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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민주 “휘터커, 특검 지휘 불공정… 셀프 제척해야”

    美민주 “휘터커, 특검 지휘 불공정… 셀프 제척해야”

    “러 스캔들 수사에 적대적… 지휘 손 떼야 트럼프 언론 공격, 권력 남용 여부 조사” 공화 “새 법무 임명까지 법적 자격있다”미국 11·6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심복인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 임명과 그의 언론 공격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특히 2016년 대선 관련 ‘러시아 스캔들’의 막바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에 대한 휘터커 대행의 감시·감독 등 권한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맞붙었다. 민주당은 11일(현지시간) 휘터커 대행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뮬러 특검 지휘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간선거 직후 사임한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처럼 뮬러 특검의 감독 권한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법무부 윤리담당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 반대자에게 수사를 감독하게 하는 것은 법무부 업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면서 휘터커 대행의 ‘셀프 제척’을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CNN 등에 “휘터커 대행은 방송에서 ‘특검 수사는 무효다, 범위가 제한돼야 한다’고 하는 등 특검 수사에 적대적 발언을 했다”면서 “그의 발언은 수사에 대한 분명한 편견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휘터커 대행이 셀프 제척에 나서지 않는다면 ‘특검 수사 보호 법안’을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CBS 등에 “휘터커 대행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새 법무장관 임명 때까지 이 수사를 감독할 법적 자격이 있다”며 민주당 주장을 반박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휘터커 대행의 과거 발언은 시민으로서 했던 것”이라고 민주당의 샐프 제척 요구를 일축했다. 차기 하원 정보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애덤 시프 민주당 의원은 또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새 의회가 구성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 언론을 공격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뉴스’라며 CNN·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을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권력 남용인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공세에 맞대응에 나설지 아니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마주보기] “미디어 속 중국동포 편견에 20년 적응 노력 물거품 될까 우려”

    [마주보기] “미디어 속 중국동포 편견에 20년 적응 노력 물거품 될까 우려”

    “지난 20여년간 한국인이 중국동포에 갖는 시선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합니다.”김숙자(63) 재한동포총연합회 회장은 11일 서울신문과 만나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인기를 끌었던 영화 ‘청년경찰’ 상영 당시 동포 단체들이 “중국동포를 범죄집단으로 묘사했다”며 제작사를 항의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10여년 전에 발생한 사건의 기억 때문에 편견이 고착화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의 묘사 때문에 동포 사회의 적응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996년 중국 지린성에서 넘어와 중국 식당을 차리며 한국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중국동포들의 ‘연착륙’을 돕고자 많은 활동을 해 왔다. 우선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동포들이 되도록 겪지 않게 하려고 상인회를 조직했다. 이 조직은 2007년 총연합회로 확대됐고, 현재 전국 회원 1만 6800명에 14개 지회를 둔 국내 최대 중국 동포 단체로 성장했다. 2004년 귀화한 김 회장은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역사와 한국어 교육 등에 매진했다. 2007년부터는 노인 동포를 위한 경로당 건립에 애쓰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인 노인이 많은 경로당에 눈치가 보여 못 간다”던 동포 노인들을 위해 경로당 건립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구립·시립 9곳 등 서울과 경기지역에 경로당이 운영중이다. 연합회는 현재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문화센터 건립을 계획 중이다. 김 회장은 “동포와 한국 사회를 잇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진선미 장관 “싱글 대디 적극적 후원자 될 것”

    진선미 장관 “싱글 대디 적극적 후원자 될 것”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싱글대디’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10일 오전 서울 강동구 인근에서 이들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했다.여가부는 9일 싱글대디가 정부 정책의 울타리 안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모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게 하려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배우 김승현씨를 비롯한 싱글대디 6명과 자녀 5명이 함께 참석하는 간담회를 10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경험담과 의견들은 현재 진행 중인 ‘2018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와 더불어 한부모가족을 위한 정책 마련에 바탕이 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내놓은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혼이나 사별, 미혼 등을 이유로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는 총 153만 3000가구다. 아버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28만 1000가구로 전체의 18.3% 정도다. 2015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부자(父子)가족이 모자(母子)가족에 비해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았다. 미취학 자녀를 키우는 부자가족 중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91.5%로 모자가족(57.4%)에 비해 훨씬 높았다. 양육이나 교육관련 정보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81.6%로 모자가족(56.2%)과 많은 차이가 났다. 진 장관은 “미혼모 등 모자가족에 비해 미혼부 등 부자가족의 수가 훨씬 적지만 성역할 고정관념과 사회편견 등으로 인해 자녀양육의 어려움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면서 “싱글대디들이 자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국민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한부모가족의 날’(5월 10일)을 제정했으며, 대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인 ‘#세상모든가족함께’를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한부모가족자녀 양육비 지원연령도 만14세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상향된다. 지원금액도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청소년 한부모 아동양육비는 월 18만원에서 35만원으로 오른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인권 보호’ 이명숙 변호사 등 8명 삼성행복대상 수상

    ‘인권 보호’ 이명숙 변호사 등 8명 삼성행복대상 수상

    “제가 한 일이라면 변호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권보호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1990년대부터 여성·아동 성폭력, 가정 폭력 관련 사건 변호와 법률 지원 등 피해자 인권보호와 권익향상에 앞장선 이명숙(55)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는 8일 ‘2018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에서 “상은 제가 만난 편견과 차별을 넘어온 것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소감을 말했다.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지난달 선정한 부문별 수상자들에게 상을 줬다. 이 변호사는 올해 여성선도상을 받았다. 여성창조상은 이홍금(66) 전 극지연구소 소장, 가족화목상은 모정숙(62)씨가 받았다. 청소년상은 김채연(15·양청중 3년), 김지아(16·신명고 2년), 이예준(18·청주대성고 3년), 박미경(22·서울대 2년), 윤선화(22·국민대 3년) 학생이 받았다. 이 전 소장은 극지연구소 최초의 여성 소장으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건조, ‘남극 장보고 기지’ 건설 등 한국 극지연구 기반을 세계적 수준으로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씨는 사고로 왼손을 잃고도 41년간 가업을 이으며 가족들을 건사한 점을 평가받아 상을 받게 됐으면서도 “가족이 없었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각 50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상은 편견과 차별을 넘은 것에 대한 격려”

    “상은 편견과 차별을 넘은 것에 대한 격려”

    “제가 한 일이라면 변호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권보호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1990년대부터 여성·아동 성폭력, 가정 폭력 관련 사건 변호와 법률 지원 등 피해자 인권보호와 권익향상에 앞장선 이명숙(55)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는 8일 ‘2018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에서 “상은 제가 만난 편견과 차별을 넘어온 것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소감을 말했다.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지난달 선정한 부문별 수상자들에게 상을 줬다. 이 변호사는 올해 여성선도상을 받았다. 여성창조상은 이홍금(66) 전 극지연구소 소장, 가족화목상은 모정숙(62)씨가 받았다. 청소년상은 김채연(15·양청중 3년), 김지아(16·신명고 2년), 이예준(18·청주대성고 3년), 박미경(22·서울대 2년), 윤선화(22·국민대 3년) 학생이 받았다. 이 전 소장은 극지연구소 최초의 여성 소장으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건조, ‘남극 장보고 기지’ 건설 등 한국 극지연구 기반을 세계적 수준으로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앞으로 10년 후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극지나 심해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생물을 연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씨는 사고로 왼손을 잃고도 41년간 가업을 이으며 가족들을 건사한 점을 평가받아 상을 받게 됐으면서도 “가족이 없었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행복대상은 2013년부터 여성의 권익·지위 향상과 사회공익에 기여하거나 학술·예술 등 전문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여성·단체, 효 실천이나 확산에 기여한 가족이나 단체, 개인 및 청소년을 선정해 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각 50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미혼부모 아이 함께 돌보는 마포

    미혼부모 아이 함께 돌보는 마포

    서울 마포구는 홀로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와 미혼부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신설하고 관련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7일 밝혔다.구 관계자는 “저소득 한부모 가족의 양육비 명목으로 월 13만원이 지원되는데 다른 시설 등으로 아이를 보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계속 함께 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면서 “이들의 실정을 파악해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한 만큼 구체적인 지원책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현재 마포구 내 14세 미만의 아동을 키우는 미혼모나 미혼부 가족은 총 63가구 129명이다. 마포구는 이를 위해 ‘서울시 마포구 미혼모·부 지원에 관한 조례’를 최근 제정했다. 마포에는 서울시 한부모가족생활시설 총 17곳 중 4곳이 있는 등 다른 자치구에 비해 미혼모 관련 복지시설이 많은 편이지만 최근까지 미혼모·부에 대한 지원 조례가 존재하지 않아 이들을 위한 지원 근거나 대책이 미약한 수준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최근 구의회를 통과한 이 조례는 미혼모의 출산 초기 위기 상황을 돕고 자녀 양육을 위한 양육권 강화와 관련된 지원 사항을 담았다. 지역 내 미혼모·부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 사회적 편견과 차별 예방 교육·홍보, 정서 및 심리 지원을 위한 상담·교육, 자녀양육비 및 자립 지원 등 사업 근거를 명시했다. 구는 조례가 제정된 만큼 내년부터 미혼모, 미혼부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이들의 현실을 파악한 뒤 구체적 사업시행에 필요한 관련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양육비 지급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 미혼모와 미혼부 가정에 대한 지원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서울 중랑구, 전 직원 대상 ‘장애인식개선교육’ 개최

    서울 중랑구는 오는 9일 구청 대강당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2018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직원들부터 장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서동운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터장이 장애유형별 특성, 장애인 차별 예방, 공무원이 알아야할 인권 지침, 인권침해 및 차별사례 등에 대한 강연을 하게 된다. 중랑구는 등록장애인이 2만 여명으로, 지역 전체 인구 41만 명 중 약 5%를 차지한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다른 자치구에 비해 장애인 비율이 높은 특성을 감안해 장애인에 대한 복지 확대·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장애인복지과를 신설했고, 이달 중 ‘장애인 일자리 창출 정책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류 구청장은 “취업 취약계층인 장애인이 직장 내에서 차별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씨줄날줄] 난민특사 앤젤리나 졸리/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난민특사 앤젤리나 졸리/임창용 논설위원

    몇 년 전 배우 조지 클루니가 미국 주재 수단대사관 앞에서 경비원들에 의해 수갑이 채워지는 장면을 뉴스로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수단 정부군의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는 시위에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다 체포된 것이다. 수많은 클루니의 팬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스타가 체포되는 장면을 보면서 학살의 심각성을 보다 깊게 느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사람들 대부분은 자신과 관련이 없거나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무덤덤하기 쉽다. 하지만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누군가가 그 사건과 연결되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다. 특히 수많은 관객을 울리고 웃기면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특급 스타일수록 그 효과가 크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그 중 하나다. 그는 환경보호운동에 ‘꽂힌’ 배우다. 영화 ‘비치’ 촬영 당시 해변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을 계기로 외려 열성적인 환경운동가가 됐다. 행사장에 친환경 자동차를 타고 나타나는가 하면, 친환경 호텔을 짓고 환경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까지 세웠다. 재단을 통해 기부한 금액만 8000만 달러(약 900억원)가 넘는다. 디캐프리오에게 열광하는 수많은 팬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환경문제를 보다 진지하게 보게 됐을 것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자 인권보호와 에이즈 연구 지원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영화배우 데미 무어와 애슈턴 커처 부부(2012년 이혼)는 인신매매 방지 캠페인과 지원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맷 데이먼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깨끗한 식수 공급 캠페인에, 닉 조너스는 소아당뇨 연구 지원 및 캠페인에 열성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화 ‘백투더 퓨처’의 주인공 마이클 제이 폭스는 파킨슨병 치료법을 찾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모금 활동을 벌여 4억 5000만 달러(약 4900억원)를 적립했다고 한다. 할리우드 특급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얼마 전 방한해 2박3일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서울 곳곳을 누비면서 화제를 모았는데, 특히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 자격으로 배우 정우성씨를 만난 일이 눈길을 끌었다. 정씨는 2015년부터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졸리는 2001~2012년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한 뒤 특사로 임명됐다. 난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그들을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예멘 난민과 관련해 최근 이뤄진 한국 정부의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졸리는 수입의 3분의1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졸리의 방한이 난민에 대한 일부 한국인들의 편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sdragon@seoul.co.kr
  •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풍경…일상의 디테일을 포착하다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풍경…일상의 디테일을 포착하다

    1930년대 모습 남은 군산 정취 담아내 조선족 대하는 한국인 이중적 태도 묘사 “영화는 詩와 가까울수록 에너지 선사”“우리 삶이나 생각에 순서가 있던가요. 그런데 우리는 마치 늘 순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죠. 일상은 오히려 꿈보다 더 질서가 없어요. 무엇보다 일상에서는 다양한 디테일들이 서로 부딪치는데 그걸 유심히 보는 게 중요합니다. 디테일 안에서 사람들 간의 갈등, 서로가 느끼는 불편도 더 잘 포착할 수 있거든요. 그래야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고요.” 8일 개봉하는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이하 ‘군산’)로 관객들을 찾은 장률(56) 감독을 최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대화를 하는 내내 유독 많이 언급한 단어는 ‘일상’과 ‘디테일’이었다. 평범한 하루하루에 현미경을 대면 우리가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거나 혹은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에서였다. 장 감독의 11번째 작품인 ‘군산’ 역시 일상적인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 보통날의 특별한 리듬을 담아냈다. 전직 시인 윤영(박해일)은 한때 좋아했던 선배의 아내 송현(문소리)이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술김에 군산에 가자고 한다. 군산에 동행한 송현은 우연히 묵게 된 민박집의 과묵한 주인 남자(정진영)에게 관심을 보인다. 토라진 윤영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자폐증에 걸린 민박집 딸(박소담)에게 관심을 보인다. 네 남녀의 엇갈리는 감정 사이사이로 일상에 대한 장 감독의 세밀한 시선이 교차한다. 우선 눈에 띄는 지점은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의 이중적인 태도다. 윤영은 자신의 집에서 살림을 돌보는 조선족 가정부의 이름도 잘 모르면서 그녀가 윤동주 시인의 후손이라고 하자 유독 반긴다. 중국 동포 등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시위에 참여했던 송현은 거리에서 조선족으로 오해받자 불쾌해한다. 장 감독은 “일부러 한국 사람들의 그런 태도를 꼬집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그런 모습이 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조선족이) 한국에서는 소수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평소에 정치적·사회적으로 소수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이야기하죠. 그들의 평등을 위한 운동도 하고요.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일상의 디테일한 풍경을 영화로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평소 (조선족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이렇구나’ 하고 몸으로 마음으로 와닿을 테니까요.” 장편 데뷔작 ‘당시’(베이징)를 시작으로 ‘경계’(몽골), ‘중경’(충칭), ‘이리’, ‘두만강’, ‘경주’ 등 특정 공간에서 받은 인상을 스크린으로 옮겨 온 장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일본식 옛 가옥과 정원 등 1930년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군산 특유의 정취를 작품에 담아냈다. 장 감독은 “(군산처럼) 시간의 흔적이 배어 있는 어떤 공간에 있을 때 인물의 자취가 머릿속으로 그려질 때가 있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 새 작품을 떠올리게 되는 때라고. “미국의 한 대학교에 특강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 대학의 교수들과 산책을 하는데 건물, 조각, 화단의 모습이 딱 평양이더라고요. 그때 ‘미국에서 평양을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 재밌죠. 미국과 북한은 너무 다른데 말이죠. 이처럼 일상 속에서 우리의 편견을 최대한 없애야 해요. 그래야 새로운 것들이 눈에 보이잖아요. (현재 화해 분위기인) 남북도 마지막에는 결국 국민들이 일상에서 서로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게 아니라면 뭘 해결해도 마지막에는 늘 갈등이 남을 거예요.” 당나라 시에서 영감을 받은 ‘당시’를 비롯해 ‘경주’ 등 장 감독의 작품 곳곳에는 시적인 요소가 배어 있다. 처음 군산을 방문했을 때 “시의 질감을 느꼈다”는 장 감독은 “영화의 리듬도 시의 리듬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를 좋아해요. 중국의 고전 시를 특히 많이 읽습니다. 저는 영화가 시와는 가까울수록 좋고 소설과는 멀수록 좋다고 봐요. 소설이라는 매체는 너무 많은 걸 흡수하게 해요. 시는 흡수하기보다 오히려 에너지를 주죠. 그래서 어떤 영화를 보고 ‘한 편의 소설을 본 것 같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에요. ‘한 편의 시 같은 영화였다’는 이야기가 최고의 찬사죠.”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하이쿠에 뒤처질 것 없는 시조…왜 본고장서 ‘옛것’ 취급하나”

    [색다른 인터뷰] “하이쿠에 뒤처질 것 없는 시조…왜 본고장서 ‘옛것’ 취급하나”

    “시조가 하이쿠(俳句·일본 정형시)보다 못한 게 뭐가 있습니까. 인터넷 검색 창에 하이쿠(haiku)를 치면 수백개의 웹사이트가 뜹니다. 영어로 하이쿠를 창작하는 활동이 미국에서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나 시조는 아직 많이들 모릅니다. 한국학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은 아주 샘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본고장 한국에서도 시조를 ‘옛것’으로 치부해 안타깝습니다.”미국에서 손꼽히는 ‘벽안의 한국학자’ 마크 피터슨(72·한국명 배도선) 미국 브리검영대(BYU) 명예교수는 지난 7월 퇴임한 이후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브리검영대는 모르몬교에서 운영하는 사립 종합대다. 모르몬교 지도자 브리검 영(1801~1877)의 이름을 땄다. 피터슨 교수는 선교를 위해 BYU 학생 시절인 1965년 처음 한국에 왔다. 6·25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때였다. 피터슨 교수는 당시 한국과 맺은 깊은 인연으로 지난 53년 동안 140차례나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30년간 강단에서 한국 역사·문학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해온 피터슨 교수는 지난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어떤 일로 방한했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25~26일 경북 청도군에서 국제시조협회가 주관한 ‘2018 청도국제시조대회’ 평가위원으로 왔다. 지난해에만 한국에 6번 왔다. 올해는 4번째인데 다음 달 한국학중앙연구원 초청으로 한 번 더 오게 될 것 같다. 주로 학술회나 연구발표회에 참석하거나 강연을 하러 온다. 이번에도 ‘미국에서의 시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무엇이 한국학 연구로 이끌었나. -선교 활동을 하러 처음 왔다. 2년 6개월쯤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향수병이 생길 정도로 한국이 그리웠다. 한국을 더 알고 싶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는 한국에 관한 제대로 된 책이 거의 없었다. 원래 변호사나 외교관에 관심이 있었지만 교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운 좋게 하버드대 석·박사 과정에 입학해 ‘한국학 1세대’ 학자로 꼽히는 에드워드 와그너(2001년 별세) 교수(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초대 소장) 지도를 받게 됐다. 은사님은 족보 전문가셨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1968년부터다. →한국학 전공자로서 한국 역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선시대 족보를 보면 시기별로 작성 방식이 다르다. 조선 전기에는 입양이 거의 없었다. 적자(嫡子)가 없으면 족보에 무후(無後)라고 적었다. 대(代)를 이어갈 자손이 없어도 됐다는 뜻이다. 후기에는 꼭 입양을 했다. 무엇을 기점으로 달라졌는지 궁금해 분재기(分財記·재산 상속·분배에 관한 문서) 같은 여러 고문서를 찾아 분석했다. 조선 전기에는 상속 역시 남녀 균등하게 이뤄졌다. 제사도 윤행(輪行)이라고 해서 남녀가 차례대로 지냈다. 그러다가 17세기 후반 분재기가 아예 사라졌다. 장남이 모든 재산을 소유하는 것으로 상속 방식이 바뀐 것이다. 한국이 장자(長子) 중심 사회가 된 것은 조선 후기의 일이고 그 전까지 남녀는 평등한 관계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남존여비 사상은 중국에서 수입된 유교를 조선 후기 더 강력하게 받아들이면서 뿌리내린 것인데, 마치 한국의 오랜 전통처럼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 또 유교 때문에 조선 왕조가 망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조선 후기에 중국식 유교를 지나치게 흡수한 측면은 있지만 유교 사상 때문에 망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 →‘한국 전도사’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일본의 하이쿠는 미국 모든 학생들이 배운다.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창의성을 위해 하이쿠 창작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하이쿠가 잘되니 한국학 교수들도 그런 심정이었다. 한국학자들 사이에서 ‘시조 짓기’를 전파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해마다 한 번씩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미 전역 중학교 교사들이 모인다. 학생들에게 ‘시조 짓기’를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시카고에 사는 전문직 한인들이 주축이 돼 2006년 비영리 문화단체인 세종문화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해마다 세종작문경연대회를 연다. 벌써 올해로 13회째다. 내가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 청소년과 청년이 모여 한국의 문학 작품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시조를 짓는다. 창의성을 기르는 데 시조 창작만한 것이 없다. 겪어본 바로 한국인은 똑똑한데 여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못하는 이유는 창의성이 무시되는 교육 방식과 시험 제도에 있다고 본다. 미국은 늘 학계에서 새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그것을 교육 과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이뤄진다. 또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선호한다. 객관식 단답형 문제로 대학 입학생을 뽑는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대학 입학 시험을 치를 때 한 학생이 쓴 에세이를 전혀 다른 지역의 학교 교사 3명이 평가한다. 이렇게 하면 한국에서 빈번하게 불거지는 대입 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남북, 북·미 관계 진전을 어떻게 보나.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는 말이 있다. 북한을 협상 무대로 이끌어낸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마음 속으로 통일이 되기를 염원해 왔다.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보다 햇빛을 통해 최대한 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나는 요즘 탈북자 출신 유학생 부부와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원래 둘째 딸 부부와 함께 살던 아파트가 있다. 같은 건물이지만 살림은 구분된 형태다. 딸 부부가 분가하면서 집이 비어 학교에서 우연히 알게 된 탈북자 부부에게 들어와 살라고 제안했다. 아주 명랑하고 재미있는 분들이다. 이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접하는 북한의 실상은 더 참혹하고 안됐더라. 하루빨리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평생 학자로 살면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고 책도 많이 썼다. 앞으로는 학자로서 연구만 하기보다 다른 걸 해보고 싶다. ‘정외와(井外蛙)연구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정외와는 한자 그대로 ‘우물 밖 개구리’라는 뜻이다. 한국사를 침략으로 점철된 역사라고 보는 일부 한국인들의 인식과 유교 사상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고 싶다. ‘역사적으로 늘 외세의 침략만 당하고 살았다’는 한국인의 피해의식은 일제가 심은 식민사관에 불과하다. 외세 침략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두 번이었다고 본다. 나머지는 침략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또 시조와 같이 훌륭한 전통을 ‘옛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것 역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마크 피터슨 명예교수는 누구 1973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동양학·한국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1993년 15년 동안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1984년부터 브리검영대 아시아학부에서 한국 역사와 문학을 가르쳤다. 1996년 ‘유교사회의 창출, 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의 변화’ 논문으로 해외 한국학자에게 주어지는 ‘연암상’을 받기도 했다. 1999~2002년 미 아시아학회 한국학위원회 회장을 역임했다.
  • “상사 성추행 고발한 날, ‘유리 감옥’에 갇혔습니다”

    “상사 성추행 고발한 날, ‘유리 감옥’에 갇혔습니다”

    “독방으로 책상 옮겨져… 동료들도 외면” “어렵게 입 뗐지만 신고 늦었다 책망 뿐” 회사·피의자 상대로 ‘외로운 법정 싸움’ 유리벽 모형 밀어내자 객석 응원 봇물 청소년 ‘스쿨미투’ 권력형 성폭력 비판 전국 실태조사·학생인권법 제정 요구“직장 상사의 성추행을 고발한 후 저는 ‘유리 감옥’에 갇혔습니다. 책상은 독방으로 옮겨졌고 동료들도 저를 외면했습니다. 더 이상 혼자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이 감옥에서 벗어나도록, 저처럼 갇히는 사람이 없도록 도와주세요.” 눈물을 흘리며 어렵게 말을 이어간 A씨는 사방에 설치된 유리벽 모형을 손과 발로 힘껏 밀어냈다. A씨와 객석을 막고 있던 벽이 차례로 무너지자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잘했다” “힘내요” 같은 응원도 나왔다. A씨는 입사 한 달 만에 상사로부터 신체 접촉 등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 불이익을 당할까 봐 몇 달 침묵하다 용기를 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피해를 일부 인정받았다. 그러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회사는 A씨의 업무 공간을 유리 창문으로 막힌 방으로 옮기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동료 한 명 찾아오지 않았다. ‘유리 감옥’에 고립된 A씨는 회사와 피의자를 상대로 법정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생존자의 자리’ 행사가 열렸다. A씨 등 성폭력 피해 생존자 4명은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치유의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2003년 시작된 이 행사는 14번째를 맞았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1주년 즈음에 열린 탓인지 100여개의 객석이 꽉 찼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한국의 ‘미투’ 운동은 어느 국가보다 강렬했지만, 역풍도 컸다. 특히 ‘미투’ 이후 일각에서는 “고발 시점이 늦었다”며 피해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생존자들은 이런 인식을 비판하며 “피해 고발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토로했다. 두 차례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B씨는 “피해를 당한 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모범생인 가해자 대신 나를 믿어줄 사람도 없었다”면서 “어렵게 입을 뗐지만 왜 그때 신고하지 않았냐는 책망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고발 후 이들은 또 다른 편견에 직면했다. B씨가 성폭력 피해 이후 트렌스젠더 정체성을 선택하자 주변에서는 “성폭력을 당해서 그렇게 된거냐”고 되물었다. 그는 “피해를 숨기는 성소수자가 많을 것”이라며 “트렌스젠더 남성이자 피해 생존자인 내 정체성을 찾고 싶다”고 했다.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으로 30년간 미혼모로 살아온 C씨도 “나는 취업도 못 했고 아이를 호적에도 못 올렸지만, 이제는 사회가 미혼모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스쿨 미투 집회에서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을 맞아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는 제목으로 열린 이 집회에는 전국 중·고교 여학생 모임 등 30여개 단체와 일반 참가자 25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교사들의 교내 권력형 성폭력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졸업생은 “운동부 코치가 음담패설을 즐기며 남학생들에게 지나가는 여성의 가슴과 성기를 더듬고 오라고 시켰다”면서 “결국 빈 교실에 끌려가 강간을 당해 지금 법정 싸움 중에 있으나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스쿨 미투가 처음 촉발된 용화여고 졸업생 박재영(23)씨는 “교내 성폭력은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모든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서 “교사 몇 명의 처벌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정기적 페미니즘 교육 실시,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국 실태조사 및 규제와 처벌 강화, 사립학교법 개정 및 학생인권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오는 18일에는 대구 동성로에서 2차 집회가 열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스트레이 키즈, 케어 ‘블랙 독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

    스트레이 키즈, 케어 ‘블랙 독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

    동물권단체 케어는 검은 개를 향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블랙 독 캠페인’ 홍보대사로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를 위촉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위촉식은 지난달 31일 오후 4시 케어 입양센터 답십리점에서 열렸다. 이날 케어 박소연 대표를 비롯해 케어 활동가들, 스트레이 키즈 멤버 전원이 참석했다. ‘블랙 독 캠페인’을 펼치는 케어는 지난해 말 ‘검은 개 프로젝트 사진전’을 개최했다. 올 3월에는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을 입양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노션 월드와이드와 함께 블랙 독 신드롬 필름을 공개했다. 또한 케어는 지난 7월 4일부터 8월 26일까지는 김용호 사진작가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들이 함께한 블랙 독 사진전(SAVE THE BLACK DOG)을 열기도 했다. ‘블랙 독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된 스트레이 키즈는 “색깔과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유기견들이 행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며 “블랙 독 캠페인 홍보대사로서 케어 입양센터 검은 개들의 입양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케어 박 대표는 “문화적으로 영향력 있는 홍보대사들이 동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널리 전해주면 좋겠다”며 “스트레이 키즈와 함께 검은 개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허물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우유인식 개선을 위한 대전 시민강좌’ 새로운 우유 효능 3가지 발표

    ‘우유인식 개선을 위한 대전 시민강좌’ 새로운 우유 효능 3가지 발표

    10월 31일,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와 신문 청년의사는 대전 건양대병원 암센터 대강당에서 ‘의사들과 함께하는 우유인식개선 대전 시민강좌’를 열었다. 본 행사는 ‘의사가 우유를 권하는 이유’라는 주제 하에 내과, 피부과,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주제발표가 준비됐다. 또한, 소비자들이 평소 갖고 있는 우유 정보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우유에 대해 건강한 인식을 확립시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개회식 이후, 오후 2시부터 행사는 본격적인 분야별 전문가들의 주제발표 및 질의응답 시간 순으로 진행됐다. 전문의들의 주제발표는 ▲충남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최은석 교수의 ‘청소년의 건강성장과 뼈 건강을 위한 우유섭취’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의 ‘우유에 관한 오해와 진실’ ▲차의과대학 피부과 김현정 교수의 ‘우윳빛깔 피부, 우유로 만들어요’ 등 세 가지 세션이 준비됐다. 최은석 교수는 ‘청소년의 건강성장과 뼈 건강을 위한 우유섭취’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는 전문의들이 뼈 건강과 키 성장에 우유가 좋다고 하는 이유로, 뼈에 좋은 칼슘, 인, 단백질, 비타민 D 등이 우유에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3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하루 권장량의 76%, 여성은 66%에 그치는 등 우리나라 사람들의 칼슘 섭취량은 부족한 편이었다. 이에 최 교수는 “칼슘이 풍부한 음식인 우유, 치즈 등 유제품과 녹색 식물, 콩, 뼈째 먹는 생선 등을 먹으면 좋다”고 추천했다. 김대중 교수는 ‘우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우유에 대한 잘못된 사실을 전달했다. 몇몇 사람들이 우유가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주고 비만의 원인이 된다고 인식하는 것도 잘못된 편견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김교수는 우유 섭취가 심혈관 질환과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전하며, 평소 꾸준한 유제품 섭취와 함께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를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일부에서는 막연히 우유에 지방성분이 있으니 콜레스테롤 역시 많아 동맥경화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며, “실제로 흰 우유 1컵에 있는 콜레스테롤은 1일 섭취권장량의 10%만 들어있고, 오히려 뇌졸중과 당뇨병,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면역력까지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므로 꾸준히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과장은 ‘우윳빛깔 피부, 우유로 만들어요’라는 주제와 함께 우유와 아토피의 상관관계, 그리고 우유와 아토피 피부염의 관계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김 과장은 “우유 섭취가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는 근거가 없다. 우유 알레르기 때문에 무조건 우유를 안 마실 것이 아니라 전문의와 상의 후 적극적인 섭취를 권장한다”며, “아토피가 생길 때 피부 장벽이 약해지는데, 이때 우유의 지질 성분인 스핑고마이엘린과 포스퍼디딜콜린이 피부 장벽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서 가수 홍경민 씨와의 토크타임과 축하공연이 마련됐다. 홍경민 씨는 평소 우유의 영양학적 효능에 대한 소견을 밝히며, 자리에 있는 시민 분들에게도 꾸준히 우유를 섭취할 것을 권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본 시민강좌에서 우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다. 이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들이 오늘을 계기로 우유의 올바른 정보를 얻고,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우유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In&Out] 허위 문서 ‘그로차르 요강’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허위 문서 ‘그로차르 요강’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체육관에서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했다. 전대미문의 일이었고 남북 관계사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 ‘능라도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북한이 나라를 건설해 왔는지 알고는 있을까?일부의 북한 연구자들은 소련의 북한 진주 직후 대북한 정책을 소개할 때 1945년 9월 14일 소련군 사령부 정치부원 그로차르가 발표했다는 ‘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요강’이라는 문서를 많이 언급한다. ‘그로차르 요강’이라 부르는 문서에서 소련군은 북한에서 노동자 농민정권 수립, 즉 소비에트화를 원조하고 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어 소련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서 다른 연합국 지도자들과의 논의를 진행하기도 전에 이미 정책 노선을 결정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 사실은 유명한 북한 역사 연구자인 브루스 커밍스가 1981년에 쓴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에 의해 널리 알려지고 한국의 연구에도 많이 사용되어 왔다. 특히 최근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크고 두꺼운 책 ‘북한의 역사 1’에도 그대로 인용되었다. 이런 주장의 허위성을 드러내는 점 두 가지가 있다. 일단, ‘그로차르’(일부 연구에는 ‘그로치코’)라는 소련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련 측 사료이다. 1990년대 소련 문서보관소 개방에 따라 북한 주둔 소련군의 활동을 밝히는 자료가 대량으로 발견되어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단체에 의해 수집·공개되었으며, 그중 ‘그로차르’가 발표한 ‘요강’의 출처를 밝히는 소련군 비밀문서들도 발견되었는데, 새로 발견한 자료를 가지고 이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고 한반도가 일제의 멍에로부터 해방되었다. 미국의 ‘일반명령 제1호’를 받아들인 소련은 북한 지역을 점령하고 미군의 남한 진주와 한국 문제에 대한 협상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동시에 남북한에서 정치활동이 자유로워졌고 다양한 성향의 정당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특히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가 석방되면서 이영을 수반으로 하는 ‘장안파’와 박헌영의 ‘재건파’ 등 2개의 공산당이 조직되어 경쟁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남측 공산주의자들은 ‘해방자’의 이미지를 가진 소련의 지원을 얻어야 정통성을 확보하고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련은 북측을 점령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남측의 일부 좌익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희망을 담은 이 ‘요강’을 발표하였다. 이 문서는 이영이 방북해 제출한 자료들 중 하나로 소련군이 처음 발견하고 러시아어로 번역하면서 ‘그로차르 요강’이 되었다. 이영은 트로츠키주의자이고 분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박헌영과의 노선투쟁에서 졌고, 오랫동안 북한 건국사 연구에 악영향을 미친 가짜 문서 ‘그로차르 요강’의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져 있지 않다. 물론 가짜 문서 ‘그로차르 요강’이 드문 사례는 아니다. 1945년의 북한사만 봐도 김일성의 현준혁 암살 배후설, 1945년 10월 소련군에 의한 북한 경찰인 보안대의 공산화, 신의주 사건 규모의 지나친 과장 등 잘못 알려진 수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연구자 중에도 이 허위 문서을 믿고 소군정 시기의 북한사를 미화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남북 평화와 번영, 전쟁 없는 한반도를 원한다면 산더미처럼 쌓인 편견을 버리고 사료로 북한 현대사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 ‘그로차르 요강’의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

    ‘그로차르 요강’의 폐기와 북한사의 재해석

    지난 9월 19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체육관에서 평양 시민을 향하여 연설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시민들 앞에서 이렇게 연설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고 남북관계사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북한이 어떤 나라이고 북한 사람들이 어떠한 역사를 갖고 그런 나라를 건설해 왔는지 알고는 있을까?대한민국에서 북한의 이모저모를 연구하는 학문분야는 ‘북한학’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일부 대학에는 북한학과나 그에 해당하는 학부가 설치되어 있고 석·박사 과정을 제공하는 북한학 대학원도 따로 있다. 뿐만아니라 북한학과가 없는 대학에도 북한의 역사, 문화, 법률 등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으며 북한학의 각 하위분야에 관한 학위논문만 매년 수백 개 이상 나오는 것이다.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정보에 의하면 매년 나오는 러시아 관련 학위 논문의 수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고 국내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수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수적으로는 우세하지만 질적으로도 과연 우세한가?필자는 북한 건국의 역사를 10년동안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북한학의 기본 중에 기본인 역사 연구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있다고 판단한다. 그 원인은 많고 다양하나 북한 연구에 악영향을 제일 크게 미치는 것은 잘못된 사실의 유포이다. 이 기사에는 소련군의 북한 점령과 관련된 한가지의 잘 못 알려진 사실에 대하여 언급하고 싶다.일부 북한 연구자들은 소련의 북한 진주직후 대북한 정책을 소개할 때 1945년 9월 14일 ‘소련군 사령부 정치부원 그로차르’가 발표했다는 “독립조선의 인민정부수립요강”이라는 문서를 많이 언급한다. 이 문서에는 소련군은 북한에서 노동자 농민정권수립, 즉 소비에트화를 원조하고 있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고, 소련 정부는 한국 문제에 대하여 다른 연합국 지도자들과의 논의를 진행하기도 전에 이미 정책 노선을 결정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 사실은 유명한 북한역사연구자인 브루스 커밍스가 1981년에 쓴 ‘한국전쟁의 기원’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한국의 연구에도 많이 사용되어 왔으며 특히 최근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나온 크고 두꺼운 ‘북한의 역사 1’이라는 책에도 그대로 인용되었다.그러나 이 문서가 허위임을 드러내는 점이 2가지 사실이 있다. 일단, ‘그로차르’ (일부 연구에는 ‘그로치코’라고도 함)라는 소련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련측 사료이다. 1990년대 소련 문서보관소의 개방에 따라 북한 주둔 소련군의 활동을 밝히는 자료가 대량으로 발견되어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단체에 의해 수집·공개되었으며, 그 중 ‘그로차르’가 발표한 ‘요강’의 출처를 밝히는 소련군 비밀 문서들도 발견되었는데, 새로 발견한 자료를 가지고 이 사건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고 한반도가 일제 멍에로부터 해방되었다. 미국의 ‘일반명령 제1호’를 받아드린 소련은 북한 지역을 점령하고 미군의 남한 진주와 한국 문제에 대한 협상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동시에 남북한에서 정치 활동이 자유로워졌고 다양한 성향의 정파가 치열하게 경쟁했다.특히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와 석방되면서 이영을 수반으로 하는 ‘장안파’와 박헌영의 ‘재건파’ 등 2개의 공산당을 조직이 경쟁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한국의 공산주의자에게 있어 ‘해방자’라는 이미지를 가진 소련의 지원을 얻는 것이 곧 정통을 확보하고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기회였다. 소련은 북한을 점령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일부의 한인 정치가들이 이 공백을 메우려고 좌익들의 희망을 담긴 이 ‘요강’을 발표하였다. 이 문서는 이영이 방북할 때 제출한 자료 중에 소련군에 의해 처음 발견되고 러시아어로 번역되면서 ‘그로차르 요강’으로 둔갑했다. 이영은 결국 트로츠키주의자이고 분파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박헌영과의 노선투쟁에서 졌으나 오래동안 북한 건국사 연구에 악영향을 미쳐온 가짜 문서인 ‘그로차르 요강’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도 밝혀져 있지 않았다.물론 ‘그로차르 요강’은 드문 사례가 아니다. 1945년의 북한사만 봐도 김일성의 현준혁 암살 배후설, 1945년 10월 소련군에 의한 북한 경찰인 보안대의 공산화, 신의주 사건 규모의 지나친 과장화를 비롯해 잘못 알려진 수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연구자 중에도 위와 같은 허위 사실에 대응하면서 소군정 시기의 북한사를 미화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남북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고 전쟁이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것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동안 산더미처럼 쌓인 편견을 버리고 사료를 들고 북한 현대사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가 확고히 믿고 있다.글 사진 제공: 바실리 블라디미로비치 레베데프(고려대 사학과 석사)
  • [시론] 분노 범죄, 개인 문제가 아니다/오세연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시론] 분노 범죄, 개인 문제가 아니다/오세연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전 국민적 공분을 산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에서 보듯이 통제되지 않는 분노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분노 범죄는 화를 참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도 어렵다. 분노는 살인, 방화, 폭행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사건 중 39%가 화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의 한 원인인 현실 불만까지 포함하면 44%가 분노 살인에 해당한다. 경찰청의 보복 운전 단속 결과를 보면 적발 인원 3명 중 1명은 단순한 차선 변경이나 끼어들기를 참지 못하고 순간 화가 난다는 이유로 보복 운전을 했다.2014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은 분노 조절이 잘 안 돼 노력이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고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일까. 실직,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한 처지 비관, 현실에 대한 만성적 분노는 스트레스를 심화시켜 정상적인 사고를 어렵게 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손상시킨다. 학계는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전반적으로 반사회적 행동에 취약해지기 쉽다고 본다. 사회로부터의 고립으로 인해 열등감과 실패를 경험하면 자아 존중감이 낮아지고 자아 정체성에 혼돈이 오게 된다. 분노, 우울, 불안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불특정 상대에 대한 폭력적 표출을 통해 무너진 자아 존중감을 회복시키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지속적인 좌절이 분노를 눈덩이처럼 키우는 ‘분노의 스노볼’ 효과에 의해 사회적 분노 형태를 띠는 것이다. 분노 범죄를 개인적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이유다. 정신의학계에서는 반복적 분노 폭발이나 인격·행동 장애는 뇌속 신경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남들보다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생리학적으로 적을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 스트레스 상황에 자주 노출되고 이러한 부정적 경험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안정된 애착과 신뢰를 바탕으로 정상적인 유대 관계를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은 유대 관계의 결여로 인해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거부당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참지 못하고, 다른 범죄 요인들과 결합하면서 공격성을 표출하게 된다. 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일상에서 분노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치유하거나 갈등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한 것도 분노 조절 장애를 키우는 요인이다. 심리적 안전을 찾을 수 있는 가족, 친지의 부재로 인해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분노가 범죄로 폭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발전을 갈구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온 우리 사회가 최근 정체기를 만나 기대와 현실이 괴리되는 것에서 오는 좌절감도 사람들을 점차 참지 못하게 한다. 분노 범죄가 더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고 보는 두 번째 이유다. 따라서 분노 범죄에 대한 사회적 심각성을 인식하고, 범죄 예방적 차원에서 다양한 심리 치료를 통한 분노 조절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분노 범죄는 단순히 재산 범죄, 풍속 범죄와 달리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은 물론 타인의 인명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예방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 간의 협력을 통해 분노 범죄에 대한 공식 통계와 정보를 공유하고, 범죄 발생 우려가 있는 잠재적 위험군을 분류해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분노 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지지 그룹이나 전문가를 통한 개인 상담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또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즉각적인 출동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공기관은 국가주도형 정신건강 컨트롤타워를 세워 상담과 치료가 필요할 경우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등 체계적인 분담을 통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처럼 강제적인 분노 조절 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등 좌절과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노숙자, 실업자 등 취약 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 [단독] ‘고운몸매’ 여고 교훈 51년 만에 떼어낸다

    [단독] ‘고운몸매’ 여고 교훈 51년 만에 떼어낸다

    “시대 착오적인 성 역할” 비판 수용서울 Y여고 공모전 통해 교훈 바꿔학생 참여 ‘새 교훈 만들기’ 새바람‘고운 몸매’라는 교훈(校訓)을 ‘금과옥조’로 여겨 온 서울의 한 여고가 50여년 만에 교훈을 전격 교체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교훈이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순결’ 등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는 교훈을 가진 여학교들도 ‘교훈 바꾸기’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의 Y여고는 지난 26일 51주년 개교기념일을 맞아 새로운 교훈을 발표했다. 1967년 설립 이래 줄곧 이어져 내려온 교훈인 ‘맑은 마음, 착한 행실, 고운 몸매’ 가운데 ‘착한 행실’과 ‘고운 몸매’를 각각 ‘바른 행동’과 ‘밝은 지혜’로 바꾼 것이다. 설립자의 창학이념을 중시하는 사립학교에서 교훈을 바꾸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4월 학교 측은 논란이 된 ‘고운 몸매’의 의미에 대해 ‘내면의 아름다움에 바탕을 둔 행동의 성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현 자체만 놓고 ‘신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뜻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더 우세했다. 이에 이 학교 학생회는 지난 5월 14일 교훈 공모전 추진 계획을 알렸다. 그러자 학교 측은 이튿날 졸업생, 학부모, 교직원을 비롯해 같은 법인 소속의 Y여중까지 참여하는 ‘교훈 공모전’으로 확대하고 ‘교훈 변경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TF팀은 5개월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새 교훈을 확정했다. Y여고 학생회장인 최고은(17)양은 “학생들이 가장 먼저 깨우치고 변화를 추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뿌듯해했다. 전국 상당수의 여중·여고가 교훈으로 삼는 ‘순결’도 개선 움직임이 한창이다. ‘깨끗함’이라는 뜻 이외에 ‘처녀성’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순결, 성실, 겸양’을 교훈으로 삼아 온 강원의 한 여중은 내년 남녀 공학 전환을 앞두고 57년 만에 교훈을 ‘창의적인 생각, 책임 있는 행동, 꿈을 향한 열정’으로 바꾸기로 했다. 교훈 개정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뿐만 아니라 동문과 지역사회까지 동참했다. 경기의 한 여고에서는 지난 7월 학생들이 나서서 ‘학교 교훈(순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404명 가운데 192명(47.5%)의 학생들이 ‘별로’ 또는 ‘매우 별로’라고 답했다. ‘겨레의 참된 어머니가 되자’를 교훈으로 삼아 온 부산의 한 여고도 지난 7월 17일부터 지난 2일까지 78일간 새 교훈 공모전을 진행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순결성, 수동성을 여성상으로 강조해 온 교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국악방송, 청취자 소리꾼 경연대회 ‘나도 명창이다’ 공개방송 참가자 모집

    국악방송, 청취자 소리꾼 경연대회 ‘나도 명창이다’ 공개방송 참가자 모집

    국악방송이 오는 29일까지 ‘바투의 상사디야’ 청취자 소리꾼 경연대회 ‘나도 명창이다’ 공개방송에 출연할 일반인 명창들의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경연대회는 국악방송에서 젊은 감성을 책임지고 있는 ‘바투의 상사디야’ 2주년 특집 특별 공개방송이다. ‘바투의 상사디야’는 젊은 국악, 재미있는 국악을 추구하며 국악이 느리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청취자들과 함께 호흡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국악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이번 공개방송은 내달 7일, 14일, 28일 오후 2시에 상암동 국악방송 12층 공개홀에서 진행되며 두 번의 예선과 결선의 과정을 거쳐 수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번 경연대회는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나도 소리꾼 상사디야 노래방’ 코너를 확장한 것으로 일반인 명창들이 경기민요, 판소리, 정가 등 다양한 국악을 뽐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바투의 상사디야’ 민병환 PD는 “이번 공개방송은 바투의 상사디야를 꾸준하게 사랑해 준 애청자들과 허물없이 즐길 수 있는 흥겨운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이 날 방송은 국악방송 라디오 생방송(서울·경기 99.1Mhz), 페이스북 라이브, 웹TV로 청취 및 시청할 수 있고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 전국으로 가청권을 늘려가고 있는 국악방송은 국내 유일 국악 전문 공영 방송국으로 라디오 방송은 물론 음원녹음과 문화사업,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전통음악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제 만드는 신문, 그게 먹히는 사회

    문제 만드는 신문, 그게 먹히는 사회

    제0호/움베르토 에코 지음/이세욱 옮김/열린책들/336쪽/1만 3800원“나는 저널리즘에 관한 개론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 특이한 편집부, 진흙칠 기계 장치를 가동시킬 준비를 하는 편집부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중략) 그러니까 내가 소설에서 들려주는 것은 저널리즘 정보의 한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탈리아의 유명 기호학자이자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1932~2016)가 소설 ‘제0호’에 대해 한 말이다. 그의 일곱번째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인 ‘제0호’는 극단적으로 썩어빠진 언론사를 다뤘다.1992년의 이탈리아. 싸구려 글쟁이로 변변찮은 직장을 전전하던 중년의 콜론나는 창간을 앞둔 신문사 ‘도마니’의 부름을 받는다. 그가 주문받은 역할은 신문사 주필의 대필 작가. 그런데 이 신문사, 좀 독특한 구석이 있다. 끝내 세상에 나오지 않을 신문을 만드는 것이 이 신문사의 비밀 강령이다. “우리 콤멘다토레는 금융계와 은행계의 거물들이 모이는 성역에 들어가고 싶어 하니까, 아마 큰 신문을 이끄는 엘리트의 세계에도 들어가고자 할 겁니다. 그런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은 자기가 새 신문을 창간하려고 한다면서, 장차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36쪽) 도마니의 뒷배인 ‘콤멘다토레’는 지방 TV 채널과 잡지 몇 개를 운영하는 야심만만한 기업가다. 콤멘다토레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제작되는, 끝끝내 세상에 나오지 않을 창간 예비판이 이들의 ‘제0호’다.사건은 기자들 중 한 명인 브라가도초가 빨치산에 의해 살해된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가 실은 처형되지 않고 도망갔다는 ‘음모론’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교황, 정치가, 테러리스트, 은행, 마피아, CIA, 프리메이슨까지 얽힌 폭로 기사를 준비하던 브라가도초. 그가 칼에 맞고 살해된 채 발견됨으로써 ‘도마니’는 혼돈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이 저널리스트였던 에코는 극단적 상상에 기반한 가상의 언론사에서 벌어지는 더없이 사실적인 양태를 그렸다. 소설 속 주필 시메이와 기자들의 문답들이 그렇다. “그 말씀은 우리가 어떤 기사를 쓸 때마다 콤멘다토레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인가요?” “물론입니다. 그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른바 지배 주주이거든요.”(113쪽)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주장을 싣되, 진부한 의견을 먼저 소개하고 기자의 생각을 나중에 배치해 독자가 심정적으로 기자의 의견에 기울게 만드는 ‘스킬’ 등은 기사를 쓰고 읽는 일이 얼마나 주관적인 일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제0호는 ‘에코 소설은 어렵다’는 편견을 넘어선다.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실존 인물과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건이 등장해 심리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진다. 문장도 쉽고 각주 읽을 일도 비교적 적다. ‘장미의 이름’을 읽으려다 수차례 실패한 경험에 비춰봐도 에코 소설 중엔 제일 만만하다.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지만, 그가 매일같이 하는 일을 수상해 보이게 만드는 겁니다.”(188쪽) 시메이의 일갈에서 언뜻 영화 ‘베테랑’ 속 유아인의 대사가 스쳐 지나간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고 했던가. 언론계 대선배 에코가 마지막으로 남긴, 표적을 향해 무분별하게 문제를 삼는 언론과 이러한 ‘스킬’이 먹히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2030 세대] 밥 딜런의 꿈/김현집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밥 딜런의 꿈/김현집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대학에서 강의할 때면 ‘내 꿈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면서 우린 꿈을 놓지 않는 방법을 같이 얘기한다. 학생들은 이제 겨우 18~21세. 배우는 만큼 버려야 할 게 많은 나이이다. 가치, 편견, 줄곧 가꿔왔던 꿈을 버리기도 한다.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 수락 연설문에서 전쟁 속 젊은이들을 그린다. “옛날옛적 넌 순진하고 어렸지. 그리고 피아니스트가 된다고 꿈도 크게 꿨지.(중략) 지금은 총을 쏘아 조각내지.” 어렸을 적 꿈은 과연 실현하기 어려운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어느 분야에서 뛰어나려면, 그것에 걸맞은 기술을 익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이를테면 많은 사람이 원하는 창작 관련 분야들은 기술의 시작점이 또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고민이 있다. 딛고 올라갈 사다리의 가로장이 필요한데, 눈앞엔 구름 같은 낭만뿐이다. 창작의 과정은 수수께끼 같다. 재주는 갈수록 작아 보이고 결국 포기하기 쉽다. ‘열정을 좇자’ 하는 친구가 있다면 조심스럽게 이렇게 조언해 주고 싶다. 간단한 규칙을 하나 정해서 연습하라고. 어떤 식의 규칙을 정할지는, 예를 들어 시를 쓰겠다고 한다면, 좋은 시인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러나 이것이 가장 어려운 단계다. 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전문가를 만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간단하다. 실천하면 된다. 시 한 줄에 같은 자음은 두 번만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여서 손도 머리도 부담없이 돌아간다. 간단하니까 버스 정류장에서도 수첩을 꺼내 연습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용기가 생긴다. 책상 앞에 앉아서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이 문학의 세계가 방대해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때 매일 조금씩 뇌의 시 쓰는 부분을 자극해 주면 시인이 돼 간다. 결국 마음이 아니라 몸의 얘기다. 뉴로플라스티시티(신경가소성)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따라 뇌의 신경이 변화한다. 우리의 뇌는 정보가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컴퓨터 같지 않고 정보를 빨아들이며 끊임없이 모양새를 바꾸는 고무찰흙과 같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운동피질의 손가락 움직임을 관리하는 부분이 발달해 있다. 또한 택시기사들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체가 비교적 크다. 나쁜 버릇은 낭비된 시간과 함께 떠내려가는 게 아니라 우리 몸속에 머물며 계속 우리와 동반한다는 것인데, 반면에 올바른 생활습관과 함께 더 나은 자신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긴다. T S 엘리엇은 ‘위대한 전통이 인재를 만든다’고 했다. 5세기 아테네의 지식인, 16세기 런던의 극작가는 작은 지리적 범위에서 전통을 만들어 나갔다. 젊은이들은 장인 밑에서 작은 수련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정통을 실천하는 게 가장 신속한 길이고, 혁신과 개발은 그다음 단계다. 요한계시록(3:2)의 한 구절을 마음에 새길 만하다. ‘너는 일깨어 그 남은 바 죽게 된 것을 굳건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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