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인수…금호·STX ‘리턴매치’
내년 하반기나 돼야 정리작업에 들어갈 예정인 대한통운 인수전이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대한통운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STX그룹은 지난해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인수전에서 맞붙은 전력이 있어 양보할 수 없는 ‘리턴매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공중전이냐 해상전이냐
지난 10일 STX그룹이 대한통운 주식 21.3%를 전격 인수하면서 ‘한방’ 먹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대한통운의 지분을 14.71%로 늘리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금호산업이 10월14일 대한통운 주식 55만주(4.97%)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당 7만원(385억원)에 매입했고 금호생명과 금호종금도 올 1월초부터 장내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현재 지분이 2.85%,0.19%에 달한다. 또 금호산업이 최대주주인 CFAG 10호 기업구조조정조합이 6.70%를 갖고 있는데 최근 보고자명을 금호산업으로 변경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금호고속·금호렌터카·한국복합물류터미널 등에 대한통운을 추가함으로써 종합 물류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대한통운 지분을 대폭 늘리면서 경영진 선임, 영업 양수·양도 등 경영참여 목적을 분명히 했다. 박삼구 회장 등 그룹 최고위층의 관심도 대단하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범양상선 인수전에서 STX에 밀려 2위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번에 또 지면 ‘2연패’다.
CJ, 롯데 등 잠재적 경쟁자와 동아건설 보증채권을 보유중인 골드만삭스를 제외하고 현재 금호아시아나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STX그룹이다.
‘단돈’ 20억원과 스톡옵션 등으로 쌍용중공업(STX)을 인수한 강덕수 회장이 대동조선(STX조선), 범양상선을 잇따라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 STX그룹은 지난 10일 해운계열사인 STX팬오션을 통해 1647억원을 들여 장내에서 3만주를, 시간외대량매매로 232만여주를 확보했다.
STX측은 연이은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지분매입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혔지만 조선-해운-육상물류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에 욕심을 내고 있다.
●땅값만 4300억원,1조원이 아까우랴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은 최근 대한통운의 지분 51%를 인수하려면 1조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내년 5월 동아건설 보증채권 500만주가 출자전환되면 STX 14.2%, 골드만삭스 13.4%, 금호아시아나 9.8% 등으로 지분이 정리돼 그 누구도 인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STX그룹 모두 인수여력을 자신하지만 올초 2만 5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7만원을 훌쩍 넘기며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모두에게 부담이다.
올 상반기 대한통운은 매출 5785억원, 영업이익 304억원, 순이익 237억원을 기록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지만 자산 1조 3170억원 가운데 30만평이 넘는 토지가 4322억원, 건물이 2710억원에 달하고 보유차량과 각종 장비가 5000대가 넘는 등 알짜 자산이 만만찮다. 부채는 5130억원이다.
국내 최대의 육상물류업체인 데다 항만하역 시장의 11%, 택배시장의 10.7%를 점유하고 있다. 또 최근 리비아 대수로 공사 1,2단계를 마무리짓고 리비아 정부와의 합작사인 ANC를 통해 시공 중인 3단계(27억달러)와 발주 예정인 4,5단계(51억달러) 공사도 수행할 예정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