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편견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통치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술집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공안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 임질
    2026-08-0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444
  • “공정” “민생”…산불 이재민·위안부 피해자도 소중한 한 표

    “공정” “민생”…산불 이재민·위안부 피해자도 소중한 한 표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자신의 한 표에 저마다의 미래와 의미를 담았다. 산불로 집을 잃은 강원도 이재민도, 110세 울산 할머니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도, 다문화 가족도 투표소로 향하는 자신의 작은 발걸음이 대한민국의 큰 도약에 밑거름이 되길 기원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에게 민생안정, 경제발전, 국민통합, 일자리 창출 등을 부탁했고,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어 내라고 준엄하게 경고했다.강원도 강릉·삼척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은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었음에도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했다. 강릉시 성산면 제1투표소에는 산불로 집을 잃은 관음2리 김순태(81)·강순옥(79) 부부가 찾아 눈길을 끌었다. 투표 종사원들은 몸이 불편한데도 투표소를 찾은 강씨를 끌어안고 격려했다. 김씨는 “산불에 집을 잃고 선거할 엄두를 못 냈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울산에서는 오전 9시 30분 110세 김소윤 할머니가 부축을 받으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투표 후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며 “새 대통령은 백성 모두를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승합차를 지원했다.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도 이날 오전 9시쯤 궂은 날씨에도 퇴촌면사무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옥선(90) 할머니는 “일본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희망을 갖고 투표했다”며 “새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반드시 받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0년 국적을 회복한 이 할머니는 이번이 네 번째 대통령 선거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주민들도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봉여(89·여)씨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금이 대폭 삭감됐다. 곧 구룡마을에서 쫓겨난다. 너무 힘들다”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국토 최남단 섬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유권자 20여명은 기상 악화(풍랑주의보)로 뱃길이 막혀 투표를 하지 못했다.이날 서울 곳곳의 투표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새 대통령에 대한 바람을 쏟아 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직장인 이현희(32)씨는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도 진심으로 인정하겠다”며 “마찬가지로 새로 뽑힌 대통령도 자신을 찍지 않은 국민까지 포용해 달라”고 말했다. 박원자(76·여)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모진 일을 겪었다”면서 “우리 자식 세대는 이런 일을 겪으면 안 된다.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편견 없이 사람을 고루 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과 고시생들은 무엇보다 일자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관악구 대학동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김효섭(25)씨는 “모두 같은 선상에서 시작해 각자 최대한 노력하면 개개인이 의미 있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주길 빈다”고 말했다. 안보에 대한 주문도 꽤 있었지만 입장은 상반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주민 주모(69·여)씨는 “이제 평화통일을 향해 나아갈 때”라면서 “새 대통령이 남북 긴장 관계를 풀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상연(58)씨는 “안보가 중요하다. 개성공단 확대, 대북 지원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서진수(23)씨는 “새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들을 반면교사 삼아 악·폐습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초구 서초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약사 이보라(31·여)씨는 “출산율이 낮다고 하면서 정작 육아와 관련된 정책은 부실하다.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많은 시민은 하루 종일 실시간으로 투표율을 확인하며 뉴스를 찾았다. 전통시장 상인 한연희(55·여)씨는 “손님은 물론이고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가 모두 대선에 관한 것”이라며 “장사는 뒷전이고, 하루 종일 선거방송만 봤다”고 말했다. 투표가 종료된 밤에는 대형 TV가 있는 식당이나 술집에 모여 개표방송을 단체 관람하는 경우도 많았다. 직장인 황모(34·여)씨는 “퇴근하고 친구들과 집에 모여 투표방송을 보면서 정치 이야기를 나눴다”며 “새로운 대통령이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8세가 안 돼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모의투표를 통해 대선 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후 한국YMCA전국연맹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 앞에 실제 투표소와 비슷하게 기표소를 만들었다. 고등학생인 김한솔(18)군은 “새 대통령은 청소년 인권에 좀더 관심을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모의투표 결과가 실제 대선과 같으면 ‘청소년이 뽑은 대통령 당선증’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신 기자 xin@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강릉· 삼척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광주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여자월드컵 챔피언 세 번 만에 맞혔다고 자질 따지나

    여자월드컵 챔피언 세 번 만에 맞혔다고 자질 따지나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에 새로 뽑힌 방글라데시 여성이 곧바로 자질 시비에 휘말렸다고 영국 BBC가 9일 보도했다. 주인공은 전날 바레인의 마나마에서 시작한 제27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정기총회 도중 진행된 FIFA 평의회 여성 위원 한 명을 선출하는 투표에서 모야 도드(52·호주)를 27-17로 물리친 마푸자 아크터르 키론(방글라데시). 당초 4명이 출마했으나 한은경(북한)과 수전 샬라비 몰라노(팔레스타인)는 투표 직전 출마를 철회했다. 호주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도드를 상당한 표 차로 물리친 키론은 영국 BBC 월드서비스 기자가 현재 여자월드컵 챔피언이 어느 나라냐는 질문에 “한국”과 “일본”이라고 답한 뒤에야 “미국”이라고 정답을 맞혔다. 두 차례 여자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칼리 로이드(미국)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주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프랑스 여자축구 리옹의 포워드 알렉스 모건(미국)도 비슷한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FIFA 평의회 위원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여섯 대륙 연맹에서 선출되는데 대륙별로 반드시 한 명의 여성을 선출해야 한다. AFC 몫으로 배정된 3명을 선출해야 하는 남성 평의회 위원 선거에는 3명만 출마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장지안 중국축구협회 부회장, 마리아노 바라네타 필리핀축구협회장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당초 당선이 유력했던 이는 현역 변호사 도드였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FIFA 집행위의 지명직 위원으로 활동했고 여자축구의 부흥을 위해 앞장서 일한 공로 때문이었다. 도드는 “당연히 실망스럽다”며 “지난 몇년 동안 내가 FIFA의 일원으로서 한 일이면 충분히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바랐는데 다른 걸 보여줬어야 했나 보다”라고 아쉬워했다. 키론은 아시아 여자축구에 여전히 스폰서가 충분하지 않으며 더 많은 코치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하고 바란다고 밝혔다. 그녀는 “꿈이 이뤄진 것 같다. 난 무언가 아시아 여자축구를 위해 하길 원한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축구와 기업 일에 종사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BBC의 보도에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 작용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 약소국을 얕잡아보는 것 아닌가 하는 점, 만약 도드가 당선됐더라도 BBC 기자가 같은 질문을 던졌겠느냐는 의문 역시 지울 수 없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술~술…끊고 건강을 되찾는 2區] 키친 드렁커 A.A.‘새싹’ 의 힘…男모를 음주 고민 털어냅니다

    ‘알코올 중독’ 하면 만취한 중년 남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키친 드렁커’(부엌에서 혼자 술 마시는 여성 음주자)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됐다. 과한 음주 탓에 우울감에 빠지고 가족 관계까지 단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구가 여성 음주자의 치유를 돕기 위한 자조 모임 운영을 돕는다. 도봉구는 지난달부터 여성 음주자들로 구성된 알코올 자조모임(A.A.) ‘새싹’을 운영 중이라고 8일 밝혔다. 도봉중독관리센터에서 운영하는 이 모임에서는 중독 상태에 빠진 음주자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며 함께 해결 방법을 찾고 치유받는다. 도봉구의 자조모임은 서울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4곳이 운영하는 자조모임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다. 중독관리센터 관계자는 “여성 음주자 중에는 남성 중독자들에게 사연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이 때문에 여성만을 위한 자조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이름 등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채 편견과 차별 없이 서로 음주 경험을 공유한다. 자조모임의 이름처럼 서로에게 힘과 희망을 불어넣으며 음주 문제에서 벗어나 삶의 새싹을 튀어 보려는 취지로 운영된다. 지역 구분 없이 알코올 중독으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 음주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도봉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자조모임뿐 아니라 여성 음주자만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2단계 프로그램’은 대상자가 현재 자신의 상태를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 금주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인데 참여자의 반응이 좋다. 김상준 보건소장은 “사회적 편견과 낙인 탓에 알코올 중독 치료기관조차 쉽게 찾지 못하는 여성들이 자조모임으로 치유의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집단의식이 외부인에 대한 편견 만든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문화적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직장 ‘회식’이다. 구성원들의 반강제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술잔을 돌리며 모든 사람이 한번에 술을 마시는 원샷 같은 행동은 외국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공동 연구진은 동일 집단 내에서 이뤄지는 이런 ‘집단 나눔의식’(Group ritual)이 외부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배타적인 행동을 드러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뇌과학 및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심리과학’ 최신호에 실렸다. 집단의식은 인류학자들이 종교를 통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분야지만 관습이나 전통을 배제하고 집단의 공유의식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100명의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에서 수많은 점을 순간적으로 보여 준 뒤 점의 숫자를 말하도록 했다. 점의 숫자를 과대평가한 학생들과 과소평가한 학생들을 나눈 다음 각기 다른 색깔의 티셔츠를 입혔다. 그다음 일주일 동안 10~20분 동안 머리 위로 손을 올리거나 눈을 감고 손을 흔드는 등 동일한 집단행동을 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1주일이 지난 뒤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그룹과 다른 그룹에 각각 1번씩 2번 1~10달러 사이의 돈을 투자해 3배를 돌려받을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을 시켰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똑같이 투자금의 3배를 돌려받을 수 있음에도 자신과 다른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에게는 1~3달러 정도의 적은 돈만 투자하고 같은 그룹의 사람에게는 5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사람들이 동일한 의식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인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불신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니콜라스 홉슨 토론토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 사람 이상의 집단에서 최소한의 의례활동조차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이나 장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며 “별생각 없이 행해지는 의식활동이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하니 “중2병, 양푼으로 머리 맞고 정신 차렸다” 고백

    하니 “중2병, 양푼으로 머리 맞고 정신 차렸다” 고백

    하니가 자신의 일화를 털어놨다. 8일 방송되는 KBS 2TV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 오프닝에서는 어버이날을 맞아 출연진의 부모님과 관련된 일화가 공개된다. 하니는 “중2병에 걸렸을 때 비빔밥을 드시던 어머니에게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라고 대들었다가 비빔밥이 들어있던 양푼으로 머리를 맞았다. 그때 중2병이 심각해지지 않았던 건 어머니의 교육 덕분”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일라이는 “어머니 모르게 비밀결혼을 했던 게 죄송하다. 어머니는 ‘소속 계약이 끝난 후에도 여자친구를 사랑하면 그때 결혼을 해라’라고 하셨지만 나중에도 변함없이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몰래 결혼을 진행했다”며 다시 한 번 죄송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런 가운데 이날 매일 오해받는 19살 남학생이 출연했다. “전 토종 한국인이지만 사람들은 멋대로 외국인이라고 오해해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너 국산이냐~?’라고 하지를 않나, 길을 가다가도 술 취한 아저씨가 ‘어디 외국인 같이 생긴 게 길을 막아! 안 비켜?’라며 상처 주는 말을 서슴지 않네요. 더 이상 이런 취급받지 않게 도와주세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외모 때문에 편견을 갖지 말고, 외국인도 비하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성숙한 가치관을 보여줬다. 이에 신동엽 역시 “우리나라에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오해가 아닌 실제 사람들은 얼마나 수모를 견디고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주인공의 말에 시의성 있는 의견을 덧붙였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생길 편견을 걱정하는 주인공에게 신동엽은 “나는 학창시절 졸업식 때마다 부모님이 참석 못하셔서 친구 부모님을 따라가 밥을 얻어먹어야 해서 서러웠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분위기를 잘 맞추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알게 됐다”라며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응원했다. 방송은 8일 월요일 밤 11시 10분.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패션은 삶이다

    패션은 삶이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옷을 입는 것은 삶의 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패션이 일상의 문화가 되면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업물을 선보이는 패션쇼도 하나의 문화행사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27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7년 가을·겨울 시즌 헤라서울패션위크’에는 패션업계 관계자와 일반인 등 모두 28만명이 방문했다. 패션위크는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유행을 가늠할 척도이며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발판이다. 이번 시즌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주목한 신진 디자이너 3명을 만나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선 그들의 고민과 철학을 들어봤다.■‘참스’ 강요한 디자이너 “패션은 재미있는 놀이” 무작정 거리로… 젊은 고민 담아 “패션쇼에 서는 의상은 어렵고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요. 예쁜 옷을 입는 건 합리적인 가격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밌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강요한(27) 디자이너가 이끄는 캐주얼 브랜드 ‘참스’는 수년 전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 2015년에는 ‘2016 봄·여름 헤라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강씨는 국내 최연소 디자이너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력적인 것들’이라는 뜻인 참스는 ‘누구든 이 옷을 입으면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참스는 태생부터 온라인에 익숙한 요즘 세대의 패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군 전역 후 덜컥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의류 공장에 찾아가 실무를 배울 정도로 패기 넘치던 20대 초반의 강씨는 ‘패션과 가까워지고 싶어’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헤맸다. 가로수길, 홍대 등을 다니며 거리패션 사진을 찍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 과정에서 안면을 익힌 사람들과 옷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자연스레 어울리게 됐다. 그때의 인연이 2014년 강씨가 참스를 시작하는 원동력이 돼 줬다. 소위 ‘SNS스타’인 지인들이 강씨의 옷을 입고 찍은 사진으로 저절로 홍보가 됐다.2017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 오른 옷도 강씨 세대의 고민을 담았다. ‘사춘기’라는 쇼 주제에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해 온 강씨의 평소 생각을 그대로 녹였다. 강씨는 “최근의 패션 트렌드가 ‘복고’라고 하지만 1970~80년대 복고 패션은 잘 와닿지 않는다”며 “더플코트나 아빠 옷장에서 훔친 무스탕처럼 우리 세대가 10대이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패션을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사춘기 학생들을 억압하는 사회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쇼 무대도 록밴드 핑크플로이드의 노래 ‘벽’의 뮤직비디오에서 따왔다. 강씨의 서울패션위크를 보고 영국 ASOS 등 해외 각국 편집매장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2015년 입양한 반려견 프렌치불도그를 ‘참스’라고 부를 정도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강씨는 “강아지와 커플룩을 입고 싶어 강아지옷을 출시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참스가 제 인생과 함께 성장해 갔으면 해요. 제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아동복을 출시할 수도 있겠죠. 어떤 형태가 됐든 지루하지 않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글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요하닉스’ 김태근 디자이너 “길거리가 곧 레드카펫” 中서 브랜드 론칭…역진출 행보 “거창한 사회 담론보다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제 생각과 고민을 진솔하게 녹인 디자인에 사람들이 공감해 주면 행복을 느끼죠.” 김태근(35) 디자이너는 자신의 의류 브랜드 ‘요하닉스’를 ‘스트리트 쿠튀르’(세밀한 수작업으로 화려하고 정교하게 만든 의상)라고 정의했다. 김씨는 “우리 옷을 입고 걸으면 길거리가 곧 레드카펫이 된다는 의미”라며 “내가 옷에 내 이야기를 담았듯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고도 없는 중국에서 브랜드를 시작해 한국으로 역진출한 독특한 행보를 걷고 있는 김씨는 영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시절 직접 만든 청바지를 내다 팔다가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미치코 고시노의 눈에 들면서 미치코런던에서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섰다. 졸업 후에는 2010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에 입사했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싶어 2011년 베이징으로 건너갔다. 중국에 안착한 뒤 2014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면서 한국으로도 발을 넓혔다. 현재는 전 세계 20개국 80개 편집매장에 입점하고 뉴욕·상하이·파리·밀라노 등에서도 패션쇼를 여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매 시즌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디자인을 선보여 온 김씨는 현실에 치여 꿈을 포기하는 소녀가장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어 2017 가을·겨울 시즌의 주제를 ‘꿈’으로 잡았다. “사실 가장 가성비가 안 좋은 게 꿈이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꿈을 좇잖아요. 쓸모없는 것 같아도 행복하기 위해 꽃을 사듯이 말이죠. 그래서 꽃으로 꿈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이번 요하닉스의 무대는 억압되고 정형화된 사회를 대변하는 군복 의상으로 시작해 점점 꽃무늬가 등장해 쇼의 막판에는 완전히 꽃으로 뒤덮인 의상이 대미를 장식하도록 꾸며졌다. 배경음악으로는 가수 이은미의 ‘꽃’을 택했다. 김씨는 올해를 새로운 도전의 원년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초에는 좀더 젊은 감성을 담은 하위브랜드 ‘블락스’(BLACX)를 선보였다. 올해 말에는 여성복 하위 브랜드 ‘그레익스’(GREYX)도 출시 예정이다. 김씨는 “아직 스스로 ‘쿠튀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부끄러울 때가 많다”며 “내공이 쌓여 언젠가는 정말 내가 만든 옷에 작품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부끄럽지 않은 게 꿈”이라며 밝게 웃었다. 글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HCL’ 이한철 디자이너 “지루한 남성복은 그만” 진화하는 디자인… 실험적 시도 “매년 레드카펫 위 여배우들의 아름다운 드레스는 화제가 되지만 언제나 남성들은 단정한 턱시도를 입는 게 의아했어요. 남성도 여성만큼이나 최고의 순간에 자신을 가장 빛낼 수 있는 옷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죠.”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만난 이한철(40) 디자이너는 “여성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조롭고 보수적인 남성복의 한계를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남성복 브랜드 ‘HCL’은 2년이 채 안 된 신생 업체지만 헤라서울패션위크의 패션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수주 박람회 ‘GNS트레이드쇼’에 참가해 유럽 등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대학에서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이씨는 2008년 패션기업 한섬의 여성복 브랜드 ‘타임’의 디자이너로 입사하며 패션업계에 첫발을 들였다. 그러나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입사 2년 만에 탄탄한 직장을 포기하고 남성복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러 영국으로 떠났다.2013년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인공모전 ‘이츠’ 우승과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가 선정하는 ‘보그 탤런트상’을 함께 거머쥐면서 이씨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디자인공모전 이츠는 매년 전년도 우승자가 소규모 패션쇼를 무대에 올리는 전통이 있다. 이듬해 이 무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이씨는 이후 밀라노에서 활동했지만,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한 패션쇼를 하고 싶다는 열망에 지난해 가을 열린 2017 봄·여름 시즌부터 헤라서울패션위크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씨는 2017 가을·겨울 시즌이 지금까지 자신의 디자인을 총정리하는 무대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옷은 생물체와 같아서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살아남는다”며 “내 디자인이 환경에 적응해 온 진화의 과정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디자인의 핵심이 되는 일부 기능만 남겨 놓은 옷이 다른 옷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구현해 나가는 디자인으로 이를 표현했다. 실제 이씨의 무대에는 옷깃만 달린 조끼를 코트에 겹쳐 입는 등 실험적인 의상들이 등장했다. “제가 자랄 때만 해도 옷이 재산이었어요. 함부로 사기도, 버리기도 어려웠죠. 자연히 경제력을 가진 성인이 트렌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패스트 패션 열풍으로 패션의 중심이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옮겨 왔습니다. 여기에 맞춰 제 디자인도 다시 한번 진화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글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제3문화 아이들(TCK)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제3문화 아이들(TCK)

    “아빠, 난 누구야?” 저녁 식사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이 질문을 던진 아이의 나이는 열두 살. 어린 아이의 질문치고는 제법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진다. 한국인 부모 밑에 태어나 미국에서 유치원까지 다니고, 초등학교는 캐나다에서 마친 후에 한국에 1년 동안 방문을 하러 온 사이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왜 그런 질문이 생겼을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온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자신이 늘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 캐나다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한국 사람인지 캐나다 사람인지 헷갈린다는 뜻이었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에 정체성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수업 시간에 글로벌 환경에서의 생활에 대해 설명하면서 실제 있었던 이 아이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수업을 마칠 때 키가 큰 한 백인 남학생이 다가오더니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다. 나이는 스물한 살. 아버지는 영국인, 어머니는 독일인. 지금은 캐나다에 살고 있다. 수업 시간에 들은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다면서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이 된다고 한다. 딱히 영국인도, 독일인도, 그렇다고 캐나다인도 아닌 자신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스스로 혼란스럽다고 한다. “영국인도 되고 독일인도 되면서 동시에 또 캐나다인도 되는 그런 새로운 종류의 사람들을 세계인이라고 하는데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라고 얘기를 해 주었더니 공감과 위로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나라들 사이에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처럼 새로운 종류의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의 문화적 배경과 상이한 문화 환경에서 자라게 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제3문화 아이들’(TCK ? Third Culture Kids) 혹은 ‘뿌리 없는 아이들’(rootless children)이라고 부른다. 제3문화라고 하는 것은 부모에게서 배운 제1문화, 외국 생활에서 습득한 제2문화와 비교되는 개념으로서, 이 두 가지 문화가 자신 안에서 융합되어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때 이를 제3문화라고 한다.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생활을 한 해외파견자, 외교관, 선교사, 이민자의 자녀 중에 제3문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직도 편협한 국수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제3문화 아이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 생활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서 생활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편견 및 오해를 받는 일은 다반사다. 때론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탓에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그럴 때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도 드물고 털어놓고 상담할 대상도 마땅하지 않아서 더욱 힘들다. 그러나 제3문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장점도 많다. 자동차를 비유로 들면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문화에 의존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문화들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들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창의력, 포용성, 이문화 감수성, 열린 마음의 자세, 적응 능력 및 지적 능력에서 수월성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문제를 해결할 때 한 문화의 관점이 아니라 서로 상반되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문화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해결을 할 수도 있어 3차원의 인재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제3문화 아이들의 시대가 올 것이다.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 및 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은 제3문화 아이들의 장점들과 많이 겹친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표적인 제3문화 아이였다. 미국인 어머니, 케냐 아버지에 어릴 때는 인도네시아에서 자랐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남달리 유연한 세계관, 다양성에 대한 존중,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력 및 친화력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을 뿐 아니라 임기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현상은 제3문화 아이들의 장래가 밝다는 것을 시사한다.
  • 러 언론 “英맨체스터, 비만녀·동성애자에게 우호적 도시” 맹비난

    러 언론 “英맨체스터, 비만녀·동성애자에게 우호적 도시” 맹비난

    러시아에서 판매 부수가 가장 많은 유력 언론사의 한 칼럼니스트가 영국의 맨체스터시(市)를 ‘비만 여성과 동성애자들에게 우호적인 도시’라며 맹비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종합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칼럼니스트 알리사 팃코가 비만 여성과 동성애 문화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팃코는 오는 2018년 FIFA 월드컵 결승전을 주최하는 모스크바에 맨체스터는 절대 모방해서는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독자들에게 “맨체스터에는 비만인이 많다. 그곳의 젊은 여성들은 복부와 몸통 여기저기에서 지방이 축 늘어져 있어도, 청바지가 잘 맞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는다”며 “클럽을 갈 때도 몸에 꽉 끼는 레깅스와 미니드레스를 입는데, 남자들이 좋아할 리 없다. 여성들 살집이 너무 많아 성적 매력이 없어서다”고 지적했다. 또한 맨체스터 도시 전체가 동성애자들에게 친화적인 분위기라며 공격적인 태세를 이어갔다. 팃코는 글을 통해 “마을 주변을 걸어 다니면 게이 커플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페와 클럽, 동성애의 상징인 작은 무지개 깃발, 배트맨과 슈퍼맨이 키스를 하는 포스터 등도 쉽게 볼 수 있다. ‘게이 빌리지’라 불리는 장소도 있다”면서 “게이와 레즈비언들은 그들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카페에서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거나 공공장소에서 스스럼없이 애정행각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는 혐오스럽다. 모스크바 거리에는 그런 게이 커플들이 없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어 “모스크바는 맨체스터처럼 비전통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커플들에게 더 관대할 필요가 없다”며 “러시아에 비전통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건 그들의 엄마가 자식들이 어렸을 때 충분히 훈육하지 않아서다. 이들은 부도덕성의 척도”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러시아인들은 계속해서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를 꾸려나가고, 법적 결혼으로 아이를 낳자! 사랑과 방탕한 동성애가 함께 어울리도록 두지 말자!”고도 요구했다.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의 반동성애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견으로, 지난달 체첸의 게이 남성들이 ‘게이 수용소’에서 구타와 전기고문을 받았다는 보도 이후 또 한 번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슬람권인 체첸은 매우 보수적인 국가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수치심 때문에 친척에 의한 명예 살인이 일어나기도 해서 성 소수자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조차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아버지의 주름에 들어앉은 가족의 기록

    아버지의 주름에 들어앉은 가족의 기록

    아이의 달큰한 살내음, 오종종한 입에서 만드는 앙증맞은 단어들, 금방 못 신게 될 작은 신발…. 어김없이 지나가고야 마는 ‘가족의 어느 한때’를 함축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늘 이 한때를 통과하지만 이 시간들이 추억으로 맺힐 때 사무치게 그리울 것이란 진실은 잊고 산다. 지나고 나서야 귀함을 알게 되는 기억들이 소설로 영글었다. 이기호(45) 작가의 가족 소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마음산책)이다.지난해 펴낸 짧은 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가 10만부 가까이 팔리며 독자들과의 두터운 교감을 이룬 그가 이번에 낸 짧은 이야기들은 작가 가족의 자전적 기록들이다. 한 월간지에 2011년부터 3년간 ‘유쾌한 기호씨네’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44편의 소설로 묶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소설은 때론 삭제되고 지워진 문장들을 종이 밖으로 밀어내며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 모든 가족 이야기는 그런 소설과 많이 닮아 있다.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만 같다”고 했다. 쓰지 못한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것들 때문에 소설이 온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라는 부연과 함께.책장 어디를 펴들어도 이야기에 깊숙이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건, 분량이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그의 가족 이야기에 자꾸 나의 가족 이야기가 포개지기 때문이다. 가족사진을 찍은 뒤 영정 사진을 찍겠다는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서 가족의 얼굴을 더듬게 되는 순간이 그러하다. ‘어쩌면 아버지의 얼굴 구석구석에 가족 모두가 들어 있어 아버지의 독사진이야말로 진정한 우리의 가족사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83쪽). 침대에서 자면 아이들이 따라 올라와 떨어질까 봐 좁은 방바닥에 세 아이와 붙어 자는 아내를 애잔하게 보며 남편은 그 틈에 비집고 누워 이렇게 생각한다. ‘누운 자리는 좁았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68쪽)고. 웃음과 안쓰러움, 실망과 감동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 교차하는 가족 관계를 다뤘기 때문일까. 익살과 비애를 솜씨 좋게 버무려내는 작가의 장기는 더욱 활기가 넘친다. 잔소리가 많아 가족 모두가 피하는 조카가 다운증후군 오빠가 다치지 않으려면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할 때, 편견으로 뭉친 어른은 아이들의 깊이 모를 속내에 허를 찔린다. 작가는 당초 글의 연재를 중단한 이유에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놓여 있다고 고백한다.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많은 아비와 어미가 자식을 잃고 슬퍼하고 있을 때, 그때 차마 내가 내 새끼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문장으로 옮길 자신이 없었다”고. 그는 “연재를 중단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책으로 내는) 용기를 내본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소소하고 흔한 풍경이 더 아름답고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키 작은 두 친구와 땐쓰, 땐쓰… 긍정 에너지로 ‘큰 울림’ 줄래요

    키 작은 두 친구와 땐쓰, 땐쓰… 긍정 에너지로 ‘큰 울림’ 줄래요

    “‘댄스’는 김빠지잖아. ‘땐!쓰!’라고 해야 신나지.”●‘소수자 아름다움 조명’ 두 번째 시리즈 그녀와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워낙 입담이 재치있기도 하지만 콸콸 끓어넘치는 에너지 덕분에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조차 순식간에 마음의 경계를 허물게 하는 마력의 현대무용가 안은미(55)가 이번에도 유쾌한 신작을 들고 나왔다. 오는 12~1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대심(大心)땐쓰’다. 지난해 시각 장애인들과 함께한 ‘안심땐쓰’에 이어 소수자들의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3부작 시리즈 중 두 번째로 발표하는 작품이다. 키가 147.5cm 이하인 저신장 장애인 2명과 안은미컴퍼니 무용수 8명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대심’이라는 제목은 ‘몸은 작지만 마음은 크다’는 의미에서 붙였다. “사회에서 편견이 많은 친구들의 움직임을 무대에 올려 우리가 사회에서 함께 사는 데 균형 감각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예요. 단지 일반인에 비해 조금 작다는 사실 말고 전혀 다른 게 없거든요. ‘서로 다름’이 주는 조화를 찾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조금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멋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죠. 수공예로 한 땀 한땀 수놓은 비싼 옷과 같은 무대와 감동을 그 친구들한테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요.”●“‘서로 다름’이 주는 조화 찾고 싶었죠” 작품에 참가할 신청자를 모집했지만 두 달간 꼬박 연습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생각보다 지원자가 없어 이곳저곳 수소문한 끝에 김범진(26), 김유남(24)씨를 찾았다. 안은미는 어렵게 인연이 닿은 두 사람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제가 안 가르쳐도 생각보다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연습을 하다 보니까 욕심이 나는지 함께하는 무용수 형, 누나들이 하는 동작도 따라하려고 하고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당장이라도 무대를 부숴버릴 것만 같은 긍정 에너지를 내뿜는 두 사람을 보니 저도 행복하더라고요. 작은 키의 두 친구가 보여주는 커다란 마음은 관객들에게 행복함과 놀라움을 선사할 거예요.” 안은미는 전문 무용수와 일반인이 함께하는 무대를 통해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는 안무가다. 할머니들이 출연한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10대 청소년들과 함께한 ‘사심 없는 땐쓰’,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들이 출연한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등의 작품을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마법 같은 ‘몸의 소통법’을 선보여 왔다. 전문 무용수에 비해 아무래도 서툴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을 굳이 무대에 올리는 이유는 뭘까. “무용수들은 전문적이니까 세련되고 몸도 전문적인 무대 언어에 숙달되어 있죠. 사실 그들과 함께하면 작품을 하기 쉬워요.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전문 무용수들과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건 원 없이 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눈을 돌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제가 워낙 친화력을 타고나서 사람들도 제가 하는 제안을 재밌어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작품이라는 건 잔치 같은 거죠. 우리 집 앞마당에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잔치, 큰 판을 매일같이 벌이고 싶어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그녀가 만든 작품들이 관객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명확하다. 이야기를 쉽게 건네기 위해 인위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무대 위에 서는 무용수들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란다. ●“주인공들이 행복하면 관객도 행복해져” “우선 관객보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행복해야 돼요. 제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우주가 빛을 발하면 관객들은 절로 반응하거든요.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에너지를 표출하면 관객들은 반드시 그 에너지에 무너지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무대를 만들 때 관객들의 반응을 고려한 계산 같은 건 따로 하지 않아요. 인간 그 자체가 메시지니까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보험사, 정신질환 실손보험 가입 기피 말아야”

    한국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경험하지만, 보험 가입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정신질환자의 범죄와 사회적 인식 개선 보고서‘를 통해 “기분장애와 같은 가벼운 정신질환부터 조현병 등 중증 장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전체 22.2% 뿐”이라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결여와 차별, 편견이 병원 가는 길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정신질환자가 일으키는 강력범죄 대부분은 초기가 아닌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해 발생하지만 우리사회는 예방도 치료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미치료 기간(DUP·증상 이후 첫 치료를 받는 기간)은 84일로 영국, 미국 등에 비해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중증 정신질환으로 악화하기 전에 조기 발견해 치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보험의 보장범위는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2015년 12월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변경으로 지난해 1월부터 판매되는 실손의료보험은 일부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괴리가 있다. 정적 가입을 하려고 해도 보험사에서 까다로운 심사기준 등을 내세워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 위원은 “정신질환에 대한 경험이 적어 통계가 없다는 이유를 들거나 가벼운 정신질환 등에도 까다로운 가입조건 등을 내세워 사실상 가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울증과 기분장애 등 경증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면 만성질환으로 발전한다. 이 연구원 은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이 연간 8조원에 육박하지만 대부분 비급여 치료다보니 초기 환자가 중증환자로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위험 보장을 위해 과학적 통계를 기반으로 한 인수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탈북민, 북녘이 고향인 ‘친근한 이웃’/정승훈 통일부 공동체기반조성국장

    [월요 정책마당] 탈북민, 북녘이 고향인 ‘친근한 이웃’/정승훈 통일부 공동체기반조성국장

    북한을 벗어나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수가 3만명을 넘는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의 식량난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입국 인원이 2000년대 중후반에는 연 3000명까지 급증했다. 2012년 이후 북한 당국의 국경 통제 강화로 줄긴 했으나 연 1500명 가까이 자유를 찾는 행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역대 정부는 해외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이 입국을 희망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전원 수용한다는 방침하에 필요한 외교적 보호와 입국 후 정착에 필요한 제반 지원을 제공해 왔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1999년에는 사회적응교육기관인 ‘하나원’을 개소했다. 사회 진출 후에는 취업, 주거, 의료, 교육 등 안정적 정착을 위한 범정부 협업 지원 체계를 갖췄다. 그간 정착 지원 정책을 돌이켜 보면 ‘보호 지원’에서 ‘자립 자활’ 그리고 ‘사회통합’으로 그 중점이 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초기 정책이 탈북민을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 봤다면 탈북민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성공적 정착에 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직업훈련, 고용 지원 등 취업률 제고에 초점을 맞춰 시책을 확충했다. 지난해 ‘사회통합형’으로의 정책 개선은 탈북민과 여타 지역주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편견이나 차별 의식 없이 지역공동체의 진정한 일원으로 지역주민과 소통, 융합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보완했다. 그동안의 정책 노력으로 탈북민의 고용률과 평균 소득 등 양적인 지표는 점차 개선돼 왔다. 예를 들면 2016년 탈북민 고용률과 평균 임금은 각각 55%, 162만 9000원으로 2011년의 49.7%, 121만원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물론 일반 국민들의 61%, 236만 8000원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지만 말이다.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우리 사회에 입국한 탈북민이 낯선 체제와 환경 속에서 자신감과 소속감을 가지고 새 출발하도록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사회 각계의 관심과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원에서는 올해 3개월간의 기초적응교육과정에 생애 설계 과정(Life Plan Coaching)을 도입했다. 개인별 적성과 역량 등을 감안해 취업, 가족생활, 재무, 교육, 건강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선배 탈북민과 해당 분야 전문인력이 참여해 필요한 조언을 해 주고 있다. 시험 운영 과정에 참여한 한 선배 탈북민은 “정착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좀더 일찍 도입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탈북민의 사회 진출 후 지역 적응을 지원하는 하나센터가 전국에 23개가 지정,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서울, 부산, 제주 소재 3개 센터가 올해 ‘지역통합’ 시범센터로 지정돼 탈북민과 지역주민들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프로그램을 지역 특성에 맞게 발굴·추진하고 있다. 또한 취업, 교육, 심리안정, 의료, 법률상담 등 분야별로 하나센터가 협업의 중심이 돼 다양한 기관, 민간단체, 자원봉사자의 지원 역량과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서비스 전달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또한 탈북민과 지역주민 간 소통과 교류의 문화 공간으로 가칭 ‘통일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다. 공간 구성과 운영 방향에 대해 탈북민과 지역주민의 의견과 희망 사항을 반영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구상은 문화 공연 및 전시 공간, 어린이 도서관, 상담 및 서비스 시설, 모임 공간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의견을 반영해 좀더 구체화할 계획이다. 센터가 건립되면 탈북민은 물론 지역주민이 함께 시설을 이용하면서 ‘작은 통일’의 시험장으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주민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끝으로 탈북민은 우리의 통일로 나아가는 길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다. 탈북해서 자유와 행복을 찾아 남한으로 오는 험난한 과정은 곧 분단의 고통이기도 하다. 이들은 남과 북의 사회를 잇는 가교이기도 하다. 북녘이 고향인 대한민국 국민이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원이다. ‘친근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할 때 통일은 가까울 것이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건프라부터 드론까지… “어른도 장난감 좋아해”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건프라부터 드론까지… “어른도 장난감 좋아해”

    이달 초 호주 멜버른의 한 쇼핑센터에 문을 연 레고 놀이공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레고의 실내 놀이공원인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가 17세 이하의 아이를 동반하지 않는 성인의 입장을 제한했기 때문이다.전 세계에 17개의 센터가 있는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는 3~10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며 모든 센터가 성인 입장과 관련한 동일한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알지 못했던 호주의 성인 레고 팬들이 표를 사고도 입장하지 못하자 이는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키덜트 천국 美·日 시장 규모 20조원 ‘멜버른 레고랜드 사태’는 호주의 레고팬, 더 나아가 어른도 때로는 아이의 감성을 가질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전 세계 키덜트의 공분을 샀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을 합친 신조어인 ‘키덜트’는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고와 같은 장난감이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시대에 뒤처진 편견이 됐다. 영국 리서치 업체인 민텔이 지난해 12월 미국의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장난감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성인을 위한 장난감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8%, 자신을 위해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2%였다. ●신흥 강자 한국, 피규어 매출 1년 새 127%↑ 키덜트 시장 규모가 각각 6조원, 14조원에 달하는 일본과 미국은 ‘키덜트의 천국’으로 꼽힌다. 두 나라 모두 전 세계에 엄청난 규모의 팬을 거느린 만화와 애니메이션·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서 파생된 프라모델(플라스틱으로 된 조립식 장난감)과 피규어, 레고 등은 키덜트의 대표 아이템이다. 프라모델은 1930년대 후반 영국군이 차량 식별 교육용으로 고안했다가 장난감으로 발전한 것이다. 일본이 1980년대에 만화 ‘건담’의 프라모델(일명 건프라) 붐을 일으키면서 국내에도 ‘건덕후’(건담 프라모델 마니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미국은 월트디즈니의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스타워스’, ‘아이언맨’, ‘배트맨’, ‘슈퍼맨’ 등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영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SF 영화와의 합작을 통해 캐릭터 상품이나 피규어, 레고와 같은 장난감 등으로 전 세계 키덜트를 매혹하고 있다. 한국은 키덜트 시장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대에 달하며, 매년 20%씩 성장해 2016년에는 1조원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드론과 피규어는 2016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21%, 127% 급증했다. 키덜트 시장의 후발 주자인 중국은 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아이템으로 ‘어른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중국 키덜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드론이다.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94%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중 글로벌 최대 소형 드론 업체인 DJI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등산·여행을 다니면서 셀프 카메라 사진을 찍기 편하도록 가방에 접어 넣을 수 있는 드론과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 데 쓸 수 있는 드론 등 키덜트의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느낌이 강한 드론의 개발은 모두 중국에서 이뤄졌다. ●드론 수리 전문가·아트토이 디렉터 각광 키덜트 문화가 전 세계적인 시류로 자리 잡으면서 다채로운 변화도 생겨났다. 키덜트를 위한 소형 드론이 인기를 끌면서 드론 수리 전문가가 등장했고, 기존의 장난감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그림을 입히거나 디자인을 변형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이를 전시하는 아트토이 디렉터 등의 직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장난감 업체는 키덜트의 ‘장바구니’를 노리고 꾸준히 사회적 이슈를 쫓고 있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겨냥하거나 이를 의식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레고는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 휠체어를 탄 레고 피규어를 선보였고, 세계 최대 장난감 업체인 토이저러스는 장난감에 남녀용 표시를 없앴다. 미국의 또 다른 장난감 업체인 ‘토너 돌 컴퍼니’는 아예 트랜스젠더 인형을 선보였다. 다 큰 성인이 아이들의 장난감과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각박한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장난감이나 만화, 캐릭터 등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단박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용이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20~40대의 탄탄한 소비력이 키덜트 시장의 꾸준한 성장 동력이 됐다. 또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혼술’, ‘혼밥’과 같이 혼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장난감이나 캐릭터 등의 문화 콘텐츠 소비가 가족을 대신해 힐링과 휴식의 존재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huimin0217@seoul.co.kr
  • [기고] 장애 편견 깨고, 꿈의 날개 달아주자/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기고] 장애 편견 깨고, 꿈의 날개 달아주자/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장애인,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장애인의 정의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편견 역시 조금씩 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촉각을 이용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다. 시곗바늘 대신 작은 구슬이 시간을 표시한다. 이 시계는 눈으로 시간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손의 감각으로 시간을 알 수 있도록 고안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됐지만, 매력적인 디자인 덕분에 비장애인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개발한 이원의 김형수 대표는 대학원 재학 중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쓰면 수업을 방해할까 봐 사용을 꺼리던 시각장애인 친구를 보며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편리한 시계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친구가 겪는 불편함을 눈여겨보고 시계를 만든 김 대표와 달리 많은 사람은 장애를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긴다. 국내 장애인의 약 90%는 사고, 질환 등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입는데도 말이다. 장애인의 삶, 특히 장애인 고용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하다. 법으로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민간 기업의 경우 상시 근로자의 2.9%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이 많다. 상당수 대기업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용 대신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도 다수다. 이에 정부는 4월을 ‘장애인 고용촉진 강조 기간’으로 정해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행사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장애인 고용에 기여한 이들을 포상하고 장애인 고용 우수 사례를 나누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가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개최된 2017 장애인고용촉진대회의 주제는 ‘꿈, 날개를 달다’였다. 장애인은 ‘자립’이라는 꿈의 날개를, 사업주는 ‘기업 발전’이라는 꿈의 날개를 달고 함께 도약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날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인 ㈜행복누리 이기영 대표이사가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장애인 고용 촉진 유공자 28명이 정부 포상을 받았다. 수상자를 보니 모두 장애인의 꿈에 날개를 달아 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기업이다. ㈜행복누리의 경우 설립 초기 30명이었던 장애인 근로자를 117명까지 확대했으며, 다양한 장애인 적합 직무를 발굴하고 장애인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 역시 수십 년간 장애인을 고용하며 소득보장이나 자립을 떠나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꿈 날개를 달아 준 기업들이었다. 4월 장애인 고용촉진 기간을 지내며, 장애인을 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응원하고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동료로 발돋움할 그날이 하루속히 올 것을 기대해 본다. 또 그 덕분에 내년에는 다른 브래들리 타임피스가 화제에 오르기를, 그리고 장애인 고용을 위해 힘쓰는 기업이 많아지기를 꿈꿔 본다.
  • 文 ‘동성애 반대’엔 사과…동성혼 합법화는 반대

    전통 가족·사회적 보수성과 배치 ‘동성 부부는 인정’ 해법 될 수도 “성소수자에게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송구합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차 TV토론(25일)에서 불거진 ‘동성애 반대 발언’ 논란에 대해 27일 사과했다. 그러나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은 고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이날 기자들에게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5당 후보 가운데 동성결혼 합법화 의지를 밝힌 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유일하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면서도 유독 동성혼 합법화에 유력 후보들이 고개를 젓는 이유는 뭘까. 동성혼 합법화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가장 높은 수위의 제도적 보장으로, 전통적 가족 공동체를 지키려는 사회적 보수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문제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지만, 동성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전 세계 20여개국에 불과하다. 동아시아에선 일본 도쿄 시부야 구가 유일하게 2015년 동성 커플을 공식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동성혼 문제가 개헌과도 맞닿아 있다. 헌법 제36조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조항 가운데 ‘양성 평등’이 ‘혼인은 양성 간에 하는 것’이란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법원은 동성혼을 인정해 달라며 영화감독 김조광수씨가 제기한 소송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현행법상의 해석만으론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해법이 동성혼 합법화에만 있는 건 아니다. 동성혼은 인정하지 않되 동성 부부는 인정하는 방법도 있다. 1989년 10월 덴마크가 시행한 ‘파트너십 등록제’(시민결합)로, 상속과 사회보장, 주거혜택 등 부부의 권리를 제한적으로 보장해 주는 합법 결혼 대체 제도다. 혈연이나 혼인관계가 아닌 동거 가족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동반자등록제도가 현실화되면, 형평성 차원에서 동성 파트너십 허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2014년 국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으며 심 후보도 ‘동반자등록법’ 제정을 공약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안철수도 동성애 입장 밝혀 “찬반 사안 아니지만 동성혼은 반대”

    안철수도 동성애 입장 밝혀 “찬반 사안 아니지만 동성혼은 반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27일 동성애 관련 질문에 “동성혼 합법화는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유세 후 “동성애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또는 반대, 허용 또는 불허의 사안이 아니다. 다만 동성혼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20일 개최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독교 공공정책 발표회’에서 동성애와 동성결혼 법제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같은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 자체는 허용하고 말고의 찬반 문제가 아니다. 각자 지향이고 사생활에 속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한 뒤 군대 내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역시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해 차별을 하거나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 이런 것은 없다. 하지만 동성애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혼인제도, 가족제도 등 이런 데 집어넣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동성애는 안 된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가 그렇게 창궐하는데. 하나님의 뜻에 반한다. 그래서 안 된다”면서 동성애와 동성혼 모두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성 간, 동성 간 결혼 다 축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성혼 합법화는 국제적 추세이고 그렇게 나가는 게 옳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내식 전문가가 꼽은 ‘기내식 Top 5’

    기내식 전문가가 꼽은 ‘기내식 Top 5’

    ‘기내식은 맛없다’ 어떤 사람은 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내식 후기 유명 블로그 ‘인플라이트피드’(InflightFeed)의 운영자로, 15년간 항공업계에 몸담아온 닉 루카스는 이런 생각은 편견이라고 최근 미국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밝혔다. 호주 국영 콴타스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현재 유럽의 승무원 교육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사들은 지난 5년간 경쟁을 통해 기내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애써왔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은 비행기에 탄 순간 두 가지에 관해 얘기한다”면서 “바로 승무원과 기내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내식이 좋든 나쁘든 여행자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매년 18만 ㎞가 넘는 거리를 비행하며 최근 5년 동안 지구를 20바퀴 넘게 돌았다는 루카스는 3만 피트(약 9000m) 상공을 시속 800km로 날아가는 항공기 안에서 먹는 식사가 기억에 박히는 것은 기이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가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밝힌 기내식이 가장 맛있는 항공사 5곳을 순위 없이 나열한 것이다. ▲ 오스트리아항공 루카스는 기내식을 위해 추가 비용을 냈음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지난 오랜 세월 내가 비행기에서 먹어본 최고의 아침식사다”고 밝히면서 “15유로(약 1만 8000원)를 내고 업그레이드하면 환상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내식에 10점 만점 중에 9.4점을 주고 있다. ▲ 싱가포르항공 이것은 루카스가 싱가포르 항공에서도 유명한 최고급 좌석 ‘스위트 클래스’로 여행했을 때의 평가다. 그는 “난 싱가포르 항공을 매우 좋아한다. 서비스는 놀라웠고, 비즈니스 클래스와 퍼스트 클래스는 물론 이코노미 클래스(일반석)의 기내식조차도 환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위트 클래스와 퍼스트 클래스의 승객들은 웰컴 드링크로 고급 샴페인인 ‘돔 페리뇽 빈티지 2004년산’을 마실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스칸디나비아항공 그는 “비즈니스 클래스의 기내식은 마치 멋진 북유럽 레스토랑에서 먹는 저녁 식사 같다”면서 “메인 기내식은 트레이를 사용하지 않고 제공되며 두 번째 기내식 서비스는 통로를 지나는 뷔페 트레이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코노미 클래스의 주문형 기내식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여행자들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 스페인 에어유로파 그는 “아마도 유럽 노선에서 먹은 기내식 가운데 최고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 공수한 것처럼 신선하고 독특하다”고 말했다. 이 기내식의 종합 점수는 9.2점을 획득하고 있다. ▲ 터키 항공 그는 “터키 항공은 놀랄 만하다. 기내식은 이코노미 클래스까지 매우 신선하고 맛있어 내 생각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루카스의 블로그에는 이밖에도 세계 여러 항공사가 제공하는 기내식에 관한 평가가 나와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항공사인 대한항공(8.7점)과 아시아나항공(8.8점)에 관한 리뷰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인플라이트피드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건프라부터 드론까지…당신의 ‘키덜트’ 아이템은?

    [송혜민의 월드why] 건프라부터 드론까지…당신의 ‘키덜트’ 아이템은?

    이달 초, 호주 멜버른의 한 쇼핑센터에 문을 연 레고 놀이공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레고의 실내 놀이공원인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가 17세 이하의 아이를 동반하지 않는 성인의 입장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17개의 센터가 있는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는 3~10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며 모든 센터가 성인 입장과 관련한 동일한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알지 못했던 호주의 성인 레고 팬들이 표를 사고도 입장하지 못하자 이는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멜버른 레고랜드 사태’는 호주의 레고팬, 더 나아가 어른도 때로는 아이의 감성을 가질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전 세계 키덜트의 공분을 샀다. 아이(kid)와 어른(adult)를 합친 신조어인 ‘키덜트’는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고와 같은 장난감이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시대에 뒤쳐진 편견이 됐다. 영국 리서치 업체인 민텔이 지난해 12월 미국의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장난감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성인을 위한 장난감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8%, 자신을 위해 구입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2%였다. #‘키덜트 천국’ 일본·미국, ‘신흥강자’ 한국, ‘드론 강국’ 중국 키덜트 시장 규모가 각각 6조원, 14조원에 달하는 일본과 미국은 ‘키덜트의 천국’으로 꼽힌다. 두 나라 모두 전 세계에 엄청난 규모의 팬을 거느린 만화와 애니메이션·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서 파생된 프라모델(플라스틱으로 된 조립식 장난감)과 피규어, 레고 등은 키덜트의 대표 아이템이다. 프라모델은 1930년대 후반 영국군이 차량 식별 교육용으로 고안했다가 장난감으로 발전한 것이다. 일본이 1980년대에 만화 ‘건담’의 프라모델(일명 건프라) 붐을 일으키면서 국내에도 ‘건덕후’(건담 프라모델 마니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미국은 월트디즈니의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스타워즈’, ‘아이언맨’, ‘배트맨’, ‘슈퍼맨’ 등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영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SF 영화와의 합작을 통해 캐릭터 상품이나 피규어, 레고와 같은 장난감 등으로 전 세계 키덜트를 매혹하고 있다. 한국은 키덜트 시장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 원 대에 달하며, 매년 20%씩 성장해 2016년에는 1조원 대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드론과 피규어는 2016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21%, 127% 급증했다. 키덜트 시장의 후발주자인 중국은 첨단 IT가 접목된 아이템으로 ‘어른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중국 키덜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드론이다.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94%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중 글로벌 최대 소형 드론 업체인 DJI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등산·여행을 다니면서 셀프 카메라 사진을 찍기 편하도록 가방에 접어 넣을 수 있는 드론과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데 쓸 수 있는 드론 등 키덜트의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느낌이 강한 드론의 개발은 모두 중국에서 이뤄졌다. #키덜트 문화의 배경, 그리고 변화 키덜트 문화가 전 세계적인 시류로 자리 잡으면서 다채로운 변화도 생겨났다. 키덜트를 위한 소형 드론이 인기를 끌면서 드론 수리 전문가가 등장했고, 기존의 장난감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그림을 입히거나 디자인을 변형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이를 전시하는 아트토이 디렉터 등의 직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장난감 업체는 키덜트의 ‘장바구니’를 노리고 꾸준히 사회적 이슈를 쫓고 있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겨냥하거나 이를 의식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레고는 장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위해 휠체어를 탄 레고 피규어를 선보였고, 세계 최대 장난감업체인 토이저러스는 장난감에 남녀용 표시를 없앴다. 미국의 또 다른 장난감업체인 ‘토너 돌 컴퍼니’는 아예 트랜스젠더 인형을 선보였다. 다 큰 성인이 아이들의 장난감과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각박한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이때 장난감이나 만화, 캐릭터 등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단박에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용이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20~40대의 탄탄한 소비력이 키덜트 시장의 꾸준한 성장 동력이 됐다. 또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혼술’, ‘혼밥’과 같이 혼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상황에서 장난감이나 캐릭터 등의 문화 콘텐츠 소비가 가족을 대신해 힐링과 휴식의 존재가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성소수자인권단체, 문재인·홍준표의 “동성애 반대” 발언 규탄

    성소수자인권단체, 문재인·홍준표의 “동성애 반대” 발언 규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긴급 성명을 통해 사과를 촉구했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26일 밤 긴급성명을 내고 “이것은 한국 성소수자 인권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내는 순간”이라며 “성소수자를 짓밟은 홍준표, 문재인은 당장 사죄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성적 지향은 찬성이냐 반대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인간 특성의 하나”라고 지적한 뒤 “문재인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JTBC, 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동성애에 찬성하냐, 반대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홍준표: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동성애는 국방 전력 약화로 이어지는데, 동성애 반대하십니까?문재인: 반대하지요.홍준표: 반대합니까?문재인: 그럼요.홍준표: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 파티(아마도 퀴어문화축제를 말한 듯)도 서울 거기 앞(서울광장)에서 하게 해줬는데?문재인: 서울광장을 사용할 권리에서 차별을 두지 않은 것이죠.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같습니까?홍준표: 차별금지법이라고…이게 사실상 ‘동성애 허용법’인데.문재인: 차별금지와 합법을 구별 못 합니까?홍준표: 동성애 반대하는 게 분명합니까?문재인: 저는 뭐..동성애 좋아하지 않습니다.홍준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문재인: 합법화 찬성하지 않습니다. 홍준표 후보가 군대 내 성소수자 색출 논란을 ‘군대 내 동성애가 심각하다’라고 인식하며 질문을 던진 점도 지적했다. 성명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인권규약기구들이 수차례 폐지를 권고한 반인권 악법인 군형법 제92조의6을 무기로 한 성소수자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문재인의 발언은 당장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강제구금된 폭력을 인정하고 찬성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토론 말미에 홍준표 후보가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질문하자 문재인 후보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은 반대하지만 동성결혼 법제화는 반대한다’는 취지로 답변을 약간 수정했다. 그러나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자신의 앞선 발언을 수정하지는 않았다.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개인의 정체성입니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차별금지법, 계속 공약으로 냈었는데 이제는 후퇴한 문재인 후보에게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긴급성명 전문. 긴급규탄성명 성범죄 공모자 홍준표는 동성애 혐오 선동하는 그 입을 닥치고 사퇴하라! 홍준표와 맞장구치며 성소수자 혐오 조장하는 문재인은 사죄하라! 우려하던 참상이 현실화됐다. 대선 후보 티비 토론이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는 혐오 발언으로 점철됐다. 파렴치한 홍준표와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단 문재인의 합작품이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군내 동성애가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저질질문에 사실검증을 먼저 따져물어야했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것도 무지의 산물이거나 거짓말에 불과하다.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비상식적 질문에 뻔뻔하게도 반인권을 커밍아웃했다. 성적 지향은 찬성이냐 반대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인간 특성의 하나다. 서로 다른 피부색에 찬반을 따질 수 없는 것과 같다. 문재인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다. 지난 10년 보수 정권 아래에서 박근혜-최순실-재벌의 부패 커넥션이 사람들을 기만할 때,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앞장선 극우 집단들이 혐오를 부추겨 왔다. 성소수자 혐오도 마찬가지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이 동성애 반대를 외쳐 왔다. 이것이 적폐가 아니고 무엇인가. 문재인의 발언은 스스로 적폐를 청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또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자신의 저열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력과 편견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한심한 작태다. 이것은 한국 성소수자 인권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지금 한 군인은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구속돼 있고, 수십 명의 애먼 군인들이 처벌에 직면해 있다. 홍준표가 지적한 군대의 심각한 동성애 문제의 실체는 이것이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인권규약기구들이 수차례 폐지를 권고한 반인권 악법인 군형법 제92조의6을 무기로 한 성소수자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의 발언은 당장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강제 구금된 폭력을 인정하고 찬성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티비 토론을 보며 충격을 받은 성소수자들과 분노를 함께하며, 문재인의 발언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싸울 것이다. 성소수자를 짓밟은 홍준표, 문재인은 당장 사죄하라! 당신들과 같은 자들로 인해 삶과 존엄을 빼앗긴 성소수자들 앞에 참회하라. 성소수자들은 이제 우리의 존재와 존엄을 짓밟는 사회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머무르는 자들과 결별을 고하자. 우리는 우리 손으로 존엄을 되찾고 변화를 일굴 것이다. 2017년 4월 25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동성애 반대” 문재인, 그의 2012년 ‘인권선언’ 살펴보니

    “동성애 반대” 문재인, 그의 2012년 ‘인권선언’ 살펴보니

    지난 25일 밤 방송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이 발언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토론 과정에서 나왔다.홍 후보 :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 문 후보 :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 후보 :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 후보 : 예, 반대하죠. 이후 문 후보는 토론 말미에 “차별은 반대한다”면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추가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토론 중에 나온,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토론 직후 긴급 규탄 성명을 발표해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군 내 동성애가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저질 질문에 사실 검증을 먼저 따져 물어야했다”면서 “성적 지향은 찬성이냐 반대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인간 특성의 하나다. 문재인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후보의 토론회에서의 동성애 관련 발언은 그가 2012년 제18대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인권선언’ 내용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는 2012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이른바 ‘문재인의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당시 “1948년으로부터 6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인권’은 못다 이룬 숙제”라면서 “누구나 존중받으며 사는 사회, 국가가 단 한 사람의 인권도 소홀히 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26일 당시 ‘문재인의 인권선언’ 발표 내용을 보면, 문 후보는 10대 인권 과제를 언급하며 아래와 같이 밝힌 적이 있다. “셋째,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권교육법을 제정하겠습니다.” “넷째, 모든 국민이 인권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보장에 힘쓰겠습니다.” 이어 문 후보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받는 사회, 사람이 돈보다 대우받는 사회, 정의와 인권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누가 만들 수 있겠습니까?”라면서 자신이 대통령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정의와 인권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고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보장에 힘쓰겠다”고 천명했던 문 후보가, 비록 전날 토론 말미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 전에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만큼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문 후보의 인식의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