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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화 이끌어 온 ‘숙명의 맞수’… ‘兩金 시대’ 역사 속으로 지다

    민주화 이끌어 온 ‘숙명의 맞수’… ‘兩金 시대’ 역사 속으로 지다

    현대사의 격랑 속에 때로는 동지로, 때론 맞수로 ‘숙명적 관계’를 이어 온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민주화 시대를 연 두 전직 대통령은 정치사에서 양김(兩金)으로 일컬어진다. 여기에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합치면 3김(三金)이 된다. 한국 현대 정치사는 세 사람의 협력과 갈등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양김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3김 가운데는 김 전 총리만 남아 3김 시대의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DJ는) 나하고 가장 오랜 경쟁 관계이자 협력 관계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특수 관계다.”(2009년 8월 김영삼 전 대통령,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면서) 22일 타계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일생을 되돌아볼 때 함께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숙명의 맞수’이자 ‘동지’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둘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과 맞선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는 든든한 ‘동지’였지만 권력 앞에선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경쟁자’였다. ‘양김’은 1970년대 유신체제하에서 야당의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고비마다 협력과 경쟁을 이어 갔다. 1968년 신민당 원내총무 경선을 시작으로 70년 대선 후보 경선, 87년 대선, 92년 대선까지 정치적 명운을 건 승부를 벌였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국회 등원은 훨씬 빨랐던 YS가 첫 승부였던 신민당 원내총무 경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맞붙었던 1970년 대선 경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승리하고도 결선투표에서 DJ에게 역전패했다. YS는 1971년 대선에서 DJ를 도와 “김대중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며 곧 나의 승리”라면서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95만표 차로 패배했다. YS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는 1984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결성했고 1985년 2월 총선에서 신민당의 극적 승리를 일궈 냈다. 양김은 대통령 직선제를 주장하며 6월 민주항쟁을 이끌고 직선제 개헌을 쟁취해 냈다. 하지만 협력은 여기까지였다. YS와 DJ는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실패한 뒤 DJ는 탈당해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양김은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고 대선에 뛰어들었고, 결국 정권 창출에 실패했다. 훗날 DJ는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 “너무도 후회스럽다”고 자책했다. YS도 DJ 서거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천추의 한이 됐지. 국민한테도 미안하고…”라고 회고했다. 이후 대립 구도는 가속화했다. YS는 1990년 1월 당시 여당인 민정당 및 김종필(JP) 총재가 이끌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결행했다. YS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고 했다. 집권당인 민주자유당의 후보로 1992년 대선에서 DJ와 마지막 대결을 벌인 끝에 먼저 청와대에 입성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던 DJ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제1야당 대표로 정계에 복귀했다. 1997년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돼 YS에게 권좌를 넘겨받았다. 양김은 1987년 단일화 실패 이후 2009년 DJ가 서거할 때까지 22년간 반목을 이어 갔다. DJ는 3당 합당 이후 문민정부에 이르기까지 YS를 비난했고 YS도 퇴임 후 DJ의 노벨상 수상까지 깎아내렸다. 두 사람은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조우’했지만 서로 외면한 채 다른 곳을 응시했다. DJ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독재’라는 표현을 써 가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자 YS는 “이제 그 입을 닫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YS가 사경을 헤매던 DJ를 문병한 뒤 취재진에게 “이제 화해한 것으로 봐도 좋다. 그럴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한국 현대사의 두 거목은 극적으로 화해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이건희 첫 사면·복권… 정주영과는 ‘사후 화해’

    이건희 첫 사면·복권… 정주영과는 ‘사후 화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재계 총수들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재계 총수로는 단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꼽힌다. 이 회장은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첫 번째 사면·복권을 받은 재계 인사다. 1996년 8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노 전 대통령에게 직무와 관련해 4회에 걸쳐 100억원을 전달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서울지법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회장은 항소하지 않아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개천절을 맞아 이 회장 등 경제인 23명을 특별 사면·복권했다. 이 회장에게는 첫 번째 사면·복권이었다. 반면 이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설화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건은 그가 1995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현지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정부를 일갈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문민정부 정권 실세와 관료들까지 이 회장의 베이징 발언에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재계 인사로 회자된다.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초기 당시 현대그룹이 큰 수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명예회장은 1992년 제14대 대선 당시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해 김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대선 패배 직후인 1993년 1월 정 명예회장은 출국 금지를 당한 데 이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직후 그는 의원직을 포기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를 두고 당시 재계에서는 일종의 보복 수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정 명예회장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사면·복권됐다. 김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정 명예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면한다”고 통보한 일 이외에는 별도 회동을 하지 않는 등 불편한 심기를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2001년 3월 정 명예회장이 타계하자 빈소를 직접 찾아가 아들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우리나라에서 대업을 이룬 분인데, 그런 족적을 남긴 분이 가시니 아쉽다”고 조문하며 ‘사후 화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상도동 가신그룹] ‘킹메이커’ 김윤환에 좌는 김동영 우는 최형우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인맥 계보는 상도동 가신 그룹이 핵심이다.  상도동계 핵심은 최형우·서석재·김덕룡·김윤환 전 의원, 김동영 전 장관, 서청원·김무성 의원 등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YS 집권을 전후한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중반 사이 정치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이들은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도 있다.  한국 정치사의 대표적 킹메이커인 김윤환 전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정무수석을 역임한 그는 문민정부 출범 때 대구·경북 의원들을 결집시켜 김영삼 정권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호 허주(虛舟)로 더 유명한 그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대권을 노렸으나 이회창 후보에게 투항하면서 꿈을 접었다. 이 후보의 대선 패배 뒤에는 “권력은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발언을 남겼고, 2000년 한나라당 공천 탈락 후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지만 낙선, 2003년 말 신장암으로 별세했다.  상도동의 ‘좌동영 우형우’ 가운데 한 명인 최형우 전 의원은 일찍 세상을 뜬 김동영 전 장관과 함께 YS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1971년 야당 신민당 소속으로 8대 국회 첫 배지를 달며 YS와 인연을 맺은 그는 YS 당선 이후 민자당 사무총장으로서 공직자 재산공개를 주도하는 등 변화와 개혁의 선봉에 섰지만 1994년 부천세무서 탈세 사건으로 경질됐다. 1996년 15대 총선에 당선돼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1997년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정계를 은퇴했다.  2009년 별세한 서석재 전 의원은 김동영·최형우·김덕룡과 함께 민주계 실세 4인방이었다. 164㎝의 단신인 탓에 ‘작은 거인’이란 별명으로 불린 그는 조직의 귀재였다. 1992년 대선 당시 나라사랑실천본부란 사조직을 이끌며 YS 당선에 일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를 총무처 장관에 발탁했으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4000억원 비자금설을 주장해 8개월 여만에 물러났다. YS는 이를 두고두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김덕룡 전 의원은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택하며 상도동계와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앞서 2007년 대선 경선 때 이명박 후보 지지 핵심멤버인 6인회 멤버로 박근혜 당시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1970년 신민당 총재 비서실장으로 정계 입문해 5선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반면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낙천, 총선 공천헌금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는 등 정치적 암흑기를 겪다 최근 복권돼 새누리당 상임고문으로 부활했고, 10·30 재보선을 통해 원내 복귀에도 성공했다. 기자 출신으로 민한당 국회의원 시절이던 1981년 YS와 처음 만난 그는 1989년 민주당 총재 비서실장, 1996년 신한국당 원내총무 등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2002년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 사건을 책임지고 탈당, 실형 선고를 받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연을 맺고 친박(친박근혜)계 원조 좌장 역할을 해 왔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현재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4·24 재보선으로 복귀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상도동계의 막내다. 1992년 대선에서 정책보좌역을 맡으며 YS와 첫 인연을 맺었다.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명도 보스 정치의 한복판이었던 상도동에서 정치 역정을 겪으며 얻게 됐다.  YS의 가신이자 대변인격으로 불렸던 박종웅 전 의원은 현재 대한석유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는 YS 퇴임 이후에도 대립했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연대21이라는 조직을 주도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원했지만 18대 총선 때 부산 사하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했다.  부인 손명순 여사는 한때 건강이 악화됐지만 최근에는 기력을 많이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대선 때도 고인과 함께 투표소에 나와 한 표를 행사했다. ‘YS 황태자’로 불렸던 차남 현철씨(전 여의도연구소장)는 지난해 총선 공천 때 경남 거제에서 낙천한 뒤 탈당해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소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권부의 핵심에 있었지만 집권 말기 조세포탈 혐의로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日언론 “악몽, 최악…” 고쿠보 감독 지략 싸움서 졌다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제패를 목표로 내걸었던 일본이 우승은커녕 결승 진출조차 실패했다. 경기 일정을 멋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자국인 좌선심을 배정하는 등 온갖 유치한 짓을 벌였지만 끝내 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다음날인 20일 일본 언론은 ‘악몽’, ‘최악’, ‘실패’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실망감을 표출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유력 일간지가 한국전 패배를 비중 있게 다뤘다. 스포츠 신문들은 1면에 고개 숙인 일본 선수와 관중, 일본의 결승 좌절 기사를 배치했다. 닛칸스포츠는 “‘사무라이 재팬’(일본 대표팀의 별명)이 한국에 역전패를 당했다”면서 “이대호의 적시타에 한국 벤치는 잔치판이 됐다”고 전했고 스포츠호치는 “고쿠보 히로키(44) 일본 감독이 ‘한 일’(一) 자 입모양을 하고 환희에 들끓는 한국 대표팀을 지켜봤다”고 적었다. 산케이스포츠는 “세계 랭킹 1위의 일본이 8위의 한국에 역전패했다. 불펜이 9회에 힘 한 번 못 쓰고 4점을 내줬다”고 안타까워했다. 언론은 특히 “고쿠보 감독이 투수 교체 시점을 놓쳤다”고 비난을 집중했다. 85구를 던져 11개의 삼진을 빼앗고 안타 하나만 내준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를 7이닝 만에 강판시킨 것과 9회 1실점 이후에도 투수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고집한 것을 패인으로 꼽았다. 고쿠보 감독은 경기 뒤 “오타니가 7회까지 막아준 걸로 충분하다고 봤다. 노리모토로 남은 2이닝을 막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8회까지는 우리가 완벽하게 잡은 경기였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졌다. 억울하다”고 털어놓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신자유주의 삼킨 사회 지독한 괴물을 내뱉다

    신자유주의 삼킨 사회 지독한 괴물을 내뱉다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파울 페르하에허 지음/장혜경 옮김/반비/288쪽/1만 7000원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은 지난 16일 박모(55)씨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했다. 지난해 말 동거녀를 살해한 뒤 끔찍한 방법으로 사체를 훼손한 박씨의 사이코패스 여부를 감정하기 위해서였다. 박씨가 당시 어떤 심리 상태에서 범행했으며 그 상태를 유발하는 근원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분석해 범죄의 고의성 여부 등을 따져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재판부의 뜻이 담겨 있다. 전문의의 문답형 정신감정 대신 뇌 영상 자료를 직접 재판에 활용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82)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평범한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간수 역할과 죄수 역할을 맡기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으로 인간 본성의 비밀스러운 밑바닥을 슬쩍 엿보기도 했다. 이렇듯 인간의 존재 및 본성에 대한 탐구는 인류가 지속되는 한 멈출 수 없는 과제다. 그리스 델포이 아폴론 신전에 쓰인 수천 년 된 글귀는 ‘그노티 세아우톤’(너 자신을 알라)이다.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1854~1891)도 마찬가지다. 그는 ‘나는 타자(他者)다’라고 썼다.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는 결국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고자 하는 간절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과제는 공통되지만 현상에 대한 접근 및 원인에 대한 진단도 제각각이고 그에 따라 내놓는 해법과 대안도, 당연히, 제각각이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일으키는 대량 학살, 테러, 묻지마 살인 등 각종 반사회적 범죄는 말할 것도 없다. 평범한 어른들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음해하고 비난하기 일쑤며 어린아이들도 학교 안에서 폭력, 왕따 등을 죄의식 없이 행하고 있다. 성과에 집착하는 교수나 연구자들은 논문을 베끼거나 실험 결과를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특정한 문제가 있는 몇몇 개인의 문제를 떠나 보편적인 윤리와 질서의 도착 현상과 그 배경이 된 제도적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벨기에 헨트대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현재 인류가 처한 세상을 ‘엔론 사회’로 규정한다. 2001년 수조 원대 회계부정 스캔들을 일으키며 9·11테러 못지않게 세계적인 충격을 줬던 바로 그 엔론 기업을 소환해 냈다. 스스로 ‘도발적인 명명’이라고 하면서도 이 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빚으로 산 우울한 향락’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엔론 기업에서 더욱 주목하는 부분은 최고의 생산성을 올린 직원에게 보너스를 몰아주고 생산성이 제일 낮은 10%의 직원은 해고하는 방식의 인사정책을 삼은 모습이다. 대규모 회계부정의 씨앗은 그렇게 뿌려졌고, 모든 직원이 성과 평가의 수치 조작 욕망에 내몰렸다. 이러한 ‘엔론 모델’이 여전히 상당수 기업에서 준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개탄하며, 주식시세표처럼 등수가 매겨지며 지식공장 또는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대학, 이윤을 남기는 기업의 가치를 좇는 병원 등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탐욕과 허영심이 빚어낸 신자유주의적 시스템과 능력주의라는 허구성에 기대 사회의 작동원리로 삼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거기에 인간 본성의 파괴에 대한 책임의 상당 부분을 묻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직설적으로 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기대 신자유주의적 체제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그는 철학과 윤리학, 종교학 등을 씨줄 삼고 뇌과학, 동물행동학, 정신분석학의 이론적 틀을 날줄 삼아 이를 차근차근 입증한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사회의 무한경쟁과 물신주의, 탐욕적인 이익 추구 등에 벌거벗겨진 채 내몰린 개인들은 능력주의와 패배주의라는 이율배반적 정체성을 갖고 두 극단을 오가게 된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나치 친위대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직접 지켜본 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저서를 남겼다. 그리고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전하는 한편 아이히만에게는 ‘무사유의 죄’를 물었다. 저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길들여지며 보편화되고 제도화된 악에 대해 ‘무연대의 죄’를 묻는다. 즉, 대안에 대해 냉소하며 공동체의 목표를 설정하고서 타인과 연대하지 않은 채 고립을 자초하는 개인의 책임을 묻고 있다. 문제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개인이 풀어야 한다. 연대가 혁명의 출발선이니까.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FIFA, 플라티니 징계 이의신청 기각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90일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이의신청이 FIFA 항소위원회에서 기각됐다. 플라티니 회장은 곧바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플라티니 회장의 대변인인 장크리스토프 알키에르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FIFA의 내부 절차를 마쳤으니 FIFA 내부 압력이나 선거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법원인 CAS에 사건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면서 “그는 여전히 FIFA 회장 선거에 차분하고도 확고한 후보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FIFA는 성명을 통해 “FIFA 항소위가 지난달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에게 내려진 자격 정지 처분은 윤리규정 등 제반 규정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것이라며 이의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내년 2월 회장 선거에는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를 비롯해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칼리파(바레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프랑스 외교관 출신인 제롬 샹파뉴, UEFA 사무총장을 지낸 지아니 인판티노(스위스·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치인 토쿄 세콸레 등 다섯 명이 FIFA 선관위의 사전 검증을 통과해 나선다. 플라티니 회장은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 초에야 사전 검증을 받게 돼 시간에 쫓기게 됐다. 한편 알리 왕자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FIFA의 미래를 위한 가장 뛰어난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블라터 회장에게 73-133으로 졌던 그는 “대륙별 연맹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바람에 패배했다”며 “더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프로농구] 빅터 터졌다… 모비스, KCC에 첫 승

    모비스가 4연승을 내달리며 선두 오리온에 2.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모비스는 1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커스버트 빅터의 22득점 10리바운드 더블더블 활약을 앞세워 85-66으로 이겼다. 함지훈이 15득점 7어시스트, 전준범이 3점슛 세 방 등 15득점 8리바운드 4스틸로 앞장섰다. 김수찬은 KCC의 주포 전태풍을 8득점으로 꽁꽁 묶었다. 모비스는 올 시즌 KCC에 당한 두 차례 패배를 설욕하며 최근 13경기에서 12승1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1쿼터 종료 1분 전까지 두 팀은 1점 차 리드와 동점을 되풀이했다. 종료 30초 전 김태홍이 3점슛을 터뜨린 뒤 신명호가 자유투 둘을 집어넣어 KCC는 순식간에 6점 차로 달아났다. 그러나 모비스는 빅터가 종료 직전 세컨드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으로 2점을 만회, 21-25로 뒤진 채 1쿼터를 마쳤다. 2쿼터부터 모비스가 힘을 냈다. 빅터가 이 쿼터에만 11점을 몰아넣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KCC는 2라운드 대결 때 모비스의 지역방어를 깨뜨린 김태술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절감해야 했다. 전반 종료 5분 30초 전 빅터가 골밑슛으로 31-31 동점을 만들었다. 그 뒤 김수찬이 3점포를 터뜨려 분위기가 급격히 모비스 쪽으로 넘어갔다. 모비스는 빅터와 전준범의 득점으로 10점 차까지 벌렸다. 빅터는 종료 직전 투핸드 덩크슛으로 승리를 예감케 했다. 3쿼터에도 모비스의 기세는 이어졌다. 초반 2분 30초 동안 모비스가 6점을 올리는 동안 KCC는 무득점에 묶였다. 함지훈과 전준범이 이 쿼터에만 11점을 합작하면서 한때 21점 차까지 달아났다. 4쿼터에도 이변은 없었고 모비스는 끝내 19점 차 완승을 거뒀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호남 민심은 왜…문재인을 싫어하나

    호남 민심은 왜…문재인을 싫어하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보다도 낮게 나온 ‘5% 지지율’은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제1야당에 대한 실망감 표출로 분석할 수만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4월 재·보궐선거 이후인 5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14%로 전월(21%) 대비 7% 포인트 하락한 뒤 10%대를 오가다 5%까지 내려갔다. 당 안팎에서는 호남 유권자의 이탈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문 대표가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리더십 위기에 봉착한 사이 눈을 돌려 호남 민심을 달랠 기회를 ‘실기’했다는 의미다. 야당은 10월 재·보선에서도 호남 유권자의 냉대를 재확인했다. 당시 문 대표가 직접 유세에 나선 곳은 경남 고성군수 선거뿐이었고, 수도권·호남 유세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대표로서는 호남의 기존 정치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반대로 호남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했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영남 출신’ 야권 대선 주자의 이미지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혁신위발(發)’ 부산 출마 요구 이후 문 대표의 행보가 더욱 부산·경남(PK)에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16일 당내 중도 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통합행동’이 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협력하는 ‘세대혁신비상기구’를 제안하고, 주류·비주류 주요 의원들이 포함된 ‘7인회’에서도 문·안 화합을 전제로 한 문·안·박(박원순) 공동체제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이 또한 영남 출신 인사들을 당 간판으로 내건다는 점에서 ‘호남 배제’라는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광주의 한 의원은 “부산에서 양말공장을 하던 아버지가 전남 판매상들의 외상 미수금 때문에 빚을 진 사연을 자서전 ‘운명’에 소개하는 등 문 대표의 행보와 발언 하나하나가 조금씩 쌓여 지금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18일 KBC광주방송국에서 목민자치대상 행사에 참석한 뒤 호남 지역 대학에서 특강에 나서 ‘호남 메시지’를 전한다. 이날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서울에서 신당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여는 날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또 일주일 뒤인 오는 25일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문 대표에 대한 호남의 해묵은 반감이 있지만 하지만 총선에 임박하면 다시 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모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승자 없는 ‘두부 전쟁’

    승자 없는 ‘두부 전쟁’

    ‘다 같이 잘살자’고 두부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두부 시장 축소로 나타났다. 시장점유율이 줄어든 대기업이나 되레 수익이 감소한 중소기업, 두부 선택의 폭이 좁아진 소비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됐다. 정교하게 시장을 분석하지 않고 ‘약자 논리’로만 접근하면 ‘윈·윈’이 아니라 ‘루저’(패배자)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진국 연구위원은 16일 내놓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이 포장두부 시장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두부 시장에서 대기업 매출액을 제한하면 곧바로 중소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기업 전략과 시장 메커니즘을 간과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두부가 중기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들의 시장 전략은 바뀌었다. 그동안 값비싼 국산콩 두부 시장의 파이를 키워 왔던 CJ와 풀무원 등은 수입콩 두부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수입콩 두부가 싸서 중기 적합 지정에 따른 ‘매출액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국산콩 두부 비중은 2011년 72%에서 지난해 64%로 낮아졌다. 반면 정책 효과를 볼 것 같던 중소기업의 두부 판매량은 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수입콩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수입콩 제품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되레 국내 콩 농가가 ‘가격 하락’이라는 불똥을 맞았다. 승승장구하던 두부 시장의 성장세도 꺾였다. 2012년 4000억원에 육박하던 포장두부 시장은 2013년 3600억원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기업 수익도 나빠졌다. 지난해 대기업 수익은 월평균 40억 7000만원으로 2011년(50억 5700만원)보다 19.5% 줄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수익이 5억 7600만원으로 2011년(7억 300만원) 대비 18.1%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국산콩 두부가 줄면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혜택(후생)도 뒷걸음질쳤다. 중기 적합 업종 도입 이후 소비자들은 월평균 24억원(연간 287억원)의 후생 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제품이 차별화돼 대체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적합 업종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하고,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중소기업 수익이 감소한 업종도 재지정에서 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이 끊이지 않아 국산콩 두부는 지난 2월 중기 적합 업종 재지정에서 빠졌다”면서 “다만 두부처럼 중소기업들이 힘겹게 만든 시장에 대기업들이 뒤늦게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하는 일이 계속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수치, 정권 이양받기 수순… 빅2도 “평화 지원”

    총선에서 압승한 미얀마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끄는 아웅산 수치 의장이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받기 위한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 미얀마 의회가 16일(현지시간) 제1당으로 부상한 NLD의 사실상 주인인 수치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권력 이양 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한 총선 이후 첫 의회 회의를 열었다고 AFP,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의회에 도착한 수치 의장은 총선 결과와 평화적 권력 이양 등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번 의회 회기는 현 의회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말까지 계속된다. 내년 2월 1일 출범하는 새 의회는 회기 시작과 함께 상원 및 하원 의장을 뽑고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다.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출된다. 상원과 하원, 군부 의원단이 1명씩 3명의 후보를 내 투표한다.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고 나머지 2명이 부통령이 된다. 수치 의장이 이끄는 NLD는 총선에서 압승했으나 영국 국적 아들을 둔 그녀는 외국 국적 자녀를 둔 국민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따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NLD는 총선 압승 여세를 몰아 이 조항의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수치 의장은 앞서 15일 투라 슈웨 만 하원의장과 만나 차기 정부 수립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수치 의장은 슈웨 만 하원의장에게 “(선거) 결과를 신속하게 수용해 줘서 자랑스럽다”며 “정권 이양에 많은 도움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슈웨 만 의장은 “수치 여사는 선거 결과를 신속히 수용한 데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한 뒤 나를 위로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부 출신의 실력자로 대통령 출마가 유력시됐으나 이번 총선에서 패배했다. 테인 세인 대통령,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과 함께 미얀마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자인 그는 현 여당 의원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정권 이양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법률을 폐지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세인 대통령도 이날 평화적 정권 이양을 전폭 지원할 것을 거듭 약속했다. 그는 NLD 대표들을 만나 “권력은 새 정부에 체계적으로 이양될 것”이라며 “이에 관해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나는 순조롭고 차분하게 이를 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현재 90% 이상이 개표 완료된 가운데 NLD가 상원 135석, 하원 255석, 지방의회 491석을 차지해 상·하원 의석 중 약 78%를 얻었다고 밝혔다.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상원 12석, 하원 29석, 지방의회 7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세인 대통령은 USDP의 완패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으나 군부의 동향이 정국 향방의 관건이다. 군부는 정·재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선거와 상관없이 상·하원 의석의 25%를 할당받고,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3개 주요 부처의 장관 임명권과 정보 권력의 핵심 요직을 독점하고 있다. 게다가 군부는 정치와 사회 조직은 물론 주요 기업들을 장악하는 등 재계에도 포진해 있다. 군부는 1990년 총선에서 NLD가 80% 이상의 지지를 얻자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적이 있다. 이런 만큼 수치 의장 진영이 정권을 평화적으로 이양받기 위해서는 군을 자극하지 않고 정치 안정을 이루는 것이 시급한 셈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승자 없는 ‘두부 전쟁’

    승자 없는 ‘두부 전쟁’

    ‘다 같이 잘살자’고 두부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두부 시장 축소로 나타났다. 시장점유율이 줄어든 대기업이나 되레 수익이 감소한 중소기업, 두부 선택의 폭이 좁아진 소비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됐다. 정교하게 시장을 분석하지 않고 ‘약자 논리’로만 접근하면 ‘윈·윈’이 아니라 ‘루저’(패배자)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진국 연구위원은 16일 내놓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이 포장두부 시장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두부 시장에서 대기업 매출액을 제한하면 곧바로 중소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기업 전략과 시장 메커니즘을 간과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두부가 중기 적합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들의 시장 전략은 바뀌었다. 그동안 값비싼 국산콩 두부 시장의 파이를 키워 왔던 CJ와 풀무원 등은 수입콩 두부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수입콩 두부가 싸서 중기 적합 지정에 따른 ‘매출액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국산콩 두부 비중은 2011년 72%에서 지난해 64%로 낮아졌다. 반면 정책 효과를 볼 것 같던 중소기업의 두부 판매량은 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수입콩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수입콩 제품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되레 국내 콩 농가가 ‘가격 하락’이라는 불똥을 맞았다. 승승장구하던 두부 시장의 성장세도 꺾였다. 2012년 4000억원에 육박하던 포장두부 시장은 2013년 3600억원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기업 수익도 나빠졌다. 지난해 대기업 수익은 월평균 40억 7000만원으로 2011년(50억 5700만원)보다 19.5% 줄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수익이 5억 7600만원으로 2011년(7억 300만원) 대비 18.1%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던 국산콩 두부가 줄면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혜택(후생)도 뒷걸음질쳤다. 중기 적합 업종 도입 이후 소비자들은 월평균 24억원(연간 287억원)의 후생 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제품이 차별화돼 대체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적합 업종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하고,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중소기업 수익이 감소한 업종도 재지정에서 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이 끊이지 않아 국산콩 두부는 지난 2월 중기 적합 업종 재지정에서 빠졌다”면서 “다만 두부처럼 중소기업들이 힘겹게 만든 시장에 대기업들이 뒤늦게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하는 일이 계속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프리미어12] 오심·화재 울화통…한심한 운영 분통

    [프리미어12] 오심·화재 울화통…한심한 운영 분통

    메이저리그 사무국 주도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항해 창설된 야구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가 졸속 운영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 15일 대만 타오위안, 인터콘티넨털, 티엔무, 두리우 등 4개 구장에서는 프리미어12 A조와 B조 예선 경기가 일제히 펼쳐졌다. 이 경기를 끝으로 12개 참가국은 리그전 방식의 예선을 모두 마치고 16일부터 8강 토너먼트 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도 16일 경기 시간과 장소가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도 미국에 2-3으로 패한 뒤 30여분 뒤에야 16일 오후 7시 30분 티엔무 구장에서 경기를 한다고 통보받았다. 8강 대진은 A조와 B조 상위 4개 팀이 지그재그로 엇갈리도록 이미 짜여 있었다. A조 1위와 B조 4위, A조 2위와 B조 3위가 만나는 식이다. 그럼에도 조직위가 예선이 끝나도록 장소와 시간을 결정하지 않은 건 홈팀 대만을 배려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통상 낮 경기보다 저녁 경기가 선수들 컨디션 유지에 도움되고 관중몰이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대만은 푸에르토리코와의 예선 최종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고 4-7로 패배, A조 5위(2승3패)로 탈락했다. 촌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과 쿠바의 8강 장소가 16일 새벽 인터콘티넨털 구장으로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티엔무 구장 3루 측 관중석에서 15일 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탓에 타이베이에 머물고 있는 한국은 버스로 2시간가량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앞서 지난 11일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B조 예선이 펼쳐진 타오위안 구장은 비 때문에 전광판이 고장 났다. 스코어와 볼카운트는 복구됐으나 팀과 선수 이름이 표기되지 않아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양 팀 감독 및 선수들은 상대 타순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경기를 펼쳐야 했다. 대회가 지나치게 주최국 편의를 봐준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 8일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이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게 대표적이다. 다른 예선 경기는 모두 대만에서 치르는데, 유독 이 경기만 삿포로돔에서 열어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의견이 많다. 이날 일본 선발이 평소 이 구장을 홈으로 쓰는 오타니 쇼헤이(닛폰햄)라서 의혹을 키웠다. 여기에 15일 한국·미국전에서 나온 결정적인 오심으로 인해 대회가 한층 얼룩졌다. 2-2로 연장 10회 초 2사 1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한 애덤 프레이저는 강민호의 정확한 송구로 명백히 아웃됐으나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결국 프레이저는 후속 타자의 안타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고, 한국은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호남 민심은 왜… 문재인을 싫어하나

    호남 민심은 왜… 문재인을 싫어하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9%)보다도 낮게 나온 ‘5% 지지율’은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제1야당에 대한 실망감 표출로 분석할 수만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4월 재·보궐선거 이후인 5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14%로 전월(21%) 대비 7% 포인트 하락한 뒤 10%대를 오가다 5%까지 내려갔다. 당 안팎에서는 호남 유권자의 이탈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문 대표가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리더십 위기에 봉착한 사이 눈을 돌려 호남 민심을 달랠 기회를 ‘실기’했다는 의미다. 야당은 10월 재·보선에서도 호남 유권자의 냉대를 재확인했다. 당시 문 대표가 직접 유세에 나선 곳은 경남 고성군수 선거뿐이었고, 수도권·호남 유세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영남 출신’ 야권 대선 주자의 이미지에 갇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혁신위발(發)’ 부산 출마 요구 이후 문 대표의 행보가 더욱 부산·경남(PK)에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16일 당내 중도 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통합행동’이 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협력하는 ‘세대혁신비상기구’를 제안하고, 주류·비주류 주요 의원들이 포함된 ‘7인회’에서도 문·안 화합을 전제로 한 문·안·박(박원순) 공동체제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이 또한 영남 출신 인사들을 당 간판으로 내건다는 점에서 ‘호남 배제’라는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 대표는 18일 KBC광주방송국에서 목민자치대상 행사에 참석한 뒤 호남 지역 대학에서 특강에 나서 ‘호남 메시지’를 전한다. 이날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신당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여는 날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또 일주일 뒤인 오는 25일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총선에 임박하면 다시 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모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김인식호, 승부치기 접전 끝에 패배

    프리미어12 대표팀이 야구 종주국 미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B조 예선 마지막 경기 미국전에서 승부치기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3승2패로 예선을 마친 대표팀은 B조 3위로 8강 토너먼트에 올라 16일 A조 2위 쿠바와 4강 티켓을 다투게 됐다. 앞서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멕시코를 연달아 잡고 3연승을 달리던 대표팀으로선 기세가 꺾인 아쉬운 한판이었다. 선발 김광현(SK)이 4와3분의1이닝동안 삼진 5개를 낚았으나 4안타 2볼넷으로 2실점(2자책)하며 지난 8일 일본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부진했다. 앞선 3경기에서 27점을 올리며 화끈한 감각을 자랑했던 타선도 상대 선발 지크 스프루일에게 막히는 등 힘을 쓰지 못했다. 대표팀은 초반 찬스가 있었으나 놓쳤다. 1회 1사에서 이용규(한화)가 기습번트에 이은 상대 실책으로 2루까지 갔지만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2회에는 선두 타자 이대호(소프트뱅크)의 볼넷과 민병헌(두산)의 안타로 2사 1·3루를 만들었으나 황재균이 3루 땅볼로 물러났다. 대표팀은 결국 선취점을 빼앗겼다. 4회까지 1안타로 호투하던 선발 김광현이 5회 갑자기 흔들렸다. 선두 맷 맥브라이드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조 스클라파니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2루에 몰린 김광현은 다음 타자 타일러 패스토니키에게 우전 적시타, 댄 롤핑에게 1타점 2루타를 잇달아 허용해 두 점을 빼앗겼다. 김광현은 1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고, 다행히 구원 나온 조상우(넥센)가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6회까지 무득점에 그친 대표팀은 상대 선발 스프루일이 내려가자 힘을 냈다. 이대호와 손아섭(롯데)이 바뀐 투수 존 처치로부터 연속 볼넷을 얻어냈고, 오재원(두산)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가 됐다. 민병헌이 투수 옆을 흐르는 2타점 중전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10회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10회 초 무사 1·2루에서 공격을 한 미국은 프레이저가 번트를 댔으나 선행 주자 2명이 모두 아웃되고 말았다. 하지만 프레이저가 심판의 오심을 등에 업고 2루 도루에 성공한 데 이어 다음 타자의 안타 때 홈을 밟아 결승점을 올렸다. 대표팀도 10회 말 무사 1·2루에서 공격을 했지만, 이용규와 김현수, 강민호가 차례로 범타로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황재균 MLB 눈도장 ‘쾅쾅’…한국, 베네수엘라에 13-2 콜드게임 승

    황재균 MLB 눈도장 ‘쾅쾅’…한국, 베네수엘라에 13-2 콜드게임 승

    한국이 복병 베네수엘라를 콜드게임으로 제압하고 8강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은 12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벌어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5 프리미어12 B조 예선 3차전에서 황재균의 연타석포 등 장단 14안타로 베네수엘라에 13-2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 대회 첫 콜드게임 승리와 함께 2연승을 챙겼다. 이 대회는 규정상 예선과 8강전까지 콜드게임이 적용되는데 5회까지는 15점, 7회까지는 10점 차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일본과의 개막전 패배 뒤 2연승을 달리며 8강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베네수엘라는 1승2패로 밀려났다. 한국은 13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4일 멕시코와 4차전을 치른다. 선발 이대은은 5이닝(투구 수 88개) 동안 삼진 6개를 솎아 내며 홈런 등 6안타 1볼넷 2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지난해 롯데에서 뛰었고 전날 미국전에서 혼자 5타점을 올린 루이스 히메네스를 3연속 삼진으로 압도했다. 하지만 150㎞를 웃도는 빠른 공과 포크볼이 가운데로 쏠리면서 장타를 허용한 것이 다소 아쉬웠다. 6회에는 오른쪽 손바닥 부상에서 벗어난 우규민이 시험 등판에 나서 2안타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버텼다. 7회에는 이태양이 3타자 연속 삼진으로 경기를 매조졌다. 황재균은 4타수 4안타 3타점의 맹타를 터뜨렸고 김현수는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뒤를 받쳤다. 하지만 박병호는 3타수 무안타로 부진을 떨치지 못했다. 전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꽉 막혔던 득점 물꼬를 튼 한국 타선은 이날 1회부터 폭발했다. 정근우의 안타와 손아섭의 번트 안타로 맞은 무사 1, 2루에서 김현수가 우중간을 가르는 통렬한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황재균이 적시타를 빼내 3-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호투하던 이대은이 3회 흔들렸다. 후안 아포다카에게 1점포를 내주고 그레고리오 페티트에게 적시타까지 맞아 2-3으로 쫓겼다. 그러자 한국은 4회 힘을 냈다. 황재균이 1점포로 포문을 열었고 강민호, 김재호의 연속 2루타로 2점을 보탰다. 다음 김현수가 적시타에 이어 2루 도루에 성공하자 이대호가 적시타로 불러들여 7-2로 달아났다. 한국은 5회 황재균의 연타석 솔로포로 다시 득점 행진을 벌였다. 1사 1, 2루에서 정근우의 적시타, 손아섭의 희생플라이로 10-2로 점수 차를 벌려 승기를 굳혔다. 한국은 6회 무사 1, 2루에서 나성범의 타구를 잡은 상대 3루수의 어이없는 1루 악송구로 주자 2명 모두 홈을 밟았고 오재원의 희생플라이까지 더해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한편 일본은 이어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같은 조 3차전을 4-2로 이기며 3연승으로 조 선두를 내달렸다. 도미니카는 3연패로 벼랑 끝으로 밀렸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즐라탄 내년 프랑스에서 스완송 부르게 될까?

    즐라탄 내년 프랑스에서 스완송 부르게 될까?

     즐라탄이 내년 프랑스에서 ‘스완송(Swansong·생애 마지막 걸작)’을 부를 수 있을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스웨덴 대표팀이 오는 15일 오전 영원한 라이벌 덴마크와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6 본선행을 노리는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치른다. 유로 2016 본선은 처음으로 출전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나 이미 20개국은 본선에 직행했다. 9개 조의 3위 팀 가운데 가장 승률이 좋은 터키가 본선에 직행하고 나머지 여덟 팀이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치러 본선 티켓을 손에 넣는다.   13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울레볼 스타디온에서 열리는 노르웨이와 헝가리의 1차전을 시작으로 유로 2016 PO가 시작돼 14일 같은 시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아일랜드, 15일 오전 2시 우크라이나-슬로베니아, 오전 4시 45분 스웨덴-덴마크의 1차전이 차례로 이어진다.   ● 스웨덴-덴마크(15일 오전 4시 45분) 이번 주에 통산 10번째로 올해의 스웨덴 선수로 꼽힌 즐라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스웨덴 대표팀의 주축이다. 최근 스웨덴 대표팀이 기록한 11득점 가운데 7골을 즐라탄이 뽑아냈다. 올해 만으로 서른넷이어서 유로 2016 본선이 자신의 마지막 A매치 대회가 될 것이라고 누누이 공언해왔다. 스웨덴은 G조 조별리그 3승3무2패를 거둬 I조의 덴마크와 똑같은 전적을 기록했다.   이번 대결은 덴마크 대표팀의 모르텐 올센이 마지막 지휘봉을 잡는 경기가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그 역시 유로 2016 본선행에 실패하면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18일 2차전이 열리는데 올센 감독은 “모든 것을 결정할 기회를 홈에서 갖는다는 게 날 기쁘게 만든다. 홈 관중 앞에서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것은 늘 특별한 뭔가가 된다”고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덴마크는 1992년 유럽선수권 챔피언에 올랐는데 당시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올라 그같은 영예를 차지한 유일한 전례를 간직했다. 조별리그 8경기에서 8골 밖에 못 넣어 즐라탄 혼자 기록한 8골과 똑같을 정도로 공격력이 빈약했는데 조별리그에서 5골만 내준 짠물 수비를 믿고 있다.   ● 노르웨이-헝가리(13일 오전 4시 45분) 두 팀 모두 참으로 오랜만에 유럽선수권 본선을 노크한다. 노르웨이는 2000년 대회 이후 15년 만에 토너먼트 진출을 노리며 헝가리는 1972년 대회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노르웨이는 헝가리에 1982년 이후 4승5무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점을 믿고 있다. 그런데 노르웨이는 지난 20년 동안 모든 홈 경기를 패배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최근 네 차례 홈 경기에서 2승2무를 기록한 상승세를 타 이번에야말로 그 악령을 떨쳐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베른트 스토르크 헝가리 감독은 “우리의 원정 경기 목표는 사흘 뒤 홈 2차전에서 우리가 유럽선수권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쿠스 페데르센이 10경기 11골을 집어넣어 노르웨이가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손꼽히고 헝가리는 주축 수비수 롤랑 주하시(32)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헝가리가 예선에서 얻은 득점의 89%가 세트피스가 아니라 오픈 플레이에서 나와 룩셈부르크와 나란히 가장 공격적인 팀으로 꼽혔다.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아일랜드(14일 오전 4시 45분) 아일랜드는 2연속 대회 본선행을 노린다. 조별리그 D조에서 독일을 1-0으로 제압하며 플레이오프행을 예약하게 만들었다. “실수해서는 안되며, 게임들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게임은 조그마한 방심도 용납될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다”   AS 로마의 미드필더 미랄렘 퍄니치와 공격수 에딘 제코가 버티고 있는 보스니아는 사상 첫 대회 본선 진출의 역사를 창조하겠다고 벼른다. 제코는 조별리그 7경기에 출전해 7골을 넣어 경기당 한 골씩 뽑았다.   메흐메드 바즈다레비치 감독은 “우리가 우리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보스니아는 조별리그 마지막 세 경기를 모두 이기며 극적으로 조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은 상승세를 믿고 있다. 아일랜드는 베테랑 공격수 로비 킨(35·LA갤럭시)을 앞세운다. 킨은 5골을 터뜨렸는데 지금까지 A매치 143경기에 나서 67골을 넣어 아일랜드 선수로는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 우크라이나-슬로베니아(15일 오전 2시) 우크라이나는 이전 다섯 차례 PO에 나와 한 번도 본선행의 꿈을 이룬 적이 없다. 더욱이 2무2패로 한 번도 슬로베니아를 꺾어본 기억이 없다. 유로 2000 PO에서도 맞붙어 슬로베니아가 1, 2차전 합계 3-2로 본선 티켓을 움켜쥐었다.   1차전은 홈으로 상대를 불러들이고 사흘 뒤 슬로베니아 원정에서 승부를 겨룬다. 미칼이로 포멘코 우크라이나 감독은 “물론 원정부터 떠나는 게 좋지만 우리는 대진표에 따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루슬란 로탄이 햄스트링을 다쳐 두 경기 모두 결장하는 것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프리미어12] 이래서 이대호

    [프리미어12] 이래서 이대호

    ‘빅보이’ 이대호가 꽉 막힌 속을 푸는 듯한 시원한 홈런포로 프리미어12 첫 승을 이끌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2차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7회 터진 이대호의 역전 홈런에 힘입어 10-1 승리를 거뒀다. 지난 8일 일본과의 개막전 패배를 딛고 첫 승을 신고하며 8강 토너먼트를 향한 첫 관문을 넘어섰다. 개막전에서 무기력한 영봉패를 당한 대표팀은 이날도 경기 중반까지 타선이 터지지 않아 답답한 상황을 연출했다. 1회 1사에서 민병헌이 몸 맞는 볼로 나갔으나 김현수의 병살타가 나왔다. 2~4회는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힘없이 물러났다. 박병호와 손아섭, 황재균, 김재호 등이 차례로 삼진을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메이저리그 출신 상대 선발 루이스 페레스에게 6회까지 단 1안타에 그치며 농락당했다. 대표팀은 결국 5회 선취점을 허용했다. 선두 타자 윌킨 라미레스에게 2루타를 내준 게 화근이었다. 라미레스가 장원준의 3구를 받아친 날카로운 타구는 중견수 이용규의 글러브에 닿았다가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이용규가 잡을 수도 있었던 타구였기에 아쉬움이 컸다. 곧바로 페드로 펠리스의 중전 적시타가 나와 2루 주자 라미레스가 홈을 밟았다. 그러나 루이스가 내려간 7회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다. 선두 타자 이용규가 볼넷을 얻어 걸어 나갔고, 다음 타자 김현수의 땅볼 때 2루까지 내달렸다. 뒤이어 들어선 이대호가 바뀐 투수 펠릭스 페르민의 2구를 걷어 올려 좌측 담장 뒤에 꽂아 넣었다. 기세가 오른 대표팀은 8회 초 강민호와 김재호, 정근우의 연속 안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김현수가 싹쓸이 3루타를 날려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대호는 깨끗한 좌전 적시타로 김현수까지 홈에 불러들이며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경기는 앞서 치러진 베네수엘라-미국전이 비로 지연된 탓에 예정보다 50분 늦은 오후 7시 50분에 시작됐다. 양 팀 모두 제대로 몸도 풀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나가는 등 열악한 조건에서 경기가 열렸다. 대표팀은 12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베네수엘라와 3차전을 치른다. 한편 국제야구연맹(IBAF) 세계랭킹 10위 베네수엘라는 2위 미국에 7-5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해 KBO 롯데에서 뛰었던 루이스 히메네스(베네수엘라)가 5득점의 원맨쇼를 펼쳤다. A조에선 쿠바가 네덜란드를 6-5로 꺾고 첫 승을 올렸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신태용호 8개월 만에 ‘쓴맛’

    신태용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부임 8개월 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 신태용호는 11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 첫 경기 모로코전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이후 12경기 연속 무패(9승3무) 행진을 달렸으나 중단됐고, 3월 취임한 신 감독도 9경기 무패(7승2무)가 마감됐다. 신 감독은 김현(제주)과 박인혁(프랑크푸르트)을 전면에 내세운 4-4-2 전술을 가동했다.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올림픽 대표팀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합류한 권창훈(수원)은 미드필드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패스미스가 이어지면서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전반 5분에는 상대 장신 공격수 카바 함자에게 결정적인 침투를 허용하는 등 수비진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은 결국 전반 27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우리 우측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카바 함자가 페널티지역 좌측을 돌파한 뒤 수비수가 없는 공간으로 공을 돌렸고, 아차바 카림이 왼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대표팀은 반격에 나섰으나 모로코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전반 42분 여봉훈(질 비센테)의 헤딩슛이 수비수에 맞고 골대를 살짝 비껴갔다. 후반 투입된 황희찬(FC리퍼링)은 11분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24분에는 날카로운 헤딩슛을 날렸으나 골에는 실패했다. 후반 45분 지언학(알코르콘)의 강력한 슈팅도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대표팀은 13일 콜롬비아, 15일에는 홈팀 중국과 맞붙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슈틸리케호 오늘 월드컵 2차 예선 미얀마전…11경기 연속 무패·한 해 최다승 도전

    슈틸리케호 오늘 월드컵 2차 예선 미얀마전…11경기 연속 무패·한 해 최다승 도전

    35년 만의 ‘한 해 16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강한 압박’을 앞세워 미얀마전에 나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미얀마를 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5차전을 펼친다. 지난 10일 손흥민(23·토트넘)과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의 가세로 최상의 전력을 갖춘 슈틸리케 감독은 15승 고지에 오르기 위한 필승 전략을 수립했다. 대표팀은 미얀마에 이어 오는 17일 라오스까지 잡으면 1980년 이후 처음으로 16승을 달성하게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즐겨 쓰던 ‘4-2-3-1’ 전술 대신 ‘4-1-4-1’ 카드를 내밀 것으로 보인다. 미드필더 자원을 보다 공격적이고 탄력 있게 운용하는 공격형 대형이다. 미얀마의 밀집수비에 대비해 미드필더부터 강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심산이다. 대표팀은 지난 6월 미얀마 원정 때도 4-1-4-1 전술을 사용해 2-0 승을 거뒀다. 슈틸리케 감독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상대보다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1차전보다 많은 찬스를 만들겠다”면서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전략적으로 플레이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격수들부터 수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축구를 구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원톱 공격수에는 지난달 쿠웨이트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쳤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다시 받은 석현준(24·비토리아FC)의 재기용이 점쳐진다. 좌우 날개는 구자철과 남태희(24·레퀴야)다. 그러나 손흥민과 이청용(27·크리스털팰리스)은 부상 재발을 우려해 후반에 교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권창훈(21·수원)이 올림픽대표팀으로 빠진 중앙 미드필더로는 이재성(23·전북)이 주장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26·빗셀 고베)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백라인에는 왼쪽부터 김진수(23·호펜하임)-김영권(25·광저우 헝다)-곽태휘(34·알힐랄)-장현수(24·광저우 푸리)가 늘어선다. 골키퍼 장갑은 이번 경기가 끝나면 군사훈련을 받게 될 김승규(25·울산)가 낀다. 슈틸리케 감독은 권창훈 등 일부 선수가 빠진 데 대해 “누가 출전하든 항상 제 몫을 해 왔다”면서 “11명뿐 아니라 22명 모두가 주전”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지난 9월 라오스와의 2차전 당시 3만명의 관중이 화성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내일도 이 같은 장면을 봤으면 좋겠다”며 팬들의 응원을 당부했다. 미얀마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48위)보다 한참 아래인 161위다. 월드컵 예선 G조에서는 11일 현재 1승1무3패(승점 4)로 4위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4승7무5패로 앞선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위르겐 클롭 ‘일찍 경기장을 떠난 팬들 보며 너무나 외로웠어’

    위르겐 클롭 ‘일찍 경기장을 떠난 팬들 보며 너무나 외로웠어’

    지난 10월 리버풀의 감독으로 부임한 위르겐 클롭이 프리미어리그 데뷔 후 첫 패배를 기록했다. 리버풀은 지난 8일(현지시간) 홈 구장 안필드에서 펼쳐진 2015-16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에서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1-2 패배를 기록했다. 그는 경기 종료가 10분 남았음에도 일찍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을 지켜보며 상당한 외로움을 느꼈지만, 팬들에게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클롭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스카이 스포츠'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빈 경기장을 둘러보며 순간 상당한 외로움을 느꼈다. 하지만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는 것에 실망스럽지 않다. 그들에게는 이유가 있다."며 "경기 종료 휘슬 소리가 울리기 전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기에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도록 우리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후 6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던 클롭의 리버풀. 그는 "오늘 밤 많은 긍정적인 면을 봤지만, 결국 우리는 지고 말았다. 우리는 세밀한 부분에서 집중력을 잃어 지고 말았다. 절대적으로 패할 필요가 없는 경기에서 져 기분이 좋지 않다. 우리에겐 경기에서 승리할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며 첫 패배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서 "만약 우리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줬다면 오늘 경기는 정말 중요한 경기가 됐을 것이다. 오늘 밤 꼭 보여줘야 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우리가 졌다."며 "선수들과 나는 오늘 패배에 책임이 있다. 더 잘할 수 있다면,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길 수 있다면, 이겨야만 한다. 축구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라 말했다. 클롭 감독은 이번 패배를 통해 팬들에게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리버풀은 10일간 A 매치 휴식기를 가진 뒤, 11월 21일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 시합을 하게 된다. 과연 클롭 감독 말대로 맨시티전에서 일찍 경기장을 떠나는 팬들을 잡아 놓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최용석 유럽축구통신원 fcpoint@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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