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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적 지향’ 최대 변수… 14년째 제자리걸음 차별금지법 국회 문턱 넘나

    ‘성적 지향’ 최대 변수… 14년째 제자리걸음 차별금지법 국회 문턱 넘나

    보수 개신교 등은 성소수자 포함 반대일부 여성들도 합세… 법안 통과 미지수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다.” (2017년 대선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이유 없이 차별받는다. 오늘 발의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출발선이다.” (2020년 장혜영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20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장혜영 의원이 지난 29일 성별, 장애, 나이, 경제적 상황 등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14년 만에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법’(평등법)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30일 전원위원회를 거쳐 확정한 법안 시안을 공개하고, “어떤 이유로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보할 수 없다”며 “국회는 조속히 입법을 추진해 모두를 위한 평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2006년 7월 국무총리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후 14년 만이다. 인권위는 당시 성별, 장애, 국가, 피부색,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을 차별에 포함시키고, 이행강제금 등 시정명령권을 도입해 차별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하라고 주장했다.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취지였지만, 관련법은 10년간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보수개신교 등 종교계의 반발 때문이다. 페미니즘 강연도 ‘동성애 행사’로 몰아가고, 해당 의원에게 문자와 전화로 항의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에서는 김한길 민주당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가 철회했고, 20대에선 아예 발의도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성적 지향’을 놓고 논란이 이어져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이 인권위 건물을 찾아 ‘동성 간 성접촉으로 에이즈 폭증’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또 일부 여성들이 ‘트랜스젠더가 여성의 공간을 위협한다’, ‘여성이 아닌 남성만 위한 법안이다’ 등의 주장을 하고 나섰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차별금지법_반대한다’라는 해시태그도 나왔다. 미래통합당은 이런 점을 감안해 ‘성적 지향’ 내용을 뺀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주축이 돼 의원들을 응원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용기 있게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에게 뒤에 있는 시민들의 지지를 보여 줍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번 법안 발의 의원 10인 명단을 공유하는 식이다. 성폭력상담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각종 시민단체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잇달아 내놨다. 그간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동참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간신히 10명을 채워 발의한 것은 아쉽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고려해 보면 그 자체로 큰 성과”라고 쓰기도 했다. 국민 여론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23일 인권위의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선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성적 지향’ 최대 변수…차별금지법, 14년 만에 제정될까

    ‘성적 지향’ 최대 변수…차별금지법, 14년 만에 제정될까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저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다.” (2017년 대선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이유 없이 차별받는다. 오늘 발의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출발선이다.” (2020년 장혜영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20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장혜영 의원이 지난 29일 성별, 장애, 나이, 경제적 상황 등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14년 만에 국회에 ‘평등 및 차별금지법’(평등법)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권위 “인권 존엄성 유보 안돼” 국회에 입법 촉구 인권위는 30일 전원위원회를 거쳐 확정한 법안 시안을 공개하고, “어떤 이유로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보할 수 없다”며 “국회는 조속히 입법을 추진해 모두를 위한 평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2006년 7월 국무총리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후 14년 만이다. 인권위는 당시 성별, 장애, 국가, 피부색,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을 차별에 포함시키고, 이행강제금 등 시정명령권을 도입해 차별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하라고 주장했다.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취지였지만, 관련법은 10년간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일부 보수개신교 등 종교계의 반발 때문이다. 페미니즘 강연도 ‘동성애 행사’로 몰아가고, 해당 의원에게 문자와 전화로 항의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에서는 김한길 민주당 의원 등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가 철회했고, 20대에선 아예 발의도 되지 않았다.이번에도 ‘성적 지향’을 놓고 논란이 이어져 실제 법안 통과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이 인권위 건물을 찾아 ‘동성 간 성접촉으로 에이즈 폭증’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또 일부 여성들이 ‘트랜스젠더가 여성의 공간을 위협한다’, ‘여성이 아닌 남성만 위한 법안이다’ 등의 주장을 하고 나섰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차별금지법_반대한다’라는 해시태그도 나왔다. 미래통합당은 이런 점을 감안해 ‘성적 지향’ 내용을 뺀 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보수 종교계 등 반발에 ‘제정 지지’ 응원도 이에 온라인에서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이 주축이 돼 의원들을 응원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용기 있게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에게 뒤에 있는 시민들의 지지를 보여 줍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번 법안 발의 의원 10인 명단을 공유하는 식이다. 성폭력상담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각종 시민단체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잇달아 내놨다.그간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동참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간신히 10명을 채워 발의한 것은 아쉽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고려해 보면 그 자체로 큰 성과”라면서 “의원실에 전화도 걸고 후원금도 보내는 식으로 괴롭힘당하는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국민 여론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23일 인권위의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선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캠퍼스 밖 총여 2막, 성평등 응원하다

    캠퍼스 밖 총여 2막, 성평등 응원하다

    “대학 내 제도 변혁을 위한 이슈 파이팅에 더불어 20대의 섹슈얼리티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20대 페미니스트 그룹으로, 대학의 경계를 가로질러 ‘총여 정치의 2막’을 열고자 합니다. 학생 사회에서 소멸하고 있는 대안 세력으로서, 누구도 시작한 적 없는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 갑니다.” 지난해 9월 혐오와 차별이 없는 ‘새로운 대학’을 건설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범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소개글이다. 이 단단한 선언은 유니브페미가 지향하는 목표이자 대학을 평등한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 그 자체다. 각 대학의 내부가 아닌 대학 밖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가 탄생한 건 공교롭게도 대학이 생각만큼 평등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8년 여러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줄줄이 폐지되는 가운데 대학 내 페미니스트들은 공격의 대상이 됐고 여성주의 활동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단과대 여학생위원회나 여성주의 학회 등 풀뿌리 조직의 활동도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대학에서 여성 정치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활동가들은 대학 안에서 활동하기 어렵다면 대학 밖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학내에서 고립된 페미니스트들을 잇는 구심점인 유니브페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대학 내 성평등 제도화와 20대 페미니스트 정치 세력화를 꿈꾸고 있는 유니브페미의 노서영 대표와 윤김진서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총여학생회 재건, 첫 단추를 끼우다2018년 미투 운동에도 총학생회 팔짱만 낀 채 방관 -유니브페미를 창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노서영 2018년에 대학 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있었는데 그 당시 총학생회의 학생 대표자들이 당당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고 당시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총여학생회(총여)를 재건해 보자는 운동을 펼치게 됐어요. 총여 새 회장을 뽑자고 제안했는데 오히려 총여를 폐지하자는 총투표가 열렸고 그 결과 우리 학교에서 총여가 폐지됐어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던 총여도 똑같은 형태로 총투표를 통해 폐지되는 일이 지난해까지 이어졌죠. 총여만 폐지된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즘 모임이나 여학생위원회, 성평등위원회 등도 영향을 받았어요. 이후 대학 내에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낙인이 더 심해졌어요. 자연스럽게 학내 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변 학교에 연대 요청을 하기도 하고 같은 위기를 겪고 있던 학교와 함께 대안을 만들면서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갔어요. 처음으로 학교 바깥의 페미니스트들과 직접적으로 만난 계기였죠. 학교에서 물리적인 공간을 빼앗기고 쫓겨난 상황에서 학교 바깥에서 대학 페미니즘 운동을 이어 갈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결과 지난해 9월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유니브페미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윤김진서 유니브페미는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고 현재 회원은 170여명이에요. 자격 조건을 따로 정해 두지 않아서 재학 여부나 성별에 상관없이 대학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단체를 창립할 때 설정한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노서영 총여가 받았던 비판 중 하나는 학적부상 여성만을 위한다는 점에서 편향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유효하지 않은 비판일 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페미니스트 내부 혹은 총여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진행된 고민이었죠. 총여를 쇄신하려면 학적부에 근거하지 않고 가령 회원제를 운영한다든지 아니면 학생회의 일원으로서 성별에 상관없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든지의 고민을 이어서 해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 보면 총여가 최근에 했던 활동들은 학적부상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사업들은 아니었거든요. 학내 성평등한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더 집중했고, 학내 소수자들의 사안에 가장 열심히 연대했던 단위였어요. 그간 총여가 존재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유니브페미를 통해 그런 고민을 해 보고 싶었어요. 쫓겨난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연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결국 우리가 계속해서 학내 사안에 목소리를 내고 다시 학생 사회에서도 지지를 얻어 갈 수 있는 페미니즘 정치를 펼쳐 보고 싶습니다.페미니스트들, 학교 밖에서 뭉치다서울 43개大, 성평등 현황 23가지 조사 ‘전무후무’ 유니브페미는 창립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대학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페미니즘 이슈에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 때에는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성평등한지 점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니브페미가 가장 집중했던 프로젝트이자 구성원들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는 것은 ‘대학 성평등 지수 프로젝트’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2018년 대학 미투, 불법촬영 규탄 시위 등을 지나오면서 페미니스트들은 끊임없이 성평등한 대학을 요구해 왔지만 기존 대학 평가 항목 중 성평등과 관련한 지표가 하나도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12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성평등 제도 현황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셨죠. 노서영 교육부에서 매년 대학 평가 공시 자료를 내는데 기껏해야 교수 성비랑 반성폭력 필수 교육 이수율 정도만 공시하거든요. 그 외에는 전혀 알 수 없죠. 보고할 의무도 없고요. 대학 내 인권센터를 비롯해서 성평등 관련 제도 현황을 파악해 보자는 생각에서 각 대학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학교 당국이나 총학생회에 직접 문의하는 방식으로 객관적인 통계 정보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지난해 9월부터 약 두 달간 서울 소재 4년제 43개 대학의 성평등 관련 23가지 제도 현황에 대한 연구를 조사했습니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의 독립성, 전임교수 중 여성 비율, 강의평가 시 성인지 감수성 항목, 필수 정규 교과목으로서 인권 및 젠더 강좌 개설 여부, 성중립 화장실 설치 유무 등을 조사하고 각 대학의 종합 순위를 매겼어요. 윤김진서 처음엔 목표를 원대하게 잡아서 전국 대학의 현황을 조사하고 싶었는데 저희가 전문 연구 인력이 아니다 보니 역량적으로 부족해 서울로 한정해서 조사를 하게 됐죠. 그래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 건 이걸 통합적으로 조사한 기록이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에요. 온라인 속 페미니즘, 목소리를 내다온라인 플랫폼, 신고 시스템 갖춰야 여성혐오 줄 것 유니브페미가 올해 집중할 사업의 키워드로 꼽은 건 ‘온라인 공간에서의 페미니즘’이다. 유니브페미는 지난 4월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n번방’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지만 이를 방치하는 회사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브리타임 내 여성 혐오는 도를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중국인 여학생을 대상으로,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합격자 입학 포기 사건 당시에는 페미니스트들을 향한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내 여성 혐오가 왜 이렇게 심해진 걸까요. 노서영 생각해 보면 대학에 공론장이 없다는 것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이라는 공간을 같이 쓰는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온라인은 유일하게 대화의 형태를 띤 논의를 할 수 있는 공간처럼 여겨지죠. 오프라인에서 공론장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온라인 공론장이 활성화된 가운데 익명성이 더해지면서 사태가 심각해진 것 같아요. -에브리타임 측에는 어떤 사항을 요구했나요. 윤김진서 혐오 표현을 제재할 수 있는 플랫폼 내 자체 윤리규정을 만들라고 요구했어요. 현재 에브리타임 내 신고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기계적이거든요. 신고 누적 수가 많으면 해당 게시물이 삭제되고 또 신고 건수가 너무 많으면 계정이 정지당하는 정도예요. 기계적으로 숫자가 많아서 글이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따라, 예를 들면 성차별적이거나 혐오 표현이 포함돼 있을 때 삭제되는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노서영 저희가 에브리타임의 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n번방’ 사건이 이슈화된 직후라서 이에 대한 2차 가해 게시물이 정말 많이 올라왔어요. 그런데 이게 어떤 사람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는 처벌할 수 없고 저희 역시 ‘게시물을 올린 작성자를 바로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2차 가해 게시물이 계속 양산되는 데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이 있고 최소한 제대로 된 신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에브리타임 이용자 수가 약 440만명이에요. 최소한 이용약관 등에 해당 커뮤니티가 어떤 공간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유니브페미, 그들만의 생존 전략은전국 단위 활동으로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구축할 것 대학에서 총여 재건 운동에 참여했었던 두 사람은 ‘괜히 나섰다가 총여 폐지나 시켰다’는 비난을 들었던 적도 있었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보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대학 밖의 페미니스트들을 연결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대학 페미니즘 활동을 계속 이어 갈 수 있게 해야겠다는 목표가 지금의 유니브페미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유니브페미는 “대학 안에서만 활동하기에는 너무 외롭고 동료가 충분치 않아 대안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 페미니스트들의 요구에 응답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 번 응답을 했으니 어쨌든 끝까지 해 보겠다”는 이들의 다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유니브페미의 운영진으로서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윤김진서 ‘대학 페미니스트들의 단체’라는 대표성을 가지고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장기적으로는 유니브페미가 전국 단위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단체의 물리적인 활동 반경을 넓히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지난 2월 서울에서 정기총회를 할 때도 전북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운영위원들이 왔었는데 그분들이랑 ‘앞으로 자주 만나요’ 했는데 각자 학교 다니느라 그 이후로는 못 만났어요(웃음).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열심히 탐색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노서영 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토론을 많이 하고 있어요. 상근 체계나 회원 체계를 좀더 잘 구축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걸 기점으로 전국 페미니스트들이 연대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숙명과도 같은 페미니스트 간 네트워킹을 잘 하고 단체의 안팎을 단단히 다지는 한 해로 만들고자 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JK 롤링, 포터에 답장 “가정폭력·성폭력 겪은 내게 트랜스젠더란…”

    JK 롤링, 포터에 답장 “가정폭력·성폭력 겪은 내게 트랜스젠더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원작자 JK 롤링(54·영국)이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겪은 개인적 경험 때문에라도 트랜스젠더 문제를 끄집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롤링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블로그에 긴 글을 올려 성 정체성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입을 열게 된 이유로 교육, 안전장치, 표현의 자유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고 BBC가 전했다. 그는 지난 주말 트랜스젠더 여성을 “생리하는 사람(people who menstruate)”이라고 표현한 칼럼을 공유하며 성전환의 실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적지 않은 반발을 샀다. 특히 영화에 주인공 포터 역으로 출연한 대니얼 래드클리프, 여주인공 헤르미온느 역할을 맡았던 엠마 왓슨 등이 쓴소리를 해 더욱 화제가 됐다. 롤링이 지난 6일 리트윗한 칼럼은 ‘생리하는 사람들을 위한 더 평등한 세상 만들기’였다. 그는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말이 있었다. 누가 좀 도와달라. 움벤(Wumben)? 윔펀드(Wimpund)? 움펀드(Woomud)?”라고 적었다. 트랜스젠더를 여성의 범주에 포함하는 바람에, 생물학적 여성을 지칭하는 명칭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고 비꼰 것이다. 이어 “성별이 진짜가 아니라면 동성애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살아 온 현실도 지워진다”며 “난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알고 그들을 사랑하지만, 성에 대한 개념을 지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의미있게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한다”고 비판했다. 롤링이 든 다섯 가지 이유 가운데 마지막이 아픈 개인사였다. “대중의 눈앞에 나선 지 20년이 넘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에서 내가 살아남았다는 얘기를 입밖에 꺼내지 못했다. 내게 일어난 일들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는 일도 기억하는 일도 트라우마였기 때문이다. 첫 결혼으로 얻은 딸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역시나 그 아이 것인 얘기를 나만의 것으로 주장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얼마 전 딸에게 ‘내 인생의 한 대목을 공적으로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어떤 느낌일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며 마음대로 하라고 격려해줬다. 동정심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니라 나와 같은 길을 걸어왔고, 동성애에 대해 걱정한다고 편협하다는 욕을 듣는 압도적으로 많은 여성들과 연대의 발로에서 이런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트랜스젠더라도 태어날 때의 성을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트윗했다가 해고 당한 연구원을 응원한다고 목소리를 낸 적이 있는 롤링은 갈수록 성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이 시대에 대해 말할 것이 많아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1980년대로 돌아가자면, 난 딸들이 나보다 나은 삶을 누려야 하며 그럴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지금 페미니즘에 대한 역풍과 온라인에서의 포르노 범람 사이 어느 지점에 우리는 있고, 소녀들에겐 상당히 나빠진 상황이 됐다고 믿는다. 지금처럼 여성들이 더렵혀지고 인간으로 예우받지 못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성폭력 뒷짐, 21대엔 없다?

    성폭력 뒷짐, 21대엔 없다?

    “성평등 관심들 많아 이번엔 성과낼 것” 21대 국회 임기 시작과 동시에 성보호 등 젠더 관련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최근 ‘n번방 사건’으로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페미니즘 논의가 활성화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국회에서 n번방 관련 국민동의청원 등에 의원들이 ‘뒷북 논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만큼 이번에는 선제적 입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은 ‘온라인그루밍 방지법’을 성안해 조만간 발의한다. 그루밍은 심리적으로 아동·청소년을 안심시켜 유인한 후 성폭력을 가하는 행태를 말한다. n번방 사건을 통해 그 심각성이 널리 알려졌지만 관련 법안이 논의된 적은 없었다. 권 의원은 이 법안에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사법경찰관이 그루밍 범죄 관련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8일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비동의 간음죄는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표한 상태에서 이뤄진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다 폭행이나 협박 등을 동원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정해진 형의 2분의1까지 가중처벌한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유전자(DNA) 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을 때에는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조만간 성별에 따른 차별 금지 내용이 포함된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성안해 각 당 의원실에 공동발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됐다가 폐기 처리된 법안은 모두 176건이다. 이 중 상당수가 젠더 문제를 다뤘지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임기 막판에 n번방 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일부 성폭력 관련 법안이 처리됐을 뿐이다. 그러나 의원들은 21대 국회는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한다. 여성인권이나 성평등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의원들이 여럿 유입됐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여야 주요 정당의 시선도 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여성 최초로 의장단에 선출된 김상희 국회부의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루밍 방지법을 준비 중인 권 의원은 기자와 만나 “21대 국회에는 성평등과 관련해 오랫동안 활동한 분들이 많이 들어오셨다”며 “20대 국회보다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네 이야기 같은 내 이야기, 여자 아닌 진짜 ‘나’ 찾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네 이야기 같은 내 이야기, 여자 아닌 진짜 ‘나’ 찾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공감하며 호응했다. 2018년 5월 개설한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을 운영하는 강민지·서솔씨 얘기다. 대학 동기인 두 사람은 처음엔 구독자들에게 ‘유튜버를 당했다’고 말할 만큼 얼떨결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원대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평소 서로 공감하고 있었던 여성 혐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무작정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덕분에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래도 목숨 걸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진 않았다. 부담 가지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현재 17만여명이 구독하는 ‘하말넘많’은 ‘여성과 페미니즘’이라는 큰 주제를 경제, 여행, 게임, 리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콘텐츠를 제공한다. ‘페미니즘 채널’이라고 하면 여전히 편견과 고정관념이 따라붙지만 ‘하말넘많’의 구독자는 채널을 개설한 이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구독자가 늘고 두 사람의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두 사람을 향한 적대적인 시선과 비방도 늘어났다. 악성 댓글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지만 정신적인 에너지가 소진되는 순간은 더러 찾아왔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잠시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갑자기 쉬게 돼 아직은 얼떨떨하다는 두 사람과 ‘하말넘많’의 지난 2년을 돌아봤다.-슬로건이 ‘여성을 위한 미디어를 만듭니다’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서솔 ‘여성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 콘텐츠’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사실 슬로건을 딱 들었을 때 문법적으로는 안 맞는 말이죠. ‘여성을 위한 콘텐츠’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은데 ‘미디어를 만든다’는 어색한 표현을 굳이 쓴 이유는 ‘여성을 위한 새로운 풍토를 만들고 싶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강민지 그리고 나중에 저희의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지금과 같은 일만 계속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거든요. 하고 싶은 게 많으니까 그걸 영상 콘텐츠만으로 국한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나중에 활동할 때까지 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 슬로건을 만들었죠. -구독자가 17만명인데 처음보다 책임감도 부쩍 커졌을 것 같아요. 서솔 구독자가 5만명이 될 때까지는 1만명씩 늘 때마다 잠을 못 잤어요. 지금은 ‘언제 더 크냐’ 싶어요(웃음). 페미니즘이라는 주제가 어쩔 수 없이 타깃층이 한정돼 있잖아요. 사람들이 ‘이 채널 구독자가 17만명이네. 진짜 많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해요. ‘이 채널은 클 만큼 다 컸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아서요. 강민지 17만명이라는 숫자만큼의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왜 아직까지 이만큼밖에 못 컸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 숫자 안에 가능성과 한계가 같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한계를 벗어 보려고 예능도 해 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쉽지만은 않죠. 두 사람은 실시간으로 주목받는 여성 이슈를 단순히 언급하는 콘텐츠는 지양한다. 어떤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는 뉴스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사람은 그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구조와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한다. 두 사람이 ‘하말넘많’의 뿌리라고 여기는 핵심 콘텐츠인 ‘영상으로 읽는 페미니즘’이 그 결과물이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재난, 여성의 건강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토론하듯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마냥 심각한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듯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두루 기획한다.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가 정한 여성성과 꾸밈 노동에 속박된 여행을 하지 말자’는 주제 의식을 담은 두 사람의 여행기 ‘디폴트립’(‘디폴트’(default)와 ‘트립’(trip)의 합성어)부터 두 사람의 캠핑기를 담은 ‘텐트하우스’, 여성 서사 작품을 여성의 시각으로 읽는 ‘보스들의 수다방’, 전문가와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당신의 가계부’ 등이다.-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강민지 ‘텐트하우스’ 같은 캠핑 콘텐츠처럼 기존에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취미를 여성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전복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편이에요. 서솔 남성들이 주로 생산하는 걸 빼앗아 오고 싶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어서 그런 소재를 많이 채택하죠. 예를 들면 노트북이나 드론, 카메라 같은 기기에 대한 리뷰는 사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많이 나와요. 그럼에도 굳이 그런 리뷰 영상을 제작하는 건 ‘(남성으로부터) 빼앗아 오고 싶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에요. -수많은 영상 콘텐츠 중에 두 분이 ‘하말넘많’의 대표 콘텐츠라고 자부하거나 혹은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면요. 서솔 저는 그 모두에 해당하는 게 ‘디폴트립’인 것 같아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저희가 만든 ‘디폴트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현재 페미니즘 문화 안에서 통용되는 단어들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예를 들면 ‘탈코르셋’부터 시작해서 ‘정혈’, ‘포궁’ 같은 단어들요. 그런 가운데 누가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단어가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게 되더라고요. 아쉬운 건 저희가 유튜브 채널을 만든 지 6~7개월쯤 됐을 때 그 영상을 올렸는데 유튜브 시장에서 통용되는 문법들을 숙지하지 못한 채 너무 빨리 내보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두 사람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열어 각 지역 여성들과 소통하며 접점을 넓혀 가고 있다. ‘여자들만 있는 공간에 여자들을 불러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생각에 광주, 대전, 대구, 부산, 제주 등지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페미니즘 관련 행사를 접할 기회가 적은 지역 여성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서다. -토크 콘서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강민지 ‘불편한 용기’ 시위만 해도 지역 여성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에 왔잖아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왜 지방 여성들은 수고를 더 해야 할까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방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죠. 100명, 200명을 서울로 부르는 것보다 저희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게 낫잖아요. 제가 지방 출신이라서 지방에서 여성으로 사는 게 어떤 건지 더 체감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토크 콘서트에서 많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나요. 강민지 토크 콘서트에 오신 분들에게 종종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곤 하는데 데이터 과학자, 선생님, 농부, 묘목을 만들어서 파시는 분까지 다양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토크 콘서트 끝날 때 앞으로 지역 내에서 만날 기회가 많을 테니 꼭 뒤풀이에 참석하시라고 해요. 지역 안에서 얼마나 고립감을 느끼면 저희 콘서트까지 찾아오셨겠어요. 그런 마음을 아니까 낯가리는 성격이어도 오늘만 그냥 한번 따라가 보시라고 권하죠. 저희 토크 콘서트에서 만난 분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죠. 저희로 인해 지역 내 여성 커뮤니티가 생기는 거잖아요. ‘이거 진짜 그만두지 말고 계속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토크 콘서트 현장에서 관객들이 손편지도 많이 주세요. 어떤 분은 자신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 했던 시기에 저희 채널을 우연히 접한 후 자신을 옥죄는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어요. 저희한테 살려 줘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의사 정도는 돼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거든요.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더 많은 여성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두 사람은 지난 2년여간 일주일에 2~3편의 영상을 꾸준하게 올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연휴 때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게 될 때는 영상을 미리 촬영해서 편집을 마쳐 놓을 만큼 성실하게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변함없는 태도로 꼬박꼬박 영상을 올리다 보니 ‘페미니즘은 잘 모르는데 영상이 재밌어서 본다’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달렸다. 그러나 채널의 규모가 커질수록 원치 않게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 사람은 지난 2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만큼 지금이야말로 잠시 멈춰 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2년 만에 휴식기를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솔 저희가 두 부류에서 욕을 먹었어요. 우선 저희 채널을 두고 소위 ‘여자 패는(욕하는) 채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 놓고 막상 저희 채널에 들어와 보면 ‘여성 아이돌 소비를 그만하자’고 하거나 여성들의 거식증이나 다이어트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콘텐츠의 주어가 다 ‘여자’라는 거죠. ‘왜 남자를 욕하지 않고 여성을 타깃으로 해서 이야기를 하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또 오래전부터 각 커뮤니티에서 저희를 싫어하는 집단이 생겼는데 저희가 어떤 영상을 올리면 저희를 욕하는 댓글이 몇백 개씩 달리곤 했어요. 어떤 분들은 저희를 완전무결한 페미니스트 그 자체로 인식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부분도 사실 굉장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였어요. 강민지 저희가 그동안 일주일에 2~3개의 영상을 꾸준히 올려 왔는데 많은 분이 저희가 하는 활동을 혹시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말을 하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하말넘많은 그만둘 리 없으니까’라는 말요. 다른 채널과 저희 채널을 대할 때 온도 차가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약간 서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는데 이런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저희에게도 또 구독자들에게도 좋을 리 없잖아요. 앓는 소리를 계속하는 건 저희가 지향하는 바도 아니고요. 그래서 그럼 차라리 우리가 쉬자는 생각이 들었죠. -힘든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두 분이 꿈꾸는 미래도 궁금해요. 강민지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단한 동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하는 거라고 말씀드려요. 저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저희는 ‘일단 하자’는 주의예요. 그게 저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하말넘많’의 정체성을 놓지 않고 끝까지 하고 싶어요. 서솔 저는 ‘하말넘많’을 그만뒀을 때 일어날 일을 (최근 들어) 상상해 본 적이 있어요. 물론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고요. 하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아요. 현재 저희 채널 구독자 수가 17만명인데 국내 랭킹으로 따지면 3800등 정도예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채널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페미니즘을 모르는 사람이 저희 채널을 봐도 ‘이 채널 큰 채널이다’라고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채널 규모가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9대1이 1대9 될 때까지… 여성독립영화인 ‘판’ 키운다

    9대1이 1대9 될 때까지… 여성독립영화인 ‘판’ 키운다

    영화진흥위원회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개봉작 기준 감독의 성비는 남자 85.9%, 여자 14.1%였다. 2015년 여성 감독이 8.1%였던 것에 비하면 늘어났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비율은 아니다. 감독뿐 아니라 제작자, 주연 배우, 각본가, 촬영 감독 등 주요 스태프의 성비 역시 크게 차이 난다. 다행히 최근 여성 영화는 약진하고 있다. 2015년을 전후로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면서 여성 감독들의 활동도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또 여성 감독이나 여성 배우가 주연한 영화나 여성 서사에 대한 관객의 관심과 수요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영화인에 대한 영화 제작자와 투자자들의 편견은 공고하다. 여성 감독은 리더십이 부족해 현장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길 뿐 아니라 여성적인 이야기나 여성적인 시선이 담긴 작품은 ‘작은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등 불신이 깊다. 이런 까닭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선보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여성 영화인이 부지기수다. 이에 여성들을 위한 ‘판’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그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여성독립영화를 소개하고 여성 감독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이 주류로 진입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막을 올리는 서울여성독립영화제팀이다. 2016년 ‘#영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계기로 출범한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 모임 ‘찍는페미’에서 만나 이번 영화제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활동가 문아영, 박소희, 안정윤, 오유진, 위정연, 한온리씨를 만났다. 이들은 현재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거나 본업인 일을 하면서 짬을 내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6월 26일부터 사흘간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리는 영화제를 앞두고 이들을 만나 ‘여성과 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여성 영화제작 여성 독려하려 시작 -서울여성독립영화제의 출발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무엇을 목표로 영화제를 개최하게 되었나요. 박소희 대학에서 영화과에 진학한 이후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이렇게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왜 영화제에서는 여자들이 만든 재미있는 영화가 별로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저 사람은 진짜 영화인이구나’ 하는 여자 선배들이 영화를 그만두고, 영화계 내 성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문득 ‘내가 계속 영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작의 고통을 버티는 것과는 다른 거대한 벽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그만두기 싫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증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여성독립영화인들이 이렇게 재밌는 영화를 많이 만들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자고요. 제 목표는 역설적이지만 ‘영화제 해체’예요. ‘여성’독립영화제가 따로 있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좋은 여성독립영화들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여성이 ( ) 만든다’라는 영화제 슬로건과 여성의 신체가 부각된 포스터가 인상적입니다. 오유진 슬로건의 괄호 안에 글을 넣으면 그대로 말이 만들어져요. ‘영화’를 넣으면 ‘여성이 영화를 만든다’가, ‘영화제’를 넣으면 ‘여성이 영화제를 만든다’가, 또 ‘국회’를 넣는다면 ‘여성이 국회를 만든다’ 등 괄호 안에 무엇이든 들어갈 수 있죠. 여성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슬로건에 담고 싶었어요. 안정윤 처음에 디자이너분들께 ‘물결’과 ‘여성의 신체’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했어요. ‘물결’이라는 테마를 제안한 이유는 해일이나 파도의 이미지가 투영됐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어요.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느냐’는 한 남성 지식인의 말에 대항해 ‘우리가 해일이다’라고 외쳤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습니다. 또 여성들 간의 연대가 연상될 수 있도록 이어달리기를 디자인 테마로 잡았습니다. 서울여성독립영화제는 찍는페미 행사팀이 기획한 행사에서 비롯됐다. 찍는페미는 2018년 하반기 여성 영화를 소개하는 상영회를 준비하던 중 여성 창작자가 설 자리를 넓히기 위해서는 상영회보다는 더 ‘큰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이 영화제다. 영화제 팀은 올해부터 찍는페미와는 독립된 조직을 꾸려 새롭게 출발했다. 보다 다양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엄격한 출품 기준을 내세웠다. 연출자가 여성이어야 하고, 스태프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어야 하며, 작품의 주제나 소재가 여성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지난해와는 달리 작품 제작 시기도 2019~2020년으로 제한했다. 출품작 수가 저조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250여편이 영화제 팀 앞에 당도했다. 기준을 충족하는 출품작 중 최종 상영작 18편을 선정했다. 독립영화 투쟁·진보하는 여성 담아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의 경향이나 특징이 있나요. 박소희 올해 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여성들 이야기가 많아서 가슴이 벅찼어요. 출품작 ‘일하는 여자들’과 ‘해일 앞에서’를 보고 있으면 저와 제 동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또 여성과 여성 퀴어의 삶,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다룬 영화들이 많아서 ‘지붕 찾아 삼만리, 여성 퀴어의 가족구성원’이라는 포럼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안정윤 작년까지만 해도 여성의 삶에 존재하는 문제를 소리 내어 말하는 것, 가시화하여 보여 주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둔 작품들이 많았어요. 올해 출품된 작품들은 그것에서 더 나아가 내일의 삶을,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쪽이 더 옳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이 한 걸음씩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의미예요. ‘여성들의 삶에 이러한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딛고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는 방향성이 보여서 좋았습니다.영화진흥위원회가 2018년 발표한 ‘소수자 영화정책 연구-성평등 영화정책을 중심으로’ 보고서의 여성 영화산업 종사자 심층 인터뷰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성 영화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성차별이 적지 않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조직의 상부로 갈수록 여성 비율은 크게 낮아지는 데다 분장과 의상처럼 여성이 많이 담당하는 직무는 숙련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치부된다. 또 남성 중심적인 권위 체계 아래 여성 혐오 발언이나 성희롱과 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영화 제작 현장을 경험한 서울여성독립영화제 팀의 활동가들 역시 영화계 내에서 성평등한 환경을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젠더 감수성이 떨어질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벽 남성 위주 제작… 입지 좁아져 -여성 영화인들이 현재의 영화 제작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데 장벽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위정연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할 때 교수들이 대부분 남자였고 그들에게 페미니즘 영화를 만들겠다고 설득하는 것부터가 큰 과제였어요. 단편·장편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매우 폭력적이고 소수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분위기더라고요. 영화에 투자하거나 제작 지원금을 결정하고 영화제 상영을 결정하는 심사위원들 대다수가 여전히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 영화인이 설 자리가 늘지 않는다고 봐요. 박소희 당장 영화 구직 관련 커뮤니티에만 들어가 봐도 ‘남성분만 지원 가능’, ‘일이 힘들어 남성분만 구인하고 있습니다’, ‘여성분은 이미 많아서 남성분만 지원해주세요’ 같은 글이 정말 많아요. 사실 현장에 가 보면 힘든 일은 여성이고 남성이고 다같이 하거든요. 여성은 못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성이 영화계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오유진 저는 운좋게 여성이 연출을 맡은 현장에도 가보고 남성이 연출을 맡았지만 여성 영화를 찍는 현장도 경험해봤어요. 그래도 여성은 의상이나 미술, 남자는 촬영이나 조명을 맡는 경향이 뚜렷하더라고요.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영화계에서 일할 수 있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위정연 실질적으로는 여성 영화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사업이 대폭 늘어나야 해요. 창작 활동을 하려고 해도 예산이 부족해서 제작 자체가 불발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박소희 영화를 예술이라고 하지만 영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시간이 들어가요.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까지 많은 이들이 영화 하나만 바라보고 노동을 하죠. 예술보다는 생존 노동에 가까워요. 노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속 노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게 중요하겠죠. 영화도 똑같아요. 오로지 영화 노동만 해도 먹고살 수 있는 정당한 임금, 오로지 영화 노동만 할 수 있는 성폭력 없는 안전한 노동 환경, 좀더 많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 나아가서는 여성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관객들까지요. 여성 영화의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여성 영화인이 영화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영화제가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된 영화나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우선적으로 주목하지는 않는 가운데 서울여성독립영화제와 같은 작은 영화제가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 유수의 국제영화제처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좋은 여성독립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영화제 활동가들의 소망이다. 미래 꾸준한 창작의 ‘버팀목’ 되길 -개인적으로 이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으시는지요. 한온리 독립 영화도 별로 없고, 여성 영화도 별로 없는데 여성독립영화는 얼마나 없겠어요. 더 많은 여성독립영화들이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 중에서 좋은 영화들이 잘 소비될 수 있게끔 돕는 역할을 하는 거고요. 위정연 여성 영화인들이 설 자리를 단 한 개라도 더 늘리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꾸준히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옆에서 든든히 버팀목처럼 서 있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안정윤 최근 들어 규모가 큰 영화제 관계자분들이 ‘여성 감독의 또는 여성에 관한 출품작이 늘었다’고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런 말을 접할 때마다 일면 뿌듯하다가도 남성 일색의 극장가가 떠오르며 씁쓸해져요. ‘정말 여성 감독이, 여성 영화가 많은가’, ‘남성 감독들만큼 여성 감독이, 여성 영화가 극장가를 가득 채운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2005년부터 2016년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의 남녀 감독 성비가 9대1이라고 해요. 서울여성독립영화제는 9대1이 1대9가 되는 날까지 여성 영화인들의 설 자리가 되고 싶어요. 작은 여성영화들이 한 번이라도 더 상영되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교사가 페미니즘 가르쳐” 학부모 300만원 손해배상

    “교사가 페미니즘 가르쳐” 학부모 300만원 손해배상

    페미니즘 가르친 교사에게 ‘남혐’ 낙인근무하는 학교 앞서 피켓시위 벌이기도1·2심 “정신적 고통 줬다”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교사에 파면을 요구한 학부모 단체에 대해 대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씨에게 3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년 뉴미디어 매체 ‘닷페이스’와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이후 학부모 단체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9월까지 A씨를 파면하라는 성명을 발표함과 동시에 그가 근무하는 학교와 관할 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 단체는 A씨가 동성애에 대한 옹호와 남성 혐오를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생들에게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말을 한 적이 없으며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얘기와 함께 자신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여준 게 전부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A씨는 학부모 단체를 상대로 1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그가 학부모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3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1심은 “학부모 단체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성명서에 발표하고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은 A씨에게 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A씨는 아직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퀴어문화축제에 관해 얘기함으로써 학부모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했다”고 설명했다. 2심도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항소의 이유가 없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세탁기, 편하지만 일감 불어난 역설

    세탁기, 편하지만 일감 불어난 역설

    세탁기의 배신/김덕호 지음/뿌리와이파리/376쪽/1만 8000원서구에서 1846년 처음 특허를 받은 세탁기가 본격적으로 일반 가정에 공급된 건 1920년대 초였다. 당시만 해도 세탁기는 ‘전기 하인’ 등으로 불리며 주부들의 가사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줄 발명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확실히 세탁기가 힘든 빨래를 쉽게 만들고 빨래의 과정을 단순화시키긴 했다. 문제는 그와 더불어 개인 위생과 청결 기준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더 자주 옷을 갈아입었고, 더 자주 침대 시트를 갈았으며, 더 많은 양의 빨래를 만들어 냈다. 결과적으로 세탁기를 들여놓았는데도 세탁에 드는 총시간은 오히려 증가하는 희한한 역설이 생겨났다. ‘세탁기의 배신’은 이처럼 여성의 가사노동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들어진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여성의 노동 해방을 방해하고 짐을 지우는 모순, 이른바 ‘코완의 패러독스’를 논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이반 일리치, 루스 코완 등 학자들의 ‘그림자 노동’(공식 노동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연구를 검토하고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와 당시 사회문화적 트렌드까지 훑어낸다. 특히 20세기 전반을 통해 미국 가정마다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줄줄이 사들였는데도 여성들의 가사노동 시간이 늘어난 이유가 뭔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지난 100년 가운데 60년 동안은 여성들의 ‘그림자 노동’ 시간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여성들의 가사노동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들어서다. 저자는 이 역시 넘쳐나는 가전제품 덕분이 아니라 남자도 가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회인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니 현재와 같은 소비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아무리 많은 가전제품이 개발된다 해도 여성들이 ‘코완의 패러독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이 역설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나다. 가사노동이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공평하게 분배되는 것. 여기에 자녀들이 자신의 몫을 찾아 부모를 돕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자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단절 없이 단단히 버텼다… 그녀들은 ‘찐베테랑’이다

    단절 없이 단단히 버텼다… 그녀들은 ‘찐베테랑’이다

    “여성 베테랑들이 오랜 기간 일하며 만났던 순간들을 기록하고 대한민국에서 여성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묻고 여성의 노동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말합니다.”(여성 베테랑의 이야기를 무가지와 웹진으로 배포하는 팀 ‘WSW’ 소개글 중에서) “두 여성이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는 나이스숍은 (중략)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 창작자와 동시대적 고민을 나누며 더 만족도 높은 작업적 성취와 지속가능한 작업환경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가 운영하는 편집매장 ‘나이스숍’ 소개글 중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두 팀이 소개글에서 공통적으로 짚은 단어는 ‘지속가능’이다. 여성 노동자로서, 여성 창작자로서 꾸준히 나의 일을, 나의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다. 남성과 똑같이 일하는 여성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 성별이 중요할 리 없는 예술계에서도 유독 남성 창작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와 여성 창작자의 존재는 잊혀지거나 지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원한다면 계속 말할 수밖에 없다. 보통 여성들의 서사가 이곳저곳에 닿기를 바라며 그들의 나직한 목소리를 전하는 또 다른 여성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윤여준씨와 기획자 정지혜씨가 운영하는 WSW와 아트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김은하씨와 콘텐츠 디렉터 윤장미씨가 운영하는 디자인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의 이야기이다.‘WSW’(We are Still Working·우리는 여전히 일하고 있습니다) 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한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본래 ‘베테랑’이라 하면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뜻한다. WSW는 전문성이 아직도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이 단어를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여성들을 일컫는 데 사용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는 여성 창작자들의 작업물을 판매하는 편집매장인 나이스숍을 함께 운영하며 여성 창작자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여성 창작자의 작업과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 김은하씨와 윤장미씨는 2018년 8월부터 1년여간 나이스숍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여성 창작자들의 인터뷰를 모은 인터뷰집 ‘스프레드’를 지난해 출판했다. 보통 여성들의 존재를 부지런히 세상에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네 사람을 함께 만났다. 우선 WSW는 윤여준씨가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필요하여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다. 윤씨는 지난해 일종의 ‘번아웃’(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정신적·육체적인 피로를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경험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미래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고, 주변에서 사라지는 동료들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럴 때 미디어에서 꾸준히 일하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면 반가웠다. 그래서 직접 일하는 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자는 생각에 지난해 WSW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WSW 팀이 지금까지 인터뷰한 사람은 남성 노동자들이 대다수인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30여년간 자리를 지켜 온 솔다방의 김혜영 사장을 비롯해 가사노동 경력 30년의 권현미씨, 35년차 안마사인 여환숙씨, 8년차 요양보호사 김금옥씨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계신 여성들을 ‘베테랑’이라고 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정지혜 ‘베테랑’이라고 하면 남성을 떠올리기 쉬워요. 저희는 여성 또한 어떤 일이든 오래 지속한 직업인에게서 나오는 노하우와 기술, 그리고 일에 대한 태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베테랑을 여성으로 상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확장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임금이 높지 않고 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있는 ‘여성의 일’ 또한 충분히 전문성과 노하우가 더 많이 드러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현재 WSW는 4호까지 나왔는데 어떤 기준에 따라 여성 베테랑들을 선정하셨나요. 윤여준 4호까지 진행하면서 저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여성의 노동에 주목했습니다. 남성 중심 지역구 안에서의 여성 자영업자, 가사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이주 돌봄 노동자 등 주변화되는 여성의 일에 먼저 집중하고자 했어요. 회차가 쌓일수록 편견이 교차하는 여성의 일에 대해 더 깊이 논의하고 싶습니다. -베테랑 분들을 인터뷰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면이 있다면요. 정지혜 저희는 베테랑분들이 겪는 노동 현실의 어려운 면만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베테랑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태도를 인터뷰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베테랑분이 노동을 하며 겪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터뷰를 천천히 진행합니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제도나 환경,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로 자연스럽게 귀결되곤 했어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그간 사회에서는 주목하지 않았죠. 그런 점에서 WSW의 작업이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윤여준 간병인만 해도 중국 동포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되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 혐오 뉴스를 마주할 때면 저희가 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여성 노동자들에게 힘을 더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이런 고민을 하는 동세대의 많은 여성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하고 있는, 혹은 함께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야, 너도 할 수 있어!’ 하는 거죠.-앞으로 만나 보고 싶은 베테랑이 있나요. 정지혜 평소 여성 택시 기사분들이 운전하는 차에 타면 얼마나 일하셨는지 여쭤 봐요. 그중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연락처를 미리 따 두기도 해요(웃음). 생각보다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던 베테랑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이스프레스가 더불어 운영하는 나이스숍은 여성 창작자 혹은 여성 창작자가 1인 이상 참여한 듀오의 창작물을 선보인다. 미술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물건부터 열쇠고리, 컵 등 실용적인 제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소개한다. 나이스숍은 남성이 만든 창작물을 무조건 배제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만든 물건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운영자 두 사람을 포함한 주변의 여성 창작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간 두 사람은 여성 창작자 한 명에게 집중한 기획전인 ‘나이스캐치’를 비롯해 분위기나 쓰임이 비슷한 작품을 만드는 여성 창작자들을 큐레이션해서 선보이는 기획전 ‘나이스플레이’ 등과 같은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실은 인터뷰집 ‘스프레드’를 펴낸 계기가 뭔가요. 김은하 상품 판매는 콘텐츠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해요. 요즘 세대는 물건의 기능과 외형뿐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이야기들까지 함께 소비하죠. 그래서 상품을 만든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어요. (여성 창작자들을) 더 많이 가시화하고, 더 많은 작업물을 판매하는 게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인터뷰 자체가 저희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쳐요. 여성들과 일하는 것은 저희 목표 중 하나입니다. -여성 창작자의 작업물만 선보이는 건 달리 생각하면 여성 창작자들이 자신의 결과물을 선보일 기회가 적다는 뜻인가요. 김은하 저는 저 스스로를 영업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디자인 전공자이기 때문도 아니고 개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실은 그냥 그렇게 자라 왔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드러내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항상 외부적인 것으로 평가를 받았던 것이 저 스스로를 많이 표현하지 못하게 했던 것 같아요. 스무 살 이후에 만났던, 제가 배울 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어른들이 제게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착취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실 처음엔 제가 노출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었어요.-‘스프레드’ 1호는 한국어와 영어 2개 언어로 내용을 표기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김은하 저희가 큰 포부를 안고 있거든요(웃음). 페미니즘 이슈나 여성 창작자를 가시화하는 건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국내 창작자들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 중요해요. 국내에서도 서울 바깥으로 여성들의 존재를 퍼뜨리는 것이 필요하죠. ‘스프레드’(SPREAD)라는 이름도 그런 의미를 담아 지었어요. 두 팀은 여성 노동자들과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더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연하게도 두 팀이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도 지속가능성이란 키워드는 매우 중요하다. 여전히 현실은 차갑지만 이들은 미래를 낙관했다. 최근 여성 서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고, 또 젊은 여성들이 자신들처럼 여성의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더할 것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지속가능하게 오래할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어떤 것이 변화해야 할까요. 윤장미 저는 자본이라고 봐요. 여성 임금이 올랐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제가 하는 일이 물건도 팔고 콘텐츠를 파는 건데 그걸 팔면서 짧은 홍보글을 쓸 때조차도 저는 남성을 타깃으로 쓴 적이 없어요. 모든 (통계) 수치가 여성들이 좋은 제품과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고 말하니까 항상 여성을 상정하고 쓰죠. 그래서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소비를 더 잘하고 문화예술을 잘 즐기려면 임금이 높아져서 자본적인 여유가 생겨야 할 것 같아요. 정지혜 저는 지금까지 남성 중심적인 노동의 의미를 여성의 노동을 포함해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사노동 같은 재생산 노동만 하더라도 임금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으로 평가되어 여전히 가치 있는 노동으로 보지 않거나 외주화되어 임금노동이 되었다고 해도 노동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성들이 성공한 모습이 역량 강화라는 의미에서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 또한 그 가치가 재평가돼야 한다고 봐요. -독자들에게 ‘WSW’와 ‘스프레드’가 각각 어떤 매체로 혹은 콘텐츠로 다가가길 바라나요. 윤여준 저희가 인터뷰하는 베테랑들이 각자가 얼마나 멋지게 일을 꾸준히 하고 있는지, 그 자체가 젊은 여성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를 스스로 느끼면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요즘 많이 부각되기 시작한 여성 서사 콘텐츠를 볼 때 어떤 것이든 힘이 나더라고요.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그래 어려운 일은 아니야’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달까요. 누구든 자신의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길 바랍니다. 김은하 저는 20대를 너무 어렵게 지냈어요. 답이 있는 줄 알고 답이 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그때는 전혀 몰랐어요. ‘스프레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지금 크게 성공했거나 해당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 안정기에 있는 분들이 아니라 한창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비슷한 시기를 지나는 분들이 스프레드를 보고 답은 하나도 아니고, 못 찾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여성의 날’ 체포된 中 여성들… 연대와 각성의 기록

    ‘여성의 날’ 체포된 中 여성들… 연대와 각성의 기록

    빅브라더에 맞서는 중국 여성들/리타 홍 핀처 지음/윤승리 옮김/산지니/336쪽/2만원독재권력은 인권 탄압과 착취를 독재 유지의 유용한 수단으로 삼는다. 민주주의의 쇠퇴가 자주 들먹여지는 요즘 인권 유린과 약자에 대한 폭력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다. 미국 저널리스트 겸 학자인 리타 홍 핀처는 책을 통해 중국에서 억압받고 권력에 맞선 여성들을 파헤친다. 그 중심에 중국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인 ‘페미니스트 파이브´의 수난과 용기를 놓고 있다. 중국은 초창기 여성을 남성과 평등한 존재로 여겨 존중한 역사를 갖는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혁명기와 마오쩌둥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성평등을 지지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국의 경제개혁이 가속화되면서 성평등 개념이 약화됐고 여성 탄압이 시작됐다. 중국의 여성 탄압을 말할 때 2015년 3월 7일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다섯 명의 페미니스트, 이른바 ‘페미니스트 파이브´가 체포된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반성폭력 스티커를 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이들은 미국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를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됐고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으로까지 떠올랐다. 중국이 여성, 특히 고학력 도시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그들을 지칭하는 용어인 ‘잉여 여성´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저자는 직업을 갖고 결혼하지 않은 20대 후반 여성들에게 ‘잉여 여성´이란 오명을 씌워 탄압하는 중국 정부의 폭력을 낱낱이 고발한다. 중국 정부는 여성 권리를 위한 비정부기구를 공격적으로 폐쇄하고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을 감시한다. 대학에선 젠더(성)와 여성학 프로그램을 세밀히 통제하고 페미니스트 소셜미디어 계정을 단속하기 일쑤다. 책의 특징은 중국의 여성 탄압과 그에 맞선 페미니스트 운동의 추적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위주의적 통제와 생존투쟁의 핵심에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가 있음을 거듭 확인한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2017년 민주주의가 수십년 만에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으며 여성 혐오적 독재자들이 러시아를 비롯해 헝가리, 터키 등에서 훨씬 대담해졌음을 지적한 바 있다. 저자는 전 세계의 페미니스트는 모두 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있지만 위기가 닥치면 연대하고 서로를 지지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대중적이고 포괄적인 시민운동이야말로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는 가장 위협적인 도전이다. 용감한 여성들이여, 연대하라.”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성범죄에 관대한 심판… 대한민국 ‘정의’의 현주소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성범죄에 관대한 심판… 대한민국 ‘정의’의 현주소

    판결과 정의/김영란 지음/창비/236쪽/1만 5000원불법 성착취 영상물을 공유한 ‘n번방 사건’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주범 중 하나인 조주빈의 이중적인 행각도 놀랍지만, 종교인은 물론 아동·청소년 등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가해자들의 면면도 충격적이다. 와중에 시민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한다. 대법원이 서둘러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지만, 이제까지 전례를 보면 한국은 성범죄에 관대한 나라였음이 틀림없다.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법관으로, 일명 ‘김영란법’을 이끌어낸 저자의 ‘판결과 정의’는 대법관 퇴임 후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에서 ‘판결’을 통해 ‘정의’가 구현되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묻는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순수하게 법리를 통해서만 재판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대법관들이 자신에게 허용된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비판한다. 저자는 ‘판사들이 큰 그림을 가지고 결론을 선택한다는 것’이 ‘원래 사법부가 의도하지는 않은 일’이라 단언한다. 그럼에도, 판결의 결과에 ‘어떤 성향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라는 점에서, 특히 국민 정서와는 확연히 다른 판결에 대해 늘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하나, 대개의 판결은 사회 변화를 추동하기보다 뒤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법부가 사회 변화와 보조를 맞추면서 정의를 수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호주제 등 제도적 차별이 사라졌고, 페미니즘에 관한 담론과 각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차별적이다. 당연히 성인지 감수성도 낮다. 성범죄자들, 특히 사회 고위층으로 가면 법원의 형량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게 일상다반사다. n번방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결국 사법부의 각성을 요청하는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못하는 판결은 역사의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조봉암 사건 재심과 진도 민간인 학살 사건 재심 사례를 통해 사법부가 정권의 시녀 노릇을 했던 뼈아픈 과거를 반성한다. 저자는 판결이 ‘마침표’가 아님을 누누이 강조한다. 사건의 시시비비는 판결을 통해 일단락될 수 있지만, 그 사건이 남긴 파장은 결국 다시 우리 사회의 고민과 성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어떤 방식으로든 발자취를 남기고, 우리에게 시사점을 제시한다. 판결은 정의로워야 한다는 믿음이 회복될 수 있도록, 사법부의 각성은 물론 시민사회의 재정비도 시급함으로 ‘판결과 정의’가 오롯하게 보여 준다.
  • 벽보 태우고 돌 던지고… 페미니스트 할퀴는 혐오

    벽보 태우고 돌 던지고… 페미니스트 할퀴는 혐오

    4·15 총선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 후보들에 대한 혐오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서대문갑 선거구에 출마한 신지예 무소속 후보 선거본부는 13일 ‘신지예 후보 벽보 훼손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 후보 측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설치됐던 벽보를 누군가 불로 지져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주민 신고가 접수돼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앞서 신 후보는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걸고 녹색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서울 전역에서 벽보가 훼손되는 사건을 겪었다. 신 후보는 “이 사건은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라며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겠다는 협박이자 페미니즘을 외치는 여성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혐오 범죄”라고 밝혔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신민주 기본소득당 후보도 지난 7일 벽보 훼손 피해를 입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이날 벽보 속 신 후보의 얼굴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힌 것을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 후보는 페이스북에 “골목에 폐쇄회로(CC)TV도 없고 지문도 안 나왔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다.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썼다.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유세를 돕던 자원봉사자가 테러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이지원 후보를 돕던 자원봉사자가 지나가는 남성이 던진 돌에 맞아 다쳤다. 이 자원봉사자는 “돌에 맞아 뒤돌아봤더니 돌을 던진 남자는 웃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신민주 후보는 ‘당신의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을 슬로건으로 내세웠고, 이 후보가 소속된 여성의당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의제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신지예 후보도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여성폭력 근절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서울포토] N번방 처벌법 즉각 제정하라

    [서울포토] N번방 처벌법 즉각 제정하라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입법, 사이버성범죄 방지ㆍ처벌법 즉각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4.2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단독] 민주 ‘여성·30대·트위터’ vs 통합 ‘남성·50대·유튜브’…SNS 우군 갈렸다

    [단독] 민주 ‘여성·30대·트위터’ vs 통합 ‘남성·50대·유튜브’…SNS 우군 갈렸다

    빅데이터로 읽는 2020 총선 서울신문 7개 SNS 1만 6000건 조사 코로나19 창궐이 본격화된 한 달여 동안 여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 생산자를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여성’, ‘30대’, ‘트위터’ 점유율이 미래통합당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통합당은 ‘남성’, ‘50대’, ‘유튜브’가 정치 여론의 주도자로 집계됐다. 31일 서울신문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통합당 출범 시점인 지난 2월 17일~3월 18일 7개 SNS 채널(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페이스북·블로그·카페·카카오스토리) 계정 이용자의 성향과 성별·연령 등이 드러난 1만 6000여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민주 성향 여성 비중 25.8%…통합 19.4% 빅데이터 정보량 규모는 민주당이 1만 2134건으로 통합당의 4054건보다 3배가량 많았다. 민주당 관련 글의 경우 여성 작성자 비중이 25.8%로, 통합당의 19.4%보다 높다. 통합당 게시글은 남성이 전체의 80.6%로, 민주당의 74.2%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시기를 고려하면 코로나 사태에서 안전 문제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여성이 정부 대응을 주시하며 SNS에서 주요 스피커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합 성향 ‘유튜브 쏠림’…민주당보다 많아 관심사를 바탕으로 분석했을 땐 페미니즘 관련 계정의 민주당 게시글 생산이 통합당보다 많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페미니즘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노선이 여성들의 관심을 더 끌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해당 시기 페미니즘 관련 계정의 민주당 정보량은 통합당보다 4.7배 많은 906건에 달했다. 민주당의 특징적 빅데이터 생산자는 친여 진보 성향의 30대였다. 반면 통합당은 보수 야권 성향의 50대 생산자 비중이 눈에 띈다. 정보량의 세대별 데이터 점유율은 민주당이 50대 35.8%, 40대 24.3%, 30대 20.2%, 20대 17.6%, 10대 2.1%였고, 통합당은 50대 44.6%, 40대 22.6%, 20대 20.4%, 30대 7.1%, 10대 5.3%였다. 통합당은 30대 비중이 민주당보다 13% 포인트 이상 낮았고 50대 비중은 8.8% 포인트 높았다. 채널별로는 유튜브에서 통합당 정보량(2091건)이 민주당(1739건) 정보량을 앞섰다. 나머지 채널에선 모두 민주당 정보량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보수·우파 성향 콘텐츠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돼 50대 이상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봤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곁을 바꿔야 세상도 바뀐다 … 엄마들, 집안에 페미니즘 들이다

    곁을 바꿔야 세상도 바뀐다 … 엄마들, 집안에 페미니즘 들이다

    살면서 스스로 ‘여자’라고 인식하며 산 적이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회사에서 일할 땐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삶을 계획하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좀 달라졌다. 임신과 출산 이후에는 매일같이 ‘여자’라는 성별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삶이 펼쳐졌다. “아, 나에게 자궁과 젖이 있구나. 내가 여자구나.” 이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모든 것이 여성에게 얼마나 불리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 답답한 마음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비혼 여성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독서 모임에 나갔지만 페미니즘 이슈에서 기혼 여성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을 때 ‘역시 비혼과 비출산이 답’이라는 이야기가 돌아오곤 했다. 애초에 결혼과 출산을 후회하려고 고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조언이 일종의 벽처럼 느껴졌다. 이성경씨가 2017년 말 기혼 여성들의 언어를 탐구하는 페미니즘 모임 ‘부너미’를 직접 꾸리게 된 계기다.이씨는 ‘곁을 바꾸는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임의 이름을 한옥의 아궁이에서 발생한 열기가 방바닥으로 들어가게 하는 통로인 ‘부넘이’에서 따왔다. 부넘이는 불을 땔 때 연기가 역류하지 않게 막아 집안에 온기가 돌도록 돕는다. 집안에 페미니즘 이슈를 들여왔을 때 가족 구성원들의 반감 없이 현실적인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논의를 하자는 의미에서 붙인 명칭이다. 누군가는 기혼 여성을 ‘가부장제 부역자’라고 거칠게 비판하지만 부너미 구성원들은 페미니즘이 유별난 게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고 강조한다. 결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느낀 아주 사소한 불편함에 대해 고민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페미니즘과 멀지 않다는 것이다. 여성 이슈와 관련한 책을 읽고 기혼 여성 당사자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토론하는 부너미의 구성원 가운데 김은희·유지은·은주·이성경씨를 만났다. 결혼·출산 후 마주한 성차별 사소한 내 주변의 ‘곁’ 하나라도 바꿔보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인식하게 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은주 결혼 전에는 장애인, 여성, 빈민, 노동자, 이주민 등 소수자의 삶에 연대하는 사회운동을 하면서 페미니스트를 연대하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로 두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혼 후에는 임신과 출산 등 제 주변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 그리고 제 삶의 방향과 가치를 설정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삶의 태도가 됐어요. 김은희 결혼 후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작가의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읽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명명하게 됐어요. 이전부터 소수자, 약자, 여성 이슈에 관심은 많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은 왠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졌거든요. ‘페미니스트.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모든 성별이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라는 책 속의 정의를 만나고부터 나를 위해,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에 동참하자 다짐했죠. -페미니즘을 접한 이후 일상에서 마주하게 된 변화가 있나요. 이성경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저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저만의 언어를 갖게 되고 변화의 욕구도 생겼어요. 말할 수 있는 힘과 용기도 생겼죠. 그러고 나니 집안 분위기도 변하고 남편과 대화하는 내용도 달라졌어요. 단적인 예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전에는 남편이 주말마다 학원에 가는 동안 제가 독박 육아를 했었거든요. 그게 내조라고 생각하고 제가 아이 둘을 돌보는 걸 당연하게 여겼어요. 이젠 저도 주말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저의 단절된 경력을 보완하기 위해 밖에서 사회적인 활동을 하죠. 부너미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은 ‘곁을 바꾸는 페미니즘’이에요. 거창한 이론은 모르더라도 작은 일, 사소한 일 하나만이라도 바꿔 보자는 거죠. 그게 꼭 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될 수도 있고요. 제가 넘어야 할 벽은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남성 중심 사회에서 30여 년을 살았으니 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남성 중심 사고가 얼마나 많겠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정말 당연한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훈련 중입니다. -결혼한 페미니스트로서 결혼 혹은 가족이라는 제도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이나 고충이 있나요. 이성경 결혼 전에는 남편과 ‘한 사람’ 대 ‘한 사람’으로 동등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혼, 출산, 육아를 하는 동안 남편은 ‘남자’고 저는 ‘여자’라는 사실이 선명해지더라고요. 제가 집안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남편과의 관계를 평등하게 맞춰 놓아도 양쪽 집안까지 바꾸는 건 한계가 있더라고요. 1년에 몇 번 못 만나는 가족들이라는 생각에 타협하는 쪽으로 선택할 때가 있어요. 모성 신화를 비판하면서도 엄마 역할을 더 잘하지 못한다고 자책을 하기도 하고요. 결혼 제도 안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을 깨트리겠다는 건 끊임없이 무너지는 일이에요. 분노했다가 타협했다가 스스로 끊임없이 분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의 페미니즘은 ‘모순과 혼란의 페미니즘’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래도 남편이 저와 함께 페미니즘 책을 읽고 대화를 하는 덕분에 부부간의 성평등 지수가 많이 올라갔어요. 2017년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부너미는 지난해 기혼 여성 10명이 저자로 참여한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민들레)를 통해 기혼 여성들이 육아, 경력 단절, 가사 불평등으로부터 겪는 각종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혼 여성이 결혼 제도 안에서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역할을 맡으면서 경험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 ‘유별난 여자’가 되는 상황 속에서 ‘결혼하고 애 낳은 여자들’에게 페미니즘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적었다.‘가부장제의 부역자’ 편견 넘기 기혼여성이 느끼는 일상의 불편함 고민 -첫 책의 제목은 어떻게 정하게 됐나요. 이성경 부너미 구성원 중에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제목 붙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결국 토론 끝에 제목에 ‘페미니스트’를 넣은 건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 자신이 경험한 어떤 답답함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는 사람이야말로 페미니스트라는 걸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김은희 이 책의 제목이 많이 회자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어렵게 생각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이즘’(ism)이 붙으면 낙인 효과 같은 게 있잖아요. ‘그 생각에 동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니야’라며 선 긋기를 하는 게 있는데 이 책에는 기혼 여성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덕분에 입소문이 나서 엄마들끼리 선물하고 그러면서 제목을 다시 언급하게 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일각에서는 결혼한 페미니스트를 ‘가부장제 부역자’라는 표현으로 일컫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연애·성관계·결혼·출산을 모두 거부하는 ‘4B 운동’이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유지은 한국에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가부장제 부역자’라는 타이틀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가 진짜 페미니스트이고 가짜 페미니스트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가부장제 문화라고 봐요. 우리 안에서 누군가를 가려내기 위한 싸움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4B 운동을 엄청 지지해요. 그런 방식으로 본인들의 힘을 표현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가부장제를 타파하기 위해) 싸우는 분들도 있고 저희 같은 사람도 있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싸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책이 나온 지 약 1년 만에 부너미는 두 번째 책을 통해 좀더 논쟁적인 질문을 던졌다. 오는 4월 발간을 앞둔 책의 제목은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와온)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섹스’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꽤 파격적인 제목이다. 섹스리스, 돌봄·가사 노동과 섹스, 남편의 성폭력, 혼외 섹스와 성매매 등 ‘기울어진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기혼 여성 11명이 직접 썼다.부부 사이의 ‘기울어진 섹스’ 굴욕적 부부관계 만든 섹스 금기 분위기 -기혼 여성의 섹스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성경 전작에서 결혼한 여성이 오롯한 ‘나’로 서기 위한 고민과 실천을 담았다면 이 책에서는 부부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섹스 불평등에 관한 책을 만들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건 꽤 오래됐어요. 출산 후 맘카페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는데 거기에서 종종 접했던 섹스에 대한 기혼 여성들의 고민이 큰 충격이었어요. 여성들은 출산 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남편의 섹스 고민까지 떠안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화가 났죠. 일부 남성들이 속 편하게 ‘섹스 거부는 이혼 사유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굴욕적으로 느껴졌어요. ‘남편의 섹스 만족도를 고민하는 여자들만큼 아내의 섹스 만족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남편은 얼마나 될까’ 질문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됐죠. 유지은 이번 책에서는 단순히 기혼 여성의 섹스 라이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렇게 성(性)과 자신의 신체에 무지했는지, 왜 이렇게 섹스에 대해 말하기 힘든지에 대해서도 다뤘어요. 공교육, 사회 분위기, 스스로에 대한 금기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어요. -책에서 기혼 여성이 섹스를 즐겁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성 불평등 때문이라고 짚으셨는데요. 이성경 책 저자로 참여한 분 중 한 명이 ‘기혼 여성은 섹스로부터 소외된 존재’라고 말씀하셨어요. 여자들이 소외되는 건 결혼하고 출산하고 엄마가 되면 자신의 에너지를 아이를 돌보는 데 쏟는 주체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간혹 여성들이 성욕이 없어서 그 남편들이 가엾게 그려질 때가 있는데 잘못됐다는 거죠. 가정에서 가사나 육아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여성에게 성욕이 없다기보다 그 성욕을 표현할 여건이 안 된다고 보이거든요. 은주 두 번째 책을 쓰면서 남편과 대화를 했는데 부부 사이에서 섹스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성차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어릴 적부터 감정을 드러내고 욕구를 정상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지 못한 남성들이 특히 성욕을 공격적으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만 표출하도록 학습화돼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어요. 여성에게도 같은 억압이 학습화돼 있고요. 그게 바로 성차별에 기인한 부부간의 섹스 불만족 혹은 섹스로 인한 불화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성경 한국 사회는 성에 보수적인 편이고 여성이 결혼 전에 섹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결혼 후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역할에 허덕이느라 섹스는 삶의 우선순위조차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죠. 애보랴 일하랴 바쁜 와중에 풀어야 할 불평등 문제가 산적해 있으니 ‘섹스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지고요. 여러 명이 정말 큰 용기 내 완성한 책입니다. 저희의 이야기를 화두 삼아 더 평등하고 건강한 섹스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페미니즘이 뭐죠?… 쉽게 정리한 입문서

    페미니즘이 뭐죠?… 쉽게 정리한 입문서

    페미니즘 앞에선 그대에게/강남순 지음/한길사/324쪽/1만 7000원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 대다수는 막연하고 모호한 생각만 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일 수도, 혹은 그다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런 편협함은 자칫 여성이나 남성에 관한 혐오만 키울 수 있다. 서울신문에 ‘강남순의 낮꿈꾸기’를 연재하는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 신학대학원 교수의 신간은 페미니즘과 관련한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성차별이란 무엇인가,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페미니즘은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가 등 7개 질문으로 페미니즘을 풀어낸다. 첫 번째 질문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페미니즘을 ‘여성중심주의’로 여기는 오해를 설명한다. 페미니즘이 지닌 복합성과 다양성을 제기한다. 페미니즘은 시대와 정황에 따라, 또는 페미니스트의 여러 사회정치적 관점에 따라 의미와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두 번째 질문 ‘성차별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가해지는 차별에 관해 말한다. 차례대로 질문을 거치면서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평등 사회를 향한 다섯 가지 과제를 내놓는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알기 쉽게 설명한 게 미덕이다. 각 장마다 관련 키워드를 정리해 이해를 돕는다. 가히 ‘페미니즘 입문서’라 할 만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인형 외모 넘은 ‘시어로’… 바비 “여성은 뭐든 할 수 있어”

    인형 외모 넘은 ‘시어로’… 바비 “여성은 뭐든 할 수 있어”

    얼핏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비현실적으로 긴 다리는 현실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토록 도발적인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한 플라스틱 인형에 1959년 3월 9일 미국 뉴욕 장난감 박람회장이 술렁거렸다. 지난 반세기 여자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동시에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는 세기의 인형 ‘바비’의 시작이다. 수십년간 바비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지금껏 10억개 이상 팔렸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다. 지난 9일 바비는 61번째 생일을 맞았다. 바비와 함께 놀았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됐다. 바비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마주할 세상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여성은 그 무엇도 할 수 있고, 그 무엇도 될 수 있다는 외침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 목소리를 바비는 앞으로도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까. 바비는 미국의 완구회사 ‘마텔’의 창업주 루스 핸들러(1916~2002)의 손에서 태어났다. 1950년대 후반 인형이라고는 젖먹이 갓난아기가 전부였던 시절 핸들러는 자신의 딸 바버라가 종이로 된 인형에 옷을 입히고 노는 것을 본다. 이에 핸들러는 자기가 보살펴야 하는 아기보다는 자신의 꿈과 미래를 대입할 수 있는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성 인형이 아이들에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개발한 인형에 딸의 애칭에서 따온 ‘바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핸들러는 소녀들의 욕망을 정확히 읽어 냈다. 초기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형은 불티나게 팔렸다. 바비를 출시한 지 6년 만에 마텔은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한다. 포천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성 기업인이 이끄는 회사로는 최초였다. 바비의 모태는 독일의 성인용 장난감 ‘빌트 릴리’다. 바비를 개발할 당시 핸들러는 스위스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독일 신문 ‘빌트차이퉁’에 실린 한 컷짜리 만화를 봤다. 성적인 농담이 가득한 성인용 만화였다. 만화의 주인공 빌트 릴리는 몸매가 다 드러날 정도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 빌트 릴리 인형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판매됐다. 핸들러는 빌트 릴리를 적절히 재구성하기로 결심한다. 한 장난감이 성인용에서 아동용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빌트 릴리의 선정적인 옷차림은 대폭 바뀌었다. 그러나 짙은 화장과 곁눈질하는 시선 등 여전히 비슷한 점은 많았다. 빌트 릴리 논란이 자칫 바비의 성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염려됐던 핸들러는 1964년 빌트 릴리의 판권을 사들였다. 그렇게 빌트 릴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영영 사라졌다.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바비의 얼굴은 지금껏 5번 정도 바뀌었다. 1960년대 처음으로 속눈썹이 생겼다. 허리도 돌릴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여러 가지 변화 중에서도 가장 혁명적인 것은 바비의 시선이다. 빌트 릴리의 표정을 본뜬 바비는 정면을 쳐다보지 않았다. 은근히 시선을 내리깔면서 피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바비가 1970년대 들어서면서 정면을 당당하게 응시하기 시작했다. 치아도 드러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말리부 바비’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19세기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1863)의 혁명에 비견하기도 한다. 바비의 연대기를 저술한 미국의 문화비평가 메리 로드는 한 인터뷰에서 “마네의 올랭피아가 다른 그림들과 달리 그림 밖의 사람과 시선을 그대로 마주하는 것은 미술사에서 혁명적인 사건”이라며 “바비의 시선이 정면을 향한 것도 마찬가지로 1970년대 성적 혁명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변화”라고 분석했다. 마텔은 2016년을 바비가 새롭게 태어나는 원년으로 삼았다. ‘패셔니스타 바비’를 출시하면서다. 천편일률적인 기존 바비와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큰 키 바비, 작은 키 바비, 굴곡진 바비까지. 3가지 체형에 7가지 피부색, 22가지 눈동자 색, 24가지 헤어스타일로 금발의 날씬한 인형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비현실적이고 왜곡된 비율의 인형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진짜 여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용진경 ‘용디자인연구소’ 소장은 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이는 바비가 시대를 거치면서 주장과 의지가 점차 강해지는 여성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소비자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시각적 표현이 이뤄진 시대적 동일시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We Girls Can Do Anything Like Barbie.”(우리 소녀들은 바비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어.) 1985년 미국 TV광고에서 마텔은 이렇게 강조한다.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페미니즘 열풍의 구호인 ‘GCDA’(Girls Can Do Anything)의 원조인 셈이다. 벌써 환갑을 넘긴 할머니지만 마텔은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You Can Be Anything)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She)과 영웅(Hero)을 합친 신조어 ‘Shero’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각 분야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룬 여성 영웅들을 바비로 선보이는 것. 교통사고 후유증과 남편의 외도에서 오는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바비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영감을 주는 여성들을 기념하는 ‘#MoreRoleModels’, 여자아이들의 꿈에 대한 다양성의 메시지를 담은 ‘드림 갭 프로젝트’(Dream Gap Project) 등을 통해 소녀들이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손오공 바비 담당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커리어를 표현한 완구를 통해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상상력을 도출해 내는 바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9명조차도 다른 시선… 페미니즘 미술, 여성을 응원하다

    9명조차도 다른 시선… 페미니즘 미술, 여성을 응원하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의 용기 있는 선언과 외침이 이어졌다. 그즈음 일러스트레이터 윤나리 작가는 남편, 친척, 애인, 범죄자의 폭력에 목숨을 잃은 여성들의 기사가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 목숨을 잃는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고 무뎌진 것은 아닌지 새삼 돌아보게 되는 시기였다. 창작자로서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지 고민하게 됐고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가 실린 기사를 모아 피해자가 겪었을 감정을 세심하게 기록했다. 윤 작가는 다양한 시각 예술가를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여성을 향한 폭력에 관한 전시를 열자고 제안했다. 되풀이되는 여성에 관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시각 이미지로 표현하는 페미니즘 시각 예술가 그룹 ‘노뉴워크’(No New Work)의 출발이다.노뉴워크는 미술 작가, 기획자, 비평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시각 예술 분야 종사자인 김정혜, 봄로야, 성지은, 안팎, 윤나리, 이충열, 자청, 최보련, 혜원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6년 ‘폭력’을 주제로 한 전시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을 시작으로 여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스쿨미투’(학교 내 성폭력 고발 운동), 낙태죄 폐지 등 페미니즘 이슈 가운데 여성으로서, 시각 예술가로서 연대할 수 있는 일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세상의 혐오를 덜어 내기 위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다양한 형태로 시각화하는 노뉴워크 팀원들을 최근 만났다. 노뉴워크는 지난해 12월 전시 ‘크고 떫게 돌려보기’와 페미니즘과 미술 사이를 짚는 책 ‘재-관람차’를 펴내며 분주한 시간을 보낸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5년간 쉴 새 없이 프로젝트를 선보여 온 노뉴워크는 그간의 활동부터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팀원들의 다양한 시각, 남성 중심적인 예술계에서 여성 예술가로서 느끼는 아쉬움 등을 들려줬다. -노뉴워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윤나리 2015년에 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했을 때 시각 예술을 하는 창작자들을 만나 전시 형태로 뭔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SNS에 멤버들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고, 같은 해 5월 처음 만났어요. 처음 모였을 땐 노뉴워크의 구체적인 목표나 방향 같은 건 따로 정하지 않았어요. 그것보다 당시 (여성 관련) 이슈가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들 혹은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토로하는 자리를 많이 가졌죠. 그런 게 쌓이다 보니 작업물로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노뉴워크라는 이름이 독특한데요. 봄로야 제가 제안한 이름이에요. 여성작가 엘런 맥마흔이 1993년 출간한 책 제목에서 따왔어요. 미대 교수였던 맥마흔이 예술가로 활동하다 육아를 시작했을 때 학교와 외부에서 그에게 성과를 요구했다고 해요. 사실 육아 단계에서 나올 수 있는 성과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 것들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육아하는 과정 자체를 작업물로 만든 것이 ‘노뉴워크’예요.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이야기, 하지만 작업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의 의미를 담아 팀 이름으로 제안했어요. 노뉴워크는 2016년 ‘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을 시작으로 2018년 ‘경계’에 대해 질문하는 ‘구부러진 안팎’, 2019년 ‘크고 떫게 돌려보기’ 등 여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특히 노뉴워크의 프로젝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업은 2017년 국내 페미니즘 미술의 현황을 살피기 위해 실행한 리서치 및 연구 프로젝트 ‘리서치 온 페미니스트 아트 나우’(A Research on Feminist Art Now·RFAN)다. 사회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페미니즘 미술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맥락은 어디에 닿아 있고, 어떤 예술가들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마련한 작업이다. 동시대 활동 중인 페미니스트 시각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예술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동시에 미술계 내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RFAN’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연유가 있나요. 페미니스트 예술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지점이 있다면요. 봄로야 페미니즘 미술 현장에 있는 작가들과 예술가 그룹 및 비평가들이 물리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판을 짜 보고 싶었어요. 페미니즘 미술 현장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시화하고 맥락화한 후 그 안에서 예술가들 스스로 내 작업과 활동이 페미니즘과 미술 사이에 어떻게 위치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2017년 여름 내내 매주 국내 20~40대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들과 관점을 치열하게 공유하면서 공통점과 차이를 정리해 2018년에 책으로 출간했죠. 그 과정에서 결국 페미니즘 미술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보다 기회와 여력이 된다면 이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페미니즘과 미술로 사고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는 자리, 작품에 필요한 언어와 방향을 면밀하게 짚어 가는 자리요. 이충열 제가 멤버들 가운데 제일 늦게 노뉴워크에 합류했는데 노뉴워크 작업 중 RFAN 프로젝트가 개인적으로 가장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페미니스트로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리하거나 조사하려는 시도가 없었거든요. 우리나라 작가들을 전수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무척 외로웠었는데 ‘나 말고도 이렇게 고민하는 동료들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페미니즘 미술’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예술가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따라 정의하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뉴워크 역시 같은 팀이지만 이에 대한 팀원 각자의 시선은 모두 달랐다. 노뉴워크 팀원들도 굳이 페미니즘 미술의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의하는 순간 좁은 시각에 갇히게 되고 특정한 시각은 편견을 재생산하기 때문이다.-페미니즘 미술이란 무엇인가요. 이에 대해 팀원들이 지니고 있는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자청 사실 처음에는 ‘페미니즘 미술은 꼭 이래야 한다’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활동하면서 그런 개념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엄브렐러 텀’(umbrella term)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가지를 포괄할 수 있는 용어’라는 개념이죠. ‘페미니즘 미술이란 이런 것’이라는 정의를 더이상 내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오히려 페미니스트들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무엇인지, 미술이라는 제도가 지닌 형식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이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대화하려 하는지가 더 중요해진 거죠. 이충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보는 시각과 고민들을 작업하는 것 그리고 그걸 재현할 때 권력을 가진 남성의 눈이 아니라 각자 자기가 선 땅에서 볼 수 있는 것, 그것들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 미술이 아닐까요. 혜원 어떤 대상이 타자화될 때가 있잖아요. 하나의 단어로 규정됐을 때 시선들을 좀더 흩어지게 했다가 다시 다른 의미로 재정립하는 과정이 제겐 페미니즘 미술인 것 같아요. -남성 중심적인 미술계에서 여성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예술가’라고 정체화했을 때 겪게 되는 불편함이 있나요. 봄로야 페미니즘 미술의 관점으로 다른 전시를 독해하거나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여전히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선입견이 강한 편이죠.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보는데 자꾸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먼저 말하면 ‘닫힌 장르’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까워요. 자청 남성 미술가들은 사회적으로 여러 길과 선택지가 있다면 남성 외에 여성, 퀴어와 같은 소수자로서의 예술가는 현재 작업을 하고 있더라도 나중에 뭘 하고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이성애 남성 중심적인 예술계에서 저희가 마주한 롤모델이 적기 때문인 것 같아요. 대학에 다닐 때도 교수님 10명 중 1~2명만 여성일 때가 많았고 남성 교수가 남성 학생들 가운데 일부를 ‘키워 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어요. ‘#미술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했을 때 여성 작가들은 손을 맞잡고 미술계 내 ‘미투’ 운동을 이끌었다. 예술계 여성단체인 여성예술인연대(AWA), 페미플로어,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는 최근 예술 공동체 내에서 지켜야 하는 성폭력 예방 수칙과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약속을 담은 ‘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 행동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뉴워크 팀원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한 여성들의 이 같은 실천적 노력 덕분에 미술계 내에서도 자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성희롱·성폭력 관련 규약을 마련하고 최소한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으로서 미술계 내에서 느끼는 불편한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청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미술계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페미니스트들이 원하는 성평등을 이루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조금 더 평등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기를 바라는데 생각보다 어렵죠. 특히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불이익을 겪는 기간보다 피해자나 그들에게 공감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수십 배 크거든요. 고통의 불평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상황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이충열 맞아요. 반성보다 피해와 고통의 기간이 너무 긴 게 늘 문제예요.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주변인들이 그 사람이 활동을 재개하면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는데 그런 시각은 좀 문제죠.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볼 때 미술계 내부 환경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윤나리 (변화는) 학교에서부터 출발해야 해요. 좋은 선생님이 부족하거든요. 대학에서 전공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은 고민이 있어도 혼자서 터득하지 학교에서 매일 마주하는 선생님에게 배우는 경우가 드물어요. 이충열 남성 선생님들이 남근주의적인 시각으로 기준을 정해 놓고 학습을 시키잖아요. 미술대학 학생들이 고민을 의논할 수 있는 선생님이 없어서 호소하는 걸 많이 봤어요. 윤나리 저희가 세미나나 영화제를 열면 미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요. 학교 안에서 얻을 수 없으니 자발적으로 학교 외의 다른 장소들을 찾아다녀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도 했던 고민인데 그 고민이 계속 이어진다는 건 바뀌지 않았다는 거겠죠.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청 사실 제도적으로 그렇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아직도 전시 작가 목록을 보면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 이성애자 남성 작가들의 이름이 대부분이고 퀴어나 페미니스트는 한두 명 끼워 주는 식이거든요. 주로 중년 남성 작가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는 것 자체가 다른 성별이라든지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작가로서 미래를 그리는 것을 막는 나쁜 사례라고 생각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최선 서울시의원 “‘서울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 통과”

    최선 서울시의원 “‘서울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 통과”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에 대한 교육 당국의 책임을 강화하여 이른바 스쿨미투, 여성혐오, 성차별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최선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구 제3선거구)은 학교 공동체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에 대한 교육적 책임을 실천하도록 규정한 ‘서울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최선 의원 대표발의)’가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9일 밝혔다. 최근 들어 교육 현장에서는 스쿨미투(MeToo) 및 학교 내 여성혐오, 성차별 발언 등의 이유로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2018.2.5.)’청원이 화제가 되는 등 학내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과 성폭력 근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분출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최선 의원이 발의한 ‘서울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는 △ 성평등 교육 및 성평등 교육환경의 정의 △ 교육감의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의무 명시 △ 서울시교육청 성평등위원회 구성·운영 △ 학생, 교직원, 교육청 소속기관 직원에 대한 성차별·성폭력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선 의원은 “기존에도 학생인권조례 등에 학생 성평등과 관련된 내용은 일부 포함돼 있었지만, 성평등 교육 및 성평등 교육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해놓은 조례는 부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해당 조례의 적용대상은 학생 및 교원은 물론이고 교육청 소속 직원들도 포함되므로 직장 내 성차별 및 성폭력을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부디 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교육 현장의 모든 영역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이 근절되고, 학생 및 교직원들의 성인지 감수성과 민주시민의식을 향상시켜 성평등 실현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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