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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친화국 한국, 적극적 실천 보일 때”

    “난민친화국 한국, 적극적 실천 보일 때”

    “지금은 유례없는 ‘난민 위기의 시대’입니다. 어느 때보다 범국가적 대응이 절실합니다. 그간 난민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한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기대합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유엔대표부 사무실에서 만난 나비드 사이드 후세인(57)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난민 인권 친화적 국가’라고 평가했다. 파키스탄과 영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그는 지난달 19일 한국대표부 대표로 부임했다. 후세인 대표는 “한국은 1992년 ‘1951년 유엔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부터 독자적으로 난민법을 시행했다”며 “지난해까지 한국 정부의 모금액이 1595만 6657달러로 ‘2000만 달러 클럽’ 진입을 앞두고 있는 등 유엔난민기구에 대한 경제적 기여가 높은 점도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미얀마 카렌족 난민 22명을 받아들이면서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가가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후세인 대표는 “현재 두 번째 재정착 그룹을 받기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15위권의 경제 강국인 만큼 난민 수용의 폭을 좀더 넓혀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난민신청자는 1만 6979명이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4%가 채 안 되는 588명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 신분인 927명을 합쳐도 8.9%(1515명) 정도다. 세계의 평균 난민 인정률인 32%와는 아직 격차가 있다. 그는 “한국의 경우 난민 신청 절차가 너무 길고 복잡하다”며 “난민 신청자가 신청을 하는 순간부터 곧바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유엔난민기구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물론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공포심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난민에게 무작정 문호를 개방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다. “테러에 대한 공포가 난민 혐오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가 있지만 이런 편견과 싸우는 것이 유엔난민기구의 역할입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도 난민 문제를 국가안보나 이익의 차원이 아니라 인권의 차원에서 봐 주길 바랍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포토] ‘편견없는 세상을’…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포토] ‘편견없는 세상을’…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Gay Pride Parade)’에서 참가자들이 콜로세움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AF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명의 窓] 잡초와 약초/정찬주 소설가

    [생명의 窓] 잡초와 약초/정찬주 소설가

    내가 사는 산방의 마당은 경사가 사립문 쪽으로 5도 정도 기울어 있다. 비가 내리면 마당의 물은 곧장 사립문으로 흘러 나간다. 배수가 아주 좋은 편이다. 그러나 한두 가지의 단점도 있었다. 비가 올 때마다 물이 너무 잘 빠져 마당의 흙이 쓸려 나가기도 하고 골이 패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당에 잔디를 심자는 묘수를 생각해냈다. 뗏장은 어렵지 않게 면 소재지에서 구할 수 있었다. 뗏장의 평당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잔디가 다 덮이고 나서는 폭우가 쏟아져도 마당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 벽돌 크기만 한 뗏장을 듬성듬성 놓아두었더니 일 년 만에 위아래 마당이 모두 잔디밭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손님들은 단정한 잔디 마당을 보고는 이구동성으로 감탄하곤 했다. 잡초 한 포기 없는 푸른 잔디 마당은 시원하고 말끔했다. 팔순 어머니께서 “아이고 허리야” 하시면서도 아침마다 호미를 들고 사셨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광주로 나가신 뒤부터 잔디 마당은 곧 잡초밭으로 변했다. 글을 쓰려고 낙향한 내가 잡초와 씨름만 하고 있을 수가 없었으므로 이웃 농부에게 부탁하여 예초기를 돌리기도 했지만 한철만 지나고 나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른바 잡초라고 불리는 망초, 질경이, 민들레, 토끼풀, 쑥 등이 창궐했다. 키가 작고 실뿌리가 억센 놈들은 호미로 뽑고, 망초 같은 덩치가 큰 풀들은 손아귀 힘을 썼지만 결국 나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망초를 뽑던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와서 물리치료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오른쪽 어깨 근육통은 망초들의 복수가 틀림없다는 사실이었다. 살려고 사력을 다해 버티는 망초들을 인정사정없이 뽑아댔으니 어깨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반성을 했다. 뽑히고 나서도 흙을 달고 있는 망초의 잔뿌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더욱 들었다. 또한 작년부터는 잡초들이 약초가 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쓸모 있는 어린 생명들이 나의 편견과 주관에 의해서 잡초로 불리며 홀대를 받았던 셈이다. 올봄부터 나는 마당에서 자라는 잔디와 잡초를 차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것들이 웃자랄 때만 사람 이발하듯 예초기를 이용해 손봐주기로 했다. 그러자 뜻밖에 하나둘 변화가 생겼다. 특히 위채 마당은 민들레가 삼삼오오 뿌리 내리더니 아예 노란 민들레 꽃밭으로 변했다. 이제는 민들레 꽃들이 다 지고 꽃대만 쑥 올라와 하얀 솜사탕 같은 홀씨를 달고 있다. 꽃대는 민들레 꽃이 핀 자리보다 두세 배의 키로 솟구쳐 있다. 도회지 사람들은 민들레 꽃대가 왜 저렇게 애를 쓰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나는 민들레 꽃대를 볼 때마다 경외감을 느끼곤 한다. 자신의 씨를 먼 곳까지 많이 퍼트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꽃대를 위로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저 민들레들이 생전의 박완서 선생을 생각나게 하고 있다. 선생은 수년 전에 내 산방을 찾아와 하얀 민들레 꽃 무리를 보시고 서울의 당신 집에 심겠다고 캐 가셨던 것이다. 그날 선생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였다. 그 민들레가 지금도 선생 댁에서 하얀 꽃을 피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문학의 큰 자산이 된 작가에게 선택받은 유일한 민들레가 아니었을까도 싶다. 박완서 선생이 내게 선물로 주셨던 책이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란 산문집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한때 구박했던 내 산방 마당의 잡초들에게 사랑의 박수를 쳐 달라는 부탁이었던 것도 같다.
  • 클린턴, 트럼프에 작심 반격

    “트럼프는 선동가이고 인종차별주의자이다. 우리 정치에 발을 붙이면 안 된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각종 언론를 하느라 인터뷰를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미 언론은 “클린턴이 기자회견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대선 후보 확정 선언을 한 뒤 하루 만에 릴레이 인터뷰에 나섰다”며 “확실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클린턴의 ‘확실한 목표’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공격하는 것이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최근 멕시코계 판사 비난, 트럼프대학 논란 등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며 공세 수위를 눂였다. 클린턴은 A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선동가들이 쓰는 전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 “그가 선동정치를 일반 대중의 지지를 노리기 위한 정치적 ‘게임즈맨십’(gamesmanship·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시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선동은) 잘못됐으며 누구도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또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경선 시작 이후 주장한 막말들을 보면 사람들을 향한 분열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힌 공격들을 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의 멕시코계 판사 비난 발언 이후 공화당 지도부가 그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의 공격들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며 우리 정치에는 발붙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클린턴은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하는데 진정한 해답은 없고 슬로건만 있어 걱정과 불안을 야기한다”고 날을 세웠다. 클린턴은 이어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세금 대폭 감면, 중국 폭탄 관세, 국채 미상환 등을 주장한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세계 경제위기 상황을 어떻게 이끌지 예측하는 것은 쉽다”며 “트럼프의 경제 관련 발언들은 위험할 정도로 앞뒤가 맞지 않고 심각하게 오도됐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 돕기에 적극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NBC방송 ‘지미 팰런 쇼’ 녹화에서 “알다시피 이것(대선)은 리얼리티 TV가 아니다”며 트럼프를 겨냥했다. 공화당이 분열을 일으키는 후보(트럼프)를 택한 것에 행복감을 느낄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행복하다”며 뼈 있는 농담을 했다. 한편 이날 ABC뉴스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대선에서 대의원 538명 중 승리를 위한 과반수(270명)에 가까운 최소 262명을 차지하고 트럼프는 191명을 얻는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
  • 서울시의회 김동승의원, 수돗물 ‘아리수’ 홍보활동

    서울시의회 김동승의원, 수돗물 ‘아리수’ 홍보활동

    서울시의회 김동승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랑3)은 지난해에 이어 6월 9일, 중랑구 묵동 먹골역 일대에서 ‘1일 현장 동부수도사업소장’으로 위촉되어 안전하고 우수한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를 시민들에게 직접 홍보했다. ‘1일 현장 수도사업소’는 수도사업소와 서울시의회가 함께 지역주민에게 찾아가 아리수를 홍보하는 방식이다. 이날 김 의원은 동부수도사업소 직원들과 함께 정수기물이나 먹는 샘물과 비교하여 고도처리된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의 우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 등 다양한 홍보 행사를 가졌다. 또한, 주민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노후 옥내급수관 개량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수도 관련 민원사항도 청취하였다. 김 의원은 “서울시 수돗물은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어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노후 상수도관 등 급수계통에 대한 정비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며 서울시의회 차원에서도 이를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기존의 수돗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편견도 수돗물을 기피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수돗물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돗물의 수질안전성, 경제성, 친환경성 등 우수성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고 시민들이 쉽게 접하고 체감할 수 있는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물고기 기억력 3초? 사람 얼굴 구분하는 물고기도 있다!

    물고기 기억력 3초? 사람 얼굴 구분하는 물고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물고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단순하고 기억력은 물론 학습능력도 거의 ‘제로’(0)에 가까운 멍청한 동물을 연상한다. 이 때문에 기억력이 나쁜 사람들에게 ‘닭’과 함께 ‘물고기’를 들먹이며 놀리곤 한다. 그런데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구별할 줄 아는 물고기가 있다는 것이 처음 발견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호주 퀸즐랜드대 바이오메디컬학과와 수학 및 물리학과 공동연구진은 물총고기(archer fish)가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7일자에 발표했다.  몸 길이가 10~20㎝ 정도의 물총고기는 전갱이류에 속하는 물고기로 민물과 바닷물 모두에서 살고 있다. 입 안에 물을 모은 뒤 멀리까지 정확히 뿜어 물 밖에 있는 곤충을 떨어뜨려 먹는다.  연구팀은 물총고기가 살고 있는 수조 앞에 컴퓨터 모니터를 두고 44명의 얼굴을 30회 정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학습을 시키는 한편 알고 있는 얼굴이 나오면 물을 뿜도록 자극을 줬다. 연구팀은 반복학습이 끝난 뒤 44명 중 22명을 새로운 얼굴로 바꾼 뒤 얼마나 인식하는지 측정한 결과 물총고기의 얼굴인식률은 81%에 이르렀다. 또 44명 중 18명 얼굴의 색깔이나 밝기, 머리모양 등을 바꾼 다음에도 인식을 하는지 실험한 결과 얼굴인식 성공률은 86%로 나타났다.  카이트 뉴포트 옥스퍼드대 교수는 “사람이 얼굴을 인식할 때는 뇌의 1차시각피질에서 정보를 받은 다음 뇌의 다양한 부위가 작동하는데 뇌 구조가 단순한 물총고기는 어떻게 얼굴을 인식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물고기가 물총고기처럼 얼굴 인식을 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물고기들이 ‘멍청하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서울광장] ‘문제는 조현병이야, 쟤가 그랬어!’/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제는 조현병이야, 쟤가 그랬어!’/임창용 논설위원

    만약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의 범인이 조현병 환자가 아닌 게임 중독 소년이었다면? 게임 중독자들이 심심찮게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걸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가정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 정부는 예방대책으로 게임 중독자들에 대한 강제 입원 방안을 내놓았을까? 게임을 모방해 살인했다고 게임 중독 청소년들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을까? 그중 위험성이 높은 중독자들을 선별해 격리 치료하겠다고 하면 수백만 학부모들은 뭐라고 할까? 경찰은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조현병이 원인이라고 단정했다. 수차례 입원 경력이 있고, 최근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의 진단은 맞을 수 있다. 범인이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니까. 물론 정신 감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그런데 처방이 너무 과하다. 정부는 정신질환자들의 범행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들을 쉽게 격리 치료할 수 있는 행정입원명령의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고 한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게다가 약 50만명으로 추정되는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다. 우리나라에선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참 심하다. 시내 어딜 가도 신경정신과 병원은 많은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스트레스가 심해 정신과를 찾을 때도 몰래 간다. 정신질환자들은 누군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제대로 항변하지 못한다. 이번처럼 인권침해 소지가 큰 정책을 정부가 내놓아도 병력이 드러날까 봐 조용히 숨죽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강제 입원이 무서워 외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환자가 나올까. 2007년 한국인 여성 K씨는 캐나다에서 딸과 함께 난민신청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조현병으로 세 차례 강제 입원 경험이 있었다. 입원 과정과 병원 내 실태, 퇴원 거부 경험 등에 대한 자료를 난민보호국에 제출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K씨의 딸은 “한국에 돌아가면 국가의 보호 아래 있게 되고, 엄마의 거취를 알 수 없게 되고,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2년 ‘정신질환자의 법적 지위: 배제에서 통합으로’란 논문에서 소개한 사례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정부는 사실상 조현병 환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려 한다. 근거도 미약하다. 2013년 한 해 128만여명의 범죄자 중 범행 시 정신장애 상태에 있었던 범죄자 비율은 0.4%(3251명)에 불과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상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 비율 42.1%(54만 5887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에선 조현병 관련 폭력 범죄가 전체 범죄의 3% 정도에 불과하다는 연구도 있다. 정신질환자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특별히 공격 성향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행정입원명령이 강화되면 조현병 환자들은 치료받기를 더욱 꺼릴 것이다. 치료만 받아도 조사와 관리 대상이 되는데 병원에 가려 하겠는가. 이럴 경우 병세만 악화될 게 뻔하다. 의료계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조현병 환자는 지금도 정신보건법에 의해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보호자 2인과 정신과 전문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고 상황이 급박한 경우 의사와 경찰관 동의를 받아 응급 입원시킬 수도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우리나라 정신질환자들의 평균 재원 기간은 247일로 세계 최장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18~52일에 불과하다. 이미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이 청구돼 있다. 한데 이번엔 경찰이 입원을 직접 강제할 수 있도록 행정입원명령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소수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듯해 몹시 불편하다. 묻지마 범죄에 대한 책임론이 끓어오르자 ‘문제는 조현병이야, 쟤가 그랬어’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것 같아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범죄에 대한 사회의 분노가 모든 조현병 환자들에게 향할까 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지난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직후였다.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이 아직은 소수 약자를 지켜 주는 성숙한 시민사회임을 믿고 싶다. sdragon@seoul.co.kr
  • 법원 “지만원, ‘5·18 배후 북한군’ 주장땐 1회당 200만원 배상해야”

    법원 “지만원, ‘5·18 배후 북한군’ 주장땐 1회당 200만원 배상해야”

    법원이 ‘5·18 북한군 배후설’을 주장해 물의를 빚은 보수논객 지만원(74)씨와 인터넷 매체 뉴스타운에게 같은 주장을 또다시 유포할 경우 금전적 배상을 하도록 명령했다. 7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21부(부장 김동규)는 재단을 비롯한 ‘5월 단체’(5·18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이 제기한 뉴스타운 호외 발행 및 배포금지 가처분 확정 신청을 받아들이고, 지씨 등의 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뉴스타운 호외 1, 2, 3호 발행 및 배포, 호외와 비슷한 내용의 인터넷 글 게시 등을 금지하고 지씨 등이 이를 어기면 5·18기념재단 대표이사, 5·18구속부상자회, 부상자회, 유족회 대표, ‘광주 민주화 운동’ 당사자 2인 등 원고 측에 각각 200만원씩을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가처분 결정과 마찬가지로 뉴스타운 보도 내용과 지씨 주장은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고 참가자들에 대한 비하,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발행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1980년 5월 당시 촬영된 사진에 등장하는 시민과 북한 지도층 인물의 신체 일부를 비교해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원이 침투했다는 피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뉴스타운과 지씨가 이런 행위를 지속할 위험성을 고려해 가처분 결정 보전과 강제 필요성을 인정했다. 뉴스타운은 광주 민주화 운동 배후에 북한군이 있다는 내용 등을 담은 호외를 발행하고 수차례에 걸쳐 서울 대학가와 광주, 대구, 경남 통영, 전남 목포 등에 배포했다.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촬영된 사진에 등장한 시민을 광주에서 활동한 북한특수군, 이른바 ‘광수’라고 지칭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 자본이 해외로 손을 뻗치는 이유/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열린세상] 중국 자본이 해외로 손을 뻗치는 이유/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투자는 글로벌 시장의 6분의1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올 1분기 해외 M&A 총규모는 6820억 달러이며, 이 중 15%인 1010억 달러가 중국 기업들의 몫이다. 2015년 중국 해외투자 총액 1090억 달러에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의 해외 M&A는 이미 전 세계 M&A 판도를 바꿔 놓고 있다. 중국화공은 지난해 73억 유로에 이탈리아 타이어 업체 피렐리를 인수했다. 올 초에는 스위스 농업기업 신젠타를 44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자본을 내세워 세계를 경영하고 디자인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중국 자본의 해외기업 인수는 첫째, 경기하락과 경기회복 둔화로 해외 많은 양질의 기업 자산이 저평가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적은 자금으로 기술력과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을 흡수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둘째, 현재는 기술혁명 4.0 시대로의 진입 초기 단계로 새로운 업태(業態)와 신기술·신산업이 속출하는 시기다. 글로벌 500대 기업이라도 신영역에서는 아직 독점 지위를 갖고 있지 못했을뿐더러 기업 순위 자체도 신생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급속하게 바뀌는 시대다. 세계 1000개 기업 순위는 과거 10년간 712곳이 교체됐다. 중국 기업들은 신생 산업에 대한 M&A를 통해 선도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국제화에 익숙한 중국의 대형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M&A를 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동시에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창의는 기업들에 지금껏 생각지도 않던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영역에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사고방식과 글로벌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특히 원자재와 기술 확보를 위한 중국 정부의 대외 투자촉진 정책은 국내보다 유리한 대출조건 및 정부 펀드 투자 등에 대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 역시 선진국들과의 공동투자 합작플랫폼을 구축해 중국 기업과 개인들의 해외 투자를 위한 편리한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셋째, 세계 각국 기업들의 중국 기업에 대한 혐오와 배척 및 편견은 중국 기업들의 선진화와 중국 내수시장에 따른 기대로 많이 약화됐다. 선진국 정부나 기업은 중국으로부터의 직접 투자를 원칙적으로 희망하고 있다. 국가자본주의 관점에서 국유기업에 의한 투자는 경계 대상이고, 중국 기업에 의한 M&A 방식은 심리적 저항이 크다. 하지만 노조 포용, 현지 문화 존중, 경영권 일임은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의 국제화 걸음을 위한 우선 선호 지역이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혁신과 벤처 창업의 대명사다. 그러나 중국 자본은 실리콘밸리보다 실리콘밸리 밖에 있는 혁신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미국 간의 혁신적인 과학기술 협력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 중국 자본의 미국 핵심 기술 기업의 초기 단계에 대한 지분투자로 기술이나 브랜드를 획득하고 이를 중국 내수시장과 중국 제조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이후 중국 시장 및 세계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81년 전후까지만 해도 2만 5000명의 인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전체 연구개발(R&D)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었다. 10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부터 500명 이하 소기업의 R&D 비용이 전체 미국 기술개발 비용의 20%를 넘어선 반면 대기업의 비중은 35%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 선도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는 ‘미국 기술’과 ‘중국 시장 및 중국 제조’의 완벽한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중소기업은 미국 대기업과 달리 중국 자본에 대해 개방적이고 환영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미국에 대한 투자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투자 영역은 산업별 가치사슬 전반에 분포돼 있다. 2015년 중국의 대미 투자는 171건을 기록해 15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1분기는 300억 달러가 투자돼 이미 지난해 1년 기록을 초과했다. 2015년 중국의 대미 투자로 1만 3000개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개인과 가계에 대한 투자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미국도 중국 기업의 국제화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 [현장 블로그] 서울대생 도서관 대여 1위는 日소설이라는데…

    [현장 블로그] 서울대생 도서관 대여 1위는 日소설이라는데…

    최근 서울대에 소설책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올해 들어 5일까지 가장 많이 대여한 책이 59명의 학생이 빌려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입니다. 또 10위 안의 책 중에 소설이 4권이나 들어 있습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정유정의 ‘7년의 밤’,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이 각각 7, 8, 10위였습니다. ●장편소설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최다 소설책 바람이 신선한 변화로 거론되는 이유는 통상 수업 시간에 다루는 고전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의 인기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2005년에는 ‘서양미술사’나 ‘양자역학’과 같은 순수 학술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양 수업에서 권장한다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2013년과 2014년에 1위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6위로 떨어졌습니다. 역시 교양 수업에서 사용되는 아우리피데스의 ‘비극’도 지난해 대출 순위 1위였지만 올해는 일본 인기 소설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렸습니다.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인문학 열풍’과 연관 지었습니다. 교과 수업보다 자신의 인생에 필요한 책을 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 대출 순위에서 공동 3위에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와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이 오른 것도 같은 이유라는 거죠. ●“인문학 열풍·팍팍한 학점 관리 영향” 반면 학생들이 교양 수업 권장 서적마저 잘 읽지 않아서 마니아층이 있는 소설이 대출 1위로 올라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취업 전쟁에 학점 관리하기도 힘든 대학 생활에서 제대로 된 책을 읽을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는데요. 소설이라도 읽으면 다행이라는 겁니다. 올해 들어 5개월간 서울대생 1만 6000여명이 중앙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은 7만 6088권입니다. 한 명이 한 달에 평균 0.9권꼴로 약 한 권 가량 읽은 셈입니다. 어쩌면 서울대 학생들은 어려운 책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견일지도 모릅니다. 한 학생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대생이라고 꼭 어려운 책만 읽나요. ‘꼰대’처럼 학벌 문화를 조장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무한도전 무적핑크 누구? 서울대 출신+미모 “‘덕질’을 작품으로 승화”

    무한도전 무적핑크 누구? 서울대 출신+미모 “‘덕질’을 작품으로 승화”

    ‘무한도전’ 릴레이툰 특집에 등장한 ‘무적핑크’ 작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4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릴레이툰’에는 무적핑크, 기안84, 윤태호, 주호민, 이말년, 가스파드 등 6명의 인기 웹툰 작가들이 출연했다. 이 중 유일한 홍일점이었던 ‘무적핑크’ 작가는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무적핑크 작가(소속 와이랩)는 서울대에 재학 중인 미모의 작가로 ‘실질객관동화’라는 새로운 형식의 웹툰을 통해 ‘최연소’ 데뷔한 작가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조의 팬클럽인 ‘뽀레버 탕평’을 만들 정도로 역사를 좋아했고, 그러한 ‘덕질’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만든 것이 방송에서 소개된 ‘조선왕조실톡’이다. ‘조선왕조실톡’은 역사 속 인물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SNS를 이용하여 채팅을 한다는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조선왕조실록’, ‘동궁일기’, ‘비변사등록’ 등을 사료로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시트콤처럼 유쾌하게 재해석했다. 웹툰은 회당 조회수 150만에 육박하며, 단행본은 무려 18주 동안이나 역사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영상화도 성공, “웹툰히어로-툰드라쇼”라는 시트콤으로 제작돼 시즌 2까지 방영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젊은 세대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유명하다. 온라인에서도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국사 점수가 오른다’, ‘어제 시험을 봤는데 “조선왕조실톡”이 등장했다’ 등의 반응으로 화제가 되었다. 또한 ‘만화는 유해하다’라는 편견을 깨고 ‘자식들 성적 좋아지는 유익한 만화’로 알려지면서 학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역사 전문가들에게도 교육적인 성격과 재미라는 요소를 둘 다 잡은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무적핑크 작가는 소속사 와이랩을 통해 “평소에도 워낙 좋아하던 프로그램이라, 나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며 “무한도전으로 인해 웹툰이라는 장르와 작가들에 대한 시청자분들의 호감이 높아지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특파원 칼럼]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냐구요?/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냐구요?/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여성 특파원’으로 생활한 지 2년이 넘었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남성이다. 최근 남성들과의 한 모임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여성이니 힐러리를 지지합니까, 아니면 싫어합니까?”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질문자는 “여자의 적은 여자 아닌가요? 힐러리가 그래서 불리하다니까…”라고 말했다. 동석한 남성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는 “이건 남녀 문제가 아니지요.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 두 번 방한했을 때 외교부 풀기자로 지근거리에서 봤는데, 외교 경험이 풍부하고 훌륭한 지도자로 평가할 만했다”고 말했다. 질문자는 이에 “한국에 두 번이나 갔었나요?”라며 멋쩍어한 뒤 서둘러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미국은 능력 있는 ‘여성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2008년에 이어 대권에 재도전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로 굳어지고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로 해야겠다. 2008년 클린턴이 패배한 이유를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유권자들이 이번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워싱턴DC의 한 싱크탱크 전문가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노동자층 백인 남성들은 여성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시골에 가면 여성들도 힐러리를 싫어한다.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여성 비하 등 ‘막말의 달인’ 트럼프는 클린턴이 TV 토론에서 보인 행동뿐 아니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스캔들까지 끄집어내 클린턴의 여성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지난 4월 말 경선 승리 연설에서 “힐러리가 ‘여성 후보 카드’를 쓰고 있는데 그가 남성이라면 득표율 5%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 후보이기 때문에 높은 ‘동정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철저한 여성 무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소속 존 히켄루퍼 콜로라도 주지사는 지난달 29일 한 인터뷰에서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스캔들’에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힐러리가 남성이었다면 다르게 다뤄졌을 것”이라며 클린턴이 여성이기 때문에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이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더 많은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이 ‘여성 혐오 살인’인지, ‘묻지마 살인’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한국 화장실부터 미 대선까지 퍼져 있는 것이 2016년 오늘날의 현실이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검증받은 클린턴 대신 여성과 히스패닉, 무슬림 등을 무시하는 성·인종 차별주의자 트럼프의 손을 들어 주는 날이 온다면 남녀평등과 공존은 돌이킬 수 없이 후퇴할 것이다. 문뜩 최근 기사에 많이 나오는 첫 여성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재닛 옐런과 첫 여성 국제통화기금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여성 후보 5명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chaplin7@seoul.co.kr
  • 제 선택은요… 피아니스트 ‘맞짱’ 관객은 ‘심판’

    제 선택은요… 피아니스트 ‘맞짱’ 관객은 ‘심판’

    안드레아스 컨·폴 시비스 90분 공연 라운드마다 관객에겐 ‘선택의 재미’ 엄숙하고 진중한 기존의 클래식 무대는 기억에서 지워라. 쇼맨십 넘치는 피아니스트들이 티격태격 싸워 가며 연주 대결을 펼친다. 오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노 배틀’이다. 공연의 흐름, 대결의 승자를 판가름내는 주역은 관객들이다. 독일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컨(오른쪽)과 폴 시비스는 90분간의 공연에서 5차례 실력을 견준다. 한 라운드의 대결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객석에서 흑백 투표용지를 들어 올려 ‘승자’를 가린다. 관객의 선택을 받은 피아니스트는 다음 라운드의 곡이나 대결 순서 등을 정하며 주도권을 쥐게 된다. 이 때문에 ‘피아노 배틀’은 클래식 공연을 선택하는 주요 요소인 레퍼토리를 절대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주어진 팁이란 쇼팽, 리스트, 드뷔시 등의 곡이 연주된다는 것 정도다. 클래식은 지루한 음악이라는 편견에 싸인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공연이다. 텔레비전쇼 형식을 입힌 경쟁 구도에 승자가 된 피아니스트가 펼치는 자축 세리머니, 관객을 무대에 끌어올려 펼치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피아노 배틀’은 2009년 홍콩시티페스티벌에서 프로젝트 공연으로 시작됐다.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에서 투어가 이뤄졌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이 매진되면서 올해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 부천, 안산, 울산 등을 돌며 ‘선택의 재미’를 안긴다. 1만~10만원. (02)2658-3546.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조선족 사투리… 늘 외국인 취급받아요”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조선족 사투리… 늘 외국인 취급받아요”

    “조선족(중국 동포) 사투리 때문에 늘 외국인 취급을 받았죠. 손자만이라도 한국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지난 26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중국 지린성(吉林省) 출신 김모(78)씨는 “1994년부터 22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조선족에 대한 편견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할머니 “손녀, 한국 아이에게 놀림당해” 이곳 대림2동은 주민 2만 4266명(3월 기준) 가운데 34.5%가 중국 동포다. 대표적인 다문화 지역이다. 중국인까지 포함하면 다문화 주민이 40.3%에 이른다. ‘작은 중국’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붉은색 한자 간판이 많은 걸 빼곤 다른 동네와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 동네엔 모두가 아는 비밀 하나가 생겼다. 어느 쪽이 먼저랄 것 없이 다문화가구는 모여들고, 원주민이라 할 한인 주민들은 떠난다는 사실이다. 학교 앞에서 손녀를 기다리던 구모(72·여)씨는 “아이가 이전 학교에서 한국 아이들에게 자주 놀림을 당해 할 수 없이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며 “그래도 지금은 편안하게 학교에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로·금천 학교 10곳 학생수 18.9% 줄어 다문화가정 아이가 늘면서 한국 학생들이 학교를 옮기는 사례는 비단 이곳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 동포 밀집 지역이 있는 영등포·구로·금천구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10%를 넘는 학교 10곳을 조사했더니 2012년 5878명이던 학생 수는 지난해 4767명으로 18.9%(1111명) 줄었다.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는 이모(32)씨는 “조선족 가정의 아이와 마찰은 없지만 아무래도 한국 아이들이 많은 곳으로 전학을 보내고 싶다”며 “경제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동네를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교 앞의 한 음식점 주인은 “한국 아이들은 향신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이 골목으로 잘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김모(40)씨는 “편견이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조선족을 범죄자로 일반화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한숨지었다. 손자·손녀만은 한국 아이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소망이 이뤄지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 男들의 실패, 여자에게 돌리다… “오! 빠따 뽑았다 널 때리러가”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 男들의 실패, 여자에게 돌리다… “오! 빠따 뽑았다 널 때리러가”

    지난 17일 벌어진 강남역 살해사건과 관련으로 촉발된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한 담론을 묻기 위해 29일 서울신문이 만난 10명의 교수들은 여성 폄하 유머, 외모 평가, 악성 댓글 등 일상의 여성 혐오를 우선적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일상화돼 있는 상황을 자연스레 경험하게 되는 우리의 사회화 과정이 역설적으로 여성 혐오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딸이니까 참아야 하고, 누나는 남동생의 밥을 챙겨줘야 하고, 딸이나 여동생은 절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녀서는 안 되고, 여성 부하는 으레 직장 상사에게 술을 따르거나 행사 음식을 하는 것과 같은 성적 차별과 폭력에 우리 사회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 여성 혐오의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여성 혐오 갈등의 창구로 인터넷과 미디어를 들었다. 그는 “여성을 혐오하는 메시지들이 오랜 기간 ‘유머’로서 유통됐다”며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라 같은 노래 가사를 ‘오! 빠따 뽑았다. 널 때리러 가’라는 식의 유머로 둔갑시키는 등의 문화는 여성에 대한 공격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사소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허성우 성공회대 여성학과 교수는 ‘여성 혐오 발언도 표현의 자유’라는 일부 남성의 주장에 대해 “서로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표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며 비난과 조롱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교육받은 여성들이 고위직에 진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남성에 비해 취업률도 낮고 직장의 질도 높지 않다”며 “남성의 역차별론은 한두 가지 현상을 마치 전체의 것인 양 일반화하는 대표적 오류”라고 말했다. 강남역 살해 사건 자체에 대한 시각은 다양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빈부 격차에 따라 부적응 집단을 중심으로 분노와 불만이 쌓이는데 사회적 약자는 그 욕구와 분노를 직접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동네 단위의 상담 및 복지기관을 만들어 부적응자들이 상시적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역 사건과 여성 혐오가 딱 떨어지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에 참여한 것은 일상적인 여성들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과 공포를 보여주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찰은 조현병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이 병은 방어적인 특성이 있어 다른 정신적 상태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현병 환자가 위험하다거나 여성 혐오를 품은 사람이라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대부분이 여성 혐오의 원인을 가부장적 사회에서 찾았다.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가부장적인 시대처럼 여자는 약자여야 하는데 약자가 아닌 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며 “직업도 없고 어려움을 겪는 남자들이 권력자에게 분노를 표시하기보다 힘이 없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녀, 혹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보다 산업, 경제 발전, 경쟁, 경제적 위기에 대한 담론이 늘 먼저였다”며 “공감의 능력, 보살핌을 더 중요한 가치로 만드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윤 교수는 “일부 남성들이 실패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며 “남성 역차별론의 대표적 대상인 군필자 가산점 논란도 취직이 안 됐을 경우 본인 안에서 책임을 찾지 않고 타인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빚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해자를 병리화, 악마화시켜서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고 축소하려는 시도, 진단, 대책들은 기존의 차별적 성 질서를 강화할 뿐”이라며 “여성들에게 이 사건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오랫동안 존재한 일상적 비하, 차별, 폭력 등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대책에 대해서 장필화 교수는 민감성 훈련과 성 인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색안경, 장갑, 모래주머니 등을 지고 노인의 상태를 겪으면서 노인을 이해하는 것처럼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의 시선을 느껴 보는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성차별 편견 등 의식적으로는 남녀가 많이 동등해졌는데 문제는 여권을 신장시킬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라며 “면접을 보면 제대로 된 남자가 없다는 식의 남성 쿼터제 얘기가 많은데, 그보다는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에도 고위직이 적은 상황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복면가왕 강지섭, ‘예술가 김선생’ 상상초월 정체 “성별 잘못 알고 있더라”

    복면가왕 강지섭, ‘예술가 김선생’ 상상초월 정체 “성별 잘못 알고 있더라”

    배우 강지섭이 ‘복면가왕’에 ‘예술가 김선생’으로 출연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강지섭은 29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 ‘예술가 김선생’의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강지섭은 ‘거리의 악사’와 1라운드 대결에서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선보이며 큰 환호를 받았다. 김선생의 정체를 두고 배우 이기수, 서하준 등이 거론됐지만 김선생은 배우 강지섭이었다. 상상치도 못한 ‘김선생’의 정체에 스튜디오가 술렁였다. 강지섭은 “목소리 편견을 깨기 위해 출연했다. 제 데뷔가 사실 여성스러운 목소리였다.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작가님이 하이톤 연기를 주문했다. 약간 하이톤으로 연기했는데 성별을 잘못 아시더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복면가왕’ 출연으로 인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생겼다. 드라마 OST나 뮤지컬을 통해 대중 여러분을 많이 찾아뵙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MBC ‘복면가왕’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엘사에게 여친, 캡틴에게는 남친…동성애 캠페인 왜?

    엘사에게 여친, 캡틴에게는 남친…동성애 캠페인 왜?

    최근 개봉돼 전세계적인 흥행을 이끌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생길 지도 모르겠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LA타임스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어주라'는 온라인상의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미 SNS상에 ‘#GiveCaptainAmericaABoyfriend’라는 해쉬태그로 진행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이달 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Frozen)의 주인공 '엘사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주라'(#GiveElsaAGirlfriend)는 운동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로는 유머 캠페인 같지만 그 안에 깔려있는 배경은 생각보다 깊다. '엘사에게 여자친구' 캠페인은 지난 1일 작가 알렉시스 이사벨의 트윗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사벨은 트위터에 “디즈니가 엘사를 레즈비언으로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적었고 이 트윗은 순식간에 퍼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곧 어린이들에게 영향력있는 엘사를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상징으로 만들어 편견을 없애겠다는 생각인 것. 성적소수자들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엘사를 그 '상징'으로 낙점한 것은 겨울왕국에서 보여준 캐릭터 성격과 맞물려있다. 잘 알려진대로 극중 엘사는 모든 것을 얼리는 능력을 감추며 평생을 스스로 격리돼 살다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남과 다른 성(性)정체성을 감추고 살다가 세상을 향해 커밍아웃하는 성적소수자들의 행동과 비교하기도 한다. 실제 겨울왕국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은 개봉 당시에도 있었다. 미국 내 일부 종교인과 블로거들이 겨울왕국에 동성애적 코드가 깔려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종교인들과 평론가들이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면서 논란은 잠잠해졌다.    이번에 캡틴 아메리카가 그 대상에 오른 이유는 최근 개봉된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의 흥행과 맞물려 있다. 원래 캡틴 아메리카는 사망한 애인을 둔 이성애자지만 현재 연인은 없는 상태다. 이에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애인 1순위가 바로 영화 속 오랜 친구인 ‘버키 반즈’다. 특히 '시빌워’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다소 억지스러울 정도로 버키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캠페인에 동참한 팬들은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와 버키는 어린시절부터 친구로 이미 사랑하는 사이"라면서 "로저스는 버키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목숨걸고 싸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팬들은 "LGBT와 찬성론자들은 자신들의 생각만을 너무 강요하는 것 같다"면서 "기존 인물을 건드리지 말고 차라리 새로운 LGBT 캐릭터를 투입하는 것이 낫다"며 반박했다.   난데없는 캡틴 아메리카의 남자친구 주장과는 달리 엘사의 '변신'은 보다 현실성이 높다. 특히 지난 22일 엘사 목소리를 연기한 가수 겸 배우 이디나 멘젤은 "엘사에게 여자친구라는 아이디어는 매우 멋진 생각"이라면서 "디즈니가 그렇게 하기 바란다"며 이 캠페인에 힘을 실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범종교계 “퀴어축제 반대 행사 개최”… 보혁 충돌 양상

    범종교계 “퀴어축제 반대 행사 개최”… 보혁 충돌 양상

    진보 NCCK 공론화가 갈등의 단초 한기총선 ‘동성애 합법화 반대’ 선언 ‘동성 혼인신고 각하’로 논란 증폭될 듯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배려해야 한다.’ ‘창조 질서와 전통 가치를 거스르는 혐오행위다.’ 종교계에 동성애와 성소수자 문제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종교 간은 물론 교단·종단 간 입장 차가 커 접합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충돌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동성 간 혼인신고 각하 결정에 따라 동성애를 둘러싼 종교계의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우선 다음달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동성애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종교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보수 성향의 개신교, 천주교, 불교, 유교 단체들이 국내 대표적 동성애 축제인 이 행사를 적극 반대할 태세다. 이들은 최근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퀴어축제반대준비위)를 발족, 퀴어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옆 대한문광장에서 개신교 연합기도회와 국민대회 ‘생명-가정-효 페스티벌’로 짜인 반대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 자리가 온 국민의 동성애 반대의사가 표출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향후 종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종교계의 동성애 논란은 주로 개신교의 보수·진보 교회 간 입장 차에 머물러 있었다. 진보적 교단 연합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해부터 성소수자의 인권 존중과 배려를 공론화한 게 갈등의 시초로 여겨진다. NCCK는 “세계 교회가 점차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추세인 만큼 국내 교계에서도 혐오만 하지 말고 건강한 논의를 해보자”며 동성애에 대한 이해를 담은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출간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연임에 성공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올해 초 한기총의 주요 계획 중 하나로 ‘동성애 합법화 반대’를 꼽은 뒤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동성애를 옹호하는 일련의 행위를 거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보수 교단의 동성애 반대 운동이 거세게 몰아쳤고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국내 개신교계에선 처음으로 동성애와 관련한 징계 조항까지 신설했다. 이 조항은 목회자가 동성애를 찬성 동조할 경우 정직 면직은 물론 출교(교적 삭제)까지 내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적 성향의 집단이긴 하지만 불교, 천주교, 유교계의 단체들이 퀴어문화축제 반대에 동조하고 나서 종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서부지법이 동성애자인 김조광수·김승환씨의 동성결혼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은 종교계의 동성애 논란을 가열시키는 쏘시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보수 성향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즉각 법원의 판결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2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성소수자 부모님 초청법회’를 열 예정이다. 사회노동위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차별을 넘어 혐오와 박해를 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에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며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함께 나누는 법석으로 법회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종교계의 뜨거운 감자 동성애

    종교계의 뜨거운 감자 동성애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배려해야 한다.’ ‘창조 질서와 전통 가치를 거스르는 혐오행위다.’  종교계에 동성애와 성소수자 문제가 뜨거운 논란 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종교간은 물론 교단·종단간 입장 차가 커 접합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충돌 양상까지 빚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동성간 혼인신고 각하 결정에 따라 동성애를 둘러싼 종교계의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우선 다음달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동성애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종교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보수성향의 개신교, 천주교, 불교, 유교 단체들이 국내 대표적 동성애 축제인 이 행사를 적극 반대할 태세다. 이들은 최근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퀴어축제반대준비위)를 발족, 퀴어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옆 대한문광장에서 개신교 연합기도회와 국민대회 ‘생명-가정-효 페스티벌’로 짜여진 반대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이 자리가 온 국민의 동성애 반대의사가 표출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향후 종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종교계의 동성애 논란은 주로 개신교의 보수-진보 교회간 입장 차에 머물러 있었다. 진보적 교단 연합체인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해부터 성소수자의 인권 존중과 배려를 공론화한 게 갈등의 시초로 여겨진다. NCCK는 “세계 교회가 점차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추세인 만큼 국내 교계에서도 혐오만 하지 말고 건강한 논의를 해보자”며 동성애에 대한 이해를 담은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를 출간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연임에 성공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올해 초 한기총의 주요 계획중 하나로 ‘동성애 합법화 반대’를 꼽은 뒤 “인권이라는 미명아래 동성애를 옹호하는 일련의 행위를 거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보수 교단의 동성애 반대 운동이 거세게 몰아쳤고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국내 개신교계에선 처음으로 동성애와 관련한 징계조항까지 신설했다. 이 조항은 목회자가 동성애를 찬성 동조할 경우 정직 면직은 물론 출교(교적 삭제)까지 내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적 성향의 집단이긴 하지만 불교, 천주교, 유교계의 단체들이 퀴어문화축제 반대에 동조하고 나서 종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서부지법이 동성애자인 김조광수·김승환씨의 동성결혼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 각하결정을 내린 것은 종교계의 동성애 논란을 가열시키는 쏘시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보수성향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즉각 법원의 판결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27일 오후 7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성소수자 부모님 초청법회’를 열 예정이다. 사회노동위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차별을 넘어 혐오와 박해를 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에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며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함께 나누는 법석으로 법회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야구술사’ 허구연 해설위원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야구술사’ 허구연 해설위원

    지난 21일 저녁 서울 효창공원 근처 사무실에서 만난 허구연(65)은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은 날”이라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 때문이었다. 주말인 그날 아침 이대호는 홈런 1개를 포함해 2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이대호를 사랑한다고 했다. 빵 한 봉지를 위해 야구를 시작했지만 늘 변함없이 유지해 온 밝은 미소, 어렵게 키워 주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흘리는 눈물. 그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모든 장점이 한데 모여 현실로 구현된 선수가 이대호”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야구에 신세를 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감독님, 저 대학 가고 싶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1970년 11월 말 서울 중구 소공동 상업은행 본점(현 한국은행 별관) 사무실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제자의 폭탄선언을 들은 이곳 상업은행 야구단 장태영(1999년 작고) 감독님의 표정엔 실망과 배신감이 교차했다. 그해 초 어렵게 팀에 들인 주축 4번 타자가 갑자기 야구를 때려치우겠다니…. 그것도 경남고 후배라고 각별히 아껴주었는데. 감독님은 끝까지 나의 청을 수용하지 않으셨다. 결국 나는 도망치다시피 상업은행을 떠나 이듬해 71학번으로 고려대 체육학과에 체육 특기자로 들어갔다. 그리고 1년 뒤에는 같은 학교 법학과 72학번으로 두 번째 입학식을 가졌다. -1962년 부산 대신국민학교 5학년 때였다. ‘불도저 시장’으로 유명한 김현옥씨가 그해 4월 부산시장으로 왔는데, 그는 취임하자마자 시내 모든 국민학교를 대상으로 ‘부산시장배 야구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우리 학교엔 야구부가 별도로 있었지만 교장 선생님은 “숨은 인재를 발굴한다”며 반마다 한 명씩 추천받아 운동장에서 테스트를 시켰다. 담임 선생님은 유난히 큰 덩치에 달리기와 축구를 잘했던 나를 지목했고, 나는 얼결에 운동장으로 불려 나가 방망이를 들었다. ‘꽝’ 소리와 함께 내가 때린 공이 저 멀리 한참을 날아갔다. -다음날 방과후 야구 감독님과 교감 선생님이 나를 따라 우리 집에 왔다. “그냥 돌아들 가세요.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해서 안 된다니까요.” 아버지는 등을 돌리고 그들을 외면하셨다. 당시 나는 공부도 반에서 1, 2등을 다퉜다. 경기고-서울대 코스를 밟을 아이한테, 난데없이 야구라니. 하지만 아버지와 달리 전날 홈런을 때릴 때의 쾌감이 내 몸속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가 나서서 아버지를 졸랐다. 며칠 후 아버지는 야구부 입단을 허락하셨다. 단,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그리고 경남중 입학시험에 반드시 합격한다는 조건이었다. 내가 기존의 야구부 선수들을 제치고 주전 1루수에 4번 타자가 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학교 우승의 주역이 됐다. 6학년이 돼서는 4번 타자에 더해 ‘주전 투수’란 타이틀이 추가됐다. 만일 ?내가 일곱살 때 집안의 뿌리인 경남 진주를 떠나 부산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경남중 합격은 어렵지 않았다. 아버지와 한 약속대로라면 야구는 이제 끝이었다. 그런데 입학식도 하기 전에 경남중 야구 감독님이 과일을 싸들고 집으로 오셨다. 그날 밤 아버지는 가족회의를 소집하셨다. 내 생각을 말했다. “공부도 좋긴 한데 일단 야구를 좀더 해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단념은 의외로 빨랐다. -중1 입학과 동시에 2, 3학년 형들을 제치고 3~4번 타순을 맡았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경남중·경남고·상업은행·고려대·한일은행에 이르기까지 선수를 하면서 후보 생활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건 내게 한편으론 독이 되기도 했다. 후보 선수의 심정을, 잘해 보고 싶은데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비로소 뼈저리게 느꼈던 건 나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청보 핀토스 감독 시절이었다. 1985년 만 34세 최연소 사령탑으로 주목받으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8승23패로 중도 퇴진했다. 아침마다 ‘허구연의 청보, 허구한 날 패배’, ‘허공만 바라보는 허구연’ 같은 제목의 기사들을 보며 충격과 좌절을 느껴야 했는데, 그게 외려 나에겐 큰 깨달음을 주었다. -고3이 되자 상업은행에서 우리 학교 출신인 장태영 감독님을 통해 집요하게 손짓을 해왔다. 하지만 내가 실업팀에 갈 이유는 없었다. 우리 학교가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을 했던 고1 때 이미 고려대와 연세대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완강히 거부하자 상업은행에서는 “허구연을 보내 주면 다른 선수 한 명을 추가로 받아 주겠다”며 학교 쪽을 공략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럴 게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때 나는 ‘한 명의 친구’를 택했다. 어차피 그 즈음엔 평생 야구를 하기로 마음먹은 터이기도 했다. -상업은행에서는 빳빳한 신권으로 월급을 줬다. 그 돈은 상당 부분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들에게 칼질(경양식) 시켜 주고 맥주 사주는 데 들어갔다. 상업은행 본점 근처 명동은 ‘부산 촌놈’에겐 별천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과 헤어져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져 갔다. 대학수업과 리포트, 여자 친구, 캠퍼스 축제 얘기들. ‘술을 사주는 건 난데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 갔고, 결국 나는 장태영 감독님의 마음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1971년 3월 체육학과에 입학하면서 나는 야구선수와 수험생의 생활을 병행했다. 말하자면 ‘주야야독’(晝野夜讀)이었다. 정식으로 예비고사, 본고사를 거쳐 법과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최초의 국가대표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운동선수들은 무식하다”는 세간의 편견을 깨고 싶었다. 신문 인터뷰에서 “판검사나 변호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야구가 더 좋아서 안 하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듬해 나는 고려대 법대에 신입생으로 다시 들어갔다. 체육 특기자 출신이 고려대 안에서도 입학하기가 가장 어려운 학과로 통했던 법대에 시험을 봐서 합격하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교내에서도 난리가 났다. 야구선수 생활은 계속됐지만 수업을 들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아침 9시에 중간고사를 보고 낮에 동대문야구장에 가서 홈런을 2개 친 날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법대를 졸업할 때쯤 내가 선택한 것은 다시 야구였다. 한일은행 야구단에 들어갔고 다시 국가대표가 됐다. 거기서 치른 1976년 한·일 실업야구 올스타전은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한번 바꿔 놓았다. 상대 선수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쪽 정강이가 두 동강이 났다. 4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퇴원하면 은행에서 일반직으로 일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주산·부기도 못하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결국 김응용(전 삼성라이온스 사장) 감독님에게 은퇴를 고했다. 그때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허구연이가 돌아왔다고?” 고대 법학과 대학원 시험에 합격하자 누구보다도 김상협 총장님께서 기뻐하셨다. 고대 야구부 시절에 나를 많이 아껴준 분이셨다. 53명의 응시생 중 13명만 붙은 대학원 입학으로 내 꿈은 ‘야구 국가대표 출신 교수’로 방향 수정이 됐다. 처가의 영향도 있었다. 장인어른은 우리나라 노동경제학의 대가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설립의 주역인 고려대 김윤환 명예교수님이신데, 작년 2월에 돌아가셨다. 고대 법대 커플인 아내는 현재 충남대 로스쿨 교수로 있다. -경기대에서 강사 생활을 하던 1982년 프로야구가 개막하고 얼마 후 MBC에서 전화가 왔다. 대학원 시절 동아방송 라디오를 통해 실업야구 해설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MBC 조광식 스포츠국장이 그걸 기억해 낸 것이었다. 방송을 몇 번 하고 났더니 MBC에서 전속 계약을 하자고 했다. 당시 TV 중계를 한 번 하면 MBC에서 3만 6500원을 줬다. 하지만 나는 선수들처럼 연봉제를 요구했다. 연 2200만원을 달라고 했다. 당시 특급인 박철순 투수(2400만원)를 제외한 A급 선수들의 연봉이 2200만원이었다. 서울 강남의 30평 아파트 평균 가격이 2200만원이라는 데서 나온 액수였다. 첫해 1400만원에 사인을 했다. -해설자로서 남다른 자부심을 갖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게 일본식 용어를 몰아낸 데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1982년 당시는 온 나라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따른 반일 정서로 들끓었다. 나는 “포볼, 데드볼 같은 일본식 조어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프로야구 출범 초기인 지금 못 하면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겁니다”라고 MBC PD와 아나운서들을 설득했다. 미국 유학 중인 친구를 통해 다저스 감독 출신의 월터 올스턴이 지은 ‘더 베이스볼 핸드북’을 구입했다. MBC 아나운서들과 나는 ‘포볼’은 ‘베이스온볼스’, ‘데드볼’은 ‘히트바이피치트볼’로 불렀다. 이 말들은 나중에 ‘볼넷’, ‘몸에맞는볼’ 등 우리말로 다시 순화됐다. -우리 프로야구가 두 시즌을 마친 뒤인 1984년 3월, 나는 미국 플로리다 베로 비치에 설치된 LA다저스의 스프링캠프에 4주 동안 머물렀다. 그곳에서 선진적인 훈련 방식과 선수 관리를 지켜볼 수 있었다. 피터 오맬리 다저스 구단주의 특별한 배려였다. 토미 라소다 감독에 알 칸파니스 단장 등 쟁쟁한 멤버들이 포진해 있던 때다. 그런데 당시 다저스 에이스였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 들어오더니 어깨에 아이싱(얼음 찜질)을 하는 것이었다. ‘왜 저러지? 우리는 공 던지고 나면 따뜻한 물에 팔을 담그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은, 다시 말해 일제 시대 야구를 배웠던 스승들에게서 얻은 지식의 상당수는 미국 스포츠 의학계에서 이미 20~30년 전에 폐기된 것들이었다. -난 그런 새로운 지식들을 빨리 우리 야구계에 전해 주고 싶었다. “이 중계방송을 보시는 감독님들, 부모님들 잘 들으세요. 선수가 공을 던지고 나면 절대로 온찜질을 하지 마시고 냉찜질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해 첫 TV 중계에서 이렇게 말했더니 뜻하지 않은 공격이 들어왔다. “새파랗게 어린 해설자가 미국 한번 갔다 오더니 돌아이가 됐다”는 식이었다. 지금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온찜질을 하는 경우는 없다. -나의 해설 철학은 겸손하자는 것이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불편부당하려고 노력한다. 감독이나 선수들과 술은 물론이고 밥도 먹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다. 나는 항상 경기 시작하기 3시간 전에 야구장에 나가 감독 및 주요 선수들과 인터뷰를 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회사(야구정보회사 ㈜KSN) 직원들이 나에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해 준다. 중계 때 말하는 것이 준비한 것의 50분의1, 100분의1에 불과한 이유다. 3~4시간에 걸쳐 중계를 하고 나면 온몸의 진이 빠져 어떤 때는 말도 안 나온다. 특히 조금이라도 실언을 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일부에선 내가 특정 선수를 편애하는 해설을 한다고 비판한다. 그렇게 비쳐지는 대목이 있다면 그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축구계에 부러운 점이 있다. 축구는 월드컵, 올림픽, A매치 등이 많아 스타 탄생의 기회가 많다. 야구는 그렇지 않다. 가능성 있는 젊은 후배들이 스타로 성장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이미 다 커버린 선수보다는 정수빈, 안치용, 김선빈, 구자욱, 이태양, 김하성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찬사를 보냈던 이유다. 여기에도 철칙은 있다. 미리 감독에게 물어본다. “칭찬을 해줘도 되느냐”고. 잘못된 칭찬이 선수를 망칠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허구연 해설위원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35년간 마이크를 잡아 온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해설가다. 고교야구, 대학야구, 실업야구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으나 부상으로 은퇴하고 법학 교수의 꿈을 키우다 해설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방송이 없으면 야구장 건립과 어린이 야구 보급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도는 걸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얻은 별명이 ‘허프라’(허구연+인프라스트럭처)다. ‘허구연장학회’를 통해 아마추어 야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베트남 등 해외에도 야구를 전파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1951년 경남 진주 출생 ▲부산 대신초, 경남중, 경남고, 고려대 체육학과·법학과, 고려대 법학 대학원 ▲상업은행·한일은행 야구단 ▲1985년 청보 핀토스 감독, 1987년 롯데 자이언츠 코치, 1990~91년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치 ▲한국방송대상 특별상, MBC 연기대상 공로상 등 ▲저서 ‘허구연의 프로야구’, ‘프로야구 10배로 즐기기’, ‘홈런과 삼진 사이’, ‘여성을 위한 야구 설명서’ 등 ▲(현) MBC 야구해설위원, ㈜KSN 대표이사,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위원장, 서강대 겸임교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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