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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차별없는 세상은 어떻게 도래하는가/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차별없는 세상은 어떻게 도래하는가/이순녀 논설위원

    일본 도쿄의 오모테산도 골목에 자리한 어린이책 전문서점 크레용하우스는 책보다 꽃이 먼저 반기는 곳이다. 서점 입구에 만발한 꽃과 식물은 직원들이 1년에 두 차례 손수 씨앗을 뿌려 정성껏 가꾼 소중한 생명이다. 바깥에 걸린 ‘Love&Peace’(사랑과 평화), ‘Stop the war’(전쟁을 멈춰라), ‘Nuke free’(반핵) 같은 문구도 인상적이다. 1층은 어린이책, 2층은 친환경 장난감, 3층은 여성 서적으로 나뉘어 있지만, 서가와 매대 곳곳에서 헌법, 인권, 젠더 관련 책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하에는 유기농 야채 가게와 식당이 있다.너 나 할 것없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는 최근의 서점가 트렌드를 따라 했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역사가 무려 42년이다. 작가이면서 평화주의자, 페미니스트인 오치아이 게이코(73)가 지난 1976년 창립해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어린이를 사랑하고,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는 창립자의 철학이 수십 년간 응축된 곳이다. 우경화하는 일본 정부에 맞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이들을 위한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기도 하다. 크레용하우스와 오치아이 대표에 대해 알게 된 건 김언호 한길사 대표 덕분이다. 둘 다 1945년에 태어난 동갑내기인데다 1976년 같은 해에 크레용하우스와 한길사를 세웠다. 우연치고는 남다른 인연이다. 일본에 갈 때마다 크레용하우스에 들른다는 김 대표는 “책의 유토피아가 거기 있다”고 극찬한다. 열흘 전쯤, 김 대표가 한길사에서 번역한 오치아이의 자전 소설 ‘우는 법을 잊었다’를 건네며, 그가 곧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 참석차 방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치열한 메시지를 지닌,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커졌다. 지난 14일 파주출판도시에서 마주한 오치아이의 이야기는 기대 이상으로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해에 정치인의 혼외자 딸로 태어난 오치아이는 어릴 때부터 반전(反戰)과 인권, 차별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담담히 풀어놓았다. “열다섯 살때쯤 엄마에게 ‘차별받을 걸 알면서 왜 나를 낳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엄마는 아빠를 매우 사랑했고, 또 전쟁통에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걸 보면서 나를 꼭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그러면서 우리가 당하는 차별은 이 세상 수 많은 차별 중 하나일 뿐이고, 차별당하는 다른 사람들과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방송사 아나운서를 7년 만에 그만둔 것도 직장 내 여성 차별 때문이었다. 작가로 전업한 뒤 출간한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올라 목돈이 생기자 이를 기반으로 크레용하우스를 창립했다. “나이, 성별, 인종, 장애 등 모든 종류의 차별과 폭력은 사라져야 합니다. 다음 세대인 아이들이 책을 통해 이런 가치를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어릴 때 무엇을 읽느냐가 그 사람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크레용하우스는 언제나 누구에게든 활짝 문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 참여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2011년 동일본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반대운동에 앞장서 왔다. 평화헌법 개헌 반대 집회에 나가고, 아베 신조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서명운동에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평화는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에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씨를 뿌리고, 함께 키워 나가는 것입니다.” 반전, 반핵, 반원전 등 그가 주장하는 가치에 모두가 지지를 보내는 건 물론 아니다. 정부 반대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서점 운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개인이 하는 일에 한계가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개인도 여기까지 할 수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치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현실이 겹쳐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반도는 지금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전쟁의 위협이 사라진 평화로운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책임과 의무를 더는 방기해선 안 된다. 평양에서 진행 중인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다. 난민 차별과 여성 혐오 등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반인권적 인식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 장애인 특수학교 하나 세우는데 온 나라가 들썩이는 후진적 사고도 창피한 노릇이다. 오치아이의 말처럼 차별 없고, 평화로운 세상은 거저 오지 않는다. 개인 각자가 각성하고, 더 나아지고자 노력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coral@seoul.co.kr
  • 英페미니스트 단체, 새 아이폰 XS맥스를 맹비난한 이유

    英페미니스트 단체, 새 아이폰 XS맥스를 맹비난한 이유

    최근 애플이 액정 크기가 비교적 작은 아이폰SE의 제작을 중단하고 확장된 액정을 자랑하는 아이폰XS와 XS맥스, XR 등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일부 여성단체에서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아이폰 XS맥스는 6.5인치의 큰 화면을 자랑한다. 아이폰8플러스(5.5인치)보다는 1인치나 커졌고, 경쟁사인 삼성 갤럭시 노트9(6.4인치) 보다도 약간 크다. 아이폰XS의 화면은 5.8인치, 아이폰XR은 기존 아이폰X와 같은 크기인 6.1인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해외 매체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이 같은 신형 아이폰 스펙이 공개되자, 일부 여성단체 회원들은 남성보다 일반적으로 손 크기가 작은 여성들은 고려하지 않은 반(反)여성적인 제품이라고 비난했다. 영국의 한 여성단체 회원인 캐롤라인 크라이도 페레즈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여성의 손 크기는 남성들보다 보통 약 2.5㎝ 작기 때문에 여성에게 더 작은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이 주어져야 한다”면서 “나는 너무 큰 스마트폰을 사용한 탓에 반복 운동 손상 증후군(Repetitive Strain Injury, IT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나타나는 현대 질병)에 걸렸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크기가 큰) 아이폰6를 사용하면서 반복 운동 손상 증후군이 왔었지만, (크기가 작은) 아이폰SE로 바꾼 뒤 그 증상이 사라졌다”면서 “애플이 여성들의 신체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을 한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 몸에 맞지 않은 제품을 남성들과 똑같은 값을 내고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여성들이 사용하기에 지나치게 큰 스마트폰의 제조는 애플의 고위직 대부분이 남자인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해석도 나왔다. 영국 정당 중 하나인 여성평등당의 대표 소피 워커는 “애플 영국 지사의 남녀 임금격차는 24%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남성 직원의 보너스가 여성에 비해 57% 높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을 결정할 때 여성들이 고려됐을 리 없다. 애플이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등하게 고위직 기회를 주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단독]‘신지예 현수막’ 훼손한 50대 남성 벌금 50만원 선고

    [단독]‘신지예 현수막’ 훼손한 50대 남성 벌금 50만원 선고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으로 자신을 알린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홍보 현수막을 훼손한 50대 남성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병철)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4)씨에게 지난달 30일 벌금 50만원형을 선고했다. 고물수집상인 김씨는 지난 6월 6일 새벽 4시쯤 서울 동작구의 한 건물 앞 인도의 안전펜스에 걸린 신 후보의 현수막(가로 800㎝, 세로 120㎝)을 평소 갖고 다니던 가위로 잘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앞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특정 정당에 가입한 적이 없으며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의 공정성 및 선거관리의 효율성을 침해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방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1990년생으로 최연소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선 신 후보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임을 강조하며 성폭력·성차별 근절, 성평등계약제, 여성의 임신중절 합법화, 육아호봉제, 돌봄휴직제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선거 기간 동안 신 후보의 선거홍보 벽보도 20여곳이나 훼손되는 등 화제의 중심에 놓였고, 투표 결과 8만 2874명(1.7%)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선보이기도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스페인, 성매매 노조 승인 번복… ‘매춘 합법화’ 논란 재점화

    스페인, 성매매 노조 승인 번복… ‘매춘 합법화’ 논란 재점화

    노동부 오락가락 입장… 소송전 불가피 산체스 총리 “성매매 폐지 지지” 쐐기 스페인 정부가 성매매 종사자 노조 설립을 승인한 뒤 한 달 만에 이를 취소하기로 하자 매춘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 6월 여성 인권 향상을 주요 과제로 내걸고 집권한 사회노동당 정부는 뒤늦게 성매매에 반대한다며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정부 내부에서조차 성매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립하지 못해 혼선을 빚은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노동부는 지난달 4일 관보를 통해 성매매종사자노동조합(OTRAS) 설립을 승인했다고 고시했다. 이에 따라 사회노동당 정부가 그동안 음지에 있었던 성매매를 양지로 끌어올려 합법화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스페인에는 현재 성매매를 규율하는 법률이 없으며, 공공장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인신매매 등 범죄와 관련이 없는 한 당국이 매춘 행위를 단속하지 않고 묵인해왔다. 하지만 여성인 막달레나 발레리오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매매 노조 설립 신고에 기술적 문제는 없지만 노동부가 이 같은 노조를 승인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나는 장관으로서 이 같은 승인을 내린 적이 없으며 (관료들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성매매는 여성과 남성이 경제적 궁핍 등 문제로 타인에게 자신의 신체를 제공하면서 기본권을 어기는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이같이 오락가락한 입장을 두고 정부가 성매매 노조 승인 결정을 성급하게 내렸다가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한 뒤 혼선의 책임을 일부 관료들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 내각은 ‘페미니스트 내각’이며 불법 조직은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성매매 폐지를 지지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지난 6월 산체스 총리는 정부를 구성하면서 각료 18명 가운데 11명을 여성으로 채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었다. 스페인 정부는 이에 따라 이미 승인한 성매매종사자노조 설립 취소를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정부가 설립을 승인했기 때문에 노조 측과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콘차 보렐 성매매노조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성매매 종사자들도 다른 국민들처럼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성매매를 철폐한다는 발상은 페미니즘의 장막 뒤에 숨어 궁핍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 가운데 네덜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는 성매매가 합법화돼 있다. 여성운동가 마리사 솔레토는 이에 대해 “매춘은 직업이 아니며 여성을 노예화하고 남녀를 불평등한 상황에 고착시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여성가족부 장관 교체 ‘신의 한수’냐 ‘코드 인사’냐 ‘시끌’

    여성가족부 장관 교체 ‘신의 한수’냐 ‘코드 인사’냐 ‘시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자 정부가 최근 대두된 여러 여성 이슈들을 강한 정치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뽑았다는 의견과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 비판하고 혜화역 시위에 참석하며 여성을 대변했던 정현백 여가부 장관보다 정권에 친화적인 인물을 내세웠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1세대 페미니스트 등판, 정치력과 더해져 시너지 낼 것” 진 후보자의 이력만 봤을 땐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운동으로 촉발된 직장 내 성폭력 문제나 가부장제 철폐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임자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38회 사법고시를 통과한 그는 법무법인 변호사로 활동하며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입(민변) 여성인권위원장을 지냈다. 우리나라 여성 운동의 가장 큰 사건으로도 손꼽히는 ‘호주제 폐지’에도 앞장섰다. 1950년대부터 여성 운동의 큰 과제였던 호주제 폐지는 2005년 마침내 국회 본 회의에 통과하는데 진 후보자는 변호사 초기이던 1999년부터 2008년 호적법이 폐지되기까지 10년간 호주제 위헌소송인단에 참여했다. 19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엔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음란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서버 폐쇄와 불법촬영 근절에 나섰으며, 영화계 성폭력 방지를 위한 예술인복지법과 지방자치단체의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정기점검 의무를 부과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등 입법활동에도 주력했다. 이번 인선을 환영하는 이들은 진 후보자의 이같은 이력을 언급하며 “법률 지식과 재선 의원으로서의 정치력이 더해져 타 부처와의 협력이 절실한 여가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 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여가부에 더 무게를 싣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대표적인 친문 인사, ‘여성 권익’ 앞서 정권 비호할 것” 그러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근절 시위가 수차례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차원에서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정권에 대한 여성들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성 이슈 해결에 앞서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장관 업무평가에 기반한 쇄신 개각”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부처와는 달리 교체 이유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 발을 담그고 있던 정 장관은 정권 초기에 청와대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 수차례 경질을 요구했으며, 최근 혜화역 시위에도 직접 참석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여성계는 이러한 정 장관의 행보를 환영했으나 정부 입장에선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됐을 가능성이 높다.다른 부처와는 달리 교체 사유도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이번에 내각 대상이었던 5개 부처 중 국방부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경질성 인사였으며, 고용노동부는 고용지표 악화라는 외부 요인이 큰 역할을 했다. 교육부도 대입제도 개편으로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해 교체됐다. 여가부도 미투 운동이 대두되는 과정에서 부처간 협력이나 국회의 협조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낳았던 다른 부처와 비교하면 개각이 될 만한 대상은 아니었다는 평이다. 이렇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에서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진 후보자가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정부의 입장을 비호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점쳐진다.▲“기대감과 별개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 진 후보자 인선에 대한 내막이나 평가와는 별개로 지금 당장 여가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지자체가 공공화장실 등을 단속하고, 피해자 지원책 등을 강화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온라인 사이트는 여전히 건재하며, 플랫폼 운영자나 유통업체에 대한 법적 규제는 미흡한 상황이다. 안희정이 1심 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위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이슈도 다시금 불이 붙었다. 미투과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지난 6월 기준 12건 중 10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내부에서 평이 좋던 장관님이 교체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회에 협조를 구하는 일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여자는 이과 머리가 없다? 남성 카르텔 깨는 ‘테크페미’

    여자는 이과 머리가 없다? 남성 카르텔 깨는 ‘테크페미’

    “여자는 이과 머리가 없다.” 지겹게 들은 소리지만 여전히 강력한 언어다. 이공계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자다. ‘제1호’ 여성 기능장. 유리천장을 깬 것에 대한 찬사처럼 들리나 우리 사회가 이들을 여전히 특수 사례로 본다는 방증이다. 이공계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과 성차별적 문화에 분노한 여성들이 뭉치기 시작했다.●‘공대 아름이’보단 ‘공대 페미’가 많아지길 “자동차를 부드럽게 다뤄 주면 여자처럼 좋은 소리를 내지.” 대학 졸업반인 김주영(24·가명)씨는 자동차가 좋아서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남성 회원들은 성희롱이 섞인 수다에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성희롱인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자동차는 여성의 몸이고 그걸 다루는 건 남자다” 듣고도 가만히 있어야 하나, 반발을 해야 하나. 내적 갈등을 겪은 여성 회원들은 그 문화를 버틸 자신이 없다며 자동차 회사 취업을 포기했다. 김씨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관계에도 관심이 많았다. 경제학을 전공하던 중 컴퓨터학 복수전공을 선택했다. 주변 어른들은 “여자가 무슨 공대냐”고 했지만 부모님은 지지해 주셨다. 김씨 같은 공대생들이 늘어 지금은 체감상 30%는 되는 것 같다. 교육계에 따르면 여성 공대생은 1965년 153명이었으나 40년 만에 600배가량 늘어 2015년에는 10만명에 육박했다. 반면 여성 교수는 드물다. 한양대에서는 2002년 첫 여성 공대교수가 임용됐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서는 내년에 처음으로 여성 교수가 임용될 예정이다. 김씨는 그동안 부지런히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했다. 그때마다 성차별적 인식의 벽에 부딪혔다. “왜 늘 기계 속 페르소나는 여성이죠?” 애교 섞인 목소리로 고객을 대하는 인공지능 로봇. 산업 내부의 인식 변화 없이는 성차별적 상품이 생산될 수밖에 없다. 곧 첫 직장에 들어가는데, 또 벽에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확산되며 우리 사회가 성차별에 대해 각성한다고는 하지만 철옹성은 여전하다. 게임 업계의 ‘메갈리아’(페미니즘 사이트 회원) 축출 사태가 단적인 예다. 남성들이 주로 하는 게임에서 성우든 작가든 메갈로 낙인 찍히면 축출된다. “남성 카르텔에 작은 금이라도 내보자.” 김씨는 다른 여성들을 만나 보기로 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던 여성 공대생들, 졸업 후 테크놀로지 업계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모아 페미니즘과 기술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었다. 김씨가 만든 모임의 첫 프로젝트 이름은 ‘devLikeAGirl(dev는 development)’이다. 신문기사를 모아 여성 대상 범죄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언론에서 얼마나 여성혐오적 언어를 사용하는지 데이터를 뽑아서 시각화할 계획이다. 기술을 활용해 객관적으로 그 심각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첫 모임엔 8명이 모였고 남성도 1명 있다. 연말에는 업계 여성 종사자와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모임을 구상 중이다. 여성 공대생들이 IT업계의 남성 중심 문화에 미리 좌절하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 않게 돕고 싶다. “이과에 여성이 많았으면 지금보다 사이버 성폭력이 적지 않았을까요?” ‘공대 아름이’보다 ‘공대 페미’가 늘어나길 김씨는 고대한다. ●IT업계 성차별 무너뜨리는 ‘테크페미’ 클라이언트는 오늘도 강영화(29)씨를 앞에 세워두고 엉뚱한 담당자를 찾는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한 지 4년. 이제 이런 소리를 그만 들을 때도 되지 않았나.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침을 꿀꺽 삼키고 답한다. “제가 담당자인데요.” 강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필요에 따라 코딩 등 컴퓨터 기술도 활용한다. 그 많던 시각디자인 전공 여대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강씨가 참여한 앱은 시장에서 반응이 괜찮았다. 업무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늘 어느 회사의 디자이너로 불렸다. 반면 남성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됐다. 2016년 어느 봄날 퇴근길. 강남역 10번 출구로 습관적으로 들어가던 순간 바람에 포스트잇이 나풀거렸다. “나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강남역은 더이상 예전의 강남역이 아니었다. 강씨 또래 여성이 아무 이유 없이 칼에 찔렸다 “그래, 나도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강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테크페미(테크 업계의 페미니스트 모임) 같이 하실래요?” 업계에서 강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여성들과 대화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10명 내외가 응답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100여명이 모였다. 게임 회사의 한 여성은 “게임 팔려면 자극적이어야 한다면서 공공연하게 성희롱을 한다”고 토로했다. 한 여성 개발자는 외모 지적을 밥 먹듯 듣는다. “개발자가 왜 그런 옷을 입냐”, 어쩌다 ‘예쁘게’ 입으면 “개발자답게 입어”라고 했다. 개발자는 후드티만 입어야 한다는 편견 탓이다. 지난해 11월 ‘테크페미’는 여성기획자 콘퍼런스를 열고 4명의 여성 기획자를 초청했다. 영어공부 앱 ‘슈퍼팬’의 정인혜씨, 육아용품 추천 서비스 ‘베베템’의 양효진씨,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O2O)한 숙박 서비스 ‘야놀자’의 강미경씨 등이 강단에 섰다. 사업전략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여성 기획자들의 고민을 주제로 한 강연이었기 때문에 여성들로 가득 찼다. 테크페미 구성원들은 대안 온라인 플랫폼도 개발했다. 오프라인 모임을 연결해 주는 온라인 플랫폼 O사의 대표가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도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계속 쓰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테크페미 구성원들끼리 “우리가 나서자”고 했다. 6개월간 개발한 끝에 ‘밋고’를 론칭했다. ‘밋고’의 강령은 특별하다. 모든 참가자는 안전하게 행사에 참가할 권리가 있고, 성별, 성정체성, 나이, 성적지향성, 장애, 외양, 인종, 종교, 직업에 관계없이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이벤트 문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성적인 농담과 상대를 괴롭게 하는 언사는 워크숍, 뒤풀이, SNS 등 모든 곳에서 삼가야 한다. 7월에 론칭한 앱은 2주 만에 300여명의 회원을 모았다. “안전한 행사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덕분이죠.” 강씨는 일상 속에서 조용하고 꾸준하게 변화를 만들고 싶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성 불평등 해소”로 출발한 페미니즘…수세대 거치며 분화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 ●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4세대 페미니스트 기로는 세월호…몰카 등 ‘안전 이슈’에 눈뜨다

    ‘남성과 동일한 권리’ 주장하던 1세대 노동·민주화운동하며 70년대 새 국면 80년대에 성차별·성폭력 등 철폐 외쳐 성폭력특별법·호주제 폐지 등 큰 성과서울 시내 한 백화점 3층 여성복 매장 여자 화장실 변기 위 천장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여기서 유출된 비디오테이프가 동남아 섹스숍에서 팔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백화점을 이용해 온 여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성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백화점은 공식사과했다. 어제의 몰카 범죄 뉴스가 아니다. 1997년 당시 신촌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발생한 일이다. 여자 화장실 천장 구멍에 설치된 3㎜ 크기의 특수렌즈를 통해 백화점 방재실 직원들이 화장실 안을 지켜봤다. 불법 촬영의 수법, 대상, 장소 등이 요즘 범죄와 판박이다. ●각자 피켓 들고 참여… 美 급진주의와 닮아 2018년 한국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20여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1997년 백화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기존 여성단체였다. 올여름 혜화역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항의 시위’ 주인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다. 지난 4일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시위에 참가한 40대 김모씨는 “집회에 시민 단체나 정당의 깃발이 없어 어색했다”고 했다. 20대 초반 여성은 “여성 집회에 운동권 깃발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각자 만든 피켓과 붉은 드레스코드만이 동질성의 징표였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고 익숙한 구호 대신 온라인의 미러링(여성 혐오를 거울처럼 뒤집어 남성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 단어가 터져나왔다.20년간 못 봤던 여성들의 등장에 한국 사회는 놀라고 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고정된 조직도 없이 여성집회를 끌어 온 이들. 일각에서는 이들을 급진적 여성주의자(Radical Feminist)라 부른다. 1960년대 미국 급진주의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프랑스의 68혁명을 계기로 탄생했다. 미국, 유럽, 남미까지 전쟁,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구호가 거리를 뒤덮은 시기, 여성들도 여성 억압 문제를 제기하면서 가부장제에 대항했다. 19세기 제1세대 페미니즘이 참정권 획득과 같은 정치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면 제2세대 페미니즘인 이들은 보다 일상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낙태 결정권, 포르노 반대 등을 이슈화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 1968년에는 미스아메리카 반대 시위도 일어났다. 브래지어처럼 여성의 몸을 옥죄는 것들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지난 6월 한국 페이스북 사옥 앞 상의 탈의시위, 탈코르셋 유행, 1999년 시작된 한국에서의 안티미스코리아대회와 겹쳐지는 장면이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는 페미니즘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인 차이와 평등을 함축한다. 페미니즘 역사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진화해 왔다. 1세대는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이성적 인간”이라며 평등의 언어를 내세웠다. 그러나 투표권만으로는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언어가 필요했다. 몸의 경험, 개인의 일로 치부됐던 성폭력, 가정폭력이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자매애는 강하다”는 유명한 구호도 등장했다.●1987년 21개 단체 모여 ‘여성단체연합’ 결성 서구의 반권위주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196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탄압받던 여성 운동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 운동과 뒤이은 민주화 운동 속에 새 국면을 맞았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라는 정체성이 드러났고, 동일방직, YH무역 등 젊은 여성 노동자가 밀집된 제조업에서 노조 설립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운동은 성차별 철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전면에 등장했다. 197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경험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다. 이들은 ‘여성은 정치에 무지하다’는 편견을 깼다. 1983년 6월 여성평우회 창립을 계기로 여성의 전화, 또 하나의 문화, 교회여성운동단체 등이 여성 의제를 이끌었다. 결혼 퇴직, 임금 차별 등 노동현장의 성차별, 성폭력, 성매매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5세 여성조기정년철폐운동, 부천서 성고문대책위 등을 함께한 21개 여성단체는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결성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엔 군 가산점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가족법 개정을 추진한 지 약 50년 만이었다. ●LGBT 등 소수자 주체… 영 페미니스트 나와 이전 30년간 여성계가 굵직한 제도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빛을 봤다. 성소수자(LGBT),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등 소수자 주체들이 드러났다. 2000년대 중반까지 문화운동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페미니스트인 ‘영(young) 페미니스트’ 도 등장했다. 이들은 몸, 섹슈얼리티, 환경 등 새로운 문제를 꺼내고 월경페스티벌 등 축제를 통해 일상 속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운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0년간 페미니즘은 대중과 다소 멀어져 있었다. 이 단절을 끝낸 여성들은 20대 ‘영영(young young) 페미니스트’ 들이다.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일베 등 여성 혐오를 학습한 남성들과 공존한 세대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안전 문제에 눈을 떴다. 이전 세대보다 미러링에 익숙하고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유·급진·상호교차 등 그룹 다양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각에선 이들을 4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부른다”면서 “SNS를 기반으로 한 활동, 몰카나 여성 대상 범죄 등 안전 이슈에 적극 나선다는 차별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페미니즘은 단일한 것으로 규정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페미니즘도 여러 세대가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급진주의, 상호교차 페미니즘 등 여러 정신이 공존하며 다양한 그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들의 이합집산도 유동적이다. 워마드의 성체 훼손 논란이나 난민 혐오에 대해 기존 여성계는 반대 의사를 보이며 선을 그었지만 ‘몰카 편파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무죄 판결 비판에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영영 페미니스트도 단일한 집단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지난 18일 여성단체가 주최한 시위에 20대 여성들이 다수 참여하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영미권에서만 보던 다양한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것이 페미니즘을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여름을 달군 페미니즘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의 몰카 범죄가 반복되듯 성차별은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을 또 광장으로 소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 불법 촬영 수사 등 현안도 뜨겁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주체가 등장할지 광장으로 시선이 쏠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갈등 사회의 역설…워마드와 태극기 극과 극 ‘분노 동맹’

    갈등 사회의 역설…워마드와 태극기 극과 극 ‘분노 동맹’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에 워마드 동참 광화문서 “文대통령 탄핵” 함께 외쳐 안희정 前지사·제주 예멘 난민 문제 등 정치→사회 문제로 갈등 영역 다양화‘촛불’로 모아졌던 시민사회가 다분화되고 있다. 사회 갈등 구조가 복잡해진 데다 난민 문제와 젠더 이슈 및 경제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의 ‘우회전’ 논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정 이슈가 불거지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던 진영 논리도 약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보수 단체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 회원 50여명이 동참한 것은 이 같은 현상을 잘 보여 줬다. 두 단체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반(反)문재인’ 구호를 함께 외쳤다. 집회장 주변에는 ‘워마드’와 정반대 편에 있는 여성 혐오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도 보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은 사법부가 내렸지만 여성들의 분노는 문재인 정부로도 향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약속했지만, 여성 차별적인 정책이 여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기존 여성주의(페미니즘) 단체들은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사법부와 양성평등 정책에 미지근한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극단주의적인 워마드와는 선을 긋고 있다. 평소 진보적 가치를 지향했던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을 성폭행이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것도 기존 잣대로 재단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페미니즘 의제에선 진보와 보수의 경계선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촛불 국면에서 ‘박근혜 정권 탄핵’에 앞장섰던 진보적 시민사회세력 중 일부는 요즘 “문재인 정부의 보수화가 본격화했다”며 비판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에서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정치’의 영역에서 ‘사회’의 영역으로 옮겨 오면서 주체별 균열이 생겨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가치가 전환하는 시대에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권 찬반 문제로 지나치게 단순화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젠더·환경·난민 문제 등 사회 영역에서 다원화·구체화되고 있다”면서 “단순히 진영의 균열로 봐선 안 된다”고 진단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안희정 무죄에 반발하는 여성단체도 원래 문 대통령 지지층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슈가 바뀌면서 스탠스가 바뀐 것”이라면서 “완전한 지지 철회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하며 현재로선 유동성이 강화된 것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갈등을 발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사회의 영역에 그대로 두면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강자가 독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양한 갈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동시에 이를 중재, 조정하는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센강 바라보며 시원하게, 노천 소변대에 파리 주민들 거센 반발

    센강 바라보며 시원하게, 노천 소변대에 파리 주민들 거센 반발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옆 센강 강변에 들어선 노천 화장실입니다. 아니 소변대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군요. 센강을 오가는 유람선에 오른 관광객들의 눈에도 금세 띌 만하죠? 파리 시는 강변에 마땅한 화장실도 없고 멀찍이 떨어진 레스토랑이나 가게에 들어가 비싼 사용료를 내고 용변을 해결해야 해 그만큼 노상 방뇨가 많아 골치를 앓아왔답니다. 그래서 최근 센강 강변 중에도 가장 많은 관광객이 북적대는 노트르담 성당 빈터에 강을 바라보며 근심을 풀 수 있는 소변대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이게 무슨 짓이냐고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3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아무리 밝은 붉은색으로 산뜻하게 칠하고 짚 등을 깔아 냄새도 없애고 나중에 공원에 비료로 쓸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지만 꼭 이렇게 만들어야 했느냐고 따지는 것이죠. 일부에선 주민 청원을 계획하고 있답니다. 근처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파올라 펠리차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역사적인 장소에 이렇게 버릇 없고 추악한 뭔가를 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옆에 가장 아름다운 타운하우스와 호텔 도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보여주기식일 뿐이라고 비난했고요. 다른 주민은 “끔찍하다”며 “우리가 이걸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하는데 절대 받아들일 만하지 않다. 사람들이 그런 척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나 아리엘 베일 시장은 꼭 필요하다고 강변했습니다.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남자들이 그냥 길거리에 소변을 볼 것이다. 진짜 사람들이 괴롭다면 다른 위치를 찾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비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소변’과 ‘포장’을 조합한 ‘uritrottoir’란 표지판이 성차별이란 것이죠.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남성용이다. 좋다. 하지만 여자들은 어쩌라고? 성차별 아이디어는 좋지 않다”고 꾸짖었습니다.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그웬돌린 코이폴은 “성차별적인 비율로 화장실을 만들었다. 남자들은 스스로를 통제 못하니 온사회가 그에 적응해야 한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인 뒤 “누구도 거리에다 소변을 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불온(不·On)한 회의] 가상으로 본 ‘광화문 탱크’… 말로만 듣던 계엄령 공포 확 다가와

    [불온(不·On)한 회의] 가상으로 본 ‘광화문 탱크’… 말로만 듣던 계엄령 공포 확 다가와

    지난 ‘불온한 회의’는 기무사 계엄 문건 이슈가 어렵더라도 소홀하면 안 된다는 의견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후에 이 이슈는 더 뜨겁게 불타올랐습니다. 계엄 문건으로 시작한 이번 회의는 안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성소수자’와 ‘막말’ 이슈를 거쳐 ‘혐오’까지 가 닿았습니다.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온라인뉴스부 기자들의 오프라인 회의에서 한 주의 이슈를 만나보세요.●익숙한 ‘계엄령’…‘사법농단’ 보다 관심 집중 부장: 결국 기무사 계엄 문건의 파장은 기무사 해편으로 옮겨갔군. 세진: 초반에 ‘박근혜 정부 때 위수령을 선포해 촛불집회를 진압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보다 훨씬 관심이 높았죠. 계엄령이 한국 현대사에서 익숙한 단어인데다, 문건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쿠데타에 가까운 내용이 나오면서 관심도가 집중된 듯합니다. 혜진: 한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전차와 탱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 진입하는 모습을 가상으로 보여줬어요. 확실히 계엄령에 대한 공포가 확 다가왔죠. 유민: 사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논란도 언론에서는 중요한 이슈로 삼지만, 일반 대중의 체감도는 낮아요. “양승태가 누군데?”라는 말이 나오기 일쑤죠. 하지만 기무사에 대한 기사는 조회수가 1만~3만이 거뜬히 나올 정도로 뜨거워요. 아마도 ‘어느 순간 내 눈앞에 탱크가 나타났을 수 있다’는 아찔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인 연인원이 1000만명 이상이었잖아요. 경근: 탄핵 정국 때 국회 출입을 했는데, 정치권이나 기자들 사이에서 쿠데타를 입에 올리면서도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라는 말로 유야무야 넘어갔어요. 또 “요즘 사병들은 쿠데타 지시 내려오면 카톡으로 엄마한테 다 알려줄 거다.” 이런 농도 했고요. 그런데 ‘계엄 문건’에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을 못하게 하도록 의원들을 회유하는 방법과 과거 ‘보도지침’처럼 언론을 검열하는 방안이 있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우리도 모르게 ‘엄혹한 시대’에 있었던 거죠. 유민: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를 ‘해편’하고 개혁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국민의 분노는 ‘기무사 해체’로 향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거죠.진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기무사의 전신인 육군 보안사령관 역임)의 사진을 기무사에 걸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어요. “기무사를 해체·재편한다고 해놓고 김재규 사진을 건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재규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와 별개로 말이죠. 유민: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는 간첩 색출, 군내 쿠데타 방지 등의 역할을 위한 조직이죠. 군부독재 당시는 몰라도, 지금 과연 군 정보기관과 별도로 그런 조직이 필요할까요.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뀌는데 그런 무소불위 권력의 기무사는 그대로니까 적폐는 쌓이고. 세진: 개혁론이 나온 배경을 따져보면 해체가 능사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무사의 위법행위가 드러났고, 자행해온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거니까요. 부장: 청와대가 세부계획을 직접 공개하면서 개혁론에 드라이브가 걸린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더군. 세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했어야 하는 문건이 맞아요. 국민들을 위협하는 수준의 세부계획이었잖아요.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 배포로 처리하면, 보수·진보 언론사 이해에 따라 내용이 왜곡될 수 있으니까 생중계 브리핑이라는 형식을 취했을 거라고 봅니다. 혜진: 위수령·계엄령 문건을 여당 의원이나 군인권센터 등에서 공개했을 경우 출처와 의도를 문제 삼는 세력들이 있었어요. 문 대통령이 기무사에 ‘계엄 문건을 모두 제출하라’고 지시(7월 16일)하고, 청와대 차원에서 직접 검토하고 발표한 건 그런 우려를 차단하려는 취지로 읽힙니다. 유민: 언론사 입맛에 따라 해석하고, 그게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면, 일정 부분 언론의 문제도 있는 거군요. 진호: 하지만 결국 자유한국당은 이 일로 송영무 국방장관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등을 검찰에 고발했죠. 문제는 이런 건 물타기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정윤회 문건·국정농단 때도 폭로자 자질 공격 부장: 한국당의 국면 전환 방식이다? 진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계엄령 문건’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습니다. 성소수자인 임 소장이 군 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은, 막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문제는 이것이 정치권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거예요. 2014년 말 ‘정윤회 문건’이나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 때도 당시 문건을 공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한 당사자들의 자질을 공격하면서 ‘기밀 유출’을 문제 삼으면서 본질을 흐렸죠. 세진: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계엄령 세부계획엔 계엄령 선포 뒤 국회가 해제 표결하는 걸 막기 위해 당시 집권 여당(현 한국당)을 동원하는 방법이 언급돼요. 계엄령 공모 의혹까지 제기되는 한국당으로서는 프레임을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국민의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소재로 생각했다면, 더욱 질 나쁜 발언이 되는 거죠.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무릎 꿇고 사죄까지 해놓고, 전혀 변하지 않았던 걸 증명했죠. 혜진: 정치인들의 막말은 의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나요. 누가 들어도 납득 안 되는 내용들인데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면 언론들이 보도해주고, 언론들도 기사 조회수가 높으니까 앞다퉈 다루는 게 사실입니다. 경근: 홍 전 대표를 취재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행동 하나하나가 기삿거리였죠. 기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하면 “그 회사도 우리 당 출입하느냐”, “그런 질문은 다시 안 받는다”, 심지어 “앞으로 ‘넌’ 질문하지 마라”는 식으로 면박을 줘요. 막내 기자들과도 바득바득 싸워서 다 이기려 드니, 한때 ‘홍준표 마크맨’은 극한직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죠. 문제는 그렇게 몇 번 당한 기자들은 아예 질문을 안 하게 된다는 거죠. 진호: 반면 김 원내대표는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보여요. 군 개혁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불만 있는 세력을 한국당으로 모으기 위해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군대 안 간 사람이 군 개혁 주도한다’는 발언을 던진 게 아닐까요. 인터넷상에서 침묵하는 특정 계층을 대변하면서 비판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소위 ‘장사가 된다’라고 생각한 것 아닌가요.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성소수자 공격은 한국당의 새로운 지지 세력 결집 전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다음엔 페미니즘 등 젠더 이슈 다뤄보자 혜진: 지난 대선 후보 토론회 때 홍준표 당시 한국당 후보가 군 동성애 관련 질문을 하면서 애매하게 ‘동성애 찬반’으로 엮어갔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동성애 반대’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그 자리에서 “동성애는 찬반 문제가 아니고, 성소수자는 인권 문제”라고 정리했고요. 이 논쟁의 반향은 꽤 컸습니다. 이때 보수 쪽에선 성소수자 문제가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유민: 일부 사람들은 소수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혐오를 표현하는 데서 자신이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소수자들을 약자화하고 자극적인 발언으로 공격한 것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접하게 되면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 마련입니다. 특히 정치인이 이런 혐오에 앞장서면 파급력이 크고요. 페미니스트 문제도 여러 논의 지점들이 있지만, 소수자 낙인찍기 측면이 분명 있다고 봐요. 부장: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불온한 회의’에서는 성소수자와 페미니즘 등 젠더 문제를 이슈로 다뤄봅시다. 정리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한서희, 워마드 운영진 체포영장 발부에 “날 잡아가라”

    한서희, 워마드 운영진 체포영장 발부에 “날 잡아가라”

    가수 연습생 출신 화제의 인물 한서희가 워마드 운영진 체포영장 발부 소식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서희는 앞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바 있다. 한서희는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워마드다. 워마드 족칠려면 나 대신 잡아가라. 명예롭게 빵(감옥) 한번 더 가겠다 이거야”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날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음란물 유포방죄 혐의로 해외에 체류하는 워마드 운영진 A씨에 대해 지난 5월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서희는 ‘워마드 성체 훼손’논란 당시 “또 XXX 시작하냐? 워마드 패지말고 일베나 기사화하라고. 내가 없는 말했냐. 여혐민국 환멸나네 XXX XX”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몰카 설치는 네가, 제거는 내가?”…광화문 시위 7만 ‘붉은 물결’

    “몰카 설치는 네가, 제거는 내가?”…광화문 시위 7만 ‘붉은 물결’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4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서울의 최고기온이 34.9도. 폭염의 날씨에도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은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집회 공간에 들어가려는 대기 줄이 오후 5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지면서 집회에 참석했다가 나가는 인원이 있을 때마다 추가 참석이 이뤄졌다. 이날 집회도 ‘생물학적 여성’만 참가할 수 있었다.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불법촬영 등의 성범죄를 규탄하기 위한 시위인 만큼 생물학적 남성을 배제하고,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수술 및 비수술 트랜스젠더까지 배제했다.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북단에는 남성 통행이 금지됐고,광장 주변에서 남성들이 시위를 촬영하려 시도하면 경찰이 제지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총 7만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주최 측은 지금까지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가 1차 시위(5월19일) 1만2000명, 2차 시위(6월9일) 4만5000명, 3차 시위(7월7일) 6만명에 이어 현재까지 연인원 18만7000여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안전 관리만 하고 별도의 인원 추산은 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각양각색의 손 피켓을 높이 들어 보이면서 참가자들이 합류할 때마다 ‘자이루(자매님들 하이루)’라고 외쳤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불법촬영 장비) 설치는 네가 하고 제거는 내가 하네?’, ‘당신들의 일상을 왜 우리가 싸워서 얻어야 해’, ‘문재인도 한국남자’, ‘우리는 계란이 아니며 너희도 바위가 아니다’ 등 문구가 담겼다. ‘My life is not your porn(나의 삶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We are the courage of each other(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등 한국의 불법촬영 문제를 외신에 알리기 위한 영어 피켓도 상당수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사법불평등 중단하라”, “불법촬영,찍는 놈도 올린 놈도 파는 놈도 보는 놈도 구속수사 엄중처벌 촉구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삭발 퍼포먼스에 참여한 한 여성은 “불법촬영 범죄는 나를 포함한 모든 여성의 일상이었지만, 청와대 청원과 경찰 신고에도 돌아온 건 ‘서버가 외국에 있어 수사가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 고위직과 경찰 신입 채용에 있어서 여성 비율을 대폭 확대하라. 각 부처는 여성의 삶을 실제 개선할 정책을 시행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식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 ‘시민다운 남성 시민’ 길러내기를 실패한 정부와 사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여성혐오 및 불법촬영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 광화문서 ‘몰카 규탄’ 시위…붉은색 입은 ‘생물학적 여성’만

    오늘 광화문서 ‘몰카 규탄’ 시위…붉은색 입은 ‘생물학적 여성’만

    그동안 혜화역에서 열혔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4일 규모를 더욱 확대해 서울 도심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이 시위를 주최해온 ‘불편한 용기’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제4차 시위에는 5만여 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할 수 있으며 드레스코드는 ‘붉은색’이다. 주최 측은 앞서 2∼3일 사법 불평등에 대해 경찰과 정부를 비판한다는 뜻을 담아 트위터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불편한용기’ 등 검색어를 반복 게재하는 ‘검색 총공’을 벌였다또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3500만원을 목표로 후원금을 모금한 결과,이달 1일에 이미 목표액의 105%를 달성했다. 이번 4차 시위는 불법촬영 피해자에 대한 묵념·의례로 시작해 구호·노래, 재판·삭발 퍼포먼스, 성명서 낭독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성차별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남(男) 가해자 감싸주기 집어쳐라’, ‘여남(女男) 경찰 9대1로 만들어라’, ‘자칭 페미 문재인은 응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칠 예정이다. 사법부와 경찰, 불법촬영 가해자를 규탄하는 의미로 ‘독도는 우리 땅’,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 ‘아리랑’ 등의 노래를 개사해 부른다. 참가자들은 혜화역 인근에서 3차까지 시위를 진행하는 동안 주변을 지나는 일부 시민이 동의 없이 카메라로 자신들을 찍으려 하면 ‘찍지 마’라고 외쳤으나 광화문이 대표 관광지인 만큼 이날은 이런 구호를 외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신들을 찍으려 하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아 ‘증거’로 수집할 것이라고 주최 측은 전했다. 주최 측은 ‘언론의 왜곡된 보도에 따른 운영진의 입장문’을 통해 “시위에 사용되는 그 어떤 단어도 남성혐오가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에게 쓴 단어는 ‘재기(再起)’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국민 지지를 얻은 대통령께 그 발언에 맞게 ‘페미 대통령’으로서 재기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정수의 B-Side] 연예계 금기어 된 페미니즘

    [이정수의 B-Side] 연예계 금기어 된 페미니즘

    AOA 행동·워마드 ‘남혐’ 등 논란 피하는 게 상책… 인터뷰서 입 닫아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있었던 일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종편 드라마의 남주인공이 여러 매체를 초청해 연 라운드인터뷰에서 기자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요지는 ‘페미니즘으로 화제가 된 이번 작품을 통해 여성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느냐’였다. 방영 초반 페미니즘 서적이 소품으로 등장하는 등 페미니즘 색채가 뚜렷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로 인해 젊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드라마였기에 자연스러운 질문이었다. 배우의 대답은 이랬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그 상황이 닥쳤을 때 깨우쳐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여주인공이 깨우쳐 줬고 남주인공이 바뀌게 된 것”이라고. “(촬영을 마치고) 나중에 시청자의 입장이 된 뒤에 그런 이야기를 알았다”고도 했다. 작품 내 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도 않는 배우를 보면서 이런 질문에 대한 대응 요령을 사전에 교육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들은 소속사 관계자의 말은 더 놀라웠다. 관계자는 “인터뷰 중 페미니즘 부분은 기사에서 빼줬으면 좋겠다”며 기자를 단속했다. 배우가 이미 에둘러 한 답변마저도 꼬투리를 잡힐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페미니즘은 올해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지난해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몰아친 문화계 페미니즘 열풍은 올 들어 더욱 거세졌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도 그런 흐름 속에서 제작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예계에서는 오히려 그런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걸그룹 AOA는 얼마 전 새 앨범 활동에 앞서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멤버가 페미니스트적인 행동을 한 게 논란이 되면서 컴백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노래를 보이콧한 반면 지지하는 측은 스트리밍을 장려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지난 3월 팬미팅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했다가 비난에 시달렸다. 어떤 사람은 아이린의 사진을 불태우는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페미니즘 논쟁이 소모적인 남녀 갈등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가장 격렬한 대립의 장이 되고 있다. 무섭게 퍼져나가던 페미니즘은 최근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의 성체 훼손 사진으로 거센 역풍을 맞았고 연예인들의 페미니즘 언급도 훨씬 조심스러워진 분위기다. 대중의 관심 하나하나가 인기에 직결되는 연예인의 특성상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는 발언을 피하는 게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둘러싼 건전한 토론의 장마저 미리 차단되는 지금의 분위기는 안타깝다. tintin@seoul.co.kr
  • [시론] 혜화역 여성 시위와 성차별 문제/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혜화역 여성 시위와 성차별 문제/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지난 4일 서울 혜화역에서 있었던 제4차 여성들의 시위가 신문 지면과 TV 화면을 장식했다. 여성들만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혜화역 시위는 대단히 새로운 형태의 시위였다. 이번 시위는 이전 세 차례 시위에 비해 규모가 훨씬 더 컸다. 시위가 거듭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 여성들의 불만과 저항 심리가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시위에서 남혐(남성 혐오) 발언이 등장해 이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한 미러링으로 남성 혐오 발언이 등장하면서 혐오 발언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혐오 발언은 또 다른 혐오 발언으로 이어지는 ‘혐오 발언의 악순환’을 낳는다. 이러한 혐오는 ‘감정의 배설’에는 일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평등을 제도적으로 이뤄 내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혐오 논쟁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이번 시위로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가시화되면서 한국에서도 페미니즘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체계적으로 강의하는 곳도 드물고, 개설된 페미니즘 관련 과목도 대단히 적다. 그러므로 대중적인 수준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일상화돼 있는 ‘현실’에 대한 인식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급격한 사회 변화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가족 내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자녀 수가 줄어들고, 딸 자녀만 둔 가정이 늘어나면서 가족 내에서 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은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여아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정도로 남아선호는 과거의 일이 돼 버렸다. 고등교육 진학률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다. 학력을 능력 평가 기준으로 삼아 왔던 사회에서 여성이 더이상 남성보다 열등한 집단으로 취급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고등학교에서도 내신 성적 때문에 남학생들이 남녀공학을 기피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사회적 차원에서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이나 승진에서 여성들은 남성과 대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도 줄지 않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성폭력 사건들은 한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상화됐음을 보여 준다. 아직도 여성이기 때문에 밤거리를 걷는 것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가족 차원의 가부장제 약화와 사회적 차원에서 가부장제의 강고한 지속이라는 현실 속에 한국의 여성 문제가 놓여 있다. 사회 변화를 고려하면, 앞으로 가부장제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비판과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성평등은 여성들의 투쟁을 통해 진전됐다. 성평등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웨덴에서 2005년 성평등을 요구하는 페미니스트 정당(FI)이 등장했다. FI는 임금 차별, 성폭력과 여성 전담 육아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을 제기하며 지지를 얻고 있다. 2006년 총선에서는 0.68%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지만, 2014년에는 3.12%의 지지를 얻어 의회 진출 최저 득표율인 4%에 근접했다. 2005년 영화배우 제인 폰다가 FI 유세에 동참했고, 2009년에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그룹인 ABBA의 멤버였던 베니 안데르손이 100만 크로나를 FI에 기부하면서 정당의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성평등 수준이 매우 낮은 중동 지역에서는 다른 형태의 페미니스트 운동이 등장했다. 여성의 남성 스포츠 경기 관람을 허용하지 않았던 이란에서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투쟁이 1997년부터 시작됐다. 축구로 시작돼 ‘축구혁명’이라고 불리는 이란 여성들의 차별철폐 투쟁은 2006년 여성차별적인 가족법 폐지 백만 서명 운동으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마침내 2018월드컵을 계기로 여성의 축구장 출입이 허용됐다. 이처럼 각국의 여성들은 그들이 처한 현실 속에서 성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성평등은 정치적 자유나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추구돼야 할 가치다. 성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에 따라서 여성의 삶도 증진되고, 남성의 삶도 증진된다. 그런 점에서 성차별의 해소는 여성만의 과제가 아니라 남성의 과제이기도 하다.
  • 김혜련 보건복지위원장, 청소년의 일상 속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다

    김혜련 보건복지위원장, 청소년의 일상 속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다

    서울시의회 김혜련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초1)은 7월 21일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에서 개최된 2018년 성평등주간 기념행사 “청소년 #미투, 우리에게도 목소리가 있다!”에 참석하여 청소년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성평등 이슈들에 대한 생각을 듣고, 청소년들에게 성평등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행사는 2018년 성평등주간(7.1~7.7)을 기념하여 서울여성가족재단에서 7월 한 달 간 성평등을 주제로 한 강연·워크숍, 상영, 전시의 일환으로 주최한 행사로 ‘청소년 #미투, 우리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를 주제로 청소년들이 강연을 듣고 직접 본인들의 이야기를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마련되었다. 김혜련 위원장은 청소년 성평등을 위한 응원 메세지를 통해 “학교 내에서의 성폭력 문제는 스쿨 미투로 공론화 되었으나 학교 밖에서의 성폭력은 그것이 일상적 문제임에도 당사자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소외되거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늘의 자리가 더욱 의미 있다고 여겨지며, 특히 오늘 행사를 공동 기획한 세 페미니스트 그룹이 지금의 청소년이 고민하는 문제를 함께 겪고 있는 당사자이기에 서로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행사의 취지와 의의를 강조하였다. 또한 김위원장은 “서울시 의회는 서울시,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함께 성평등 도시 서울을 위해 오늘처럼 청소년들이 직접 말하는 장을 만들고, 또 작은 목소리라도 귀 기울이며 의정활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청소년 성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진성 시인, 극단적 선택했나…경찰 “무사하다”

    박진성 시인, 극단적 선택했나…경찰 “무사하다”

    지난해 9월 검찰에서 성폭행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진성(40) 시인이 자살을 암시하는 동영상을 올렸으나, 실제로는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인은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는 저와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녕히계세요. 짧게 끝내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아파트 복도 창문으로 보이는 높은 곳에서 밖을 찍은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박 시인은 “다시는 저와 같은 사례 없길 바랍니다. XXX기자. 똑바로 보세요. 당신이 죽인 겁니다. 저한테 어떠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기사 쓰셨죠. 당신이 죽인 겁니다. 문학과지성사 출고정지 푸세요. 나 죽으면 푸세요. 그리고 트위터 페미니스트들 2016년 10월부터 저한테 죽으라 재기해라 민기해라…. 갑니다 진짜”라고 외쳤다. 이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그의 안위가 걱정된다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전 7시 30분쯤 박씨 지인이 페이스북을 보고 112에 신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박씨를 안전하게 찾았다”며 “박씨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인근 병원으로 옮긴 뒤 아버지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박 시인은 2016년 10월 습작생 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SNS를 통해 제기되고 강간·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으나, 지난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올해의 ‘핫 피플’ 의정부高 졸업사진에 있다

    올해의 ‘핫 피플’ 의정부高 졸업사진에 있다

    16일 경기도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풍자하는 졸업 사진을 찍었다. 의정부고는 매년 졸업 사진에 이슈가 됐던 인물과 사건을 담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 학생이 페미니스트 시장을 자처했던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로 분장해 ‘최고 힙한(새롭고 개성이 강한) 서울시장’이라고 쓰인 푯말을 들고 있다. 두 학생이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분장해 남북 정상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한 모습을 따라하고 있다. 한 학생이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화제가 됐던 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혼자서 곱창을 먹는 모습을 비슷하게 흉내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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