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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와 결탁한 한국 페미니즘은 괴물”

    “정치와 결탁한 한국 페미니즘은 괴물”

    자기 진영 부패 눈감은 586세대 지적여성계·시민사회단체 카르텔 현실 고발“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 혐오 조장”“6년 전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필두로 ‘영 페미니즘’이 활발히 전개됐죠. 지금 여성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 이후 당신들은 행복해졌는지.” 페미니즘의 위세가 맹렬하다. 비판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적잖다. 이런 상황에서 1세대 여성운동가 오세라비 미래대안행동 여성위원장은 “지금 한국의 페미니즘은 ‘괴물’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길 하면 페미니스트들에게 격하게 공격당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나라도 나서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김소연 변호사, 나연준 ‘제3의 길’ 편집인과 함께 최근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글통)를 출간했다. 책에서 그는 ‘정치와 결탁한 금권정치 페미니즘’을 비판하면서 그 정점에 더불어민주당의 586세대 여성 의원들이 있다고 지목한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자살 당시를 언급했다. “남인순 의원 같은 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갔죠.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불렀고요. 남들은 마구잡이로 공격하면서 정작 자기 진영의 부패에는 눈을 감았습니다. 반미자주를 외치던 윤미향 의원과 같은 이들의 행태는 또 어떻습니까.” 책에서 김 변호사는 대전시의회 시의원을 지내며 마주한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카르텔 실체를 적나라하게 밝힌다. 나 편집인은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정대협을 살피며 민족주의를 내세운 정치적 득실을 분석한다. 오 위원장은 “이런 괴물 같은 페미니즘이 최근엔 학교로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제보를 받고 자료를 수집했고, ‘이러다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성평등 교육 내용을 보면 자연스러운 성구별을 가르치지 않고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 잣대를 내세워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게 많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형성하고 또 강화해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이런 괴물을 정상으로 돌리는 노력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첫걸음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페미니즘도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지금 한국의 페미니즘은 괴물이나 다름 없어”

    “지금 한국의 페미니즘은 괴물이나 다름 없어”

    “6년 전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필두로 ‘영 페미니즘’이 활발히 전개됐죠. 지금 여성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 이후 당신들은 행복해졌는지.” 페미니즘의 위세가 맹렬하다. 비판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적잖다. 이런 상황에서 1세대 여성운동가 오세라비(본명 이영희·사진) 미래대안행동 여성위원장은 “지금 한국의 페미니즘은 ‘괴물’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길 하면 페미니스트들에게 격하게 공격당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나라도 나서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김소연 변호사, 나연준 ‘제3의 길’ 편집인과 함께 최근 출간한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글통)에서 ‘정치와 결탁한 금권정치 페미니즘’을 비판한다. 특히,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이들로 더불어민주당의 586세대 여성 의원들을 핵심으로 지목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자살했을 때 남인순 의원 같은 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갔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러야 한다고도 했고요. 남들은 마구잡이로 공격하지만, 정작 자기 진영의 부패에는 눈을 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미자주를 외치던 윤미향 의원과 같은 페미니스트들의 행태는 또 어떻습니까. 1970년대 미국의 래디컬 페미니즘을 받아들여 정치화한 사람들의 실태입니다.” 책은 공저자인 김 변호사가 대전시의회 시의원을 지내면서 겪었던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카르텔 실체를 적나라하게 밝힌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성폭력 상담소의 각종 비리와 보조금 부정사용, 기부금 요구 등 실태를 제보받은 뒤 이를 감사하겠다고 하자, 단체는 책임을 추궁당할 것을 두려워해 결국 자진폐쇄했다.나 편집인은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정대협부터 돌아보고, 이들이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정치적인 이득을 얻었다고 강조한다. 정의연 사태 이후 보였던 여성계의 위선을 지적하고, 이들의 페미니즘을 ‘이념이 아닌 규율이자 사업, 당파투쟁기술’로 요약한다. 공저자들과 페미니즘의 문제를 짚은 오 위원장은 “이런 괴물 같은 페미니즘이 최근엔 학교로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년 동안 학교현장에서 제보를 받고 자료를 수집했고, ‘이러다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성평등 교육 강사가 한 해에만 5000여명이 활동합니다. 이들에게 돈만 퍼줄 게 아니라 강의 내용을 꼼꼼히 잘 들여다봐야 해요. 자연스러운 성구별을 가르치지 않고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 잣대를 내세워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형성하고 또 강화하고 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확산한 페미니즘에 관해 “메이저 좌파 여성 단체들은 이익단체, 압력단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면서 “페미니스트 중 극소수 여성들만 혜택을 받고 나머지 대다수 여성은 외면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괴물을 정상으로 돌리는 노력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첫 걸음은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페미니즘도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러스트벨트의 딸, 봉건·마초사회에 ‘진보’를 던지다

    러스트벨트의 딸, 봉건·마초사회에 ‘진보’를 던지다

    美 오하이오주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대학생 때 성폭행당한 뒤 양극성 장애제철소서 3년 일하며 페미니즘 도전트럼프 지지 아버지에게 반기 들지만 일터·가족·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도 한 남자가 물었다. “클리블랜드에선 뭐가 나나요?” 한 여자가 답했다. “실패요.” 미국의 젊은 여자 둘과 남자 둘이 미팅 자리에서 벌인 대화 중 일부다. 미국의 러스트벨트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를 젊은 세대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화다. 이 대화에서 냉소적인 답변을 내놓은 여자가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의 저자다. 러스트벨트는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제조업이 발달한 미 북부와 중서부 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한때 호황을 구가하다 제조업 사양화 등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미 대선에서 뜨거운 이슈로 주목을 받았다. 한 번은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에 앉힌 힐빌리(가난한 백인 노동자층)의 역설로, 또 한 번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던 트럼프에게 분명한 패배를 인식시킨 곳으로. 먼저 저자의 이력부터 살피자. 그래야 책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다. 저자는 오하이오주 북부 클리블랜드가 고향인 19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 재단의 대학에서 공부하다 두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삶의 행로가 확 바뀌었다. 저자는 사건 이후 양극성 장애라는 정신질환을 갖게 됐고, 학업은 포기한 채 마초들이 우글대는 제철소에 취직해 희망을 돈과 맞바꾼 세월을 보낸다. 책은 제철소에서 보낸 3년간의 이야기가 뼈대다. 여기에 성폭행 사건과 가족, 사랑, 학업 등의 이야기들을 씨줄날줄로 보탰다.제철소의 여성 노동자 하면 언뜻 페미니스트 여전사의 이미지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자라고 못할 건 없어’라는 식의 교훈이 담긴 책으로만 읽혀서는 안 될 듯하다. 그보다는 자신이 살아내야 한다고 믿는 바른 길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이 과정에서 봉건과 마초, 양성 평등 등 제자리를 찾아줘야 할 이념적 지평들이 따라붙는 것이다. 이처럼 책을 한 인격체의 성장 과정이 담긴 회고록이라 규정한다면, 아마도 하이라이트는 저자와 가족들의 저녁 식사 자리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는 트럼프의 편가르기와 이간질에 넘어간 전형적인 백인 남성이다. 원래부터 마초 성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사업 실패 등의 늪에 빠져 있을 때 귓가에 들려온 트럼프의 부추김 탓에 더 강경한 공화당원이 됐다. 엄마 역시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일 뿐, 가급적 딸이 불편한 순간을 만들지 않기만을 내심 바라는 여성이다. 이 자리에서 저자는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기를 든다. “딸이 성폭행당했는데 어떻게 트럼프 같은 자를 지지할 수 있어?” 자신의 딸이 성폭행으로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데도, 어떻게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여성의 성기를 만질 수 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사람을 지지할 수 있느냐는 뜻이다. 한 가정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순간이다. 저자는 이제 제철소에서도 금기어로 통하는 페미니즘, 진보 등의 단어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책엔 여성을 공격하는 여성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양념처럼 등장한다. 저자는 제철소를 “미국을 건설한 세대와 그들을 계승해야 할 세대를 가르는 분계선”이라 차갑게 규정하면서도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제철소의 의미와 그 안의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글맛나는 집콕생활 명작의 비법을 콕콕

    글맛나는 집콕생활 명작의 비법을 콕콕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도 많고, 책도 수두룩하게 출간되는 듯 보인다.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건지, 책은 또 어떻게 출간하는지 궁금하지만 막막한 ‘지망생들’에게 구원이 될 만한 책 두 권이 새로 나왔다. ‘라이팅 픽션’(위즈덤하우스)과 ‘책 한 번 써봅시다’(한겨레출판)이다. 미국 작가 재닛 버로웨이가 쓴 ‘라이팅 픽션’은 미국에서 40년 동안 25만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읽힌 소설 작법서다. 미국 학교에서 글쓰기 교과서로도 많이 애용됐다. 책은 소설을 구상하고 책상에 앉는 지점부터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 초고를 다듬는 과정까지 소설 쓰기의 전반을 다뤘다. 산문 문학으로서 소설이 지니는 보여 주기와 말해 주기, 인물을 만드는 방법, 시간·장소·분위기 등 소설적 배경을 정하는 법, 단편과 장편의 차이, 알레고리를 적용하는 법 등이 풍부하게 수록됐다. 젠더 문제나 페미니즘 시각, 제3세계 작품의 경향도 반영해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문지혁 작가는 ‘옮긴이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죽음은 우리 삶의 작가이며 동시에 우리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이지만, 그사이 누군가는 이야기가 되려는 욕망과 이야기를 만들려는 충동 속에서 살아간다. 바로 그 누군가일 당신에게, 이 책은 가늘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되어 줄 것이다.”‘라이팅 픽션’이 소설에 특화됐다면, ‘책 한 번 써봅시다’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무규칙 작법 에세이’다.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과 칼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장강명 작가의 30가지 실전 기술을 담았다. 장 작가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책을 한 권 이상 출간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나 된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고 설파한다. 장 작가 에세이의 특징은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안 한다는 데 있다. 가령 에세이에 관한 조언들, 인용 욕심과 감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튀려고 할수록 글의 개성은 사라지며 구체적 단상을 추상적 사고로 발전시키라는 이야기는 사례를 더해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얘기하는 ‘비법’ 중 가장 솔깃한 부분은 성실성에 관한 언설이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건 없건, 몸 상태가 어떻든 간에 매일 꾸준하게, 직업인처럼 쓰려고 한다. 소설을 쓰는 시간과 청소를 하는 시간 등을 합쳐서 ‘근무시간’을 정해 놨는데, 그 시간을 매일 스톱워치로 재서 엑셀 파일에 기록한다. 1년에 22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이 목표다.”(269쪽) 작가는 지난해와 재작년 모두 목표를 달성했으며 올해도 차질은 없다고 말한다. 잊지 말자. 앉으면, 쓰게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글쓰기가 막막한 당신에게 권하는 작법서 2권

    글쓰기가 막막한 당신에게 권하는 작법서 2권

    소설은 어떻게 쓰는지, 책은 어떻게 출간하는지 궁금하지만 막막한 ‘지망생들’이 많다. 여기 ‘글쓰기’라는 망망대해에서 당신을 구체적으로 구원할 책 두 권이 왔다. ‘라이팅 픽션’(위즈덤하우스)과 ‘책 한 번 써봅시다’(한겨레출판)이다. ●구체적인 소설 작법서 ‘라이팅 픽션’미국 작가 재닛 버로웨이가 쓴 ‘라이팅 픽션’(위즈덤하우스)은 미국에서 40년 동안 25만 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읽힌 소설 작법서다. 미국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교과서로도 많이 애용됐다. 책은 소설을 구상하고 책상에 앉는 지점부터 소설을 쓰는데 필요한 기술, 초고를 다듬는 과정까지 소설 쓰기의 전반을 다뤘다. ‘명사를 동사로 바꾸는’ 산문 문학으로서의 소설이 지니는 특징인 보여주기와 말해주기에 관하여, 인물을 만드는 방법, 시간·장소·분위기 등 소설적 배경을 정하는 법, 단편과 장편의 차이, 알레고리를 적용하는 법 등이 풍부하게 수록됐다. 젠더 문제나 페미니즘 시각, 제3세계 작품의 경향도 반영해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책의 옮긴이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며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문지혁 작가다. 그는 ‘옮긴이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죽음은 우리 삶의 작가이며 동시에 우리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이지만, 그사이 누군가는 이야기가 되려는 욕망과 이야기를 만들려는 충동 속에서 살아간다. 바로 그 누군가일 당신에게, 이 책은 가늘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되어줄 것이다. ‘소설을 쓰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이제 나에게는 새로운 대답이 하나 생겼다. ‘이 책을 읽으세요.’” ●무규칙 작법 에세이 ‘책 한 번 써봅시다’‘라이팅 픽션’이 소설에 특화됐다면, ‘책 한 번 써봅시다’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무규칙 작법 에세이’다.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과 칼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장강명 작가가 30가지 실전 기술을 담았다. 장 작가 에세이의 특징은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안 한다는 데 있다. 작가는 “책에서 아이슬란드에서는 책을 한 권 이상 출간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나 된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고 설파한다. 책을 읽다 보면 “글쓰기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막막한 분야”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령 에세이에 관한 조언들, 인용 욕심과 감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튀려고 할수록 글의 개성은 사라지며 구체적 단상을 추상적 사고로 발전시키라는 이야기는 사례를 더해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얘기하는 ‘비법’쯤 가장 솔깃한 부분은 뜻밖에도 성실성에 관한 언설이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건 없건, 몸 상태가 어떻건 간에 매일 꾸준하게, 직업인처럼 쓰려고 한다. 소설을 쓰는 시간과 청소를 하는 시간 등을 합쳐서 ‘근무시간’을 정해놨는데, 그 시간을 매일 스톱워치로 재서 엑셀 파일에 기록한다. 1년에 22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이 목표다.”(269쪽) 작가는 지난해와 재작년 모두 목표를 달성했으며 올해도 차질은 없다고 말한다. 잊지 말자. 앉으면, 쓰게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한 권으로 보는 대문호의 정수… ‘디 에센셜 시리즈’

    한 권으로 보는 대문호의 정수… ‘디 에센셜 시리즈’

    세계적 거장의 대표 소설과 에세이를 한 권에 본다. 소장 가치를 북돋우는 시리즈의 출간이다. 민음사와 교보문고는 공동 기획으로 큐레이션 시리즈 ‘디 에센셜 에디션’을 최근 출간했다. 그 첫번째 책인 ‘디 에센셜 조지 오웰’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더욱 주목 받는 개념인 ‘빅 브라더’를 예견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을 담았다. 책은 소설 ‘1984’와 일곱 편의 에세이로 구성됐다. 오웰의 작가적 자서전이라 불리는 ‘나는 왜 쓰는가′를 포함해 식민지 경찰 경험을 담은 초기작 ‘교수형’, ‘코끼리는 쏘다’와 글쓰기 원칙을 역설하는 ‘정치와 영어’를 새롭게 번역해 실었다. 책 표지는 고전 작가의 현대적 재현을 시도, 정중원 초상화가가 새로 그렸다. 작가 소개글 옆에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 TV’의 QR 코드를 넣어 박혜진 편집자가 알려주는 조지 오웰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시리즈는 당초 교보문고 단독 판매 예정이었으나, 전국 약 400여개 동네 서점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이어서 내년 1월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인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 ‘인간 실격’으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디 에센셜 시리즈’를 출간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세월호부터 김용균까지… 올 마지막 국회를 향한 외침

    세월호부터 김용균까지… 올 마지막 국회를 향한 외침

    오는 9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사회적참사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낙태죄 개정안 등 정치권의 주요 관심에서 다소 벗어난 아젠다들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0일로 활동을 종료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 위원회(사참위)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사회적참사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유가족을 만나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9일 민주당 단독으로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참위 기한을 연장하면서 수사권을 부여하고, 사참위가 활동하는 기간 동안 공소시효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참위는 지난 2017년 사회적참사법이 통과하면서 가습기살균제 사건도 세월호 사건과 함께 진상규명 활동을 해왔다.‘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도 지난 7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28일 째 파업중인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스물 다섯의 청년 김용균 씨가 2인 1조로 일하는 안전 수칙을 지키지 못한 채 혼자서 일하다 숨진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후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사이 유사한 죽음이 또다시 반복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들을 위험한 환경에 내모는 기업을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법이다. 단체는 “한 해 2000명이 넘게 일터에서 죽어가는 국가적 재난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정기국회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 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책임은 국회의원 정족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대표에게 있다”고 했다.김용균2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김용균을 비롯한 청년노동자와 산재유가족을 기록한 ‘꽃이지네 눈물같이’라는 기획전시가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매일 11시부터 16시까지 서울 마포구 ‘인권중심 사람’ 2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문화연대 신유아가 기획하고, 정혜윤 CBS PD가 글을 쓰고, 정택용 이희훈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었다.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고용노동부 서울청 안에서 이재갑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정부 노조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반하는 개악안”이라면서 △특수고용노동자나 해고된 조합원의 노조 활동 보장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한 규약에 따른 노조 임원과 간부 활동 보장을 위한 국회의원의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한편, ‘160만인의 선언 : 낙태죄폐지전국대학생공동행동’이 지난 6일부터 7일까지는 서울 강남 일대, 오는 11일까지는 여의도 국회 주위를 도는 “낙태죄폐지버스” 운행한다. 이들은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낙태죄 개정안이 아닌 형법 상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단체는 “여성들에게 법의 테두리 밖에서 위험한 시술을 받으라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으며, 여성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인 ‘주수제한 낙태 허용 정부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 및 입법을 막기 위해 전국의 20여개의 대학생 페미니즘 동아리와 연대단체가 ‘낙태죄폐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인도 신부 결혼식에 바지 입었다고 난리, 다른 나라는 다를까

    인도 신부 결혼식에 바지 입었다고 난리, 다른 나라는 다를까

    인도계 미국인 기업인 산자나 리쉬(29)는 지난 9월 20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델리에서 현지 사업가 드루브 마하잔(33)과 결혼식을 올렸다. 전통 예식으로 치렀는데 신랑과 달리 신부 옷차림이 문제가 됐다. 담청색 바지를 입었던 것이다. 그녀는 뭐 문제가 되겠느냐 싶어 결혼잡지에 예식 사진을 제공하면서 “바지를 좋아하니까 입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24일 소개했다. 그런데 인도 사람들 생각은 달랐다. 리쉬를 좇아 많은 신부들이 전통 의상 대신 취업이나 승진을 겨냥해 입는 파워 수트(바지)를 결혼식에 입으면 큰일 난다는 걱정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신부들이 바지 차림으로 등장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웨딩 컬렉션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은 바지 차림을 앞다퉈 선보인다. 지난해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소피 터너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수 조 조나스와 결혼하며 흰색 바지를 입은 것이 대표적이다. 실크 사리(sari)나 길다란 치마에 블라우스에 스카프를 두르는 레헨가(lehenga)를 입는 것이 인도 신부의 일반적인 스타일이다. 보통 붉은색 의상이 가장 신부다운 차림으로 여겨진다. 결혼잡지 편집장을 지낸 누푸르 메흐타는 “인도 신부가 이런 차림으로 나타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신부들은 어머니나 할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보석류를 치렁치렁 매단 전통 의상들을 입는다. 리쉬는 아주 새롭게 도드라져 보인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에서 기업 변호사로 일하다 지난해 인도로 돌아와 일년 정도 사귀었다. 원래는 신부 오빠나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결혼하고 두 달 뒤 델리에서 전통 예식을 올릴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탓에 계획이 꼬였다. 사실 결혼보다 동거 생활을 더 하고 싶었지만 부모, 친구, 이웃들이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를 했다. 해서 8월 말의 어느날 아침 일어나 ‘그냥 결혼해버리자’고 마음을 먹었다. 당시에 벌써 바지 차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환경에 지속 가능한 패션을 좋아하는 그녀는 남들이 입다 버린 옷들을 사들여 입곤 한다. 예식 때 입은 바지는 오래 전 이탈리아 부티끄에서 산 것이었다. 1990년대 잔프랑코 페르가 디자인한 옷이었는데 예식 때 다시 입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척 기뻤다고 했다. 예식에는 신랑신부와 주례, 부모, 조부모 등 11명만 참석해 바지 차림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신랑 집 뒷마당에서 모두 일상복 차림이어서 신부만 화려한 의상을 입었더라면 어색할 뻔했다.신랑은 바지 차림으로 신부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산지가 바지를 입고 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냥 난 눈부시게 아름답다고만 느꼈다. 천사 같았고 정말 대단했다. 갖다붙일 형용사가 즐비하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자 친구들과 팔로어, 패션 디자이너, 패셔니스타들은 일제히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여성복 디자이너 아난드 부샨은 캐리 브래드쇼(미드 섹스 앤더 시티 주인공)가 인도 사람이면 결혼식 때 저렇게 입겠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인도 문화를 먹칠했으며 남편은 페미니즘으로 관심을 끌려는 한심한 작자라는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신부가 서구 문화에 팔려 인도 전통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개탄하는 이도 있었다. 일부는 자살하라고 얘기했다. 리쉬는 이해가 안 된다며 “인도 남자들은 결혼식이나 아무 때나 바지를 입어도 된다.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가 바지를 입으면 모든 이에게 희생양이 된다. 물론 여자에게 늘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 결과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사실 인도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서구의 훨씬 근대화된 국가나 도시에서도 여성들의 바지 차림은 금기시됐다. 한 예로 프랑스에서는 여성이 바지를 입는 일이 2013년까지 불법이었다. 한국 여학생들이 교복으로 바지를 입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여학생들은 추운 겨울에는 바지를 입게 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18세 여고생은 지난해 바지를 입게 해달라고 소송을 내 승소했다.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내 사진을 보고 결혼식 때 입고 싶은 옷을 입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 내가 다른 이들의 삶과 가정에 문제를 일으켰구나’ 생각하고는 조금 걱정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안철수 “현 정부, 한마디로 부끄러움 모른다”(종합)

    안철수 “현 정부, 한마디로 부끄러움 모른다”(종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세연 국민의힘 전 의원이 만나 ‘야권 혁신 플랫폼’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며 보수에 변화를 촉구했다. 22일 안 대표의 유튜브 채널 ‘안박싱’은 이날 ‘안철수x김세연 혁신 토크 1편 -야권 혁신 위해 함께한다’ 영상을 공개했다. 김 전 의원은 대담에서 “지금의 보수정당이라면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심화 등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보수정당의 이념이었던 데서 훨씬 확장해서 가령 생태주의, 페미니즘까지도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근본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존 보수정당 주류에선 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것. 이런 대목에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고, 지금이 몰락의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대표는 “여야 대결 구도는 호감 대 비호감, 신사 대 꼰대, 민주 대 적폐로, 이 구도가 유지되는 한 이길 수가 없다”며 “소통과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건 양쪽 다 비슷하다. 어떻게 소통과 공감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면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게 야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혁신 플랫폼 필요성 ‘의견 일치’ 김 전 의원은 “국민 삶으로부터 멀어져 있다고 보이는 정치가 가까이 가서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주는 협력자, 친구 같은 대상이 돼 경쟁하자는 취지로 첫인상을 받았다”고 말했고, 안 대표는 “굉장히 정확하게 말해줬다”고 반색했다. 안 대표는 “현재 제1야당만으로는 정부 여당을 견제하거나 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드니까, 그러면 야권 전체가 결국 힘을 합해야지 겨우 비등비등한 정도가 될 것”이라며 “즉, 제1야당뿐 아니라 중도,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진보적인 분들까지도 다 협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혁신 경쟁 또 혁신 협력을 하기 위한 큰 플랫폼을 만들어서, 이걸 무슨 당을 하나로 합치기보다는 대화, 협력 플랫폼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또 “그 플랫폼에서 추구하는 연대의 수준이 사안별 협력이 되든, 아니면 상시 협의체가 되든, 아니면 주요 선거에서 연합공천이 되든, 아니면 가장 강도가 높은 합당이 되든 여러 가지 협력 수준을 놓고 사안별로 다르게 할 수도 있는 것. 결과보다는 대화 과정에 더 중점을 두고 간다면 지금보단 훨씬 다원적, 합리적 정치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권 혁신을 위해 안 대표와 힘을 합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김 전 의원은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라서 우리나라 공동체 발전을 위해 좋은 마음, 생각으로 임하는 그런 노력에는 항상 힘을 보탤 생각”이라며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훨씬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난 입장이다. 구체적인 특정 캠프만을 위해 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나라와 공동체 전체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좋은 방안을 찾아내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어떤 거든 응원하고 마음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영향력 있는 분이 생각이 같다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된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분이 한 분 한 분 많아지면 결국은 변화라는 것이 막연하거나 절망적이지 않은, 변화를 바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안 대표 “한마디로 부끄러움 모르는 것” 이날 김 전 의원은 “촛불혁명이라고 하는 탄핵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국민적 여망을 담아 출범한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보인 행태는 이전 정부와 방식이 조금 다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본질이 과연 다른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한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나아가 “예전 정권과 (현 정권이) 다른 면이 하나 있다. 보수 정권에선 국민적으로 많이들 갖고 있는 인식(을 공유하거나), 그로 인한 최소한의 양심에서 우러나는 부분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우린 아무 문제 없다’고 큰소리치진 않았다. 그런 위선의 면이 훨씬 지금 상태선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안 대표도 “한마디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뭔가 능력이 부족해서 일을 잘못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잘못됐다’ 사과하고 조치를 취하고 부끄러움을 알지 않았나. 이번 정권만은 그런 모습이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SNS ‘좋아요’에 설레는 당신…지금 옆에 진짜 친구 있나요

    SNS ‘좋아요’에 설레는 당신…지금 옆에 진짜 친구 있나요

    영화 ‘페뷸러스’에 등장하는 여성 삼인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다. 대세 인플루언서 클라라(줄리엣 고셀린 분), 팔로어 2만명을 달성하지 못해 잡지사 취업에 실패한 작가 지망생 로리(노에미 오파렐), SNS에 매몰된 삶을 비웃는 쿨한 페미니스트 엘리(모우니아 자흐잠)까지. 페미니즘적 가치가 대두되는 한편으로 ‘보여 주기식’ 셀럽의 삶이 함께 각광받는, 부조리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세 캐릭터는 다소 전형적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서로에게 물드는 과정만큼은 작위적이지 않다. 뷰티 콘텐츠를 선보이며 여성들에게 완벽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던 클라라는 엘리가 연 페미니스트들의 축제에서 “우린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목소리에 크게 감화한다. “4년을 다닌 대학교가 인스타보다 못한 거야?”라며 좌절하던 로리는 우연히 만난 클라라의 글을 대필하고, SNS상의 인지도를 높여 가면서 댓글과 ‘좋아요’가 주는 달콤함에 급속도로 빠져든다. 시류에 적극 영합하던 이와 이를 비켜난 이가 서로에게 섞이며 만드는 결과는 드라마틱하다. 포토월에서 과감히 겨드랑이 털을 노출한 클라라는 유명 화장품 모델 자리에서 쫓겨난다. 그 자리를 꿰찬 건 어느덧 ‘셀럽이 되고 싶어’ 위험한 행동도 불사하는 로리다. 한때는 성 상품화에 누구보다 핏대를 세우며 반대하던 로리는 이제 체험 기사라는 명목하에 입술 필러 시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성 상품화에 반대하는 탈코르셋, SNS 시대의 우정, 취업하기 각박한 현실까지 영화의 배경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그러나 복합적인 배경에 비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쾌하다. SNS 시대의 페미니즘도 결국 기초는 휴머니즘이라는 것. SNS 시대의 노예로 실의에 빠진 두 친구, 클라라와 로리를 구원하는 건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친구 엘리다. 언제 어디서건 나 자신으로 사는 엘리의 존재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소신에 기반한 삶’이라는 걸 다시 한번 일깨운다. 각본도 직접 쓴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SNS 친구가 수천명 있어도 결국 내게 필요한 건 소파를 함께 올려 줄 친구’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 많은 동시대인의 공감을 얻었다. 새달 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리뷰]SNS 시대의 페미니즘… 영화 ‘페뷸러스’

    [리뷰]SNS 시대의 페미니즘… 영화 ‘페뷸러스’

    영화 ‘페뷸러스’에 등장하는 여성 삼 인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 그 자체다. 대세 인플루언서 클라라(줄리엣 고셀린 분), 팔로워 2만명을 달성하지 못해 잡지사 취업에 실패한 작가 지망생 로리(노에미 오파렐), SNS에 매몰된 삶을 비웃는 쿨한 페미니스트 엘리(모우니아 자흐잠)까지. 페미니즘적 가치가 대두되는 한편으로 ‘보여주기식’ 셀럽의 삶이 함께 각광받는, 부조리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세 캐릭터는 다소 전형적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서로에게 물드는 과정만큼은 작위적이지 않다. 뷰티 콘텐츠를 선보이며 여성들에게 완벽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던 클라라는 엘리가 연 페미니스트들의 축제에서 “우린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목소리에 크게 감화한다. “4년을 다닌 대학교가 인스타보다 못한 거야?”라며 좌절하던 로리는 우연히 만난 클라라의 글을 대필하고, SNS 상의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댓글과 ‘좋아요’가 주는 달콤함에 급속도로 빠져든다. 시류에 적극 영합하던 이와 이를 비껴난 이가 서로에게 섞여들며 만드는 결과는 드라마틱하다. 포토월에서 과감히 겨드랑이 털을 노출한 클라라는 유명 화장품 모델 자리에서 쫓겨난다. 그 자리를 꿰찬 건 어느덧 ‘셀럽이 되고 싶어’ 위험한 행동도 불사하는 로리다. 한때는 성 상품화에 누구보다 핏대를 세워 반대하던 로리는 이제 체험 기사라는 명목 하에 입술 필러 시술도 마다치 않는다.성 상품화에 반대하는 탈코르셋, SNS 시대의 우정, 취업하기 각박한 현실까지 영화의 배경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러나 복합적인 배경에 비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쾌하다. SNS 시대의 페미니즘도 결국은 기초는 휴머니즘이라는 것. SNS 시대의 노예로 실의에 빠진 두 친구, 클라라와 로리를 구원하는 건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 엘리다. 언제 어디서건 나 자신으로 사는 엘리의 존재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소신에 기반한 삶’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각본도 직접 쓴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내가 비록 SNS 친구가 수천명 있어도 결국 내게 필요한 건 소파를 함께 올려줄 친구’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 많은 동시대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새달 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표 쓸 때, 돈 없을 때, 욕하고 싶을 때… 고전이 내린 처방전

    사표 쓸 때, 돈 없을 때, 욕하고 싶을 때… 고전이 내린 처방전

    고전이란 말만 들어도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 이도 있겠지만, 고전은 고전이다. 생각이 급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로 고전은 남다른 품을 자랑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휘어잡는 한편으로, 공감의 힘 또한 강력하다. 고전에 나오는 명문 몇 마디에 기대 어떤 행동을 결심하거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듯이. 이수은 작가의 책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는 삶이 고달픈 이들을 위한 고전 처방전이다. 작가는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외국문학 편집자로 오르한 파무크, 조너선 사프란 포어 등 세계적인 거장들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 2018년에도 서양 고전 22편의 요약본인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스윙밴드)를 썼던 작가는 고전을 소개하는 일에 일가견이 있다. 신간은 전작과 달리 상황별 맞춤 처방이 내려져 있다. 사표 쓰기 전에는 ‘달과 6펜스’, ‘변신’, ‘레미제라블’을, 통장 잔고가 바닥이라면 ‘마담 보바리’와 ‘죄와 벌’을 읽으라는 식이다. 서양의 고전문학들이 주를 이루지만 ‘태평천하’와 ‘옥상에서 만나요’ 같은 한국문학이나 ‘수학의 확실성’ 같은 과학책도 함께 언급했다. 개중에 ‘남 욕이 하고 싶을 때’ 읽으라는 ‘인간 실격’과 ‘밀크맨’에 관한 소개는 섬뜩한 데가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 작은 악의들이 모여 타인을 철저히 파괴하는 양상을 적확하게 묘사하고 있어서다.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처럼 최신간 고전에 관한 평도 재밌다. 작가는 토카르추크의 수상 배경에 대해 “절묘한 영역본 출간 타이밍, 페미니즘 트렌드, 자국의 긴박한 정치 상황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방랑자들’은 그 두께나 종잡을 수 없는 내용 탓에 쉽게 접근할 만한 책이 아닌데, 작가의 맛깔나는 설명을 읽다 보면 다시 펼쳐도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울포토]모자보건법 개정안 반대 및 시민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서울포토]모자보건법 개정안 반대 및 시민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기본소득당과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 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안 반대 및 시민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10.19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김이듬 시인, 세계적 권위 전미번역상 수상

    김이듬 시인, 세계적 권위 전미번역상 수상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가 세계적 권위의 전미번역상을 수상했다. 상을 주관하는 미국 문학번역가협회(ALTA)는 16일 홈페이지에 수상 결과를 발표했다. 김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는 전미번역상 시 부문과 함께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도 받았다. ‘히스테리아’는 제이크 레빈, 서소은, 최혜지 번역가가 공동 번역했다. 협회는 김 시인의 문체가 ‘의도적으로 과하고 비이성적’이라는 역자 후기를 인용하며, “그의 화자는 혼잡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에 대해 도발적인 진술을 하는 ‘힙스터’(hipster)”라고 평가했다. 전미번역상의 한국인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산문 부문에 황석영 작가의 소설 ‘해질 무렵’이 예심 후보까지 올랐으나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협회에서 함께 주관하는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은 미국 시인이자 불교문학 번역가로 활동한 루시엔 스트릭의 이름을 따 2010년 제정한 문학상으로 영어로 번역된 뛰어난 아시아 문학 작품의 번역가에게 시상한다. 지난해에는 재미교포 시인인 최돈미 번역가가 김혜순 시인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을 번역해 수상한 바 있다. 김 시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페미니즘 시 연구’ 라는 논문으로 경상대 국문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1년 ‘포에지’로 데뷔해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표류하는 흑발’,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와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를 썼다. 시와세계작품상과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시는 낯설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한국 문학에 독특한 목소리를 불어넣었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인근에서 ‘책방이듬’을 운영 중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역시 독서는 가을이야… ‘서울국제도서전’ 16일 개막

    역시 독서는 가을이야… ‘서울국제도서전’ 16일 개막

    국내 최대 책 축제인 ‘2020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문화공간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도서전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형 전시행사 대신 도서전 공식 홈페이지(www.sibf.or.kr)를 활용해 진행하기로 했다. 또 국내 198개 출판사와 동네서점·문화공간 32곳에서 소규모 행사를 마련한다. 올해 도서전은 ‘XYZ:얽힘’을 주제로 생태 위기와 감염병 공포, 사회적 대립 심화에 맞춰 ‘얽힘의 미학’과 ‘공존의 윤리’를 탐색한다. 홍보대사인 김초엽 작가는 ‘얽힘을 담아내는 장르로서의 공상과학’을 주제로 개막 강연을 한다. 밀레니얼 세대 이야기를 노동, 성소수자, 페미니즘 주제에 맞춰 조명하고 지구 위에 얽혀 살아가는 존재들의 환경 이야기를 다룬 ‘인류세’ 강연도 이어진다. 서점을 조명하는 ‘이유 있는 서점들’, 장르 기획 대담 ‘추리·미스터리·스릴러·공포’,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프로그램’, 동·식물, 요리, 영화 등과 연계한 ‘문화공간 프로그램’ 등 온라인 강연도 눈여겨 볼만하다. 도서전 홈페이지와 네이버TV, 유튜브 채널 등에서 생중계한다. 온라인으로 280종, 오프라인에서 800종의 책을 선보인다. 강화길, 정세랑, 황인찬 등 밀레니얼 세대 작가 11명이 쓴 한정판 책 ‘혼돈삽화’를 비롯해 정유정 작가의 ‘28’ 등 기존 책의 표지를 새롭게 바꾼 ‘다시, 이 책’ 10종은 이번 도서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 동네서점과 문화공간 32곳에 들려 확인 도장을 찍고, 서점 25곳과 출판사 28곳이 협력해 준비한 다양한 행사도 즐길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페미니즘 상징 ‘아이 엠 우먼’ 부른 헬렌 레디 별세

    페미니즘 상징 ‘아이 엠 우먼’ 부른 헬렌 레디 별세

    페미니즘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 ‘아이 엠 우먼(I Am Woman)’으로 유명한 호주 출신 가수이자 여성운동가 헬렌 레디가 별세했다. 78세. 고인의 자녀들은 30일(현지시간) “깊은 슬픔으로 사랑하는 어머니가 전날 세상을 떠난 사실을 전한다”는 성명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자녀들은 “가슴은 아프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영원히 남을 것임을 알기에 우리 스스로를 위로한다”고도 전했다. 고인은 2015년 치매판정을 받고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레디는 1972년 ‘아이 엠 우먼’으로 빌보드차트 1위에 올랐고, 그래미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를 거머쥐었다. 이후 이 노래는 여성 해방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 잡으며 전세계 여성 시위에서 울려 퍼지게 됐다. 호주 멜버른에서 배우·가수 출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0년대 중반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1971년 첫 앨범을 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 엠 우먼’은 그의 세번째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노래의 큰 성공과 함께 고인도 여성 운동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가수이자 여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레디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서양은 왜 여전히 남편 성을 따를까

    서양은 왜 여전히 남편 성을 따를까

    결혼한 여성들이 남편 성(姓)을 따르는 서양 문화의 배경에는 가부장적 역사가 자리하고 있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이같은 모습은 계속되고 있다. BBC는 최근 보도에서 2016년 기준 영국 기혼 여성의 90% 가까이가, 미국 여성은 지난 몇년간 조사에서 70%가 각각 남편의 성으로 바꿨다며 “개인주의와 남녀평등 인식에도 불구하고 서양에서 여전히 남편 성을 따르는 전통이 강력한 문화적 규범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BBC는 페미니즘이 확산된 시대에 비춰보면 이같은 통계는 다소 놀라운 수치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여성도 결혼 후 자신의 성을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영국 브래드포드대 사이먼 던컨 교수팀은 일단 남성이 배우자가 자신의 성을 따르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던컨 교수는 영국과 노르웨이의 신혼·약혼 부부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소개하며 “일부 남성들은 여전히 자기 성을 따르기를 원하는데, 가부장적 모습의 재생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가부장적 배경뿐만 아니라 ‘좋은 가족’을 만들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있다는 점이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 여성은 “개인이 아닌 가족으로서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며 남편은 물론 자녀들과 같은 성을 쓴다는 것이 ‘하나의 가족’임을 인식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특히 이전까지 성을 바꾸기 원치 않던 여성이 출산 후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슬로에 사는 미국 출신 무용수 제이미 버그는 “아이들과 감정적으로는 물론 서류상으로도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출산 후 성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 해외여행의 입국심사 등에서 한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어 행정적인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었다고 버그는 덧붙였다. 남편, 자녀와 성이 다른 한국 여성들이 해외 공항에서 종종 가족이 아니라는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BBC는 기존 성을 유지할지 아닐지는 결국 여성 개인이 선택할 몫이라는 게 여성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페미니즘적 관점과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캘리포니아의 린지 에반스는 “남자 쪽이 나에게 먼저 ‘내 성으로 바꾸라’고 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나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배우자의 성을 따르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여성의 남편 성 따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거의 없어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모습은 더욱 다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BBC는 18~34세 영국인의 11%가 결혼했을 때 각각의 성을 함께 쓰는 ‘양성 쓰기’를 채택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인터넷에 검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양성 쓰기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긴즈버그의 유산,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

    [강남순의 낮꿈꾸기] 긴즈버그의 유산, 한국 사회에 주는 의미

    “마녀, 악인, 괴물, 좀비, 가장 비열한 인간, 대법원의 수치.” 2020년 9월 18일, 87세의 나이로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을 향한 보수주의자들의 호칭이다. 이러한 부정적 표지는 “악명 높은 RBG”라는 별명으로 전환돼 오히려 그의 역할을 지지하고 확산시키는 대중적 아이콘이 됐다. 긴즈버그는 미국 역사에서 한 개인이 이룰 수 있는 최대치의 변화를 이룬 사람 중 하나이다. 그런데 긴즈버그가 한국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첫째, 긴즈버그는 소위 ‘동료 결혼’(peer marriage)이라는 평등 결혼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동료 결혼이란 경제적 책임, 양육의 책임, 가사노동의 책임, 그리고 여가 시간의 자유 등 삶의 네 분야에서의 책임과 평등을 나누는 결혼을 의미한다. 21세였던 루스와 한 살 더 많았던 마틴이 결혼한 것은 1954년, 지금부터 66년 전이다. 그 오래전에 두 사람은 동료 결혼을 했고, 평생 평등 결혼 관계를 지켜냈다. 내조 또는 외조라는 의미가 아니다. 내조·외조는 이미 ‘내(內)·외(外)’라는 위치를 설정하면서 결혼 관계에서의 젠더 역할에 대한 가부장제적 고정관념을 자연적인 것으로 구성한다. 여성의 내조는 당연시되고, 남성의 외조는 과장되고 미화된다. 긴즈버그의 동료 결혼 관계를 내조·외조라는 가부장제적 개념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보수주의자들 “마녀·괴물·좀비”로 호칭 루스는 하버드 법학대학원 학생일 때 암에 걸린 마틴을 위해 그의 학업이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했다. 14개월 된 아이의 엄마로 법학대학원의 학생인 본인도 해야 할 일이 많았을 텐데, 양육과 가사는 물론 그의 학업에 차질이 없도록 밤새워 마틴 친구들의 노트를 빌려 필기를 해 학업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마틴이 먼저 졸업하고서 뉴욕에 취직했을 때, 루스는 하버드대에서 컬럼비아대로 학교를 옮겼다. 남편을 따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력이 있는 동반자와 함께 사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루스가 대법관으로 임명됐을 때에는, 뉴욕에서 가장 잘 알려진 세금 변호사였던 마틴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루스를 따라서 워싱턴DC로 이직한다. 외향적이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마틴, 다소 내향적이고 늘 진지한 루스는 각기 다른 개별성을 지닌 두 인간으로 서로 지지하고 보살피며 살았다. 친구, 연인, 동료, 지지자, 동반자, 위로자, 돌봄자로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나누며 2010년 마틴의 죽음까지 56여년 동안 동료 결혼 관계를 이어 왔다. 대법관 임명 청문회장에서 루스는 마틴을 “남편”이 아닌 “파트너”라고 지칭한다. 이러한 호칭은 2020년이라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1993년에 그러한 호칭을 썼다는 것은, 결혼을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이해한 두 사람의 의식을 드러낸다. 마틴은 요리를 거의 전담했다. 그는 딸이 결정했다며 “루스가 부엌에 들어오는 것은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특유의 유머를 담아 공적 자리에서 말하곤 했다. 두 긴즈버그의 삶은 진정한 파트너십의 전형을 보여 준다. 1950년대에 만났을 때부터 이미 여성의 일이 남성의 일처럼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마틴과 같은 파트너가 없었다면, 자신이 대법관으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루스는 회고한다. 공적 영역에서 평등을 외치면서, 사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위계적인 가족 관계를 유지한다면 한 사회의 민주적 가치가 확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편 암에 걸리자 학업 계속하게 최선 둘째, 긴즈버그는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보여 준다. 권력을 사용하는 데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권력을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만 쓰는 사람, 또 다른 하나는 공공선을 확장하기 위해 쓰는 이다. 권력 자체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무엇을 위해 그 권력을 사용하는가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이다. 긴즈버그는 대법관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인종, 계층, 성별, 성적 지향 등에 근거해 권리가 박탈된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와 평등의 확장을 위해 사용했다. 물론 우리가 모두 대법관과 같은 막강한 제도적 권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각자의 정황에서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권력을 자신의 개인적 이득 확장, 정치세력 또는 타자를 억누르고 지배하기 위해서 쓸 수 있다. 또는 그 권력을 구성원 모두가 함께 평등하게 살아가는 가정, 집단, 사회, 그리고 세계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긴즈버그는 기존의 전통과 관습이 차별적일 때는 단호하게 저항했다. 긴즈버그의 유명한 “나는 반대한다”(I dissent)는 사적 이득이나 정치적 파당성이 아니라 공공선을 위한 권력 행사였다. 개인이 부여받은 권력은 자유와 평등 가치의 확산이라는 공공선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긴즈버그는 우리에게 보여 준다. 셋째, 긴즈버그는 페미니즘의 범주가 여성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유산을 남겼다. 그에게는 ‘페미니스트’라는 표지가 따라다닌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성차별 문제에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한 사회에서 한 종류의 평등 문제는 다른 종류의 평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그는 보여 주었다. 젠더 평등은 페미니즘의 출발점이지만, 도착점이 아니다. 긴즈버그는 성차별, 성소수자 차별, 한 부모 양육자로 살던 남성의 권리, 아동 이주민의 권리 또는 인종적 소수자들의 투표권 보호 등 다양한 모습의 차별 문제에 개입하고 법적 평등을 제도화하고자 자신의 권력을 사용했다. 그의 페미니즘은 제도적으로 배제되고 소외된 ‘모든’ 사람의 권리를 확장하고자 하는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이었다. 넷째, 87세까지 치열하게 사회개혁을 위해 일한 긴즈버그는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소환되는 세대론의 위험성을 알려준다. 386, 586 또는 2030 등으로 표기되는 세대론의 빈번한 소환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 득보다 실이 많다. 세대론은 생물학적 나이를 시대적 구조와 연결하면서 특정한 나이의 사람들을 동질적 존재로 집단화한다. 특정한 시대를 산 사람들의 동질성을 전제로 하는 세대론의 치명적인 위험성은, ‘반쪽 진리’를 ‘전체 진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대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긴즈버그는 이제 퇴물로 물러나서 보수적 사고로 점철된 삶을 사는 구세대로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그는 생물학적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개혁의 급진성을 법적으로 제도화하고자 치열하게 일했다. 한국 사회가 지속적으로 세대론을 소환하는 한 정치와 사회에서 성숙한 민주적 시민의식이 일상화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주적 의식은 나이, 학연, 지연, 선후배 관계 등에 따른 집단적 동질화가 아니라 개별인의 사유와 입장의 차이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윤리적 개인주의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치 성향 다른 대법관 스칼리아와 우정 다섯째, 우리가 최후까지 지켜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인간됨이라는 것을 긴즈버그는 가르쳐 준다. 평등사회를 위해 평생 치열하게 일하면서, 그는 자신과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반대자를 적대시하지 않았다. 동료 대법관이었던 안토닌 스칼리아와의 우정은 널리 알려져 있다. 긴즈버그와 스칼리아는 매우 다른 정치적 입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러나 돈독한 친구 관계를 이어 왔다. 여행도 함께 가고, 오페라도 함께 보고, 두 사람이 함께 오페라에 등장하기도 했다. 정반대의 관점을 가진 두 사람이 어떻게 그런 우정을 나눌 수 있었을까. 긴즈버그는 2016년에 사망한 스칼리아의 장례식 조사에서 스칼리아가 자신에게 한 말을 인용한다. “나는 아이디어를 공격한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정치적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고 반대자를 악마화하는 것이 일상인 한국에서, 긴즈버그의 태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순간 파괴되는 것은 그 타자의 인간됨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간됨이다. 개혁이란 점진적이며 고도의 인내심이 요청되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긴즈버그는 말한다. “한 번에 한 걸음씩”(one step at a time)의 철학을 가지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는 반대자들 또는 변화의 필요성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든 이들의 평등이라는 법 정신에 근거해 설득하고자 했다. 한국이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종교, 학력 등 그 어떤 것에 근거해서도 차별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되기 위해 갈 길은 참으로 멀다.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자 할 때 우리가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긴즈버그는 그의 삶과 권력 사용 방식으로 가르쳐 준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포토] ‘낙태죄 폐지 요구와 유모차’

    [포토] ‘낙태죄 폐지 요구와 유모차’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빈 유모차 한대가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9.24 뉴스1
  • 선거막판 여성주의 이슈…정의당 페미니心의 선택은

    선거막판 여성주의 이슈…정의당 페미니心의 선택은

    여성주의자 지지후보 김종민·김종철 김종민 “김미석 극단적 혐오주의” 김종철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선거막판 여성주의 이슈가 다시 정의당에서 떠오르고 있다.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김미석 후보가 자신의 선거홍보물에 장혜영, 류호정 의원 사진을 올린 후 “급진 페미니스트와 결별하겠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지난 16일부터자신의 페이스북에 ‘극단적 여성주의와의 결별’, ‘왜곡된 진보정당 재정립’을 앞세운 선거홍보물을 잇따라 올렸다. 이와 관련해 호응보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당내에서는 더 많다. 후보들도 반대 의견을 내놨다. 김종철 당대표 후보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은 극단적 여성주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당의 노력 자체를 극단적 여성주의로 왜곡하며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미석 후보는 성희롱과 성차별에 반대하고, 가부장적 지배 문화를 바꾸자는 당의 노력을, 느닷없이 ‘남성 혐오’라는 단어를 동원하며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면서 “최근 정국에서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었던 성폭력 피해자 보호 행위를 ‘페미니스트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종민 당대표 후보도 통화에서 “극단적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고자하는 당의 가치를 왜곡하고, 당원들의 성평등 주장을 폄훼하는 행위”라면서 “극단적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남성혐오로, 남성역차별로 연결되왔고, 우리 당에서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단어다. 김미석 후보야말로 극단적 혐오주의로 왜곡되어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김미석 후보는 즉각 당원들에게 사과하고 입장을 수정해주길 강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한편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인 저스트 페미니스트에서는 이날 지지 후보를 밝혔다. 당대표 후보로는 김종철·김종민 후보를, 부대표 후보는 배복주·김윤기 후보를,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후보는 강민진 후보를 선정했다. 저스트 페미니스트는 지난 21일까지 후보들에게 질의했고, 이를 통해 받은 답변을 바탕으로 투표를 통해 지지후보를 결정했다. 지지후보로 결정된 김종철 후보는 답변에서 “정의당의 여성주의적 혁신은 중요한 과제”라며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하며, 당원 교육 역시 의무적으로 하고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혁신의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대표 지지후보로 선정된 김종민 후보도 답변에서 “여성과 페미니즘, 여성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남녀 갈등, 당내 갈등의 원인이 아니다”라며 “성평등과 인권에 대한 달라진 인식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느리게 변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성장해온 과정에서 성인지적 수준이 지속적으로 당내 정치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 만큼, 선거 막판 페미니心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인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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