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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단에 맞춰 직접 춰 보니, 한국 무용의 힘과 선에 반했어요”

    “장단에 맞춰 직접 춰 보니, 한국 무용의 힘과 선에 반했어요”

    “덩쿵따 쿵쿵따 무릎 구부렸다가 올렸다가 느리게 했다가 다시 빠르게 덩덩쿵따다 힘 푼 채로 다같이 점프.” 한 해 중 가장 춥다는 ‘대한’의 명성답게 눈과 찬바람이 거셌던 지난 20일 저녁. 서울 중구 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연습실 한가운데 시민 40명이 원모양으로 빙 둘러섰다. 10대 학생부터 중년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뤄진 이들의 눈이 향한 곳은 국립무용단 윤성철 조안무와 보조 무용수 2명이다. 윤 조안무의 구령에 맞춰 시민들이 따라한 동작은 새달 8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향연’의 주요 춤사위 중 하나인 ‘학춤’. 처음 본 사람들과, 처음 해보는 몸짓에 어색할 법도 하지만 이들은 그런 기색 없이 저녁 8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그야말로 한바탕 신명나는 ‘우리 춤 잔치’를 즐겼다. ●‘향연’의 춤사위 중 학춤 추며 신명난 90분 이날 자리는 뮤지컬이나 클래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층이 얇은 한국 전통무용에 대한 편견을 깨고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국립극장이 마련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 ‘오픈 클래스’다. 지난해 9월 ‘묵향’, 11월 ‘Soul, 해바라기’ 공연 전 시작한 오픈 클래스의 반응이 좋아 세 번째로 마련했다. 선착순 마감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매진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전통춤의 대가 조흥동이 안무하고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은 ‘향연’은 사계절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기존 한국무용 작품에선 여성 무용수가 추는 춤이 중심을 이뤘다면 이 작품에서는 ‘선비춤’, ‘소고춤’ 등 남성 춤을 배치해 역동성을 더했다. 이날 오픈 클래스에서는 관객과의 시간에 앞서 ‘향연’의 주요 장면인 살풀이, 선비춤, 장구춤을 선보였다. 특히 15명의 남자 무용수들이 남성 춤의 대명사인 ‘한량무’와 ‘학춤’을 결합해 재구성한 선비춤을 선보일 땐 절제된 동작 속에서도 힘이 묻어나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멀리 떨어진 무대 위가 아니라 바로 앞에 서 있는 무용수들의 몸짓이 신기한 듯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로 연신 셔터를 누르는가 하면 장단을 맞추며 몸을 들썩였다. ●“관객들이 한국무용 친근하게 느꼈으면” 금요일 밤, 공연 그 이상의 향연을 즐긴 시민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연습실을 나섰다. 지난해 ‘향연’ 공연을 보고 좋은 기억이 남아 오픈 클래스에 참석했다는 최효정(24)씨는 “객석에서 무대를 볼 때는 무용수들의 자세한 몸동작을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코앞에서 공연을 보니 아름다운 몸짓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직접 배워 보니 보는 것 이상으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예술이라는 것을 느꼈다”면서 “일반인들을 위한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재금 책임PD는 “관객들이 그동안 어렵게만 느꼈던 한국무용을 직접 체험하며 보다 더 친근한 장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무용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2월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 (02)2280-4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여배우의 인공지능·대통령의 청정에너지 논문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여배우의 인공지능·대통령의 청정에너지 논문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은 ‘논문’입니다. 학위 취득을 위해서는 졸업논문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에도 논문을 서너 편 발표해야 합니다. 이미 학위를 받고 졸업한 사람에게는 술자리 안줏거리 같은 추억이겠지만 학위 과정 중인 학생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은 논문을 쉽게 술술 쓰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라는 자괴감까지 느끼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논문 쓰기입니다.최근 외국 과학뉴스를 이것저것 찾아보다 재미있는 뉴스를 발견했습니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다룬 영화 ‘트와일라잇’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스튜어트는 미국 코넬대에서 운영하는 공개형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아카이브’(arXiv)에 지난 18일 ‘신경망 스타일의 변형 기술을 이용해 영화 ‘컴 스윔’의 장면을 인상주의로 표현하기’라는 3장짜리 논문을 올렸습니다. 한 남자의 자화상을 인상주의와 리얼리즘 관점에서 표현한 영화인 ‘컴 스윔’은 스튜어트의 감독 데뷔작으로 지난 19일 시작된 제33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의 1저자는 그래픽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 연구원 버틱 조시, 2저자는 스튜어트, 3저자는 ‘컴 스윔’ 제작사인 스타라이트 스튜디오의 프로듀서 데이비드 샤피로입니다. 신경망 스타일 변형은 반 고흐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머신러닝으로 학습시킨 뒤 사진을 입력하면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바꿔 주는 기술을 말합니다. 논문에서는 사진이 아니라 영화에 이 기술을 어떻게 적용시켰는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화 주요 장면을 인상주의 화풍이 느껴지도록 바꿔 비슷한 화풍의 그림을 볼 때마다 영화를 연상하도록 하는 게 이번 논문의 목적입니다.비전공자가 과학 학술논문을 발표한 것은 스튜어트가 처음은 아닙니다. 얼마 전 임기를 끝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보건의료 개혁과 관련한 논문을, 지난 9일에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두 논문 모두 과학기술 정책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학술논문을 쓴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안겨 줬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 발표한 ‘미국의 보건의료 개혁’이라는 논문은 영국의 온라인 학술활동 분석기관인 ‘알트메트릭’이 집계한 ‘2016년 100대 인기 과학논문’ 중 1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는 비전공자가 과학 분야 논문을 쓰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요즘 국내 뉴스를 듣다 보면 사회 지도층 중에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야 하는 연설문을 타인에게 고쳐 달라는 사람부터 자기만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자신과 다른 주장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논리적이고 압축적으로 풀어내는 논문을 바라는 것은 나무 밑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셈일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자연의 새로운 현상이나 원리를 발견하고 이것을 명징한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연구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사회 지도층이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입에 풀칠’도 힘든 삶은 왜 안 바뀔까

    ‘입에 풀칠’도 힘든 삶은 왜 안 바뀔까

    ‘빈곤층은 무절제·무계획’ 편견 맞서 가난이 가난을 부르는 현실 항변가난한 자의 잘못된 결정 이유 조명도 핸드 투 마우스/린다 티라도 지음/김민수 옮김/클/256쪽/1만 3000원 옛말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거나 혹은 의지가 약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난은 머릿속에서부터 작동되는 강력한 편견을 동원한다. 빈곤층은 부주의하고 비도덕적이며, 무절제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여겨지고 남의 소유물에 손댈 잠재적 용의자로 종종 취급된다. 이 책의 저자 린다 티라도는 그런 편견에 맞서 ‘가난이 가난하게 만드는’ 현실을 솔직하게 풀어 나간다. 두 딸을 양육하면서, 두세 개의 파트타임을 뛰고 담배로 스트레스를 달래며 종일 일하고도 가난한 미국 저임금 노동자가 저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입에 풀칠하기’ 정도인 ‘핸드 투 마우스’(Hand to Mouth)라는 책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가난한 저자의 고군분투기이자 “이미 가난하기에, 가난하지 않을 일이 절대 없을 것임이 확실한” 사람들을 위한 변론문이다. 패스트푸드 종업원과 바텐더 등 임시직으로 입에 풀칠이나 하던 저자가 책까지 내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2013년 10월 한 인터넷 포럼 게시판에 ‘어째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파괴적 행동을 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를 본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을 가난한 자신이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왜 나는 끔찍한 결정을 내리는가, 또는 ‘빈곤’에 관한 생각’이라는 장문의 답글을 올렸다. 사람들이 글을 공유해 퍼날랐고, 그녀는 일주일 새 2만여개의 메일을 받았다. 허핑턴포스트, 포브스 등 언론사도 글을 게재하면서 600만명 넘게 읽었다. 그녀에게는 어떤 학자도, 언론인도 설명하지 못했던 가난의 실체를 알렸다는 찬사와 ‘모든 게 가난 탓이냐’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녀의 삶은 고달프고 취약하다. 집에서 한 시간을 운전해 가는 파트타임 두 개를 끝내면 집에서 두 딸을 돌본다. 밤에도 온라인 교육을 수강하느라 평균 수면은 3시간에 불과하다. 그녀의 계획적인 삶은 파트타임 교대 시간이 엇나가거나 자동차가 견인되는 것과 같은 작은 불운 하나에도 뒤틀린다. 소망했던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는 그녀를 거부했다. 여러 차레 로펌 비서직을 지원했지만 ‘로펌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이 탈락했다. 그녀는 좋은 일자리를 가질 만큼 예쁘지 않았고, 연줄도 없다. 싸게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2달러짜리 열두 개 묶음의 냉동 부리토로 끼니를 때우는 그녀와 같은 가난뱅이를 고용할 이유는 없다. 현실은 그녀에게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두세 가지의 일만 허용한다. 그러고도 최저임금 소득을 겨우 웃도는 연 소득 2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한다. 미국 인구의 3분의1이 이 수준으로 산다. 그녀는 지출을 줄이느라 치과 치료 등 병원 진료를 포기하거나 미룬다. 하지만 오늘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웬디스 햄버거와 피로와 긴장을 해소해 주는 흡연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스스로 폭발하지 않기 위한 마지막 ‘안전 장치’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축을 하거나 계획적으로 돈을 쓰지 못한다는 편견에 대해 저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도 한 저자는 현재 작가 겸 저널리스트로 살고 있다. 저자는 “빈곤은 장기적인 일을 계획할 수 없게 하며,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며 “냉혹한 빈곤은 뇌의 장기적 사고 기능을 중단시킨다”고 말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잘못된 결정을 하는지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화성남 금성녀 뇌구조 똑같다

    [달콤한 사이언스] 화성남 금성녀 뇌구조 똑같다

    ‘화성남‘, ‘금성녀’는 남녀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사용하는 언어구조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는 다른 사람과 소통, 언어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남자는 공간인지 능력이 우수하며 수학과 논리적 사고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남녀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속설에서 비롯된 것인데 최근 미국 연구진이 남자 뇌, 여자 뇌가 따로 있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6726명의 두뇌 부피 등 메타분석 미국 로잘린드 프랭클린대 의과학대학 연구팀이 여성과 남성의 뇌 부피와 구조를 연구한 논문들을 메타분석한 결과 ‘여성과 남성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로 이미지’ 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연구진은 남성과 여성의 뇌를 연구한 논문 46건에서 남녀 6726명의 두뇌 크기와 부피 등을 메타분석했다. 메타분석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연구들을 통계적으로 종합하는 연구분석법이다. 이번 메타분석에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료가 활용됐다. ●남성 뇌 11% 크지만 지적 능력 무관 분석 결과 전체 뇌의 크기와 부피는 남성이 여성보다 11~12% 정도 크고, 동기나 학습, 감정과 관련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의 크기도 남성이 약 0.3㎤(10%)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남성의 뇌 부피와 크기가 큰 것은 단지 남성이 여성보다 전체 골격이나 머리가 크기 때문이며 그런 것들이 남녀의 지적 능력이나 행동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5년에도 메타분석을 통해 장기기억과 공간개념, 감정 등을 조절하는 해마 부위의 남녀 차이를 분석했는데 이때도 크기와 부피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라이즈 엘리엇 신경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자 뇌’와 ‘여자 뇌’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뇌과학적 측면에서도 남성과 여성은 차이점보다는 유사한 부분이 더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느낌은 문화적, 사회적으로 형성된 편견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방아쇠’와 ‘용병’ 사이…/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방아쇠’와 ‘용병’ 사이…/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그를 경기 뒤 인터뷰에서 본 건 서너 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99㎝, 110㎏의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말하는 본새가 얌전했다. 목소리도 높지 않아 말귀를 알아 듣기 쉽지 않았다. 늘 눈망울이 촉촉히 젖어 있어 착하고 순수하며, 설핏 슬픔의 기운마저 어렸다. 한국농구연맹(KBL) 코트에서 다섯 시즌을 보내며 특별귀화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리카르도 라틀리프(28·삼성) 얘기다. 그는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마이클 크레익처럼 랩이나 댄스로 좌중을 사로잡을 능력도, 지난 시즌 오리온에서 뛰었던 조 잭슨처럼 당돌한 발언으로 취재진을 들었다 놓았다 하지도 못했다. 2014~15시즌 오리온, 다음 시즌 LG 유니폼을 입었던 트로이 길렌워터와 같은 ‘야수의 얼굴 뒤에 감춰진 소녀 감성’이었다. 그런 라틀리프가 궁지에 몰려 있다. 지난 10일 SK와의 경기 도중 최준용이 부상 위협을 끼쳤다며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그의 옆머리를 차례로 찍었다. 일부는 서부극에서 총 방아쇠를 당긴 뒤의 동작을 연상시킨다며 흥분했다. 동영상을 돌려 보면 아주 도리질을 칠 정도는 아니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편집자들에게 기회 있으면 하는 주문이 ‘용병’이란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글자 하나 줄이려고 그들을 ‘돈 받고 다른 나라에 팔려 온’ 존재로 격하해선 안 된다는 것인데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체육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자라도 외국인 선수와 흉허물 없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주고받기란 불가능하다. 언어의 벽만이 아니라 인식과 가치관, 문화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기자가 프로축구와 프로농구를 취재하며 만난 외국인 선수들은 늘 틈입자로서 경계하고 벽을 세웠다. ‘날 돈 보고 팔려온 존재로 보는 것 아닌가’란 방어기제를 갖고 있었다. 통역이 아무리 유능해도 그 간극을 메우는 건 벅찬 일이다. 팬들은 어떤가? 2014~15시즌 ‘애국가 스트레칭’으로 LG에서 퇴출된 데이본 제퍼슨 사례가 단적인 예다. 우리 돈을 받고 뛰는 용병이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무시했다고 얼마나 지청구를 퍼부었던가? 이렇게 라틀리프가 곤궁한 처지에 몰린 상황에 과거 귀화 가능성이 언급됐던 애런 헤인즈(오리온)가 지난 14일 삼성전 승부처에서 5반칙 퇴장을 당하자 손가락으로 돈을 세는 동작을 했다. 아홉 시즌째 KBL 코트에서 뛰고 있어 우리 문화와 팬들의 속성을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일부 팬들의 편견 속에 자리잡은 ‘돈 받고 뛰는 선수’가 ‘돈 받고 판정한다’는 위험천만한 선입견을 드러낸 것이다. KBL은 그제 재정위원회를 열어 헤인즈에게 제재금 200만원, 라틀리프와 같은 경기 도중 팔꿈치로 가격한 문태영(삼성)에게 150만원을 부과한 사실을 어제야 알렸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재금보다 팬들이 ‘물 설고 낯 설은’ 타지에 와서 고생하는 자신들을 보듬어 안는 일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 용병이란 표현 속에 갇혀 그들이 보내고자 하는 신호를 흘려보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bsnim@seoul.co.kr
  • 싼타페 크기인데 2000만원… 중국산 SUV 국내 첫 진출

    싼타페 크기인데 2000만원… 중국산 SUV 국내 첫 진출

    2000만원짜리 중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국내에 상륙했다. 중국 북기은상기차의 수입업체인 중한자동차는 18일 인천 남구 학익동 본사에서 중형 SUV ‘켄보 600’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중국산 미니트럭, 미니밴 등 상용차가 국내에 수입된 적은 있지만 중국산 승용차가 판매되는 것은 처음이다. 켄보 600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700㎜로 싼타페와 동일하다. ‘중국산’이란 편견을 깨기 위해 초고장력 강판을 60% 적용하는 등 안전 사양을 강화했다. 1.5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 토크 21.9㎏·m의 성능을 낸다. 연비는 9.7㎞/ℓ(복합연비 기준)이다. 가격은 기본형이 1999만원, 고급형이 2099만원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박남정 딸’ 박시은,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 “제2의 수지 될까”

    ‘박남정 딸’ 박시은,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 “제2의 수지 될까”

    가수 박남정의 딸 박시은이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시은은 최근 박진영이 수장으로 있는 JYP와 계약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JYP 측 관계자는 “박시은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연기는 물론 춤과 노래 실력도 뛰어나다. 다재다능한 실력과 재능으로 빠른 성장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시은은 박남정의 딸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SBS ‘붕어빵’ JTBC ‘유자식 상팔자’ 등에 출연하며 청순한 미모와 똑부러지는 말솜씨로 주목 받았다. 이후 ‘오만과 편견’ ‘육룡이 나르샤’ ‘굿와이프’ 등 연기자로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사진=더팩트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한지민 이희준, 영화 ‘미쓰백’ 출연...어떤 역할 맡았나?

    한지민 이희준, 영화 ‘미쓰백’ 출연...어떤 역할 맡았나?

    배우 한지민과 이희준이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에 출연한다. 18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측은 “영화 ‘밀정’에서 여성 의열단원 역을 맡았던 한지민과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활약 중인 이희준이 ‘미쓰백’ 주연으로 캐스팅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영화 ‘미쓰백’은 실화를 모티프로 참혹한 세상에 맞서 소녀를 구원하려는 여자(한지민 분)와 그 여자를 지키려는 한 남자(이희준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한지민은 세상을 헤쳐 가며 거칠게 살아가다 전과자가 된 여자 역을 맡았다.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주는 세상의 편견 속에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채 살아가다가 한 소녀를 만나 그를 구원하기로 결심하는 인물이다. 이희준은 극 중 한지민에게 연민과 사랑을 품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세상의 불합리에 맞서려는 한지민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켜주려는 남자다.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 받은 두 배우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영화 ‘미쓰백’은 오는 2월 초 크랭크인 예정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낭만닥터 김사부 김혜수♥한석규 “우린 왜 그 시절을 놓쳤을까” 완벽 엔딩

    낭만닥터 김사부 김혜수♥한석규 “우린 왜 그 시절을 놓쳤을까” 완벽 엔딩

    배우 김혜수가 ‘낭만닥터 김사부’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1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박수진) 번외편에서는 김사부(한석규 분)와 이영조(김혜수 분)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대학 시절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CC였던 두 사람은 졸업 이후 물리적 거리 때문에 멀어졌고, 예상보다 더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돌담병원에서 의사로서 다시 만났다. 이영조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으로 여러 분쟁 지역을 다니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의술을 전했던 이영조는 모든 병원이 기피한 HIV 파지티브 환자의 수술을 부탁하기 위해 김사부를 찾았다. 김사부는 돌담병원 식구들의 반대와 오해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감행, 또 한 생명을 살려내는 낭만을 발휘했다. 수술이 성사되기까지 이영조의 일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영조는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사람 하나 죽을 것 같아서 사적인 부탁을 했다. HIV 감염 환자를 수술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그런데 그것보다 당신들의 편견이 더 무섭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해야 한 일조차 안 하면 안 된다. 경계하지 말고 크게 생각하라”고 외쳤다. 이는 이영조 자신이 의사로서 낭만을 지키고 있기에 가능했다. 이영조는 “봉사 지역에서 동료들이 죽는 걸 보고 화가 났다. 사람들이 싫고 무서워졌다. 길을 잃은 것 같다. 하던 일이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왔다”고 고해성사했지만, 강동주(유연석 분)과 총상 환자를 수술할 때 보여준 노련한 면모를 통해 의사 이영조의 신념과 낭만이 잘 드러났다. 이날 방송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김사부와 이영조의 못 다 한 로맨스였다. 이영조는 끝내 돌담병원을 떠났지만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언제고 다시 돌아올 수 있기에 김사부와 이영조의 인연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영조가 김사부의 어깨에 기댄 채 “우린 왜 그 시절을 놓쳤을까”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묵직한 배우 한석규와 김혜수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혜수의 특별출연은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18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1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번외편은 27.0%(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16일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 마지막회에서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인 27.6%보다 불과 0.6% 포인트 뒤진 높은 시청률 기록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검사는 냉정’ 편견 깬 훈훈한 5명

    대검찰청이 김혜경(35·사법연수원 42기)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와 홍현준(33·42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 장준혁(36·변호사시험 1회) 대구지검 의성지청 검사, 김민규(32·변호사시험 3회) 대구지검 서부지청 공익법무관, 권은구(44) 서울동부지검 검찰수사관에게 ‘2016 따뜻한 검찰인상’을 수여했다고 17일 밝혔다. 대검 감찰위원회가 ‘미담과 칭찬’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토대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김 검사는 소년범과 20대 초반 피의자 등에게 직접 고른 도서를 선물하며 범죄 예방에 앞장섰다. 이렇게 준 책이 임관 이후 4년 동안 200권이 넘는다. 그는 “어린 친구들 중 한 명이라도 책을 읽고 달라진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검사는 친딸을 학대해 죽게 한 피의자를 따뜻한 말로 설득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감사 인사를 받는 등 피의자들로부터 12건의 감사 편지를 받았다. 의사 출신인 장 검사는 22개월 아기의 의료사고 사망사건을 파헤쳐 의무기록을 허위 작성한 의사와 간호사의 과실을 입증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김 공익법무관은 매주 한 차례씩 아동보호기관을 찾아 청소년의 학업을 지도하고 학용품을 후원했다. 권 수사관은 친절한 응대로 민원인들로부터 59통의 감사 카드를 받는 등 검찰의 문턱을 낮춘 점이 고려됐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韓·日 포스트록 밴드 입맞춤

    韓·日 포스트록 밴드 입맞춤

    아시아 밴드라는 편견을 깨고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포스트록 밴드가 함께 공연을 벌인다. 한국 포스트록의 기둥 잠비나이(위)와 일본 포스트록의 간판 모노(MONO·아래)가 오는 21일 오후 6시 서울 도봉구 플랫폼 창동 61에서 팬들과 만난다. 1999년 결성된 모노는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관록의 포스트록 밴드다. 서정과 서사를 동시에 갖춘 음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금까지 여섯 장의 정규 앨범과 수많은 컬래버레이션 앨범들을 발표했고, 해마다 100회 안팎의 라이브 무대를 전 세계 곳곳에서 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너바나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스티브 알비니와의 세 번째 만남으로 일궈낸 신작 ‘레퀴엠 포 헬’ 발매 직후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는데, 잠비나이의 초청으로 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2010년 결성된 잠비나이는 해금, 가야금에 전자 기타를 버무려 록 문법으로 연주하는 밴드다. 파격적인 이들의 음악은 모노와 마찬가지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각종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단골손님으로 오가다가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2015년 11월 영국 유명 음반사 ‘벨라유니온’과 계약을 맺었다. 1집 ‘차연’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2집 ‘어 허미티지-은서’는 영국 유명 음악잡지가 선정한 2016년 상반기 톱 100 앨범에서 1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벨라유니온과 계약을 맺을 즈음 네덜란드 페스티벌에서 모노와 만나 이번 공연을 의기투합했다고. 잠비나이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해마다 1~2회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해 함께 무대에 서는 브랜드 공연을 이어 갈 계획이다. 6만 6000원. 문의(02)993-0565.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영화] 힐링 로맨스 ‘톰과 릴리: 그들만의 공간’ 1월 25일 개봉

    [새영화] 힐링 로맨스 ‘톰과 릴리: 그들만의 공간’ 1월 25일 개봉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제임스 최의 신작 ‘톰과 릴리: 그들만의 공간’(이하 톰과 릴리)이 오는 25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톰과 릴리’는 주변의 편견 속에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 몸무게 160kg인 ‘톰’은 비만이라는 사회의 편견 속에 상처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이 있는 시카고의 작은 시골마을로 이사를 온다. 하지만 이곳도 전에 살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주변인들은 그를 뚱뚱보라고 놀리고 톰은 다시 상처를 받는다. 어느 날, 톰은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릴리를 우연히 돕는다. 이후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인 릴리와 톰은 사회적 약자라는 공통점 하나로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영화는 그렇게 만난 톰과 릴리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수입·배급사 C무비(cMOVIE) 측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2017년 새해에는 주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더 행복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1월 25일 개봉. 12세 관람가. 75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깨알같이 찾아냈다 재미있는 한국소설

    깨알같이 찾아냈다 재미있는 한국소설

    ‘한국 소설이 재미없다고?’ 당신의 편견을 야심 차게 무너뜨리는 서평집이 나왔다. 소설가 윤후명, 음악인 요조, 작가이자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등 한국 문화계 50인의 국내 소설 서평을 실은 ‘한국 소설이 좋아서’(월간 책)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는 소설가 장강명의 아이디어에 뿌리를 냈다. ‘한국 소설이 어렵고 재미없다’는 불평(?)을 자주 들으면서 그는 이를 보기 좋게 반격하는 무료 서평집을 독자들에게 뿌리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난해 40회 오늘의작가상 수상 소감에서 이런 뜻을 미리 선포했다. “상금으로 재미있는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서평집을 전자책으로 만들겠다”고. 장강명은 기획자의 말에서 “실은 재미있는 한국 소설들이 지난 몇 년 사이 꽤 나왔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지 않았나 의심한다”며 “과거의 한국 소설에 비해 동시대 한국 소설은 독자 입장에서 모험일 수밖에 없는데 그 모험을 북돋우려면 누군가 옆에서 ‘그 책 재미있어’라고 권해 줘야 한다”고 책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힘겹게 운신하는 한국 문학과 소설가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댓글부대’가 이미 고액의 상금을 받은 작품이라 재차 상금을 받기가 민망했던 마음이 함께 작용했다. 그가 벌여 놓은 판에 월간 책이 다독가 50명을 섭외했다. 온라인 서점 MD, 라디오 PD, 번역가, 책 마케터, 동네서점 대표, 독립잡지 편집인, 독서학교 원장 등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지난 10년간 발표된 한국 소설 한 권을 추천하고 그에 관한 서평을 원고지 15장가량 써냈다. 이미 베스트셀러에 올랐거나 문학상을 받아 인지도가 높은 작품은 제쳐놨다. 무엇보다 작품성이나 교훈보단 ‘소설 읽는 재미’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다른 서평집과 결을 달리하는 특징이다. 목차만 봐도 이런 기준은 선명하다. 추리소설, SF, 판타지, 로맨스, 무협소설 등을 아우르며 본격문학에만 무게를 두는 기존 문단의 질서와는 거리를 둔다. ‘주인공은 호랑이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공방을 벌이고, 손도 뜯기고 허리도 잘린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나만 죽을 수 없다’ 정신이고, 주인공은 발광하며 호랑이의 죽빵을 날린 덕에 위기를 탈출한다. 자나 깨나 잊지 말자 격렬한 생난리와 재빠른 죽빵. 도대체 주인공이 왜 이런 파란만장한 일에 휘말리는지는 다 읽어보면 알게 된다.’(이진송 ‘계간홀로’ 발행인의 ‘씨앗’ 서평 가운데) 재기발랄한 서평 위에는 감성성, 오락성, 선정성, 난이도 등을 표시한 지표가 실려 독자들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책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 PC, 모바일 등을 통해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과대 포장된 카레 속 ‘쿠르쿠민’ 효능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과대 포장된 카레 속 ‘쿠르쿠민’ 효능

    인도에서 태어나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 바로 ‘카레’입니다.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는 카레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7대 웰빙 음식’ 중 하나로 소문나면서 남녀노소 모두 즐겨 먹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카레가 뇌세포 활동을 증진시켜 준다고 해 수험생들이 시험 전에 반드시 챙겨 먹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카레의 주재료는 강황이라는 황금색 향신료인데 여기에 함유된 ‘쿠르쿠민’이란 물질이 항염, 항산화 기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각종 암은 물론 치매 같은 뇌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많은 사람이 강황과 울금이 같은 것인 줄 알고 있는데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강황과 울금은 같은 식물이지만 강황은 뿌리줄기, 울금은 덩이뿌리로 다르다고 합니다. 또 강황은 카레의 원료로, 울금은 한약재로만 쓰인다고 하네요. ●美 “검증된 적 없다” 논문 발표 화제 그런데 미국 미네소타대, 하버드의대 부설 브리검여성병원, 일리노이대 약대 공동연구진이 “쿠르쿠민의 치료 효과가 검증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메디컬 케미스트리’ 11일자에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논문은 “쿠르쿠민은 지금까지 발기부전, 탈모, 암, 알츠하이머 치매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돼 왔으며 이와 관련한 수천건의 논문과 120번 이상의 임상시험에도 불구하고 치료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전혀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해 특정 물질의 약효를 검증할 때는 ‘특정 화합물이 질병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결합해 반응하는지’를 찾습니다. 그런데 일부 화합물은 실제 약효는 없지만 질병 단백질과 결합해 효능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답니다. 쿠르쿠민이 그런 화합물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강황의 추출물 중에는 쿠르쿠민 말고도 수십개의 화합물이 있고 그것들의 상호 관계를 통해 약효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운 뒤 실험을 통해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그런데 쿠르쿠민에 관해서는 연구자들이 유독 기존 문헌에 나오는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쿠르쿠민의 효능에 대해 과장된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실제로 2009년 이후 15편 이상 쿠르쿠민 관련 논문이 철회됐고 내용이 수정된 것도 수십편에 이른다고 합니다. ●기존 문헌 맹신에 연구 결과 왜곡 가능성 쿠르쿠민이나 강황 추출물이 여러 가지 건강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강황과 쿠르쿠민의 효능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효능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좀더 정교한 실험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논문의 교신저자인 마이클 월터스 미네소타대 의약화학과 교수는 “이번 논문이 엉성하게 수행되는 연구들을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작 논문을 읽어야 할 사람들이 이번 논문을 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네요. 이번 논문은 엄격한 논리 구조를 가진 과학에서도 선입견, 기존 결과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는 무신경함과 고집스러움이 개입될 경우 연구 결과가 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과정에서 발전한다고 합니다. 사회현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선입견, 맹종, 고집스러움은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적일 것입니다. edmondy@seoul.co.kr
  • [월드피플+] 뚱뚱한 발레리나, 아름다움과 편견에 대해

    [월드피플+] 뚱뚱한 발레리나, 아름다움과 편견에 대해

    아름다움을 논하는데 있어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다. 깡마른 몸매의 소유자만 발레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한 십대 발레리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의 플러스 사이즈 발레리나를 소개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밀퍼드에 사는 리지 하웰(15). 5살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한 리지는 10년간 발레를 연습해왔다. 일주일에 4번 정도 재즈와 탭댄스를 하고, 지역 행사에 참가할 정도로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의 플러스 사이즈는 춤을 추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11월 자신의 춤추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했는데, 그 중 연속 푸에테 회전을 연습하는 영상이 점점 인기를 얻으면서 온라인 스타 반열에 올랐다. 발레 기술 중 하나인 푸에테는 한쪽 발을 축으로 하고 발끝으로 서서 다른 한쪽 발을 올려 크게 흔들면서 회전하는 동작을 말한다. 영상 속 적갈색의 레오타드와 타이즈를 입은 리지는 힘들이지 않고 11번의 회전 동작을 선보인다. 그녀의 동영상은 75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2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당당한 자신감과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모든 여성들의 롤 모델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암에 걸릴 것이다', '얘들아, 이것이 허리케인이 만들어지는 방법이다'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꽤 있었다. 이런 댓글에도 그녀는 '토네이도를 말하는 거냐'라며 응수하는 여유를 보였다. 리지는 "특히 모든 사이즈의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는 의견이 가장 좋았다"며 "영감을 준다는 언급이 나 자신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좋아할 수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플러스 사이즈의 사람들은 춤을 출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남길 땐,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그녀는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정말 중요한 한 가지는 춤에 대한 나의 열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고정관념은 깨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란 말을 강조하며 사이즈 때문에 꿈을 쫓는데 어려움을 겪는 어린 소녀들에게 충고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가 당신이 하는 일을 멈추게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당신은 그들보다 두 배 더 노력해야하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이다. 사진=페이스북, 인스타그램(리지댄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무학그룹 ‘장애인 동행 교육’

    무학그룹 ‘장애인 동행 교육’

    소주의 저도주 열풍을 일으킨 ‘좋은데이’의 무학그룹은 지난 14일 수도권총괄본부의 신년 시무식을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가졌다고 15일 밝혔다. ‘행복한 동행’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행복한 동행’ 프로그램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서로 나누면서 고용 상황에 적합한 장애인 인식 개선을 하기 위해 개발됐다. 앞서 무학그룹은 2012년 장애인 표준사업장 ‘무학위드’을 열었다. 30여명의 장애인으로 이뤄진 무학위드 직원 중 70% 이상이 중증 장애인이다. 무학위드는 자원재활용사업인 빈병 선별 작업, 이물질 검사 및 무학의 수출용 페트제품 생산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세상이 날 부정한다 해도 당차게 말하는 용기 내요

    세상이 날 부정한다 해도 당차게 말하는 용기 내요

    4년 전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제작 호평 열악한 환경 속 신념의 여인 얘기 담아 한정석 “가치있는 말 전달 고민 녹였죠” 이선영 “의미 있는 얘기 재미있게 풀어” “살아온 날들과 사랑한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 지금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중요한 사람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를 지키는 사람.”(‘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좋게 좋게 넘기려다 누구누구 눈치보다 아예 포기했던 말들 그 누구도 묻지 않아 나조차도 생각 못한 오직 나를 위한 말들 거기 그 자리에서 지금 그 모습으로 당신의 얘기를 들려줘요.”(‘당신의 얘기를 들려줘요’) 2013년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이하 여신님)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은 한정석(34) 작가·이선영(34) 작곡가 콤비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레드북’(22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의 대표적 넘버에는 두 사람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신님’ 이후 ‘카인과 아벨’을 작업하던 중 우란문화재단의 제안으로 “셋째인 ‘레드북’을 먼저 출산했다”는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끝내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여인의 이야기를 젊은 창작자답게 가볍고 유쾌하게 풀었다. “전작 ‘여신님’에서 주로 ‘보다’라는 의미에 주목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말하다’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췄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준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고 전하고 싶었거든요.”(이선영) “여자가 남자의 부속물로 취급받던 극도로 보수적인 시대에서 아무리 세상이 나를 부정한다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외치는 솔직하고 당찬 안나를 통해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강조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말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제 바람과 여성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선영씨의 고민도 녹아 있죠.”(한정석) 한 작가의 말처럼 극 중 안나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편견에 맞서 “나는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한다. 그러던 그녀는 여성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이 펴낸 잡지 ‘레드북’에 파격적인 소설을 실어 거센 비난을 받는다. 블랙리스트, 검열 등이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요즘, 그래서 금지된 책을 상징하는 ‘레드북’이라는 제목은 꽤 도발적으로 들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연 시점이 맞물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극 중 한 평론가로부터 미움을 산 이후 안나가 본의 아니게 핍박을 받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는 그녀를 통해 신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해요. 사실 ‘레드북’은 도색 소설, 무서운 책 등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기에 관객들이 의미를 한정 짓지 않고 나름의 해석을 찾았으면 좋겠어요.”(한정석) 시대가 공감하는 인물을 통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젊은 창작자들의 그다음 목표는 뭘까. “무엇보다 현재로선 ‘레드북 재공연 확정’이지요.(웃음) 사실 큰 목표지만 재공연을 하게 된다면 처음에 저희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충분하게 전달하고 싶어요.”(한정석) “의미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자는 게 저희 원래 목표였어요. 앞으로도 관객분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몸에도 좋은 유기농 음식이었네’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이선영)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카드뉴스] 당신이 무심코 던진 편견의 폭력

    [카드뉴스] 당신이 무심코 던진 편견의 폭력

    “귀여운 벙어리장갑”, “절름발이식 행정” 살면서 한 번쯤 사용해봤거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듣는 표현들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벙어리장갑’ ‘절름발이식’ ‘눈뜬 장님’ 등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장애인 비하 표현’, 올해는 조금씩 줄여나가보면 어떨까요? 기획·제작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당신은 아이, 나는 고양이… 행복은 모습만 다를 뿐

    당신은 아이, 나는 고양이… 행복은 모습만 다를 뿐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사카이 준코 지음/민경욱 옮김/아르테/220쪽/1만 5000원 자녀 유무 따라 행복 재단하는 편견 꼬집어 “각자의 삶·선택에 대한 다양성 존중해야” 일본 작가 사카이 준코는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타입이다. 흙과 화분을 어디다 재활용하는 줄도 몰라 죽은 선인장 화분을 몇 년간 방치할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런 스스로에 대해 “화분이 인간이라면 사체 유기 사건”이라며 “이러니 누굴(뭘) 키우겠느냐”고 반문한다. 아이가 없는 삶, 즉 ‘누군가를 돌보지 않는’ 상태의 삶을 긍정하며 앞으로는 이런 삶이 더욱 많아질 거라 예견하는 그의 새 에세이가 나왔다. 2003년 ‘마케이누의 절규’(한국어판 ‘결혼의 재발견’)에서 여성들이 열광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앨리 맥빌’, ‘섹스 앤 더 시티’를 세계 3대 실패자들의 스토리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비혼을 즐기자”고 말해 결혼 강요하는 사회에 한 방 먹인 그가 이번엔 ‘아이’란 화두를 내세웠다. “아이를 가져야 어른이 된다”는 막무가내 신앙을 전도하고, 아이의 유무에 따라 타인의 성공과 행복 여부를 함부로 판가름 내는 사회를 조곤조곤 지르밟는 그의 이야기는 정부가 ‘가임기 여성인구 지도’란 모욕적인 발상을 떠올려 여성을 ‘애 낳는 기계’ 취급하는 우리 현실에선 특히 귀가 쫑긋해지는 목소리다. 그 역시 마흔 즈음엔 ‘아이 없이 이대로 좋은가’ 고민했다. 하지만 그 물음은 가임기의 끝에 섰다는 일시적인 위기감으로 판명됐다. ‘이대로 좋은가?’란 질문은 ‘이걸로도 충분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노력하면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아이 갖는 일’은 다르다. 어쩌다가, 원하지 않아서, 원한다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경우 등 ‘아이 없음’의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 저자는 책 출간을 앞두고 우연히 아이 없는 정치인으로 유명한 아베 총리 부인을 만나 ‘아이 갖는 일’에 대해 물었다. 불임 치료를 받다 중단한 그의 답은 이랬다. “좀 더 노력하면 아이가 생길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아이 없는 인생’을 하늘에서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담담한 결론은 ‘아이는?’이라는 무심코 던지는 질문 속에 뭉쳐진 편견과 책임 전가를 돌아보게 한다. ‘배경이 뭐든 아이 없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지금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더라도 ‘아이 없는 인생’도 있을 수 있다는 착지점에 우리는 이르렀습니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211쪽) 저자는 2014년 평생 독신으로 산 일본 여성 정치인 도이 다카코의 죽음으로 ‘여성이 일과 결혼했던 시대’가 끝났다고도 단언한다. 비슷한 시기 2차 아베 내각 각료 소개 기사에 여성 각료들은 아이에 대한 내용까지 상세히 따라붙는 걸 보고서다. 여성이 오롯이 일만 잘해 인정받는 시대는 가고 일도 잘하면서 결혼과 출산까지 해내지 못하면 ‘유능한 여성’으로 보지 않는 ‘기이한 차별’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직장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들을 차별했지만 앞으로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을 차별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즉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여성은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여성의 경우 아이를 키우지 않는 동안에 다양한 경험을 쌓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것만이 ‘인간성을 성장시키는 행위’는 아닙니다.’(100~101쪽) 그는 1980년대 이후에는 ‘어쩌다’ 아이를 갖지 않는 인구가 많아져 미래의 장례 문화는 개성 있는 방법으로 다양해질 것이라고도 예견한다. 3대가 같이 살던 과거엔 ‘며느리의 무료 노동력’이란 ‘숨겨진 복지 자산’으로 조부의 사후 처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를 견딜 며느리도 없다는 것. 때문에 그는 “국가가 국민이 혼자 안심하고 죽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고언한다. 결국 “아이 없는 사람들과 있는 사람들이 같이 걷는 일은 아이가 있든 없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만 안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에게 결여된 것은 한 사람의 오롯한 삶과 선택, 그 자체에 대한 존중임을 일깨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기고] ‘겨울여행’으로 시작하는 2017년/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기고] ‘겨울여행’으로 시작하는 2017년/유동훈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공직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던 수습 기간에 우리 부처에 배속된 동기 3명과 설악산을 간 적이 있다. 그날은 너무 눈이 많이 와 산장 근무자의 권고에 따라 희운각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날 이후 겨울 산은 나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눈 덮인 설악산은 내 마음의 성지가 됐다. 14일부터 30일까지 17일간 ‘겨울여행주간’이 시작된다. 그동안 봄·가을에만 추진하던 여행주간을 올해 처음으로 겨울까지 확대했다. 날씨가 차고, 볼거리가 적다는 편견 때문에 겨울은 국내 여행의 최대 비수기다. 2015년 국민 여행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 2월에 우리 국민이 관광을 목적으로 이동하는 날은 1년 전체의 8%에 불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스키장 이용객도 5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상상해 보라. 겨울 휴가는 새로운 활력으로 한 해를 준비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한 언론이 보도한 새해 소망에 대한 SNS 버즈량 분석 결과를 보면 여행이 지난해 새해 소망 4위에서 올해는 2위로 올랐다. 한 리서치 회사의 올해 소비 전망 설문조사에서도 소비 지출 9개 항목 중 여행비 증가 전망폭이 가장 컸다. 겨울여행주간도 국민들의 이러한 열망을 반영해 준비했다. 겨울여행은 세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아무도 걷지 않은 눈 덮인 길을 걸으면서 고즈넉한 풍광 속에서 자신을 비우는 힐링. 스키, 보드, 스케이트, 썰매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활동. 마지막으로 아이 손잡고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예술이 있는 따뜻한 곳을 찾는 교육·체험이나 실내 워터파크와 온천에서 추위를 녹이는 휴식. 겨울여행주간도 여기에 맞췄다. ‘화천 산천어축제’처럼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엄선해 소개하고, 평창에는 ‘겨울, 대한민국에 피어나는 꽃’을 주제로 1만 송이의 엘이디(LED) 장미밭도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 여행으로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충남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도 추천하고 있다. 덕유산 눈꽃 트레킹, 낭만이 있는 강천산 눈꽃열차 등도 빠질 수 없는 겨울의 즐거움이다. 여행에서 먹거리도 빼놓지 않았다. 춘천 시내 투어와 결합한 ‘뜨겁닭투어’, 화천 외도리탕, 횡성 한우국밥 등 뜨겁고 매운 맛을 찾아 떠나는 ‘빨간국물투어’도 준비했다. 부산 전통시장을 돌며 유부주머니, 씨앗호떡의 달콤한 맛을 경험하는 건 어떨까.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2.6%로 전망되고 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3년 연속 2%대 성장률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 편히 여행을 갈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여행에 대한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역에 숙박, 교통, 볼거리 등 관광 인프라가 갖춰지면 그곳은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 그래야 투자 유치, 고용 창출, 지역 내수 발전의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그동안 실태조사를 보면 여행주간에 국민이 한 번 더 여행을 가면 총지출액이 1조 3000억원 증가한다. 이 돈이 지역 내수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여행을 단순한 낭비로만 치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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