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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트럼프와 생각이 똑같았던 러시 림보 폐암에 스러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트럼프와 생각이 똑같았던 러시 림보 폐암에 스러져

    지난해 10월 “지금껏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던 미국의 보수 논객 러시 림보가 폐암으로 70 인생을 접었다. 라디오 유명인이었으며 정치 해설위원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그가 고비에 몰릴 때마다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던 그였다. 네 차례 결혼해 세 차례 이혼하면서 슬하에 자녀가 없었는데 그의 부인 캐스린 애덤스가 17일(이하 현지시간) 고인의 라디오쇼에 죽음을 알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고인은 최장수 라디오 토크쇼로 손꼽히는 자신의 쇼에서 보수 운동 이념을 확산시키는 데 매달려왔다. 세 명의 대통령이 직접 그의 쇼에 출연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던 1992년 출연했고,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여섯 차례나 그와 얼굴을 마주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출연했는데 이란 혁명수비대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드론으로 척살한 데 대해 아주 잘했다는 림보의 칭찬을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비마다 자신의 편이 돼준 그에게 미국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광인 대통령 자유의메달을 수여해 보은했다. 림보는 영향력은 막강했지만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발언 등으로 숱한 논란에 올랐다. 방송 도중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숱한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떠벌였고, 이민에 맹렬히 반대하며 ‘미국 제일주의’의 선봉에 섰다. 1951년 1월 12일 미주리주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시절 이미 지역 라디오 방송의 마이크를 잡았다. 고교를 졸업한 1969년 사우스이스트 미주리주립대에 입학했지만 2학기 만에 중퇴하고 펜실베이니아주의 음악 라디오 방송국에 취업했다. 초기 방송 경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두 직장에서 잇따라 해고된 그는 부모가 사는 미주리로 돌아와 캔자스시티의 공공 문제를 다루는 토크쇼 진행자가 됐지만 곧 해고됐다. 1979년 미국프로야구 캔자스시티 로열스 구단의 마이크를 잡아 유럽과 아시아를 돌아봤는데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믿음이 굳어졌다고 털어놓은 일이 있다. 그는 2013년 청취자들에게 “유럽에 갔을 때 ‘잠깐, 왜 이 침실은 우라지게 올드 패션이고 제대로도 아니지? 이런 게 지옥인 건가? 그들은 이런 걸 화장실이라고 하는군’이라고 말하곤 했다. 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어떻지, 미국이야 200년 밖에 안됐지만 천년을 살아온 사람들보다 훨씬 밝은 앞날을 앞에 두고 있는 거지’란 것이었다.” 림보가 방송인으로 입지를 굳힌 것은 1983년 캘리포니아주의 KFBK 라디오방송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쇼를 진행하면서였다. 1987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방송 진행자가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도록 규제한 공정성 독트린을 폐기하자 림보처럼 보수적인 진행자에게 살판 나는 세상이 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2005년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은 FCC의 결정이 “엄청 말 잘하는 보수 진행자들이 수백만의 엄청 화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향해 마이크를 열어줬다”고 정리했다. 이듬해 그의 쇼는 미국 전역의 수백개 라디오에서 방송됐는데 지난해 통계로는 매주 2700만명의 청취자를 거느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화당과 보수 운동 진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렀다. 인종 편견을 거침없이 방송 중에 드러냈다. 제시 잭슨 목사가 수배자처럼 생겼는데 모든 신문이 그의 사진을 도배하듯 싣는다고 비난했다. 성적 소수자(LGBT)의 권리를 대놓고 짓밟았고, 에이즈 감염자를 경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성관계를 할 때 동의 따위 필요 없다거나 여권 운동을 비웃었다. “페미니즘은 별 매력도 없는 여성들이 주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쓴 적이 있으며 여성들을 ‘페미 나치‘라고 깎아내렸다. 거짓말이나 엉터리 얘기도 곧잘 늘어놓았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거나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환경운동가들이 2010년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거나 흡연이 주는 이득이 많은데도 위험이 부풀려졌다고 떠벌였다. 2015년 그는 청취자들에게 “분명히 말하는데 시가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메달을 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코로나 바이러스는 “흔한 감기”라며 “도널드 트럼프를 끌어내리려는 무기가 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자유의메달을 수여하며 “수십년 동안 그가 조국에 지치지도 않게 공헌했다”며 매일 수백만의 청취자가 “스스로 얘기하도록 고무시켰다”고 말했다. 그 며칠 뒤 림보는 폐암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발전했다며 “10월 1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정치권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 세상 바꿀 ‘투철함’으로 맞선다”

    “정치권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 세상 바꿀 ‘투철함’으로 맞선다”

    가해자 낮은 형량에 피해자 더 고통정당의 늦은 진상조사와 반성도 문제4월 재보궐선거는 ‘성평등 선거’ 돼야“‘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성폭력 피해를 입은 수많은 여성이 고통을 속으로만 삭이지 않았습니다. 여성들은 성폭력·성차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문제라고 계속 지적해 왔어요. 그 흐름 속에서 신지예라는 개인도, 장혜영이라는 국회의원도 피해를 당당히 밝히며, 성폭력이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얘기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젊은 여성들의 ‘미투’ 움직임을 ‘투철함’으로 설명했다. 이전과는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야망’을 넘어 의무에 가까운 ‘투철함’이라는 것이다. 신 대표는 그 ‘투철함’으로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표방하며 출마한 이래 여성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이어 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진 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어 진상 규명 및 여성 정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 대표 본인도 정치권 성폭력 피해자다. 지난해 2월 그는 당시 녹색당의 여권 비례위성정당 참여 논란 와중에 같은 당 당직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열린 1심 재판에서 가해자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가해자 측과 검찰 모두 항소했다. 신 대표는 낮은 형량과 함께 녹색당의 늦은 반성문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제도 개선, 안전망 구축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이야기예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대로 해결되려면 내부에서 조사하고 기록해 처벌하는 게 우선이죠. 당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는데, 아직도 안 이뤄졌어요. 같은 맥락에서 박 전 시장 사건도 피해자의 피해 호소를 묵인하거나 2차 가해를 한 혐의가 있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등 전·현직 비서실장, 젠더 특보 등을 감사해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여넷은 지난달 29일 감사원에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 불법 명의변경 및 공금유용 실태에 대해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신 대표는 4월 재보궐선거가 성평등을 실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게 신 대표의 주장이다. “여성의 정치적 열망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게 아쉬워요.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세입자, 동물 등을 대변할 시민연합후보가 필요해요. 직접 출마하는 방법을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신지예 “서울시장 선거에 소외된 다수 대표 시민후보 나와야”

    신지예 “서울시장 선거에 소외된 다수 대표 시민후보 나와야”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슬로건으로 당찬 출사표를 던졌던 여성 정치인.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그렇게 사람들 기억에 박혀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갑에 무소속으로 출마, 3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한여넷)라는 단체를 만들어 피해자 지원 및 여성 정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수면 위로 올랐을 때 누구보다 빨리 ‘장 의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지지했다. 행동하는 정당인, 정치인, 활동가로 ‘살아 있는’ 신 대표를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냈나. “한꺼번에 많은 일이 돌아가서 정신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성폭력 사건 1심이 끝났고, 피의자와 검사가 모두 항소해 2심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맡으면서 그 안에서 정치 세력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다. 정치권 성폭력 사건이 계속 터지는데 예방도 중요하지만, 사후 우리 사회가 이를 제대로 처벌하느냐 또한 중요하다.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 관련해서는 진상 규명 활동 및 공론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연구소에서 매주 글을 쓰며 여성 재산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 관련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정치권 성폭력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가장 최근엔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정의당의 조처를 어떻게 봤나. “정의당이 기존에 조직이 보여주지 못했던 ‘공동체적 해결’을 시민들에게 인식시켜줬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피해자가 그곳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사건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도 2차 가해를 하지 않고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적 해결에 천착하는 것이 필요한데,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건 해결을 맡은 배복주 부대표의 강단 있는 결정, 장혜영 의원의 용기가 시작을 잘 열어줬다. 다음 몫은 정의당 당원들의 힘에 달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장 의원에 대한 지지 발언을 올렸다. “작년 2월 같은 당 당직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사건 직후 바로 고소했고, 조사를 받았다. 이후 21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왜 녹색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야 했다. 정치인은 국민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하고 피해를 받는 게 아니라 피해당한 사람을 구제하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다. 그런 사람이 ‘내가 피해자’라고 나서면서 출마하는 걸,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됐다. 이번에 장 의원을 보면서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밝힐 때 주홍글씨가 될까 봐 두렵다. 그런데 장 의원은 용감하게 자기 목소리를 냈다. 이게 윗세대들이랑 다른 지점이다. 수많은 여성이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고통을 속으로 삭이지 않고, 이것이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정치적 문제라고 밝히며 사건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신지예라는 개인도, 장혜영이라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완전히 다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야망’을 넘어, ‘투철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본인 사건으로 넘어가 보자. 지난달 부산지법에서 나온 1심 판결에서 피의자는 준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치상 혐의를 인정한 재판부에 감사드리지만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고 생각한다. 상해 정도가 미미하다는 것과 가해자가 반성한다는 점, 가해자 가족들이 쓴 탄원서 등을 감경 요인으로 꼽았다. 가해자의 어린 딸도 탄원서를 썼는데, 그 사실 자체로 가슴 아팠다. 또 다른 폭력 아닌가. 가해자 측 변호인은 내가 약속된 한 행사에 축사를 하러 참석한 것을 근거로 ‘상해가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상해가 심했으면 축사를 할 수 있었겠느냐는 논리다. 그렇다면 성폭력 피해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해진 업무를 다 취소하고 집안에 틀어박혀야만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아픈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전형적인 피해자다움 요구다. 이것이 반성하는 가해자의 태도인지 묻고 싶다.” -사건 발생 1년 만에 나온 녹색당의 입장문에 대해 SNS에 쓴 글을 봤다. 진상조사단을 꾸려 달라는 요청에 수개월 묵묵부답하다 이제 와 안전망 구축과 제도개선 교육을 얘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이후 서울시가 내놓은 입장도 ‘시스템 정비’였다. 그러나 제도 개선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이야기다.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려면 제도 개선뿐 아니라 처벌이 필수적이다. 내부에서 제대로 조사하고 기록해야 한다. 녹색당도 그걸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의 맥락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은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였다. 당시 녹색당에 비례위성정당을 준비하는 집단이 있었다. 나는 당 공동 운영위원장임에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당내 가부장 권력을 중심으로 한 모든 논의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됐다. 나는 ‘녹색당’ 차원의 선거 준비를 제안했으나 오히려 ‘신지예 때문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시작됐다. 이 상황에서 가해자는 나에 대한 허위 소문을 없애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유인해 성폭력을 저질렀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성폭력이 벌어진 게 아니라 위성정당 합류의 흐름 속에서 당 내부에서 자행됐던 마녀사냥의 끝이 성폭력이었다. 한국 위성정당의 흐름, 특히 비례대표 후보 공천 등이 매우 가부장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가부장적 정치가 개인에게는 성폭력이라는 사건으로 발생한 것이다. 사건 이후 당에 진상조사단을 만들 것을 요구했는데, 아직까지도 꾸려지지 않았다. 작년 3월, 당이 위성정당 참여 결정을 내릴 때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했다.”신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두발자유화운동을 하며 ‘한국청소년모임’이라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다. 이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안학교(하자작업장학교)에 입학했다.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 정당활동과 세 번의 선거에 출마(2016년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총선 서울 서대문갑)했다. 그가 끊임없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이유와 동력이 궁금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두발자유화운동에 나섰나. 당시 많은 중·고등학생이 두발 제한 규정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어도 선생님한테 반항하는 것 이상의 용기를 내는 일은 드물었다. “‘중2병’이었던 것 같다.(웃음) 세상에 반항하고 싶고, 아빠랑 사이가 안 좋았다. 학교는 ‘늙은 아버지’ 같았다. 선생님 중에 왜 두발단속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파마, 염색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헌법에 ‘모두에게 신체의 자유가 있다’고 써놓고 학교는 그걸 왜 안 지키는지 얘기해주지 않았다. 당시 막 생겨난 ‘다음 아고라’에 이런 얘기를 올리면 “학생은 공부나 할 것이지” 같은 답을 들었다. 화가 났고, 많이 분노했다.” -왜 정치를 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 못했고,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 편이었다. 두발자유화운동을 하면서 정당에 일찍 발을 들였는데, 당시 치고받고 싸우는 어른들을 보면서 ‘저렇게는 세상을 바꿀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대안학교에 가고, 사회적 기업·시민단체 회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라 이윤 창출이 제1 목표더라. 시민단체에서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월세 8만원짜리 쪽방촌에 들어가 어르신들과 함께 사는 프로젝트를 했다. 그런데 재개발, 재건축 바람이 불며 망원동이 갑자기 ‘망리단길’이 되었다. 여든, 아흔 되는 어르신들이 쫓겨났다. 3평짜리 방에서 할머니들이 이웃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게 큰 꿈도 아닌데 그걸 사회는 못 지켜보는구나, 결국은 법과 정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보면서 탈핵, 기후 생태에 대한 정치적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전원 추첨제 대의원 제도를 가진 녹색당이 민주주의적 권력 분배에 관심이 많은 정당 같아 2012년 가입했다. 당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15년이다.” -신지예 하면 사람들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을 기억할 것이다. “부끄럽지만 당시 나올 사람이 없었다. 서울시당 위원장이었는데, 후보자를 못 만들어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페미니스트’라는 슬로건에 부담감은 없었다. 사회적 기업이나 대안학교처럼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분들과 일하며 ‘온실 속 화초’처럼 산 것인지, 포스터 훼손 등 구체적 공격이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돌아본다면. “여성의 정치적 열망을 구체적으로 권력화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8만 표를 얻었는데, 그 사람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정치지형이 만들어졌느냐, 미래를 같이 그릴 수 있는 정치적 동료 혹은 느슨한 형태의 연대체라도 만들어졌느냐는 점에서 많이 부족했다. 페미니즘 정치라는 게 의회에 더 많은 여성을 보내는 것, 질적인 능력을 높이는 것 등 많은 게 있겠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정치적 조직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데 그걸 못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한 사회가 필요하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 8만 명 이상이라는 걸 확인한 건 나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였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총선까지 세 번의 선거를 치렀다. 힘들지 않았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다. 옛날처럼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은퇴해 노후를 즐긴다는 삶의 노선이 더 이상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길이 됐다. 한국에서 살 방법은 ‘영끌’해서 주식투자하고 부동산 투자해서 시세 차익 노리고, 연봉 높이는 것이다. 여기서도 여성은 유리천장 때문에 더 어렵다. 정치가 아직까지도 굉장히 구리고, 재미없는 영역이긴 해도 바꿔낼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해 계속 하고 있다. 하다 하다 안 되면 어쩔 수 없고.”-한여넷 얘기를 해보자.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이후 발족한 것으로 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활동을 하나.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긴급회의를 했다. 단체를 만들어 반복되는 정치권 성폭력을 막고, 해결책을 내놓고, 더 많은 여성이 정치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자는데 뜻이 모였다. 녹색당에서 활동했던 사람, 선거 때 활동했던 분들, 여성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달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박 전 시장 사건 직권조사 결과에 아쉬움을 많이 토로했다. “인권위 결과에 매우 박한 평을 주고 싶다. 예전에 서울대 신 교수 사건(1993년) 때 성희롱·성추행에 관한 얘기가 나와 어떤 것이 성희롱인지 명징하게 밝혔는데,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쓴 보고서와 수십 년 전에 나온 보고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2021년 다운 보고서라면 더 나아가 2차 가해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피해자한테 2차 가해를 하거나 묵인해온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전·현직 비서실장, 젠더특보, 오성규, 김민웅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또한 피해자에게 박 전 시장이 서울대병원에 처방전을 갖고 가 약을 타오라고 한 의료법 위반 의혹,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이용해 개인적 용도로 물품을 구매하도록 지시한 부분 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여넷에서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제출했다.” -4월 재보궐은 성평등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15일 ‘줌’(ZOOM)으로 ‘미투선거 시국회의’를 열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정치적 전망을 내부에서부터 만들어나가자는 취지로 각계각층의 사람을 초대해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130명 정도는 두 시간 반 내내 참석해 여성들의 의지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는 10일 저녁 8시30분 2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재보궐선거가 성평등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출마할 계획은 없나. “시민연합후보를 내자는 제안을 금태섭 후보와 권수정 정의당 후보께 제안했었다. 금 후보께는 시민연합선거의 판을 만들자고 제안 드렸다.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 동물, 장애인, 세입자, 자영업자, 노동자, 노인 등을 대변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선거 이후에는 새로운 정치의 판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숙고 끝에 거절하시더라. (금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의지를 밝혔고, 정의당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무공천 결정을 내렸다.) 아직 시간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조금이라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후보들 정책을 보면 미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적은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는 강을 메워 주택을 짓겠다고 하는데 후대에 죄를 짓는 범죄다. 박영선 후보는 ‘콤팩트 시티’의 개념을 잘못 차용해 갖고 왔다. 서울은 이미 ‘메가 시티’인데 이 도시를 어떻게 더 밀집시킨다는 건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도 개발을 외치고 있는데, 서울을 끝없이 개발하는 정책으로는 한국 사회의 산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울 집중의 문제는 결국 일자리, 부의 재분배, 풀뿌리 민주주의, 낮은 에너지 자립도 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50년 후, 100년 후를 바라보고 큰 비전 아래 도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성평등도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태도시, 빈틈없는 사회 안전망을 갖춘 돌봄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을 지키며 살기 쉽지 않다.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사는가. “요즘에는 기를 모아 SNS에 글을 쓰고, 마이크를 들고 기자회견을 한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데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말하고 설득하면서’ 분노가 삭여지는 것 같다. 또래 여성들로부터 큰 힘을 받는다. ‘2030’ 여성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자기 일처럼 분노하고, 댓글이라도 달면서 움직인다. ‘나 혼자만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낄 때 버틸 수 있다. 현 민주당 집권 세력, ‘586’도 운동하던 시절의 그 자신만만한 열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정권을 창출하고, 180석이라고 하는 유례없는 의석을 만들어냈다. 페미니스트라고 그러면 안 될까. 페미니스트들이 ‘나라 한 번 뒤집어 봐’하는 작정으로 일상 속 실천과 사회적 싸움을 계속해나가며 느슨하고도 너른 정치적 연대체를 꾸린다면 10년 안에는 결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10년 안에 결실’이라는 건? “평등한 한국을 만들 진정한 페미니스트 정권창출이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여성학자와 함께 읽는 페미니즘 고전

    여성학자와 함께 읽는 페미니즘 고전

    여성학자와 함께 페미니즘 고전을 읽는 무료 강좌가 개설됐다.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젠더교육연구소 ‘이제’와 함께 젠더감수성 심화강좌로 ‘여성학자와 함께 페미니즘 고전 읽기’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4일 밝혔다. 강좌는 오는 27일부터 4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총 3시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강의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센터에서 오프라인으로, 독회는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열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젠더교육연구소 이제의 연구원들이 강사로 나서 페미니즘 고전 독파를 돕는다. 임국희 경희대 여성학 강사가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를, 김서화 동국대 여성학 강사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을 강의한다. 이호숙 여성학 박사가 수잔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를, 이진희 전 상지대 여성학 외래교수가 캐롤 길리건의 ‘다른 목소리로’를 소개한다. 고전 읽기를 통해 페미니즘 심화학습을 하고 싶은 성평등 활동가, 페미니즘 고전 읽기에 관심있는 활동가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신청은 오는 16일까지이며 제출 서류를 검토해 총 15인을 모집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냐… 투쟁엔 소음 존재”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냐… 투쟁엔 소음 존재”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진아 여성의당 공동대표의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까지. 바다출판사의 여성 서사는 기존의 페미니즘 지형을 열어젖힌다.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아 키우다 가부장제의 실체를 깨닫고 레즈비언 정체성을 탐구한 리치, 평생을 알코올 중독과 섭식장애에 시달렸던 냅의 솔직하다 지친 자기 고백, 서울 한복판에 페미니즘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만든 김 대표까지 이들 에세이는 모두 나희영 바다출판사 편집자의 손을 거쳤다. 최근 미국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회고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기획 출간한 나 편집자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책에는 1970년대에 낙태권 쟁취, 성폭력 피해 여성 쉼터 등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2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연대와 질투, 정쟁이 오롯이 담겼다.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니잖아요. 얼마나 뜨겁게 운동을 했는데, 어떠한 부정적 소음도 없이 운동이 치러졌겠어요. ‘과거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발판으로 지금의 페미니스트가 더 현명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인 거 같아요.” 나 편집자가 만든 ‘언니들’의 고백적 에세이는 시대와 국경을 가로지르는 여성 연대를 가능케 한다. 바다출판사에서 내는 여성주의 잡지 ‘우먼카인드’ 한국판 편집장이기도 한 그의 기획력이 빛을 발한 사례다. 지난해 9월 출간돼 2만 5000부가 판매된 ‘명랑한 은둔자’는 한때 알코올 의존에 시달렸다는 김명남 번역가의 후기에서부터 냅의 솔직한 자기 고백에 ‘3040’ 여성들이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그는 “기획 당시 ‘아마존’에서 본 리뷰부터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사, 한국 독자들의 후기까지 우정의 기운이 책을 둘러싸고 있는 게 참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나 편집자의 기획 편집도 여러 여성의 도움에 힘입은 바 크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는 ‘나는 내 파이…’를 쓴 김 대표 추천으로, ‘명랑한 은둔자’는 김 번역가의 홈페이지에 있던 냅의 글 두 편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이달 말에는 흑인 여성으로선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에세이 ‘보이지 않는 잉크’를 출간한다. 나 편집자는 “책 자체의 가치와 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을 고루 갖춘 콘텐츠를 찾는 게 가장 큰 고충이자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극우파 공격서 ‘페미니즘 벽화’ 지켜낸 마드리드시

    극우파 공격서 ‘페미니즘 벽화’ 지켜낸 마드리드시

    스페인 마드리드 시민들이 극우세력의 공격으로 철거 위기에 몰렸던 여성 위인 벽화를 지켜냈다고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드리드 시우다드리네알의 한 스포츠센터에 있는 일명 ‘페미니즘 벽화’는 유명 여성 인물 15명의 초상화와 ‘당신의 능력은 당신의 성별에 달려있지 않다’는 문구가 그려져 있다. 벽화의 주인공들은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 미국 가수 니나 시몬, 러시아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등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선구적 여성들이다. 이 벽화를 공격한 것은 극우정당 복스였다.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이유로, 복스는 지난 21일 이 벽화를 패럴림픽 선수들의 그림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2019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약진할만큼 세력이 커진 복스의 제안에 중도·보수 정당들은 동조했지만, 시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주말 사이 온라인에 올라온 벽화 교체 반대 청원에는 5만 5000명 이상이 서명했고, 마드리드의 지역정당인 좌파성향의 마스 마드리드가 여성 벽화를 보호하자는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하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당초 복스에 동조했던 정당들이 벽화를 존치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결국 벽화를 지키자는 여론이 거세지자 마드리드시는 이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베고나 빌라시스 부시장은 “벽화를 살려야한다는 공동체의 염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이종배 “‘적반하장’ 민주당, 김종철 성추행에 ‘무관용’ 말할 자격 있나”

    이종배 “‘적반하장’ 민주당, 김종철 성추행에 ‘무관용’ 말할 자격 있나”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6일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비판한 것과 관련,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남인순 민주당 의원 징계 등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대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김 전 대표의 대표직 사임을 언급하면서 “앞에서는 인권과 진보를 주장하면서 뒤에서는 추악한 행동을 저지른 이중성에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비서에 대한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수많은 2차 피해에 노출됐던 피해자를 생각하면 만시지탄이지만,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피해자의 절규를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이 정책위원장은 그러면서 “민주당은 김 전 대표에 대해서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면서 무관용 조치와 2차 피해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했다. 과연 민주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 전 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이 파렴치한 성폭력을 저질렀고, 그 귀책사유로 국민 세금 838억원을 들여 이번 보궐선거 예정돼 있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정책위원장은 특히 “민주당이 정의당에게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무관용 조치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재차 요구한다”며 “피해사실을 유출하고 2차 피해를 가한 남 의원에 대한 징계가 그 첫 단추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는 그동안 가해자 편에 섰던 ‘6층 사람들’과 민주당의 저열한 성 인식에 철퇴를 가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당장 멈추시라. 피해자를 피해자로 가해자를 가해자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김 전 대표 사퇴와 관련해선 “정치권에는 아직도 운동권 조직 논리에 갇혀서 입으로만 ‘오빠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위선적 행동을 하는 일부 인사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끊임없고 용기 있는 폭로와 공개, 그리고 공유만이 그 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그 출판사의 ‘페미니즘 에세이’가 특별한 까닭

    그 출판사의 ‘페미니즘 에세이’가 특별한 까닭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 최근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진아 여성의당 공동대표의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까지. 바다출판사의 여성 서사는 기존의 페미니즘 지형을 열어젖힌다.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아 키우다 가부장제의 실체를 깨닫고 레즈비언 정체성을 탐구한 리치, 평생을 알콜 중독과 섭식장애에 시달렸던 냅의 솔직하다 지친 자기 고백, 서울 한복판 페미니즘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만든 김 대표까지 이들 에세이는 모두 나희영 바다출판사 편집자의 손을 거쳤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책 제목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책에는 1970년대에 낙태권 쟁취, 성폭력 피해 여성 쉼터 등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2세대 페미니스트들의 연대와 질투, 정쟁이 오롯이 담겼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나 편집자는 말했다. “페미니스트가 도덕주의자는 아니잖아요.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다면 그게 부자연스럽겠죠. 얼마나 뜨겁게 운동을 했는데, 어떠한 부정적 소음도 없이 운동이 치러졌겠어요. ‘과거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발판으로 지금의 페미니스트가 더 현명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인 거 같아요.” ‘영 페미니스트’를 넘어 ‘영영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가 도래한 한국의 페미니즘 역사에 있어서도,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 편집자가 만든 ‘언니들’의 고백적인 에세이는 시대와 국경을 가로지르는 여성 연대를 가능케 한다. 바다출판사에서 만드는 여성주의 잡지 ‘우먼카인드’ 한국판의 편집장이기도 한 그의 기획력이 빛 발한 케이스다. 지난해 9월 출간돼 2만 5000부가 판매된 ‘명랑한 은둔자’는 한 때 알콜 의존에 시달렸다는 김명남 번역가의 후기에서부터 냅의 솔직한 자기 고백에 ‘3040’ 여성들이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나 편집자는 “기획 당시 ‘아마존’에서 본 리뷰부터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사, 한국 독자들의 후기까지 우정의 기운이 책을 둘러싸고 있는 게 참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나 편집자의 기획 편집도 여러 여성의 도움에 힘입은 바 크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는 ‘나는 내 파이…’를 썼던 김 대표의 추천으로, ‘명랑한 은둔자’는 김 번역가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냅의 글 두 편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독자들이 감탄했던 아름다운 편집 이야기 몇 토막.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의 표지에는 하나 가득 리치의 사진이 실렸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곱은 손,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에서 노년을 맞은 여성의 존엄이 느껴진다. 저명 시인이자 여성운동가이지만,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리치를 알리기 위한 나 편집자의 선택이었다.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였던 냅이 요절하기 직전 10여 년 간 쓴 글을 모은 ‘명랑한 은둔자’를 편집할 때는 글의 순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원서에서는 마지막 장이었던 ‘홀로’가 한국어판에서는 맨 앞으로 옮겨졌다. ‘고독’과 ‘고립’의 차이에 관한 그런 설득력 있는 글(‘혼자 있는 시간’)은 처음이었기에, 나 편집자의 평소 지론대로 가장 인상적인 글을 앞으로 보냈다. 반면, 조정을 배우면서 ‘강하고 유능한 팔’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내 인생을 바꾼 두갈래근’은 맨 뒤로 갔다. “냅이 술도 끊고 섭식장애도 극복하면서, 자기 몸을 바꾸거든요. 건강한 몸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글로 책을 끝맺는 게 편집자로서 만족스러웠어요.” 이달 말에는 흑인 여성으로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토니 모리슨의 책 ‘보이지 않는 잉크’를 출간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모리슨의 에세이다. “작년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나 미투 운동들처럼 이제 국경이 큰 의미가 없어진 시대잖아요. 모리슨이 말하는 인종과 젠더,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 편집자는 “책 자체의 가치와 시장에서의 좋은 반응을 고루 갖춘 콘텐츠를 찾는 게 가장 큰 고충이자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별 볼 일 없는 남자들 자신감 하늘 찌르지” 中 뒤흔든 ‘전투 페미’

    “별 볼 일 없는 남자들 자신감 하늘 찌르지” 中 뒤흔든 ‘전투 페미’

    중국에서 때아닌 ‘전투적 페미니즘’ 논쟁이 한창이다. 그것도 여성이 이끄는 ‘스탠드업 코미디’(관객과 대화하는 형태로 극을 진행하는 쇼)에서다. 남성을 ‘극혐’ 수준으로 거세게 몰아 붙이는 코미디언 양리(29)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륙이 반으로 쪼개져 울고 웃는다. 그의 지지자들은 “속이 후련하다”며 환호하지만 반대파들은 “사회적 용인 한계를 넘었다”며 법적 제재까지 거론하는 모양새다. 25일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에 따르면 양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핫한’ 여성 코미디언이다. 그는 TV 프로그램 ‘토크쇼 대회’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매주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중국에서 아직 낯선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며 남녀 차별 문제를 제기한다. 양리의 인기 대사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남자들은 참 귀여워. 지극히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애들조차 어쩜 그렇게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지 몰라.” 그의 코미디는 말 그대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남자를 비꼬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팔로어들의 칭찬이 쇄도한다. 하지만 그녀의 ‘뼈 때리는 코미디’를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몇 주간 SNS에서는 그를 두고 남녀차별 논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그를 “성 차별의 화신”, “남자가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한다. 남성 단체에서는 “모든 남자를 반복적으로 모욕한다”며 “당국에 신고하겠다”고까지 으름장을 놓는다. 이를 두고 양의 지지자들은 “비평가들이 지나치게 예민하다. 유머 감각도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양의 ‘극혐 농담’이 중국에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외신들도 이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대 학자까지도 ‘양리와 같은 인터넷 페미니스트들은 참을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면서 “일부 남자들은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줄 모른다”고 꼬집었다. BBC방송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양리를 둘러싼 논란이 ‘중국에서 진지한 농담을 해도 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직 중국에서는 청중들 스스로가 농담의 대상이 되는 스탠드업 코미디에 익숙하지 않다. 여기에는 정치 체제에 대한 풍자도 포함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유명 코미디언 토니 추는 BBC에 “서구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청중이나 당국, 사회적 규범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공격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중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무례하거나 심지어 불법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양리는 자신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나쁘지 않은 듯 프로그램을 거듭할수록 전투적 페미니즘의 수준을 높여 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남성이 이런 농담을 하면 다들 웃지만 여성이 하면 다들 역겹다고 하는 게 (중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추락한 ‘진보정치 2세대’의 꿈…정의당 최대 위기

    추락한 ‘진보정치 2세대’의 꿈…정의당 최대 위기

    김종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정의당 최대 위기…당원들 충격재창당, 보궐선거 출마 여부 논의도진보정치 2세대의 대표주자이자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선명 진보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종철 대표가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정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페미니즘을 핵심 가치로 삼는 진보정당 대표가 같은 당 소속 의원에게 성추행을 가한 후 직위해제된 전례없는 사태로, ‘김종철의 정의당’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의 꿈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25일 대표단회의를 비공개로 열고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전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앞서 김 전 대표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대표단의 판단으로 엄정하게 처리한다는 뜻에서 당기위 제소와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김 전 대표는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며 성추행을 인정했다. 당직자·당원들도 충격에 빠졌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많이들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 참담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끊임없이 불에 데이고 있는 것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앞서 당의 간판 격인 노회찬 당시 원내대표가 2018년 7월 숨지면서 혼돈에 빠졌던 정의당이 이번에는 당 대표의 성추행이란 초유의 사태에 놓이면서 당의 존폐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당의 재창당과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고 한다. 당 대표단 관계자는 “재창당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재창당 수준의 성평등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정의당은 현재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가 출마한 상황이다. 정의당은 그동안 재보궐 귀책사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당 관계자는 “당의 쇄신이라는 측면에서는 보궐선거도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진보정치 1세대인 심상정 의원(당시 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90년대 학번이자 진보정당 운동을 통해 성장한 2세대인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며 정의당은 정치권과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김 대표는 ‘금기를 깨는 진보’를 외치며 거대양당과 정책경쟁을 하는 선명한 진보야당을 내세웠다. 진보정당 대표가 연금개혁과 노동개혁까지 언급하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안을 내놓는 모습은 기성 정치인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당내 권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좌파(민중민주·PD)계열 출신의 당대표라 ‘민주당 2중대’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김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이 난 것은 물론, 정의당의 위상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게 됐다. 다만 정의당이 김 대표의 성추행 사실을 접수한 지 일주일 만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김 대표를 직위해제한 것을 두고 내부 자정시스템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비위 사실이 알려졌을 때의 뜨뜻미지근한 대처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평등한 조직문화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분노에서 몸·직업·꿈으로… 여성주의의 실용적 파격

    분노에서 몸·직업·꿈으로… 여성주의의 실용적 파격

    현직 언론인 2명이 88명 취재 ‘말하는 몸’ “유일 재산” “내 집” 등 자기 몸 시선 모아 7명의 성공 경로 찾는 ‘내일을 위한 내 일’2030 초점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눈길“젊은 여성, 경험·진로 등 구체적 문제 주목”최근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직업, 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인터뷰집이 잇달아 출간됐다. 수년간 출판계에 거세게 일던 여성주의 열풍이 ‘82년생 김지영’에서 보여주듯 주로 불평등과 위협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개별적 삶과 경험, 진로 문제에 대한 구체적 관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학동네는 최근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여성 88명의 몸 이야기와 이를 기록한 현직 여성 언론인 두 명의 에세이 ‘말하는 몸’을 출간했다. 1·2권으로 나뉜 이 책은 질병, 출산, 직업병, 성폭력, 다이어트, 운동, 탈코르셋, 연대 등 여성의 삶을 말하는 여러 주제를 몸의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박선영 PD와 유지영 기자는 “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당신의 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비슷한 얘기들이 중복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결과는 흥미로웠다. 미싱사 김명선씨에게 몸은 ‘유일한 재산’이며,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숍을 운영하는 강혜영씨에겐 ‘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혀서는 안 될 내 집’이다. 장애여성공감 전 대표 배복주에게는 ‘연애 관계에서 하자가 있다고 여겨지던 몸’이다. 이 밖에도 날씬하지 않고 식욕이 왕성한 요가 강사, 하루 300㎉씩 섭취했던 섭식장애 경험자, 구두를 신고 태평양을 걸어서 건넌다는 승무원 등 다양한 관점의 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 기자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함과 동시에 그들의 용기를 경유해 우리의 삶을 말해보려 했다”고 밝혔다.창비는 이다혜 작가가 여성들의 일터를 찾아 구체적 일의 풍경을 전하는 인터뷰집 ‘내일을 위한 내 일’을 펴냈다. 이 책에선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 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등 각 분야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룬 여성 7명이 일과 직업에 관한 생각을 밝힌다. 직업을 발견하는 단계에서 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이상희 교수 편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음대 입시생이던 고등학생 때 피아노 연주를 원치 않아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결혼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인류학을 공부했다. 꿈은 분명하나 자격이 있는지 자신감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면 윤가은 감독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에 회의를 가진 그가 찾은 답은 “감독으로서 자격은 작품마다 갱신된다”는 것이었다.유선애 작가의 저서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한겨레출판)은 저자가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1990년대생 10명과 심도 있게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영국 BBC ‘사운드 오브 2018’에 한국계 뮤지션 최초로 이름을 올린 예지, 공상과학소설(SF)에서 여성이 할 일을 새롭게 보여준 소설가 김초엽, 밴드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재재,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등이다. 작가는 이들에게 ‘온전히 되고 싶은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다. 김지은 서울예술대학 문예학부 교수는 “3~4년 전부터 남녀 간 구조적 불평등이나 성 착취, 사회 안전 등 여성의 존재 위기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다룬 출판물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분노를 넘어 개별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로 관심의 초점이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유리천장’을 뚫고 자기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실용적인 페미니즘이 도래했다”며 “대다수의 2030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보다 더 많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들에게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지영식’ 분노에서 개인 삶으로…출판계 여성주의 열기도 실용적 진화

    ‘김지영식’ 분노에서 개인 삶으로…출판계 여성주의 열기도 실용적 진화

    최근 여성들이 자신의 몸과 직업, 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인터뷰집이 잇달아 출간됐다. 수년간 출판계에 거세게 일던 여성주의 열풍이 ‘82년생 김지영’에서 보여주듯 주로 불평등과 위협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개별적 삶과 경험, 진로 문제에 대한 구체적 관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문학동네는 최근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여성 88명의 몸 이야기와 이를 기록한 현직 여성 언론인 두 명의 에세이 ‘말하는 몸’을 출간했다. 1·2권으로 나뉜 이 책은 질병, 출산, 직업병, 성폭력, 다이어트, 운동, 탈코르셋, 연대 등 여성의 삶을 말하는 여러 주제를 몸의 고백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박선영 PD와 유지영 기자는 “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당신의 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비슷한 얘기들이 중복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결과는 흥미로웠다. 미싱사 김명선씨에게 몸은 ‘유일한 재산’이며,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숍을 운영하는 강혜영씨에겐 ‘누구도 함부로 어지럽혀서는 안 될 내 집’이다. 장애여성공감 전 대표 배복주에게는 ‘연애 관계에서 하자가 있다고 여겨지던 몸’이다. 이 밖에도 날씬하지 않고 식욕이 왕성한 요가 강사, 하루 300㎉씩 섭취했던 섭식장애 경험자, 구두를 신고 태평양을 걸어서 건넌다는 승무원 등 다양한 관점의 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유 기자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함과 동시에 그들의 용기를 경유해 우리의 삶을 말해보려 했다”고 밝혔다.창비는 이다혜 작가가 여성들의 일터를 찾아 구체적 일의 풍경을 전하는 인터뷰집 ‘내일을 위한 내 일’을 펴냈다. 이 책에선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 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등 각 분야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룬 여성 7명이 일과 직업에 관한 생각을 밝힌다.직업을 발견하는 단계에서 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고민이라면 이상희 교수 편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음대 입시생이던 고등학생 때 피아노 연주를 원치 않아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결혼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인류학을 공부했다. 꿈은 분명하나 자격이 있는지 자신감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면 윤가은 감독이 위로가 될 수 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재능에 회의를 가진 그가 찾은 답은 “감독으로서 자격은 작품마다 갱신된다”는 것이었다.유선애 작가의 저서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한겨레출판)은 저자가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1990년대생 10명과 심도 있게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인터뷰의 주인공들은 영국 BBC ‘사운드 오브 2018’에 한국계 뮤지션 최초로 이름을 올린 예지, 공상과학소설(SF)에서 여성이 할 일을 새롭게 보여준 소설가 김초엽, 밴드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의 재재, 다큐멘터리 감독 정다운 등이다. 작가는 이들에게 ‘온전히 되고 싶은 나로 살아가는 방법’을 묻는다.김지은 서울예술대학 문예학부 교수는 “3~4년 전부터 남녀 간 구조적 불평등이나 성 착취, 사회 안전 등 여성의 존재 위기에 대한 분노와 회의를 다룬 출판물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분노를 넘어 개별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로 관심의 초점이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유리천장’을 뚫고 자기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실용적인 페미니즘이 도래했다”며 “대다수의 2030 여성들이 어머니 세대보다 더 많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들에게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어디에서 빛을 찾아야 하는지요” 취임식 빛낸 스물두 살 시인

    “어디에서 빛을 찾아야 하는지요” 취임식 빛낸 스물두 살 시인

    “날이 밝자 우리는 이 끝모를 그늘 어딘가에서 빛을 찾아야할지 스스로에게 묻게 돼요.” 떨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이 스물두 살의 젊은 시인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4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시종 진지하게 자신의 시 낭송에 귀를 기울이고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 대단한 순간을 마냥 즐기는 것만 같았다. 5분 47초 정도 자작 시를 낭송하며 손가락으로 모든 동작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블라 블라’ 손동작까지. ‘가지 않은 길’로 유명한 만 86세의 노(老)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1960년 1월 20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취임식에 시를 낭독한 것이 첫 시인의 취임식 등장이었다. 프로스트는 케네디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인 1959년 3월 “다음 대통령은 (케네디의 출신지인) 보스턴에서 나올 것”이라며 지지 선언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케네디는 프로스트에게 자신의 취임식에서 시를 낭독해 달라고 초청했다.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이날 흑인 여성 어맨다 고먼(22)이 프로스트의 뒤를 이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시인은 다섯 명. 모두 민주당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였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첫 취임식 땐 마야 앤젤루(당시 65세), 1997년 두 번째 취임식에선 밀러 윌리엄스(당시 67세)가 시를 낭송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첫 취임식엔 엘리자베스 알렉산더(당시 46세)가 초청됐고, 2013년 재선된 오바마 취임식 때의 축시 낭독 시인은 리처드 블랭코(당시 45세)였다. 로스앤젤레스의 미혼모 가정 출신인 고먼은 어릴 적 바이든 대통령처럼 언어장애가 있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모델로 삼아 말하기를 연습했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장애를 이겨냈다. 이날 자신을 “노예의 후손이자 홀어머니 손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라고 했다. 하버드대 재학 중이던 2017년 미국 의회도서관이 임명하는 ‘청년 계관시인’이 됐다. 그 뒤 3년 만에 바이든의 당선 확정 소식에 뛸 듯이 기뻤다고 얘기하는 이 흑인 여성은 여섯 번째 시인이자 가장 젊은 시인으로 등장해 ‘우리가 오를 언덕(The Hill We Climb)’이란 제목의 시를 낭송했다. 그는 사흘 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흉터와 상처를 인정하는 취임식 축시를 썼다”며 “그 시가 우리의 상처들을 치유하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이 좋아하는 시인이라 초청됐다. 고먼이 인종차별, 페미니즘 문제 등에 적극 나서는 흑인 여성 시인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낭송을 끝낸 고먼에게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낸 이는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이었다. 고먼은 트럼프 취임 첫해인 2017년 발표한 ‘여기에서(In this place)’란 시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벌인 샬러츠빌 폭동을 규탄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제도(DACA) 폐지를 비판했다. 한편 고먼이 이날 끼거나 건 반지와 귀걸이 모두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선물한 것이었다.윈프리는 자신이 선물한 장신구들로 멋을 부린 고먼을 보고 이렇게 또 한 젊은 여성이 쑥쑥 커나가는 것을 보며 자랑스러웠다면서 안젤루가 환호하고 나도 그랬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새장 모양의 반지였는데 안젤루는 클린턴 취임식 때 ‘아침의 맥박’이라는 축시를 낭송했고,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라는 자서전을 남겼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오늘의 눈] 민주당만 모르는 사실/이슬기 젠더연구소 기자

    [오늘의 눈] 민주당만 모르는 사실/이슬기 젠더연구소 기자

    지난 15일 오후 8시 30분. 줌(Zoom)으로 ‘2021 미투선거 시국회의’가 열렸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와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 준비위 활동가가 기획해 9명의 페미니스트가 공동 제안자로 나섰다. 비대면으로 한데 모인 여성들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성폭력 심판 선거’로 만들자는 목소리를 냈다. 그들 말처럼 4·7 보궐선거의 시대정신은 ‘성평등 실현’이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는 모두 권력형 성범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을 읽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도 “영원히 성폭력을 추방시키겠다는 독한 의지와 여성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섬세함을 갖춘 후보만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이 사태를 빚은 더불어민주당의 현실 인식은 심각해 보인다. 먼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인 남인순 의원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검은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을 ‘미투’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김영순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남 의원,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를 거쳐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거기에 남 의원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데 앞장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공분을 샀다. 여성운동으로 잔뼈가 굵었던 그의 행보에 ‘당리당략’만 보이고 젠더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는 결국 지난 18일 남 의원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후보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우상호 의원이 최근까지 내놓은 공약 가운데 부동산 정책은 있어도 성평등 실현 정책은 없다. 지난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최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이상하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왔다. 우 의원은 “사실이었다고 해도 판사가 굳이 공개적으로 읽은 것은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라고 말했다. 해당 판결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이자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A씨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판단하는 데 있었고, 그 과정에서 법원이 박 전 시장 사건에 관한 의견을 내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여기에 더해 “의혹 판단은 논외로 하더라도 시장으로서 잘했다는 것이 보편적 평가”라는 우 의원의 발언은 안일한 현실 인식을 나타낸다. 자당의 귀책사유로 보궐선거를 치를 경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당헌까지 개정해 가며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나선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의 시대정신과 그 엄중함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에서 미투 사태에 대한 반성과 성평등 실현 의지를 보고 싶다. 남 의원의 제대로 된 사과와 더불어. seulgi@seoul.co.kr
  • “인권? 듣기 싫은 말만 골라 하네” 누가 AI에게 性차별·혐오 심었나

    “인권? 듣기 싫은 말만 골라 하네” 누가 AI에게 性차별·혐오 심었나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출시한 스무 살 여대생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대상이 된 데 이어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을 학습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루다의 자연스러운 대화 비결이 같은 개발사가 운영하는 앱인 ‘연애의 과학’을 통해 수집한 실제 연인들의 대화 100억건을 학습한 결과로 밝혀지면서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전문가들은 AI가 적절치 않은 키워드를 차단하고 민감한 사회적 쟁점을 회피하도록 개발자가 개입하는 것이 단기적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AI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이 10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직접 이루다와 대화를 시도해 본 결과 ‘페미니즘’이라고 말을 걸면 “그런 말 진짜 싫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대화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해 “너무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인권’이라고 치면 “진짜 내가 듣기 싫다는 소리만 골라서 쏙쏙 하시네”, ‘장애인’에는 “에휴, 그만해. 머리채 잡기 전에”, ‘레즈비언’이란 말에는 “진짜 싫어. 혐오스러워. 질 떨어져 보이잖아”라고 대답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지난 8일 입장문에서 “모든 부적절한 대화를 완벽히 막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개발자 1세대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챗봇의 정체성을 20세 여성으로 정한 것이 성적 악용 문제를 유발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개발사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AI에게) 추가 학습을 시킬 게 아니라 서비스 중단 후 사회규범에 맞는 최소한의 테스트를 통과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채용 및 면접, 뉴스 추천 시스템 등 AI를 활용한 프로그램이 인간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는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소수자, 장애인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답글을 달고 “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람이 AI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학습시키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며 “AI만 탓하거나 개발자를 탓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AI를 백지상태의 아이에 비유했다. 그는 “정해진 답만 말하던 과거의 AI와 달리 지금의 AI는 사회에 나가 사람과 교류하면서 배우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면 나쁜 점도 배울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에게도 하지 못할 부적절한 질문을 AI에게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AI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도 AI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여대생 AI ‘이루다’ 성희롱·혐오 논란의 시작은 ‘사람의 질문’이었다

    여대생 AI ‘이루다’ 성희롱·혐오 논란의 시작은 ‘사람의 질문’이었다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출시한 스무살 여대생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대상이 된 데 이어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을 학습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이루다가 학습한 채팅 내용은 같은 개발사가 운영하는 또다른 앱인 ‘연애의 과학’을 통해 수집한 실제 연인들 간의 대화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키워드를 차단하고 민감한 사회적 쟁점을 회피하도록 개입하는 것이 단기적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옳지 않은 질문을 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루다에 ‘페미니즘’ ‘인권’ 물어보니 서울신문이 10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직접 이루다와 대화를 시도해보니 ‘페미니즘’이라고 치면 “그런말 진짜 싫다구”, ‘인권’이라고 치면 “진짜 내가 듣기 싫다는 소리만 골라서 쏙쏙 하시네”, ‘장애인’에는 “에휴 그만해 머리채 잡기 전에”, ‘레즈비언’이라고 치면 “진짜 싫어 혐오스러워. 질 떨어져 보이잖아”라고 대답했다.개발사인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지난 8일 입장문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상호작용을 한다는 건 너무 자명한 사실이었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이는 성별에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캐터랩은 고양이 챗봇 ‘드림이’를 시작으로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서비스한 ‘그 남자 허세중’, ‘파이팅 루나’를 서비스한 적 있다. 김 대표는 “인간의 언어는 해당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얼마든지 의미를 전달 할 수 있기에 모든 부적절한 대화를 완벽히 막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자 1세대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이루다 논란에 대해 “사회적 합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AI 면접, 챗봇, 뉴스에서 차별이나 혐오를 학습하고 표현하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AI 소프트웨어 로직이나 학습데이터에 책임을 미루는 것은 안된다. AI과 완벽하지 못하고 사회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는 차별과 혐오는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AI이루다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때는 커다란 진일보이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한 사회적 감사를 통과한 후 서비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챗봇을 스무살 여대생으로 정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답글을 달고 “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나쁜 점도 배울 수밖에”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람이 인공지능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학습시키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면서 “이 문제는 인공지능만의 탓을 하거나, 인공지능을 개발한 스타트업만을 탓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백지 상태에 있는 아이에 인공지능을 비유를 했다. 우리가 낳아 기르는 아이조차도 유치원에 가서 욕설을 배우듯 사회에 나간 인공지능도 그들의 자율에 맡겨선 도덕성 탑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쉽게 말해 정해진 답만 말하던 과거의 인공지능과 달리 지금의 인공지능은 사회에 나가 사람과 교류하면서 배우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면 나쁜 점도 배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근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에게도 하지 못할 부적절한 질문을 인공지능에게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도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금기보다 자기결정권” 남미 여성연대의 승리

    프란치스코 교황 반대 등 저항 컸지만수년간 女인권 향상 초록 손수건 시위“낙태 비범죄화, 여성폭력 고리 끊을 것” “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여성은 투표도 못하고 대학도 못 가는 보잘것없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운 이들을 위해 법이 있습니다.” 낙태 법안 가결 이후 아르헨티나 상원의원 실비아 사팍은 이렇게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상원은 12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14주 이내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낙태를 전면 허용한 건 아니지만, 엄격한 가톨릭 국가에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아주 크다. 성폭행 등 극히 예외 상황에서만 임신 중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 이런 결실을 만든 건 여성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표결을 두고 “남미에서 커져가는 페미니즘 물결의 중대한 승리”라며 이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거라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낙태 허용 흐름이 남미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포함된 평가다. 현재 남미에서 부분적으로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국가는 쿠바와 우루과이, 멕시코 일부 지역 등뿐이다. 아르헨티나의 여성 활동가들은 최근 수년간 낙태 합법화를 포함해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교황 중 개방적이란 평가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낙태 허용 움직임에 반대를 시사할 정도로 저항이 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2018년 8월 아르헨티나 상원은 낙태 허용 법안을 찬성 31표 대 반대 38표로 부결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표현하기 위해 2005년 들었던 ‘초록색 손수건’을 다시 꺼내들고 호소를 이어 나갔다. 이들은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성공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투쟁에 다시 나섰다. 그리고 이 녹색 물결은 결국 2년 전과 정반대의 의결을 이뤄냈다. 아르헨티나 여성단체 중 하나인 ‘라 마로나’에서 6년간 관련 캠페인을 한 활동가 카를라 비카리오는 “안전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건 인권에 대한 폭력”이라며 “우리가 신체에 대한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낙태 비범죄화는 여성 스스로 자신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뿌리 깊은 여성 폭력의 고리를 끊는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변호사이자 작가인 질 필리포빅은 CNN에 “언제 아이를 낳을지 결정할 수 없다면, 여성이 어떻게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겠는가”며 “여성이 사회의 동등한 참여자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몸에 대한 완전한 주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금기보다 자기결정권” 남미 여성연대의 승리

    “금기보다 자기결정권” 남미 여성연대의 승리

    ‘교황의 나라’ 아르헨티나 낙태 허용“낙태 비범죄화, 여성 폭력 고리 끊을 것”“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여성은 투표도 못하고 대학도 못 가는 보잘것없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운 이들을 위해 법이 있습니다.” 낙태 법안 가결 이후 아르헨티나 상원의원 실비아 사팍은 이렇게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상원은 12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14주 이내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낙태를 전면 허용한 건 아니지만, 엄격한 가톨릭 국가에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아주 크다. 성폭행 등 극히 예외 상황에서만 임신 중단을 허용한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 이런 결실을 만든 건 여성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표결을 두고 “남미에서 커져가는 페미니즘 물결의 중대한 승리”라며 이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거라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낙태 허용 흐름이 남미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포함된 평가다. 현재 남미에서 부분적으로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국가는 쿠바와 우루과이, 멕시코 일부 지역 등뿐이다.아르헨티나의 여성 활동가들은 최근 수년간 낙태 합법화를 포함해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역대 교황 중 개방적이란 평가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낙태 허용 움직임에 반대를 시사할 정도로 저항이 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2018년 8월 아르헨티나 상원은 낙태 허용 법안을 찬성 31표 대 반대 38표로 부결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표현하기 위해 2005년 들었던 ‘초록색 손수건’을 다시 꺼내들고 호소를 이어 나갔다. 이들은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성공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위한 투쟁에 다시 나섰다. 그리고 이 녹색 물결은 결국 2년 전과 정반대의 의결을 이뤄냈다. 아르헨티나 여성단체 중 하나인 ‘라 마로나’에서 6년간 관련 캠페인을 한 활동가 카를라 비카리오는 “안전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건 인권에 대한 폭력”이라며 “우리가 신체에 대한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낙태 비범죄화는 여성 스스로 자신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뿌리 깊은 여성 폭력의 고리를 끊는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변호사이자 작가인 질 필리포빅은 CNN에 “언제 아이를 낳을지 결정할 수 없다면, 여성이 어떻게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겠는가”라며 “여성이 사회의 동등한 참여자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몸에 대한 완전한 주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文정부 ‘중병환자’에 빗댄 안철수 “현실 부정하며 통속요법 매달려”

    文정부 ‘중병환자’에 빗댄 안철수 “현실 부정하며 통속요법 매달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을 바꿔야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며 전날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유를 밝혔다. 안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한 후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을 주셨다”며 “한 마디 한 마디 귀담아듣고 서울과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실천에 옮기겠다”고 다짐했다. 의사 출신인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중병 환자’에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중병에 걸리게 되면 대개 3단계의 적응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처음엔 부정하고, 그 다음엔 하필 왜 내가 그 병에 걸렸는지 낙담하다가 마지막엔 어떻게든 나으려고 치료를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 3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으면 그 환자의 목숨은 구할 수 없다”며 “지금 온 국민을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는 문 정권과 박원순 유훈통치를 고집하고 있는 서울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그들은 여전히 ‘잘못이 없다’, ‘우리가 여전히 옳다’며 현실을 전면부정하고 있다”며 “중병인데도 진영 동원을 통한 지지층 결집이라는 비과학적인 통속요법에만 매달리니 나라와 민생이 절대 나아질 리 없다”고 지적했다.안 대표는 전임 서울시장인 고(故)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전임 시장의 문제는 문 정권의 문제와 쌍둥이”라면서 “서울의 해법은 대한민국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에 대해서는 “페미니즘 정치인을 자부하고 서울시에 젠더특보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본인은 말과 행동이 달랐다. 권력으로 딸 나이인 여성의 인권을 짓밟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파렴치한 행동으로 1000만 시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권 사람들은 거짓말이 몸에 배어 있다”며 “거짓과 위선이 가득 찬 정치와 행정을 공직사회에서 완전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신이 구상하는 ‘혁신 모델’과 관련, “이를 위해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며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반드시 제 손으로 놓겠다”고 역설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안철수 “박원순-문재인 쌍둥이…또 민주당에 맡길 건가”

    안철수 “박원순-문재인 쌍둥이…또 민주당에 맡길 건가”

    “박원순, 본인 말과 180도 다른 파렴치 행동”“‘또다시 민주당에 맡길건가’ 이것만 생각”“옥탑방 서민 코스프레는 할 줄 알아도,고통스러운 생활고는 제대로 해결 못 해” 서울시장 공식 출마 선언 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1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야권의 모든 분들은 ‘또다시 민주당에 서울시를 맡길 것인가’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고 당부했다. 안 대표는 자신이 9년 전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고(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과오와 성추행 의혹 등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안철수, ‘범야권 연립 서울시 정부’ 제시 안 대표는 “어제 서울시장 출마 선언 뒤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 그리고 나라 걱정에 대한 문자를 주셨다”며 “한마디 한마디 귀담아듣고 서울과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실천에 옮기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박원순 유훈통치’를 고집하고 있는 서울시는 여전히 잘못이 없다며 현실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며 “중병인데도 진영 동원을 통한 지지층 결집이라는 비과학적 통속 요법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서울을 바꿔야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의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문제와 쌍둥이다”고 진단했다. 안 대표는 “무엇보다 민주당의 전임 시장은 정직하지 못했다”며 “그는 페미니즘 정치인을 자부했지만 정작 본인은 말과 행동이 달랐다. 권력으로 딸 나이인 여성의 인권을 짓밟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고 성추행 의혹을 언급했다. 또 “옥탑방 서민 코스프레는 할 줄 알아도, 전기요금 낼 돈도 없어서 선풍기조차 마음대로 못 트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의 고통스러운 생활고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처음부터 그런말을 하지 않았다면 기대도 없었겠지만, 자신의 말과 180도 다른 파렴치한 행동으로 1000만 시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에 널리 퍼져 있는 공직 부적격자들은 처음부터 공직의 길에 들어서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며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 범야권의 건강한 정치인, 전문 인재들을 널리 등용한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안 대표는 “정권교체 7부 능선을 향한 다리를 반드시 제 손으로 놓겠다. 서울시 보궐 선거 승리를 향한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험난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범야권의 모든 분들은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 ‘또 다시 민주당에게 서울시를 맡길 것인가. 정녕 문재인 정부 시즌2를 원하는가’ 이것 하나만 생각하자”고 당부했다. 끝으로 “범야권이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고 무엇이든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범야권 연대 논의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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