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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스속옷 차람에 인형 업고 다니는 황당 중국男

    레이스속옷 차람에 인형 업고 다니는 황당 중국男

    여성용 레이스 속옷을 착용하고 등에는 성인 크기의 인형을 업은채 패스트푸드점을 기웃거린 남성이 있어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중국 궈지자이셴(國際在線) 6일 보도에 따르면 5일 쓰촨(四川)성 루저우(瀘州)시의 자러(佳樂)광장에 위치한 모 패스트푸드점에 특이한 복장을 한 남성이 등장했다. 건장한 체격에 여성용 레이스 속옷을 입고 등에는 성인 크기의 여자인형을 업은 이 남성은 한참 동안 가게 내부를 기웃거리는 등 이상 행동을 하다가 사라졌다.남자의 신상 정보나 이러한 행동의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패스트푸드점 손님들이 남자의 사진을 웨이보 등에 올리며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누리꾼들은 “술 취한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행동을 어떻게 하겠나!”, “약 값이 비싸져서 약을 먹지 못하니 증상이 악화됐다!”며 해당 남성의 행동을 비아냥 거렸다. 홍진형 중국통신원 agatha_hong@aol.com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컴플라이언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컴플라이언스

    1일 개봉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2004년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무려 70건이 넘는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사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패스트푸드점의 매니저인 산드라(앤 도드)가 장난 전화를 받는다. 둘째, 경찰이라는 말에 그녀는 고분고분하게 반응한다. 셋째, 카운터 직원인 베키(드리마 워커)가 조사라는 명목 아래 성폭력을 당한다. 매니저는 애원하는 직원의 말보다 강압적인 남자의 말을 더 믿었으며,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베키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두려워 순순히 응해야만 했다. ‘컴플라이언스’는 보기가 괴로운 영화다. 사기 전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재빠르게 대처하게 된 한국인은 영화를 보다 분통이 터질지도 모른다. 외국의 평을 읽어보면 미국에서도 ‘컴플라이언스’를 보던 도중 관객들이 극장 밖으로 빠져 나갔던 모양이다. 당연한 일이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비정상적인 주문을 하는데, 전화를 받은 사람이 최면이라도 당한 듯이 행동한다. 설령 전화를 건 자가 수상하다고 의심했던 인물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다. 우선 자기 앞가림하기에 바쁘고 굳이 경찰에게 따지다 피해를 당할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해보자. 그들은 왜 얼토당토않은 전화 한 통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였던 걸까. 혹자는 시골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순진함을 언급할 법하다. 그건 아니다. 순진하다고 해서 저항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컴플라이언스’의 도입부에 삽입된 짧은 장면에서 범인은 간단하게 상대방을 제압한다. 방법이라고 해봐야 단순한 명령밖에 없다. 그는 공중전화에 대고 “존칭을 붙여”라고 거칠게 외친다. 권력을 동반한 폭력은 상대방을 얼어붙게 한다. 아마도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급작스러운 무형의 폭력이 요구하는 바를 따르는 꼭두각시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베키를 비롯한 직원들이 이상할 정도로 순종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해고에 대한 심리적인 공포다. 보통의 영화라면 더러운 일을 당한 인물은 패스트푸드점의 일자리 따위는 즉각 때려치우고 떠나버린다. 현실은 다르다. 매니저는 지사장의 눈치를 보고, 종업원들은 매니저의 평가에 민감하다. 지옥이 따로 없는 일을 당하면서도 울분을 삭이는 베키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서글퍼진다. 폭력은 얼굴을 숨긴 채 뱀처럼 매끄럽게 작동한다. ‘컴플라이언스’는 폭력 앞에서 무력해진 인간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묘사한 작품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각자 맡은 자리에 매인 인물들, 무표정한 얼굴로 식사하는 손님들, 폭력적인 상황의 중심에서 꼼짝달싹 못하는 인물들을 실시간에 가깝게 관찰한다. 그것은 정녕 우리와 격이 다른 타인의 모습일까? 영화는 사건의 해결보다 전개 과정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씁쓸한 후일담을 다룬 짧은 종결부는 긴 여운을 남긴다. 상업영화가 쉽게 가는 길을 포기한 냉정한 자세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평론가
  • 옥션에 자신을 출품한 25세男 “나를 사주세요”

    일본 옥션에 자기 자신을 상품으로 판매한 남성이 등장해 화제다. 일본의 인터넷 옥션에 25세 노숙자 남성이 자기 자신을 출품했다. 이 남성은 현재 일정한 주거지가 없고 친구의 집이나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친구나 연인이 필요한 사람, 집안일을 잘하는 남자친구를 구하는 여성 등을 위한 상품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키 173cm, 몸무게 57kg 등 자세한 신상 정보를 기재하고 있으며, 낙찰받은 구매자는 자신의 집에 이 남성을 데리고 가 함께 살 수 있다. 놀랍게도 약 600명이 이 경매에 참여했다. 가격은 6만 5,000엔(약 73만 원)까지 올라갔다. 옥션 측은 현재 이 경매 페이지를 삭제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 남성은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가지고 있어 계속 응모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신매매인가”, “SNS를 하고 있고 제대로 된 사진이 있는 것으로 봐서 진짜 노숙자는 아닐 것이다”와 같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비전문가의 색다른 시각 ‘깨알같은 아이템’ 대박…창조적 쇼핑을 이끌다

    [주말 인사이드] 비전문가의 색다른 시각 ‘깨알같은 아이템’ 대박…창조적 쇼핑을 이끌다

    남성용 가슴노출 방지밴드, 종이에 쓴 대로 스마트폰에 옮겨주는 스캐너펜, 바늘이 없는 손목시계…. 소셜커머스에서 날개돋친 듯 팔린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인 소셜커머스는 1~7일간 한정된 수량의 상품을 파격적인 할인가로 제공한다. 국내에는 2010년 처음 들어왔는데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쿠팡, 티몬, 위메프, 오클락 등 4대 소셜커머스 업체의 시장 규모는 2010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으로 2년 동안 무려 40배 성장했다. 협회는 2014년에는 3조 7500억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소셜커머스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태어난 지 3년밖에 안 된 소셜커머스 업계는 벌써부터 기성화를 걱정하고 있다. 취급하는 상품이 3000~4000개로 늘어나면서 옥션, G마켓과 같은 인터넷쇼핑몰과 비슷해져 간다는 자기반성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고민 끝에 지난 1월 신채널팀을 꾸렸다. 소비자들의 눈이 번쩍 떠질 만한 신선하고 재미있는 거래(딜), 창조적인 쇼핑을 선보이자는 취지였다. 신채널팀에는 상품을 기획해 본 경력자가 거의 없다. 잘 팔릴 만한 물건을 찾아서 판매대에 올리는 상품기획자(MD)를 소셜커머스 업계에선 큐레이터라고 부른다. 한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작은 웹과 모바일의 특성상, 상품을 고르고 전시하는 역할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쿠팡 신채널팀의 이진원 팀장을 비롯한 12명의 팀원 가운데 큐레이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정승화 대리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신입사원, 관리직, 시스템기획자 등으로 전문적인 쇼핑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지난 5월 팀에 합류한 전성웅씨는 인터넷 쇼핑을 한 번도 안해 본 중견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 출신이다. 전씨는 19일 “물건은 꼭 직접 만져보고 사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인데 신채널팀에 온 지 두 달 만에 편리하고 재미있는 인터넷 쇼핑에 빠져버렸다”고 고백했다. 팀을 비경험자 위주로 꾸린 것은 ‘고객의 눈’으로 상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함경범 대리는 “소비자와 다를 바 없는 비전문가들은 전문 MD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상품도 발굴해내곤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신채널팀 직원들은 쇼핑 카테고리를 식품, 패션, 화장품 등으로 나누지 않는다. 누구든지 어떤 상품이든 찾아서 기획할 수 있다. 팀원들은 ‘하나의 틀’에 가둬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니플하이드’는 신채널팀의 초대박 상품 중 하나다. 여름철 남성들이 티셔츠 한 장만 입으면 가슴 부위가 도드라지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곤 하는데, 이를 가려주는 밴드 상품이다. 함 대리는 지난 5월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의 게시판에서 니플하이드를 처음 알았다. 그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남성의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은품 식으로 끼워 주던 것이었는데 쇼핑몰 사장을 찾아가 정식으로 팔아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딜에서 준비한 수량 2000개가 모두 팔렸다. 남성들은 물론이고 애인이나 남편 선물로 사려는 여성고객에게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달 초 내놓은 패션팔찌 ‘H7’은 신채널팀이 직접 기획해서 브랜드를 만들고 제작한 상품이다. 여름철 액세서리로 매듭팔찌가 유행인 점을 노렸다. 정 대리는 “취미로 팔찌를 만드는 친구가 있어서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며칠 밤을 지새워 만들게 했다”며 웃었다. 팔찌는 4500여개가 판매됐다. 남성 캐주얼화인 ‘보트아일랜드’ 역시 신채널팀이 운동화 제작업체를 직접 찾아가 만든 브랜드로, 매번 딜마다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다. 바늘 없는 시계 ‘밸룩’은 부산의 중소기업박람회에서 찾아낸 아이템이다. 신채널팀은 품질이 우수하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은 알짜 중소기업 상품을 찾기 위해 전국의 박람회 전시장을 돌아다닌다. 시침과 분침이 없는 밸룩은 액정화면을 터치하면 ‘타임라이트’라고 부르는 불빛 2개가 나타나 시간을 알려주는 패션시계다. 스마트폰 충전기로 충전하는 특허제품이다. 이달 초 쿠팡에서 처음 소개돼 500개 이상 팔렸다. ‘롤롤펜’은 종이에 쓴 글과 그림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스캐너펜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잘 주목받지 못하던 것을 가져와 판매했다. 틈새 아이디어 상품으로 350여개가 팔렸다. 칫솔모에 치약이 코팅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일회용 칫솔 ‘이지칫솔’도 신채널팀이 처음 취급했던 상품이다. 함 대리는 “호텔과 병원에서도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인데 업체 측에서 판로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특허를 받은 지 3일 만에 쿠팡에서 판매해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상품은 어떻게 찾아낼까. 신채널팀은 일반 회사원이 들으면 부러워할 법한 일과를 보낸다. 하루종일 이들이 하는 일은 ‘서핑과 쇼핑’이다. ‘부장님’ 눈치를 보며 몰래 하는 일이 아니다. 당당한 공식업무다. 국내외 블로그나 해외 쇼핑몰, 인터넷 오픈마켓을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상품을 찾아낸다. 그런 다음 각자 한 개씩 최고의 상품을 정하고 상품 설명을 한줄로 적은 뒤 12명 팀원이 모두 점수를 매긴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상품은 회의를 거쳐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상품이라도 잘 팔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신채널팀 직원들은 해맑게 웃으며 “우리는 매출의 압박에서 자유롭다”고 입을 모은다. 새롭고 신나는 쇼핑을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이지, 매출을 많이 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상품이 실제 우수한 실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쿠팡 본사 7층의 신채널팀 사무실 벽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다. 의류, 패션잡화, 생활주방 등 쇼핑 카테고리에서 신채널팀이 기획한 상품이 매출 1위를 기록하면 상품과 팀원의 이름, 한마디가 전시된다. 팀원들은 올해 안에 벽면이 가득 채워질 것 같다며 기대했다. 신채널팀의 또 다른 임무는 팀 바깥 직원들의 자극제가 되는 것이다. 이진원 팀장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상품을 기획하는 신채널팀은 사내 다른 큐레이터들의 경쟁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더 분발하고 신선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도록 자극한다는 면에서 신채널팀은 쿠팡의 ‘활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놀이도 일이 되면 싫어지게 마련이다. 양혜정씨는 “쇼핑을 좋아하지만 하루종일 상품을 찾다 보면 질리기도 한다”며 “그럴 때에는 밖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신채널팀은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을 가서 한강 둔치에 둘러앉아 회의를 겸한 나들이를 하곤 한다. 한 달에 한 번 팀워크를 다지는 ‘쿠요일’에는 다같이 모여 여가시간을 즐긴다. 지난달에는 코스트코, 이마트트레이더스, 빅마켓 등 3대 창고형 할인마트를 찾아가서 3곳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피자를 먹으며 진지하게 맛을 비교,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의 방식도 독특하다. 신채널팀은 매일 오전 ‘회고의 시간’을 가진다. 어제 판매된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과 매출을 점검해보고 개선방향을 찾는 다소 무거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힐링캠프’가 시작된다. 팀원이 각자 맡은 주제로 짧은 발표를 하는 것이다. 정 대리는 “뉴스 스크랩부터 나의 쇼핑일기, 연예가 소식, 건강운동법 등을 브리핑하면서 아이디어 발굴에 도움을 주고 받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파일럿 조직인 ‘태스크포스’(TF)로 출발한 신채널팀은 지난 3월 그 성과를 인정받고 정식 팀으로 자리 잡았다. 연말에는 팀 전체가 미국 올랜도 디즈니랜드에 놀러갈 꿈을 꾸고 있다. 김 사장이 ‘고객에게 재밌고 쉽고 행복한 쇼핑을 선사한다’는 사훈을 가장 잘 실천한 사원 또는 팀에게 포상여행권을 주기로 한 때문이다. 이 팀장은 “다른 인터넷쇼핑몰과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들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거듭 새로워지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코카콜라, 미국에서도 찬밥신세 왜?

    세계 최대 음료업체인 코카콜라가 안방인 미국 시장의 매출 부진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탄산음료가 비만의 ‘주적’으로 떠오른 여파로 분석된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코카콜라 본사는 유럽과 북미 지역의 기상악화로 지난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4% 감소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하지만 유럽의 실적 부진에도 국외 매출은 오히려 1% 증가했다. 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경제국들의 매출 호조가 손실을 메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미 시장이다. 2분기 이 지역 전체 매출은 1% 감소했고, 특히 주력상품인 탄산음료 매출은 4%나 줄었다. 게리 패이야드 코카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CNBC방송에 출연, “사람들은 날씨가 춥고 습하면 탄산음료를 덜 마신다”면서 “(북미권 2분기 매출 부진은) 날씨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정말로 날씨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매출 감소는) 상당 부분 날씨 탓이었다”면서 “음료 산업을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코카콜라가 ‘날씨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카콜라의 탄산음료 매출은 지난 세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그때마다 회사는 기상악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폈다. 미국에서 유독 탄산음료 판매가 부진한 데는 건강에 대한 불안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사장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만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기후여건, 세계경기 침체를 매출 부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켄트 사장은 “각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언급, 비만 요인도 작용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탄산음료에 포함된 당분이 비만, 당뇨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는 가운데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등은 탄산음료 덜 마시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뉴욕시는 블룸버그 시장의 주도로 지난 3월12일부터 식당과 극장에서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뉴욕시내의 식당과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 극장, 공연장, 구내식당 등에서는 16온스(약 470㎖) 이상 초대형 가당음료는 구입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뉴욕주 법원은 판매금지 조치가 독단적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지만 뉴욕시가 이에 항소해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코카콜라는 최근 음료회사로는 처음으로 탄산음료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익 광고를 시작하고, 저칼로리 천연 감미료를 사용하는 음료 개발에 주력하는 등 다방면에서 이미지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또 스포츠음료와 생수, 과일 주스 등의 비탄산 음료의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2분기 실적 발표 후 이날 오전 현재 코카콜라 주가는 2% 하락했다. 코카콜라 측은 하반기에 날씨가 안정을 찾으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입장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큰 가슴 고민’ 남상미, ‘얼짱’ 시절에도 가슴이…

    ‘큰 가슴 고민’ 남상미, ‘얼짱’ 시절에도 가슴이…

    학창시절 남달리 큰 가슴이 컴플렉스였다던 배우 남상미의 발언이 화제가 되면서 남상미의 과거 사진들이 속속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에는 연예계 데뷔 전 사진도 올라왔다. 남상미는 지난 16일 SBS ‘화신’에 출연, 어린 시절부터 항상 큰 가슴이 콤플렉스였다”면서 “학창시절 남학생들의 시선을 받기 싫어 체육시간에 가슴을 붕대로 감기도 했다”고 밝혔다. 방송 후 네티즌들은 남상미의 과거사진을 찾는데 주력했다. 남상미는 과거 한양대학교 앞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얼짱’으로 알려져 연예계에 데뷔하게 됐다. 당시 사진을 보면, 지금과 다름없는 청순한 미모가 돋보인다. 여기에 볼륨감 넘치는 몸매도 눈길을 끈다.  남상미는 현재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결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라디오 작가 송지혜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 In & Out] 국립극장, 밥 됩니다~

    “식사 됩니다~” 국립극장이 20년 터줏대감이었던 고급 한식당 ‘지화자’를 내보내고 다음 주 새 식당을 연다. 새로 오픈하는 식당은 일품요리에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춘 푸드코트. 그동안 관객들 사이에서는 “국립극장에 갈 때는 식사는 미리 해결하는 게 필수”로 통했던 게 사실. 이제는 국립극장에서도 편한 가격으로 부담 없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립극장은 1991년부터 대극장 1층에 자리 잡았던 지화자를 지난해 11월 계약 종료한 뒤 새 식당을 운영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 1월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공연 때만 ‘반짝 장사’가 되는 공연장에 선뜻 들어오겠다는 업체가 없어 두 차례나 유찰됐다. 안호상 극장장까지 소매를 걷고 나선 끝에 지난 4월 1년 계약을 조건으로 새 업체(동원 F&B)를 물색하는 데 성공했다. 메뉴당 십여만원씩 하는 ‘럭셔리 한식당’으로 자리를 굳혔던 ‘지화자’는 그대로 둬도 연간 1억원씩 임대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국립극장이 식당 교체에 무리수를 둔 까닭은 “순전히 관객 때문”이라는 게 극장 측의 귀띔이다. 평일 저녁 공연을 보러 극장을 찾는 직장인 관객들에겐 급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게 늘 고민거리다. 특히 교통편이 좋지 않고 남산공원 지대에 자리해 주변에 식당이 전무한 국립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이런 고민은 더 컸다. 그동안 지화자는 전통공연을 보러 극장을 찾는 외국인 관객들을 대상으로 최고급 궁중요리를 메뉴로 내놨다. 정식이 최대 17만원이나 하는 아찔한 가격 탓에 일반인들은 아예 식당 문턱을 넘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극장 관계자는 “임대수익은 덜 나더라도 관객들이 편안히 식사를 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본적인 편의는 갖춰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새로 문 여는 식당은 6000~1만원가량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푸드코트”라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감사”… 美 클리블랜드 납치 피해 여성들의 첫 메시지

    “감사”… 美 클리블랜드 납치 피해 여성들의 첫 메시지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납치·감금 사건의 피해 여성 세명이 4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5월 전직 스쿨버스 운전사 아리엘 카스트로(52)에게 약 10년 전 납치됐던 어맨다 베리(왼쪽·27), 지나 데헤수스(가운데·23), 미셸 나이트(오른쪽·32)가 감금에서 구출된 지 두달 만인 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성금모금에 참여해 준 전세계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이들이 병원에서 외상과 정신과 치료를 받는 동안 후원기금인 ‘용기 펀드’에는 100만달러(약 11억 3730만원)에 달하는 성금이 모였다. 2002년 8월 납치당할 당시 21세였던 나이트는 “사람들이 보내준 사랑과 지지, 기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며 “증오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처한 상황에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내 삶을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2003년과 2004년에 납치된 베리와 데헤수스도 영상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16세 때 패스트푸드업체 버거킹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길에 납치된 뒤 강간을 당해 카스트로의 아이까지 낳은 베리는 “나는 매일 강해지고 있으며 개인적인 생활을 갖게 된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감금 기간 동안 세명의 여성은 임신과 유산을 반복하는 고통을 겪었다. 한편 카스트로는 지난달 살인·납치·강간·불법낙태 등 총 329건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군산출신 45㎏ 한국계 여성 美 핫도그 빨리먹기 3연패

    군산출신 45㎏ 한국계 여성 美 핫도그 빨리먹기 3연패

    몸무게 45㎏에 불과한 한국계 미국 여성이 핫도그 패스트푸드 업체가 주관하는 핫도그 빨리 먹기 대회 여성 부문에서 3연패를 거둬 화제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전북 군산 출신의 미국인 소냐 토머스(46·한국명 이선경)가 매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미국 뉴욕 코니아일랜드에서 열리는 핫도그 빨리 먹기 대회에서 여성 부문 우승을 거둬 상금 5000달러(약 570만원)를 차지했다. 그는 키 164㎝의 작은 체구이지만 다른 음식 대회에서도 웬만한 남성들보다 빠른 기록을 세워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독거미를 뜻하는 ‘블랙 위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토머스는 2011년에는 40개, 지난해에는 45개의 핫도그를 먹어 대회 신기록을 세웠고, 올해는 10분 만에 핫도그 36개 이상을 먹어 우승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패스트 패션의 불편한 진실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만큼 일상이 된 패스트 패션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싸다는 이유로 부담없이 사들인 SPA, 일명 패스트 패션 브랜드 옷들로 옷장은 넘쳐나는데 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어서 고민하는 여성 혹은 남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미국인 여성인 저자는 H&M, 올드 네이비, 포에버 21, 타깃 등 저가 패션유통업체에서 30달러(약 3만 4000원) 미만의 옷들만 쇼핑해 온 패스트 패션 마니아였다. 어느 날, 케이마트에서 15달러짜리 캔버스화가 7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간 것에 흥분해 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7켤레나 산 그녀는 한 계절도 지나기 전 밑창이 떨어져 나가는 싸구려 신발들을 보면서 문득 자신이 10년 동안 고수해 온 패스트 패션 쇼핑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패스트 패션의 실체와 폐해를 파고드는 작업에 뛰어든다. 패스트 패션은 저렴한 가격에 유행하는 옷을 누구나 입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점심값, 커피값 정도의 티셔츠나 바지를 사면서 소비자들은 품질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패스트 패션의 품질은 몇 번 빨아서 입을 수 있느냐가 기준일 뿐이다. 저가 옷들이 넘쳐 나면서 옷 소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무분별한 쇼핑으로 미국인 전체가 한 해 사들여 쌓아두는 옷은 200억벌에 이른다. 패스트 패션은 의류 산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내수 의류 산업은 몰락했고, 값싼 인력을 찾아 중국에 이어 방글라데시 등 제3국으로 의류 공장이 이동하면서 열악한 근로환경과 노동착취 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 공장 붕괴 참사는 패스트 패션의 불편한 진실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플라스틱계 섬유질 원단의 옷들은 80% 이상이 폐기될 수밖에 없어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우리나라에도 자라, 유니클로, 에잇세컨즈 등 국내외 패스트 패션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이면을 알고 나면 품질 대비 가격만을 따지는 ‘합리적 소비’ 대신 노동환경과 지구환경의 미래까지 내다보는 ‘현명한 소비’의 필요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안팔아!”…대만 맥도날드, 장애인 손님 쫓아내 파문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한 지점이 손님으로 온 장애 여성을 쫓아버려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경 타이완 가오슝시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 지점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이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찾아왔다. 그러나 해당 점장은 이 여성을 노숙자라며 경찰에 신고했고 병원이나 경찰서로 연행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지점 측에 따르면 당시 이 여성이 다른 손님과 마찰을 일으켜 말썽을 피울 것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측의 설명은 달랐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여자는 조용히 매장 의자에 앉아 있었다” 면서 “외모도 노숙자로 보이지 않았으며 목격자들도 여자가 영업을 방해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자 타이완 맥도날드 측은 “여성의 안전을 고려한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해명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겪이 됐다. 결국 파문이 확산돼 불매 운동으로 까지 번지자 지난 26일 타이완 맥도날드 부회장 수잔 루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점장을 대신해 피해 여성과 가족 및 시민들께 사과드린다” 면서 “당시 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은 타이완 맥도날드 본사까지 몰려가 시위를 열며 회장의 진정어린 사과와 당시 매장의 CCTV를 공개하라고 요구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자료사진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美 버거킹 버거서 ‘면도날’ 나와 충격

    美 버거킹 버거서 ‘면도날’ 나와 충격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 버거킹의 버거에서 면도날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 등 현지 언론은 “캘리포니아 윌리츠시의 한 매장에서 지난 2일 판매된 버거킹의 버거에서 면도날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는 욜란다 오로즈코(46)로 그녀는 매장에서 주문한 버거를 한입 먹은 후 버거와 치즈 사이에서 날카로운 면도날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로즈코는 “당시 버거를 한입 먹은 후 안에 있는 내용물을 보다가 면도날을 발견했다” 면서 “너무 깜짝 놀라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나선 윌리츠시 경찰은 음식 조리대 근처에서 3개의 다른 면도날을 발견했으며 매장 측은 청소용으로 면도날을 비치해 둔 것으로 알려져 실수로 음식물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윌치츠 경찰의 수사는 종결됐으나 현지 보건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대해 버거킹 홍보담당자는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면서 “사고를 일으킨 매장은 회사 소유의 매장은 아니며 앞으로 이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열린세상] 사회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사회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이정옥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비 한 마리는 분명히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취업 경쟁이 대학가를 휘몰아치는 와중에 순수 사회학 그 자체에 관심을 두는 기특한 학생들을 전보다 자주 마주치게 된다. 금융 분야 자격증 따기, 공무원 시험 준비, 영어 점수 올리기라는 생존 경쟁 계획표에 맞추어 돌아가는 학생들 가운데 “사회학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요” 하는 한 마디가 주는 울림은 크다. ‘사회가 되돌아온다’는 새 시대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다이내믹 코리아’이지만 변화의 속도가 멀미가 날 정도로 빠르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의 국제정세를 알아차리지 못해 이웃나라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과거사의 회한을 만회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20세기는 농촌에서 도시로, 아시아에서 서구로, 공동체에서 개인으로, 자연에서 개발로, 협동에서 경쟁으로 삶의 패러다임을 숨 가쁘게 바꿔왔다. 이 질주에서 앞선 사람 또는 집단은 승자로 추앙되었고 속도에 어지럼증을 느끼는 개인 또는 집단은 가차없이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앞만 보고 달리게 되면 가속도가 붙게 된다. 근대화에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눈치 빠른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자녀를 유학시켰고 기러기 가족 만들기도 불사하였다. 전 지구적 차원의 무한 경쟁을 개인적 적응으로 대응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장하고 약육강식은 동물계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예외 없는 철칙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우리가 앞만 보고 달리는 동안 세상은 소리 없이 방향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대신 로컬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자유 대신 공정을, 경쟁 대신 협동을 말하기 시작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푸드가 주목을 받고 심지어 슬로 시티도 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여대생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환경에 피해를 주거나 아동을 불법으로 고용하면서 만든 것은 아닌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소위 가격 대비 품질을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이론과는 달리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을 묻는 소비방식이다. 이런 흐름이 점점 커져서 이제는 대세가 되기에 이르렀다. 기업에도 사회적 책임을 묻는 행동지침이 유엔에서까지도 제도화되기에 이르렀다. 실패한 국가의 자리, 실패한 시장의 자리에 사회, 그리고 사회적이라는 차원이 들어서고 있다. 이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시차로 나타난다. 헌법 조문에만 있었던 경제 민주화라는 단어가 지난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공론으로 등장하지 않았던가. 사회가 그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뿐인가. 수많은 논쟁을 거쳐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다. 세종은 봉건시대에도 ‘여민동락’(與民同)이라는 소셜 거버넌스를 실천했던 성군이다. 선거공약과 공론을 통해 도시가 탄생한 것을 전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공공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 소셜 커머스, 등 사회 또는 소셜이라는 형용사가 끝 간 데 없이 쓰이고 있다. 19세기엔 목욕탕 이름에서부터 과자 이름까지 ‘자유’라는 단어가 쓰였다는 도쿄대 교수의 분석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이런 새로운 흐름에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은 이 변화의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옛 문법대로 행동하고 말하다가 변화된 세상의 공분에 끝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우면 계속 어긋난다. 지난 100여년의 흐름이 큰 폭으로 바뀌고 있는데 방향 전환이 어렵다. 과거가 흘러가지 않고 똬리를 틀고 있는 상태에서 새것이 오고 있다. 게다가 따라잡기 바쁜 질주에 가속도가 붙어 방향을 바꾸기도 어렵다. 식민지시대, 냉전, 신자유주의의 유제가 사라지지 않고 사회 구석구석에 얽혀 있다. 새것이 들어설 틈이 없어 보이는데도 사회가 돌아오고 있는 징표는 분명하다. 우리 모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시차 적응이 필요한 때다.
  • 맥도날드·KFC·버거킹 얼음 변기물보다 더러워…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등의 레스토랑 10곳 중 6곳에서 제공하는 음료 얼음에 화장실 변기 물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인 ‘메일 온 선데이’가 최근 공인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 KFC, 버거킹은 물론 카페인 스타벅스와 카페 루즈, 닭요리 체인점 난도스에서 제공하는 음료에 넣은 얼음이 화장실 변기 물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자헛과 피자 익스프레스, 고멧 버거 키친, 와가마마는 ‘위생 위험’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무균 봉투에 매장에서 제공하는 얼음을 넣고 레스토랑 화장실 변기의 물과 성분 비교 분석을 시행했다. 표본은 각각 22℃와 37℃의 상태일 때 박테리아 수를 검증했다. 22℃ 환경에서는 1mL당 세균 1,000마리가 허용 기준치이다. 하지만 난도스(2,100마리), 맥도날드(1,400마리), KFC(1,100마리) 순으로 기준치를 넘어섰다. 또한 37℃ 환경에서는 허용 세균 기준이 1mL당 100마리이지만 버거킹은 260마리가 나와 기준치의 3배에 육박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맥도날드와 KFC, 그리고 난도스에서 제공한 얼음의 위생 상태가 매우 나쁘며, 버거킹을 표본 채집 시 직원의 손이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원은 제빙기가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는 정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데이터는 영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얼음 수요가 많은 여름철을 앞두고 우리나라도 검증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국내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제빙기 역시 비위생적인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커버스토리-로컬푸드 시대] ‘로컬푸드’ 해외에선

    “굴뚝 연기가 퍼져나가는 범위 안에서 마셔야 가장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들어봤을 말이다. 맥주나 와인을 품평할 때 나오는 말인데,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신선함을 당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맛 좋다고 굴뚝 바깥으로 운반하기 시작하면 이미 첨가물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이동하는 데 따른 각종 환경오염까지 일어난다는 의미다. 로컬푸드 운동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 근처 동네에서 재배한 신선한 음식을 그때그때 섭취하는 게 먹는 사람에게도 좋고, 주변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캐나다의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이다. 100마일은 대략 160㎞. 그 정도 범위 내에서 생산되는 음식만 먹자는 것이다. 캐나다의 한 부부가 시작한 이 운동은 거대 농업 회사들이 기계적으로 대량생산한 농산물 대신 인근 지역 공동체 주민들이 생산한 것을 먹자는 운동이다. 그래서 음식 재료도 100마일 안에서 생산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빵을 구워 먹는다면, 그 빵의 재료인 밀가루가 100마일 안에서 생산되어야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뻗어나간 슬로푸드도 비슷한 개념이다. 미국식 패스트푸드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대량 생산된 식재료를 이리저리 한꺼번에 뒤섞은 싸구려 음식 대신, 그 지역에서 재배한 재료들을 가지고 재료 자체의 맛을 살려내면서 천천히 요리해 먹자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산지쇼(地産地消) 운동이 있다. 말 그대로 지역에서 생산해서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다. 1970년대에 등장했고 1980년대부터 일본 정부가 농촌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널리 퍼뜨렸다. 우리나라의 신토불이가 우리 땅에서 난 게 우리 몸에도 좋지 않겠느냐는 감정적 호소에 기반한 캠페인에 가깝다면, 일본의 지산지쇼는 생산자협동조합 구성이나 직판장 강화, 학교급식과의 연결처럼 실제적인 편의성이 더 강조되어 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③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이탈리아 북부 이야기 Italy, eataly, italo③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Emilia Romagna 에밀리아 로마냐주 우아한 유네스코 도시들 이탈리아처럼 많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는 없다. 그래서 그 타이틀마저 식상할 때가 있지만 막상 그 중요한 인류의 유산 앞에 서면 스스로가 얼마나 행운아인지를 알게 된다. 페라리보다 멋진 페라라에서, 손톱만한 유리조각들에 존경심을 품게 되었던 라벤나에서, 나는 무척 행운아였다. Unesco City 1 이상적인 르네상스 도시 페라라 Ferrara 포 강변에 자리한 페라라는 15~16세기에 막강한 세력을 자랑했던 에스테 공국의 보금자리로, 예술가들에 대한 활발한 후원으로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번성한 곳이다. 도시의 규모를 확대할 필요를 느낀 에스테 가문의 헤르쿨레스는 1492년 비아지오 로세티Biagio Rossetti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 ‘유럽 최초의 근대 도시’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5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1995년 페라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르네상스 시대의 도시계획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구불구불 휘어진 골목이 복잡하게 중첩되어 있는 중심지구와 북쪽의 확장된 주거지역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도시의 삶을 유통하고 있었다. 헤르쿨레안 에디션Herculean Addition으로 불리는 확장된 주거지역에서 로세티가 세운 랜드마크는 디아만티궁Palazzo dei Diamanti은 벽면이 8,000개가 넘는 피라미드 모양의 대리석 포석으로 이뤄져 일명 다이아몬드궁으로도 불린다. 당시 유럽의 부자들이 이주하여 살기 시작했던 이 주변은 지금도 모두 부유한 주택지구다. 넓은 해자 때문에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에스텐성Castello Estense은 1385년부터 200년간 개축이 계속된 도시의 상징이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이는 이 성은 원래 도시의 북쪽을 수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에스테 가문이 주거지를 이 성으로 옮기면서는 민중의 발란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어둡고 습한 지하 감옥이 아직도 남아있다. 거친 외관에 비해 내부는 점점 귀족의 화려한 생활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나갔다. 회랑을 세우고 대리석 발코니, 정원을 만들었다. 부속 건물에는 놀이와 유희를 테마로 한 카밀로 필리피의 프레스코화가 귀족의 호사스런 취미를 보여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산 조지오 페라라 대성당 앞에는 상인들과 장을 보러 온 사람들도 빈틈이 없었다. 아랫부분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윗부분의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대성당의 파사드만 겨우 볼 수 있었다. 도시 중심과 확장된 주거 지역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자전거 여행이다. 페라라는 인구당 자전거 보유 대수가 가장 많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평평한 지형 덕분이기도 하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더 편리한 도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9km 성벽 외곽을 따라 도시를 한 바퀴 도는 것이 페라라 사람들의 자전거 산책이다. 성 둘레에 커다란 나무를 심고 자전거 도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Unesco City 2 살아있는 모자이크 라벤나Ravenna 라벤나의 전성기는 페라라보다 1,000여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5세기부터 8세기 사이에 3번이나 수도(서로마 제국, 동고트, 비잔틴 제국)의 지휘를 누렸던 도시다. 그 영광의 흔적이 8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아 있고 그중에서 2개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초기 기독교시대의 보물로 꼽히는 바실리카 산 비탈레Basilica of San Vitale의 내부도 모자이크로 라벤나를 다시 탈환한 동로마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안과 그의 부인 테오도라가 그려져 있다. 빛이 바래지 않은 모자이크화 속에서 황제와 여왕은 여전히 화려했고 여자들의 컬러풀한 의상도 그대로였다. 빛이 잘 드는 날이면 더욱더 찬란하게 빛난다고 했다. 이 세계문화유산에 영감을 받은 샤넬의 디자이너는 라벤나 스타일의 쥬얼리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갈라 플라치디아의 원형무덤Mauseleum of Galla Placidia을 설명하는 한 단어는 보석상자다. 평범하고 둔해 보이기까지 하는 내부와 달리 어두운 내부에는 찬란한 보석처럼 알알히 생생한 모자이크 그림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금박 위에 반짝이는 유리들은 때론 별이고, 때론 꽃이고, 때론 사람이 된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라벤나로 신혼여행을 왔다가 이곳의 모자이크를 보고 ‘나이트 & 데이’라는 곳을 작곡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비잔틴 시대의 황실 판사들의 초상화를 비롯해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 모자이크들이 천장 전체를 덮고 있다. 물론 바닥도 돌 카펫, 즉 모자이크로 덮여 있었다. 라벤나 사람들이 가지는 모자이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일주일 동안 40시간을 수료하면 되는 모자이크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골목어귀마다 붙어 있는 도로명 표지판을 모두 모자이크로 바꾸는 작업은 안나 피에타씨Anna Fietta의 지휘아래 이루어졌다. 그녀의 공방 겸 숍에서는 다양한 모자이크 작품과 재료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라벤나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부심은 중세 최고의 서사시인 <신곡>의 저자, 단테Dante Alighieri, 1265~1321다. 정치적인 이유로 고향 피렌체로 돌아가지 못하고 19년 동안 망명 생활을 했던 그는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가 죽은 후에야 베네치아는 유골을 되찾으려 했지만 라벤나는 유골을 빼돌려 가면서 지켜냈다. ▶travie info 꼬는 것이 실력, 빠네 페라라레제 맛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으므로 이 빵의 모양을 다른 동물이나 곤충에 비교하는 일은 삼가겠다.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사지가 꼬인 빵이다. 제빵사가 실력을 한껏 뽐내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빵은 1536년부터 귀족의 만찬 테이블에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빵’이라는 찬사를(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듣고 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페라라 빵을 위해서는 이 지역의 물과 밀가루뿐 아니라 습도마저 필수라고 하니 본토에서만 그 맛을 느낄 수 있나 보다. 맛있는 빠네 페라라레제를 기본빵으로 제공하는 레스토랑 겸 식료품점 쿠시나 부테가Cusina Butega는 그릇의 소리만 듣고도 금이 간 것을 알아차리는 숙련된 종업원들만큼이나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에밀리야 로마냐 음식을 제공한다. Cusina Butega | 주소 Corso Porta Reno 26/28 Ferrara 문의 +39 0532 209174 www.cusinaebutega.com 이탈리안의 점심식사, 피아디나 이탈리안의 일상적인 점심메뉴가 된 피아디나Piadina는 라벤나의 자랑이기도 하다. 얇고 평평한 밀가루 빵 위에 재료를 넣고 말아먹는 피아디아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라벤나의 카페 까데뱅Ca’ de’ Ven에서 맛본 ‘원조’ 피아디나는 샌드위치 재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맛있는 빵이었다. 밀가루에 라드돼지기름를 듬뿍 넣어 만든 반죽을 팬에 구워 만들기 때문에 적당히 기름지면서도 쫄깃했다. 라벤나 관광청 사람들이 선택한 이 레스토랑은 15세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건물에 어울리는 앤티크 선반과 서가,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엄선된 와인 등으로 이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품위 있게 보여주는 곳이다. Ca’ de’ Ven | 주소 Via Corrado Ricci, 24-48100 Ravenna 문의 +39 0544 30163 www.cadeven.it ● 이탈리안 식탁의 기본 너무 흔해서 쉽게 먹는 김치가 사실은 상당한 정성의 산물이듯, 흔하게 먹었던 파스타가 사실은 상당한 인내심의 산물이었고, 빵이나 찍어 먹던 발사믹 식초에도 명품이 따로 있었다. 커피에도 역사가 있고, 치즈는 시간의 산물이다. 알고 먹으니 다른 맛. 더 진하고 고소하고 감사한 맛! Boun Giorno! Torino Caffe 토리노의 아침,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이 많은 격자형 도시의 골목을 기웃거리다 110년 전부터 산 카를로 광장 귀퉁이에 자리잡은 카페 토리노에 들어갔다. 마롱 글라세Maron Glaces·설탕시럽을 입힌 밤와 잔두이야Ganduia·헤이즐넛초콜릿의 먹음직한 모양새에 넋을 잃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천장 모서리에 이런 말이 새겨져 있었다. “a little too much is just enough for me.조금 넘치는 것이 내게는 충분한 것이다.” 그 순간 내게 든 생각은 ‘커피 한잔을 더 마셔도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 결핍보다는 약간의 과잉을 ‘충분’의 기준으로 삼아 보자! 단테의 희곡에 나온다는 이 문장을 나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계시로 받아들였다. 한결 죄책감 없는 마음으로 두 번째 커피를 위해 라바짜 카페Lavazza cafe 1호점을 찾아갔다. 110여 년 전 토리노에서 시작된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고 감각적인 커피 광고로 유명한 커피 브랜드답게 내부의 인테리어도 강렬했다. 그러나 그 현란함 속에서도 이탈리아 할머니들은 색 바랜 느낌이 아니었다. 토리노의 명물 커피라는 비체린Bicerin(에스프레소, 초콜릿, 뜨거운 우유거품을 층층이 섞은 커피)을 영접할 기회는 없었지만 충분히 족한 마음이 들었다. 내 노년의 어느 날, 아침 9시의 풍경이 저러하길. 그것은 카페인보다 진한 각성이었다. Caffe Torino | 주소 Piazza San Carlo 204 10100 Torino 문의 +39 011-5451118 슬로시티, 슬로치즈 브라 소믈리에도 만났고 바리스타도 만나 봤지만, 치즈감별사는 처음 만났다. 그 장소는 브라Bra였다. 이 도시를 설명하는 두 단어는 ‘슬로푸드’와 ‘슬로시티’다. 패스트푸드에 대항하여 일어나기 시작한 슬로푸드 운동의 세계연맹(1989년 결성) 본부가 브라에 설치됐다. 그리고 슬로푸드 운동의 연장선에서 브라는 슬로시티 1호(1999년)로 지정됐다. 대표적인 슬로푸드 치즈. 브라는 2년에 한 번씩 세계치즈축제가 개회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서 1920년부터 3대째 치즈 숙성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지오리토Gilolto 가문의 피렌조Fiorenzo씨(사진 왼쪽)도 매번 이 축제에 참가해 엄성된 브라치즈를 내놓는다. 이 지역의 200여 가구가 생산하는 치즈를 감별하고, 특별한 치즈로 숙성해 내는 것이 그의 일. 서늘한 지하 저장고는 치즈 특유의 콤콤한 냄새가 진동했다. 최소한 6개월 이상 숙성시킨 치즈를 두로Duro라고 하고 1년 이상 주기적으로 올리브 오일을 덧발라가며 숙성시키는데 지오리토에서는 보통 3년 정도 숙성시킨 치즈를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어떤 치즈들은 홍어로 치면 흑산도보다 진하다는 나주 홍어쯤 되는데, 그럴수록 마니아들은 더 환장하게 마련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지오리토만의 독창적인 치즈는 브라취크braciuk였다. 질 좋은 치즈를 네비올로Nebbiolo, 바르베라Barbera 등 피에몬테 지역 품종의 포도껍질에 파묻어 적어도 3개월 이상 숙성시킨, 말하자면 ‘취한’ 치즈다. 그래서 이름도 취한drunken을 뜻하는 지역 방언인 ‘취크ciuk’다. 와인 향기와 함께 톡 쏘는 듯한 맛은 지금도 입 안에서 맴돈다. 피오렌조 지오리토Fiorenzo Giolito | 주소 Via Monte Grappa, 6-12042-Bra(CN) 문의 +39 0172 412920 www.giolitocheese.it 내가 만든 파스타 볼로냐 요리학교 ‘요리의 수도’라고도 불리는 볼로네제를 대표하는 메뉴는 미트소스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볼로네제 소스 파스타’다. 소스의 비법까지야 배울 틈이 없었지만 파스타를 만들어 볼 기회는 있었다. 수많은 파스타 종류 중 도전할 종목은 토르텔리니Tortellini였다. 밀가루와 계란 30개만으로 치댄 반죽으로 피를 만들고 속을 채운 이 파스타는 그 생김새 때문에 비너스의 배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손가락의 한마디만큼 작은 토르텔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렵다기보다는 흥미를 잃기 쉬운 노동집약적 요리였다. 체험자들의 얼굴에 지겨운 기색이 비치자 곧 응용코스로 대형 토르텔리니 만들기가 시작됐다. 같은 요령이지만 물만두만큼 사이즈가 커지자 다시 속도가 붙었고 그만큼 식욕도 빠르게 상승했다. 체험을 끝내고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푸는 동안 드디어 고기 육수에 끊여 낸 토르텔리니가 냄비째 나왔다. 3가지 이상의 파스타 요리가 나온다는 말에 양을 조절하려 했으나 자제하기 어려울 만큼 토르텔리니는 맛있었다. 볼로냐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교실이자 레스토랑인 베키아Vecchia Scuola의 성공은 알레산드라 Alessandra Spisni씨의 명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파스타 실습을 책임지는 유쾌한 남자, 알렉산드로씨(사진)는 그녀의 동생이다. 전문가 코스부터 일주일 코스, 점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Vecchia Scuola Bolognese | 주소 via Galliera 11 40121 Bologna Italy 문의 +39 0516491576 www.lavecchiascuola.com 회장님의 식초 모데나 발사믹 모데나의 식초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 세상 모든 식초는 인스턴트다. 포도 외에 어떤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 전통방식의 발사믹 식초를 만드는 과정은 순전히 시간의 응축이기 때문이다. 10월에 수확하여 깨끗하게 씻은 포도를 으깬 후 만 하루 동안 푹 끊여낸 포도액은 저장고로 옮겨서 배럴에 담긴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는 5~8개의 배럴들은 ‘가족’이라고 불린다. 그런 가족들이 한 서른 세트쯤 될까. 그리 넓지 않은 2층 저장고는 서늘하면서도 시큼한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18세기부터 가족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식초는 이제 가문의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같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초라고 해도 사용하는 저장통의 목재가 다르기 때문에 맛도 모두 다르다. 구멍이 뚫린 배럴에서 증발하고 숙성되면서 응축된 발사믹 식초가 한 단계씩 작은 통으로 옮겨지면서 증발을 계속하여 식탁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수백년이다. 포도 원액들이 섞이므로 사실 아무도 그 정확한 연도를 알 수는 없다. 모 호텔 홍보담당자의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모데나의 식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그룹의 회장님이 먹는 식초다. 그러나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욕심껏 모데나의 식초를 구매할 수는 없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이 마을의 식초 담그기는 소규모의 가내 수공업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곳에서도 연간 생산량은 500~600병 정도라고 했다. 시간이라는 것에 맛이 있다면 모데나의 발사믹 식초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시고, 달고, 진한 감칠맛. 마지막 몇 방울만 떨어뜨려도 샐러드를, 빵을, 치즈를 완전 다른 요리로 만드는 신의 한수 같은 맛 말이다. 품질인증(P.D.D)을 받은 모데나 전통 발사믹 식초의 가격은 100ml들이 한 병에 12년산 40유로, 25년산은 70유로다. 다른 식초와 비교하자면 고가지만, 그 오랜 시간으로 나누어 생각하자면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진다. www.balsamico.it ●이방인처럼 쇼핑하고 이탈리안처럼 먹어라 할인과 세금 환급이라는 ‘이방인 쇼핑 특권’을 꼭 누려야 할 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이탈리아다. 아무래도 홈그라운드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품목도 다양하고 사이즈 선택의 폭도 넓다. 디자이너 아웃렛 맥아더글렌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곳도 이탈리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살바토레 페라가모(피렌체), 프라다(밀라노), 불가리(로마), 돌체앤가바나(밀라노), 질샌더(밀라노), 베네통(트레비조) 등은 부연이 필요없는 브랜드다. 여행가방으로 유명한 브릭스(올지아테 코마스코), 여성 핸드백으로 유명한 코치넬리coccinelle(파르마), 남성복 브리오니(펜네)와 투스카니 스타일 패션 브랜드 고뗄리Gotelli(세라발레)는 이탈리아에서 꼭 노려야 하는 쇼핑리스트다. 의류와 보석뿐 아니라 향수, 화장품, 스포츠용품, 가정용품 브랜드들도 다양하게 입점해 있다. 동일 매장에서 154.94유로 이상을 지출하면 구입 금액에서 최대 15%를 다시 환급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누려야 할 또 하나의 특권은 음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방인처럼 말고 이탈리안처럼 먹기를 권한다. 버거킹을 대신해 선택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도 그리 비싸지 않고,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것도 이탈리아이기에 꼭 누려야 할 호사다. 노벤타 디 피아베 Noventa di Piave Designer Outlet 펜디Fendi, 아르마니Armani 등의 제품이 비교적 원활하게 공급된다는 소문이 있는 곳으로 뉴욕의 패션 블로거들, 베니스 비엔날레의 작가들이 놓치지 않는 매장이다. 베니스에서 30분, 파도바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여름마다 음악 페스티벌 등의 문화행사도 개최한다. 주소 Via Marco Polo 1 30020 Noventa di Piave 문의 +39 0421 5741 찾아가기 베니스 트론체토 광장 앞에서 매일 오전 10시에 셔틀버스(왕복 15유로)가 출발한다. 산 도나 디 피아베San Dona di Piave에서도 왕복 버스를 운행한다. 세라발레 디자이너 아웃렛 Serravalle Designer Outlet 이탈리아 북동쪽 리구리아 해안 지역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 쇼핑몰은 이탈리안의 감성을 잘 전달하는 쇼핑 공간이다. 유일하게 불가리가 입점해 있다는 점에서 불가리 마니아에게는 필수방문지로 꼽히는 곳. 베네통 매장의 규모도 크다. 밀라노에서 1시간, 제노바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소 Via Della Moda,1-15069 Serravalle Scrivia 문의 +39 0143 609000 www.mcarthurglen.it ●두 개의 시간이 만나다 일주일 동안 이탈리아 북부를 누볐다. 지도를 펼쳐 놓고 헤아려 보니 피에몬테, 베네토, 에밀리아 로마냐의 3개 주에 걸쳐 있는 11개의 도시와 마을이었다. 도시의 중심에서 중심부로, 재빠르게 우리를 이동시켜 준 이탈리아 열차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한 덕택이다. 직접 타본 이딸로에는 두 가지 속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페라리를 닮았다는 명품 초고속 열차의 경쾌한 속도감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면, 그로 인해 한층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풍경을 즐기거나 맥주를 마시는 것이 기차 안의 풍경이다. 마치 빠르게 달리는 기차가 외부의 시간을 흡수하여 내부로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 SF적 상상을 해보게 된다. 창밖을 보며 이런 공상을 펼치는 것도 기차 여행이 주는 쏠쏠한 재미일 것이다 .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미래적이어서 그런지 이딸로의 경쟁 상대는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다. 물론 종목은 속도가 아니라 서비스 경쟁이다. ‘격의 없는 매너’로 유명한 유럽 항공사 승무원이 아니라 상냥하고 또 예쁘기도 한 우리나라의 승무원이 연상되는, 그런 친절함을 위해 철저하게 서비스 교육을 한 덕택이다. 영어구사 능력도 모두 수준급이다. 그들의 서비스를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이 ‘까사 이딸로Casa Italo’다. 이딸로 전용 대기실이자 안내데스크 겸 예약센터인 이곳은 이딸로 특유의 컬러인 벨벳 레드와 실버가 어우러지는 우주적인 공간이다. 심플한 픽토그램과 벽면에 내장된 키오스크 들은 디자인, 성능,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초고속 열차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는 진보적인 이딸로의 노력이 시각화된 결과물이다. <월페이퍼>가 주관한 2013년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생활 향상’부분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5-8806,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02-3789-6110, 맥아더글랜 한국사무소 02-553-0822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피에라 피지Piera Pizi 밀라노역 스페셜리스트 “여기 있는 서비스 직원들은 모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밀라노에 있는 2개의 역을 오가면서 총괄업무를 담당했는데 좋은 피드백을 많이 들었어요. 저는 예전에 호텔에서 일했었는데 이딸로의 서비스는 호텔에 못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경쟁 상태는 항공사 승무의 수준의 친절과 서비스죠. 하지만 요금은 무척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시장 조사를 통해서 더 많은 승객들이 이딸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거든요. 참! 이딸로 열차에서 제공되는 슬로푸드 스낵도 잊지 말고 맛보세요.” ●mini interview 찾아가기 밀라노(오전 10시, 오후 1시30분)와 토리노(오전 9시)에서 세라발레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 [커버스토리] 더 싸고 더 작게…불황이 바꾼 생활상

    [커버스토리] 더 싸고 더 작게…불황이 바꾼 생활상

    “점심이 2500원이에요. 빠르고 싸고 맛있고 삼박자를 고루 갖춘 컵밥이 최고예요.” 10일 점심시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노점상. 근처 학원생뿐 아니라 중간중간 넥타이 부대들이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에 서서 먹는 컵밥이지만 장기불황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김여진(28)씨는 “경기 침체로 회사가 어려워지고 각종 수당이 줄면서 5000원이 넘는 점심과 커피가 부담되기 시작했다”면서 “그래서 요즘은 2500원짜리 컵밥과 패스트푸드점의 1000원짜리 커피를 즐긴다”고 말했다. 보통 직장인들은 점심에 밥값 6000원, 커피값 4000원 등 1만원을 쓴다. 하지만 컵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면 커피까지 3500원이면 된다. 하루에 6500원씩, 한 달이면 13만원(20일 근무 기준)을 아낄 수 있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노량진에서 3300원짜리 간이 뷔페식당을 운영하는 김상근(45)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직장인이 늘기 시작해 이제는 손님의 절반이 직장인”이라면서 “음식도 고시생 위주에서 30~40대 직장인 위주로 메뉴를 늘렸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과 3000원짜리 식당도 인기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 3000원짜리 설렁탕집 유진식당에서 만난 이건수(37)씨는 “일반 식당의 설렁탕 값은 8000원이 넘지만 여기는 5000원 이상 저렴해 밥값도 줄이고, 청계천 산책도 할 겸 일주일에 서너 번씩 찾는다”고 말했다. 임희정(42·서울 강서구)씨는 매일 오후 9시쯤 대형마트에 간다. 다음 날 팔 수 없는 수산물과 신선식품 등을 30% 할인판매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점원이 할인 스티커를 붙이기 무섭게 주부들이 달려든다”면서 “고를 것도 없이 무조건 필요한 것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요즘 오후 9시쯤 대형마트의 수산물과 즉석식품 코너 주변에는 할인행사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주부들이 많다. 임씨는 “밤늦게 산 생선 등을 손질하는 등 몸은 고되지만 한 달에 5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흥청망청 소비의 주범으로 알려진 대학생들의 생활도 바꿨다. 자취생들이 코딱지만 한 월세방도 둘이서 나눠쓰는 것도 불황이 나은 풍속도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란 인터넷 카페에는 자취방 룸메이트를 찾는 글이 하루에 수십개씩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서로 독립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중간에 파티션을 설치해 사생활을 지키기도 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황으로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소득이 감소하면 싼 물건을 찾는 것은 사회학적이나 경제학적으로 당연한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소비의 가치가 품질보다는 가격이 좌우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10년전 납치된 여성3명…범인은 이웃 3형제였다

    10년전 납치된 여성3명…범인은 이웃 3형제였다

    “빨리 도와주세요. 저는 납치됐고 10년간 실종 상태였습니다. 납치범이 잠깐 자리를 비웠습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경찰에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2003년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에서 일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하다가 실종된 어맨다 베리(왼쪽·26)였다. 베리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납치범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전화를 걸었다면서 그가 돌아오기 전에 자신을 구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클리블랜드 경찰은 이날 베리와 함께 지난 10년간 실종 상태였던 지나 디지저스(오른쪽·23)와 미셸 나이트(32)가 자신들이 실종된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한 주택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여성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건강 상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실종 당시 14세였던 디지저스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에 사라졌다. 2002년 당시 21세였던 나이트 역시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나온 뒤 소식이 끊겼다. 베리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이웃 주민인 찰스 램지였다. 램지는 베리가 집 안에서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고 다른 이웃들과 함께 현관문을 발로 차서 연 뒤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켰다. 램지는 인터뷰에서 긴급 전화를 받고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경찰이 집 안에 세 명이 더 있다고 한 베리의 말을 듣고 납치범의 집에 있던 나머지 3명을 탈출시켰다고 ABC방송이 보도했다. 경찰은 이 집에서 여성들과 함께 6세 아이도 발견했다고만 말했을 뿐, 아이의 신원을 비롯해 구조된 여성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었던 히스패닉계 남성 아리엘 카스트로(52)와 함께 그의 형제 두 명을 납치 용의자로 체포했다. 카스트로의 집 인근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삼촌 줄리오 카스트로는 자신의 조카가 한 공립학교의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으며, 평소 성격이 좋았던 그가 이런 일을 벌인 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프랭크 잭슨 클리블랜드 시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살아서 돌아와 준 이들에게 고맙다”면서 “사건과 관련해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0년전 납치된 美 여성 3명 구출… 용의자는 이웃 3형제

    10년전 납치된 美 여성 3명 구출… 용의자는 이웃 3형제

    “도와주세요. 저는 납치됐고 10년간 실종 상태였습니다. 뉴스에도 여러 번 나왔어요.” 6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경찰에 한 여성의 다급한 신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2003년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에서 일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하다가 실종된 어맨다 베리(왼쪽·26)였다. 베리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납치범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전화를 걸었다면서 그가 돌아오기 전에 자신을 구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클리블랜드 경찰은 이날 베리와 함께 지난 10년간 실종 상태였던 지나 디지저스(오른쪽·23)와 미셸 나이트(32)가 베리가 감금됐던 실종 장소 인근 주택에서 함께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여성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건강 상태는 모두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실종 당시 14세였던 디지저스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에 사라졌다. 2002년 당시 21세였던 나이트 역시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나온 뒤 소식이 끊겼다. 베리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이웃 주민인 찰스 램지다. 램지는 베리가 집 안에서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고 다른 이웃들과 함께 현관문을 발로 차서 연 뒤 그녀와 여자아이 한 명을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켰다. 베리는 램지의 집에서 911에 전화를 걸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납치범의 집에 있던 나머지 2명을 구조했다. 경찰은 베리와 함께 구출된 여자아이는 6살로, 베리가 낳은 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던 히스패닉계 남성 아리엘 카스트로(52)와 함께 그의 50대 형제 두 명을 납치 용의자로 체포했다. 카스트로의 집 인근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삼촌 줄리오 카스트로는 자신의 조카가 한 공립학교의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으며, 평소 성격이 좋았던 그가 이런 일을 벌인 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프랭크 잭슨 클리블랜드 시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살아서 돌아와 준 이들에게 고맙다”면서 “사건과 관련해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당신은 포르노 배우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당신은 포르노 배우

    에로스냐, 포르노냐.  아주 새로운 얘긴 아니다. 포스트모던 시대 사적 영역이 부각되면서 현대사회 풍경을 군도로 묘사하는 건 낯설지 않다. 가장 극단적 사례는 진정한 대화, 소통, 사랑은 찾아볼 수 없고 이제 남은 건 저마다 홀로 늙어 죽는 것밖에 없다고 토로해 대는, 히키코모리의 나라인 일본의 일부 지식인들이다.  정작 서구 이론가들은 감정을 통한 연대, 진정한 사랑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데 말이다. 이름 좀 있다 싶은 철학자들이 에로스 문제를 다루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이는 아마 ‘88만원 세대’(레디앙 펴냄)를 낸 우석훈일 게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친숙한 모든 관계가 유예되는 한국 사회에 짱돌이라도 던지라고 부추기는 책인데, 정작 책의 첫 장은 ‘첫 섹스의 경제학 -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로 시작하니 말이다.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스베냐 플라스푈러 지음, 장혜경, 로도스 펴냄)는 포르노로 전락해 버린 현대사회 에로스 풍경들을 다룬다. 이미 몇몇 사람들 이름이 머릿속을 지나갔을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책 끝 부분에 가서 “아마 진실된 사회는 발전을 식상해 하면서 무언가에 쫓기듯 낯선 별을 정복하러 돌진하기보다 가능성들을 다 쓰지 않은 채 남겨둘 것이다”라는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냥 놓아두기’, ‘무위’를 통해 에로스를 회복하자고 제안한다.  최근 인물로만 꼽아도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펴냄)의 한병철, ‘리퀴드 러브’(새물결 펴냄)의 지그문트 바우만이 툭 떠오른다. 동시에 이에 대한 장정일과 진중권의 비판도 떠오른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분석에 이은 내 탓이오를 외치는 해법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결국 좀 배우고 먹고 살 만한 사람들 얘기 아니냐는 평 말이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혁명을 기획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평가 또한 자신만은 대중과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식상한 믿음 위에 서 있긴 매한가지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우리 모두 단체로 다 가난해지고 비참해질 필요는 없으니까. 스토리 자체는 뻔한 감이 있음에도 일단 펴들면 쭉 읽게 되는 것은 순전히 저자의 입담 덕이다. 프로이트를 기본에 깔고 오디세우스의 배, 성 안토니우스의 광야,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쏟아지는 아가톤의 집, 하이데거의 오두막 등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다니는데, 무겁지가 않다. 한병철의 책이 종교적 잠언집 냄새를 짙게 풍기고, 바우만의 책에서는 묵직한 연륜의 냄새가 느껴진다면, 38살 여성 철학자가 쓴 이 책은 그냥 친구들끼리 맥주 한 잔 마시며 수다 떠는 느낌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 에로스는 넘쳐나지 않던가. 인터넷만 열면 여신, 베이글, 꿀벅지 등이 넘쳐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유행이란 천쪼가리로 가리는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하기사 조선시대에도 여염집 아낙들이 기생패션 따라해서 골치였다 하니, 21세기에 룸살롱 패션을 천지 사방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그리 놀랍다고 하긴 어렵다.  이런 소리 더 늘어놨다간 꼴통 소리만 나올 판이니 일단 여기까지. 저자는 이렇게 광범위한 ‘전 사회의 포르노화 현상’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 “어쩌면 우리가 근본적으로 더 근엄해지고 더 금욕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속이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금욕을 위해 벗는다. “향락의 극단성은 자유의 증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단적인 충동포기의 증상”일 수 있다.  이제 하나씩 보자. 웰빙시대다. 골라먹는다. “콜라를 마시고 포르노를 보며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사회의 하층민들은 탐욕적이다. 그들과 거리를 취하기 위해 고상한 중산층은 품위 있는 금욕을 훈련한다.” 그 결과는? “많은 레스토랑이 고객의 허기를 달래주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 빈약한 먹거리를 엄청나게 큰 접시에 멋지게 담아내는 데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음식은 이제 고객의 위보다는 그의 눈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음식의 향락은 포르노그래피적 행위로 전락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은 포르노를 소비할 때처럼 탐욕의 대상과 거리를 두며 음식 자체가 아닌 음식의 모사품을 즐긴다. 이것은 소외다.”  여가도 통제돼야 한다. 금연문화? “물론 건강에는 좋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자신의 더럽고 비합리적인 측면을 공개적이고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느긋하게 즐길 기회를 점점 잃고 있다.” 퇴근 뒤 맥주 한잔의 여유는 사라지고 “요즘엔 목욕과 운동 이외에 드라마가 이런 기능을 맡는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은 강박증 환자가 되어 간다. 자기 연출, 자기 관리의 시대. 그러니까 여가 시간도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해야 하는 강박의 시간이다.  욕망의 해방구는 오직 일이다. “워커홀릭은 포르노그래피의 쾌락 기계와 매우 유사하다.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신체들도 쉬지 않고 쾌락의 국민총생산에 최대한 기여하는 고성능 노동자다. 그렇게 본다면 포르노는 오히려 현대 노동 세계에 대한 상징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고 아무리 지쳐도 무서우리만큼 다시 의욕을 내는 신체들이다.” 일터에서 자아실현에 몰두하는 당신은 포르노 배우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프로이트의 책 ‘문화의 불안’을 불러낸다. 그는 어린 꼬마들이 불을 오줌으로 끄면서 노는 장면을 일러 “힘이 센 남근 상대와의 경쟁”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불은 끄는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한다. “불을 보호하는 자만이 그 불을 운반할 수 있고 자기 뜻대로 이용”할 수 있다. 그게 인간 문명의 시작점이다. “불을 끄고 싶은, 오줌을 누고 싶은, 경쟁을 하고 싶은 유아적 욕망의 포기가 비로소 불의 위대한 문화적 정복을 가져왔다.”  불빛을 보자마자 바지춤을 주섬주섬 내리는 게 포르노라면, 에로스는 불을 끄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른 채 그 일렁이는 불빛과 함께 관능적인 춤을 추는 것이다. 일에 매진하느라 술, 담배 끊고 학원에 요가에 다이어트에 비타민제를 달고 살면서도 늘 우울한, 군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다시 음미해봐야 할 삶이다. 1만 4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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