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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린 사이버 2001] (4) 反윤리 사이트

    “전 정말 이 세상에 왜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저를 괴롭히는 수많은 친구들 속에서 죽지 않고선 헤어나올수 있는 방법이 없네요.이 사이트에 와서 결심했습니다.며칠 후에 전 죽은 제 사촌언니의 곁으로 가려고 합니다…” “제가 드디어 메일 친구와 죽기로 했습니다.날짜는 6월XX일….이런 세상에 살기가 싫어 먼저 갑니다.할아버지를따라, 할머니를 따라…가족과 친구들을 두고 저 먼저…” 지난해 12월 인터넷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20대 2명이 동반자살한 사건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해 전국민을 충격속으로 몰고 갔다.자살사이트는 한때 급속하게 확산되다가 지난 3월을 고비로 주춤해지기 시작했다.정부의 단속으로 폐쇄되거나 물밑으로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안티(反)자살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자살이라는 반윤리적이고 병리적인 사회현상을 막으려는취지에서 등장했지만,이 마저도 또 다른 자살사이트로서의역기능을 하고 있다. 앞의 두 글도 바로 자살방지 사이트게시판에 올려진 내용이다. ◆자살 사이트에서 자살 커뮤니티로=자살사이트는 주춤해졌지만 일부 유명 커뮤니티에는 자살관련 커뮤니티가 많이 활동하고 있다.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자살’이라는단어가 들어간 동호회가 50여개나 된다.회원 수는 두명에서부터 200명이 넘는 곳까지 다양하다.염세적이거나 ‘사의 찬미’같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그러나 이들 커뮤니티는 카페나 동호회 등 철저한 회원제 형태로 운영돼 쉽게눈에 띄지 않는다.그들만의 은어를 사용하면서 공감대를넓혀나가고 있으며,당국의 단속도 교묘히 피해나가고 있다. 체험 공유,동반자살 구인,자살 유도·조장,자살미화,자살방법 소개,자살사이트 소재 안내,명사들의 자살소개 등 내용은 다양하다.청소년을 순간적인 충동의 희생양으로 내몰수 있는 위험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가공할 폭탄제조사이트=지난 2월 대구 사제폭탄 폭발사건으로 위험성이 부각됐다.경찰이 국립과학연구소에 의뢰해 폭탄사이트의 제조법대로 만든 사제폭탄의 폭발력을 실험한 결과 부탄가스폭탄,테니스공 폭탄 등은 인명살상의가공할 위력을 보였다.니트로글리세린폭탄과 표백제 폭탄등은 너무 위험해 시험에서는 빼야 했다.폭탄사이트 등장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청소년들의 단순한 지적호기심에서 출발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폭탄 사이트를 보고 실제로 되나 안되나 실험하는 차원에서 실행하는 일이 잦아 그위험성이 잠재해 있다. ◆반윤리·반사회적인 사이트들=기절사이트,성폭행사이트,군대기피 사이트까지 등장했다.얼마 전에는 친구의 목을졸라 실신시키는 ‘기절게임’이 나와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이들 청소년들에게 기절게임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그냥 재미로’라는 대답이 상당수다. 그런가하면 지난 1월에는 충남에서 한 고교생이 영리목적으로 아동포르노 사이트(일명 로리타사이트)를 개설한 사건도 발생했다.엽기사이트는 시체나 손가락,목 절단 등 신체상해,수술장면,러시안룰렛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최근엔 근친상간과 동성애,강간 등 왜곡된 성(性)을 소재로한 일본판 패륜게임까지 등장해 물의를 빚고 있다.‘미소녀 게임’‘야겜’‘변태켐’ 등으로 명명된 이들 게임은소녀 주인공을 빈방 등에 가둬놓고강간에 성공하면 이기는 방식으로 돼있다.사행심 조장사이트,청소년성매매,언어폭력,도박사이트,몰래카메라(몰카)도 수없이 인터넷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온·오프라인 범죄로 확대=재생산 지난 3월 광주광역시에서 한 중학생이 초등학생 동생을 살해했다.3학년인 이학생은 중1때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지기 시작해 하루에 3시간 이상 잔인하고 폭력적인 내용의 온라인 게임을 해왔다.이 학생은 폭탄사이트에도 자주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온라인 게임중독에 따른 병리적 현상으로 분석한다.지나치게 몰두하면서 현실과 사이버현실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단속과 애정·관심이 병행돼야=해결 자살방지 사이트에올려진 앞의 글을 보면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이 그대로드러난다.이 글의 주인공은 주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당해 심각한 혼돈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음을 쉽게 알 수있다. 따라서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청소년 성매매 등의 환경에 노출돼있는 청소년들을 이런 것들과 차단시키려는 노력이 따라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사이버 세계가인간의 파괴본능을 자극하는 도구로 작용하는 만큼 생명의존귀함을 인지시키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평택대 신학과 안명준(安明俊) 교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한번 밖에 못사는 이 땅위의 삶이 가상공간의 세계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면서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감시와 고발을 주도할 NGO(비정부기구)의 활동이 대안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출기자 dcpark@. ***“폭력성 게임 청소년에 큰 해악”. “자살사이트만 해도 같은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끼리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어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팀장인 양근원(梁根源·38) 경정은 반윤리적이고 범죄적인 사이트에 대한 단속의어려움을 털어놓았다.그는 “얼핏 봐서는 건전 사이트와불건전 사이트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고말했다. 상당수가 점조직 형태로 커뮤니티를 구성한 뒤 대화가 진전되면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들만의 공간’으로 옮겨가기 일쑤여서 시간을 갖고 접근해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성소멸이 잦은 수십만개,수백만개의 커뮤니티를 뒤져 반윤리적 사이트를 찾아내기란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라고 토로했다. 양 경정은 얼마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됐던 자살·폭탄제조 사이트에 대해서는 “현재 소강상태”라면서 “그러나 잘 안보이는 곳에서 활동하는 10∼20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윤리적 사이트들의 경우 현행법 위반인 경우가있고,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2원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포르노사이트나 도박사이트는 곧 바로 사법처리쪽으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반면 다른 반사회적·반윤리적 사이트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 유관기관들과 협조,해당 사이트 폐쇄나 내용 삭제 등을 모색하고 있다. 양 경정은 반윤리적 사이트 가운데 폭력성 게임을 으뜸으로 꼽는다.“범죄 통계를 보면 폭력성 게임에 빠져 전과자로 전락하는 청소년이 1년에 수백명”이라면서 “게임산업 육성명분에 밀려 적극적으로 청소년 유해물로 판정하지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대출기자. ***반윤리 사이트 체크. ◆방문목록을 통해 확인. 인터넷 브라우저에는 이용자가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 드나들었는 지에 대한 기록이 차례로 남는다.인터넷 브라우저를 실행한뒤 상단에 있는 ‘목록보기’ 버튼을 누른다→화면 왼쪽에 그동안 해당 PC의 이용자가 들어갔던 인터넷사이트의 목록이 날짜별로 나타난다→자살 폭탄 포르노 등관련 사이트가 목록에 포함돼 있는지 살펴본다. ◆임시 인터넷파일을 통해. 확인 인터넷 브라우저는 나중에 같은 사이트에 접속할 때의 편의를 위해 쿠키(Cookie·방문기록)나 그림파일 등을임시로 저장하기 때문에 여기에도 흔적이 남는다. 윈도 바탕화면 등에 있는 ‘윈도탐색기’를 실행한다→내컴퓨터-C드라이브-윈도(통상 C:WINDOWS, C:WIN98 등)밑에 있는‘Temporary Internet Files’라는 폴더로 들어간다→그안에 들어있는 ‘Cookie:abc@’ 같은 형태의 쿠키 문서나 ‘logo.gif’같은 형태의 그림파일을 유심히 살펴보면 포르노 사이트 등의 접속여부를 알 수 있다. ◆두 곳에 아무런 정보도 기록돼 있지 않을 때. 인터넷 브라우저에서는 ‘도구-인터넷옵션’메뉴를 통해방문기록이나 임시 인터넷파일 등을 손쉽게 지울 수도 있다. 때문에 자녀가 오랫동안 인터넷을 해왔는데도 PC안에각종 이용기록이 없다면 혹시 남이 볼까봐 일부러 지웠을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어린이 인터넷, 천국 혹은 지옥으로의 초대

    초등학생이 자살 사이트를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폭탄제조 사이트를 만들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잔인한 ‘엽기 동영상’도,강간을 내용으로 한 패륜 게임도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퍼져 나간다.소프트웨어를 불법배포하는 와레즈 사이트의 운영자중에도 초등학생이 있다. 온라인 게임으로 밤을 새우고 낮에 학교에서는 잠만 자기도한다.새로운 시대를 향한 혁명으로 불리는 인터넷,어린이들에게는 정말 위험하기만 한 곳일까? 사실 인터넷은 음란물 등 불량정보에 대해 무방비 상태나다름없다.많은 부모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컴퓨터를 아이들방이 아닌 거실이나 안방에 둔다거나 성인자료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물론 일부 부모는 아예 ‘컴퓨터 접근금지령’을 내리기도한다.하지만 이런 방법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강제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호기심 왕성한 요즘아이들에겐 오히려 참을 수 없는 유혹일 뿐이다. 그러나 부모가 조금만 신경쓴다면 인터넷은 위험한 놀이터가 아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면 야후 꾸러기(kr.kids.yahoo.com), 주니어네이버(jr.naver.com) 등의 어린이전용 포털 사이트를 처음부터 길잡이로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학교 공부나 숙제에 대한 내용을 찾는 것도 좋지만 세계 유명 박물관들의 인터넷 사이트나 사이버 수족관,동물원,게임,만화관련 사이트등도 자주 둘러보며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것이 좋다. 최근 사이버 교육이 유행하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사이트도 많이 생겨났다.대표적인 경우가 영어 학습 사이트. 그림과 재미있는 동화를 배경으로 이야기에 빠져들며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다.가장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어린이들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이다.새달부터 14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시 부모의 동의를받도록 한 규정이 시행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관련 사이트는 이에 대한 준비가 돼있지 않은 실정이다.아이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할 경우가 생길 때반드시 부모에게 알리도록 사전교육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불량정보에 접할까봐 걱정하고 개인정보 보호에도 신경 써가면서까지 인터넷을 사용하도록해야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대답은 ‘그렇다’이다. 아이들에게 인터넷은 아무리 꺼내 써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보물창고와 같다.불량정보가 두려워 아예 인터넷과 컴퓨터를 봉인한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밖에되지 않는다. 김세진 kdaily.com기자 torquey@
  • [대한포럼] ‘네티켓’ 바로 세우려면

    “인터넷 공간에서는 아무도 당신이 강아지인 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컴퓨터와 모뎀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그 사람이 설령 강아지라고 하더라도 아무도 알아 차리지 못한다는 뜻이다.미국에서 한때 유행한 이 말은 사이버공간의 익명성(匿名性)과 비대면성(非對面性)을 날카롭게꼬집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 덕분에 인종이나 국적,성별,종교,빈부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그래서 인터넷에연결된 상대방이 사람이란 사실을 간혹 잊게 한다. 또 이로인해 인터넷 이용자들은 주고 받는 메시지가 사람의 음성이아닌 스크린상의 문자정보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서로얼굴을 대하지 않고 의사 소통이 가능한 매체의 속성에 편승해 음란하고 무례한 행동을 하고,현실 공간에서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용인받을 것이란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요즘 들어 각종 온라인 게시판이 ‘언어의 시궁창’이라고불릴 정도로 비방과 욕설로 얼룩지고, 사이버 공간이 범죄와 비행,음란,유희의 블랙홀로 전락한 것은 인터넷의 익명성에서기인한 측면이 크다.여기에 현실 공간의 도덕적 해이까지 가세하면서 인터넷 공간이 문자 그대로 무법천지의온상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기존의 윤리 의식을 인터넷에 적용시키지 못하는 이른바 ‘윤리 지체현상’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우리 상황이 그다지 한가한 것같지 않다.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동반 자살하고,게임 중독 후유증으로 동생까지 죽이는 현실을 두고 ‘윤리 지체’ 운운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인식이다.더욱이 살인과 강간을 다룬 일본판 패륜게임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요즘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인터넷 예절과 질서는 지키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네티켓’은 더 이상 선택수단이 아니다.이제는 ‘인터넷 아노미(Anomy)’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고민하여 해결책을 모색할 때다.우선 어른들이 나서야한다.자녀가 부모로부터 가치관이나 행동,예절을 배우듯 ‘네티켓’ 교육도 1차적으로 가정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 어른들은 왜 사이버 공간이 청소년위주의 쾌락 지향적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그것은 다름아닌 어른들의 무관심 탓이다.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익혀 토론회나 동호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함으로써 인터넷이 청소년만의 유희 공간이 아닌 모든 사람의지적활동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그럴때 비로소 사이버 공간에 질서가 자리잡기 시작할 것이다. 학교도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하루 속히 초·중·고교육과정에 ‘네티켓’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개설해야 한다.학교가 ‘네티켓’ 교육에 얼마나 뒷짐을 지고 있는지는초·중·고 정보화교육 가운데 정보통신윤리에 관한 내용이전체의 2.5%에 지나지 않은 데서 잘 알 수 있다. 그래 놓고학생들의 비행과 탈선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비정부기구(NGO)와 정부기관,사회 지도층 인사는 연대기구를만들어 ‘네티켓’ 바로 세우기운동을 벌여야 한다.사이버공간은 속성상 매우 개인적이라는 점에서 정부 주도의 캠페인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그런 만큼 NGO가 주축이 되어 백서발간과 윤리강령 제정 등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영국에서 비영리 단체인 ‘인터넷감시재단(IWF)’이정부 위임을 받아 사이버 공간의 치안 유지 역할을 충실히수행하고 있는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인터넷 질서 회복은 교육과 감시만으로 단기간에성과를 내기 어렵다.따라서 자율 규제 방안의 하나로 우선통신서비스사업자가 자체적인 ‘사업자 행동강령’을 제정,운용토록 권장하되 잘 지켜지지 않을 경우 사업자들의 관리소홀 책임을 묻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인터넷이 동반 자살이나 성폭력의 단초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꼴을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리라고 본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
  • ‘네팔 왕가 몰살’ 음모설 증폭

    지난 1일 밤 발생한 네팔 국왕 일가 집단학살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폭력시위가 격화하면서 5일 이틀째 통금령이 내려진 가운데 왕실내부 쿠데타,외세 개입 등 온갖 음모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군주제에 반대하는 네팔내좌익반군및 정부 관료 연루설과 힌두교 왕정을 반대하는 인도 개입설 등 각종 음모론 가운데 가장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은 새 국왕에 취임한 갸넨드라 부자(父子)에 의한 왕실 쿠데다설. 왕위계승 순위에서 밀려있던 갸넨드라가 국민적 신망이 높은 이튼칼리지 출신 엘리트인 조카 디펜드라 왕세자를 ‘미치광이’패륜아로 몰면서 권력을 찬탈했다는 이야기다.세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현대판 추리다. 갸넨드라는 디펜드라 왕세자가 사망한 뒤 4일 왕위에 올랐지만 대관식장은 ‘썰렁함’그 자체였다. 당초 왕실 고위 관리들은 디펜드라 왕자가 가족들의 결혼반대에 격분,만취상태에서 부왕 등 왕실 일가에 총을 겨눠몰살시키고 자신도 자살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디펜드라는사건 몇 시간 전 정부 관리들과 담소하며 스포츠경기상황을 점검,‘멀쩡’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건 당일 왕실 만찬에 갸넨드라 신임 국왕과 아들인파라스 샤 왕자만 불참한 것도 의혹이다.만취 상태인 디펜드라가 어떻게 정확히 목표물을 명중시킬수 있었는지,아무제지도 받지 않고 디펜드라 왕자 혼자 10여명을 죽일 수 있었는지,왜 왕가 직계 가족만 죽고 왕실 다른 직원들은 안죽었는지 등도 수수께끼다.병원에 실려간 디펜드라의 총상이 등뒤에 있었으며 이는 디펜드라 역시 살해 대상이었다는추정이 돌고 있다. 네팔 언론들은 갸넨드라의 아들 파라스 샤 왕자도 공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파라스는 지난해 가을 교통사고로 네팔의 인기 대중가수를 죽였다는 의혹과 함께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인물로 부자가 함께 권력찬탈을 꾀했다는 추측이다. 디펜드라의 신붓감 데브야니 라나가 현재 모습을 감춘 것도 신상의 위협 때문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비극의 단초를제공한 여인으로 당초 알려졌으나 사실은 음모속에 죽어간연인의 비보를 숨어서 들어야만 했던 비극의 주인공 ‘오필리아’라는 것이다. 갸넨드라 신임 국왕은 4일 TV 성명에서 “케샤브 브라사드우프댜야 법원장이 지휘하는 조사위원회가 참극이 빚어지게 된 배경을 조사할 것”이라며 사흘안에 사건 진상 규명을 약속했지만 네팔 국민들을 납득시킬지는 의문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엽기 인간’ 아버지 납치하다

    팝칼럼니스트로 알려진 이무영씨가 감독 신고식을 치른다.12일 개봉되는 ‘휴머니스트’(제작 베어엔터테인먼트)는 웃음과 엽기를 얼기설기 한데 엮어놓은 영화다.N세대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엽기에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법 등 시중의 유행코드들은 죄다 끌어안다시피 했다. 주인공 마태오(안재모)의 가족구성부터 ‘엽기’다.먼저 아버지(박영규).겉으로는 신앙심 깊은 군 장성 출신이지만 알고본즉 순난봉꾼.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못말리는 변태 성욕자로 둔갑한다.마태오는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다.도피성해외유학에서 돌아와 어떻게 하면 병역 면제를 받을까 그궁리만 하면서 빈둥댄다. 마태오에게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두 친구가 있다.그들도‘엽기 인간’이다.어릴적 개에게 물려 고자가 돼버린 유글레나(강성진),머리를 다쳐 지능이 멈춰버린 아메바(박상면).음주운전을 하다 경찰관을 죽여 궁지에 몰린 마태오는 아버지를 납치해 돈을 뜯어내기로 친구들과 작당한다. 영화속 등장인물들 중에는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제목에조롱과 야유가 출렁이는 셈이다. 생매장을 하고 도끼로 사람을 찍어죽이기 예사인 이 영화가서너해 전쯤 나왔으면 어땠을까.국내 엽기영화의 문을 열었던 ‘조용한 가족’ 즈음에 나왔더라면 화제가 됐을 수도있다. 그러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이리 꼬고 저리 꼬는 코미디를 너무 많이 봐버린 관객들에게 영화는 빛을 잃는다.얼떨결에 시작된 납치극이 우연을 거듭하며 판을키워가는 전개도 빤히 ‘수’가 읽힌다.박상면 특유의 어벙벙한 표정연기도 더는 새로울 게 없다.패륜,불륜,매춘,지역차별 등 신문 사회면에 단골로 오르는 사회성 짙은 메시지들이 난무한다.하지만 그것들을 영화적 재미로 돌려놓는데는 감독이 요령부득이었다는 느낌이다.
  • [사설] 기초생활보장제 보완해야

    부양능력이 있으면서 부모를 보살피지 않은 자식들을 상대로,국가가 부모에게 지급한 생계비를 환수하는 조치에 나섰다.경기도 평택시는 지난해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실시에 따라 생계비를 지급한 가구 가운데 부양능력이 있는자식을 둔 19명을 가려내 그동안의 지급액을 돌려줄 것을요구했다.국가가 대납한 생계비를 강제 환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다른 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자식의 기본 도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더라도,국가가 부모를 돌보지 않는 자식에게 제재를가하는 것은 당연하다.특히 경제능력이 없는 부모를 악의적으로 방치하는 현대판 고려장을 막기 위해서도,부당한 사례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부모가 일찍 이혼해 부모·자식의 관계가 사실상 단절됐다”거나 “젊은 시절 부모들이 자식을 버렸는데,이제와 부양할 책임이있느냐”는 등의 항변이 최소한의 인륜마저 저버린 패륜을정당화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번 구상권 청구가,정부와 일선 자치단체들이 실시 7개월에 접어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운영상의 허점과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보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기초생활보장제는 “국민 모두가 기본생활은 영위해야한다”는 취지에 따라 빈곤층에게 최저 생계비를 지원하는제도다.근로능력이 없는 빈곤층에게는 조건없이 돈을 지원하고,근로능력자에게는 직업훈련 등 자활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이른바 ‘생산적 복지’를 구현하는구체적 접근방식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대상자 선정의 문제점도 그 중 하나다.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제도가 가짜 빈곤층을 양산하고,‘놀고 먹어도 되는’ 방편으로 악용된다면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지원대상 저소득층이 근로의욕을 갖고 생산활동에나설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중앙 정부,자치단체,지역 자활단체·사회복지센터 등이 모두 나서 일자리와 자활훈련 정보를 주고받는 네크워크를 구축하는 데힘을 모아야 한다.또 생계비지원 대상자들이 자활 활동에적극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원방식 및 기간을 차등화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가구별 형편과 사정 등을 따져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 등의 항목을 세분화하거나 지원기간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상자 조사·선정,자활프로그램 지원의 업무를 맡고 있는 자치단체의 사회복지사를 늘리고,처우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 [대한광장] 엽기적인 너무나 엽기적인

    서해를 다녀왔다.새로운 21세기의 화사한 주말 봄날과 서해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는 궁합이다.그런데도 내가 사는 해 뜨는 동쪽 바다를 떠나 해지는 서쪽 바다로 다가갈수록 절반 이상 구멍이 뻥 뚫려 있던 마음자락이 조금씩뜨뜻해지는 걸 느꼈다.경부고속도로를 버리고 호남고속도로로 접어들면서 마침 산마루 쪽으로 비스듬히 기우는 햇살이 한가한 들판을 비추고 있었는데 맹렬한 한낮의 노역을 풀어헤친 듯한 그 빛과 열기는 본연의 다사로움과 부드러움을 회복하고 있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나라 안에서 일어나고있는 엽기적인 사건들의 대부분이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듯 하다.그것도 산업화 바람을 타고 급성장한 도시에서발생한 사건들이 많은데 토막 살인이니 존속살해와 같은끔찍한 일도 이제 더 이상 신문 사회면의 머리기사가 아닌걸 보면 그 가공할 반인륜에 이미 우리는 항체가 생겨 버린 게 아닌가 싶어 우울해진다. 살인 체험을 위해 잠자는 제 동생을 아무렇지 않게 죽였던 사건이나,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만난 여학생을 자신보다 행복해 보였다는 이유로 살해했던 사건이나,극심한 증오심의 발로는 아니었다. 함부로 침 뱉는 자신을 나무라는 아버지를 골목 밖에까지쫓아가며 칼로 찌른 최근의 패륜 사건도 단순한 모멸감이사건의 동기였다.그만한 일에 격정이 치미는 것도 그렇지만 그것을 스스로 삭이지 못하는 제동 불능의 상태에 우리모두가 와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아찔해진다. 사소한 시비로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 놓고 싸우는 것은 다반사고,앞지르기 경쟁을 하다 사냥총으로 사람을 쏘아 죽인 경우까지 있었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대도시에살고 있는 나는 산업화의 소용돌이를 타고 급성장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빈틈없이 우후죽순으로 솟은 고층건물 때문에 제대로 된 하늘과 산을 한 눈에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쉴새없이 쏟아지는 시끄러운 소리와 더러운 공기는 귀와 코를 틀어막게 만든다.거리의 간판들만 보아도 건물의 위 아래를 빈틈없이 꽉 채운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색깔과 구호들이 마치숨구멍을 틀어막는 듯 답답하다.광고물 부착에 따른 기준이 있을 것인데 해당 관청의 눈에는 저것들이 보이지 않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온갖 것들이 제 존재를 과시하려고 앞다투어 어지럽게 나열된 도시에서는 사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운동장 가득 모인 학생들이 모두 제 이름을 소리쳐 외치는상황과도 흡사한 광적인 충만이 있을 뿐이다.심각한 것은대도시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상황에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인데 이런 불감증은 신체에 국한되지 않고 가치관을 좌우하는 정신적 잣대까지도 둔감하게 만들어 버린다. 나는 가끔 이 난잡한 도시 한 복판에서 아직 돌지 않고사는 내가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그렇게 무덤덤하게적응해 가는 것이 엽기적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들보다 더엽기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끔찍한 그것들을 사소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는 얼마나 더 엽기적인가. 이 좋은 봄날,남들이 다 가는 꽃길을 두고 심심하게 해저무는 서해로 갔다 온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서해를 벗어나 동해로 돌아오는 길은쉴새없이 파헤치고 허물고 넓히고 높이고 가로지르는 것들로 소란스러웠다.이것이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이 아닌가 싶었다.도로를 넓히지 않아도로 사정을 해결한 몇 군데 외국의 예를 우리는 본받을필요가 있다.극심한 정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어느날자가용을 팽개치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사람들의 건강과 도시환경과 경제사정은 그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밑도 끝도 없는 열광과 노기를 진정시키는 데 드는 노력은 그 전의 수십 배 수백 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그렇더라도 우리는 다시 심심하고 조용해져야 한다.무릇 욕망은무한하고 그 욕망이 담길 그릇은 유한하다.그 그릇을 오래사용하고 싶으면 욕망의 수위를 유한하게 조절하는 길밖에 없다. △최영철 시인
  • 어거지 갈등·패륜만이 시청률 올리기 묘약인가

    병살만 면해다오,싶던 타자가 역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비유가 좀 과한지 모르겠으되 지난주 KBS-2TV ‘태양은 가득히’가 주말극 격전장에서 MBC ‘엄마야 누나야’를 눌렀을때 KBS드라마국은 온통 그런 축제지경이었다.3일 25.8%대 24. 0%의 시청률로 첫 앞지르기의 감격을 맛본 ‘태양…’은 4일 32.2대 24.7까지 ‘엄마야…’와의 격차를 벌이며 내처달렸다(TNS 미디어 코리아 자료).신문들 스포트라이트가 한몸에 쏟아지는 황홀경도 누려봤다. ‘태양…’이 연기자·스탭 가릴 것없는 황금 라인업의 ‘엄마야…’를 따돌리리라 예측한 방송관계자는 거의 전무했다. 초반 라운드부터 ‘엄마야’의 싱거운 승리였고 ‘태양…’은 방송사,종사자,신문 방송면 등이 어울려 엮어내는 방송산업의 ‘화제 제조-시청률 증폭 회로’로부터 일찌감치 밀려났다. 그간 30%고지를 날아오르려는 ‘엄마야…’를 번번이 낚아채며 둘간의 차이를 10%안짝으로 묶어온 것은 그러니까 전적으로 ‘태양…’의 저력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스토리 요약만으론 전형적 별볼 일없는 통속극 ‘태양…’은 성의있는복선 설정, 휴머니티 물씬 밴 인물들,제법 통찰력 느껴지는대사진행 등으로 일부 골수팬도 생길만큼 나름의 흡인력을내뿜어왔다. 그런 ‘태양…’이 시청률 왕관을 쓰면서 오히려 비난의 화살세례를 뒤집어쓰고 있다.본격적 ‘배신’국면에 접어들어갈등 고조를 위한,위험하거나 어거지식 전개가 잇달고 있기때문.어머니에 대한 깊은 증오심에도 불구,고뇌하는 양심이살아있던 민기(유준상)가 동생의 죽음 하나로 하루아침에 복수의 화신이 돼 임신한 애인을 버리고 재벌 딸을 선택한다. 어떻게 치장해도 수십번도 더 우려먹은 낡은 수법이다.멀리갈 것도 없이 옛 KBS주말극 ‘젊은이의 양지’가 어룽댄다. 버림받았다고 약을 먹는 지숙(김지수),친구 민기에게 칼부림하는 호태(박상민),동생 민정의 뜬금없는 사고와 뇌사 할 것없이 극단적 선악대비,자극과 우연의 남발로 온통 뒤덮인 지난주였다.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시청률이) 가난해도 (인물이 따뜻했던) 옛날이 좋았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고영탁 PD는 “당초 호태와 민기,두남자의 선굵은 우정과 용서를 다룬 ‘버디드라마’로 가려 했다”고 한다.그러나 갈수록 선이 굵어지는 것은 갈등과 패륜뿐이며 그 서슬에 드라마의 맛샘이었던 인물과 휴머니티는 날로 모지라지는 듯하다. 자극제 투여와 시청률간 상관고리는 진정 아무나 끊지 못하는 건가. 손정숙기자 jssohn@
  • [여성 선언] 설에 생각해보는 가족문제

    설날을 이틀 앞두고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었다.다시 불어닥친 국가경제 한파로 가계마다 쪼들리는 주머니 사정과 심리적 불안감은 높아만 가는데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귀성행렬이 줄을 잇는다.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이건,가까이 모여 산 식구건 간에 모두 한자리에 모이고자 하는,귀소본능에 가까운 우리의 설 풍경이다. 어렵고 힘들수록 더 찾게 되는 가족.‘가족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라는 보편적 믿음이 우리마음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음을 본다. 하지만 그 믿음만큼 현재 우리사회의 가족들이 정말 편안한 안식처인가 자문해 보면 그 답은 아닌 경우가 오히려 많다.부부와 부모-자녀간에,그리고 형제자매간에 소외와 불신이 생기고 심지어는 학대와유기현상도 자주 일어난다.평범한 가족일지라도 원활한 대화소통이이루어지지 않고 서로의 관계와 역할에서 갈등이 존재해온 지 이미오래다. 특히 경제적 위기로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지면서 이제까지 안으로만 곪던 가족의 문제도 본격적으로 표면화하기 시작했다.실직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이혼·별거중이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으며,매일 994쌍이 결혼하고 323쌍은 이혼한다는 1999년 인구동태 통계 결과나,청소년의 상당수가 가출을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듯이 가정해체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라 가족구조도 바뀌고 가족관계도 변화해 왔지만,달라진 가족 구조와 기능에 맞는 적절한 역할과 관계를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족 내에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치유할 능력이 없으므로 생기는 현상이다. 진짜 가족의 위기는 단순한 이혼율의 증가에 있지 않고,사회는 이미엄청나게 변해가는데 권장하는 가족윤리와 가치관은 예전 전통시대의것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는 데에 있다.그러니 버림받는 노인 아닌 부모가 없고,패륜아·이기주의자가 아닌 자식이 없는 상황이다. 사회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같은 ‘가족지체’의 예가 바로 설을비롯한 명절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명절증후군’.가족 모두가 즐겁게 보내자고 모이는 명절에 병명까지 생겨났다. 명절이나 제사때 대부분의 여성은 성차별을 가장 심하게 느끼고 스트레스도 크게 받는다.하루종일 부엌에서 음식 장만하느라,상차리느라 바쁘지만 정작 차례에는 참여하지 못하기도 하고,남자들은 집안일인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놀고 먹기만 하는 모습.성별이나가족간 서열에 따라 분명히 위계질서가 잡히는 가부장적 명절문화부터 바뀌지 않는 한 명절에 가족불화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명절뿐만이 아니라 일상사에서 중장년층 여성들은 이미 가족이 더이상 남편이나 자식만을 위한 안식처가 아님을 알고 있고 효부·열부상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이버공간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신세대에게 가부장적 서열과 인고의 논리는 가족내에서도 더 이상 통할 수가 없다.우리사회의 가족은 현재 전쟁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상처투성이인 우리 가족의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내 가족은 어떻게변화해야 하는지 이제 진지하게 살펴보고 같이 의논하고 노력해야 한다.가족 구성원끼리 사랑 존중 평등 책임과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다른 가족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구체적인 실천방법이 중요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지난해부터 펼치는 건강가족을 위한 열가지약속운동을 소개하겠다.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자.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갖자.같이하는취미활동을 만들자.집안일을 나누어 하자.집안의 중요한 일은 함께결정하자.함께 지킬 규칙을 서로 상의하여 만들자.각자의 자기계발을격려하자. 사회봉사 활동에 함께 참여하자.우리가족의 전통을 이해하고 새롭게 만들어가자.우리가족의 날을 정하자”새해에는 가정마다 이 약속들을 실천하기를 바란다. △권수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
  • MBC ‘온달‘제작진 기자간담회

    꽤나 답답했나 보다. 지난 21일 MBC ‘온달왕자들’ 제작진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섰다.허준호,최명길,김지수 등 주요 출연자들도 동석했다. ‘온달왕자들’은 파행적인 인물 설정,패륜적인 대사가 판치는 ‘엽기 드라마’로 연일 신문지상에서 매타작을 당하고 있던 터였다(대한매일 18일자 17면 보도).‘기자들 보기가 신물이 날 법도 한데’ 내심 궁금증을 품고 나간 간담회 분위기는 역시 무거웠다. 기자들의 첫 질문은 “방송은 언제쯤 끝납니까”였다.다소 지친 표정의 조중현 PD는 “당초 2월말 예정이지만 4월까지 연장될 가능성도있다.시청자들의 원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시청률이 괜찮으면방영이 늘어나는 게 이 바닥 생리”라고 자조했다. 작가 임성한씨와의 불화도 실토했다.무리한 줄거리와 대사를 순화시켜달라고 읍소도 해보고 몰래 대본을 바꾸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면글 못쓰겠다”며 작가가 몇주간 잠적하는 소동도 겪었다고. “저도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사람으로 비쳐지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연출가에게 더이상 ‘돌’을 던질수 없어 작가쪽으로 말문을돌렸다. 현재 임씨와는 연락도 제대로 안되는 상태.전화기를 끈 채 일체의 인터뷰도 거절하고 있다.필요할 때면 이재갑 CP에 팩스로 “전화기 열어 놓겠다”고 통보하는 식이다.임씨는 50%가 넘는 공전의 시청률을기록한 MBC ‘보고 또 보고’를 썼던 인물.98년 드라마극본 공모에당선돼 베스트극장 ‘솔로몬 도둑’ 등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출연자들도 곤혹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감독님과 연기자들이 다고통스럽다. 그렇다고 드라마의 골조를 뒤흔들수는 없지 않느냐”라는 의견에 “밥먹는 시간에 하는 드라마라고 아름답고 깨끗한 얘기만하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불만도 뒤섞였다. 분명한 점은 시청률이 받쳐주는 한 ‘온달왕자들’은 계속 방영된다는 것.어떻게 보면 결론은 간단하다.시청자들이 합심해 일제히 채널을 돌리든지,작가가 제정신을 되찾든지. 허윤주기자 rara@
  • 독자의 소리/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안동댐 입구 잔디공원에 가면 큰 돌에 새긴 시문 두 가지를 볼 수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11월 문화인물로 선정한 ‘정부인 안동 장씨’시비다.이문열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기도 한 정부인 안동 장씨(1589∼1680)는 퇴계학파의 정통을 이은 유학자 경당 장흥효 선생의 따님으로 석계 이시명 선생의 부인이며,갈암 이현일 선생의 모친이다.시문과 서예에 능할 뿐 아니라 자녀교육에 귀감을 보인,신사임당에 버금가는 진정한 어머니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시비에 새긴 글은 장씨부인이 십여세 무렵에 지은 시로 ‘경건한몸가짐을 다짐하며’란 ‘敬身吟(경신음)’이란 시다. 身是父母身(신시부모신)敢不敬此身(감불경차신)/此身如可辱(차신여가욕)乃是辱親身(내시욕친신) ‘이 몸은 바로 어버이 몸,어찌 이 몸 공경치 않으랴./이 몸을 욕되게 하는 일 있으면,바로 어버이 몸 욕되게 함이리니.’ 제 자신이 소중하기에 낳아주신 부모님이 소중하다는 효(孝)의 본질인 ‘경신(敬身)’ 즉 스스로를 공경하는 마음이 효라는 것을 말하고있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산업정보화의 급격한 물결 속에 인간성 상실과물질 만능주의,인륜도덕의 붕괴로 반인륜적인 패륜범죄가 끊이지 않는다.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이웃을 사랑하겠으며 부모에게 효도하겠는가. 부모에게 효도함은 인륜의 으뜸이다.그리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마음이야말로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추스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믿는다.사회·경제적으로 어수선한 이때 이 한편의 시문은 우리에게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우리 모두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효의 본뜻을 되새겨 건강하고 밝은 가정과 사회를 만들기에 온힘을 다해야할 것이다. 이경섭[대구광역시 중구]
  • “그때 왜 그랬는지 내가 너무 미워요”

    “지금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311호법정.피고인석에 들어선인천B중 3학년 이모군(15)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최후진술을 했다. 이군은 지난 9월13일 지하철 2호선 시청역 계단에서 77세 노인을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이군은 범행동기가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노인으로부터 야단 맞은 데 대한 분풀이여서 ‘엽기 패륜아’로까지 불렸다. 이군은 “어머니도 옆에 계신데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고 노인이‘가정교육’ 운운하는 바람에 순간 흥분했던 것 같다”며 거듭 후회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張海昌)는 이날 검찰이 단기 3년,장기5년형을 구형한 이군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하기로 결정했다.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무척이나 고심한 듯 이례적으로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장 부장판사는 “실형을 선고하기에는 이군의 나이도 어리고 깊이반성하고 있는데다 지금까지의 학교생활도 모범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건이 사회에 끼친 충격을 감안할 때 집행유예로 석방하기도 역시 힘들다”고 송치결정 이유를 밝혔다.유족대표인 숨진 노인의 아들 염모씨(41)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교육에 책임을 느낀다”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도 고려됐다.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면 이군은 소년원에 수감되거나 2∼3년 정도 보호관찰 처분을 받게 된다.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면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나이 어린 이군에 대한 재판부의 배려다. 재판과정을 지켜본 한 법원 관계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격한 행동도 문제지만 나이 많다는 이유로 함부로 행동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서로를 좀 더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10·26은 민주회복 위한 거사”

    “10·26은 민주회복을 위한 쿠데타적 거사로 김재규는 ‘패륜아’가 아닙니다” 정해구(丁海龜·45)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 시해 21주년인 26일 “우리나라 민주화 이행과정의 출발점은10·26”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26 당시 김재규씨의 구명운동을 벌였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신부들이 제공한 많은 자료들을 열독한 뒤 더욱 이러한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밝혔다. 재판과정에서 김씨의 일관된 발언,증언을 확인하고 단순 권력욕이 아닌 국가거사를 위한 행동이었음을 확신하게 됐다.‘10·26재평가와김재규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가 전날 기독교회관에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주제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정교수는 10·26은 ‘민주화 이행과정의 계기’로 역사·정치적 평가가 내려져야지 ‘김재규는 배덕자’식의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평가로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정교수는 김씨가 썼던 ‘민주’‘민권’등의 붓글씨 사진과 그의 구명운동을 촉구했던 서울대,성균관대 대학생 등을 포함,국민들의 두꺼운 서명집을 보여주면서 “독재자였던박정희에 대해서는 기념관을 세우려는 등 우상화작업이 추진되는 마당에 21년이나 지난 10·26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내려지지 않아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창수기자 geo@
  • ‘지하철 패륜’ 10代 구속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7일 지하철 전동차에서 꾸지람을 한 70대 노인을 뒤쫓아가 떠밀어 숨지게 한 중학생 이모군(15·인천 B중)을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군은 지난 13일 오후 7시쯤 인천행 지하철 1호선 전동차에서 염문호씨(77·서울 마포구 성산2동)로부터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듣고 시청역에서 염씨를 뒤쫓아 내린 뒤 역구내 지하철 2호선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염씨의 등을 걷어차 넘어뜨려 숨지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
  • [기고] 사랑과 격려로 하는 교육개혁

    며칠 전 미국에 사는 초등학생 조카가 방학을 맞아 서울에 와서는 “우수 학생으로 뽑혀 클린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고 자랑한 일이있었다.그 조카는 아주 우수한 학생도 아니고 또 미국에서는 그 상이 별로큰 것이 아니란 사실도 알고 있었으나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8년 전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우리나라의 교육환경과 문제점,해결책에 대해많은 생각을 하던 차에 접한 소식이었기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필자는 중·고교 시절 내내 뭔가에 ^^기는 듯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지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공부를 못했거나 특별히 사회성이 부족해 그랬다기 보다는부모님을 흡족하게 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어린이들이 사회에 적응하여 사회가 원하는 사회인으로 자라도록 교육하기 보다는 대학이 세워놓은 기준에 맞는 학생을 고르기위한 입시 위주의 제한적인 제도라 생각한다.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식을 사랑과 격려로 그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 보다는 자식 중에 좀더 똑똑하게태어난자식을 고르려는 부모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이것은 문제아 자녀를키우는 것과 같으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패륜적 범죄의 유형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잔혹하게 되는 원인이다.이것이 우리가 어린 자녀들을 사랑과 격려로 교육해야 하는 이유이며 교육개혁의 방향이 이러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격려에 기반을 둔 교육개혁은 어떠한 모습일까.첫째 우리청소년을 쉽게 평가해서는 안된다.가능성이 무궁한 청소년들을 18세라는 제한적 시기에 ‘수능’이라는 편협한 기준을 적용해 평가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평가 기준이 무엇이든 예컨대 16세부터 19세까지에서 ‘수능’을 치르게해 그중 제일 좋은 점수를 쳐주는 제도를 채택할 순 없을까.또 수능의 종류를 사회 특기자 수능 등과 같이 가중치를 다양하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수능시험의 종류를 구분할 수는 없을까.우리 자녀들의 고유한 재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들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이같은 평가를 평가하는 기관에서 점수에 허용 공차를 두어 기관마다 다른 평가 기준을 채택할 수는 없을까.우리 사회를 실수가 용인되는 풍토로 바꿀 순 없을까.어린 아이는 실수를 하는 법이다.이것을 인정하고 이까지도 평가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대학의 고착된 서열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대학의 고착된 서열 경쟁을 불허해야 한다,서열 경쟁은 맹목적인 수능성적의 피라미드를 향해 돌진하다 상처받는 어린이를 양산하는 시스템이기때문이다.청소년들이 마음껏 공부하여 자신을 연마하고 가능성을 발견할 수있게 하기 위하여 대학의 경쟁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이를 위해 우선 국립대의 등록금을 사립대와 같게 만들어야 한다.또 재능이 뛰어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국립장학금을 만들 수는 없을까.이 방법은 가장 우수한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는 국립대와 생존을 위하여 몸부림치는 사립대와의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필요조건이다. 또 우리 어린이를 다양하게 특성화된 대학에 들어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며,그것만이 그런 대학에 들어간 우리 자녀의 재능을 인정하는 부모의 마음인것이다.그후에 그런 학생에게 대통령이 쓴 사랑과 격려의 편지를 줄 수는 없는 것일까. 필자가 방황하던 젊은 시절에 대통령의 격려 편지를 받았다면 좀더 훌륭한과학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허무한 상상을 하며,이제 우리 자녀의 무한한 재능을 고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서윤호 울산대교수·산업공학
  • [대한시론] 건강한 정신풍토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을 눈앞에 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너무나 어수선하다. 어떻게 이 사회가 이렇게 황량해졌을까.매스컴을 통하여 나날이 보도되는참사들은 우리 모두를 당혹케 한다. ‘돈을 마음껏 써 보기 위해’ 여러 생명을 살해한 젊은이,부모를 살해하고토막내어 쓰레기통에 버린 패륜아,새나라 건설을 힘있게 약속했던 젊은 ‘선량’들의 실망스런 모습 등등…. ‘제2건국’과 남북평화 공존의 새 여명을 바라보는 오늘 우리사회의 모습이 왜 이렇게 개탄스러울까?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단답은 없다.오늘의 역사현상은 이 때까지 누적되어온다차원적 원인들이 상호 작용하여 만든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포괄적으로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정신풍토가 병들어가고 있는데 그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진단된다. 사람은 자연풍토 속에서 육체적 삶을 영위하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 살펴보면 정신풍토의 영향하에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사람은 산수(山水) 등의 자연환경과 기후의 영향에 못지 않은 정신적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한시도 떠나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물질이라는 수단을 갖고 자기 정신을 구상화한다.문자,예술작품,문학작품,심지어 사회제도,정치조직 등 삶의 모든 것이 정신이 외형화된 형태이다. 그러나 사람의 정신은 선과 악의 양면성이 있다.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충동이 있는가 하면 극단적 이기심,권력욕,명예욕 등이 사회발전을 저해할 수있다. 그러면 이렇게 다양한 인간의 충동들-곧 선하고도 악하며,이타적이면서도이기적이고,합리적이면서도 불합리하고,인정이 있으면서도 잔인한 욕구로 가득찬-을 보다 건전한 풍토로 이끌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이 질문의 해답은 극히 간단하다.즉 한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이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 정신풍토가 정화한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의 지도층이 그 반대의 길을 걸어온 결과가 오늘날 돈을위해 사람들의 생명을 무참하게 해치고 자기 부모를 살해하는 젊은이들을길러낸 것이 아닌가? 지도자란 권력과 금력을 가진 사람들만을 지칭하지 않는다.그 수에 관계없이 사람들에게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가정에서의 아버지,어머니,학교에서의 선생,직장의 장,교회의 당회원,예술가 등등…. 그러고 보면 40여년간 교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쳐온 나의 책임은 더욱 크다는 사실을 실감한다.지난 40년간의 교직 생활에서 키워온 제자들이 이제 우리 사회의 주도세력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교사로서의 나의 모습이 과연그들 마음에 표본으로 비춰졌을까? 교육은 단순한 지식전달의 수단이 아니다.그것은 미래사회를 이끄는 인재-바른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있다.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신풍토가이지경이 된 가장 근본 책임은 나와 같은 교직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남과 북의 만남과 통일의 여명을 기원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체제의 비인간성을 힐난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대오(大悟)하여야 할 것이다.나 스스로가 일일삼성(一日三省)하는 반성이 있어야겠다. 이스라엘의 선지자 아모스가 부르짖었던 것과 같이 ‘정의가 하수(河水)와같이 흐르는’ 정신풍토를 우리가 조성할 때만이 그 위에 통일 조국이건립되는 역사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李 元 卨 기독교학교연맹
  • 이도학교수 신간 ‘궁예 견훤 왕건과 열정의 시대’서 강조

    궁예는 패륜아가 아니다.그는 도탄에 빠진 백성에게 미륵불의 도래를 예고하며 현세에 이상향을 이루려고 한 급진 개혁주의자이다. 진훤(견훤)은 역사의 패자(敗者)다.그렇다고 해서 용렬하거나 무능하지는 않았다.그도 왕건처럼 연호를 사용했고 대왕을 칭했다.다만 승부에서 졌을 뿐이다. 왕건은 물론 한반도 재통일을 이룰만큼 걸출한 위인이다.그렇지만 그를 성인(聖人)처럼 미화한 것은 역사가 이긴 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백제 고대국가 연구’‘새로 쓰는 백제사’등 백제사 관련 역저들을 잇따라 발표해온 이도학교수(국립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가 이번에는 후삼국사를 정리했다.최근 발간한 역사교양서 ‘궁예 진훤 왕건과 열정의시대’(김영사)가 그것. 후삼국시대는 우리 역사연구에서 가장 소외된 시기였다.그동안에는 통일신라의 종말 또는 고려의 탄생과 얽혀 부수적으로 언급될 뿐이었다.따라서 이교수의 이번 저서는,논문의 정밀한 틀을 벗어났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를 총체적으로 조망한 첫 역사서란 점에서 가치가 높다.게다가 TV드라마와 각종 소설류 발간으로 ‘왕건 붐’이 일어난 가운데 대중에게 그 시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을 만하다. 이교수는 후삼국 시기를 “우리나라 역사상 단연 박진감 넘치고 생기 가득찼던 시대”라고 꼽는다.그 까닭은 “천년왕국 신라를 지탱하던 골품제의 사슬이 끊겨 신분이나 혈통이 아닌 능력이 중시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따라서 “민족의 에너지와 개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산한,그래서 궁예 진훤 왕건이라는 걸출한 영웅 3명이 역사의 전면에 선 시대”라고 강조한다. 이교수는 세 영웅의 삶의 궤적을 섞어짜가며 후삼국사를 재구성한다. 신라 왕자로 태어난 궁예는 승려로 떠돌며 민초들의 곤궁한 삶을 체험한다. 그는 지방호족들의 수탈로부터 농민해방을 선포했고 기존 불교의 폐해를 통렬하게 비판했다.그는 하층 농민들에게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궁예와자웅을 겨룬 진훤은 경북 문경의 농민 출신.군인의 길을 택한 그는 전남 순천만(灣)에서 근무하며 해적소탕에 발군의 공을 세워 기반을 닦았다.이 시기 그는 순천만을 통해 오가는 당나라 무역선,유학생·유학승에게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운다. 한때 통일신라 영토의 3분지2를 차지한 궁예가 결국 왕건에게 쫓겨난 원인은 무엇일까?궁예는 처음 ‘고구려 부흥’을 내세웠으나 세력이 확대되자 백제와 신라계까지 포용하려고 했다.또 저항세력에게는 피의 숙청을 단행했는데 이같은 일들이 황해도와 경기도 북부의 옛 고구려 출신 호족들을 불안케 했다.이들이왕건을 중심으로 뭉쳐 반기를 들었다는 게 이교수의 해석이다. 이밖에 ▲왕건과 진훤이 황제(또는 대왕)를 칭했다▲통일신라는 알려진 것보다 통합이 덜 된 상태였다▲왕건은 신라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등 새 주장이 많이 담겨 있다.아울러 이 시기와 관련한 갖가지 편견에 대해서도 예리한 칼날을 들이댔다. 딱딱한 논문 형식을 벗어나 때로는 소설처럼,역사기행처럼 자유롭게 풀어쓴이 글은 그러나 문헌과 고고학의 탄탄한 토대 위에서 서술됐다.지은이가 직접 찍어 수록한 현장사진들은 세련되지는 않되 그의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이용원기자 ywyi@
  • 부모 토막살해 패륜아들 영장

    과천 부모 토막 살인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도 과천경찰서는 25일 이 사건 용의자인 이은석씨(24)에 대해 존속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날 새벽 과천시 홍촌천에서 숨진 이모씨(60)부부의 머리부분과 서울 명동 P호텔 인근 빈 창고 폐품더미에서 남자의 몸통부분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씨가 아버지를 11토막,어머니는 10토막으로 잘라 집 부근 공터와서울 등지에 버렸다는 진술에 따라 아직 찾지 못한 9토막의 사체 수색을 위해 형사대를 한강다리,동작전철역,과천 경마장 전철역 등에 급파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범행 후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내 변기 속에넣은 뒤 아버지 머리와 함께 검은색 비닐가방에 넣어 밤중에 홍촌천에 내다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나머지 부분은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전철을 이용,서울 동작전철역 등지에 숨겨놓고 다시 전철을 타고 귀가하는 대담성을 보였다.이씨는 특히 어머니,아버지를 잇따라 살해한 뒤 사체를 목욕탕으로 옮겨놓고 전복죽까지 사먹어가며 토막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과천 김병철기자 kbchul@. *부모 토막살해범 문답 “잘못했다…죽고싶다”. 지난 21일 새벽 자신의 부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사체를 토막내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원 등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은석씨(24)는 25일 경기도 과천경찰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살해 동기는. 잘못했다(여러차례 반복). ◆지금 심정은. 죽고 싶을 뿐이다.부모라는 생각이 안 들고 내 인생을 해코지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군에서 전역한 뒤에도 부모들이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았다.예를 들어 고교 때 형에게는 따뜻한 도시락을 싸 주면서 나에게는 2,000원을 주며 ‘김밥을 사먹으라’고 한 적이 있다.군에 있을 때 남들은 이것저것 싸가지고 많이들 면회오는데 한 번도 면회를 안 왔다.오래 전부터 감정이 쌓였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을 저질렀나. 술을 마신 뒤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되지 않나. 후회된다. ◆완전 범죄가 되리라 믿었나. 범행 뒤 이틀이 지날 때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엔 ‘에라 모르겠다,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외언내언] 이런 패륜

    기가 막힌다.대학생 아들이 잠든 부모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가정의 달에일어났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토막내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기까지 했다.피의자는 경찰에 범행을 자백하면서 “평소 아버지는 나를 무시했고 어머니마저 머리가 나쁘다고 구박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한다.경찰이 피의자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니 결과를 지켜보아야겠지만 도대체제정신으로 그런 엽기적인 패륜을 저지르고 그런 말을 태연히 할 수 있는가싶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도박으로 돈을 날리고도피유학에서 돌아온 철부지 오렌지족이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잔인하게 부모를 살해한 박한상군 사건에 이어 대학교수가 역시 상속문제로 아버지를 죽이고,중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한 경악스러운 사건등이 지난 몇년 사이계속돼 왔다. 부모의 지나친 자식학대가 사회문제가 된지도 오래 됐다.범인이나 그 가족의 개별적 문제에서 비롯된 사건들이지만 우리 사회의 윤리와도덕성,그리고 가족관계가 붕괴되고 있는 징후들이다.이번 사건은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일류병,그리고 편애가 엄청난 비극을 불러 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피의자는 직업군인인 아버지와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고 엄격한 아버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심리적으로억압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또 S대학에 입학하지 못해 구박을 받고 부모가 형만 감싸고 돈다는 소외감을 느껴 왔다 한다.이런 이유로부모를 살해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우리 가정을 한번 되돌아볼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중·고·대학생 환자들을 진료해 보면 ‘죽이고 싶다’는 말을 쉽게할 정도로 부모를 증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한 정신과 의사의 말은 우리 가정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녀들을 사랑으로 가르치기보다 일류대학 입학과 출세를 위한 경쟁에 내몰다 보니 자식은 부모의 참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비뚤어지는 경우가 많다.게다가 영화,텔레비전,컴퓨터와 같은 일방적인 의사소통 수단에만 매달려 인간적인 면대면(面對面)관계에 서툰 청소년들은 자기속에 갇혀 반사회적인 일탈행위를 거리낌없이 저지르기 쉽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윤리·도덕적 파탄 또한 반인륜적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존중 교육과 인성교육의 강화와 함께 범사회적인 도덕재무장 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임영숙 논설위원.
  • 명문대생이 부모 토막살해

    명문대 휴학생이 부모가 엄격하게 대한다는 이유로 부모를 살해해 토막내고 유기한 희대의 패륜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과천경찰서는 24일 부모를 살해한 뒤 토막내 공원 쓰레기통에 버린이은석씨(24·서울 K대 1년 휴학)를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부모님이 어릴적부터 나를 멸시해왔고 최근엔 등록금을대주지 않아 신학기에 복학을 하지 못한 데 불만을 품어오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어이없는 범행동기를 털어났다. ■범행 이씨는 지난 21일 새벽 5시쯤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자신의 집 안방에서 양주 1병을 마신 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옆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 황모씨(50)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건넌방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 이모씨(60)도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다.이어 시신을 칼과 줄톱으로 토막낸 뒤 22일과 23일 밤 집 안에 있던 쓰레기봉투에 나눠 담아 인근 중앙공원 쓰레기통과 정부과천청사 옆 저수지,서울 명동 모호텔 쓰레기장 등에 나눠 버렸다. ■시신 발견 이날 아침 7시30분쯤 중앙공원 쓰레기통에서 환경미화원 이모씨(57)가 쓰레기봉투 등 3개의 비닐봉투에 담겨 있는 이씨와 황씨 시신 일부를 발견,경찰에 신고했다.또 이날 오후 5시쯤 경찰이 인근 갈현동 쓰레기소각장 내 쓰레기더미에서 역시 비닐봉투에 들어있는 손과 발 등 황씨 시신 일부를 추가로 발견했다. ■수사 경찰은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남자 손부위에서 지문을 채취,숨진 남자가 인근 아파트에 사는 이씨임을 확인했다.경찰은 숨진 이씨 집을 찾아가 인터폰을 눌렀으나 집 안에 있던 이씨의 둘째아들 은석씨가 응답을 하지 않는것을 보고 의문점이 있다고 판단,경찰로 연행했다.이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다 경찰이 피묻은 옷가지 등을 제시하고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것을 목격한 경비원의 진술을 바탕으로 추궁하자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범인 주변과 살해동기 이씨는 명문 K대 산업공학과 1학년을 마친 뒤 공군에 입대,지난해 12월 전역했으며 내성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씨는경찰에서 “평소 아버지는 나를 무시했고 어머니마저 머리가 나쁘다고 구박해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범행동기를 밝혔다. 이씨 주변사람들에 따르면 이씨는 오랜 군대생활을 한 아버지(86년 중령 예편)의 군대식 가정교육 방식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S대학을 가지 못한 것을꾸짖는 아버지에게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것. 경찰은 그러나 이씨의 범행이 극도로 잔인한 점 등으로 미뤄 이같은 요인만으로는 범행을 설명할 수 없어 이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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