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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SK 이유있는 독주

    독주도 이런 독주가 없다. 22연승 뒤 잠시 쉬어 갔다. 그러곤 다시 15연승이다. 프로야구 SK. 지난해 8월25일부터 48경기에서 42승했다. 승률 .875. 숫제 만화 수준이다. 리그 역사상 이렇게 강한 팀이 있었을까. 올 시즌 프로야구는 SK 대 나머지 7개 구단으로 정의해도 충분하다. 그만큼 강하고 그만큼 압도적이다. 왜 이렇게 강할까. 여러가지 분석이 쏟아진다. 결론은 대부분 하나로 모인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존재다. 매 시즌 상황에 따라 팀을 변화시킨다. SK를 진화하는 ‘괴물’로 만들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수비력과 조직력은 리그 최강이었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세밀하고 촘촘한 야구는 여전하다. 거기에 선 굵은 야구까지 더해졌다. SK는 ‘벌떼야구’라던 공식은 사라졌다. 김광현-카도쿠라-글로버-송은범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구멍이 없다. 정우람-이승호 계투진도 철벽이다. 선발이 6이닝 이상 책임지고 계투진이 막는다. 간단하지만 위력적인 공식이다. 선발진이 긴 이닝을 소화하는 만큼 불펜진 혹사가 거의 없다. 선발 로테이션도 거의 5일을 유지하고 있다.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에 확률싸움이다. SK 패배확률은 점점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야수진 체력안배도 좋다. 내야엔 1-2루가 가능한 박정환, 외야엔 임훈이 가세했다. 데이터와 상황에 따라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결국 선발, 불펜, 타격, 수비, 벤치까지 모두 강하다는 얘기다. 팀도 강하지만 개인도 화려해졌다. 이전까지 김성근 야구는 개인보다 팀이었다. 화려한 스타보다 탄탄한 조직력을 선호했다. 그런데 올 시즌엔 이 공식도 무너졌다. 개인기록에서도 ‘SK-7개 구단’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투수부문은 아예 SK 선수들이 접수했다. 카도쿠라는 시즌 6승으로 다승 1위다. 뒤늦게 복귀한 김광현도 4승으로 다승 3위다. 방어률은 김광현이 0.29로 1위, 카도쿠라가 1.98로 2위다. 카도쿠라는 삼진 부문에서도 38개로 1위다. 정우람은 홀드 2위. 이승호는 11세이브로 세이브 1위다. 김광현-카도쿠라-이승호는 모두 승률 100%다. 박정권은 .347로 타격부문 4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은 6개로 2위. 출루율(.452) 2위, 장타률(.579) 3위다. 최정은 득점 5위. 김강민-정근우는 도루 부문 4위를 달리고 있다. 개인이든 팀이든 이제 SK가 대세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한나라 서울시장후보 오세훈] 與차차기 대권후보 vs 참여정부 핵심… 보·혁 진검승부

    [한나라 서울시장후보 오세훈] 與차차기 대권후보 vs 참여정부 핵심… 보·혁 진검승부

    오세훈 서울시장이 6월 지방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재선에 도전한다. 6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낙승이 예상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의 맞대결 구도가 유력해졌다. ‘오세훈 대세론’은 견고했다. 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오 시장은 참신론을 앞세운 나경원 의원과 행정전문가를 내세운 김충환 의원을 압도했다. 응원 열기부터 달랐다. 전국 대의원과 당원, 국민참여선거인단 등 5000여명이 모인 실내체육관 객석은 오 후보 캠프 응원도구인 하얀색 비닐 막대가 절반을 훨씬 넘게 점령했다. 원희룡 의원과 단일화를 이뤄내며 시너지를 기대했던 나 후보의 돌풍도, 성실한 완주와 함께 탄탄한 응집력을 보여준 김 후보의 패기도 오세훈 대세론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차차기 대권 후보와 참여정부 핵심인사의 진검승부로 펼쳐지게 됐다. 보수 대(對) 진보의 대결구도가 예상된다. 여당이 내건 ‘안정된 국정운영론’과 야당의 ‘정권 심판론’간에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외견상 오 시장의 지지율이 크게 앞서지만 승패를 섣불리 점치긴 어려운 상황이다. 변수가 워낙 많다. 서울시장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과 한 전 총리 쪽은 오는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아 몰아칠 ‘노풍’(風)의 확산에 기대를 건다. 야당이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직접적인 피의자로 지목한 검찰이 ‘스폰서’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여기에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의 허점을 공략하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예상이다. 민주당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노영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난 4년간 오세훈 시장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 남는 게 없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한명숙 예비후보 측의 임종석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 의미에 개발·전시 행정으로 일관한 서울시정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나라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당리당략만 생각하는 세력, 소중한 우리 젊은이들이 억울하게 죽어 가는데도 오직 북한만 두둔하기에 급급한 세력, 거짓과 속임수로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들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나라당은 안정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오 시장의 안정된 시정 운영을 승부수로 삼고 있다. 나서서 외치진 않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이 몰고 온 안보 바람도 한나라당으로선 불리하지 않은 소재로 보고 있다. 오 시장 캠프의 관계자도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정치 이슈화한다면 도리어 역풍을 맞을 것”이라면서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정책 검증도 안된 후보를 내세워 승리를 노린다는 것 자체가 도리어 심판 대상으로 지목될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오 시장 쪽은 ‘깨끗함’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내세울 계획이다. 역으로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연루된 한 전 총리의 실추된 도덕성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또 사교육·학교폭력·학습준비물 없는 ‘3무(無) 학교’,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 실현 가능한 정책과 시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한 전 총리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날 4시간여 동안 펼쳐진 경선 끝에 오 시장의 승리가 확정된 뒤 패배한 김 후보는 화환을 걸어주고, 나 후보는 한나라당의 파란 점퍼를 입혀 주면서 오 후보의 사상 첫 서울시장 재선 도전을 축하했다. 오 후보는 따뜻한 악수와 포옹으로 화합을 다짐했다. 나 의원은 투표 결과 발표 뒤 “후회 없는 경선이었지만 아쉽다.”면서도 “한 표 한 표가 너무 소중하다. 이 한 표를 당의 승리를 위해 합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CEO 칼럼]기업문화가 기업의 생명/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CEO 칼럼]기업문화가 기업의 생명/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경영이란 무엇인가. 인터뷰나 강연 때마다 자주 받는 질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경영은 기업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혁신해 성장·발전하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즉, 경영은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끝없는 과정이다. 사람에게는 특유의 행동을 결정짓는 영혼과 정신이 있듯이, 기업에는 기업의 활동과 성과를 결정짓는 기업문화가 있다. 그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지난 1998년이다. 당시 나는 관료생활을 정리하고 현재의 회사에 왔는데, 회사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경제상황 속에서 대규모 경영손실로 인해 도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자본규모보다 훨씬 큰 영업손실이 발생한 막막한 상황,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사람이었다. 선배직원이 신입사원들에게 ‘곧 망할 회사에 왜 들어왔느냐.’고 물을 만큼 패배적이고 부정적인 기업문화가 회사에 팽배해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방만한 조직구조를 개편하고, 직원들의 고정관념과 패배의식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직원들에게 매년 10% 이상의 영업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내가 먼저 앞장서서 뛰어다녔다. 이제껏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신상품 개발과 고객 서비스는 물론이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찾아다니며 영업에 나선 결과, 회사는 10년 만에 아시아 1위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의 에너지는 바로 긍정적인 기업문화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믿음은 얼마 전에 ‘나비의 꿈’이라는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잡았다. 재정 자립도가 10%도 채 안 되는,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전남 함평군이 새로 취임한 군수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혁신하는 과정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천연자원도, 관광자원도, 산업자원도 전혀 없고 어느 마을이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 변변한 특산물조차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가난을 대물림하던 마을, 그러나 더 암담한 것은 체념과 절망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뭔가 한번 해보자고 독려하는 30대 젊은 군수의 뒤에서 직원들의 뒷담화가 난무했다. 사람들은 버릇처럼 ‘차라리(그냥 놔둬)’와 ‘어차피(안될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군수는 ‘어차피’와 ‘차라리’라는 말을 ‘오히려’라는 말로 고쳐 나갔다. ‘오히려 기회야.’라는 긍정의 한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급기야 아무 것도 없고 낙후된 시골이지만 ‘오히려’ 진짜 시골, 깨끗한 환경을 경쟁력으로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하여 결국 ‘나비축제’라는 독창적인 아이템을 생각해 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긍정하고 조직문화를 점차 바꾸어 나갔으며 거듭된 실패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일어섰기에 마침내 축제는 대성공을 거뒀고, 함평은 최고 수준의 부자마을로 거듭났다. 그동안 그들에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자원이 아니고, 신념과 긍정의 문화였던 것이다. ‘안 된다.’고 하는 부정적 문화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안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가 최근에 고전하는 것도 기술력이 아니라 기업문화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격전장인 미국시장에서 전 세계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혁신을 도모할 때 ‘도요타가 최고’라는 자만심에 휩싸여 초기에 리콜이 급증해도 무시하고 있다가 변화의 타이밍을 놓쳐 오늘날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함평군의 성공사례와 도요타의 위기사례에서 보듯이 조직은 항상 변해야 살아남으며, 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 바로 기업문화이다. 좋은 기업문화는 조직에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시켜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도록 이끌어 준다.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기업문화야말로 기업을 살리는 생명력인 것이다.
  • [프리미어리그]첼시 “리그우승 보이네”

    첼시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자력 우승에 한발짝 더 다가갔다. 첼시는 2일 2009~10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에서 리버풀을 2-0으로 격파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우승을 다투고 있는 첼시는 승점 3을 챙겨 83점으로 맨유(79)를 앞서며 1위를 고수했다. 첼시와 리버풀 간의 지루한 탐색전은 전반 33분에 깨졌다. 리버풀의 실책이 원인. 리버풀의 주장인 스티븐 제라드가 전반 33분 백패스를 했지만, 그 공을 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가 가로채 수비수 하나 없는 리버풀의 텅 빈 골문에 공을 여유있게 밀어넣었다. 첼시에겐 행운의 골이었다. 이어 후반 9분 프랑크 램파드가 첼시의 2번째 골을 넣으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니콜라스 아넬카가 중앙으로 쇄도하는 램파드에게 크로스하자 램파드가 넘어지면서 리버풀의 골문을 연 것이다. 이날 패배로 리버풀(승점62)은 4위 이내 진입이 불가능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첼시는 오는 10일 위건과의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씨줄날줄] 박종원 사장의 5연임/곽태헌 논설위원

    낙하산(落下傘)은 공중에서 사람이나 물자를 안전하게 떨어뜨리기 위해 사용되는 우산 모양의 기구다. 1306년쯤 중국에서 최초로 사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실용적으로 사용되기는 1802년 프랑스의 A J 가르느랭이 파리에서 1000m 상공의 기구(氣球)로부터 안전하게 강하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런 낙하산을 요즘에는 관료들이 주로 애용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 많다. 관료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 왔던 문화, 관치(官治)가 상대적으로 심한 문화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일본항공(JAL)의 이나모리 가즈오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소중한 회사를 관료 출신들이 전부 망쳐 놓았다.”고 낙하산을 공격했다. 그동안 공기업이나 금융회사에 낙하산이 오면 노조에서는 능력과는 관계없이 으레 시위를 했다. 그래야 낙하산이라는 원죄 탓에 CEO가 월급도 올려주고 보너스도 듬뿍 얹어주는 등 인심 좋게 당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진념 경제부총리는 낙하산 논란이 일자 “(접근하기 어려운) 늪 지대에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고 농반진반으로 말을 했지만 안전을 추구하는 관료에게 늪 지대는 사실 인기가 없다. 행정고시 14회에 합격,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공보관을 지낸 박종원 코리안리(옛 대한재보험) 사장은 험지를 자원해 성공한 CEO다. 그는 어제 열린 이사회에서 5연임이 확정됐다. 지난 1998년 7월 사장에 취임한 이후 15년간의 재임이다. 국내 금융회사 전문경영인으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박 사장이 내려갈 당시 코리안리는 부실덩어리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손실은 2800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었다. 해병대 출신의 박 사장은 취임 직후 30%를 구조조정했다. 외압이 있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실세의 친구, 노조 핵심간부 출신을 근무성적에 따라 정리했다. 핵심 두 사람을 정리하니 구조조정에 포함됐던 다른 직원들도 수긍했다.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했고,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단결과 배려라는 소중한 자산도 키웠다. 노동조합에 회사 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파산 직전의 코리안리는 아시아 1위, 세계 13위로 거듭났다. CEO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내부 출신은 선(善)이고 낙하산은 악(惡)이라는 그릇된 2분법적 사고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지방선거 D-33] 선진·민노·진보신당 서울시장후보 인터뷰

    [지방선거 D-33] 선진·민노·진보신당 서울시장후보 인터뷰

    서울신문은 한나라당 및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 인터뷰에 이어 29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잇따라 인터뷰했다. 세 후보의 지지율은 한나라·민주당의 주요 후보들과 격차가 나지만, 서울시정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정책을 전달한다는 취지로 두 정당과 비슷한 크기의 지면을 할애했다. 게재순서는 보유 의석수에 따랐다. 선진당 지상욱 후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서울시정에 대한 질의응답에 집중하기 위해 부인 심은하씨와 관련한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 지상욱 선진당 후보 “시민 행복한 100년 준비하는 시장 희망”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는 29일 “100층의 화려함만을 보기 쉽지만, 구조적으로는 100층을 위로 올리는 데 드는 만큼의 비용과 노력이 지하로 들어간다.”면서 “조직·사회·국가는 화려하지 않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맡은 역할에 충실한 대다수가 있어 지탱되는 것이며, 이런 분들의 생활을 뒷받침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나. -우선 시민의 입장에서 주요 정당의 유력 후보들에 대한 실망이 컸다. 오세훈 시장은 형식 편향적이고, 한명숙 전 총리는 이념 편향적이다. 서울시장이 ‘거물 정치인’을 위한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서울시가 정치를 위한 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와 정당에 빚이 쌓인 사람들에게 또다시 서울시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공학도 출신으로 경험 부족에 대한 지적이 있다. -‘정치 지상주의자’들의 오만한 생각이다. 세상은 다양하고 넓다. 우리 사회에는 저마다의 분야에서 실력을 키워온 사람들이 많다. 정치인들이 이전투구하는 시간에 ‘도시와 사람’에 골몰했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지 도시와 환경, 건설·토목을 20년 이상 연구했다. ‘국가 건설 마스터플랜’을 총괄하면서 국가를 들여다본 경험이 있다. 말이 아닌 통계와 계산, 노무, 재료 등이 어우러져 결과물을 내는 분야에서 쌓아온 경륜이다. →어떤 시장이 될 것인가. -가장 젊고 패기 있고 꿈을 가진 시장이 될 것이다. 엘리트 정치인들은 성과를 내려 한다. 그래서 조급하다. 정치적 야심으로 ‘빅 프로젝트’에 매달린다. 사실 정책은 엇비슷하다. 결국 일자리, 교육, 보육, 주택 등의 문제 아닌가. 우수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서울시장은 꼭 총리출신이나 장관 출신이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해야 하는 자리는 아니다. 시민들은 ‘안락하고 행복한 생활’을 원한다. 그 건물을 지탱하는 하부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도시’를 연구한 만큼 서울시민의 ‘행복한 100년’을 준비하는 시장으로 남고 싶다. 정치에 빚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떤 정책에 주력할 것인가. -사실 서울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구석이 많다. 그런 부분을 먼저 진단할 것이다. 치안이든 사회안전망이든, 집과 아파트이든.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돌아보고 점검할 때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사회 근본을 지탱하는 기초를 단단하게 하겠다. 이지운 주현진기자 jj@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약 력<< ▲1965년 서울출생 ▲연세대학교 토목공학 학사 /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대학원 토목공학 석사/일본 도쿄대학대학원 토목공학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기술정책연구그룹장 ▲자유선진당 대변인 ▲당총재공보특보 ■ 이상규 민주노동당 후보 “뉴타운 등 전면중단 골목이 있는 서울로”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는 “부자에게 빼앗긴 서울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골목이 살아있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면서 “정권 심판을 위해 마지막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이 어떻게 변하기를 바라는가. -‘강이 살아 있고 흙을 밟을 수 있는 공동체서울’이다. 이명박·오세훈 시장 8년 동안 서울은 콘크리트로 뒤덮였다. 주택공급률은 포화상태인데 개발광풍이 계속된다. 수십년이 지나면 폐허가 속출할 것이다. 뉴타운 전면 중단, 개발이익 원천봉쇄로 이를 막겠다. →왜 이상규여야 하는가. -지금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소통의 정치다. 평생을 발로 뛰고 서민들과 애환을 나눠온 내 삶 자체가 소통이었다. 또 2012년 권력재편기를 앞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의 대안과 화두를 제시하고 이를 이끌 인물군이 나와야 한다. 40대 기수로서 진보진영 전체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자부한다. →모든 후보가 복지를 강조한다. 이 후보의 복지는 무엇이 다른가. -부자정당인 한나라당조차 무상급식 확대와 무상보육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서민의 삶이 파탄날 지경이 돼 항복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복지는 홍보효과를 위한 선별적 복지일 뿐이다. 이뤄야 할 것은 권리로서의, 패러다임으로서의 보편적 복지다. ‘기본소득제도’가 대표적이다. 나이, 성별, 직업, 소득에 상관없이 매달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다. 취약계층은 삶의 질이 바뀌고 빈곤의 기준선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나. -첫발이 중요하다. 금융실명제, 쓰레기종량제도 시작이 힘들었지 빠른 속도로 정착되고 효과를 보지 않았나. 시행하면 얼마나 좋은지 느끼게 될 것이다. 무상급식뿐 아니라 무상교복, 무상준비물까지 실현하겠다. →왜 진보신당이 아니라 민노당인가. -민노당은 대중친화력, 조직력, 현실동화능력, 정치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야권연대 논의에서도 어느 당보다 유연했다. 힘이 다르다. 진보신당은 민노당에서 뛰쳐나갔고, 연대 테이블에서 또 뛰쳐나가지 않았나.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보나. -기득권을 주장하고, 자기 몫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고 뛰쳐나가면 단일화는 어렵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보다 우선되는 가치는 없다. 이 심판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세력은 민주노동당이 심판할 것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약 력<< ▲1965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 ▲서울시의원 출마 ▲민주노총 민간서비스연맹 정책국장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서울시당위원장 ▲민주노동당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 “시장 재량예산 8조 4대현안에 쓰겠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경기지사 예비후보인 심상정 전 대표와 함께 당의 운명을 짊어졌다. ‘간판 스타’를 보유한 것은 진보신당의 장점이지만, 이들이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당의 존립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어깨가 무거운 노 후보는 “지방정부 운영으로 진보의 집권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야권연대가 결국 결렬됐다. -가치와 정책에 대한 합의 없이 후보를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된 연대의 한계다. 이 때문에 우리가 먼저 협상 테이블에서 나왔다. ‘반(反) 이명박’ 연대는 정당한 요구이지만, 단일화하지 않으면 무조건 진다는 것은 지나친 패배주의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도 물 건너 갔나.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단순합산식 단일화는 안 된다. 한나라당에 맞서는 쟁점을 공유하고, 시민을 감동시키는 역동적 단일화가 이뤄야 한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를 어떻게 보나. -존경하는 분이다. 경륜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인품과 경륜이 서울시장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맞서는 야당 서울시장으로는 뚝심 있는 내가 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어떤 서울시장을 꿈꾸나. -마을 이장 같은 시장이 되고 싶다.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고, 무상급식처럼 모든 이들이 똑같이 누리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싶다. 복지 혁명과 생태 복원을 이루겠다. 한강에 이미 설치된 두 개의 수중 보(洑)를 철거해 4대강 사업의 허구를 드러내겠다. 서울시장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예산 8조원을 보육, 교육, 의료, 주택에 투입하겠다. →과격하다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2008년 총선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과격 이미지가 벗겨진 것 아닌가. 15년 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번갈아 서울시를 운영했는데, 뭐가 달라졌나. 영국 런던의 교통체증과 실업난을 해소한 이는 캔 리빙스턴이라는 진보적 노동당 시장이었다. 행정권력을 쟁취해 진보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는. -이번 선거에서 경쟁할 생각은 없다. 진보 진영은 2012년 대선을 보고 간다. 지방선거 이후 새 진보 대연합이 논의될 것이다. ‘어려우니까 다시 합치자.’는 식의 합당은 안 된다. 생산적 토론과 경쟁을 막았던 패권주의가 분당의 원인이었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새로운 통합 진보정당이 탄생할 것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약 력<< ▲1956년 부산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창립 ▲백기완 대통령후보 선거운동본부 조직위원장 ▲진보정당추진위원회 대표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17대 국회의원 ▲진보신당 대표
  • ‘시즌 4호’ 이승엽 “최상의 컨디션이다”

    ‘시즌 4호’ 이승엽 “최상의 컨디션이다”

    요리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이 시즌 4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승엽은 지난 28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돔에서 열린 2010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5회초 팀이 0-4로 뒤진 상황에서 선두타자로 나온 이승엽은 시즌 4호 홈런포를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요리우리는 요시미와 맞붙을 타자로 이승엽을 선택했다. 지난 해 이승엽은 요시미에게 3개의 홈런을 획득했기 때문. 비록 이날 요미우리는 패배했지만 이승엽을 선발로 기용한 점은 효과적이었다. 29일 보도된 일본 스포츠닛폰에 따르면 이승엽이 2번 연속 홈런을 터뜨려 일본팬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이승엽은 꾸준한 연습과 체력훈련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84rornfl@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여성 차별’ 월마트 수조원대 법정다툼

    세계 최대 할인점업체인 월마트가 ‘여성차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 만에 본격적인 법정다툼이 시작된 셈이다. 게다가 재판 결과에 따라 수십억달러 규모의 집단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는 탓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연방 순회 항소법원은 26일(현지시간) 여성 직원을 차별한 혐의로 기소된 월마트가 낸 재심청구를 6대5로 기각했다. 법원 측은 월마트가 같은 직종에 있는 여성 직원보다 월급을 적게 지급했고, 승진 기회도 차등 적용했으며, 승진 연한도 남성 직원에 비해 길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01년 월마트에서 일하던 여성 6명이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차별을 이유로 월마트를 제소하면서 비롯됐다. 원고 측은 “월마트의 시간제 근로자 65%가 여성이지만 매니저급에서 여성은 33%뿐”이라며 “이는 성차별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2007년 항소심에서 패배한 월마트는 재심을 요구했다. 월마트 측은 “매장별로 독립적인 사업체인 만큼 월마트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차별정책은 있을 수 없다.”면서 “따라서 각 매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판결직후 월마트 측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제프 기어하트 법률고문은 성명에서 “우리는 6명이 전체 여성들의 경험을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마트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갔을 때 자칫 미국의 독특한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에 따라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상 악의적으로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한 경우 가해자에게 원금과 이자뿐 아니라 징벌 차원에서 추가 배상까지 부담하도록 한 제도이다. 소매영업 컨설턴트인 버트 플리킹거는 AP통신에서 “월마트는 불명예를 안게 됐으며 특히 여성 고객들의 비난을 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월드이슈] “죽음의 연기 잡아라”… 담배에 ‘살인적 세금’ 부과

    [월드이슈] “죽음의 연기 잡아라”… 담배에 ‘살인적 세금’ 부과

    100년 만에 건강보험 개혁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담배 앞에서는 ‘루저(looser)’, 즉 패배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반면 50여년간 독한 시가를 즐겨온 애연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금연을 힘겹게 실천해 오고 있다. 담배, 그 죽음의 연기를 잡기 위한 세계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미국의 각 주정부가 앞다퉈 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세우는 명분은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빈 곳간 채우기’다. 지난 2년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의 여파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주 정부들이 마른 행주를 쥐어짜는 심정으로 담배세 인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연기 줄이고 세금 늘리고 유타주는 최근 한 갑당 69.5센트(약 800원)인 담배세를 1달러 올린 1.7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뉴멕시코주는 75센트에서 7월부터 1.66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담배 재배지로 유명한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주 등 최소 6개 주의 지방정부가 담배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주 하원에서 담배세를 갑당 30센트 인상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조지아주에서는 37센트인 담배세를 1달러 인상하는 법안이 주의회에 계류 중이다. 워싱턴주와 캔자스주는 각각 담배세를 1달러와 55센트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에도 14개주가 담배세를 인상한 바 있어 USA투데이는 주 정부의 담배세 인상을 ‘골드러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미 식품의약국(FDA)은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한 담배 판매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FDA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담배 판매 규제안에 따르면 담배 자판기는 성인 전용 시설에만 허용되고, 담배 회사들은 스포츠 경기 등 행사를 후원하거나 모자, 티셔츠 등의 상품 판매 시 담배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열린 장관 위원회에서 담배에 부과되는 각 국가의 세금 구조와 액수에 대한 지침을 현실화하겠다면서 세금 인상을 결정했다. 장관위원회는 담배 1000개비에 대한 세금을 현재 57~64유로에서 2014년부터 90유로(약 14만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리스, 불가리아, 라트비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 현재 담배세가 EU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는 2018년 1월까지 이행 기간을 두기로 하고 이 기간 동안은 다른 나라에 한 번에 300개비 이상의 담배를 가지고 갈 수 없도록 했다. 담배세가 싼 나라로 가져가 이득을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길에서도 피우지 마!” 금연구역 확산 호주 빅토리아주는 거리를 포함한 야외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쇼핑가 등 중심지 거리 세 곳에서 흡연이 금지되며 위반하면 11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빅토리아주 프랭크스톤시의 크리스틴 리처드 시장은 “길 전체를 금연지역으로 지정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을 줄 수도 있으나 건강상의 이득을 고려할 때 실시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5월1일부터 세계 박람회가 열리는 중국 상하이시는 지난달 1일부터 ‘공공장소 금연조례’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례는 정부기관, 병원, 학교, 교통시설, 식당, 호텔 등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50~200위안(8500~3만 4000원)을 부과한다. 병원과 학교의 경우 실내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흡연이 금지된다. 타이완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거리를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타고 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 대해서도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벌금은 타이완달러로 1200~1600달러(약 4만~6만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새 금연법을 발효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가장 강력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주거지역의 식당 및 카페,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고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나 사진이 없는 담배는 수입이 금지된다. 담뱃값은 14디르함으로 2배가량 인상됐고 금연법안 위반 시 최대 100만디르함(약 3억원)의 벌금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FCTC, 담배를 잡기 위한 국제협약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으로 인한 공중보건 및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국제협약으로 채택해 2005년 2월 국제법으로 발효했다. WHO의 193개 회원국 중 168개국이 비준한 이 협약은 ‘담배 규제는 세계적으로 불가피하게 해야 하며 그 결과는 국가 경제나 보건 측면에서 모두 이익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준국은 ▲담배에 대한 광고·판촉·각종후원 금지 ▲건강경고 문구 크기 확대 ▲‘저타르’ ‘라이트’ 등 표현금지 ▲간접흡연 및 밀무역방지책 도입 ▲조세정책을 통한 담뱃값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오는 6월부터 담뱃갑에 ‘저타르’ ‘라이트’ ‘마일드’와 같은 단어 표기가 금지된다. ‘순한 담배’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피플 인 포커스]

    25일 2차 투표로 마무리된 헝가리 총선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제1야당 피데스가 전체 386개 의석 중 263석을 차지, 개헌선(전체의석 중 3분의2)보다 5석을 더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집권 여당인 사회당은 59석을 얻어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다. 같은 날 실시된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는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 출신 하인츠 피셔 현 대통령이 78.9%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연임 성공 오스트리아 대통령 하인츠 피셔 79% 압승… 신중·합리주의자 극우 성향의 경쟁자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새로운 임기 6년을 맞게 될 하인츠 피셔(71) 대통령은 신중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61년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사민당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정계에 입문, 평생 정치에 몸담아 왔다. 1938년 그라츠에서 태어나 1956년 18세 나이로 헝가리의 반(反)소련 봉기 당시 소련의 무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1971년 의회에 입성, 2004년까지 33년간 의원으로 지냈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는 국회의장을 세 번 연임했고, 같은 기간 사민당 부총재를 지냈다. 2004년 대선에서 사민당 후보로 출마, 보수 우파인 인민당의 베니타 페레로 발트너 현 유럽연합(EU)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통령궁에서 생활하지 않고 빈 시내 아파트에서 생활할 정도로 소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연설에 라틴 격언과 시를 인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헝가리 총선 압승 피데스 총재 오르반 빅토르 정치 20년만에 두번째 총리직 헝가리 총선에서 제1야당 피데스가 전체 의석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총리 취임을 확정지은 오르반 빅토르(46) 피데스 총재. 기성 정치에 뛰어든 지 20년 만에 두 번째로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자신이 만든 급진적 진보 성향의 학생 단체 피데스를 1990년 정당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해 당의 성향을 중도 우파로 점차 바꿨고 1998년 35세 나이로 유럽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웠다. 2002년, 2006년 총선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이번 총선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각 지역 총선 후보를 확정짓기 전 176명을 직접 면담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헝가리 중부 세케슈페헤르바르에서 태어난 법학도로, 1989년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에서 소련군 철수와 자유 선거를 주장하는 연설을 한 뒤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헝가리 축구 클럽 ‘펠추트FC’의 후원자인 축구광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6·2 지방선거 현장] 경남지사 전직 장관 양강구도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무소속 예비후보)이 26일 경남지사 선거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김 전 장관은 여론조사 및 시민배심원 전화조사에서 민주노동당 강병기 예비후보를 누르고 단일화를 이룬 것이다. 이에 따라 경남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김 전 장관 등 장관출신 두 후보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강병기 민노당 후보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며 김두관 후보의 승리를 위해 사심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다른 야당은 경남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13)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고전 톡톡 다시 읽기] (13)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84일 동안 한 마리 고기도 잡지 못한 어부가 있다. 사람들은 노인을 가리켜 ‘살라오’(최악의 사태)가 되었다고 수군거린다. 한동안 노인과 함께 배를 타던 소년도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새로운 배로 갈아타게 되었다. 더 이상 바다 위에서 노인을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다. 노인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이다. 하지만 노인은 하루 양식을 커피 한 잔으로 때우면서도 무엇도 원망하지 않는다. 85일째가 되는 날도 노인은 언제나처럼 담담하게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노인은 뜻밖에 엄청나게 큰 고기를 만나게 된다. ●체념과 담담함의 사이에서 노인은 그 고기의 힘에 끌려 다니며 몇날 며칠을 바다 한가운데서 지내게 된다. 고기가 자신의 배를 끌고 다니면 다닐수록 노인은 오히려 낚싯줄을 더 힘차게 움켜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존재로서, 노인은 고기가 아닌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악전고투 끝에 고기를 낚고 나서도 노인의 처지는 달라질 것이 없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고기를 배 안으로 들여놓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배 허리에다 단단히 붙들어 매고 집으로 향하는 노인은 그 선택이 또 어떤 사태를 유발할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역시나 상어 떼가 한 마리씩 노인의 성과를 가로채러 달려들기 시작한다. 노인은 결국 빈털터리로 집에 돌아온다. 아니, 노인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상어 떼의 습격을 받은 고기의 뼈 일부분과 파손된 어구, 그리고 피로뿐이다. 물론 그에게 돌아온 대가가 그것만은 아니었다. 노인을 극진하게 모시는 소년의 사랑과 이웃의 위로, 그리고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침대…. 이제 노인은 상처받은 몸을 치유하면 또다시 바다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을 기다리는 바다는 언제나 그랬듯 실낱같은 희망조차 약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노인도 마찬가지다. 늘 그랬듯이 노인은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다시 잠을 청한다. ●바다, 무한한 삶의 공간 물론 노인이 시종일관 이 체념과도 같은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마음은 시시각각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어떤 희망이나 어떤 절망도 노인에게는 무의미하다. 노인은 희망과 절망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의 그 어떤 것도 노인에겐 전적으로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고마움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큰 고기를 낚게 해준 낚싯줄은 그의 손에 상처를 남겨 고기와의 싸움을 힘들게 만들고, 잔잔했던 바람은 언제 폭풍으로 돌변해 배를 뒤엎을지 모른다. 양식으로 잡아 올린 돌고래는 비린 맛을 남겨 구토를 유발하고, 마실 수 없는 바닷물은 피가 난 손을 낫게 하는 최고의 약이 되기도 한다. 미끼로 쓰려 남겨 두었던 다랑어는 허기를 달래줄 양식으로 바뀌고, 돌아갈 곳의 위치를 알려주는 태양은 지친 몸을 달궈 그의 노동을 방해한다. 바다는 그렇게 노인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생명줄이기도 한 반면 노인의 삶을 끝장낼 수 있는 잔인한 덫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노인이 바다를 희망이나 절망으로 쉽게 선택해 부를 수 없는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노인 또한 바다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바다의 일부로서 노인은 자신이 잡은 고기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죽을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노인의 존재마저도 바다에 살고 있는 그 무엇인가에게 있어 행운일 수도 절망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노인과 싸움을 벌인 고기에게 있어서 노인은 상어 떼의 재앙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며, 상어 떼에게 있어 노인의 존재는 자기보다 좀 더 큰 물고기이자 그들의 먹이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바다, 그곳은 절망도 희망도 삼켜버리는 무한의 공간이다. 바다는 온갖 가치들이 공존하고 있는 평화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들을 무참히 짓밟고 뒤섞어 놓는 전쟁터다. 그렇게 바다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 죽음마저 받아들여 ‘삶’이라는 무게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삶, 성공도 실패도 없는 과정 많은 사람들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읽고 다음과 같이 평가를 내린다. 절망에 맞선 인간 정신의 승리. 물론 노인은 최악의 사태 속에서도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노인의 모습을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노인은 분명히 패배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건 노인조차도 받아들이는 진실이다. 그러니 노인의 모습을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 말하는 건 허튼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무엇보다 위대하고, 영원히 그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라면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 말하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한다. 그것은 의지나 정신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들은 살아있는 한 살아있기 위해 그들의 모든 힘을 소진시킨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그들은 죽는 한이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인은 분명히 패배했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맞다. 노인은 패배했다. 하지만 그 패배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목표’라는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희망, 꿈, 목표가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다는 듯이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삶을 조금 더 재밌게 살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할 뿐 삶의 본질은 아니다. 살아있다면 살아있음 그것이 삶을 이끌어 갈 것이다. 아무 희망이 없더라도 다시 바다로 나가는 산티아고 노인처럼. 이종영 영상인문제작소 이닥 연구원
  • 전쟁·경제위기·총·범죄… 붕괴, 미국도 소련처럼?

    미국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긍정, 부정 어느 방향이든 한반도의 상황과 운명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들어선 뒤 변화와 개혁의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지만 미국의 몰락을 예고하는 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 뒤주에 머물지 않고 철저히 현실에 기반해 미국을 파헤치는 목소리까지 가세했다. 과연 ‘미국 없는 세상’, ‘포스트 미국의 시대’는 일부 진보주의자들의 급진적 전망일 뿐인가. 아니면 냉엄한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인가. 1991년 소련은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패배의 충격, 각 민족국가의 독립 요구 등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함께 냉전시대의 한 축을 이뤘던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는 세계사적인 충격이었다. 오로지 소련만 쳐다보고 의지했던 범 소련권 국가들이 겪은 경제적 혼란, 대량 실업, 정치적 위기 등은 필연적 후과(後果)였다. 그렇다면 미국의 상황은? 만약에 미국이 소련처럼 붕괴한다면, 우리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나올 때마다, 미국 이후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절박하게 미국에 매달리게 되곤 한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최근 두 차례의 이라크전쟁의 패배 혹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자본 전횡의 후폭풍 등은 심상치 않은 위기감을 보여준다. ‘예고된 붕괴’(드미트리 오를로프 지음, 이희재 옮김, 궁리 펴냄)는 19세기 이후 최대 제국, 미국이 구 소련과 비슷한 양상으로 붕괴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학술적 측면의 접근이 아닌, 현장 중심의 근거들을 갖고 실증적 접근을 통해 이를 예견한다. 1962년 구 소련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저자는 스스로 “전문가도, 학자도, 운동가도 아닌 목격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냉전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미국을 오가며 고에너지 물리학에서 인터넷 보안 등까지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로 활동한, 드문 이력을 갖고 있다. 이는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를 직접 목격했음은 물론 미국 자본주의 현장을 구석구석 체험했음을 의미한다. 그에 따르면 파산하기 전 소련과 현재의 미국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소련이 외채에 시달렸던 만큼, 미국 역시 재정 적자와 달러 가치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냉전 뒤에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려 왔다. 이는 고스란히 지나친 석유 의존도로 이어졌다. 1980년대 중반, 석유 부족으로 경제 위기를 맞았던 소련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상황이 더욱 우울한 근거로 저자는 “세계 최고의 범죄율과 민간인에게 풀린 수억 자루의 총”을 든다. 책 뒷부분에서는 아예 붕괴를 기정사실화한 뒤 각자의 대처법을 제시한다. 3단계로 나뉜 일종의 ‘생존 가이드라인’이다.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공동체의 힘을 믿고 따르며(완화), 붕괴 이후 석기시대에 준한 세상에 맞춰 불편하게 살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며(적응),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기회)이다.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쉽게 읽히도록 풀어냈다. 1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프로야구] 한화 류현진 쾌투… 독수리 飛翔

    [프로야구] 한화 류현진 쾌투… 독수리 飛翔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다. 아무리 약팀이라도 확실한 에이스 하나만 있으면 쉽게 안 진다.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은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신한다. 올시즌 프로야구 대표 약팀으로 분류되는 한화. 22일 대구 삼성전 전까지 7승13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패배가 승리보다 거의 2배가량 많다. 투타 밸런스가 도통 안 맞는다. 뭐 하나 확실한 게 없다. 그렇지만 한화에는 리그 최고 왼손투수 류현진이 있다. 이날은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이었다. 류현진은 삼진 10개를 잡아내는 쾌투를 선보였다. 시원시원하게 타자와 정면대결을 펼쳤다. 삼성 타자들은 류현진의 공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8이닝 동안 4안타 4볼넷을 내주며 1실점만 했다. 9회 6-1 상황에서 마무리 데폴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불안한 마무리 데폴라도 이 정도 점수 차는 무난히 막을 수 있다. 류현진은 시즌 4연승 행진을 계속했고 팀은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1회 첫 수비 때는 고비였다.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첫 타자 신명철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가 된 뒤 3번 최형우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았다. 잘 맞은 타구가 1루 베이스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류현진은 표정 변화 없이 1회를 마무리했다. 2회부터는 완벽한 류현진 페이스였다. 삼성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2회 3자 범퇴. 3회 2사 뒤 조동찬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선제타의 주인공 최형우를 1루 땅볼로 잡아냈다. 4회에는 박한이에게 볼넷 1개만 내주고 나머지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6회에는 안타 하나씩만 허용했다. 나머지는 모두 3자 범퇴로 끝냈다. 총 투구수는 128개였다. 에이스가 마운드를 지키자 타선도 분발했다. 3회 전근표의 2타점 적시타 등 3점을 뽑았고, 5회에 전현태가 솔로 홈런을 때렸다. 9회에는 이대수가 삼성 마무리 오승환에게 투런 홈런을 뽑았다. 쐐기포였다. 부산 사직구장에선 롯데 이명우가 6년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KIA전에서 8과3분의2이닝을 던지고 1실점만 했다. 팀은 4-1로 이겼다. 이명우는 2004년 9월22일 프로 첫 승을 거둔 뒤 두번째 승리를 따냈다. 프로에서 1승 하기란 이렇게 힘들다. KIA 최희섭은 7회 솔로홈런을 때려 이틀 연속 홈런포를 이어갔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잠실 SK-두산전에선 고교야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나왔다. 전날 SK 선발로 출전했던 카도쿠라가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승리까지 따냈다. 4와3분의1이닝 동안 3안타 1실점했다. 팀은 9-6으로 이겼다. 목동에선 LG가 넥센을 3-1로 눌렀다. LG 봉중근이 잘 던졌고 ‘작은’ 이병규는 올시즌 첫 홈런을 때렸다. LG는 6연승이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프로야구]최희섭 만루포 쾅… KIA 2연승

    [프로야구]최희섭 만루포 쾅… KIA 2연승

    처음부터 변수가 많은 경기였다.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KIA전. 경기 전부터 추적추적 비가 흩날렸다. 바람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또 반대쪽으로 종잡기가 힘들었다. 야구는 어쩔 수 없는 실외 스포츠다. 비와 바람, 주변 환경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가뜩이나 최근 등락이 잦은 두 팀 경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돌발상황으로 승부가 결정 날 가능성이 컸다. 실제 경기는 그런 식으로 진행됐다. 5-5로 팽팽했던 11회 초. KIA 선두타자 김원섭이 초구 기습번트를 댔다. 롯데 내야진은 번트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랬다. 내야 잔디가 물에 젖어 타구 속도를 줄일 가능성이 컸다. 타석에 들어선 김원섭의 움직임도 평소와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3루수 전준우는 이정훈이 공을 뿌리는 순간 극단적인 전진수비를 펼쳤다. 예상대로 번트 타구는 3루 쪽을 향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이 물 먹은 잔디 위에서 구르지 않고 그대로 서 버렸다. 3루수와 포수 투수 사이 애매한 지점이었다. 이정훈이 급히 공을 잡았지만 타자는 이미 1루를 통과했다. 롯데엔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정훈은 2아웃까지 근근이 잡았지만 안치홍과 김상현을 사구로 내보냈다. 2사 만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건 5번 최희섭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투수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미끄러운 공은 제대로 잡아채기가 힘들다. 같은 환경이라면 타자보다 투수가 작은 변화에도 훨씬 민감하다. 이정훈은 2구째 밋밋한 직구를 가운데로 던졌다. 실투였다. 최희섭은 그대로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만루포였다. 점수는 순식간에 9-5가 됐다. KIA는 11회 말 1점을 내줬지만 9-6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이다. 롯데는 홍성흔이 5타수 3안타 3득점. 11경기 연속안타와 4경기 연속 2루타를 이어 갔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다른 구장에서도 빗속에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은 대구에서 한화를 8-3. 6회 강우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기선은 한화가 잡았었다. 1회 초 이도형의 희생타와 송광민의 1타점 적시타로 2-0 리드를 잡았다. 삼성이 2회 강봉규의 솔로포로 추격했지만 한화 송광민이 3회 다시 송광민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그러나 삼성은 곧바로 따라갔다. 3회 말 이영욱이 1점 홈런을 때렸고 5회 대량득점했다. 최형우-채태인이 각각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6-3. 6회 말에도 삼성은 2점을 추가했다. 이 시점부터 빗줄기가 굵어졌다. 올시즌 1호 강우 콜드게임이었다. 잠실 두산-SK전은 SK가 6-2로 앞선 2회 말 두산 공격 직전에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됐다. 목동 히어로즈-LG전은 비로 취소됐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한나라 전남지사 후보 첫 경선

    한나라 전남지사 후보 첫 경선

    “한나라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전남지사 후보 선출을 위해서 경선을 실시했습니다.” 21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 당사. 정몽준 대표와 최고위원·중진의원들이 함께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전라남도 도지사 후보가 된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뿐 아니라 경선에 참여했던 김문일·정훈 예비후보의 목에도 꽃다발이 걸려 있었다. 정 대표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경선이었다.”며 감격해했다. 한나라당 전남지사 후보자는 지난주 여섯 차례에 걸친 TV토론회에 이어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결정됐다. 김 후보는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면서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데 있어 호남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패배한 김문일·정훈 예비후보도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면서 김 후보를 지지했다. 한나라당 전남 담양·곡성·구례군 당협위원장인 김문일 후보는 “김대식 후보를 도와서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두 자리 숫자 이상이 나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고, 국민통합운동본부 총재를 지낸 정 후보는 “전남에서 한나라당 깃발을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풀뿌리 야권 4+4연대 뿔뿔이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려는 야권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 등 야 4당과 희망과대안 등 시민사회단체 4곳으로 구성된 ‘4+4회의’는 20일 오후 최종 단일화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각 당이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 후보는 물론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후보를 모두 내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후보단일화를 통한 지방권력 탈환 및 2010년 총선·대선 승리 발판 마련이라는 야권의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긴 셈이다. ●민주·참여 경기지사 갈등이 핵심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경쟁하는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이었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독식하려는 민주당과 유시민 후보 낙마 시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참여당의 현실적인 문제가 ‘단일 후보를 통한 정권심판’이란 연대의 고리를 허문 것이다. 당초 ‘4+4 회의’는 ‘여론조사 50%, 도민참여경선 50%’의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뽑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참여당이 뒤늦게 여론조사 문항 설계를 가상대결에서 적합도 조사로 변경할 것과 선거인단 연령별 구성 조정 등을 요구했다. 참여당은 “한나라당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와의 1대1 가상대결 시 승리 가능성을 묻는 여론조사로는 김진표 후보와의 격차를 벌릴 수 없는 데다 조직력이 우세한 김 후보에게 도민참여경선에서도 현격하게 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유시민 후보가 먼저 민주당이 제안하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했고, 다시 시민사회에 단일화 방식을 위임했다.”면서 “시민사회가 제시한 방식까지 거부하는 것은 결국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일부 지역별 후보단일화는 논의될듯 또 다른 쟁점이었던 민주당의 호남 기초단체장 2곳 양보는 민주당이 1곳을 양보하고, 나머지 1곳은 민노당과 쌍무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으로 정리됐으나, 경기도지사 절충 실패로 빛이 바랬다. 시민단체 4곳은 기자회견에서 “협상결렬에 대해 참여 정당들은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득권에 매몰돼 혁신적인 내용을 담은 지난달의 잠정합의안을 거부한 민주당에 1차적 책임이 있고, 시민사회에 단일화 방식을 일임하겠다고 해놓고, 막판에 거부한 참여당도 민주당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적인 연대는 불가능해졌지만, 지역별 필요에 따른 후보 단일화 논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 막판 패배가 짙어지면 김진표 후보와 유시민 후보가 정치 협상을 통해 전격 단일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과 참여당의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비주류가 지도부의 리더십을 비판하고, 지도부는 지역구 단체장 양보를 거부한 비주류를 비판하는 형태의 내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선거보도 유감/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선거보도 유감/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 교수

    대부분 언론은 지난달 26일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보도에 집중하면서 지방선거를 포함한 여타 사회 의제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 역시 천안함 관련 보도 일색으로 얼마 남지 않은 6·2 지방선거 관련 기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무상급식이나 한명숙 전 총리 무죄 판결이 선거에 미칠 영향 등 많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서울신문은 여전히 천안함 침몰 사건 보도에 치중함으로써 그동안 쟁점이었던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선거 관련 보도가 주요 지면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6·2 지방선거에 대한 서울신문의 보도는 전반적으로 부실한 가운데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지방선거 D-50 이런 지자체 꿈꿔요’ 기획기사만이 그나마 눈길을 끌었다. 주민안전정책이나 교육복지정책 등과 같은 중요한 이슈를 이 기사를 통해 발굴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사내용이 단순히 사례 소개에 그치고 있어 이 정책의 중요성이나 의미 등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은 지역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쟁점을 부각시키고,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비전과 해결책을 유도해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선거보도에 대한 평가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늘 등장하는 것이 게임식 보도에 대한 질타이다. 언론은 정치나 선거를 정치인 개인들이 권력을 위해 경쟁하는 스포츠 게임으로 묘사한다. 정치게임의 구조가 극적이고 박빙일수록 뉴스가치는 높아진다. 지난 4월17일 ‘1 vs 3 오세훈 때리기’라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에 관한 기사를 보면, ‘협공의 장(場)이었다.’,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연합전선을 펼치며 오 시장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몰아세웠다.’, ‘직격탄을 날렸다.’ 등 서술어가 대부분 게임 내지는 전투 용어였다. 이처럼 서울신문의 선거 기사는 극단적인 게임식 판세보도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관련 기사들은 판세 분석에 치우쳐 독자들이 투표 의사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주지 못했다. 언론학자 재미슨(Jamieson)은 언론에서 다루는 선거 캠페인 관련 보도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프레임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즉, 선거보도는 (1)승리와 패배를 주된 관심사로 하고 (2)전쟁과 스포츠에 비유하며 (3)후보·저널리스트·유권자를 언급하며 (4)후보자의 유형과 인지도를 강조하고 (5)여론조사에 의존하여 캠페인과 후보자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보도 프레임은 선거 캠페인 뉴스의 주된 형식이 되었다. 최근 서울신문의 6·2 지방선거에 관한 보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조직력 김진표 vs 인지도 유시민(4월19일), 1 vs 3 오세훈 때리기(4월17일), 힘받는 정세균 vs 열내는 정동영(4월15일), 丁-鄭 집안싸움(4월10일) 등 관련 기사의 헤드라인만 보더라도 대결구도 경향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프레임은 경마식 보도로 이어져 후보자의 이슈와 정책의 본질적인 내용보다는 어느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흥미 위주의 내용으로 치우친다는 점이다. 유권자가 원하는 선거보도는 스포츠 게임식 보도가 아니라 다양한 해설과 쟁점을 분석한 기획보도라는 점을 다시 한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의 선거보도는 자칫 후보자의 동정이나 지지율 경쟁에 치우쳐, 시민이 관심을 갖는 선거의 쟁점이나 지역의 문제는 등한시하기 쉬웠다. 언론이 전하는 뉴스와 시민의 관심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있었다. 바로 그러한 점이 시민의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을 빼앗고, 시민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인 것이다. 언론은 지역주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현안과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활용함으로써 그들의 관점에서 선거보도를 하고, 선거보도 과정에 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12) 정약용 ‘유배지 편지’

    [고전 톡톡 다시 읽기] (12) 정약용 ‘유배지 편지’

    ●유배와 편지, 출구이자 입구 다산 정약용은 살아생전 수백 권의 저작을 남겼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압도적인 분량의 저술은 그의 글을 직접 읽는 대신 가벼운 호기심으로 그를 추억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곤 한다. 조선 후기 최고의 실학자라거나 명석한 천재였다거나, 혹은 다산초당이라는 관광지의 주인공이라는 식으로! 다산은 ‘지식인이 책을 펴내 세상에 전하는 것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 책의 진가를 알아주기를 바라서’라고 했다. 하지만 다산에 이르는 길은 너무 멀고, 다양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너희들의 편지를 받으니 마음이 놓인다. 둘째의 글씨체가 조금 좋아졌고 문리(文理)도 향상되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덕인지 아니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덕인지 모르겠구나. 부디 자포자기하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 부지런히 책을 읽는 데 힘쓰거라. …내 귀양살이 고생이 몹시 크긴 하다만 너희들이 독서에 정진하고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리면 근심이 없겠다.… 종놈 석(石)이가 2월 초이렛날 되돌아갔으니 헤아려보건대 오늘쯤에야 집에서 편지를 받아보겠구나. 이달을 맞아 더욱 마음의 갈피를 못 잡겠구나. (1801. 2. 17,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런데 여기, 그에게로 이르는 좁지만 또렷한 하나의 길이 있다. 그것은 편지다. 일-기계, 공부-기계, 저술-기계, 관료-기계였던 다산이 언제부턴가 ‘바깥’을 향해 내보냈던 이야기들이다. 특히 유배라는 제약된 상황 아래에서 편지는 그와 세상이 만나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출구(出口)였던 그 문이 우리에겐 그에게로 향하는 입구(入口)가 되는 셈이다. 다산문집(전 10권)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의 다양한 편지들은 정약용으로 향한 접근을 한결 쉽게 도와준다. 박석무 고전번역원장은 1979년 이 편지들을 묶어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냈다. 이 책은 거의 ‘준 고전급’ 반열에 올라 있다. ●아들들, 폐족이야말로 진정한 성인이 될 수 있다 다산은 18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그의 사십대와 오십대는 물도, 바람도, 기후도 낯선 먼 땅끝 마을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사이 사라져버렸다. 다산의 위대함은 그가 남긴 수백권의 저서나 그의 학문이 갖춘 위엄 이전에, 유배라는 고립된 환경과 18년이라는 미지의 시간을 버텨낸 그의 의지에서 온다. 폐족(廢族)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것 한 가지밖에 없다.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심오함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벼슬하는 집안의 자제로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도 있는데다 중간에 재난을 만난 너희들 같은 젊은이들만이 진정한 독서를 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다.(1802. 12. 22 강진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다산은 편지를 쓴다. 큰아들 학연에게, 둘째아들 학유에게, 혹은 조카 학초에게! 너희들은 폐족(廢族)이다. 과거 시험도 볼 수 없고, 남들로부터 업신여김도 당할 것이다. 하지만 폐족은 인생 막장을 가리키는 불명예가 아니다. 폐족이란 참다운 독서 기회를 행할 수 있는 권리의 다른 이름이다. 폐족은 고위 공무원은 될 수 없지만, 성인이 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열심히 공부해라, 너희가 아니면 내 저서는 누가 읽어 주겠느냐. 내 저서가 쓸모없다면 나는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얘들아, 얘들아… ●지기(知己)… 형님,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다산은 둘째 형님 정약전에게도 편지를 보낸다. 형님, 이번에 공부를 하다 보니 요순 시대의 ‘고적(考績)’제도를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형님, 지난번 말씀하신 형님의 논의는 너무 탁월합니다. 이번엔 참고삼아 제 논의도 조금 덧붙여 봅니다. 읽어보시고 말씀해주세요. 형님, 강진의 물소리가 차갑습니다. 그곳도 계절이 바뀌고 있겠지요? 형님, 흑산도의 수백마리 들개들을 가만 놔두고 영양 실조를 염려하시다니요. 여기 박제가의 개고기 요리법을 보내드립니다. 형님, 얼마 전엔 밥을 해주는 노파에게서도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세상은 아직도 배울 것 천지입니다. 형님, 형님…. 어느날 저녁에 집주인 노파가 곁에서 한담을 나누다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선생은 책을 읽은 사람이니 이런 뜻을 아시는지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는 똑같고 더구나 어머니가 오히려 더 애쓰시는데도, 성인들이 교훈을 세우기를 아버지를 중히 여기고 어머니는 가벼이하며 성씨도 아버지를 따르게 하였고 복(服)을 입을 경우에도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한등급 낮게 하였습니다. 아버지의 혈통으로 집안을 이루게 해놓고 어머니 집안은 도외시하였으니 이건 너무도 편파적이 아닌가요?”(둘째 형님께 드리는 편지) 하지만 둘째 형 정약전은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결국 숨졌다. 오랜 유배 생활 동안 다산은 형을 잃고, 막내 아들을 잃고, 중풍으로 자신의 건강도 잃었다. “외롭기 짝이 없는 이 세상에서 다만 손암선생(정약전)만이 나의 지기(知己)였는데 이제는 그분마저 잃고 말았구나.” 그러고 보면 다산의 열정적인 저술 활동은 아무라도 단 한 사람 자신을 알아주길 바랐던 그가 내밀었던 실존의 외침이었다. 또한 그의 편지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버지이며, 동생이고, 남편이었던 그의 내면이 들려준 은밀한 풍경 소리였다. ●실학, 참다운 학문의 길 다산의 삶에는 쉬는 페이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바쁘다. 아마도 이것은 다산 스스로 참된 선비의 학문은 늘 쓰이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이제는 그의 말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줄 군주도, 세력을 가진 친구들도 주위엔 없게 되었지만 학문과 지식의 쓰임이 반드시 정책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배지에서 다산은 이제까지 자신의 언설을 최종 수신하던 군주(정조)의 빈 자리를 객관적이고 확실한 ‘앎’(지식)으로 대체시켰다(다산학의 출발!). 이를 위해 다산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관찰하고, 정리하고, 사색하고, 그리고 저술했다. 어쩌면 그것은 한 지식인이 자신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혹은 정직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문성환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처음으로 더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노론파 김매순이 보낸 편지의 의미 신유박해(1801)는 현실정치에서 노론에 의한 남인의 완벽한 패배를, 다산과 그의 가족들에게는 유배자와 폐족이라는 신분 상의 근본적인 재배치를 강요한 사건이었다. 이때 다산의 나이는 불과 마흔 살이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지나치게 젊고 왕성한 나이였다. 1818년, 18년만에 비로소 유배지로부터 풀려날 수 있었지만, 이미 늙고 병들어버렸을 뿐 아니라 가슴 속에 깊은 울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노년의 선비를 원할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므로 다산의 해배(解配)는 단지 그의 근거지가 강진에서 서울로 옮겨졌다는 사실 외에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요식적인 사건이었다. 이 시기 다산은 여전히 고독했다. 이 무렵 다산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더 이상 관직이나 저술 활동 등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힘쏟았던 저작들을 진심으로 읽어줄 단 한 사람의 친구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유배에서 풀려나 3년째 되던 어느날 노론계의 실세 중 한 사람인 김매순(邁淳)은 우연히 다산의 ‘매씨상서평(梅氏尙書平)’을 읽게 되었다. 김매순은 다산의 저작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미묘한 부분을 건드려서 그윽한 진리를 밝혀낸 것은 비위(飛衛)가 이[蝨]를 쏘아 적중시킨 것 같고, 헝클어진 것을 추려내고 굳어있는 것을 찢어낸 것은 포정(?丁)이 고기를 자른 것과 같다. …이는 공자의 도를 밝힌 원훈(元勳)인 동시에, 주자(朱子)를 업신여기는 일을 막아낸 경신(勁臣)이다. 유림(儒林)의 대업(大業)이 이보다 클 수 있을까.’ 다산은 김매순의 이러한 평가에 크게 고무되었다. 비록 현실 정치의 장에서는 씻을 수 없는 원한에 사무친 적(敵)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신을 알아봐준 단 한 사람의 지인(知人)을 비로소 만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산은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쓴다. “박복한 목숨 죽지 않고 살아나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멀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편지를 받고 보니, 처음으로, 더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의 고적하고 신산했던 삶이 한 문장의 말에 사무쳐 있다.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4·19혁명 50주년] 주역들 지금은 뭐하나

    4·19혁명을 이끈 역사의 주역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반세기라는 물리적 시간이 흐른 만큼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이 되어 상당수가 정치·산업 일선 현장에서는 물러나 있다. 4·19 주역 가운데에는 정치권에 진출했던 사람들이 유독 많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때 30명 가까이 국회에 등원했지만 18대 현역 의원 중에는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이 의원은 18일 “4·19 혁명의 주역들이 산업화 현장에서 역할을 하면서 민주화는 물론 산업사회로의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가 앞으로 선진 민주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법 질서의 확립, 전(全) 국민의 행복 추구권 확보, 통일의 완성 등 여러 가지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고 밝혔다. 4·19 혁명 당시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의원은 현재 4·19혁명 50주년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광화문에 기념 조형물 건립, 4월19일의 공휴일 지정 등 다양한 4·19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처음 4·19를 ‘의거’에서 ‘혁명’으로 인정하고 수유리 묘지를 국립 4·19민주묘지로 격상시킬 때 청와대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1학년이던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창당한 평화민주당의 전남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이 의원이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다면 김 전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쪽 사람으로 분류된다. 당시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장이던 이세기 전 의원은 서울에서 4선 의원을 지낸 뒤 지금은 한·중친선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고려대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이재환 전 의원은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다. 정치권의 4·19 세대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가 2000년 16대 총선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퇴조에 접어들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기택 수석부의장은 16대 총선에서 패배한 후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졌다. 한나라당 김중위 전 의원은 낙선한 뒤 17대 총선 때 공천에서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던 이우재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 출마 때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뒤 한국마사회장을 끝으로 정치권을 떠났다. 중앙대 학생회 간부였던 민주당 유용태 전 의원도 17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서 낙선한 뒤 정치 일선에서 멀어졌다. 중동고 3학년 신분으로 고교생 시위를 주도했던 설송웅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영광의 역사만큼 오욕도 적지 않다. 서울대 정치학과 학생회장으로 선언문을 낭독했던 윤식 전 의원은 10대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내며 변절 논란에 휘말렸다. 각각 연세대와 동아대 재학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김원기·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까지 지냈지만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에 휘말리는 시련을 겪었다. 김 전 의장은 지금도 민주당 상임고문으로 활동중이다. 경제계에서는 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과 경동제약 유덕희 회장이 현역으로 뛰고 있는 ‘4·19 세대’로 꼽힌다. 김 회장은 한국외대 3학년 학도호국단 부위원장으로 있었고, 유 회장은 성균관대 학생운영위원장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김 회장은 이태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과 함께 4·19혁명기념사업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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