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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전히 가짜는 아니다, 하지만 위험하다” 제공사진의 숨겨진 함정 [이미지 번역기]

    “완전히 가짜는 아니다, 하지만 위험하다” 제공사진의 숨겨진 함정 [이미지 번역기]

    보도사진은 단순한 시각 자료가 아닙니다. 한 컷의 이미지에는 시대의 공기, 언론의 시선, 권력의 프레임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 코너는 ‘무엇을 보여주는가’보다 ‘어떻게 보여졌는가’를 질문하며 사진 속에 감춰진 서사를 풀어냅니다. 이미지의 진실을 언어로 번역하는 시도, 지금 시작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각각 대선 주자로 확정되자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는 정치 기사 가운데 독자의 시선을 맨 먼저 끄는 것은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이다. 선거철 정당과 캠프에서는 매일 수십 장의 ‘제공사진’을 출입기자들에게 공유한다. 그러나 실제 보도에 사용되는 것은 대개 사진기자가 직접 취재한 사진이다. 단순히 관행에서 비롯된 일은 아니다. 제공사진은 ‘정보’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다. 후보의 미소나 밝은 조명, 흐릿한 배경 등은 그가 신뢰할 만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강조하려는 연출에 가깝다. 반면 보도사진은 군중의 모습과 현장의 분위기, 후보를 둘러싼 상황 전반을 함께 담아낸다. 촬영 주체에 따라 사진의 의미는 전혀 다르게 읽힌다. 두 사진은 제공사진과 보도사진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덕수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광주 5·18 묘지를 찾았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왼쪽 사진은 캠프에서 배포한 사진이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으로 한 후보가 화면 중앙에 배치돼 있고 색감과 배경이 정돈돼 있다. 반면 오른쪽은 연합뉴스가 취재한 보도사진이다. 시민단체와의 대치 상황이 함께 포착됐고 현장의 긴장감과 혼잡한 분위기가 그대로 담겼다. 이재명 후보 캠프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연출된 이미지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크게 작용했다. 방역을 명분으로 취재진의 접근이 제한되자 사진과 보도자료를 일괄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취재 없이 배포된 이미지는 결국 권력의 도구일 뿐 사실 전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제공사진이 편집 없이 언론에 그대로 게재될 경우이다. 캠프가 통제한 이미지가 여론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언론의 감시 역할은 약화된다. 언론학에서는 이를 ‘게이트키핑 우회’로 부르기도 한다. 사진은 단순한 시각자료가 아니다. 그것은 기록인 동시에 감시이며 때로는 권력의 한 형태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모든 현장을 공개해 사진기자의 취재를 보장해야 한다. 기자가 단 한 명이라도 현장에 있었다면 그 사진은 이미지가 아니라 증거가 된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정치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독자는 한 장의 사진을 볼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사진, 누가 찍었는가?”
  • “치사율 20% 병에 수백명 노출”…한국인 몰리는 ‘이곳’ 충격 근황

    “치사율 20% 병에 수백명 노출”…한국인 몰리는 ‘이곳’ 충격 근황

    한국인이 선호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태국에서 1994년 이후 31년 만에 인수공통 감염병인 탄저병 환자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한 가운데, 당국이 최소 638명이 탄저균에 잠재적으로 노출됐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 네이션 등에 따르면 라오스와 접한 태국 북동부 묵다한주에서 탄저병 감염 환자가 2명 확인됐으며, 이 중 50대 남성 1명이 지난달 30일 사망했다고 보건 당국이 전날 밝혔다. 당국은 감염 의심 환자가 3명 더 있으며, 익히지 않거나 덜 익은 쇠고기를 섭취한 경우 등 최소 638명이 탄저균에 잠재적으로 노출됐다고 전했다. 정부는 감염원 조사를 진행하며 국경 지역 감시를 강화했다. 당국은 생고기나 덜 익힌 고기 섭취를 피하라고 권고했다. 라오스에서는 지난해 탄저병 감염 사례 129건이 보고됐으며,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저병은 인간과 동물이 모두 걸릴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이다. 보통 치사율이 약 5~20%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95% 이상으로 높아지는 무서운 병이다. 따라서 감염 초기 24~48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소, 양, 염소 등 반추 동물이 탄저균에 감염되고 이 동물들을 사람이 접촉하거나 날로 먹었을 때 전염된다. 탄저균이 들어오는 경로에 따라 호흡기 탄저병, 피부 탄저병, 위장관 탄저병으로 구분된다. 피부 가려움증에서 검은 피부 궤양으로 발전하는 피부 탄저병이 흔하다. 특히 폐에 발생하는 탄저병은 감기 증세를 보이다 호흡곤란과 쇼크로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이 경우 치사율은 약 92%로 알려져 있다. “기후 위기로 얼음층 녹아…탄저균 퍼질 수 있어” 우려도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로 영구동토 지역의 얼음이 녹으면서, 땅속에 묻혀있던 동물사체가 노출돼 수백 년간 잠자고 있던 탄저균이 퍼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시베리아 서부 극지방에서는 최근 지구온난화 여파로 5만년 동안 얼어있던 얼음층이 녹으면서 매머드, 순록 등과 같은 동물들의 사체들이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탄저병으로 죽은 사체가 노출되면서 동물은 물론, 인간으로 병원체가 전염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의료·보건계에서는 영구동토층에 갇힌 바이러스가 동물과 사람 등으로 퍼져나갈 시 코로나19처럼 새로운 팬데믹 상황에 직면해 지구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험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 영국, 중국 등의 주요 국가는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체 탄저백신을 개발해 비축량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은 1972년 탄저백신 허가에 성공해 성인 인구의 최대 7.5%를 공급하고 있으며, 영국은 1979년 허가 취득 이후 성인 인구의 3.7%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약 3500만명…한국인은 4위”한편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관광체육부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약 3532만명이라고 지난 1월 밝혔다. 국적별 외국인 방문객 중에서는 중국인이 약 67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말레이시아 출신이 493만명, 인도인이 212만명, 한국은 186만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인은 최근 태국의 인기 관광도시 치앙마이를 찾는 외국 관광객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태국관광청(TAT)은 지난 1월 1~26일 치앙마이 국제공항 입국자 중 한국인은 3만 4954명으로, 중국인(3만 4894명)을 추월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 코로나 때 감금, 4년만에 햇빛 본 세 자녀 “집 밖 신기해”…독일 발칵 [포착]

    코로나 때 감금, 4년만에 햇빛 본 세 자녀 “집 밖 신기해”…독일 발칵 [포착]

    “마스크 써주세요.” 경찰을 본 부모는 마스크부터 써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아직 ‘유행 중’이었다. 2일(현지시간) 빌트 등 독일과 스페인 매체는 팬데믹 때부터 3년 넘게 세 자녀를 집에 감금한 독일인 부부가 스페인에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경찰은 지난달 28일 북부 오비에도의 한 빌라에서 부부의 세 자녀를 구출했다. 이웃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을 때 8~10세 사이 아동 셋은 모두 기저귀를 차고 있었으며, 마스크도 세 겹이나 겹쳐 쓰고 있었다. 경찰에 구출돼 집 밖으로 나온 세 자녀는 신선한 공기를 처음 마신다는 듯 심호흡을 했고, 한 아이는 놀라운 표정으로 잔디를 만져보기도 했다. 아이들의 부모는 53세 독일인 남성과 48세 독일·미국 이중국적 여성으로 밝혀졌다. 독일 매체 빌트에 따르면 아이들의 아버지는 함부르크 출신 박사 학위 소지자다. 이들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연말 오비에도에 집을 얻은 뒤 은둔해왔다. 스페인 매체들은 세 자녀가 병원은 물론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 영양실조 상태로 방치됐다고 전했다. 부부는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경찰은 구출한 세 자녀를 건강검진 후 아동보호시설로 인계했으며, 부부를 방임과 가정 폭력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 [열린세상] 소셜미디어 패러독스

    [열린세상] 소셜미디어 패러독스

    1998년 미국의 저명 학술지에 ‘인터넷 패러독스’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서 카네기멜런대학의 교수 6명은 인터넷이 기대만큼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할수록 우울감이나 외로움이 더 커진다고 밝혔다. 이는 1990년 중반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당시 새로운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줄이고 인터넷에만 몰두함으로써 정신적 웰빙이 더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후 연구들에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터넷을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이 더 커졌다는 점을 보여 준다. 오늘날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없이는 인간관계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제일 먼저 카톡을 체크하고,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뉴스가 없는지 확인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며, 무엇을 먹는지 본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하며 유대감을 느끼도록 하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주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 가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행복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련의 연구들은 소셜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이 오히려 관계를 피폐하게 만들고 스스로 우울하거나 외롭다고 느끼게끔 만든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릴 때 슬프고 괴로운 일보다는 항상 즐겁고 유쾌한 일들만 올리기 때문이다. 이를 보는 이들은 본인과 비교하게 되고 본인이 좀더 못한 처지에 있으면 우울해하고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3~4년 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대면 소통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비대면으로 소통해야 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이 대면으로 소통하는 것보다 낫거나 비슷하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그 정의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즉 소셜하기 위한 미디어지만 소통의 깊이에 있어 대면으로 소통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할 것이다. 당시 연구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해 살펴본 결과 소셜미디어가 대면 소통의 보완재가 될 수는 있어도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연구들은 소셜미디어 사용을 적극적 사용과 소극적 사용으로 분류하고 이러한 다른 형태의 사용 유형이 가져오는 효과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적극적 사용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는 오정보도 포함하고 있어 오히려 팬데믹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고, 소극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 하버드대학의 로버트 퍼트넘 교수는 ‘나홀로 볼링’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인적 네트워크인 사회자본이 약화되는 원인의 하나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즉, 예전에는 커뮤니티센터에서 이웃, 동료들과 같이 볼링을 즐겼지만, 이제는 혼자 볼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과 보급으로 혼자 소셜미디어의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는 소셜미디어 패러독스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 소셜미디어가 없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 즉 인간관계를 더욱 가깝고 따뜻하게 만들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남기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낯선 길 위에서 ‘인생의 줍줍’

    낯선 길 위에서 ‘인생의 줍줍’

    길 위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젠체하지 않아도, 눈을 화등잔같이 부라리며 달려들지 않아도 슬며시 알게 되는 것들이다. 그게 뜻밖에 적지 않다. 새 책 ‘줍는 순간’은 시인 안희연이 그 배움을 줍는 것으로 치환한 산문집이다. 알기 쉽게 ‘길 위의 배움 줍줍’ 정도려나. 시인은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대학 새내기이던 2005년부터 ‘물심양면’ 성인이 된 2025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나라 밖으로 여행을 떠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 자체가 금지됐을 때도 “여행이라는 삶의 형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책은 그 여행에서 길어 올린 것들에 관한 기록이다. 영화와 여행을 좋아하는 청춘에게, ‘남친’, ‘여친’이 있든 없든 오스트리아 빈은 거의 필수 코스 아닐까 싶다. 달달한 멜로영화 ‘비포 선라이즈’(1996) 촬영지가 널린 곳 말이다. 시인은 “제시(이선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처럼” 빈을 누비고 다닌다. 빈 서역의 코인 로커에서 출발해 녹색 철교를 지나 레코드숍 ‘알트 앤 누’ 등을 부지런히 찾는다. 글 쓰는 이이니 작가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제 시인은 포르투갈의 리스본으로 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조제 사라마구의 생가를, 현대 모더니즘의 선구자쯤으로 추앙받는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가 ‘애정’했던 카페 ‘아 브라질레이라’를 찾는다. ‘N차’ 방문은 알지 못해 못 본 것들을 새로이 보게 해 준다. 시인은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웠던 프랑스 폴 발레리의 해변 묘지에서, 사랑의 종말을 가르쳤던 카미유 클로델의 조각상 앞에서, 고통의 핵이었던 바티칸의 미켈란젤로 피에타상 앞에서 두 번째 삶과 마주한다. 시인이 보는 여행은 비소와 같다. 어딘가 섬뜩한 이름에서 느껴지듯, 독극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일 쌀, 해산물, 유제품 등을 통해 극소량의 비소를 섭취한다. 우리 몸에 들어온 비소는 몸속 다른 독극물을 중화하고 중독을 예방한다. 이때 중요한 건 비소에 중독되지 않기 위해 양적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적당히’란 단어가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시인의 몸 안엔 이미 ‘비소=여행=시’란 등식이 성립돼 있다. 서로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말이다. 책은 4부로 이뤄졌다. 순서대로 ‘생의 풋기’를, ‘예술’을, ‘사람’을 여행한다. 종착지는 물론 ‘시’다. 그는 이 책을 “줍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완성한 내 마음의 지도”라고 정의했다.
  • 김사랑, 신동엽 입에 ‘빨대’ 꽂아 콜라 받아먹자…“시대착오적” 뭇매

    김사랑, 신동엽 입에 ‘빨대’ 꽂아 콜라 받아먹자…“시대착오적” 뭇매

    배우 김사랑이 입에서 입으로 콜라를 받아먹는 장면이 논란이 되면서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26일 김사랑은 쿠팡플레이 예능 ‘SNL 코리아’ 시즌7 4회에 호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선 과거 김사랑의 팬미팅을 패러디한 ‘전설의 팬미팅’ 코너가 진행되면서 논란의 장면이 연출됐다. 가상으로 진행된 팬미팅엔 김사랑과 팬을 연기한 개그맨 신동엽, 김원훈 등이 자리했다. 김사랑이 목이 마르다며 콜라를 찾자 신동엽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콜라 한 캔을 자신이 마시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김사랑은 “같이 먹으며 된다”라며 빨대를 꺼내 들어 신동엽의 입에 물린 뒤 콜라를 전해 먹는다. 심지어 김원훈은 자신도 목이 마르다며 이런 김사랑의 입에 빨대를 꽂아 또다시 콜라를 받아 먹는다. 해당 장면을 본 누리꾼들은 “더럽다. 비위 상한다”, “이런 식으로 웃기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이런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없어진 것 아니냐”는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한편 ‘SNL 코리아’는 조롱, 비하 등의 논란에 여러 차례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말투, 자세, 실눈 등의 외적인 부분을 묘사하면서 외모 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그룹 뉴진스의 하니의 어눌한 말투를 따라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지난 12일 배우 서예지가 호스트로 출연했던 편에서도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해당 방송에서 서예지가 “크루들을 다 가스라이팅해서 재밌게 해보겠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가스라이팅 논란을 가벼운 일로 치부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서예지는 2021년에 전 연인인 배우 김정현을 가스라이팅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 ‘LG 구겐하임’ 첫 한국인 수상작 타임스스퀘어서 상영

    ‘LG 구겐하임’ 첫 한국인 수상작 타임스스퀘어서 상영

    LG그룹은 ‘LG 구겐하임 어워드’ 첫 한국인 수상자인 김아영 작가의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의 장면들을 담은 수상 축하 영상을 28일(현지시간)부터 다음달 25일까지 뉴욕 타임스 스퀘어 LG 전광판을 통해 상영한다고 29일 밝혔다. LG 구겐하임 어워드는 LG와 현대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맺은 ‘LG 구겐하임 아트&테크 파트너십’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기술을 활용해 창의성 영역에서 혁신을 이끈 수상자에게 주어진다. 올해 어워드에서는 대한민국 현대미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 작가가 선정됐다.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는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 도시 서울을 달리는 여성 라이더들과 인공지능(AI)의 상호 작용을 그린 김 작가의 대표작이다.
  •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 대기업, 4년간 두 배 급증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 대기업, 4년간 두 배 급증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대기업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반면, 금리 상승 여파로 이자 비용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3년 연속(2022~2024년)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좀비 기업’도 20곳이나 됐다. 2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2021∼2024년 4년간 비교 가능한 302곳의 매출액, 영업이익, 이자비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대기업의 214곳(70.9%)은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했으며, 개선된 기업은 88곳에 불과했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이하 대기업은 2021년 34곳(11.3%), 2022년 44곳(14.6%), 2023년 59곳(19.5%), 2024년 73곳(24.2%)으로 4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에서 번 돈으로 이자를 갚으면 남는 돈이 없다는 뜻이다. 롯데쇼핑·롯데케미칼·호텔롯데·롯데하이마트·코리아세븐 등 롯데그룹 5곳, SK온·SK에코플랜트·SK네트웍스 등 SK그룹 3곳, 이마트·신세계건설 등 신세계그룹 2곳을 포함한 총 20곳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였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3년간 1을 넘지 않으면 잠재적 부실기업을 뜻하는 좀비 기업으로도 불린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업종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업황 악화의 영향으로 이자보상배율이 2021년 12.34에서 지난해 0.64로 급락하며, 하락률은 94.8%에 달했다. 이어 철강 업종(15.73→2.31, 85.3%), 건설 및 건자재(8.13→1.64, 79.8%), 제약(40.32→8.32, 79.4%), 식음료(19.17→4.68, 75.6%) 업종이 뒤따랐다. 반면 조선, 공기업, 보험 업종은 이자보상배율이 상승했다.
  • 위기청소년 5명 중 1명 자해 시도…43%는 “고립감 느껴”

    위기청소년 5명 중 1명 자해 시도…43%는 “고립감 느껴”

    위기청소년 5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립됐다고 느끼는 위기청소년도 43.5%에 달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수준이 높았다. 여성가족부는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기청소년은 가정, 학업,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말한다. 지난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경험(우울감)했다고 답한 위기청소년은 33.0%, 직전 조사인 2021년(26.2%)보다 6.8%포인트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자살 시도 경험률은 8.2%로 직전 조사(9.9%) 대비 1.7%포인트 줄었지만, 자해 시도율은 18.7%에서 21.5%로 2.8%포인트 늘었다. 모두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2~3배 많았다. 자살을 시도한 이유로는 ‘심리불안’(37.3%·복수 응답), ‘가족 간의 갈등’(27.0%), 학업문제(15.0%) 등이 꼽혔다.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 가운데 55.1%는 주변에 이 사실을 알렸으며, 알린 대상은 ‘친구 또는 선후배’(44.4%·복수응답), ‘청소년 기관이나 시설(43.8%)’, ‘가족 또는 친척’(41.4%) 순이었다. 은둔 경험이 있다고 답한 위기 청소년은 25.8%로 직전 조사(46.7%)보다 20.9%포인트 감소했다. 김영옥 여가부 청소년자립지원과장은 “이전 조사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조사가 이뤄져 외부 활동이 위축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은둔 기간은 ‘1개월 미만’(69.5%)이 가장 많았으며, ‘1~3개월 미만’(19.5%), ‘3~6개월 미만’(6.9%) 등이 뒤를 이었다. 사회적 고립감도 높았다. 위기청소년의 43.5%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됐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다른 조사(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의 청소년 14.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위기 경험을 겪는 비율도 늘어났다. 친구나 선후배 등으로부터 폭력 피해 경험한 위기청소년은 비율은 19.7%로 직전 조사(15.9%) 대비 3.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폭력·스토킹 피해 경험률은 6.3%로 2.0%포인트 상승했고, 도박 경험률도 20.7%로 직전 조사(16.6%)보다 4.1%포인트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9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청소년쉼터 등 위기청소년 지원기관을 이용했거나 입소한 경험이 있는 만 9~18세 청소년 462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 ‘관세 쇼크’ 韓 경제 8.1% 위축… GDP 4만 달러 시대 늦어진다

    ‘관세 쇼크’ 韓 경제 8.1% 위축… GDP 4만 달러 시대 늦어진다

    세계 전망 6개월 전보다 1.5% ↓韓, 올해 1인당 GDP 4.1% 줄어4만 달러 돌파도 2027→202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 규모는 1.5%,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8.1% 위축될 것으로 예측됐다. 저성장·고환율에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2027년으로 예견됐던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돌파 시점은 2029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내년부터 1인당 국민소득이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명목 GDP 전망치는 올해 113조 7597억 달러로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1조 6986억 달러(1.5%) 감소했다. 한국의 명목 GDP 전망치는 1조 9471억 달러에서 1조 7903억 달러로 8.1% 주저앉았다. IMF는 올해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 4642달러로 지난해보다 4.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팬데믹 막바지인 2022년(3만 4822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년 3만 5880달러, 2027년 3만 7367달러, 2028년 3만 8850달러 등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다. IMF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한국의 1인당 GDP가 2027년 4만 달러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번 전망에서는 2029년(4만 341달러)에야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에는 대만에도 뒤처질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대만의 1인당 GDP를 지난해 3만 3437달러에서 올해 3만 4426달러, 내년 3만 6319달러로 예상했다. 대만의 4만 달러 달성 시점은 한국과 같은 2029년(4만 385달러)으로 예상됐고 2030년 한국(4만 1892달러)이 대만(4만 1244달러)을 다시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맞물려 있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올해 1.0%, 내년 1.4%, 2027년 2.1%로 오르다가 2028년 2.1%, 2029년 1.9%, 2030년 1.8% 등 정체될 것으로 봤다. 반면 대만은 꾸준히 2%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4만 달러 달성 시점은 환율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2% 등락하지만 환율은 10~20% 단위로 바뀌어 환율의 영향이 훨씬 큰데, IMF도 최근의 고환율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된다면 환율이 낮아져 4만 달러 달성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라멘 한 그릇에 2만원, 드시겠습니까? 日라멘을 삼킨 고물가 [와쿠와쿠 도쿄]

    라멘 한 그릇에 2만원, 드시겠습니까? 日라멘을 삼킨 고물가 [와쿠와쿠 도쿄]

    지난 25일 오후 도쿄 시부야의 인기 라멘집 앞. 점심 피크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외국인 관광객들로 입구가 북적입니다. 얼핏 보면 세련된 파스타집이나 다이닝바인가 할 정도로, 일본 라멘집을 연상케하는 좁은 카운터나, 낡은 매표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곳의 라멘 가격은 한 그릇에 2000엔. 한화로 약 2만원입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나올 법한 사이드 메뉴를 곁들인 3000엔~4000엔짜리 라멘 세트도 인기라는데요. 이날은 모두 품절이라 기본 라멘만 주문하고 널찍한 카운터에 앉았습니다. 한젓가락 면을 뜨자 진한 트뤼프 향이 퍼집니다. 감칠맛이 살아 있는 국물, 적당히 삶은 얇은 면발. 양이 다소 아쉬웠지만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점원들이 능숙한 영어로 주문을 받았습니다. 공간, 서비스, 음식. 싸고 부담 없는 ‘B급 구루메’ 라멘이 고급 식당의 A급 한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에는 ‘1000엔 이상이면 라멘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를 ‘1000엔의 벽’이라고 부릅니다. 라멘 한 그릇 가격이 1000엔을 넘으면 소비자가 ‘비싸다’고 느껴 손님이 줄어들거나, 이를 우려한 가게 측이 가격 인상을 꺼리게 되는 일종의 심리적 장벽을 뜻합니다. 한국에서 라면이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인 것처럼 일본에서는 라멘이 서민의 한 끼를 책임지는 값싸고 배부른 음식인 셈이죠. 그런데 이 ‘1000엔의 벽’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고물가로 인한 재료비와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특히 팬데믹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코로나19 기간 손님이 끊기면서 많은 라멘집이 폐업했고, 남은 가게들은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 혹은 고급화 전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도쿄의 라멘집들은 이런 고물가 공습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미슐랭가이드 ‘빕 구르망’(가격대비 뛰어난 맛을 인정받은 레스토랑)에 오랫동안 이름을 올린 도쿄 아라카와구의 한 인기 라멘집은 올해 라멘 가격을 1200엔으로 인상했습니다. 그 대신 토핑은 과감히 빼고, 파 고명만 올린 1000엔짜리 ‘가케 라멘’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지폐 1장에 가격을 맞추되, 면과 국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입니다. 직접 먹어보니 국물 맛이 깔끔하고 양도 푸짐했습니다. 하지만 차슈나 멘마가 빠진 라멘은 확실히 허전했습니다. 1000엔이란 가격이 그렇게 저렴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실제 이 메뉴는 아직 매출 비중이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일본 라멘 가게들의 생존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도쿄 쇼코리서치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도쿄 23개 지역에서 모두 74곳에 달하는 라멘 가게가 문을 닫거나 파산했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고물가 속 소비자의 입맛과 지갑사정에 맞춘 생존 전략을 찾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됏습니다. 도쿄 아라카와의 라멘집에서 줄을 서던 대학생 콘도 씨는 “비싸다는 느낌은 있지만 고물가다 보니 가게 사정도 있고, 맛만 있으면 1000엔 이상은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물가가 ‘1000엔의 벽’까지 밀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2000엔짜리 라멘은 확실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만, 일상에서 언제든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익숙한 라멘의 맛을 더는 자주 가볍게 먹을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은 조금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적당한 라멘 한 그릇 가격은 얼마인가요. 도쿄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일본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인 생활 경제 현장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화려한 뉴스의 이면, 숫자로는 보이지 않는 트렌드 속에서 일본이란 나라의 진짜 표정을 들려드립니다.
  • [세종로의 아침] 변변한 전문 공연장 없는 ‘K팝 종주국’

    [세종로의 아침] 변변한 전문 공연장 없는 ‘K팝 종주국’

    지난달 29일 가수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취재를 위해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집에서 1시간 남짓 지하철을 타고 대화역에 들어서자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공연 시간 2시간여 전임에도 역사 안은 인파로 가득찼고 바닥에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다. 영하권의 추위에 3만여명이 몰리고 야외 공연장 내에 마땅한 대기공간이나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관객들이 지하철역 안으로 모여든 것이다. 역 근처 음식점에는 ‘재료 소진’ 팻말이 나붙었고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지 못한 대기줄이 문밖까지 늘어섰다. 지드래곤이나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스타들의 공연에는 전 세계의 팬들이 집결한다. 공항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바로 공연장으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비친 ‘K팝 종주국’ 한국의 첫인상은 ‘대략난감’ 그 자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의 관람권 총판매액은 1조 45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증가했는데 대중음악이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1만석 이상 대형 콘서트, 세계적 가수의 내한 공연 등이 활발히 이뤄져 대중음악 관람권 판매액은 전년보다 31.3%나 늘었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 이후 K팝 공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변변한 K팝 전문 공연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외 대형 가수들이 자주 찾았던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 2026년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가고 이마저도 2031년까지 KBO 리그 야구장으로 사용되면 향후 6년간 서울에 5만명 이상 스타디움급 대형 공연장은 전무해진다. 이 때문에 3만명 이하 아레나 공연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대관은 하늘의 별 따기다. 1만 5000여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K팝 성지’ KSPO돔은 이미 국내외 가수들의 콘서트 일정이 빼곡하고 2만명 규모의 고척스카이돔도 스포츠 경기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보호로 인해 가수들의 사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5만명 규모의 고양종합운동장이다. 하지만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음향 문제가 자주 불거지고 인근에 아파트가 밀집해 소음 민원으로 밤 10시 이후에는 공연 진행이 어렵다. 해외 팬들의 K팝 공연 관람은 대부분 인바운드 관광으로 이어진다. 지드래곤 콘서트에서 만난 한 중국인 관객은 “지드래곤의 공연을 보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고 이후에는 서울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중음악계는 정부의 무관심과 지자체의 비협조 속에 K팝 전문 공연장 부족에 따른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은 “공연 제작사들이 경기장이나 복합문화시설에 고가의 대관료를 지불하고 매번 체육시설 보강 공사를 해야 하는 등 매몰비용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연장 같은 문화시설은 대선이나 지자체 선거 때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기 고양시에 지어지던 K팝 전문 공연장 CJ라이브시티는 2016년 공사에 착수했지만 각종 인허가 행정절차에만 약 50개월이 소요됐고 결국 지난해 사업이 중단됐다. K팝 업계와 지역 주민의 반발이 이어지자 경기도는 이달 말 K팝 아레나를 포함한 K컬처밸리 복합 개발 민간사업자 재공모에 나선다. 최근 발표된 ‘2025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를 경험한 외국인들이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로 8년 연속 K팝이 뽑혔다. 국내 K팝 가수들은 해외 스타디움급 대형 공연장에서 모셔 갈 정도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K팝 종주국’인 한국에서 K팝의 위상에 걸맞은 제대로 된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또다시 대선의 계절이다. 문화 정책에 대해 정권의 치적 쌓기용이 아닌 국가 이미지 제고 차원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은주 문화체육부 기자(부장급)
  • “어느새 30년, 무대에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

    “어느새 30년, 무대에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

    “그동안 정말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무대에 서는 순간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거든요.” ‘솔의 대부’ 바비 킴(52)이 3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가요계에 컴백했다. 최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고 결혼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면서 “종종 은퇴했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동안 신곡 작업을 하면서 지냈다”고 밝혔다. 24일 발매되는 신보 ‘파트 오브 미’에는 그가 직접 작곡한 5곡이 담겼다. 머릿곡 ‘사랑을 흘리다... 그리고 3일’은 가수 박선주의 섬세한 가사와 바비 킴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음색이 어우러진 감성 발라드곡이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후회의 복합적인 감정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박선주는 바비 킴을 대중적으로 알린 히트곡 ‘사랑..그 놈’의 작사·작곡을 맡기도 했다. “가수는 누구나 자신의 히트곡을 능가하는 신곡을 바라죠. 하지만 너무 그것을 의식하게 되면 욕심만 생기고 망설이다 결국 무너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곡을 썼어요.” 새 앨범은 타블로가 작사를 맡은 ‘모닝 루틴’을 비롯해 ‘정리’, ‘사는 게 그저 다 농담 같아’ 등의 수록곡을 통해 일상 속 소중한 순간들과 풍부한 감성을 전한다. 그는 “잔잔한 노래들이라서 일상의 배경 음악처럼 편안하게 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레게 장르인 ‘달빛 세레나데’는 달빛 아래 피어나는 사랑의 설렘과 운명처럼 찾아오는 로맨스를 경쾌하게 그린 곡으로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 김영근씨가 참여했다. “아버지가 제 데뷔곡인 ‘고래의 꿈’에도 트럼펫 연주를 해 줬고 덕분에 제가 오랜 무명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이번 연주도 아버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흔쾌히 참여해 주셨죠.” 1994년 밴드 닥터레게로 데뷔해 힙합과 리듬 앤드 블루스(R&B) 등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친 바비 킴은 ‘일 년을 하루같이’, ‘소나무’, ‘마마’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데뷔 후 공백 기간이 길었고 부침도 있다 보니 30주년이 전혀 실감 나지 않아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한결같이 부모님이 제 팬이라는 말을 할 때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공연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입니다.” 2022년 결혼 후 욱하는 성격이 없어지고 겸손해졌다는 바비 킴은 “이제는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더욱 책임감이 생긴다”면서 “콘서트를 통해 제가 살아 있음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공연장에서는 그 순간에 힐링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요. 제 노래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지요. 앞으로도 음악에 담긴 메시지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 한국 경제 ‘저성장 늪’… 관세 쇼크에 IMF도 1%로 낮췄다

    한국 경제 ‘저성장 늪’… 관세 쇼크에 IMF도 1%로 낮췄다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1% 성장하는 데 그칠 거란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발표했던 전망치 2.0%를 불과 3개월 만에 1.0% 포인트 낮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을 댕긴 관세전쟁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본 것이다. IMF는 관세전쟁의 교전 당사국 격인 미국과 중국 모두 경기 둔화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다만 상흔은 미국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도박’을 강행한다면 미국을 부유하게 하긴커녕 1%대 저성장에 몰아넣는 ‘자충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IMF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세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2%에서 -1.2%로 3.4% 포인트 하향 조정한 이후 5년 만에 최대 조정폭이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1.0%는 22조 8865억원이다. 기존 전망치 대비 22조원이 넘는 국부가 증발할 거란 뜻이다. 1.0%는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1.5%,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 기획재정부는 1.8%를 제시했다. 다만 전망치에는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4월 9일)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 한미 통상 협의로 관세율을 낮추면 올라갈 여지가 있다. IMF는 한국에 대해 별도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2.8%로 0.5% 포인트 낮추면서 위험 요인으로 ▲무역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고금리·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부족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을 제시했다. 이어 “미국이 관세 조치를 인하하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상향 조정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한 상태에서 관세전쟁이 겹쳐 1.0%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전망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7%에서 1.8%로 0.9% 포인트, 중국은 4.6%에서 4.0%로 0.6%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은 미국 1.7%, 중국 4.0%로 전망됐다. IMF가 미중 관세전쟁 장기화를 전제로 중국보다 미국 경제에 가해지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 숏폼에 실소하며 잠드는 밤… 학생도 직장인도 뇌가 썩어 간다 [유튜브 창립 20주년 특별기획]

    숏폼에 실소하며 잠드는 밤… 학생도 직장인도 뇌가 썩어 간다 [유튜브 창립 20주년 특별기획]

    짧은 영상에 인위적 도파민 분비내성 생겨 더 자극적 영상 찾게 돼‘스마트폰 중독’ 부모, 자녀도 영향영상 많이 볼수록 성적은 낮아져 “할 일도 없는데 유튜브나 볼까.” 학업과 업무에 시달린 뒤 밤이나 힘든 일주일을 끝내고 주말을 맞은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를 비롯한 짧은 동영상이나 소셜미디어(SNS)에 빠져든다.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다 보니 그저 누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마트폰을 보다가 잠드는 일상이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출간하는 옥스퍼드 랭귀지는 지난해 12월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하기도 했다. 사실 뇌 썩음이라는 단어는 1854년 미국의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대표작 ‘월든’에서 처음 언급했다. 복잡한 사고를 하기 싫어하는 당시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면서 정신적, 지적 노력이 전반적으로 쇠퇴하는 과정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SNS나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정신적, 지적 상태가 점점 낮아지고 악화하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중독과 뇌 썩음 현상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도파민 밸런스’라는 책을 출간한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노력 없이 얻는 쾌감은 중독 현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라며 “모든 중독 증상은 더 많은 양, 더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면서 일상이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행동이나 물질, 자극에 중독되는 ‘도파민 중독’은 도파민이 지나치게 자주 분비되면 우리의 뇌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쾌감을 얻을 수 있는지 학습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짧은 동영상은 즉각적인 쾌감을 제공해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성이 생겨 비슷한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해지고 도파민 분비 주기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동영상 중독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오랜 시간 노력을 통해 어떤 목표에 도달했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보다 노력 없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돼 자극하기 때문에 쉽게 빠져드는 것이다. 동영상 중독은 뇌 기능과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021년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연구팀은 동영상을 정기적으로 장시간 시청할수록 뇌에 강한 자극을 줘 추리능력과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앨라배마대 연구팀은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동영상을 자주 보는 사람은 정보를 처리하고 다양한 활동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회백질량이 줄어들어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치매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진 역시 동영상 시청 시간이 한 시간 늘어날 때마다 평균 0.5%의 회백질이 손상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유튜브 중독 증상은 학생들의 성적 하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윤정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2022년 ‘사회과학논총’(제38권 제2호)에 아동 청소년의 유튜브 시청이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초등학교 5, 6학년 부모와 자녀 300쌍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어릴 적부터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은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가정에서 부모가 유튜브나 동영상 시청을 많이 할수록 자녀의 성적이 낮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최 교수는 “자기주도학습 습관이 완성되지 않은 초기 청소년들의 경우 유튜브 시청 시간과 프로그램에 대해 제한을 두면 유튜브의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부모가 함께 실천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으면서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사용과 유튜브 시청을 막는 것은 소용없다는 말이다. 유튜브에 빠져들면 뇌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혼자 식사하는 ‘혼밥’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 문제는 식사하면서 동영상을 시청하는 습관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이다. 2019년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은 유튜브를 보면서 식사하면 초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패스트푸드나 초가공식품이 동영상을 보면서 먹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2020년 영국 서식스대 의대 연구진은 식사 중 동영상 시청은 주의력을 떨어뜨려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고 맛을 느끼는 것도 방해하는 등 식사량과 식사 시간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동영상을 보면서 식사하면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추가로 간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한다. 2023년 네덜란드 레이던대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음식을 먹으면서 숫자를 외우도록 하는 실험을 했는데 숫자를 외우려고 노력한 사람들은 음식 맛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나 SNS, 숏폼에 빠지는 것은 담배나 술, 마약에 빠지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유튜브의 폐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뻔한 얘기 같지만 시청 시간에 제한을 두거나 스마트 기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등 자기 통제력을 높이고, 운동 등 다른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트럼프 관세전쟁 쇼크에… IMF, 韓 성장률 1% 전망

    트럼프 관세전쟁 쇼크에… IMF, 韓 성장률 1% 전망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1% 성장하는 데 그칠 거란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발표했던 전망치 2.0%를 불과 3개월 만에 1.0% 포인트 낮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을 댕긴 관세전쟁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란 전망이다. IMF는 관세전쟁 교전 당사국 격인 미국과 중국 모두 경기 둔화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다만 상흔은 미국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도박’을 강행한다면 미국을 부유하게 하긴커녕 1%대 저성장에 몰아넣는 ‘자충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IMF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세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2%에서 -1.2%로 3.4% 포인트 하향 조정한 이후 5년 만에 최대 조정폭이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1.0%는 22조 8865억원이다. 기존 전망치 대비 22조원이 넘는 국부가 증발할 거란 뜻이다. 1.0%는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1.5%,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 기획재정부는 1.8%를 제시했다. 다만 전망치에는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4월 9일)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으로 수출된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됐을 때 기준이다. 한미 통상 협의로 관세가 면제 혹은 최소화되면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한국에 대해 별도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2.8%로 0.5% 포인트 낮추면서 위험 요인으로 ▲무역 정책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고금리·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부족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을 제시했다. 이어 “미국이 관세 조치를 완화하고 상호 협상이 진전되면 세계 경제의 상방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한 상태에서 관세전쟁이 겹쳐 1.0%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전망됐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하향조정됐다. 미국은 2.7%에서 1.8%로 0.9% 포인트, 중국은 4.6%에서 4.0%로 0.6%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관세전쟁 장기화를 전제로 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 1.7%, 중국 4.0%로 전망됐다. IMF가 중국보다 미국 경제에 가해지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IMF는 “예측가능한 무역 환경 조성을 위해 무분별한 산업 보조금을 지양하고, 지역·다자간 무역협정 확대를 통한 무역 분절화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보조금 지양은 국가 재정으로 산업을 키운 중국을, 다자 무역협정 확대는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 이창용 “중앙은행, 정부뿐 아니라 정치로부터도 자유로워야”

    이창용 “중앙은행, 정부뿐 아니라 정치로부터도 자유로워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관련해, 정부뿐 아니라 정치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중립성 논란에 대한 소회를 전한 것이다. 이 총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 외교 싱크탱크인 외교정책협회(FPA)가 주는 최고 권위상 ‘FPA 메달’을 수상한 뒤 소감에서 이같이 밝혔다. FPA 메달을 받은 한국인은 이 총재가 처음이다. FPA는 국제 문제에 대한 대중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국제사회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 인물에게 이 메달을 수여한다. 폴 볼커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역대 수상자다. 이 총재는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국제결제은행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 의장 등 활동을 인정 받았다. 이 총재는 소감에서 “한국은행 총재로서 지난 5개월간 정치적 격동기를 겪으면서 저는 중앙은행 독립성의 중요성을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깨닫게 됐다”며 “통상적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이란 정부의 간섭이나 재정 우위로부의 자유를 뜻하지만 최근의 정치적 난관들 속에서 정치로부터도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민감한 시기에도 계엄사태가 우리 경제와 환율에 미친 영향등과 같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균형 잡히고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비상계엄 같은 국내 정국 불안이나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예상치 못한 극단적 상황에서 중앙은행에게 유연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염려했던 대로 추경에 대한 저의 언급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시간이 제 결정의 옳고 그름을 평가해줄 것”이라며 “케인스가 그의 스승 마셜을 가리켜 말했듯이 경제학자는 ‘때로는 정치인만큼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기업들 고문제 폐지·축소 이어 ‘법카’도 줄였다

    경기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기업들이 신규 법인카드 발급 신청마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비용 절감 차원에서 ‘퇴직 예우 제도’(고문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1월 발급된 법인 신용카드는 모두 1162만 7000장으로, 지난해 12월(1164만 9000장)보다 2만 2000장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법인 신용카드 발급이 감소한 것은 2018년 5월(-1만 2000장) 이후 약 7년 만에 처음이다. 1월 기준 감소로 본다면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가 한창이던 2004년 1월(-16만장) 이후 21년 만이다. 올 1월의 감소 폭 자체가 크지는 않았지만 법인 신용카드 발급이 금융위기 등 특수 상황이 아닌 이상 매월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월 개인의 신용카드 발급 장수가 전월 대비 24만 9000장 늘어난 1억 2210만 3000장으로, 2016년 4월 이래 증가세를 지속한 것과도 대비된다. 법인카드 발급 감소세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나타난 현상이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기업들의 경우 기존 카드 갱신이나 신규 법인카드 발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한은이 발표한 지난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한 85.9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9월(83.4)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 시기였다.
  • 한국주교회의, 교황 일대기 발표…“세상 끝에서 온 목자, 하느님 품으로”

    한국주교회의, 교황 일대기 발표…“세상 끝에서 온 목자, 하느님 품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1일 교황의 일생을 일대기 형식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세상 끝에서 온 목자,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다…1936.12.17. - 2025.4.21.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애로마 시각 2013년 3월 13일 저녁(로마 현지 시각)에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었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 바로 우리가 추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는 1936년 12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7세 되던 해 성 마태오 복음사가 축일에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받던 중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했고, 동시에 사제성소를 느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표어인 ‘자비로이 부르시니(Miserando atque eligendo)’는 예수님께서 세리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신 복음서 기록에 관한 베다 성인의 강론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베르골료는 1958년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에 입회하여 1969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 수련장과 관구장, 산미겔 철학·신학 대학 학장 겸 산미겔 교구 파트리아르카 산호세 본당 주임 신부 등을 역임했다.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로 주교품을 받았고, 1998년 교구장 대주교로 임명됐으며, 200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2005년부터 6년간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지내며 교황청 라틴아메리카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밖으로 나가는 교회, 세상을 향한 발걸음2013년 3월 13일, 베르골료 추기경은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린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 투표)를 통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저의 형제 추기경님들께서 [로마의] 주교를 찾으러 지구의 끝까지 가신 것 같습니다”(선출 직후 첫 강복 메시지)라는 소감처럼, 그레고리오 3세 교황(시리아) 이후 1282년 만의 비유럽 출신 교황 탄생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콘클라베를 위해 소집된 추기경 회의에서 그는 ‘밖으로 나가는 교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고 한다. 쿠바 출신 동료 추기경이 전한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신약성경 요한] 묵시록에서 예수님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신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시대에 예수님은 안에 계시면서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문을 두드리신다고 생각한다. 자기중심적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 안에 가두고 그분이 밖으로 나가시지 못하게 한다.”(zenit.org, 2013.3.26.) 이는 그가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2013년)에서 말한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럽혀진 교회”라는 표현과 맥을 같이 한다. 그가 선택한 교황명은 ‘프란치스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평화의 사도이자,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평생을 함께했다. 성인의 삶을 닮고자 했던 프란치스코는 즉위 직후부터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즉위 후 9일 뒤 로마의 한 교도소에서 첫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하며 재소자들의 발을 씻겼다. 2013년 7월 람페두사에서 난민들의 죽음을 환기하며 “무관심의 세계화”를 질타하던 목소리, 2014년 한국 방문에서 보여준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연민, 2020년 3월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두려워 떠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던 뒷모습은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교황은 또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관심을 제도화하여 ‘세계 가난한 이의 날(11월, 전례력 연중 제33주일)’과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7월 마지막 주일)’을 제정했다. ●복음의 기쁨 전하며 공의회 정신 계승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 이하 ‘공의회’) 이후 사제품을 받은 첫 교황으로서, 가톨릭의 현대화(아조르나멘토)를 이뤘다고 평가받는 공의회 정신의 계승에 심혈을 기울였다. 교황은 2015년 공의회 폐막 50주년 기념으로 거행된 ‘자비의 특별 희년’ 개막 미사에서 교회와 우리 시대 모든 이의 만남, 복음의 기쁨과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선교 열정, 민족과 계층을 초월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자비를 실천하자고 권고했다. 2022년에는 9년간 준비한 교황청 기구 개혁을 단행했다. 개혁안을 담은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2022.3.19. 반포, 6.5. 발효)는 개혁의 지향을 공의회의 쇄신 정신,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 친교 안에서의 공동 책임, 주교들의 사명에 대한 봉사, 보편성의 표현, 부(富)의 축소 등으로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유럽인 성직자 중심으로 여겨지던 교황청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재위 기간에 걸쳐 미얀마,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동티모르, 라오스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주교들을 추기경으로 발탁했으며,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복음화부 장관 직무 대행, 필리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성직자성 장관, 대한민국) 등 아시아 성직자,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수도회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 박사(홍보부 장관), 막시마노 카바예로 레도 박사(재무원장) 등을 교황청 관료로 등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4편, 교황 권고 7편을 비롯해 자신이 반포한 공식 문헌들에서 기쁨, 자비, 생태적 회개, 형제애를 실천을 강조했다. 아울러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현대의 위험인 고립과 자아도취를 물리치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기쁨을 모두와 나누며(「복음의 기쁨」), 철저히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에 가득 찬 영으로 다른 이들을 비추자고 요청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2015년 자비의 특별 희년에 조명한 착한 사마리아인 정신은 「모든 형제들」(2020년)에서 구체화됐다. 교황은 「찬미받으소서」(2015년)를 통해 지구에 대한 인류의 관점을 쓰고 버리는 자원 창고가 아닌 ‘공동의 집’으로 전환시켰고, 창조 질서 수호를 위한 국제적 연대의 사명을 일깨웠다. 그는 정교회가 1989년부터 지내 온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2015년부터 가톨릭 교회 기념일로 지정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는 날로 만들었다. 시노달리타스, 곧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걷는 여정에 대한 꿈은 그가 교회에 남긴 귀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시노달리타스의 어근인 ‘시노드’는 의미상 ‘함께+길’의 합성어이면서 교회 회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무리하며 제정한 세계주교시노드가 지역 교회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도록 힘을 실었다. 그가 소집한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는 가정(2015년 제14차), 청년(2018년 제15차) 등 현대 교회와 사회의 관심사를 짚으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를 주제로 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부터 햇수로 4년간 이어졌다. 교회 자체를 성찰과 쇄신의 대상으로 삼은 이 정기총회 여정은 풀뿌리 교회 조직인 본당에서부터 교구, 주교회의, 대륙을 거쳐 두 차례 로마 총회(제1회기 2023년 10월, 제2회기 2024년 10월)로 수렴되었고, 폐막 후에도 전 세계에서 ‘이행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희망과 평화의 사도한국인에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잊지 못할 존재다. 2014년 8월, 재위 2년차 교황은 첫 아시아 순방지로 한국을 택했다. 제6회 아시아 청년 대회(AYD) 폐막 미사에서 “잠자고 있는 사람은 춤출 수 없다”는 말로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복 미사를 주례하면서 조선왕조 치하의 순교자들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를 시복했으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위로하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국가 단위의 주교단이 교황에게 지역교회 현황을 직접 알리고 논의하는 ‘사도좌 정기 방문’(Visita ad limina)에서도 교황은 한국을 향한 사랑을 전했다. 2015년 방문 중에는 한국 주교들에게 한국 사회의 현안을 묻는 한편, 현지에서 봉헌된 124위 시복 감사 미사에 부쳐 “평신도에 의해 시작됐고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된 한국 교회가 안락한 신앙을 버리고 아시아 교회의 빛이 되”기를 당부했다. 2024년에는 “분단된 한국, 고통의 상황이 속히 개선되고 종결되도록 기도”할 것을 약속하며, “젊은이들에게 신뢰를 주는 교회, 열린 분위기의 교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독려했다. 교황은 재임 기간 내내 세계 평화를 위한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2013년 7월 브라질부터 2024년 12월 프랑스까지 70여 개국을 사목 방문했고, 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교황 특사를 파견했으며,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을 여러 번 선포했다. 교황은 2013년 9월 7일 시리아의 평화를 위해, 2018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수단, 2020년에는 레바논, 2021년에는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2023년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을 위해 전 세계 그리스도인의 기도와 연대를 청했다. 평화를 위한 교황의 기도는 병상에서도 계속되었다. 교황은 서면으로 발표한 2025년 2월 23일 주일 삼종기도 연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언급하며,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중동, 미얀마, 수단 등 분쟁 지역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청했다. 병세가 완화된 24일에는 가자 지구의 본당신부에게 전화로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2025년 3월 23일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도, 교황은 생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님의 양 떼인 신자들과 함께했다. 비록 휠체어에 의지한 모습이었지만, 교황은 퇴원하던 날에도, 4월 6일 병자와 의료 종사자를 위한 희년 행사 현장에도, 성주간의 첫날인 4월 13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도, 17일부터 이어진 파스카 성삼일과 20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도, 그를 위해 기도하는 신자들에게 직접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즉위 직후 2013년 3월 28일(성주간 목요일) 성유 축성 미사 때 사제들에게 권고한 대로, 교황은 끝까지 주님의 양(羊=신자)들 가운데에 있었던 “양 냄새 나는 목자”였다. 2025년 가톨릭 교회의 정기 희년(25년 주기)을 선포하며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세계인의 가슴에 새기고, 희년의 부활 대축일을 지낸 후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최근에 발행된 자서전 「희망」(Spera)에서 그가 사목 방문 때마다 찾아가 기도했던 로마 성모 대성전(Basilica Papale di Santa Maria Maggiore)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애니 밀고, 만화 끌고… 1020 사로잡은 ‘J콘텐츠’

    애니 밀고, 만화 끌고… 1020 사로잡은 ‘J콘텐츠’

    영화관은 불황인데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호황이다. 책 판매량은 줄었는데 일본 만화책은 잘 나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마니아층이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진격의 거인(진격거)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은 ‘야당’, ‘승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13일 개봉한 이후 누적 관객수는 73만명에 이르렀다. 메가박스 단독 개봉으로 상영관이 제한적이었던 점에 비춰 보면 고무적인 성적이다. ‘진격거’는 인간을 잡아먹는 거인의 등장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가 이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2009년부터 11년 동안 원작 만화가 1억부 넘게 팔렸고, 2013년부터 TV 애니 시리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극장판은 TV 애니 파이널 시즌 방영분을 144분으로 편집한 ‘총집편’이다. 다음달에는 일본 최대 리뷰 사이트인 필름마크스 어워즈에서 지난해 ‘최고 애니 시리즈’를 수상한 ‘괴수 8호’의 첫 극장판 ‘괴수 8호: 미션 리컨’이 찾아온다. 거대 괴수가 출몰하는 세상에서 한 방위대원이 괴수가 돼 버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2020년 일본에서 첫 출간한 원작 만화는 누적 발행 부수가 1800만부에 달한다. 일본 극장판 애니는 2021년 ‘귀멸의 칼날’, 2023년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거치며 인기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57분짜리 ‘룩백’은 30만명을 모았고, 이번 달만 해도 ‘극장판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비기닝’, 2013년 개봉 이후 12년 만에 다시 극장에 걸린 ‘케이온’이 각각 3만명을 넘기고 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체인소 맨’을 그린 후지모토 다쓰키 작가 원작의 ‘룩백’과 진격거의 마지막 편은 모두 예상한 흥행 수준을 웃돌았다”면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일본 극장판 애니에 관객이 꾸준히 몰리는 추세”라고 밝혔다. 극장판 애니는 원작 만화와도 상관관계가 크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2023년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으로 원작 ‘슬램덩크’가 인기를 끌면서 그해 전체 만화 판매량이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지난해 소폭 감소했다가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보다 13.8% 반등했다. 이를 견인하는 1020세대의 만화 구매 비율은 최근 6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는 5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올라 전체 구매자 3명 중 1명을 차지할 정도다. 권문경 예스24 프로덕트 디렉터(PD)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니의 인기가 급증한 2020년 이후 원작을 찾는 독자가 늘어나는 등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2021년 ‘귀멸의 칼날’ TV 애니 시즌1의 OTT 공개 뒤 원작 만화 전권과 특별판, 팬북이 그해 상반기 인기 만화 1~25위를 휩쓸었다. 2022년에는 ‘스파이 패밀리’와 ‘체인소 맨’, 2023년에는 ‘최애의 아이’ 등이 애니 공개와 함께 만화 순위를 장악했다. 이른바 ‘애니가 끌고 만화가 미는’ 현상이 일어난 셈이다. 권 PD는 “모바일 웹툰이 익숙한 1020세대가 자연스레 일본 작품에 관심을 갖고, 이를 기반으로 영화관에 가고 소장을 위해 책까지 구매한다”며 “만화 초판 한정 증정품이나 영화 오리지널 티켓 등 ‘굿즈’를 내세운 마케팅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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