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패류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 AI 중계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 피파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 2014년 반복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 우호
    2026-06-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63
  • 色을 허하라, 지갑 열리리

    色을 허하라, 지갑 열리리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요소는 무엇일까. 가격을 떠올리기 쉽지만 의외로 색깔이다. 미국색채연구소에 따르면 소비자는 물건을 살지 말지 90초 안에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의 62~90%는 색깔에 의존한다고 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색깔을 연구하고 판촉에 사용하는 컬러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정한 색깔을 보면 브랜드를 떠올리도록 고유의 색을 사용하는 것은 보편적인 컬러마케팅이다. 이마트를 대표하는 색깔은 노란색이다. 매장에 걸린 상품 소개와 가격표를 노란색으로 꾸미고, 직원 유니폼과 쇼핑카트도 노란색으로 통일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빨간색을 고유색으로 사용한다. 이마트는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품 포장지에도 특성에 맞는 색을 입혔다. 사과는 붉은색, 엽채류는 녹색이 들어간 비닐 포장지에 담는 식이다. 수산물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포장지를 사용한다. 다만 흰살 생선, 흰색 갑각류, 어패류를 담는 스티로폼 받침은 싱싱함이 돋보이도록 보라색으로 제작했다. 튀김류, 식사대용품을 매장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즉석식품 코너는 식욕을 자극하는 따뜻한 색인 주황을 활용했다. 롯데마트는 2011년 자체상표(PB) 브랜드를 ‘초이스엘’로 바꾸면서 컬러마케팅을 강화했다. 롯데 하면 떠오르는 빨강을 주 색상으로 사용하되 고품질에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PB인 ‘프라임엘’은 ‘블랙라벨’을 연상시키는 검정과 금색으로 나타냈다.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 ‘세이브엘’은 하늘색, 유기농제품 PB인 ‘바이오엘’은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과 갈색을 사용했다. 주방·생활용품은 화려한 색을 띤 상품 비중이 늘고 있다. 롯데마트가 상반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다용도 수납함의 경우 흰색이나 투명색을 쓴 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8% 감소한 반면, 빨강, 파랑 등 원색은 51.8% 증가했다. 프라이팬도 주황, 초록, 분홍 등 톡톡 튀는 색깔 제품의 매출이 검정 등 기존 제품보다 30%가량 많았다. 이현정 롯데마트 청소욕실 팀장은 “불황일수록 화려하고 과감한 색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하는 심리가 강해지는 것을 고려해 올해 컬러 상품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갤러리아는 조명의 색을 조절해 손님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쓰고 있다. 갤러리아 명품관 식품관인 고메이494는 온화한 주황빛의 2700켈빈(색온도를 나타내는 단위) 조명을 배치했다. 백색 형광등 수준의 4000켈빈 조명을 쓰는 일반 매장보다 어둡다. 이곳의 조명은 휴대전화로 자신을 찍는 ‘셀카’가 잘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예쁜 셀카를 찍으려는 여성 고객이 몰리면서 인터넷 블로그에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고메이494 후기 글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올 초부터 위축된 소비 심리를 개선하고자 컬러마케팅을 시작했다. 6개월마다 트렌드 색상을 2~3가지 정해 점포 안팎을 단장한다. 상반기에는 불황에 지친 고객의 마음을 치유하는 의미로 민트(밝은 녹색)와 오렌지(주황색)를 선정했다. 하반기에는 풍요로운 과거를 회상하는 복고 유행에 맞춰 삼바레드(짙은 붉은색), 미코노스 블루(진파랑), 아사이 퍼플(진보라색)을 택해 마네킹 의상과 쇼윈도 등을 꾸미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부산시민공원 ‘참여의 숲’ 모금액 초과달성

    내년 개장하는 부산시민공원의 헌수(나무기증) 모금액이 당초 모금 목표액을 크게 초과하는 성과를 올렸다. 부산시는 시민공원에 시민기금으로 조성되는 ‘참여의 숲’ 헌수 모금액이 당초 목표액 10억원을 넘은 14억 800만원에 이른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된 범시민 헌수운동에는 시민, 향토기업, 기관·단체, 출향인사 등 5343명이 참가했다. 헌수운동을 주관한 부산그린트러스트가 8억 6100만원을 모금해 13일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모금액을 전달한다. 시민들은 1억 3300만원을 내놨다. 상공회의소는 1억 3900만원에 현물 2억 7500만원 등을 모금했다. 부산어패류처리조합과 국민은행 부산본부(각 2000만원), 안용복 기념사업회(480만원) 등 기업과 단체들이 참여했다. 팔순잔치 비용 480만원을 헌수한 정덕강씨,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1000만원을 헌수한 박홍득씨 등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밖에 부산시청 옆 재활용센터 작업장에서 발견된 수령 100년 이상의 녹나무(감정가 1억 5000만원)와 수령 60년 이상의 메타세쿼이아(감정가 2000만원) 등이 현물 기증됐다. 이처럼 헌수운동의 열기가 높은 것은 옛 하야리야부대가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기증한 나무가 역사적인 사업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애향심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종문 자치행정과장은 “참여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명품공원을 조성해 삶의 여유를 제공하고 소중한 도심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어민의 땀으로 완도의 꿈·보물이 된 전복

    어민의 땀으로 완도의 꿈·보물이 된 전복

    영양 만점, 맛도 만점인 전복은 ‘바다의 보물’이라 불린다. 그중에서도 전남 완도는 국내 전복 생산량의 약 80%를 생산한다. ‘완도 전복’이라고 하면 그 큼직한 크기와 맛에 군침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 완도의 어민들은 가두리 양식으로 전복을 키우고 있다. 어민들은 요즘 꼬박 3년을 기다린 출하작업에 한창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양식장의 판에 붙어있는 전복을 일일이 거둬들이는 것은 물론, 전복의 먹이인 미역과 다시마 양식장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 선별작업까지 모두 수작업을 거쳐야 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피땀이 스며들지 않은 작업이 없다. 태풍으로 인해 적잖은 손해를 입었음에도 어민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13~14일 밤 10시 45분 방송되는 EBS ‘극한직업’은 최상급 전복을 얻기 위해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전남 완도의 전복 양식장 사람들을 만난다. 어민들은 새벽부터 부푼 기대를 품고 전복 양식장을 향한다. 먼저 양식장 칸마다 들어있는 전복 집을 거둬들이고, 판에 붙은 전복을 떼낸다. 전용 칼을 판에 밀착시켜 정교하고 재빠른 손놀림으로 전복을 밀어내야 하는데 여간 고된 게 아니다. 어민들의 손은 굳은살이 박혀있고 성한 곳이 없다. 전복을 모두 뗀 후에는 선별작업을 거친다. 전복 껍데기에 붙은 굴이나 홍합과 같은 부착성 패류를 기계로 떼내야 한다. 기계 소리는 굉음에 가까워 어민들의 귀를 상하게 한다. 전복 먹이인 미역, 다시마 양식장도 따로 관리하고, 거대한 크레인으로 먹이를 옮겨 전복에게 줘야 하니 고생은 두배가 된다. 태풍으로 망가진 가두리 양식장을 다시 만들고, 힘없이 죽은 전복 더미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작업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이어지지 않는다. 수온이 올라간 탓에 전복들이 무더기로 죽어버린 것. 어민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전복에 인생을 바친 그들이기에 실망스러운 마음은 쉽게 떨쳐내기 힘들다. 수확량이 예년보다 적지만 어민들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게 다잡는다. 한차례 일감이 폭풍처럼 지나간 후, 휴식의 시간이 찾아온다. 전복을 직접 썰어 먹고, 갖가지 약재를 넣은 전복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전복은 어민들의 꿈이자 주린 배를 채워주는 보물이기도 하다. 수확량이 많아도, 적어도 그들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여기고 만족하면서 꿋꿋하게 작업을 이어나간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환경재앙 딛고 돌아온 태화강 바지락·재첩… 연말부터 식탁 오른다

    환경재앙 딛고 돌아온 태화강 바지락·재첩… 연말부터 식탁 오른다

    바지락과 재첩이 넘쳐 났던 풍요의 상징 ‘울산 태화강’. 1970년대부터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로 공단과 도심에서 쏟아낸 오폐수가 여과 없이 흘러들었다. 태화강은 중금속 물질로 뒤범벅되면서 ‘죽음의 강’으로 변모했다. 풍요의 상징인 바지락과 재첩도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13년 여름 1급수로 회복된 태화강에서는 평일 수십명, 주말·휴일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돌아온 바지락과 재첩을 캤다. 28일 울산 남구 여천동 태화강 하구. 1년 전까지 제방을 따라 길게 늘어섰던 무허가 판자촌(41개)이 사라진 곳에는 40여척의 어선을 정박할 수 있는 물양장(선착장)이 건설됐다. 남구는 길이 120m, 너비 7.5~14m의 물양장에 선박 계류시설과 바지락 경매장(165㎡)을 설치했다. 이로써 26년 만에 다시 식탁에 오를 태화강 바지락을 채취할 준비가 모두 끝났다. 내수면어업 허가권을 위임받은 울산수협이 오는 12월 본격적인 조개 잡이에 앞서 어민(33명)들과 시설 운영 및 판매 등에 대한 협의만 완료하면 된다. 수협 측은 다음 달까지 어민과 협의를 완료하고 바지락 캐기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태화강 바지락이 채취 금지조치 이후 다시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26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1970년대까지 태화강 바지락은 이름이 나면서 전국 바지락 종패의 6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 태화강의 풍요도 잠시. 1960~1970년대 산업화로 들어선 각종 공장이 365일 끊임없이 뿜어낸 산업폐수와 팽창한 도심의 오수가 여과 없이 태화강으로 쏟아졌다. 수질오염으로 신음하던 태화강은 생명력을 잃어 갔다. 1급수 하천이 죽음의 강으로 변모한 것이다. 중금속 물질 등 각종 오염물로 뒤덮인 강은 수생생태계 파괴로 이어져 사람들의 발길조차 끊겼다. 자연히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태화강 바지락도 치명타를 입었다. ‘중금속 바지락’의 위험성 때문에 1987년부터는 바지락 채취가 금지됐다. 일부 어민이 해경과 행정기관의 단속을 피해 잡은 바지락을 산지 표시 없이 몰래 시중에 유통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태화강 바지락은 옛 명성을 완전히 잃었고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울산시는 신음하는 태화강을 살리려고 2001년부터 오폐수 차단에 나섰다. 공단과 도심의 주요 지점에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강변에는 빗물에 쓸려오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우수토실까지 설치했다. 여기에다 물의 흐름을 막았던 방사보(길이 600m)를 철거하고, 수년간 강바닥의 퇴적오니(오염물질)를 긁어내는 준설 작업도 벌였다. 생명을 잃었던 강에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1996년에 ℓ당 11.3㎎까지 치솟았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하수처리장을 만들고 강바닥 오니 등을 걷어내자 2001년부터 ℓ당 5.5㎎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에 2.9㎎, 2010년에 2.0㎎, 2012년에 1.9㎎, 올 들어 1.4㎎로 좋아졌다. 윤영찬 울산시 태화강관리단장은 “우리 식탁에 태화강 바지락이 많이 올라올 수 있도록 수질관리와 수생생태계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전국의 하천 가운데 유일하게 태화강에 바닷조개인 바지락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로 개체 수를 늘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질개선 효과에 힘입어 바지락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바지락 증가가 알려지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다시 캐자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시는 어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6년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 바지락의 ‘인체 유해성’(중금속 함유량) 조사를 벌여 안전성을 확인했다. 2009년에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자원평가 및 이용방안 연구조사’에 들어가 1450t가량의 바지락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구는 이 조사를 토대로 연간 400t씩(번식기 6~8월 제외)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할 예정이다. 어자원 보호 차원에서 채취량을 줄인 것이다. 앞으로 2년마다 바지락 자원량 재조사를 통해 조업량을 점차 늘려 갈 계획이다. 어민 김세근(69)씨는 “태화강 하구에서는 바지락과 재첩 등 다양한 조개가 많이 잡혀 당시 중구 염포·성내·내황은 물론 남구 여천·삼산 등 100가구 이상이 조개 잡이로 생계를 이었다”면서 “어릴 때 강에 들어가 발가락으로 모래를 몇 번 차면 조개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조개 잡이가 금지된 이후 처음에는 단속을 피해 밤에 조개를 잡는 어민들도 많았다”면서 “해경과 행정기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 조업도 사라지고 조개도 잊혀져 갔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부터 조개 잡이가 공식 재개되면 어민들에게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바지락 잡는 방법도 세월만큼이나 달라졌다. 과거에는 호미로 강바닥을 긁어서 잡았지만, 요즘에는 배 위에서 기계를 내려 긁어 모은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어서 일손도 줄었다. 남구는 연간 400t의 바지락을 채취하면 12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민 1인당(33명) 3000만원의 소득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바지락이 본격 개발되면 국내 바지락 종패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고, 일본 등 해외에 성패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예전에 태화강 하구는 조개섬으로 불리는 곳이 있을 정도로 조개가 아주 유명했다”면서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태화강의 명물인 바지락을 지역 특산물로 활용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지락과 함께 돌아온 재첩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태화강 재첩은 기수재첩(일본재첩), 공주재첩, 재첩 등 3종류다. 이 가운데 기수재첩이 전체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기수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해 염분이 적은 기수 지역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 패류도감에는 일본재첩으로 표기돼 있다. 태화강 재첩은 1960~1970년대 많았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조개섬(노벨리스 코리아 울산공장 앞)을 중심으로 재첩 잡이가 성행했다. 60년대만 해도 조개섬 일대는 재첩을 사려는 장사꾼들로 붐볐다. 그런 재첩은 수질오염으로 70년대 초부터 자취를 감췄다. 40여년 만인 올여름 명촌교 아래 태화강 하구에서는 수십에서 수백명의 시민이 몰려 재첩을 잡았다. 수심 1m 안팎에서 재첩을 잡는 인파가 낯선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복순(71·여·울산 북구)씨는 “어릴 때 강에서 놀며 재첩을 많이 잡았는데 이렇게 다시 잡을 수 있게 돼서 좋다”며 “맛있는 재첩을 먹을 수 있어 좋았고, 옛날 생각도 많이 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양지근(67·울산 동구)씨는 “태화강 재첩으로 국을 끓였더니 쫄깃한 맛이 뛰어나 지난여름 태화강에서 살았다”면서 “더위도 식히고 재첩을 잡는 재미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2011년 동해수산연구소 조사 결과 태화강 하구 4.8㎞ 구간(태화교~명촌교)에는 38t가량의 재첩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1.1㎝ 크기였던 재첩이 2년여 세월이 흐르면 3~4㎝ 크기로 자랐다. 조사 당시보다 매장량도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재첩으로 유명한 섬진강의 자원량(580t)보다는 아주 적다. 하지만 사라졌던 재첩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족하다며 시민들은 기뻐하고 있다. 한편 생명을 되찾은 태화강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세 가지 보물(三寶)’을 간직하고 있다. 삼보는 ‘백로 서식지’, ‘까마귀 월동지’, ‘바지락 종패공급지’이다. 여기에다 연어, 수달, 황어 등이 돌아와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서울 유명 일식당 일본 식재료 기피

    방사능 오염수 논란으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호텔 등 서울시내 유명 일식당이 일본 식재료를 기피하는 현상이 퍼지고 있다. 식당들은 수산물을 꺼리는 고객을 위한 대체 메뉴도 내놓고 있다. 63빌딩 58층의 일식당 ‘슈치쿠’는 모든 메뉴에 일본산 수산물 사용을 중단했다. 회와 초밥에 국내산 생선과 원양산 참치, 노르웨이산 연어 등을 사용하고 있다. 생선을 기피하는 고객을 위한 특급 한우 스테이크와 제주 흑돼지를 이용한 일본식 간장조림 수육 등도 개발했다. 아워홈의 일식당 ‘키사라’도 최근 일본산 수산물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수산물에 대한 거부감을 고려해 기존 코스 구성에 닭고기, 쇠고기, 돼지고기, 채소를 이용한 꼬치구이 요리를 새로 넣었다.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는 지난 8월부터 일본산 횟감과 어패류를 국내산으로 바꿨다. 간장, 된장류는 방사능 피해가 미치지 않는 일본 관서지방에서 수입하고 자체적인 방사능 검사도 하고 있다. 신라호텔의 일식당 ‘아리아께’는 2011년 일본 원전사태 이후 일본산 식재료를 쓰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일본산 재료를 대체하기 위해 식재료 구매팀을 꾸렸고, 강원 양양 연어알과 포항산 성게알을 발굴했다. 일본산 장어는 갯벌장어로 대체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日후쿠시마서 잡은 수산물 현지 유통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시험조업으로 잡은 수산물이 현지에서 유통된다. 26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북부의 소마후타바 어업협동조합은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로 일시 중단했던 시험조업을 지난 25일 재개해 어획한 수산물을 방사성물질 검사를 거쳐 출하했다. 소마후바타 조합의 수산물은 27일부터 미야기현의 센다이시와 도쿄도의 시장에까지 유통될 예정이다. 조업 대상 어패류는 문어, 오징어, 털게 등 18종이며 조업 지역은 해안에서 40㎞ 이상 떨어진 바다의 수심 150m 이상의 해역이다. 3만 7000여 마리가 넘는 물고기를 조사해 온 일본 수산청은 방사성물질이 식품 기준치인 1㎏당 세슘 100베크렐(Bq)을 넘는 사례는 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도 후쿠시마 바다의 생선은 기준치 초과율이 3%에 약간 못 미친다. 그러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해저에 방사성물질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나 환경성이 해저의 흙을 채취해 세슘 등 방사성물질을 조사한 결과 후쿠시마 제1원전 북쪽은 수치가 높지 않지만 동쪽과 남쪽의 연안에서는 토양 1㎏당 300베크렐 이상으로 높았다. 시험조업은 방사능 농도가 짙은 지점 인근에서는 시행되지 않았다. 방사성물질의 농도는 어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문어, 오징어, 까나리 등은 방사성물질이 식품 기준치인 1㎏당 세슘 100베크렐을 넘지 않았지만 어류를 포식하는 농어, 해저에 사는 가자미류, 암초 지대에 서식하는 볼락 등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녹조·적조 확산 비상] “폭염탓, 가뭄탓” 대책 없는 환경부… 수질·정수관리 전전긍긍

    [녹조·적조 확산 비상] “폭염탓, 가뭄탓” 대책 없는 환경부… 수질·정수관리 전전긍긍

    녹조나 적조 현상 모두 플랑크톤이 과다 번식해 바다나 강의 색깔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플랑크톤의 색깔에 따라 적조 또는 녹조로 불린다. 적조는 바닷물에 유기물질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시작된다. 육지에서 유입되는 질소(N)와 인(P) 성분 증가와 연안 갯벌 감소도 적조 발생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 성분은 폭염과 높은 수온을 만나 플랑크톤 번식을 도와 바닷물의 산소 농도를 떨어뜨린다. 적조가 발생하면 용존산소(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낮아져 어패류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때 독성을 지닌 플랑크톤도 증가하는데 사람이 독성물질이 축적된 어패류를 먹을 경우 중독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녹조 현상은 수중의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 때문에 발생한다. 강이나 호소에 부영양화가 진행되면 조류가 대량 발생하여 녹조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조류는 남조류, 규조류, 녹조류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남조류는 독소(마이크로시스틴)를 생성하여 상수원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조류가 간암을 유발시키는 물질로 지정된 독성 물질을 지녀, 직접 마시지 않더라도 물고기나 물놀이를 통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남조류는 인체의 간에 위해를 줄 뿐만 아니라 물고기 폐사 등의 피해를 유발시키고, 독소와 악취(풀·곰팡이 냄새)로 수돗물에도 영향을 준다. 정수장의 응집·침전 등 처리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 또한 용존산소 감소로인한 수중 생물 폐사와 해외에서는 남조류 독소에 의한 가축·야생동물이 폐사한 사례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녹조로 우려되는 상황은 냄새와 정수처리 장애 등 상수원 문제에 국한되고, 외국과 같은 가축·인체피해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조류는 주로 수온이 상승하는 봄철부터 늦가을까지 생긴다. 일반적으로 냉수성 규조류는 3~5월에 증식하고, 남조류는 일사량이 증가하는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증식한다. 조류는 물의 표면에 떠다니다 밤이 되면 수중으로 가라앉고, 다시 낮이 되면 부상하는 상하이동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적조나 녹조 발생은 수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미생물 번식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보통 바닷물 온도가 21~26도일 때 적조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폭염이 지속되고 바닷물 움직임이 적을 때 플랑크톤이 급증하고 적조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남해안의 적조에 이어 낙동강과 영산강에 녹조가 급속도로 번지자 수질관리 책임 부처인 환경부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인한 폭염탓만 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가뭄과 폭염 때면 어김없이 녹조가 발생했다가 비가 오면 사라졌다.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녹조가 전국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일 긴급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정수처리 시설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정진섭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녹조가 확산될 것에 대비해 관계기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오염물질 배출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현장순찰과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수·정수에 대한 수질 분석과 정수처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수돗물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바닥 드러낸 백록담… 남부, 타는 목마름

    바닥 드러낸 백록담… 남부, 타는 목마름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가 끝났다. 그러나 남부지방은 장마 기간에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례적인 긴 가뭄으로 인한 피해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여기에 장마 끝나기를 기다린 듯 폭염이 더욱 기승을 부려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적조에 녹조까지 확대돼 식수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는 한라산 백록담까지 바닥을 드러냈다. 6일 현재 녹조현상은 낙동강 중·하류 전 구간으로 확산됐다.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울주군 사연댐 수면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녹조가 뒤덮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녹조류는 최고 18ppb(기준치 15ppb)까지 오른 뒤 현재 9.6ppb를 기록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승촌보와 죽산보 일대도 녹조 띠가 일부 발견됐다. 대전시와 충남북 상수원인 대청호에는 지난달 25일 조류주의보가 내려졌다. 대전시 취수탑 주변인 추동지역이 특히 심하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수돗물에는 아직 악취 등 영향을 주지 않고 있지만 상류지역인 회남이나 문의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최대 상수원인 용담댐의 경우 클로로필A나 유독남조류가 지난달부터 관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만금유역관리단과 전북도, 수자원공사 등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황토 살포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 유해성 적조의 피해도 심각하다. 전남 여수에서 올여름 처음으로 적조로 추정되는 어패류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여수시는 돌산읍 두문포 해안의 박모(48)씨 육상 수조 어류 양식장에서 7~10㎝가량의 참돔 10만 마리등 25만 마리가 지난 4일 밤 폐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남해안을 초토화시킨 적조가 동해안으로도 밀려들고 있다. 지난 3일 구룡포와 장기면 양식장 3곳에서 우럭과 넙치 등 13만 2350마리가 떼죽음당한 데 이어 지금까지 이곳에서만 모두 60여만 마리가 폐사했다. 지역 어민들은 적조가 청정 강원 해역까지 확산될까 노심초사한다. 제주도의 경우 지난달 한 달 동안 강수량이 전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백록담이 바닥을 드러냈다. 도 관계자는 “장마철에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이날부터 중산간 지역 11개 마을에 대해 격일제 제한급수에 들어갔으며 비상급수가동반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외국은 안 쓰는데… 적조 예방 황토 살포 논란

    적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황토살포의 효능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남도는 황토가 계속 바다 밑에 쌓이면 펄이 숨을 쉬지 못해 오히려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가 폐사한다며 황토살포를 금지했지만 해양수산부는 피해발생 초기부터 황토를 뿌리라고 장관 훈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8일 남해안에 내려졌던 적조주의보가 발생 5일 만인 23일부터 적조경보로 격상된 가운데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대치하자 어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5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해수부는 18일 공문에서 적조주의보 발령 규정에 따라 피해발생 초기부터 황토살포, 피해발생 전 방류 등 조치를 지시했다. 해수부는 4일 뒤인 22일에는 황토살포를 요구하는 어민 민원과 관련해 전남도에 황토 미살포에 따른 피해발생 시 국고지원 대상 제외라는 엄중 경고 공문을 보냈다. 실제로 여수시 화태도에서 양식업을 하는 한 어민의 자녀는 “‘황토금지령’은 손 놓고 죽으라는 것”이라며 국민신문고에 진정했다. 해수부는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황토로 인한 생태계 파괴 증거가 없고 현재까지 적조 방제물질로 황토를 대체할 만한 물질이 개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남도는 완강하다. 전남도는 일부 전문가들이 오염됐거나 중금속 성분이 든 황토를 물고기들이 먹는 상황이 되풀이돼 큰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도 발생 61일 만에 적조가 소멸됐지만 황토살포 효능보다는 수온이 떨어지면서 자연적으로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립순천대 고분자공학과 나재운 교수는 “바다에 떠다니는 코클로디움과 무거운 황토를 결합시켜 우선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는 데 급급하지만 결국 황토살포는 바다의 부영양화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먹었을 경우 5~10년 뒤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나 교수는 “황토는 적조 세포까지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물고기 대량 폐사만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도는 외국에서도 황토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했다. 일본에선 1980년대 이후부터 황토 대신 점토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호주 등에서는 황토에 인 함유량이 많아 부영양화가 더 심각해진다는 이유로 극히 일부의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조는 지난해 전남과 경남 남해에서 여름과 가을 두 차례 발생, 380여만 마리의 어·패류가 폐사해 35여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이와 관련해 전남도는 지난해 9000t을 살포하는 등 적조 방제를 위해 관행적으로 했던 황토살포를 올해부터 금지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최근 어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적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어린고기 사전 방류와 성어 조기 출하, 재해보험 가입 등을 주문했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은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황토를 무한정 사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국립수산과학원이 황토가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은 광범위한 지역에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황토 1만 3000t을 살포한 경남도는 올해도 지난 19일부터 황토를 뿌리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황토가 친환경인 데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는 가운데 지난 18일 발생한 적조로 25일 현재 경남 통영·거제·남해에는 참돔·농어·쥐치 등 243만 마리가 폐사해 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휴가 떠나기 전 챙겨야 할 게 선블록만은 아니다, A형간염 체크 필수!

    우리나라 성인의 A형 간염에 대한 경각심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력이 강해 예전부터 유행성 간염으로 불렸던 A형 간염은 해마다 5~6월에 기승을 부린다. 이 무렵에는 야외활동이 많아 감염자의 배설물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어패류와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A형 간염도 미리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95% 이상에서 항체가 생겨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화기 질환 특화병원인 비에비스 나무병원 서동진 박사팀이 올 4~5월에 병원을 찾은 성인남녀 4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A형 간염 항체 보유 여부를 모른다는 사람이 4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의지도 낮아 ‘항체가 없다’고 답한 143명 가운데 ‘예방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63%나 됐다. 그 이유로는 41%가 ‘필요성을 못 느껴서’, 40%는 ‘귀찮아서’라고 답해 A형 간염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A형 간염은 어릴 때 감염되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이 감염되면 증상이 훨씬 심해진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데 초기에는 열과 전신피로감, 근육통과 함께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 감기몸살이나 위염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이어 소변색이 콜라처럼 변하면서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다. 심한 증상을 방치하면 간부전으로 발전해 사망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서동진 병원장은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감기 증상에다 식욕저하·피로감·권태감이 심하고 속이 울렁거리면 A형 간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전이나 음식을 조리하기 전, 화장실을 이용한 뒤에는 깨끗하게 손을 씻고 상한 음식이나 날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섭씨 85도 이상이면 죽기 때문에 물은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서 병원장은 “A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항체가 없는 사람은 예방접종이 필요한데, 특히 후진국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미리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부실해진 식탁

    부실해진 식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정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질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과일·생선 등 신선식품 소비는 줄고, 햄·베이컨·과자 등 가공식품 소비는 늘었다. 결국 식품 가공회사만 돈을 벌었다. 통계청은 10일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가계수지 분석 결과 지난해 식료품·비주류음료 구입비가 가구당 월 평균 31만 668원으로 2008년 34만 1472원보다 9.0% 줄었다고 밝혔다. 어패류 등 신선수산동물 소비가 30.9%, 과일 및 과일가공품 소비가 17.1%씩 줄었다. 육류 소비는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당류 및 과자 소비가 13.5%, 육류 가공품 소비가 31.6%씩 늘어났다. 신선식품 소비가 줄어든 이유는 빠듯한 살림에 먹거리 비용을 우선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 358만 7209원이던 가구당 월 평균 실질소득이 지난해 383만 5255원으로 6.9% 증가했지만,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은 31.9%로 소득 증가율을 압도했다. 품목별로 과일 48.2%, 채소 45.2%, 수산물 38.3%, 축산물이 12.4%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21.3%로 축산물을 제외한 다른 품목에 비해서는 낮았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계가 비싼 쌀 대신 라면을 사는 식으로 먹거리 소비의 중심을 정상재에서 열등재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 중 음식료품 지수는 2008년 10월 말 1500대 초반에서 최근 4100선까지 성장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식탁의 질,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떨어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가정 내 식탁의 질이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품 소비가 정상재에서 열등재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통계청 국가정보포털과 금융정보업계 등에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가계수지 분석 결과 지난해 식료품·비주류음료 구입비는 가구당 월평균 31만 668원으로 집계됐다. 4년 전 34만 1472원에 견줘 9.0%나 줄어들었다.  항목별로는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생선과 과일,해조류 등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 반면 햄과 베이컨 등 육류가공품과 빵,과자류 소비는 크게 늘었다. 어패류 등 신선수산동물 소비는 2004년 이후 가구당 월평균 2만 8000원선 내외를 오가다가 2008년 2만 7685원을 기점으로 크게 떨어져 지난해에는 1만 9140원에 머물렀다. 4년 전 대비 30.9%나 쪼그라든 셈이다.  염건수산동물과 기타수산동물가공품 소비는 같은 기간 각각 19.8%와 11.0%씩 감소했다.  증가세를 보이던 과일 및 과일가공품 소비도 금융위기 뒤 감소 추세다. 2008년 가구당 월평균 4만 1538원에서 2012년 3만 4431원으로 17.1% 줄었다.  감소세이던 당류 및 과자류 소비는 금융위기 이후 외려 늘어나고 있다. 가정에서 지난해 과자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비용은 월평균 2만 2989원으로 2008년 2만 263원보다 13.5% 늘었다. 육류가공품 소비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31.6%나 늘었다.  그러나 신선한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육류를 사는데 사용한 비용은 2008년 월평균 4만 6238원에서 2012년 4만 7967원으로 3.7% 소폭 증가했다. 빵 및 떡류 소비는 15.3%, 커피 및 차 소비는 24.8% 증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방시대] 순천에서 열리는 국제 정원박람회/나간채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지방시대] 순천에서 열리는 국제 정원박람회/나간채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21세기에 접어들어 전 인류의 당면 과제가 생태와 자연환경의 보호임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이를 이용한 산업화의 진전이 인간생활에 많은 편익을 제공해 주었지만, 반면에 이로 인한 환경 파괴는 인간의 생명과 사회 발전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로 제기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을 맞이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고 자연의 생태환경과 공존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일은 매우 적절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하여 산업화된 지구촌에서 다양한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기획이 바로 국제 정원박람회이다. 이는 인류의 영원한 고향인 자연을 되살리고, 더 나아가 메마른 인간정신에 풍요한 정서적 자원을 일깨워 삶의 질을 제고하는 열매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150여년의 역사를 갖는 이 박람회가 올해 전남 순천에서 열리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순천만은 강과 바다가 만나 이루어진 드넓은 갯벌과 그 위에 출렁이는 아름다운 갈대밭, 그리고 수만 마리의 철새가 매년 찾는 도래지이다. 흑두루미, 먹황새,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220여종의 보호 조류가 월동 또는 서식하고 있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서는 크고 작은 수서생물과 어패류 등이 살아 움직인다. 늦봄과 여름 사이 허옇게 드러난 갯벌에서는 짱뚱어가 뛰놀고, 가을에는 갈대숲이 바람에 일렁이는 낭만의 장소이다. 순천만은 이처럼 계절마다 풍광을 달리하며 뭇 생명을 키워내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 이를 보기 위해 매년 300여만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여기에서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라는 주제로 국제 정원박람회가 열린다. 생태 환경도시로 유명한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집중 연구하여 더 아름다운 모형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천혜의 경이로운 자연환경과 조화시킴으로써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해 가고 있다. 23개국이 참여하여 83개의 정원을 조성한 주박람회장, 체험습지와 영상관 등으로 구성된 국제습지센터, 각종 정원수로 꾸며진 수목원, 그리고 전 세계 어린이들의 꿈이 담긴 그림 14만점을 전시한 꿈의 다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즐길 수 있는 190여회의 체험행사 프로그램, 3000여회의 문화예술 공연 등이 부대행사로 실연될 것이다. 다음 달 20일에 개장하여 6개월간 지속될 이 박람회는 순천시가 세계적인 생태도시 건설의 꿈을 안고 2008년부터 5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성과물이다. 말하자면, 자연과 인간문화의 변증법적 상생효과인 것이다. 지방화와 세계화가 병행적으로 진전되는 현 시대에 이 사업은 지방의 자율적 발전에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모름지기 이 국제박람회가 자연과 생태환경을 사랑하는 우리 이웃 및 전 세계인의 메마른 영혼에 생명의 힘을 일깨우는 전기가 되고, 과학기술의 광기 어린 질주에 상처받은 인간의 심성을 치유하여 자연의 푸른 꿈을 피워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순천만이 전 인류가 자랑하는 생태도시의 명소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 부산 연안·진해만 일부 패류 기준치 초과 마비성 독소 검출

    국립수산과학원은 20일 부산시 연안과 진해만 일부에 있던 패류에서 기준치를 넘은 마비성 패류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수산과학원이 최근 남해안의 패류독소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달 초 검출됐던 마비성 패류독소가 경남 진해만과 부산시 연안의 진주담치에서 100g당 허용 기준치 80㎍를 넘은 87∼185㎍이 나왔다. 거제시 장목리, 대곡리, 고성군 외산리와 창원시 송도 연안에서는 43∼52㎍으로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 수산과학원은 기준치 초과 해역에서의 패류 채취금지 조치를 해당 지자체에 요청하는 한편 섭취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수산과학원은 최근 수온상승과 함께 패류독소의 급격한 증가와 확산이 우려돼 진해만 전 해역의 독소함량이 기준치 이하로 감소할 때까지 주 2회로 감시체제를 강화키로 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삼천포항에서 만난 남해의 봄

    삼천포항에서 만난 남해의 봄

    봄은 바다에서 옵니다. 섬과 섬 사이를 휘휘 돌아 내륙으로 내달립니다. 봄이 뭍을 향해 발을 딛는 첫 자리, 남해 쪽에서라면 경남 ‘삼천포’일 겁니다. 삼천포 가는 길에 삼천포는 없습니다. 오래전 행정구역이 통합됐으니, 당연히 사천시라 불러야 옳겠지요. 하지만 거죽이 바뀐들 품은 습속과 풍경마저 달라지겠습니까. 굳이 기억 속에 남은 삼천포를 끄집어내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삼천포에서 마주한 남해의 봄은 눈부셨습니다. 삼천포항에서 맞는 맛있고 싱싱한 아침도 인상적이었지요. 이만한 곳이라면 언제든 기꺼이 ‘삼천포로 빠지’겠습니다. 삼천포란 지명은 익숙해도 사천은 다소 어색하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인구에 회자됐던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표현 때문이지 싶다. 두 지역은 한때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 1995년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 사천시가 됐다. 편의에 의해 묶여진 두 지역이 사이 좋을 리 없다. 지금도 삼천포란 지명이 현지에서 공공연하게 쓰이지만, 실체는 없다. 사천을 돌아본다는 건 사실상 삼천포를 둘러본다는 말과 다름없다. 사천을 대표하는 명승지들이 거의 대부분 바닷가 지역, 그러니까 옛 삼천포 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삼천포 여정의 중심은 삼천포항이다. 서부 경남의 주요 어항 중 하나다. 삼천포항은 활기차다. 늘 다양한 생선들이 펄떡대니 비릿한 냄새가 가실 새가 없다. 어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면 모양도, 빛깔도 제각각인 물고기들과 만난다. 새벽녘 풍경도 다르지 않다. 오전 5시 무렵이면 ‘바다의 백작’ 감성돔, 도다리류 가운데 몸값이 최고라는 옴도다리 등 수많은 해산물들이 경매장에 쏟아져 나온다. 경매가 끝나면 곧바로 위판장 옆에 장이 선다. 이게 또 볼거리다. 경남 쪽에선 제법 이름이 알려졌다. 장 보러 나온 이들과 시장 상인들이 흥정을 벌이느라 한두 시간가량 북새통을 이루다 오전 8시쯤에야 잠잠해진다. 항구 뒤편은 어물전이다. 생물과 건어물, 어류와 패류 등을 파는 어물전들이 구역별로 나뉘어 들어찼다. 해산물 좋아하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맛의 감옥’이다. 삼천포항을 돌아보며 쥐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쥐치는 1980년대 후반까지 삼천포 어민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가공하는 대로 팔려 나가니 돈도 잘 돌았다. 최남기 문화관광해설사 등에 따르면 당시 새벽에 어선에서 내리는 쥐치 상자는 받아서 가공하는 만큼 돈이 됐다고 한다. 쥐치 상자를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다 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였더라는 이야기도 추억처럼 전해 온다. 1990년대 들면서 쥐치 어획량이 급감했다. 항구도 조금씩 활기를 잃었다. 그나마 조금씩 나는 국내산 쥐치와 축적된 쥐치 가공기술 덕에 ‘삼천포 쥐포’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남해가 베푸는 것이 어디 해산물뿐이랴. 요즘엔 뭍과 바다가 어울린 풍경 덕에 곳간 사정이 넉넉해지고 있다. 삼천포항에서 삼천포대교 쪽으로 향하다 보면 대방진굴항과 만난다. 고려 말, 남해안에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군항의 흔적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대방진굴항을 수군 기지로 이용했던 것으로 역사는 전한다. 굴항은 조롱박처럼 생겼다. 작은 군선 등을 숨기기 맞춤하다. 한데, 거북선처럼 큰 선박이 들기엔 턱없이 작다. 조맹지 해설사는 “현 대방동 지역이 매립되기 전엔 이 일대가 바다였다”며 “현재 굴항보다 규모가 훨씬 큰 군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굴항 인근에서 벌어진 사천해전은 거북선이 최초로 쓰인 전투다. 이처럼 작은 포구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고, 이웃한 삼천포대교공원에 거북선을 전시한 것도 그를 기리겠다는 뜻일 터다. 대방진굴항 뒤편의 각산 봉화대는 풍경 전망대다. 오래전엔 불을 피워 외적의 침입을 알렸던 곳. 요즘엔 봄 소식을 뭍으로 ‘전송’하기 바쁘다. 오르기는 만만치 않다. 대방사를 들머리 삼아 한 시간 남짓 다리품깨나 팔아야 한다. 하지만 정상에서 맞는 풍경만큼은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 창선·삼천포대교가 인상적이다. 세 개의 섬 사이에 놓인 다섯 개의 다리가 물수제비 뜨듯 바다 위를 가르고 있다. 그 너머는 남해 창선도다. 봄은 시나브로 다섯 개의 다리를 건너오는 중이다. 교각에 설치된 경관조명 덕에 밤이면 더욱 화려해진다. 총연장 3.4㎞의 다리를 직접 걷는 사람도 곧잘 눈에 띈다. 이웃한 낙조 감상 포인트 ‘실안 노을길’과 별주부전의 고사를 담고 있는 비토섬 등의 풍경도 눈부시다. 삼천포항 왼쪽의 노산공원에 서면 한려수도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공원 한편엔 삼천포 출신 박재삼(1933~1997) 시인의 문학관이 조성돼 있다. 삼천포 동쪽 해안 끝은 남일대 해수욕장이다. ‘남해안 제일 절경’이라는 뜻의 명소다. 남일대의 명물은 코끼리 바위다. 하지만 정작 시선이 가는 건 바다를 따라 자박자박 걸을 수 있게 조성된 길이다. ‘이순신 바닷길’ 가운데 ‘삼천포코끼리길’ 코스로, 진널전망대와 남일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이순신 바닷길의 총연장은 60㎞다. 5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주로 사천의 해안길을 돌아보는데, 일부 구간은 차로도 둘러볼 수 있다. ■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다솔사(853-0283)와 비토섬 등을 둘러보려면 남해고속도로 곤양 나들목으로, 벚꽃 풍경이 빼어난 선진리성과 실안낙조, 삼천포대교 등 삼천포 남동부의 명소들을 먼저 보겠다면 사천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사천관광안내소 835-1023. →주변 여행지 곤양면 흥사리 흥곡마을 묵곡천변에 고려 말에 세운 매향비가 있다. 왜구와 관료들의 학정에 시달리던 민초들이 미륵을 기다리며 갯벌에 향나무를 묻고 의식을 치렀던 곳이다. 야생차로 이름난 다솔사, 별주부전의 전설을 담고 있는 비토섬, 국내 최대 규모의 사천녹차단지(853-5058) 등도 둘러보는 게 좋다. →맛집 싸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면 삼천포수협회센터를 찾아야 한다. 1층에서 횟감을 고른 뒤 2층에서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는 방식이다. 항구 뒤편의 파도한정식(883-4500)과 오복식당(833-5023)은 다양한 제철 해산물로 한정식을 내는 집이다. 1만 1000원. 점심 때는 자리 잡기도 쉽지 않다. 쥐포는 가격 차가 크다. 쥐치를 밑간만 하고 통째 말린 ‘쥐치알포’는 3만 8000~4만원 선이다. 흔히 먹는 조미 쥐포는 1만~2만원선. 베트남이나 중국산의 경우 5000원이면 맛볼 수 있다. 고구마를 얇게 잘라 말린 것을 팥, 강낭콩 등과 섞어 죽으로 끓여낸 ‘고구마 배떼기죽’도 맛있다. 삼천포대교공원 내 풍경(835-0550)에서 맛볼 수 있다. 7000원. →잘 곳 삼천포항 인근 노산공원 쪽에 모텔들이 많다. 4만~5만원.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남일대 쪽이 낫다. 글 사진 사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커버스토리] 학교도 병원도 직장도 없는디… 자식들이 섬 생활 허겄소

    [커버스토리] 학교도 병원도 직장도 없는디… 자식들이 섬 생활 허겄소

    전남 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20여㎞쯤 떨어진 신안군 증도면 소기점도와 소악도·진섬(병풍3구)엔 12가구 20여명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 각기 섬은 다르지만 썰물 때는 서로 이어지는 한 마을이다. 주민 조범석(60)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는 토박이다. 조씨는 삼남매를 두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서울, 목포 등 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아내(58)와 단둘이 김 양식과 농사일을 번갈아 하면서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씨는 자녀들이 섬에 들어와 김 양식 등의 가업을 잇도록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 안 된다”며 “뼈 빠지게 고생만 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는 “30년 전만 해도 32가구 100여명이 갯일과 농사일을 하며 살았으나 지금은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그나마 대부분이 70~80대 고령자로, 낙지잡이나 해조류 채취 등 거친 바다 일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차를 싣고 목포에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리고 선비가 왕복 3만원에 이른다”며 “생활 불편과 소득원 감소가 섬사람들을 뭍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과 이웃한 대기점도(병풍 2구)에도 25가구 40여명이 벼, 마늘, 고추 농사를 조금씩 지으며 살고 있다. 인구는 20년 전의 절반 수준이며 연령대는 대부분 70~80대로 이들이 세상을 뜨면 ‘텅 빈 섬’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마을 이장 오영춘(59)씨는 “이곳은 본섬인 병풍도와 노두길(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길)로 연결된 만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들이 머물 수 있는 편의시설이 전무하다”면서 “유일한 상점인 농협마트가 있으나 이마저도 주말에는 문을 닫아 생수 한 병 구입할 데가 없을 정도”라고 열악한 섬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교육, 의료, 소득원 등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더욱이 주민의 고령화까지 겹쳐 미래는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섬에는 증도초교 기점분교가 있었으나 5년 전에 폐교됐다. 인근 소악도에서는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김모(9·초등 2년)군 한 명이 다니는 소악분교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초등학교 입학생 단절과 폐교로 이어진다.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전남 지역의 학교 공동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 3월 개학을 앞두고 완도 보길초등학교 등 본교 5곳과 여수 화태초교 여도분교 등 분교 31곳의 신입생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45개 학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했고 2011년에는 33개교가 입학식을 치르지 못했다. 매년 평균 10여개의 본교와 분교가 통폐합되고 있으며 이에 포함된 학교는 대부분 조그만 섬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교육 환경은 젊은 층의 이도를 부추기는 첫째 이유로 꼽힌다. 신안군 흑산면 소사리 박모(44)씨는 매년 겨울철 멸치잡이로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그럼에도 섬에 정착하지 않고 몇 년 전 광주에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했다. 그는 매년 1~3월 멸치잡이철에만 고향에 내려와 생활한다. 나머지 기간엔 도시에서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꾸린다. 박씨는 “네 자녀의 교육 때문에 철마다 가족이 헤어져 사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군 임회면 오모(50)씨는 가족과 떨어져 산 지 10년이 넘었다. 서울에 전셋집을 얻어 아내(47)와 딸(22)을 내보냈다. 자녀의 진로를 고려해서다. 아내는 식당 등에 취업해 딸의 학비를 보태고 있다. 그는 겨울철 농한기 때 잠시 서울에 올라가 가족과 함께 보낸 뒤 농사철이면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전국 섬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어획량 감소 등으로 줄어드는 소득을 메우기 위해 도시로 나가 허드렛일을 마다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안 지도읍 어의리 2구 이장 장일랑(80)씨는 “소포작도, 대포작도 등 6개 섬으로 구성된 20여명의 주민이 앞바다에서 낙지 등을 잡아 생계를 꾸렸으나 최근 갯벌이 오염돼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며 “주민 대부분이 70~80대 노인이라 농사도, 바다 일도 제대로 못 하는 만큼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기잡이 등 연근해 어업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남획과 연안 어장 오염, 인구 노령화 탓이다. 어선 감척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남에서는 1994~2011년 5084척의 연근해 및 국제 어선이 감축됐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모두 1만 7307척이 사라졌다. 이는 곧 섬 주민 등의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섬을 낀 자치단체들은 이에 따라 ‘돌아오는 섬’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완도, 통영 등 일부 섬 지역은 활발한 어패류 양식 등을 통해 젊은 층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내몰리는 어민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도서개발촉진법 등을 근거로 수십년간 어민 소득 향상과 교량, 항만 등 생활 불편 해소를 위한 노력에 힘써 왔으나 역부족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 탓에 작은 섬마을의 경노당 건립, 상수도 보급 등의 각종 민원을 다 들어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농 현상과 마찬가지로 이도가 늘면서 무인도 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섬을 낀 전국 지자체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1990년대 초 남한 지역의 섬은 유인도 517개, 무인도 2684개 등 모두 3201개에 이르렀다. 5년쯤 후인 1990년대 중반엔 유인도 447개, 무인도 2748개로 유인도가 줄어든 만큼 무인도가 늘어났다. 섬을 등지는 사람들의 추세가 뚜렷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이 분포한 전남의 경우 2011년 현재 유인도 296개, 무인도 1923개 등 모두 2219개의 섬이 서남해안에 널려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근 관측 장비의 발달로 섬이 새로 발견되는 등 섬 개수가 늘면서 통계 자료를 통한 인구의 증감을 정확이 비교하긴 힘들지만 과거 10년 단위로 20~30여개의 유인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도는 이에 따라 2005~2017년 12개 시·군 217개 섬을 대상으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관광자원화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모두 2조 2800여억원을 들여 테마 섬을 개발하고 주민 지원 사업을 펴고 있으나 국비 확보가 여의치 않아 ‘찔끔 예산 배정’에 머물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951억원을 들여 70개 섬을 대상으로 연도·연육 사업, 관광지 도로 개설 등 110건의 관광·소득 기반 사업을 추진한다. 섬을 낀 다른 지자체도 이와 비슷한 종류의 각종 섬 개발 사업을 펴고 있으나 성과는 미미한 형편이다. 신안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남해 외딴섬 ‘추도’의 겨울

    남해 외딴섬 ‘추도’의 겨울

    해마다 겨울이면 전체가 물메기덕장으로 변하는 섬이 있다고 했습니다. 큰놈들은 얼추 아기 기저귀만 해서 물메기 말리는 풍경이 겨울 추위를 떨쳐버릴 만큼 넉넉해 보인다고도 했지요. 경남 통영의 난바다에 뜬 섬, 추도(楸島) 이야기입니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 등을 따고, 널고, 말리고, 펴고, 열 마리 한 축으로 묶는 일을 제철 석 달 동안 쉬지 않고 되풀이합니다. 엄동설한을 마다 않는 그 정성은 고스란히 맛이 되지요. 통영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추도 메기를 장독대 등에 보관했다가 설날 제삿상에 올리기도 하고, 곶감 빼먹듯 겨우내 조금씩 꺼내 먹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독에 넣어둔 추도 메기가 바닥을 드러낼 쯤 푸른 봄이 찾아오는 거지요. 거제 외포항에선 긴 방파제 전체가 대구덕장으로 변한 이색적인 풍경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펄떡대는 대구들이 파란 바다 위에 내걸린 모습, 상상이 되십니까. 오전 7시. 해가 뜨는 시각이다. 통영여객터미널은 이때가 가장 번잡하다. 주변 섬들로 향하는 배들이 대부분 이 시간대를 전후해 출발하기 때문이다. 추도는 가깝다. 통영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린다. 관광객들에게는 그게 장점이다. 이른 아침, 배를 타고 들어가 섬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오후에 배를 타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숙박하는 것도 좋다. 오후 배로 들어가 하룻밤 잔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올 수 있다. 남해 난바다에 떠있는 섬이니, 날씨만 좋다면 해넘이와 해돋이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여객선에서 마주한 새벽 풍경이 기막히다. 멀리 한산도 등 섬 위로 빠알간 해가 얼굴을 내민다. 바다도 덩달아 붉게 충혈됐다. 배는 새벽이 선사하는 몽환적인 파란빛과 붉은 여명의 경계를 내달린다. 속도는 느리다. 통영에서 14㎞ 남짓 떨어진 추도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니 말이다. 한 시간여 금파(波)를 헤친 배가 미조마을에 승객들을 내려놓았다. 섬의 첫인상은 평이하다. 불퉁스러운 표정으로 배에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섬 사내들과 초점 없는 시선으로 뭍 사람들을 구경하는 촌로들, 그리고 겅중대며 뛰어다니는 검둥개까지, 외딴 섬의 전형적인 풍모다. 한데 도드라진 풍경 하나가 이방인의 시선을 끈다. 물메기덕장이다. 강원도 황태덕장처럼, 물메기를 말리는 곳이다. 한곳에 몰려 있는 황태덕장과 달리 물메기덕장은 마을 곳곳에 퍼져 있다. 게딱지만 한 공간이라도 있다면 어디건 물메기덕장이 된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고샅길이며 골목 여기저기 물메기로 꽉꽉 찼다. 심지어 집 지붕 위에서도 물메기들이 꾸덕꾸덕 말라간다. 잡아서 널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지, 말리는 일이야 어려울 게 없다. 덕장에 걸어 놓으면 볕과 바닷바람이 알아서 말린다. 섬 주민 박금도(75)씨는 올해 물메기가 최고 조황이라고 했다. 자신을 포함해 4대째 추도에서 물메기를 잡고 있다는 그의 설명은 걸쭉하고 시원시원하다. “미기(물메기)는 (바닷)물이 뜨시면 안 나. 추붜야 나오지. 올겨울에 유난히 추붜가 (물메기가) 마이 났지.” 추도는 물메기의 고향이다. 통영 등에서 판매되는 물메기의 팔할은 추도산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물메기는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서 난다. 그런데 왜 하필 추도일까. 추도 앞바다가 산란지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동중국해 등에서 여름을 난 물메기는 겨울이면 산란을 위해 한국 연안을 찾는데, 그곳이 바로 추도 인근 해역이라는 것이다. 한겨울의 물메기가 맛있는 것은 산란을 위해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물메기 수명은 1년 남짓. 대부분 산란을 마친 뒤 죽는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란 표현을 내심 싫어한다. 조경렬(68) 대항마을 이장은 “그기 미기(메기)지 왜 물메기고?”라며 마뜩잖다는 표정이다. 오래전부터 섬 사람들에게 불려온 이름이 더 가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주민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게 또 있다. 뭍사람들이 흔히 ‘옛날에는 물메기를 생선으로 취급하지 않아 잡혀도 그냥 버렸다’고 평가절하하는데, 이게 틀렸다는 거다. 조 이장은 “여기선 (물메기를)버리지 않았다고. 묵고 살 것도 없었는데 애써 잡은 걸 와 버리겠노?”라며 아쉬워했다. 지금처럼 귀한 대접은 아닐망정, 몹쓸 생선 취급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추도 어민들은 모두 대나무 통발로 물메기를 잡는다. 플라스틱 통발을 쓰는 다른 지역의 어선들에 견줘 환경친화적인 전통 어법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 탓에 대나무 통발을 수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11월 말쯤 마을 앞바다에 통발을 내린 뒤, 수선을 거듭하며 이듬해 3월까지 쓴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가 본격적으로 나는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정도 번 돈으로 1년을 버틴다. 올해는 어장 형성이 다소 늦어 12월 중순쯤부터 본격적으로 물메기가 나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예년에 견줘 훨씬 많은 양이 잡히고 있다는 것. 집집마다 3동(100마리)쯤 수확하는 건 흔하고 5~6동씩 잡는 날도 있다. 이른 아침에 조업을 나갔던 어선들은 점심 무렵 돌아온다. 남정네들이 배에서 물메기를 내리면 아낙들은 마을 우물가에 모여 이를 손질한다. 물메기의 등을 따 내장과 알, 아가미 등을 깨끗하게 발라낸다. 아가미와 알은 젓갈을 담고, 두툼한 몸체는 여러 번 민물에 씻은 뒤 덕장으로 보낸다. 핵심 포인트는 여느 바닷물고기와 달리 민물에 씻어 말린다는 것. 주민들은 “바닷물에 씻으면 짭아서 못 먹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메기 손질은 일종의 품앗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너나없이 돕는다. 품삯은 물메기로 받는다. 이 또한 오랜 전통이다. 섬 사람들에게 물메기는 현금과 다름없을 터. 1동에 두 마리가 묵계다. 물메기는 꼼칫과의 물고기답게 살이 흐물거린다. 섬 주민들은 회가 별미라며 ‘강추’하지만, 쫀득한 살점에 길들여진 도시인들에겐 어색할 수 있다. 맑은탕으로 끓인 국물은 더없이 시원하다. 매생이죽처럼 ‘술술’ 넘어간다. 남해 지역 술꾼들이 속풀이 음식으로 즐겨 먹었던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물메기는 무엇보다 말려서 먹는 게 일품이다. 가격도 생물보다 훨씬 비싸다. 국에 넣어 끓이면 딱딱했던 물메기가 부드럽게 풀어지며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술안주로도 최고다. 굽거나 튀긴 다음 고추장 등에 찍어 먹는다. 말린 물메기는 택배의 경우 한 축(10마리)에 10만원부터 17만원까지 4등급으로 나눠 팔고 있다. 현지에서 사면 훨씬 싸다. 상품의 경우 10만원을 훌쩍 넘기지만, 하품은 4만~5만원짜리도 있다. 추도는 작은 섬 치고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물색이 곱다. 맑은 날이면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파란색 젤리처럼 보인다. 한 술 떠먹으면 입가에 파란 물감이 묻을 것 같다는 식의 농짓거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추도는 ‘큰산’을 경계로 대항마을과 미조마을로 나뉜다. 외지인들이 종종 큰산을 ‘희망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섬 주민들은 이를 영 탐탁지 않게 여긴다. 기암들로 이뤄진 해안은 인적 드문 섬 동쪽, 그러니까 샛개부터 펼쳐진다. 샛개 아래로 내려가 꼼꼼하게 살펴야 기골이 장대한 해안절벽과 만날 수 있다. 샛개는 해돋이 풍경이, 미조마을 용두암은 해넘이 풍경이 멋들어지다. 큰산 정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 다만 30년 넘게 사람의 발길이 끊겨 오르는 길이 녹록지는 않다. 큰산 정상엔 뜻밖에 너른 안부가 펼쳐져 있다.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친 나무들 사이로 남해의 쪽빛 바다가 얼굴을 내민다. 오르는 길에서 세월의 더께를 걷어 내면 옛 다랑논과 집들의 흔적이 튀어나온다. 조 이장은 농촌체험을 원하는 도시인들에게 작은 다랑논들을 임대한다든지, 큰산을 통해 미조와 대항마을을 잇는다든지 해서 섬 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때쯤 되면 오르기 수월하고 볼 것도 많은 ‘큰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은산엔 무인등대가 있다. 추도에서 오후 배로 통영에 나왔다면 반드시 산양일주도로에 들를 일이다. 맑은 날이면 피보다 붉은 노을과 만날 수 있다. 산양일주도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달아공원이다. 예서 마주하는 남해 풍경이 장쾌하다. 당포대첩지 인근의 원항마을 해넘이 풍경도 빼어나다. 당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함대가 왜구의 배 21척을 괴멸시킨 전승지다. 달아공원이 웅장하고 서사적이라면, ‘장군봉’ 중턱의 마을 언덕에서 맞는 해넘이는 한결 소박하고 서정적이다. 겨울 남해의 풍성한 맛과 만나고 싶다면 거제 장목면의 외포항으로 향하는 게 순서다. ‘대구의 본고장’쯤 되는 포구다. 대구는 동해안에 서식하다 겨울철 산란을 위해 남해안으로 내려오는데, 장목 앞바다가 그 길목 노릇을 한다. 해마다 12~2월이면 장목 일대에 대구어장이 형성된다. 대구는 수컷이 비싸다. 암컷은 알을 빼고 나면 먹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맑은탕이야 익숙한 음식이고, 대구찜이 독특하다. 묵은 김치에 대구를 싼 다음 쪄 낸다. 외포항 주변 대부분의 식당들이 대구찜 2만 5000원, 맑은탕 1만 5000원(이상 1인분)을 받고 있다. 생대구 수컷 최상품은 6만~7만원선, 말린 대구는 2만 5000~5만원 선이다. 외포항에서 가거대교 방향으로 10분 남짓 가면 장목항이다. 적요한 포구에 들면 일부 혹은 전체가 노랗게 칠해진 배들이 눈에 띈다. 잠수기 어선들이다. 일반 어선과 달리 잠수부들이 바닷물 속에서 어패류를 캐는 것이 주업이다. 현지에선 ‘머구리’라고 부른다. 배가 한결같이 노란색인 건 ‘잠수부들이 바닷속에서 작업 중이니 지날 때 조심해 달라’는 경고의 뜻이다. 요즘 주로 나는 건 키조개와 대합 그리고 우럭(조개)이다. 특히 키조개는 관자가 가장 통통해지는 시기여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 개 1000~1500원. 우럭은 1㎏에 1만 5000원선이다. 대합은 시세 차가 큰 편인데 1㎏에 1만 5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포구 바로 앞의 ‘제1, 2구 잠수기 수협거제지소공판장’에서 살 수 있다. ■ 여행수첩 →가는 길:통영여객터미널(644-0364)에서 한려페리호가 오전 7시, 오후 2시 30분 추도까지 오간다. 오전 배는 미조마을을 먼저, 오후 배는 대항마을을 먼저 들른다. 어느 마을에서 타도 상관없지만, 시간 안배는 잘 해 두는 게 좋다. 어른 편도 7550원. 조경렬 이장(017-566-7115), 미조마을 심춘우 이장(010-9313-2628). →잘 곳:여관은 없다. 민박을 해야 한다. 하루 4만~5만원. 음식점도 없다. 민박집에서 주문해 먹어야 한다. 한 끼 7000원이다. 메기탕은 1만원. 샛개 쪽에 명리의 집(010-4571-7759) 펜션도 있다. 글 사진 통영·거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②활기찬;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②활기찬;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세상이 잠들 무렵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며 해산물이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것들로 활기 넘치는 시장. 그들의 밤은 낮보다 더 펄떡펄떡 생기가 넘친다. 활기찬; 그들의 밤은 낮보다 생기가 넘친다 세상이 잠들 무렵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며 해산물이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것들로 활기 넘치는 시장. 그들의 밤은 낮보다 더 펄떡펄떡 생기가 넘친다. 3. 고속버스터미널 꽃도매상가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9-4 서울고속터미널 3층 찾아가기 3·9호선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영업시간 월~토요일 자정~오후 1시, 일요일 휴무 꽃시장에서 만난 꽃집 아가씨가 다발로 산 꽃을 한아름 들고서 꽃시장 구경 노하우를 일러준다. 꽃이 들어오는 월, 수, 금요일에는 도매상 사장님들도 너무 바빠서 일반 손님들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단다. 하지만 점심 무렵까지는 문을 여니 아침나절에 오면 여유 있게 둘러볼 수도 있고 또 아주 저렴한 값에 꽃도 한아름 안고 돌아갈 수 있다고. 마지막 버스가 떠나고 터미널의 불도 하나둘 소등을 한다. 경비아저씨들이 작은 전등을 들고 터미널 구석구석을 점검하는 이때 힘차게 터미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거침없이 계단을 오르는 그들을 반기는 것은 터미널 3층 전체를 가득 메운 올망졸망 예쁜 꽃들이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온갖 꽃을 맘껏 구경하고 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곳은 고속버스터미널 꽃도매상가다. 꽃집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물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새방앗간 같은 곳. 밤 12시부터 새벽 2~3시까지는 소매상들이 많은데 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구와 인테리어 소품, 장식 재료를 판매하는 상점이 모여 있어 파티플래너, 플로리스트, 스타일리스트와 같은 전문가들의 발걸음도 잦다. 한차례 북적이는 시간대가 지나자 꽃시장의 구석구석이 더 재미있어진다. 한가한 틈을 타 쪽잠을 청하는 꽃집 아저씨, 옆집 주인과 배달음식으로 출출한 배를 달래는 아주머니, 이리저리 떨어진 꽃잎을 쓸며 주변 정돈을 하는 아저씨, 잠시 뒤에 올 또 한 무리의 손님들을 위해 큰 생수병을 줄 세워 커피를 만들고 있는 주인장까지 저마다 시간을 쪼개 쓰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꽃집마다 꽃만큼 많은 것이 있으니 바로 무더미로 쌓인 신문지다. 이곳에서 단으로 판매하는 꽃은 신문지에 둘둘 말아 주는 것이 포장의 전부. 날짜 지난 신문지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백 장씩 쓰다 보니 파지를 취급하는 곳에서 돈 주고 사오는 엄연한 포장지란 말씀.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꽃시장에 오는 날은 집에서 나설 때부터 마음이 설레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엔 기운 없을 때, 기분 상하는 일이 있을 때 일부러 찾아오기도 해요. 꽃 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거죠. 예쁘잖아요. 또 마음에 드는 꽃을 사서 집에다 꽂아두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요. 꽃구경 나온 직장인 신아름 씨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녀는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 초 두 개를 장만했다. 강렬하게 어울릴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골랐다며 생글거리는 그녀는 잠 못 이루는 밤 꽃시장으로의 나들이를 추천했다. 술보다 꽃으로 더 달뜨는 밤, 좋지 아니한가. 1 꽃도매상가에 꽃만큼 많은 것이 포장지로 사용하는 신문지 더미다 2 알록달록 꽃만큼 예쁘고 화려한 포장재료를 판매하는 부자재 상가들이 이웃하고 있다 3 처음 보는 꽃들이 얼마나 많은지 구경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4 집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꿔 줄 아이템! 꽃도매시장에서 원스톱으로 해결 가능하다 4. 노량진수산市場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동 13-8 찾아가기 1·9호선 노량진역 연결통로 이용 영업시간 연중무휴 24시간 영업 홈페이지 www.susansijang.co.kr 시장은 어디든 생기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수산시장이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꼬리로 물장구치며 펄떡이는 물고기는 싱싱함 그 자체. 수산시장 특유의 풍경이라 할 수 있는 경매는 새벽 1시부터 이른 아침까지 장 전체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맘에 드는 놈으로 골라 회를 떠서 맛볼 수 있는 횟집거리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니 노량진은 언제 가도 반겨 주는 이들이 많다. 노량진수산시장 건물 1층 입구로 들어서면 횟집 늘어선 통로에서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물고기와 눈싸움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도매시장이지만 이렇듯 횟감을 파는 소매상들로 1층에 횟집거리가 형성돼 있어 여기서 구입한 싱싱한 해산물은 2층 식당가에서 양념과 주류를 구입해 먹을 수 있는 회식 장소로 안성맞춤. 모자란 먹을거리를 찾아 한달음에 내려온 한 청년은 신입사원인 듯 어떤 것이 좋을까 수족관 앞에서 생각이 깊어진다. 우리나라로 여행 온 외국인 여행자들도 제법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시장풍경이 신기한 여행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선물하는 횟집 사장님의 인심이 구수하다. 전구 불빛 찬란한 길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이들의 표정에도 웃음이 한가득. 단골은 단골대로 뜨내기 손님은 또 그대로 시장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쭈뼛쭈뼛 흥정이 쑥스러운 여대생 둘이 등장하자 횟집 사장님들은 서로 더 잘해 주겠다며 호객에 열을 올린다. 생선은 물론 건어물과 젓갈, 어패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구이용이든 찌개용이든 회를 뜨든 모든 생선은 포장 가능하다. 회를 포장을 할 때에는 회로 뜨고 남은 생선뼈를 매운탕용으로 따로 담아 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아가씨 우리 광어 좀 봐 봐라. 오늘 광어가 싱싱해. 작은 것보다 큰 게 맛이 좋다고. 요기 큰 거 내가 인심 썼다. 3만원 하자.” 사겠다는 말도 하기 전에 뜰채로 광어를 들어 올리는 횟집 사장님. 처음 온 손님도 단골처럼 대하는 상인들의 그 모습에 한 번 맛들이면 발길을 끊기 어렵다. 1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노량진수산시장 2 수산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활기차게 살아있다 3 고양이 한 마리가 불러도 못들은 척 생선가게 앞을 지키고 앉아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2013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젤리피시/조수경

    [2013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젤리피시/조수경

    분홍빛 바다가 출렁인다. 수심이 가장 깊은 곳에 토막 난 엉덩이가 바짝 엎드려 있다. 둥근 엉덩이 사이로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페니스들이 서 있다. 페니스들은 물살이 지나갈 때마다 일제히 부드럽게 흔들린다. 한쪽에서는 실리콘 가슴이 유두를 꼿꼿하게 세운 채 먹잇감을 찾고 있다. 위험을 감지한 듯, 무지개빛깔 콘돔 무리가 빠르게 헤엄쳐 지나간다. 나는 눈을 감는다. 바다 깊은 곳까지 파고든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눈꺼풀을 투과한 빛이 안구를 따스하게 감싼다. 빛은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온몸에 뿌리내리고 있는 뼈마디를 녹인다. 몸이 점점 더 가벼워진다. 나는 분홍빛 바다를 부유한다. 나는 휠체어 바퀴를 탄력 있게 밀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휠체어를 미는 손에는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다. 방향을 틀 때마다 짧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하늘거렸다. 출입문이 열리며 사십대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의 얼굴 위로 분홍빛 조명이 물결처럼 흘러갔다. 나는 카운터 위에 달린 회전 조명등을 껐다. - 천천히 돌아보세요. 휠체어를 밀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남자의 시선이 뒤쫓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의 시선이 진열대 쪽으로 튕겨 나갔다. 남자의 눈동자는 진열대에 놓인 성인 잡지와 DVD, 콘돔 상자와 딜도를 빠르게 훑으며 한 칸씩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줄리’ 앞에서 멈췄다. ‘줄리’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그것은 유명한 포르노 여배우가 자신의 성기를 직접 본떠 만든 것이었다. 남자는 ‘줄리’의 우윳빛 허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토막 난 몸뚱이를 쓰다듬던 남자는 여배우의 그곳을 구석구석 살피며 촉감을 확인했다. 남자의 턱관절이 점점 느슨해지며 입이 벌어졌다. 모니터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앉아 있을 때도 남자는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삼 개월 할부로 몸값을 치르고, 남자는 토막 난 연인을 끌어안은 채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비록 신체 일부분이긴 하지만 남자는 매일 밤 포르노 스타와 밀애를 즐기게 될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상품 중 완전한 것은 없었다. 모두 분절된 신체기구뿐이었다. 발기된 페니스를 본뜬 고가의 바이브레이터, 살짝 벌어진 여자의 성기, 둥글고 탐스러운 엉덩이, 가슴 사이에 질이 달린 기형적인 기구까지 온통 토막 난 몸뚱이뿐이었다. 토막 난 몸뚱이들은 나와 제법 어울렸다. 아이처럼 작은 몸에 달린 성숙한 여자의 젖가슴, 근육이 잘 발달된 짧은 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붙어 있는 가늘고 휘어진 다리는 몸통을 중심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으나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법했다. 내 몸뚱이는 버려진 재료를 모아다가 아무렇게나 조립해 만든 결과물 같기도 했다. 나는 가끔 가게 안에 분해된 채로 진열된 내 몸뚱이를 상상해 보곤 했다. 오후 두 시. 노인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인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다. 나는 카운터 뒤쪽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노인은 방 안에 쟁반을 밀어 넣은 뒤 내 몸을 들어 올렸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아무 의지도 없이 덜렁거렸다. 노인은 나를 방 안에 내려놓은 뒤 문지방에 걸터앉아 천천히 신발을 벗었다. - 오늘은 유난히 바빴어. 공영주차장 공사가 시작됐거든. 그쪽 인부들이 다 왔지 뭐야. 한동안 바쁘겠어. 노인은 안주인과 함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네 이름을 따서 지은 평범한 상호에, 따로 메뉴도 없이 그날그날 안주인이 만든 국과 반찬을 내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일하는 공업사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의 식당을 찾았다. 젊은 시절, 노인은 이 근방에서 기계 다루는 일을 했다. 안주인은 노인이 일하는 곳 근처에 세를 얻어 식당을 열었다. 공업사와 공구상가가 밀집된 지역이었다. 식당은 벌이가 꽤 괜찮았다. 노인은 일을 그만두고 식당에서 안주인을 거들거나 상가로 배달을 다니곤 했다. 세를 얻어 식당을 차린 노인 부부는 이제 식당이 딸린 3층짜리 건물의 주인이 되었다. 내가 노인의 건물 2층에 세를 얻어 산 것도 벌써 6년째 접어들었다. 노인은 내가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게끔 화장실을 개조해 주었다. 노인이 아니었다면 가게를 시작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었다. 끼니때가 되면 노인은 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챙겨다 주었다. 때로는 나를 안고 식당에 내려가기도 했다. 한창 바쁘게 손님을 치르고 난 안주인까지 함께 둘러앉아 늦은 점심을 먹을 때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공업사 사람들은 노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밥알을 씹으며 노인 같은 사람이야말로 선행상을 받아야 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노인은 쑥스럽게 웃으며 “딸자식 같아서…”라고 겸손하게 말하곤 했다. -갈치조림이야. 손님상에 내려고 만든 건 아니고… 며느리가 보낸 걸 내가 몇 토막 졸여 달라고 했지. 방으로 들어온 노인이 쟁반을 덮고 있던 신문지를 걷어냈다. 매콤한 갈치조림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노인은 손으로 갈치 한 토막을 집어 들고 몸통 양 옆에 박혀 있는 가시를 빼냈다. -이렇게 가시를 미리 빼두면 먹기 좋지. 갈비처럼 손에 들고 뜯어 먹기도 좋고. 양념장이 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빨며 노인이 말했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갈치 살을 발라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갈치는 꽤 먹음직스러웠다. 발라낸 살을 입안에 넣자마자 연약한 살점이 부서졌다. 그제야 허기가 밀려왔다. 자작자작한 국물에 뜨거운 밥을 비벼 입에 넣고,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무를 베어 먹었다. 노인은 남은 갈치 토막을 집어 들고 가시를 제거한 뒤 살점을 발라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살점을 씹고, 국물을 삼키는 나를 보며 노인은 기름으로 번들번들해진 손가락을 자꾸만 빨았다.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는 밥그릇 가장자리에 들러붙은 밥알을 떼어 냈다. 손톱으로 접시에 말라붙어 있는 갈치 비늘을 긁어냈다. 손톱 사이로 은빛 비늘이 반짝였다. 나는 신문지로 빈 그릇을 덮었다. 노인은 쟁반을 방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나는 갈치 기름으로 얼룩진 신문지 귀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님이 올 거예요. -그래, 그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신발을 꿰신었다. -저녁 올려다 주마. 노인이 쟁반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방 한쪽에 쌓아 놓은 상자더미 쪽으로 기어갔다. 어제 들어온 상품 몇 개를 새로 진열해 놓을 생각이었다. 상자더미 옆에는 계단식으로 만든 나무받침대가 있었다. 노인이 만들어 준 것이었다. 나는 받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였다. 몸집이 큰 그는 사람들과 섞여 있어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을 때 그와 몇 번인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선한 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마치 바다 속 포유류 같았다. 그가 맞은편에 위치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일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리고 공업사 2층에 딸린, 내 방에서 마주 보이는 방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곧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받침대에 올라갈 때마다 창밖을 내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작업을 마친 그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툭툭 털어내고 동료들과 함께 공업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맨 위에 올려져 있던 상자에서 ‘투 러버스’를 꺼냈다. 페니스 모형 두 개가 하나로 이어진 상품인데, 한쪽은 딱딱하고 다른 한쪽은 부드러운 질감을 하고 있는 기구였다. 이것은 마치 머리가 둘 달린 뱀처럼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튜브 걸’도 꺼냈다. 여체를 본뜬 비닐 튜브에 바람을 주입한 뒤, 성기 부분에 실리콘으로 제작한 질 모형을 끼워 넣고 사용하는 상품이었다. 모양이나 촉감은 ‘리얼 돌’에 못 미치지만 저렴한 가격이 ‘튜브 걸’의 장점이었다. 나는 두 개의 상품을 들고 가게로 나갔다. ‘투 러버스’를 딜도 옆에 나란히 진열해 놓은 뒤, 납작하게 눌린 ‘튜브 걸’의 몸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밋밋한 얼굴과 유두 없는 가슴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흐느적거리던 비닐 다리에도 팽팽하게 공기가 차올랐다. 나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튜브 걸’의 다리를 벌리고 핑크빛 질을 끼워 넣은 뒤 무릎 위에 앉혔다. 공기처럼 가벼운 여인을 한 팔로 끌어안고 가게 중앙으로 휠체어를 밀었다. 나는 춤을 청하듯 정중하게 ‘튜브 걸’에게 손을 내밀었다. ‘튜브 걸’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동그란 원을 그리듯 휠체어를 밀었다. 멀어질 듯 밀착되고, 흐느끼듯 가라앉다 이내 경쾌하게 튀어 오르던 춤. 오래전 영화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흘러나왔던 연주곡을 흥얼거리며 나는 ‘튜브 걸’과 함께 가게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다.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춤추기를 멈췄다. -제법인데. P공업사 사장 최 씨였다. 최 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가게를 찾아왔다. 최 씨는 나에게서 ‘튜브 걸’을 빼앗아간 뒤, 춤을 추는 시늉을 했다. 나는 ‘튜브 걸’을 거칠게 낚아채 한쪽에 세워 두고 가게 문을 잠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최 씨가 나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알코올로 기구를 닦아 내는 동안 최 씨는 양말과 바지, 그리고 팬티를 차례로 벗었다. 나는 최 씨 쪽으로 기구를 밀었다. 무릎을 세운 채 다리를 한껏 벌리고 있는, 여자의 하반신을 본뜬 기구였다. 최 씨는 내가 건넨 윤활제를 자신의 성기에 발랐다. -거기 있어. 네가 보고 있으면 더 흥분이 되거든. 이곳에 찾아오는 남자들 대부분이 내게 자신들의 행위를 지켜봐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에게 섹스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 기구가 아닌 진짜 여자와의 섹스를 원했다면 그들은 다른 곳에 갔을 것이었다. 대신 그들은 내가 여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했다. 나는 남자들이 기구 안에 사정을 할 때까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그들을 지켜보곤 했다. 때로는 기구에서 여자의 상반신이 자라나는 상상을 하거나, 기구처럼 남자들의 상반신이 사라지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일을 마친 최 씨가 기구에서 몸을 빼냈다. 나는 전기주전자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커피 잔에 인스턴트커피를 쏟아부었다. 황갈색 커피 알갱이가 잔 위로 우박처럼 떨어졌다. 하얀 프림이 쏟아지며 커피 알갱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입자가 고운 프림은 카리브 해의 모래를 닮았다. 카리브 해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가 산다고 했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언젠가 TV에서 본 그 해파리의 이름을 천천히 발음해보았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는 성장과 퇴행을 무한히 반복한다고 했다.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 1cm도 안 되는 이 작은 해파리는 죽지 않고 끊임없이 번식하며 전 세계 바다로 퍼져 나가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다 해도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는 태고로부터 멀고 먼 미래까지, 끝없이 헤엄쳐 갈 것이었다. 바다를 가득 메운 영생불사의 생명체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헤엄쳐 오는 환영. 나는 몸을 떨었다. 아주 오래전, 나는 해파리였다. 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흐물흐물한 두 다리는 내가 해파리의 삶을 살았다는 흔적기관으로 남아 있었다. 분출하는 법은 잊었지만, 여전히 분비되고 있는 독이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며 현기증이 일 때도 종종 있었다. 물이 끓었다. 나는 최 씨에게 커피를 건넸다.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최 씨는 커피값을 기구 옆에 내려놓았다. 나는 해변에 누워 바다를 바라본다. 수평선 끝에 태양이 반쯤 걸려 있다. 태양은 바다 위로 황금빛 길을 만들고 있다. 황금빛 길을 따라 무언가 해변을 향해 헤엄쳐 오고 있다. 그것은 수면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헤엄쳐 온다. 물살이 점점 거세진다. 하지만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해변에 가까워지면서 그것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검은 고래다. 고래와 나는 서로 마주 본다. 나는 고래의 등 위로 기어 올라간다. 고래의 등은 생각처럼 미끄럽지 않다. 그리고 따뜻하다. 나를 태우고 고래는 다시 바다로 헤엄친다. 내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고래는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친다. 물살에 발등이 간지럽다. 낯설다. 나는 내 다리를 내려다본다. 길고 튼튼한 다리가 쭉 뻗어 있다. 나는 다리를 한껏 뻗어 물살을 가른다. 잠결에 쇠가 또 다른 쇠붙이 안으로 파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떴다. 철컥, 하고 가게 출입문이 열린 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시 출입문이 슬며시 닫히는 소리, 쇠붙이가 돌아가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로 허공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는 귀가 예민해지는 법이었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벌써 잠이 든 게냐? 노인이었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방문을 등지고 돌아누웠다. -저녁상 봐왔다. 불을 켜지도 않은 채, 노인은 방 한쪽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저녁은 먹고 자야지. 노인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었다. -갈치찌개다. 남은 갈치 넣고 끓였는데 맛이 아주 개운하다. 노인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오며 말했다. 노인이 등 뒤에서 나를 끌어 안았다. 노인의 손이 티셔츠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노인의 피부는 차갑고 거칠었다. 노인은 내 가슴을 성급하게 움켜쥐었다. 노인은 내 등 뒤에 바싹 붙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물을 벗고 있는 커다란 곤충이 등 뒤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멀리,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간간이 쇠를 자르는 날카로운 소리도 들려왔다. 공업사에서는 종종 야간까지 작업을 하곤 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나는 어두운 방 안에 누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쇠가 잘리는 소리는 비명소리 같았다. 그것이 쇠붙이에서 피 맛이 느껴지는 이유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불로 온몸을 꽁꽁 감싸고 누워 기계가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소리를 듣다 잠이 들곤 했다. 노인이 긴 숨을 토해냈다. 허물처럼 노인의 몸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만 같았다. -입맛 없으면 뒀다가 아침에 데워 먹어라. 방문을 닫기 전, 노인이 말했다. 가게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힐 때까지 나는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난 뒤, 나는 기구를 소독하듯 내 몸 구석구석을 닦아 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배고픈 아기마냥 희미하게 울다가도 이내 앙칼진 비명을 질러댔다. 안주인은 또 잠에서 깨어났을 것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전화벨이 울려도 못 들을 만큼 깊은 잠에 빠지는 편인데,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리면 이상하게 잠에서 깨어난다며 투덜거리곤 했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단순히 교미를 하고 있는 짐승이 아닌, 이제 막 성의 유희를 알게 된 계집 같다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나는 노인이 두고 간 쟁반을 끌어당겼다. 밥공기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차갑게 식은 밥덩이가 갈치찌개 위로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비닐봉지 안에 담은 뒤 나무받침대 맨 위까지 기어 올라갔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응시했다. 캄캄한 골목길에서 몸집이 작은 고양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비닐봉지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비린내를 맡은 고양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곧 생명을 잉태할 어미 고양이에게는 충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할 것이었다. 전봇대 아래 둥그런 물체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쓰레기더미일 것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맞은편, 그가 살고 있는 방을 바라봤다. 불이 꺼져 있었다. 창문은 밤하늘보다 더 어두운 빛깔을 하고 있어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낮에 본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자동차 보닛을 열고 부품을 교체하던 중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육중한 부품들을 그는 날렵한 동작으로 들어내고 또 갈아 끼웠다. 그의 손을 거치고 나면 자동차는 매끄러운 엔진 소리를 냈다. 그는 무엇이든 고칠 수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그는 내 몸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괴한 모양으로 붙어 있는 팔과 다리를 몸통에서 분해한 뒤 정상적인 팔과 다리를 다시 이어 붙이고 조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그의 집 창가에 커다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나는 재빨리 몸을 숨기며 받침대에서 기어 내려왔다. 안주인이 자꾸만 하품을 했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지난밤 잠을 설친 탓이었다.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는 손으로 열무를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노인이 두부조림을 반으로 잘라 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양념장이 간간하니 입맛이 돌 게다. 나는 노인이 얹어 준 두부를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두부에 배어 있던 물기가 밥알 사이로 스며들었다. 노인은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 밥 위에 올려 주고 코다리찜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었다. 안주인이 열무를 집어 먹던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으면서도 식당 출입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안주인의 오랜 습관이었다. 곧 식당 문을 밀고 남자 몇몇이 들어왔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 중에 그가 있었다. 빈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는 나와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안주인이 부엌에 들어가 국을 데우는 동안, 노인은 밑반찬을 가져다 날랐다. 나는 밥알을 씹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는 코다리찜을 한입에 넣고 씹다가 입을 우물거리며 가시를 뱉어냈다. 그의 젓가락은 계란말이를 자주 집어 들었다. 그는 국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 후루룩 국물을 삼켰다. 콧등에 땀이 맺히자 손등으로 스윽 닦아냈다. 숟가락질 서너 번 만에 그는 밥 한 공기를 비웠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물로 입가심을 하던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노인이 맞은편 자리로 와 앉았다. -다 먹은 게냐? 노인이 물었다. 노인 뒤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노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나를 안으려는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올려다 줄게요. 그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 옆에 서자 그의 몸집은 더 커보였다. 노인은 그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는 나를 안은 채로 식당 문을 열고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그의 새끼손가락이 내 가슴에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었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콧날에서 인중으로, 인중에서 다시 윗입술로 이어지는 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윗입술에 비해 아랫입술이 들어가 있고 아래턱이 짧아 그는 고집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휠체어에 나를 내려놓았다. 그의 목덜미가 내 얼굴에 닿을 듯했다. 그는 후, 하고 숨을 짧게 내뱉었다. 그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처럼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나는 휠체어를 밀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나를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 좀 마실래요?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게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고 방문을 열었다. 방바닥에는 포장하려고 꺼내 놓은 상품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 주문량이 나날이 늘고 있었다. 나는 상품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그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방에 들어온 그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반쯤 찔러 넣고 머뭇거렸다. 방바닥에 앉아서 바라보니 그는 더욱 커 보였다. 엉거주춤하게 선 자세로 방안을 휘휘 둘러보던 그가 갑자기 창가로 걸어갔다. -내 방이 마주보이는군요.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걸까. -저기가, 그가 손을 쭉 뻗으며 맞은편을 가리켰다. -내 방이거든요. 그가 천진하게 웃었다. 방바닥에 앉아 있는 나는 창문 너머 그의 집을 볼 수가 없었다. 그제야 눈치 챈 듯,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창문 앞에 놓인 나무받침대를 흘끗 쳐다보고 내 옆에 와 앉았다. 나는 전기주전자 쪽으로 몸을 끌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손을 짚은 곳까지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작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꼬리처럼 흐물흐물 따라왔다. 그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더 무거워졌다. 전기주전자에 물이 끓는 동안 그는 주문 목록을 집어 들고 천천히 훑어봤다. 상품명을 일일이 소리 내어 읽다가 그는 중간중간 주변을 돌아보며 해당 상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상품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커피를 건네고 나서야 그는 주문 목록이 적힌 종이를 내려놓았다. 나는 바닥에 늘어놓은 상품들 중 딜도를 손에 쥐었다. 나는 익숙한 솜씨로 딜도를 포장해 상자에 넣었다.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콘돔 두 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상자를 테이프로 봉한 뒤 나는 ‘식스팩맨’을 끌어당겼다. 탄탄한 복근부터 허벅지까지 만들어놓은 것으로 ‘초콜릿 복근’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출시된 상품이었다. ‘식스팩맨’을 개발한 회사에서 상품을 광고할 때 내건 문구는 ‘지금은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이었다. 광고 문구를 읽을 때마다 나는 구시대의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레즈비언 커플을 위한 기구를 포장했다. 벨트를 허리에 두르면 여자도 남자의 성기를 몸에 지닐 수 있었다. 내가 상품을 포장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가 여자의 엉덩이를 본뜬 상품을 집어 들었다. 그는 내 손놀림을 곁눈질해가며 여자의 엉덩이를 포장했다. 엉덩이를 움켜쥐는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일어섰다. 나는 페니스 모형을 말아 쥐었다. 불끈 튀어나온 핏줄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상품이었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 손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나는 페니스를 더욱 세게 말아 쥐었다. 그는 포장한 엉덩이를 상자에 넣고, 이번에는 실리콘 가슴 모형을 끌어당겼다. 그의 커다란 손 안에 한쪽 가슴이 가득 찼다. 그의 시선이 내 가슴 쪽으로 옮겨 왔다. 순간, 아랫도리에 더운 피가 고여 들었다. 나는 실리콘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그의 손을 끌어다 내 가슴에 가져다댔다. 잠시 멈칫했던 그의 손이 이내 옷 속을 파고 들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두 개의 다리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옷 속을 파고든 그의 손이 몸의 굴곡을 따라 느리게 움직였다. 온기가 지나간 자리에 소름이 돋아났다. 가슴과 배꼽 위에 차례로 머물던 따스한 기운이 순간 사라졌다. 그가 치마를 거칠게 잡아끌었다. 나는 그의 손을 다급하게 막았다. -일 끝내고,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빛이 한창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짧고 가느다란 다리가 여과 없이 보일 터였다. 다리를 보게 되면 햇볕에 말라죽은 강장동물의 사체라도 발견한 듯, 그의 눈은 경멸로 가득해질 것이었다. -밤에 다시 와줄래요? 그가 내게서 몸을 뗐다. 그는 몸의 열기를 빼내듯, 숨을 길게 내뱉고 일어났다. 포장이 끝난 상자 몇 개를 한쪽에 쌓아 두고 그는 방에서 나갔다. 오후 일곱 시. 나는 딜도를 크기별로 보기 좋게 정리했다. DVD를 진열해 놓은 선반을 손바닥으로 쓸어 보니 먼지가 묻어났다. 물티슈를 뽑아 선반에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내친김에 다른 진열장에 쌓여 있는 먼지도 닦았다. 출입문 손잡이 부분은 늘 손님들의 지문으로 얼룩져 있었다. 나는 물티슈를 한 장 더 뽑아서 손잡이 부분을 닦았다. 휠체어를 뒤로 밀어 얼룩이 남은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카운터 주변까지 정리를 마치고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택배기사가 상자를 수거해 가고 난 뒤에 방안을 쓸고 걸레질까지 했지만, 나는 물티슈로 방바닥을 한 번 더 훔쳐 냈다. 가지런히 개어 놓은 이불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노인의 냄새가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불 귀퉁이에 향수를 살짝 뿌려두고 나서야 나는 안심했다. 욕실 문을 열고 쓰윽 훑어봤다. 거울도, 세면대도, 바닥도 모두 말끔했다. 세면대 옆에 걸어둔 수건이 낡아 보였다. 나는 서랍장을 열고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수건을 찾아 욕실에 새로 걸어 두었다. 그가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열고 화장품을 꺼냈다. 파우더 퍼프를 두드려 이마와 콧등의 기름기를 지웠다. 턱을 살며시 들고 마스카라를 덧발랐다. 손거울 안에 들어있는 여자의 얼굴이 제법 도도해 보였다. 나는 턱을 든 채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여 보기도 하고 입 꼬리를 올려 웃어 보기도 하다가 키스를 기다리는 여자처럼 입술에 긴장을 풀었다. 거울을 끌어당기고 살짝 벌어진 입술 안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을 향해 처음 속살을 내보인 패류(貝類)처럼 나는 재빨리 입술을 닫았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급히 닫고 미리 띄워 놓은 인터넷 쇼핑몰 창을 들여다보며 주문량을 확인했다. 문이 열리며 발자국 소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빼고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노인이었다. -문 닫고 내려가서 저녁 먹자. 일곱 시 사십 분. 평소대로라면 벌써 가게 문을 닫았을 시간이었다. -손님이 올 거예요. 나는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노인은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 노인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해지자 나는 가게에 불을 켜둔 채 방문을 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이미 어두웠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걸까. 나는 상체를 숙여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끌어내렸다. 쿵, 소리가 났지만 이 정도 충격에는 이미 단련되어 있었다. 나는 어두운 방안을 기어갔다. 방바닥에 가로등 불빛이 창문 모양으로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나는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받침대를 한 칸씩 올라갔다. 팔 근육은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더 굵고 튼튼했다. 창밖으로 그의 방 창문이 보였다. 불이 꺼져 있었다. 공업사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빠른 속도로 나무받침대를 내려왔다. 휠체어에 올라타고 카운터로 나갔다. 모니터에 인터넷 쇼핑몰 창을 띄워 놓은 채, 나는 가끔씩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배송해야 할 상품목록을 정리하고, 제조사에서 보낸 신상품 카탈로그를 살펴봤다.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아홉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을 기어 나무받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의 방 창문이 보였다.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창가에 바짝 붙어 그의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나무 책상이 보였고 침대 모서리가 보였다. 멀리서 자동차가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지나갔다. 소리는 점점 멀어지다 사라졌다. 침대 모서리 밖으로 하얀 다리가 튀어나왔다. 창틀에 가려져 다리의 일부만 보였지만 그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벽에 등을 기댔다. 나는 침을 삼켰다. 나는 다시 몸을 낮추고 창밖을 내다봤다. 하얀 다리 사이로 그의 커다란 몸뚱이가 보였다. 하얀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곧은 뼈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탄력 넘치는 근육. 근육이 움직이며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곡선. 관절의 거칠고도 부드러운 움직임. 실리콘도, 비닐 튜브도 아닌 살아 있는 다리. 만져 보고 싶었다. 나는 카운터 위에 달린 회전 조명등을 켰다. 꼿꼿이 서 있는 딜도와 납작하게 웅크리고 있는 엉덩이 위로 분홍빛이 내려앉았다. 휠체어를 밀고 가게 안을 둘러봤다. 나는 포르노 스타의 토막 난 몸뚱이 앞에서 멈췄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질을 가지고 있는 포르노 스타 옆에는 실리콘 가슴이 누워 있었다. 나는 계속 가게 안을 둘러봤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 잡지에서 종종 봤으나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나는 잡지를 집어 들고 휠체어를 밀었다. 나는 여자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면을 찾아 방바닥 한가운데에 잡지를 펼쳐 놓았다. 그 아래로 실리콘 가슴을 가져다 놓았다. 나는 다시 포르노 스타의 토막 난 은밀한 부위, 그리고 여자의 다리를 본뜬 쿠션을 차례로 가져다 놓았다. 나는 내가 창조해 낸 여자 옆에 나란히 누웠다. 카리브 해의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여자와 나는 백사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분홍빛 파도가 밀려와 여자와 내 몸을 적신다. 여자의 분절된 몸이 하나로 이어진다. 여자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운다. 한 걸음씩 발을 내딛다 여자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전라의 아름다운 육신이 부드럽게 출렁인다. 여자는 춤을 추며 내게 다가온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여자는 주문을 외우고 섬세한 손길로 내 다리를 쓰다듬는다. 숨을 불어넣은 ‘튜브 걸’처럼 가늘고 휘어진 두 다리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며 감각이 되살아난다. 탐스럽게 살이 오른 두 다리가 공중으로 뜨기 시작한다. 다리와 함께 내 몸도 붕 떠오른다. 내 몸은 분홍빛 바다 위를 떠다닌다. 따스한 물결이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투명한 몸에서 빛을 발하는 해파리들이 바다 깊은 곳에서 하나둘씩 떠올라 해면을 부유한다. 해파리들이 헤엄쳐와 내 몸을 핥듯이 뒤덮는다. 목을 감싸고 가슴 위로 미끄러지고 내 몸 안을 깊숙이 파고든다. 태양과 바다가 맞닿은 곳을 향해 나는 해파리들과 함께 헤엄친다. [당선소감] 연인이 세상 떠난 벼랑끝, 거짓말 같은 일이…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삼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쏟아졌고, 나의 연인은 세상을 떠났다. 감당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쪽이 아닌, 저쪽 세상을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나’도 잃고 ‘언어’도 잃은 시간이었다. 두려웠다. 벼랑 끝에서,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달려가며 세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느리게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 나는 후자 쪽을 꿈꾼다. 어릴 때부터 꿈은 하나였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언제나 명확했다.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삶의 사각지대였고, 나는 그것을 문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제, 간신히 ‘입장권’을 받은 기분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임을 잘 알고 있다. 글. 그림.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 동물들과 사랑을 나누는 삶.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글’의 힘을, 나는 믿는다. 늦게 출발한 만큼 더 열심히 쓸 것이다. 제게 ‘숨’인 소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좌뇌를 물려주신 아빠, 우뇌를 물려주신 엄마, 가장 소중한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 등단하면 찾아뵙겠다며 지금껏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조해룡 교수님, 곧 찾아뵐게요. 대모님을 비롯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많은 분, 믿고 응원해 준 친구들, 특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나를 위해 식량과 각종 영양제를 배달해 준 재경양, 모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모습 그대로, 내 안에 영원히 방부 보존되어 있을 당신, 그곳에서 늘 지켜봐 주세요. ■약력 ▲1980년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현재 SBS 라디오 작가 [심사평] 인간의 깊은 내부세계 들여다보는 문제작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전통적으로 좋은 작품, 좋은 작가를 새롭게 배출하는 자리로 알려져 왔다. 최근 이은선, 차현지, 김가경과 같은 재능 있는 작가들을 문단에 새로 내놓았고 이들은 이미 활발한 문단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힘센’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본심을 맡으면서 우리는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모두 열두 작품 정도. 생각보다 많은 예심 통과작은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시간적으로도, 마음 씀씀이로도 쉽지 않은 일을 하도록 했다. 두 사람이 미리 배송해 받은 예심 통과작을 읽고 그 가운데 몇 편을 추려 꺼내 놓은 후보작은, 한 사람은 두 편, 다른 한 사람은 네 편. 공교롭게도 한 사람의 네 편 가운데 다른 사람의 두 편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 두 편의 제목은 조수경의 ‘젤리피시’와 이완의 ‘아빠의 네트워크’. 두 작품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아빠의 네트워크’는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세계를 조명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중 화자의 시각이나 생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녹록지 않은 생활을 이어 가는 인물들 모두의 삶에 흐르는 생기나 활력은 이 소설의 작가가 성숙한 세계인식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수경의 ‘젤리피시’는 어떻게 보면 더 독특하면서도 문제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 같다.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일하는 고독한 장애 여성의 시점을 취한 것은 이 작품을 쓴 사람이 세태와 시류를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유행감각의 소산이 아니다. 이 작가는 인간의 깊은 내부 세계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갖추었다. 또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묘사 능력도 탁월했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조수경의 ‘젤리피시’를 당선작으로 올렸다. 문제작을 당선작으로 올린 것에 만족한다. 조수경에게 축하드리며 정진을 당부한다. 이완은 이것으로 낙심하지 말고 힘내시길.
  •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음조차 치유되는 일본 힐링여행

    “산과 바다, 그리고…” 마음조차 치유되는 일본 힐링여행

    도시 여행에 싫증을 느꼈거나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습니다. 그곳은 바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일본의 시즈오카현(縣)입니다. 특히 빼곡한 산 위로 푸른 녹차 밭이 펼쳐진 후지에다시(市)와 바다가 인접해 수산물이 발달한 야이즈시(市)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수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로 오감을 만족시켜 줄 것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물 좋은 온천에서 피로를 풀며 마음조차 치유되는 힐링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편집자주) ●산: 최고급 녹차 옥로차의 고향 시즈오카현은 일본 녹차 생산량의 거의 절반(45%)을 차지하는 일본 최대의 녹차 산지다. 이 중 오카베정(町)은 교토의 우지, 후쿠오카현의 야메와 함께 3대 녹차 생산지로 꼽힌다. 수년 전 후지에다시에 합병된 오카베정의 아사히나(朝比奈) 지역에 있는 교쿠로노 사토(옥로의 마을·玉露の里)은 일본 차 중에서도 최상급 녹차인 교쿠로(옥로)차로 유명하다. 교쿠로차는 찻잎을 따기 최소 2주 전 차밭 전체에 막을 쳐 햇빛을 차단함으로써 녹차의 깊은 맛을 더하고 떫은맛은 줄인다. 이후 건조 과정에서도 독특한 향을 내기 때문에 새로운 맛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마을 내에는 전통 다실 효게츠테이(표월정·瓢月亭)이 있는데 일본식 다다미방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교쿠로차는 물론 찻잎을 비비지 않고 말려 가루로 낸 맛차(말차)를 맛볼 수 있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전통차 예법인 다도를 직접 알려주며 정좌가 잘 안 되는 이들을 위해서는 의자석이 준비된 홈 카페를 통해 편히 차를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500엔(약 6400원)이며 여기에는 차와 녹차과자 값이 포함돼 있다. 전통차를 맛봤다면 현대적인 녹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창업 200여 년에 달하는 차 가공 공장인 신차엔(真茶園)은 일본 최고의 ‘차맛 맞추기 달인’ 마사히코 마츠다 대표가 직접 브랜딩한 차부터 최고급 맛차까지 직접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녹차과자는 선물로도 손색없다. 교쿠로차에 대해 더 관심이 있다면 직접 체험하고 숙박까지 해결할 수 있는 민숙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마을에서는 네 가수가 민숙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민숙은 일본의 여관인 료칸보다도 일반 가정에 머무는 홈스테이와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차의 장인’ 오무라 씨가 직접 달여준 차를 맛볼 수 있다. 또한 40~50℃의 건조대 위에서 어린찻잎을 손으로 직접 비벼서 건조하는 테모미(手揉み)를 직접 체험하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테모미차를 기념품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이들 민숙 중 가장 규모가 큰 가족 민숙 아사히나에서는 교쿠로 열매로 열쇠고리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느 민숙에 머물러도 1인당 1박 2일에 7000엔(약 9만원)이며 여기에는 체험료도 포함돼 있다. ●바다: 입에서 살살 녹는 참치 일본 다랑어(참치) 어획량의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스루가만의 야이즈시. 태평양 앞바다에 인접한 이 수산 도시는 다랑어, 가다랑어 등과 함께 벛꽃새우 등 수산물 자원이 풍부하다. 지역 내 야이즈항에서는 주로 원양에서 채취된 가다랑어와 다랑어가, 인근 고가와항에서는 근해에서 채취된 고등어와 전갱이 등이, 오이가와항에서는 치어와 잔 새우 등이 어획된다. 특히 이들 수산물이 집결되는 야이즈 수산물센터(사카나센터)에는 70개에 달하는 전문 점포가 입점하고 있다. 갓 잡아올린 신선한 어패류부터 수산 가공품, 초밥, 회 덮밥 등 생선을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야이즈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또한 현지에서는 정갈한 참치회가 일품인 마츠노 스시, 가다랑어나 가쓰오부시, 젓갈 등 수산 가공품이 잘 팔리는 누카야 사이토 상점 등이 유명하다. ●온천: 다양한 숙박시설 후지에다시와 야이즈시는 일본 에도시대부터 전통의 도시 교코와 도쿄(옛 에도)를 잇는 중요 도로인 토카이도(동해도·東海道)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몸에 좋은 약알칼리성 온천이 흔해 예로부터 숙박업이 발달했다. 오카베를 대표한 오하타고 카시바야(대형객주 카시바야)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는 역사적인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역사 자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120년 전통의 일본 전통 여관인 쵸세칸은 풍광이 아름다운 전통 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따라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본관과 별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건물 곳곳에는 쇼와시대(1926~1989년)의 장인들의 기술과 정신,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는 도쿠가와 막부(幕府)의 마지막 쇼균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즐긴 것으로 유명한 시다 온천이 있다. 해안도시 야이즈에는 스루가만과 함께 후지산이 보이는 호텔 암비아 쇼쿠카쿠가 유명하다. 이 같은 절경은 모든 객실과 노천탕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야이즈시의 온천 숙박시설인 미노야는 야이즈항의 평온한 일상을 맛볼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손색없다. ●보너스: 술과 맛집 술과 맛집 또한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특히 후지산의 맑은 물은 최상급의 술을 만드는 양조산업의 발달을 초래했다. 이 지역에서는 일본 전국 사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시다이즈미 양조장이 있다. 4대째 내려오고 있다는 유지로 모치즈키 씨가 운영하는 이 양조장의 사케는 독특한 향과 맛으로 지역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준마이다이긴조는 생산되기 무섭게 팔린다고 한다. 또한 야이즈시에는 일본의 유명 맥주인 삿포로의 시즈오카공장이 존재한다. 이곳에는 맥주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전문 스태프의 해설을 통해 맥주의 역사와 자료, 제조방법의 특징,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맥주를 더욱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맥주 따르는 비결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세미나를 듣기 위해선 사전에 예약을 해야하며 가격은 1인당 500엔이다. 끝으로 후지에다시에서는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선술집인 이자카야의 원조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이자카야는 매년 일본 전국 이자카야 그랑프리대회에 출전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메뉴인 삼겹살 꼬치를 선보이는 선술집도 있다. ●팁 ▲맛집 및 볼거리 후지에다시에는 일본의 전통 사찰요리인 정진요리를 맛볼 수 있는 수월암과 일본식 라면인 라멘으로 유명한 아사라면이 숨겨진 맛집으로 통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단벌레를 이용해 장신구를 만드는 공방 체험도 가능. 야이즈시에는 3대째 대어(만선) 깃발을 제작하는 다카하시 염색점에서 전통 염색을 체험할 수 있다. ▲ 항공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매일 한 차례씩 인천~시즈오카 직항편을 운항. 2시간 10분 소요. 도쿄에서는 신칸센과 JR 도카이도 본선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주의사항 버스: 두 도시가 속한 시다 군(郡)은 뒷문으로 승차한다. 탑승 시 왼쪽 표를 뽑아 내릴 때 요금(버스 정면에 표시)과 함께 낸다. 이동거리가 길수록 요금이 올라간다. 잔돈은 나오지 않음으로 요금을 내기 전 환전이 필수다. 기본요금은 210엔(운영회사마다 다르다.) 택시: 뒷문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시다지역은 정해진 곳 외에서는 승차할 수 없다. 택시 정류장이 없는 곳에서 택시를 이용하고 싶은 경우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시다지역 택시 기본요금은 630엔.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아시아나항공연합사(투어2000, 롯데관광, 노랑풍선, 레드켑투어, SK투어비스, 참좋은여행, 세계KRT, 롯데JTB)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취재협조=후지에다시 관광협회, 야이즈시 관광협회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