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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규철의 DVD폐인]거실에서 조용필과 함께

    DVD 타이틀에 수록되는 내용은 대부분 영화인 경우가 많지만,가수나 연주가들의 공연실황이나 뮤직비디오를 담은 음악 타이틀들도 적지 않게 출시되고 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음악 타이틀들이 이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역시 5.1채널의 이점을 충분히 살린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선명하고 아름다운 보컬과 각기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음색을 내는 악기들,그리고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까지,DVD로 듣는 음악은 마치 공연장을 거실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대단히 환상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아래에 소개해 드리는 음악 타이틀들은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많은 인기를 모은 음악 타이틀들로,사운드 하나만큼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타이틀들이다.한번 들어 보면 왜 이 타이틀들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스:Hell Freezes Over DVD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소장해야 할 타이틀.모든 음악 DVD 타이틀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음악 DVD의 바이블’이라는 거창한 호칭이 따라다닌다.하지만 그런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치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주어,DVD의 초창기 시절부터 오랫동안 레퍼런스급 타이틀로 분류되어 왔으며,지금도 인기순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1994년 재결성된 이글스의 공연을 담고 있는 타이틀로 dts트랙에 담긴 사운드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치 멋들어지고 완벽한 멀티채널의 정수를 보여준다.4:3의 화면비율과 전무한 부가영상이 아쉬움을 주지만,사운드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 ●코어스:언플러그드 아일랜드 출신의 4남매로 구성된 가족 밴드 ‘코어스’의 공연실황.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악기를 쓰지 않은 어쿠스틱 사운드로 이루어진 공연으로,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편안한 발라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앞서의 이글스와 쌍벽을 이룰 만큼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타이틀로,이글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현장감 넘치는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준다.특히,이글스의 타이틀이 dts트랙을 가진 음악 타이틀 중 으뜸으로 평가 받는다면 이 타이틀은 돌비 디지털로 된 음악 타이틀 중 최고의 사운드로 평가 받는다. 이 두 타이틀외에도 헤비메탈 팬들에겐 ‘Metallica:S&M’을,팝 팬에겐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Live from Las Vegas’를 추천할 만하다.모두 선명하고 풍성한 멀티채널의 즐거움을 잘 살려 준다.우리나라의 뮤지션으로는 역시 조용필의 타이틀을 꼽을 수 있다.최근 출시된 ‘조용필-The History’는 작년 8월에 열린 그의 35주년 기념공연 실황을 담은 것으로 매끄러우면서도 선명한 사운드를 자랑하며 지금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고 있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O!st’ ★들의 ‘어깨동무’

    영화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빛과 소금’같은 장치가 배경음악이다.영화의 독특한 감성을 전달하는 데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몫을 담당하기 때문.영화음악을 재료로 한 마케팅이 최근 갈수록 다양해지는 건 그래서다. 영화음악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홍보전에 투입된다.이른바 ‘뮤비’(뮤직비디오)를 통해서다.인터넷 등에서 작품 이미지를 미리 노출시키는 기능을 하는 뮤비는 개봉 초반 관객을 유인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는 게 사실.아이디어도 각양각색이다. 새달 12일 개봉하는 코미디 ‘어깨동무’의 뮤비.대한민국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비·배용준·하지원·차태현·박중훈·장나라 등 얼굴을 내민 스타는 줄잡아 20여명.TV드라마 ‘천생연분’에서 연상녀·연하남 부부로 인기를 모은 황신혜·안재욱도 깜짝출연했다.주요장면들을 속도감있게 선보이는 사이사이로 이들이 다양한 포즈로 “어깨동무!”를 외친다. 홍보사인 ‘영화인’측은 “기발한 뮤비를 만드는 것도 이젠 중요한 영화 후반작업”이라면서 “팬 동원력이 큰 스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제작진이나 주인공의 인맥이 동원되기 일쑤”라고 말했다.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톱가수들은,주인공이자 그룹 NRG 멤버인 이성진의 ‘마당발 연줄’로 동원됐다.영화음악이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각광받는 등 수익모델이 다양해지는데다,촬영해둔 필름을 활용하므로 제작비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것이 뮤비의 장점. 또 영화음악은 OST쪽에서도 가수(특히 신인)와의 ‘윈-윈’상품으로 꾸준히 주목받는 추세다.지난 20일 개봉과 동시에 출시된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OST는 인기가수 박혜경이 주제곡을 불렀다.지난달 개봉한 ‘내사랑 싸가지’ OST도 마찬가지.여행스케치의 리더 조병석의 주도로 10대들의 우상 클릭비가 주제곡을 맡았다. 황수정기자 sjh@˝
  • [눈에 띄네~ 이 얼굴] ‘사랑도 통역이…‘ 빌 머레이

    20일 개봉하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짧지만 오래 기억될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다.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절제된 감정의 선을 중심으로 영화를 이어간다.당연히 대사가 적고 짧아 표정연기가 영화를 좌지우지한다.밥 해리스와 샬롯 역의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 그중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각본을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는 밥 해리스 역의 빌 머레이의 연기는 압권이다.호텔 바에서 술 마시다 자기를 알아본 팬들의 질문에 “네.”“친구들 만나러.”등 건성으로 대답할 때나 “좀 다르게 살고 싶다.”라고 아내에게 말할 때의 우수어린 표정과 섬세한 내면 심리 연기는 돋보인다.또 위스키 CF촬영,샬롯의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즐기는 장면 등에서는 예의 코믹함을 가미하면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그의 역할에 힘입어 ‘군중 속의 고독’과 ‘침묵 속의 교감’이라는 영화의 이미지도 잘 살아난다.이런 열연으로 그는 25년 배우생활에서 최고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사랑도‘ 한편으로 올 골든 글로브 및 뉴욕비평가협회,LA비평가협회,전미비평가협회 등 각종 비평가상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이제 남은 관심은 새달 1일 오전(한국시간) 거행될 제76회 아카데미가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줄지 여부다. 이종수기자 vielee@˝
  • [스포츠 돋보기] 축구 연고지이전 '네탓 공방’

    서울 연고지 이전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서울시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6일 서울시청에서 연고구단 지정 주체를 놓고 협의를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대한축구협회·프로축구연맹과 서울 입성을 추진하는 안양·부산 구단 등도 입성 분담금이 150억원이니 50억원이니 하며 줄다리기가 한창이다.서로 ‘네탓’ 공방만이 이어질 뿐 뚜렷한 진전은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가장 우선 해야할 것이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바로 팬들의 입장이다. 프로스포츠가 자본의 논리 속에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도 연고지 이전과 관련,그동안 받아온 팬들의 사랑을 너무 등한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구단들이 언제나 ‘팬과 함께’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 6일 프로연맹 이사회에서 모 구단주는 “창단 이래 누적 적자만 1200억원에 달한다.”면서 “서울입성만이 구단도 살고 축구도 발전하는 길”이라고 호소했다.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연고 이전을 선택했음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연고 이전의 풍문이 떠돌 때마다 구단들은 부인이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팬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배신감을 안겼다. 먼저 이전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을까.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팬들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기존 연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면 ‘축구 볼 권리’를 잃어 버릴 위기를 맞고 있는 부산시민과 안양시민들이 보인 반발을 불러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 입성 티켓은 한장이다.두 구단 가운데 한 구단은 결국 기존 연고지에서 계속 뛰어야할 처지다.그러나 실패라는 절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구단은 없는 것 같다.때문에 분노한 팬들의 아우성에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서울 입성 논쟁에서의 상처는 결국 고스란히 팬들이 안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이미 일부 팬들의 마음이 ‘한 구단’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떠나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홍지민기자 icarus@˝
  • [빛좋은 개살구 아역스타들] 우리 ★ 맞아?

    “우리요? 알고보면 빛 좋은 개살구래요∼.” 팬클럽까지 거느리며 TV에서 모셔가기 바쁜 아역 스타들.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게 캐스팅되지만,몸값은 고작 몇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드라마 출연료 4만 1800원 성인 배우 뺨치는 연기의 아역 스타들은 이제 TV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극중 비중이 높아졌다. 최근 TV를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아역 배우들을 살펴보면,‘대장금’에서 300대1의 경쟁을 뚫고 어린 장금역을 맡아 스타가 된 조정은(9),‘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으로 나온 박신혜(15),‘무인시대’에서 태자비로 나온 박은빈(13),‘완전한 사랑’의 박지빈(9),‘왕의 여자’의 김영찬(11) 등이 있다.‘크라운 베이커리’,‘선키스트’광고로 잘 알려진 심혜원(7),‘베스킨 라빈스’광고의 정다빈(4) 등도 낯이 익은 아역 스타다. 이들 아역 스타들은 과거와 달리 모두 단순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 역할을 맡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그러나 속사정은 어떨까.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이들이 받는 출연료는 ‘엑스트라’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방송사들은 연기자에게 지급하는 출연료를 18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등급이 오를수록 출연료도 올라간다.아역 배우(19세 미만)는 인기도에 따라 1∼5등급에 속한다.그러나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해도 5등급 이상의 출연료는 지급하지 않는다.아역 배우가 1시간짜리 드라마 1편에 출연할 경우 1등급은 4만 1800원,5등급은 7만 9600원을 받는다.신인급 아역 배우는 그나마 등급 분류에도 끼지 못한 채 편당 2만원 내외의 출연료를 받는다.드라마 1편 촬영에 통상 2∼3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채 교통비도 안 된다. ●어른 배우와 최고 360배 차이? 반면 성인 배우의 출연료는 최소 21만 9300원부터 최대 200만원까지다.외주 제작의 경우엔 1편당 1000만원 이상을 받는 톱스타도 많다.SBS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에 출연하고 있는 송혜교는 편당 1500만원을 받고 있다.단순 비교는 무리이지만 1등급 아역 배우에 비해 같은 시간·노력으로 360배나 많은 출연료를 받는 셈이다. 운좋게 CF에 진출했다고 해도 ‘헐값’ 대우는 피할 수 없다.6개월 단발광고에 억대의 모델료가 보편화된 성인 연예인과 달리 아역 배우의 몸값은 통상 50만원 안팎이다.최고의 아역 스타인 조정은과 심혜원 같은 경우에도 모델료는 150만∼20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 ˝
  • 가레스 게이츠, 노라 존스 2집 앨범들고 팬들 곁으로

    지난해 국내 음악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남녀 신인 팝 가수 노라 존스와 가레스 게이츠가 나란히 2집 앨범을 들고 팬들 곁으로 찾아왔다.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로 지난해 그래미상 8개 부문을 석권,전세계적으로 16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재즈 여가수 노라 존스는 2집 앨범 ‘Feels like home’을 지난 5일 국내에서 발매했다. 노라 존스는 이번 앨범에서도 연주 스타일이나 작곡·편곡 방식 등 데뷔 앨범에서 들려주었던 음악적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빅히트곡 ‘Don’t know why’와 비슷한 분위기의 타이틀곡 ‘surprise’를 비롯해 포크 컨트리·재즈 등을 섞은 잔잔하고 감상적인 곡들로 음반을 채웠다.일곱번째 트랙 ‘creepin in’은 지난 80년대 이후 잊힌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과 듀엣으로 부른 곡으로,컨트리 음악의 일종인 ‘블루그래스’풍의 흥겨운 리듬을 만끽할 수 있다. 언어장애를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극복하고 영국에서 싱글 앨범만 400만장을 판매한 신예 스타 가레스 게이츠도 2집 앨범 ‘go your own way’를 출시했다.국내에서 지난해 3월 선보인 데뷔 앨범 ‘what my heart wants to say’의 첫 싱글 ‘anyone of us’는 국내 방송차트에서 5주동안 연속 1위를 차지하고,50만건이 넘는 휴대전화 ‘컬러링’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는 등 많은 인기를 끌었다.가레스 게이츠는 이번 앨범에서 데뷔 앨범과 달리 직접 작곡·작사를 하고 새로운 창법도 다양하게 선보이는 등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자 노력했다.첫 싱글로 정한 ‘say it isn’t so’는 애절한 발라드 곡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가 눈길을 끈다.미리 영국에서 소개됐던 ‘sunshine’은 그만의 유려한 보컬이 돋보이는 미드 업템포 곡이다.이밖에 감미로운 멜로디의 ‘sunshine’과 잔잔한 발라드 ‘soul affection’도 눈에 띈다. 이영표기자 tomcat@˝
  • [무슨 영화 볼까]

    ●태극기 휘날리며 장르/예매율 전쟁액션/91.6%(15세) 감독/배우는 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 6·25전쟁 ‘전우’가 돼버린 형제의 비극. 이래서 좋아 ‘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 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 “스포일러 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장동건 ●실미도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4.9%(15세) 감독/배우는 강우석/설경구·안성기·정재영·임원희 어떤 줄거리 북파 공작부대원들의 실화를 복원한 영화. 이래서 좋아 설경구의 검증된 연기력,정재영의 업그레이드된 연기력. 이래서 별로 지나치게 신파적인 느낌. 홈피 반응은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라.” ●말죽거리 잔혹사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1.4%(15세) 감독/배우는 유하/권상우·이정진·한가인 어떤 줄거리 70년대말 ‘이소룡 세대’의 청춘 회고록. 이래서 좋아 첫사랑으로 성장통을 앓는 ‘애잔한’ 권상우. 이래서 별로 ‘친구’와 ‘품행제로’를 벤치마킹한 듯 익숙한 설정들. 홈피 반응은 “386세대에 보내는 마지막 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장르/예매율 팬터지 액션/1.1%(12세) 감독/배우는 피터 잭슨/일라이저 우드·비고 모텐슨 어떤 줄거리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한 프로도의 마지막 모험길. 이래서 좋아 입이 딱 벌어지는 스펙터클 전투장면. 이래서 별로 30분은 잘라도 좋겠다 싶게 늘어지는 전투. 홈피 반응은 “몇십년 뒤 ‘절대반지’란 말에도 가슴설렐 것” ●자토이치 장르/예매율 사무라이 액션/0.3%(15세) 감독/배우는 기타노 다케시/기타노 다케시·아사노 다다노부·오구스 미치요 어떤 줄거리 악당 칼잡이단을 물리치는 맹인검객 활약기. 이래서 좋아 기타노 다케시의 표정연기는 맹인역할에 딱! 이래서 별로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잔인한 칼부림. 홈피 반응은 “부산영화제에서 보고 얼마나 흥분했는지!” ●피터팬 장르/예매율 팬터지드라마/0.3%(전체) 감독/배우는 P J 호건/제이슨 이삭스·제러미 섬터 어떤 줄거리 사랑과 눈물의 비밀로 피터팬의 연인을 구해라. 이래서 좋아 원작을 충실히 해석한 피터팬 캐릭터. 이래서 별로 디즈니의 예쁘장한 만화영화가 아니라는 사실. 홈피 반응은 “…” ●베이직 장르/예매율 액션스릴러/0.2%(15세) 감독/배우는 존 맥티어넌/존 트라볼타·새뮤얼 잭슨 어떤 줄거리 미국 특수부대 요원들의 총격전 사망사건 진상 밝히기. 이래서 좋아 과연 누가 누구를 죽였고 어느쪽 말이 맞을까? 이래서 별로 지나친 반전에 뒤집기 묘미가 오히려 반감. 홈피 반응은 “…” ●안녕!유에프오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0.1%(전체) 감독/배우는 김진민/이범수·이은주·봉태규 어떤 줄거리 시각장애인 여성과 ‘순진남’ 버스운전사의 사랑이야기. 이래서 좋아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따뜻하고 소박한 멜로. 이래서 별로 진부하게 늘어지는 ‘고전적’스타일의 연출. 홈피 반응은 “음악이 너무 좋아 OST 사고 싶어요.”˝
  • '플라워’ 고유진 20일부터 '전역파티’ 공연

    그룹 플라워가 솔로 체제로 다시 꽃을 피운다. 지난 2001년 말 보컬 고유진(27)의 군입대 후 2년2개월 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3인조 록밴드 플라워는 20일부터 사흘 동안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전역 파티’공연을 갖고 활동을 재개한다.그러나 세 멤버 중 고유진만 ‘플라워’란 이름을 살려 홀로서기에 나선다.나머지 멤버 고성진(33·기타)과 김우디(33·베이스)는 작곡과 프로듀싱만 맡을 뿐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5옥타브까지 치고 올라가는 여성의 음역을 지녀 ‘신의 목소리’로 불리는 ‘플라워’고유진은 3월 중 새 앨범을 내고 본격 솔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다음은 고유진과의 일문일답.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다.‘발전적 해체’쯤으로 봐달라.나머지 두 멤버가 무대에만 서지 않을 뿐이지 음악 작업은 계속 함께한다. 홀로서기에 나선 이유는. -록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로 보컬의 역량을 넓히기 위해서다.기존의 플라워로는 록 이외의 쟝르를 소화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오래전부터 두 멤버가 내 보컬이 다른 장르에도 잘 어울린다며 솔로 활동을 적극 추천했다.이젠 그룹 속에서 절제된 보컬이 아닌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고 싶다. 군대 생활은 어땠나. -강원도 화천에서 11개월 근무한 뒤 국방부 소속 국방홍보원으로 파견돼 부대 위문공연 활동을 했다. 그동안 팬들 생각이 많이 났을 텐데. -군대에 있으면서 팬들의 사랑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입대후 인터넷 팬카페 회원이 오히려 3배나 늘어난 6만여명이 됐다.나를 잊지 않아준 팬들이 너무나 고마웠다.제대해 꼭 좋은 노래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하루에도 몇번씩 했다. 새 앨범의 음악적 색깔은. -록 색채의 노래는 거의 없다.장르를 굳이 정하지 않고 발라드,R&B,솔 등 다양한 느낌의 곡들을 담았다. 팬들에게 어떤 가수로 각인되고 싶나. -한국의 ‘프레디 머큐리’라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다.팬들에게 언제나 ‘감동’을 줄 수 있는 보컬이 되고 싶다. ‘전역 파티’공연이 예전 플라워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기존의 히트곡 ‘눈물’‘Endless’‘플리즈’ 등을 부를 예정이며,가수 소민과 듀엣곡도 준비하고 있다.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미발표곡 4곡도 소개한다. 글 이영표기자˝
  • 주말매거진We/남성팬도 열광하는 ´몸짱´

    ‘말죽거리 몸짱’ 개봉 열흘만에 전국관객 200만명을 넘기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제작 싸이더스)가 꽃미남 권상우에게 새로 붙여준 별명이다. 1970년대 말이 배경인 영화에서 주인공 권상우의 역할은 첫사랑에게 속시원히 사랑고백 한마디 못한 채 끙끙 속앓이만 하는 소심한 고교 2년생.쌍절곤을 떡주무르듯 요리하는 것으로 짝사랑과 학교폭력의 울분을 삭이는 ‘이소룡 키드’다. ‘말죽거리…’ 흥행의 핵심 키워드는 뭐니뭐니 해도 권상우의 다부진 ‘몸’이다.바늘 하나 안 들어갈 탄탄한 복근에 ‘왕(王)’자를 잡은 뒤 집요하게 뭔가를 욕망하는 표정으로 쌍절곤을 휘두르는 권상우.이제 그는 그 자체로 ‘몸짱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대중문화 코드가 문화지층의 상위로 꾸준히 잠식해 들어가는 시대.문화가 상품을 선도하는 시대도 이미 갔다.배우는,제아무리 무뚝뚝한 대중도 꼬드길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순식간에 대중을 한덩어리로 부풀릴 수 있는 효모같은 상품. 꽃미남이었다가 이제 몸짱으로 새롭게 여론을달구고 있는 권상우는 이제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 걸까.대중문화의 중추신경이 돼버린 스크린을 통해 근육의 미덕(?)을 마구 발산하는 권상우 덕분에 이른바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트렌드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예견들이 터져나온다. 최근 인터넷 인기검색어로 떠오른 ‘메트로섹슈얼’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간다.‘스스로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댄디(dandy)한 나르시시스트’(인터넷 영어사전 www.wordspy.com) 분위기와 외모에서 남성적인 느낌과 여성적인 취향을 동시에 발산하는 이미지.권상우가 작정하고 ‘말죽거리…’에서 웃통을 벗어던지기 전부터 약삭빠른 광고주들이 시중광고에서 열심히 우려먹은 컨셉트이기도 하다. ‘살인미소’의 꽃미남 김재원과 축구스타 안정환이 함께 찍은 광고를 떠올려 보자.곱상한 얼굴의 미소에서 카메라가 가슴팍으로 초점을 옮기면,말 그대로 장난(?)이 아닌 가슴근육이 화면을 채우는 그 화장품 CF.비,데이빗 베컴 등으로 대변되는 양성적 이미지가 광고의 핵심컨셉트로 각광받는현실이다. 다시,권상우로 돌아온다.그는 쌍절곤·덩크슛·이단옆차기 등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그 흔한 와이어나 대역을 쓰지 않은 건 그의 고집이자 자신감이었다.“고교시절부터 복근에 ‘왕’자를 새길 수 있었다.”는 권상우는 “고향 대전에서 농구깨나 한다는 또래애들치고 날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는 농담도 곧잘 한다.그래도 이번 영화를 위해 몸만들기에 들인 공은 컸다.4개월여동안 신재명 무술감독의 체육관에 날마다 출근해 3∼4시간씩 맹훈련을 했다.그렇게 고생한 보람을 톡톡히 챙기는 중이다.그가 쌍절곤을 연습하는 체육관 장면에선 박수와 함께 “상우,파이팅!”이란 외침까지 터지고 있다. ‘말죽거리…’에서 그가 누리는 인기를 두고 “최근 조성된 문화경향의 덕을 톡톡히 챙긴 결과가 아니냐?”고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축도 없진 않다.‘터프함’ 일변도의 마초 이미지를 벗어던진 꽃미남들에 대해 그동안 기성세대의 선호는 반반씩 엇갈려온 게 사실이다.그러나 이번에 촉발된 ‘권상우 효과’는 당분간 심상찮은 파괴력을보일 거라는 대목에서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영화의 마케팅을 맡은 손복희씨는 “30∼40대가 아주 빠르게 (극장으로)움직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메트로섹슈얼 경향을 썩 내켜하지 않던 기성세대를 권상우가 포섭해내고 있다는 얘기다.영화 홈페이지만 둘러봐도 그 징후는 드러난다.신세대들이 “몸짱,몸짱”을 연발하는 한편으로 “앞으로 권상우만 보면 이소룡이 생각날 것 같다.”는 이소룡 세대의 차분한 헌사도 많다.인터넷 카페에는 그의 ‘남팬’(남성팬)클럽까지 속속 뜨고 있는 판이다.미소년 같은 얼굴에 즐겁고,람보 같은 몸을 감상하면서 대중은 또 한번 즐겁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시선을 끌려는 소비자본주의의 퇴행적 산물”이라는 삐딱이들의 쓴소리가 그들 귀에 들릴 리 없다.혀가 좀 짧은들,발음이 좀 샌들 어떠랴.‘권·상·우’란 이름 석자가 즐거운 삶의 메타포가 돼버린 현실을. 황수정기자 sjh@
  • 주말매거진We/남규철의 DVD 폐인

    지난해 우리 영화의 점유율이 53%를 넘었다고 한다.최근에는 실미도가 ‘글로벌 흥행대작’이라는 ‘반지의 제왕 3’을 뛰어넘어 개봉 31일만에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이런 눈부신 소식을 들으면 굳이 영화팬이 아니더라도 어깨가 으쓱해질 것이다. 그러나 DVD쪽은 약간 상황이 다르다.우리 영화를 담은 DVD타이틀의 판매성적이 좋지는 않다.그 이면에 우리 영화DVD가 화질이나 음질이 떨어지고 서플도 부실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그런 편견을 깨뜨릴 만한 타이틀을 모았다. ●살인의 추억 5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지난해 최대의 한국영화.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와 그 사이에 담긴 봉준호감독다운 유머들,그리고 빼어난 캐릭터들에 대해 평론가와 관객 모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DVD도 매우 뛰어난 퀄리티로 많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모노톤의 화면위에 담긴 빼어난 디테일과 인상적인 화질,6.1채널을 지원하는 서라운드 효과와 깨끗한 대사들은 영화의 모든 것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18세기말의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새롭게 그려졌다.이재용 감독의 해석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외화 ‘발몽’‘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등에 견줄 만하다.DVD ‘스캔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화면 곳곳에 펼쳐지는 깨끗하고 선명한 색상.아름다운 원색의 향연이 극장만큼이나 실감나게 펼쳐진다.초판에 한하여 예쁜 보랏빛 상자에 DVD와 함께 엽서와 춘화도 화첩(?)도 주니 미리 구입하면 좋을 듯. 이밖에도 DVD마니아를 자처하는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은 풍성하면서도 세세한 정성이 담긴 부가영상들과 빼어난 사운드를 자랑한다.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백수건달 아들과 형사 아버지의 모습을 푸근한 사투리에 담은 곽경택 감독의 ‘똥개’도 놓치면 아깝다.감독의 꼼꼼한 육성해설과 사투리를 알아듣기 힘든 사람을 위한 표준어 자막이 눈길을 끈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설특집 We/연인과 영화 한편

    ‘샌드위치 데이’(24일)까지 합치면 이번 설연휴는 무려 닷새.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에 간판을 건 한국영화만도 3편이나 된다.연휴동안 가장 잘 나갈 영화 5편을 박스오피스에서 골랐다.뭘 볼까.‘영화자랑 가상인터뷰’에 주인공들을 불러냈다. ●‘말죽거리 잔혹사’ 권상우 “‘말죽거리 이소룡’이라고 들어보셨는지.TV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한 터프’하는 내가 이번 영화로 연기파 배우로 발딱 일어설 거란 칭찬들이 짜하더라고요.70년대말 서울의 한 남자고교를 무대로 사랑과 우정,학원문제 등을 담은 영화인데요.내 쌍절권 솜씨를 꼭 한번 보세요.패거리 싸움장면에서도 대역이나 와이어를 쓰지 않았답니다.아 참,극중 ‘연적’인 이정진도 장동건 뺨치는 카리스마를 보였다는 호평들이고요.” #(장르/감독/배우/관람등급) 액션/유하/권상우·이정진·한가인/15세 ●‘내사랑 싸가지’ 하지원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데다 도발적인 제목 때문에 입소문을 많이 탄 작품인 거 아시죠? ‘다모폐인’을 낳은 내가 갈래머리 ‘고딩’이 되어 명품족 ‘대딩’과 엎치락뒤치락 사랑게임을 벌이죠.솔직히 기자시사회의 반응은 좀 썰렁했어요.하지만 10,20대 네티즌팬들만은 성원해주리라 믿습니다. 잊지마세요.‘살인미소’의 김재원이 상대역이란 사실!” #(장르/감독/배우/관람등급) 로맨틱코미디/신동엽/하지원·김재원/12세 ●‘빙우’ 김하늘 “이렇게 고생해서 찍은 영화는 처음이에요.캐나다 유콘주 빙하지대까지 가서 찍었거든요.오죽했으면 함께 출연한 송승헌씨는 ‘고생한 걸로 치면 관객 1000만명은 들어야 된다.’고 말한다니까요.이성재·송승헌씨가 설산(雪山)을 오르고 빙벽을 타는데,손에 땀을 쥘 만큼 아찔해요.산악영화의 대담한 스케일에 애잔한 멜로가 결합된,국내 최초의 ‘산악멜로’예요.전개가 너무 느린 게 흠이라지만,‘이런 멜로영화가 있구나’ 감탄할 걸요.” #(장르/감독/배우/관람등급) 멜로/김은숙/이성재·김하늘·송승헌/12세 ●‘실미도’ 정재영 “‘반지의 제왕’을 누른 화제작인데 아직도 못 보셨다고요? 북파공작원들의 실화,그러니까 ‘실미도 사건’을 다룬 영화라는 건 다 아실 테고.짐승처럼 펄밭을 기고 온종일 바닷물에 빠져 살다시피 하는 특수훈련 장면들이 극사실적으로 그려져 남성들이 특히 좋아하더군요.훈련장면이 장난 아니거든요.촬영때 감독이 입에 달고다닌 말이 “연기 잘하라.”가 아니라 “몸조심들 하라.”였다니까요.설경구씨야 워낙 스타였지만,이 영화에서 의외로 제가 좀 떴어요.의리와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연기가 완벽했다나 어쨌다나….” #(장르/감독/배우/관람등급) 액션드라마/강우석/설경구·정재영·안성기/15세 ●‘라스트 사무라이’ 톰 크루즈 “‘실미도’와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복병을 만나게 됐네요.그래도 자신 있습니다. 권상우가 이소룡 키드로 변신했다 한들 제가 말 달리는 사무라이가 된 충격만 할까요. 일본 메이지 유신시대에 벽안의 군 대위가 신식 전술을 가르치러 왔다가 사무라이 정신에 감화해 그만 목숨걸고 사무라이로 ‘전향’하는 줄거리죠.왜색에 할리우드 오락정신이 뒤섞인 퓨전시대극인데,오묘한 즐거움을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장르/감독/배우/관람등급) 액션/에드워드 즈윅/톰 크루즈·와타나베 겐/15세 황수정기자 sjh@ ■또 볼만한 영화는 ●피터팬 (장르/감독/배우/관람등급)=팬터지드라마/P.J.호건/제이슨 이삭스·제러미 섬터/전체 (내용)=원작에 가장 충실하다고 평가받는 피터팬.피터팬이 사랑과 눈물의 비밀로 연인 웬디를 구한다. ●브라더 베어 (장르/감독/관람등급)=애니메이션/애론 블레이즈·로버트 월커/전체 (내용)=곰이 돼버린 인간과 아기곰이 나누는 우정과 사랑.유쾌한 웃음에 훈훈한 감동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장르/감독/배우/관람등급)=팬터지액션/피터 잭슨/일라이저 우드·비고 모텐슨/12세 (내용)=난쟁이 호빗족인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나선 마지막 모험길.컴퓨터그래픽이 동원된 전투장면 압권.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장르/감독/배우/관람등급)=코믹드라마/세드릭 클래피쉬/로맹 뒤리스·오드리 토투·주디스 고드레쉬/15세 (내용)=스페인의 한 기숙사 아파트가 배경.다양한 국적의 20대 유학생들이 엮는 유쾌한 해프닝과 우정.
  • [이경기의 스크린 1인치]부시가 사랑한 ‘셀레나’ 부활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존 레논 사망에 버금가는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 롤링 스톤즈,빌보드 등 유명 팝 전문지들은 1995년 3월 31일 텍사스주의 한 호텔 로비에서 광적인 팬이 쏜 총탄에 맞아 23살에 절명한 셀레나를 추모하는 커버 기사를 이렇게 장식했다. 셀레나(Selena)는 발표하는 곡마다 밀리언 셀러를 돌파하며 전도 유망한 가수로 기대치를 한껏 모았던 재능꾼.이듬해 텍사스 주지사였던 현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셀레나의 생일인 4월 16일(1971년생)을‘셀레나의 날’로 지정해 그녀의 음악적 업적을 추모했다.이날 셀레나의 유작 앨범 ‘Dreaming of You’도 함께 발매됐다. 제니퍼 로페즈가 1997년 그레고리 나바 감독과 의기투합해 전기 영화 비명횡사한 그녀의 일대기를 다룬‘셀레나’를 발표하면서 짧지만 위대했던 셀레나의 음악적 업적을 회상해 주었다.대표적 히트곡중 ‘I Could Fall in Love’ ‘Dreaming of You’ 등은 국내 광고 음악으로 쓰일 정도로 환대 받고 있다. 그녀의 발군의 음악성을 다시 한번 엿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영화가 2004년 초에 공개된 프랑스 세드릭 클라피시 감독의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L’Auberge Espagnole’)다. 프랑스 청년 자비에(로맹 뒤리스)는 공무원이 되기에 유리한 스페인어과 경제학 석사 학위를 이수할 것을 권유하는 부친의 명령에 따라 스페인에서 1년 동안의 유학 생활을 보낸 뒤 무사히 공무원이 된다.출근 첫날 색상별로 서류철을 분류하라는 등 엄격한 규율을 요구받자 답답함을 느껴 거리를 뛰쳐 나와 마음속에 품었던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서 경쾌하게 흘러 나오는 노래가 셀레나의 ‘밤이여 만세’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Que Viva La Noche’이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멕시코 출신 가수들에게 애칭으로 붙여 주는 명칭이 ‘테하노 싱어 Tejano singer’.10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면서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준 셀레나는 ‘테하노 여왕’ ‘라틴 음악계의 마돈나’라는 애칭을 받으면서 발표하는 앨범,싱글곡이 빌보드 차트 1위와 그래미 상을 석권하는 무서운 저력을 보여 주었다. 무한대의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고속도로 아우토반에들어선 것 같은 히트 질주를 지속했던 셀레나.그렇지만 그녀는 총 한방에 너무나 허무한 죽음을 당했다.셀레나는 팝 음악을 아끼는 이들에게 지금도 가슴에 살아있는 가수다. 영화 칼럼니스트
  • 주말매거진 We/악극 ‘미워도 다시한번’으로 첫 연극무대 양미경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탤런트 양미경(43)이 이번엔 브라운관 밖에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16일부터 2월22일까지 서울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공연되는 악극 ‘미워도 다시 한번’의 타이틀롤 ‘수정’역을 맡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스튜디오 밖 무대에 서는 것.얼마전까지 일주일에 5∼6일씩은 의정부 ‘대장금’야외세트장에서 밤낮없이 지냈던 그녀는 요즘 행선지를 바꿔 대학로로 출퇴근하고 있다. “일년에 한두번 노래방에 갈까말까 할 정도로 노래를 잘 못하는데….”연습실에서 만난 양미경은 노래 걱정부터 했다.악극이다보니 연기 못지않게 노래의 비중이 큰데 이를 어떻게 해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란다.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고사했던 것도 노래를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지난해 악극 ‘아씨’에 출연했던 여운계 선배님이 적극 권유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못하겠다고 했을 거예요.”이번 공연에는 ‘대장금’에서 한상궁의 스승 ‘정상궁’으로 출연했던 여운계가 수정의 어머니로,어린 장금역의 조정은이 아들 철이로 등장해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줄 예정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은 지난 68년 처음 영화화된 이후 70·80년대에 여러차례 리바이벌된 대표적인 멜로.미혼모가 된 한 여인이 어린 아들과 생이별한 채 쓸쓸한 죽음을 맞는 절절한 이야기가 숱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일곱살땐가 엄마 손잡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어요.공원에서 아들과 헤어지는 장면이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지금도 그 대목을 읽을 때면 가장 가슴이 울컥거려요.” 양미경은 극중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나 하나의 사랑’‘초우’등 세곡을 부른다.하지만 노래에 너무 신경쓰느라 감정선을 해칠 경우에 대비해 한곡 정도는 읊조리는 방식으로 처리할 생각이다.이동하는 차안에서 콤팩트디스크(CD)를 들으며 따라부르고,집에서도 틈만 나면 중얼중얼 노래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지난 83년 KBS 공채로 연예계에 데뷔했으니 그의 연기 인생도 어느덧 20년을 헤아린다.대학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하고,한동안 대기업 비서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탤런트로 변신한 것을 두고 가족들은 지금도 신기해한단다. ‘대장금’으로 뒤늦게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지난 20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해왔다.남들 눈에 튀지 않으면서,꼭 필요한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한상궁’의 성품은 양미경 스스로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듯하다. ‘대장금’이후 어떤 것이 가장 달라졌을까.그녀는 “팬 연령층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달력에 ‘한상궁마마 보는 날’이라고 적어놓았다는 아홉살 꼬마에서부터 중고생,주부들,중년 남성팬들까지 그녀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인터넷에 개설된 팬카페 ‘러브 한상궁’과 ‘단아미’의 회원수도 3만명을 넘었다. 올해 그녀의 계획은 뭘까.“우선 악극 공연을 잘 마쳤으면 좋겠고요.새 드라마는 ‘대장금’이 끝나는 시점에 시작할 생각이에요.아무래도 ‘대장금’하는 동안에는 ‘한상궁’의 이미지가 겹칠 테니까요.”역시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양미경 다운 답변이었다. 이순녀기자 coral@
  • 주말매거진 We/시네마 천국-풋풋한 동심영화 2편

    동심을 자극하는 영화 2편이 오는 16일 나란히 간판을 건다.영원히 늙지 않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년을 그린 영화 ‘피터팬’(12세 이상 관람)과,곰과 인간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전체 관람).누구와 보러 가든 모처럼 풋풋한 동심에 감상의 키높이를 낮춰야 할 영화들이다. ●피터팬 동화책은 물론 연극,텔레비전 드라마,뮤지컬,애니메이션,실사영화 등으로 다양하게 태어난 바 있다.이번 작품의 전체 얼개도 비슷하다.동화 세계에 젖어 공상을 즐기는 웬디 3남매가 창문으로 들어온 피터팬에 이끌려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로 날아가 인디언과 어울리고 해적 후크선장 일당과 싸우는 등 갖가지 신비한 모험을 하고 돌아온다는 내용. 아무래도 이 영화에 쏠리는 관심은 기존 피터팬과 무엇이 달라졌는가일 듯.‘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으로 흥행성을 인정받은 P J 호건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지만,상투적이다시피 굳어진 인물의 성격에 새로운 특징을 부여해 영화의 재미를 살렸다. 피터팬은 사랑에 무감각하고 약간은 당돌한 성격으로 나온다.주요 배역을 원작과 비슷한 또래의 소년 제러미 섬터(피터팬)와 레이첼 허드 우드(웬디)가 맡아 동심을 물흐르듯 빨아들인다.웬디의 비중도 부쩍 커졌다.그저 피터팬을 바라보기만 하는 수동적 소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편다.피터팬과 ‘비밀의 키스’를 나누는가 하면 후크 선장에게도 야릇한 감정을 갖는다.후크 선장도 기존의 악당 이미지에다 음악을 즐기고 외로움도 타는 로맨틱한 성격이 보태졌다. 여기에 1억 2000만달러를 들인 특수 효과나 스튜디오도 팬터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네버랜드에 도착한 웬디 일행이 솜처럼 몽실몽실한 분홍빛 구름에서 펼치는 연기는 환상적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브라더 베어 삼형제의 끈끈한 우애와,곰으로 변해버린 인디언 청년이 어린 곰과 나누는 우정을 핵심어로 잡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실사영화 뺨치게 입체적인 3D애니메이션을 기대했다가는 화면이 싱거울 수도 있겠다.영화는 컴퓨터 기술을 배제하고 선(線)으로 윤곽을 다듬은 전통적인 방식의 ‘셀’애니메이션.화면에서 따스한 체온이 스며나오는 듯한 느낌은 오히려 장점이다. 거대한 매머드들이 살고 있는 먼 옛날 북미대륙이 배경.우애가 유별난 삼형제가 숲속에서 큰 곰을 만나고,곰을 유인해 위기를 모면코자 맏형은 빙하 아래로 몸을 던진다.이때부터 남은 두 형제는 엇갈린 모험담을 펼친다.형의 원수를 갚으려던 막내 키나이는 주술에 걸려 곰으로 변해버리고,키나이의 변신을 알아채지 못한 둘째형 데나히는 그를 원수 곰으로 오해하고 죽이려든다. 키나이와,엄마를 잃은 수다쟁이 새끼곰 코다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 훈훈한 감동이 스며든다.간결한 이야기 구도 속에서도 교훈적인 메시지를 건져올리는 디즈니 특유의 재치가 돋보인다.예컨대 곰들의 시각에서 죽창을 들고 쫓아다니는 인간이 ‘몬스터’로 객관화되는 등의 묘사가 그렇다. 하지만 어른 관객들의 눈에는 주변 캐릭터들이 다양하지 못해 지루할 수도 있다.티격태격 끊임없이 말다툼을 해대는 말썽쟁이 사슴 두마리가 끼어들어 간간이 웃음을 던져주는 정도다. 이종수 황수정기자 vielee@ ■관객과 번개팅 피터팬 하이루ㅋㅋ 저 아직 안죽었어요 안녕하세요?피터 팬이에요.몇가지 더 할 말이 있어서 잠깐 영화 밖으로 나왔어요. 그동안 제 모습을 다양하게 그렸지만 사실 일그러진 게 많았어요.그저 맘껏 하늘을 날고 해적과 신나게 싸우는 정도였어요.심지어는 로빈 윌리엄스처럼 약간 ‘징그러운’ 어른이 분장하기도 했지요.이번엔 감독님께 본래 모습대로 살려달라고 애원했어요. 저는 원래 1902년 ‘작은 흰새’라는 소설에서 태어났는데 빨리 잊혀졌어요.그러다 1904년 극작가 제임스 배리 아저씨의 연극으로 다시 태어나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어요.1924년에는 하버드 블레논 감독이 영화로,1953년엔 월트 디즈니사가 만화영화로 만드는 등 어린이 관련 문화 프로그램에서는 단골 손님이 됐어요.‘리턴 투 네버랜드’(Return to Neverland)라는 속편 애니메이션도 나왔을 정도예요.한국에선 이연경 누나나 윤복희 아줌마 등이 뮤지컬로 선보였죠.지금도 지구촌 어디에선가 저와 만나는 사람이 있을 걸요. 숱한 모습으로 땅에 내려왔지만 여전히 어른들은 제 마음을 잘 읽지못해 속상해요.그저 초록색 나뭇잎으로 몸을 가린,용감하고 낙천적인 한 소년 정도로 알지요.하지만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이라는 남모를 슬픔도 지녔어요.이번 영화를 보세요.함께 놀던 아이들이 현실로 돌아가 아빠·엄마를 만나 기뻐할 때 저는 창 밖에 숨어 있잖아요. 그러나 더 쓸쓸한 것은 어른들이 제가 나오는 영화나 뮤지컬을 어린이날에 맞춰 한번쯤 보여주고는 잊어버리는 거예요.그래서 이번엔 좀 빨리 찾아왔어요.제발 늘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고 같이 느껴 주시면 좋겠어요. 이종수기자
  • [조영증의 킥오프]프로축구의 새 감독들

    새해가 되면 누구나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직장에서의 승진과 퇴임 여부다.축구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러 감독들이 성적과 지도 능력에 따라 계약 연장 또는 퇴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는 수원의 김호 감독과 전남의 이회택 감독,부천의 하재훈 감독이 퇴임했다.수원의 창단 사령탑인 김호 감독은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을 명문 반열에 올려 놓은 명장이다.그리고 축구계의 야인으로 쓴소리와 바른 소리를 잘 하기로도 유명하다. 이회택 감독은 제자와 후배들을 잘 끌어안는 ‘보스 기질’이 강한 사령탑으로 팀을 끈기 있게 이끌어 광양 홈팬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기도 했다. 하재훈 감독은 사정이 어려운 팀을 맡아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지도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이 물러나 안타까움이 있었다.그러나 하재훈 감독이야말로 젊은 나이에 소중한 경험과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쌓았으리라 생각하고 훗날을 기대해 본다. 이들 감독이 물러나면서 새로운 감독들이 선임됐다.올 시즌 좋은 성적을 위해 벌써부터 담금질에 여념이없다. 수원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차범근 감독은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기간에 불명예 퇴진했지만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그동안 방송 해설자로서 쌓은 지식을 실전에 접목시켜 침체된 수원을 회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전남의 이장수 감독은 한국축구 감독 중 해외에서 성공한 흔치 않은 경력이 있다.언어와 문화,사고의 차이가 현격한 중국에서 좋은 성적은 물론 5년 동안 감독을 지속한 비결도 이장수 감독만이 가지고 있는 축구철학이 작용했을 것이다. 부천의 감독으로 선임된 정해성 감독은 10여년의 풍부한 코치 경험이 있다.특히 2002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면서 4강 신화를 일궈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부천 구단이 존폐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어려운 사정을 알고도 감독직을 수락한 도전 정신이야말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제 남은 것은 새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나름대로의 독특한 색깔과 이미지를 갖춰 새로운 모습으로 멋진 경기를 펼쳐주기를 기대해 본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문화 이제 내가 만든다/생산 소비 함께하는 참여 文化활짝

    그동안 문화 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비평을 통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전부였다.그러나 이젠 달라지고 있다.소비자와 생산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 부터가 어려워진 데다,메시지의 전달도 일방적이라기 보다는 쌍방향적이다.이는 인터넷 등 쌍방향 매체와 매스 미디어와 구별해 퍼스널 미디어로 부를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등의 보급과 활용으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전문가들의 독과점이 깨졌기 때문이다.인터넷을 통해 힘을 합친 동호인들이 생산자 못지 않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적극적인 자기표현과 참여로 이어져 한국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사례들을 통해 ‘이제 내가 한다.’의 모습을 살펴본다. ■공연기획 나선 ‘팬 카페' ‘젊은 소리꾼’ 김용우는 지난해 12월5일 서울 홍대 앞 라이브공간 ‘사운드홀릭’ 무대에 초청됐다.이 공연의 기획자는 다름 아닌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김용우 팬 카페’.김용우와 아카펠라 그룹 ‘더 솔리스트’를 묶어 하나의 공연을 만들었다. 1000명이 넘는 카페 회원 가운데 공연기획 전문가와 홍보 전문가 등 10여명이 “우리가 즐길 공연이라면,우리 뜻대로 한번 엮어보자.”면서 앞장섰다.이날 공연에 티켓값 1만원을 내고 참여한 사람은 300여명.이들은 김용우와 더 솔리스트가 주고받는 동서양 음악의 대화를 즐긴 다음,생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스타’와 ‘팬’ 사이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김용우는 “팬들과 하나가 되어 호흡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면서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불러주었다는 사실 자체도 고맙지만,같이 가야 할 음악생활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용우 팬 카페가 공연기획에 나선 것은 홍대앞 공연이 처음은 아니다.2002년 12월14일에는 연강홀에서 김용우의 표현처럼 ‘신나는 콘서트’가 열렸다.당시 김용우는 일본공연에 나서 장기간 국내무대를 비웠다. 팬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소리꾼을 불러낸 셈이다.당시 공연에는 더 솔리스트는 물론 가수 안치환도 참여하여 3시간 넘게 음악적 교감을 나누었다. 김용우 팬 카페 운영자의 한 사람인 편집디자이너 이승한(30)씨는 국악을 전혀 알지 못했던 어느날 TV에서 ‘김용우의 소리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우리 소리에 빠져들게 됐다고 한다.국악이 좋아지니까,여기저기 공연장을 쫓아다녔고,강습회에도 나가 판소리와 민요를 직접 배웠다.이렇게 국악을 체험하고 나니 직접 뛰어다니며 좋아하는 음악가를 초청하여 음악회를 만들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소리꾼과 팬들을 이어주는 계기를 계속해서 마련하면 국악을 대중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뮤지컬 마니아모임 ‘베사모' ‘뮤지컬 마니아’였던 전경환(38·사진)씨는 이제 ‘뮤지컬 제작자’가 됐다.뮤지컬기획사 MIP의 운영팀장으로 지난 연말을 극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보냈다.12월 중순 서울 논현동 시아트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때문이었다.제작과 기획홍보 마케팅을 모두 해내느라 몸이 몇개라도 모자랐다. 사실 몇달전까지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한해에 30편가량의 공연을 즐기고,뮤지컬배우 이혜경 팬클럽에서 활동하는 적극적인 관객에 불과했다.어느 날 2000년 이혜경이 주연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시 보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다. ‘젊은…’은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마니아 모임이 만들어졌다.전씨를 비롯한 20여명의 베사모 회원들은 쌈짓돈을 모아 3억원을 마련했다.은행 중역인 한 회원은 거액을 내놓았다.이 돈을 가지고 극단 갖가지의 심상태 대표를 찾아갔다.심대표는 투자만 하려고 했던 이들에게 직접 제작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다.이렇게 해서 지난 8월말 엉겁결에 뮤지컬전문 기획·제작사인 MIP가 탄생했다. “갑자기 회사를 차리려니 쉽지 않더군요.회원들이 회사원,웹디자이너,프로그래머,사진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대학생이라 전적으로 일에 매달릴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요.그래서 자의반 타의반 제가 나섰습니다.” 전씨는 본업인 유통업을 접고,회사를 떠맡았다.처음 해보는 일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난 10월 연강홀에서 첫공연을 올렸다.12월초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했고,19일부터 시아트 전용극장에서 장기공연에 들어갔다. 모든 것이 낯설어 어려움을 겪을 때면 ‘그냥 관객으로 남을 걸’하는 후회를 안 하는 건 아니다.하지만 열심히 땀흘리는 배우와 스태프를 지켜보면 그런 투정은 금세 눈녹듯 사라진다.“배우를 사랑하고,작품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 만큼 뮤지컬을 만들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다만 우리가 좋아하는 공연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면 그걸로 충분히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이순녀기자 coral@ ■저자·독자·기획 ‘삼위일체' 출판 독자는 더이상 책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이제 저자와 독자,그리고 출판사가 삼위일체가 돼 함께 책을 만드는 세상이다.출판계에도 바야흐로 ‘프로슈머(prosumer)’시대가 온 것이다.독자는 책의 소비자이기 전에 어엿한 생산자다.책을 사 읽기만 하던 사람이 직접 편집을 하고 제작을 하고 홍보까지 하는 멀티 플레이형 독자가 출판·독서계에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출간된 추둘란(사진) 씨의 수필집 ‘콩깍지 사랑’이 바로 그런 예에 속하는 대표적인 책이다.소나무 출판사와 인터넷 북 커뮤니티 ‘리더스 가이드(www.readersguide)’가 공동 기획해 만든 이 책은 한마디로 독자가 저자요 또 기획자다.그동안 강연회나 출판기념회 등으로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경우는 있었지만 독자가 책이 출판되기 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소나무 출판사는 초고를 ‘리더스 가이드’ 홈페이지에 올리고 설문을 부탁했다.설문 내용은 책의 컨셉트부터 홍보까지 편집과 마케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망라했다.자발적으로 참여한 네티즌 독자들은 꼼꼼하게 설문지를 적어 냈고 출판사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책의 기본개념,목차,디자인,판형,지질 등을 결정해 책을 펴냈다. 독자로서 지적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출판사측 표정 또한 고무적이다.“책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컨셉트를 잡는 일입니다.그런데 독자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나이나 성별,직업에 따라 어떤 글을 선호하는지 분명히 알 게 됐죠.” 앞으로 ‘독자 참여 도서’ 제작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편집·제작·홍보 수준이 아니라 독자가 기획에 참여하고 직접 저자가 되기도 하는 명실상부한 ‘지식정보 네트워크’ 시대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인터넷 펀드' 제작 영화 만들어진 영화를 관객이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시대는 진작에 갔다.제작현장 깊숙이 예비관객들의 쌈짓돈이 들어오는 인터넷 펀드는 몇년새 충무로의 익숙한 제작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최고 화제작의 하나인 ‘바람난 가족’(명필름)에는 530명의 네티즌 투자자가 20억원을 투자했다.이들은 3개월의 상영기간을 거쳐 투자금액의 179.4%를 회수했다.한 제작자는 “요즘 관객들은 흥행 가능성 있는 영화를 귀신같이 알아차린다.”면서 “영화산업의 덩치가 커질수록 관객과 제작사간의 이같은 ‘윈-윈 전략’은 빛을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객들의 참여는 개봉 이후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박하사탕’‘파이란’ 등은 개봉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사모’(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파사모’라는 자발적 동호회를 통해 다시보기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지난 3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한 ‘지구를 지켜라’는 관객들 스스로 ‘지구수호단’이란 모임을 만들어 여전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영화사 필름매니아의 마케팅 관계자는 “엑스트라가 대거 동원되는 장면에는 극중 주인공의 팬클럽이 자청해서 무료로 출연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사들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관람객을 사실상의 ‘심사위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요즘 영화의 흥행을 주도하는 관객은 10∼20대 네티즌 세대.최근 제작중이거나 제작예정인 주요작품을 일별해보면 이들이 시나리오의 흐름을 주도하는 ‘숨은 손’이란 사실이 한눈에 감지된다. 인기를 검증받은인터넷 소설들이 앞다퉈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오는 16일 개봉하는 ‘내 사랑 싸가지'(사진) 를 비롯해 인터넷 스타작가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그녀를 믿지 마세요’‘내 사랑 일진녀’‘그녀를 모르면 간첩’ 등이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다.“1020세대가 한국영화판을 로맨틱코미디 마당으로 둔갑시키는 막후주역”이란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황수정기자 sjh@
  • ‘아시아의 마돈나’ 메이옌팡 영원한 작별

    ‘아시아의 마돈나’ 메이옌팡(梅艶芳)이 30일 새벽 40세의 나이로 숨졌다.장궈룽(張國榮)의 투신 자살에 이어 홍콩 연예계는 올해를 불행으로 마감하게 됐다. 68년 5살에 가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19세인 82년 홍콩 최고 가요제인 ‘신인가수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지금까지 나온 앨범은 30장이며 총 판매량은 500만장을 넘는다.약간 허스키하면서도 독특한 음색을 가진 그는 100회가 넘는 콘서트를 열었다. 84년부터는 영화에도 출연,168㎝ 50㎏의 늘씬한 몸매에서 뿜어나오는 뇌쇄적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요리사 아버지와 세 딸의 인생을 그린 ‘음식남녀’,홍콩의 미녀 삼총사를 내세운 ‘동방삼협’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저우룬파(周潤發),청룽(成龍),장궈룽 등과 깊은 우정을 나눴다.활동 중 스캔들에 시달리긴 했지만 결혼한 적은 없다. 올초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았지만 활발히 활동,더욱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지난달에는 ‘메이옌팡의 클래식 기념 콘서트’를 8일간 열었다.외신들은 스타 가수들이 우정출연한 ‘눈물의 콘서트’라며 많은 찬사를 보냈다. 지난 29일 병세가 급속히 악화돼 입원했지만 바로 혼수상태에 빠졌다.이 소식에 청룽 등 홍콩 연예계 인사 100여명이 병원에 모여 임종을 지켰다. 전경하기자 lark3@
  • “소설 삽화로 제2인생 도전”암투병 만화가 고우영 화백

    담백하고 꾸밈이 없다.얼핏 ‘무(無)기교’처럼 보이지만,실은 ‘극(極)기교’다.처음부터 그러한듯 자연스런 원전 재해석은 이미 ‘재창조’일 터이다.‘맛깔스러운 버무림’ 정도로 만화가 고우영(사진·64) 화백의 작품들을 표현하는 것은 차라리 폄하처럼 느껴진다. 고 화백은 1972년 ‘임꺽정’부터 시작해 수호지,삼국지,열국지,초한지,서유기,십팔사략 등 주로 고전들을 현대적으로 재각색하는 작업에 치중해왔다.“만화는 당의정”이라고 자주 말해온 고 화백에게 만화는,좋은 내용을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도구인 셈이다.몸에 좋은 쓴 약을 먹기좋게 감싸는 설탕옷 정도.어찌보면 ‘사도’(邪道)다. 때문에 고 화백의 만화관은 종종 엄숙한 정통주의자들의 비판을 산다.“‘매체가 곧 메시지’(마셜 맥루한)일터인데 감히 만화를 ‘껍질’ 취급하다니…”.잠시 심각함을 제쳐두고 그의 작품을 들춰보자.곳곳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해학과 풍자,특유의 끈적이는 성적 환상과 은근한 익살,톡특한 인물해석….최소한 그가 만화라는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달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도구적 만화관 탓일까.고 화백은 최근 암 투병과 복간 작업으로 바쁜 나날 속에서도 새 작품보다는 ‘남의 소설에 삽화를 그려주는 일’에 끼어들었다.고 화백은 최근 김왕석 작가의 인기 사냥소설 ‘맹수와 사냥꾼’의 삽화 작업을 계약하고 1권 분량을 완료했다.만화인생 40여년만의 ‘외도’다. “사실 미완 작품 마무리와 복간 외에 새 일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사냥 이야기라는 말에 덮어놓고 달려들었지요.원래 사냥이 취미거든요.” 평소 만화가에게는 풍부한 현장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그다.그동안 건강이 나빠져 오랫동안 사냥 현장에서 떠나있었던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조만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이라도 가서,잊고 살었던 현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살려내고 싶어요.” 고 화백은 지난해 8월 첫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지난 달에는 간으로 전이된 암세포의 절제 수술을 받는 등 투병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조심스럽게 투병 경과를 물었더니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답한다.“병도 암쯤 되니까 싸울 맛이 나네요.지금은 대충 5라운드쯤 됩니다.10라운드에서 KO시킬 작정입니다.” 고화백은 1938년 만주 심양 근처 본계호 출신으로 해방이 된 뒤 국내에 들어와 계성국교,동성 중·고교를 마쳤다.6·25전쟁 당시 사망한 둘째형 고일영의 만화인 ‘짱구박사’ 연재를 이어받아 만화가 생활을 시작했다.10여년을 무명으로 고생하다가 1972년 스포츠신문에 연재한 ‘임꺽정’이 성공하면서 주로 고전의 만화화에 전념해 만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채수범기자
  • 뭐든지 바꾼다 ‘튜닝족’

    tune(tj:n):곡조·곡,선율 혹은 (다른 악기와의)조화…. tuning:악기에서 좋은 음색이나 자신에게 맞는 음색을 찾아내는 것. modify(mdfi):변경하다,수정하다…. 길을 걷다 간혹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머쓱하기도 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예전에는 그저 ‘기성품을 사는 데 어쩔 수 없지.’라며 체념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튜닝(tuning)’으로 똑같은 상품의 구속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우린 모두 ‘모드(mod·modify)’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 모양과 사양으로 바꾸는 개조 물결인 ‘튜닝’은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 의류 등으로까지 확대됐다.‘개성’과 ‘실용’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굳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헌 의상과 휴대전화 개조.단순한 디자인의 옷에 레이스나 프릴(주름),비즈(구슬) 등 간단한 장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기본.요즘엔 밋밋한 옷감에 물감을 사용해 개성 만점의 그림을 그려넣는 것도 인기를 끌고 있다.서울 동대문,명동 등패션 일번가에는 티셔츠 청바지 구두 운동화 지갑 수첩 등에 그림을 그려주는 전문 업체도 많아졌다.비용은 3만∼4만원 정도로 싼 편은 아니지만 ‘나만의 것’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 튜닝은 스티커를 붙이거나 도색을 하는 등 단순한 ‘꾸미기’ 수준에서 번호판 불빛을 화려하게 바꾸는 등 평균 이상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까지 다양하다.일본에서 시작해 지난해 초쯤 국내에 들어왔다.같은 해 여름까지 동호회 중심으로 확산되다 이후 전문 사업체가 등장하는 등 크게 활성화됐다. 명동에서 튜닝 전문점을 운영하는 임양재(27)씨는 “톡톡 튀는 자신만의 핸드폰을 갖고 싶어하는 젊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는다.”고 말한다.양재씨는 “싫증난 구형 핸드폰을 들고 오기보다는 신형을 가져오는 손님이 많다.”며 “새 차를 사자마자 선팅 하고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다는 것과 다를 것 없다.”고 설명했다. ‘예쁜 전화 만들기’가 휴대전화 튜닝의 전부는 아니다.소음이 많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벨소리 증폭’ 튜닝을 받는다.또 교통카드 칩을 휴대전화에 넣는 등 ‘기능 추가’도 역시 튜닝의 한 줄기다.튜닝의 매력은 이처럼 남다른 제품을 갖는 것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핸드폰 튜닝카페(tuningcafe.net)를 운영하며 최근 휴대전화 튜닝 기술서를 내놓은 장석정씨는 “내 손으로 핸드폰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작 마니아’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튜닝으로 성능 업! 컴퓨터 역시 튜닝 대상.내부 부품을 교체해 성능을 높이는 차원의 튜닝은 컴퓨터가 대중화된 이후 꾸준히 있어왔다.최근 2∼3년 사이에는 컴퓨터 본체 케이스를 투명하게 만드는 등 외형 튜닝도 유행하고 있다.용산에서 관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성은(30)씨는 “일반 PC가 지겨워진 사람들이 컴퓨터 튜닝을 많이 한다.”며 “심지어 ‘car-PC’라고 해서 자동차에 노트북이 아닌 일반 컴퓨터를 개조해 장착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외형 튜닝은 복잡한 기술이 필요없다.20만원 정도면 케이스를 비롯한 재료를 구입해 누구나 쉽게 컴퓨터 겉모습을 변신시킬 수 있다.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들은 외부보다는 내부 튜닝에 더 관심을 갖는다.가령 CPU(중앙처리장치)를 2개 사용하거나 소음 있는 CPU 방열(放熱)팬 대신 물주머니로 교체하는 것 등이 기본적인 내부 튜닝이다. 최종기(29·회사원)씨는 여기에 한술 더떠 컴퓨터 본체에 TV,오디오 시스템,프로젝터를 연결해 자체 홈 시어터 시스템을 구축했다. “왜 그렇게까지 개조를 하냐고요?작업 형태에 맞게 컴퓨터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싶어서죠.” 그 동안 컴퓨터를 개조하며 CPU를 수차례 태웠다는 종기씨가 컴퓨터 튜닝을 그치지 않는 이유다. ●자동차 튜닝,겉멋이라고? ‘튜닝계 원조’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은 자동차다.국내 자동차 튜닝의 역사는 짧게 10여년,길게는 50여년으로 본다. 자동차 튜닝의 선두주자격인 전성철(33·엔지니어)씨의 튜닝경력은 13년.20대 초반부터 튜닝에 관심을 가져 자동차 튜닝의 선진국인 일본 유학을 갔다오기도 했다.지금은 ‘클럽 JK(cafe.daum.net/jeke)’라는 튜닝·오프 로드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그는 차를구입할 때마다 자동차 바퀴를 늘 바꾼다.‘오프 로드’를 많이 하는 그에겐 필수다.또 고속에서 더욱 높은 마력을 낼 수 있도록 변경하기도 한다. “‘차를 있는 그대로 타지 왜 바꾸느냐.’며 자동차 튜닝을 단지 ‘겉멋’ 이라고 보는 편견이 안타깝습니다.” 성철씨가 말하는 자동차 튜닝은 자신의 취향·용도·편의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라는 의미이다.하지만 성철씨는 “방향 지시등의 색깔을 바꾼다거나 감시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번호판을 교묘히 조작하는 일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튜닝을 하더라도 안전과 법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여경 김효섭 나길회기자 kid@ ■자동차 튜닝 어디까지 합법일까 1950년대에 드럼통으로 차체를 만들고 여기에 미군이 쓰다버린 지프의 엔진,변속기,차축 등을 붙여 만든 최초의 국산 자동차인 ‘시발(始發) 자동차’.지금은 이런 식으로 차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현행법상 개인이 자동차를 설계,조립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법제도가 까다로워 사실상 어렵다.그러면 자동차를 일부 개조하는 튜닝은? 튜닝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튜닝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면 튜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예를 들어 출력 향상을 위한 엔진 튜닝은 배기가스만 단속치를 넘지 않으면 된다.또 일반 엔진에 터보를 다는 것도 가능하다.하지만 광폭 타이어가 차체 옆으로 나온다던가,차체를 기준치 이상으로 높이거나 낮춰서는 안된다. 교통안전공단 성산자동차 검사소의 신정식 과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 허가에 문제가 없는데도 신고를 안하는 경우가 있다.”며 “튜닝 전에 자동차검사소의 구조변경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보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튜닝에 대한 단속이 상당히 심하다.튜닝 문화가 30년 정도 된 일본도 정부와 튜닝족 사이에 마찰이 심했으나 90년대 초반부터는 튜닝족도 미리 허가를 받아 운행하고 정부도 유연하게 대처했다.이후 10년 동안 일본의 튜닝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했고 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이처럼 자동차 튜닝은 개인 취향의 문제일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과도 관련돼 있다.자동차업체들은 튜닝 자동차 경기가 끝난 뒤 좋은 기술을 받아들여 차량 제작에 적용하기도 한다. 한 튜닝 마니아는 “흐르는 물을 막으려 하지 말고 흘러가게 내버려두면 자연히 안정된 골이 패여 물길을 만들어내게 돼있다.”며 “내가 타고 다니는 차를 불안전하게 만들겠는가.”라고 반문했다.이어 “무분별한 단속,규제 등을 완화한다면 튜닝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고,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튜닝으로 인해 기능 고장,부품 손상이 났을 경우엔 품질보증 기간이 남았더라도 무상수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한국소비자보호원의 손영호 팀장은 “자동차 튜닝은 정상적인 제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는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멋만을 위해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튜닝은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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