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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 잘해서 멘토 만나… 쉬지 말고 꿈꾸세요”

    “인사 잘해서 멘토 만나… 쉬지 말고 꿈꾸세요”

    “후배들에게 제 인생과 꿈을 소개하게 돼 기뻐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업에 실패한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초·중·고 학창 시절을 모두 부산 소년의 집에서 보낸 삼성SDS 김동현(46) 부장. 11일 부산 알로이시오 중·고등학교에서 고졸 출신으로 잘나가는 대기업 부장이 된 김 부장이 27년 만에 자신을 키워 낸 소년의 집 후배들 앞에 섰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린 삼성그룹의 청소년대상 토크콘서트 열정락서에서다. 김 부장은 자신의 학창 시절을 스스로 “웃을 수 없었던 시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1987년 삼성에 입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내 옆을 지켜 주던 수녀님과 친구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소년의 집이 내 집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수녀님들과 친구들을 가족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을 잡고 공부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입사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사 이후 고졸에 변변한 배경도 스펙도 없었던 그가 목표로 삼았던 것은 딱 하나, 바로 인사 잘하기다. 그는 “인사를 잘하면 어색함이 사라져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한다”면서 “그래야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언해 줄 수 있는 인생의 멘토를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든 뒤에 서지 말고 앞에 서려고 노력하라”며 “이 말 역시 멘토들이 해 줬던 말”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1988년 CAD(컴퓨터 지원 설계) 업무를 맡게 된 것을 직장 경력의 중대 전환점이라고 소개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당시엔 생소했던 CAD를 맡은 것이 CAD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 덕에 사내에서 가장 큰 두 가지 상을 모두 받았다. 2004년 대표이사로부터 공로상과 2009년 삼성SDS상을 받았다. 1만 4000여명의 삼성SDS 직원 중에 한 해 10여명만 받을 수 있는 상이다. 끝으로 그는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면서 “같이 뛸 수 있는 멘토를 만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의 집 출신이 대기업 부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쉬지 말고 꿈꾸고 꿈이 없다면 오늘부터 당장 작은 꿈부터 만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정락서에서는 개그맨이라는 편견을 깨고 뮤지컬 스타가 된 정성화도 ‘나만의 강펀치를 준비하라’는 제목으로 강사로 나섰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공연리뷰] ‘노래하는 샤일록’

    [공연리뷰] ‘노래하는 샤일록’

    “샤일록은 차별받고 웃음거리가 돼야 마땅한 존재였나.” 국립극단의 ‘노래하는 샤일록’은 시종 유쾌하게 웃기다가 끝내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재일교포 극작·연출가 정의신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봤다. 돈을 빌려 준 대가로 ‘살 1파운드’를 요구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사랑을 찾아 아버지를 떠난 샤일록의 딸 제시카, 바사니오와 친분을 쌓는 안토니오는 약자다. 유대인 격리지역 ‘게토’를 둔 16세기 베니스에서 살았던 유대인이고, 사랑에 배신당한 여성이며,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다. 그동안 경계인의 삶, 잊어진 사람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 정 연출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결국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샤일록의 처지가 남달리 보였을 터. 그의 시선에서 태어난 샤일록은 민요와 가요를 흥얼거리는 아저씨이고, 외동딸을 아끼는 아버지이다. 기독교 사회에서 배제당한 설움이 있는 유대인이자, 법질서를 흩트리고 싶지 않은 시민이다. 그런 샤일록이 왜 ‘살점’에 집착하게 됐는가. 원작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행복해지는 제시카를 연극에서는 배신당해 미친 인물로 설정하면서 ‘살점’을 단순한 물욕이 아니라 딸을 잃은 분노, 기독교인에게 받은 핍박과 편견이 응축된 증오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샤일록을 위한 변명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고 집단의 폭력성에 항변하기 위한 장치다. 샤일록에 대한 이해에만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주변 인물 하나하나에 개성을 넣고, 이것을 배우들이 맛깔나게 살리면서 공연 시간(180분)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말장난을 반복하는 ‘정의신식 유머’가 극 속에 잘 녹아든 덕에 이 긴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베니스를 상징하는 다리와 물때가 탄 건물 기둥 몇 개가 무대의 전부다. 간소한 무대는 1·2막의 끝자락에 강렬하게 변신한다. 1막 끝에 무대 전체를 덮는 큰 천이 격렬하게 일렁이며 2막에서 나올 시련과 고난을 예고한다. 모든 것을 잃은 채 예루살렘으로 떠나며 노래하는 샤일록은 연민과 반성을 끄집어 낸다. 이때 어두웠던 배경이 눈부시게 환해지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아갈 만한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남긴다. 20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만~5만원. (02)2280-4114.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로스쿨 탐방] ‘자기 분야 전문가’ 양성이 목표… 타 대학 출신 3분의1 이상 선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모토는 ‘고대 정신’을 갖춘 자기 분야 최고의 전문가 양성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선후배 간의 단합·단결이 고대 정신의 핵심이다. 고려대 로스쿨의 2015학년도 입학 정원은 120명이다. 일반전형이 112~114명,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이 6~8명 선발될 예정이다. 올해는 취약계층의 범위를 이전보다 확대했다. 또 ‘본교 법학과 출신만 선호한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2015년 전체 정원 중 다른 대학 출신자와 비(非)법학사를 각각 3분의1 이상 선발키로 했다. 신영호 로스쿨 원장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남을 만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일단 자기 분야에 충실하고 학부 성적을 우수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고려대 로스쿨은 ‘국제법무’를 특성화로 삼고 있다. 국제법무는 국제비즈니스와 국제통상법무로 나뉘어 운영되며 일정 학점 이수 때 전문인증서를 수여한다. 또 국제법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불리는 국내외 교수들의 강의와 해외 저명인사 초청 특강, 14개국 26개교 주요 대학과의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다. 또 전통의 강호답게 높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자랑한다. 1회에서는 99명의 졸업생 중 98명(99%)이, 2회에선 114명의 졸업생 중 100명(88%)이 변시에 합격했다. 1·2회 변시의 평균 합격률이 각각 87%와 75%였던 것에 비해 10% 이상을 웃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100% 변시 합격’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CLAT(Civil Law Ability Test)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CLAT는 주로 1학년생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기본 학습시험으로 일종의 쪽지시험과 같은 형태다. 신입생들의 기초과목에 대한 기본기를 튼튼히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는 민법 파트별로 ‘O’, ‘X’나 단답형 방식으로 시행하며 결과는 학기성적 산정에 반영된다. 고려대 로스쿨도 고민은 있다. 변시에만 치중하는 학생들의 인성 함양 부분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법조계 및 학계 등 저명인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VIA JURIS’를 운영 중이다. 한 학기 동안 67차례의 특별강연을 개최하고 수강생은 5차례 이상 참여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이용훈 전 대법원장,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특강한 데 이어 올해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인터뷰]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디자이너, “한국 주얼리의 아름다움, 세계로 알리고파…

    [인터뷰]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디자이너, “한국 주얼리의 아름다움, 세계로 알리고파…

    민휘아트주얼리에서 디자인한 작품들마다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미스코리아’의 모던한 귀걸이와 목걸이 같은 파인 주얼리들에서부터 ‘감격시대’의 과감한 깃털 헤어피스, ‘장옥정’의 전통 비녀와 뒤꽂이, 그리고 ‘별에서 온 그대’의 예쁜 장식이 달린 USB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싶어요.” 20대의 젊은 디자이너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시작으로 MBC 백년의 유산, 마의, 미스코리아, 개과천선, KBS 루비반지,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골든 크로스, 조선 총잡이, tvN 미친 사랑, 환상거탑, 빠스켓 볼, 갑동이, SBS 황금의 제국, 상속자들,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잘 키운 딸 하나, 별에서 온 그대, 나만의 당신, 신의 선물 - 14일, 닥터 이방인을 비롯하여 영화 화장, 협녀: 칼의 기억, 상의원까지 모두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내에 민휘아트주얼리의 주얼리 작품이 조명된 드라마와 영화 리스트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화제가 된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각종 하이패션 매거진의 화보와 MBC 우리 결혼했어요, SBS 스타킹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앞 다퉈 소개되었다. “디자인을 할 때 항상 드라마 속의 상황과 스토리, 드라마 속의 캐릭터를 염두에 두면서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분이 평소에 착용하는 주얼리 스타일도 함께 알아보고 디자인을 해요.”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그저 예쁘기만 한 방송용 주얼리가 아니다. 해외 초청 전시나 국제적인 패션쇼 런웨이에 초대되기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 고양시 신한류 박물관,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인천국제공항 한국전통문화센터 등 한국의 대표 박물관에서도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만큼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수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20대의 어린 디자이너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내에 이뤄낸 성과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에 정 디자이너는 손사래를 치며 모든 공로를 어머니와 직원들에 돌렸다. “어머니께서 중심을 잘 잡아주시는 덕분이지 저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아요. 존경하는 어머니와 우리 민휘아트주얼리의 훌륭한 직원 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민휘아트주얼리는 없었을 것이에요. 우리 식구들 모두 부족한 저를 믿어줘서 정말 고맙고 이제 시작이니 서로 더 아껴주며 계속 같이 발전해나가면 좋겠어요.”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특히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현대극은 물론이고, 패션 매거진,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하여 아무 디자이너나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사극이나 시대극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민휘아트주얼리와 다수의 드라마 작업을 진행 했던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화면으로 잡으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은 확실히 다르다. 특히 사극이나 시대극의 경우, 그 시대의 감성을 이해하고 표현해낼 수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가 거의 없는데 그 중에서도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그 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어 좋은 작품이 있을 때마다 계속 함께하고 있다.’면서도 ‘작품적인 면에서의 강점도 있지만 재인씨의 순수한 마음과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방송계의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본인의 색깔은 있어야 하지만 디자이너라고 해서 본인이 주장하는 바만 고집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특히 주얼리는 착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라며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드라마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KBS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상의원’에 이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이 단독으로 선보이게 될 다음 작품은 KBS ‘조선 총잡이’ “저는 한국 고전 주얼리가 좋아요. 하지만 고증에만 얽매이다보면 발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고증도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고증만 하면 그건 디자인이 아닌 재현에 불과한 것이잖아요. 고증은 고증대로, 퓨전은 퓨전대로 다른 영역으로 인정받고 사랑받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전통 주얼리를 박물관에서의 전시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대에 맞게 재해석된 디자인으로 새롭게 구현하여 실생활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어요.” 이어 “사료를 공부하지 않고 어설프게 퓨전을 시도하면 조악한 디자인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공부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 사료를 공부하다보면 일반적인 생각보다도 훨씬 파격적인 디자인이 많아요.”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증이라는 것이 곧 편견일 수 있다는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조선 총잡이는 퓨전 사극이에요. 전에 없던 특이한 소재의 드라마라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한복에서부터 양장까지 의상과 장신구에서도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디자인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주얼 적으로도 훌륭한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시청자 분들께서 모든 요소를 고증이라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시기 보다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저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해 풀어낼 수도 있구나하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라며 애교 섞인 당부도 잊지 않았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기고] 한반도 통일, 도덕성 회복부터/한부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대외협력단장

    [기고] 한반도 통일, 도덕성 회복부터/한부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대외협력단장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기자회견 이후 주위 사람들로부터 과연 한반도의 통일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필자는 독일 유학 시절 베를린 장벽 붕괴를 포함한 독일 통일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독일 통일은 한국 국민에게 많은 교훈을 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도 되고 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들을 통해 ‘정당성’이라는 개념을 특히 강조한다. 베버는 정당성을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한다. 그 정당성은 바로 높은 도덕성에서 발원한다. 남한이 북한사회에 비해 우월한 체제라는 동의를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것 역시 높은 도덕성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하지만 유감스러운 것은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이 경제나 사회, 이념의 문제는 주요 이슈로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정당성을 부여하는 도덕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풍족함 못지않게 인권과 평등권 등의 보장을 통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도 말이다. 1993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독일 제1 야당인 사민당(SPD)의 비외른 엥홀름 당수는 비서가 5만 마르크를 수수한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가 실제는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뒤늦게 나오면서 당수직은 물론 주지사직까지 모두 사퇴했다. 이 사건은 독일 주민들에게 사회지도층의 높은 도덕적 책임(노블레스 오블리주)이야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의 조건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준 계기가 됐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도덕성과 정당성을 체감할 수 있는 사회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첫째, 법치국가와 법치행정의 실현이다. 국민들은 단순한 형법상의 법이 아닌 생활 속의 법을 통해 법치를 실감한다. 그런 만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법주차나 쓰레기 무단투기, 취업이나 직장생활에서의 편견이나 차별 등이 최소화되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 긴요하다. 둘째, 특권층 또는 특권화한 단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권력계층 혹은 집단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후진국적인 현상은 없다. 셋째, 국가가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 개개인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실하게 노력하면 나의 꿈을 이룰 수 있고 편안한 생업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하다. 서독은 개인에게 충분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였다. 노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주어졌다. 밤거리도 안전했다. 이렇게 안심할 수 있는 서독의 사회구조가 통일과정에서 서독의 체제를 선택하게 한 배경이라고 믿는다. 한반도 통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경제적인 동기가 반드시 통일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무엇보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통일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게 필자의 흔들리지 않는 생각이다.
  •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 이혜훈 최고위원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 이혜훈 최고위원

    1997년 10월 22일 서울 도봉산 등산로 입구. 등산복을 차려입고 몇몇 직장 동료와 산행에 나선 한 등산객이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알고 보니 그는 임신부였고 산통이 시작된 것이었다. 곁에 있던 동료들은 기겁했다. 임신 사실조차 몰랐던 이가 많았던 것이다. 임신부는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는 와중에야 직장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산으로 며칠 결근해야 할 것 같다”고 알렸다. 이 임신부가 바로 6·4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시절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울분을 삼켰다. 직장 여성이 임신하면 죄인 취급을 당하던 시절이라 셋째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조차 숨겨야 했다. 점점 불러오는 배는 헐렁한 옷으로 가렸다. 이 최고위원은 “당시 임신 사실을 숨긴 채 등산왔다가 응급실로 실려간 나를 사람들이 미친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런 ‘등산복 출산’을 겪은 이 최고위원은 한국 땅에 사는 직장 여성에게서 ‘여성’이라는 사회적 주홍글씨를 떼어내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그가 ‘원조 친박계’ 의원이 된 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여성에 대한 벽은 높았다. 의원 배지를 달고 참석한 첫 의원총회에서 발언 신청을 위해 손을 들었더니 옆에 앉은 3선 의원이 귀엣말로 “가만히 있어라.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이 최고위원은 좌절했지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와신상담했고, ‘경제전문가’를 상표로 자신을 키워 나갔다. 마침내 그는 경제학자들과의 토론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달변인 그는 TV토론에 강한 면모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처럼 여성으로서 차별받을 때 이 최고위원은 그 자리에서 치받는 성격이라기보다는 실력을 키우며 절치부심하는 스타일인 셈이다. 이 최고위원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주변에 대한 ‘쓴소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 최고위원의 비판은 송곳같이 날카롭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자신감을 자만심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지나치게 아는 체를 많이 해서 원조 친박계이면서도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깐깐함과 고집, 예민한 성격도 약점으로 회자된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이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빨라지면 화가 났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다혈질인 그를 가리켜 “무섭다”고 표현하는 이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이 최고위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을 때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는 “후환이 두려워 참석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자신의 발언이 실린 신문 기사에 대해서도 토씨 하나까지 지적하며 정정을 요구한다. 기자들이 “말이 빨라 제대로 받아 적기 어렵다”고 항변했더니, 그는 미리 작성한 자신의 최고위원회의 발언록을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이렇게 억척같은 ‘여전사’이지만, 눈물도 많다. 막내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 그는 첫 선거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었다. 아침에 아들을 데려다 줄 수는 있었지만 입학식 후 학교에서 데리고 올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전날 아들에게 미리 하굣길을 상세히 설명해 줬다. 하지만 입학식날 오전에 귀가했어야 할 아들은 길을 잃고 헤맸고 밤 8시에야 아들을 찾았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도 그 일화를 얘기할 때면 “나는 나쁜 엄마”라고 자책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는 지난달 27일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는 둘째 아들을 배웅할 때도 눈물을 보였다.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소통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불교신자인 시어머니는 집에서 염불 테이프를 틀고 기독교신자인 이 최고위원은 남편, 아들과 함께 찬송가를 들으면서도 고부간의 갈등이 없다고 한다. 이지현 선거캠프 대변인은 “이 최고위원은 위계서열에 따른 다단계 상향식 보고를 싫어하고 실무자와 1대1로 만나 직접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캠프 직원들과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수다 떠는 것도 즐긴다고 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커버스토리] 문화야 놀자 도서관에서

    [커버스토리] 문화야 놀자 도서관에서

    전자책과 스마트폰·태블릿 PC가 범람하는 지금,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되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찾는 도서관 입구에 ‘정숙’이라는 표지판은 없다. 더 이상 도서관은 조용히 책만 읽다 가는 공간이 아니다. 활자와 종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무성한 요즘 활자와 종이의 집합소인 도서관이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 사진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소시지를 만들다… 첫 공공예술 전문 안양 ‘공원도서관’ 4일 경기 안양예술공원 내 안양파빌리온 공원도서관. 5~6명이 둘러선 한쪽 식탁에서 고기를 직접 갈아 수제 소시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컴퓨터로 온라인 도록을 보고, 맞은편에선 건물 설계도를 펼쳐 놓고 토론을 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서가 앞 라운지에는 아이와 엄마가 골판지로 만든 소파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처음 이곳을 찾은 대학생 임의현(22)씨는 “디자인 수업 자료를 준비하려고 왔는데 공원에 소풍을 나온 것 같다”면서 “신선하면서도 전문자료들이 잘 구비돼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안양파빌리온은 국내 첫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이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다룬 1500여점의 서적과 DVD 등을 소장하고 있다. 공원도서관은 2005년 시작된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APAP)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길예경(53·여) 도서관장은 “예술에 대한 일반인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목표”라며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자료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읽을 거리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읽기꾸러미’ 프로그램을 비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읽기꾸러미는 도슨트(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들이 모여 토론하거나 예술가들이 작업을 진행한 자료 등을 모아 시민들과 공유하는 활동이다. ■오페라 대출하다… 클래식 CD 등 8217점 보유 ‘가람도서관’ 경기 파주시 와동동 가람마을에는 지난달 12일 전국 최초로 책과 음악이 공존하는 ‘가람 공공도서관’이 설립됐다. 클래식,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공연 CD와 DVD 8217점과 음악 서적 1100권을 포함한 도서 1만 7658권을 보유 중이다. 지휘자 금난새(67)씨가 2010년 파주시에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나려면 음악 도서관을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시동이 걸렸다. 도서관의 설립 목적 자체가 헤이리 예술마을, 출판단지 등을 갖춘 파주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던 셈이다. 가람도서관의 이용객들에게 도서관은 ‘정숙’해야 한다는 건 편견일 뿐이다. 연면적 3862㎡, 300석 규모의 객석을 갖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솔가람아트홀’이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주간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피아니스트 조재혁, 첼리스트 송영훈 등의 개관기념 무료 독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2일 도서관을 찾은 이초희(33·주부)씨는 “집과 가까운 곳에 음악 도서관이 생겨 앞으로 클래식 음악을 자주 접하게 될 것 같아 좋다”며 “4명의 자녀들을 데려와 클래식 음악을 실컷 들려줄 계획”이라며 웃었다. 도서관이 소장한 CD와 DVD는 1회에 3개씩 1주일간 대출이 가능하다. 도서관에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사전 예약을 하면 세 시간까지 빌릴 수 있다. ■디자인 전시하다… 세계 최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지난해 2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디자인 관련 희귀본 3130권, 디자인 전문 장서 8660여권 등 총 1만 3000여권에 달하는 서적을 보유한 세계 최대 디자인 서적 전문 도서관이다. 현대카드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이 도서관은 디자인 전공자들에겐 사랑방으로 통한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희귀 서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인숙(38·여·도서 디자인 편집자)씨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었던 일본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의 작품까지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층 ‘정기간행물’ 섹션에는 ‘라이프’지와 85년 역사의 건축 전문지 ‘도무스’ 전권을 갖추고 있다. 흰 장갑을 착용하고 열람할 수 있는 ‘희귀본 컬렉션’에는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인 ‘파이돈’과 ‘타센’의 한정판도 있다. 도서관 측은 보유한 잡지들을 바탕으로 매달 기획 전시회를 연다. 다양한 사진 작품들과 넓은 철제 테이블은 책을 한꺼번에 여러 권 펴놓고 보는 디자인 전공자들을 배려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 유승한(24·경기 부천)씨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이곳에 와 다양한 사진 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쾌적한 상태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층별 동시 입장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책과 삼림욕하다… 관악산 등산로 초입의 ‘숲속작은도서관’ 관악산 등산로 초입에 자리한 ‘숲속작은도서관’은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가득한 숲에서 삼림욕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자연 속 복합문화공간이다. 숲, 환경, 생태 관련 도서를 포함한 전체 장서 수는 3077권. 2008년 10월 문을 연 숲속작은도서관은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 교감을 지낸 문영규(70)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07년 시민단체 생명의숲국민운동이 주관한 ‘숲가꿈이 양성과정’에 참여해 숲, 환경, 봉사 등에 대한 교육을 받던 문씨가 철거 예정된 관리초소 건물에 도서관을 짓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때부터 도서관 운영은 문씨와 같이 ‘숲가꿈이 양성과정’ 수료생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매해 4~11월에만 정기운영하는 이 도서관의 연평균 이용객 수는 5277명에 이른다. 가족 단위 이용객이 전체의 60% 정도다. 지난 3일 분주하게 도서관을 정리 중이던 문씨는 “가장 인기가 있는 책은 ‘초등과학학습만화 Why?’ 시리즈로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설명했다. 관악산 입구 제1광장에 위치한 덕분에 등산 도중 숲속작은도서관을 처음 알게 되는 이용객들도 적지 않다. 이날 도서관을 찾은 김화수(30·여·회사원)씨는 “관악산에 올 때마다 도서관이 예뻐서 한 번쯤 와보고 싶어 들렀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구연동화나 자연물 만들기 체험 행사도 준비돼 있다. 개관은 오전 10시, 폐관은 오후 5시다.
  • 10일간 유럽을 들었다 놨다…시진핑은 ‘거침없는 달변가’

    10일간 유럽을 들었다 놨다…시진핑은 ‘거침없는 달변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현지시간) 벨기에 유럽대에서 가진 공개강연에서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입헌군주제, 왕정복귀, 의회제, 다당제, 대통령제 등을 다 도입해봤지만 모두 실패했고 결국 우리 몸에 맞는 사회주의 제도를 선택했다”며 중국특색사회주의가 중국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귤화위지·橘化爲枳) 타국의 정치제도와 발전방식을 답습하면 기후와 풍토가 맞지 않아 부작용은 물론 재난성 결과까지 초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중국 정치제도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당독재를 골자로 하는 중국특색사회주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첫 유럽 순방에서 그동안 서구의 공격 대상이 되어온 자국의 정치·외교·군사 분야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밝히며 할 말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잠자던 사자가 깨어났지만 이 사자는 평화로운 사자”라며 ‘중국 위협론’을 불식시키면서도 세계를 이끄는 패주(?主·지배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독일에서는 일본 침략 역사를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서구 국가들을 향해 중·일 문제에서 일본의 편을 들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미국이 중국과 주변국들 간 영토분쟁지인 동·남중국해 문제에 간섭하지 말고 타이완과 시짱(西藏.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특히 ‘물지부제, 물지정야’(物之不齊, 物之情也·천지 간에 같은 것이 없음은 자연의 이치), ‘화이부동’(和而不同·서로 조화를 이루나 같아지지는 않음), ‘백화제방’(百花齊放·모든 꽃이 만발해야 봄이다) 등 중국의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중국과 유럽은 다른 제도와 이데올로기를 가졌지만 서로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밖에 시 주석은 이번 순방 때 처음으로 중국 전통 민족 복장인 ‘중산복’(中山服)를 선보여 달라진 중국 외교의 자신감을 온몸으로 과시했다는 평도 받는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량윈샹(梁雲祥) 교수는 “시 주석은 순방에서 ‘중국 억제’ 정책을 펴는 미국에 간섭 자제를 촉구하고, 유럽과는 한 단계 높은 정치·경제 관계 구축을 위한 편견 배제를 주장했다. 또 일본은 중국의 적이란 기존 외교 방침을 솔직하게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문화재는 인간의 욕망·개발 광풍에 처연히…

    문화재는 인간의 욕망·개발 광풍에 처연히…

    “2000년 초반 한창 수리 보수가 이뤄지던 창덕궁 뜰 안에서 인부들이 술판을 벌인 흔적을 잡았어요.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어나오다 그만 대문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죠. 아찔합디다.” 황평우(53)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문화재 감시자’로 통한다. 불 같은 성격 탓에 좌충우돌할 때도 있지만 그가 있어 생명이 위태로운 문화재들이 새 삶을 찾고는 했다. 이런 황 소장과 20여년간 동고동락해 온 단짝 친구는 다름 아닌 카메라다. ‘똑딱이’부터 최근 기종인 DSLR까지 끈질긴 훼손 문화재 고발 현장에는 그의 카메라가 빠지지 않았다. 그가 사진집단 포도청과 함께 오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갤리러 류가헌에서 사진전 ‘서울의 경계에서’를 이어간다. 역사와 문화의 충돌지인 서울의 불안한 경계를 좁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살짝 들여다본 것이다. 그가 내건 5점의 작품 앞에 서면 고발 위주의 딱딱한 사진일 것이란 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광화문의 나지막한 담장 너머로 보이는 서울 태평로의 위압적인 고층빌딩과 조선 왕릉의 석조물 옆으로 멀리 펼쳐진 아파트숲,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비친 종친부 건물 등이 그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인간의 욕망에 사로잡힌 개발의 광풍은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려는 문화재들을 처연하게 만든다. “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해뜰녘과 해질녘 번갈아 문화재를 찾았고, 온종일 머무르며 관찰하기도 했죠.” 그는 “선이 아름다운 전국의 산성을 두루 찾아 산세와 어우러진 모습도 찍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눈길 끄는 출마 예상자] 양혜령 동구청장 예상 후보

    [눈길 끄는 출마 예상자] 양혜령 동구청장 예상 후보

    양혜령(52) 광주 동구청장 예비 후보는 전남대 치과대를 졸업하고 20여년간 지역에서 치과의원을 하고 있다. 주변으로부터 ‘집념이 강하다’, ‘오뚝이 같은 여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는 여성이지만 가정과 사회, 직장을 오가며 ‘1인 3역’을 완벽하게 하고 있다. 그는 “‘여자라서 안 된다’는 사회적 편견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력서만 봐도 A4 용지 두 장을 채울 만큼 빽빽하다. 광주시의원,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총동창회장, 국제로터리클럽 지구회장,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이사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1946년 동구 학동에 조성한 백화마을을 본뜬 ‘백화포럼’을 만들고 의료관광, 도심상권 활성화 재개발, 주차난 해소 등 각종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거리와 재래시장, 노인정 할 것 없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여성의 섬세함과 부지런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위키드’ 초록마녀 엘파바 두 주역 옥주현·박혜나

    ‘위키드’ 초록마녀 엘파바 두 주역 옥주현·박혜나

    배우에게 의미 없는 작품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유독 큰 의미를 두는 작품도 있기 마련이다. 이 두 배우에게 뮤지컬 ‘위키드’는 그 이상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다.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사악한 서쪽마녀의 삶과 시간’(1995)을 토대로 한 이 뮤지컬은 소외되고 불완전한 주인공들의 편견과 좌절을 조명한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1900)에 등장하는 서쪽의 초록마녀 엘파바는 정말 사악했을까라는 의문을 풀면서 “과연 다르다는 건 나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밝고 유쾌한 뮤지컬에서 던지는 질문 치고는 묵직하다. 지난 4개월간 번갈아 초록 분장을 한 옥주현(34)과 박혜나(32)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았다. ‘위키드’의 노래로 설명하자면, 얼굴과 손에 초록색 분칠을 한 ‘낯선 느낌’(What is this Feeling?)을 깨고, 우리가 알고 있던 그들에 대해 ‘그 소녀는 내가 아냐’(I’m not that Girl)라고 온몸으로 웅변했다고나 할까. 마침내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 날아오르며 말했다. “엘파바, ‘널 만났기에’(For Good) 난 비로소 변화할 수 있었다”고. 3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초록마녀들에게서 엘파바에 대한 동질감과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들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내달 8일 마지막 무대… 졸업 아닌 방학이에요 옥주현은 열정적이다. 원작을 찾아 읽고 캐릭터를 연구한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도 찾고 녹여내는 섬세함이 있다. 이런 식이다. “1막과 2막의 초록색이 다르던데?”라는 짧은 질문에도 긴 설명을 덧대어 이해시켜 준다. “초록색 피부는 엘파바가 겪는 고통의 시작이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오해를 뒤집어쓰고 도망쳐야 했어요. 그런 엘파바가 2막에서 더 진한 초록이 됐다는 건 단지 시간이 지났다는 말이 아닐 거예요. 엘파바와 사람들 사이의 다름, 경계, 벽이 더 두꺼워졌다는 걸 의미하죠.” 공연에서는 이 시간이 중간휴식이지만, 엘파바에게는 보이지 않는 성장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위키드’의 한국 라이선스 공연 얘기가 나올 때부터 ‘엘파바는 옥주현’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따라다녔다. 어느 제작사에서 작품을 들여오는지 묻고 다니면서 자신이 얼마나 바라는 배역인지 드러냈고, 에너지가 폭발하는 ‘중력을 넘어서’를 부르기에 그가 제격이라는 말도 있었다. 우아하고 비극적인 황녀(‘엘리자벳’)였고, 슬픈 황태자의 연인(‘황태자 루돌프’)이었다가 카리스마 있는 집사(‘레베카’)였던 그에게 초록마녀는 여러모로 도전이었다. 예쁜 얼굴을 돋보이게 하던 화장은 초록칠로 바뀌었고, 화려한 드레스 대신 5㎏짜리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 끊임없는 무대 전환(총 54번)에 맞춰 공연을 끝낸 뒤 옷을 갈아입을 때면 몸에서 김이 파르르 오른다니 고충이 짐작된다. 초록색 피부에 대한 편견과 싸운 엘파바는,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선입견에 부닥치고 부단히 극복한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 “연기라는 게 내가 겪었던 것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그는 “감정이 순간 북받쳐서 고음이 안 나올까 아슬아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생각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이 작품이 정말 고맙다”는 그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노래 ‘널 만났기에’를 인용하며 동질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너로 인해 서로 성장할 수 있었고, 너로 인해 내가 변할 수 있었던 거죠.” 오는 11일 그는 100번째 초록마녀로 무대에 선다. 그리고 5월 8일 마지막 무대에서 영광의 초록 분장을 벗는다. “처음 계약을 그렇게 했기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대답한 그는 “관객들이 다른 엘파바도 보고 싶어 할 거라며 아쉬움을 달랜다”고 했다. “하지만 제작진에게는 (엘파바가 다니는 쉬즈대학을) 졸업한 게 아니라 방학 중인 거라고 생각해 달라고 했죠.” 초록마녀는 아니지만 그를 만날 일은 많을 듯하다.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하반기에 뮤지컬 작품 두 편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6월에는 일본에서 갈라콘서트를 열고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을 담은 음반도 출시할 예정이다. ●수차례 오디션 끝 낙점… 당분간 이 행복 즐길래요 박혜나는 겸손하다. “나는 잘하는 게 없다”고 했다. 그의 공연을 보면 누구나 “당신은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연기와 노래,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다. 대체 왜 그가 주역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운이 나빴던 것은 아니에요. 몇백 대 일이라는 경쟁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됐다는 기사가 나온 적도 있는데 공연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죠. 그게 잘 안 되면서 좌절했고, 다시 하나하나 밟아 올라가면서 역할 욕심이 생기기도 했는데 정작 나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어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자신보다 주변인들이 그를 잘 알았던 건가. 공연 스태프들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고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위키드’에서도 리사 리구일로 연출이 그의 가능성을 먼저 잡아냈다. “앙상블 오디션부터 차근차근 참여하면서 5차 오디션까지 끝냈고 엘파바에 낙점됐어요. 지원한 역할이긴 했지만 내가 과연 엘파바와 닮은 게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가졌죠. 연출 말로는 그게 엘파바라는 거예요. 불완전하고 자신감 없지만 그 안에는 큰 에너지를 품고 있는 사람이요.” 무대 위에서 소름끼치는 가창력과 연기를 폭발시키는, 그 박혜나인가 싶을 만큼 신중하고 조용하게 말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봐도 튀는 부류가 아니라고 했다. “평소에 있는 둥 없는 둥 하다가 어디 수련회 같은 데서 장기자랑하면 꼭 무대에 오르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재수할 때 뮤지컬 워크숍에 가기도 했고, 연극을 한다는 친구 따라 무작정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참 허술하고 섣부른 판단의 연속”이라면서 쑥스러운 듯 웃었다. ‘늘 한 발 뺀 상태’, 이런 어정쩡한 태도가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이었다면, 엘파바가 된 지금 “이 꿈이 없었다면 삶의 목표와 의미가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주연은 아니었지만 매력적이고 강렬한(‘심야식당’의 스트립걸 마릴린처럼) 역할을 했던 이유를 깨달았어요. 내가 어떤 배우인지, 내가 맡을 역할이 무엇인지 찾은 거죠. 하고 싶은 연기와 배역이 많지만 다 할 수 없다는 것도, 이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도,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환호와 찬사를 보내며 ‘박혜나’를 기억한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렛잇고’ 한국어 버전을 부르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그를 행복하게 한 초록마녀로서, 앞으로도 무대를 장식한다. “물론 공연에 익숙해지거나 더 쉬워지지 않아요. 다만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라는 신념은 관객들과 만나는 두려움도 녹여버리죠. 당분간은 이 행복을 즐기려고요. 다음에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끌어낼 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
  • 장애인·저소득층 공무원시험 합격자 차별 막는다

    장애인·저소득층 공무원시험 합격자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합격자 발표 양식 개선이 추진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장애인·저소득층 구분모집전형과 일반전형을 통합해 발표하는 내용의 ‘합격자 발표 명단 개선 방안’을 안전행정부와 광역자치단체에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구분모집 합격자의 신분이 노출돼 직간접적인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공직 진출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1989년 장애인 구분모집제도를, 2009년 저소득층 구분모집제도를 각각 도입했다. 그러나 권익위의 실태 조사 결과 합격자 발표 방식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행 국가직 및 지자체 공무원시험 합격자 발표 때 장애인·저소득층 구분모집 합격자는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성명을 제외한 수험번호로만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전형 합격자의 경우 수험번호와 성명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성명이 가려진 합격자가 장애인·저소득층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쉽게 드러나 구분모집 합격자를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몇몇 지자체는 아예 장애인·저소득층 합격자의 성명 전체나 일부를 공개하고 있어 의도치 않은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구분모집 합격자에 대한 발표 방식을 일반전형과 동일하게 바꿀 것을 요청했다. 예컨대 구분모집과 일반전형을 모두 성명 없이 수험번호로만 공개하거나 모집 분야 구분 없이 통합 발표하는 방식, 성명 확인이 필요할 경우 팝업창으로 본인 확인 후 공개토록 하는 방식 등이다. 지난해 서울, 대구, 인천, 울산, 충남의 5개 시·도는 실제로 모든 합격자를 수험번호로만 발표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직 임용의 기회균등과 공평한 대우’라는 국정과제 차원에서 이번 개선안을 권고했다”며 “제도가 시행되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공직 임용 때 불필요한 신분 노출로 차별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주말 영화]

    ■김의 전쟁(EBS 일요일 밤 11시) 재일 조선인 김희로는 전과 6범에 15년이 넘는 옥살이를 겪어야만 했던 이력의 사나이다. 1967년 40세의 나이로 여섯 번째 출옥을 한 김희로는 식료품 운송업을 하며 성실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밍크스바의 가수 후사코와 사랑에 빠지면서 행복을 일궈 간다. 그러나 야쿠자 두목 소가는 후사코와 김희로의 관계를 못마땅해하고 시미즈서의 고이즈미 형사는 편견에 사로잡혀 김희로에게서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김희로는 후사코를 소가의 손아귀에서 빼내려 하지만 막강한 조직력을 가진 소가에게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임을 깨닫고 후사코와 아오모리의 눈 덮인 산속으로 도망간다. 소가의 세력이 어머니 가게까지 위협하자 김희로는 소가와 그의 부하 오모리를 엽총으로 쏘고 만다. 고이즈미 형사를 죽이려다 여의치 않자 한 여관에서 인질극을 벌인다. ■독립영화관-양 한 마리, 양 두 마리(KBS1 토요일 밤 1시 5분)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중학교 동창생들이 어른이 돼 재회한다. 그런데 한명은 대기업 비서이고 다른 한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당한 노동자다. 그들은 이해관계나 목적 없이 함께 어울렸던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즐거워한다.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사춘기의 절정이었던 그 시절, 두 사람의 꿈은 같았다. 바로 배우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추억을 얘기할 땐 한없이 즐겁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의 우정은 어디로 향하게 될 까.
  • [로스쿨 탐방]“배움만큼 실천하는 것도 중요” 학생에게 공익 변론 기회 제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특별전형을 포함해 150명을 신입생으로 선발한다. 선발은 서류평가와 면접·구술고사를 종합해 평가한다. 법학 적성시험(leet), 정성 평가, 학업 성적이 서류평가의 3대 요소다. 매년 9~10명의 학생들이 특별전형을 통해 들어온다. 1~3급 장애인,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및 차상위 계층, 농어촌 지역 출신자, 북한이탈주민 등이 그 대상이다. 지원자가 많지 않았으나 올해 처음 새터민 두 명이 입학해 수업을 듣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국제법무와 공익인권, 기업금융에 특화돼 있다. 국제법무는 국제통상 및 거래, 국가 간 무역협상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외국법 과목들을 필수선택으로 하고 있으며, 다수의 강의를 외국어로 제공하고 있다. 공익인권은 국립대인 서울대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국제인권과 공익인권 변호사 배출을 지향한다. 배움만큼 실천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대표적으로 봉사활동 동아리인 ‘프로보노’와 학생들이 실제 소송에 참여해 볼 수 있는 ‘공익인권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서울대 로스쿨이 말하는 가장 큰 특성은 오히려 특성화를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정상조 서울대 로스쿨 원장은 “서울대는 특성화를 하기도 어렵고 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한다. 모든 분야에서 법학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를 양성하겠다는 목표에서다. 국내 최고에 만족하지 않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위해 전 세계 24개 대학과 국제교류 협정도 체결한 상태다. 서울대 로스쿨은 ‘나이가 젊고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학생들만 받아준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적극적인 취약계층 특별전형 홍보도 하고 있다. 정 원장은 “서울대는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를 기르는 곳이지 돈만 많이 버는 변호사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사설] 아직도 여성 인력 활용 꺼리는 공공기관들

    지난해 314개 공공기관의 임직원 중 여성은 25.3%였다. 네 명 중 한 명꼴인데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42곳은 여성 비율이 10%에도 못 미쳤다. 업무 성격이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은 기관이라지만 대한석탄공사 등 너댓 곳은 여성이 1~2%대에 불과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여성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게 사실이다. 여성에게 문을 더 열어야 한다. 여성 고용률이 높아져야 하는 이유는 남녀평등 때문만은 아니다. 남녀 불문하고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인구가 많은 것은 경제력, 곧 국력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여성은 가정에서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는 여성의 고용률이 낮았다.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사법시험 등에서 여풍이 불어닥치는 등 여성들의 사회 진출은 늘어나긴 했지만 차별은 여전하다. 승진과 처우에도 차별이 심해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의 임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높은 장벽이 가로막는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률은 5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1.8%보다 크게 낮다. 대졸 여성은 62.1%로 OECD 평균 82.6%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여성들의 고용을 꺼리는 이유는 임신과 육아에 대한 부담 탓이다. 출산과 육아 휴가를 법으로 정해 놓아도 그만큼 노동력을 손실한다고 생각하니 여성들의 고용을 기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출산을 회피하고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출산을 하고 직장을 포기하는 경력 단절 여성은 전체 기혼 여성의 20%에 이른다. 이런 풍토를 깨는 데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 여성 채용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출산과 육아 휴가를 적극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편견 의식과 차별은 민간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여전히 크다. 여성이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대지만 여군이나 여경의 활약에서 보듯 업무 성과의 차이는 미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노동에서 성차별이 2030년까지 사라지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2%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남녀 간 취업률 격차나 임금 격차가 OECD 최고 수준이다. 여성의 승진과 공평한 처우를 가로막는 ‘유리천장 지수’도 꼴찌다. 이런 현실을 깨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뿐이다.
  • [열린세상] 공천 유감/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공천 유감/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천 전쟁’이 시작됐다. 공천은 지방선거를 향한 첫 번째 관문이다. 지난 2월부터 시·도지사와 교육감 출마예정자의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고, 오늘부터 군 의원 및 군의 장(長) 선거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된다. 정당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중앙당과 시·도당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고 공천방식도 확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 구체적 공천방식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통합 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내세웠던 방식을 절충하는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천은 선거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었다. 공천방식은 공천이라는 게임의 룰이다. 따라서 공천방식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결과가 달라진다. 방식에 따라 공천받기 어려울 것 같았던 후보가 공천장을 받을 수도 있다. 후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길목이다.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 선출 방식이 대표적 사례이다. 여론조사 100% 반영이냐, 아니면 당원과 국민 각각 50% 반영이냐가 쟁점이었다. 후보 모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을 각각 주장한 것은 당연지사. 새정치민주연합도 예외는 아니다. 조직력이 앞서는 민주당 출신 후보들은 당원중심의 경선을 주장하지만 새정치연합 출신들은 이에 반대한다. 자신들이 명분에서는 앞설지 모르지만 조직력은 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천, 대체 무엇이 쟁점이고 문제인가. 첫째, 정당공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당공천을 하는 것이 맞다. 오늘 시점에서 보면 기초선거에서 한 정당은 공천을 하고 다른 한 정당은 공천을 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혼란스럽다. 특히 같은 기초의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상반된 요구를 받게 된다. 기초의회의원 지역구 선거에는 민주당 후보가 없지만 비례대표 선거에는 민주당 후보가 있기 때문이다. 후보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유권자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후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호 2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가장 앞선 기호는 5번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14개 모든 정당이 후보를 낸다면 무소속 후보들은 15번 이후를 받을 수도 있다. 무소속 후보들은 벌써부터 각각 자신이 “기호 2번” 정당의 정통후보임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하는 예비후보도 있고 지역출신 국회의원과 함께 시장을 누비는 예비후보도 있다. 결국 유권자와 후보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출발은 대선 상황에 따라 정치적으로 제시됐던 공약 때문이다. ‘무(無)공천’은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명분’으로 유턴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무공천 재검토”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법이 있고 타당한 공천을 우리만 폐지하면 후보난립 등의 혼란으로 패배하고 조직도 와해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치적 책임론까지 등장했다. 정동영 고문은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서울시 현역 구청장이 전멸하고 서울시장까지 놓치면 안 의원 역시 정치적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선택과 설명이 주목된다. 둘째,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천은 국민이 하는 것이 아니고 정당이 하는 것이다. 공천권은 처음부터 국민들의 것이 아니었다. 공천은 정당이 선거에서 국민 선택을 받기 위하여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후보를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천은 정당의 의무이자 권리이고 유일한 존재 이유다. 셋째, “상향식 공천은 좋은 것”이라는 주장은 편견이다. 상향식 공천이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선진민주주의 국가의 경험을 보면 상향식 공천이 민주주의 가치 증진과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우리의 경험을 보면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치러지는 대선을 제외하면 총선과 지방선거의 상향식 공천은 결국 조직력 싸움이었다. 대의 민주주의의 발전은 정당의 역할 강화와 함께 가능하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천이고 정당이 공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당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 세상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너는 뭘 먹고 자랐니?

    세상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너는 뭘 먹고 자랐니?

    최근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겨울왕국’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용이라는 편견을 깨고 온 가족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고, 흥행 기록도 갈아 치우며 저력을 증명했다. 애니메이션에 어떤 힘이 있기에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와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일까. 24~26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되는 다큐 프라임 ‘인간과 애니메이션’은 인간의 손에서 생명을 얻은 애니메이션 세계를 탐구한다. 24일 1부 ‘애니메이션, 세상을 사로잡다’ 편에서는 세계 최초로 디즈니·픽사, 드림웍스, 지브리를 한자리에서 만난다. 이들이 공개하는 작품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애니메이션계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비결은 뭘까. 특히 한장 한장 손으로 그린 그림이나 인간의 움직임보다 더 정교한 3차원(3D) 그래픽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미국과 일본, 두 나라는 어떤 역사와 철학, 문화가 있기에 애니메이션 최대 강국이 되었는지 살핀다. 25일 2부 ‘나는 움직이는 것을 사랑한다’ 편에서는 애니메이션의 매력 그리고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을 느껴 본다. ‘토이스토리’를 내놓은 디즈니·픽사의 제작총괄대표(CCO) 존 래시터는 자신이 세상에서 만화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아이였고 지금도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입양이라는 자신의 경험을 녹인 ‘피부색깔=꿀색’이라는 작품으로 2012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 관객상 등을 수상한 벨기에 입양인 융 감독(한국명 전정식)도 만나본다. 26일 3부 ‘한국, 애니메이션을 말하다’ 편에서는 업계를 대표하는 8인이 모여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탐색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소녀시절, 걸그룹 외모+평균 키 170cm ‘여보 자기야 사랑해’

    소녀시절, 걸그룹 외모+평균 키 170cm ‘여보 자기야 사랑해’

    아줌마그룹 소녀시절이 데뷔한다는 소식이 화제다. 소녀시절의 소속사 SC엔터테인먼트는 “평균 키 170cm에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아줌마 그룹 소녀시절이 오는 25일 데뷔한다”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이들은 웬만한 여성 걸그룹을 뛰어넘는 외모와 가창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공개된 음반 이미지 속 소녀시절 멤버들은 엄청난 외모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평균연령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미모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녀시절은 데뷔곡인 디지털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란 곡으로 아줌마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소녀시절의 ‘여보 자기야 사랑해’는 씨스타의 효린이 불러 많은 사랑을 받은 SBS ‘주군의 태양’ OST ‘미치게 만들어’를 작곡한 히트 작곡가 안형민이 작곡했고, SC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김성채가 작사했다. 가사는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을 담았다. SC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첨밀밀’ 주제곡인 등려군의 ‘첨밀밀’을 모티브로 만든 곡으로 아줌마라는 편견을 깬 노래로 흥겨운 리듬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며 “소녀시절은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에 치여 사는 아줌마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줌마 대표 그룹으로 성장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그룹 이름을 소녀시절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줌마들의 소녀시절을 되돌아보며 못다 이룬 꿈을 다시 펼치겠다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소녀시절의 ‘여보 자기야 사랑해’는 25일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 = SC엔터테인먼트 (소녀시절 멤버)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열린세상] 미디어, 아프리카 재현방식 바꿔야 한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미디어, 아프리카 재현방식 바꿔야 한다/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지난해 한 구호개발단체로부터 한국의 미디어들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언론의 사회적 현실 구성에 관한 연구가 전공이기도 하지만, 집의 아이들이 해외와 국내 구호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고 있는 터라 선뜻 받아들였다. 먼저, 다국어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뒤졌다. 아프리카는 지표 표면의 6%와 육지면적의 20.4%를 점유하고, 54개의 자치 국가에 세계 인구의 15%인 11억명 이상(2013년 기준)이 살고 있는 거대한 대륙이었다. 하지만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아프리카의 교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규모에서 아프리카 지역 수출액(111억 달러)과 수입액(57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99%와 1.12%(관세청·수출입무역통계 자료)였고, 아프리카 대륙 출신 등록외국인 숫자는 6382명으로 전체의 0.68%(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2012년도 출입국 통계연보’)에 불과했다. 아프리카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된 현실에서 대개의 한국인들은 미디어를 통해 관련정보를 학습한다. 그리고 미디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아프리카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우리의 머릿속에 형성되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미디어의 묘사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미디어가 아프리카의 객관적 현실을 충실히 전달한다면 실제의 아프리카와 머릿속에 그려진 아프리카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미디어가 특정 측면에만 주목할 경우 우리는 왜곡된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신문과 방송의 뉴스를 분석해보니 아프리카 국내 정치상황이나 외교문제를 다룬 기사가 70%에 달했다. 정치의 경우 쿠데타, 내전, 폭동,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 충돌에 관한 내용이, 그리고 외교는 외국인 인질 참사, 리비아 사태에 대한 유엔 제재, 나이지리아 한국인 납치 사건, 유럽의 아프리카 정치 개입, 소말리아 해적 등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전근대적인 정치체제와 권력자의 독재, 내전으로 인한 불안정, 이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 등 우리 미디어에 비추어진 아프리카는 폭력과 갈등으로 가득한 위험사회였고, 아프리카인들은 서방세계의 지원 없이는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갈등·폭력·배고픔으로 가득한 아프리카’, ‘외부의 도움 없이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력한 아프리카인’이라는 이미지는 뉴스와 광고 그리고 모금방송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미디어 묘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초등학생·중고등학생·대학생·성인들을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를 진행했더니 서두에 언급한 아프리카 관련 기초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프리카를 실제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마치 직접 체험한 것처럼 머릿속의 이미지를 현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초점집단인터뷰 참가자들의 답변은 연령층에 관계없이 유사했다. 그런데 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다큐멘터리와 같은 진지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시청한 이들 혹은 아프리카 문화를 체험한 학생들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들에게 아프리카는 폭력과 배고픔이 만연한 검은 대륙이 아닌 다양성이 가득하고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푸른 대륙이었다. 전문가들은 언론인들의 무지와 자민족 우월주의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적 관점을 확대 재생산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갈등과 인간적 흥미에 높은 뉴스가치를 부여하는 언론의 관행 또한 아프리카 묘사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소말리아의 기근과 수단의 난민이 아프리카 전체의 문제가 아니듯이, 일부 지역의 사건을 일반화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프리카 개별 국가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에 관심을 갖고 외부 관찰자 관점이 아닌 내부자 관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조명하려고 노력할 때 미디어는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김일수 樂山樂水] 다시 엄벌주의로의 귀환인가

    [김일수 樂山樂水] 다시 엄벌주의로의 귀환인가

    최근 들어 엄벌주의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음이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첫째, 조직폭력배들을 통제하기 위한 ‘범죄와의 전쟁’ 선포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10월 13일 한국 형사법 사상 처음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이 전쟁선포에 즈음하여 “이제 흉악범과 누범자에 대해서는 온정주의적 형사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외근순찰 경찰을 무장시켰고, 이례적인 속결재판과 함께 확정 사형수에게 조기 사형집행을 지시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에 따라 흉악범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키로 하고 신체적 고통이 따르는 초중구금교도소를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이 계획은 5공 출범 초기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에 따라 실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은 범죄전쟁선포 직후 대법원장을 찾아가 해당 흉악범에 대한 신속한 재판과 중형선고를 요청했고, 대법원장은 즉시 하급법원에 그 요지를 하달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90년 12월 31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법률 제4295호)이 제정되어 엄벌주의 기류가 제도의 틀 위에 형성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엄벌주의가 한동안 야단법석을 피웠지만 범죄증가율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1979년 우리나라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1480명이었다. 1987년 우리나라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2274명이었다. 그러나 1992년 우리나라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2837명까지 증가했다. 중범죄 및 흉악범죄에 대한 전쟁선포와 함께 취했던 일련의 엄벌주의 조치들은 유감스럽게도 범죄예방의 관점에서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대량구속과 함께 강화된 의법처단이 범죄율의 지속적인 감소에 기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강벌적 조치가 범죄심리를 억지하고, 사회적 불안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편견 때문에 형사정책입안자들은 강벌주의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2010년도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3795명으로, 전년도 4356명보다 감소추세로 돌아섰지만, 그 해 형사정책당국과 입법자들은 형벌위하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종전 유기징역형 상환을 15년에서 30년으로, 또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는 종전 25년에서 50년으로 대폭 상향하는 형법개정조치를 취했다. 둘째, 거듭되는 가석방기간의 연장 시도이다. 현행 형법은 자유형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 가운데 개선 의지가 현저한 자를 무기형의 경우 20년, 유기형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하면 보호관찰부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가석방은 수형자를 조기석방시키는 제도이다. 이것이 범죄피해자 및 국민의 법 감정과 상충하는 일면이 있어, 법집행의 공정성 제고와 정의이념 충족의 측면에서 정책당국은 가석방의 조건인 복역기간을 더 연장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유기형의 경우 형기의 2분의 1이나 3분의 2를 경과한 후, 무기형의 경우 25년을 경과한 후로 변경하여 조건을 더욱 까다롭고 무겁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박한 일반인들은 징역형으로 구금된 범죄자가 조기 석방됨으로써 사회안전망이 위협받는다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범죄자들은 일정 복역기간이 지나면 석방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 없이는 교도소내에서 재생의 길을 원만히 걸어갈 수 없다. 재사회화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시설내 구금만큼 문제점이 많은 행형제도도 없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고위험 범죄문제를 풀기 위해 정책당국들은 너무 손쉽게 엄벌주의에 흐르는 경향이 있다. 엄벌주의는 고단위 항생제 같아서 최후수단으로 고려해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자주 쓰면 사회안전 생태계를 사막화시킬 수 있다. 형법정책과 형사정책은 결코 법적 인기영합주의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가형벌권은 인권보장과 적법절차를 따른 절제된 범죄통제수단이지, 인권침해도 불사하는 과도한 범죄통제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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