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 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 규칙은 공무원이 자기의 명의를 타인에게 빌려줘 채무를 부담하거나 타인의 채무를 보증할 때에는 사전에 구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들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채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공무원들이 채무로 인해 부패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규칙은 강제조항이며 지키지 않을 경우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처벌을 하게 된다. 새로 개정되는 행동강령은 ▲정직 의무 ▲편파적이지 않은 공정의 의무 ▲동료ㆍ시민을 편견 없이 대할 의무 ▲인권존중과 정의실천 의무 ▲사생활에서도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 ▲소관업무 분야에 대하여 전문성 겸비 의무 등을 명문화했다. 특히 공무원의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을 하는 구체적이고 강화된 징계기준을 마련했다. 김용환 감사담당관은 “투명하고 건전한 공직풍토를 조성해 주민이 바라는 행정을 시대에 맞게 펼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이번 규칙 제정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동구는 지난 3월 서울시로부터 공무원 행동강령 준수에 솔선수범, 반부패 시책업무를 추진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기관표창을 받았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내집 담보 ‘노후연금’ 시대 열렸다

    내집 담보 ‘노후연금’ 시대 열렸다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진국형 역모기지(주택연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1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택연금 출시 기념식 및 판매 협약식’을 갖고 12일부터 금융회사 창구를 통해 주택연금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6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 대상 주택연금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6억원 이하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기관에서 연금형식으로 월 일정액을 받는 대출상품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이용자의 기대수명과 주택가격상승률(연 3.5%) 등을 감안해 월 연금액 규모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3억원짜리 주택 소유자는 가입 당시 만 65세이면 매달 86만 4000원을 받는 것을 비롯해 ▲70세 106만 4000원 ▲75세 133만원 등을 받게 된다. 가입자가 사망한 뒤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할 때 적용하는 대출금리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의 유통수익률에 1.1%포인트를 더한 수준(11일 기준 연 6.1%)이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려면 주택금융공사 고객센터와 각 지사를 통해 상담을 받은 뒤, 주택가격평가 및 보증심사 등을 거쳐 보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어 국민, 우리, 신한은행, 삼성화재 등 8개 금융회사 가운데 가까운 지점을 찾아 대출약정을 체결하면 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보증서 발급부터 가입까지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여 첫 가입자는 8월 초쯤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억원짜리 집 담보로 23년 이상 살면 이득 주택연금 상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받는 돈은 적으면서 집을 날릴 수 있다.’는 편견이 주택연금의 확산을 막아왔다. 65세에 3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맡겼을 때 23년이 지난 87세쯤이면 집값과 대출금이 같아진다. 가입자가 생존해 있으면 집값을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23년 이상 더 살면 집값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된다. 주택연금을 이용하다가 이혼이나 재혼을 해도 주택 소유자는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혼을 한 배우자는 받지 못한다. 가입 당시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만 연금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재혼으로 배우자가 된 경우에도 주택 소유자가 사망하면 연금 지급이 중단된다. 연금을 받는 데 소득 유무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 다만 다른 금융기관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적이 있으면 이용할 수 없다. 1가구 1주택 소유자만 대상이 된다. 토지·상가 등 다른 부동산을 갖고 있어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이후 2주택자가 돼도 대출계약은 종신까지 유지된다. 전세를 주고 있는 주택도 해당되지 않는다. 가입 기간에 해당 주택이 재건축·재개발되면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3억원 이하 주택이면 재산세의 25%를 감면해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09일 TV 하이라이트]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55분) 86 아시안게임의 유력한 금메달 기대주로 촉망받았지만 훈련을 하다 척추를 다쳐 전신이 마비된 전 국가대표 체조선수 김소영은 선진국의 장애인 시스템을 배우겠다며 미국 유학을 떠났다. 이젠 장애인을 도우며 사회에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체조요정 김소정의 새로운 인생을 만나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150만명의 아동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에티오피아에서는 플럼피넛으로 모자라는 영양을 채운다. 플럼피넛은 땅콩과 야채유, 분유, 비타민, 미네랄 등이 들어있고 땅콩버터 같은 질감에 달콤한 맛이 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무엇보다 조리할 필요가 없고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엄마 고은영씨는 아이가 하나여서 생활비의 반을 교육비에 투자할 수 있었다고 말할 만큼 외동딸 다예의 교육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한편 다예는 외동아이가 고집스럽다는 편견과는 달리,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집에서는 엄마의 일도 척척 도와준다. 외동아이 다예의 일상을 만나본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0분) 폰팅 상담원 여자가 실연에 빠진 남자를 위로하면서 거액의 통화료를 받아 냈다. 남자는 마음을 빼앗겨 비싼 요금이 붙는데도 통화를 계속한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가식적으로 얘기했다는 것을 알고는 사기라고 주장한다. 남자의 마음을 이용해 돈을 챙긴 여자에게 사기죄가 성립되는지 알아본다.   ●내곁에 있어(MBC 오전 7시50분) 은호는 실장이 잡아놓은 토크쇼에 출연한다. 은호는 자세한 사정은 방송에서 말할 수 없으며 친어미니께 고통을 드리려고 가수가 된 것이 아니라고 해서 주위를 당황하게 한다. 선희는 방송을 본 뒤 용기에게 자기를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용기는 화를 내면서 끝까지 옆에서 용서를 빌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오래 서 있으면 아랫배가 아프고 배가 더부룩해지며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증상이 있다. 또 구토가 나고 열이 오른다면 골반장기염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골반 장기염이란 자궁, 난관, 난소, 복막 및 인접 조직 등을 침범하는 염증성질환인데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골반장기염’에 대해서 알아본다.
  • [길섶에서] 인생 3막/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지인이 신간 저서를 보내왔다.‘인생 3막’이 주제다. 인생이 4막의 드라마라면,3막은 자식 출가시킨 뒤 주도적인 삶을 가꾸는 시기란다. 그녀는 45세가 넘으면, 해마다 유서를 쓰라고 권한다.45세 이하면 가상 유서를 쓰란다. 가족과 주위에 덜 미안하고, 부끄러워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삶이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했다. 지인은 스피치컨설팅회사 대표다. 아나운서 출신이다. 그는 영상으로 유서를 남기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고 했다. 가상이지만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순수’를 봤다고 했다. 베토벤은 32세때 두 아우에게 유서를 남겼다.(세상의 모든 지식, 김흥식 지음)“너희들은 나를 적의에 차고 사람을 혐오하는 고집쟁이로 여기지만, 그것이 얼마나 그른 일인지 모른다.”편견과 화해하려 한 연민이 엿보인다. 평소 우리는 주변을 배려하는 노력을 얼마나 하며 살아갈까.‘이 세상이 꽃다발과 같다면’ 솜사탕 같은 에릭 쿤츠의 가곡이 떠오른다. 꽃다발과 같은 세상, 지금 우리 마음 속에 있지 않은가.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드라마속 ‘백조·백수’ 달라진 캐릭터

    “백수 빼면 시체!” 요즘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과거 조연으로 윤활유 정도 역할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전업백수’들은 최근 드라마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혹 조연으로 나오더라도 없어서는 안될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전업 주식투자자 이준하(정준하),KBS 2TV ‘경성스캔들’의 바람둥이 룸펜 선우완(강지환)을 봐도 알 수 있다. 또 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꽃 찾으러 왔단다’의 윤호상(차태현),5일 종영한 MBC ‘메리대구공방전’의 황메리(이하나)와 강대구(지현우)는 물론이고, 지난 4일부터 시작한 tVN ‘위대한 캣츠비’의 캣츠비(MC몽)도 모두 청년 백수·백조들이다. ●의기소침하지 않고 꿈을 위해 도전 IMF 전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백수 건달’‘날백수’ 정도로 불렸던 이들 미취업자·실업자들은 이제 전체 실업률 3.5%, 청년실업률 7.9%인 시대에 무시할 수 없는 사회의 한 세력으로 자리잡았다.‘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를 생각해야 할 때)’ 등이 생겨나고 ‘프리터족’‘니트족’ 등의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될 만큼 청년 실업은 이제 젊은 시절의 통과의례로 여겨지게 됐다. 그래서인지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백수 캐릭터가 달라졌다. 과거에도 백수가 나오는 드라마는 종종 있었지만, 이들은 능력없고 일할 의지도 없는 족속 정도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늘 주변의 눈총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드라마의 백수들은 하릴없이 집안에서 시간이나 때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실력을 키워나간다.‘메리대구공방전’의 메리가 트로트 가수의 코러스로 활동하면서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키우고, 대구가 대기업 사장의 자서전을 대필하며 무협소설 작가로서의 미래를 앞당겨 나가듯이 말이다. 늘 우울하거나 비관적이라는 편견도 깨부순다.‘꽃 찾으러 왔단다’의 백수 호상은 하는 일마다 꼬이고 운도 없는 시한부 인생이지만, 낙천적이고 유쾌한 성격으로 사랑을 얻고 주위에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이다.‘위대한 캣츠비’의 캣츠비도 친구 집에 빌붙어 살지만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진다. 또 ‘경성스캔들’의 선우완은 스타일마저 ‘끗발’ 날리는 경성의 모던보이다. 당시 교육받은 백수를 의미하는 ‘룸펜’이지만 의기소침하지 않고 오히려 능청스럽고 뻔뻔한 바람둥이로 나온다. ●“청년실업이 구조화된 현대사회의 초상” 물론 ‘거침없이 하이킥’의 40대 백수 가장 준하처럼 무능력하고 소심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낙천적이고 가족을 잘 챙겨주는 모습은 궁상 맞으면서도 자신만의 매력과 인간미를 내뿜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백수가 드라마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청년실업이 구조화돼버린 현대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수는 이제 드라마에서 비주류가 아닌 사회의 흐름을 대변하는 위풍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나오고 있다. 시대배경이나 집안환경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지니고 능동적으로 인생을 꾸려가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도 특징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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