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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평론가 이효인의 스크린나들이] 너무 지나친 열정

    덥다.더울 땐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가뜩이나 더운데 열 받지 않도록 하고,가능한 덕담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더울수록 열받게 하고,추울수록 썰렁하게 하는 것이 세상이다.그 ‘주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런 말과 행동을 한다면,그것은 오히려 상대하기가 쉽다.신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하듯 대하면 되기 때문이다.문제는 그 ‘주체’들이 신념으로,또는 이익을 공익적 신념으로 포장했을 때 생긴다. 고백부터 해야겠다.한 해의 베스트 영화를 뽑는 자리에서,지금 보면 그렇고 그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그 어떤 영화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높이산 나머지 그 영화를 베스트 명단에 올린 적이 있다.지나친 열정이었다.또 있다.한때 교수가 되기를 오매불망 바란 나머지 한 명의 무능한 재력자만 믿고 전문대학원을 세우려고 덤빈 적이 있다.그 때의 명분은 한국의 영화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이었다.이익을 신념으로 포장한 경우였다. 개인적으로 존중하는 어떤 분은 한 해 최고의 영화를 거론하면서 ‘바람난 가족’을 맨처음 뽑았다.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영화를 대하는 균형잡힌 시각과 체계적인 사고를 지닌 분이었기에 더욱 놀란 것이었다.물론 나 역시,그 영화가 주목할 만한 영화라고는 생각한다.하지만 그 분이 주장하는 정도의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그 영화는 ‘바람난 가족’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치열하지도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덧붙이자면,드라마를 구성하기 위해 더 본질적인 것을 포기한 영화라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그 분의 선택이 우리 사회의 ‘가족’문제와 ‘여성’문제에 대한 지나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한국에도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있다.특히 여성 페미니스트 영화인(연구자)들은 많은 경우,여성들이 처한 사회적 문제보다 여성들이 처한 성적 혹은 정신분석학적 문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이러한 경향에 대해 어떤 이는 몇 년 전에,그 이유를 그(녀)들의 계급적 성향과 사회적 위치에서 찾는 발언을 하여,뭇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몰매를 맞은 적이 있다.나는 양쪽 모두,자신들이 지닐 수 있는 신념의 범위를 넘어섰거나 그 신념을 표현하는 수위를 넘어섰다고 본다.‘과불급’인 경우다. 또 있다.예술영화 특히 서구의 예술영화와 클래식 영화에 대한 열정 역시 그렇게 보인다.지금의 한국 대중영화는 다 썩어빠졌고 과거의 서구 클래식과 아시아의 일부 클래식 영화가 최고 혹은 그와 유사하다는 것이다.한국 독립영화의 어떤 경향 역시 그러하다.새로운 영화문법 혹은 영화예술의 본질적 가치추구라는 명분 아래,자신도 모를 뿐 아니라 관객들을 희롱하기까지 하는 영화들을 지향하는 경향이 그러하다.나는 결단코 반대한다.오히려 나는,정창화 감독의 1960년대 누아르 무비 ‘검은 머리’를 보면서 영화적 희열을 느낀다.내면을 파고드는 끈적끈적함과 엉성함이 나를 매료시키는 것이다.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그래서 나는 더욱 열정을 느낀다.아니,나 역시 지나친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물론 지피지기하여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장
  • 말말말˙˙˙

    페미니스트라 이름 붙이고 활동하는 이들은 상대 성(性)을 적으로 규정한다는 지적이 있다.바로 그 단순함과 과격함이 페미니즘 운동의 대중성 확보를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최근 출간된 서울대 여학생의 글 모음인 ‘쥬이쌍스,그녀들의 심장’에서 페미니스트의 사회학을 분석하면서-˝
  • 서울온 ‘컬러 퍼플’ 원작자·인권운동가 앨리스 워커

    “미국 정부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이 있는 곳을 순례하는 마음으로,우리가 가진 공동의 인간성을 증언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작가로서 세상의 여러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에 한국을 많이 배우고 싶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컬러 퍼플(The Color Purple)’ 원작자로 퓰리처상 수상자이자,‘21세기 여성주의를 꽃피웠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인권운동가 앨리스 워커(60)가 25일 한국을 방문했다.자신의 책 번역출간 기념 및 평화운동 행사와 관련,‘문화세상 이프토피아’ 초청으로 방한한 그녀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주창한 ‘우머니즘(womanism)’과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한 소견을 털어놓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주장하는 용어로 백인 여성들의 페미니즘보다 더 깊고 심오하다.”고 ‘우머니즘’을 소개한 그는 “우리는 백인 남성뿐만 아니라 백인 여성으로부터도 억압받았는데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우리 나름의 생각을 전하려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서는 “부시가 있는 백악관 앞에서 25명과 함께 반대시위를 하다가 체포되기도 했다.”는 경험담을 들려준 뒤 “석유 때문에 벌어진,창피하고 토할 것처럼 말할 수 없이 나쁘고 불필요한 전쟁”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자기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고난의 성장기’를 들려주기도 했다.아프리카 남아공화국처럼 인종차별주의가 구조화된 미국 남부에서 태어난 그녀가 자라며 체험한 불평등의 세계는 자연스레 그녀를 인권운동가로 성장하게 했다.17세때 고향을 떠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인권운동에 참여해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따라다녔다는 그녀는 ‘오늘의 워커’를 키워낸 가장 큰 힘은 어머니였다고 강조했다.“정원을 보아라.모든 색의 꽃이 있는데 그 중 어떤 꽃도 다른 색의 꽃보다 우월하지 않다. 인간도 마찬가지다.”라는 어머님의 속삭임은 오늘의 그녀를 만든, 부드럽지만 무서운 힘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자신의 대표 작품인 ‘컬러 퍼플’과 관련 “20년전만 해도 페미니스트들이 이론에만 치중한 채 영성·몸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한 탓에 의도적으로 몸의 기쁨과 중요성을 달과 댄스 등의 비유로 그렸다.”면서 “작품의 의미는 근친상간·가정 폭력 등 쉬쉬하는 문제를 대화의 장으로 끄집어 낸 데 있다.”고 자평했다. 평화 운동을 하다 알게된 뉴욕 신학대의 현경 교수로부터 한국과 한국여성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어 꼭 와보고 싶었다는 그녀는 “한국 여성들은 관계하고픈 사람과 관계하고 결혼하고픈 사람과 결혼하는 등 자유롭고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넨 뒤 “한국 남성들이 여성들에 깃든 여신의 모습을 보기를 바라며,그것을 볼 수 없으면 평등하고,서로 존중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 등 한국인의 인종차별에 대한 상황을 듣고는 “슬프다.”며 “한국이 가진 가치를 생각해 볼 때 용납될 수 없으며 이런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계속 문제점을 알리고 교육하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워커는 새달 7일까지 이화여대·부산대 등에서 ‘자연·영성·여성성’‘여성은 언어를 통해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가?’ 등의 주제로 강의를 한다.(02)717-9247,9215. 글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
  • ‘잘돼가?’ 서울여성영화제 대상

    9일 폐막한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이경미 감독의 ‘잘 돼가? 무엇이든’이 경쟁부문인 아시아 단편 경선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김아영 감독의 ‘당신을 초대하고 싶습니다’와 타이완 출신 왕이화 감독의 ‘나의 섬’은 우수상을 차지했다. 또 ‘울타리 넓히기’(황선희 감독)와 ‘조우’(전선영)는 특별언급상을 받았으며,페미니스트 저널 ‘IF’가 수여하는 IF상에는 ‘그 집 앞’(김진아),여성신문상에는 ‘소금-철도여성 노동자 이야기’(박정숙)와 ‘잊혀진 여전사’(김진열)가 각각 뽑혔다.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을 받는 옥랑상은 정호현 감독의 ‘맏며느리’가 받았다.올해 심사위원단은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와 오타케 요코 도쿄여성영화제 집행위원,영화배우 문소리 등 5명의 국내외 여성영화인으로 구성됐다. 황수정기자 sjh@˝
  • 서울여성영화제 새달 개막… ‘인 더 컷’등 70여편 상영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WIFFIS2004·위원장 이혜경)가 새달 2∼9일 신촌 아트레온 1·2관과 녹색극장 3관에서 열린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주제 아래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피아노’로 잘 알려진 제인 캠피온 감독의 신작 ‘인 더 컷’을 비롯해 세계 22개국 여성 감독들의 영화 7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영화제는 모두 6개 섹션.기존 ‘새로운 물결’‘아시아 특별전’‘감독 특별전’‘여성영상공동체’‘아시아 단편경선’ 등 5개 부문에 ‘영 페미니스트 포럼’이 추가됐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인 더 컷’은 제인 캠피온 감독이 지난해 완성한 드라마.현대인의 숨겨진 욕망과 사랑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맥 라이언,마크 러팔로가 주연했다.니콜 키드먼이 제작했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화제작이 가장 많이 포진한 섹션은 최근 2년간 만들어진 여성감독들의 우수작품들이 나오는 ‘새로운 물결’.‘인 더 컷’을 비롯해 김진아 감독의 ‘그 집 앞’,이수연 감독의 ‘4인용 식탁’,캐나다 감독 빕케 폰 카롤스펠트의 ‘마리온 브리지’ 등 30편이 상영된다. 아시아 특별전에서는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무성영화 ‘폭포의 백사’ 등 1930∼60년대 일본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기감독들의 작품 6편이 선보인다. 감독특별전에서는 독일의 여성감독 마가레테 폰 트로타가 집중조명된다.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로젠슈트라세’를 포함한 5편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02)583-3598. www.wffis.or.kr 황수정기자 sjh@˝
  • ‘부부 재산계약’ 이혼예방·사랑의 묘약

    서로 사랑하고 행복할 때는 아파트가 누구 명의인들 무슨 문제랴. 그러나 부부 사이에 작은 틈새라도 생기면 재산은 사랑으로 쌓아올린 결혼생활을 무너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16일,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2003년 상담통계에 의하면 부부재산제와 관련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날로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특히 이혼할 때 재산분할은 여성이 가사노동을 포함해 일시적이든 계속적이든 사회적 노동에 종사해 재산형성에 기여했더라도 그 기여도는 최고 50%를 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날로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재산관련문제는 결혼생활에 있어 또하나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재산문제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의식도 높아지고 있다.부부재산계약을 하는 것이 오히려 이혼을 예방한다는 견해도 늘고 있다.더 깊게 사랑하기 위해 경제적인 문제는 선명해야 한다지만,아직도 경제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기란 각박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재산은 당연히 남편의 것? 요즘 남성들은 “경제력을 잃었다.”고 말한다.한 달내내 고생해도 월급은 만져보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아내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이다.아내로부터 용돈을 받아쓰는가 하면 ‘용돈인상’을 위해서는 ‘애교작전’까지 동원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불쌍하다.’고도 말한다. 얼핏보면 한국 전업주부들의 가정내 경제적 권리는 막강해진 것같다. 그러나 여자의 목소리가 크다는 한국가정에서도 집이나 부동산 등은 65.1%가 ‘남편’의 단독명의로 등록하고 있다.부부공동명의를 택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남편은 물론 아내도 ‘당연히 돈을 번 사람이 남편이니까’‘가장이니까’라고 답했다.심지어 아내 혼자 재산을 축적한 경우에도 그 재산을 아내명의나 부부공동명의로 등록하지 않고 남편의 명의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부부사이가 삐걱대는 순간 여성들은 평생을 함께 마련한 재산을 남편이 자신에게는 단 한마디 동의없이 처분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또한 이혼에 앞서 청구할 재산분할을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해버린 남편으로부터 또다른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약국을 경영하면서 실질적으로 생계를 꾸려온 윤혜란(45)씨는 우울증에 빠졌다.“고시공부 하느라 40이 다되도록 돈 한푼 벌어본 적 없는 남편이지만 기죽지 않게 하려고,아파트를 사면서 당연히 남편명의로 했었죠.그런데 남편이 제 몰래 집을 저당잡혀서 4억원이나 대출을 받아 그 돈을 몽땅 날렸다는 겁니다.”윤 씨는 그동안 ‘돈 버는 유세한다고 할까봐 속이야 어떻든 남편에게 최선을 다했던 지난 날이 억울하다.’고 울먹였다. 현행 민법에서는 부부간의 재산관계,부부재산제를 ‘법정재산제’와 ‘부부재산계약’등 두가지로 대별하고 있다.부부재산계약이란 결혼 전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인데,우리 문화에서 이는 매우 낯설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부부는 아무런 준비없이 결혼한다.자연스럽게 우리 부부들사이에는 법정재산제,즉 별산제가 적용된다. 별산제란 부부는 각자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남편이 아내의 재산을,아내가 남편의 재산을 마음대로 관리·처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평등한 제도임에 분명하다.그러나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 한 사람의 명의로 표시된 경우,실질적인 공유재산임에도 불구하고 그 배우자는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타인에게 적용되는 재산법 원리가 부부에게 적용되는 것으로,결혼을 해도 재산관계에 관한 한 우리나라 대부분 부부들은 타인인 셈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91년 민법에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제도가 신설됐다.부부간에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되지 않을 때에는 가정법원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제도는 진일보했음에도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는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고,여성의 기여도는 낮게 책정되게 마련이다. 별산제가 재산에 관한 한 부부를 ‘타인’으로 전제했다면,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원할 때에야 비로소 부부의 혼인공동체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로 재산에 관한 한 부부간 제도는 미비한 상태다. 2003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아내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고,남편이 ‘무일푼’ 혹은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의 재산분할을 주장한 경우가 88%에 이르렀고,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남편이 오히려 아내에게 지나치게 높은 액수의 재산분할을 요구한 경우도 10%에 이르렀다. 전업주부 최순자(44·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씨는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으로부터 50%의 재산분할을 약속받았다. 그런데 최근 알아보니 남편은 6억원의 아파트에 이미 2억 5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해뒀고,이혼이 가시화되자 “네가 한 일이 뭐 있냐?”며 이젠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위원은 “대부분의 남편들이 문제가 없을 때에는 ‘이혼하면 애들도 키워야 하니 전 재산을 주겠다.’라고 말하지만,정작 이혼에 이르게 되면 단 한푼이라도 적게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현실이다.현행 부부별산제는 대부분의 재산 명의자인 남편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고 부부계약이란 새로운 시도를 권했다. ●계약하면 행복해져요 회사원 이상호(35)·이지용(32)씨 부부는 2001년 결혼하면서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해 법원의 공증을 받았다. 우선 이들의 계약서에 의하면 남편이 산 집에 관한 권리를 남편 6,아내 4로 명시했고,각자의 수입 중 50%씩은 생활비로 사용하고,20%는 저축,그외는 각자의 용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한편 상속이나 증여재산은 공동소유로 할 것과 주식을 제외한 행운소득은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정했다. 결혼한 지 만3년이 된 이들 부부는 자신만의 자산을 늘리기위해 용돈에서 복권을 즐겨사고,외식을 하고 싶을 때에는 서로의 입에서 “내가 쏠게!”라는 말이 나오도록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사실 이 제도는 여성에게 유리하지만 저희는 남편이 먼저 제안했죠.더욱이 남편은 시댁에서 사주신 집인데도 5:5로 공평하게 권리를 행사하자고 했을 정도인데,제가 미안해서 6:4로 했으니까요.”부인 이씨는 경제문제뿐 아니라 가사노동까지도 공동으로 할 것을 약속했다. 남편 이씨는 “유난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서로가 사랑하고,행복하기 위해 아내를 존중하고 우리의 결혼생활을 존중하는 것이 계약이라고 생각했습니다.주변에서 ‘왜 남성의 기득권을 포기하느냐?’는 말도 들었지만,지금 되돌아볼수록 서로에게 성실하도록 구속력을 갖는 계약을 한 것은 잘했다는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부부재산계약’에 관심은 많지만 결혼하면서 이혼을 준비하는 것같아 보인다는 편견때문에 용기를 못내는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공증을 받은 부부재산계약은 평등부부의 조건입니다.”부부재산계약은 결혼 전에 해야만 효력을 갖는다고 이씨 부부는 덧붙였다. 허남주기자 hhj@˝
  • ‘안티 미스코리아’ 사라진다

    미스 코리아대회의 여성 상품화를 반대하며 지난 99년부터 매년 개최된 ‘안티 미스 코리아대회’가 올해 제6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엄을순 대표는 “안티 미스코리아대회가 여성 상품화를 조장해 온 미스코리아대회의 폐해를 알리는데 기여했고 그 결과 2002년부터 공중파방송을 통한 미스코리아대회 중계 중단을 이끌어내는 등 대회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본다.”며 “내년부터는 ‘여성주의 문화축제’라는 기본 성격은 유지하되 이름을 바꿔 진행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대회는 ‘안티의 정신은 계속된다-굿바이 미스코리아’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안티 미스코리아대회의 역사와 업적을 조명하고 성매매,호주제,성폭력,전쟁,환경파괴 등에 대한 강력한 ‘안티(Anti)’정신을 선언하는 무대로 꾸며진다.행사는 오는 5월8일 서울 남대문 메사 팝콘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합˝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모나리자 스마일

    1503년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피렌체에 거주하고 있는 부호(富豪) 프란체스코 델 조콘다에게 환심을 얻기 위해 그의 부인 엘리자베타의 초상화를 그렸다.저 유명한 ‘모나리자’다.미술 전문 용어로는 ‘패널화(畵)’로 규정되고 있는 이 명화에 담긴 미소는 흔히 ‘모성애를 자극하는 온화한 눈웃음’의 대명사로 각인돼 있다. 그런데 이 미소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느끼고 있는 지극히 불안한 감정을 삼키고 있는 음울한 제스처라고 한다면…? 이같은 ‘발칙한 상상력’을 담고 있는 신작이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모나리자 스마일’이다. 1953년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로 장식된 뉴잉글랜드.자유분방한 캘리포니아 처녀답게 ‘결혼은 여성의 굴레’라는 보헤미안 기질을 갖고 있는 미술사 담당 교수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명문 웨슬리 칼리지로 부임한다.낯선 이방인에게 지극히 배타적인 학풍(學風) 때문에 수업 첫날부터 곤욕을 치르는 왓슨.하지만 그녀의 페미니스트 시각은 백인 중산층 남자를 만나 아들·딸 낳고 사는 것을 인생의 최대 행복으로 여기고 있던 보수적인 여학생들의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고 결국 남성들의 울타리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생각을 품게 한다. 1950년 4월 발표돼 빅히트를 기록한 팝송이 냇 킹 콜의 ‘모나리자’.‘당신은 신비로운 미소를 떠올리는 숙녀를 닮았어요.그 미소는 사랑의 유혹인가요.아니면 상처 받은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인가요?’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다. 극중 결혼식 축하곡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이 노래는 이제 ‘남자들 때문에 여성들이 흘리는 상처의 노래’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2003년 10월 미국에서 출간돼 여성계 뉴스를 제공한 신간인 언론인 출신 레이철 사피어의 ‘저기 신부가 간다(There Goes The Bride)’.미국의 경우 해마다 결혼을 눈앞에 둔 미혼 여성중 5만명이 파혼을 선언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이 서적은 ‘결혼 예물을 반환하는 법’ 등 합리적인 파혼 절차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여성들이 ‘꿀맛을 보기 직전’에 결혼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는 ‘이 남자가 정말 내가 원하던 이상형인가?’와 ‘결혼은 나(여성)의 후반 인생을 행복하게 보장해 줄 수 있는가?’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하다 결국 도망가는 신부를 택한다고 분석했다.이런 여성의 심리를 반영하듯 게리 마셜 감독은 ‘런어웨이 브라이드’(1999)에서 결혼식장에만 들어서면 신랑을 내팽개치고 도망치는 여성의 행동을 묘사해 또래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난 당신의 신부가 되면서 생의 의미를 찾게 됐어요.’라는 패티 페이지의 팝송은 이제 구석기 시대 박제된 유물에서나 찾아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미혼 남성들은 배반하지 않을 반려자를 찾기 위해 로미오처럼 심야의 세레나데를 절규할 때라고 단정한다면 이것도 기혼 남성의 편협한 자만일까? 영화 칼럼니스트
  • [이런 책 어때요] 글로리아 스타이넘/캐롤린 하일브런 지음

    아름다운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 평전.“여성성이란 없다.인간성만이 존재할 뿐이다.”라는 전언이 담겼다.스타이넘은 1972년 최초의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를 창간,여성의 의회진출운동 등을 펼치면서 1970년대 폭발한 여성운동의 상징이 됐다.이 책은 지난 30여년간 여성운동 대모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가정사,남자·친구관계 등 복잡다단한 삶을 파헤친다.“결혼은 관계를 파괴하는 제도”라고 주장해온 스타이넘은 2000년 66세에 세 살 연하의 아프리카 출신 사업가 데이비드 베일과 결혼함으로써 ‘자기모순’을 범하기도 한다.2만3000원.˝
  • [책꽂이]

    ●탐험의 역사(루이스 그래식 기번 등 지음,김훈 옮김,가람기획 펴냄) 세계 역사는 탐험가들의 도전의 역사이기도 하다.그들의 무모할 정도의 용기와 도전정신,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지상을 한 뼘씩 넓혀왔다.포도주가 넘쳐나는 전설의 빈란드를 찾아 최초로 북아메리카를 탐험한 레이브 에릭손에서,프람호를 타고 미지의 북극 일대를 떠돌았던 프리초프 난센까지 역사를 바꾼 탐험가 9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1만 8000원. ●페미니즘 정치사상사(캐럴 페이트만 등 엮음,이남석 등 옮김,이후 펴냄) 플라톤에서 하버마스까지 14명 철학자들의 정치사상을 여성의 눈으로 재해석.당대의 약자(노예나 여성)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플라톤은 남녀의 차이란 생식 기능상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봤던 혁명적 페미니스트로,계약론적 가부장주의자로만 알려진 로크는 맹아적인 형태의 ‘평등권’ 페미니스트로,성평등을 반대한 것으로 돼 있는 루소는 민주주의적 페미니스트로 간주한다.1만 9000원. ●아담과 이브 그후(맬컴 포츠 등 지음,최윤재 옮김,들녘 펴냄) 섹슈얼리티는 프로이트가 ‘세 편의 성욕론’에서 처음 쓴 말로,미셸 푸코가 ‘성의 역사’에서 사용함으로써 친숙해진 개념이다.섹슈얼리티의 역사는 깊다.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는 그 이름을 고대 결혼식에서 불렸던 노래에서 따왔다.찬송가(hymn)와 처녀막(hymen)은 어원이 같다는 사실은 퍽 시사적이다.우리는 전혀 뜻밖의 영역에서도 성을 연상시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대로마의 법정에선 선서를 할 때 자신의 손을 고환 위에 얹고 했다.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휴먼 섹슈얼리티다.2만 7000원. ●한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피터 드러커 지음,남상진 옮김,청림출판 펴냄) 잭 웰치가 제너럴일렉트릭(GE)의 회장이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피터 드러커에게 달려가 공룡조직 GE를 살릴 수 있는 묘책을 물은 것이라는 일화가 있다.이 책에는 ‘현대경영의 발명자’ ‘매니지먼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드러커 사상의 진수가 담겼다.1만 5000원. ●탈춤의 민족미학(김지하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탈굿 또는 마당굿과 관련된 민족미학의 기본원리를 살폈다.저자가 말하는 민족미학의 핵심은 탈춤의 생성원리인 ‘환(環)’의 사상에 닿아 있다.‘순환하면서 확대되는 고리’로서 ‘환’의 사상이 민족미학의 원형인 탈춤에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1만 5000원. ●뇌를 단련하다(다치바나 다카시 지음,이규원 옮김,청어람미디어 펴냄) 일본의 대표적인 논객인 저자가 밝히는 교양교육론.‘지(知)의 전체상’을 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균형잡힌 입력을 통해 스스로 균형잡힌 뇌로 키워나가는 ‘브레인 빌더(brain builder)’로서의 역할을 강조.“스무살은 자신의 뇌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라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1만 3000원.˝
  • [시론] 여성광역선거구제 위헌 논란 유감/김신명숙 페미니스트 저널·’IF’ 편집인

    여성광역선거구제 도입문제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특히 대다수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과잉특혜라며 눈을 흘기고 있는데,여성계가 애초에 주장했던 것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확대해 여성에게 50%를 할당하고 지역구 후보의 30%도 여성몫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그러나 지역구 후보 30% 할당은 애초부터 씨가 먹히지 않았고 비례대표 50%할당은 수용되긴 했으나 의석수를 오히려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빛 좋은 개살구 꼴이 되고 있다. ‘이번엔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한숨을 쉬던 차에 느닷없이 여성광역선거구제 도입 문제가 핫 이슈로 등장했다.올 총선을 어떻게든 여성정치참여의 획기적인 전기로 삼으려는 여성계의 염원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인 듯싶다.그런데 이 제도의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기저기서 위헌 논란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이런 논리에서 보자면 이미 합의를 본 비례대표 50%할당 역시 위헌이 아닌가? 할당제 혹은 여성특별대우와 위헌문제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근대 민주주의와 여성의 관계에 대해 우선 짚어볼 필요가 있다.근대 민주주의가 자유와 함께 평등을 근본가치로 내걸고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남녀간의 실질적 평등,특히 정치 분야의 평등한 참여가 그리 더딘가 하는 문제는 여성 정치학자들의 오래된 의문이었다.연구결과 그녀들은 근대의 새로운 민주적 질서란 기본적으로 남성들간의 ‘형제적 사회계약’에 기초한 것이었고,여성들은 성적 차이를 근거로 사적 영역에 예속돼 정치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돼 왔음을 밝혀냈다.민주적이라는 근대 정치체제가 구성원의 절반을 무시한 채 남성중심적으로 형성돼 온 것이다.한마디로 기존의 정치는 남성복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그 옷을 얻어입기도 힘들고 어쩌다 얻어 입어도 남의 옷이기 때문에 불편하기 그지없다. 이솝우화를 비유로 들 수도 있다.여우에게 두루미와 똑같은 호리병을 준다면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 그것이 평등한 대우인가? 할당제 혹은 여성특별대우는 여우의 실질적인 식사를 위한 특별한 도구 제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민주정치 선진국들에서는 불평등한 구조를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불평등을 유지시키는 형식적 평등보다는 잠정적으로 그것을 침해하더라도 현실속에서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근대화,민주주의 완성의 척도로서 사회 각 분야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부각되고 있으며 독일이나 프랑스는 이를 위해 헌법까지 개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에 비춰볼 때 할당제나 여성광역선거구제가 위헌인가? 궁금한 사람들은 여성개발원에서 나온 ‘할당제의 합헌성에 대한 연구’를 참고하기 바란다.연구결과에 의하면 할당제는 ‘여성과 남성의 실질적 평등실현을 달성하기 위해 국가에 헌법적으로 부과된 의무 달성수단의 하나’라고 한다.개인적인 견해지만 여성광역선거구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여성’만 부각된 여성광역선거구제보다는 ‘여성과 계층’ 문제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 확대가 더 나은 방안이라고 본다.민주노동당이 여성광역선거구제에 반대하며 여기서 설정된 26석을 모두 여성 비례대표로 전환하라고 한다는데 설득력 있는 주장인 것 같다.무엇보다 정치적 득실에 골몰하는 정개특위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결론이 나든 여성계와 진보정당이 대립각을 세우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없었으면 한다.양 진영이 힘을 합쳐도 현재의 남성 보수 정치세력은 너무나 거대한 상대다. 김신명숙 페미니스트 저널·’IF’ 편집인˝
  • 파워 넘치는 환상의 무대 “세 아줌마가 나갑니다”/뮤지컬 ‘맘마미아’ 주연 박해미·전수경·이경미

    “춤이 어찌나 역동적인지 연습을 마칠 때마다 온몸이 쑤신다니까요.노래도 힘있게 불러야 하고,전곡에 코러스가 달려 보기보다 굉장히 어려운 작품입니다.” 말로는 ‘연습이 힘들다’고 투덜대지만 얼굴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들이다.17일의 프리뷰(시연)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뮤지컬 ‘맘마미아’의 세 아줌마 주인공,박해미(40) 전수경(38) 이경미(43). 극중 고교 동창생인 이들은 각각 남편없이 혼자 딸을 키우는 도나,돈많은 이혼녀 타냐,그리고 페미니스트 독신녀 로지로 열연한다.잠시 쉬는 틈을 타 인터뷰 자리에 마주한 이들에게선 기대감과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스웨덴 그룹 ‘아바’의 주옥 같은 노래들을 절묘하게 엮어 만든 팝뮤지컬 ‘맘마미아’는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예술의전당,신시뮤지컬컴퍼니,에이콤인터내셔널 등 쟁쟁한 공연단체 3사가 80억원대를 들여 제작하는 초대형 작품인 데다 1999년 영국 초연 이후 전세계적으로 5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흥행작이라는 점이 한껏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지금도 런던 뉴욕 도쿄 등지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세대를 뛰어넘는 ‘아바’의 대중적인 노래들,미혼모인 엄마 몰래 친아빠를 찾기 위해 딸이 결혼 전날 엄마의 옛 애인들을 초대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줄거리,그리고 지중해풍의 이국적이면서 깔끔한 무대장치 등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의 매력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도나,타냐,로지 세 주인공이 펼치는 환상의 무대.촌스러운 듯하면서 화려한 ‘수퍼 트루퍼’의상을 입고 옛추억을 떠올리며 ‘댄싱 퀸’을 열창하는 장면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하이라이트이다. 그런 만큼 이들의 캐릭터를 소화해내야 하는 중견 뮤지컬 여배우 3인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특히 지난해 5월 제작발표회를 불과 2시간 앞두고 캐스팅이 확정돼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 주역 박해미의 어깨가 가장 무거워 보인다.10년 넘게 뮤지컬을 해왔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 서기는 처음이다. 성악을 전공한 박해미는 오디션 전까지 ‘아바’의 노래들을 제대로 몰랐다고 했다.“주변에서 하도‘도나’역에 어울릴 것 같다고 등을 떠밀어 오디션에 참석했지만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어요.그런데 3주간 오디션을 치르면서 이상하게 점점 오기가 생기더군요.막판엔 ‘떨어지면 배우를 그만두겠다.’는 배수진까지 쳤죠.” 도나역을 탐내기는 전수경이나 이경미도 마찬가지.이경미는 주위에서 ‘넌 로지역이 딱이야’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지만 내심 주인공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1차 오디션이 끝나고 연출자가 로지 대본을 건네주더군요.속상하지만 어쩌겠어요.겸허하게 받아들여야죠.(웃음)”.이경미는 배역을 위해 무려 8㎏이나 살을 찌웠다. 세 여인중 가장 화려하고 섹시한 타나역의 전수경은 아예 “‘도나’를 하기엔 너무 럭셔리하게 보여서”라는 농담으로 아쉬움을 감췄다.더욱이 극중에서 스무살 청년에게 구애받는 유일한 역할이라 이젠 오히려 동료 여배우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자랑했다. “정말 신나는 작품이에요.여고 동창생끼리 옛날 학창시절을 떠올리면서 즐기기에 제격이죠.다들 연락해서 같이 보러 오세요.” 연습이 곧 시작된다는 전갈에 자리를 일어서던 이들은 발길을 재촉하는 중에도 마지막 홍보성 멘트를 빠트리지 않았다. ‘맘마미아’는 ‘어쩜 좋아’‘에그머니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아바의 대표적인 히트송 제목이다.딸 소피역에 배해선,애인 스카이역에 이건명이 출연하고,도나의 옛 애인들로 박지일 성기윤 주성중이 등장한다. 8일간의 프리뷰 공연에 이어 25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개월간의 장기 공연에 들어간다.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
  • “페미니즘이 행복 선물”‘여자와 남자’ 펴낸 여성학자 박혜란씨

    ‘행복한 페미니스트’이자 아들 세 명을 유명 대학에 입학시킨 어머니로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59)씨.그가 39살에 시작한 여성학 연구 20년간의 성과를 재미있게 엮은 책 ‘여자와 남자’를 펴냈다. “세상은 변했다.열정이 넘치는 젊은 층에서는 ‘그동안 도대체 변한 게 뭐냐.남자들 자리는 끄덕없고 여자들 살기는 여전히 팍팍하지 않느냐.맞고 사는 여자들도 줄지 않고 일자리 갖기는 항상 어렵고,게다가 아이 키우기는 더 힘들지 않으냐.’고 불만이지만 내 눈에는 이쯤 바뀐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더구나 이 속도라면 앞으로 20년 후는 꽤 괜찮은 세상이 되어 있을 법하지 않으냐?”도전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의 이런 낙관론이 싫을 수도 있겠다.하지만 그는 젊은 세대에게 이렇게 따끔하게 말하기도 한다.“기성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좁은 현실’의 벽을 뛰어 넘어 새로운 현실에 맞춰 신나게 살기를.‘현실이 그렇잖아요’란 말 따위는 아예 잊어버리기를….”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1996년)’,‘나이듦에 대하여(2001년)’에 이어 세번째 책을 낸이 여성학자의 말에 귀기울여야 할 이유는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벗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만나는 사람들은 그를 “페미니스트 같지 않다.”고 말한단다.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여자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학교를 다니고,직장생활을 하고,전업 주부 생활을 하면서 늘 ‘여자들은 할 수 없어.’라고 되뇌었는데 페미니즘을 공부한 지난 20년 동안 나는 너무나 괜찮은 여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똑똑하고 심지 깊고 도량 넓은,정말 괜찮은 여자들이 곳곳에서 소리없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그는 페미니스트였기 때문에 37년 만에 미국에서 열린 고등학교 동창회도 참석했다고도 말한다.전업 주부였을 때는 자신도 고만고만한 여자들이 모여 도무지 자랑할 게 없는 현실이 지레 질리고,기가 죽어서 자신과 다른 여자들 만나기를 꺼렸다는 것이다.그리고 자신의 동창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에 ‘페미니스트라니까 재수없다.’고 생각했다는 한 친구가 여행이끝날 때쯤 ‘역시 여자는 자신의 일을 가져야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자신의 딸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를 제게 물었어요.외계인처럼 서먹했던 우리는 결국 같은 행성의 주민들이었음을 확인하게 됐지요.”그의 말은 부드럽지만 이렇게 강력한 메시지는 담겨 있다.전업 주부와 직장 여성,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만큼 넓은 간극을 그는 이렇게 재미있고 따뜻하게 좁혀준다. 페미니즘이 행복을 가르친다는 사실,박혜란씨가 여성에게 주는 강력한 메시지다. 허남주기자
  • “여성이라면 호주제 비껴갈 수 없어”남녀평등방송 대상 ‘노란손수건’ 박정란 작가

    “처음부터 호주제 폐지나 남녀평등 드라마를 쓰려고 한 것이 아니었어요.이렇게 큰 칭찬이 부끄럽습니다.” 19일 여성부가 주최한 제5회 남녀평등방송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KBS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의 작가 박정란(사진·62)씨는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노란 손수건’은 때마침 사회적 이슈가 된 호주제 폐지와 맞물려 드라마는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시청자들은 매일 저녁 드라마로 ‘공부했다’. 작가는 드라마가 방송된 올 2월부터 8월까지,시청자들의 극단적인 반응에 혼란스러웠단다.“호주제가 우리 생활에 이렇게 큰 고통을 주는 줄 몰랐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작가가 페미니스트로 여성부의 사주를 받아 호주제 폐지를 일방적으로 주장한다.”는 비난도 그의 몫이었기 때문이다.박 작가는 “드라마를 쓰기 전에는 호주제의 폐해를 몰랐고 정서상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드라마를 쓰는 과정에서 두 남녀의 사랑이 깨지면서 문제에 봉착했고,호주제라는 ‘악법’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허남주기자 hhj@
  • 50대 여성학자 4인의 ‘새로운 가족이야기’ 담론

    민법 개정안이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도입하는 시점에서 ‘가족이란인가?’‘가족해체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누구와 살아야 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한국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들은 답한다.“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라.”다양함이라.이들은 ‘이론’이 아닌,생생한 자신들의 이야기로 ‘현실’을 이야기한다.보통사람들에겐 ‘진보적’이란 말을 듣고 20대 여성들에게선 ‘계몽주의적’이란 비난을 듣는다는 이들을 만났다.조형,조한혜정,조옥라,박혜란,이상화,정진경 등 50대의 페미니스트들의 실제 모습을 살그머니 들여다볼 수 있는 책 ‘또하나의 문화’ 17권이 나온 이래 이들은 “페미니스트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듣는단다. ●정상 가족은 없다 이들은 우선 ‘정상 가족’이란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 보였다.그렇다고 페미니스트 가정은 온통 ‘비정상’이라고 지레 단언하는 것은 곤란하다.이들은 가족은 출세할 아이를 기르려는 ‘어머니 CEO’들의 투자 회사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건강한가족 관계는 핏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가능해진다.’고 말하며,이미 많은 아이들이 이혼한 부모를 가졌고,재혼한 부모를 가진 현실에서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안에 들어와 있는 현실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해서 아이들을 스스로 피해자로 낙인찍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늘 45살에 결혼하겠다.”고 말했던 서강대 조옥라 교수는 정말 40대 중반에 결혼해 10년간 결혼 생활을 했다.아이가 셋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는 아이들에게 “나는 너희 새엄마이지 엄마일 수는 없다.”고 선언하듯 말하고 시간을 두고 친해지자고 말했다.이런 직설법은 남편은 불편하게 했지만,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고 한다.‘자살하지 않으면 탈영하겠다.’는 위협을 달고 군복무를 해 새엄마를 힘들게했던 아들,결혼한 후 여성으로서 고민을 털어놓는 딸은 아버지보다는 오히려 새엄마와 이야기할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낸다. 34살에 결혼해서 아이없이 살고 있다는 정진경 씨는 “남자 친구가 좋아서 결혼했고,아이가 생기지 않았으나 꼭 낳기위해 병원을 다니지 않았다.대개 아이가 생기면서 부부생활이 달라진다는데 우리는 달라질 기회가 없어서 변함없이 대화를 많이 하며 산다.”고 말했다.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살지 않아도 된다? 결코 이혼을 당연시하거나,장려한다는 말은 아니다.50대 부부 중에는 ‘자식이,특히 딸이 결혼할 때까지만’ 참고 살겠다는 부부가 많다. 결혼 20∼30년 후 다시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감성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부부 관계의 질을 한결 높여주는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소 급진적인 견해같지만 “20년이 지난 후 헤어질지 말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을 전제로 결혼하면 20대의 결혼도 한결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는 말에 여성들은 긍정적이다. 여성학자란 사실보다 세아들을 모두 유명 대학에 입학시킨 것으로 더 유명해 쑥스럽다는 박혜란씨.그는 “20대에 연애해서 결혼해 전업 주부로 살다가 39살에 여성학을 공부하게 된 날더러 ‘행복한 페미니스트’라고들 말한다.이 말에는 페미니스트는 불행하다는 편견이 담겨있는 틀린 말이지만.어쨌든 그런 나 역시 아이가 모두 떠난 후 남편과의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요즘 남편이 중국에 가 있으니 우리는 전화로 재미있게 대화하지만 함께 있을 때는 시큰둥해지게 마련이었다.”고 고백했다. 이화여대 조형 교수는 “20대의 나는 결혼에 대해 양극의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결혼 안하고 살고 싶다는 생각과 만일 결혼한다면 고전적이고 모범적인 가정을 이룰 것이란 두 가지 생각.미국 유학중 결혼했지만 ‘함께 사는 의미를 발견하기 어려워’ 결국 먼저 귀국함으로써 별거가 시작됐고,20년이나 지난 후 이혼했다고 그는 ‘어렵게’ 사생활을 밝혔다.“그 시절에 헤어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그러나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고,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최후의 결정을 하는 것은 나’라는 생각으로 결혼 생활을 지속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느리에게 ‘아들을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앞으로 10년 정도 함께 살 여자친구를 구해놨다고 밝혔다. ●가족 관계의 무거움연세대 조한혜정 교수는 친정 부모와 한 건물의 아래위층에서 살았다면서 50대인 자신이 아직도 노모의 ‘치명적인 모정’에 짜증날 때가 있다고 말했다.“목욕탕에서 만난 낯선 할머니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나 그런 것 잘못하는 사람이고,우리 엄마에게는 정작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도 없는데….아마 기존 관계가 주는 무거움과 부담 때문에 더 부모에게는 잘못하는 것같다.”고 말했다.한편 여성학자는 딸에게 뭐라고 결혼을 권할까.“살아보니 애를 낳고 키우는 그 시기가 무척 좋은 시간이더라.우리가 너무 심각하게 평생 어쩌고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고,20년 과제로 생각하고 관계의 나무를 함께 키워갈 사람,아이를 낳고 함께 기를 사람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하지 않은 채 여자친구와 그의 딸,자신의 제자 등 50대 여성 2명과 20대,30대 여성들이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이화여대 이상화 교수는 자신의 ‘가족’을 혈연 공동체가 아니라 ‘주거 공동체’로 보는 것은 편견이라고 못박았다.“가족은 지원체계다.”는 그는 서로 사랑하고 돕고 사는데 정작 ‘큰 아이’인 제자가 수술을 하게 됐을 때 가족인 세 사람은 아무도 ‘보호자’ 노릇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가족이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글 허남주기자 hhj@ 사진 도준석기자 pado@
  • [마당] 프리다 칼로와 하오루루

    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인 프리다 칼로의 사랑과 예술을 그린 영화 ‘프리다’를 봤다.프리다는 7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고,18살 때 교통사고로 등뼈,골반,한쪽 발이 으깨졌다.47세라는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세 차례의 다리수술과 일곱 차례의 척추수술,그리고 두 차례 이상의 유산과 임신중절수술이 더 남아 있었다.그 사이에 자궁과 오른쪽 발과 다리가 잘려 나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화가를 꿈꿨고,혁명과 반전과 반핵을 꿈꿨고,열정적인 사랑을 꿈꿨고,아이를 꿈꿨다.그리고 그녀는 세기의 사랑을 완성했고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 프리다만큼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도 드물다.고통과 절망의 순간과 맞닥뜨릴 때마다 그녀는 자화상을 그리며,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고통과 절망을 응시하면서 자신을 세웠던 것 같다.인상적인 자화상은 ‘부서진 기둥’이라는 작품이다.‘부서진 기둥’을 그리는 작업과정은 영화 중간쯤에도 나오는데,그림 속에서 프리다의 온몸에는 크고 작은 대못이 쳐져 있고 굴레처럼 척추교정지지대가 감겨 있다.갈라진 몸 안에는 척추 대신 부서진 기둥이 세워져 있다.아니 부서진 기둥을 간신히 세워놓고 있다.머리를 풀어헤친 채 울고 있는 눈은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다.‘부서진 기둥’이 상징하듯,프리다의 몸은 절단되고 부서지고 결합되기를 반복했다.그녀의 몸처럼,그녀의 삶 또한 부서진 조각들을 짜맞추는 조각 맞추기와 같았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또 다르게 몸으로 조각 맞추기를 하고 있는 하오루루를 생각했다.하오루루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성형미인 프로젝트에 돌입해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중국 신세대 여성 이름이다.그녀는 베이징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유학을 한 지성인이다.본래의 얼굴도 그다지 밉상은 아니다.그런데 수술비 30만위안(3억원)을 들여서 코 높이기,턱뼈 깎기,목주름 제거하기,유방 확대하기,허리와 다리의 지방 흡입하기 등의 대형 수술을 통해 거듭 태어나는 중이라고 한다.수술 전 과정이 CNN을 통해 보도된다니,그녀가 꿈꾸었던 스크린 데뷔는 확실히 보장된 셈이다.절단되고 흡입되고 봉합되어 조각조각 짜맞춰질 그녀의 삶의 모습은 또 어떠할지. 아닌게 아니라 우리 사회도 최근 ‘얼짱’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다.인터넷 얼짱 스타 박한별,골프계 얼짱 안시현,농구계 얼짱 신혜인,레이싱걸 얼짱 오윤아는 나처럼 낡은 사람도 다 안다.‘좋은 머리’보다는 ‘좋은 몸(얼굴)’을 물려주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말을 들은 지도 꽤 된다.명실상부한 얼짱 스타 이효리 신드롬은 심지어 정치계에도 번져 차기 대선주자후보로 언급되는 법조계·정계의 여성 지도자들이 엉뚱한 모습으로 조명되고 있다. 사실 영화 ‘프리다’는 복잡한 암시들로 가득했고 나는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그 지난함에 대해 생각했다.프리다든 하오루루든,몸이든 마음이든,자의든 타의든,스크린이든 국회든,이 땅에서 여성들이 자기 스스로를 세운다는 것은,이렇듯 절단되고 부서지고 다시 결합된 ‘부서진 기둥’을 척추처럼 껴안고서야만 가능한 것인가.남성들이 욕망할 뿐 아니라 여자 스스로조차 열망하는 ‘환상적’인 얼짱 미인보다는,이 땅의 질곡을 향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스스로를 세울 수 있는 혼(魂)의 미인이 진정 아름답지 않겠는가.그러기에 공산주의자요 장애자요 약물 중독자였으며 양성애적인 데다가 여자,그것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였던 프리다의 꿈을 향한 투혼(鬪魂)의 광기야말로 다시 한번 재발견해야 할 여성의 아름다움은 아닐까. 정 끝 별 시인 열린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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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오윤희 옮김,문예출판사 펴냄) 독일 철학자 니체의 평전. 니체에게 있어 삶과 사상은 둘이 아니었다.니체의 철학은 삶을 대상으로 했으며,니체의 삶은 자신의 철학을 상연하는 무대였다.니체는 28세에 쓴 처녀작 ‘비극의 탄생’에서 쇼펜하우어의 형이상학을 빌려 그리스 비극의 탄생과 완성을 아폴론적·디오니소스적이라는 두 가지 원리로 해명했다.니체는 1889년 이탈리아 북부도시 토리노의 한 광장에서 채찍질당하는 말을 보호하려 울면서 말의 목에 매달린 채 쓰러진 이후 극심한 정신이상 속에 10년을 더 살았다.그러나 그의 정신의 역사는 그것으로 끝났다.2만 3000원. ●반투 스티브 비코(도널드 우즈 지음,최호정 옮김,그린비 펴냄) 아파르트헤이트가 한창이던 1960년대 초 흑인지도자였던 만델라와 소부퀘가 로벤섬에 수감되고 남아공 흑인운동은 지도력 공백상태에 놓였다.이때 흑인의식의 고취를 주장하며 흑인운동의 전면에 나선 이가 바로 반투 스티브 비코다.그는 30세에 고문으로 숨을 거뒀다. 이 책은 ‘아자니아(Azania)의 검은 거인’ 스티브 비코에 관한 이야기다.아자니아는 ‘흑인들의 땅’이란 뜻으로,남아프리카 공화국 흑인운동가들 사이에서 ‘해방된 아프리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1만 5900원. ●비치:음탕한 계집(엘리자베스 워첼 지음,양지영 등 옮김,황금가지 펴냄) 남성들의 몰이해와 편견에 의해 ‘요부’로 몰리는 여자들의 삶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조명. 남성들의 편견은 구약성서의 ‘삼손과 데릴라’에 잘 나타난다. 강한 남자들은 여자들의 성적인 힘 때문에 약해지고,여자에게는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유혹의 능력이 있다는 것.미국의 제3세대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이 이야기는 남자의 책임은 간과한 채 모든 문제를 여자에게 돌린 첫 사례라고 평가한다.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손녀 마고 헤밍웨이의 자살,‘큰’ 남편에 가린 ‘작은’ 부인 힐러리 클린턴과 O J 심슨의 아내 니콜 브라운 심슨의 삶을 통해 미국 사회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한다.2만 2000원. ●아나키즘의 역사(장 프레포지에 지음,이소희 등 옮김,이룸 펴냄) 근대정치의 산물인 ‘정부’를 물리치는 ‘무정부주의’라는 말은 아나키즘이 지닌 역사성을 부정,그 의미를 협소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아나키즘은 단순히 정부나 국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권위와 그로 인한 폐해들에 저항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절대적 자유를 주장한 슈티르너,아나키즘의 사상적 기초를 세운 프루동,혁명적 아나키즘을 펼친 바쿠닌,종교적인 사상과 아나키즘을 결합시킨 톨스토이,아나키즘적 공산주의를 설파한 크로포트킨,이탈리아 혁명운동의 주역 에리코 말라테스타 등 이론가들의 사상을 소개한다.3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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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전(智典)2-전한·후한편(렁청진 지음,장연 옮김,한길사 펴냄) 양한(兩漢)시대,즉 유방이 통일한 전한과 왕망의 신(新)왕조 그리고 삼국지의 무대가 된 후한시대 영웅호걸들의 지혜를 담았다.건달이며 무뢰한이었지만 뛰어난 인재들을 얻어 천하를 통일한 한고조 유방,백만대군을 거느린 최고의 명장이었지만 자신보다 못한 임금을 섬기다 토사구팽당한 한신,융통성 없이 충성을 바치다 황제에게 제거당한 주아부 등의 이야기가 실렸다.2만 4900원. ●카산드라(마리 구도 엮음.정희경 옮김,이룸 펴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자 예언가 카산드라의 상징전통과 현재적 의미를 설명.카산드라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와 헤카베의 딸이자 트로이전쟁을 일으킨 파리스의 누이.아폴론의 구애를 받기도 하고 트로이 전쟁 전리품으로 아가멤논의 정부가 되기도 한다.트로이 전쟁의 희생물로 그리스에 노예로 끌려온 그녀는 미래에 대한 탁월한 예지능력을 갖고 있었다.그러나 종국엔 카산드라의 예언은 불길한 일의 시초로 여겨지게 된다.1만 2000원. ●프리다 칼로(헤이든헤레라 지음,김정아 옮김,민음사 펴냄) 멕시코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기.프리다는 디에고 리베라와 트로츠키의 연인이자 열렬한 스탈린주의자,아스텍 문화의 신성한 여사제였으며 오늘날엔 페미니스트의 우상으로 자리매김돼 있다.일곱 살 때 앓은 소아마비와 열여덟 살에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서른다섯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프리다는 사람들에게 로자 룩셈부르크와 같은 혁명가에서 ‘보그’지의 표지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얼굴로 기억된다.이 책은 프리다의 전설 아래 감춰진 진실을 밝힌다.1만 5000원. ●삶의 정치,소통의 정치(박승관 등 지음,대화출판사 펴냄) 박승관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논문 ‘숙의 민주주의와 시민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인간의 개인성 개발과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는 시민성 형성을 동시에 진행시키는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분석.박 교수는 이 숙의 민주주의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로 이해하고,이의 균형적인 발전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9500원.
  • 옆구리 허전한데 남자나 꾀어볼까/ 연애9단 두 여우 의 달콤쌉싸름한 사랑게임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할리우드의 ‘문제적’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르네 젤위거가 로맨틱 드라마로 다시 팬들을 찾아온다.‘버스데이 걸’(Birthday Girl·10일 개봉)과 ‘다운 위드 러브’(Down with Love·17일 개봉)가 그들의 새 영화.‘연애 9단’이 된 두 여배우의 달콤쌉싸름한 사랑게임이 초가을 극장가를 달굴 것 같다. #니콜 키드먼의 ‘버스데이 걸’ 출연하는 영화마다 화제작으로 띄워올리는 할리우드 대형배우 니콜 키드먼도 때로는 부담없이 영화를 찍고 싶을 게다.‘버스데이 걸’은 그녀가 모처럼 쉬어가는 영화다. 영국의 신인감독 제즈 버터워스가 연출한 이 영화는 키드먼이라는 빅카드를 내세움으로써 더욱 각별해졌다.더군다나 영화속의 키드먼은 ‘한탕’을 위해 순진한 남자의 순애보를 훔치는 뻔뻔스러운 러시아 여자다. “평생의 동반자를 이웃에서 찾는 건 끔찍한 일”이라고 굳게 믿는 성실한 은행원 존(벤 채플린)이 인터넷으로 신부를 ‘주문’한 게 사단이다.평소 말주변이 없어 친구가 없던 존은 말벗이 돼줄 애인을 원했건만 정작 공항에 ‘배달’돼온 여자는 한마디도 소통할 수 없는 러시아인 나디아(키드먼).고민끝에 그녀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적극적인 육탄공세에 눌려 얼렁뚱땅 한집에 살게 된다.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인가 싶지만 러시아에서 나디아의 사촌오빠가 찾아오면서 영화는 진로를 살짝 바꾼다.사촌 유리(마티유 카소비츠)가 나디아와 한통속인 인터넷 사기중매꾼이란 사실을 귀띔한 뒤 돈가방을 목표로 쫓고 쫓기는 코믹 범죄드라마 색채를 덧칠해간다. 순진한 ‘바른생활맨’ 남자주인공이 의사소통할 대상을 찾다가 은행절도범으로 내몰리는 해프닝은 생각없이 웃어넘기기엔 메시지가 꽤 진지하다.전라의 키드먼 뒷모습이 공개되는 것도 무시못할 감상포인트.줄담배에 뚝뚝 부러질 듯 투박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키드먼의 대사연기도 영화의 질감을 한결 생생하게 다듬는다. #르네 젤위거의 ‘다운 위드 러브’ 르네 젤위거가 이완 맥그리거와 한판 로맨스를 엮는 영화.싱겁고 맨숭맨숭하게 들릴 것이다.하지만 ‘다운 위드 러브’를 압축하기에 이보다 더 효율적인 표현은 없다.소박하고 수수한 캐릭터로 승부를 걸어오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에서 화려한 끼를 검증받은 젤위거.그녀가 이번엔 ‘찜’한 남자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고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인생을 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사랑을 거부하다.’란 뜻의 영화제목은 극의 주인공 바바라 노박(젤위거)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의 내용은,여자도 사랑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섹스를 즐기며 사회적 성공을 노리자는 것.자유연애와 여권신장을 외치는 페미니스트 명사가 된 그녀에게 유력 남성잡지의 스타기자이자 소문난 바람둥이인 캐처 블락(맥그리거)이 인터뷰를 요청한다.그런데 무슨 연유에선지 뻣뻣하게 콧대만 세운다. 세상의 주목을 받는 미모의 페미니스트와 천하의 바람둥이 매력남이 옥신각신 펀치를 주고 받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영화의 얼개.1960년대 뉴욕의 야경 위로 보름달이 장난처럼 붕 떠오르거나 배우들의 과장된 제스처·대사가 뮤지컬처럼 색다른 감흥을 안긴다.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노박의 숨겨진 사연이 ‘깜찍한’ 반전이다.패션모델 뺨치게 화려한 배우들의 의상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 생각은 나지 않을 영화다.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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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테크 성공학(김정운 지음,명진출판 펴냄) 자기반성이란 나를 돌아보는 능력,혹은 나와 대화하는 능력을 뜻한다.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것이 자기반성의 전제다.심리학에서는 자기반성을 가능케하는 능력을 ‘메타 코그니션(meta cognition)’이라고 한다.이것은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 할 수 있다.여가학 전문가인 저자는 이러한 자기반성과 재미를 조화시키는 것이 휴테크의 본질이라고 말한다.9900원. ●설탕,커피 그리고 폭력(케네스 포메란츠 등 지음,박광식 옮김,심산 펴냄) 산업혁명으로 유럽이 세계경제의 패권을 잡기 전에 이미 중국,인도,동남아시아,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근대적 의미의 세계경제를 형성했음을 밝힌다.그 한 예로 프랑스 왕 루이 14세는 궁정 연회에서 귀족들과 함께 커피를 즐겼는데 이 커피는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에서 수입한 것이며,설탕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의 섬 상투메와 브라질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주장.1만8500원.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파가니니(베르너 풀트 지음,김지선 옮김,시공사 펴냄) ‘G현의 선율’로 전 유럽을 매혹시킨 제노바 출신의 천재 니콜로 파가니니의 전기.파가니니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괴테,친밀한 교제를 나눈 로시니,꽤나 회의적인 태도를 내보였던 리스트,음악성으로 파가니니를 감동시킨 베를리오즈 등 당시 명사들과의 조우를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1만 2000원. ●여자,그 내밀한 지리학(나탈리 앤지어 지음,이한음 옮김,문예출판사 펴냄) 페미니스트는 사회학적인 여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피메일리스트(femaleist)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진화론을 새롭게 해석해 예부터 여성이 남성과 함께 수렵이나 채집,전쟁 등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한다.이 책엔 여자가 남자 이상으로 공격적이며,오직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한 기관인 클리토리스를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성적으로 문란할 수 있는 기질을 갖고 있다는 등 피메일리스트적 여성관이 담겼다.2만 2000원. ●자전거 타는 오리(데이빗 섀논 글·그림,김서정 옮김,달리 펴냄) 농장에 사는 오리가 농장집 아이의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하자 동물친구들은 처음엔 모두비웃는다.그러나 오리가 정말 자전거를 탔을 때 젖소,양,강아지,고양이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새로운 일을 꿈꾸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를 귀띔하는 그림책.8500원. ●옆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이지현 글,변정연 그림,소년한길 펴냄) 성악가 꼬꼬닭의 옆집에 누군가 이사를 왔지만,몇날며칠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혹시 도둑이 아닐까? 그러나 꼬꼬닭의 의심과는 반대로 이사온 이웃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지은 시인 올빼미였는데….인물의 행동과 상황을 설명하는 간결한 글에 편안한 선과 안온한 색채의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룬다.초등저학년용.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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