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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 배회’→‘혼자 걷기’…치매환자 표현 순화 놓고 찬반 논란

    ‘거리 배회’→‘혼자 걷기’…치매환자 표현 순화 놓고 찬반 논란

    일본에서는 약 3년 전부터 치매환자의 인권 등을 위해 ‘거리를 배회하다’라는 말을 ‘혼자서 걷다’ 등으로 바꿔 표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치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완화하고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 대한 배려를 위해 표현을 순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로 인한 실종자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말의 뉘앙스가 지나치게 부드럽게 바뀌면 시급한 대응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돗토리현 돗토리시는 올 7월부터 ‘배회’라는 단어를 공문서에 쓰지 않고 있다. 대신 ‘혼자 걷기’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시는 “산책, 쇼핑 등 치매환자에게도 엄연히 외출의 목적이 있고, 기억력의 문제로 길을 잃는 것일뿐 배회와는 의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을 선도한 것은 후쿠오카현 오무타시다. 오무타시는 2015년 ‘안심하고 배회할 수 있는 거리’라는 기존의 표현을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는 거리’로 바꿨다. 이듬해 도쿄도 구니타치시, 돗토리현 요나고시가 뒤를 따랐다. 올해에도 아이치현 오부시, 효고현 가와니시시가 ‘배회’란 단어를 퇴출시키는 데 동참했다. 각지에서 ‘배회하던 중 행방불명’은 ‘외출 중 행방불명’으로, ‘배회하던 중 길을 잃다’는 ‘혼자 걷다 길을 잃다’ 등으로의 변경이 잇따랐다. 시민단체 ‘치매와 함께 걷는 사람의 모임’ 사토 마사히코(64) 대표는 요미우리에 “‘배회’는 치매환자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낮춰보는 뉘앙스가 강하다”며 “이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치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 순화가 치매환자의 안전 확보에 외려 장애가 된다며 채택을 거부하는 곳도 적지 않다. 아오모리현 도와다시는 치매 실종자의 조기발견과 보호를 위한 사업 명칭에 ‘배회’라는 기존 표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전단지 등도 마찬가지다. 이곳도 한때 ‘산책’이나 ‘혼자 걷기’로 적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배회’라고 표현해야 긴급함이 전해질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시 관계자는 “‘혼자 걷기’ 등 표현의 경우 자기 상황을 가볍게 여기도록 하는 경향이 강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시구로 케이 국립국어연구소 교수는 요미우리에 “‘배회’에는 상대를 깔보는 모멸적인 뉘앙스가 들어있어서 다른 말로 교체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대안으로 나온 ‘혼자 걷기’는 환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말이어서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신고된 치매 실종자는 1만 5863명으로, 5년 전의 1.7배에 달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2018 MAMA] 자넷 잭슨 “여성들이 통제받지 않는,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 꿈꾼다”

    [2018 MAMA] 자넷 잭슨 “여성들이 통제받지 않는, 편견과 차별 없는 세상 꿈꾼다”

    전설적인 팝가수 자넷 잭슨(52)이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18 MAMA)에 참석해 감동적인 연설을 펼쳤다. 자넷 잭슨은 14일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 아레나(AWE)에서 열린 ‘2018 MAMA’에 참석해 ‘인스퍼레이션 어워드’ 부문 트로피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 호스티인 송중기는 자넷 잭슨에게 존경의 뜻을 담은 트로피를 건넸다. 자넷 잭슨은 “이렇게 멋진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인스퍼레이션’(영감)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가족, 친구, 팬 등 멋진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며 “제가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줬다는 생각에 깊이 겸허해진다”고 말했다. 도전, 열정, 꿈 등 좋아하는 단어 세 가지에 대한 연설을 이어가던 자넷 잭슨은 “이런 업적을 넘어서는 다른 꿈을 꾸고 있다”고 관객을 향해 말했다. 자넷 잭슨은 “저는 가까운 미래에 여성들이 더 이상 통제받거나 조종당하거나 또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꿈을 꾼다. 저는 어떤 형태의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는 것을 꿈꾼다. 우리 모두 국경을 넘어 손을 잡고 하나가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고 밝혔다. 또 “마지막으로 저는 증로가 동정으로, 편협함이 이해심과 평화로 바뀌는 그런 지구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MAMA’는 사상 최초로 3개국에서 시상식을 진행하며 글로벌 음악 축제의 역량을 과시했다. 지난 10일 한국에서 신인상과 ‘DDP 베스트 트렌드’ 부문 등을 시상했고, 12일 일본에서는 ‘팬스 초이스’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팬들의 투표를 중심으로 한 시상식을 이어갔다. 이날 홍콩에서는 ‘올해의 노래’, ‘올해의 가수’, ‘올해의 앨범’ 등 대상 3개 부문을 포함한 시상이 이뤄진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이영자 “패가망신 후 모든 것 바꿔보겠다 생각..새로운 게 보이더라”

    이영자 “패가망신 후 모든 것 바꿔보겠다 생각..새로운 게 보이더라”

    이영자가 자신의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한 부분을 언급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올리브 ‘밥블레스유’에서는 마카오로 미식 투어를 떠난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장도연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들은 아침을 먹으며 고민이 담긴 시청자의 사연을 읽었다. 그 중 이영자는 “여행을 가면 화장실을 못 간다”는 고민을 가진 사연에 대해 “낯선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말하며 “인생 자체를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영자는 이어 “내가 30대에 큰 일을 당했다. 패가망신한 일이 있었다. 그 때부터 모든 걸 바꿔보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이영자를 없애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이영자는 “그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사람 외에 동물을 다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부터 바꿔봤다. 음식도 고수를 못 먹었는데 먹어보고.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나의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렇게 나를 바꾸고 나니까 새로운 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최화정은 “나는 영자가 이런 생각을 한 게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인생이 바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죽어도 못하겠다 싶은 한 가지를 해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진=올리브 ‘밥블레스유’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아프리카 가나 간디 동상 철거...인종차별 담은 친필 메모 논란

    아프리카 가나 간디 동상 철거...인종차별 담은 친필 메모 논란

    비폭력 저항 운동을 이끈 인도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마하트마 간디(1869∼1948)의 동상이 아프리카의 한 대학에서 철거되는 수모를 겪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가나대학 내부에 건립됐던 간디 동상이 전날 철거됐다. 이 동상은 2016년 6월 가나대학 캠퍼스를 방문했던 프라나브 무케르지 당시 인도 대통령이 양국 연대의 상징으로 선물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철거 청원에 1000명 이상이 서명하면서 2년여 만에 철거가 시행된 것이다. 가나대학 교수들은 간디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주장하며 간디가 젊은 시절 21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면서 남긴 친필 메모를 근거로 들었다. 그 메모에는 간디가 흑인을 ‘깜둥이’(kaffir)라고 언급한 내용이 들어 있고, ‘인도인들이 흑인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표현도 포함됐다. 특히 깜둥이(kaffir)이라는 단어는 지금도 모욕적인 단어로 분류된다. 가나대학 법학과 학생인 나나 아도마 아사레는 BBC에 “간디의 동상을 두는 건 그가 옹호하는 모든 것을 우리도 옹호한다는 의미이며 (의혹이 제기된 것처럼) 그가 인종차별을 옹호한다면 그의 동상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말라위 정부도 인도의 컨벤션센터 건립 지원에 대한 화답으로 간디 동상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3000여명이 반대 서명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간디의 손자이자 전기작가인 라즈모한 간디는 할아버지가 흑인에 대해 무지했고 편견이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난민도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마주보고 그리며 편견 지우다

    “난민도 그냥 보통 사람이에요” 마주보고 그리며 편견 지우다

    예멘 출신 난민 수백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들썩였던 지난여름. 제주의 한 카페에서 예멘인 25명과 도민 25명이 1대1로 짝을 지어 나란히 앉았다. 탁자에는 종이와 목탄이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그려나갔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편지도 썼다. 예멘 청년 얼굴의 이목구비를 유심히 관찰한 8살 한국인 여자아이는 우리말로 “예멘은 위험하니 우리나라에 있다가 가요”라고 적고 한국어 발음과 의미를 가르쳐줬다. 예멘 청년은 아랍어로 “한국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고 적었다.지난 8월 이틀간 ‘제주 컬러풀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최소연(50) 미술가와 수단 출신 난민 아담(31)이 기획했다. 예멘 난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혐오가 거세지는 것을 목격한 최씨는 선입견 없이 서로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친구인 아담에게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언어가 넘지 못하는 소통의 벽을 그림으로 넘을 수 있다고 믿었다. 두 사람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워크숍을 준비해 나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행사를 알리고 예멘인 숙소를 직접 뛰어다니며 참여를 독려했다. ‘난민 선배’이자 아랍어를 구사하는 아담이 나서자 예멘인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예멘 난민이 10명 정도 모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첫날에만 두 배를 넘어 25명이 모였다. 이 때문에 그림을 그릴 재료를 추가로 공수해야 했다. 둘째 날까지 모두 50명의 예멘인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씨는 그림 재료로 목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전쟁으로 불타버린 집에서 목탄 하나를 건졌다고 가정하고 기록을 남겨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도 낯설어하던 참가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언어로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도 의사 소통은 충분했다. 최씨는 제주의 청년들과 함께 이틀간 그린 그림과 편지를 엮어 내년 초쯤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이 행사가 열린 이후 난민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도민들은 “뉴스로 접한 난민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들이 함께 안전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행사 첫날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던 이웃 할머니는 다음날 떡을 만들어 찾아오기도 했다. 최씨는 “막상 만나니 막연한 두려움도 눈 녹듯 사라졌다”면서 “종이와 목탄만으로 서로 무장해제될 수 있다는 게 예술의 힘인 것 같다”고 했다. 예멘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한국어라는 벽에 막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그들은 “평화롭게 살고 싶다” “한국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등 메시지를 적어내려 갔다. 워크숍의 결과물을 자신의 SNS에 올리는가 하면 한국어로 쓴 자신의 이름을 사진으로 찍어 간직하는 난민도 있었다. 지금도 행사에 참여한 한국인과 연락을 주고받는 예멘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온 지 7년 만인 지난 6월 난민으로 공식 인정받은 아담은 행사에서 통역을 전담했다. 아담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난민을 돕고, 한국 사회에도 난민이 그냥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다”면서 “한국인들도 난민을 직접 만나 질문해 보고 소통해 보면 편견을 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두 사람은 난민에 대한 기록을 쌓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다우알가말(아랍어로 ‘달빛’)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엮고 작업물을 관리하고 있다. 최씨는 “보이지 않는 사람일수록 그들이 존재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밤하늘 달빛처럼 캄캄한 현실 속 한 줄기 빛이 되자는 뜻을 담았다”고 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아오이 소라 “성인배우 꼬리표 알지만…좋은 엄마 되겠다”

    아오이 소라 “성인배우 꼬리표 알지만…좋은 엄마 되겠다”

    일본 성인 배우 출신 가수 아오이 소라(35)가 임신 소식을 발표했다. 아오이 소라는 11일 자신의 공식 블로그에 “새로운 생명이 왔다. 현재 임신 5개월이며 겨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입덧은 굉장히 힘들었고, 첫 임신인 만큼 모든 게 불안하지만 내년 5월에는 엄마가 될 예정이다”고 알렸다. 아오이 소라는 자신의 과거 활동을 둘러싼 편견도 언급했다. 그는 “‘AV배우가 아이를 낳다니, 아이가 불쌍하다’, ‘넌 임신할 수 없는 몸이야’…결혼 발표 하기 전부터 이런 말을 봤다. 그래도 나는 문제 없다고 답했다.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똑같잖아요?”라며 되물었다. 그는 “나의 친인척들 역시 내가 AV를 했다는 걸 알고 있다. AV를 했기 때문에 내가 불효자식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자신이 믿었던 길을 가라면서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나 자체를 응원해주셨다. 태어날 때부터 나를 봤으니 말할 수 있는 거다. 내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라고 말했다. 아오이 소라는 “불행한지 행복한지 결정하는 것은 남이 아니라 그 애 자신이라 생각한다. AV 배우가 아이 낳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여러 의견을 말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아이가 갖고 싶다. 그리고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쉽지 않은 건 안다”며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일본 성인 배우로 활동했던 아오이 소라는 지난 2010년 은퇴 선언 후 중국에 진출했다. 가수 및 연기자로 활동을 이어오다 지난 1월 DJ NON과 결혼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오지헌 父 “100평 청담동 집 부유했다..아들 못생김 동의 못해”

    오지헌 父 “100평 청담동 집 부유했다..아들 못생김 동의 못해”

    ‘사람이 좋다’에서 개그맨 오지헌의 아버지가 아들에 대한 편견에 대해 반박했다. 11일 방송된 MBC ‘사람이 좋다’에서는 개그맨 오지헌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오지헌은 세 딸의 아빠로서 아내 박상미 씨와 함께 24시간을 살림과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이날 오지헌의 아버지 오승훈 씨가 아들의 집을 찾았다. 오지헌은 “멋 좋아하시고 저보다 더 연예인 같다”며 아버지를 소개했다. 오승훈 씨는 “방송으로 보면 우리 가족이 굉장히 못사는 것처럼 나오는 데 기분이 나빴다. 왜냐하면 제가 아들을 스물여섯 살에 낳았다. 서른 전에는 이미 수영장 있는 100평 넘는 집에 살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애 엄마하고 이혼하는 바람에 조금 흔들렸던 거지 못 산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얘가 불쌍하게 보이고 그러지 않았다. 나름 우리 청담동 출신인데 남들이 웃는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지헌 역시 “본적이 청담동 출신이라고 하면 주위에서 웃는다”고 덧붙였다. 오지헌의 어릴 적 별명은 ‘부잣집 도련님’이었다고. 또 오승훈 씨는 “난 지헌이가 못생겼다는 데 전혀 동의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예뻤다.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얘가 못생긴 캐릭터로 나오더라.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남자는 저렇게 생겨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왕자 타령하던 공주는 없다…유리구두 깨뜨려 맞서 싸운다

    [글로벌 인사이트] 왕자 타령하던 공주는 없다…유리구두 깨뜨려 맞서 싸운다

    ‘아름다운 공주와 백마 탄 왕자는 나쁜 마녀를 물리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이들에게 디즈니 동화를 읽어 줄 때면 맞닥뜨리는 익숙한 결말이다. 하지만 딸을 둔 부모들은 “언제까지 왕자 타령인가”라며 자못 한숨을 내쉬는 순간도 있다.지난 반세기 이상 ‘공주 이미지’의 교과서로 자리잡아 온 디즈니 왕국의 역대 공주들이 가히 마블 어벤져스 같은 히어로로 변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지난달 21일 북미에서 개봉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에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젤, 에리얼, 포카혼타스, 티아나 등 대표 프랜차이즈 공주 14명의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등장해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먹왕 랄프2’는 북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에 올랐고 10일 현재 전 세계 2억 1600만 달러(약 2200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한국에서는 내년 1월 3일 개봉한다. ‘주먹왕 랄프2’에는 ‘겨울왕국’(2013)의 엘사와 안나, ‘모아나’(2016)의 모아나 등 확고부동한 팬덤을 과시하는 신세대 ‘디즈니 프린세스’ 캐릭터도 등장한다. 이 작품이 화제가 된 이유는 역대 디즈니 공주 14명이 모두 출연한 전례 없는 물량 공세뿐 아니라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등의 마블 히어로 연합인 ‘어벤져스’ 같은 영웅적 활약을 하기 때문이다. WSJ는 “(‘주먹왕 랄프2’에서) 디즈니 공주들의 파격은 시대의 변화를 좇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주먹왕 랄프2’에서 공주들은 연약하지 않으며 왕자가 없어도 각자 침입자에게 맞서 싸울 줄 안다. 신데렐라는 트레이드 마크인 유리구두를 깨고 메리다는 활을 겨누고 모아나는 나무 노를 휘두른다. 잘록한 허리 라인이 강조된 코르셋 같은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트레이닝복이나 청바지, 민소매 티를 입은 공주들도 인상적이다.제작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셀프 디스’ 장면도 유쾌하다. 이 영화 여주인공인 바넬로피가 자신도 공주라고 소개하자, 디즈니 공주들이 “마법의 머리카락이 있니?”(라푼젤), “마법의 손은?”(엘사), “독사과는 먹어 봤어?”(백설공주) 등 자격 검증을 위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압권은 “사람들이 강한 남자가 나타난 것만으로 너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니?”라는 공주들의 단체 질문에 바넬로피가 “맞아요”라고 답하는 대목이다. 그 순간 공주들은 다 함께 “(얘) 공주 맞네”라고 해맑은 목소리로 외친다. 1937년 세계 첫 장편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후 공주 브랜드는 디즈니의 대표 장르가 됐다. 긴 머리와 아름다운 얼굴, 착한 마음씨의 여성성이 강조된 비주얼, 예외 없는 권선징악의 해피엔딩 플롯, 잘생긴 왕자라는 조력자와의 결혼이 지상 목표가 되는 서사 구조는 디즈니의 오랜 흥행코드였다. 공주들은 전형적이었고 남성 우월적인 상황에도 순응적이었다. 이 같은 공주 캐릭터의 변화를 시도한 대표적 작품이 인디언을 주인공으로 발탁한 ‘포카혼타스’(1995)다. 구릿빛 피부와 흑갈색 눈을 가진 포카혼타스는 인디언 추장의 딸이지만 백인 남성과의 자유로운 연애관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로맨스=행복’이라는 기존 플롯에는 큰 변화가 없다.또 다른 유색인종 캐릭터인 ‘뮬란’(1998)은 공주 캐릭터의 진화를 예고한 작품으로 꼽힌다. 뮬란은 디즈니 공주 중 처음으로 전쟁에서 조국을 구하는 영웅성이 두드러진다. 최근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같은 경향성은 이어진다.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의 8배가 넘는 12억 7400만 달러의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겨울왕국’의 엘사와 6억 4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둔 ‘모아나’가 디즈니 공주 캐릭터의 전환점이 됐다. 고색창연한 왕자와의 로맨스가 사라지는 대신 모험을 통해 소녀에서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커가는 성장담으로 바뀐다. 영국 배우 키라 나이틀리는 지난달 1일 한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한 소신 발언으로 시선을 모았다. 그녀는 자신의 세 살 딸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와 인어공주를 보여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딸에게 결코 훌륭한 ‘롤 모델’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이틀리는 “엘사라면 인어공주(에리얼)에게 ‘고작 남자(왕자) 하나 때문에 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포기하고 물거품이 되고 싶어?’라고 따지지 않겠느냐”며 “그런 상황이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녀는 “엘사는 방금 만난 남자(왕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동생 안나에게 ‘절대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한다”면서 “‘겨울왕국’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나의 결정에 대해 똑같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디즈니의 차세대 공주 캐릭터인 엘사와 모아나는 사랑만으로 현실이 바뀔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 지혜를 갖고 있다. 둘 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행동력을 드러내며 ‘내 자신은 내가 구원한다’는 의지를 뚜렷이 발산한다. 이는 지난 반세기 넘게 여성을 부수적이고 순종적인 인형 같은 존재로 그려 온 디즈니 왕국의 변화를 방증한다. ‘주먹왕 랄프2’의 바넬로피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세라 실버먼은 최근 라디오 토크쇼에서 “디즈니 공주들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점점 진화하고 있고 우리의 현실 세계를 거울처럼 비추는 인물로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의 진화는 디즈니 마블에서도 시도된다. 내년 3월 전 세계 개봉 예정작인 ‘캡틴 마블’은 마블 세계관 가운데 여성 히어로를 원톱으로 만든 첫 영화다. 아울러 내년 연말 개봉 예정인 ‘겨울왕국2’도 엘사와 안나의 당찬 변화가 기대된다. 디즈니 공주들이 동심 콘텐츠에서 머물지 않고 동시대의 정치·사회·문화와 호응한다는 시선도 있다. 1930년대 이후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초기 캐릭터는 아름다운 외모와 여성성이 획일적으로 강조됐고, 남성의 소유물처럼 비쳐지는 ‘안티 페미니즘’ 성격이 짙었다. 미 여성계는 1920년 여성들에 대한 참정권 인정에도 성 차별과 가부장적 질서가 견고했던 당대 남성 중심 사회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디즈니의 르네상스기로 꼽히는 1990년대 포카혼타스, 뮬란, ‘미녀와 야수’의 벨 등 각자 개성이 뚜렷한 입체적인 공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인종·문화적 배경도 다채로워졌다. 디즈니는 2000년대에 별다른 성공작이 없는 암흑기를 보냈다.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드림웍스의 ‘슈렉’ 시리즈의 승승장구를 지켜보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 디즈니가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독보적 작품이 ‘겨울왕국’이다. 엘사와 안나 자매를 주인공으로, 남성을 조연으로 극의 전통적 비중도 바뀌었다. 폴리네시아 신화를 모티브로 한 ‘모아나’는 여성 영웅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특히 ‘겨울왕국’(엘사와 안나)과 ‘모아나’(모아나와 할머니)는 공통적으로 여성 캐릭터들이 연대해 자신과 세계를 구원한다. 동화와 현실은 정치·경제·사회적 변화와 함께 간다. 여성의 목소리와 사회적 역할이 커지면서 디즈니 공주들도 강하고 활동적이며 영웅적인 캐릭터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주먹왕 랄프의 목소리 역을 연기한 존 C 라일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디즈니는 오랜 기간 여성(공주)들에 대한 수많은 고정관념을 만들어 온 데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주먹왕 랄프2’를 통해 디즈니 공주들의 편견이 깨지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스털링 “어머니에게 집 사드렸는데 피부색 따라 다른 보도”

    스털링 “어머니에게 집 사드렸는데 피부색 따라 다른 보도”

    “신문들이 인종차별에 기름을 끼얹고 있어요.”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라힘 스털링(24)이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를 0-2로 완패하면서 들었던 관중들의 인종차별 구호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언론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털링은 경기 하루 뒤인 9일(이하 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저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필요한 상황에서는 입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지난 첼시전에서 인종차별적 구호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 단지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요”라고 밝힌 뒤 “똑같은 팀의 두 선수가 자신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를 위해 집을 사드렸습니다. 두 선수의 차이는 피부색 뿐이었지만 언론 보도는 다르게 나왔죠. (사진을 한 번 보세요)”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 흑인 선수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이 덧입혀졌습니다. 기사들은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한 뒤 이 세상에 왜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지 모르겠는 (좋은) 언론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해야 할 말은 공정한 보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고 모든 선수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라고 주문했다. 첼시 구단과 런던경시청이 수사에 들어갔고, 축구협회(FA)도 수사를 지지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스털링이 예로 든 신문 보도에 등장하는 두 선수는 토신 아다라비오보(21)와 필 포든(18)이다. 웨스트브롬에서 임대돼 “프리미어리그에 한 번도 선발 출전해본 적이 없는데도” 225만 파운드 짜리 집을 사는 데 돈을 쓸 수 있느냐고 지적했는데 포든이 어머니에게 200만 파운드 짜리 집을 사드린 것은 “미래를 준비한” 것으로 완전 다르게 보도했다는 것이다.스털링은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둘다 글자 그대로 잘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린 흑인 청년은 좋지 않은 시각으로 비치게 만들어 인종차별에 기름을 끼얹고 공격적인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초에 다리에 새겨진 소총 문신 때문에 언론의 지적을 받는 등 자주 언론의 논란 거리가 돼왔다. 그는 나중에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총격에 살해된 아버지를 추모하며 경각심을 불어넣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뒤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한 일, 명품 의류를 구입한 일, 어머니에게 집을 사드린 일들을 갖고 공격 당했다. 스포츠 미디어에 대한 흑인 결합체(The Black Collective of Media in Sport, BCOMS)는 스털링의 언급이 “신문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에 대한 경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에서의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킥 잇 아웃(Kick it Out)’ 창립자인 로드 오슬리는 “(축구계) 윗물들부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첼시의 경기 도중 일어난 일은 여전히 축구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스털링은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몇년 동안 나쁜 압력을 받았다. 편견을 부채질하는 보도 때문에 이슈가 됐다. 난 그의 상처에 공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심판들이 조금 더 책임감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유럽서 부활한 反유대주의는 무슬림 탓?…옅어진 홀로코스트의 추억

    유럽서 부활한 反유대주의는 무슬림 탓?…옅어진 홀로코스트의 추억

    “내가 학교를 다닐 때(30여년 전쯤)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욕의 의미로 ‘유대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독일 학교에선 유대인이 모욕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고, 유대인 학생이 없는 학교에서조차 유대인이란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요.” (독일 외교관 펠릭스 클레인, 50세) “교실에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반(反)유대인 정서를 가르칠 때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유대인이라는 단어가 욕설처럼 통용되고 있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계 사회 교사 미할 슈바르츠, 42세) 1945년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독일은 홀로코스트와 유대인에 대한 혐오 범죄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했다. 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또다시 반(反)유대주의가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CNN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단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반유대주의학술정보원(RIAS)은 지난해 베를린에서만 유대인 혐오 사건이 전년보다 61% 많은 947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대부분이 언어폭력이었지만 신체적 폭행도 18건에 달했다. 한 16세 소녀는 학교 친구로부터 “유대인에게 가스를!”이라는 말을 들었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발로 차이고 공기총에 맞은 14세 소년도 있다. 무슬림 이민자 늘면서 증오 범죄 확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악몽이 각인된 유럽 사회에서 그동안 유대인에 대한 증오는 금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홀로코스트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옛 조상의 땅에 강력한 유대인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논리(시오니즘)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슬람권 이민자를 중심으로 반유대주의도 확산됐다는 논리가 제기됐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0년 유럽 내 무슬림 인구는 1950만명으로 전체 유럽 인구의 3.8%였지만 2016년 2577만명(4.9%)으로 증가했다. 프랑스(8.8%), 스웨덴(8.1%), 영국(6.3%), 독일(6.1%) 등은 이슬람권 인구가 5%를 넘는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에 미국 대사관 이전을 강행하는 등 친(親)이스라엘 기조를 강화하자 분노한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반유대주의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 파리 근교 도시 사르셀에서 한 여덟 살 유대인 남자아이가 10대 청소년 두 명에게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청소년들은 종교시설로 향하던 소년이 ‘키파’를 쓴 모습을 보고 길에 쓰러뜨린 뒤 주먹으로 때린 뒤 달아났다. 키파는 유대교 남성들이 쓰는 모자다.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해 ‘작은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사르셀에서 이런 폭행사건이 일어난 데 프랑스 유대인 사회도 큰 충격에 빠졌다. 유대인 인구가 1만 5000여명에 불과한 스웨덴에서도 지난해 12월 9일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 유대교 회당이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10대의 화염병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홀로코스트 기억하는 세대 줄어…교사들도 곤혹 하지만 유럽을 휩쓰는 반유대주의가 온전히 유럽 내 이슬람 인구의 급증 때문이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유럽인들 마음속에 내재된 반유대 정서가 되살아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영문 매체 ‘더로컬’은 독일 내무부 자료를 인용해 2015년 독일 내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 1366건 가운데 78건만 이민자들의 소행이고 1246건은 극우 민족주의자들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찰은 지난해 발생한 반유대 증오범죄 1453건 중 1377건이 극우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후 70년이 지나도 네오나치 등이 발호하는 등 반유대주의 정서가 독일인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음을 반영한다. 독일에서 유대인 증오가 확산되는 이유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세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CNN 조사에 따르면 독일 18~34세 성인의 40%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거의 알지 못한다’거나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반 이민, 독일우선주의 등을 기치로 하는 신생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열광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독일 학생들은 14~15세 때 제3제국(나치 독일)과 홀로코스트를 배운다. 교육 과정에는 인근 포로수용소 현장 학습도 포함된다. 하지만 베를린 상원 교육국의 사라야 고미스 차별조사위원은 “요즘 학생들에게 홀로코스트는 그저 과거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유대주의가 퍼지면서 독일 교사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베를린 중·고등학교 선생님인 유대계 레이첼(가명)은 지난해 학생들의 괴롭힘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학교를 옮겼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 “학생들은 교과서에 하켄크로이츠(나치를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가 문양)를 그렸고, 수업시간에는 나에게 ‘이봐, 유대인!’이라고 소리 질렀다”고 증언했다. 특히 유럽 내 우파 민족주의가 확산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박해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도 지난해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는 벨디브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해 논란이 됐다. 벨디브 사건은 1942년 7월 나치 독일에 협력한 프랑스 비시 정권이 유대인 1만 3000명을 억류했다 나치 수용소로 보낸 일을 말한다. 오스트리아에선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자유당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제3당에 올라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자유당의 우도 란트바우어 니더외스터라이히주 의원은 올해 초 주의회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나치를 추종하는 학생동맹의 부의장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 단체가 행사 때 쓰는 ‘나치 노래책’에 유대인 학살을 선동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퇴했다. 유럽인 28% “유대인이 경제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 행사한다” 미국의 유대인 전문 매체 ‘포워드’는 이런 반유대 정서가 전통적인 ‘음모론’, 즉 유대인이 인류에 기생해 인류를 해치려 한다는 뿌리 깊은 유럽인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징조라고 평가했다. 유대인들은 로마 시대 이후 유럽에 흩어져 살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일이 금지돼 주로 상업·금융업 등에 종사했다. 이로 인해 다른 민족을 깔보고 돈만 밝힌다는 편견과 함께 미움을 샀다. CNN이 지난달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헝가리, 폴란드, 스웨덴 등 7 개국에서 7092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44%의 유럽인들이 반유대주의를 자신의 나라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유럽인의 28%는 유대인들이 금융업을 포함한 경제계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20%는 유대인의 정치·언론계 파워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5%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원인으로 유대인을 꼽았다.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약 5%의 유럽인은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4%의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점유할 자격이 있다고 대답한 반면, 응답자의 32%는 이스라엘 때문에 유대인이 싫다고 말했다. 약 31%의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이용해 자신들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고, 약 28%는 유럽의 반유대주의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악행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분출되는 반이스라엘 정서와 극우 민족주의의 확산을 제어하지 못하면 반유대주의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유럽에서 지금과 같은 난민 유입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무슬림 인구는 75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극우 민족주의의 부상을 계기로 EU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EU가 추구하던 자유주의적 관용의 가치도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권수정 서울시의원, ‘2018 서울 인권 컨퍼런스’ 참석, 청소년 성소수자 보호 체계구축 강조

    ‘인권,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답게 살 권리’(출처: 초등사회 개념사전). 인권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돌아보고 우리사회에서 인권존중인식이 낮게 자리 잡은 집단 중 하나인 성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마련을 위해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권수정 의원(정의당)은 7일 오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 서울 인권 컨퍼런스–주제별세션4. 성소수자 인권정책 증진방안’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본 세션은 가장 낮은 수준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존중도를 향상시키고 인권증진 정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다양한 해외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서울시민 인식제고를 위한 정책추진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권 의원은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 현 실태를 지적하며 “청소년 성소수자의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상당수가 자살을 생각하거나(77.4%) 자살을 시도한 경험(47.4%)이 있으며 이는 사회전반에 걸친 차별에 따른 소외와 도태로 만들어진 결과”라며 “국가인권위원회법 뿐만 아니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5조에서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명시되어 있지만 편견과 차별의식 해소를 위한 서울시 자체의 명확한 관련 제도가 부재한 만큼 청소년 성소수자 보호를 위한 지자체의 강력한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며 그 일환으로 이들의 안전망확보와 위기관리를 위한 서울시 차원의 프로그램 운영 및 기관설립 등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서 권 의원은 서울의 다변화된 가구구성 형태에 따른 지원정책의 다양화를 강조했다. 권 의원은 “전통적 가족중심의 가구형태에서 노인의 동거, 각종 공동체 가구, 비혼 1인 가구, 동성 가정 등으로 가구구성이 변화된 만큼 기존 결혼관계를 대상으로 국한된 사회적 지원에서 벗어나 수술동의서, 공공임대주택 분양 등 변화된 가구형태의 구성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프랑스, 독일 등 20여개 국가에서 결혼 외 ‘파트너쉽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국가보다 우선적으로 자치단체차원에서 가족이외 다양한 구성원을 인정해 사회적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동반자관계 인증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며, “서울시 또한 지자체차원에서 선도적으로 ‘동반자관계 인증제’와 같은 제도를 채택해 서울시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과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기반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실천행동을 촉구한다.”며 토론을 마쳤다. 한편 오늘 개최된 ‘2018 서울 인권 컨퍼런스–성소수자 인권정책 증진방안’ 세션에는 배복주 대표(장애인여성공감/국가인권위원회 위원)를 좌장으로 스즈키 켄 교수(일본 메이지 대학교 법과대학)와 시드 호 의원(홍콩 노동당 집행위원회/ 정의 수호 기금 이사), 박한희 변호사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과 장서연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 성수고 동아리 ‘은가비’ 블러썸 청소년 영상제 최우수상

    서울 성수고 동아리 ‘은가비’ 블러썸 청소년 영상제 최우수상

    서울 성수고 학생 7명으로 구성된 자율동아리 ‘은가비’팀이 4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제1회 블러썸 청소년 영상제’에서 중고생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경찰청, 연세대, SK브로드밴드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범죄 피해자에 대해 관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최우수상에 선정된 8분 15초 분량의 영상 ‘클로즈’(은가비 제작)는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이 친구가 내민 도움의 손길마저 거부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가비 대표 윤선화(고2·17)양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학교폭력도 결국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 서울 선덕고 ‘MVP’팀, 학교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다룬 문정고 ‘나 불러썸’ 팀, 사이버 성폭력의 2차 피해를 다룬 리라아트고 ‘리필’팀, 성범죄 피해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다룬 인천 강남영상고 ‘소울’팀이 각각 중고생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려상에는 불법촬영 범죄 피해 실태를 다룬 서울 영파여고 ‘YPO’팀 등 4곳이 선정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균미의 글로벌 이슈] 정치적 탄압·살해 위협·가난 피해 고난의 길… 소수만 ‘새 삶’

    [김균미의 글로벌 이슈] 정치적 탄압·살해 위협·가난 피해 고난의 길… 소수만 ‘새 삶’

    미국과의 접경지역인 멕시코 티후아나의 국경장벽 너머로 미국 국경순찰대가 쏜 최루가스에 놀라 5살 쌍둥이 두 딸의 손을 잡고 겁에 질려 뛰어가는 온두라스 여성. 아이들은 티셔츠에 기저귀를 차고 있고 한 아이는 맨발이었다. 로이터통신의 한국인 사진기자가 찍은 이 사진은 자유와 더 나은 삶을 위해 수천㎞를 걸어온 중미 이민자(캐러밴)들의 절박함을 담고 있다. 미·멕시코 국경으로 향하는 도로를 가득 메우고 걸어가는 수천명의 모습과 함께 중미 캐러밴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이들 너머로 3년 전 유럽으로 향하던 1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등 중동 난민들 모습이 겹친다. 또 그 너머로 난민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한 아기의 모습도.난민 문제가 지구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난민 문제는 어제오늘 급작스럽게 부상한 현안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경제적 불균형과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난민과 불법 이민이 정치쟁점화하면서 반(反)이민, 반(反)난민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도 제주에서 예멘 난민들의 망명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여론이 갈린 것에서 보듯 난민 문제는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난민 하면 흔히 정치적 망명을 떠올리는데 최근에는 빈곤을 피해 고국을 등지는 ‘경제적 난민’이 늘고 있다. 경제상황이 좋을 때는 그나마 낫지만, 일자리 등 경제사정이 나빠지면 종교·인종·문화적 차이가 통합과 사회적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편견이 부각돼 포용의 문화를 밀어내고 있다. ●생존 위해 ‘위험’ 선택한 중미 캐러밴 지난 10월 13일 온두라스의 산페드로술라를 출발한 중미 이주민은 한 달 만인 11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맞닿아 있는 멕시코의 티후아나에 도착했다. 4000여㎞를 걸어서 왔다. 출발할 때 160여명이던 대열은 6000~7000명으로 불어났다. 대다수는 중미의 온두라스 출신이고 일부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출신도 포함돼 있다. 범죄조직과 마약조직으로부터의 살해 위협과 가난, 정치적 탄압 등을 피해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다. 멕시코 당국과 미국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티후아나 지역에 약 6200명, 그리고 멕시칼리에 3000명 등 1만여명이 모여 있다. 티후아나에 운집한 6200여명 중 1000여명이 어린이라고 유니세프는 밝혔다. 국경 근처 스포츠 단지에 대형 임시텐트를 치고 겨우 비만 피하고 있다. 수용 가능한 인원의 2배 이상이 몰려 노숙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어린이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미 캐러밴의 목표는 미국에 가서 일자리를 잡고 보다 안전하고 나은 삶을 사는 것이다. 중미는 세계에서 살인사건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현지 마약과 범죄조직에 협조하지 않으면 납치되거나 신체적 위협에 상시 노출돼 있다. 상당수는 하루 5달러도 벌지 못해 생존을 위해 위험을 선택했다. 이들이 굳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캐러밴을 꾸려 미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의 주장처럼 정치 쟁점화하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겠지만, 그보다는 안전이 가장 큰 이유다. 소규모로 이동하면 범죄조직의 납치 등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미국 땅이 코앞이지만 이들이 걸어온 수천㎞보다 더 멀게만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5800명의 군대와 방위군을 배치하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경선을 따라 세워진 6m 높이의 철제 울타리 주위에 가시철망을 설치하고 월경을 시도하는 이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쏘며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국토안보부 장관 등은 이들 중에 범죄자들이 섞여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상당수는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지만 심사를 받으려면 수주에서 수개월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들 앞에 이미 3000여명의 신청서류가 쌓여 있고 미국 국경검문소에서는 하루에 100건 정도만 처리하는 실정이다. 정치적 망명심사 순서를 기다리기보다 불법 월경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느는 이유다. 불법 월경을 시도하다 체포돼 추방된 사람도 수백명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치고 절망한 사람 중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450명이 고국으로 떠났고, 300여명이 추가로 돌아갈 의향을 밝혔다. 중미 이주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먼저 정치적 망명이 인정돼 미국에서 살게 되는 것인데, 가능성은 극히 낮다. 다음은 미국 대신 멕시코에 정착하는 방안이다. 멕시코에서는 이들에게 미국보다 훨씬 쉽게 망명 비자를 내줘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추방될 수 있고 갱단의 손질이 미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일부는 캐나다 이주도 희망하지만 역시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불법 월경을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방안이 있다.●유럽 ‘관용적 난민정책’ 갈등 증폭 유럽은 2015년 7년째 내전을 겪는 시리아 등의 중동 난민들이 몰려들면서 난민 위기를 겪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등록된 시리아 난민은 630만명으로 가장 많다. 터키 등 육로와 지중해를 통한 대규모 중동 난민의 유입은 반난민 정서를 불러일으키며 유럽의 정치 지형을 뒤흔들어 놓았다. 2015년 한 해에만 100만명 이상의 중동 난민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반난민,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하면서 극우정당들이 독일과 스웨덴, 헝가리, 이탈리아에서 약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난민과 불법 이민 증가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촉발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독일의 관용적 난민 정책은 보수층 이탈로 이어졌고 결국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 하여금 3년 뒤 정계 퇴진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한 주요 이유가 됐다. 유럽에서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놓고 회원국 간에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극우정당이 정권을 차지한 국가들, 특히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EU가 할당한 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그런가 하면 2억 5000만명에 이르는 이주자 문제를 다루기 위해 오는 10~11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세계난민대책회의에 불참하거나 정식 채택될 예정인 유엔의 이주에 관한 국제협약에 불참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미국은 일찌감치 국제이주협약 초안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했고,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폴란드, 이스라엘, 호주도 주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의회 결정을 따르겠다며 협약 가입을 유보했다. 이탈리아도 회의 불참을 발표했다. 국제협약은 체류 조건과 관계없는 이주자 권리의 보호, 노동 시장에 차별 없는 접근 허용 등을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어 일부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연방하원 연설에서 “취업 이민과 난민을 위한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국가적 이익”이며 “글로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여러 국가가 함께 찾아가는 시도”라고 유엔 국제이주협약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독일 정치권 일각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권국가로서 국경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고 중요하다. 그렇다고 정치적·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고 도움을 청하는 난민들을 내칠 수만도 없다. 난민들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사회적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는 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난민이 발생한 국가들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늘려 자기 나라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끌어낼 강력한 지도력이 절실한 지금, 메르켈 총리의 퇴진 예고는 그래서 더 안타깝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쉬는 시간, 여자만 전화업무 강요” “동료가 오빠라고 불러보라 시켜”

    “쉬는 시간, 여자만 전화업무 강요” “동료가 오빠라고 불러보라 시켜”

    기관사·부기장·목수·생산직 노동자 참석 ‘여자는 못하는 일’ 여기는 시선 고충 토로 “성별 분업의 벽은 콘크리트 천장” 지적“남성 기관사들은 쉬는 시간에 편히 쉬는데, 회사는 전화는 여자가 받는 거라며 여성 기관사들에게만 사무 업무를 시켰습니다. 그러면서도 입사 후 3년 동안 승진에서 배제해 남자 후배들이 먼저 승진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숙경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는 1995년부터 23년간 지하철 5호선의 운전대를 잡아 온 베테랑이다. 철도 사상 첫 여성 기관사라는 자부심으로 없는 길을 개척해왔다. 하지만 여성인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 적이 많았다. 이 기관사는 “가장인 남성들을 먼저 승진시킬 수밖에 없으니 여성들이 참으라고 하더라”면서 “남녀의 역할이 구분돼 있다는 편견을 깨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젠더 이분법을 뭉갠 언니들’ 집담회에는 남성이 대다수인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 4명이 일터에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 기관사를 비롯해 조은영 대한항공 부기장, 남한나 형틀목수, 황지선 현대자동차노조 여성실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첫 출근부터 남달랐던 경험을 소개했다. 외항사 승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2년간의 자격증 공부 끝에 조종사가 된 조 부기장은 “첫날 사무실에 들어서니 누구를 찾아왔냐고 물었다”면서 “동료들은 내가 어려운 훈련을 거치고 들어왔으니 독한 여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생산라인에서 17년째 일하는 황지선 실장도 “왜 하필 여자가 우리반에 왔냐고 불만을 표하며 언제까지 버티나 보겠다는 반응이었다”고 돌이켰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보다는 단지 여성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유일한 여성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는 남한나씨는 1년 8개월의 짧은 경력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6개월 전부터 반장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능력보다는 여성으로 부각되거나 아예 지워진 존재가 될 때도 있다. 남씨는 “남성 동료들이 오빠라고 불러보라거나 술을 마시자고 하더라”면서 “화장실이 멀다고 남성들이 현장에서 볼일을 보거나 여성을 주제로 짓궂은 농담을 할 때는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외부의 시선도 아직 성별에 쏠려 있다. 조 부기장은 “대한항공 조종사 3000명 중 1%인 30명이 여성인데, 여기장이 기내 방송을 하면 왜 여자가 비행하냐며 따지는 승객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관사도 “여성 기관사가 운전석에 있으면 승객들이 깜짝 놀라 한참을 쳐다본다”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별 분업의 벽은 유리천장보다 더 견고한 콘크리트벽, 콘크리트천장”이라면서 “이 벽을 깨야 여성들이 특정 직종에 쏠리고 질 낮은 일자리에 몰리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이불 속에서 즐기는 훈훈한 만화 에세이

    [금요일의 서재]이불 속에서 즐기는 훈훈한 만화 에세이

    찬 바람 부는 겨울이다. 시원한 귤을 까먹으며 따뜻한 이불 덮고 엎드려 책 보는 재미는 그야말로 최고다. 딱딱한 글만 가득한 책보다 아무래도 만화가 제격일 터다. 휴대폰으로 보는 웹툰도 좋지만, 포근한 그림으로 엮어낸 일본 만화 에세이가 이런 날 어울린다. 책끼리 마구 엮어내는 ‘금요일의 서재’가 이번 주 포근한 느낌을 주는 일본 만화 에세이 세 권을 골랐다. ●음식으로 적응한 러시아=‘맛있는 러시아’(애니북스)는 일본인 만화가 시베리카코가 러시아인 남편과 1년 동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머물며 있었던 일을 그렸다. 작가는 그동안 춥고 어둡고 무섭다고만 생각했던 러시아를 음식으로 적응해간다. 추운 날씨와 짧은 일조 시간에 지쳐 고향 생각이 절실히 날 때에도, “일본인은 쌀을 먹어야 한다”는 남편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직접 러시아 요리를 만들어낸다. 러시아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가정식을 주로 다루는 점이 독특하다. 작가가 1년 동안 생활하며 직접 만들었던 러시아식 음식, 일본 요리 스타일로 조리한 러시아 음식 등을 유쾌하게 그렸다. 특히 러시아 식재료 중 한국이나 일본에서 대체할 수 있는 재료와 요리 방법도 함께 소개해 유용하다.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의 역사와 유래, 러시아 문화 등을 폭넓게 알려준다. 귀여운 그림체 덕분인지 술술 읽힌다. 러시아 남편을 곰으로 그린 센스도 돋보인다. ●2000원 영양 만점 요리를=튀기지 않아 간편한 고구마 맛탕은 조리 시간 20분, 그리고 한 끼에 630원밖에 하질 않는다. 겹쳐 쌓기만 하면 되는 배추 제육된장 전골은 만드는 시간이 15분에 불과하며 한 끼에 1400원 수준이란다. 과연 가능할까 싶은 생각부터 들지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혼밥 한 달 생존기’(숨쉬는 책공장)는 아무렇지도 않게 뚝딱뚝딱 그림으로 그려낸다. 이번 책은 앞서 나온 ‘20만 원으로 즐기는 혼밥 한달 생존기’ 후속편이다. 저자인 오즈 마리코가 1구 인덕션레인지를 갖춘 작은 부엌에서 직접 요리하며 간추린 사계절 야채 활용법을 담았다. ‘야채편’이란 부제에 맞게 봄 양배추와 햇감자, 여름엔 가지와 토마토, 가을 단호박, 겨울엔 배추와 무로 한 끼에 2000원 안팎, 조리 시간 20분 안팎 요리 36가지를 담았다. 월 식비 20만원(2만엔) 미만이지만, 영양은 물론 맛도 챙겼다. 둥그런 느낌의 그림체로 그려낸 요리 묘사는 사실적이지 않은데, 묘하게 정감 있고 심지어 요리가 더 맛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엄마와 딸, 소소한 여행=엄마와 딸의 훈훈한 여행 코믹 에세이 ‘엄마와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미우)를 읽은 이들은 “읽다 보면 엄마와 함께 떠나고 싶어진다”는 서평을 많이 남겼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사토 미유키가 그린 소소한 여행일지가 참으로 아기자기하기 때문일까. 하와이 목걸이를 한 채 작은 가방을 들고 엄마와 함께 걷는 표지부터 앙증맞은 느낌을 준다. 모녀는 아사쿠사, 요코하마 등 도쿄와 주변 지역에서부터 이와테 현 온천 체험을 가고, 엄마의 뿌리를 찾아 홋카이도도 간다. 일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대만, 하와이까지 10년 동안 모녀 여행을 다녀왔다. 저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노후에 둘이서 여기저기 오붓하게 여행할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버지에게 효도 한 번 제대로 못 해드렸으니, 대신 어머니에게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드리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효도 여행이라고 하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다녀보니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특히 여행 상품이나 투어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면 1인당 몇 만원 안팎의 적은 비용으로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연세가 많은 부모님은 체력이 좋지 않아서 많은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정을 무리하게 짜지 않는 대신 숙소와 식당을 가능한 한 좋은 곳으로 정하라는 식의 팁이 제법 유용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정숙 여사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 특별출연

    김정숙 여사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 특별출연

    김정숙 여사가 다음 달 초 방송 프로그램에 특별 출연해 한부모가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O tvN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이 지난 28일 공개한 예고 영상을 보면, 김 여사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배우 김상중씨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여러가지의 가족 형태가 있습니다”라면서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이 인터뷰 영상은 다음 달 5일 저녁 8시 40분에 공개된다. 그날 방송에서는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가 특강을 한다. 그동안 김 여사는 한부모가정의 어머니와 아이 등을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미혼모들의 아픔을 다룬 뮤지컬 ‘소녀, 노래하다’를 관람하고, 지난 5월에는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 깜짝 등장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당시 축사에서 “사회는 이미 변화하고 있고, 점점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도 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으로 우리 사회의 편견이 사라지고,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고민은 했는데, 낳기로 했어요’, ‘걱정은 했지만 입양 안 보내고 제가 키우기로 했어요’와 같이 한부모들의 당당한 모습이 계속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정부기관이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피해배상 요구하면 “의도 있냐” 의심받는 성폭력 피해자들

    피해배상 요구하면 “의도 있냐” 의심받는 성폭력 피해자들

    ‘피해자다움’, ‘돈이 목적’ 프레임 씌우는 사회소멸시효·배상책정은 성폭력 특수성 반영 못해“소멸되지 않는 성폭력 고통엔 시효도 없어야”피해자는 20년 전 초등학생 때 학교 테니스부 코치 A씨로부터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다. 끔찍한 기억을 지우려고 오랫동안 애썼지만, 최근 자신의 피해 경험과 유사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때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피해자는 지난 3월 A씨를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한 달 뒤 피해자는 A씨가 여전히 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관할 교육청에 신고했고, A씨는 곧바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A씨는 학교를 떠나더니 자신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부인했다. 관리 책임이 있는 학교는 A씨가 이미 교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오래 전 일이라 민사소송 과정도 쉽지 않다. 피해자는 “성폭행은 당사자가 스스로 용기내서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 수 없는 범죄”라면서 울먹였다. “당시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트라우마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판정까지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대해 터무니없이 짧은 소멸시효를 적용하고 있어 죄를 물을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범죄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는 피해자의 당연한 법적 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법의 한계 등 현실의 여러 장벽들로 그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주최로 28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토론회에서는 무엇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게 만드는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피해자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문화가 피해자들이 직면하는 장벽 중 하나다. 김재희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유독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만 피해자가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면 ‘돈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고소했다’는 프레임이 작동한다”면서 “‘성폭력 피해자는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 외에 피해에 대해 어떤 보상도 요구하면 안 된다’는, 완전무결한 피해자상을 요구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도 “성폭력이라는 위법행위를 통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고자 하는 노력은 ‘가짜’ 성폭력 피해자의 다른 의도로 해석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배상 요구는 심지어 성폭력 무고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어렵게 민사소송 제기를 결심해도 성폭력 피해자들은 소멸시효라는 벽에 부딪힌다. 현행 민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범죄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범죄발생일로부터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소멸시효는 ‘범죄발생일로부터 20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 범죄 발생 후 즉각적인 형사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보다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0~30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피해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 교사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2011년 PTSD와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면서 소를 기각했다. 김 변호사는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보완되고 있지만 “민사상 소송에 있어서 소멸시효 제도는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형사소송에서 중형이 확정돼도 소멸시효가 지나 민사상 피해배상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개정·적용된 성폭력 관련 법률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한다. 13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그리고 모든 연령에 대한 강간살인죄는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이렇게 형사소송상의 공소시효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민사소송상의 소멸시효는 여전하다. 낮은 손해배상액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상해나 사망으로 이어진 성폭력을 제외한 다른 성폭력 사건 손해배상액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와 치료비 등이 전부다. 일반적으로 적게는 100만원, 많아야 4000만원 정도다. 박윤숙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성폭력 피해로 인한 시간적·물리적 피해뿐만 아니라 수치감과 자책감으로 시달린 시간, 주변인을 경계하고 긴장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시간, 두통과 불면, 좌절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는 미흡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현실도 민사소송 제기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성폭력 범죄 형사소송 과정에서 피해자는 가명으로 조서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보호규정이 있지만, 민사소송 절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복범죄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피해자가 가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그대로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외에도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 또 가해자가 재판 중에 이미 재산을 처분해 형사소송 이후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손해배상액을 받을 수 없는 점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PTSD나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을 진단받은 시점부터 소멸시효를 산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피해에 부합하는 손해배상액을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소멸되지 않은 고통과 배상받을 권리를 법이라는 이름으로 소멸시키는 것 자체가 법의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명예기자가 간다] ‘가치 실현+윤리의식’… 착한 사회적기업이 뜬다

    [명예기자가 간다] ‘가치 실현+윤리의식’… 착한 사회적기업이 뜬다

    평균 매출 20억… 취약층에 일자리 제공 성장지원센터 10곳·온라인 쇼핑몰 조성 #1. 지난 5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차트에서 1위에 오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랩몬스터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럽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올렸다. 화제가 된 것은 그가 메고 있던 가방이다. ‘모어댄’이라는 사회적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모어댄은 폐기된 차량의 가죽 시트를 재활용해 가방과 지갑, 액세서리 등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그간 재활용할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버려지던 가죽 폐기물을 줄이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모어댄은 국내 사회적기업 가운데 최초로 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 #2. 전주의 명물 전주비빔밥이 빵에 들어 갔다. 이른바 ‘전주비빔빵’이다. 전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전주비빔빵을 만드는 ‘천년누리푸드’ 역시 사회적기업이다. 수익금은 고스란히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쓰인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사회적기업이 최근 늘고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11년 만에 2030개의 사회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실적도 훌륭하다. 사회적기업은 보통 영세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사회적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억원 규모다. 사회적기업은 취업이 곤란한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착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기업 종사자의 4대 보험 가입률은 95% 수준이다. 종사자들이 일에 갖는 만족도도 5점 만점에 3.92점으로 상당히 높다.한국 사회는 소득 격차와 일자리, 저출산, 고령화 같은 이슈 외에도 환경이나 건강, 주거, 교육, 돌봄 등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혁신’이라는 가치를 앞세우는 동시에 높은 윤리의식으로 믿을 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에 경기 부천시와 울산시는 고학력 경력단절여성, 중장년 퇴직자 등을 고용한 사회적기업들과 협업해 ‘급식·방과후학교·등하원 도우미’를 통합 제공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경력단절여성과 중장년 퇴직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얻고, 맞벌이 부부는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사회적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난 9일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사업컨설팅,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성장지원센터’를 내년까지 전국에 10곳을 조성한다. 사회적기업 제품의 질을 높여 주는 상품개선 지원사업도 확대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 다음달엔 사회적기업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전용 온라인 쇼핑몰 ‘e-store 36.5+’도 연다. 박지혜 명예기자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 사무관)
  • “5·18 배후 북한군 배후‘ 퍼뜨린 지만원, 소송냈다 패소

    “5·18 배후 북한군 배후‘ 퍼뜨린 지만원, 소송냈다 패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북한이 배후 조종한 사건’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를 받은 지만원씨가 국가 상대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부장 이원)는 27일 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지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방심위의 제재가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지씨가 역사적 사실을 정면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5·18 민주화 운동은 1980년 당시 이른바 신군부 세력의 비상계엄 확대조치에 맞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항거한 사건이라는 게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데 원고의 글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북한이 배후 조종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보면 원고의 게시글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지역, 집단, 개인을 비하하고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방심위가 네이버에 게시글 삭제를 요구한 것은 재량권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방심위는 지씨가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게시글을 올리자 지난 4월 네이버 측에 시정 요구를 해 게시글을 삭제했다. 방심위 규정상 역사적 사실을 현저히 왜곡하거나 특정 지역 주민이나 특정 집단을 차별·비하하는 글에 대해선 시정 요구할 수 있게 돼 있다. 지씨는 해당 글에서 “5·18은 북으로부터 파견된 특수군 600명이 또 다른 수백 명의 광주 부나비들을 도구로 이용해 감히 계엄군을 한껏 농락하고 대한민국을 능욕한 특수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2015년에도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방심위로부터 제재를 받자 소송을 냈다. 당시에도 법원은 지씨의 동영상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기업 특집] 롯데, 3000명 독거노인 웃음 찾아준 ‘기쁨 상자’

    [기업 특집] 롯데, 3000명 독거노인 웃음 찾아준 ‘기쁨 상자’

    롯데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47개 계열사 임직원 1100여명이 김장 1만 5000포기(40t)를 담가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샤롯데봉사단 어울림 김장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2015년부터 시작돼 올해 4회째를 맞는 김장 나눔 행사는 매년 1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참여해 협력과 나눔의 의미를 다지고 있다. 롯데는 2013년부터 어려운 사람에게 기쁨을 전달하는 ‘롯데 플레저박스 캠페인’을 매년 4~5회 진행한다.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는 생리대 1년치, 청결제, 핸드크림 등을, 미혼모들에겐 세제, 로션 등 육아용품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점자도서 등을 담는 식이다. 지난 9월에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3000여명에게 간편식품과 생필품을 담은 박스를 전달했다. 롯데는 2013년 사회공헌브랜드 ‘mom(맘)편한’을 론칭해 육아환경 개선과 아동들의 행복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엄마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저출산 극복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2013년 12월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체결한 후 강원도 철원 육군 15사단에 ‘mom편한 공동육아나눔터’ 1호점을 열었다. 롯데는 장애인 자립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며 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물어 보자는 취지에서 8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4회 슈퍼블루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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