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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는 여성시대] 1. 정치지도자(상) 여왕‘대통령

    ‘여성성(性)의 회복’이 21세기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전쟁과 폭력과 살상으로 점철돼온 20세기의 인간성을 지배해온 것이 ‘남성성(性)’이었다는데서 오는 자성의 소리가 높기 때문이다.“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사건은 여성해방의 시작과 남성우위의 붕괴”라고 에리히 프롬도 일찌기 설파했듯이 21세기의 가장 혁명적인 사건은 새로운 성(性)패러다임의 변화임을 예측하기어렵지 않다.대한매일은 이 새로운 성패러다임의 예측을 위해 20세기 각분야에서의 전현직 세계여성지도자들의 소개와 여성운동의 현주소 등을 시리즈로기획,‘여성성’의 실체를 다양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이해심,인내심,공평성 등 대부분 모성애의 특성으로 표현되는 여성성이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분야로는 정치분야가 꼽힌다.20세기 인류사회에 저질러져온 전쟁과 폭력과 살상의 대부분이 바로 정치적 결단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 200여개의 국가 가운데 여왕이나 여대통령을 국가수반으로 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7개국,2차세계대전 이후로부터 따지면 모두 44명에 달한다.한편 여성총리는 모두 22명이고 그 가운데 현직은 3명이다. 이같은 수치는 2차대전 이후 세계 정치지도자의 총 수가 1,200여명 이라는통계와 비교해볼때 0.5%의 지극히 미미한 비율이다. 수반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 등 일반 정치인의 비율에 있어서도 여성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진다.1998년을 기준으로 여성의원 비율이 가장 많은 국가는 스웨덴으로 40.4%,다음은 노르웨이 39.4%로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인도네시아 12.6%,필리핀 11.5% 등 아시아국가들은 현저하게 낮고 민주주의의 선도국인 미국도 12.6%에 불과하다.한국의경우는 더욱 떨어져 3% 정도 수준이다.따라서 유엔개발계획(UNDP)이 계량화한 여성세계화지수 순위가 한국은 정치·경제발전에 훨씬 못미치는 73위에머무르고 있다. 현직 여성 국가수반 가운데 그 상징성이나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은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73).52년 2월 부친 조지 6세의 뒤를 이어 윈저가의 네번째 왕으로 즉위한 그녀는 15개 영연방국의 상징적 국가원수이며 세계 최장수 여성 국가원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59)는 72년 즉위 이래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부친 프레데릭 9세의 뒤를 이은 그녀는 옥스포드 고고학박사이자 화가로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네델란드 여왕 베아트릭스(61)는 80년 4월 어머니 줄리아나 여왕에 뒤이어등극했으며 1890년에 등극한 외할머니 빌헬미나 여왕 등 3대 여왕으로 유명하다. 현직 여성대통령으로는 스리랑카의 찬드리카 쿠마라퉁가(54),아일랜드의 매리 매컬리스(48),라트비아의 바이라프라이베르카(62),파나마의 미레야 아리아스(53) 등이 있다. 쿠마라퉁가는 어머니 반다라나이케가 현직 총리로 있어 모녀정치인으로 유명하며 88년 야당당수 이던 남편 암살 이후 정계에 투신했다.매컬리스는 매리 로빈슨전대통령의 후임으로 최초로 여성끼리의 지도자교체 사례를 남겼다. 프라이베르카는 의학·심리학 박사학위와 5개 외국어를 구사하는 석학인 동구 최초의 여성대통령.지난 9월1일 취임한 아리아스 대통령은 사망한 전대통령 아르눌포 아리아스의 미망인으로 올 연말 미국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이양받는 대역사를 앞두고 있다. 라윤도 국제팀장 ranuma@ * 여성해방 운동사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권리찾기에 나선 것은 20세기가 다되어서였다. 그 이전까지 여성의 지위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또 법률적으로 남성에 예속된 신분이거나 아니면 소외된 계층,그 자체였다.20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한 페미니스트 운동의 결정적 동기부여는 여성들의 참정권과 함께 재산권 획득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실제 서양 여성운동사에서 페미니즘의 기원은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을 경험한 중산층 여성들이 자유주의적 신념을 자신들의 권리신장과 연결시키기시작한 1840년대를 기점으로 한다. 재산권의 평등한 향유라는 목적으로 시작된 중산층 여성들의 페미니스트 운동은 이후 공창(公娼)제도 폐지,반음주,반폭력 등 가정내 여성을 위협하는남성적 악의 척결이라는 사회정화 페미니즘 운동으로 전개되어 갔다. 미국에서 1839∼98년 사이 금주령을 투표로 통과시키기 위해 여성들이 참정권 획득의 캠페인을 광범위하게 벌였던 사실은 대표적인 예이다. 참정권 문제가 지상최대의 과제였던 19세기 후반의 여성운동은 영국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단식투쟁을 벌이고 창문을 부수는 등의 폭력성을 띨 정도로 과격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영국은 20세기초인 191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30세 이상의 여성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으며 미국 역시 1920년에야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 1920년대와 30년대에 걸쳐 서구 각국에서는 여성의 투표권 획득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법적평등이 달성되었다. 그러나 이를 정점으로 페미니즘 운동도 서서히 침체국면에 들어가면서 보수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공황기때인 1930년대는 여성들이 남성들의 일을 훔쳤다는 원망까지들으며 미국 등지에서는 반(反)페미니즘 분위기가 팽배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진보적 여성해방운동’ 또는 ‘전투적 페미니즘’ 이름으로 새로운 여성운동이 일기 시작했다.특히 래디칼 페미니즘을 주도한 미국의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은 강간,아내구타,어린이 성폭력,낙태 합법화,동성애 등을 여성해방운동의 주제로해 또다른 차원의 여성권리를 앞세웠다. 20세기말,확대된 여성해방운동의 이념은 이제 정치·경제 영역뿐 아니라 사회 각 영역의 대안적 사유방식으로 자리잡으며 서구뿐 아니라 제3세계까지도확대되고 있다. 이경옥기자 ok@ * 세계 여성해방운동 주요연표 ▲1848 세계 최초의 여성권리대회 미국 세네카 폴즈 개최.▲1903 영,여성 사회정치연합(WSPU) 창설.▲1918 영,여성 참정권 획득.▲1923 미,전국 여성당헌법 수정안(남녀 평등권) 의회 제출.▲1936 미,산아제한 합법화.▲1949 프,시몬 드 보봐르 ‘제2의 성’ 출판.▲1950 미국의 여성취업률 30%.▲1960 미,식품의약국(FDA)산아제한용 피임약(필) 인가.▲1963 미,여성운동의 어머니베티 프리던 ‘여성의 신비’출판.▲1964 미,시민권리법안 제정-EEOC(고용평등기회위원회)설립.▲1966 미,최대의 여성조직인 ‘NOW’ 베티 프리던에 의해 조직.▲1968 미,‘뉴욕급진여성’단체 미스 아메리카대회 반대 데모.▲1973 미,대법원 임신중절권 합법화.▲1988 바버라 해리스 신부,최초의 성공회여성주교로 서품.▲1995 제4차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 ‘99여성미술제 9월4일∼27일‘페미니즘 미술’재조명

    ‘99 여성미술제가 다음달 4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다. 페미니스트 예술단체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문화관광부와 문화예술진흥원의 후원을 얻어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여는 이 미술제는 ‘팥쥐들의 행진’이란 부제로 기획되었다.윤석남 미술제 운영위원장은 “여성미술이 ‘여성에 의한 미술’ 이상의 의미로 대두되고 페미니즘 미술이 한국 화단의 한 흐름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현 시점에서 여성미술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미술제를 개최한다고 강조한다.김홍희 전시기획위원장은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착한 콩쥐아닌 팥쥐로 비춰지는 여성 미술가들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은유하기 위해 ‘팥쥐’ 부제가 붙여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1부 ‘역사 속의 팥쥐’ 역사전과 2부 ‘21세기 팥쥐’ 주제전으로 나눠진다.실물전시전에는 120여명의 근·현대 여성작가의 작품 160여점이 선보인다. 역사전 중 조선시대와 근대 1920∼1950년대 등 앞부분은 지상도록전으로 대신한다.이어 1960∼1980년대를 회고전으로 살펴보는데 이성자 천경자 등 여성으로서 미술가의 길을 꾸준히 걸어갔던 여성작가들을 주목해보는 ‘여성미술과 모더니즘’,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열기와 함께 등장한 본격적이고 자각적인 페미니즘 미술운동을 살펴보는 ‘여성미술과 현실’로 이뤄진다.여기에10월 모임,여성미술연구회,둥지 등이 소개된다. 2부 주제전이 이번 미술전의 주축으로 이불 등 67명의 90년대 현역작가들이 나온다.잘 알려진 작가 못지않게 일반에 낯선 작가도 적지 않다.작품들을‘여성의 감수성,여성과 생태,섹스와 젠더,제식과 놀이,집 속의 미디어’ 등 5개 주제로 나눠 살펴본다.김선희,임정희,김홍희,오혜주,백지숙 등이 큐레이터로 참가하고 있다. 큐레이터들은 2부 주제전에서 여성들간의 차이와 이질성을 표명하고자 했다고 말한다.20대말에서 60대 연령에 이르는 다양한 작가들의 이질적 작업을한 공간에 펼쳐 보임으로써 차이를 가시화,비 페미니즘적인 것까지도 포용하는 확장된 개념의 페미니즘을 여성미술의 새 지표로 제시해 본다는 것이다.(02)3477-0346. 김재영기자 kjykjy@
  • ‘몸’-철학의 주요 테마로 돌아왔다

    “나는 전적으로 몸이며,그 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영혼은 몸에 대해 어떤 것을 일컫는 말에 불과하다.”문명의 ‘내과의사’라고 자처한 니체는 이처럼 ‘몸’은 존재론적으로 정신보다 우월하다고 말했다. 니체가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에 바탕을 둔 이성과 자아 중심의 서양철학에 반발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 ‘몸’(Human Body)이 철학적사유의 주요 테마로 돌아왔다.왜 지금 ‘몸’의 담론이 활발해지는가.플라톤 이래 철학의 변방에 머물러 왔던 몸에 대한 논의와 저술이 풍성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이성·노동·성적 차별 등의 억압으로부터몸을 해방시키기 위해 몸의 담론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한다.절제와 생산을 미덕으로 여기던 고전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업주의적 대량 소비와 레저 중심의 사회로 바뀌며 몸의 억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해 졌다.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아닌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반발,사회현상의 변화,과학기술의 발전,페미니즘 등도 ‘몸’을학문적 담론의테마로 만들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중심 사회에서의 여성 몸의 학대와 통제,그리고 상업광고나 포르노그라피에 의한 여성 몸의 오도된 상품화 등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그러한 반발은 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인공장기의 개발은 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고 성형수술은 몸의 정체성을 변화시켰다.몸에대한 이러한 급격한 의미변화는 당연히 몸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몸을 서양철학의 담론으로 끌어 들인 사람은 19세기 프랑스의 멘느 드 비랑이었다.그후 니체 등이 몸에 대한 뛰어난 성찰을 남겼으나 몸은 철학 담론에서 늘 고아였다. “몸은 90년대 들어와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학문적 테마가 된 후유럽·미국·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이정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말한다.그는 “메를로-퐁티는 신체와 자각을 모든 인식·행위의 준거점으로 보고 현상학적인 논의를 진행시켰으며 미셸 푸코는 신체를 계보학적으로 다루고 들뢰즈와 가타리는 신체와 욕망을 기초로 세계사를 해석했다”고 설명한다.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서양철학에 가리워져 있던 몸의 담론이 3∼4년 전부터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서양과는 달리 동양 철학에서는 몸이 옛부터 중요한 주제였다.“인도철학에서는 몸의 의미를 규명하는 것이 늘 철학의 핵심 주제였다.인도철학은 특히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종교철학이며 종교와 철학은 삶 그 자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몸은 중요한 철학적 탐구 대상이었다”고 이거룡동국대 인도철학과 강사는 말한다.조민환 성균관대 철학과 강사는 “중국의유가철학은 기본적으로 마음은 몸을 통해 드러난다고 본다.이때문에 항상 몸을 닦고 마음을 바로 하는 수양공부를 강조한다”고 말한다. 정화열 미국 모라비언대학 교수는 그의 저서 ‘몸의 정치’에서 “몸은 사회적인 것으로 연결시키는 탯줄이며 몸의 사회성이 의사소통의 기본 문법이다.모더니티를 장악해오던 비육체적인 이성의 해체는 모더니티의 종말이자포스트모더니티의 시작이다.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논리중심적 이론중심적 편향을 반대한다.”고 말한다.몸의 담론은 여성·환경·노동 등의 현실사회에서의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있다.자본주의의 효율·실용적 가치 우선 때문에 몸의 일부분만 착취당해 왔던 몸의 파편화·분절화 현상에 대한 반성이 나타나고 있다.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온 서양문명의 환경파괴에 대한 반성으로 자연과 몸을 하나로 보는 시각이 몸의담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몸은 특히 현대사회의 선전·광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몸이 왜곡된 형태로 상업화에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한다.한예로 여자의 육체와 관계없는 상품 광고에도 여자의 육체가 등장하는 일이많다.“신자유주의의 돌풍으로 몸의 왜곡된 상품화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될 것 같다”고 이승환 교수는 우려한다.그러나 마광수 연세대 교수는 “지식과 정신의 상품화는 긍정하면서 몸의 상품화를 반대하는 것은 몸 담론주의자들의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한다. 몸의 담론은 다양한 논의를 통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이승환 교수는 “몸에 관한 담론은 잊혀진 동양정신의 복권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말한다.정화열 교수는 “몸 담론은 ‘미래철학을 위한 서곡’일 수 있다”고예상한다.그러나 서양철학에서 몸의 문제는 아직도 변방에 머물러 있다. 이창순기자 cslee@
  • 한국 첫 여성서양화가 나혜석 삶 소설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유학생이자 여성해방운동의 선각자,서양화가,소설가,시인,그리고 독립운동가였던 나혜석(1896∼1947)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백년의 고독’(전2권,찬섬)이 나왔다.지은이는 80년대 베스트셀러 ‘애마부인’의 작가 조수비씨.조씨는 8년동안 가족과 친지의 증언,남아 있는 사료 등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파란만장한 나혜석의 삶을 재조명했다. 나혜석,특히 그의 화업은 계몽적 여성운동가이자 퇴폐적 자유연애자라는모순적 양면성으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나혜석은 춘원 이광수와의열애,천도교 교령이었던 최린과의 정사 등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다.또한 ‘삼천리’란 잡지에 이혼한 김우영 앞으로 띄우는 ‘이혼 고백서’를 발표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그러나 작가는 나혜석의 드러난 생활보다는‘나혜석식’ 삶의 이면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봉건사회에 홀로 당당히 맞섰던 신여성으로서의 삶,조선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진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나혜석 바로 알기 국제심포지엄’도열렸다.나혜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 때,‘페미니즘’을 이 땅에 처음 심은 그가 어떻게 소설을 통해 부활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깊이읽기]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

    가슴은 최대로 강조하고 엉덩이는 작게 보이려는 스타일이 요즈음 여성 패션이다.그래서 얇은 천을 몸에 딱 달라붙게 입는다.가슴이 큰 것은 모성을상징하고 엉덩이가 작은 것은 남성의 상징이다.모성도 중요하고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오늘날의 여성상이다.1900년대와 1950년대는 가슴이크고 풍만한 여성을 미인이라 했고 1920년대와 1960년대는 반대로 소년처럼마른 여성을 선호했다.왜 이렇게 미의 기준이 달라지는가.뒷 배경을 조사하니 노동력이 넘칠 때는 가정적인 여성이 필요했고 노동력이 부족할 때는 소년같은 여성이 필요했다.그러니 여성의 몸매란 얼마나 사회적인가. 우리는 흔히 나타나는 현상을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그러나 푸코가 지식을 권력의 산물로 본 이래 어떤 현상 뒤에는 그렇게 만든 권력과 사회적 맥락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게 된다.캐롤 타브리스(Carol Tavris)는 그녀의 책‘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The Mismeasure of Woman)’에서 현재 서구 여성운동이 지닌 맹점을 이런 맥락에서 살펴본다. 60년대의 탈근대,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중심주의와기존 권력에 대한 의심을 바탕으로 일어났다. 백인 서구 남성중심주의에 대한 반발 가운데서도 여성운동은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더 풍성한 이론과실천을 낳으며 진행된다.그리고 이런 운동은 몇 단계를 거치며 수정되고 보완된다.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그러니 지금까지 남성들이여성을 어떻게 종속적인 위치에 놓았는가 보자. 문학작품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어떻게 그려지는가,직장에서 여성은 어떻게 열등한 대우를 받는가.그래서여성들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닮으려하고 차림새도 남성적이 된다. 그러나 이런 전제는 지금까지 있어온 남성중심주의의 틀에 여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므로 여성의 특색을 무시할 뿐아니라 중심주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이제는 여성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여성작가를 연구해 보자.그런데 이것도 한동안 지속되니 여성이 더 우월하다는 암시를 주게된다.이제 남녀의 이분법을 벗어나 ‘여성적’인 특성을 중심주의의 대안으로 놓는다.남성의 단선적인 획일성보다 여성의 다성적인 열림이 탈근대의 패러다임이란 것이다. 이러한 단계에 속하는 여성운동으로 ‘생태 페미니즘’과‘문화 페미니즘’이라는 두 그룹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남성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보아 오늘날과 같은 환경문제를 일으켰다.문명의 주역이 저지른 훼손을 여성적인 보살핌으로 치유하자는 것이 생태 페미니즘의 입장이다.문화 페미니즘은 근대의 중심주의 대신에 타자를 인정하는 탈근대의 논리로 여성적인 것을꼽는다. 둘 다 모성을 찬양하고 소유대신에 관계를 중시한다. 긴 항해를 거쳐 여성운동은 이제 목적지에 도달했는가?여성의 특성을 나약함이 아니라 남성문화의 대안으로 내놓았으니 성공아닌가?그러나 이론은 멋진데 여전히 성차별은 존재한다.왜 여성은 직장에 나가면 여자답다는 소리를듣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남성적인 독립과 자유를 원하는가? 독재와 잔인함은남성만의 전유물이었을까? 남성들이 저지른 전쟁이나 착취 뒤에는 여성들의부추김이 없었을까? 타브리스는 이 두 그룹의 맹점을 지적하면서더 이상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을 이분법으로 갈라놓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여성우월주의는 남성우월주의와 똑 같이 성차를 고착시킨다.남성과 여성은 똑같지 않다.생물학적으로 다르다.그러기에 동등한 대우는 진정한 평등이 아니라 남성의 기준을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남녀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도 아니다. 만약여성은 정감있고 남성은 거칠다고 계속 주장하면 남성이 부드럽고 여성이 강인해질 기회가 언제 오겠는가.동등함도 다름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차라리 둘 가운데 좋은 것을 서로 나누어갖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 책은 특정한 이론을 주장하기보다 이분법적 여성운동이 권력을 은폐하는많은 예들을 사회적인 문맥에서 들려준다.모든 이야기는 무언가를 빠뜨린다. 이 빠뜨림을 챙기는 것 자체가 글쓰기이고 평등을 향한 운동이 아닌가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권택영 경희대 영문과 교수]
  • [대한매일 창간95] 21세기 문화기상도

    “정체나 후퇴는 없다.통합과 분화,첨단 하이테크와의 결합과정 등을 거쳐발전만 있을 뿐이다”문화예술계 인사들은 21세기에는 연극 등 전통예술에서 영상 등 첨단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한마디로 말해 21세기의 문화 날씨는 ‘아주 맑음’또는 ‘맑음’이라는 것이다.이는 문화적 창의성이 사회 및 경제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개인의 삶의 질을 고양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특히 통일시대를 맞아 민족 및 사회통합이 요구되는우리들에겐 문화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21세기 문화예술의 변화·발전 기상도(氣象圖)를 그려본다. ■총론 장르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통합되는 문화의 ‘M&A 현상’이 강하게나타난다.컴퓨터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다.최근 복합문화공간인 ‘아트센터’가 등장하고 있는 것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전시공간과소규모 야외극장을 갖춘 이 곳에서는 미술과 음악,마임,퍼포먼스 등 장르간의 통합예술,장르 간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연극 등 고전적인 문화예술도 나름대로의 영역을 지키며 변함없이 지구인들의 사랑을 받을것으로 보인다.19세기말 영화가 처음으로 등장,대중문화의 꽃을 피운 것처럼신매체 출현에 따른 새로운 문화현상의 출현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음악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규모 공연보다는 3∼15명 단위의 실내악단이활성화되고 레퍼토리의 전문화가 이뤄질 것이다.60년대 이후 시작된 원전연주(곡이 만들어질 당시의 주법과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하게 반영),또는 정격연주(원전연주+작곡 당시에 만들어진 악기 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연주하는 전문 단체들도 생겨난다.기존 작품의 재조명과 뒤집어보기 등도 보편화될 전망이다. 컴퓨터의 발달로 문화 향유자인 관객과 생산자인 연주자나 작곡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마니아들의 생산활동 참여가 쉬워진다.이들의 참여욕구는 미국에서 한차례 시도됐던 ‘두뇌오페라’처럼 사이버공간에서 전문가와 마니아가 함께 곡을 만들고 이를 공연장으로전송,바로 들려주고 평가받는 과학과음악의 벽허물기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연극·무용 전반적으로 사이버 문화가 득세하겠지만 전통적인 공연예술도 독자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점쳐진다.사이버 문화는 자칫 소외,탈인간화 등 인간적 요소의 상실을 가져오는 ‘어두운 측면’을 안고 있어,인생의깊이와 감동 등 인간의 체취를 다루는 연극 등 공연의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정보통신 및 매체의 발달에 따른 문화적 획일화에 대한 반발이 일면서각 나라들이 자신들의 정체성 유지에 나서게 된다.이는 공연예술,축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형태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인들도 자신의 것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연극은 대사가적어지고 춤이나 영상으로 대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무용은 테크놀로지와의결합이 두드러진다. ■미술 컴퓨터 그래픽 등 첨단 하이테크와의 결합을 통해 분야가 세분화되고 다양화된다.21세기는 ‘순간적인 것’,‘사건’,‘이미지’ 등을 의미하는 ‘시뮬라르크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 원본과 모사품이라는 개념이 사라질 뿐아니라 모사품이 원본이 되고 인공의 상황이 현실이 되는 ‘시뮬라르크’의개념이 대두된다.이런 맥락에서 보면 가상공간에서만 가능한 시각예술을 창조하거나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시각물이라 해도 그것을 웹의 환경과 특성에맞게 재가공한 미술사이트가 각광을 받게 된다. 눈을 국내로 돌리면 한국미술계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다.언더그라운드,키치,미디어,퍼포먼스,비디오,멀티미디어,페미니즘 미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영상 21세기 문화를 선도,‘상한가’를 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감성적인 매체로서 뉴밀레니엄의 인간형과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문화예술분야가 영화로 통합되어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전통과 영상의 결합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문화가 양산될 것이다.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우려와 낙관이 교차한다.일부는 미국시장에 잠식당할것이라며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소자본 아트필름이 대안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다른 일부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식상한 사람들이 늘고있어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영화를 만들면 그 어느때보다 가능성이 높다는의견을 내놓고 있다. ■도움말 주신분 한양대 정용탁교수,영화평론가 전찬일씨,문호근 예술의 전당 총감독,이승정 서울 YMCA 청소년 사업부장,장일범 공연기획 및 음악 컬럼니스트,최효민 국립국악원 전문위원,오지철 문화부 문화정책국장,장은수 문화비평가,한국예술종합학교 최준호교수 정리 임태순기자 stslim@
  • 매주 수요일은 페미니즘 영화 보는날

    연말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동 혜화여고 맞은편 카페 ‘파라문의 정원’을 찾아가면 갖가지 페미니즘 영화를 보고 토론을 나눌 수 있다. 해마다 여성영화제를 개최하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마련한 ‘수요 시네마’가 열리는 것.이 행사가 처음 시작된 지난 7일 오후 7시30분 이 곳에는 많은관객들이 몰렸다. 첫 상영작은 샐리 포터 감독의 79년작 ‘스릴러’.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재조명했다. 다음 작품은 14일 ‘침묵에 대한 의문’.마를렌 고리스 감독의 82년 작으로 3명의 여성이 한 남성을 살해한 이유를 캔다.또 21일에는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가,28일에는 샹탈 액커맨의 ‘나,너,그,그녀’가 상영된다.‘피아노’는 한 불구여성이 자기를 확인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나…’는 일상생활 속의 어긋나는 남녀관계를 담았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영화 3편을 심야상영한다.상영작은 참석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영화나 최신작 중에서 고른다.아울러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에는 사진강좌도 열리는데 오는 22일의 첫모임에서는 ‘사진의 현대적 의미와 이미지론’이 주제이다. 이들 행사에는 대학의 사진학 강사인 박영숙씨,비디오 아티스트 윤동경씨,대학로 소극장 ‘오늘 한강 마녀’의 안미라 극장장,중앙대 영화학 강사인김선아씨 등이 참여한다. 행사를 기획한 안미라씨는 “페미니즘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말까지 다양한영화를 상영할 것”이라면서 “남녀 성차별 철폐의 논리를 넘어서 페미니즘적인 배려와 수용의 논리를 펼치고자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영화 관람료나 행사 참여료는 없다.(02)3476-0662박재범기자
  • 3회 주부연극제 새달 2∼14일

    결혼 이후 살림과 출산,육아에 몰두하다 ‘내가 왜 사나’하고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 하지만 어느덧 얼굴엔 주름뿐. 이 땅의 주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맛보았을 이런 당혹감을 함께 나눠보려는연극판이 펼쳐진다.오는 7월2일부터 14일까지 여의도 ‘굿모닝 300홀’에서열리는 제3회 전국 주부 연극제.이 곳에서는 ‘똘이 엄마’나 ‘김과장 아내’가 아닌 ‘주부의 눈’으로 본 여성과 사회문제를 풀어보려는 ‘주부의 몸짓’을 만날 수 있다. 지난 해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송인수 작·방은미 연출)로 대상을 받은 아리랑 주부극단이 마련한 이번 공연에는 전국 11개 극단이 참가한다.이중 서울의 강남현대 주부극단 등 몇몇 극단은 아마추어이지만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강남현대 주부극단의 경우 지난 92년 창단,해마다 1∼2편의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이 잔치의 매력은 무엇보다 ‘동병상련’.기획의도에 걸맞게 참가하는 작품 내용이 대개 ‘페미니즘’적 성격을 짙게 담고 있다.성차별·성폭력·상품화 등 여성으로서 겪는 중첩된 모순을 다룬다. 개막식 전에 ‘주부가 연극을 한다는 것은’을 주제로 사회학·여성학·공연학자들이 세미나를 연다.아울러 매일 낮 공연이 끝난 뒤 작품에서 제기된문제를 놓고 토론회도 갖는다.(02)783-1001이종수기자
  • [깊이읽기] 몸의 정치

    [정화열 지음] 정화열 교수의 ‘몸의 정치’는 20세기 후반에 본격화된 새로운 연구 경향을 한국어 저작으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이 새로운 연구 경향이란 곧 몸을 사회적,정치적,역사적 지평에서 다루는 것이다.전통적으로 몸은 철학과 의학의 논의 대상이었으며,철학의 경우는 이성,의식,정신의 상관 개념으로서,의학의 경우는 치료의 대상으로서 다루어져 왔다. 철학사에서 몸은 대부분의 경우 이성,마음의 들러리 정도로 등장했을 뿐이다.19세기에 이르러 멘느 드 비랑이 몸을 핵심적인 논의 대상으로 내세운 이후 니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몸에 대한 뛰어난 성찰을 남겼다.그러나 이경우에도 몸은 주로 형이상학적 맥락에서 다루어졌으며,사회적,역사적 맥락에서의 논의는 본격화되지 못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탄생한 중요한 사유 경향은 곧 몸을 사회적,역사적지평에서 다루고자 한 경향이다.이제 문화를 읽어내는 핵심적인 초점으로서몸이 제시된 것이다.이러한 연구의 예로서는 신체와 지각을 모든 인식,행위의 준거점으로보고 현상학적 논의를 진행시킨 메를로-퐁티,신체를 계보학적으로 다룬 미셸 푸코,신체와 욕망을 기초로 세계사를 해석한 들뢰즈와 가타리,각 문화에서의 신체를 비교적으로 검토한 오오사와 마사치 등등을 들 수있다.나아가 환경 이론이나 페미니즘 이론,정신분석학,동양적 전통의 재해석 등등의 영역에서도 몸은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정화열 교수의 저작은 이런 다양한 경향들을 종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이 저작은 연구서로서도 또 입문서로서도 큰 공헌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3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모택동과 메를로-퐁티의 비교이다. 동양의 한 정치인과 서구의 한 철학자를 비교하면서,저자는 ‘몸의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선명히 드러내 주고 있다.모택동과 메를로-퐁티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단순한 원자론적 관계나 계약 관계로 환원시키기를 거부한다.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법적 관계나 상업적 관계,...등등도 아니다.사람들은 그들의 몸을 통해서 이미 어떤 그물망 속에 공존하고 있다.이 그물망은 개념적이고 이성적인 그물망이 아니라 감성과 욕망,지각,...등으로 구성된장이다.우리는 이것을 전통 용어를 써서 정(情)의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메를로-퐁티와 모택동은 이 장을 준거로 사유했기 때문에 서구의 어떤 사상들과도 다른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었다.메를로-퐁티는 이 장을 ‘체화된 상호 주관성(incarnate intersubjectivity)’이라고 부른다.‘체화된’은 우리 모두가 몸의 존재임을 뜻하고,‘상호 주관성’은 인간이란 언제나 ‘人-間’일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메를로-퐁티와 모택동의 사유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장보다는 감성적이고지각적인 장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곧 이들의 실천적 사유가 과거의 논리중심의 사유들과는 다르리라는 것을 암시한다.때문에 이들은 인간의 세계 인식은 곧 지각의 장에서 이루어지고 이 인식이 발전되어 합리적 지식이 이루어지지만,결국 인간의 실천은 이 지각의 장으로 되돌아와야만 함을 역설한다.그렇게 함으로써만 ‘영구 혁명’은 가능하기 때문이다.모택동의 다음 말은 핵심적이다.“지각적 지식에서 시작해서 그것을 합리적 지식으로 능동적으로 발전시켜라.그 다음 합리적 지식으로부터 혁명적 실천을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세계로 변형시켜라.실천하고 배우고 다시 실천하고 배우고,...이는 무한의 주기로 반복되며,매 주기마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다.” 우리는 이것을 닫힌 변증법이 아니라 ‘열린 변증법’으로,완성된 변증법이 아니라 끊임없는 ‘상승 변증법’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화열 교수의 저작은 이러한 논의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페미니즘 문제 등,수많은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역작이다.
  • [깊이읽기] 문학의 죽음

    [앨빈 커넌지음·최인자 번역] 최근 평론가들이 ‘작가의 죽음’등의 표현을 써가며 ‘문학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문학이 변하고 있다’는 공론들을 해왔다.그러나 앨빈 커넌처럼 무자비하며 단정적인 어조로 ‘문학의 죽음’(문학동네 발간)을 선고한사람은 없었다. 그는 방대한 자료들을 인용해가면서 작가의 행적,출판업계의 현황과 사건들을 통하여 문학계에 일어난 비리와 모순들을 폭로하고 문학이 이처럼 쇠퇴한 이유로 문학가들의 실수와 사회의 변모를 열거한다.그에 의하면 페미니즘과 마르크시즘 비평가들은 사회에 뿌리박고 자란 문학작품들을 놓고 단지 자기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남근중심주의니 부르주아 계층의 자기합리화니 하며 재단한다는 것이다.해체주의자 또한 전문 용어를 구사해가며 그럴싸하게꾸며 쇠퇴해 가는 문학을 대학이란 전문체제 속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글을 읽어갈수록 나의 의문은 깊어만 갔다.문학 작품은 인쇄매체 속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작가가 쓴 글이 순수하게 독자에게 전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그 중간에 출판사가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있고 제도가 있다.당연히 그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는 굴절되고 왜곡된다.그리고 그 굴절과 왜곡은하나의 훌륭한 의미로 독자에게 수용된다.또 저작권법 때문에 그 작품과 전혀 상관없는 후손들이 벼락부자가 된다 하더라도 작가의 노고를 몽땅 사회에 환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또 실제 작가와 책 속에 함축된 작가는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 커넌이 비난하는 것처럼 폴 드 만이 여자를 버리고 아이를 외면했다 하더라도 그의 문학 이론이 세상에 미친 영향이 빛바래는 것은 아니다.그럼에도 커넌은 왜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 작가와 평론가들의 위선과 표절을 캐는 것일까? 문학은 인간이 공유하는 하나의 장(場)으로 작용할 수 있다.‘무정’을 읽고 1910년대 학생들이 교육으로 국가를 발전시킬 결심을 했다면 당시 기생들은 기생 영채의 불운을 자기일 처럼 슬퍼했다.문학은 독자들이 각자 자신의감정과 세계관을 드러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공유물이다.페미니즘 비평가가 염상섭의 ‘삼대’에서 가부장의권위에 희생되는 여성들의 모습을 끄집어내며 울분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며 마르크시즘 비평가가 같은 소설을 읽고 부르주아 지식인의 나약함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이 모든 것중 어떤 것도 문학의 나약함을 설명해줄 수 없다. 커넌의 말대로 문학은 새로운 환경에서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다.이야기는영상매체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 영화와 TV 속으로 스며들었고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 둥지를 틀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변화를 ‘문학은이제 수많은 의사소통의 양식들 중에서 단지 글을 통한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테크닉일 뿐’이라며 비장하게 설명하고 있다.커넌이야말로 그동안 문학의 정전성(正典性)을 믿었던 문학 연구가였는지 모른다.자기가 사랑하던것에 대한 배반감이 이리도 사무친 것일 줄이야.그의 분노와 고뇌에 의해 이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 제2회 서울여성영화제 내일까지 계속

    ‘서울 여성영화제’의 풍경이 달라졌다.지난 97년 1회 대회가 열기로 일관했다면 올해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흐르고 있다.그렇다고 관객의 발길이 뜸한 것은 아니다. 19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엔 평일인데도 어림잡아 160여명의 관객이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영화제를 주최한 여성문화예술기획은 “16일 개막 이후 전체 200여개의 객석 가운데 80∼90%에 관객이 찼다”면서 “단편 경선작 20편과 17일 자정부터 6시간동안 열렸던 심야상영은 매진됐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특히 대중음악과 페미니즘의 만남을 꾀한 ‘팝의 여전사’는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고함과 박수로 흥분의 도가니였다고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잔치 분위기는 진지하다.좌석지정제를 실시하고 상영 간격을 늘리는 등 관객 입장을 배려한 결과 ‘화려한 외형’보다 ‘알찬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행사 진행도 짜임새 있다.‘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라는 구호 아래 ‘앞서서 보기’‘뒤집어 보기’‘뒤돌아 보기’‘더불어 보기’‘견주어 보기’ 등으로 나누어 국내외 52편의 장단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편성해 관람이편해졌다. 19일의 경우 ‘프릭 올란도’‘보름달’‘아이리스의 갈망’‘자유부인’‘나의 페미니즘’ 등이 상영되었다.엄마의 죽음에 따른 충격으로 방황하던 아이리스가 ‘남자 탐험’이라는 성적 모험을 감행한 뒤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다는 ‘아이리스의 갈망’은 역동적인 장면 전환과 충동적인 섹스를 통한 남성 중심의 성 담론에 대한 고발로 눈길을 끌었다. ‘50∼60년대 멜로드라마와 신여성’을 주제로 한 ‘뒤돌아 보기’코너도20∼60대의 다양한 관객층의 발길이 잦다.영화제를 주최한 여성문화예술기획의 남인영 프로그래머는 “이 시기 작품들은 근대화 직전 전통적 가족제도가 일시적으로 무너지는 시대상황을 반영한 당찬 여인상과 그전의 봉건제적 모습이 공존해 묘한 매력을 풍긴다”고 설명했다.이혜경 집행위원장은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번 행사는 여성,영화,서울에 키포인트가 있습니다.여성의 눈으로 진보적이고 대중성이 강한 매체를 통해 서울이 중심이 되어 세계의 최신 흐름을감지하자는거죠”. 이위원장은 이 잔치가 여성운동의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성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에 여성이 그대로 편입해 평등을 찾는 단계에서 질적 비약을 하자는 겁니다.‘여자로 보지 말아 달라’는 식의 남성화되는 운동을 벗어나 소외받아 온 여성의 눈으로 삶의 질서를 바꾸는 태도로 나아가고자 합니다.당연히 이 영화제는 소수민족이나 흑인,동성애자,장애인 등과 정서적 친화력을 갖습니다”. 이 영화제는 23일까지 계속된다. 이종수기자 vielee@
  • 김용중씨 아름다운 자연전

    중견화가 김용중씨의 개인전이 12일까지 서울 갤러리 상에서 열린다.97년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작품 ‘팀’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받은 김씨는 서울 성남고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해 대성한 성실파.70년대하이퍼리얼리즘 계열의 극사실적인 작업을 거쳐 80년대 후반 추상·비구상작업을 선보이며 작품 세계의 변화를 모색해왔다. 작가는 한 때 비구상 작업을 통해 물질문명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고발하는데 몰두했다.그러나 요즘엔 현대인의 심리를 은유적 형태로 보여주는 인물화와,인간의 심성을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치유하려는 의도를 담은 풍경화에 빠져있다. 김씨의 풍경화는 바탕이 매끄럽게 정돈된 사실적 풍경화와는 좀 다르다.올이 굵은 마대 캔버스를 사용,추수가 끝난 논이나 밭에 남아있는 검불들처럼얽히고 설킨 자연 그대로의 이미지를 추구한다.이번 개인전에는 300호 크기의 대작을 포함해 모두 50여점이 공개된다.(02)730-0030金鍾冕
  • 리뷰-극단 현빈의 ‘선택’

    지난해 굿을 처음으로 연극화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선택’이 다시 문예회관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여성을 비하하는 주제로 ‘반페미니즘’ 논쟁을 불붙게 했던 이문열의 동명 소설을 소재로 한 작품. 첫 공연 때 벌어진 논쟁의 앙금이 남은 탓일까.주인공 장씨부인의 넋이 들려주는 얘기는 ‘반페미니즘’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다.대신 요즘 사위어 가는 ‘어미의 아름다움’에 대한 ‘일갈’이 굿판을 채우고 있다.지난 공연 때는 ‘소박이냐 현모양처냐’를 놓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극단적 상황을 설정해 여성계의 반발을 불렀었다.이번에는 선택의 문제를 아예 피하고 대신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자식키우기’라는 보편적 미덕을 강조한다. 장고 해금 징 바라의 우리 가락이 흐르는 가운데 장씨부인(이용이)은 시종일관 판을 압도한다.흐드러진 춤과 함께 때론 나무라고 때론 눙치는 대사로관객을 자유자재로 울렸다가 웃긴다.‘사람됨을 키우는 모성’이 사라져간다고 따금하게 꼬집기도 한다.‘남자 황진이’를 맡은 이원종의 걸죽한연기와 만신(여자 무당)역을 맡은 김영화 김연재 김경숙 등의 추임새도 굿판으로의 몰입을 돕는다. 구경꾼은 둘째 마당에 이르면 객이 아니라 주인이 된다.만신의 떡을 사거나 나눠 먹은 뒤 무대로 나가 같이 절하고 춤춘다.더불어 어울리는 신명 나는거리(굿의 한 장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느덧 굿판은 장씨부인의 극락천도를 비는 ‘베가르기’ 장면에 이른다.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다가 막바지에 다다른다.관객이 장씨부인을 따라 베를가르며 서서히 나아가는 길은 ‘겸허’로 이어진다.“햄버거와 피자가 제사상에 오를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사람이나 귀신이나 나눠먹는게 도리”라는 장씨부인의 넋두리는 요즘 사람들의 자세를 꾸짖는 것이다.굿판은 21일까지 이어진다.(02)764-6010李鍾壽
  • ‘99지구촌 점검 NGO(4회)-여성단체

    여성 NGO 운동 역사에서 75년 UN ‘여성의 해’ 선포는 질적 도약의 기폭제가 됐다.지역 단위에서 산발적으로 일하던 단체들이 그해 멕시코에서 열린제1차 UN 여성대회를 통해 서로 알려지면서 전세계적 정보망을 공유하게 됐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 몇몇 미국 거대조직 성평등운동 위주던 여성 NGO활동은 이후 초신성 같은 폭발력으로 급분화하기 시작한다.무수한 단체들이 어느 분야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생겨났다.여성운동 대명사와도 같은 성평등을 비롯,환경,보건,교육,정치참여,빈곤,반독재 등이 모두 ‘여성의 시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여성 NGO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밑바닥에는 여성 할례,보스니아 내전에 따른 여성지위,정신대 등 국지적 관심사를 다루는 지방(local) NGO가 있다.이풀뿌리 단체들이 모이면 지역(regional)단체가 나온다.이들은 다시 현안별네트워크를 이뤄 최종적으로 UN을 무대로 압력단체로 활동하게 된다. 세계여성대회는 UN이 주관하는 매머드급 행사.NGO들은 여기서 향후 5∼10년간의 운동목표를 ‘행동강령’이란 이름으로정리,UN을 통해 각국 정부에 압력을 넣고 해마다 그 이행을 점검,감시한다. ‘평화와 자유를 위한 국제 여성연맹(WILPF)’은 가장 유서깊고 잘 알려진국제 여성조직의 하나.1915년 1차 세계대전 참화속에 반전을 기치로 출범한이들은 이후 군축,고문방지,인권과 평등을 위한 활동으로 초대회장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환경개발기구’(WEDO)는 여성을 환경과 연계시키는 신조류 에코-페미니즘을 타고 90년 미국을 본부로 태어났다.의·식·주 생활의 주체인 여성관점에서 환경문제를 감시한다. ‘아시아 민중 회의’(APA)는 미국중심의 글로벌 경제에 반대하고 아시아민중의 입장에서 위기에 대응하자는 말레이시아 주도의 조직.‘전국여성기구(NOW)’는 50만 회원과 501개 회원단체를 거느린 너무나도 잘 알려진 미국여성운동단체다. 여성 NGO들은 올 3월 UN여성지위위원회에서 95년 북경 여성대회때 채택된행동강령들의 국가별 이행을 점검,밀레니엄을 준비하며 국제 활동의 포문을연다.
  • ‘99미술 새로운 조류 탐색

    미술관들은 미술 조류의 큰 흐름을 명확히 반영하면서 숨어있는 미래의 물결이 느껴지는 전시회를 열고자 애쓴다.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 대표적인 미술관들이 올 주요 전시계획을 확정했다.여전히 IMF 영향에 위축되어 있긴 하지만 미술계의 ‘투명한 창’ 역에 걸맞는 여러 의미있는 전시가 돋보인다.●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에서 지난해 말 시작한 ‘다시 찾는근대 미술전’을 3월까지 계속한 뒤 ‘한국 근대조각전’(7∼10월)과 ‘한국 근대공예전’(11월∼2000년2월)을 가질 계획이다.건축의 해를 맞아 ‘근대건축전’과 ‘현대건축전’을 8∼10월 과천미술관에서 동시에 열 예정이다. 옷을 통해 산업과 미술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옷,그 아름다움과 쓸모전’(6 7월)도 기대된다.8∼10월에는 ‘신소장품전’이 계획되어 있으며 ‘한국미술 독일순회 귀국전’(2∼3월) ‘멕시코 현대미술전’(3∼4월) ‘올해의 작가전’(6∼8월) ‘한국 현대판화 스페인순회전’(8∼11월) 등도 마련되어 있다.●예술의 전당 기획전인 ‘다윗의 도시와 성서의 세계전’이 3월까지 이어진 뒤 ‘인류문명의 원류를 찾아서’라는 미술관 기존 테마의 일환으로 ‘간다라불교 미술전’이 6월 뒤따른다.파키스탄 전역에 걸쳐 국·사립 미술관이수집한 유물 100여점을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4월에 열리는 ‘문화상품대전’은 향후 최고의 부가가치를 가지게 될 문화예술 상품을 개발하여 전시한다.또 6월에는 ‘한국의 길전’이 열린다.길을 통하여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미래를 상정해보고자 마련한 전시다.9월에 계획된 ‘여성미술제’는 국내 페미니즘 미술을 정리하는 전시로 여성과 여성미술이란 무엇인가,우리 여성 미술가들이 보는 페미니즘은 어떤 모습인가를 알아본다.●민간 미술관 새해 초두 한국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중섭(21일∼2월21일 갤러리 현대),이응로(26일∼2월6일 가나아트센터)의 유작전이 열린다.호암갤러리는 소정 변관식 유작전을 2월에 가진 뒤 7월에 박수근의 유작을 선보인다. 아트선재센터는 ‘현대미술에서의 반복’전을 3월 초까지 열며 ‘프랑스 젊은 작가전’을 1월 말부터 두 달간 갖는다.특히 풍경을 주제로 한국의 정체성을 살펴보는 ‘한국의 빛과 바람전’(3∼7월)에 이어 ‘일본현대미술전’(9∼10월)이 계획되어 있다. 가나아트센터는 8월 인권과 관련한 그림을 모은 ‘인권시대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삼성미술관은 4월 대중문화와 미술과의 관계를 짚어보는 ‘대중문화와 이미지읽기전’을 연다.성곡미술관은 기획전으로 ‘코리안 팝전’(2∼4월)을 준비하고 있고 금호미술관도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건축과 회화를 묶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金在暎 kjykjy@
  • 중견작가 안혜성씨 ‘꽃씨 되어 날으리’

    ◎한 여성의 삶 통해 내면의 폭력성 추적 중견작가 안혜성씨(50)가 페미니즘 소설 한 편을 내놓았다. 이 사회에서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어떻게 유린되고 있는가를 여성의 시각에서 파헤친 ‘꽃씨 되어 날으리’(여성신문사). ‘불꽃춤’ 이후 10년만에 펴낸 이 소설에서 작가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경제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와 함께 어떻게 폭력에 맞서 인간정신의 승리를 이끌어낼 것인가도 살핀다. 주인공은 편모 슬하에서 어렵게 자란 민홍.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은 대학선배와 사랑을 나누지만 실패한다. 졸업후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자리잡지 못한다. 열정으로 다가온 또다른 남자와 결혼하지만 그 또한 가세가 기운 민홍을 박대한다. 민홍은 마침내 “폭력을 가한 인간과 사회에 더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하기 위해 죽음을 갈망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이내 병실 창가에서 굴러 떨어지는 가녀린 박주가리 꽃씨를 보고 생명의 신비에 눈뜬다. 안씨는 지난 80년 강제해직된 전직기자 출신. 이후 작가로 데뷔해 ‘향목(香木)’‘안개의 벽을 넘어’ 등 많은 작품을 냈다.
  • 유럽 68세대 “새 정치 실험”

    유럽에 새 물결이 일고 있다. 60∼70년대 반 체제운동을 주도했던 ‘68세대’가 성숙한 정치인으로 변신,유럽 정치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젊은시절 유럽의 정신 세계를 압박하고 있던 권위주의에 도전했던 이들은 이제 금리인하,고용창출,공공지출 확대를 통한 성장추구 등을 내세우며 기존 정책들을 뒤엎고 있다. 젊은 혈기 탓에 ‘실패한 혁명’을 맛보아야 했던 이들의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68세대’의 주체와 성격,미래를 진단해본다. ◎혁명은 지금도 진행중/30년전 佛서 깃발 올린 개혁성향 좌파/佛·獨·英·伊서 집권… 변신에 관심 집중 유럽의 ‘68혁명’ 세대들이 정치무대에 전면 포진,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기성 질서의 저항세력으로 대별됐던 좌파적 색채의 68세대는 30여년이 지난 지금 성숙한 정치인으로 변신,유럽을 차례로 점령하면서 ‘실패로 끝난 혁명’의 뒤늦은 완성을 추구하고 있다. 68혁명의 진원지 프랑스에서는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를 우선 꼽을수 있다. 68시위가 발발하자 외무부 관리였던 그는 이에 동조하여 대학 강단으로 되돌아갔으며 이후 사회당에 입당,정치인으로 나섰다. 죠스팽 내각의 장클로드 게소 교통주택장관 등 공산당 소속 4명의 관료는 시위 당시 핵심적 역할을 했다. 68세대의 강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국가는 독일·대다수 각료들이 68세대다. 세계 최초의 환경정당으로 사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은 전적으로 ‘68세대’가 만든 정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사민당 총재인 오스카 라퐁텐 재무,요슈카 피셔 외무,오토 실리 내무,위르겐 트리틴 환경장관 등이 선두주자. 특히 슈뢰더와 실리는 역시 68세대들이었던 독일 적군파들의 변호사를 자임했다. 프랑스로 넘어가 68시위를 주도했던 다니엘 콘 밴디트는 현재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중이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재무,로빈 쿡 외무,잭 스트로 내무,피터 멘델슨 무역장관 등도 68세대의 기수들. 브라운은 68년 당시 글래스고대학 급진학생노조 회장이었고 스트로는 전국학생연맹 의장이었다. 제3의 길을 주창한 토니 블레어 총리도 같은 범주에 든다. 좌익 민주당 소속의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총리도 60년대 말 좌익 청년시위를 주도했던 골수 사회주의자로 올리비에로 딜리베르토 법무장관과 함께 이탈리아 68세대를 대표한다. ◎좌파정권 정책과 전망/고용확대·성장추구·복지강화 초점/금리인하·정부지출 확대 불가피… 이전 정책과 상충/각국사정 복잡·다양… 정책 협조·성공에 부정적 시각 유럽연합(EU) 좌파정권들은 고용창출과 공공지출 확대를 통한 성장추구,복지정책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전의 우파정권들이 내년 1월1일 출범 예정인 유로화(유럽단일통화) 도입을 위해 펴온 공공부채 및 재정적자 감축정책 등 기존 정책들과는 상충되는 점이 많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경기부양과 실업자를 축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공공지출을 늘려 나가겠다고 종전 정책를 뒤집었다.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총리도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적자 확대를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주장한 금리인하는 종전 정책을 기본부터흔들었다. 과거 우파정권들은 강한 유로화를 위해 현금리 고수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들의 새로운 정책이 착근에 성공할 지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국 지도자들의 입지강화를 위해 자국민용 정치적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EU 지도자들의 발언은 금융정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그동안 활성화된 유럽의 자유시장경제제도와 각국의 다양한 국내 사정도 이들 연대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를 던지게 한다. 우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각국 입장의 교통정리가 급선무다. 그러나 모두 고만고만해 서로가 어느누구도 교통경찰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68세대는 ‘또다른 실패’를 맛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8세대의 정의와 변천/68년 佛 학생·반체제운동 주도/기성세대 거부 유럽·美 젊은층 지난 68년 5월 프랑스 학생운동과 6월의 반체제운동을 주도한 대학생과 젊은층,이들에 동조해 시위를 벌이거나 청년문화를 이끌어갔던 당시 유럽과 미국 등지의 20∼30대를 68세대라 일컫는다. 전후 경제적 풍요 속에서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체제에 도전,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의 청년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프랑스는 2차대전의 폐허에서 완전히 재기,경제적으로는 사상 최고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으나 정치적으로는 완고한 권위주의가 지배하고 있었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했지만 교회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보수화된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 집단이었던 셈이다. 운동권 학생은 물론 노동자,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학생조직으로는 ‘프랑스학생연합(UNEF)’‘3·22운동’ 등이,노동자단체에서는 ‘프랑스 노동총동맹(CGT)’‘프랑스민주노조연맹’‘프랑스 교원노조(FEN)’가 그리고 정치단체로는 베트남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이념적으로는 마르크스 레닌주의자를 비롯해 트로츠키주의자,마오저뚱주의자,체게바라주의자나 무정부주의자 등 다양한 세력이 뛰어들었으나 내부적 통일성은 없었다. 이후 변질 과정을 겪게 되지만 오늘날의 생태주의,여성 권리와 남녀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모색하는 페미니즘,반전·반핵운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면서 범사회적 저항운동과 문화운동의 기수가 됐다. ◎68세대 탄생 당시 주요 사건 ▲62년 2월8일=프랑스 우익 폭탄테러 발생.시위대 8명 사망 ▲63년 11월22일=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 ▲64년 8월7일=미군 통킹만 보복공습 ▲65년 4월17일=미 대학생 1만5,000명 백악관 앞에서 반전시위 ▲66년 4월=마오저뚱(毛澤東)문화혁명 시작 ▲66년 11월=미니스커트 돌풍 ▲67년 7월27일=미 주요 도시 최악의 인종폭동 ▲68년 4월4일=마틴 루터 킹 피격 사망 ▲68년 5월30일=프랑스 총파업 ▲68년 8월22일=소련,체코 프라하 침공 ▲69년 4월28일=드골 프랑스 대통령 사임 ▲69년 11월15일=워싱턴서 25만명 반전시위 ◎70년대 신좌파와의 차이/70년대,공산주의와는 다른 진보적 반체제 운동/90년대,노동자 권익보호 등 정치정책노선 치중 68세대가 주도한 60년대 말부터 70년대까지의 ‘신좌파’(New left)운동은 반체제운동이었다. ‘진보’를 뜻하는 좌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당시 모든 인습과 제도에 저항했다. 그러나 권력 장악이 목표였던 정치적 좌파(구 좌파),즉 공산주의 노선과는 다른 다분히 이념적·이상적인 것이었다. 신좌파운동의 대표격인 68년 프랑스 5월운동은 드골 정부의 중앙집권적 관료주의를 배격해 일어났고 미국의 학생민권평화운동은 베트남전으로 드러난 추악한 자본주의체제 지배세력에 대한 저항. ‘프라하의 봄’으로 상징되는 체코 반체제운동은 소련 동유럽의 전통적 좌파가 대상이었다. 반면 90년대 말부터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새 조류는 30년이 흐른 지금 주역은 그대로지만 ‘새로운 신좌파(New New left)’로 불릴 만큼 노선엔 차이가 있다. ‘좌파 정당’들의 새로운 ‘정치정책노선’으로 70년대 이후 환경·여성·반핵·지역자치운동의 신사회운동으로 계승된 기존의 신 좌파운동과는 대별된다. ‘개량적 좌파정책’,‘중도좌파’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자본주의 장점을 취하면서 직업교육 의료혜택,연금제도 등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보호하겠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3의 길’이 대표적 예다.
  • 딩링/쭝청 지음(화제의 책)

    ◎중국 행동주의 작가 딩링 일대기 페미니즘 소설 ‘소피의 일기’와 프롤레타리아 소설 ‘태양은 쌍간허를 비추고’ 등의 작품을 남긴 중국의 행동주의작가 딩링(丁玲·1904∼1986)의 전기. 분열과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딩링의 삶과 문학세계를 통해 중국 현대문학사의 흐름을 살핀다. 딩링은 좌익작가인 남편 후예핀이 국민당에 의해 처형된 뒤 중국공산당에 입당,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다룬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1936년에는 공산당본부가 있던 옌안으로 가 혁명사업에 뛰어든다. 문화대혁명 기간 우파주의자로 지목받아 투옥된 딩링은 75년 석방될 때까지 18년 동안 육체노동과 구금생활을 한다. 그는 당원 자격을 회복한 뒤에는 문학지를 창간하는 등 활발한 문필활동을 해왔다. 김미란 옮김 다섯수레 8,500원
  • 역사속의…·일본의 밤…·히즈라/높아가는 페미니즘의 목소리

    ◎역사속의 페미니스트­여권 의식에 눈뜨게된 과정/일본의 밤문화­여성상품화 사회구조에 일침/히즈라­이분적 성 분류에 문제제기 ‘역사속의 페미니스트’,‘일본의 밤문화’,‘히즈라’ 사회발전의 무게중심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아가고 있다.교육기회의 확대와 여성의 경제적 능력의 향상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이를 바탕으로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동성애자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과연 21세기의 성은 어떻게 정리될까.세기말과 두번째 천년대의 마지막 시기에 성(性)과 관련된 책들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여성사학자 거다 러너가 쓴 역사속의 페미니스트(평민사)는 7세기부터 1870년까지의 여성사로 역사의 뒷전에 물러나 있던 여성들이 소외로 부터 벗어나 여권의식에 눈뜨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여성들이 역사속에서 주변인으로 남게 된 것은 교육과정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말한다.이로 인해 여성들은 남성중심적인 사회구조와 싸워야 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요구를 하나의 집단으로 규정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여권의식이 이루어지려면 여성들이 하위집단이며 이 집단의 구성원으로써 부당행위를 겪어 왔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함께 여성의 종속조건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또 여성의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표나 전략을 여성들이 자율적으로 규정하고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살아갈수 있는 사회적인 변화가 여권의식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 일본의 밤문화는 미국의 여성인류학자 앤 엘리슨이 80년대 초 도쿄 비즈니스클럽에서 직접 4개월 가량 호스티스로 일하며 쓴 보고서.일본 남성들은 일로부터 휴식을 취하고 동료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비즈니스클럽에 가며 호스티스는 보조기구로 작동한다.저자는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 남녀동등주의라며 여성이 상품화되는 이러한 파행적인 사회구조에 일침을 가한다. ‘히즈라’는 인도의 제3의 성에 관한 얘기로 남성,여성 등 서구의 이분법적 성 분류체계에 문제제기를 한 인류학자 세레나 난다의 연구서.히즈라는 보통 중성으로 태어난 사람을 말하지만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적 기질을 지닌 사람들도 이에 속한다.서구는 동성애,성 전환과 같은 중간적인 범주에 따른 모호성과 모순을 불편하게 여기지만 인도 문화는 자신의 성에 반대되는 행동 등 인간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기질과 인성 및 성적 욕망 등을 의미있게 수용한다.
  • 김명숙씨 춤판 ‘신공무도하가’

    ◎“삶에 지친 님아,내가 가니 손잡아요”/나약해져 가는 현대남성 ‘여성의 힘으로 구출’ 표현 날로 나약해져가는 현대 남성들을 여성들이 내면에 잠재된 강인한 생명력으로 구해낸다는 내용의 창작춤이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견 무용가 김명숙씨(44·이화여대 무용과 교수)가 15일 하오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리는 ‘신(新)공무도하가’(안무 김영숙·연출 조광화). 강에 빠져 죽은 남편을 애절하게 그리는 고대설화 ‘공무도하가’를 오늘의 현실에 맞게 각색했다. ‘공무도하가’의 백수광부는 봉두난발을 한 채 호로병을 옆에 차고 험난한 강을 건너다가 익사한다. 그를 만류하지 못한 아내는 통곡한다. 이어 구슬프게 공후를 타며 ‘공무도하가’를 지어 부른 뒤 남편을 따라 강물에 빠져 죽는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임은 결국 물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으니/장차 임을 어이할꼬” 하지만 ‘신공무도하가’에서 여인은 강에 몸을 던지는 백수광부를 하릴없이 바라보거나 따라죽지 않는다. ‘장차 임을 어이할꼬’라는장탄식은 이 공연에서는 ‘삶에 지친 님아,내가 가니 손잡아요’라는 정도의 적극적인 무용언어로 바뀐다. 춤의 주인공은 전사(戰士)적인 생명력을 지닌 여성. 일종의 페미니즘 무용인 셈이다. 작업복 같은 투박한 광목 질감의 옷을 주로 사용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추상성이 강한 창작춤은 관객들로서는 이해하기 쉽지않을 뿐 아니라 자칫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 창작춤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무대에서는 다양한 춤사위와 배경음악을 마련했다. 해금 등 국악 선율악기와 첼로 등 서양 현악기의 조화가 이채롭다. 우리 전통춤의 맥찾기 작업에 몰두해온 김씨는 지난해 궁중무용 ‘춘대옥촉’을 복원·공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구비문학과 창작춤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그가 개인무대를 갖기는 무용생활 22년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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