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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성공보수 미리받은 변호사 징계 정당”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성공보수 선(先)수령 금지 규정’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성공보수를 조건부로 미리 받은 변호사의 징계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조영철)는 박모(57) 변호사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수임한 사건이 종료되기 전에 2억원을 수령한 것은 성공보수를 미리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성공보수를 미리 수령하는 것은 공공성을 지닌 업무를 영위하는 변호사의 직무에 배치된다고 본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03년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의뢰받았다. 2009년 1심에서 승소하자 박씨는 ‘항소심에서 금액 변동이 있으면 즉시 반환하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하고 성공보수 2억원과 소송비용 1억여원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 2심에서 패소가 선고됐다. 박씨는 2011년 1월과 2월에 ‘기한까지 책임지고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입주자대표회의에 보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반환을 미루다가 입주자대표회의의 진정이 있자 같은 해 12월에서야 반환금을 법원에 공탁했다. 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는 2012년 2월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박씨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박씨는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성공보수 선수령 금지는 변호사윤리장정을 근거로 한다. 윤리장정 제33조에는 ‘성공보수를 조건부로 미리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협은 2011년 서울지방변호사협회의 설문조사에서 97%에 달하는 변호사들이 성공보수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결과가 나오자 이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변협은 지난 4월 개정을 논의했지만 개정에 신중한 일부 이사진의 반발로 처리가 보류됐다. 변협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고엽제 피해 보상 미국정부가 적극 나서야

    베트남전에 파병되어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 1만 6579명이 미국 제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베트남전이 막을 내린 것이 1973년이니 피해자들은 최소한 40년 이상의 세월을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고엽제 제조회사인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1999년이라 판결을 기다린 세월만 14년이다. 더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06년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의 희망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는 더 큰 절망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다만 재판부가 피해자의 일부지만 고엽제 노출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의미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상은 39명에 불과해 실망감을 털어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한국과 미국, 베트남의 고엽제 피해자들은 그동안 고엽제 제조회사와 미국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받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미국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대부분 법리에 가로막혀 기각되거나 패소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1994년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 법원은 “외국인은 전쟁 중 발생한 어떤 피해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자국 법률을 근거로 패소 판결했다. 베트남고엽제피해자협회가 2004년 미국 뉴욕주 연방법원에 낸 소송에서도 기각 논리는 “고엽제가 베트남에서 사용될 당시에는 국제법상 독극물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미국 법에 따라 패소하고, 우리 법원에서도 사실상 패소했으니 피해자들은 이제 하소연할 곳조차 사라진 셈이다. 판결과 관계없이, 젊은 시절 전장에서 피흘린 것도 모자라 평생을 질병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은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고엽제후유의증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로 이들을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어떤 방식이든 미국 정부에 고엽제 피해자의 고통에 책임감을 갖도록 촉구해야 한다. 한·미동맹도 상대를 존중할 때 더욱 굳건해지는 법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미국 정부의 성의를 기대한다.
  • 고엽제訴 사실상 패소… 피해자 39명만 인정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고엽제에 노출돼 후유증을 겪었다며 미국의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14년 만에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참전 군인들이 겪은 후유증 중 당뇨병, 폐암, 비호지킨임파선암, 말초신경병, 버거병 등 질병에 대해 고엽제 노출을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염소성여드름은 고엽제 노출이 원인이 됐다며 제조사 책임을 세계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2일 참전 군인 김모(70)씨 등 1만 6579명이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 다우케미컬과 몬산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당뇨병, 폐암 등 질병은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과 음주·흡연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이라면서 “이 질병들이 베트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가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엽제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만으로 판결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에서 일부 승소한 5227명 중 시효가 소멸되지 않은 염소성여드름 피해자 39명에 대해서는 “1인당 600만∼1400만원씩 모두 4억 6600만원을 지급하라”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 다우케미컬 측은 이날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참전 군인들은 “유해물질인 다이옥신이 포함된 제초제 때문에 피해를 겪었다”며 1999년 9월 5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은 선고 직후 “대법원이 우리 주권을 포기했다는 기분까지 든다”며 “판결문을 받아본 뒤 변호사와 상의해서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베트남 참전 군인들 폐암 등 발병, 고엽제와 인과관계 증명 안돼”

    “베트남 참전 군인들 폐암 등 발병, 고엽제와 인과관계 증명 안돼”

    14년을 끌어 온 고엽제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1만 6000여명의 원고 중 39명에게만 피해를 인정하는 선에서 12일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내면서 “염소성 여드름을 제외한 당뇨병과 폐암, 버거병 등의 질병은 고엽제 노출이 원인이라는 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는 고엽제와 참전 군인들에게 발생한 질병 간의 인과관계와 함께 한국 법원의 재판 관할권, 고엽제 제조물 결함 여부, 손해배상 소멸 시효 완성 등 4가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먼저 대법원은 1, 2심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법원의 재판 관할권과 고엽제 제조물의 결함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제조사들은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 성분이 인체에 미칠 유해성에 관해 충분히 조사, 연구하고도 위험 방지를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제조물인 고엽제의 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한국 참전 군인이 피해자인 점, 실제 질병 등 손해가 발생한 장소가 국내라는 점 등을 근거로 국제재판 관할권이 한국 법원에 있다고 봤다. 손해배상 소멸 시효와 관련해서는 1, 2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소멸시효 10년이 완성됐다고 본 1심과 달리 대법원은 “질병이 생긴 참전 군인들이 고엽제 후유증 환자로 판정받아 등록하기 전까지는 병의 원인이 고엽제 노출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며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록일부터 3년을 손해배상청구 시효기간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핵심 쟁점인 참전 군인들에게 발병한 질병과 고엽제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국가가 아닌 사기업에 배상 책임을 지게 할 만큼 의학적, 과학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당뇨병, 폐암 등 참전 군인들에게 생긴 질병 대부분은 고엽제 노출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참전 군인에게 발생한 질병은 발생 원인 등이 복잡다기하고 유전, 체질 등의 선천적인 요인과 음주, 흡연, 식생활 습관 등의 후천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면서 “이들 질병이 베트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 노출에 따른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2심에서는 미국 국립과학연구소의 보고서를 근거로 호지킨임파선암, 후두암 등 11개 질병에 대해 고엽제와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미국 국립과학연구소의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보훈 정책상 작성한 것으로 참전 군인을 상대로 충분한 역학 조사를 해 작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판단을 종합해 원심에서 일부 승소한 5227명 중 시효가 소멸되지 않은 염소성 여드름 피해자 39명에 대해서만 “1인당 600만∼1400만원씩 모두 4억 6600만원을 지급하라”며 고엽제 노출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고엽제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염소성 여드름만을 인정한 점 등 사실상 패소 취지의 판결이라 앞으로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과관계를 인정받은 염소성 여드름 피해자의 경우 다우케미컬 등 제조사의 특허권 등 국내 재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 등으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미국에서 국제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염소성 여드름과 고엽제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다 거액의 소송 비용과 시간을 부담하면서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앞서 참전 군인들은 1999년 9월 고엽제 제조사를 상대로 5조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고 소멸 시효가 지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고 6795명에게 상이등급에 따라 1인당 600만∼4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강제징용 배상 적극적 외교대응 뒷받침돼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서울고법 민사 19부는 그제 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1995년 일본에서 처음 소송을 제기한 이후 18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낸 지 8년 만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물은 역사적 판결을 내렸을 때도 지적했듯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결을 넘어 어떻게 실질적인 배상 효과를 거두도록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와 당사자인 신일철주금은 즉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재산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판박이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내 법원 판결의 영향력이 기본적으로 국내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일본 스스로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과거의 죄악을 잊지 않겠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역자 167만명에게 6조원이 넘는 보상금을 줬다. 영국은 제국주의 시절 자국 식민지였던 케냐에서의 과오를 인정하고 본격적인 배상 협상에 나섰다. 일본이 진정 아시아 최고의 문명국이라면 눈을 들어 이웃을 똑똑히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또한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강제징용 피해보상은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강제징용 또한 그에 못지않은 무게를 지닌 국가적 사안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신고자는 전국적으로 22만여명에 이른다. 이번 판결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심스러운 점이 없지 않겠지만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이 긴요하다. 기약 없는 소송의 세월을 보낸 징용 피해자들은 “패소보다 무서운 게 사회의 무관심”이라고 증언한다. 정부도, 시민사회도 강제징용 과거사 해법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삼성 임원에 “비자금 첩보있다” 협박한 국정원 직원 파면은 정당

    20년 가까이 국가정보원에 근무해 온 6급 직원 이모씨는 지난해 3월 초등학교 후배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담은 첩보였다. 이씨는 평소 광고 수주를 도와 달라고 부탁하던 다른 후배를 위해 이 첩보를 활용하기로 하고 개인적으로 삼성의 한 임원과 접촉했다. 이씨는 자신을 ‘국정원 조사과장’으로 소개하면서 “6개월 동안 삼성 비자금을 조사해 증거를 확보했다. 내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다”라며 첩보가 담긴 문건을 보여줬다. 그는 “사장에게 보고하고 연락을 달라”, “아는 후배가 사정이 어려워 도와주고 싶다”며 첩보 제공의 대가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내부에 보고하거나 검찰·경찰에 이첩하지 않고 첩보를 넘기는 조건으로 후배를 삼성과 연결해 줄 작정이었다. 그러나 접촉한 삼성 임원은 끝내 연락을 해 오지 않았다. 대신 국정원의 감찰이 들어왔다. 국정원은 이씨가 삼성을 협박해 대가를 요구하며 첩보를 사적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6월 이씨를 파면했다. 삼성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신분을 노출한 일도 징계사유에 포함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함상훈)는 이씨가 ‘파면 처분이 지나치다’며 국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첩보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얻고자 한 행위는 정보요원으로서 기본적이고 중대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법원 “日기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1억원씩 배상하라”

    법원 “日기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1억원씩 배상하라”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들에게 구 일본제철의 후신인 신일본제철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5년 우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8년 만에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게 됐다.<서울신문 2012년 5월 25일자 1, 3면>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 윤성근)는 10일 여운택(90)씨 등 4명이 신일본제철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침략 전쟁은 국제질서와 대한민국 헌법뿐 아니라 현재 일본 헌법에도 반하는 행위”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어 “피고들이 한·일청구권협정이나 소멸시효 등을 주장하는 것은 침략전쟁을 부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질서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여씨 등 4명은 1944년 구 일본제철에 강제 징용돼 고된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마저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03년 일본 최고지방법원으로부터 패소판결이 확정됐다. 2005년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도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일본 판결의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 충돌하는 것”이라며 원심 결정을 뒤짚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여씨는 판결 선고 직후 “18살에 일본에 가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나처럼 원한 맺힌 대한민국 국민이 몇 명이나 더 있을지 모르겠다. 걱정하고 성원해 준 여러분께 백 번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고를 대리한 법무법인 해마루 김미경 변호사는 “역사적인 판결이다. 피고 신일본제철이 배상을 임의로 집행해 주길 바란다. 강제집행 절차는 나중에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일본제철 등 가해자가 즉시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실질적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씨 등이 승소했지만 실제 배상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앞으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더라도 여씨 등이 일본법원에 판결을 승인해 달라는 요청을 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법원이 이미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어 승인해 줄 가능성이 높지 않아 한·일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 이명목(90)씨 등 6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사건 파기환송심은 오는 30일 부산고법 민사5부(부장 박종훈)에서 선고된다. 이와 유사한 소송도 여러 건 제기된 상태다. 지난 2월에는 피해자 13명과 유족 18명이 군수업체 후지코시를 상대로, 3월에는 피해자 8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소송을 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김무열, ‘입영 취소’ 소송 왜?

    김무열, ‘입영 취소’ 소송 왜?

    배우 김무열(31)이 입영 통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데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무열은 지난해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국방홍보원 소속 홍보지원대원(연예병사)으로 입대했다. 그러나 최근 인천경기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현역병 입영 통지처분 및 제2국민역편입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수원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김무열의 소속사인 프레인 TPC는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 2012년 11월 김무열과 무관하게 소속사에서 소속 배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으며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면서 “사실과 무관한 내용이 기사화되어 잘못 전달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소속사의 입장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무열은 생계유지 곤란을 사유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가 지난 2012년 10월 병무청의 재조사 통보를 받은 뒤 자진 입대했다. 하지만 소속사는 당시 김무열의 입대와 관계없이 소송을 통해 병무청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한 바 있다. 소속사 관계자는 “김무열은 병역을 기피한 적이 없고 병무청이 진행한 절차에 따라 면제가 되고 또 병무청이 다시 진행한 절차에 따라 입대하게 되었다”면서 “면제도 입대도 병무청이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했고 그 지침을 따랐으나 그 과정에서 마치 김무열이 자의로 병역을 기피한 것처럼 알려져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을 바로 잡고 싶었다. 회사가 나선 궁극적인 목적은 현역 복무 취소가 아니라 명예 회복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김무열 본인이 항소를 원치 않아 항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소속사 측은 “논란이 일던 당시 병무청이 감사원의 징계 처분이 잘못되었다며 재심의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면서 “이는 김무열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항소는 포기했지만 그 점은 여전히 유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일감 몰아주기 등 제재로 총수 일가의 부당 이익 막는다

    재벌총수 일가가 부당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를 일감 몰아주기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 2일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은 경쟁을 저해했는지, 해당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따져야 할 것이 많아 공정거래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에 대한 대법원의 공정거래위원회 패소 판결이다. 이재용·이부진 등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 공정위는 1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제적 이득을 취했을지 몰라도 경쟁 저해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지원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 이 경우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5%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지원 주체와 객체 모두 징역 3년 이하로 형사처벌된다.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았다. ‘기업 옥죄기’라는 재계 반발이 컸다. 4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으면 총수가 부당 내부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이른바 ‘30%룰’이나 정당성 입증책임을 공정위가 아닌 기업이 지도록 하는 방안 등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에 따라 폐기됐다. 이번 6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처벌 조항을 기존 공정거래법 5장(불공정거래행위)에 있던 것을 3장(기업의 경제력 집중)으로 바꾸기로 했던 당초의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그간 ‘경쟁제한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서 부당지원행위 처벌이 힘들었던 것인데 ‘부당이익 제공’을 조문에 명시하고 5장의 이름도 ‘불공정 거래 행위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라고 바꿔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법원이 공정위 의도대로 받아들여 줄지 의구심은 남는다”고 말했다. 또 부당지원 행위 처벌 대상을 총수일가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로 한정한 것도 정부안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삼성, 현대차 등이 총수 일가의 계열사 지분 비율이 낮은 점을 악용해 법망을 피해갈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느 정도 비율로 할지는 시행령에 담기게 될 것”이라면서 “사례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 통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업종은 광고제작, 시스템통합(SI), 물류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거래 비중이 다른 업종에 비해 현격히 높고 총수일가 지분율도 높기 때문이다. 62개 대기업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12.0%지만 광고제작은 69.1%, SI는 95.3%, 물류는 99.5%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의 광고 대행사인 이노션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100%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靑홈피 해킹 피해 10만명 집단 민사소송 가능

    靑홈피 해킹 피해 10만명 집단 민사소송 가능

    지난 몇년 새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는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렇다면 지난달 25일 발생한 사이버 공격으로 10만명가량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청와대에 대해서도 집단 민사소송이 가능할까. 법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1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KT의 873만명 개인정보 유출을 비롯,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줄줄이 집단 민사소송으로 이어졌다. KT 사고 피해자 2만 4000명은 지난해 1인당 50만원씩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 회원정보 유출 사고, 2008년 옥션 사고 등도 재판 중이다. 청와대 회원정보 유출도 기업들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로 해킹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여기에 어느 정도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이 포함됐다. 따라서 기업과 마찬가지로 관련 민사소송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김경한 민후 변호사는 “이번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할 때 민사소송감으로 충분하다”며 “공공기관의 정보 관리에 대한 법 적용은 기업보다 훨씬 엄격하다”고 전했다.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 관계자도 “개인정보 관리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소송으로 이어져도 승소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도 SK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일부 소송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소송 중인 다른 기업 관계자는 “업체나 기관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도 해킹 공격을 받는 건 모두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전적으로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소송과 별개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일정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기업의 경우 명백한 잘못이 아니더라도 개인정보 사고가 나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기업에 보안 책임을 묻는 만큼 정부도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날도 영남일보, 정보넷 등 10곳의 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당정협의를 갖고 전체 정보기술(IT) 예산 중 5% 수준인 정보보호 예산을 10%로 확충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메리츠화재 걱정인형’ 상표권 주인은?

    ‘메리츠화재 걱정인형’ 상표권 주인은?

    과테말라의 전통 인형인 ‘걱정인형’의 국내 상표권 주인을 가리는 재판이 다음 달 5일 고려대 로스쿨에서 열린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 권택수)는 다음 달 5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법정에서 걱정인형 상표권에 대한 재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방청객과 질의응답 시간도 갖지만 당일 판결을 선고하지는 않는다. 사업가 김경원(29)씨는 2009년 6월 ‘돈워리 걱정인형’ 상표를 출원하고 이듬해 이를 상품화해 판매했다. 그러나 걱정인형이 유명해진 것은 2011년 7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마케팅에 활용하면서부터다. 메리츠보험은 TV와 라디오 광고를 내보내고 고객에게 인형을 공짜로 나눠줬다. 이에 김씨가 상표권 침해를 막아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 관계자는 “김씨의 상표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표장인지, 메리츠화재의 표장 사용이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고위 법관과 친해… 이기게 해주겠다” 의뢰인 속여 수억 뜯은 법조 브로커

    고위 법관 등과 친분이 있다며 의뢰인을 속여 로비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법조 브로커가 검찰에 적발됐다. 법률전문가 행세를 하며 실제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보다 더 많은 돈을 챙긴 사무장들도 꼬리를 밟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박찬호)는 법조 브로커 김모(68)씨와 법무법인 사무장 정모(40)·박모(54)씨 등 3명을 변호사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2010년 6월 서울고법에서 민사소송 중이던 의뢰인들에게 자신이 아는 법원장과 주심 판사에게 부탁해 재판에서 이길 수 있게 해주겠다며 1억 8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실제로 김씨는 고위 법관들과 아무런 친분이 없었다. 그는 국세청 간부들도 잘 안다며 허풍을 떨었다. 김씨는 의뢰인들이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서울지방국세청 간부에게 로비해 상대 변호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도록 압박하겠다며 3000만원을 추가로 뜯어냈다. 지난해 3월에는 또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국세청 고위직에게 부탁해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2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혼 전문 사무장을 자처한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1년가량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법률상담 사이트를 통해 찾아 온 20여명의 의뢰인들에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거 조사비가 필요하다며 모두 1억 6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는 흥신소 직원과 공모해 의뢰인의 남편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설치하고 위치 정보를 무단으로 의뢰인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박씨도 법인회생 전문 사무장이라고 소개하고 지난해 2~11월 변호사 몰래 의뢰인들에게 1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지난해 6월엔 모 주식회사 대표로부터 은행 담당자에게 청탁해 기업회생 금융동의서를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3억원을 받아 챙겼다. 정씨와 박씨가 대상으로 했던 사건들의 변호사 수임료는 각각 9500만원, 7000만원이었다. 사무장들이 변호사들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은 것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백지영·남규리, 성형외과 상대 ‘초상권’ 소송 승소

    가수 백지영씨와 남규리씨가 자신들의 사진을 허락 없이 인터넷에 올린 성형외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 중앙지법 민사28단독 정찬우 판사는 백씨 등이 성형외과 병원을 운영하는 최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씨가 백씨와 남씨에게 각각 5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정 판사는 최씨의 병원 직원들이 이른바 ‘블로그 마케팅’을 하면서 백씨와 남씨의 사진을 사용해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초상사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블로그 포스트들이 외견상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후기나 감상을 적는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병원 홍보를 첨부해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며 “사진이 지속적으로 무단 사용되면 광고모델로서 백씨 등의 상품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퍼블리시티권은 연예인 등 유명인사가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다. 미국에서는 양도 가능한 재산권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법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지만 여러 하급심 판결을 통해 판례가 형성되는 추세다. 배우 장동건씨 등 연예인 16명은 서울의 한 안과의사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냈지만 지난 13일 패소했다. 그러나 이 판결의 취지는 외주업체의 사진 도용에 대한 책임을 병원에 물을 수 없다는 것으로, 퍼블리시티권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 판사는 “퍼블리시티권은 이미 일종의 ‘법관에 의한 법형성 과정’을 통해 법질서에 편입됐다”며 “명시적인 입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퍼블리시티권의 개념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치풍자 영화 찍었다가 ‘풍비박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상영이 금지된 정치풍자 영화 ‘잘 돼 갑니다’ 제작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청구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심우용)는 영화 제작자 김상윤씨의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1967년 김지미, 박노식, 허장강 등 당대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해 당시 돈으로 4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영화를 제작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주변 참모들에게 국정이나 시국 상황을 물을 때마다 “잘 돼 간다”는 형식적인 거짓말을 듣고 그대로 믿었다는 내용으로 정권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영화였다. 그러나 당시 공보부는 여러 번 영화 내용을 고치라고 지시하다 1968년 상영 부적합 통보를 했다. 결국 김씨는 1975년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숨졌다. 김씨의 부인인 홍모씨는 1988년 당시 문화공보부의 상영 허가를 받고 이듬해 상영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김씨의 자녀들은 “부친이 영화 상영금지 조치에 울화병으로 사망했고, 아들 한 명은 청와대를 항의방문했다가 경찰에 두들겨 맞고 정신분열증을 앓게 됐다”면서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한 가족이 몰락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가배상법상 배상청구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시효가 다해 소멸한다”며 “유족이 민주화보상위원회에 보상금을 신청한 2000년부터 12년이 지난 뒤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는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김씨 유족은 민주화보상위원회에서도 민주화 운동 사실만을 인정받았을 뿐 보상금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대법 “재산보다 빚 많아도 이혼 때 재산분할 청구 가능”

    대법 “재산보다 빚 많아도 이혼 때 재산분할 청구 가능”

    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경우에도 재산분할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혼하는 부부가 진 빚이 재산보다 많을 경우 재산분할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바꾼 것으로 향후 이혼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0일 “남편의 선거자금과 생활비 등을 마련하느라 빚을 지게 된 만큼 재산분할로 2억원을 지급해 달라”며 오모(39)씨가 남편 허모(43)씨를 상대로 낸 재산분할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2001년 결혼한 오씨는 정치에 뛰어든 남편의 활동비와 선거자금, 학원비, 생활비 등을 대느라 7년 동안 3억여원의 빚을 지게 됐다. 남편 뒷바라지에 지친 오씨는 2008년 ‘더 이상 도울 수 없다’고 했고, 남편은 집을 나가버렸다. 문제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면서 생겼다.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떠안았던 빚을 오씨 혼자 감당해야 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남편이 위자료 5000만원을 오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3억여원의 빚을 갚는 책임에 대해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들어 남편에게 면죄부를 줬다. 항소심에서도 재산분할 청구는 기각됐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는 이혼 후 어느 한쪽이 빚을 모두 떠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부부의 총재산이 채무액보다 적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면 구체적인 분담 방법 등을 정해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재산분할의 경우처럼 재산형성 기여도 등을 바탕으로 일률적인 분할 비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대정전 막기 위한 순환정전…한전, 피해 배상 책임없다”

    올여름 최악의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2011년 전국을 혼란에 빠뜨린 ‘9·15 대정전’ 사태의 책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법원은 순환정전은 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는 한국전력공사의 주장과 전기공급 약관의 면책 조항을 근거로 한전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대전지법 논산지원 민사1단독 이희준 판사는 충남 논산의 한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가 “2011년 9월 15일 오후 7시 32분부터 15분가량 정전돼 불량품이 발생했다”며 한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3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지역별로 단전을 하지 않았다면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한전이 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정전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1단독 조지환 판사는 양식장을 운영하는 이모씨가 “순환정전으로 네 차례 전기 공급이 중단돼 철갑상어 3120마리가 폐사했다”며 한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달 22일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조 판사는 ‘수급조절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 전기 공급을 중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손해는 배상하지 않는다’는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을 근거로 들었다. 일반적인 정전 사고도 마찬가지다. 울산지법 민사 5단독 진민희 판사는 ‘2010년 12월 정전으로 고기가 변질됐다’며 울산의 한우도매센터 등이 낸 소송에 대해 “책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 관계자는 “순환정전으로 인한 피해는 전력거래소 등 다른 법인격에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는지 판단을 구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뫼비우스’ 제한상영 철회하라

    ‘뫼비우스’ 제한상영 철회하라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포스터)’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최근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 것과 관련해 영화감독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현역 영화감독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영화감독조합은 17일 성명을 내고 “영등위는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박선이 영등위원장은 계속되는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것과 “문화체육관광부는 영등위를 민간자율화하는 문제를 포함해 합리적인 등급분류를 위한 논의의 틀을 즉시 만들라”는 요구 사항을 밝혔다. 이어 “이러한 요구에 영등위가 불응한다면 우리는 영등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심각하게 물을 것이며 영화인 전체와 함께 이 문제를 공유하고 연대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단체는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 결정은 국내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과 같다. 제한상영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해당 영화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국의 관객들이 ‘뫼비우스’를 직접 보고 판단할 기회를 박탈해선 안 된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표현의 자유이기도 하거니와 헌법적 권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김곡·김선 감독의 ‘자가당착’에 대한 제한상영가 조치 역시 행정소송에서 패소, 제한상영가 결정이 취소당한 바 있다”면서 “영등위는 영화 ‘자가당착’이 그로 인해 입어야 했던 심적 물적 피해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배상도, 책임도 진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준익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구자홍, 권칠인, 김경형, 김대승, 김성호, 김홍익, 박범훈, 박찬욱, 변영주, 봉준호, 신연식, 오점균, 류승완, 임찬익, 정윤철, 조연수, 최동훈, 한지승, 홍지영 감독이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31)] 환지계획과 다른 환지처분 당연 무효… 취소·무효확인보다 손해배상 청구를

    도시개발사업 등 공용환지 제도가 규정되어 있다. 공용환지란 토지의 이용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사업을 위하여 토지의 소유권 및 기타의 권리를 권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교환, 분합하는 것을 말한다. 환지는 ①환지계획 ②환지예정지의 지정 ③환지처분의 순서로 진행된다. 환지계획은 환지예정지 지정이나 환지처분의 근거가 되지만, 그 자체가 직접 토지 소유자 등의 법률상 지위를 변동시키거나 고유한 법률효과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어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대판 97누6889)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환지예정지는 환지처분이 행해지기 전에 종전 토지 대신에 사용, 수익하도록 지정된 토지를 말한다. 도시개발사업 시행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도시개발사업 시행 중에도 종전 토지 대신 환지로 예정된 토지를 사용, 수익하도록 지정하는 것이다. 환지 예정지 지정이 있게 되면 토지 등 사용·수익권에 변동이 있으므로 처분에 해당하지만, 그 뒤에 환지처분이 있게 되면 환지예정지 지정처분은 그 효력이 소멸되어 더 이상 다툴 소의 이익이 없어진다.(대판 99두6873) 위와 같이 환지계획은 처분성이 부정되고, 환지예정지 지정은 환지처분 이후에 소의 이익이 부정되므로 결국 환지처분이 가장 중요한 다툼의 대상이 된다. 환지처분은 사업시행자가 공사를 완료한 후 환지계획에 따라 환지교부를 하는 처분을 말하고, 그에 의해 직접 토지 소유자 등의 권리의무가 변동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다.(대판 97누6889) 오늘 살필 대판97누5534판결의 사안을 단순화시켜 살펴본다. A는 환지 전 (가)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가, 건물을 신축하여 제주도지사로부터 준공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제주도지사는 건설부장관으로부터 (가)토지 일대가 편입된 사업계획 시행인가를 받아, 환지계획에 의하여 환지처분을 하였다고 하면서 A에게 건물 철거를 명하고, 철거기한까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대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처분을 했다. 이에 A가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에서는 환지계정지 지정 및 환지처분 공고에 의해 (가)토지 소유권이 제주도에 귀속하게 된 사실을 인정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환지계획이나 환지예정지 지정이 있은 이후 신축허가 등은 사업계획에 저촉되어 금지되는 것인데도, 신축허가와 준공검사가 이루어진 점, (가)토지 위에 사업계획상 예정된 도로개설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보면 환지처분이 환지계획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에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에서 환지계획과 다른 내용을 가진 환지처분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환지계획에 의하지 아니하거나 환지계획에도 없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환지처분은 당연무효로서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대판 97누5534) 다만, 환지처분이 일단 공고되어 그 효력이 발생한 이상 환지 전체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지 않는 한 그 일부만을 떼어 환지처분을 변경할 길이 없으므로, 환지처분 중 일부 토지에 관하여 환지도 지정하지 아니하고 청산금도 지급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하여도 이를 이유로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으므로 그 환지처분의 일부에 대하여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은 없다.(대판 84누446) 결국 전체 소유자들의 환지처분에 대해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환지처분에 대한 위법은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 [서울광장] ‘약한 자의 슬픔’ 되새김 않으려면/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약한 자의 슬픔’ 되새김 않으려면/구본영 논설실장

    최근 한 전통주 업체의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어느 프랜차이즈 편의점 가맹점주도 뒤를 이었다. 독일 시인 에리히 캐스트너가 “요람과 무덤/그 사이에는/고통이 있었다”고 했던가. 사회적 약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여간 안타깝지 않다. 인생의 ‘판도라 상자’에 희망은 남아 있다는데 그 끈을 놓지 않으면 좋으련만…. 착하디착한 고아 처녀는 권문세가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뒤 집주인에게 정조를 유린당한다. 이후 그녀는 재판에서 패소한 충격으로 요강에다 핏덩이를 낙태하고는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김동인의 오래된 소설 ‘약한 자의 슬픔’의 줄거리다. 이렇듯 어느 시대에서든 힘없는 ‘을’의 삶은 고달프기 마련이다. 재력과 권력을 가진 ‘갑’에 비해 더 많은 설움을 겪어야 하지 않는가. 6월 국회에서 갑을 간 불공정 거래를 막거나, 상생을 이끄는 법안이 홍수를 이룰 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리점 거래 공정화 법안(일명 남양유업방지법) 등을 여야가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경제민주화 바람과 함께 왜곡된 ‘갑을 문화’가 필연적으로 개선되는 수순이라면 반길 일이다. 입법으로 강제하든, 가진 자의 온정에 힘입든 간에 말이다. 그러나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국제사회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럴싸한 외교적 수사가 춤을 추지만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본질은 그대로인 까닭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최근 무역분쟁은 극명한 사례다. EU의 중심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국 리커창 총리를 만나 “독일의 영향력을 이용해서라도 중국 제품에 대한 EU의 보복관세를 막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대처 전 영국 총리와 함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그녀조차 자동차 브랜드 BMW 등 독일 수출기업들에는 ‘큰손’인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만 꼴이다. 얼마 전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의 방미를 다룬 외신이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사회주의체제의 군사독재로 국제제재를 받던 미얀마의 최고지도자를 미국이 47년 만에 공식 초청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세인 대통령이 대한항공 편으로, 양곤~인천~덜레스 노선을 이용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미얀마가 은둔의 굴레를 벗고 개혁·개방 노선을 취하긴 했지만 아직은 국적기를 살 돈도, 미국행 직항로도 없는 남루한 형편임을 말해주는 삽화다. 하긴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방미 여정은 훨씬 참담했다. 당시 세계 최빈국의 지도자였던 그는 일본 도쿄~앵커리지~시애틀~시카고를 경유해 사흘 만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중간에 미군 수송기까지 얻어 타야 했다. ‘파김치 상태’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그가 한국의 경제개발을 위한 차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 차관을 줄 수 없다”는 극히 사무적인 답변이었다. 며칠 전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와 과거사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필자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 일본 정계 지도자들의 잇단 위안부 망언 등에 대해 지적하자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일본 국민 다수의 인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일 미군에 성매매를 권장하는 등 좌충우돌하던 하시모토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닌, 강대국인 미국 정부에만 사과한 데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는 일제 치하의 동포들에게 “힘을 기르자”고 호소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5세대 지도부의 중화굴기(中華堀起) 행보나 일본 지도자들의 국수주의 퍼레이드를 보면서 도산의 가르침이 새삼 와 닿는다. 우리가 미·중 혹은 중·일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국력을 더 키우고 국격을 높이는 것 말고 다른 무슨 대안이 있겠는가. 그러려면 우리 내부의 ‘갑을’이 소이(小異)를 버리고 대동(大同)을 추구하도록 이참에 상생의 갑을 관계를 확실히 정착시켜야 할 듯싶다. kby7@seoul.co.kr
  • ‘과거사 진실규명’ 신청해야 국가배상 요구 가능

    6·25전쟁 당시 부역 혐의로 군경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의 유족들이 진실 규명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국가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 지상목)는 ‘서산·태안 부역 혐의 희생 사건’ 피해자 이모씨의 유족 8명이 1억 26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에 진실 규명 신청을 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이씨가 사망한 지 60년이 넘어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민사합의32부(부장 이인규)도 지난달 24일 ‘김포 부역 혐의자 희생 사건’ 피해자들의 유족 81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진실 규명을 신청해 결정을 받은 피해자들의 유족 22명에게만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법부의 엄격한 기준이 과거사위의 당초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심리 중인 과거사 관련 소송에서도 같은 사유로 청구가 기각되는 사례가 계속 나올 전망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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