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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서화가 바스키아 감옥에 가다/김민호 지음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루벤스와 위스키 브랜드 올드파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올드파 위스키 병엔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주인공은 토머스 파(1438∼1589).스코틀랜드 출신으로 152세까지 술만 마시고 살다가 죽은 주선(酒仙)이었다고 한다.루벤스는 영국왕 찰스 1세의 명을 받아 이 초상화를 그렸고,올드파 위스키 회사는 이것을 상표로 사용했다.올드파의 경우,초상화가 그려진 시점과 상표로 사용된 시점 사이엔 오랜 시간적 간격이 있어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하지만 이런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토머스 파의 초상을 당사자 동의없이 상표로 썼다면 이는 물론 초상권 침해이고,그의 명성을 이용하기 위해 초상을 상표로 사용했다면 퍼블리시티(publicity)권까지 침해한 것이 된다. ‘낙서화가 바스키아 감옥에 가다’(김민호 지음,예경 펴냄)는 이처럼 법률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솔로몬의 선택’식 미술법정 이야기다.저자(39·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법학자의 시각에서 미술작품을 바라보고 그것이 연상시키는 법적인 문제들을 풀어간다. 마티스와 피카소.이들은 20세기 초 프랑스 화단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동시에 열렬한 팬이었다.알제리를 방문한 마티스는 그곳 원주민들의 야성적인 육체미와 미술에 영감을 받아 ‘블루 누드’(1906년)를 그렸다.강한 파란색 톤으로 여인의 육감적인 몸을 강조한 작품이다.한편 피카소는 이듬해인 1907년 유명한 ‘아비뇽의 처녀들’을 발표한다.저자는 이 두 작품을 인간의 육체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비슷한 그림으로 본다.만약 마티스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저자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이라는 말로 결론을 대신한다. 저자는 법학자로서 그림과 관련된 국기모독죄나 음란성 판단기준 등 케케묵은 법률이론을 비판하기도 한다.저자는 ‘태극기 작가’ 김명수를 예로 들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 없이 태극기의 조형미를 추구한 작품을 형법 규정으로 재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한다.미국의 팝아트 작가 재스퍼 존스 또한 1950년대 성조기를 소재로 한 그림을 발표해 냉소와 비판을 받았지만,그의 작품이 오늘날 평면회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적 시도로 평가받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책은 이밖에 스프레이 낙서화가로 유명한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의 담벼락 낙서에 적용될 수 있는 죄목,고흐의 잘라낸 귀와 자해에 따른 범죄구성요건,사갈의 ‘눈 내리는 마을’과 상표권 등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 [아하 그렇구나] 폐인VS 정인VS 중독

    ‘발리폐인’‘낭폐’‘사말정인’‘필립중독’…. 요즘 TV드라마 홈페이지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시청자 ‘폐인’(嬖人·사랑하는 사람·마니아)들의 자존심 대결이 뜨겁다.방송가에서 “TV 인기드라마는 ‘폐인’들이 만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올 판이다.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드라마들은 하나같이 ‘폐인’들의 강력한 후원에 힘입어 시청률 경쟁을 벌인다.SBS ‘발리에서 생긴 일’의 ‘발리폐인’,KBS ‘낭랑18세’의 ‘낭폐(낭랑+폐인)’,‘MBC ‘사랑한다 말해줘’의 ‘사·말+정인(情人)’,SBS ‘햇빛 쏟아지다’의 ‘필립(주인공 조현재의 다른 이름)중독’ 등이 그것. 이들의 파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대본의 흐름이나 주인공의 운명을 바꾸거나,연장방영 또는 조기종영을 유도하는 등 ‘네티즌 권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드라마 내용 가운데 귀신같이 ‘옥의 티’를 찾아내 제작진의 공개사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실제로 과거 ‘올인’과 ‘상두야 학교가자’의 경우 종영을 앞두고 ‘주인공을 살려달라’는 드라마 팬들의 요구로 결말이 180도 바뀌었다.‘폐인’들의 제작참여 행태는 갈수록 다양하고 지능화되는 추세다.최근 주인공 하지원의 극중 이름을 딴 ‘수정일보’를 발간하기도 한 ‘발리폐인’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대본을 게시판에 올려 제작진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다른 ‘폐인’들도 마찬가지. “서버 폭주 할 때까지 연장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합시다!지문이 닳아 지도록!딱 6부만이라도 더 늘려 주세요!”(아이디 ‘오누리’-‘낭랑 18세’게시판)“윤소이의 사각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은데,얼굴 신을 찍을 때 정면은 피하고 약간만 돌려서 찍으면 얼굴의 단점이 가려지지 않을까요?”(아이디 ‘김은정’-‘사랑한다 말해줘’게시판) 이쯤되니 드라마 제작진은 폐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발리‘의 이명우(34)PD는 “드라마의 인기와 시청률을 좌우하는 ‘폐인’들의 의견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칭찬이건 비판이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제작진들이 더욱 활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
  • [한국영화 1000만시대] (中) 관객 & 마케팅

    “요즘 관객들 정말 무섭죠.작품의 컨셉트와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홍보를 했다간 비난이 빗발쳐요.단순한 비판 수준이 아니라 어떻게 잘못됐노라고 훈수까지 둡니다.” 한 영화마케팅 담당자의 말이다.그의 말마따나 포스터의 그림이나 카피가 조금만 어색해도 어디를 바꾸라고 꼬집을 정도로 요즘 관객들은 정말 ‘무서운 눈’을 가졌다. 1000만 관객시대를 연 주체는 물론 관객이다.그러나 그들을 움직이는 숨은 손은 마케팅이다.영화에 대한 감식안이 날로 높아가는 관객들과,그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고난도 마케팅 전략이 없었더라면 1000만 관객시대는 불가능했다는 게 영화가의 풀이다. ●다양한 마케팅으로 관객 끌어들여 관객이 예리해질수록 언제나 관객보다 ‘한수 위’여야 하는 게 마케팅이다.마케팅 아이디어는 그래서 갈수록 더욱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대개 크랭크인 단계에서부터 시작된 마케팅은 영화 개봉 이후까지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이어진다.비용도 대단하다.적게는 제작비의 30%선에서 많게는 제작비와 맞먹기도 한다.순제작비 83억원짜리 ‘실미도’가 마케팅에 쓴 돈은 23억원.영화규모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홍보사인 이노기획의 김은성 실장은 “와이드 릴리스(수백개 스크린에서 동시개봉) 배급방식을 택한 대신 광고비용을 줄였다.”고 전략을 설명했다.‘태극기 휘날리며’도 엇비슷한 마케팅 전략을 동원했다.순제작비 147억 8000만원에 마케팅비는 20억 3000만원.놀라울 정도의 소액이다.관객유인책으로 그동안의 입소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전략에서였다. 이같은 물량공세를 넘어 작품 자체를 홍보하는 마케팅의 세부 아이디어들도 관객동원에는 결정타가 된다.무엇보다 홍보 컨셉트를 관객의 입맛에 맞게 잡아내야 하는 것.예컨대 개봉 직전에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극장 예고편이나 포스터.코미디 영화들이 흥행할 때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은근슬쩍 코미디물 일색으로 포장되기 일쑤다. 한 마케팅 관계자는 “그럴 경우 영화를 본 관객들이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리기도 한다.”면서도 “개봉 첫주의 성적이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는 홍보전술”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작과정 참여등 자발형 관객늘어 그러나 관객과 마케팅이 꼭 대척점에만 맞서 있지 않다는 게 1000만 관객시대에 눈여겨볼 대목.마케팅에 스스로 참여하는 ‘자발형 관객’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주인공들의 팬층이 주축인 예비관객들이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등 유형도 갖가지다.20일 개봉하는 코믹멜로 ‘그녀를 믿지 마세요’.주인공 김하늘·강동원의 팬 100여명이 영화속 군중신 녹음작업에 무료가담했다.이들이 개봉 후 유료관객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온라인 등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내줄 ‘서포터스’이기도 하다.‘실미도’도 인터넷 다음카페에 1만명의 관객들이 자발적 모임을 꾸려가며 1000만 관객 모으기의 ‘뒷심’을 받쳐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홈페이지 방문객만도 연일 하루평균 10만명이 넘는다.홍보사인 영화인의 안수진 팀장은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노출’효과를 보려는 마케팅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관객 500만명이 넘는 흥행기록은 화려한 마케팅 전략과 관객의 참여가 폭발적인 시너지효과를 낼 때라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수정기자 sjh@˝
  • 공짜 핸드폰 의 덫

    ‘이동통신시장에 소비자는 없다?’ 고객 서비스를 내걸고 내놓은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도와 약정할인제가 취지와 달리 단말기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만 배부르게 하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과실은 엉뚱한 곳에서 빼먹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특히 SK텔레콤과 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연일 볼썽사나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공짜 휴대전화에 ‘공짜’는 없다 이통3사의 일부 대리점에서 주장하는 공짜 휴대전화는 사실상 약정할인제를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단말기 할부 금액을 약정할인가로 메워 나가면 공짜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약정할인가에 포함된 요금은 기본료와 국내음성통화료뿐이다.무선인터넷과 국제전화,CID(발신자번호표시 서비스) 등은 예외다. 예컨대 이동전화 월 사용 금액이 4만 5000원(기본료+국내음성통화료=3만 5000원,국제전화+CID+무선인터넷=1만원 기준)인 사람의 경우를 보자.이 가운데 약정할인 대상 금액은 3만 5000원이다.여기서 할인 혜택이없는 2만원을 빼면 1만 5000원에 대한 20%,즉 월 3000원을 할인받는 셈이다.약정할인 기간 2년을 적용하면 총 7만 2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이는 최소 20만원대인 단말기 할부 금액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결국 소비자가 2년 후에는 부족한 단말기 금액을 물어야 한다. 일선 대리점들은 이런 속사정을 감추고 공짜 휴대전화를 장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선전만 하고 있다.소비자를 속이는 것과 다름없다.현실적으로 공짜 휴대전화를 얻기 위해서는 기본료와 국내음성통화료를 최소 월 7만원 이상 쓰는 수밖에 없다.특히 전체 월 사용금액으로는 10만원 가까이 써야 한다는 계산이다.통신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따르고 있다. 현재 SKT와 KTF,LG텔레콤 가입자의 월평균 사용금액은 각각 4만 5000원과 3만 9000원,3만 1000원 수준이다.이 가운데 약정할인 제외 요금을 뺀다면 공짜 휴대전화를 얻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듀얼밴드 단말기 의무화는 지지부진 011과 016,019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듀얼밴드(두개의 주파수대에서 통화 가능)' 단말기 채택도 제자리 걸음이다.번호이동이 이뤄질 때마다 단말기를 구입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특히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되면서 듀얼밴드 단말기를 사용하면 소비자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통3사의 이해 관계가 엇갈려 수년간 지지부진하다. 듀얼밴드 단말기 도입을 위해서는 이통3사의 주파수 공유가 필수적이다.그러나 좋은 주파수 대역을 가진 쪽이 반대하고 있다. 번호이동 장벽이 없어질 뿐 아니라 그동안 타사보다 서비스망 구축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관계자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못할 뿐 아니라 단말기 가격 상승 등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듀얼밴드 단말기를 제작하지만 전량 수출하고 있다.LG전자 관계자는 “통화 품질이나 기술에 전혀 하자가 없다.”면서 “서비스업체와 정보통신부가 의무화에 합의한다면 공급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잇속은 단말기 제조업체 번호이동성과 약정할인제 도입으로 가장 큰 잇속을 챙기는 곳은 단말기 제조업체.시행된 지 일주일밖에 안됐지만 기대감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휴대전화 판매량이 지난해(1400만대)보다 200만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팬택&큐리텔 관계자는 “1월 국내 휴대전화 전체 판매량이 140만대를 돌파한다면 연 10∼20% 정도의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현대홈쇼핑의 단말기 판매 프로그램은 이런 혜택을 톡톡히 누린 사례다.1시간 동안 13억 7000만원어치의 단말기를 팔아 ‘대박’을 터뜨린 것.평균 2억원대를 판매한 다른 프로그램보다 매출이 7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소설 삽화로 제2인생 도전”암투병 만화가 고우영 화백

    담백하고 꾸밈이 없다.얼핏 ‘무(無)기교’처럼 보이지만,실은 ‘극(極)기교’다.처음부터 그러한듯 자연스런 원전 재해석은 이미 ‘재창조’일 터이다.‘맛깔스러운 버무림’ 정도로 만화가 고우영(사진·64) 화백의 작품들을 표현하는 것은 차라리 폄하처럼 느껴진다. 고 화백은 1972년 ‘임꺽정’부터 시작해 수호지,삼국지,열국지,초한지,서유기,십팔사략 등 주로 고전들을 현대적으로 재각색하는 작업에 치중해왔다.“만화는 당의정”이라고 자주 말해온 고 화백에게 만화는,좋은 내용을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도구인 셈이다.몸에 좋은 쓴 약을 먹기좋게 감싸는 설탕옷 정도.어찌보면 ‘사도’(邪道)다. 때문에 고 화백의 만화관은 종종 엄숙한 정통주의자들의 비판을 산다.“‘매체가 곧 메시지’(마셜 맥루한)일터인데 감히 만화를 ‘껍질’ 취급하다니…”.잠시 심각함을 제쳐두고 그의 작품을 들춰보자.곳곳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해학과 풍자,특유의 끈적이는 성적 환상과 은근한 익살,톡특한 인물해석….최소한 그가 만화라는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달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도구적 만화관 탓일까.고 화백은 최근 암 투병과 복간 작업으로 바쁜 나날 속에서도 새 작품보다는 ‘남의 소설에 삽화를 그려주는 일’에 끼어들었다.고 화백은 최근 김왕석 작가의 인기 사냥소설 ‘맹수와 사냥꾼’의 삽화 작업을 계약하고 1권 분량을 완료했다.만화인생 40여년만의 ‘외도’다. “사실 미완 작품 마무리와 복간 외에 새 일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사냥 이야기라는 말에 덮어놓고 달려들었지요.원래 사냥이 취미거든요.” 평소 만화가에게는 풍부한 현장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그다.그동안 건강이 나빠져 오랫동안 사냥 현장에서 떠나있었던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조만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이라도 가서,잊고 살었던 현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살려내고 싶어요.” 고 화백은 지난해 8월 첫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지난 달에는 간으로 전이된 암세포의 절제 수술을 받는 등 투병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조심스럽게 투병 경과를 물었더니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답한다.“병도 암쯤 되니까 싸울 맛이 나네요.지금은 대충 5라운드쯤 됩니다.10라운드에서 KO시킬 작정입니다.” 고화백은 1938년 만주 심양 근처 본계호 출신으로 해방이 된 뒤 국내에 들어와 계성국교,동성 중·고교를 마쳤다.6·25전쟁 당시 사망한 둘째형 고일영의 만화인 ‘짱구박사’ 연재를 이어받아 만화가 생활을 시작했다.10여년을 무명으로 고생하다가 1972년 스포츠신문에 연재한 ‘임꺽정’이 성공하면서 주로 고전의 만화화에 전념해 만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채수범기자
  • 대한민국 게임대전 빛좋은 개살구?

    “대한민국게임대전을 미국의 E3와 같은 세계 3대 게임쇼에 뒤지지 않는 게임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매년 대한민국게임대전(KAMEX)이 열릴 때마다 한국게임제작협회가 되풀이하는 말이다.그러나 올해로 9회째를 맞았지만,발전은 고사하고 계속해서 위상이 떨어지고 있어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 ●2년만에 참여업체 30여개 줄어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전시회인 대한민국게임대전이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내렸다.그러나 참가업체는 2001년 99개에서 2002년 80개,2003년 67개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게다가 올해에는 한빛소프트,위자드소프트 등 국내 메이저급 PC패키지게임 업체들이 한 곳도 참가하지 않았다.그래서 오락실용 게임인 아케이드 게임과 온라인 게임만으로 이루어진 절름발이 전시회가 됐다. PC게임업체 W사 관계자는 “매년 아케이드·온라인 게임만 중시하는 카멕스에 들러리 서기가 싫었다.”면서 “전시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불참했다.”고 귀띔했다. 가장 큰 전시관이었던 온라인 게임 전시관도 사정은 비슷했다.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전체 매출액의 80%를 차지하는 엔씨소프트,웹젠,넥슨,CCR 등 주요 업체들은 모조리 불참했다.이들은 미국 E3 등 해외 게임쇼에는 거의 빠짐없이 참가하던 업체들이다.엔씨소프트는 아예 “앞으로도 카멕스에 일절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카멕스의 ‘몰락’을 실감나게 했다. ●도박게임 일색… 청소년에 악영향 우려 온라인게임관 다음으로 큰 전시관인 아케이드관은 카지노,바카라,경마 등 성인용 도박 게임들로 가득 채워 관람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한국게임제작협회는 “특히 영국 등 유럽의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여 해외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렸다.”며 좋아했지만,중학생 아들 두 명과 같이 행사를 관람한 정익치(43·자영업)씨는 “당연히 주 관람객층인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콘솔게임 전시의 주역이었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도 눈총을 받았다.이들은 관련 업체들의 불참 사태에 당황한 한국게임제작협회가 내놓은 ‘히든카드’. 그러나 두 업체는 최근 격화된 시장 점유율 경쟁으로 전시에 쏟을 여력이 없었다.게다가 보여줄 것은 이미 기자간담회나 이벤트를 통해 예전에 모두 보여준 상태.이들은 결국 언론 등을 통해 공개했던 모션인식게임 ‘아이토이’(SCEK),‘X박스 라이브’(한국MS) 등을 ‘재탕전시’해 정보에 빠른 게이머들의 비난을 샀다. ●부대행사만 인기… 게임대전 무색 결국 게임 기념품 증정회 외에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행사는 그라비티 등 일부 업체들이 제공한 ‘연예인 팬사인회’였다.그라비티,피망,써니YNK 등의 업체들이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마련한 코스프레 행사 등 아기자기한 이벤트들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그러나 이는 ‘부대행사’에 불과하다. 업체 관계자들은 “카멕스가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 E3 등 세계 3대 게임쇼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대규모 신작 발표회”라면서 “이슈를 만들며 중심에 서야 할 기대작 발표회가 없다는 것은 명백한 주객전도”라고 비판했다.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C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속 문제로 지적해 왔는데 개선하지 않는 것은 주최측의 게임 전시회 성격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그는 “카멕스가 ‘게임 페스티벌’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 전시회’가 되려면 앞으로 신작 발표회가 주가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네티즌들 “이름이 아깝다” 그래도 올해에는 신작 발표가 아예 없었던 예년과 달리,비슷한 행사를 몇개 마련해 다소나마 위안을 갖게 해주었다.NHN이 개발 중인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아크로드’,그라비티의 신작 ‘레퀴엠’ 등등.하지만 이들도 기껏해야 동영상·사운드트랙 공개 수준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즉 게임 플레이 영상 등 게이머들이 목말라하는 게임 자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던 것.차라리 플레너스가 ‘깜짝발표’한 일본 보스텍의 ‘은하영웅전설’ 온라인 버전 소개가 전시회 취지에 더 잘 맞았다. 카멕스 조직위원회는 24일 “이번 행사기간 동안 10만명이 방문해 대성황을 이루었다.”면서 “해외 바이어가 3500여명이나 참가해 1000만달러어치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성공'을 자축했다.하지만같은 날 카멕스 홈페이지(http://www.kamex.or.kr) 자유게시판에는 “‘대한민국게임대전’이라는 명성이 아깝다.”(ID ‘Funny화니’)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씨줄날줄] 한국판 마니 풀리테

    안토니오 피에트로 검사는 이탈리아의 영웅이었다.한국인들이 월드컵 때 붉은 티셔츠를 입었던 것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 때 그의 얼굴이 새겨진 옷을 입고 다녔다.그는 1992년부터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라는 정치권의 부정부패 수사를 지휘한 검사였다.그는 3000여명의 정치인·기업가·공무원 등을 수사했다.전직 총리를 포함해 1900여명을 부패혐의로 기소했다.부정부패 연루자들이 줄줄이 교도소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시민들은 열광했다. 뇌물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부정부패 수사는 쉽지 않았다.피에트로 검사도 많은 압력을 받았다.그의 동료 검사가 피살되기도 했다.그렇지만 피에트로 검사의 단호한 의지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 속에 검찰 수사는 1994년 말까지 계속됐다.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마니 풀리테’를 방해하지 말라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마니 풀리테’와 같은 한국판 ‘마니 풀리테’가 필요한 것 같다.정치권의 검은 돈과 부패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정치권 비리에 대한 단호한 수사의지를 나타내고 있다.송 검찰총장은 “검찰이 독립하려면 검찰총장 5명은 옷을 벗어야 할 수 있다.내가 그 첫 번째가 될 각오도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강한 의지에 국민들은 큰 지지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인터넷 팬클럽도 최근 만들어졌다. 인터넷 다음카페 ‘대검찰청 송광수-안대희 팬클럽(cafe.daum.net//newgumchal)’에는 수백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게시판에는 많은 지지와 격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네티즌들은 “외압에 절대 흔들리지 말아 주세요.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검찰은 그동안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정치 검사들이 판을 치며 국민보다는 권력편에 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검찰은 지금 명예회복의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노무현 대통령도 검찰에 간섭하지 않고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도 높다.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권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하면 검찰독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판 피에트로 검사를 기대한다. 이창순 논설위원
  • ‘영원의 황야’로 떠난 찰스 브론슨

    ‘황야의 7인’의 할리우드 액션스타 찰스 브론슨(사진)이 영면의 길을 떠났다.브론슨의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다스 시나이병원에서 브론슨이 폐렴으로 숨졌다고 밝혔다.81세. 찌푸린 미간에 굵게 파인 주름을 트레이드 마크로 1970년대 은막을 누볐던 그는 40대 이상의 남성팬들에겐 지금도 ‘콧수염 카리스마’로 각인돼 있다.국내에 그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68년 알랭 들롱과 호흡을 맞춘 ‘아듀,라미’가 소개되면서부터.이후 ‘데스 위시’ 등에서 카리스마 연기와 선굵은 액션을 선보여 팬층을 꾸준히 넓혀갔다.총기있는 40,50대 액션팬이라면,그의 새 영화가 들어올 때마다 유행어처럼 나돌았던 포스터 카피 ‘브론슨 형님이 또 왔다.’를 기억할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광부였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미 공군으로 참전했다가 이후 필라델피아 극단에서 세트작업 등 허드렛일을 하며 연기의 꿈을 키워나갔다.스크린에 정식 데뷔한 것은 1951년.데뷔작 ‘군중’(The Mob) 이후 개성있고 강렬한마스크로 주로 악역을 맡으며 연기 영역을 확장했다.60년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패러디한 서부극 ‘황야의 7인’에서 스티브 매퀸,율 브리너 등과 함께 열연했으며 7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배우’로 뽑혀 골든글로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54년 관객들이 사회주의권 국가식의 이름에 거부감을 느낄까봐 성을 부친스키에서 브론슨으로 바꿨고,58년 액션물 ‘켈리’로 유명세를 탔다. 74년 ‘데스 위시’에서 악당들에게 부인이 살해당하면서 난폭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는 배역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 시리즈물로 잇따라 제작됐다.당시 영화의 지나친 폭력성을 비판하는 여론도 많았으나 그는 “범죄에 희생되면서도 당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변호했다.브론슨은 68년 재혼한 영국 출신 여배우 질 아일랜드와 잉꼬부부로 금실을 자랑했으나,아일랜드가 90년 유방암으로 사망하면서 황혼기를 외롭게 맞아야 했다. 황수정기자 sjh@
  • “원작 무시한 블록버스터의 전형” 영화 ‘젠틀맨리그’ 비난 빗발쳐

    최근 개봉한 영화 ‘젠틀맨 리그’는 올해 말 3부가 출판될 앨런 무어와 케빈 오닐의 만화 ‘이상한 신사들의 리그(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이하 젠틀맨 리그)’를 원작으로 했다.인터넷서점 아마존의 평을 빌리자면 ‘빅토리아 시대의 팬태스틱 포(fantastic four)’쯤 된다.‘팬태스틱 포’는 미국 만화출판사 마블 코믹스가 61년 내놓은 어두운 영웅들의 시조격인 만화.즉 각종 대중장르 소설에서 튀어나온 음침한 주인공들이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싸우는 내용이다. ●고전소설 속에서 뛰쳐나온 만화영웅들 먼저 영화에서 리그의 지도자로 나오는 모험가 앨런 쿼터메인은 영국 모험소설의 대표격인 H 라이더 헤거드의 ‘솔로몬 왕의 보물’에서 나왔다.뱀파이어 미나 하커는 수많은 영화·만화·게임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큘라’(브람 스토커)속에서 흡혈귀의 저주에 시달린다. 네모 선장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서 고성능 잠수함인 노틸러스호를 지휘하는 과학자이다.만화에서는 영국의식민지 인도 출신으로 나온다.야수 하이드는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왔고,투명인간 로드니는 그 뿌리를 H G 웰즈의 소설 ‘투명인간’에서 찾는다.최고의 도둑이 되기 위해 투명인간의 혈청을 훔쳤다는 것.이외에도 불사신 도리안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미국 비밀 요원 톰 소여는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에서 차용했다.(만화상으로는 도리안과 톰 소여는 리그의 일원이 아니다.) 악당도 마찬가지다.세계 평화를 위협하며 가면을 쓰고 다니는 악당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시키고,드러난 정체는 이안 플레밍의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에게 임무를 부여하던 영국 정보부의 M의 패러디다. ●DC류의 영화가 돼버린 마블류의 만화? 그러나 영화 ‘젠틀맨 리그’는 공개되자마자 골수 만화 팬들의 비판을 샀다.원작의 미덕을 무시하고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먼저 원작에서는 불사신 도리안 그레이와 미국 비밀요원 톰소여는 ‘젠틀맨 리그’의 일원이 아니었다. 또 미나도 초인적인 힘 정도만 소유한 살인을 혐오하는 이지적인 연구원이지,영화처럼 박쥐로 변해 날아다니는 뱀파이어는 아니었다.이외에도 모험가 앨런은 마약중독,투명인간 로드니는 색정광,네모 선장은 흥분 잘하는 다혈질,지킬은 정체성 혼란을 겪는 등 만화원작에서는 리그 전원이 약점을 가졌지만,영화는 영웅들의 인간적인 결함을 많이 삭제했다.이에 팬들은 “영화사가 ‘마블 코믹스 풍의 약하고 어두운 인간적인 초인’들을 전형적인 DC 코믹스풍의 ‘영웅 올스타팀’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분노했다. 특히 미나가 리그의 지도자로 등장해 페미니즘 성격이 강했던 원작과는 달리,영화에서는 카리스마 강한 ‘마초사냥꾼’ 앨런이 지휘를 맡은 점도 원성을 샀다.여기에 팬들은 “역할도 없는 미국의 젊은 톰 소여를 억지로 끼워넣은 것도 영화의 ‘정치적인’ 성격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네티즌 ID ‘solitary’는 “지도자 앨런이 톰 소여에게 미래를 부탁하며 죽어가는 것은 19세기 영국에서 20세기미국으로 이어지는 세계패권 승계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꼬기도 했다. 채수범기자
  • “술수에 치우친 인재학은 사람을 동물로 만듭니다”/ 中인재활용경전 ‘변경’의 저자 렁청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5000년 중국역사 최고의 인재 활용 경전인 ‘변경(辨經·인물을 판별하는 경전)’의 저자를 중국 인민대학(人民大學)에서 만났다.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 사람 류사오(劉邵)가 쓴 ‘인물지(人物志)’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변경은 국내에서도 번역·출판돼(김태성역·더난 출판) 인문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중국작가협회 회원이며 인민대학 부교수에 재직중인 렁청진(冷成金·41) 교수는 “중국의 깊은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현대에 맞는 인재를 고찰하는 것이 집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의 인재학(人才學) 관련 서적이 ‘술(術)’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한다.80년대 중국 출판계에서는 각종 지혜·모략을 소개하는 ‘모략 열풍’이 불었지만 대부분이 기술에 중점을 뒀고 전통 지혜는 사라지고 사람은 권세,모략과 이익의 동물로 변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전통 문화의 심오한 지혜를 배우지 않으면 야심가나 음모가에 그치고 이런 사람들이 큰 일을 도모하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이것이 5000년 중국 역사가 주는 교훈이라는 것이다.렁 교수는 개혁·개방 이후 떠오르는 신예 작가.32살 때인 94년 중국의 역대 권력자들을 분석한 ‘취안즈(權智·권력을 다루는 지혜)’를 내놓아 20만권이 팔렸다. 지난해 4월 출판한 ‘즈덴(智典·지혜의 경전)’도 지금까지 4만부가 나갔다고 한다.조만간 한국에서 번역·출판될 예정이다.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도 소설이 아닌,인문·학술서적이 4000∼5000부 정도 팔리면 성공작이란 평을 듣는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중국 역사와 문화를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종횡무진으로 달렸다.해박한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는 “공자가 살아야 중국이 산다.”고 자신의 철학을 요약했다.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취푸(曲埠)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한 그는 쿵쯔(孔子)의 열렬한 팬이라고 털어놓는다. 자연스레 인터뷰는 공자 사상으로 흘러갔다.“한국에서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하자,“역대 권력자들이 공자의 진정한 정신은 외면하고 권력유지를 위해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긴 반론을 폈다.그는 “공자도 봉건주의를 반대할 정도로 개혁을 강조했다.우리가 할 일은 권력자들이 악용한 공자의 묘를 부수고 거기에 갇혔던 영혼을 구해내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仁),중용(中鏞),대동(大同) 등 공자의 3대사상을 현대에 맞도록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유교 문화권인 한국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마무리지었다. 1962년생으로 산둥성 린이(山東省 臨沂)에서 태어나 취푸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중국인민대학 중문학부 부교수로 재직중이다.중국 고전·전통 문화,중국 현대 고전문화 비교가 전공분야다.지난 99년부터 한국 한서대학 객원교수로 2년간 한국 생활을 했던 그는 “한국인들의 근면성과 향학열,그리고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애착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oilman@
  • 프로기사 출신 사무총장 한국기원 유 건 재

    ”우리나라를 세계 바둑의 메카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근 한국기원 사무총장에 임명된 유건재(55) 7단은 한국이 세계 바둑의 중심이 되는데 일조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우리 바둑계의 인프라는 ‘극빈 수준’입니다.정석·포석 교과서라고 내세울 만한 변변한 책 한 권이 없는 실정입니다.”그는 “외국에서는 ‘바둑 하면 한국’이라며 유학도 오고 하는데 이런 콘텐츠로 어떻게 미래의 전문가를 길러내겠느냐.”며 “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무엇보다 기본이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런 상태로는 세계 최강 자리를 지키는 것도 무리입니다.지금 중국이 무섭게 자라 한국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지 않습니까.” 유 총장은 “그런데도 우리 바둑계는 위기의식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바둑 전문가 지망자는 늘고 있으나 바둑 인구의 저변은 오히려 줄어 역삼각형의 매우 불안정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바둑이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남녀 모두에게 매우 유익한 분야인데도 콘텐츠가 허술한 데다 정책적인 보급방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 총장은 프로기사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바둑팬이라면 바둑잡지와 TV해설 등으로 이미 낯익은 얼굴이다. 한국기원에서 활동한 프로기사 출신일 뿐 아니라 해동화재해상보험에서 부장까지 지내 추진력과 행정능력을 검증받은 인사다.그에게 거는 바둑인들의 바람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바둑 행정을 역대 어느 총장보다 잘할 것이라고…. 사실 이사장은 지금까지 줄곧 외부에서 영입했고,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은 당연히 영입 이사장이 자기 사람을 앉히는 자리였다.그러다 보니 바둑과 행정이 일정 부분 따로일 수밖에 없었다.이런 환경에서는 누구라도 언감생심 바둑계의 미래를 거론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 한국기원에 바둑 중흥을 위한 행정은 없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이런 중에 우리 기사들이 세계대회 23연승 등 놀라운 성적으로 ‘세계 최강’의 입지를 굳힌 것은 기적입니다.” 주제가 바둑행정으로 옮아가자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바둑방송이 개인에게 넘어간 데 대해서는 “따지고 보면 전임 이사장이 바둑방송을 거저 가져간 셈”이라며 톤을 높였다.당시 한국기원 이사장은 동양그룹 회장인 현재현씨가 맡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한국기원이 재단법인이어서 현실적으로 방송을 소유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게 맞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그러나 그는 “그것이 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이사장으로 앉힌 결과”라며 “그분이 바둑에는 도무지 애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한국기원의 개혁 방향과도 관련돼 있다.“그동안 허송세월했지만 지금이라도 바둑인들이 소망하는 일을 안 할 수 없습니다.지켜봐 주십시오.” 그가 든 바둑의 장점은 하나,둘이 아니다.복잡한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는 정서를 안정시키고 깊이 침잠할 수 있는 청량제일 뿐 아니라 마주보고 바둑 한판 두고나면 친구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교에도 제격이라고 한다.소모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사고력과 창의력,진중함을 길러 준다는 점에서 자라는 어린이에게 이만한 기예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관심은 바둑 저변 확대에 모아졌다.이를테면 초등학생에게 특별활동을 통해 체계적으로 바둑을 가르치는 방안이라든가,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건립해 놓은 생활문화회관의 교육프로그램에 바둑과목을 설치하고 한국기원이 양성한 전문가를 바둑지도자로 파견한다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등이었다. 한국기원의 수익성 확충도 바둑 발전에 있어서는 늦출 수 없는 현안.지금까지 많게는 연간 4억∼5억원의 적자가 계속 누적돼 오고 있지만 전임자 누구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지 않았단다.재정의 예속이 바둑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그는 올해를 한국기원의 재정 흑자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은 눈치다.“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유 총장은 프로기사들의 바둑활동을 둘러싼 계약관행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프로 기사란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바둑행위가 창작이고 바둑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입니다.그런데 어떻게 제한적인 국내외 타이틀전의 시상금만으로 살 수 있겠습니까.이제는 바둑인지적재산권 문제를 진지하게 거론해야 할 때입니다.” 각종 기전 사업은 물론 초상권과 기보권 등도 같은 맥락에서 한번 짚겠다고 했다. 내부를 향한 비판도 곁들였다.“현행 타이틀전도 문제입니다.아무리 큰 대회도 강자 몇몇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일 뿐 축제성이 없습니다.진짜 바둑마니아는 강자들을 에워싸고 있는 바둑팬들인데,그들이 바둑을 즐길 수 있는 문화적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그는 진지했다.미래에 대한 열정도 보였고,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그래설까.스스로가 소망한 곳에 섰는데도 전혀 기쁘거나 홀가분해 보이지 않았다.한국기원과 바둑계에 산적한 과제들이 그를 무겁게 억누르는 탓이리라. 유 총장은 1948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지난 66년 전문기사로 입단해 청소년배 우승,최강자전 준우승 등의 성적을 거뒀으며,90년부터 SBS 바둑해설위원을 맡고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
  • 30일 전세계 동시개봉 SF 화제작 Q&A로 미리 본 엑스맨2

    지난 16일 지구촌 팬들과 인터넷 화상채팅을 열어 분위기를 띄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2’(X-MEN2)가 오는 30일 전세계 관객들을 동시에 만난다. 전편이 ‘좋은 엑스맨’과 ‘나쁜 엑스맨’사이의 대결을 그렸다면,이번엔 ‘엑스맨’과 ‘나쁜 인간’이 맞붙었다. 이야기 전개와 등장인물 관계는 어디까지 진전됐나. -전편이 인물들의 사연 보따리를 잔뜩 풀어놓고 뒷수습을 못한 느낌을 줬다면,속편은 작정하고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누군가가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뒤 여론이 엑스맨(유전자 변형으로 탄생한 돌연변이)을 지목하고,돌연변이를 증오하는 스트라이커 장군(브라이언 콕스)은 엑스맨들의 학교에 전쟁을 선포한다.이 과정에서 엑스맨의 지도자인 사비에 박사를 납치,모든 엑스맨을 죽이는데 이용하려 한다.결국 엑스맨들은 모두 힘을 합친다.이는 원작만화 내용의 4분의1 이상이 진행된 것.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 구조에 힘을 쏟다보니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전편만 못하다.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엑스맨의 운명의 괴로움보다는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더 소중하게 다뤄 전편만큼 음울한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새로 등장하는 엑스맨은?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파란 피부에 문신으로 범벅된 나이트 크롤러(앨런 커밍).오프닝 신에서 클래식 선율 속을 유영하듯 연기처럼 흩어지며 이동하는 모습은 신비롭고 아름답다.신세대 엑스맨들의 활약도 돋보인다.전편에서 잠시 얼굴을 비췄던 아이스맨(애런 스탠포드)과 파이로(숀 애쉬모어)가 전면에 부각된다.아이스맨이 얼음벽을 만들고,파이로가 무차별 공격에 분노해 경찰차를 불바다로 만드는 장면은 압권이다.손톱에서 칼날이 나오는 무술의 달인 데쓰스트라이크(켈리 후)도 이번 속편의 유일한 악당이자 동양여성으로 등장한다.피부만 닿으면 에너지를 흡수하는 로그(애너 파킨),손등에서 갈퀴칼이 나오는 울버린(휴 잭맨)등 전편의 인물도 거의 그대로 나온다. 액션과 세트 규모가 더 커졌다던데. -스트라이커 장군의 기지로 쓰이는 11만 평방 피트의 거대한 세트는 캐나다 밴쿠버에 300여명을 투입,다섯달동안 만들어냈다.기차역,자유의 여신상 등에서 결투를 벌여 현실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전편에 비해,금속성의 비밀기지는 미래적이다.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키는 학교 습격신,회오리 기둥 사이를 휘젓는 전투기,우위썬 감독의 스타일을 베낀 듯한 음침한 성당과 비둘기신도 볼거리다.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감한 앵글,초현실적인 분위기 등 SF팬이라면 더없이 좋아할 요소를 두루 갖춘 셈.제작비는 1억5000만달러가 들었다. 전편보다 뜰 수 있을까. -전편은 전세계적으로 3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렸지만,국내 관객은 서울에서 46만명에 그쳤다.하지만 지난해 성공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새로운 SF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전편 때보다 더욱 유명세를 얻은 스톰 역의 할리 베리,매그니토 역의 이안 맥켈런의 영향력과 여름 극장가의 첫 포문을 열게 되는 작품이라는 점이 최대 이점.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인간에 대한 비판도 요즘 시기에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 김소연기자 purple@
  • [열린세상]생살부, 왜 음모란 말인가

    계유정난 때 수양대군의 최측근 한명회가 죽여야 할 사람과 살려둬야 할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황보인,김종서 등 단종 보위세력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다.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생살부’다. 그런데 그것이 현대에 들어와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공천자와 낙천자를 가리는 명단을 담은 ‘괴문서’라는 이름으로 떠돌더니 언제부턴가 ‘생살부’도 아닌 ‘살생부’로 그 이름이 확정된 듯하다.예전에는 그 ‘괴문서’와 ‘살생부’가 어떤 방식으로 떠돌았는지 모르겠으나 이번에 정치권을 뒤집어놓고 있는 ‘민주당 살생부 소동’은 그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 지켜본 사람으로서 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기억으로 ‘제16대 대통령당선자 노무현 공식홈페이지 게시판’에 그런 얘기가 뜨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인,대통령선거 바로 다음날부터였다.그때쯤 하루 이삼천 건도 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틈틈이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 어느 의원이 열심히 뛰고 어느 의원이 자기당 후보를 흔들었는지 저마다 알고 있는 의원 정보를 바탕으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철새 명단,후단협 명단,탈당후 복귀파 명단,고위 당직자이면서도 다른 당 후보에게 러브콜을 하거나 관망하던 자들의 명단 같은 것이 줄줄이 올라왔고,한 네티즌이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민주당 전체 의원의 성향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 올린 것이다. 그때 마침 게시판에 접속하여 그가 올린 명단을 보았을 때 내 생각 또한 ‘이 사람 이 분야에 대해 많이 알고 있구나.’하는 것보다는 ‘이제까지 올라온 자료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잘 정리했구나.’하는 것이었다.아마 나 역시도 뒤늦게 그 명단만 보았다면 민주당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올린 글로 알았을 것이다.글이 올라오자 한두 사람을 제외하곤 그 분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그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해 드러난 선거 다음날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었던 것이다. 당사자 입장에서야 ‘역적’이니 ‘역적중의 역적’이니 하는 분류가 기분나쁘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시대가 ‘공신’과 ‘역적’을 구분하여 생사를 여탈하는 왕조시대도아닌 다음에야 같은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끼리 선거 뒷얘기를 하는 마당이라면 비유적으로 아주 쓰지 못할 표현인 것도 아니었다.축구 빅게임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다 실수로 공 한번 잘못 건드려 자살골이라도 넣게 되면 성난 팬들 입에서 그보다 더한 표현들도 숱하게 나오지 않았던가. 축구에서 그런 일이 있으면 그 선수는 그것이 단지 실수임에도 괴로워하고 반성한다.정치가 축구 같기만 하다면 그 일로 반성해야 할 쪽은 의도적으로 자기 진영을 향해 공을 몰 듯 자기 당 후보를 흔들거나 발목을 잡았던 민주당 내 인사들이지 그런 당의 후보를 위해 열심히 응원하고 지지한 뒤 그들의 행태를 비판한 유권자 쪽이 아닐 것이다. “저는 정말 고등학교 졸업하고 막노동하다가 군대갔다 와서 공장다니는 노동자입니다.사돈의 팔촌 눈 씻고 찾아봐도 정치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정치에 관련된 사람 또한 아무도 없는 나이 서른의 미혼 남성입니다.돈도 없고,빽도 없고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핸드폰도 없고,카드도 없고,차도없는 그런 놈이에요.” 이틀전 그 청년이 다시 올린 자신의 신상이다.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 청년이 대체 무슨 정치적 음모를 꾸몄다는 것이며,또 무엇이 발본색원할 일이란 말인가? 이 청년을 고발하는 일로 지난 여름부터 겨울까지 민주당 의원 저마다에 대한 민의의 평가를 바꿀 수라도 있단 말인가.요즘 말끝마다 개혁 개혁 하는데,이것이 바로 민주당식 개혁인가. 인터넷 상에 한달 전에 있은 이 일을 이제와 정치권과 종이신문이 연일 이슈화하는 것이야말로 인터넷의 영향력을 무력화시키고,네티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정치권과 종이신문들의 또다른 음모가 아닌지 나는 그것이 오히려 의심스럽다. 이 순 원
  • [씨줄날줄]‘노감모’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 당선자로 만든 일등 공신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다.전국적으로 회원이 7만 4000여명에 이른다. ‘한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의 결성은 2000년 4월13일 총선이 계기가 됐다.당시 노무현씨가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부산 북·강서을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하자,노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격려의 글이1000여건이나 쏟아졌다.‘바보 노무현’은 이때 노씨의 고군 분투를 안타까워했던 네티즌이 붙인 별칭이다. 노사모는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백만 원군’의 역할을 했다.지난해 12월에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경선대책위원회’를 결성,당내 기반이 취약한노 후보 쪽으로 물줄기를 잡아 주었다.노 후보는 광주광역시에서 다른 후보를 제치고 압승을 거두며 승기를 잡았다.이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본선을 치를 때까지 희망돼지 저금통 분양과 온라인 성금 모금 등에 앞장서며 한국 정치의 새 역사를 써 나갔다. 대선 기간 중 일부 신문이 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실으면,반론을 덧붙여 널리 알려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비방의 효과를 거둘 수 없도록 만들었다.선거일을 불과 두서너 시간 앞두고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자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에 ‘노 후보의 위기’를 알리고 투표를 독려했다.노사모의 사이버 선거활동 결과인지는 단정할 수는 없으나 19일 오후가 되자 투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월드컵 경기 당시 전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였던 ‘붉은 악마’가 그랬듯이,노사모도 이제 갈림길에 섰다.‘노감모’ 또는 ‘노비모’(노무현을 감시·비판하는 모임)로 거듭나야 한다거나 노사모를 해체해 ‘노짱’을 자유롭게해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노 당선자는 지난 4월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뒤 경기도 여주의 뒤풀이 모임에서 ‘노감모’ 얘기가 나오자 “그렇지 않아도 감시할 사람이 많은데….”라며 말 끝을 흐렸었다. 노사모 집행부는 1월 중에 7만 회원의 총의를 물어 진로를 정할 것이라고한다.그러나 그 진로가 ‘연청’이나 ‘민주산악회’같은 사적인 권력 조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한국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노사모에 걸맞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
  • 노사모 앞날 ‘사이버 논쟁’

    “또다른 기득권 조직이 되지 않도록 박수칠 때 떠나자.”,“‘노감모’(노무현을 감시하는 모임)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번 16대 대선에서 노무현(盧武鉉)후보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앞날을 둘러싸고 회원들 사이에 논쟁이 치열하다. 중앙선관위에 의해 선거기간 동안 폐쇄됐다가 19일 오후 6시 투표 종료 직후 다시 문을 연 노사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조직 해체’와 ‘비지(비판적지지)모임으로 탈바꿈’을 주장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일부 회원들은 “노사모 자체가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정치인 팬클럽’이란 본래의 순수한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이미 회원 200여명은 20일 게시판 등을 통해 공식으로 탈퇴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노무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감시의 눈으로 바꿔 비판적 견제자가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조직 해체’를 주장한 ‘zizitop’이라는 회원은 “이곳에 남아서도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감시하고 비판할수 있지만,더욱 충실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한발짝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며 공식 탈퇴를 요청했다.‘nasarang’이라는 회원도 “노사모가 존재하는 한 대통령은 자유로워질 수없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복귀하고 5년후 다시 뭉치자.”고 제안했다. 중국지역 노사모를 운영하고 있는 ‘midoong’이라는 회원은 “정권과 너무 가까워져 유혹의 덫에 빠질 위험이 있어 이곳 조직을 해체키로 결정했다.”면서 “미련 없이 흩어진 뒤 향후 동서화합을 실천하는 ‘느슨한 연대’로다시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평범국민’이라고 밝힌 회원은 “노무현에게 보낸 무한한 애정을 차가운 이성과 날카로움으로 바꿔 계속 견제해 나가겠다.”면서 “약속을 이행하는지,진정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지,정치 보복은 하지 않는지 등을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애비’라는 회원도 “노사모는 ‘해체’가 아니라 ‘성격 전환’이 필요한 상태”라면서 “노사모가 가진 정치적 힘을 새로운 정권을 감시하는 데 사용하자.”고호소했다.이와 관련 노사모 차상호(41)회장은 “개인적 의견은 다양하지만 아직 공식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곧 중앙상임집행위를 열어 회원 7만5000여명의 의견을 수렴한 뒤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고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 새영화/휘파람 공주-美, 김정일 딸 납치하자 남북 힘 합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숨겨진 딸을 납치하려는 미국에 남과 북이 힘을합쳐 맞선다는 내용으로 최근 반미감정과 맞물려 화제가 된 영화 ‘휘파람공주’(25일 개봉·제작 마로엔터테인먼트).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처럼 코미디영화가 아니라 코미디·드라마·액션이 뒤섞인,장르를 알 수 없는 영화였다. 남북정상회담 20일 전 평양예술단의 일원으로 내려온 북한 최고지도자의 숨겨진 딸 지은(김현수)은 답답한 생활이 싫어 호텔방에서 도망쳐 우연히 3류록밴드 노펜스와 만난다.그럴싸한 연습실 하나 없는 이들에게 지은은 매니저를 자청해 집세도 내주고 연습실도 구해준다.하지만 밴드의 리더 준호(지성)는 돈을 흥청망청 쓰는 지은이 못마땅하다.여기까지 영화의 호흡은 코미디.남한 물정을 모르는 지은의 예측 불가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며 웃음을 유발하려 애쓰지만,좀처럼 큰 웃음이 터지지 않는 게 흠이다.하지만 실망이 깊어지기 전 영화는 드라마와 액션으로 새롭게 호흡을 가다듬는다. 우선 음악 때문에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원망하는 준호와,숨겨진 딸로 자란 지은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서서히 사랑이 싹트는 멜로 드라마를 씨줄로 펼쳤다.그 위에 지은을 납치해 분단을 공고히 하려는 미국 CIA의 음모에 맞서, 지은을 지키려는 국가정보원 요원 석진(박상민)과 북한 요원 상철(성지루)의 쫓고 쫓기는 액션을 날줄로 엮어냈다.실감나는 난투극에 총격전·폭발 신까지 나오니 제법 액션영화의 품새를 갖춘 셈이다. 유치함에 가까운 도입부보다는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지만,복잡한 이야기를 여러 장르로 섞다 보니 영화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화끈하게 웃기지도,가슴을 졸일 만큼 긴박하지도,눈물을 훔칠 만큼 애절하지도않은 채 그 주변만을 맴도는 느낌이다. 그래도 사소한 일로 치고받고 싸우는 남북 요원의 모습으로 대치상황을 희화화하고,분단으로 이익을 챙기는 미국을 비판하는 시각 자체는 신선하다.발랄하고 깜찍한 김현수의 연기는 남성 팬들을 설레게 하고,몸을 던져 지은을 지키는 성지루의 묵직한 연기도 가슴을 울린다.CF감독 출신 이정황 감독의데뷔작. 김소연기자 purple@
  • [386세대가 본 W세대] 20대 탈정치화 무죄인가

    16대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됐다.선거와 스무살의 함수관계는 어떨까. 과거와 달리 정치에 열정적인 학생은 이미 소수에 불과하다.그 소수가 일부는 진보정당의 대학생위원회로,또 일부는 개혁후보의 팬클럽으로,나머지는유력한 야당후보의 지원 연설자로 나서고 있다.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가에 대한 관심보다 각자 선호하는 것을 찾아 지지를 표현할 뿐이다. 지난달에 있은 전국의 대다수 대학에서의 총학생회장 선거는 상당히 상징적이다.전남대에서는 한총련 대의원 출신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후보가 당선되었다.단일후보였고,투표마감을 하루 연장한 끝이었다.서울대 선거에서는 비운동권인 ‘서울대생,학교로 돌아오다’팀이 운동권 경쟁자들과현저한 차이를 보이며 당선됐다. 어느 때보다 학생회장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는 올해의 전국 각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는 학생들의 탈정치 현상을 한번 더 확인시켜준다.때문에 20대의투표율 저하를 우려한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정당은 노심초사하고 있다.그렇다면 21세기에 스무살,그들의 탈정치화는유죄인가,무죄인가. 2002년 대한민국의 20대는 정치적 짐을 벗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이전 세대와 달리 그들은 격변의 정치적 사건을 경험하지 못했다.YS(김영삼)의 ‘문민정부’,DJ(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등장도 한몫을 한 것 같다.반면 정치적 사건의 부재와는 달리 IMF관리체제는 그들에게 중대한 사건이었다.스무살 그들이 열다섯살에 경험한 IMF사태는 가정과 미래를 흔들어버리는 충격이었고 혼돈이었다.심지어 이를 두고 미국의 1930년대 대공황기의 패닉(심리적공항)과 비교하며,스무살이 보수적 정치성향을 보인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스무살의 정치적 무관심은 무죄다.그들은 아예 정치를 떠난 것도,‘보수’로 안착한 것도 아니다.다만 그들에게 정치는 다양한관심사 중의 하나일 뿐이다.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범주에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정치에도 똑같이 적용시킬 뿐이다.IMF의 상처도 가졌지만,월드컵의 기쁨도 동시에 간직한 그들은 끊임없이 “You are the Message.”라는 개인적 성향을 지켜간다.수세적 저항과 비판 대신 그들은 좋아하는 것을적극적으로 선택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는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다.그 시작은,한30대가 인터넷에 ‘미군 장갑차에 사망한 효순·미선양 사건에 대한 무죄평결에 항의하자.’고 제안한 것이었다.삼삼오오 모여 인파를 만든 그 촛불시위에서,혼자서 의연히 참여한 20대들을 볼 수 있었다.지난 6월 한여름 광화문에서 월드컵을 응원한 ‘피플 파워’가,12월 한겨울 광화문의 항의시위 현장에서 다시 목격되는 느낌이다.조직적이기보다 개별적으로,산개해서 자신의 행위를 선택하는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은 그래서 무죄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
  • 노사모 “NO” 아우성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www.nosamo.org)이 중앙선관위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선관위가 대선 사조직이라며 폐쇄를 명령한데 대해 불응할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대선 정국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그동안 국민경선 등을 거치면서 ‘노사모’의 측면 지원을 받아 ‘바람’을 일으켰다.때문에 선관위의 이번 조치는 다른 후보보다 특히 노 후보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모는 2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깨끗한 선거를 위한 희망돼지 분양운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것은 깨끗하고 투명한 선거가 목적인 법의 입법취지를 망각한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사모는 이어 “지난 97년 안기부와 국세청을 동원해 거액의 선거자금을 모금하도록 건의하고 30만명의 동창·종친회원을 거느린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사조직인 부국팀과 노사모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폭거”라며 “장외투쟁과 서명운동 등 모든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모의 한 회원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선관위가 대선을 앞두고 사조직으로 모는 것은 이 후보의 눈치를 보고 국민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또 다른 회원은 “노사모는 자발적 조직이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며 당장 해체되더라도 수천개의 자발적인 사이트가 더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사모의 특성을 인정,선거법에 위배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폐쇄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련기관에 의뢰,강제해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그는 “저금통을 분양하면서 특정 후보를 지지·선전한 것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며,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아니다.”며 저금통 모금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고 밝혔다. 노사모는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이다.지난 99년 총선 당시 지역통합과 동서화합을 앞세워 부산에서 출마한 노무현 후보가 낙선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네티즌들이 정치개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MBC드라마 ‘내사랑 팥쥐’/ 뻔한 선악구도…시청자들 식상

    MBC 10부작 월·화드라마 ‘내 사랑 팥쥐’(연출 이진석)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당초 착한 콩쥐와 못된 팥쥐의 구도를 깨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겠다던 제작진의 야심찬(?) 의도와 달리 기존 드라마의 선악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실망과 비난이 크다. 더욱이 회당 600여만원의 파격적인 개런티를 각각 주고 주인공 장나라와 김재원을 출연시키는 등 스타 시스템을 택했지만 시청률이 16.0%(1∼6회까지 닐슨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평균시청률)에 머무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작진은 당초 “콩쥐가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과 팥쥐가 주변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현실감있게 그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 이같은 공언이 무색하다.여느 드라마처럼 무조건 나쁜 한 사람과 착하고 쾌활한 다른 한 사람이 나오기 때문이다. 콩쥐로 명명된 홍은희(은희원)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가졌다기보다 SBS 주말드라마 ‘라이벌’의 김민정(정채연)처럼 겉과 속이 다른 드라마속악녀의 전형이다.남들 앞에서는 친구 송이를 위해주고 걱정하는 척하지만 테마공원 사장 아들 김재원(강승준)과 장나라(양송이)의 사랑을 방해하기 위해 송이를 위험에 빠뜨리는 등 갖은 계략을 짜내 실행한다. 팥쥐 캐릭터인 송이는 못됐다기 보다 터프하고 귀여우면서 마음이 여린 보통 아가씨에 가깝다.그러나 그의 주변에는 ‘미남 돌쇠’김현성(김래원)이 그를 지켜주는 한편 백마탄 왕자인 재벌2세 강승준이 등장해 신분상승마저 도와줄 기세다. 특히 장나라가 너무 귀여워 극중 설정된 심술맞고 밉상인 팥쥐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아 현실감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에 대한 평보다는 ‘김재원이 멋있다.' 등 열성팬들의 성화가 대부분.드라마 팬이 아닌 탤런트 팬들이 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란 설명이다. 한편 이진석 PD는 “동시간대에 방영돼 30%를 웃도는 시청률을 얻고 있는 SBS ‘야인시대’의 경우 시청자층이 TV로만 드라마를 보지만 ‘내 사랑 팥쥐’의 시청자는 인터넷으로도 드라마를 보기 때문에 TV시청률만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주현진기자 jhj@
  • 공연 리뷰/ 뮤지컬 ‘유린 타운’ - 웃음뒤 숨겨진 날카로운 비판

    ‘유린 타운’은 뮤지컬 마니아들만을 위한 뮤지컬이 아니다.패러디를 가미한 황당한 코미디에 익숙한 영화팬이라면 더욱 박장대소할 매력을 지녔다.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다.웃음 뒤에는 현실비판이 예리하게 빛난다. 소재부터 기발하다.유린 타운은 오줌 마을이란 뜻.도시는 물 부족에 시달리고,대변주식회사는 화장실을 유료화한다.용변을 몰래 보다 발각되면 유린 타운으로 보내지는데,돌아온 사람은 없다.회사는 정치권과 담합해 요금을 올리고,참다 못한 민중은 일어난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까지도 자본에 포섭된 현대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더 나아가 환상을 심어주는 뮤지컬 장르까지 자근자근 씹는다.종종 등장하는 해설자는 “꿈은 해피엔딩 뮤지컬이나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이 작품은 다르다고 말한다.“그래도 뮤지컬인데…”라고 기대하는 관객은 “설마”하며 지켜보지만 투쟁의 성공 끝에는 다시 엉망진창이된 도시만 남는다.한번 뒤집어 엎는다고 바뀔 만큼 간단치 않은 현실에 대한 은유다. 심각한 이야기지만 이를 이끌어가는 것은 웃음이다.공중화장실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마려운’연기는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민중봉기 장면은 ‘레미제라블’의 장면을 패러디했다.바뀐 것이 있다면 붉은 깃발 대신 ‘뚫어’를 들고 있다는 점.웃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장면의 연속이다. 영화기법도 활용했다.가난한 노인 올맨 스트롱이 기어이 큰 일을 치르기 직전,슬로 모션을 보듯 모두들 “안돼.”를 외치며 천천히 움직인다.바비가 아버지 올맨 스트롱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할 때마다 마치 플래시 백처럼 올맨 스트롱이 ‘날 기억해다오.’를 외치며 등장한다.바비가 추락사하는 장면은,벽에 그림자로 회오리바람을 만들고 빨려 들어가듯 천천히 뒤로 가다가벽에 딱 달라붙는 이미지로 표현했다.영상적 표현방식을 무대언어로 풀어낸 감각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음악도 뛰어나다.재즈의 악기편성을 기본으로 흥겨우면서 무거운 느낌을 잘 살렸다.테마곡은 비장해 오랜 여운을 남긴다.랩·가스펠 등이 중간중간 분위기를 띄운다.황후에서 화장실 관리인으로 변신해 능글맞은 연기를 선사하는 이태원과,바비 역의 이건명의 성숙도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한 최신작.엄청난 흥행 성공으로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올해 토니상에서 작품상 극본상 작곡상을 수상했다.제작사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시절 1만 5000달러로 로열티를 체결했다.그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 화제가 되는 작품을 비교적 싼 가격에 이처럼 빨리 만날 수 있는 것.22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3시30분·7시30분(월 쉼).예술의전당 토월극장.1588-7890. 김소연기자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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