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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영화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 것.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자칫 은밀해져서,주제의식을 십분 전달하지 못하고마는 함정을 안게 마련이다.멕시코 출신의 신인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데뷔작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다른 빛깔,다른 모양의 인생을 살아가는 여섯 여자들의 이야기를 한데 엮은 영화는 담백하고 명료하게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성공한 캐리어 우먼의 전형인 산부인과 의사 키너.완벽해보이는 그가 집안에서는 구질구질하게 치매 노모를 돌보고 풀리지 않는 일을 카드점괘에나 의존하고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못한다.잘 나가는 은행매니저인 레베카는 자유연애론자.독신주의를 신봉하던 그도 유부남과의 밀애끝에 임신을 하면서삶의 방식에 대해 새삼 치열하게 고민한다.동화작가로 사춘기 아들과 단둘이사는 이혼녀 로즈는 어느날 갑자기 이웃에 이사온 난쟁이 사내에게 사랑을느끼는 자신에 당황스럽다.타인의 인생에는 잘도 조언해주는 카드점쟁이 크리스틴은 정작 병으로 죽어가는레즈비언 친구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없는 자신에 절망하고,형사 캐시와 점자 지도교사인 맹인 여동생 캐롤은 안타깝게 일그러지는 사랑때문에 힘들어한다.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 영화속캐릭터들은 낯설지 않다.겉은 멀쩡하지만 다들 서로 다른 무게의 삶을 감당해내느라 속앓이하는 모습들에 관객은 쉽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지만 페미니즘 영화로 오해해선 곤란하다.단지 영화는 삶의 불가해성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역설적으로 이렇게 위무해줄 뿐이다다.“한순간도 이탈없이 자신감과 확신에 찬 삶이 어디 있을 수 있냐”고.글렌 클로즈,카메론 디아즈,홀리 헌터 등 주연급 여배우들이 이만큼한꺼번에 나오기도 드물다.올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개막영화였다.18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황수정기자. ◆스컬스. ‘머리’들이 뭉치면 일을 친다?아이비리그 대학 비밀조직의 비리에 착안한 롭 코헨 감독의 ‘스컬스’(원제 The Skulls)는 엘리트 지상주의에 확 찬물을 끼얹는 영화다. 명석한 두뇌에 잡기에도두루 능한 예일대생 루크(죠슈아 잭슨)는 아르바이트에 학자금 융자를 받아가며 근근이 학교를 다니는 고학생.그런 그에게 사회권력과 부의 핵심을 장악해온 200년 전통의 아이비리그 비밀조직 ‘스컬스’가 입회를 제의해온다.넉넉한 생활비와 화려한 미래가 보장되는 조건에 루크는 그만 현혹돼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집단의 야욕을 채우려 선거를조작하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조직에 회의를 느끼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단짝친구는 조직으로부터 억울하게 살해되고,그는 꼼짝없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신세다. 권력과 명예욕에 눈 먼 소수 엘리트들이 농단하는 사회가 얼마나 절망적일지,영화는 뜨끔하게 경고한다.“권력과 정의는 태생적으로 한데 어울리기가 어렵지 않냐”고 역설하면서. 톰 행크스를 닮은 루크역의 죠슈아 잭슨은 ‘캠퍼스 레전드’,‘스크림2’등의 호러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려왔다.시나리오는 ‘이레이저’,‘도망자 2’의 존 포그가 썼다.12세 이상 관람가.27일 개봉. 황수정 기자. ◆서브웨이. 뤽 베송의 ‘서브웨이’가 극장에서 선보인다.웬만한 뤽 베송 팬이라면 진작에 비디오로 봤음직하나,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한 정보 하나.85년 감독이 작가주의적 명성을 막 얻기 시작할 무렵의 초기작이란 걸 알면 근작들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영화의 무대는 번화한 도심속에 어둡고 칙칙하게 웅크린 지하철이다.세상이란 거대 기계를 움직이는 일개 부속물일 뿐 그안의 낮과 밤에 누구도 관심이없는 곳. 감독은 그 ‘소외된’ 장소성에 주목했던 게 틀림없다.아니나 다를까.주류사회에 끼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을 그안으로 몰아넣었다.롤러보드를타고 다니는 좀도둑,번번이 그를 놓치는 ‘얼빵한’ 경찰, 그 사이를 오가며교묘하게 거래를 하는 꽃팔이 남자…. 주인공 프레드(크리스토퍼 램버트)와 일레나(이자벨 아자니)도 폼나는 인간유형은 못된다.건달 프레드는 우연히 뒷골목 조직 보스의 아내 일레나를 만나 지하철 세계에 합류하게 된다.외양은,쫓고 쫓기는 화면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범죄영화다.사기와 폭력이 난무하는 속에서 그래도 음악밴드를 조직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한 축으로 설정돼 있다.삶의 열정은 어디서나 꽃필 수 있다는 교훈을 읽는다면 무리일까.15세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황수정기자
  • 2회 안티미스코리아대회’자신만의 아름다움’ 안껏 뽐낸 축제

    20일 오후 서울 정동이벤트홀에서 열린 제2회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은 ‘여성들의 해방구’였다.뚱뚱하고 홀쭉하다느니,못생기고 예쁘다는 등 외모로부터 벗어나 ‘당당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한판 축제였다. 페미니스트 계간지 이프(발행인 박옥희)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공연 시작 1~2시간 전부터 몰려든 관객들이 1,2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줄곧 열띤분위기속에 진행됐다.‘페미니스트 행사’라는 통념을 깨고 남자 대학생과나이 지긋한 중장년 남성들도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최고령 김동혜 할머니와 최연소 장한희록양이 함께 출연한 ‘여신팀’은 공연장 밖에서부터 대지의 여신,평등의 여신,투쟁의 여신 등으로 변신했다.관객들은 이들의 손목,발목에 하얀 무명 천조각을 묶어주며 성차별 없는 평등세상을 기원했다. ‘정치상’은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여성들을 통해 이땅의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타살팀’에게 돌아갔고‘라틴속으로 팀’은 남자가 리드하고 여자는 수동적으로 따르는 라틴댄스의틀에서 벗어나 여성들만의 멋진춤판을 펼쳐 ‘뒤집자 상’을 받았다. 이날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6인조 남성팀의 ‘풀몬티’.공연 직전까지극비에 부쳐져 궁금증을 더했다.이들은 영국영화를 패러디한 아슬아슬한 스트립쇼를 펼쳐 여성관객들을 폭소와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대상인 ‘안티미스코리아상’은 수화합창을 들려준 청주 여성장애인팀이 차지했다.시각장애인,청각장애인,지체부자유자 등이 혼신의 힘으로 들려준 수화합창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겉모습이 아니라 당당하고 건강한 삶 그 자체임을 몸으로 깨닫게 했다. 이날 심사를 맡은 ‘격려위원’으로는 국회의원 이미경,딴지일보 김어준,‘나는 제사가 싫다’작가 이하천,‘미인대회를 폭파하라’작가 김신명숙씨 등이 참가했다. 허윤주기자 rara@
  • 오늘 안티미스코리아 출전 김동예씨·장한희록양

    16일 오후8시 한국예술종합학교 105호 연습실.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앳된 초등학교 여학생,여대생등 9명이 잔잔한 음악에 맞춰 무슨 연습엔가 한창이다. 겉으로 보아선 도무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이들은 바로 안티미스코리아페스티벌의 ‘여신팀'.남편에게 매맞는 여성,성폭행 당한 여성,상사에게 구박받는 직장여성 등이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가 도와주는 정의의 여신들.여신팀은보통여성들이 일상속에서 소망하는 여신들을 통해 마음속 응어리를 속시원히 풀어줄 작정이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주관,20일 오후 5시 서울 정동이벤트홀서 막을 올리는 안티미스코리아대회는 기발한 퍼포먼스를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여신팀'에서는 특히 할머니와 꼬마가 튀어 보인다. “1년전에 TV에서 대회를 보면서 다음엔 내가 저기 꼭 나가야지 하고 찍었어”연습장에서 ‘왕언니'로 통하는 81살 김동예 할머니는 요즘 사는 맛이 절로난다.몸은 좀 피곤해도 젊은 사람들과 모여 공연준비하고 떠들썩하게 어울리는게 여간 재밌지 않다.게다가 TV며 신문이며인터뷰 하자는 통에 바쁘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또래에서는 흔치않게 여성경찰전문학교 6기생출신인 김할머니는 4년만에 여경을 그만뒀다.번듯한 일은 안시키고 조사과 문서작성만 시켜 답답했다. “그래도 지금 세상 참 좋아졌어.옛날엔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고 했지.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여자라도 제 일 할수 있잖아.앞으로 여자대통령 나오지말란 법이 어디 있어”한다. 출전자중 가장 나이가 어린 장한희록양(12)은 여성학자이자 방송위원인 엄마 오한숙희씨도 함께 연습장에 왔다. “지난해 엄마랑 대회장에서 공연하는걸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그래서 1년을 별렀죠.”. “여성문제 같은 어려운 건 잘 몰라요.하지만 제가 축구화 신고 학교 가는날엔 남자애들이 짖궂게 놀려요.남자는 하면서 여자는 안된다고 강요하는거,그것도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인다. 엄마가 하는 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넌즈시 묻자 “바쁘게 열심히 사시는게 좋아 보여요.그래서 저랑 많이 놀아주시지는 못하지만 엄마인생은 엄마꺼제인생은 제꺼니까 괜찮아요”하며 엄마 못지않게 야무진 모습이다. 희록양은 천계영씨 같은 만화가가 되는게 꿈이란다. “할머니,우리 열심히 잘해서 꼭 1등 먹어요” 희록이와 김할머니는 벌써 입상자 상품인 해외항공권을 타서 하와이로 날아갈 꿈에 잔뜩 부풀어 있다. 허윤주기자 rara@
  • 호주 영문학교수 릴라 간디

    ‘포스트식민주의’란 식민주의 문화가 사회에 미친 영향을 올바로 이해하려는 이론적 작업으로 근본적으로는 ‘탈식민화’를 꾀하려는 담론이다.처음이 용어는 2차대전 후 역사가들이 ‘포스트 식민국가’라는 용어를 사용한데서 연유하였다.그러다가 문학이론가들이 70년대말부터 식민화의 다양한 문화적 효과들을 논의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지금은 하나의 독자적인 비평이론이자 학문분과로 정착되고 있다. 최근 이영욱 전주대 교수가 번역 출간한 ‘포스트식민주의란 무엇인가?’(현실문화연구 펴냄)는 포스트식민주의가 80년대말 이후 포스트구조주의,정신분석학,페미니즘 같은 이론들과 더불어 인문학에서 주요한 비판 담론으로 자리잡게 된 과정과 배경,주요 주제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이 책은 식민주의로부터 벗어나는 진정한 탈출구가 식민 과거에 대한 망각,혹은 포스트식민적 기억상실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주요 대상은 아프리카와 인도의 식민지 경험에 관한 것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저자 릴라 간디는 호주 라 트로브대학의 영문학 교수로 포스트식민주의 대한다수의 논문을 발표해왔다.1만원.
  •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28일 개막 7일간 장정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흐름에,부천국제영화제가 판타스틱 영화에초점을 맞추었다면 전주국제영화제는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의 축제마당이다.새로운 비전의 대안영화제를 표방하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CIFF)가 28일부터 5월4일까지 7일간의 장정에 들어간다. 전주는 1950∼60년대 한국영화의 한 축이었다.국내 첫 컬러영화인 최상관감독의 ‘선화공주’(57년)가 만들어졌고,1950년대 ‘아리랑’‘피아골’등을만든 이강천감독을 배출한 곳도 전주다.‘성벽을 뚫고’‘애정산맥’‘애수의 남행열차’‘붉은 깃발을 들어라’등 흥행작들이 전주를 중심으로 제작됐다.지방에서 주류영화를 제작한 예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유례를 찾아보기힘든 일이다. 이런 전통에 걸맞게 전주영화제는 여타 영화제와 달리 지역사회의 발의에 의해 태어났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출품작은 23개국 150여편.영화배우 안성기-김민, 문성근-방은진이 진행을 맡는다. 홍상수감독의 새영화 ‘오! 수정’으로 막을 열어 경쟁부문인 아시아 인디영화 포럼 수상작 상영으로 끝을 맺는다.영화제는 △시네마 스케이프△N-비전△아시아 인디영화 포럼 등 메인 프로그램과 △오마주와 회고전△미드나잇 스페셜 등 특별프로그램인 섹션 2000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시네마 스케이프’부문은 해외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영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성적욕망에 대한 신선하고도 정직한 접근을 보여주는 99년 칸영화제 화제작 ‘로망스’(감독 카트린 브레이야),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영화화한 사이코 호러 ‘오디션’(감독 미이케 다카시),상징적인 이미지와 극단적인 표현주의 미학이 돋보이는 ‘음지’(감독 필립 그랑드리외),현대 이스라엘의 초상을 그려온 아모스 기타이감독의 3부작 완결편인 ‘카도쉬’등 18편을 상영한다. 필름영화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디지털영화를 다룬 ‘N-비전’부문에서는 디지털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하는 18편의 영화가 나온다.‘연인들’(감독장 마르크 바)‘안개의 기억’(존 아캄프라)‘미드나잇 워커’(관후)‘뉴욕크루즈’(베네트 밀러)‘원피스 프로젝트’(야구치 시노부·스즈키 다구치)등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 인디영화 포럼’부문은 중국과 일본 대만의 젊은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품 17편을 선보인다. 재기발랄한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러브 고고’(감독 천위쉰), 영화 ‘소무’의 전편이라 할 ‘샤오샨의귀가’(지아장케),국수주의 펑크밴드를 이끄는 10대 소녀와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좌파 영화감독이 제작한 이색 다큐멘터리 ‘새로운 신(神)-포스트 이데올로기’(감독 쓰씨야 유타카)등이 주요 작품이다. ‘오마주와 회고전’에서는 벨기에의 페미니스트 감독 샹탈 애커만의 ‘잔느 딜망’,러시아영화의 이단아인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몰로흐’, 대만을 대표하는 후샤오시엔 감독의 ‘연연풍진’등 3명의 시네아스트 작품을 조명한다. 이들에 버금갈 만한 감독들의 회고전도 눈여겨 볼 만하다.인도 벵골영화의전위적인 감독으로 꼽히는 리트윅 가탁의 정치적 아방가르드 영화 ‘강’,다큐멘터리의 새 장을 연 요리스 이벤스의 ‘바람 이야기’와 아모스 기타이의 ‘필드 다이어리’,볼셰비키식 풍자가 담긴 레브 쿨레쇼프의 슬랩스틱 코미디 ‘미스터웨스트의 신나는 모험’등을 만날 수 있다. ‘미드나잇 스페셜’은 B급영화와 사이코 스릴러,호러영화의 향연이다. 1960∼70년대 미국 B급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의 밤(29일)에서는 코먼이 직접 뽑은 3편의 영화(‘환각특급’‘흡혈식물대소동’‘기관총엄마’)를 상영한다. 5월1일에는 헝가리 감독 벨라 타르의 7시간18분짜리 영화 '사탄탱고'가 심야상영을 기다려 전주의 잠못 이루는 밤을 예고한다. 이밖에 ‘동화 저편의 진실을 찾아’라는 컨셉 아래 41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비엔날레’도 마련된다.그중엔 ‘클레이메이션’이라는 말을 창시한 윌 빈튼이 생텍쥐베리 원작을 영상에 옮긴 ‘어린 왕자’,점토애니메이션 뮤지컬 가리 바르딘의 ‘파리로 간 빨간 모자’등도 있어 시선을 끈다. 전주국제영화제엔 스타급 배우와 감독들이 여럿 참석한다.홍콩배우 장만옥과 양조위,중국의 현대무용가이자 배우인 진싱,대만배우 이강생,일본의 시미즈 가오리 등이 온다.감독으로는 대만의 후샤오시엔,홍콩의 왕자웨이,말레이시아의 차이밍량,중국의 지아장케,일본의 야구치 시노부·스즈키 다구치 등이전주를 찾는다.미국의 로저 코먼,벨기에의 프레데릭 폰테인,영국의 존 아캄프라,체코의 이지 바르타 감독도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김종면기자 jmkim@
  • 섹스:애너벨 청 스토리/ 충격적 영상

    인간의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은밀한 성애 영화,배우들의 리얼 섹스를 내세워 성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영화,새디즘·마조히즘 등 다양한 욕망의 변종들이 감각을 자극하는 영화,동성애를 그린 퀴어 코드의 영화….일탈된성 혹은 포르노그래피를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그런 만큼 내용도 가지각색이다.포르노그래피는 이미 현대영화의 화두가 되어버렸다. 일본영화 ‘감각의 제국’의 음란성 시비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가운데 ‘섹스:애너벨 청 스토리’(감독 고프 루이스)라는 노골적인 포르노영화가 개봉(29일)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섹스:애너벨 청 스토리’는 10시간동안 251명의 남자와 섹스 릴레이를 벌인 애너벨 청(본명 그레이스 깼紋㈏繭?여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애너벨 청을 관음증적인 시선으로만 훑지 않는다.내부에 잠재된 에이즈에 대한 공포,홀로 남겨질 때면 엄습해오는 절망과 자해의 충동,부모에 대한 죄책감까지 한 여인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낸다.그 파격성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저항과실험정신의 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도지난해 화제가 됐다. 애너벨 청은 영화의 주인공이자 포르노 배우다.그는 무엇을 위해 이 희대의갱 뱅(gang bang)이벤트를 벌인 것일까.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애너벨 청(28)은 ‘먹물’배우답게 자신의 논리를 늘어놓는다.여성에게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적 통념에 당당히 맞서기위해 섹스파티를 벌였다는 것.요컨대 포르노그래피는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망을 발산하고 정치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수단이라는 얘기다.그러나 그것은 급진적이고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의 상투적인 자가발전 논리일 뿐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말 국내 수입심의를 통과했고,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21일에는 영화홍보를 위해 주인공인 애너벨 청이 한국에 온다.문제는 수입영화들이 가치의 잣대가 다른 외국 영화제에서의 화제성 등을 근거로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애너벨 청은 결코 ‘포르노그래피의 잔 다르크’가 아니다. 한편 최근 개봉된 파격적인 성애영화들이 끝없이 논란을 낳고 있는 데서 보듯 영상물등급위의 등급판정만으론 더이상 청소년층에 끼치는 해악을 막을수 없다.등급외전용관 문제를 다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김종면기자
  • 제3회 광주비엔날레 ‘인+간’주제로 29일 개막

    *서구중심 벗고 아시아를 보라. 제3회 광주비엔날레가 29일 막을 올린다.6월 7일까지 71일동안 광주광역시중외공원 문화벨트 일원에서 열릴 ‘2000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인(人)+간(間)’.세계 46개국에서 245명의 작가가 참여,모두 39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특히 이번 비엔날레에는 터키·이란 등 중동권과 남미지역 등 제3세계작가들도 대거 참가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광주비엔날레는 전시와 축제,그리고 영상을 3대축으로 해 진행된다.비엔날레의 핵심인 전시는 크게 본전시와 특별전으로 이뤄진다.본전시는 ▲한국·오세아니아▲북미▲중남미▲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 5개 권역으로 나뉜다.김홍희,토마스 핀켈펄,김유연,다니 아라타,르네 블록 등이 각각 커미셔너로전시기획을 맡았다. 이 권역별 전시 사이에는 오광수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이기획한 특별코너가 마련돼 본전시를 연결해주는 고리 구실을 한다. 특별전은 ▲인간과 성▲예술과 인권▲한·일 현대미술의 단면▲북한미술의 어제와 오늘▲인간의 숲 회화의 숲 등으로 꾸며진다.특히 ‘예술과 인권’전은 5.18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어 주목된다.한국의 오윤,신학철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의 인권작가가 참여한다.일본의 유명한 좌파평론가인 하리우 이치로(針生一郞)가 큐레이터를 맡았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성’을 화두로 서구 중심의 기존 미술흐름에서의 탈피를 시도했다.아울러 ‘광주성’이라는 독특한 지역정서와 예술적전통은 지속적으로 계승·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이에 따라 본전시 공간구성에서도 아시아권을 특별히 배려했다.종전과 달리 별도의 장소가 마련됐을 뿐아니라 본전시장의 핵심공간인 첫번째 방을 아시아 미술에 할애했다. 유럽·아프리카 권역 전시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중부유럽국가 작가들을 배제한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란,핀란드 등 아프리카,중동,북유럽작가들을 대거 초청했다.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일본 우쓰노미야 미술관장을지낸 다니 아라타(谷新)가 본전시의 아시아 미술 전시를 총괄하는 커미셔너를 맡아 눈길을 끈다.일본인 커미셔너가 선정되기는 비엔날레 사상 이번이처음이다.이와 관련,장석원 전시기획실장(49·전남대 교수)은 “본전시장의첫 방을 아시아권 20명의 작가에게 배정한데서도 알 수 있듯 ‘아시아성’에초점을 맞춘 제3회 광주 비엔날레는 기존의 서구 중심 비엔날레들과는 뚜렷이 구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지역 소주제는 ‘보이지 않는 경계-변모하는 아시아예술’.아시아권 11개국에서 골고루 작가가 선정된 만큼 아시아 미술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특히 주목할 만한 작가는 인도 출신의나리니 마라니(54)와 중국작가 구웬다(45).전쟁과 환경파괴 문제에 관심을기울여온 마라니는 보스니아 전쟁과 비키니환초에서의 원폭실험 장면 등을영상에 담은 최근작을 내놓는다.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웬다는 머리카락과 한자를 사용한 설치작업으로 유명한 작가.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도 10㎡의 벽에 한국과 중국,일본에서 모은 머리카락으로 글자꼴을 만든 설치작품을 보여준다. 본전시에 참가하는 한국작가는 김호석,윤석남,홍성담,김태곤,강운,권소원,이순주,임영선,바이런 김 등 9명.이중 김호석은 4.19혁명에서 부마항쟁,광주민주화운동,6월항쟁에 이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를 파노라마 형식으로 그린작품을 출품한다.존재론적 시각에서 여성성에 접근하고 있는 윤석남(61)도눈길이 가는 작가다.폐목과 천,구슬 등을 사용해 모성과 여성성,여성의 역사와 억압을 표현해온 그녀는 ‘페미니즘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입장료는 어른 12,000원,청소년 9,000원.어린이 5,000원.인터넷 www.kwangjubiennale.org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이색 기획행사 '영상전'. ‘2000 광주비엔날레’의 색다른 기획행사로 눈길을 끄는 것이 ‘영상전’이다.주제는 ‘상처-그 치유적 매체로서의 영상’.오늘날 현대미술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영상매체가 기술의 발달에 따라 예술의 지형뿐 아니라 삶의형식과 내용마저 바꿔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마련된 영상전은 ▲상영-보고,읽고,생각하기▲퍼블릭 액세스 채널-우리 이야기를 들어보소!▲웹아트전시회-가상의 진실▲멀티미디어인스톨레이션-광주에서의 25시간▲시민강좌-영상으로 세상 읽기 등 5개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상영부문은 제주 4.3항쟁을 그린 ‘레드헌트1’과 서울 상계동 철거민들의삶을 다룬 ‘상계동 올림픽’등 다큐멘터리 및 실험영화 51편과 애니메이션49편으로 구성됐다.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서 상영한다.‘우리 이야기를 들어보소!’는 광주의 참교육학부모회와 목포의 삼학도복원화 추진위원회 등 광주ㆍ전남지역 10개 단체가 지역 현안을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 방영 프로그램.또 웹아트 부문에는 미국작가 샤론 대니얼과 서울대 심철웅 교수(42)등 7명의 작가들이 참가,인터넷과 CD롬 등을 이용한 ‘전자 전시회’를 마련한다.이밖에 ‘광주에서의 25시간’ 부문은 광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며,‘영상으로 세상 읽기’는 5월 첫째주까지 광주 YMCA 등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영상부문 프로그래머인 이섭씨(39)는 “광주비엔날레 영상전은 영상매체의쌍방통행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한편작가와 관람객들이 협업하는 독특한 전시공학을 도입,미술을 통해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장으로 가꿔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종면기자
  • [타이완 51년만의 정권교체]”모든 당 참여 초당적 연정구성”

    *천수이볜 총통당선자 인터뷰.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 당선자는 18일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하나의 국가 속에 다른 체체를 유지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식에 의한 중국의 통일방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빠른 시일 안에 모든 당이 참여하는 초당적 연합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나라를 확고하게 지키는것은 우리의 단순한 과제가 아닌 의무”라며 “이같은 결심은 결코 흔들리지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총통 당선자는 그러나 타이완이 독립을 추진할 경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중국측 위협을 의식,“타이완해협의 안정과 평화는 양안 국민들의 공통된 소망”이라며 중국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안문제의 우호적 해결과 상호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나 주룽지(朱鎔基) 총리,왕다오한(王道涵) 해협양안관계협회장등 중국측 고위대표의 타이완 방문을 환영하며 자신도 아무 전제조건 없이중국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타임지와의 단독회견에서 “5월20일 취임 전에라도 당과 출신 지역을 초월한 초당적인 연합내각을 가능한 한 빨리 구성해 양안문제 등 현안을해결해나갈 계획”이라며 국민당 등과의 연합 의사를 밝혔다. 천 총통 당선자는 “미국과 일본,가능하다면 싱가포르 등을 방문해 안보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천 총통 당선자는 “이번 선거는 51년간의국민당 일당지배에 종지부를 찍고 타이완의 새로운 미래를 선택한 국민들의역사적 결정이었다”며 “용감한 타이완 국민들이 사랑과 희망으로 두려움과악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선거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는 개혁을 신속히 추진하고 1년여 동안 치열하게 벌어진 선거전 과정에서 빚어진 국론분열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리덩후이(李登煇) 총통을 만나 국내 및 국제적인 현안들에 대해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 총통은 타이완의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타이베이(臺北) 김규환특파원·김균미기자. *천수이볜은 누구.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며 타이완에 새 시대를 연 천수이볜(陳水扁·49)은민주화를 향한 지치지 않는 결의와 뛰어난 머리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 행정처리로 국민당 일당독재를 끝낼 인물로 일찍부터 꼽혔다.여기에 그의 부인위수전(禹淑珍·46) 여사가 정치적 테러로 하반신마비가 돼 국민들 사이에정치적 신념을 위해 큰 희생을 치른 비극적 인물로 각인됐다. 51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탕수수농장 일용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나초등학교과 국립타이완대를 수석졸업하는 등 명석한 두뇌로 빈곤을 벗어나대학 4학년때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의 정치 입문은 79년 민주화시위를 주동한 반체제잡지 ‘포모사’ 발행인의 변호를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81년 타이베이 시의회 의원에 뽑혀 야심만만한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탈바꿈했으나 85년 펑라이다오(蓬萊島)라는 반체제잡지 제작에 참여한 혐의로 8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출소 후 활동을 재개,89년과 92년 입법의원 선거에 연속 당선됨으로써 정치적 기반을 다졌다.94년12월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돼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그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1세기의 젊은 지도자 100명’에 선정됐다. 타이베이 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타이베이의 윤락산업에 철퇴를 가하는가하면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범죄율을 크게 낮추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그러나 그의 타협할줄 모르는 강경한 자세는 동지들로 하여금 그에게등을 돌리게 만드는 한편 많은 적을 만들어 98년 재선에 실패하는 또한번의좌절을 맛봤다. 지난해 홍콩의 ‘아시아위크’가 선정한 ‘차세대의 아시아 정치인 20인’에 오르기도 한 그는 98년의 실패를 자신의 외곬수적인 단점을 고치는 교훈으로 삼아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타이완 독립문제에 있어서도 자신이 중국과의 전쟁을 부르는 말썽꾼이 아니라 평화주의자임을 내세우는 타협안을 들고나와 마침내 첫 정권교체라는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76년 부유한 의사의 딸이었던 위 여사와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유세진기자 yujin@. *뤼슈롄 부총통 당선자. 타이완의 첫 여성 부총통뤼슈롄(呂秀蓮·56)은 타이완 민주운동과 여권운동을 최일선에서 이끌어온 강성(强性) 여성투사. 천수이볜(陳水扁)의 국립타이완대 선배로 대학을 수석졸업한 뒤 미 하버드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귀국 후 타이완의 야당 결성 운동에 참여,과격 민중노선을 대표하는 잡지인 메이리다오(美麗島)의 발간에 참여하면서 타이완 민주화 및 여성운동에 뛰어들었다.79년12월 ‘메이리다오 사건’에 연루돼 계엄통치 시절이던 이듬해 1월 군법재판소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복역하다가 85년 병 보석으로 석방됐다.독신인 그는 석방 후에도 85년 민진당 창당에 관여하고 메이리다오지 부사장직을 역임하면서 민주화운동에 적극참여했으며 페미니즘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를 이끌어왔다. 98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타오웬 현장에 당선됐으며 총통부 국정 고문직도 맡고 있다.영어와 타이완 현지어에 능통하며 부패 일소와 외교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타이완의 유엔 재가입 및 중국의 타이완 침공시 독립 선포를 주장하는 한편“타이완은 부패 공직자들의 천국이 되서는 아니다”는 일갈로 국민당의 오랜 부패에 싫증을 느낀 국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유세진기자. *51년 통치 끝난 국민당. 19일 오후 타이베이시의 국민당 중앙당사 앞에는 이틀째 총통선거 패배에격분한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당간부들의 차량 유리창을 부수고 경찰과 몸싸움을 하는 등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국민당의 롄잔(連戰) 후보가 참패하고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후보가 총통에 당선, 1949년 중국대륙에서타이완(臺灣)으로 밀려난 이후 처음으로 야당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51년만에 야당으로 밀려난 국민당은 중국 현대사의 영욕(榮辱)을 대변하고있다.49년 중국대륙의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蔣介石)가 휘하 군대와국민당 정부관료,200여만명의 피란민들을 이끌고 타이완섬으로 옮겨온 이후타이완은 그와 그의 후계자가 통치해 왔다. 1912년 쑨원(孫文)에 의해 중국본토에서 창당된 국민당은 삼민(민족·민주·민생)주의를 바탕으로 청나라 제정(帝政)을 무너뜨리기 위한 혁명조직으로출발했다. 25년 쑨이 사망하고통치권을 물려받은 장은 각 지역을 분할 통치하던 군벌에 대한 북벌(北伐)을 개시했다.28년 대륙의 대부분을 지배했으나,30년대 이후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공산당과 대적했고,45년 일제가 패망하면서 치열한 국공내전을 벌였다. 49년 12월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 정부는 타이완섬으로 넘어와 계엄령을 선포하고 행정·입법·사법부 3권을 장악, ‘일당 독재’정치를 폈다.철저한 반공주의를 내걸고 54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에 서명,미국으로부터 군사·경제원조를 받아 경제발전에 주력해 고도성장을 이뤘다.경제는 성장했지만 타이완인들의 기본권과 언론자유는 보장받지 못하고 크게 제한돼 왔다. 급기야 71년 10월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중국에뺏기고 유엔에서 축출되는 외교적 수모를 맞본데 이어,세계 각국이 중국과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국제사회의 ‘고아’신세가 됐다. 75년 장 총통이 사망하자 아들인 장징궈(蔣經國)가 총통에 올랐다가 88년 1월 숨지자,내성인(內省人) 출신의 리덩후이(李登輝)가 총통에 취임했다.리총통은 복수정당 허용 등 민주화 작업을 추진했으며,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비껴나는 업적을 쌓았다.리 총통은 타이완성 주석직의 롄을 행정원장(총리)에 발탁하고 99년 3월 당내 최대 라이벌이던 쑹을 축출,국민당 총통후보로 그를 선출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의 참패로 ‘양지에서만 자라온’ 국민당은 피할 수없는 분열 위기를 맞게 됐다.중국시보(中國時報)·연합보(聯合報) 등 현지언론들은 “쑹 후보가 이날 신당 창당을 선언함으로써 국민당내 쑹 지지자의신당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천 당선자도 안정의석 확보를 위해 국민당·건국당 등과의 연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이베이(臺北) 김규환특파원 hay@. *타이완 주요 정치사건일지. □1945년 일본의 50년 식민통치 종식. □47년 타이완인 봉기를 국민당 군대가 무력진압,수천명 희생. □49년 12월 장제스(蔣介石) 총통 국민당 국공내전서 패하자 망명정부 수립. □55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 체결. □71년 유엔이 유엔대표권을 박탈하고 중국을 인정. □75년 장제스 총통 사망. □79년 미국,중국과 외교관계수립.미 의회는 타이완에 방위용 무기공급 약속. □88년 장징궈(蔣經國) 총통 사망으로 타이완 출신 리덩후이 총통 승계. □93년 중국과 싱가포르서 첫 대화.유엔 가입 시도. □94년 총통 직선제 도입. □95년 리 총통 미국 방문.중국이 보복으로 수차례 군사훈련 실시,양안 긴장 고조. □96년 3월 리 총통의 재선을 막기 위해 중국이 타이완을 겨냥해 한차례 미사일 발사,두차례 모의 전쟁연습.미국은 인디펜던스호와 니미츠호 등 항모 2척 타이완 해역에 급파. □2000년 3월18일 제10대 총통선거.민진당 천수이볜 후보 당선. □2000년 5월20일 천수이볜 당선자 취임.
  • 박정애 장편소설‘에덴의 서쪽’

    박정애의 장편소설 ‘에덴의 서쪽’이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됐다.2년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당선된 작품으로 잡지에 분재되어 오다 작가의 손질을 거쳐 단행본으로 완간됐다. 작가의 첫 소설인 이 작품은 나이든 어머니와 젊은 딸의 일생을 이야기한것으로 읽기 쉽고 매우 흡인력 있다.어머니는 전근대적인 굴종 상태를 자각하고 반발하는 여성 독립화의 초기 모습을 담고 있고 딸은 그뒤 좀 더 분화되고 세련된 각성 과정을 거친다. 어머니는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 논 두 마지기에 다리가 불구인 신랑의 재취로 들어갔다가 동서와 함께 탈출한다.고난 속에서 딸을 얻는데 이번엔 여자를 밝히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또다시 혼자 시작한다.딸은 그런 환경에서 상처받고 강해지면서 현대 여성으로 성장한다. 책 커버 안쪽에 소설가 최수철은 이 작품이 “삶을 구동하는 원초적인 힘을 포착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며 “인간적인 비극성과 맞닿아 있는유머 감각과 더불어 전체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칭찬한다.그러나 ‘에덴의 서쪽’은 인물도 인물이지만 여성성 세우기,페미니즘이란 사상내지 교조가 은근히 우선하고 있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인물이 흥미로워 빠질려고 할 때마다 작중 인물의 피와살에 젖어있는 소설가보다는 튼튼한 이론틀을 갖춘 지성인을 만나 움찔해지곤 한다.작중 어머니란 인물은 종속적 인간에서 자주적 인간으로 깨어나는여성을 상정할 때 끄집어낼 수 있는 여러 케이스를 맵시있게 이어붙인 조각보처럼 보인다.딸의 이야기는 성인 여성의 수기같이 방만하게 흐르곤 한다. 김재영기자
  • [발언대] 소외계층·독립여성 복지에 더많은 관심 절실

    클린턴이 건재한 것은 경제정책이 성공한 데 주 원인이 있지만 주변사람들을 잘 기용한 것도 큰 요인 중 하나다.그 가운데 집권 초반 중년의 이혼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국무장관으로 인선해 악성 스캔들의 수렁에서 헤어날수 있는 지지기반을 구축한 것은 계속 회자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연두교서를 필두로 연일 소외계층과 여성복지를 강조하고있다.우리나라도 200만 독립가구가 세금을 내고있는 상황이며 이들은 전원이 유권자이며 그 과반수가 독립여성이다. 필자는 독립여성연합이라는 시민단체를 창립해 활동하다가 지난해 지체장애를 입었다.지팡이를 짚고 다녀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앞뒤로 밀착해오며 말을 걸고 친절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신체중심을 잃게하는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이제 세계조류에 맞춰 독립여성과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반면친화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대통령도 여성의 역할증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느 계층의 여성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까지도 명시하면 더 효과가 크지않을까 한다.소외계층에 대한 복지는 유학파 박사나 교수,화려한 율사,방송인,재력있는 다선의원이 해결할 일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민층 독립여성이나 장애 여성이 직접 정치공간에 진출해서 관련 법제도의 개선을 도모해야만 한다.그러기 위해서라도 각당은 이제부터라도 공천장사관행을 깨끗이 청산해야 하는 것이다. 헌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공언한 어느 당 총재의 발언도 이번 전국구 여성비례 공천자 면모를 보면 그 진위가 드러날 것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여성과 소외계층 복지는 당사자만이 대안이다.앞으로시민단체나 유권자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체에서 거둬들이는 준조세의 상당부분이 복지가 아닌 판공비 등으로 쓰이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또 이런 부처장이나 기관장,지자체장은 가차없이 낙선시켜야 한다.아니 임명 무효소송도 불사해야 한다. 여성도 여러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한다.20세기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원했는지 모르지만 21세기는 휴머니스트 지도자를 원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깊이인식해야 할때다. 이영자[독립여성연합 회장]
  • [21세기 문화프론트라인](7)퀴어문화

    *최초 전문잡지 '버디'편집장 한채윤씨. 지난 95년 연세대 사회학과 학생인 서동진씨(34·현재 대학원 박사과정)가국내 처음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커밍아웃(친지나 동료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리는 행위)을 감행한 이래 ‘이성애 제도에서 소외된 성적 소수자’를 가리키는 퀴어운동이 양적 팽창을 이루었다. 21일 오후 신촌의 한 레즈비언바에서 만난 한채윤씨(29)는 직업적인 동성애이론가겸 실천가로 불려지길 원한다.“퀴어운동의 외연이 확대됐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성적 소수’임을 자각케 하고 동성애를 양지로 끌어낸 것이 지난 운동의 성과였다면 이제는 이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정착시키는노력이 필요합니다.”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을 다니던 그녀는 성적 정체성을 깨닫고 부모를 제외한 형제와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다.그뒤 서울에 올라와 98년 2월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애 전문잡지 ‘버디’(www.buddy79.com)를 창간하는 작업을 주도했고 편집장으로서 지금까지 16호를 발간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상 버티기 어려운 일을 해낸 그로부터 퀴어문제의 오늘과 내일에 관해 들어보았다.사진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터뷰는 성사됐다. ●동성애자 동호회와 인터넷사이트가 100군데를 넘어서는 등 퀴어운동이 성장한 배경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정보가 쉽게 공유되는 사이버 공간이 확보된 점을 들 수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커밍아웃이다.평생 버림받고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과감히 벗어남으로써 다른 이의용기를 북돋웠다는 점이 그렇다. ●성정치학은 무엇인가. ‘성은 곧 본능’이라는 고착된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 오늘날 성개념의 상당부분이 정치적으로 조작됐다는 점을 폭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이는 산업혁명이후 노동력 재생산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동성애 문제에 국가권력이 개입하기 시작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변태라는 개념이 19세기에 출현한 점도흥미롭다. ●한계는 없는가. 성정치학적인 접근은 답보상태다.현실적인 퀴어이론은 또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세대 대학원을 나온 지식권력이,또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데 대해 한 수 접고 들어간다.그전까지는 변태라고 일축하면그만이었는데,지식인들이 커밍아웃을 하자 움찔한 상태이다.‘보수로 찍힐까 봐’말못하는 지식인들이 많다.마음에서 우러나서 퀴어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활동방향은. ‘버디’는 존재한다는 자체로 퀴어운동의 참호 구실을 한다.잡지와 인터넷홈페이지,연극,영화 등 매개체를 계속 늘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여성단체 등과도 교류해 소외된 이들을 돕는 데 나설 것이다.예를 들어 퀴어와 전혀관계없는 일처럼 보이는 호주제 폐지와 같은 운동에도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노동운동에서도 퀴어는 좋은 운동요소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성이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페미니즘 진영에도 도움이 된다.남성과 여성으로 나뉜 이분법적 대결구도를 타파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퀴어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퀴어의 참뜻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동성에 관해선 잘 안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자신이모르는 것을 정확히 인정해야 한다.동성애든 이성애든 객관화하고 논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성애도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사랑의 감정이 우선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은이들은 퀴어를 섹스로 보는 측면이 있다.여성으로서 여성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하나의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그녀는 헤어지면서 “성은 고착된 개념이 아니다.성의 다양성 등을 더욱 진지하게 접근하고 논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퀴어에는,우리가더 알아야 할 것들이 ‘발견’을 기다린 채 숨어 있다. 임병선기자 bsnim@. *퀴어란 '性的 소수집단이나 개인 지칭'. 퀴어(Queer)는 이성애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소외된 성적 소수집단이나 개인을 지칭하는 말.여기에는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이 포함된다.우리말로는 일반과 다르다는 뜻에서 이반(異般)이라고 부른다.일반이라는 단어를 패러디한 일종의 은어다.퀴어문화,퀴어 정체성,퀴어 정치학….그 폭넓은 쓰임새에서 보듯,퀴어는 이제 현대를 읽는 단서요 오늘을 말하는 화두다.퀴어는 동성애자뿐 아니라 양성애자와 성전환자도 포괄한다.하지만 퀴어논의는주로 동성애 문제에 집중된다. 한국의 동성애자 운동은 1994년 시작됐다.이 운동은 동성애를 단순한 성적취향의 문제가 아닌,성적 정체성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게이 모임인 ‘친구사이’,레즈비언 모임인 ‘끼리끼리’등이 탄생했으며,‘마음001’(서울대)‘컴 투게더’(연세대)‘사람과 사람’(고려대)등 대학가동성애 모임이 잇따라 생겨났다.이태원 등지의 ‘핑크 경제’도 한층 생기를 띠게 됐다. 그러나 이성애 중심의 주류문화에 도전하는 동성애자 문화가 곧바로 가시적인 대항문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동성애는 여전히 금기의 대상이다.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드러내는 것,즉 ‘커밍아웃(Coming Out)을 감행하는 데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동성애는 더이상 퀴어의 사전적 의미대로 이상하고 수상쩍은 것이 아니다.90년대 중반들어 동성애라는 소재는 영화나 문학작품 등에서 곧잘 다뤄졌다.한 예로 박재호감독의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1995)은 국내에서 동성애를진지하게 다룬 첫 영화로 기억할 만하다.이영화는 동성애를 가족제도의 연장선상에서 봄으로써 동성애 담론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줬다.‘차이의 시선,부정의 시선’이란 주제로 열린 98년의 제1회 서울 퀴어영화제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상영작 대부분이 매진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올해는 제2회 퀴어영화제가 열릴 예정이다.‘아이다호’‘카우걸 블루스’의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이반(異般)단체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찍었듯이,퀴어 시네마가 활성화하려면 동성애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동성애를 다룬 최근 문학작품으로는 전경린의 단편 ‘다섯번째 질서와 여섯번째 질서 사이에 세워진 목조 마네킹 헥토르와 안드로마케’를 꼽을 수 있다.소설의 여주인공 금주는숨겨둔 애인이 동성애자임을 알고 당황한다.그는 결국 동성애를 이해하게 되지만 묘한 공허감만은 떨쳐버리지 못한다. 동성애자를 다룬 영화든 소설이든 그것이 퀴어문화의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성의 정치학’을 구현해야 한다.그동안 우리 문예작품 속의 동성애는 정형화한 이미지로 재현되거나 두리뭉실하게묘사돼온 측면이 강하다.성적 소수집단의 이미지와 언어를 면밀하게 파악,퀴어문화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긴요하다. 김종면기자 jmkim@.
  • [쉽게 읽기] 김재희저 ‘깨어나는 여신’

    얼마전 신문에서 이색적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캘리포니아의 헤드워터숲을 지키기 위해 2000년 된 삼나무 위에 천막을 치고 2년 동안 생활해 온미국 처녀가 마침내 땅을 밟았다는 기사였다.목재회사를 상대로 한 이 싸움을 통해 결국 삼나무를 더 이상 베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이 작지만 위대한 싸움을 접하면서 나는 민다나 시마의 ‘살아남기’에 나오는 인도 여인들의 칩코운동을 떠올렸다.칩코란 ‘끌어안는다’는 뜻으로,히말라야 토착 여성들이 온몸으로 나무를 껴안아 숲을 지킨다는 데서 시작된 이 운동은 생태적 여성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이렇게 개발과 착취의 논리에 맞서 보살핌과 나눔을 통한 새로운 생태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에코페미니즘은 70년대 이후 문명의 총체적 위기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자리잡아 왔다.그러나 그에 대한 소개나 이론적인 작업은 그리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형편이었다.그러기에 에코페미니즘의 입문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깨어나는 여신’의 출간은 매우 반갑게 느껴진다.단순히서구의 에코페미니즘의이론이나 이론가들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우리의 전통 속에서도 생태적 여성성의 토대와 가능성을 찾아보려고 했다는 점 또한 미덕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다.1부 ‘깨어나는 여신’에서는 가부장적질서 속에서 오랫동안 억압되어 온 여신의 모델들을 신화를 포함한 문화적토양 속에서 발굴함으로써 거룩한 신성의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여신 부활운동의 주축인 스토옥이란 초현대적 무당이나 12세기 영상운동과 관련해 녹색성인 힐데가르트가 소개되는가 하면,우리 문화 속의 삼신할머니니 바리공주가 여성적 상상력을 통해 복권되기도 한다. 2부 ‘가이아의 과학’에서는 지구를 거대한 생명체로서 바라보는 가이아론을 비롯하여 17세기 과학혁명 이래 영성을 잃어버린 자연의 본래적 질서를회복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만날 수 있다.러브록,린 마굴리스,맥클린톡등이 그들이다. 3부 ‘생태문명의 비전’에서는 생태적 여성주의가 단순한 여성해방이나 계층해방만이 아니라 소수민족,원주민,난민,어린이,노인,실업자 등 억압받는모든사람들과 파괴되어가는 동식물과 대지 전체를 포괄하는 운동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위기가 생태적 위기와 맞물려 있고,전체적인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그 위기를 치유할 수 없다는 인식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듯하다. 다만,남성과 여성이 지속 가능한 삶의 양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훌륭한 동맹자가 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아있다.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신화를재발견하려는 여성의 노력과,남성주의 신화와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남성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그 씨줄과 날줄의 만남을 위해 여신들은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나희덕 시인
  • [대한광장] 다시 생각하는 남녀평등

    헌법재판소가 7급 이하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군필자 가산점제도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사회 곳곳에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한 TV토론과 함께 진행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90%가 군필자 가산점제도의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헌재의 결정은 사회의 윤리감정과 괴리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장애자복지차원의 문제를 제외하고 보면 대개의 논의는 국방의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보수주의적인 주장과 여권신장에 무게를 둔 페미니스트적인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헌재의 결정 자체에 대한 평석은 그리 흔치 않은 듯하다.헌법재판관들이 제아무리 법률 실무에 통달하고 법리분석에 철저하다고 하더라도 그들도 사람이기에 오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자유주의적 비판이 너무 적다. 평등은 법철학자 라드브루흐가 논증하듯이 법률에 내재하는 가치인 정의 관념의 핵심으로서 공정성의 구체적 표현이요 법적 효력발생의 원천이다.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평등이란 본질적으로 똑같은 것은 똑같이 취급하고다른 것은 다른 정도에 따라다르게 대우하되 그 비례성을 철저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평등을 판단하는 데서 헌재는 군필자 가산점을 취하는 사람이 대개 남자이고 이들은 여자에 비해 강자라는 논지를 견지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선입관은 매우 도식적이다.사병으로 군복무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사회의 다양성 대신에 상사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군율(軍律)과 일사불란한 군사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군복무를 마친 후 취업할 때까지 이른바 제대군인은 여자를 포함,군복무를 하지않은 대부분의 동년배에 비해 사회적으로 오히려 약자이다.동일학번의 여자가 대학졸업후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때 제대군인들은 단순 획일화된 뇌수의 기억을 쇄신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여자가 남자에 비해 약자라는 예단을 갖고 내린 헌재의 결정은 그 합리적 근거에 대해 의구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결정문에 예시된 바와 같이 남자의 82∼87%가 군에 입대해야 하는데 98년도 7급 채용시험의 합격자 가운데 73%만이 제대군인이었다.산술적으로 보면 7급 공채의 경우적어도 9∼14%포인트의 제대군인이 여자와 비제대군인에게밀려난 셈이다.7급 이하 공무원의 채용시험은 대개가 객관식 단답형으로 테스트하는 것인데 이러한 암기식 지식은 군생활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히 잊어버리는 게 필자의 체험이다. 한 세대 훨씬 전의 일이지만 월남참전을 포함한 해군 의무복무기간 동안 필자는 대학 재학중 입대자임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저급 학년 수준의 영어단어마저 잊어버리고 해군이 요구하는 병과별 특수지식을 암기하기에 바빴다.그것이 또한 충실한 군인생활이라고 생각했다.이것은 오늘날처럼 고도로 기술화된 군사지식을 활용해야 하는 사병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되는 생활태도일 것이다. 군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복귀한 후 잊어버린 단어를 비롯해 보편주의적 선발원칙에 따른 취업경쟁이 요구하는 암기형 지식을 자신의 두뇌에 다시 저장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군필자와 군미필자는 암기력 테스트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을 가질수 없는 게 당연하다.군필자는 군 조직생활을 통해 사태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에서는 오히려 군미필자보다뛰어나기 때문에 고급공무원의 채용에 있어서 여성할당 등 채용목표제를 실시하고 군필자 가산점제가 없어도 이를 평등권 위배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헌재의 판단은 그렇게 명석한 것이 아닌 듯하다.법률의 위헌성여부를 판결하는 기관인 미국 대법원의더글러스판사가 평등권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판결 삼십년 후 쓴 자서전에서 자신의 오판을 시인하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한 교훈이다.역차별의 우려까지 낳는 남녀의 성차별적 시기심 논쟁은 이제 그만두자.미국의 대법원 판사 가운데 위대한 반대자였던 홈스 판사가 남긴 “평등권 실현을 위한 노력은 비사법적(非司法的)이며 시기심의 위장된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새삼반추해볼 일이다. 류일상 건국대교수·신문방송학
  • 미국 대학생들은 어떤 한국영화 좋아할까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아니라,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소개하라.”문화관광부 뉴욕문화원이 지난해 콜럼비아대학에서 ‘영화를 통해 본 오늘의 한국’이라는 행사를 가진 뒤 얻은 결론이다.‘미국 동부지역 10개 대학 한국영사회’의 첫번째 순방지인 이 곳에선 9∼12월 매주 한편씩 14편의 한국영화를 상영했다. 작품은 ‘검사와 여선생’에서 시작해 ‘아름다운 시절’‘오발탄’‘하얀전쟁’‘꼬방동네 사람들’‘칠수와 만수’‘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접속’등 시대별로 망라됐다.영사회가 열린 300석 짜리 레만 오디토리엄은 영사회 기간에 모두 3,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는 성황을 이루었다.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호감을 나타낸 작품은 40년대 무성영화인 ‘검사와 여선생’과,최근 만들었지만 6·25 직후 농촌사회를 그린 ‘아름다운 시절’. ‘검사와 여선생’은 캘리포니아대에서 변사의 역할을 연구하는 워터 류를초빙하여 관객 반응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냈고,‘아름다운 시절’도 ‘한국과 한국인의 참모습을 알게하는 아름다운영화’라는 평을 들었다. 반면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나 컴퓨터 통신을 통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접속’등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한국사회에서는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지만,그들에게는 새롭지 않은주제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당초 작품 선정에는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발전양상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한국인들에게 의미있는 영화보다는,현지인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 우선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무엇보다 이 행사의 목적이 미국사회 엘리트를 배출하는 주요대학에 한국영화를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인만큼 ‘현지인들에게 호응받는 영화’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동부지역 한국영사회는 1월에 예일·토론토,3월에 프린스턴·맥길,4월에 다트머스,9월에 코넬·펜실베니어,11월에 조지타운·하버드 등 미국과 캐나다일대에서 계속한다.그러나 콜럼비아대에서 얻은 결론에 따라 문화부는 올 하반기로 예정한서부지역 영사회에서는 호응도가 높은 6가지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압축할 계획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불꽃처럼 살다간 나혜석의 예술세계

    “여성도 인간이외다” 1920년대,한 여성의 외침은 봉건 질곡에 빠진 조선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줬다.그것은 당대 유교적 지배질서와 가부장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이요,자유주의적 여성운동에 대한 대담한 선언이었다.근대 여성운동의 선구자 나혜석(1896∼1948).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소설가이자 시인,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낡은 인습에 온몸으로 저항한 시대의 선각자였다.그러나 그의 도전과 시련은 한국의 근대화와 시기를 같이 하며 왜곡되고 가려져왔다.‘최초의 여성’이란 멍에를 걸머지고 시대를 앞서 살다간 여인,나혜석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 15일부터 2월 7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리는 ‘나혜석의 생애와 그림’전이 그것이다.예술의전당과 나혜석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나혜석의 유작과 사진자료 등 80여점이 선보인다.현재 그의 것으로 전해지는 작품은 모두 20여점.그중 ‘자화상’‘스페인 국경’‘파리 풍경’ 등 10점의 유작을 이번에 볼 수 있다. 나혜석은 문학이나 사상 방면이 오히려 미술 쪽보다 훨씬 ‘선진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소설·시·희곡·신문사설·논설·감상문·기행문·대담기 등을 통해 쏟아낸 나혜석의 여성의식과 자유의지는 한 세기쯤은 앞선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1918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 ‘경희’는 한국 현대문학상 최초의 페미니즘 텍스트로 평가받는다.또 여성계몽적인 시 ‘노라’는 1910년대 계몽주의 문학의 중요작품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그러나 나혜석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그림이다.좌절을 겪을 때마다 그를 지탱해준것은 바로 미술에 대한 집념이었다. 나혜석은 90년대 후반부터 페미니스트 화가로 재조명되기 시작했지만 그의그림에 관해선 지금까지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석사학위 논문 3편 정도가 있을 뿐이다.나혜석의 미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피는 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관료의 딸로 태어난 나혜석은 진명여학교를 거쳐 일본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 유화학과에서 공부했다.그의 공식적인 화업은 1921년 국내 처음으로 열린 서양화가 개인전인 ‘내청각 개인전’에서 출발,1935년 진고개 조선관 전시로 막을 내린다.특히 주목되는 것은 사회·문학활동에서 활발하게 나타나는여성의식이 유독 화풍에서만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혜석의 작가로서의 발전과정은 크게 세 시기로 나뉜다.유학기인 제1기(1913∼1919)에는 당시의 조류에 따라 계몽적 페미니즘 의식을 반영한 목판화작업에 심취했다. 결혼안정기인 제2기(1920∼1930)는 화가로서의 최고 전성기.일본과 프랑스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풍경화와 인물화 등을 주로 그렸다.이혼기인 제3기(1931∼1938)에는 퇴폐적 자유주의 성향을 보이다가 나중엔 프랑스 후기 인상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아 유미주의적인 작품활동을 펼쳤다. 사회적 모멸 속에 스러진지 50여년만에 다시 조명받는 나혜석.‘2월의 문화인물’로도 선정돼 관심을 모으는 그의 진보적 사상과 예술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이 시대 나혜석의 의미는 무엇인가,왜 다시 나혜석인가.‘나혜석의 생애와 그림’전에 그 해답이 있다.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금·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료는 어른 3,000원,초중고생 2,000원.(02)580-1300. 김종면기자 jmkim@
  • [여성 선언] 여자도 군대 가라고?

    그럼 여자들도 평등하게 군대에 가라! 군필자 가산점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심기가 상한 많은 남자들이 거의 반사적으로 외친 주장이다.이로써 여성과 군대라는 매우 복잡미묘한 문제가 마침내 공론의 장에 등장하게 됐다.최근까지 군대는 의심할 여지없는 남성의 영역이었다.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영역이었듯이.남성과 여성은 이른바 ‘신성한 국방의 의무’와 ‘신성한 어머니의 의무’를 통해 나름대로 국가의 존속과 안보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남성지배사회에서 군인들은 사회적 명예와 각종 유무형의 특권을 보상받았지만 어머니들은 사적인 영역에 은폐된 채 아무런 사회적 대가도 받지 못했다.흥분한 남성들은 ‘2년 몇개월의 피눈물나는 군대생활을 너희 여자들이 이해할 수 있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한다.그렇다면 그들은 ‘출산과정의 고통과 완전히 무력한 한 생명을 탈없이 키우기 위해 최소 수년간 자유로운 자신의 삶을 유보당해야 하는 여성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가?‘군생활로 머리가 녹슬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는 그들과 육아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힘들게 쌓아온 직업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들 중 누구의 불이익이 더 클 것인가? 여자도 군대에 가라는 주장에는 좀 뻔뻔스러운 구석도 있다.전쟁과 군대는남자들이 일으키고 만들어 온 것이고 여자들은 지금까지 ‘그들의 역사’에서 오히려 희생자 노릇을 했을 뿐이다.자기들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반인륜적 싸움판에 왜 ‘평등하게’ 끼어들지 않느냐고 눈을 부라리는 모습은어쩐지 우습다.하지만 원인이야 어찌 됐든 여자라고 해서 국방과 무관하다는 얘기는 아니다.여성의 주도 아래 성역할 구분이 크게 흐려지고 ‘신성한 어머니’보다는 동등한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여성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제군대도 더이상 금녀의 구역이 아니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군대 내에서 여군이 차지하는 비중과 군대에 가고 싶어하는여성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군의 고위직도 차츰 여성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미국에서는 여성 3성장군이 나왔고 프랑스에서는 여성 해군사령관이 등장했으며 노르웨이에서는 여성 잠수함함장이 출현했다.이처럼 군이 여성에게 다양한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현실은 여학생 사관학교 입학 허용 등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의 군대진출에 대한 여성의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하나는 동등권적,혹은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찬성하는 입장이다.첨단기술전쟁이란 특징을 지닌 현대전에서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못할 게 없고 군대조직과 문화가 남성권력의 유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현실에서 여성의 진입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여성의 동참으로 군대가 덜 폭력적이고 더 인간적인 조직으로바뀔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한다.반대하는 쪽은 여성의 군 진출이 동등권과는 상관이 없으며 결국 사회의 군대화를 강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군대는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할 필요악이며 여성의 역할은 평화운동을 통한 군축 내지 군대 해체에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나는 후자의 입장을 지지해왔다.하지만 며칠전 PC통신에 들어갔다 나온 후로 생각이 달라졌다.여성단체가 ‘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북한이 지원하는 이적단체’이며 위헌소송을 제기한 여대생들이 ‘빨갱이’라니,하루라도 빨리 여자도 군대에 가자고 주장해 페미니스트들이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해야할 것이 아닌가? 단,조건이 있다.징병제든 지원병제든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국방에 기여하게 한다면 여자를 남자보다 열등하게 취급하는 호주제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또 출산까지 담당해 국가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여성들의 ‘사기’를 위해 국회의석의 최소 50%는 여성몫으로 할당해야할 것이며 맞벌이 부부의 가사와 육아 분담의무를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아니,어쩌면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군생활을 통해 ‘진짜 가시내’로 단련된 여성들이 그 정도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멀리 있는 법까지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김신명숙‘if' 편집위원·작가
  • [대한광장] 여성은 아직도 ‘주변인’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흠칫 가슴 뭉클한 광경이 있다.그것은 우리와 생김새가 닮은 인디언들을 만날 때인데 거대한 지배구조의 언저리에 붙어 살아가는인간 실존의 슬픈 모습으로서, 소수민족으로 그리고 주변인(the marginal man)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저물어가는 밀레니엄의 한국 언론을 장식했던 옷로비와 국회 내 여성 의원에 대한 폭언이라는 두 사건은 이러한 ‘주변인’으로서의 여성의 실존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었다.옷로비사건은 왜 그렇게 떠들썩했는가.여성,사치,로비,부패가 얽혀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희화적이겠으나 이제까지 관행이라고까지 여겨져 왔던 거대한 커넥션구조가 사라져야만 하는 시대적 당위성과결코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현실 사이의 갭을 드러낸 사건으로서 주목을받았는지 모르겠다.이제 사라져야 할 과거의 관행이 마지막 꼬리를 들킨 사건으로서 어쩐지 손가락질하면서도 개운치 않음은 그것이 다만 그들만의 모습이 아니요,크건 작건 간에 우리의 자화상이고 그것을 지탄하고 들추어내는사람들의어제의 관행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 여성들은 또 다른 측면으로 거대한‘마녀사냥’의모습을 본다.같은 여성으로서 창피하다는 말 속에서도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왜냐하면 개인의 도덕성 결핍으로만 치부하기에는 힘든 거대한 구조적 뿌리가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남성들이 그동안 얼마나 큰 떡을 주무르고 건네주며 꿀꺽 삼켰는가라는 말로 대응하고 싶진 않다. 개인적으로‘기(氣) 센’여성들에게 당하는 남성들의 집단 몸부림을 동정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아직 제거되지 않는 단단한 가부장적 지배의 뿌리가 감추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청문회에,검찰에 불려 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은 그러한 거대 지배구조에 따라붙은 왜소한 여성들의 구조적 희생의 모습으로 차라리 서글픈 광경이었다.그 여성들은 자신들이 사회의 중심에 위치해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역시 그들은 주변인이었고 남성들의 행태를 모사했을 따름이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존엄한 국회 안에서 벌어진 우리 사회의‘일상적인’욕설이다.일상 속에서 숱하게들어온 욕설이 왜 그렇게 비상식적인 폭언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가.지엄한 국회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높으신 국회의원신분에 퍼부어졌기 때문에? 그보다는 국회 밖 일상 속에서 전(全)여성의 비하받는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서글픈 것이다.한때 국회에는 남장(男裝)한 여성 국회의원도 있었다는 것은 이러한 남성 중심 사회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일 것이다. 위 두 사건은 여성을 피해자로,가해자로 만들면서 남성 지배구조의 거대한음모를 숨긴 채 정당적 차원에서 이용당하기도 했다.여성들은 상냥하게 접근하는 소수 페미니스트 남성들의 친절로는 치유되기 어려운 집단적 상흔을 갖고 있다.그런데 여성의 이러한 주변적 지위가 개선되기 힘든 것은 가족제도속에서 여성들이 남성의 보호막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주의 속에서 여성들은 오히려 이러한 가부장적 남성 중심 구조를 확대재생산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아들 선호사상,고학력주의 등은 이러한 여성피해의식을 보상받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가부장적 모습이 아닐 수 없다.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그러한 의미에서 어느 정도는 여성의 자기 인식이나 집단 연대의식을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공모의 덫을 들추는 자는 독신여성이거나 투사와 같은 여성들인데 사실 이들만이 주변인인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인 권위주의를 타파하는 일은 무엇보다 이러한 가부장적 지배구조를 타파하는 일이요,이것은 여성의 지위를 개선한다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난마와 같이 얽혀 있는 사적 착복체계와 부패구조를 청산하는 일인 동시에 새 밀레니엄에 상생(相生)의 구도를 안착시키는 일이다.그리고 이 일의 첫 걸음은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구조에 여성들이 기생적(寄生的)으로 공모하지 않는 것이다.새 천년에는 한국 여성들이‘남자의 여자’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김명숙.상지대 교수·정치학
  • [21세기 문화프론트라인](1)생태주의

    ‘문화의 세기’ 21세기가 힘차게 시작됐다.21세기의 첫 해인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정한 ‘새로운 예술의 해’이기도 하다.변혁과 진보,신생의 기대 속에 출발한 새 세기 문화예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문화현장 최전선에 있는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21세기에 강세를 보일 문화계 새 조류를 전망해 보는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마련한다. 사례1.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3만평 규모의 공동체마을.태양열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가능한 자원으로 에너지를 충당하고,물은 자체 순환시스템을 이용한다.쓰레기는 퇴비화하거나 철저하게 분리수거한다.단지 안에는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을 포함한 생태주거지역과 자급자족의 생산지역,그리고 휴식과교육을 병행하는 자연환경보전지역이 조화롭게 이웃한다. 사례2.서울 중구 중림동의 6층 건물.온실과 발코니의 활용,지붕과 벽면 녹화로 태양열을 최대한 흡수한다.지하정원을 만들어 빗물을 이용한 친수(親水)공간을 조성하고,천연도료·실내정원 등으로 쾌적한 실내환경을 유지한다. 건축은 인간 편의를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정복해왔다.그리고 그 폐해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지난 세기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떼어놓고,인간에게서 자연을 빼앗아온 건축.21세기에는 둘을 화해시킬 다른 얼굴의건축은 없는 것일까.1970∼80년대 이미 이런 고민에 빠진 유럽의 건축전문가들은 생태건축에 주목했다.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건축.한마디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친환경적인 방법을대안건축의 지표로 삼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를 ‘삶의 질’향상과 동일시해온 우리나라가 이 방면에 눈돌리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전.그 중심에 98년9월 문을 연 생태건축연구소(공동대표 이윤하 김진택 이남수)가 있다.앞에 소개한 두 사례,간디학교의 생태마을과 서울 도심의 한 생태건축물이 현재 이 연구소가 진행하는 핵심 프로젝트이다.기본 설계는 모두 끝났고,착공 날짜만 기다린다. 연구소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이윤하씨(37·노둣돌건축사무소 대표)와 김진택씨(37·건설노동자공동체 우리건설 대표)가 IMF로 사무실을 합치면서 출발했다.생태건축에 관심이 많던 두사람은 이참에 일을 벌이기로 의기투합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이남수씨(38)를 동참시켰다.생태건축에 대한 설계와 시공,연구·평가가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건축도 생명으로 인식해야 합니다.수명이 다했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할까요.생태계 순환고리안에 건축을 머물게 하는것,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건축의 핵심입니다.”(이남수)생태건축이 단순히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어떤삶을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태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막연히 시골에 내려가 흙집을 짓고 살아야 하는 걸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러나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자연환경과의 소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생태마을을 형성하기 쉬운 시골보다 오히려 도시에서의 생태건축이 더욱 중요한 과제입니다.”(이윤하)김진택씨는 “많은 사람들이 초기 투자비를 이유로 생태건축을 망설이는데,장기적인 유지·관리 측면에서 보면 일반 건축비보다저렴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발상의 전환.무한정한 개발의 보고로만 여겨온 자연을 이제는 우리삶의 동반자로 끌어안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두 프로젝트외에서울 성내동의 건물,전남 영암의 유치원,경주 생태마을 등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연구소는 앞으로 녹색운동연합 전국귀농운동본부 등 다른단체와도 인력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첨단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들의 생태건축철학이 21세기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그 해답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이순녀기자 coral@ **생태건축 정부 지원속 환경보전·삶의 질 높여 독일 북부 도시인 킬의 주민들이 가꾼 킬하세 생태주거단지는 가장 성공적인사례로 꼽힌다. 재생 및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만으로 지은 이 주거단지는 환경의 질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인 건축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6년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주정부로부터 불하받은 땅에건축가와 주민이 합심해 91년 착공한 이 마을은 건물 모두가 흙벽돌 목조종이솜 줄판지 등 자연재료를 사용했다.빗물은 자연경사로를 통해 지하로 들어가며,주민들이 쓴 생활하수는 지하유수관을 통해 연못에서 자연정화한 뒤 다시 생활용수로 공급된다.음식물 쓰레기는 분뇨와 섞어 퇴비로 이용하며,자체 발전기를 통해 마을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한다. 마을은 주정부 환경청으로부터 에너지 절약에 관련된 시설비와 유치원의 경영비용을 보조받았다.85년완공된 하노버지방의 야생잔디지붕 주거단지와 샤프브릴 생태주거단지도 유명하다. 일본은 91년 말 민간기업으로 환경공생주택위원회를 구성해 환경보전형 주택건설을 주도하고 있다.키타큐슈에 조성된 지구마을의 집은 집주위나 통로 등의 지표면을 그대로 남겨두거나 투수성이 있는 재료로 포장해 빗물이 흙으로흡수되도록 했다. 또 부지내에 얕은 여울이나 연못을 만들어 물을 순환할 수있도록 하고, 태양전지 판넬과 풍력발전기를 지붕 위에 설치해 보조전원으로이용하게 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0∼50%의 에너지소비를 절감하는 한편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량도 줄였다. 동경 외곽에 위치한 지구마을 역시 태양에너지 집열판과 풍력을 이용한 우수활용 등의 시스템이 적용된 첨단 환경보전형 집합주택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는 빌리지 에이커마을은 20대에서부터 60대까지다양한 인종과 직업을 가진 30여 주민이 태양집열판으로 전기와 온수를 공급받으며 공유건물과 2채의 복합건물에서 생활한다.샌디에고 동부의 하이메도우 주택단지는 수자원 이용을 최소화하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이순녀기자] * 생태주의 문화조류 데카르트·뉴턴 등 17세기 자연과학자와 사상가들에 의해 확립된 서구의 근대적 자연관은 세계에 대한 기계론적 해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그것은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와 물질의 무한한 이용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이론이되어왔다.이와 같은 자연관 위에서 진행된 근대화·산업화 과정은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론 인간과 자연의 생존을 위협하는 전지구적인 환경위기를 초래했다.그 어느 때보다도 환경의 파괴가 심각한 지금,인류에게 던져진 가장 절실한 화두는바로 생태주의다. 생태주의란 생태학의 기본정신을 말한다.19세기 중엽,생태학이라는 용어를처음 쓴 독일의 생물학자 겸 철학자 에른스트 헤켈은 생태학을 “자연의 경제에 관한 지식의 총체”로 정의했다.이러한 생태학 혹은 생태주의는 근래모든 학문에 걸쳐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사회과학 분야는 물론 인문과학 쪽에서도 이미 생태주의 바람이 불었다.사회생태학,녹색정치학,녹색경제학,녹색사회학,녹색인류학,녹색법학,생태철학,생태윤리,생태 페미니즘,생태 아나키즘 등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문학예술가들은 지금까지 생태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여 왔다.서양문학가들은 자연을 정복이나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온 서구 세계관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고,동양문학가들은 주로 경제개발의 피해와 정치이데올로기의 문제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문학생태학이라는 개념 틀 안에서 생태의식을 고취하거나 생태학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문학의 녹색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추세다.생태문학에 관심을 기울여온 문학평론가 이남호교수(고려대)는 “굳이 녹색문학이라 이름 붙이지 않더라도 모든 문학은 이미 녹색인 것이며,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녹색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환경을 중시하는 녹색 감수성과 생태학적 상상력은 미술분야에서도 예외없이 꽃을 피우고 있다.‘환경미술’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아직 학술적인 용어로 정리돼 있지 않다.생태환경미술,환경조각,환경조형물,환경설치미술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환경미술은 일단 도시환경을 보다 아름답고 조형적으로꾸미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품을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국내에서는 최근 ‘환경기획전:동강별곡’이 열려 환경생태미술의 성가를 높였고,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한 ‘99환경미술제-광화문 프로젝트’는 환경의 중요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생태주의는 무엇보다 지구 생태계가 부분과 전체,개체와 환경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유기적 통일체라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인간과 자연이 진정으로 화해하는 생태학적유토피아.21세기의 희망인 에코토피아(ecotopia)의 건설은 녹색 사유를 내면화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김종면기자 jmkim@
  • [여성의 세기 첫해 여성운동 방향] 여성 전문가 鼎談

    21세기를 ‘양성평등시대’ 혹은 ‘여성의 세기’라고 한다.여기에는 여성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것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여성의 세기 첫 해,여성계는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있을까. 손봉숙(孫鳳淑·56)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과 이혜경(李惠慶·47)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그리고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의모임 고은광순(高殷光順·45)운영위원이 한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손봉숙 200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올해 여성계도 많은 과제가 있습니만 4월 총선이 있는 만큼 정치 참여문제가 가장 우선적인 관심사가 될 것 같습니다. 20세기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저조했습니다.그러나 91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여성과 정치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무너지기 시작했지요.‘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라는 구호가 등장하고 정치를 생활과 밀접한 것으로 여기게 되면서 정치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생활정치’란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고은광순 그동안 정치는 특별한 여성들이하는 것으로 여겨온 것이 사실입니다.그러나 21세기는 여성 대중들도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어야 합니다.그런 점에서 최근 결성된 ‘여성정치세력화 민주연대’(대표 張夏眞)는 여성의 정치참여 활성화에 큰역할을 할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혜경 정치참여는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잘 진행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80년대 중반부터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이 조직,법과 제도를 바꾸는데 기여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여성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그러나 여성들의 정치진출 방식이 기존정당으로부터 비례대표(전국구)를 얻는데 그쳐여성들이 정치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앞으로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지방의회에서 시작,그 세력을 넓혀가는 등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 ‘정치참여를 위한 범정치연대’‘여성정치네트워크’등 단체가 있으나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현재 여성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56.8%로 이를 조직화할 수 있다면 여성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조직화가 과제입니다. 여성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16대 총선을 여성의 정치참여를 늘리는 역사적인 전환기로 만들기위해 후보자교육을 비롯,유권자,공명선거단 교육을해 온 만큼 성과가 기대됩니다. ?고은 호주제와 관련,전국 강연을 다니면서 여성지도자들 사이에도 여성의식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습니다.가부장제의 폭력성이나 그밖의 많은 여성들이 갖는 문제와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저는 지역사회여성운동 확산을 통해 보다 많은 여성들이 여성문제의 본질을 제대?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손 여성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한 장기전략으로 지난 98년 ‘의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단체를 결성했습니다.이는 지방의회를 모니터하면서 정치를 공부,여성들도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하기 위해서였습니다.지방의회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기르고 이를 기반으로국회로 진출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물론 당면목표는 이번 총선에서 20명 여성의원을 내는 것입니다. ?이 20명을내는 방식과 통로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중인가요. ?손 당선가능성이 높은 여성들이 지역구 여러군데서 출마의사를 밝혀 많은기대를 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비례대표에서 얼마나 자리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지요. ?고은 흔히 20% 이상이 돼야 자생력이 있다고 하는데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손 ‘임계수치’라고 하는데 이는 한 물질의 성질이 바뀌려면 이물질이 15∼20%는 섞여야 한다는 것으로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이 여성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남성 국회의원들의 여성 국회의원에 대한 폭언이 난무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고은 그것이 바로 호주제로 인해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20세기 성과 중하나가 바로 가족법 개정이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현재 남아있는‘호주제’는 양성평등사회로 가는 걸림돌입니다.호주승계순위에 의하면 손자가 할머니나 어머니보다 우선합니다.이는 모든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법감정을 심어주게 되지요.제가 호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여성들이성감별을 통해 여아낙태 등으로 건강을 해치면서도 아들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서 입니다.부계혈통주의를 부모양계혈통주의로 전환하지 않고는 남성우월적인 의식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여성의 시각으로 문화예술운동을 하면서 비가시화된것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합니다.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성(姓)문제를 생각해봤습니다.나의 성은‘이’만이 아니라 부모는 물론 그 이전 조상들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며 많은 성들이 담겨 있습니다.그런데 호주제라하여 부계성만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거짓말’이며 ‘속임’입니다. ?고은 호주제는 20세기에 청산했어야 할 과제였습니다.최근 유림측 관계자로부터 호주제 폐지에 대해 찬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이는 중요한 변화지요.그러나 지금도 시조가 누구냐는 숙제를 내주는 중학교가 있는데 이는 부계혈통을 뿌리찾기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가족법 개정,호주제폐지를 반대했던 유림들이 최근 ‘유교와 페니미즘’이란 주제로 유학자와 여성학자들이 자리를 같이하는 등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더군요.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으로도 볼수 있지만 여성운동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손 90년대는 여성지위향상과 관련된 많은 법들이 제정됐습니다.적어도 법·제도적으로는 양성평등사회 기초를 마련한 셈입니다.그러나 아직 의식적인 면에서는 이에 못미치는 것 같습니다.의식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바로 여성운동이나 문화운동의 과제가 아닐까요. ?이 80년대 운동이 과제나 이슈중심으로 구호와 관념적이었다면 90년대 여성운동은 여성의 욕망,쾌락,몸,성(性) 등을 다양한 처지의 여성들이 여러가지 매개체를 통해 표현해 왔습니다.그런 가운데 새로운 종류의 담론들이 제기되면서 여성들이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고은 여성이 인격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사회풍토 속에서는 여성들의 주장이 공허해 보일수 있습니다.위계질서·상명하복·권위적인 것을 떠나 수평적인 질서,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손 21세기 지식기반사회는 개인의 창의성을 요구합니다.창의성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만들어집니다.그런 점에서 정치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합니다.남을 지배·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편안하게 살수있도록 배려하고 봉사하고 서비스 하는 것으로 말입니다.예로 맑은 물을 마실 권리,깨끗한 공기,밤에 안전하게 다닐수 있는 등 일상생활의 ‘행복추구권’ 보장이 정치의기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욕망을 가진 사람이 말하고 말하는 자가 얻을 수 있습니다.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사회관계가 얼마나 권력적이고 억압적이며 이것이 역사적으로 축적돼 온 것인가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인식의 토대위에 민주적인 관계를 맺고 만들어 나갈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손 후보로 나올 사람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여성후보라면 소속정당에 관계없이 여성계가 연대하여 협조,지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은 여성의식은 없으면서 자금이 풍부해 정치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그런 사람들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지해주어야 하나요. ?손 지금은 여성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여성의식이 없더라도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의식화는 가능하니까요.페미니스트가 아니어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입니다.하지만 여성주의 시각을 갖지 않은 남성,여성에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남성들은 여성유권자들이 외면해야 합니다.이런 사람은 뽑지말자고 ‘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미국에는 ‘깨끗한 소비자’(CLEAN CONSUMER)라는 단체가 있습니다.생산단계부터 완성된 물건이 나오기까지 노동자를 착취하지는 않았는지 등 전과정을 철저하게 감시,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이지요. ?손 NGO의 영향은 큽니다.저는 NGO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기때문에 생계부담을 가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활동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 NGO에 참여함으로써 삶의 보람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스스로 할일을 찾아가는 것이지요.전업주부들의 경우 처음 문을 두드리기는 쉽지 않을것입니다.기존단체에 가입하거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고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나가는것이죠. ?고은 호주제 폐지운동도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단체협의회,한국가정법률상담소,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의모임 등에서 현재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가정법률상담소에서는 헌법소원을 계획하고 있는 등 여성단체들이 이를 주도해왔습니다.NGO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손 앞으로 정치는 권력이 아닌 선택할수 있는 직업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평등교육을 받은 신세대들은 남녀차별 사상을 갖거나,정치는 남자들의 것이라는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리 강선임기자 sunnyk@
  • 망년회를 화랑에서?

    갤러리에서 명화를 감상하며 망년회를 보낸다.드라마에서나 나옴직한 일이실제로 정부 중앙부처에서 이뤄질 참이어서 화제다. 중앙인사위원회는 30일 저녁 65명 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갤러리 소호’에서 망년회를 갖는다.명화를 감상하며 담소를 나누고 식사는 인근 대중음식점에서 주문한 조촐한 음식으로 대체한다.술은 포도주로 통일했다. 이번 망년회는 김광웅(金光雄)위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페미니스트’로 소문난 김위원장은 일찍부터 ‘술에 젖은’ 망년회말고 직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행사를 준비한 중앙인사위 관계자도 29일 “지난 5월 위원회 출범 이후 거의 매일 야근을 했지만 이렇다할 회식 자리 한번 마련하지 못했었다”며 “판에 박힌 망년회보다 뜻있고 보람있을 것 같아 갤러리 망년회를 기획하게됐다”고 말했다. 중앙인사위는 망년회 비용을 줄여 지난 27일 서울 합정동 ‘한국어린이보호회’를 찾아 옷가지와 장난감 등을 전달했다. 홍성추기자 sc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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