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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다큐 줌인] 그라피티, 벽 너머 세상과 소통하다

    [포토 다큐 줌인] 그라피티, 벽 너머 세상과 소통하다

    서울 시내 한 고가다리 밑. 한 무리의 청년들이 가방 안에서 스프레이 페인트를 꺼내 들었다. “치익! 치익!” 색색의 스프레이 페인트가 벽면에 뿌려지자 거칠고 투박하기만 하던 회색빛 벽이 독특한 조형미를 갖춘 글씨와 캐릭터가 그려진 커다란 캔버스로 점차 변해 간다. “이런 걸 스프레이로만 그리는 거냐?”, “다리 밑이 어둡고 삭막했는데 그림이 그려지니 분위기가 밝아져서 좋다.”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보인다. 어느덧 회색빛 벽이 화려한 색을 입고 길을 지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도심 속 무료 갤러리로 변신한다. 회색빛 벽은 커다란 캔버스…도심 속 무료 갤러리로 청년들이 벽에 그린 글씨와 캐릭터는 그라피티(Graffiti)라는 스트리트 아트(거리예술)의 한 종류다. 1960년대 미국 뉴욕의 흑인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자 적은 낙서, 갱들이 영역 표시를 하려고 벽에 그리던 태그(tag·자신만의 표지 또는 가명)에서 출발했다. ‘Taki 183’이라는 자신의 태그를 뉴욕 도심 곳곳에 남긴 데미트리우스라는 그리스 출신 청년의 이야기가 1971년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 그라피티는 회색빛 도시에 화려함을 더하는 스트리트 아트로 발전해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 같은 유명 작가들을 배출하게 된다. 다 큰 녀석들의 낙서라고?…당당한 거리예술이죠!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힙합 문화가 들어오면서 전파됐지만 그라피티는 오랫동안 ‘다 큰 녀석들이 하는 낙서’ 정도로 오해받았다. 벽을 이용하는 탓에 공공 장소나 타인 소유의 건 물 등에 허가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는 예술행위가 아닌 반달리즘(문화·공공시설 파괴행위)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가게 벽면의 인테리어로, 또는 여러 문화행사의 한 프로그램으로 그라피티를 접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점차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에 반한 젊은 층뿐만 아니라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에 매료된 중장년층까지 팬층이 넓어지고 있다. 그라피티 라이터인 에라원은 “얼마 전 굴다리에 그라피티를 그린 일로 관할 도로교통사업소에 불려 갔다. 우려와는 달리 관계자분이 음침하던 다리 밑 분위기가 밝아져서 주민들도 좋아하고, 환경 미화의 효과도 있으니 계속 그려도 된다고 허가해 주셨다.”며 긍정적인 변화상을 보여 주는 일화를 들려줬다. 팝아트와 눈 맞다…마니아 아닌 대중과 입맞추다 힙합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니아 문화로 홀대받던 그라피티는 예술이라는 외투를 걸치고 문화적으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그라피티 라이터 25명이 모여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 가림막에 플래시몹 형식으로 그라피티를 그려 넣으며 예술가로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그라피티는 거리를 넘어 주류 미술계의 주무대인 갤러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15년 이상 그라피티를 그려 온 반달, 산타, 후디니, 제이앤제이, 찰스 장 등 1세대 라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영향을 받은 레고, 홍삼, 에라원 등 2세대 라이터들과 함께 그라피티를 팝아트와 결합시켜서 예술화·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만 예닐곱 곳의 갤러리에서 벽이 아닌 캔버스에 그린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그라피티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18년 동안 거리에서 그림을 그렸다. 나는 지금 캔버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갤러리에서 전시를 한다. 대중과 함께 소통하려는 시간인 것이다.” 만화 같은 캐릭터를 주로 그리는 후디니는 한 전시장에 붙인 작가의 변에서 거리 예술인 그라피티가 갤러리로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가로서 그라피티 라이터들의 행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언젠가 이들 중에서 한국의 키스 해링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서른셋 송종국, 이젠 굿바이

    서른셋 송종국, 이젠 굿바이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는 얼굴이 벌게졌다. 유연한 드리블도, 재치있는 페인트도 안 통했다. 여러 차례 고개를 저으며 화를 냈고 나중엔 뛸 의욕을 잃었다. 한국과 비겨도 나란히 16강에 오르는 상황이었지만 태극전사들은 악바리처럼 뛰었고 끝내 이겼다. ‘게임메이커’ 피구를 꽁꽁 묶은 송종국(33)이 일등공신이었다. 히딩크호 부동의 오른쪽 풀백으로 한국축구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송종국이 결국 그라운드를 떠난다. 그의 축구인생은 파란만장했다. 2001년 부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월드컵 직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진출했다. 설기현(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을 밟았다. 2005년 K리그 수원으로 복귀했고 2008년엔 주장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A매치 68경기 출전에 3골.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당했던 발목 부상 후유증에 내내 시달렸다. 송종국은 지난 시즌 톈진 테다(중국)와 계약을 해지한 뒤 여러 구단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은퇴를 택했다. 그는 “지난달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 의욕이 꺾인 게 사실이다. 날 원하는 국내팀 몇 곳이 있었지만 새롭게 시작할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살 딸 지아와 5살 아들 지욱이는 아빠가 축구하러 안 간다니 좋아한다고. 은퇴 후에는 유소년을 지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2002월드컵 스타 이천수(31)는 무적 신분으로 전락했다. K리그 외국인선수 및 자유계약선수 등록 마감일인 26일까지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전남이 임의탈퇴 공시를 풀 의지가 없어 K리그 복귀는 막힌 상태. 이천수는 지난 2009년 있지도 않은 계약조항을 거론하며 코칭스태프와 충돌한 끝에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전남은 “이천수는 구단의 관심과 팬들의 사랑을 외면했다. K리그 전체와 축구팬들의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천수는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계약이 끝난 뒤 2010년 일본 J리그 오미야에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이듬해엔 1년 계약을 맺으며 축구인생을 이어갔다. 그러나 무릎부상과 부진으로 끝내 재계약에 실패했다. 팀을 찾지 못한 이천수는 지난 겨울부터 중국과 일본, K리그 등을 노렸지만 결국 어느 곳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지금은 고향 인천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부고]

    ●이상덕(대한병원협회 홍보섭외이사·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씨 모친상 홍성주(SBS아트텍 사장)민태철(탐앤탐스 이천점 대표)송병환(에스디엘 사장)허근(LG전자 부장)씨 장모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2)3010-2231 ●김연판(한국제약협회 부회장)씨 장모상 19일 경남 사천 전문장례식장, 발인 21일 오전 8시 (055)852-5454 ●임요한(이레치과의원 원장)요업(교육과학기술부 서기관)씨 모친상 17일 서울대병원, 장례예배 21일 오전 8시 (02)2072-2016 ●김성주(노루페인트 이사)성계(미국 거주)성열(사업)씨 모친상 1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30분 (02)3010-2293 ●정구흥(사업)구성(〃)씨 부친상 송지오(전 삼성전자 부사장)이수일(동아대 의대 교수)씨 장인상 1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02)3410-6902 ●황중연(개인정보보호협회 부회장)씨 모친상 19일 부산대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51)240-7161
  • “선관위 홈피 디도스 공격 아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출근시간대 선관위 홈페이지의 정상적인 이용을 막는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꼼수는 22일 새벽 올라온 봉주 6회 방송에서 지난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를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26일 정보기술(IT) 인프라 전문 업체 LG엔시스가 작성한 것이다. LG엔시스는 선관위에 보안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나꼼수는 우선 10·26 선거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디도스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표가 시작된 오전 6~7시 초당 221Mbps의 디도스 공격이 있었는데, 매우 작은 규모여서 보안장비가 다 방어했기 때문에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는 것. 대부분의 디도스 공격은 초당 4∼5Gbps라고 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디도스는 ‘페인트 모션’(상대를 속이거나 견제하기 위해서 하는 동작)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는 오전 7시에 웹서버를 리부팅하고, KT와 LG가 제공하는 회선 중 KT의 회선 두 개를 끊어 버렸다고 한다. 디도스 공격이 KT에서 들어왔다는 게 선관위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나꼼수는 “디도스의 공격 규모가 매우 작았고, 이미 보안장비가 디도스를 다 막았다고 보고서에 나와 있다.”며 “LG 회선에서는 디도스가 들어오라는 법이 없나.”라며 당시 선관위의 대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꼼수는 또 선관위 홈페이지의 데이터베이스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연동을 끊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숭례문 복원 나선 번와장·제와장·단청장 이야기[동영상]

    숭례문 복원 나선 번와장·제와장·단청장 이야기[동영상]

    숭례문 복원 작업에서 목공사를 하는 신응수 대목장이 주로 주목받았다면 앞으로는 이들 무형문화재를 눈여겨봐야 한다. 10일 숭례문 복원 현장에서 이근복 번와장과 한형준 제와장, 홍창원 단청장을 만나봤다. ●이근복 번와장 번와란 ‘기와를 덮는 일’로 이근복(62) 번와장은 2008년 10월에 무형문화재로 선정됐다. 경복궁 경회루와 근정전, 홍례문, 창덕궁,덕수궁 등 국보급 1000여동의 건물에 기와를 입혔다. 한옥의 미려한 곡선은 흔히 목공에서 나오는 줄 알지만 사실은 기와를 덮는 일에서 진행된다. 목조 건물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도 기와를 덮는 일에서 비롯된다. 잘 마른 목재라도 기와를 잘못 덮어 비가 새면 몇십년 못 가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와를 덮을 때는 적심을 넣어 기와의 곡선을 잡고 흙을 채워 기와를 서로 잇는데 이 과정이 건물의 하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적심과 흙을 잘못 채우면 건물의 머리인 지붕이 너무 무거워져 건물이 처지기 때문이다. 고건축의 미를 결정하는 주요한 것이 지붕이고, 지붕이 건물의 하중과 수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숭례문 기와 덮기는 빠르면 5월 중순 작업에 들어간다. ●한형준 제와장 1929년생으로 83세인 한형준 제와장은 ‘조선 기와의 맥’으로 통한다. 다소 불편한 몸에도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는 일념으로 일한다. 지난여름부터 지하 100m에서 길어 올린 고운 진흙을 경기 안양시에서 가져와 밟고 다진 후 흙 판으로 기와를 만들어 가마에 굽는 방식으로 전통 기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통 기와는 가볍다. 또 가마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기와의 색깔도 다양한 색조의 잿빛을 선보인다. 기포도 많아 이른바 숨 쉬는 기와, 숨 쉬는 한옥의 원천이 된다. 두달씩 우기가 발생하는 여름이 문제인데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와의 흡습률이 1%에 불과하다면 전통 기와는 흡습률이 12~15%로 높다. 한 제와장과 그의 전수조교 김창대(41)씨는 가마에서 기와를 구울 때 불완전 연소시켜 기와에 탄소 코팅을 씌우는 방식으로 흡습률을 줄였다. 이렇게 만든 기와는 혹한의 날씨에도 깨지지 않고 잘 버티기 때문에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한국형 한옥에 안성맞춤이다. ●홍창원 단청장 숭례문은 1392년 창건돼 1447년에 개축됐고 1479년에 대대적으로 수리됐다. 홍창원(57) 단청장은 숭례문이 조선 초기의 건물인 만큼 단청 또한 조선 초기의 양식으로 가려고 한다. 강진 무위사 극락전의 내부(1440년 전후), 창경궁 명정전(1616년), 수덕사 대웅전(1500년대) 등 단청의 문양과 색깔을 연구해 숭례문 복원 단청에 활용할 예정이다. 조선 초기 단청의 특징은 고려처럼 화려하지 않고, 유학의 영향을 받아 녹색과 청색 위주로 청아하다. 문양은 주로 연꽃잎과 물결무늬 등이다. 값비싼 단청을 입히는 이유는 목조 건물이 병충해나 비바람에 잘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일종의 페인트인 셈이다. 둘째는 건물에 권위를 입혀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미학적 욕구는 최하위다. 화학안료가 아닌 천연안료만으로 단청을 하는 첫 사례가 된다. 5월부터 단청 작업에 들어간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톰 크루즈 첨단 장갑 도마뱀 발바닥 본떠 만든 거라고요?

    톰 크루즈 첨단 장갑 도마뱀 발바닥 본떠 만든 거라고요?

    인간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문명의 발전을 이끄는 과학기술 역시 탐구와 발명의 토대 위에서 존재한다.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영감을 주는 것은 결국 자연이다. 지구에 단세포로 처음 등장한 이후 수십억년에 걸쳐 진화해 온 동물과 식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 ‘신비’와 ‘경외’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상현상이나 먹이사슬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 생존을 위해 변신을 거듭해 온 현재의 모습 자체가 훌륭한 발명품이다.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의 모습을 연구해 최대한 가깝게 흉내내는 분야는 이미 ‘자연모사’ 또는 ‘생체모방’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의 주류가 된 지 오래다. ●거미·연꽃·도마뱀… 위대한 스승들 거미는 어떻게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실에 몸을 맡길 수 있을까. 수많은 식물 중 유독 장미 가시는 왜 날카롭고, 파리를 비롯한 곤충들은 천장에 발을 붙이고 매달려 있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자연모사는 이 같은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주위에서 자연을 흉내낸 기술이나 제품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체모방을 말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벨크로’다. 벨크로 테이프는 1948년 프랑스의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발명했다. 산길을 걸을 때 바지 자락에 엉키는 엉겅퀴, 도깨비풀 등의 갈고리를 흉내낸 것이다. 진화학에서는 식물이 갈고리를 갖게 된 것은 좀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식물의 생존본능이 인간의 손을 거쳐 신발과 의류를 고정시키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3’ 속에서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 분)는 장갑을 끼고 거대한 유리빌딩을 거침없이 오른다. 현실에서 개발되고 있는 이 장갑의 기본원리는 벽과 천장을 자유자재로 기어다니는 게코도마뱀에서 비롯됐다. 게코도마뱀의 발바닥에는 길이 50~100㎛(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1m)에 불과한 공간에 지름 5~10㎛의 강모가 수백만개 이상 덮여 있다. 각각의 강모는 다시 주걱 모양의 섬모 수백개로 구성돼 있다. 개별 섬모들의 힘이 모여 결국 강력한 부착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같은 원리가 현실화되면 별도의 접착제 없이 막대한 무게를 지탱할 수 있고, 세척 등의 절차 없이 무한정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2000년 게코도마뱀 발바닥의 원리를 처음으로 밝혀낸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유리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로봇 ‘스티키봇’을 선보였지만 수차례 사용하고 나면 섬모를 흉내낸 발바닥 전체를 갈아야 했다. 나노미터 단위의 섬모를 정교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키봇은 타임이 선정한 2006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혔다. 섬유나 소재 분야에서 가장 매력적인 모방 대상은 거미다. 거미가 강철보다 10배가량 강한 거미줄을 뽑아내듯 대량생산할 수만 있다면 이는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체 재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면 인공섬유가 지배하고 있는 의료 분야에서도 수많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인공 거미줄은 그래핀이나 탄소나노튜브 등 신소재의 등장에 힘입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거미줄을 타고 빌딩 숲속을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이 미래에는 마냥 허황된 얘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물을 튕겨 내는 연꽃잎의 돌기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상용화돼 있다. 섬유의 올 하나하나에 돌기를 만들어 비에 젖지 않는 옷이 탄생했고, 스스로 먼지나 오염을 튕겨내는 페인트도 연꽃의 원리와 같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연꽃 효과를 내는 차량용 코팅제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과 오염을 차단할 수 있는 코팅제가 개발되면 세차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밖에 해저동물의 청각기관에서 비롯된 잠수함 추적 센서 등도 자연 그 자체를 연구한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 평가된다. ●딱정벌레에서 얻은 잠금장치 생체모방 분야의 권위자인 서갑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정벌레에 주목했다. 서 교수는 6일 “딱정벌레의 날개가 서로 맞물리도록 돼 있는 구조를 연구해 신개념 나노구조 잠금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딱정벌레의 날개는 몸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만 섬세하다. 서 교수는 이 날개가 어떻게 몸체와의 쓸림(마찰)을 방지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딱정벌레 날개 곳곳에 미세한 섬모가 있어 몸체와의 결합력을 극대화시키며, 섬모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결합력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딱정벌레의 섬모와 유사한 크기의 섬모를 다양한 길이 비율과 재료를 이용해 제작, 접착력을 상호 비교·분석하고 섬모 간의 결합력과 형태를 직접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서 교수는 “이번에 제작한 미세섬모 제조기술은 결합력이 뛰어난 반면 소음이 없어 우주 항공이나 스마트기기, 의료장비 등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면서 “피부에 부착해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하는 센서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뒤로 가는 열차 알아? 그 열차 사라진대…

    뒤로 가는 열차 알아? 그 열차 사라진대…

    기차는 여행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찐 달걀과 귤 두어 개에 사이다 한병 사들고 기차에 오르는 기분이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지요. 설령 그 여행길 끝에 기다려주는 이 하나 없더라도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 풍경을 담고 가는 열차는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맘때 꼭 타야 할 노선을 들라면 주저없이 영동선을 꼽겠습니다. 강원 중부 내륙의 험지를 두루 돈 뒤 강릉의 파란 바다 앞에 승객들을 내려놓지요. 오가는 길에 스위치백 구간을 지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급한 경사의 산악 지역을 앞뒤로 오가는 철도 운행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선 태백 통리역과 삼척 도계역 구간이 유일합니다. 그 스위치백이 올 6월께 반세기 동안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고 퇴역합니다. 새로 뚫린 솔안터널에 임무를 넘기고 기억 너머로 사라집니다. >>해발 680m… 가파른 산자락 오르락 내리락 스위치백(switchback)은 자세를 반대로 바꾼다는 뜻이다. 기차가 ‘갈 지’(之) 자 형태의 철로를 따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급격한 경사를 극복한다. 고도 차가 많이 나는 지역의 급경사에 놓인 계단식 철로를 오를 때 이용된다. 우리나라에 ‘스위치백’ 시스템이 적용된 구간이 딱 한 군데 있다. 국내 철길 가운데 가장 경사가 심한 강원 태백 통리역과 삼척 도계역 사이 구간이다. 보다 정확히는 흥전역과 나한정역 사이 1.5㎞ 구간에서 스위치백 운행이 이뤄진다. 통리역(680m)과 도계역(245m)은 고도 차가 435m에 이른다. 경사도는 45도에 육박한다. 어지간한 스키장의 상급자 코스가 35도 안팎인 것에 견주면 알기 쉽다. ‘핵 추진’ 기관차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급경사를 극복할 추진력을 얻기란 불가능한 일일 터. 그래서 고안해낸 게 스위치백이다. 1963년 완공됐다. 통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험준한 산자락을 빙글빙글 돌며 내려간다. 심포리역까지는 대략 8.6㎞. 그동안 지나치는 터널만 12개, 도계역까지는 17개나 된다. 꼭 그만큼의 산을 관통한다고 봐도 틀림없다. 심포리역 바로 앞은 통리협곡이다. 미인폭포를 품고 있는 협곡으로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린다. 이 구간을 겨울철 산악철도의 백미로 꼽는 것도 이런 빼어난 풍경들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때문이다. 산자락을 설설 기어 내려오던 열차는 심포리역에서 숨을 고른 뒤 흥전역을 향해 달린다. 이때부터 스위치백이 시작된다. 앞만 보고 달리던 열차가 흥전역에 올라 멈춰서면 철로 방향이 바뀐다. 그 뒤 열차가 뒷걸음질 치며 나한정역을 향해 나간다. 오를 때는 정반대다. 나한정역에서 거꾸로 오른 열차는 흥전역에서 도움닫기를 한 뒤 힘차게 심포리역을 향해 나간다. 차장이 후진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해주기 때문에 여행객이 이 구간을 모르고 지나칠 염려는 없다. 지금은 사라진 1940년대 ‘인클라인’(강삭철도·모터로 열차를 견인하는 방식) 철길도 통리와 심포리 사이에 있었다. 급경사 비탈에 직선 철길을 놓은 뒤 위쪽인 통리역에서 열차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인클라인은 화물열차에만 해당됐고, 여객열차는 두 역이 종착역이었다. 해서 승객들은 가파른 비탈을 걸어 오르내리며 다음 역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탔다. 그 시절에 지정 좌석제 같은 게 있었을 리 없다. 자리를 잡으려면 서둘러 뛰어 오르거나 내려가야 했다. 노약자들은 죽을 노릇이었지만 청춘들에겐 좋은 ‘아르바이트’ 기회였다. 짐 운반과 자리 잡아 주며 챙기는 돈이 여간 짭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엔 지게꾼까지 등장했다고. 한때 통리재에서는 짐꾼 100여명이 열차 승객과 비탈을 함께 오르내리며 생계를 이어갔단다. 겨울엔 비탈길이 얼어 더 힘들었다. ‘보릿고개 넘기보다 통리 고개 넘기가 더 힘들다.’는 유행어도 그때 나왔다. >>솔안터널 뚫려… 올 6월이면 역사 뒤안길로 오는 6월께 사라지는 스위치백 구간에는 폐선과 폐터널들을 활용한 위락시설이 들어선다. 강원랜드에서 100% 출자한 ㈜스위치백리조트에 따르면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일원에 총사업비 475억원을 투자해 개발사업을 벌인다. 오는 10월께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인클라인 철도가 돌아오는 게 반갑다. 스위치백리조트 측은 통리~도계 간 16.5㎞를 국내 유일의 산악형 열차로 복원해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도계읍 심포리~태백시 통리 간을 오가는 산악형 레일바이크, 스위치백 철도를 활용한 관광열차인 하이원 트레인 등 탈거리와 미인폭포를 돌아오는 통리 협곡 트레킹 코스, 폐갱도를 활용한 탄광 체험 시설 등도 들어선다. 기차 콘셉트의 숙박시설도 도입될 예정이다. 새로 들어설 솔안터널도 철도 여행 마니아들에게 관심거리다. 솔안터널(16.2㎞)은 KTX 금정터널(20.3㎞)에 이어 철도 터널로는 국내 두 번째로 길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루프형 터널이란 점도 이색적이다. 철로가 연화산(1171m) 아래 200~300m 지역을 나선형으로 휘감으며 올라간다. 태백시 동백산역과 삼척시 도계역 사이의 표고 차(387m)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동백산역은 올 6월께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차길 옆 마을… 벽화 세상 펼쳐지고… 태백은 한때 탄부들로 북적대던 탄광 도시였다. 1970~1980년대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릴 당시 태백 시내에는 기차역만 11개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흔적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마을이 철암마을과 남부마을이다. 철암마을 주변 풍경은 음울하고 쓸쓸하다. ‘루핑’(모래와 콜타르를 뿌려 비가 새지 않도록 한 기름종이)으로 지붕을 인 집들 사이엔 쇠락의 기운이 가득하고, 작부들의 왁자한 웃음으로 가득 찼을 골목길엔 매서운 바람 소리만 윙윙댄다. 몇 해 전 지역 문화 예술 단체들이 번성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기억의 벽’이라는 거리 벽화를 그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마저 페인트가 벗겨지는 통에 되레 애잔함만 묻어 나온다. 그에 견줘 상장동 남부마을은 밝다. 주민들의 속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최소한 겉보기엔 그렇다. 남부마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함태, 동해광업소 등의 광부 4000여명이 기거하던 대규모 광산 사택촌이었다. 지금도 주민 대부분이 옛 광부사택촌을 리모델링한 집에서 살고 있다. 마을의 볼거리는 노란 색채의 벽화들이다. 마을 담벼락마다 탄광마을의 애환을 담은 벽화 70여점이 그려져 있다. 콘셉트는 ‘나는 광부다’. 광부의 아들이었던 허강일(38) ‘문화예술산업 그림벽’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그렸다. 사람만 벽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모를 쓴 돼지는 ‘햇돼지’를 표현한 것으로, 초짜 광부를 뜻한다. 입에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니는 강아지도 있다. 만복이다. 마을의 마스코트처럼 대접받는 녀석. 탄광 경기가 좋았던 시절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글 사진 태백·삼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열차 타기: 강릉행 혹은 강릉발 열차는 모두 통리역∼도계역 구간을 지난다. 자동차 여행자는 통리역∼도계역 구간만 탑승한다. 평일 기준 하행선 7회, 상행선 8회 정차한다. 통리역 552-1788.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 국도→영월→태백→황지자유시장 앞 삼거리에서 삼척·도계 방향 좌회전→통리역 순으로 간다. 심포리·나한정·흥전역 모두 38번 국도 변에 있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550-2085. →맛집: 초막고갈두는 두부와 고등어, 갈치찜으로 입소문 난 집. 각 음식의 앞 글자를 따 ‘고갈두’다. 주말엔 번호표를 받고 순번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두부찜 5000원, 고등어찜 6000원, 갈치찜 1만원. 553-7388. 연화반점은 쫄깃한 수타 짜장면이 일품이다. 통리역 아래 있다. 552-8359.
  • 美뉴욕 도로에 학교를 ‘SHCOOL’로 표기 망신살

    美뉴욕 도로에 학교를 ‘SHCOOL’로 표기 망신살

    미국 뉴욕 한복판 한 고등학교 앞 도로에 흰색 페인트로 큼지막하게 ‘SHCOOL X-NG’라고 잘못 표기된 교통 사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맨해튼에 위치한 마르타 발리 고등학교 앞 도로에는 운전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SHCOOL X-NG’라는 표기가 있었다. 문제는 학교를 뜻하는 ‘SCHOOL’을 ‘SHCOOL’로 잘못 표기한 것. 특히 이 잘못된 표기는 무려 1년 넘게 남아있었고 학생들이 통학하는 학교 앞이라 더욱 화제로 떠올랐다. 지역 주민들은 “기초적인 단어조차 못쓰는 것은 문맹이 많은 미국 문화의 예” 라며 “이 작업을 한 사람은 다시 학교로 가서 읽고 쓰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역언론의 보도로 미 전역에서 화제로 떠올랐고 결국 지난 24일(현지시간) 시(市) 당국은 스펠링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뉴욕시 교통부 관계자는 “이 실수는 우리 시청의 잘못은 아니다. 용역을 받은 업자 측의 실수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중개업소 50곳서 한달 거래 20건뿐… 한숨소리만

    중개업소 50곳서 한달 거래 20건뿐… 한숨소리만

    “지난 한 달간 인근 중개업소 50여곳에서 거래된 매물이 20여 가구에 불과해요. 더 나빠지진 않았지만 6600가구 대단지 분위기는 여전히 조용합니다.” 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손사래부터 쳤다. 전화가 몰려와 정신없다던 ‘12·7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와는 목소리부터 달랐다. 그는 “‘잠잠’ ‘한산’ ‘평온’ 등은 중개업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라며 “문의 전화까지 예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간 주택거래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불린 가락시영아파트의 공기는 의외로 쌀쌀했다. 한파가 닥친 단지 외벽의 페인트칠은 여전히 벗겨져 있었고 녹슨 현관문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띠었다. 12·7 대책이 발표되던 날 공교롭게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가락동 479번지 일대 40만 5782㎡의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을 주민 요구대로 통과시켰다. 가락시영은 2종에서 3종으로 용도가 상향됐고, 용적률 285% 최고 35층짜리 8903가구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도 올랐다. 인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거래시장까지 들썩였다. 약효는 일주일 뒤쯤 정점을 찍었다. 이틀간 7000만원까지 뛰었던 호가는 최근 4000만~5000만원 하락했다. 가락시영은 실제 거래 가격이 2500만~3000만원 오른 상태지만 주변 단지에선 발표 시점 이전보다 오히려 2000만~3000만원 내린 곳도 생겼다. 주택시장에서 재건축단지는 거래의 시금석으로 통한다. 가락시영에서 마주한 50대 여성은 “실제 집값은 소폭 올랐지만 계속 갖고 있어야 할지 여전히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주택경기가 워낙 침체돼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12·7 대책의 초기 효과는 가락시영 종 상향에 따른 ‘위약효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송규만 가락시영 재건축조합 사무국장은 “워낙 시장이 가라앉아서 그렇다.”면서 “우리 단지의 종 상향으로 물꼬는 텄는데 다른 단지에선 호재가 나오지 않아 시장을 견인하지 못했고, 백약이 무효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당초 대책이 발표될 때만 해도 세간에선 강남권 종합선물세트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부과 유예 등 대표적인 규제가 모두 완화돼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집값이 요동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러나 약효는 정책 발표 한 달 만에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인근 둔촌주공 H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10일 이후 계속 가라앉았고 장이 마감됐다.”면서 “올 들어 5930가구 가운데 거래된 곳은 단 1곳”이라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3단지의 Y중개업소, 잠실동 주공5단지의 J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취득세 감면 혜택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가뜩이나 썰렁한 거래시장이 올 들어 꽁꽁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1000가구 이상 재건축 단지 거래량은 모두 1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5건) 대비 36%가량 떨어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의 전폭적인 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것은 글로벌 위기와 국내 경기 침체 여파로 매수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시장이 안 좋은 가운데 올해부터 취득세가 원상복구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이사하는 비용이라도 줄어야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며 “취득세는 완화시키고 부족한 세수는 보유세로 조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송년 커버스토리] 쪽방촌의 望年

    [송년 커버스토리] 쪽방촌의 望年

    서울성곽 아래 30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성북구 북정마을. 1960~70년대 마을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독거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성북동 부촌’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성곽에 가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이 마을은 복지의 햇살 역시 들지 않고 있었다. 바늘귀 같은 취업난, 살인적 등록금, 수직상승하는 공공요금 등은 북정마을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페인트 일을 하는 신모(50)씨는 최근 일감이 없어 집에서 노는 신세다. 큰아들은 군대에 갔고, 대학교 3학년인 작은아들은 학교를 쉬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을 벌고 있다.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대출 이자를 줄여주는 것도 하나의 복지 혜택인데, 그런 것이 전혀 없으니 너무 힘이 듭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인근에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자동차와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대로변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자 3.3㎡(1평) 남짓한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민 5~10명이 재래식 화장실 한 칸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악취가 코를 찔렀다. 강모(64·여)씨는 8년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허리디스크를 앓는 강씨는 인근 식당에서 전화가 오면 일주일에 서너 번 설거지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한 달 수입 20만원에서 15만원이 월세로 나간다. 끼니는 일하는 식당에서 해결하거나 복지관에서 나오는 쌀과 라면으로 때운다. 강씨는 복지제도의 혜택에서 소외됐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강씨는 “복지관에 물어봤는데 나이가 부족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부는 ‘복지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이들 빈곤층에는 남의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 북정마을에 사는 김모(60·여)씨는 26㎡(8평) 단칸방 하나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집에 난방시설은 전혀 없어 몇 겹의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낼 수밖에 없다. 인천에 딸이 살고 있지만 그도 생활이 어려워 김씨를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딸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도 해당되지 않아 국가에서 제공하는 어떤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자원봉사단체가 순간 온수기를 달아줘 겨우 따뜻한 물로 몸을 씻을 수 있게 됐다. 이웃 정모(87·여)씨 역시 딸이 3명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됐다. 각자 형편이 어려워 정씨를 돌보지 못하고 있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그나마 받는 노인연금수당은 병원에서 무릎과 허리 치료받는 데 들어가고, 남은 돈으로는 하루에 쓸 연탄 1장도 못 살 지경이다. 지난해에는 노인복지회관 같은 곳에서 반찬을 줘서 식비 부담을 줄였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없어 이웃이 나눠준 김치를 먹고 살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복지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안다 해도 신청 방법을 몰랐다. 동대문 쪽방촌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김모(61)씨는 막일을 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겨울이 되자 일감이 뚝 끊겼다. 수입도 없는 데다 자녀도 없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에 부합하지만 정작 김씨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정모(64·여)씨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저렴한 50만원짜리 연탄보일러를 설치할 돈도 없어 연탄 난로로 난방을 하고 있다. 그마저도 연탄을 살 돈이 없어 한 자원봉사단체가 보태준 연탄 200장으로 버티고 있다. 정씨 역시 기초생활수급제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신청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정씨는 “동사무소에 가면 되는 것이냐. 내년이 되면 바로 신청하겠다.”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제도가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손을 내미는 이들은 민간 봉사단체뿐이었다. 창신3동 언덕 위에 있는 판자촌에 홀로 사는 이모(94·여)씨는 노인연금 9만원 외에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9.9㎡(3평) 방 하나와 조그마한 부엌이 있는 판잣집이 있다는 이유로 노인연금 외에 다른 수당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자원봉사단체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고진광 이사는 “정부나 기관에서 생각하는 복지가 필요한 사람과 현장에서 보는 사람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자식이나 쪽방 집이 있다고 해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이사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실제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도와주는 봉사자들이다. 정부가 이들과 협력해 실태조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김소라기자 jin@seoul.co.kr
  • 60대 할머니, 벤츠 몰고 가다 수영장에 ‘풍덩’

    60대 할머니, 벤츠 몰고 가다 수영장에 ‘풍덩’

    아르헨티나에서 이색적인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60대 후반의 할머니가 22일(현지시간) 벤츠를 몰고 길에 나갔다가 수영장에 빠져 익사사고를 당할 뻔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 바이아블랑카라는 도시에 살고 있는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할머니는 신호등이 없는 주택가 양방통행 길을 마음 놓고 달리다 갑자기 옆길에서 튀어나온 오토바이를 만났다. 할머니는 본능적으로 핸들을 꺾으면서 액셀을 밟고 말았다. 벤츠 승용차는 보도블럭에 올라선 뒤 한 가정주택 벽을 가볍게 부셔버리고 돌진, 정원 안에 있는 수영장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사람은 없었지만 수영장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남반구 아르헨티나에선 이제 여름이 시작돼 더위가 한창이다. 충격에 운전석 에어백이 터진 가운데 자동차 안으론 물이 콸콸 밀려들어왔다. 할머니는 문을 열지 못해 꼼짝없이 익사할 판이었다. 다행히 무너진 벽을 이상하게 여긴 한 청년이 기웃거리다 수영장에 빠진 할머니를 보고 “뒷좌석으로 건너오세요.”고 소리치며 달려갔다. 청년의 고함소리를 듣고 한 페인트공도 수영장 쪽으로 뛰어갔다. 할머니는 그러나 운전석에 앉아 꼼짝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수영장에 뛰어들어 뒷문을 열고 겨우 할머니를 구조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전날 다른 지방도시 파라나에서도 이색적인 교통사고가 났다. 픽업을 몰고 퇴근하던 여교사가 구덩이를 보고 피하려다 자동차를 전신주에 45도 각도로 세우는 묘기(?)를 부렸다. 사진=클라린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호가만 수천만원 오르고 거래는 없어”

    “호가만 수천만원 오르고 거래는 없어”

    “다들 가격이 올라 좋겠다고 하지만 분위기는 생각보다 싸늘합니다. 생각보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단지에서 마주한 K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넋두리부터 늘어놨다. 그는 “전화가 많이 와 정신이 없다.”면서도 “하루 사이 3000만원씩 오르는 호가와 달리 아직 사겠다는 문의보다 팔겠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바로 옆 J중개업소 관계자도 “종 상향에 따른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묻는 전화가 많다.”며 “주택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이라 3종 상향 호재가 언제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주일간 가락시영아파트는 재건축시장에서 ‘태풍의 눈’이었다. 강남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담은 ‘12·7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가락동 479일대 40만 5782㎡의 재건축 계획을 담은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을 주민들 요구대로 통과시키면서부터다. 이 일대는 2종에서 3종으로 용도가 상향됐고 용적률 285%, 건폐율 14.2%가 적용돼 평균 28층, 최고 35층짜리 아파트 8903가구로 본격 재건축될 예정이다. ●종 상향 물꼬에 인근 시장만 들썩 하지만 분위기는 아직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30년 전 완공된 5층짜리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칠은 벗겨졌고, 현관문은 곳곳이 녹슬었다. 6600가구 130개동도 예전처럼 조용했다. 종 상향의 물꼬가 터지자 매물이 회수되면서 호가가 오르고 인근 거래시장이 들썩거리지만 속내는 달랐다. 단지 내 중개업소에서 마주한 한 주민은 “임대주택이 1200가구 가까이 들어오면 준공 뒤 가격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겉으로 달궈진 분위기와 다른 속내는 인근 강동구의 둔촌주공아파트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종 상향을 결의한 이곳에선 급매물이 속속 회수됐다. M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거래량은 오히려 소폭 늘었던 상황”이라며 “정부대책 발표 뒤 급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오르자 거래가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종 상향이 매도자 입장에선 호재이지만 매수자 입장에선 다르다는 얘기다. 오르는 호가만큼 매수자들이 따라붙지 못한다는 건 일선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개포동 J중개업소 관계자는 “9억원 선까지 떨어졌던 개포주공1단지(56㎡)는 최근 7000만원가량 호가가 급등했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 놀랐다.”면서 “지금은 추가로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치 은마·잠실 주공 분위기 반전 이런 가운데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동 잠실주공은 종 상향이 가능한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이 추진되면서 분위기가 소폭 반전되고 있다. 개포지구 주공2~4단지도 최근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다소 들뜬 분위기였다. 최근 재건축단지의 ‘이상 급등’과 ‘반짝 거래’ 현상에는 12·7대책보다는 다른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이달 말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돼 내년에는 올해보다 두 배가량 취득세를 내야 집을 살 수 있다.”면서 “이런 요인이 실수요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나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도 “종 상향이 12·7대책과 맞물려 파급효과가 크겠으나 앞으로 호가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면서 싼 매물부터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이란, 美 최신예 무인정찰기 확보”

    이란이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정찰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폭스뉴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란이 RQ-170 무인기를 확보했다고 미군 소식통들이 확인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란은 전날 자국 동부지역 영공을 침범한 미국의 RQ-170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마크 커크 상원의원은 “이란이 이 무인기를 격추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기계적 또는 컴퓨터상의 결함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Q-170 무인기는 아직 사진조차 공식으로 공개된 적이 없는 미 공군의 최신 기종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뉴스는 지난 5월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 때도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이 무인기가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는 RQ-170 무인기의 추락으로 스텔스 기술이 이란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빈라덴 사살 당시에도 작전에 동원됐던 스텔스 헬기가 추락해 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RQ-170 무인기는 록히드마틴사가 제조한 것으로 대당 가격은 600만 달러(약 68억원)에 이른다. RQ-170 무인기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존재가 확인되면서 ‘칸다하르의 야수’로 불렸다. 지금까지 일반에 노출된 사진들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공격용이 아닌 정찰용으로 제작됐으며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금속류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제작됐고 스텔스 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특수 페인트칠이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고비용 어학연수 부추기는 기업들

    고비용 어학연수 부추기는 기업들

    얼마 전 취업에 성공한 김모(28·여)씨는 대학 졸업 직전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굳이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등의 경험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다. 그러나 마지막 학기에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해외 경험을 쓰시오’라는 항목을 보고 ‘큰일 났다’는 생각에 어학연수를 결심했다. 김씨는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니 어학연수나 해외 배낭여행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안 될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기업들 “글로벌 인재 평가 필요” 일부 기업들이 자기소개서에 어학연수나 해외여행 등 해외 경험을 묻는 항목을 포함시켜 반발을 사고 있다. 해외 경험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기업들은 취업준비생들의 국제 감각을 평가하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기업들이 고비용의 어학연수나 배낭여행 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여행소설 쓸 테니 도와달라’ 글도 올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들의 자기소개서에는 해외 경험을 기술하도록 한 항목이 적지 않다. IT 기업인 한진정보통신은 ‘해외여행 및 어학연수 경험’을 300자 이내로 기술하도록 했다. 이화다이아몬드공업은 신입 공채에서 ‘어학연수/해외연수/해외여행경험’이라는 항목을 포함시켰다. 형태는 다르지만 자기소개서에 해외 경험을 기술하도록 한 점은 다른 기업이라고 별로 다르지 않다. ‘해외연수 경험 및 기타사항’(벽산페인트), ‘해외연수, 여행 등의 경험’(미래에셋생명)과 같은 식이다. 이런 경우에도 동아리나 봉사활동, 인턴 등의 활동은 별도의 항목에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외 경험이 없으면 자기소개서도 못 쓰느냐.”, “유럽 배낭여행 다녀왔다고 소설을 쓸 테니 도와달라.”는 등 탄식 섞인 글을 올리고 있다. ●“해외연수·여행도 스펙화하나”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업무의 상당 부분이 외국과 연관되기 때문에 지원자에게 국제적 감각이 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그러면서 해외경험이 없어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외국인들과 교류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경우 그런 내용을 적어도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의 설명과 달리 취업에 목을 매는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버젓이 별도 항목으로 기재하게 한 해외 스펙이 합격의 변수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야 하는 대학생들에게는 해외 경험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취업준비생 권모(28)씨는 “동아리나 봉사활동 등과 함께 기술해도 될 해외 경험을 굳이 별도의 항목으로 만들어 묻는 것 자체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해외경험을 요구하고 있다는 압박감으로 다가온다.”고 비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발암 공포 석면 슬레이트 지붕, 방치하거나 덮어 치우거나 4만7500여t 불법처리

    발암 공포 석면 슬레이트 지붕, 방치하거나 덮어 치우거나 4만7500여t 불법처리

    통계자료에 따르면 농촌의 주택 10채 중 4채는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 지붕이다. 특히 1960~1970년대에 사용된 슬레이트 지붕은 빗물과 풍화작용으로 석면이 노출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국에는 약 123만채의 슬레이트 지붕 건물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55%인 68만여채는 내구 연한(30년)을 한참 넘긴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환경부 조사 결과 노후된 슬레이트 시료에서는 암을 유발하는 백석면과 갈석면이 검출됐다. 또 빗물을 통해 주변 토양까지 오염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자, 정부는 슬레이트 지붕 철거 대책을 마련해 올해 시범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변칙적인 지붕 개량이 이뤄지고 있어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어촌 슬레이트 지붕 관리 대책과 문제점 등을 취재했다. 슬레이트 등 폐석면이 ‘지정 폐기물’(2008년)로 관리되면서 처리 비용 증가로 불법 처리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불법 처리되는 슬레이트 양은 가구당 평균 38.4㎏으로 전국적으로 4만 7500여t에 이른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석면 함유량이 1%를 초과하는 벽체재료, 바닥재, 지붕재 등의 총면적이 50㎡ 이상인 경우, 업자를 통해 해체·제거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통상 가옥 한 채당 슬레이트 지붕을 합법적으로 처리하려면 300만~400만원이 들어간다. #전국 123만채 석면 지붕 그대로 대부분 농촌에는 노인들이 많고 영세하기 때문에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는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노후된 슬레이트가 많아 석면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위험성도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슬레이트 지붕에서 흐르는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로 쓰거나, 도서벽지에서는 마실 물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해 부랴부랴 국민건강 보호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슬레이트 관리 종합대책’(2011~2021년)을 마련했다.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20년에 걸쳐 노후 슬레이트 건축물 지붕을 전량 개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토해양부는 ‘사회취약계층 주택 개·보수 사업’을, 지방자치단체는 ‘빈집 정비사업’을 통해 건물 한 채당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다른 부처 사업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처리할 경우 비용의 30%를 국고로 지원했다. 올해에는 2500채 슬레이트 처리 비용으로 28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슬레이트 처리 비용으로 30%만 지원하는 것은 개인 부담이 너무 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몇 만원이 아쉬운 농촌의 노인들에게 개량비 지원 없이 슬레이트 철거·처리비의 일부만 지원한다면 선뜻 나설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철거비 없어 방치하거나 양철 덧씌워 이런 이유로 임시방편적인 지붕 개량이 이뤄지고 있다. 오래된 슬레이트를 걷어내지 않고 그 위에 다른 재질(기와 모양의 양철에 페인트칠)의 지붕재를 덮어버리는 식이다. 이미 농촌에는 이 같은 지붕 개량이 유행처럼 진행되고 있다. 개량된 집에 들어가 보면 폐슬레이트가 고스란히 보인다. 전문가들은 슬레이트의 풍화로 인한 비산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안전한 대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겉만 화려하고 속은 그대로인 셈이다. 주말 전문가와 함께 농촌 현장을 다녀왔다. 전북 부안을 비롯해 김제·완주 등 농촌마을 가옥 중에는 같은 틀에서 찍어낸 듯 비슷한 모양을 한 지붕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슬레이트 위에 덧씌운 것들이었다. 이와 같이 개량하는 데는 주택 한 채당 300만~40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씌우기 지붕 개량이 활발한 것은 철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재질이 가벼운 데다 미관상 좋기 때문이다. # 처리예산 131억 중 30억만 확보 비상 안종주 한국석면환경연합회 회장은 “슬레이트 위에 덧씌우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은 될지 몰라도 나중에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철거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없는 한 이런 방식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1만 800채(환경부 3000채, 다른 부처 연계사업 7800채)에 대한 슬레이트 철거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30%인 국고 보조율을 50%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 131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현재 30억원만 확정되고 나머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농민들은 “철거 비용을 지원해 준다면 몰라도 처리와 교체에 드는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해서 제거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글 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회색 도시, 色을 입다

    회색 도시, 色을 입다

    서울 중랑구 망우본동 버스정류장을 지나다 보면 야외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 든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 분)의 대사가 담장벽화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신발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대요. 어디를 가는지 어디에 갔었는지요.’라는 글귀가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다. ●미술 전공 강천식씨 등 친근한 영화 주제로 그려 미술을 전공한 강천식(41)·박종호(35)·김현승(32)씨가 마을담장 벽화 만들기 일환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들은 지난 3~6월 망우본동 버스정류장(24.8m),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13m), 중화1동 연립주택(50m) 등 5곳의 낡은 담장에 영화 이야기를 주제로 벽화를 그렸다. 길이는 1.7㎞에 이른다. “집 앞 골목에 학생들이 다니면서 낙서를 너무 많이 해 지저분했어요. 민원을 넣어 페인트칠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그런데 담장벽화를 그렸더니 낙서하는 일이 사라졌어요.” 권영순(33·중화동)씨는 흐뭇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그곳엔 애니메이션 ‘치킨 런’의 주인공들이 위트 넘치게 덧칠됐다. 칙칙하고 차갑기만 한 회색빛 도시가 이야기 담긴 미술관으로 변신한 셈이다. ●공공디자인 우수상·온라인 심사 최우수상 수상 담장벽화사업은 청년실업자의 일자리(일당 9만원)를 창출하고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바꾸는 일석이조 효과를 본다. 박종호씨는 “평소 화실에서 작업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보름 간격으로 벽화에 매달렸다.”며 “길 지나던 주민들이 응원해줘 힘든 줄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슈퍼맨, 아이스에이지, 트루먼쇼 등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그려주니까 쉽게 이해하고 애착을 갖는 것 같다.”며 주민들에게 화답했다. 비 오는 날만 빼고 땡볕에 페인트 냄새, 아크릴 물감과 씨름한 노고도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구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대한민국공공디자인대상에서 실현부문 우수상, 대국민 온라인투표 심사에서 최우수상을 꿰찼다. 문병권 구청장은 “앞으로도 지역특성에 맞는 공공디자인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아름다운 마을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지금 대전청사에선…] ‘316건’ 산림청 직원 톡톡 아이디어 봇물

    [지금 대전청사에선…] ‘316건’ 산림청 직원 톡톡 아이디어 봇물

    산림청이 지난 6월 인트라넷에 개설한 ‘아이디어 공모’ 코너가 내부 소통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디어 공모는 교수 출신인 이돈구 청장이 현장을 방문,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설 후 지금까지 접수된 제안은 316건이나 된다. 산림청은 100건이 접수될 때마다 3단계로 나눠 심사하고 있다. 본청 주무계장(5명)과 소속기관(11개)에서 추천한 토론매니저 16명이 참여해 20개를 추려낸다. ‘실현 가능성’이 최우선 기준이다. 2차로 현안 점검 회의에서 10개를 추천하면 마지막 단계로 청·차장 및 제안과 관련된 부서 과장, 토론 매니저 등이 ‘실현회의’를 열어 자세한 제안 설명을 들은 다음 최종 선정한다. 우수 제안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에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 추진하도록 함으로써 단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최우수 제안자에게는 100만원의 포상금, 6급 이하 직원의 경우는 본청 전입 시 인센티브도 준다. 우수 제안자 소속기관에도 가점을 줘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 관리소에 근무하는 하위 직원이 본청장 앞에서 직접 브리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불씨가 지펴져 기발한 개선안이 나오고 있다. ‘숲 가꾸기 검척 자동화 기계’는 간벌목의 재적을 측정하는 펜슬형 기계다. 손으로 측정한 뒤 사무실에서 수작업으로 계산하는 현행 방식을 개선한 덕분에 최우수 제안으로 선정됐다. 제안을 넘겨받은 정보통계담당관실은 번거롭게 페인트 통을 소지해야 하는 펜슬형의 단점을 보완해 다시 줄자 형식으로 개량했다. 현재 시범운용에 들어가 내년 1월부터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산림사업 자료를 체계화한 ‘e-산림역사관’ 제안도 즉시 구축에 들어갔다. 행정관리담당관실 서유경 주무관은 “초기에는 반신반의했으나 의외로 지방청이나 소속기관 직원들의 관심이 높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사건Inside](7) 피해자·피의자·증인 모두 시신으로…‘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Inside](7) 피해자·피의자·증인 모두 시신으로…‘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시체는 경찰이 상상할 수도 없는 곳에 있다.’ 경남 거창 40대 여성 살해 사건의 범인 김모(63)씨. 그는 잠적하기 전 아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40일 가까이 행방이 묘연했던 피해여성 이모(46)씨의 시신은 김씨의 말대로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되기 이틀 전 김씨는 범행을 자백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결국 범행의 전모는 끝내 밝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올 가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3구의 혼백 없는 시신만을 남긴 채 그렇게 미스터리로 남고 말았다.   ●실종된 여사장…유력 용의자의 집 포클레인엔 “이 사장, 급하게 돈을 써야 하는데 당장 가진 게 없네. 나 4000만원만 빌려 주소.” “내도 당장은 돈이 없는데, 한번 알아는 보겠심더.” 거창군 고제면에 사는 이씨가 옆동네에 사는 김씨를 만나러 간다고 집을 나선 것은 지난 9월 21일. 두 사람은 10여년 전부터 사업 관계로 알아온 사이었다. 같은 자영업자 처지였던지라 급전이 필요한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이씨는 자기 아버지에게서 돈을 빌려 김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약속했던 날짜가 지나도 김씨는 돈을 갚지 않았다. 무수한 빚 독촉에 지친 이씨는 그날 상대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짓겠다며 집을 떠났다. 그것이 가족과의 마지막이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이씨가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다음날 거창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여자 혼자 빚을 받으러 간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연락마저 끊기자 혹시 김씨가 나쁜 마음을 먹은 게 아닌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도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김씨의 집에 간 것은 확실했다. “아 글쎄, 내랑 전화한 것은 맞지만도 만나지는 못했다카이.” 김씨는 예상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정황상 그의 범행이 유력했지만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풀어줄 수 밖에 없었다. 사건의 실마리는 뜻밖의 장소에서 나왔다. 김씨를 주시하던 경찰이 그가 운영하는 민박집의 포클레인 삽에서 페인트 자국을 발견한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이 페인트는 자동차 도색에 사용되는 페인트로 실종된 이씨의 산타페 차량과 같은 색깔임이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의 집 주변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결국 사건 발생 후 한달 만인 지난달 21일 김씨 집 마당 앞 언덕 5m 깊이의 땅속에서 이씨의 차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곳에 이씨는 없었다.   ●유력한 증인의 투신자살…난관에 봉착한 수사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의 압박이 거세지자 불안감을 느낀 김씨가 차량이 발견되기 하루 전인 20일 잠적해 버렸다. 김씨는 가족들에게 “대구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인이었던 김씨의 아들(32)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아들 김씨는 차가 발견된지 닷새 만인 25일 새벽 1시쯤 경찰에 자진해서 나왔다. 그는 아버지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가 저에게 ‘이씨가 이미 죽었고 시신은 경찰이 상상할 수도 없는 곳에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아버지가 종적을 감추기 직전까지 계속 자수하라고 권유했어요.” 하지만 아들 역시 이씨의 소재나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은 모르는 듯 했다. 경찰 조사를 마친 아들은 바로 그날 오전 7시쯤 거창읍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출두한 지 6시간 만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사건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유서나 메모를 남기지 않았다. 사건은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 역시 알리바이가 확인되는 등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거기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가족들까지 공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유가족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다.   ●용의자마저 자살…시신은 대체 어디에 사건 발생 37일 만인 지난달 27일 용의자 김씨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었다. 시신은 거창군 위천면에 있는 자신의 민박집에서 발견됐다. 이틀 전 자살한 아들 김씨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친구가 이날 오전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집에 들렀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김씨는 오른쪽 손목에 자상을 입은채 화장실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스스로 손목을 그어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김씨는 자신이 이씨를 살해했음을 자백하는 짧은 유서를 남겼다. ‘경찰서장님 죄송합니다. 고인에게 내 목숨 끊어 속죄합니다. 순간적인 격분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저의 단독범행입니다. 저의 목숨으로 용서를 바라겠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끝까지 시신의 행방에 대해서는 털어놓지 않았다. 유일한 단서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곳’이란 말 뿐이었다. 이게 무슨 수수께끼 같은 상황인가. 경찰은 전·의경을 포함해 800명의 인력을 동원, 인근 수색에 나섰다.   ●시신은 찾았지만…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어, 땅이 왜 이러지. 혹시 여기 시신이 있나.” 사건 발생 39일만인 29일 오후 3시 40분쯤. 시신 수색을 벌이던 자율방범대원이 언덕을 오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언덕 중턱에 있는 소나무를 잡는 순간 나무가 무게를 못 이기고 쑥 빠져버린 것이다. 아무리 건장한 남성이 체중을 실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쉽게 뿌리가 뽑힐리는 만무한 일. 결국 그 나무 아래에 이씨의 시신이 나타났다. 용의자 김씨가 자살한 펜션에서 직선거리로 8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시신은 가로 70㎝, 세로 1m 20㎝, 깊이 65㎝의 구덩이에 웅크린 채 묻혀 있었다. 이미 부분적으로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던 이씨의 시신에서는 목을 조른 듯한 액흔(扼痕)이 발견됐다. 김씨가 말한 ‘상상할 수도 없는 곳’은 결국 펜션 옆 야산 소나무 밑이었다. 나무에 가려 대대적으로 수색해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는 김씨의 예상은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경찰은 김씨 아들의 진술과 유서내용 등을 바탕으로 이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장본인으로 김씨를 지목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피의자 김씨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보낼 예정이다. 피해자 이씨와 피의자 김씨, 증인인 아들 김씨까지 모두 사망하면서 사건의 전모는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김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던 것인지, 계획적이었던 것인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는지 등은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차량과 시신을 번거롭게 따로 묻은 이유도 의문점으로 남았다. 특히 차량은 중장비까지 동원해 5m 깊이로 숨겼으면서 왜 시신은 고작 65㎝ 밖에 안되는 깊이로 묻었는지 등도 밝혀지기 어렵게 됐다. 경찰 관계자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시신이 차 안에 있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두번으로 나눠 작업을 했는지, 이 사건에서 가장 희한한 대목”이라고 했다. 아들 김씨가 공범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김씨가 다른 인물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 아들에게 범행을 털어놓은 이유 등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역시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는 있지만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의심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피해자와 피의자만 확정된 상태에서 종결된 이번 사건은 명확한 인과관계 설명이 불가능한 상태로 끝나게 됐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아시아나機 조종석 3개월 만에 인양] ‘오리무중’ 블랙박스

    지난 7월 말 제주 인근 바다에 추락한 아시아나 화물기 기장과 부기장의 시신이 3개월여 만에 발견됐으나 정작 사고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국토해양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기장과 부기장의 시신과 함께 블랙박스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인양 작업을 펼쳐 왔다. 30일 제주해양경찰서와 사고조사위에 따르면 그동안 수색 작업은 음파탐지기에만 의존해 블랙박스를 찾는 대신 무인 원격조정 심해잠수정을 갖춘 조사선을 투입하는 쪽으로 바뀌어 진행됐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통상 사고 뒤 30일 지나면 음파신호가 멈추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색 범위가 952㎢로 넓고 해저 펄로 인해 수질의 탁도가 심해 작업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태풍 등 잦은 기상 변화도 장애가 됐다. 지난 8월에는 블랙박스 장착 가능성이 높은 기체의 꼬리 부분을 발견했으나 막상 동체를 건져 올리자 블랙박스가 붙어 있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조종사들의 시신은 기체 앞부분인 조종석에서 발견됐지만 블랙박스는 기체 뒷부분에 장착돼 있다. 이에 사고조사위는 해군특수부대인 해난구조대(SSU) 소속 심해 잠수사와 잠수사 이송 장치를 갖춘 해군 청해진함까지 동원해 수색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9월 이후에는 쌍끌이 어선 등을 투입해 그물로 바닥을 긁어내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민간 해저 구조물 인양 업체인 KT서브마린이 주도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심이 70m 이상으로 깊어 작업이 쉽지 않다. 이번 시신 인양 때처럼 엑스레이 투시기 등으로 바닥을 먼저 찍어 덩치 큰 파편을 발견하면 잠수부와 장비를 투입해 제주항으로 끌어오는 식이다. 사고조사위 측은 블랙박스를 아직 찾지 못했으나 지금까지 전체 동체의 20%가량인 1000여점을 건져 올렸다. 블랙박스는 길이 50㎝, 너비 20㎝ 크기로 사고 발생 시 충격으로 디텍터(탐지기)가 아예 떨어져 나갔거나 파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블랙박스가 동체에서 멀리 떨어져 나갔을 수도 있다. 블랙박스에는 비행기가 이륙해 추락할 때까지 나눈 조종사들의 대화록(CVR)과 기체 운항기록(FDR)이 2개의 장치에 나뉘어 담겨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블랙박스가 일부 파손돼 음파를 내지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바닷속 모래나 갯벌 등에 깊이 잠겨 있을 것으로 보고 사고 지점부터 저인망식으로 수색 범위를 넓혀왔다.”고 전했다. 사고조사위 측은 “잠수부를 투입해 추적하고 있으나 동절기에는 바다가 점차 차가워져 수색이 불가능해 내년 이후 다시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영 국토부 항공정책실장도 “외국에서도 사고 1년 뒤 블랙박스를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최악의 경우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초기 인양 작업은 해군과 해경은 물론 민간 인양 업체까지 동원해 대대적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이 고용한 민간 업체가 주로 진행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1차 책임 제공자인 아시아나항공이 부담을 진다는 관련 법에 따른 것으로, 인양을 위한 특수 장비 활용 측면에서도 민간 업체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용어 클릭] ●블랙박스 항공기 사고 경위를 밝혀내는 핵심 장비. 길이 50㎝, 너비 20㎝, 높이 15㎝로, 오렌지색 야광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비행 고도, 대기 속도, 엔진 상황은 물론 조종실 내 대화와 관제 기관과의 교신 내용 등이 담긴다. 자체 무게(약 11㎏)의 3400배까지의 충격을 감당하고, 1100℃ 온도에서 30분, 260℃에서는 10시간, 수심 6096m에서 30일간 견디는 등 극한 상황에서 기록을 보존하도록 설계됐다. 사고 후 물속에서 조난 전파신호장치(ULB)를 통해 특수전자파를 발송해 전파탐지기로 파악이 가능하다.
  • 매일 신문지 씹어먹는 中 10세 소년 충격

    최근 중국에 신문지를 간식으로 먹는 희귀병 10세 소년의 사연이 소개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사는 샤오싱(10)은 지난 1년 전부터 식사 외에 신문지를 씹어 먹어 가족들의 염려를 샀다. 하루에도 수 장을 먹는다는 샤오싱은 “신문지를 먹으면 열이 나고 몸이 불편해지지만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집안에 있는 신문지를 모두 버리거나 아무리 꾸지람을 해도 샤오싱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도리어 어른들 눈을 피해 몰래 신문지를 먹는 일이 늘기까지 했다. 샤오싱을 진찰한 담당의사는 “이상섭취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 증상은 석탄이나 페인트, 모래 등 먹으면 안되는 것들에 식욕을 느끼는 증상”이라면서 “대부분 정신불안이나 빈혈 등을 겪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샤오싱의 경우 특별한 신체적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샤오싱은 2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할머니의 손에 키워졌는데, 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지느라 대면기회가 적어지면서 점차 내성적인 아이로 변해갔다. 한 아동심리전문가는 “신문지 등을 먹는 증상이 지속되면 건강상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면서 “아이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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