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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식 “원전비리에 정책펀드 수백억 사용”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11일 원전비리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원전 브로커 오희택(55)씨가 정책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 한 의혹이 있다며 금융위원회에 정책펀드 전반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비리 사건에 연루된 한국정수공업을 압수수색하던 중 ‘영포라인’ 출신 원전 브로커 오씨가 정책금융공사 고위층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사실이 적힌 문건이 발견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국정수공업은 2010년 12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신성장동력 육성펀드로 지정되자 산은캐피탈과 JKL 파트너스가 공동 위탁 운용한 펀드 1600억원 중 642억원을 구주인수 방식으로 지원받았다. 김 의원은 “기존 몇몇 대주주에게 현금으로 지급된 것에 대해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로 볼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당시 계약 체결과 관련된 주요 인물들은 영포라인이거나 ‘MB(이명박 전 대통령) 금융맨’들이었다”며 “검찰은 이번 사건이 MB 정권의 권력형 비리 사건일 수 있다는 의혹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문건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현재 검찰수사의 초점은 오씨 등의 금품 수뢰 내용 및 용처 확인 등에 대한 수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정수공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의 수처리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1년 전부터 오씨에게 막대한 로비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정수공업이 2010년 9월과 12월 각각 5억원과 8억원을 오씨가 차명으로 미국에 설립한 N사에 송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⑥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꿈꾼다 - 독일의 327개 산학연 클러스터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⑥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꿈꾼다 - 독일의 327개 산학연 클러스터

    베를린 아들러스호프가 전 세계 중소기업 정책의 롤모델이 된 것은 ‘중소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최단거리’를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아들러스호프를 운영하는 베를린 시정부 소유의 비스타 매니지먼트는 클러스터 내의 중소기업에 연구비나 인력채용 등을 직접 돈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입지나 임대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기술개발 이외에 중소기업이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국제협력부터 펀드매칭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만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 중소기업이 필요에 따라 요청하면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전수해 줄 뿐이다. 철저한 그림자 속의 조력자 역할이다. 클러스터 내에 위치한 훔볼트대 학생들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된다. 학생이나 연구원이 아이디어나 기술을 제시하면, 클러스터 내 창업보육센터에서 충분히 고민해 볼 여건을 조성해 준다. 만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사업화에 나서면 일정 기간 경과를 지켜본 뒤 연관이 있는 기업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관심이 있는 기업이 모여들면 아예 그 분야를 클러스터 내에 하나의 빌딩이나 구역으로 묶어 돕는 식이다. 하디 루돌프 슈미트 비스타 매니지먼트 대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본적으로 개별 지원이 아닌 공공투자 개념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발 집약적 연구 회사들은 초창기 정착이 어려운 만큼 임대료 등을 최소한으로 낮춰 주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 도시계획을 잘 짜고 정주여건을 갖춰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들러스호프라는 브랜드를 계속 키워 내부의 중소기업들이 후광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구 동독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던 드레스덴은 ‘산·학·연 클러스터’의 성공으로 도시 전체가 부흥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드레스덴에는 드레스덴 공대를 중심으로 도시 북쪽과 남쪽에 각각 ‘매트폴리스’와 ‘미나폴리스’, ‘바이오폴리스’로 불리는 세 개의 클러스터가 위치하고 있다. 세 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기업은 1200개, 근무 직원 수는 4만 3000명에 이른다. 연구인력만 1만 5000명 수준이다. 1206년에 형성된 드레스덴은 2차대전 동안 산업기반 전체가 붕괴됐고, 통독 직후에는 사실상 유령도시 같은 수준이었다. 연방 정부와 드레스덴 시, 작센주 정부는 1992년부터 적극적인 부흥책을 폈다. ‘프라운호퍼’와 ‘막스플랑크’ 등 독일 주요 연구소 중 19개를 드레스덴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디르트 힐버트 드레스덴 부시장은 “당초 구상은 구 서독 지역의 우수한 연구원들을 신생 연구소로 옮기는 것이었지만,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낙후된 동독 지역으로의 이주를 거부했다”면서 “결국 동독 출신 인재들을 재교육시키거나, 새롭게 양성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드레스덴 계획에 드레스덴 공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대학에서 양성한 인재들이 지역의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고, 연구소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수한 교수와 연구진들이 드레스덴으로 몰려들었다. 뛰어난 연구성과들이 나오자 기술이전을 바라고 연구개발을 의뢰하기 위해 중소기업 클러스터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불과 20여년 만에 이뤄진 선순환 구조다. 특히 유럽내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면서 드레스덴은 ‘실리콘 색스니’(실리콘밸리+작센주의 영어 명 색스니에서 유래)로 불리고 있다. 1995년 이후 드레스덴은 고용인구와 기업 매출 모두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이후 드레스덴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8%에 이른다. 고용인원의 55%는 하이테크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 평균의 2배다. 아들러스호프와 드레스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독일의 클러스터는 독특한 중소기업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 특정 대기업 중심으로 협력업체가 모이는 방식이 아닌, 지역별로 비슷한 업종이 클러스터를 만들어 다른 기업들과 상호보완 관계를 형성하는 식이다. 올해 기준으로 독일 전역에 위치한 산업클러스터는 327개에 이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럽연구소 이호성 소장은 “자동차 산업을 보면, 한국은 대기업이 먼저 설립되고 그 주변에 납품·협력업체가 생기는 방식이지만 독일은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먼저 무리를 이루면 거기에 대기업들이 접근해 도움을 받는 형식”이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독일식 방식이 분명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 기계산업의 메카인 슈투트가르트 자동차 클러스터의 경우 222개 기업이 13만 4691명을 고용한 거대 중소기업들의 모임 속에 포르쉐, 보쉬 등 소수 대기업이 혼재한 구조로 돼 있다. 독일 내 최고 소득을 자랑하는 바이에른주의 경우에는 좀 더 세분화된 전략을 갖고 있다. 뮌헨을 비롯한 바이에른 지역에 있는 11개 대학별로 과학기술 분야를 특화시킨 것이다. 전자제어공학은 뮌헨공대와 뉘른베르크대, 나노기술은 뮌헨대와 뷔츠부르크대, 바이오기술은 레겐스부르크대 식이다. 이들 대학은 개별적으로 막스플랑크 또는 프라운호퍼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주 곳곳에 설치된 기술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에 이전된다. 막스플랑크 재단 관계자는 “기술센터의 기본적인 목표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단 하나뿐”이라며 “기술센터의 네트워크는 7만 5000여명의 전문가 집단과 4만 개의 기업체, 400여개의 연구기관에 걸쳐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각 대학과 연구기관은 중소기업 기술이전 센터를 갖고 있다. 그 결과 바이에른은 독일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8.4%를 차지하고 있다. 베를린·드레스덴·뮌헨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마포구 백년대계 300억 장학재단 2021년 꿈★ 이룬다

    마포구는 올 하반기 출범할 ‘마포인재육성장학재단’에 대한 연구용역결과를 8일 공개했다. 원래 구의 출연금을 씨앗으로 한 장학기금은 80억원쯤 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년간 796명에게 장학금 12억원을 줬다. 구는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2021년까지 300억원대의 장학재단으로 키울 요량이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재단 같은 것을 운영할 때 기부 요구나 기부 광고를 금지한 법률. 은근한 반강제를 막으려는 것이다. 기존 장학기금을 장학재단으로 전환한다 해도 돈을 불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장학재단 확대 방법을 두고 외부 연구용역을 받았다. 구는 두 가지 결론을 얻었다. 먼저 ‘펀드 인 펀드’ 방식이다. 기업이나 단체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자그마한 사설 자선단체 같은 것을 재단에 끌어안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라면서 “조사해보니 열악한 사정의 민간장학재단 같은 게 있는 만큼 함께 손잡는 방식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개인 기부자, 원래 기업이나 재단이 쓰던 이름이나 관행을 고스란히 유지해준다. 또 다른 하나는 성적, 또는 학생 위주에서 공개오디션 같은 것을 통해 다양한 재능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홍섭 구청장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단체들과 연계한 장학재단이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CJ오쇼핑, 中企 해외진출 지원 강화

    CJ오쇼핑, 中企 해외진출 지원 강화

    빨래 건조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홈파워’의 김대성 대표는 2011년 주력 상품인 건조대 생산을 중단하고 설비시설 철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국내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하고 타사 상품과도 차별화가 안 돼 매출이 계속 줄었기 때문이다. 김수철 CJ오쇼핑 부장은 김 대표를 찾아가 인도에서 빨래건조대를 팔아보자고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인도에는 집안에서 빨래를 말린다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김 부장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 지역에서는 좁은 아파트 안에서 옷을 말릴 수밖에 없어서 실내 건조대의 잠재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세탁기 보급률이 낮은 인도에서는 손빨래를 많이 하는데 물을 흠뻑 머금어 무거운 전통의상을 걸어 말리려면 튼튼한 건조대가 필요했다”면서 “홈파워와 상의해 건조대의 지지대를 보강하고 접합부위를 강화한 상품을 만들어 CJ오쇼핑의 인도 현지 합작회사인 SCJ에 소개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홈쇼핑의 장점을 살려 방송에서 건조대 활용법을 알려주자 인도 주부들의 주문전화가 밀려들었다. 5000개가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현재도 월 2만개가 꾸준히 팔린다. CJ오쇼핑은 홈파워처럼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기로 했다. CJ오쇼핑은 8일 서울 중구 필동의 CJ인재원에서 해피콜, 휴롬, 동경모드 등 94개 협력업체를 초청해 동반성장 선포식을 열었다. 이날 발표된 상생협력안의 뼈대는 해외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국내 우수 중소기업의 상품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지 소비자 수요에 알맞게 상품 디자인과 기능을 갖추도록 CJ오쇼핑이 ‘마케팅 상담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글로벌 상품을 공급하는 자회사인 CJ IMC를 통해 CJ오쇼핑이 진출한 중국, 베트남, 태국 등 6개국의 8개 홈쇼핑채널에서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미 2004년부터 100여개 중소기업이 CJ IMC를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CJ오쇼핑 해외 법인의 국내 제품 매출액 1700억원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 판매액이 15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CJ오쇼핑은 200억원 규모인 상생펀드를 400억원으로 늘리고 시중금리보다 최대 1.8~3.3% 포인트 낮은 이자율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줄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매년 30억원 범위 내에서 무이자로 자금을 지원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의정 포커스] 차재홍 마포구의원

    [의정 포커스] 차재홍 마포구의원

    요즘 서울 마포구엔 관광사업이 한창이다. 관광정보를 널리 알리는 이동차량 관광안내소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런 과감한 정책을 뒷받침한 데는 차재홍 구의원이 있다. 차 의원은 2011년 관광산업 활성화 조례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고 그런 젊은 문화 때문에 많은 해외 젊은이들의 관심이 쏠린다는 점에 착안해 초선의원이었음에도 관광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 법률 관계를 검토한 다음 조례안을 발의했다. 차 의원은 “지역 관광 여건을 개선하고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광산업활성화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 등을 규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름대로 애써 열매를 맺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보람 있었던 일로는 노인일자리 사업 기간 연장을 꼽았다. “실제 현장을 방문해 보면 해당 주민들이 아주 기뻐하시더라”고 말했다. 기존 노인일자리 사업 기간은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간이었다. 여기에다 매칭펀드 방식으로 2개월 늘렸다. 차 의원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그는 “일자리사업에서 나오는 돈이 어느 정도 생계에 도움이 되는 데다 일찍 일어나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마을에도 좋고 개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퍽 괜찮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이를 토대로 기간 연장을 꾸준히 요구해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자랑한다. 지역에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통감하던 중 구의회와 구청 1층 로비를 도서관과 북카페로 만들어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아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6월 전국지역신문협회 주관 기초의원 의정대상을 받았다. 차 의원은 “구민 입장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능동적 의정활동으로 경쟁력 있는 의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상하고 있는 다음 정책에 대해서는 “연남동 공영주차장 계획 같은 게 있는데 조금 더 구체화되면 설명하겠다”며 웃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원전핵심부품 국산화로 속여 141억 납품

    원전비리가 ‘권력형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알려진 원전 핵심부품(터빈밸브작동기)이 외국산 중고부품을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원전비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전 부품 업체와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은 터빈밸브작동기에 외국산 중고 부품을 장착해놓고도 마치 국산화에 성공한 것처럼 속여 무려 수백억원대의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은 한수원이 지난달 29일 원전 납품 업체인 H사 황모(54) 대표와 이모(46) 전 한수원 차장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해옴에 따라 이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터빈밸브작동기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한수원을 속인 뒤 2008년부터 3년간 수의계약을 통해 밸브작동기 24대(대당 5억여 원가량)를 납품해 141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또 2011년 입찰을 통해 터빈 밸브 작동기 12대(68억원)에 대한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가 입찰 과정에 부정행위가 드러나 계약이 파기됐다. 터빈 밸브 작동기는 증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리는 원전 주요 부품인데 황 대표 등은 증기량을 조절하는 피스톤 방식의 실린더를 패드 방식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이 최근 H사가 납품한 고리 1발전소의 터빈 밸브 작동기를 분해한 결과 실린더에 외국산 피스톤이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또 고리 1발전소 자재창고에서 대당 3000만원인 외국 피스톤 실린더 상당량이 밀반출된 정황을 포착했으며 분실된 피스톤 실린더가 H사의 터빈 밸브 작동기에 장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터빈밸브작동기는 증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리는 원전 주요 부품으로 증기량을 조절하는 ‘서브실린더’가 핵심이다. H사와 고리원전은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착수해 2007년 11월 터빈 밸브작동기를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핵심 부품 서브실린더를 ‘피스톤실 방식’에서 ‘패드실 방식’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며 특허까지 받았다. 이과정에서 H사는 2006년 터빈밸브작동기 국산화 개발업체로 선정돼 한수원으로부터 6억원의 연구개발비도 지원받았다. H사와 함께 개발에 참여했던 이 전 차장은 2008년 11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한수원 최초 ‘국가품질 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고 있으며 혐의가 밝혀지는 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관계자는 “한수원이 수사의뢰한 내용과 납품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전 수처리 설비 공급 등과 관련해 거액의 금품로비를 벌인 한국정수공업의 이모(75) 회장이 정책자금 관리자들에게 5억원을 제공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한국정수공업은 2010년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주관하고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가 위탁운용한 신성장 동력 육성 펀드에서 642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영포라인’ 출신 브로커 오희택(55)씨 등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회장은 지난해 5∼6월 JKL파트너스에서 파견한 한국정수공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유모(45)씨를 통해 산은캐피탈에서 비상임 감사로 파견한 최모(49)씨에게 자기앞수표로 5억원을 전달했으며 유씨는 이 가운데 2억 5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JKL파트너스와 산은캐피탈은 각각 이 회장과 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민선 5기 3년! 구정의 품격] 박겸수 강북구청장

    [민선 5기 3년! 구정의 품격] 박겸수 강북구청장

    구청장실에 들어섰더니 일단 전등 몇 개와 선풍기부터 켠다. 혼자서는 딱 자기 자리 불만 켜 둔다. 불 몇 개, 선풍기는 그나마 손님 접대용이다. 농담 삼아 황송하다고 했더니 “아이고, 그놈의 원전은 왜 그렇게 해 가지고….”라더니 그냥 빙긋 웃는다. 6일 집무실에서 마주 앉은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골치 아픈 일 따윈 그냥 싱긋 웃어 넘기는, 그런 긍정적인 태도였다. 시의원을 하다 실제로 구청장을 3년간 해 보니 어떠냐고 물었더니 첫 대답이 이랬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희망을 봤다는 거예요. 미래의 강북구가 어때야 하느냐에 대한 나름의 그림들이 있을 텐데 그걸 저는 역사문화관광 도시라고 봤고,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어요. 또 하나는 구청 직원들의 능력은 무한대라는 겁니다. 공약 이행 과정에서 쭉 지켜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입니다.”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의 하나로 지난해 4·19문화제를 열었고 강북구의 근현대사 주요 인물 16인의 발자취를 한데 모은 박물관 건설 사업에도 착수했다. 많은 박수도 받았고 주변의 관심도 높아 구청장으로서 의욕이 넘친다. 북한산국립공원, 북서울꿈의숲, 오동근린공원, 우이천 등과 한데 엮어낼 생각이다. 그는 “예술인촌, 주말농장, 가족 캠핑장 같은 시설이 다 들어서면 북한산도 둘러보고 역사 공부도 하고 캠핑도 즐길 수 있는 스토리텔링 관광 코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의원 시절 박 구청장의 전공 분야는 교육이었다. 그래서 지난 1월 8억원의 모금으로 시작한 ‘강북구 꿈나무키움 장학재단’을 100억원대 장학재단으로 키울 원대한 꿈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내 도서관, 마을문고 등에 보관된 32만권의 책을 스마트폰으로 예약해서 가까운 지하철역, 도서관, 마을문고 등에서 받아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둔 ‘U-도서관’도 자랑거리다. 성인 대상 인문학 강좌 ‘다산아카데미’,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청소년희망원정대’도 만들었다. 박 구청장이 요즘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 가운데 하나는 미아삼거리역, 미아역, 수유역 일대 역세권의 개발이다. 그는 “이 지역 개발이 잘 이뤄지면 서울 동북부 지역은 물론 의정부, 동두천, 양주 등 경기 동북부 지역 주민들의 쇼핑, 문화, 교육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강북구가 명실상부한 자족 거점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이미 미아삼거리 일대는 서울의 10대 먹자골목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이 사업이 잘 추진되면 신촌, 홍대에 맞설 수 있는 상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 상권과의 조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수유시장에 주차장을 만들어 백화점과 경쟁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구청장의 고민은 재정 문제다. 복지예산의 압박이 만만치 않아서다. “중앙정부에서는 자꾸 매칭펀드 얘길 하는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시하는 사업은 당연히 국가가 예산을 부담해야지, 왜 매칭펀드 타령입니까. 그 부담만 없으면 얼마든지 더 좋은 자체 사업을 할 수 있을 텐데 아주 안타까워요.” 한마디 더 붙인다. “너무 앓는 소리 하는 건가요?” 역시나 빙긋 웃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한국 젊은이, 삼성같은 회사 만들 생각하라”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한국 젊은이, 삼성같은 회사 만들 생각하라”

    “한국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창업을 해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 법조인 등을 선택해 안으로 숨어들려는 ‘중병’에 걸려 있어요. 삼성에는 기를 쓰고 들어가려 하면서 왜 자기가 삼성 같은 회사를 만들 생각은 안 하죠.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지난달 8일 이스라엘의 경제수도 텔아비브에 있는 요즈마그룹 본사에서 만난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정부 임기 내에 창조경제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토양’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털인 ‘요즈마 펀드’를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지목하면서 국내에서 ‘창조경제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에서) 창업을 한 이들조차 경력을 스펙 삼아 안정적인 다른 일을 찾는 경우를 봤다”면서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현 성균관대 석좌교수) 같은 분이 만약 의사나 판사가 됐다면 한국 사회로서는 얼마나 큰 손실이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창업을 두려워하는 계기가 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벤처 붐 실패에 대해 “당시만 해도 창조경제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고 특히 한국에서는 좋은 기업이 나와도 이를 전 세계에 진출시킬 글로벌 네트워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한국에서 ‘싸이월드’ 설립 멤버를 만났는데 들어보니 ‘페이스북’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다”면서 “만약 싸이월드가 한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진출을 서둘렀다면 지금의 페이스북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에서 창조경제가 무르익으려면 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에서부터 창업투자 지원, 인수합병(M&A) 등 모든 분야가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돼야 한다”면서 “여기에 (창업) 문화까지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 성과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1984~1992년 이스라엘 산업통상자원부 수석과학관을 지냈고, 1993년 설립한 요즈마 펀드를 직접 설계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경제 브리핑] ‘ING생명’ 우선협상자에 MBK

    ING그룹이 ING생명보험 한국법인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선정했다. ING그룹은 앞서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 부여했던 우선협상권을 박탈하고 MBK파트너스에 일정기간 우선적으로 매각협상에 임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기로 했다.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 ⑤ ‘10년 대계’를 설계하라-실리콘밸리 신화 재미교포 3인의 고언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 ⑤ ‘10년 대계’를 설계하라-실리콘밸리 신화 재미교포 3인의 고언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창업자는 한국과 미국의 창업 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서울신문은 성공한 한국계 창업자 3명으로부터 한국 정부의 창조경제 육성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그들은 개인적 경험과 식견을 토대로 창조경제 성공의 전제 조건을 제시한 것은 물론 듣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불편할 수도 있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 이구형 뉴로스카이 창업자 “베끼는 문화부터 바꿔라… 프로젝트 철저한 검증시스템 시급” “얼마 전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서울의 명문대 학장급 대학교수 몇명이 이곳에 왔다. 나한테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을 듣고 싶다고 해서 만났는데 다짜고짜 자료부터 달라고 하더라. 내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자기들도 그거 다 안다고 아는 체만 하더라. 한국 돌아가서 내가 준 자료 베껴서 대충 보고서 만들 게 뻔하다. 대통령이 창조경제 강조하니까 요즘 한국에서 교수, 공무원, 정치인 등이 너도나도 정부 지원금으로 실리콘밸리에 몰려오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사전 공부나 조사 목표도 없이 온다. 과거 한국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처럼 이번 창조경제 정책도 ‘꾼’들에게 눈먼 세금만 펑펑 쓰게 하는 기회를 주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벤처기업 뉴로스카이의 공동창업자 이구형 박사는 지난달 중순 현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 관련 전문성도 없는 사람들이 준비도 없이 실리콘밸리에 ‘여행’을 와서는 해외 기관들의 업무에 지장만 초래하고 있다”면서 “중복되는 주제에 반복되는 해외 출장으로 국민의 세금만 낭비되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전자 연구원 출신인 이 박사가 2004년 실리콘밸리에서 공동 창업한 뉴로스카이는 사람의 뇌파를 제어신호로 바꿔 컴퓨터 게임 등에 접목하는 사업 모델이다. 지난해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2009년과 2010년에는 ‘전미 기술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3년 이상 생존한 한국계 벤처기업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목되는 성공 사례다. 이 박사는 “실리콘밸리가 실패에 관용적이라고 해서 모든 실패가 예찬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용인되는 실패는 개인의 비리 없이 최선의 노력 끝에 초래된 결과라는 전제 조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의 경우 도덕적 해이가 빚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처음부터 불성실하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프로젝트를 가려내는 정교한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평가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이 박사는 진정한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베끼는 문화’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이 창의적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등을 돌아다니며 기술 베끼기만 하고 있다”면서 “명색이 ‘창조경제’인데 그것마저 베끼는 건 너무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과거 한국이 가난할 때는 기술 좀 원조해 달라고 구걸하던 한국 기업들이 지금은 돈으로 기술을 사면 된다는 못된 버릇이 생겼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지금 한국 기업이 TV 만드는 기술이 세계 최고라며 우쭐대는데 TV를 우리가 창조했느냐”면서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남의 기술을 잘 베낀 것, 즉 엔지니어들이 몸으로 때운 성과라는 게 불편한 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정한 창조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면서 “지금 한국 대학은 창업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대기업 입사를 위한 종업원 양성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너제이(캘리포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공무원들 전문성·책임감 갖춰야” “정부 담당자가 최소 10년은 한 자리에서 직책을 바꾸지 않고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국 정부의 벤처 창업 육성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벤처투자회사(VC)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지난달 중순 현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벤처 투자에서는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실패를 감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창조경제 육성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때 이민 와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와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졸업한 김 대표가 1996년 설립한 알토스벤처스는 운용 자금이 1억 6000만 달러(약 1799억원)에 달하는 실리콘밸리의 주목받는 한국계 VC다. 김 대표는 “벤처 투자는 투자 후 5년 안에는 실패 사례가 안 나오고 10년 안에도 성공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정부 담당자들은 보통 1~2년 지나면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장기적 성공보다는 1~2년간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데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부가 벤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이 민간 벤처 투자자처럼 장기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간 투자자는 궁극적인 사업 성공이 인센티브인 반면 공무원은 좋은 보직으로의 승진이 인센티브라는 차이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벤처 투자는 속성상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하는데 정부가 그런 실패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민간 투자자의 경우 가끔식 큰 사고를 치더라도 전반적인 방향이 제대로 가면 되는 반면 정부 담당자는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인 인사고과로 이어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창조경제 육성 정책을 하다 보면 나쁜 일도 생길 테고 부정 행위 같은 것도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런 곁가지 때문에 정책을 바꾸는 게 아니라 꾸준히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정책을 추진해야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벤처에 돈을 풀 때는 한꺼번에 많은 돈을 푸는 것보다는 일정한 금액으로 꾸준히 푸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멘로파크(캘리포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 “투자자 우대하는 문화 정착돼야”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와 투자자를 우대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있는 한국계 벤처투자회사 부가벤처스의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중순 가진 인터뷰에서 “투자자 우대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쏟아붓는 창조경제 육성 정책은 현 정부 임기 만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종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5년 전 실리콘밸리에 온 송 대표가 창업한 부가벤처스는 자체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편 유망한 초기 벤처 기업인에게 투자하는 ‘에인절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송 대표는 “한국은 세제상 벤처 투자자가 얻어낸 자본 이익이 부동산 투자나 금융상품 투자에 비해 불리하게 돼 있는 등 투자자를 특별히 우대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벤처 투자에 성공하고 나면 빌딩부터 사고 골프치고 쉬면서 전문가에게 사업을 맡기려는 유혹을 받는 것 같다”면서 “반면 미국은 펀드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은 빌딩 사서 임대업을 하는 게 아니라 펀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창업가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있다”면서 “종업원은 창업가에게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일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존경심을 표한다”고 했다. 또 “미국 투자자 중에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도 많다”며 “돈 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벤처라면 흔쾌히 투자하겠다는 사람, 어린이나 노약자 대상 사업에만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창업에 대한 한국 사회 전반의 가치관이 바뀔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자녀가 창업한다고 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무슨 창업이냐’고 반대하는 부모가 없는 반면 한국에서는 과학고, 서울대를 졸업한 뒤 창업한다고 하면 결혼하기도 어렵다”면서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고 창업하는 것도 괜찮다는 사회적 인식이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팰로앨토(캘리포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 ⑤ ‘10년 대계’를 설계하라-이스라엘 벤처기업의 요람 ‘요즈마 펀드’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 ⑤ ‘10년 대계’를 설계하라-이스라엘 벤처기업의 요람 ‘요즈마 펀드’

    뙤약볕이 따갑게 내리쬐된 지난달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시립도서관. 이름이 무색하리만치 다양한 나이대의 이용자들이 노트북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도서관은 벤처기업을 만들려는 이들을 돕기 위한 창업지원센터(BI·Business Incubator) 역할을 함께하는 곳이었다. 창업자가 아이디어 심사만 통과하면 무료로 창업 공간을 쓸 수 있고 벤처 투자 알선 등 각종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입을 꾹 다문 채 수험서 공부에 여념이 없는 우리 학생들의 도서관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신이 직접 만든 모바일 현미경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연계해 간단히 신체 내 암 세포를 찾아내는 키트를 개발한 데이비드 레비츠(35)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신의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인 ‘모바일OCT’를 성공시키기 위해 텔아비브를 찾았다. 실리콘밸리 같은 좋은 창업 환경을 마다하고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묻자 “자가용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텔아비브는 자전거 한 대만 있으면 반나절 안에 기술연구소와 투자사, 관공서, 변리사·변호사 등을 모두 만나고 돌아올 수 있어 세계에서 창업 생태계가 가장 좋은 도시”라고 웃으며 말했다. 기자와 동행하던 이스라엘 출신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장에게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성공 비결을 묻자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에서는 한국의 벤처 환경을 부러워했어요. 당시 벤처 붐을 타고 한국에서 1만 개가 넘는 벤처기업들이 쏟아져 나왔잖아요. 지금 이스라엘을 배우려 하는 한국으로선 정말 격세지감이 들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한국의 창업 생태계를 부러워하던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 생태계 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스라엘에 본격적인 벤처 창업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1991년 옛 소련 해체를 전후해 그 지역에 흩어져 살던 75만여명의 유대인들이 돈과 자유를 찾아 이스라엘로 넘어왔다. 당시 인구가 700만명도 되지 않던 나라에 100만명 가까운 이민자들이 순식간에 유입되면서 이스라엘은 실업률 급등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 당장 이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정부는 과학자나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들에게 창업을 권장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스라엘 최초로 BI를 세우고 벤처 투자 관련법도 정비해 나갔다. 투자자에게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을 짊어지게 하고 실패한 사업가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 이스라엘 특유의 창업 시스템도 이때 완성됐다. 이스라엘 창조경제 구축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1993년 설립된 ‘요즈마 펀드’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정부(40%)와 민간(60%)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이스라엘 산업통상자원부 수석과학관을 지냈던 이갈 에를리히(현 요즈마그룹 회장)가 직접 설계했다. 이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개별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경험 많은 민간 투자회사들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뒤 서로 경쟁시켜 최대한 많은 벤처기업에 자금이 수혈되도록 배후에서 움직였다는 데 있다. 요즈마 그룹은 각각의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해 개별 펀드 운용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개별 펀드사들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많은 신생기업을 발굴해 투자했고, 해당 기업이 성공해 큰 수익을 거두면 이를 더 많은 신생 기업들에 재투자해 선순환되게 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생태계 플랫폼’ 역할을 한 것이다. 개별 펀드사들이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면 요즈마 지분을 정리해 정부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지분을 미끼로 펀드사들에게 끊임없이 배당금을 받아낼 수도 있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스스로 해체를 선택했다. 마중물로서의 역할이 요즈마 펀드의 책임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 같았으면 ‘신이 내린 공기업’으로 계속 남겨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요즈마 펀드가 시도한 ‘매칭 펀드’ 방식도 큰 성과를 거뒀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전쟁 지역인 이곳에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해외 펀드사는 많지 않았다. 그때 요즈마는 외국의 벤처 펀드가 투자한 금액만큼 자신도 같은 액수를 투자해 실패 위험을 반으로 줄여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해외 펀드 자금에 세금을 면제해 주는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면서 유대계 자금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서서히 이곳에 발을 붙이기 시작했다. 1억 달러(약 1123억원)를 갖고 시작한 요즈마 펀드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요즈마 펀드가 초기 80만 달러(약 9억원)씩 투자했던 10곳의 펀드사는 현재 40억 달러(약 4조 4920억원)를 굴리며 수백개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요즈마 펀드가 직접 투자했던 15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9곳이 상장되거나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며 성공했다. 1991년만 해도 단 두 곳에 불과했던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은 요즈마 펀드 출범 이후 70여곳으로 늘었다. 해외에 사무실을 둔 펀드들까지 합치면 300곳이 넘는다. 이를 통해 해마다 20억 달러(약 2조 2460억원) 안팎의 자금이 벤처기업에 투자된다. 1991년만 해도 5800만 달러(약 651억원)에 불과했던 벤처캐피털 규모도 10년 뒤인 2000년엔 33억 달러(약 3조 7059억원)로 60배 가까이 커졌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의 IT 관련 매출도 16억 달러(약 1조 7968억원)에서 125억 달러(약 14조 375억원)로 급증했다. 10년의 뚝심있는 정책이 이스라엘을 ‘진흙 속의 연꽃’으로 바꿔놓았다. 주이스라엘 대사관 김영태 산업관은 “우리나라도 미라벨리스(1997년 거액에 인수합병된 이스라엘 벤처기업)처럼 대기업과 벤처 간 ‘상생의 M&A’ 사례를 만들어 내 창업 생태계 구축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부실한 모기지 상품 판매 ‘유죄’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 부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겨 막대한 손실을 입힌 골드만삭스 전 부사장에게 결국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골드만삭스 사기 파문의 주범인 파브리스 투르(34)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7가지 혐의 가운데 6개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07년 골드만삭스가 모기지 관련 상품인 ‘합성 부채담보부증권(CDO)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10억 달러(약 11조원) 상당의 손실을 입혔다며 2010년 회사와 당시 담당자였던 투르를 동시에 제소했다. 당시 이뤄진 파생상품 거래로 골드만삭스와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어 미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투르가 당시 애인에게 “모기지 사업은 완전히 죽었다”고 적은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공개되면서 그가 이미 금융위기가 임박했음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투르는 이날 재판에서 “월가의 붕괴는 시간문제였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결국 배심원들은 SEC가 주장한 범죄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파생상품 거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월가의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메리 샤피로 전 SEC 위원장은 “향후 금융기관의 과실에 대한 비슷한 사건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유죄를 끌어내기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검찰 “최태원 회장 항소심과 별개 수사”…‘김원홍 횡령주도 녹취록’ 진위도 변수

    검찰 “최태원 회장 항소심과 별개 수사”…‘김원홍 횡령주도 녹취록’ 진위도 변수

    회사 자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53·수감 중) SK그룹 회장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온 전 SK 고문 김원홍(52)씨의 국내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의 향방이 주목된다. 김씨는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쥔 인물로 그의 진술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소 중지 상태인 김씨가 송환되면 검찰은 법원 재판과는 별도로 김씨에 대한 나머지 수사를 바로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변론을 재개해 김씨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릴 전망이다. 김씨는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 회장과 최재원(49) SK 수석부회장의 범행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2005년부터 무속인 출신 선물옵션 전문 투자자인 김씨를 통해 선물옵션 투자를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경우 눈에 띌 것을 염려한 최 회장은 동생 최 부회장의 계좌를 이용해 투자를 하게 됐고, 김씨는 선물투자를 대행하는 역할을 했다. 검찰은 2011년 SK 사건 수사 초기 이같이 ‘최 회장→최 부회장→김씨’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을 바탕으로 최 회장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사건의 ‘키맨’으로 떠올랐으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1년 3월 중국으로 달아나 자취를 감췄다. 이후 검찰은 김씨에 대한 기소를 중지하고 수사를 일단락한 뒤 행적을 쫓아 왔다. 검찰 관계자는 2일 “김씨가 송환되면 현재 진행 중인 최 회장의 항소심 재판과는 별개로 소환 조사 및 추가 수사를 거친 뒤 사법 처리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장기간 해외로 도피해 있었던 만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김씨가 이번 사건을 주도한 주범으로 지목된 만큼 김씨의 진술에 따라 재판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사건의 항소심 재판은 크게 ‘펀드 자금의 이동을 곧 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와 ‘자금 이동을 지시하고 사건 전반을 주도한 사람이 누군지’를 밝히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심 재판 당시 최 회장은 동생 최 부회장이 펀드 조성을 주도했고 자신은 펀드 조성과 송금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그는 펀드 조성과 투자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모든 과정이 김씨의 요구에 의해 이뤄졌고 자신은 불법 송금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또 2005년부터 김씨에게 맡긴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지난달 26일 김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기도 했다. 김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될 경우 ▲최 회장 형제의 주장처럼 펀드 선지급금 송금을 주도했는지 여부 ▲최 회장이 김씨를 믿을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 ▲김씨가 최 회장 형제의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의 진위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만일 녹취록 내용 및 최 회장의 주장대로 김씨가 자신이 펀드자금 횡령 사건을 주도한 진범이라고 증언한다면 최 회장의 형량은 가벼워질 수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이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에서 그가 최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도 커 현재로서는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SK 측은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 핵심 관계자는 “재판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키를 가진 김씨가 나타난 것은 나쁘지 않은 징조”라면서도 “다만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지는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조심스럽게 지켜보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 등에 따르면 김씨는 그동안 여권이 취소돼 불법 체류 신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3월 19일 검찰 요청에 따라 김씨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법무부는 타이완 당국과 김씨를 강제 추방하는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세계가 인정한 농업한류, 한국만 몰라”

    “세계가 인정한 농업한류, 한국만 몰라”

    “많은 나라가 농업 한류(韓流)에 열광하고 있어요. 농업에서 그동안 한국이 보여준 놀라운 성취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들이 그걸 잘 모르는 거죠.”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촌의 기아 퇴치와 농업·농촌 혁신 등을 담당하는 유엔의 대표적인 산하기구다. 우리나라도 배고픔에서 벗어나기까지 FAO로부터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한국이 FAO 회원국이 된 것은 1949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위직에 진출해 전 세계 농정을 이끌어 본 인물은 없었다. 올 2월 김종진(53) 전 농림축산식품부 통상관(차관보급)이 이곳 남남(南南)협력·재원조달국장으로 가기까지는 그랬다. 개인적인 일로 한국을 잠시 방문한 김 국장은 2일 “최근 한국 농업의 경험과 기술, 특히 새마을운동을 전수받으려는 개발도상국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지금 개도국들이 겪는 문제를 절실하게 경험했던 한국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카메룬의 쌀 소비량은 연간 8%씩 늘지만 생산량 부족 때문에 매년 40여만t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1970년대 같은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종자 개발 착수 5년 만에 통일벼 개발에 성공(1977년)하고 쌀 자급률 100%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2010년부터 아프리카 17개 국가 및 아시아 10개국과 협의체를 구성해 우리 농업 기술을 전해 주고 있다. 올해 각각 24억원과 22억원의 예산으로 벼농사 기술이나 병해충 방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가 극복한 나라가 아직 뒤처져 있는 나라를 지원하는 것을 ‘남남협력’이라고 한다. 주로 북쪽에 있는 선진국이 개도국을 지원하는 ‘북남(北南)협력’과 대비되는 용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남남협력 수준은 아직 초보 단계다. 중국은 2008년 3000만 달러(약 337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농업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농업을 매개로 경제 영토를 넓히는 셈이다. 김 국장은 “개도국에 농업을 지원하면 결국 우리 인력과 시설이 그 나라로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모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실적인 도움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에 첨단 농업 기계와 기술을 지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극빈국 농민들에게는 평범한 경운기 한 대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SK재판 핵심 김원홍 타이완서 전격 체포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의 ‘465억원 횡령 사건’ 재판에서 핵심 인물로 지목된 전 SK해운 고문 김원홍(52)씨가 타이완에서 체포됐다. 오는 9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SK 사건’의 핵심 증인이 전격 체포돼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7시 타이완 북부 지룽시에서 이민법 위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타이완은 한국과 국교 관계가 단절돼 있어 법무부 등이 타이완 당국과 신병 인도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최 회장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지급금 명목으로 SK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50억원 횡령’의 실체를 밝힐 인물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젊은층 목돈 마련 저축상품 ‘장기세제혜택 펀드’ 운명은

    젊은층 목돈 마련 저축상품 ‘장기세제혜택 펀드’ 운명은

    증권·자산운용 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장기세제혜택 펀드’가 올 하반기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펀드는 침체에 빠진 시장에 단비가 돼 줄 것으로 업계가 기대하고 있는 상품으로, 금융당국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2030 젊은 세대를 위한 저축 상품으로 장기세제혜택 펀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세제혜택 펀드는 5년 이상 가입한 사람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서민 목돈 마련 목적이어서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만 가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장기세제혜택 펀드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법률안은 국회에서 1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기획재정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부담 등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젊은 층을 위한 목돈 마련 저축상품이 절실하다는 점을 장기세제혜택 펀드 도입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서태종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기존 재형저축이나 연금저축 상품은 기성세대에 초점을 맞춘 안정추구형 상품으로, 적은 돈으로 고수익과 세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젊은 층을 위한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다”면서 “펀드 활성화로 주식거래가 활발해질 경우 증권거래 세수 증가를 통해 소득공제에 따른 세수 손실 보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장기세제혜택 펀드 도입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업계에 활력소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의 경우 10년 가까이 투자를 한다는 점이 어렵긴 하겠지만 고수익 달성과 세제혜택 등이 유인 요소가 될 것이고 업계로서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늦어도 하반기에 꼭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고령화 시대로 가면서 미래를 위한 목돈 마련이 더욱 절실해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장의 생활에 급급해 단기 투자 중심인 경향이 많다”면서 “장기세제혜택 펀드는 투자 방식을 장기로 바꾸고 안정적인 투자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檢 수사 재개… 최회장 선고 늦춰질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전 SK해운 고문 김원홍씨가 타이완 경찰에 체포되면서 SK 항소심 재판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오는 9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가 연기되고 재판 자체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는 대로 소환해 SK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기로 해 SK 재판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1일 “SK 재판 일정 변경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원 내에서는 SK 변론이 재개될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중앙지법·고법 부장판사들은 “김씨가 핵심 인물인 만큼 증언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변론이 재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씨는 최 회장의 운명을 가를 핵심 증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이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은 핵심 혐의인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지급금 명목으로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65억원 횡령’ 비밀을 풀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 공판에서 “김씨한테 홀려 사기를 당했다”며 “SK C&C 주식을 제외한 전 재산을 김씨에게 맡기고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인 계열사 자금 인출도 김씨가 자신 몰래 감행한 범행이라며 김씨를 횡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4부 문용선 부장판사도 지난달 11일 공판에서 “김원홍이 뒤에 숨어서 이 사건을 기획·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됨됨이가 이 사건을 심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최근 김씨를 검찰에 고소한 뒤 고소장을 양형 자료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011년 5월 검찰이 본격 수사하기 전 중국으로 도피한 뒤 타이완에 체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지난 4월 29일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도 이를 채택했다. 최 회장 측은 “김씨가 공교로운 시점에 붙잡혀 사건의 결말을 알 수 없게 됐다”면서 “검찰이 아니면 피고인이라도 김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언제 송환될지도 관심이다. 재판부가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변론을 재개할 경우 피고인들의 구속 만기가 문제가 된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이달 중순, 최 회장은 다음 달 말로 구속 기한이 정해져 있다. 법원 관계자는 “김씨가 재판에 꼭 필요하고 국내 송환이 확실시되면 피고인들을 보석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타이완과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당국 간 협의만 되면 금방 처리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해외 부동산으로 눈 돌리는 보험사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진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을 설립해 런던 금융가의 사무실빌딩 ‘서티 크라운 플레이스’를 인수했다. 경찰공제회, 새마을금고, 동양생명 등과 함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 있는 2000억원 규모의 호주우체국 NSW본부 빌딩도 인수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0월 한화손해보험과 사모 부동산펀드를 통해 영국 런던의 국제법률회사 에버셰즈 본사에 2540억원을 투자했다. 올 3월에도 런던 ‘로프메이커플레이스’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해상은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갈릴레오 오피스’ 빌딩 인수에 참여해 400억~45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SRA자산운용의 서티 크라운 플레이스 인수 때에도 200억~250억원의 지분 참여를 했다. 교보생명도 해외부동산 투자를 위해 대체투자전문 자산운용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임대소득 등 해외 부동산 수익률이 국내에서 자산을 운용해 얻는 수익률보다 높다 보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김원홍 SK고문 대만서 체포…최태원 회장 ‘선고’에 어떤 영향?

    최태원 SK 회장의 횡령 혐의 재판에서 사건의 주요 당사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김원홍 SK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됐다. 1일 검찰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김 고문은 지난달 31일 이민법 위반 혐의로 대만 경찰에 체포됐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국교 관계가 단절돼 있어 향후 신병 인도와 관련해 법무부 및 검찰 등 수사 당국이 대만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영사업무 처리 단계”라면서 “향후 대만 당국과 송환 절차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의 횡령 혐의에 연루된 핵심 관련자인 김 고문이 체포되면서 선고를 앞두고 있는 최 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계열사 자금 인출의 통로가 된 베넥스 펀드가 김 고문의 종용에 의해 자신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재판에서 밝힌 바 있다. “김원홍씨한테 홀려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고문은 현재 검찰에 의해 기소중지돼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기홍의 시시콜콜] ‘네이버 城主’ 이해진이 잊고 있는 것

    [정기홍의 시시콜콜] ‘네이버 城主’ 이해진이 잊고 있는 것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그제 1000억원 펀드 조성 등 중소·벤처기업의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독점 지위로 인터넷 생태계를 훼손하고 불공정 계약을 일삼는다는 비판에 따른 자구책이다. 하지만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입법화를 앞둔 ‘네이버법’을 의식해 설익은 내용을 내놓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NHN은 1997년 삼성SDS의 사내벤처 ‘네이버포트’에서 시작, 2년 뒤 현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이 자본금 5억원으로 독립해 ‘네이버컴’을 출범시키며 탄생했다. NHN은 ‘토종 포털’ 자리를 지킨 네이버 덕분에 한 해 매출 2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음 등 국내 포털을 제압하고 야후를 국내시장에서 철수시켰다. 검색시장 맹주인 구글마저도 설 땅을 좁게 만들며 파죽지세의 길을 걸었다. 이처럼 네이버의 성장사는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검색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등 ‘공룡 포털’이 되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황폐화시킨 ‘공적’이 된 상태다. 척박한 인터넷 지식산업을 화전 일구듯 구축해온 네이버로선 억울할 법도 하다. 네이버의 지식검색은 지식의 새 지평을 열었고, 지식의 유통구조를 바꿔 놓았다. 네이버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DB)는 2억~2억 5000만개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국인의 하루가 네이버를 통해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고 하지 않는가. 한눈을 팔지 않고 검색 연구에만 몰두해 온 네이버의 업적이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왜 여론의 난타를 당하는가. 이는 경영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NHN은 개방하고 공유하는 수평적 경영철학을 가진 듯하지만, 폐쇄적인 수직계열화를 취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명멸을 보아온 NHN로선 살아남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한때 주목받던 네띠앙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아이폰의 애플이 흔들리는 게 정보기술(IT) 시장이 아닌가. 진화의 주기가 빠른 인터넷시장에서 ‘권불십년’(權不十年)의 명언을 NHN이 잊었을 리 없다. 법조인 출신인 김상헌 대표의 영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덩치가 커지면서 법률적 점검 사안이 많아졌고,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김 대표는 이에 알맞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네이버의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위한 담론과 공론화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막강 포털’에 대한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어느새 ‘가두리양식장’ ‘벽을 친 정원’이란 비아냥을 듣는다. NHN은 ‘구글 왕국’이 왜 상생의 대명사가 됐는지 새겨야 한다. 판매자와 이용자, 포털 모두가 이익이 되는 구조를 더 찾아 보라는 뜻이다. 늦었다고 판단할 때가 빠른 것이고, 고통 속에서 도출된 결론은 필살기가 된다. 김 대표가 언급한 “간과한 부분”, “겸허히 수용” 등이 진심이길 바라는 이유다. 포털의 뜻은 관문이다. 관문의 역할을 잊고 자신의 성(城)만 쌓는다면 인터넷의 평화는 요원하다. 논설위원 h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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