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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난형난제 민주당·안철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난형난제 민주당·안철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국회 본회의가 열렸던 지난 4월 29, 30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본회의장 뒤편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거의 미동도 않은 채 곧은 자세로 안건을 처리하고, 동료들의 발언을 들었다. 보궐선거로 갓 입성했다고는 하지만 영낙없는 모범생이었다. 그가 인사차 찾아갔던 여야 정당 대표 등도 “안 의원이 너무 경직돼 있더라”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여의도 입성 초반 개별 정치인으로서는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도자로서의 비전과 정체성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혹평도 듣는다. 새 정치도 실체가 없어 담금질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가 17일 ‘(수치화가 불가능한)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들’과 정치를 함께 하겠다고 밝히자 “뜬구름당 당수의 재림”이란 비아냥이 쏟아졌다. 통과의례라고는 하지만 동네북 신세다. 안 의원은 동그라미재단(옛 안철수재단) 인사들과도 최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싱크탱크도 출범시키면서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단일화 상대이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하며 1차로 무릎 꿇었던 안철수. 의표를 찌르는 빠른 국회 입성으로 민주당에 반격을 가한 뒤 장안의 화제를 집중시키며 민주당과 본격적인 기싸움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안 의원은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그리고 2016년 총선과 이후 대선으로 가는 경쟁에 돌입했다. 두 진영은 상승작용을 일으켜 상생할 수도 있지만 제로섬식 경쟁 과정이 잘못되면 함께 쇠락할 수도 있다. 서로가 가진 독자의 에너지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차기 대선까지 난해한 고차방정식을 정교하게 풀어가야 한다. 그래야 어렴풋이나마 차기 고지가 보일 것이다. 현재 민주당과 안철수 두 세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난형난제(難兄難弟)의 형국이다. 안 의원은 여전히 단기필마다. 정치세력화를 위한 움직임들을 시도하지만 탄력이 안 붙는다. 새 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세가 있어야 하는데 달랑 송호창 의원 1명뿐이다. 민주당과의 인재 영입 경쟁은 구태정치로 비쳐지게 돼 쉽지 않다. 호남지역 여론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고향 부산 민심도 뜨겁지 않다고 전해진다. 민주당도 지리멸렬이다. 10년 동안 당의 중심세력이었던 친노(친노무현)는 문재인 전 후보의 대선 패배 뒤 2선에 밀려나 재기를 노린다. 친노와 비노는 공개·비공개리에 민망한 치고받기를 계속할 뿐 자체 혁신 에너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강한 외부충격이 가해져야 겨우 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 분위기다. 안 의원으로부터는 새누리당과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공격을 받는 처지다. 시나브로 차기주자 경쟁이 점화되는 분위기다. 여권은 박근혜 대통령 이후 리더십이 확실하지 않다고 하지만 예비후보군은 풍부하다. 민주당에도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자원이 많다고 하지만 어수선하다. 안 의원은 억울할 정도의 혹독한 검증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안 의원은 총력전을, 민주당은 지구전을 편다. 두 세력이 반전을 거듭하며 펼칠 드라마의 결말이 궁금하다. taein@seoul.co.kr
  • 남자농구, 만리장성 넘고 동아시아 3번째 제패

    남자농구, 만리장성 넘고 동아시아 3번째 제패

    한국 농구의 차세대 센터 김종규(경희대)와 이종현(고려대)이 만리장성을 뛰어넘었다. 최부영(경희대) 감독이 이끄는 농구 대표팀은 2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제3회 동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김종규(13득점)와 이종현(12득점) ‘트윈 타워’와 김민구(경희대·18득점)의 활약에 힘입어 79-68로 낙승했다. 예선부터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2009년 일본 나고야 대회와 2011년 중국 난징 대회에 이어 3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난징 대회 예선에서 중국에 당했던 패배도 설욕했다. ‘제2의 야오밍’으로 불리는 왕저린(214㎝)과 리무하오(219㎝) 등이 포진한 중국은 평균 신장이 201.8㎝로 막강한 높이를 과시하는 팀이다. 그러나 김종규(207㎝)와 이종현(206㎝)은 뛰어난 운동신경과 스피드로 신장의 열세를 극복했다. 특히 김종규는 엄청난 점프력으로 블록슛만 5개나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고 리바운드도 9개를 따냈다. 김종규-이종현의 활약에 밀려 왕저린과 리무하오는 각각 11득점과 12득점에 그쳤다. 특히 왕저린은 야투 성공률이 40%에 그치는 등 대표팀 수비에 꽁꽁 막혔다. 가드진의 활약도 빛났다. 김민구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3점슛 3개를 꽂아 넣었고 리바운드도 12개나 잡았다. 포인트가드 역할을 한 박찬희(상무)는 15득점과 6어시스트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정현도 1쿼터에서만 3점슛 두 개를 터뜨리는 등 12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최 감독은 “김종규와 이종현 더블포스트와 발 빠른 가드들을 중용한 게 적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종규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이를 받쳐줬다. 이종현은 아직 어리지만 잘 크면 대표팀에서 틀림없이 한몫을 할 것”이라며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규는 “중국에 지기 싫었다. 누가 막든지 이기자는 생각뿐이었다. 공이 하이포스트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고, 들어오면 이종현과 더블팀 수비를 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日 자민 지방선거서 연패 아베 정권 극우몰이 역풍?

    일본 정치권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0∼70%대의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집권 자민당이 지방선거에서 연패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대한 일본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데다,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 노믹스’의 영향이 아직 지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말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당초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민주당과 민나노당, 생활당 등 야권이 의외로 선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민당은 지난 19일 치러진 사이타마 시장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신인 후보를 밀었지만, 현직 시장에게 패배했다. 앞서 도쿄도 고다이하라시(4월 7일), 아오모리시(4월 14일), 나고야시(4월 21일) 시장선거에서도 예상과 달리 자민당과 공명당이 추천한 후보가 줄줄이 낙선했다. 자민당이 지방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지역 당 조직의 본부장이나 간사장을 후보로 내세운 것이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이타마 시장선거에 총력전을 펼친 자민당으로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아소 다로 부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당 간사장이 아베노믹스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며 지원 유세에 나서고,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지원을 받기로 한 공명당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민당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공명당 지지층 중 89.1%가 연립 여당 후보를 찍은 반면, 자민당 지지층은 52.3%밖에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민당 지지자 중 절반이 실제 선거에서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자민당은 2009년에도 지방 시장 선거에서 연패한 끝에 결국 총선에서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7월 참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민심이라면 참의원 선거 직후 평화헌법 개정에 착수한다는 기존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총 맞은 것처럼’ 듣는 당신 방금 애인과 결별했군요

    ‘총 맞은 것처럼’ 듣는 당신 방금 애인과 결별했군요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와 이별을 했다.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고를까. 흔히 우울하거나 슬플 때는 기분 전환을 위해 ‘밝고 경쾌한 음악’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람들은 실제 감정과 비슷한 슬픈 음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별한 뒤에는 싸이의 ‘젠틀맨’을 듣는 것보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듣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 이찬진 교수는 20일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은 원인이 다른 실망이나 슬픔, 분노와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소비자 연구’ 최신호에 실렸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음악, 영화, 그림, 소설 등 감정적인 부분이 작용하는 문화적 결과물을 선택하게 되는 방식에 대한 마케팅 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배우자의 사망, 애인과의 이별, 승진 누락, 물건 분실, 스포츠 경기 패배 등 12가지 상황으로 우울해하거나 슬퍼하는 사람 23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에는 ‘유쾌한 친구와 자신의 상황에 공감해 주는 친구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었고, 다른 그룹에는 ‘현재 기분에서 어떤 음악을 고르겠느냐’고 물었다. 그 결과 배우자의 사망이나 애인과의 이별 등 인관관계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에 공감해 주는 친구’와 ‘슬픈 음악’을 골랐다. 반면 인관관계가 아닌 스포츠 패배나 물건 분실 등의 좌절을 겪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상식과 마찬가지로 기분 전환을 위해 ‘유쾌한 친구’와 ‘밝고 시끄러운 음악’을 고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11명에게 각기 처한 상황에 맞춰 ‘상실’에 대해 글을 작성하도록 한 뒤 10가지 음악을 제시하자 인관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만 슬픈 음악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이나 친구, 가족과의 관계에서 ‘분노’한 사람 76명에게 음악을 고르도록 하자 대부분 ‘앵그리 뮤직’으로 불리는 ‘록’이나 ‘메탈’을 골랐다. 이 교수는 “사람의 문화적 소비가 같은 감정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스페인 최강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7년 만에 국왕컵 우승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17년 만에 국왕컵(코파 델 레이)을 들어 올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메르나베우에서 열린 국왕컵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로서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1996년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이후 17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어서 기쁨이 컸다. 레알 마드리드를 꺾은 것은 1999년 이후 14년 만이다. 레알마드리드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2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프언스리그 준결승 탈락에 이어 국왕컵에서도 패배해 불운이 이어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절묘한 헤딩으로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연장 후반 반칙으로 퇴장당해 벤치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 코스타의 동점골에 이어 연장 8분 미란다의 결승골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지마 극비 방북 후폭풍… 아베 외교정책 흔들

    이지마 이사오 일본 내각관방 참여의 북한 방문으로 인해 아베 신조 정권의 외교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하자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총리 취임 후 첫 방문지도 미국을 택했다. 아베 정권은 민주당 정권 3년을 ‘외교 패배’의 시기로 규정하고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9년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면서 ‘대등한 미·일 관계’, ‘아시아 중시 외교’를 천명하며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졌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하지만 대미 관계의 복원 노력에도 이지마 참여의 극비 방문으로 인해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다시 틈이 벌어질 전망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 전략에 나선 북한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던 미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을 방문 중인 미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16일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이지마 참여의 방북과 관련해 미국에 한층 더 자세히 설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한국과 미국에 사전 알리지 않고 그의 방북을 감행한 점에 불쾌감을 재차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한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손쉽게 대화에 응할 경우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일 3국 간 공조의 틈이 보이자 이지마 참여의 방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북한 언론을 통해 평양공항에 도착한 이지마 참여가 북한 당국자의 마중을 받으며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타는 장면을 전했다. 16일에는 이지마 참여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한 사실을 알렸고, 17일에도 이지마가 베이징 국제공항을 통해 귀환한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이 신속하게 보도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북한은 이지마 참여의 방북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림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았다’고 선전하고 있다”며 “일본이 북한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임기 내에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극비리에 추진한 이지마 참여의 방북 사실이 공개됨에 따라 아베 정권의 납치 문제는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됐다. 게다가 복원에 나섰던 미·일 관계는 물론 한·일 관계도 꼬여 아베 정권 외교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김부겸, 한반도 문제 연구 美 연수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이 다음 달 말 미국으로 출국, 6개월간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연수한다. 김 전 의원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존 남북 관계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와 격동의 시기를 맞아 미국 SAIS 전문가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공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초 1년 연수 프로그램에 초청받았지만,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해 연수기간을 6개월로 단축했다. 그는 “대구 지역의 지방선거를 위해 여러 정파와 시민단체들을 엮어 지방선거를 치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전 의원은 지난 16대 총선부터 경기 군포에서 내리 당선된 3선 중진 의원이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는 ‘지역주의 극복’ 기치를 내걸고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석패했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아름다운 패배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5·4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고려했으나, 대선 패배 책임이 크다는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1100시간 봉사왕 인성도 ‘쑥쑥’ 다리장애 운동선수 자부심 ‘빵빵’

    “이전에는 나만 아는 아이였는데 봉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어요. 요즘 청소년들의 인성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많은데 더 많은 학생들이 봉사에 참여하면 저처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친구들이 학원과 독서실로 향하는 토요일 아침. 서울 문화고 3학년 조현정(18)양은 노원구 중계동의 사회복지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수능시험을 여섯 달 앞둔 수험생이라 조바심이 날 법도 한데 발걸음에는 주저함이 없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반복된 일상이 벌써 6년째다. 현정양은 매주 토요일 오전시간을 모두 홀로 지내는 노인들과 보낸다. 중계동 인근 임대 아파트에서 사는 노인 20여명을 모셔와 함께 봉사하는 친구들과 연습한 율동공연을 보여드리거나 노인들에게 바느질을 배운다. 현정양은 “거의 일주일 내내 혼자 지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외롭지 않게 해드리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제 봉사라는 생각보다는 그분들이 가족처럼 느껴진다”며 웃었다. 현정양이 봉사에 눈을 뜨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는 몇 년 전까지 지역 복지관에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이때 봉사자를 위한 교육에 참가했던 현정양은 그 뒤로 장애학생 도우미 활동과 환경보호 캠페인 기획 등 다양한 종류의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주말마다 4~8시간씩 쌓아온 봉사활동 시간이 벌써 1100여시간. 현정양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봉사활동이 이제는 습관이 됐다고 말한다. 현정양은 “사회복지사가 돼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싶은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신체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고 주위에 희망을 주는 학생도 있다. 뇌병변 장애 1급인 서울 정민학교 3학년 조미영(16)양은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를 쓰지 못하면서도 학교를 대표하는 운동선수가 됐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장애학생 체육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휠체어에 앉아 야구공보다 조금 큰 공을 입이나 팔로 던져 표적을 맞히는 보치아 종목은 미영양에게 새로운 활력소다. 담임교사 배성규(34)씨는 “보통 장애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처럼 경쟁을 통한 승리나 패배 경험을 하기 어려운데 두 다리가 마비된 미영이는 운동을 통해 친구를 격려하고 패배감과 승리감을 번갈아 맛보면서 성장해 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두 학생을 포함해 나눔과 인성 분야에서 모범이 된 초·중·고교생 2026명에게 서울학생상을 수여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통과의례” vs “모두 패망”…‘安세력 독자출마’ 민주 내부 엇갈린 반응

    “통과의례” vs “모두 패망”…‘安세력 독자출마’ 민주 내부 엇갈린 반응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에 이른바 ‘안철수 세력’을 독자적으로 출마시키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양측의 맞대결을 언젠가는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받아들이고 필승을 다짐하는 측이 있는 반면, 야권연대 없이는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안 의원 측 ‘모두 패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흘러나온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예상된 수순이었다’며 자체 혁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10월 이후 안 의원 측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분위기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얼마만큼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국민들에게 만족스러울 만한 혁신과 개혁을 해내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평가해줄 것”이라면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은 경쟁과 협력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간 “인재 영입 경쟁이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당 내부 인사를 마치는 대로 인재영입위원회를 가동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면 안 의원 측의 10월 재·보선 독자출마에 따른 비관론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권 연대 없이 10월 재·보선에 민주당과 안철수 측이 동시에 출마한다면 야권 패배는 불보듯 뻔하다”면서 “새누리당에 (지역구) 당선을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서 10월 재·보선보다는 전략적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월 재·보선 지역 대부분이 새누리당 선거구라는 점에서 어차피 야권의 승리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안 의원 측은 인재 영입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안 의원 측 한 관계자는 “현재도 여러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정치 행보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시스템이 갖춰지면 역할 분담에 들어갈 것이고, 안 의원이 직접 새 정치에 합류하고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인 오는 18일을 기점으로 민주당과 안 의원 측 간의 경쟁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측 모두 호남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를 방문, 야권 지지층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16일 광주를 방문, 민주당의 혁신 청사진은 담은 ‘광주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 의원 역시 17일 부산을 찾아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18일에는 광주 5·18운동 33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한-중·일 클럽축구 빅매치

    날개 꺾인 독수리가 베이징 보약을 먹고 살아날 수 있을까.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이 14일 오후 8시 30분 베이징 궈안(중국)을 상대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6경기에서 11골(5실점)을 퍼부어 E조 선두(3승2무1패)를 꿰찼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3위 팀 베이징은 조별리그에서 2승3무1패(승점 9)로 포항을 따돌리고 16강에 올랐다. K리그 클래식 무패행진 중인 포항에 올 시즌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기도 하다. 유고 출신의 알렉산더 스타노예비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펼친 ‘실리 축구’의 결과다. K리그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2009년과 2011년 대회 8강에 올랐던 게 최고 성적일 정도로 아시아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로 이어지는 ‘외국인 공격 3인방’의 발끝과 하대성, 윤일록 등 젊은 피를 앞세운다. K리그 클래식에서 초반 4무3패로 바닥을 찍었던 서울은 최근 4경기에서 3승(1패)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자신감과 경기력이 치솟았다. 전북은 15일 오후 7시 안방에서 가시와 레이솔과 ‘숙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가시와는 H조에서 무패(4승2무)를 달리며 6경기 14골을 뽑아낸 화력이 강점이다. ‘닥공’(닥치고 공격)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전북은 그러나 정인환·김정우·정혁·임유환 등 부상자가 속출해 K리그 클래식 최근 4경기에서 1승2무1패로 주춤하고 있다는 게 영 찜찜하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프로야구] 장단 19안타 폭발… 곰 밟은 공룡

    [프로야구] 장단 19안타 폭발… 곰 밟은 공룡

    공룡군단이 무섭게 폭발했다. NC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장단 19안타를 폭발시키며 17-5 대승을 거뒀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15점)과 팀 창단 최다 득점(8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2회까지 무안타로 잠잠하던 NC 타선은 3회부터 봇물처럼 터졌다. 박정준과 나성범의 적시타에 이어 이호준의 3점포가 작렬하며 순식간에 5점을 얻었다. 4회에는 여섯 타자 연속 안타로 대거 7점을 쓸어 담았고, 5회에도 나성범과 이호준, 조영훈의 적시타에 상대 실책을 묶어 4점을 뽑았다. 8회에는 노진혁의 2루타로 한 점을 추가했다. 선발 찰리의 호투도 빛났다. 이날 경기 전까지 3패 평균자책점 4.24에 그쳤던 찰리는 두산 강타선을 7이닝 동안 7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아담에 이어 팀 외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로 첫 승을 신고했다. 삼성은 포항에서 8회 대역전극을 펼치며 KIA에 5-4로 이기고 6연승 행진을 이어 갔다. 삼성은 1-4로 뒤진 8회 바뀐 투수 송은범을 두들겨 경기를 뒤집었다. 2사 1, 2루에서 대타 우동균의 2루타로 한 점을 따라붙었고, 조동찬의 2루타가 이어지며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이지영의 우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역전에 성공했다. 오승환은 9회 마운드에 올라 김원섭-이성우-안치홍을 모두 삼진 처리하고 ‘끝판 왕’의 위용을 과시했다. 8회 등판한 신용운은 3분의1이닝만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2110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KIA는 윤석민과 송은범, 앤서니 등 불펜 주축 투수를 모두 출전시키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5연패 수렁에 빠졌다. 믿었던 송은범이 무너진 게 뼈아팠다. 롯데는 사직에서 강민호의 마수걸이 홈런포를 앞세워 LG에 8-3으로 승리했다. 강민호는 3-3으로 맞선 7회 무사 1, 2루에서 바뀐 투수 임정우의 5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2007~08년 LG에서 뛰었던 롯데 선발 옥스프링은 친정팀을 상대로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낚으며 3실점으로 호투,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옥스프링은 지난달 25일 SK전부터 등판할 때마다 승수를 쌓고 있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SK를 8-5로 제압하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넥센은 1-3으로 뒤지던 6회 잇따른 상대 실책과 집중타를 묶어 대거 6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제국주의의 침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수백년간 뿔뿔이 흩어져 이산의 아픔을 겪어온 중동의 쿠르드족. 이들에게도 ‘평화의 봄’이 찾아올 것인가. 지난 29년 동안 터키 정부에 무력으로 대항한 터키 ‘쿠르드 노동자당’(PKK) 소속 반군이 지난 3월 무장투쟁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터키에서 철수하기 시작함에 따라 쿠르드족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AP·AF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터키 내 쿠르드족 반군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 터키 정부와의 평화협상안에 따라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공식 철수를 시작했다. PKK 소속 반군 2000여명은 이날 철수를 개시해 4개월 동안 산악지대를 통해 이라크 북부지역의 칸딜산으로 기지를 옮길 예정이다. ‘비운의 민족’인 쿠르드인들은 쿠르디스탄 지역에 사는 산악 민족이다. ‘쿠르드족의 땅’으로 불리는 쿠르디스탄은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국경 부근에서 티그리스강의 지류인 디얄라강 유역에 이르는 20만㎢의 지역이다.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 5개국에 각각 분할 점령돼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 따르면 인구는 3000만~3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국가는 터키로 1400만명이며 이란(790만명), 이라크(470만명), 시리아(160만명), 아제르바이잔(115만명) 등의 순으로 많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쿠르드족은 수천년 동안 쿠르디스탄에서 평화롭게 유목 생활을 해오다 16세기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끝모를 불행이 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가 패배하자 세력 공백기를 이용해 1922년 6월 무장 독립투쟁을 벌였지만 쿠르디스탄의 일부인 이라크 북서부 지역의 유전지대를 탐내던 영국이 개입해 좌절됐다. 이후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에 쿠르디스탄이 분할 점령돼 한때 품었던 ‘독립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다섯 조각’으로 쪼개진 상황에서도 쿠르드족은 독립을 위한 투쟁을 계속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를 상대로 수십 차례 분리·독립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각국 정부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되는 등 탄압과 박해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데다 역량마저 부족했던 탓이다. 10년에 한 번꼴로 대규모 학살을 당했다. ‘달걀로 바위치기’처럼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쿠르드족의 독립은 1984년 ‘쿠르드 노동자당’을 창설해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65)은 이라크와 터키 국경에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동족들을 규합해 분리·독립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 3000여명을 중심으로 터키 정부군과 이라크 정부군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터키군과 이라크군의 절대적으로 우세한 화력을 끝내 당해내지 못하고 1984년 한 해 동안에만 2700여명의 쿠르드족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빌미로 터키 정부는 쿠르드어 방송과 교육을 금지하며 탄압정책의 강도를 더욱더 높였다. 쿠르드족은 이에 굴하지 않고 터키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군 시설 등을 로켓포로 공격하는 등 무장투쟁을 지속했다. 이에 터키군은 동남부 지역에 병력 15만명을 긴급 배치해 PKK 거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당황한 오잘란은 1993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PKK 강경파의 테러 활동이 끊이지 않자 각국 정부는 쿠르드족에 대한 강경 탄압을 지속했다. 특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1980년대 화학무기를 사용해 현지 쿠르드족 5000명 이상을 학살하기도 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후세인이 미국과의 이라크 전쟁에서 패한 후 비로소 자치권을 얻었다. 이란 내 쿠르드족은 1946년 소련 군대의 지원으로 독립 국가 ‘마하바드 공화국’을 세웠으나 1년 만에 무너졌다. 1999년 2월 PKK 반군 지도자 오잘란이 체포돼 터키로 압송되면서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쿠르드족의 영웅’인 오잘란이 수감돼 있던 터키 이스탄불의 임잘린 교도소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터키 곳곳에서 쿠르드족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2000년대 들어서도 이들의 무장투쟁은 지속됐다. 서로 간의 피해가 갈수록 극심해지자 터키 정부와 PKK는 지난해 말부터 평화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이 유화정책을 내놓자 PKK도 자치권 확대, 쿠르드족 정체성 인정과 언어 사용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화답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EU 가입을 희망하는 터키에 대해 쿠르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면서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오잘란이 지난 2월 PKK를 비롯한 쿠르드계 정당에 보낸 평화안 로드맵에서 정전을 선언하고 올여름까지 무장을 해제하겠다고 밝히자, PKK 반군이 2년간 억류했던 터키군 8명을 석방하고 터키 땅에서 공식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PKK가 30년 가까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면서 터키군에 무장 항쟁을 지속하는 동안 목숨을 잃은 희생자는 4만 5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의 철군이 시작됐지만 쿠르드족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1993년과 1999년 정전을 선언했다 깨졌던 선례가 있고, 평화협상에서 PKK가 요구하는 새로운 평등 헌법을 터키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쿠르드 강경세력이 언제든지 테러를 일으킬 수 있고, 쿠르드족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 쿠르드족에 대한 노선과 정책이 다른 여러 국가들이 직접 관련돼 있어 풀기 어렵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팔레스타인인들과는 달리 중동 국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대부분 각국의 내정에 속해 국제사회도 인도주의적 지원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주말 인사이드] 수백년 떠돈 ‘비운의 민족’ 쿠르드족, 그들에게 평화의 꽃은 필까

    제국주의의 침탈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채 수백년간 뿔뿔이 흩어져 이산의 아픔을 겪어온 중동의 쿠르드족. 이들에게도 ‘평화의 봄’이 찾아올 것인가. 지난 29년 동안 터키 정부에 무력으로 대항한 터키 ‘쿠르드 노동자당’(PKK) 소속 반군이 지난 3월 무장투쟁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터키에서 철수하기 시작함에 따라 쿠르드족이 지구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AP·AF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터키 내 쿠르드족 반군들은 지난 8일(현지시간) 터키 정부와의 평화협상안에 따라 이라크 북부 지역으로 공식 철수를 시작했다. PKK 소속 반군 2000여명은 이날 철수를 개시해 4개월 동안 산악지대를 통해 이라크 북부지역의 칸딜산으로 기지를 옮길 예정이다. ‘비운의 민족’인 쿠르드인들은 쿠르디스탄 지역에 사는 산악 민족이다. ‘쿠르드족의 땅’으로 불리는 쿠르디스탄은 이란과 아르메니아의 국경 부근에서 티그리스강의 지류인 디얄라강 유역에 이르는 20만㎢의 지역이다.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 5개국에 각각 분할 점령돼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팩트북·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 따르면 인구는 3000만~3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국가는 터키로 1400만명이며 이란(790만명), 이라크(470만명), 시리아(160만명), 아제르바이잔(115만명) 등의 순으로 많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쿠르드족은 수천년 동안 쿠르디스탄에서 평화롭게 유목 생활을 해오다 16세기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끝모를 불행이 시작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터키가 패배하자 세력 공백기를 이용해 1922년 6월 무장 독립투쟁을 벌였지만 쿠르디스탄의 일부인 이라크 북서부 지역의 유전지대를 탐내던 영국이 개입해 좌절됐다. 이후 터키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아르메니아 등에 쿠르디스탄이 분할 점령돼 한때 품었던 ‘독립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다섯 조각’으로 쪼개진 상황에서도 쿠르드족은 독립을 위한 투쟁을 계속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이 거주하는 국가를 상대로 수십 차례 분리·독립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각국 정부군에 의해 무력으로 진압되는 등 탄압과 박해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데다 역량마저 부족했던 탓이다. 10년에 한 번꼴로 대규모 학살을 당했다. ‘달걀로 바위치기’처럼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던 쿠르드족의 독립은 1984년 ‘쿠르드 노동자당’을 창설해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PKK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65)은 이라크와 터키 국경에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동족들을 규합해 분리·독립 운동의 포문을 열었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 3000여명을 중심으로 터키 정부군과 이라크 정부군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터키군과 이라크군의 절대적으로 우세한 화력을 끝내 당해내지 못하고 1984년 한 해 동안에만 2700여명의 쿠르드족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빌미로 터키 정부는 쿠르드어 방송과 교육을 금지하며 탄압정책의 강도를 더욱더 높였다. 쿠르드족은 이에 굴하지 않고 터키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군 시설 등을 로켓포로 공격하는 등 무장투쟁을 지속했다. 이에 터키군은 동남부 지역에 병력 15만명을 긴급 배치해 PKK 거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당황한 오잘란은 1993년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PKK 강경파의 테러 활동이 끊이지 않자 각국 정부는 쿠르드족에 대한 강경 탄압을 지속했다. 특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1980년대 화학무기를 사용해 현지 쿠르드족 5000명 이상을 학살하기도 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후세인이 미국과의 이라크 전쟁에서 패한 후 비로소 자치권을 얻었다. 이란 내 쿠르드족은 1946년 소련 군대의 지원으로 독립 국가 ‘마하바드 공화국’을 세웠으나 1년 만에 무너졌다. 1999년 2월 PKK 반군 지도자 오잘란이 체포돼 터키로 압송되면서 쿠르드족 분리·독립운동은 추진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쿠르드족의 영웅’인 오잘란이 수감돼 있던 터키 이스탄불의 임잘린 교도소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터키 곳곳에서 쿠르드족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2000년대 들어서도 이들의 무장투쟁의 불길은 다시 타올랐다. 서로 간의 피해가 갈수록 극심해지자 터키 정부와 PKK는 지난해 말부터 평화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이 유화정책을 내놓자 PKK도 자치권 확대, 쿠르드족 정체성 인정과 언어 사용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화답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EU 가입을 희망하는 터키에 대해 쿠르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면서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오잘란이 지난 2월 PKK를 비롯한 쿠르드계 정당에 보낸 평화안 로드맵에서 정전을 선언하고 올여름까지 무장을 해제하겠다고 밝히자, PKK 반군이 2년간 억류했던 터키군 8명을 석방하고 터키 땅에서 공식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PKK가 30년 가까이 분리·독립을 요구하면서 터키군에 무장 항쟁을 지속하는 동안 목숨을 잃은 희생자는 4만 5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의 철군이 시작됐지만 쿠르드족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1993년과 1999년 정전을 선언했다 깨졌던 선례가 있고, 평화협상에서 PKK가 요구하는 새로운 평등 헌법을 터키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쿠르드 강경세력이 언제든지 테러를 일으킬 수 있고, 쿠르드족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 쿠르드족에 대한 노선과 정책이 다른 여러 국가들이 직접 관련돼 있어 풀기 어렵다는 게 중동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특히 팔레스타인인들과는 달리 중동 국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대부분 각국의 내정에 속해 국제사회도 인도주의적 지원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희호 만난 김한길 “DJ의 원칙 제대로 실천”

    이희호 만난 김한길 “DJ의 원칙 제대로 실천”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김한길 대표를 비롯해 신경민·조경태·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 박기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민주당이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모실 때 정책수석을 하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들어냈던 것이 사회안전망의 기초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큰일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김 전 대통령께 배운 것, 그때 대통령께서 말씀해 주신 원칙들을 민주당이 제대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새 민주당 지도부가 김 전 대통령을 강조하는 것은 5·4전당대회 이후 변화된 당내 상황과도 연관돼 있다. 새 민주당 지도부에는 김 전 대통령의 이른바 ‘DJ맨’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김 대표도 1996년 15대 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국민의 정부에서는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지냈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1988년 평화민주당 인권위원회 민권부국장으로 당료 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들은 그동안 친노(친노무현)계 등에 밀려 비주류에 머물렀지만 이번 5·4전당대회에서 잇따른 선거 패배에 대한 반발로 지도부에 대거 입성한 것이다. 한편 당 지도부는 10일 폐업 위기에 처한 경남 진주의료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다. 이어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도 인사할 예정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유시민, 노무현 前대통령에게 추모시 바치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를 앞두고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대답하지 못한 질문’이라는 추모시를 올렸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일 게재한 추모시에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그런 시대가 와도 거기 노무현은 없을 것 같은데/…(중략)…/2002년 뜨거웠던 여름 마포경찰서 뒷골목/퇴락한 6층 건물 옥탑방에서 그가 물었을 때 난 대답했지/노무현의 시대가 오기만 한다면야 거기 노무현이 없다한들 어떻겠습니까/솔직한 말이 아니었어”라며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노무현재단은 오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헌정 시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헌정 시집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일반 시민들과 작가들의 작품 200편을 모았다. 한편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탈당의사를 밝혔던 문성근 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날 탈당신고서를 민주당 부산시당에 정식 제출했다. 문 상임고문은 탈당신고서에 첨부한 ‘부산 북·강서을 지역분들께 드리는 글’에서 “대선 실패 이후 당은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방식을 대의원 50%+권리당원 30%+국민여론조사 20%로 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국민참여’를 배제했다”면서 “이는 합당정신을 부정하고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상임고문은 민주진영의 정당재편을 앞당기기 위해 시민으로 돌아가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다고 탈당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또 친노(친노무현)계에게 지난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물은 대선평가보고서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문 상임고문은 “모두의 노력으로 대선에서 문 후보가 48%를 받았으면 모자란 2%를 채울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당내에서 손가락질을 선택함으로써 지지자들의 마음에 상처만 남겼다”고 주장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프로야구] 김상현, 이적하자마자 홈런쇼

    [프로야구] 김상현, 이적하자마자 홈런쇼

    김상현(SK)이 이적 첫 경기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화끈한 신고식을 했다. SK는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김상현의 투런포와 김광현의 호투에 힘입어 8-3으로 이겼다. 12승 1무 12패로 5할 승률을 맞춘 SK는 LG를 끌어내리고 5위로 올라섰다. 전날 KIA와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한 SK는 김상현을 4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팀 타율 .242로 9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타선에 활력소가 되기를 바랐다. KIA에서 ‘해결사’로 불렸던 김상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뒤 2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를 날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6회 네 번째 타석에서 내야안타를 친 김상현은 8회 마침내 대포를 터뜨렸다. 풀카운트에서 정재훈의 8구 포크볼을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125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SK ‘해결사’의 탄생이었다. 김광현도 마침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야간경기에서 포수 사인이 잘 안 보였다는 김광현은 이날 처음으로 안경을 쓰고 마운드에 올랐다. 6회까지 안타 7개와 볼넷 3개를 허용했지만 병살 3개를 잡아내며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광주에서는 롯데가 ‘회춘’한 옥스프링의 완봉 역투를 앞세워 KIA에 3-0 완승을 거뒀다. 옥스프링은 이날 경기 전까지 166득점으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KIA 타선을 상대로 삼진 10개를 낚으며 단 2안타(1볼넷)만 허용했다. 최고 147㎞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커터를 섞어 던지며 KIA 타선을 요리했고 2루 이상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2007~08년 LG에서 뛰었다가 올해 한국으로 돌아온 옥스프링은 국내 무대 첫 완봉승의 기쁨을 누렸다. 옥스프링은 올 시즌 첫 세 경기에서 난타를 당하며 내리 패배를 당했으나 지난달 25일 SK전부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세 경기 연속 승리를 따냈다. 목동에서 열린 ‘엘넥라시코’는 접전 끝에 넥센이 6-4 승리를 거두고 이틀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섰다. 한화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9회 역전극을 펼치며 NC를 8-4로 꺾었다. 한화는 3-4로 뒤진 9회초 2사에서 대거 5점을 뽑는 집중력을 보였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제3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10구단 KT의 신인 우선 지명 시기를 다음 달 17일로 정했다. 5년 만에 부활한 신인 1차 지명은 7월 1일로 확정했다. 또 현충일인 다음 달 6일 열리는 네 경기는 공중파 TV 중계 등을 고려해 오후 2시에 시작하기로 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前 파키스탄 대통령 수사하던 검사 피살

    前 파키스탄 대통령 수사하던 검사 피살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의 암살 방조 혐의를 수사해 온 검사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경찰은 연방수사국(FIA) 소속 초우더리 줄피카르 연방검사가 3일(현지시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오토바이를 탄 무장괴한 3~4명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줄피카르 검사는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살해 사건 담당 수석검사였다. 그는 이날 부토 전 총리 암살사건의 심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부토 전 총리는 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총재이던 2007년 12월 라왈핀디에서 선거 유세에 나섰다가 자살폭탄과 권총으로 무장한 테러범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당시 무샤라프 정부는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를 암살의 배후로 지목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이후 부토 전 총리에게 일부러 경호를 제공하지 않아 그가 암살되도록 방치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편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2008년 총선 패배 후 사임한 뒤 신변에 위협을 느껴 망명 길에 올랐다가 지난 3월 전격 귀국해 총선 출마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법원이 그의 출마를 불허, 현재 가택연금에 놓인 상태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일그러진 ‘개독교’ 작심하고 까발리다

    상식과 정상을 벗어난 일탈에는 반드시 원칙과 원리의 왜곡과 모순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절대적인 믿음과 추종이 있다고 해도 원래의 궤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기 마련이다.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한국 개신교의 현주소는 원칙과 원리를 심하게 일탈해 일그러진 ‘위기의 종교’임을 많은 이들은 지적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원리와 원칙으로의 절실한 회귀 노력은 보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강영안외 지음, 새물결플러스 펴냄)는 위기의 한국교회를 정색하고 진단한 책으로 눈길을 끈다. 집필에 참여한 20명은 모두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목소리와 행동으로 주목받는 신학자와 목회자들. ‘제2의 종교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요즘 한국 개신교계의 대안을 앞장서 외치고 이끄는 실천주의자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 개신교계의 병폐로 교회·목회자의 대형화·세속화와 기복적 성향에 치우친 복음 왜곡을 우선 꼽는다. ‘이 책이 금서 목록에 들지 않기를 바란다’는 추천사처럼 책에는 이른바 ‘개독교’라고까지 불리는 한국 교회의 추하고 일그러진 모습이 원색적으로 까발려진다. ‘한국교회는 역사상 가장 부패한 교회’‘한국 기독교는 저격당해야 할 종교’라는 항간의 혹독한 세평을 뒷받침하는 일탈과 모순의 사례들이 넘쳐난다. 교회·담임목사 세습, 종교인 탈세, 초대형 교회의 폭력, 일반의 수준에도 못미치는 신학교와 신학, ‘내 종교만이 최고’라는 배타적 선교, 교회의 성 차별…. 책의 특장은 읽는 이가 낯뜨거울 만큼 생생한 모순의 ‘자기 고발’을 개선으로 이끄는 방안 제시다. 그것은 사도 바울이 로마 교회를 향해 외쳤듯이 한국교회가 복음을 다시 들 것과 신학의 철저한 반성과 제자리 찾기로 압축된다.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사람들의 교제 모임이었던 교회가 미국으로 왔을 때 기업이 되었고, 한국에 와선 대기업이 되었다’(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신학이 그 중세적 위엄의 휘장을 벗어던지고 인간세상으로 성육신함으로써 인문학의 넒은 울타리에 포함되길 소망한다’(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신학적 사고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왜곡된 구원파적 복음을 믿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윤리를 등한시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김세윤 미국 풀러신학교 교수). 지금 많은 이들은 교회가 더 이상 기업이 아닌, 하느님의 백성이자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기본적 진리를 깨우쳐 개혁의 첫 걸음을 내딛기를 바란다. 그 요구와 기대는 한완상 전 통일 부총리의 책 서문에 절절하다. “예수의 우아한 패배의 힘은 증오와 폭력 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참된 힘이었습니다. 한국교회가 개혁되고 거듭나야 한다면 바로 공공의 성령으로 공공의 복음으로 개혁되고 거듭나야 하는 것입니다.” 1만 80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친노 핵심’ 문성근, 민주당 떠나는 이유가…

    ‘친노 핵심’ 문성근, 민주당 떠나는 이유가…

    민주통합당내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핵심인사인 문성근 전 대표권한대행이 3일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달 10일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민주당을 떠난 데 이어 당내 친노 핵심인사로는 두번째다. 문 전 대행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 문성근은 민주통합당을 떠납니다. 그 동안 정치인 문성근을 이끌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그러나 ‘온오프결합 네트워크정당’이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에 포함됨으로써 의제화를 넘어 우리 민주진영의 과제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행복을 기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을 통해 “민주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탈당 입장을 재차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한데 이어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후보가 패배하는 등 악재가 이어진 데다 최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친노 핵심 인사들에게 돌린 것 등이 탈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행은 19대 총선에서 부산 북구강서을에 출마했지만 김도읍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배한 뒤 휴식기를 가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돌아와 시민캠프 공동대표 자격으로 전국 유세현장을 돌며 문 후보 지지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난달 9일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는 패배의 주요 책임자로 문 전 대행을 지목했다. 위원회가 수치화해 발표한 대선 패배 주요 책임자 가운데 1위는 한명숙 전 대표(76.3점)이었고 문 전 대행은 64.6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보고서가 발표된 뒤 트위터 등을 통해 “영광입니다”라며 비꼬는 글을 올렸고, 함께 선거운동에 나섰던 명계남씨는 “중앙에서 느들(너희들)이 후보 옆에서 폼 잡고 철수 쪽 는치(눈치)보고 우왕좌왕할 때, 문성근 시민캠브(캠프)트럭 만들어 전국을 돌았다. XXX들아! 보고서 쓴 놈 나와!”라고 격렬하게 반발하며 탈당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던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 배우였던 명씨와 문 전 대행의 탈당으로 남은 ‘원조 친노’ 세력의 행보에 이목이 몰리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동원 탈당… 호남발 야권재편 신호탄?

    강동원 탈당… 호남발 야권재편 신호탄?

    전북 남원·순창의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이 2일 탈당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국회 입성에 이어 강 의원의 탈당까지 더해지면서 야권지형 재편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원내 제1야당이지만 고질적인 계파문제로 총선·대선에서 패배하고 흔들리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물론, 신당을 염두에 둔 안 의원, 여기에 지난해 총선 뒤 급격히 존재감을 잃고 있는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까지 모두 영향권에 들어 있다. 강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지역구엔 진보정의당 당원이 없어 지역위원회도 만들지 못한다”면서 “지역민심은 당을 탈당하라는 것”이라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무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면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합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 강 의원의 탈당은 호남발(發) 야권정계 개편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24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안 의원은 특히 호남에서 지지도가 높다. 안철수 신당이 출범하면 호남에서 10여석 이상의 의석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망대로 안 되더라도 적어도 기존의 ‘호남=민주당의 텃밭’이라는 공식은 흔들리게 된다. 강 의원도 “지금 호남 민심은 민주당이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견제세력이 양립되어야 지역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도 “기존에는 ‘그래도 민주당인데’라는 분위기가 호남에서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분위기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오는 10월 재·보선이 민주당과 안 의원의 호남 영향력을 판가름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재·보선은 호남을 포함해 충청, 수도권 등 전국적으로 10여석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4월 재·보선에서 후보 무공천으로 지난 대선의 정치적 빚을 갚은 민주당과 안 의원측이 정면승부를 펼치게 된다. 이어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거치면 힘의 우열이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에서 진보정당 역사상 최다의석인 13석을 얻으며 원내 제3당으로 떠올랐지만 당내 분란과 종북(從北) 논란으로 분당과 동력을 잃은 진보정당은 야권 재편의 직격탄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보정의당은 노회찬 대표가 의원직을 잃은데 이어 강 의원까지 탈당하면서 의석수가 5석으로 줄어 원내 제4당이 됐다. 야권의 새판짜기에 대해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정당 관계에, 더욱이 우리 쪽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 같은 반응에는 야권 분열로 인한 반사이익은 미미한 반면 안철수를 중심으로 한 야권 지지층 결합은 큰 위력을 보일 것이라는 경계감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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