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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는 죽은 사물의 시간- 안태운·황유원의 시(①)/박민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평론]

    1. 멸종위기종 낭송하기 랩스 프린지 림드 청개구리(Ecnomiohyla rabborum)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Melomys rubicola) 포오울리(Melamprosops phaeosoma) 크리스마스섬집박쥐(Pipistrellus murrayi) 콰가(Equus quagga quagga) 세실부전나비(Glaucopsyche xerces) 스텔러바다소(Hydrodamalis gigas) 타이완구름표범(Neofelis nebulosa brachyura) ―안태운,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중에서 멸종위기종을 지칭하는 아름다운 이름들. 이 호명이 꽤 아름답고 문학적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선언과 낭송의 효과이자 맹점일 것이다. 위 시에서 나열하고 있는 것들은 당연히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의 명칭이다. 우리가 이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이름을 반복해서 되뇌”는 때 “크리스마스섬집박쥐”나 “세실부전나비”는 있지만, 당연하게도 ‘러브버그’(Lovebug)나 ‘빈대’(Bedbug) 따위는 없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다. 러브버그의 충격이 두 계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빈대가 기승이고, 이 벌레들은 인간의 생활권 내에서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가한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이다. 이 때문에 인간종이 이들의 박멸을 궁리하면서 동시에 멸종을 걱정하는 일은 난센스에 가깝다. 이 낭독의 대열에 ‘각다귀’나 ‘깔따구’가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각다귀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것이, 각다귀는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데다 크기도 커서 ‘왕모기’로 종종 오해받는데, 기존 인간의 편의대로 손쉽게 구분해 보자면 각다귀는 일단 익충에 가깝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조차 각다귀를 “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는데, 이 때문인지 흔히 고전문학에서 각다귀는 백성의 고혈을 빨아 먹는 탐관오리와 같은 부정적 대상으로 비유돼 왔다. 그런데 이를 차치하고, 어느 생물종의 유해함과 무해함을 나누는 기준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불과하다면 이는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과거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이 수질 오염의 지표인 것처럼 지목됐으나 실제로 깔따구 유충은 수생태계의 중요한 분해자에 해당한다. 또 인간의 편의대로 분류해 보자면 깔따구 역시 익충인 셈인데 여기서 다시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질문은, 깔따구는 왜 매번 인간종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가일 것이다.(②) 벌레는 그 개체수만으로 따지자면 실질적으로 지구를 점유하고 있는 종에 가깝다. 이 실질적 지배자들에 대한 익충 혹은 해충으로의 분류는 다분히 인간중심적이다. 위 시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해야 할 종들을 열거하는 ‘낭독’의 방식은 분명 선언적이고 아름다운 데가 있지만 이 아름다운 대열에 끼지 못한, 호명되지 못한 나머지 존재를 누락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현재 지구에는 1000조에서 1경 마리의 곤충이 존재하지만, 수십 년 안에 사라질 멸종위기종 중 절반은 곤충이 될 것으로 보인다.(③) 이 글은 위 시에서의 선언의 정치성이나 효과, 의의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근 시인들 사이에서 릴레이처럼 수행되는) 호명과 열거의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을 환기하자는 의도에 가깝다. 기실 최근 안태운의 시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종을 ‘당신’으로 호명하며 그 존재의 희미해지는 몸짓을 기억하고, 복구하고, 기록하고자 시도하면서 사유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기억 몸짓’) 그러나 여전히 인간 세계에서 ‘벌레 같은’ 류의 비유(“당신에게는 깊은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벌레 같은’이라는 관용구를 그 뜻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당신”, 황유원, ‘밤의 벌레들’)가 작동하는 원리를 상기해 본다면 인간이 벌레에게 빚진 바를 우리는 매 순간 의심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20세기 초입 카프카의 벌레로의 변신 모티프는 꽤나 강렬해서 인간과 벌레를 둘러싼 상상력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바 있다. 이 모티프는 이후 세대의 문학에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인간종과 벌레종의 교점에 관해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상상력의 방식을 사실상 결정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카프카 문학과의 상호텍스트적 접목을 자주 시도했던 김행숙의 경우 변신 모티프를 아래와 같이 전유한 바 있다. 벌레의 굴욕인가, 밟아도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휴머니즘의 진부한 레퍼토리인가. 벌레로서의 벌레는 대체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55킬로그램의 인간* 그레고르 잠자는 왜소했으나, 55킬로그램의 뼈와 살과 피의 새로운 조합으로 탄생한 이 거대한 벌레 앞에서라면 누구든지 경악의 외마디와 함께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다시 말해 그 누구든지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막 외계의 생명체를 본 것이다. 당신은 온 우주에 뉴스를 전파하고 싶지만, 공포와 흥분으로 전신이 떨리고 특히 턱이 빠질 듯이 달달달달 떨리게 된다. 나는 완벽한 벌레의 꿈이다. *55kg은 1920년 7월 29일 자 카프카의 몸무게다. (…) ―김행숙, ‘변신’(‘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부분 위 시에서는 카프카의 소설 속 그레고르 잠자가 결국 벌레로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결말을 전복시켜 크기가 줄어들지 않은 “55킬로그램의” “거대한” 벌레가 오히려 가족을 내쫓고 공간을 점유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카프카적 사건 혹은 계기라 할 수 있는 인간종의 벌레종으로의 변신은 이 시에서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고자 하는 데 기여하는 물질적 작용으로 전환된다. 이 시에서 벌레의 행위는 들뢰즈-가타리적인 ‘동물-되기’, 즉 ‘탈영토화’의 가능성에 대한 사유 방식으로 대입해 읽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화된 벌레’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멀리 가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진짜 ‘벌레’는 실종했다. 그리고 벌레 덕분에 인간은 한없이 자유로워졌지만 비인간으로서의 벌레는 여전히 너무나 인간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인간종에게 해악을 끼치는 해충을 박멸하자는 입장이나 인간에게 주는 효용을 고려해 적절히 잘 이용하자는 입장 모두 곤충 입장에서는 같은 결과가 예고돼 있다. 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④) 곤충종에 대한 인간의 기대와 혐오라는 상이한 정동은 모두 곤충의 입장에서는 그 개체의 죽음이라는 같은 결과를 낳는다. 어떤 개체에 대한 이 도구적 쓰임은 한편으로 근대적 인간에 대한 회고, 자기 생산물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했던 어떤 소외를 연상시킨다. 그러니까 이 곤충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충분히 소외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소외된 벌레종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고, 또 알아야 할까. 낭송은 아름답고 낭독은 선언적이지만 이는 다시 존재들의 경계를 부각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2. 개미와 여치의 음악성에 대해서라면, 황유원은 뭘 좀 아는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황유원은 꽤나 전문적으로 이를 향유할 줄 안다. 유해와 무해라는 인간의 기준을 잠시 접어 두고, 이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인간의 어떤 의지는 때로 어떤 생물종에 유해하다. 인간의 아무 의지도 개입시키지 않고 소리의 배치에 주목해 보면, 슬플 때 슬퍼할 줄 알고 기쁠 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록 사람이 아닐지라도 개미에게는 개미의 블루스를 여치에게는 여치의 블루스를 ―황유원, ‘블루스를 부를 권리’ 부분 쇤베르크 이래로 ‘소음’으로 여겨졌던 불협화음이 자유를 얻으면서 이후 소음 자체가 음악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심지어 존 케이지는 ‘4분 33초’의 침묵 역시 음악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주기도 했다. 소음으로 치부돼 오던 것들이 음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이후 피에르 셰페르에 이르러 더욱 구체화되기도 한다. 기존 음악에서 노이즈는 제거의 대상이었지만 셰페르는 소음 자체를 음악의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인간-청자를 기준으로 한다. 우리는 인간에게 인간의 언어 및 인간의 음악이 있는 것처럼 다른 종들에게도 그들의 언어와 음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한여름 매미의 노이즈가 인간의 귀에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청각적 신호를 통해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 황유원은 그것이 개미의 블루스가 아닐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인간의 거주 공간은 무균실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인간의 몸은 근대적 의미에서의 봉쇄된 육체가 아니라 세계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봉쇄가 해제된 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⑥) 이러한 존재들의 열림과 마주침, 얽힘에 대한 사유는 이 수많은 존재들의 배치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물종의 고정된 경계가 없고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애나 칭의 주장은 이 때문에 퍽 설득력 있다.(⑦) 황유원은 ‘밤의 벌레들’에서 인간이 불을 켜는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그 공간을 구성하고 있었을 배치를 상상한다. 가령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아늑하고 그윽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을지,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이 “얼마나 천천히” “얼마나 우아하게 이 욕실 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을지, “세상 편안한 마음으로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을” 벌레들의 평화로운 배치가 깨지는 건, 단지 인간이 그 공간에 불을 켜는 것만으로도 발생 가능한 일임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세계와 회통하고 있으므로 서로의 배치에 얼마간의 방해와 간섭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시가 환기하는 것은 타자의 갑작스러운 침입에 대한 벌레의 생경한 낯섦이라는 감각에 우리가 그간 얼마나 무심하거나 무지했는지에 대한 각성이다. 하지만 이때 경계해야 할 것은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 역시 인간의 감각이나 사유 체계 내에서만 비롯되고 있다는 한계에 대한 자각일 것이고,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타자의 감정이나 감각을 익숙한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비인간에 인간화된 관점을 투영할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때 환원된 것이 개념 자체인지, 아니면 비인간의 행위성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기 위한 재현인지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이 시에서 인간화된 생경함과 놀라움이 벌레 입장으로 치환된 것은 평화로운 배치 상태를 깨는 인간의 침입이라는 의미를 구체화하기 위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블루스를 즐기는 개미와 여치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아영은 인간과 비인간의 신비화되지 않은 조우로서 유계영의 시 ‘두고 왔다는 생각’을 사례로 든다. 이 시에서 개는 세계의 표면과 이면의 차이에 몰입해 있는, 사색하는 철학자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는 ‘나’의 생각과 공명한다. 이때 종 차별주의의 핵심적인 기준인 ‘이성적인 사고 능력’을 유계영 시의 ‘사색하는 개’가 갖추게 되면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에서 각자의 “생각에 도취되어 있”(‘두고 왔다는 생각’)는 사람과 개는 “애정의 경제로 묶여 있지 않으며, 섣부른 접촉으로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고요하게 지켜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구별이 의미 없어지며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대립 역시 긴장을 잃는다고 인아영은 주장한다.(⑧) 그런데 이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는 물어볼 것도 없이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카페여야 할 것이며 이 카페에 입장하는 순간 개는 카페의 규율에 내재(종속)된다. 개와 인간이 ‘사색’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종 차이가 쉽게 무화될 수 있는 것인지와는 별개로 이때 인간의 지위 혹은 동일한 타자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 기여했던 개의 ‘사색’이 과연 개의 고유한 특성이자 개의 일, 그러니까 개가 해야 할 일인 것일까. 애나 칭은 인간과 유기체의 배치와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대부분의 동물 연구에서 “그들(비인간-인용자)이 인간과 동등한 자질(의식하는 주체로서, 의도를 지닌 의사소통자로서, 또는 윤리적 주체로서)이 있음을 보일 필요가” 있어 왔음을 지적한 바 있다.(⑨) 개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로 개가 인간적인 사색을 거듭하는 것, 개와 인간의 공생을 개를 인간화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문제의 핵심에서도 멀어지는 방식이다. 3. 소진하는 인간, 공터의 흰 개 안태운의 시는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다는 착각을 초래하게 만드는 이러한 연출된 상태를 문제시한다. 동물과의 공생 문제가 대두되면서 익숙하게 소비됐던 낯익은 ‘장면’이 어쩌면 인간의 의식화된 ‘풍경’의 일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획 의도에 맞는 일련의 행위들이 인간과 비인간에 의해 자연스레 수행되다가 어느 순간 문득 찾아오는 퍼포먼스의 중지는 인간화된 의도가 노출되는 지점이자 그 공허함이 발설되는 문제적 대목이 된다. 안태운은 인간과 비인간이 각자의 생각에 잠길 뿐이라는 인간-동물 간의 이상적 관계에 대한 설정 역시 인간적인 모종의 어떤 열망이 개입된 것임을 감지하고, 이 연출된 장면을 메타적 관점에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해체한다. 개의 활동 반경을 조금 넓혀 ‘공터’로 개를 데리고 간 안태운의 경우를 보자. 흰 개가 있어.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한다. 흰 개는 나의 개이자 공터의 개 그러므로 나와 함께 공터를 산책하지. 산책하며 서로 사라지기도 하지. 나는 흥얼거리며 흰 개를 두고 달렸다. 흰 개는 나를 따라 달렸다. (…) 나는 공터를 산책하고 있지. 공터를 돌면서 흥얼거린다. 공터의 흰 개, 사람들의 흰 개 그러니 나는 흰 개와 멀어져서 공터를 돌고 있다. 흰 개가 없으니 빨리 달려도 괜찮아 (…) 문득 내 뒤로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게 슬퍼졌지. 아무도 내 뒷모습을 바라보지 않는 게 낯설었다. 흰 개는 어디에 있나. 나는 흰 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를 잊었으려나. (…) 흰 개는 공터를 돌았어. 공터를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뛰어나가고 있다. 공터를 벗어나자 흰 개는 일어섰다.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안태운, ‘흰 개를 통해’ 부분 위 시에서 공터의 개는 저수지를 바라보며 철학자의 사유를 따라가야 하는 고난을 겪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시에서 나와 흰 개는 명백히 인간과 비인간이 행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들을 행하거나 지위를 바꿔서 패러디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은 물론 개별적이고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지만, ‘공터’라는 사회적 장으로 나왔을 때 이들은 사람과 개로서 행할 수 있는, 혹은 기대되는 코드화된 행위들을 수행하는 퍼포머가 된다. 공터에 들어서는 순간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는 사회적 기대에 노출된다. 인간과 개가 행위하는 특성으로 규정지어진 이 공터는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특정 행위만을 요청한다. 이제 ‘공터’는 특정 목표의 전시장이 되고 때문에 공터에서 할 일은 말 그대로 공터에서 ‘할 수 있는’ 일밖에 없다. 이는 다시 말해 인간-비인간이 공터에서 행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은 공터가, 혹은 공터를, ‘가능하게 하는 일’뿐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인간-비인간의 공생일까. 이에 대해 안태운은 아니라고 답하는 듯하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에서 흰 개가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가는 장면에 주목해 보자. 송현지는 이 시에 대해 “개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한 우화”로서 읽을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10) “흰 개가 더이상 자신의 존엄성에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서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선택한 것”이고, “이미 세계 밖으로 사라진 비인간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안태운은 직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발적으로 사라질 수 있는 비인간의 거주지를 “세계 밖”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비인간 존재의 육체나 물질성을 고려하지 않은 관념적 차원의 해방에 불과하다. 비인간은 왜 그들의 구체적 삶의 공간, 즉 주어진 장소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이때 그들이 사라질 수 있는 세계 밖은 과연 어디인가. 공터를 잃었네. 있었는데. 옆 사람과 흰 개와 함께 공터 밖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공터를 잃었고 옆 사람은 회상하고 있다. 흰 개는 잃은 공터를 향해 짖고, 못내 짖다가도 지치기를, 나는 바라며 기다렸지만 이내 흰 개를 내버려둔 채 옆 사람과 함께 공터 밖을 산책한다. 둘레의 움직임을 만들면서 걷고 걷다가 내가 바라보는 건 과거의 공터, 고개를 천천히 돌리면 옆 사람을 텅 비우는 공터, 계속 걷자 공터를 처음 잃었던 지점에 도착했는데, 흰 개는 없었다. 짖음도 없었고, 흰 개야. 아무도 없어서, 흰 개가 어디로 갔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나는 흰 개마저 잃어버렸네. 옆 사람은 나를 쓰다듬었지, 상심하지 말라고,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내며. ―안태운, ‘공터를 통해’ 전문 앞서 살펴본 시 ‘흰 개를 통해’와 위의 시 ‘공터를 통해’는 서로를 반영하는 관계에 놓여 있다. 이 시에서 “공터”와 “옆 사람”, “흰 개”, 그리고 “나”는 한때 “있었”다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닌다. 한때 “있었”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것들은 “공터”와 “흰 개”이고, 남겨진 것들은 “나”와 “옆 사람”이다. 그런데 공터와 흰 개를 잃어버리고 남아 있는 “옆 사람”과 “나”의 마지막 행위를 보면 “옆 사람은” “상심하지 말라고” “나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엎드려 흰 개의 흉내를” 낸다. 앞서 옆 사람이 나를 위로하며 “쓰다듬었”기 때문에 이때 “엎드린 흰 개”를 “나”에 대입해 읽어도 어색하지 않다. 공터와 흰 개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분명 “나”와 “옆 사람”이지만 이들은 공터를 공터이게 했던 행위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존재가 사라진 곳에서 무의미한 행위만이 부각되고 오히려 행위의 의미는 지워진다. ‘흰 개를 통해’의 마지막 장면을 다시 주목해 보면 “끝도 없이 돌 것처럼 돌며 돌다가 공터 밖으로” 벗어난 “흰 개는” “일어나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간다. 공터가 사라지자 흰 개도 사라지고, 공터에서 벗어나자 흰 개도 흰 개의 행위를 벗어난다. 이 장면은 베케트 부조리극의 소진된 인간을 연상시킨다. 들뢰즈에 의하면 “소진된 인간은 모든 가능한 것을 소진하는 자”로서 “가능한 것을 실현하지 않고 가능한 것과 유희”하는 인물들을 가리킨다.(11) 안태운의 시는 베케트 극의 인물들처럼 의미 없는 행위를 돌출시키는 방식으로 공터와 인간과 비인간에게 요구됐던 행위를 점검하고 재사유하게 한다. 이 무의미한 반복은 존재가 사라진 후에도 텅 빈 행위가 지속되는 공간이 돼 버린 기이한 공터의 작위성을 가시화한다. 존재는 지워지고 행위만 남아 있는 공간, 이것이 공터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소진하는 인간은 공터를 말 그대로 ‘빈’ 공터의 장으로 재진입시키고 공터의 잠재적 역량을 추동한다. ‘가능한’ 공터의 모든 것을 소진해 버림으로써 공터는 “인간 너머의 드라마가 이루어지는 장소”이자 “인간의 자만심을 해체하는” ‘풍경’으로 거듭난다. 애나 칭에 의하면 풍경은 역사적 행위의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활동적이다. “풍경이 형성되는 것을 지켜보면 세계 형성에서 인간이 살아 있는 다른 존재에 합류한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12) 안태운의 시에서 소진의 의미는 결국 잠재적 공터, 무엇이 실현되기 이전의 공터, 인간과 비인간이 무엇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상태, 즉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를 결정하기 이전의 공터를 복구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는 어쩌면 도래할 미래를 위한 재귀적 움직임이다. 4. ‘공통 세계’의 주민들-듣는 법 연습하기 황유원은 ‘침대벌레’에서, “파리 배낭여행” 중 ‘나’의 피를 “빨아먹은 벌레”가 “나 없는 침대에서 배를 빵빵히 불린 채/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을 모습”을 “자꾸 마음속에 그려” 본다. 피부에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대면서도”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흡족한 이미지”로 침대벌레를 연상하는 ‘나’는 이를 루브르박물관의 온갖 명화들보다도 생생한 감각으로 느끼면서 내 피를 먹고 배가 빵빵한 벌레의 모습을 “내 머릿속 한구석에 걸려 있”게 한다. 이 그림의 제목은 “침대벌레”이면서 시의 제목이 되기도 한다. 벌레는 벌레의 일을, 나는 나의 일을 했다는 안도감인 것일까, 후에도 ‘나’는 가끔 이 기억에 숙면을 취한다. 이를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이나 그 가능성으로 점치는 것은 지나친 낙관주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의 이 흡족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가령 이 흡족함이 ‘공통 세계’(13)의 자각에 따른 것이라는 가정은 어떨까. 배부른 벌레의 휴식과 그에 대한 나의 이상하리만치 계속되는 연상을 인간과 비인간종의 필연적인 마주침의 흔적 정도로 볼 수 있다면, 공통 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은 결국 무균실의 존재가 아니라 서로 교차하고, 서로를 침범하면서 같은 공통 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들인 것이다. 앞서 보았던 ‘밤의 벌레들’의 후반부를 ‘밤의 풍경들’로 치환해 다시 읽어 보자. 자,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봅시다/ 당신이 불을 켜기 전 벌레들을 뒤에서/옆에서 앞에서/ 감싸고 있던 그/ 그윽한 고독과 어둠을/ 그 어둠의 우월함에 대해 한번 말입니다/ (…) / 당신은 거실에서 혼자 눈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 / 사라지는 음악을 두 손으로 움켜잡아 보지만/ 그 음악은 이미 찬바람의 손에 잡혀 갈가리/ 찢겨진 후……/ (…) /그러니 한번 두 눈을 감고/ 이미 다 사라져버린 벌레들을 마음속으로 뒤쫓아가/ 그 단단한 껍질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벌레가 되어/ 벌레의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나눠 가져봅시다/ 벌레의 내장 깊은 곳에 조금은 남아 있을 어둠을 찾아/ 그 속에 들어앉아/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떨림 속에서/ 아까 듣던 그 음악을/ 계속/ 이어서 들어봅시다 ―황유원, ‘밤의 벌레들’ 부분 황유원은 불의의 습격을 당한 벌레의 황망함을 인간의 입장에 대입해 보기를 권한다. “어둠 속 고독”의 상태에서 밥 대신 깨끗한 음악을 즐기고 있는 순간 찾아온 느닷없는 침입이 무엇보다 문제적인 것은, 두 손으로 움켜잡을 수도 없이 “갈가리” 찢겨지고, “사라지는 음악”에 대해 벌레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황유원은 그러니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깊이 공감해” 보자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벌레가 되어”, 벌레가 처한 사태를, “벌레의 절망감”을 “나눠 가”지고, 아직 소멸하지 않았을 벌레의 어둠과 고독과, “떨림 속에서” “듣던 그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것이다. 인간과 벌레는 결국 일정한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공통 세계의 주민들이다. 공통 세계의 존재들은 서로의 존재 방식을 방해하거나 협력하면서 지내 왔고, 또 어떤 존재들은 자신들이 같은 장소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 막 인지하게 됐을 수도 있다. ‘배치’가 “존재하는 방식이 모인 것”(14)이라면 이 시에서의 ‘밤의 배치들’에는 벌레뿐만 아니라 불을 켠 “당신”은 물론 이 사태를 전달하는 화자까지 관여하게 된 셈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주거지를 조금씩 침범하면서, 또 조금씩 오염시키면서 ‘배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때 존재들은 복수의 리듬과 존재 방식을 형성한다. 존재들이 일으키는 각자의 리듬과 각자의 음악은 얼핏 불협화음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이 “다운율의 배치를 연구”함으로써 배치를 “거주 적합성의 공연”으로 인식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15) 쇤베르크는 흔히 다성음악을 지칭하는 ‘폴리포니’(polyphony)의 원리에서 화성법의 해방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는 관습적 화음의 폐기가 동반돼야 가능한데, 이때 불협화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화음은 더욱더 ‘폴리포니적’이 된다.(16) 방금 떠난 벌레의 “떨림”을 잊지 않고, 벌레가 들었을 음악을 “이어서” 들어 보자는 제안은 각자의 음악과, 복수의 음악이 일으키는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또 조율해 가면서 밤의 배치를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무엇보다 “듣는 법을 연습”(17)해야 한다. 5.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 “안데스산맥에서 케추아어를 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란 우리가 아는 것이므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앞에,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 “미래는 뒤에 놓여 있”는 것으로 여긴다.(18) 이는 인간의 오래된 관습적 시간관을 뒤집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작동 방식이 고정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인식 체계나 방법에 의해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놀라워,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 어느 가을, 당신은 계속 자라나고 있었다/ (…) / 어느 여름, 조카가 생기고 나서는 버스를 타고 가는 중 학생을 보며 그는 내 과거가 아니라 조카의 미래라고 문득 여겨졌고/ (…) / 어느 봄, 옛 기억 속 장면에서는 나를 삼인칭으로 인식하게 되고/ 어느 여름, 끝말잇기를 하는 인간/ 아이의 냄새를 맡는다. 아이가 냄새를 맡는다/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알았다/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았다/ (…) / 모르는 것이 많았다/ 몸짓들/ 다르고 같다는 걸 알았다/ 같고 다르다는 걸 알았다/ 기억 속에서 어느 날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고 생각하니/ 드넓어지는 마음을 알아챘다/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했다/ 우리가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 하염없었다/ 그것/ 흐르는 강물/ 둘레/ 산란과 예감/ 탄성/ 감각들/ 우연/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 되돌아온다/ 기척이 스민다 ―안태운, ‘기억 몸짓’ 부분 ‘나’는 나의 과거와 유사한 기억 혹은 장면과 대면하지만 아이를 알고부터는 그것이 나의 과거가 아닌 아이의 미래로 대체된다. 세계의 중심에 아이가 자리하면서부터 “기억 속 장면”에서 ‘나’는 “삼인칭으로 인식”되고 미래의 모든 계절은 아이의 시간, 아이의 감각에 의존하게 된다. 미래의 아이는 “어느 가을” “반딧불이와 노루와 버들치”를, “어느 겨울” “사슴벌레와 망초와 물범을 알”아 간다. 이에 더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공통 세계의 “존재”들을 알아 갈 것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존재들의 “다르고” 또 같은 “몸짓들”, “같고”도 다른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우리가 여럿”이라는 사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여럿이어서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다짐”할 수 있고, “여럿이라 슬펐다 기뻤다”하는 그 마음은 “하염없”다. 분명 안태운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안태운은 시간의 운동성, 즉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기억과 함께. 이처럼 안태운이 그리는 미래는 어딘가 재귀적이다. 돌은 걸어갔다, 물론 어느 식당에서건 떠나서. 풍경을 보면서는 순간마다 무언가가 옆에 있다고 깊이 지각할 수 있었는데, 그것들이 귀여워 보였다. 그래서 말 걸고 싶기도 했다. 그중 척삭동물문이며 조강인 까치가 마음에 남아 말 걸고 싶었다. 으흠, 흐음. 까치의 부리와 발가락이 귀여워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윽고 돌은 생각했다. 그 부리와 발가락을 쥘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곧바로 놔줘야지, 하고 혼잣말했는데…… 기억하는 게 미래 같았다. ―안태운, ‘돌과 구름’ 부분 미래는 ‘추측’을 통해 현재에 들어온다. 시간의 이러한 사유 방식은 추측된 미래를 위해 기꺼이 나의 현재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다. 미래는 되돌아와 나에게 영향을 준다. 안태운은 이 “살아 있는 미래”(19)를 자신을 구성하는 모든 세계와 함께 나눌 준비를 하고 있다. “돌”로서 사유하고, ‘풍경’을 인식하고, 공통 세계의 주민들을 “귀여워”하면서, “말 걸고 싶”어 하면서 “오랫동안 바라”본다. 하지만 의도적인 접촉은 ‘생각’만으로 접어 두고, 이 모든 일련의 행위들을 “미래”로서 “기억”한다. 이것이 안태운이 나의 과거가 아닌 ‘너의 미래’로서의 “미래”를 기꺼이 증식시키고자 하는 방법이다. 콘에 의하면 ‘미래’는 어쩌면 살아남는다는 것(to survive)이면서 생명을 넘어서는 것 혹은 삶을 넘어서는 어떤 것(super+vivre)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수많은 부재와 관계하는 것, 즉 다른 죽음, 다른 사건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20) 시인은 미래의 ‘죽은 사물’이 될 시를 현재의 지평에서 생성한다. 이 ‘죽은 사물’은 시가 끝나도 계속 날아간다. 어쩌면 시가 내재한 뜻밖의 물질성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나는 그만 이 시를 끝내지만/ 이 시는 끝나고도 계속 날아가고 있다/ 밤의 행글라이더는 밤의 행글라이더”, 황유원, ‘밤의 행글라이더’) ①안태운의 시는 시집 ‘감은 눈이 내 얼굴을’(민음사, 2016), ‘산책하는 사람에게’(문학과지성사, 2020) 외에 ‘시보다 2022’(문학과지성사, 2022), ‘시보다 2023’(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발표한 작품 역시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 황유원의 시는 시집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현대문학, 2019), ‘초자연적 3D 프린팅’(문학동네, 2023)에 수록된 시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하 본문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시의 제목만 밝힌다. ②박현주, ‘천하무적이던 곤충이 도처에서 쓰러지고 있다’, 우리교육(2023년 가을), 76쪽. ③우리가 그 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일어나는 멸종을 일컫는 용어는 ‘센티넬라 멸종’(Centinelan Extinction)이다. 위의 글, 77~81쪽 참조. ④뉴질랜드 한 대학 식품 과학 연구팀은 최근 곤충이 식품 공급원으로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곤충,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 닭고기보다 높아…’, 나침반 36.5도(2023년 9월호), ㈜삼십육점오커뮤니케이션즈, 104쪽. ⑤신예슬, ‘음악의 사물들: 악보, 자동 악기, 음반’, 작업실유령, 2019, 179~185쪽 참조. ⑥김홍중, ‘코로나19와 사회이론: 바이러스, 사회적 거리두기, 비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제54집 제3호, 한국사회학회, 2020, 177~180쪽 참조. ⑦애나 로웬하웁트 칭, ‘세계 끝의 버섯’,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 2023. ⑧인아영, ‘개와 나무와 양말과 시’, 문학동네(2022년 봄호), 129쪽. ⑨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10)송현지, ‘어느 순례자로부터 온 편지-안태운론’, 2023 신춘문예 당선평론집, 정은출판, 2023.(11)질 들뢰즈, ‘소진된 인간’, 이정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23~26쪽. (12)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71쪽. (13)스티븐 샤비로, ‘사물들의 우주’, 안호성 옮김, 갈무리, 2021, 118쪽. (14)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58쪽 각주. (15)위의 책, 279쪽. (16)테오도르 W 아도르노, ‘신음악의 철학’, 문병호·김방현 옮김, 세창출판사, 2012, 96~97쪽 참조. (17)애나 칭은 “통일된 화음”과는 반대되는 개념인 다운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운율을 이해하려면 각각의 선율을 따로 듣고 그 선율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화음이나 불협화음으로 합쳐지는 것 또한 모두 들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방식처럼 우리는 배치를 이해하기 위해 배치가 존재하는 개별 방식을 주시함과 동시에 산발적이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조율을 통해 그 선율들이 어떻게 합쳐지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이제 이러한 방식으로 듣는 법을 연습하고자 한다.”, 애나 로웬하웁트 칭, 앞의 책, 280쪽. (18)어슐러 K 르 귄, ‘세상 끝에서 춤추다’,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21, 250~251쪽. (19)에두아르도 콘, ‘숲은 생각한다’, 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331쪽. 콘은 생명과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을 퍼스의 “살아 있는 미래” 개념에서 끌어와 사유한다. ‘미래’에 관한 논의 중 일부는 이 책의 6장 ‘살아 있는 미래(그리고 죽은 자의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참조했다. (20)위의 책, 370~373쪽.
  • AI 가짜뉴스 쓰나미… 47國 선거판 흔든다

    AI 가짜뉴스 쓰나미… 47國 선거판 흔든다

    韓·美·유럽 등서 국가 단위 선거몇 초면 가짜 음성·영상 등 생산 각국 규제·단속 기술 등 미비 미 대선과 한국 총선 등 전 세계 47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2024년을 목전에 두고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한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현실로 닥쳤다. 가짜 영상·음성을 단 몇 초 만에 만들어 내는 AI 딥페이크 기술이 한층 정교해지면서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선동, 조작하는 허위 정보가 판을 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명백한 가짜는 물론 사실과 주장의 경계가 모호한 선전 선동에도 딥페이크가 동원되면 민주주의의 설 자리가 더 위태로워진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 언론들은 내년에 있을 대선이 딥페이크가 본격 동원되는 사상 최초의 선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AP통신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를 제어할 안전장치가 전보다 약해졌거나 정부 차원의 규제가 아직 미진한 탓에 가짜뉴스의 급속한 확산이 선거판을 뒤흔들 위험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딥페이크가 선거와 정치판을 뒤흔드는 사례는 널렸다. 양측 진영이 대립하고 선거전이 치열할수록 딥페이크 활용은 잦아진다. 미국 공화당전국위원회는 지난 5월 30여초짜리 선거 광고를 공개하면서 중무장한 채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순찰하는 미군, 남부 국경을 점령한 이민자들, 대만을 폭격한 중국 전투기 등의 이미지를 담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어나는 디스토피아를 나타낸 것인데, AI가 만든 가짜 이미지였다. 지난 9월 총선을 치른 슬로바키아에서는 친미 성향의 야당 대표인 미할 시메츠카의 “우리 당이 선거에 이기려면 (소외 계층인) 로마족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음성 파일이 파장을 불렀다. 이 역시 가짜였다.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했지만 투표 이틀 전에 나온 터라 선거에 영향을 미쳐 친러시아 성향 야당의 승리를 견인했다고 프랑스24 등은 전했다. 슬로바키아는 친러 선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거짓 정보, 반이민을 부추기는 혐오 콘텐츠 등 허위 정보로도 선거가 얼룩졌다. 미중 대리전 격인 대선(2024년 1월 13일)을 앞둔 대만에서는 중국산 동영상 플랫폼 틱톡(중국명 더우인)에서 독립 성향 민진당 후보를 겨냥한 가짜 정보가 활개를 치고 있다. 대만의 의무 군복무 기간이 내년부터 기존 4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두고 “대만 청년들은 군 복무 연장에 항의하고 전쟁을 반대하나 민진당이 청년들을 ‘대만 독립’의 사료로 삼고 있다”는 중국 측 주장을 담은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격인 대만 국가안전국에 따르면 지난해 1400개였던 가짜 정보가 올해는 최소 1800개로 늘어났다. 이들 가짜 정보는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으로 유통됐다. 미국에서도 사법 재판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되는 가짜 영상이 출현했다. AI 전문가인 워싱턴대 오런 에치오니 명예교수는 “(고령인) 대선 후보 바이든 대통령이 병원에 실려 가는 모습도 나올 수 있다”면서 “내 예상이 틀리면 좋겠지만, 재료는 널려 있고 나는 정말 겁이 난다”며 가짜 정보 홍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규제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추세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가짜뉴스 감시정책이 전반적으로 후퇴했고 AI 기술이 가장 앞선 미국에서도 아직 각 주에 단속을 맡기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옛 트위터(X)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콘텐츠 감시 인력을 대규모 해고하고 차단됐던 음모론·극단주의자들의 계정은 ‘표현의 자유’를 들어 복원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와 유튜브 역시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였다. 기술·미디어 분야 비영리 단체 ‘프리프레스’는 X와 메타, 유튜브에서 혐오 콘텐츠, 허위 정보와 관련해 미디어 보호 정책을 없앤 사례는 총 17개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가짜 정보를 걸러 내겠다면서 적용한 수단은 AI 라벨링 정책으로 제작자가 AI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정도다. 미국은 연방 의회와 연방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AI 생성 기술 규제 조치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확정된 게 없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다만 연방 상원에 민주·공화당이 초당적으로 공동 발의한 법안에서는 “패러디, 풍자를 제외하고 연방 후보와 관련된 기만적인 딥페이크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주별로는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텍사스, 워싱턴주 등이 정치 광고의 딥페이크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비영리 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에 따르면 일리노이, 뉴저지, 뉴욕주 등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됐다. 미시간주의 경우 지난달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가 ‘선거 전 90일 이내 AI로 생성된 딥페이크 사용을 금지하고 정치 광고가 AI를 사용해 제작됐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를 위반하면 초범은 최대 93일 징역형, 최대 10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한다. 언론과 정당에 대한 불신이 높은 나라일수록 대중들에게 침투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딥페이크가 활개 칠 가능성이 높다. 허위 정보를 추적하는 초당파적 단체 ‘민주주의 안전 연합’의 브렛 셰퍼 선임 연구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선거 정보를 신뢰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작동을 멈추게 된다. 인구의 상당수가 영향을 받는다면, 2021년 1·6 미 의회 난입 사태는 워밍업처럼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한국인의 삶을 바꾼 잡동사니들

    한국인의 삶을 바꾼 잡동사니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 겨울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광고 문구다. 1990년대 초반 등장한 보일러 광고로 요즘도 각종 예능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한국 고유문화로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바닥을 달구던 온돌 시스템은 언제 온수보일러 시스템으로 바뀌었을까. 지금처럼 바닥에 온수 순환 파이프를 묻어 방을 덥히는 온수보일러 난방은 1961년 서울 마포아파트에서 처음 시도됐다. 1975년에는 기존 구들장을 그대로 둔 채 온수 배관 시공을 할 수 있는 새마을 보일러가 개발되면서 전국 거의 모든 집의 난방 방식이 바뀌었다. 안방 아랫목만 따뜻했던 과거 구들장과 달리 온수보일러는 집안 곳곳에 훈기를 불어넣어 ‘온기의 평등’을 가져왔고 한국 가족문화를 수평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하기도 했다. 알아도 딱히 쓸모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역사적으로는 중요한 사실들을 모은 책이 나왔다. 역사학자 전우용이 지금은 너무 익숙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물 281개를 골라 언제 유입됐고 한국인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설명했다. 그래서 책 제목도 ‘잡동산이(雜同散異) 현대사’다.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을 일컫는 잡동사니의 어원이기도 한 잡동산이는 조선 정조 때 안정복의 53권짜리 유작의 제목이기도 하다. ‘잡동산이’는 안정복이 조선과 중국의 역사와 제도(경·사·자·집)에서 글을 추려 모으고 물건의 이름, 소문과 패설 등을 수집해 정리한 백과사전이다. ‘신(新)잡동산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소개된 사물들은 19세기 말부터 서구화, 식민주의, 산업혁명이 추동한 대량 생산, 대중 소비, 기술 혁신이라는 시대 조건에서 유입돼 한국인의 삶을 180도 바꿔 놨다. 그래서 “전등이 없는 시대에서 있는 시대, 냉장고가 없는 시대에서 있는 시대로의 이행은 그 어떤 역사적 분기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역사가 재미없고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 만하다. 세 권을 합쳐 1500쪽이 넘지만 항목당 2~3쪽으로 짧게 구성돼 술술 읽힌다.
  • 성남시의회 ‘이로운 의회생활’ 애니메이션 공개

    성남시의회 ‘이로운 의회생활’ 애니메이션 공개

    성남시의회는 SNS 캐릭터 ‘이로운’을 활용해 제작한 총 3편의 ‘이로운 의회생활’ 애니메이션을 공개하고, 애니메이션 파일을 초등학생들의 지방자치교육에 시청각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내 교육지원청과 초등학교에 배포했다고 14일 밝혔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이로운 탄생’편에서는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을 패러디하여 성남시의회 SNS 캐릭터‘이로운’의 탄생비화를 다룬다. 1편과 2편에서는 ‘이로운’이 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영상은 성남시의회 공식 SNS 채널(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블로그)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이로운 탄생’편은 오는 15일, 1편은 22일, 2편은 29일에 각각 게시된다.
  • 올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요리법은 한국 ‘○○○’

    올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요리법은 한국 ‘○○○’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의 올해 글로벌 검색어 순위에서 ‘비빔밥’과 ‘더글로리’ 등 한국 관련 키워드가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구글이 12일 발표한 올해 검색어 순위에 따르면 글로벌의 검색어 리스트 중 세 가지 부문에서 한국 관련 검색어가 순위에 올랐다. 레시피(요리법) 부문에서는 ‘비빔밥’이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한식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높은 관심이 드러났다. 스페인의 에스페토(Espeto), 인도네시아 파페다(Papeda) 등이 뒤를 이었다.글로벌 순위 노래 부문에서는 해외 리스트에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가 5위에 올라 전 세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국의 ‘세븐’도 10위에 포함돼 사그라지지 않는 BTS(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보여줬다. 국내 K-팝 노래 순위에는 아이들의 ‘퀸카’가 1위에 올랐고,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 주로 여자 아이돌의 존재감이 뚜렷했다. 특히, 뉴진스의 노래는 무려 4곡이나 순위에 진입했다.글로벌 TV 시리즈 순위에 한국의 ‘킹더랜드’와 ‘더 글로리’가 각각 6, 7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오징어 게임에 이어 꾸준한 K-콘텐츠의 인기를 입증했다. 특히, 주인공인 연진이와 관련한 각종 패러디를 만들어 낸 ‘더 글로리’는 국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순위에서는 K-스타일의 히어로들이 등장한 ‘무빙’이 2위, 뛰어난 연기로 주목받은 ‘마스크걸’이 3위를 차지했다.올해의 검색어 순위에는 ‘뜻 검색’ 카테고리가 새롭게 추가됐다. 구글에 모르는 단어나 표현의 뜻 검색을 많이 해봤을 경험을 고려해 새로운 순위로 추가됐다. ‘스카우트’ 대신 국내 이용자들에게 다소 낯설었던 ‘잼버리’가 1위를 차지했고, 뉴진스의 노래 제목이자 도착예정시간을 나타내는 ‘ETA’와 같은 생각이라는 뜻이 있는 ‘Ditto’가 각각 2, 3위에 올라 뉴진스의 영향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뉴스 부문에서는 ‘이스라엘 전쟁’이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직후 폭발적으로 뉴스 조회량이 늘었다. 지난 6월 타이태닉호 잔해를 관광하기 위해 심해 4000m 아래로 내려갔다가 5명 전원이 사망한 ‘타이탄 잠수정’이 뒤를 이었다. 3위는 지난 2월 4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튀르키예 지진’이었다.트렌드 검색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은 ‘다마르 햄린’으로 그는 지난 1월 미국프로풋볼(NFL) 경기 도중 심정지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으나 다행히 무사히 복귀했다. 지난 10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매튜 페리는 세상을 떠난 인물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는 1990년대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할을 맡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편, 올해는 구글 검색의 25주년을 맞아 가장 많이 검색된 인물과 순간을 기념하는 영상이 소개됐는데 가장 많이 검색된 스포츠, 보이밴드(Boy Band), 걸밴드(Girl Band) 부문에서 손흥민, BTS, 블랙핑크가 등장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 “지드래곤으로 돈 벌어놓고”…권지용 ‘희화화’ 영상 올린 개그맨

    “지드래곤으로 돈 벌어놓고”…권지용 ‘희화화’ 영상 올린 개그맨

    코미디언 최지용과 김해준이 지드래곤을 패러디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비공개 처리했다. 5일 김해준의 유튜브 채널에는 ‘태양인, 오래된 단짝을 다시 만나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는 태양 패러디한 ‘태양인’ 김해준과 지드래곤을 패러디한 ‘찌디’ 최지용이 만나는 모습이 담겼다. 최지용은 찌디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날 최지용은 “왜 이렇게 오랜만이냐”, “어디 갔다 온 거냐”는 김해준의 물음에 “세계 일주하고 왔다”고 답하며 지드래곤의 논란으로 공백을 가진 사실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이때 최지용은 혀가 꼬인 말투를 구사하며 지드래곤을 희화화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여행을 오래 다녀왔는지 갑자기 혀가 꼬인 찌드래곤’이라는 자막이 달렸다.영상이 공개된 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지용이 애초부터 찌디라는 캐릭터로 활동했던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드래곤이 마약 음성 판정을 받고 아직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솔한 패러디라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누리꾼은 “지드래곤 모창으로 방송 무대도 하고 행사도 뛰어 놓고 마약설로도 돈을 벌려고 하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비판이 거세지자 김해준은 하루 만에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 이재용 “아이폰 왜 이렇게 많아요?”…잘생겼단 말엔 ‘쉿!’

    이재용 “아이폰 왜 이렇게 많아요?”…잘생겼단 말엔 ‘쉿!’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화제다. 7일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실시간 이재용 사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이 회장이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오른손 검지를 입에 대고 웃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쉿’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 회장의 모습은 “잘생기셨다”라는 시민의 말에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착용한 붉은 넥타이와 가슴에 달린 비표로 봤을 때 해당 사진은 이날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때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가하면 이 회장이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아이폰 왜 이렇게 많아요?”라고 묻는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취재진에 “갤럭시 쓰면 인터뷰할 텐데”라고 말하거나 아이폰을 든 기자에 “왜 아이폰 써요?”라고 묻는 등 종종 ‘아이폰 농담’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게시물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됐다. X(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이 회장을 부르는 별명인 ‘재드래곤’이 순위권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유튜브 썸네일 모양으로 만든 패러디 사진도 등장했다. 한편 이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해 떡볶이, 빈대떡 등을 시식하며 상인들을 독려했다. 부산 엑스포가 불발된 후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 중 하나다.
  •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디지털 진창’에서 아름다움을 건지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디지털 진창’에서 아름다움을 건지다[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서이제의 문장은 힙하다. ‘힙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려면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이 말 외에 그의 글을 정의할 방도가 딱히 없다. 지루하지 않게 독자를 끌어들이며, 때때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어떨 땐 무릎을 치기도 하고. 유쾌한 뒤틀림이 난무하는 한 소설에서 그는 “언젠가 문학도 힙합이 될 것”이라 선언했다. 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소설가 서이제(32)는 디지털 시대의 인간군상을 예민하게 탐구하는 작가다. 쉽게 복제되고 언제든 모습을 바꾸는, 그래서 진실과 거짓이 모호한 디지털 세계. 이곳을 그리는 그의 문장은 무심하지만, 따뜻하다. 내심 래퍼나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는데, 소설을 쓰면서부터는 두 꿈을 모두 이뤘다고 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을 타자화하고 착취하는 수단이 됐다. 소설도 인간을 위한 것 아니겠는가. 인간도 동물의 한 종(種)일 뿐이라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최근 펴낸 앤솔로지(문집) ‘전자적 숲’에 서이제는 ‘더 멀리 도망치기’라는 소설을 써냈다. 경마에 중독된 이들의 삶을 추적하는데,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주인공의 도피처는 허무하게도 유튜브의 ‘쇼츠’. 방에 틀어박혀 쇼츠만 감상하는 현대인과 우리에 갇혀 ‘정형행동’을 반복하는 동물은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다. “네모난 프레임에서 영감” “네모난 ‘프레임’에서 영감을 얻는다. 중학교 3학년까지는 그림을 그렸는데, 눈에 보이는 세상을 도화지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소설도 마찬가지. 결국 네모난 책에 텍스트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다.” 영화를 전공했다는 이력이 맴돌아서일까.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통적인 기승전결의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 현실의 편린을 순서 없이 제시하고 종합한다. 수험생 시절 쉬는 시간마다 영화를 쪼개어 봤던 경험이 투영됐다. 그가 ‘세상 모든 젊음이 봉인된 곳’으로도 표현한 유튜브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유튜브 덕분에 시공간을 다시 사유하게 됐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알려줬다. 앞뒤를 자유롭게 오가며 시청자의 선택으로 배열되는 새로운 시간대가 펼쳐진다.” “방황은 삶의 방식 찾으려는 움직임” ‘디지털 기술에 예민한 것 같다’고 질문했다. 그는 오히려 “동시대를 설명하는 데 디지털을 사유하지 않고 쓰는 게 가능한가”라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 ‘아사코’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주인공 남녀가 홍수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본다. 남자(료헤이)는 ‘더럽다’고 하지만, 여자(아사코)는 ‘그래도 아름다워’라고 한다. 무한히 증식하는 디지털의 진창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있을 것이다.” ‘과거는 새롭고 현재는 지루하며 미래는 익숙하다.’ 서이제가 뒤튼 문장이다. 절묘하다. 90년대 서울 사투리를 패러디하며 복고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에게 과거는 새롭다. 현재는 무의미한 쇼츠를 반복하는 지루한 시간일 뿐. 집을 사는 것도, 결혼하는 것도 포기한 이들에게 남은 미래는 익숙한 절망. 이런 푸념에 그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밝은 미래’의 마지막 장면을 선물해줬다. “영화 내내 이따금 등장하는 데 그쳤던 ‘양아치’ 고등학생들이 비틀거리다가 이내 갈 곳을 정하고 걸음걸이를 다잡는다. 밝은 미래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방황하는 건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그것이 다른 세대 눈에는 이상하게 비칠 수도 있겠지만.”*편집자 주: ‘노이즈캔슬링’은 요즘 이어폰에 탑재되는 신기술입니다. 외부 소음을 차단해 음악이나 내면에 온전히 집중하게끔 해주죠.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 젊은 예술가들이 문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질적으로, 양적으로도 차원이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죠. 범람하는 콘텐츠의 홍수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을 서울신문 지면과 온라인에 소개합니다. 바깥의 소음은 잠시 차단하고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해보시길.
  • “잘생기셨다” 시민 반응에…이재용 회장 ‘쉿!’ 표정 화제

    “잘생기셨다” 시민 반응에…이재용 회장 ‘쉿!’ 표정 화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찍힌 사진이 화제다. 6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친구가 찍은 실시간 이재용 사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사진은 이 회장이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오른손 검지를 입에 대고 웃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쉿’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 회장의 모습은 “잘생기셨다”라는 시민의 말에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착용한 붉은 넥타이와 가슴에 달린 비표로 봤을 때 해당 사진은 이날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때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해 떡볶이, 빈대떡 등을 시식하며 상인들을 독려했다. 부산 엑스포가 불발된 후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 중 하나다.해당 게시물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됐다. X(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이 회장을 부르는 별명인 ‘재드래곤’이 순위권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유튜브 썸네일 모양으로 만든 패러디 사진도 등장했다. 패러디물에는 이 회장과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배경으로 ‘동생 몰래 신라호텔 계산 안 하고 튀기’라고 적혀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커뮤니티·카페·유튜브·인스타그램 등 11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국내 공시대상 기업집단 30위 이내 수장들의 네티즌 관심도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이 회장이 1위로 조사됐다.
  • [제29회 서울광고대상_심사평] “사회적 책임·ESG 철학 메시지 증가… 광고는 소비자 소통의 강력한 수단”

    [제29회 서울광고대상_심사평] “사회적 책임·ESG 철학 메시지 증가… 광고는 소비자 소통의 강력한 수단”

    코로나 대유행에 이어 경기침체와 물가 불안, 해외에서의 전쟁 발발 등으로 국내외 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광고주들의 마케팅 활동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디어 환경은 인터넷 혁명, 모바일 혁명의 위력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AI 혁명의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경제환경의 변화와,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기술혁신은 기업의 철학과 경영, 마케팅 전반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제상황의 어려움과 기업환경의 변화는 마케팅 전략과 광고활동에서 크게 두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효율성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이 강조되는 것이고, 둘째는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ESG 등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메시지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SK텔레콤의 ‘AI’ 광고는 SK텔레콤이 구현하고 있는 AI 세상을 한 장의 비주얼로 구체화하여 보이지 않는 AI 기술을 보이는 AI 세상으로 잘 표현한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마케팅대상의 현대자동차 ‘산타페’ 광고는 도심과 아웃도어 생활을 시각적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면서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고, GS칼텍스 광고는 에너지 기업의 사회공헌 의지를 일관성 있는 광고캠페인으로 잘 발전시키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광고는 K푸드 선도기업으로서 인쇄광고에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음식의 맛을 시즐감 있게 잘 표현했고, 서울특별시의 ‘서울 런’ 광고는 간결한 디자인과 강렬한 컬러, ‘수능’이라는 주목도 높은 소재로 브랜드 전달효과에서 높게 평가되었다. 한편 올해 심사과정에서 새로 마련한 심사위원 특별상의 SK이노베이션 캠페인 시리즈 광고는 지구환경을 위한 기업 의지의 일관성, 레이아웃의 통일성, 고전명화의 패러디라는 표현의 차별성 등이 돋보여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또 신한카드와 KB금융그룹 광고는 ‘친환경’, ‘생태계 회복’, ‘선한 가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업 철학과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전달하고 있다. 마케팅 환경과 미디어 기술의 변화에 따라 기업은 디지털 마케팅 중심의 효율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광고 역시 디지털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는 애드테크의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 등 공신력 있는 언론매체를 통한 상품정보와 기업 메시지의 전달이 경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업도, 언론도, 또 기업의 광고도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광고는 여전히 소비자와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시기에도 경제발전과 광고의 질적 수준 향상에 힘쓰고 있는 수상기업과 광고인들의 노고에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 [제29회 서울광고대상_심사위원 특별상 / 에너지부문 최우수상] SK이노베이션 ‘그린픽쳐 캠페인’

    [제29회 서울광고대상_심사위원 특별상 / 에너지부문 최우수상] SK이노베이션 ‘그린픽쳐 캠페인’

    SK이노베이션은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통해 저탄소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 및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넷 제로’(Net Zero)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올 타임 넷 제로’(All Time Net Zero) 비전을 선포한 바 있습니다. 이는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2년까지 창립 이후 직접 배출한 4억 8000t의 탄소를 모두 감축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계열의 그린 비즈니스 비전과 실행 의지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명화 패러디, 인공지능(AI)이 제작한 그림을 활용하여 예술작품으로 표현한 ‘그린 픽쳐’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종합 편에서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드라클크루아 作)을 패러디해 넷 제로 혁신을 주도해 가는 SK이노베이션의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각 사업회사 편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전기차, 수소차 충전까지 가능한 미래 에너지 솔루션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SK에너지의 모습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SF영화 같은 미래 세계로 묘사하였으며,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화가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대표적인 그림 ‘비너스의 탄생’(La nascita di Venere)을 패러디해 폐플라스틱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SK지오센트릭의 그린 비즈니스를 작품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이외에도 모든 사업 회사 각각이 추구하는 ‘뉴 그린 포트폴리오’ 구축 및 확장을 위한 혁신을 그린 픽쳐 작품에 담아내어 지난 5월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했습니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 계열은 모두가 꿈꾸는 미래를 더 이상 SF가 아닌 SK이노베이션의 현실로 만들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 특별상’과 ‘에너지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신 서울신문 독자 여러분과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마감 후] ‘전청조 밈’을 보며/신진호 뉴스24 부장

    [마감 후] ‘전청조 밈’을 보며/신진호 뉴스24 부장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와 결혼을 발표했다가 여러 건의 사기 혐의로 결국 구속된 전청조씨의 여러 행적이 지난주 인터넷을 강타했다. 이른바 ‘전청조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그것인데, 특히 그가 이웃 주민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누리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인천 강화에서 중학교를 다닌 전씨는 주변인에게 자신이 미국 뉴욕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영어에 능숙하지만 한국어에는 서툰 교포처럼 보이고 싶었는지 “그럼 Next time에 놀러갈게요”라든지 “But your friend랑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에요~”라는 식으로 한국어 문장에 영어 단어를 섞어 썼다. 초보적인 수준의 영어 단어와 더불어 ‘I am ○○예요’라는 식의 어색한 문장은 곧바로 패러디를 낳았다. 한 쇼핑몰은 ‘I am 특가에요. Next time은 없어요~!’라는 문구로 마케팅에 나섰고, 한 증권사는 보고서 제목을 ‘2개 분기 연속 흑자, I am 기대해요’라고 지었다. 한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I am 가수예요’라는 자막이 나올 정도로 전씨의 말투는 급속도로 유행을 탔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이 불편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 사안인데 이를 맥락 고려 없이 가볍게 희화화한다는 지적이다. 한 개그우먼은 선글라스를 쓰고 경호원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있는 전씨의 사진을 패러디했다가 이러한 지적을 받고 게시물을 내렸다. 전청조 밈의 강렬함은 사람들이 자신을 재벌 3세 출신의 교포라고 믿게끔 전씨가 설정한 행동들이 제삼자가 보기엔 굉장히 어설프고 황당하게 느껴지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유행의 밑바닥엔 ‘이토록 어설프고 황당한 설정에 어떻게 속을 수가 있느냐’는 조롱이 섞여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조롱은 사기 피해의 책임이 피해자에게도 있다는 식의 결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전청조 밈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박처원 치안본부 5차장의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는 희대의 망언을 예능 프로그램 자막이나 광고 문구로 맥락과 상관없이 패러디했다가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사기 피의자의 범죄 행각을 풍자했을 뿐인데 너무 딱딱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을 풍자했다가는 그 지지자를 조롱하는 셈이 될 테니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그 누구도 풍자할 수 없다는 논리다. 어느 한쪽만 옳다고 할 수 없는 논쟁이다.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논쟁이 반갑기도 하다. 향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문제를 좀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풍자의 적절성 여부는 이러한 논쟁 속에서 그 풍자가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그 공감대의 폭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도 있다. 훗날 이번 일을 돌아봤을 때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 “I am 공정” 올렸다 수정한 조국… 尹 대통령 겨냥?

    “I am 공정” 올렸다 수정한 조국… 尹 대통령 겨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 am 공정” 등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자신을 가리킨 표현이 아니라는 취지로 글을 수정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I am 신뢰. I am 공정. I am 상식. I am 법치. I am 정의”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패러디되는 ‘전청조(27) 화법’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재벌 3세 행세를 하며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에게 접근해 결혼 예정임을 발표했다 사기 의혹이 불거져 체포됐는데, 그가 SNS에서 사용한 “I am 신뢰에요”는 국어와 영어를 엉터리로 섞어 쓴 점이 웃음을 유발하며 유행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1 am 공정” 등 글을 올리자 일부 누리꾼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분이 할 수 있는 말이냐’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은 이를 의식한 듯 4시간여 만에 글을 수정했다. 기존 글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마지막에 “누가 떠오르나요?”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1 am 공정”이 가리킨 대상이 자신이 아닌 3자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과 상식, 법치, 정의 등 단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국면과 취임 후 연설 등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단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취지에서 올린 글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의 글을 두고 그의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캐리커처 이미지를 올리는가 하면 “I am 무능”, “I am 남탓”, “I am 제왕” 등 윤 대통령을 비꼬는 댓글을 달았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1심 법원은 13개 혐의 가운데 8개를 유죄로 판단,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는 7개 중 6개를 유죄로 봤다.
  • “이게 웃겨?”…엄지윤, 전청조 패러디 비난 봇물

    “이게 웃겨?”…엄지윤, 전청조 패러디 비난 봇물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의 전 재혼 상대자 전청조 밈과 패러디가 열풍인 가운데, 개그우먼 엄지윤이 이에 동참했다가 비난 받고 있다. 엄지윤은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일명 ‘전청조 밈’으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I am 엄청조”란 글과 함께 패러디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은 전청조가 유명 그룹 혼외자이자 재벌 3세라는 거짓 배경을 위해 경호원을 대동한 모습을 패러디한 것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양손으로 컵을 든 채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이다. 큰 체격의 경호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구도까지 완벽하게 따라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네티즌은 “사기 당해서 피눈물 흘리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따라할 걸 따라해야지”, “아직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데 웃음이 나오냐”, “피해자들이 이걸 보고 웃을 수 있겠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
  • “저 300조 있는데 결혼하실 분”…‘전청조밈’ 패러디한 정유라

    “저 300조 있는데 결혼하실 분”…‘전청조밈’ 패러디한 정유라

    ‘국정농단’으로 수감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사기 혐의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전청조의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풍자)을 활용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저격한 글이 화제다. 정유라는 지난 28일 소셜미디어(SNS)에 “저 300조 있는데 결혼하실 분. 여자분이 제 아이 낳아주시면 독일에 수백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 물려드릴께요. I am 신뢰에요”라고 적었다. 통장 잔액이 51조원에 달하며 파라다이스 호텔 그룹의 3세 출신 승마 선수이고, 전 펜싱 국가 대표 선수 남현희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자신의 상황에 빚대 패러디한 것이다. 정유라가 언급한 300조 재산설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국정조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적하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안 의원은 지난 2017년 7월 JTBC 인터뷰에서 ‘최순실의 숨긴 재산은 어느 정도로 추정하냐’는 앵커의 질문에 “단언하기 어렵지만 프레이저 보고서에서 보고한, 조사한 당시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 규모가 당시 돈으로 8조 9000억원, 지금 돈으로 300조가 넘는다”며 “그 돈으로부터 최순실 일가 재산의 시작점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최서원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재산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 들어가 최순실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안 의원의 말은 거짓”라며 2019년 9월 안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최순실 재산 300조원’을 입에 올린 적 없고, 극우 진영에서 주장하는 가짜뉴스다”고 밝혔다. 한편, ‘조국 흑서’로 유명한 김경률 회계사는 29일 정유라의 게시글을 옮겨온 SNS를 통해 “(전청조의 거짓말과 달리) 차원이 다른 것이 야당 5선 의원과 유력언론들이 모두 보증하고 있다”며 “(정유라씨 말은) 빼박 사실이다”고 적었다.
  • ‘킹 스미스’ 황제성, 샘 스미스 ‘본체’ 만났다

    ‘킹 스미스’ 황제성, 샘 스미스 ‘본체’ 만났다

    코미디언 황제성(41)이 영국 가수 샘 스미스(31)의 내한 공연 현장을 찾아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황제성은 19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보컬 선생님인 가수 존박과 샘 스미스 내한 공연 관람을 간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황제성은 샘 스미스를 패러디한 자신의 부캐 ‘킹 스미스’ 분장을 하고 공연을 즐기고 있다. 황제성은 샘 스미스의 곡 ‘언홀리’(Unholy) 뮤직비디오 등을 재치 있게 패러디해 인기를 모았고, 이를 본 샘 스미스가 “한국에서 ‘언홀리’가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킹 스미스, 정말 고맙다”라는 감사 메시지를 보내 더욱 화제가 된 바 있다. 황제성은 이날 공연을 마친 샘 스미스와 대기실에서 대면으로 조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제성과 샘 스미스의 만남은 조만간 황제성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샘 스미스는 17~18일 이틀간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글로리아 더 투어’(GLORIA the tour)를 개최했다.
  • 생명연장·산업혁명… AI가 뒤흔들 미래와 공존을 엿보다[서울미래컨퍼런스 2023]

    생명연장·산업혁명… AI가 뒤흔들 미래와 공존을 엿보다[서울미래컨퍼런스 2023]

    지난주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면면이 공개됐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한 달 전부터 각종 과학 관련 시상식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패러디 노벨상’으로 유명한 이그노벨상은 올해도 어김없이 독특하고 신기한 연구들에 상을 줬다. 이런 가운데 많은 사람을 놀라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예비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알려진 래스커상의 수상자였다. 주인공은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 연구원으로, 2020년 처음 발표돼 생명과학 분야 전체를 흥분시킨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알파폴드’의 개발자들이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아미노산 염기서열 정보만 입력하면 가능성 높은 단백질 구조를 제시한다.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발굴해 수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8월에는 생성 AI ‘미드저니’로 그린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등장한 챗GPT는 인간의 질문에 답을 찾아 주는 정도를 넘어 과학자들도 연구에 활용하는 수준이 됐다. 2016년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압승했을 당시에도 AI가 단시간에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AI가 얼마나 빠르게, 또 어떻게 미래를 바꿀지 궁금하다면 오는 25일 ‘빅 퀘스천: AI+, 미래, 탐험’을 주제로 열리는 ‘2023 서울미래컨퍼런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간이 만들어 낸 AI가 인간과 산업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존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다. 컨퍼런스의 막을 여는 키노트 세션에서는 큰 틀에서 AI가 사회와 산업 곳곳에서 일으키는 변화를 읽고 미래를 엿본다. 키노트 세션 직후에는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회장인 예종철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AI가 의료 산업 분야를 어떻게 뒤흔들 것인지 전망하는 ‘AI+ 의료: 생명 연장 꿈의 시작’ 세션이 열린다. AI 신약 개발 기업인 인실리코 메디슨 타이완의 최고경영자(CEO) 지미 옌추 린이 연사로 나서 심층 생성 모델, 강화형 기계 학습, 트랜스포머를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로 어떻게 신약을 개발하는지 설명한다. AI 진단 솔루션 기업 루닛의 유동근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암 검진과 치료 분야에서 AI가 활용되는 방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두 번째 세션 ‘AI+ 로봇: 새로운 협업의 탄생’에서는 프로그래밍 없이 인간의 말을 곧바로 이해하는 AI 로봇이 등장하면서 특정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에 AI가 어떻게 활용될지를 내다본다. 전문가들은 AI가 산업계에 더 넓고 깊게 침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영역에 최적화된 AI를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며 잘 쓰는 법을 아는 것도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 “연봉 18억원? 기본이지!”…중국서 뜬 ‘이 직업’의 정체

    “연봉 18억원? 기본이지!”…중국서 뜬 ‘이 직업’의 정체

    보이그룹 엑소 출신의 중국인 멤버 루한을 모방해 유명세를 얻은 중국 왕훙(网红, 인플루언서)의 한 달 수입이 무려 한화로 9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관심이 쏠린 왕훙은 링다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SNS에서 주로 ‘루한’을 패러디 한 영상과 사진을 게재해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생방송까지 진행하며 큰 수익을 올리는 인물이다. 중국판 틱톡인 도우인의 그의 팔로워 수는 약 682만 명이다. 그는 이 계정을 통해 ‘심야 먹방’을 진행 중인데, 중국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 플랫폼 페이과는 지난 9월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링다오는 총 14회 생방송을 진행, 총 5045만 6000명이 그의 영상을 시청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1000~2500만 개 이상의 ‘먹방’ 관련 상품을 판매했으며, 예상 수익은 100만 위안(약 1억 8458만 원)을 초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그의 수입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생방송 중 시청자가 그에게 평균 수입을 물었는데 그는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 가상 계좌를 인증하며 “지난 7개월 동안 월평균 500만 위안(약 9억 2290만 원)을 벌었고, 총 3500만 위안(약 64억 6030만 원)의 수익이 있었다”고 답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의 수익 인증이 있은 직후 SNS에서는 링다오가 3000만 위안(약 55억 3740만 원)의 최고급 별장을 구매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여기에 대해 그는 “스위트룸을 산 것은 사실이지만 600만 위안(약 11억 748만 원)에 매입했다”고 부를 과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링다오를 포함해 무려 1억 5000만 개 이상의 왕훙 계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현지에서는 이들의 평균 수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분위기다. 중국 SNS 웨이보가 선정한 올 상반기 화제의 검색어에 ‘왕훙 1000만 위안(약 18억 4580만 원) 연봉’이 선정됐을 정도다. 하지만 링다오의 ‘월평균 500만 위안 수입’과 ‘왕훙 1000만 위안 월급’ 등이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자, 일각에서는 왕훙 수입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는 의혹의 목소리도 동시에 제기됐다. 실제로 중국공연산업협회가 현지에서 활동 중인 왕훙 수입을 조사한 결과는 유명 왕훙 수입 대비 초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공연산업협회는 최근 ‘중국온라인생방송산업 발전보고서’를 공개했는데,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3년 기준 중국 온라인 생방송 산업에 종사하는 왕훙 계정의 수는 약 1억 5000만 개 이상 개설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중 온라인 생방송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전업 왕훙 가운데 무려 95.2%가 월평균 5000위안(약 92만 원) 이하의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고 집계했다. 왕훙 중 단 0.4%만 월 10만 위안(약 1845만 원) 이상의 고수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관영 CCTV재경을 통해 “왕훙 시장은 이미 포화돼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면서 “예전에는 시급 수백 위안을 주고도 일하려는 왕훙을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수십 위안만 줘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널렸다”고 실상을 지적했다. 
  • 기초과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노벨상 향방 가늠해 볼 연구들

    기초과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노벨상 향방 가늠해 볼 연구들

    추석 연휴 막바지인 다음 주 과학에 관심이 있는 세계인의 이목은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으로 집중된다. 매년 10월 초 열리는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 때문이다. 올해는 오는 10월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한 달 전부터 각종 과학 관련 시상식이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다. 지난 14일에는 패러디 노벨상으로 유명한 이그노벨상, 21일에는 ‘예비 노벨 생리의학상’ 래스커상에 이어 2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는 제12회 ‘황금거위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당장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만 하는 기초과학에 정부가 투자해야 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짐 쿠퍼 하원의원은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와 함께 2012년 기초과학 연구가 당장은 쓸모없고 돈 먹는 하마처럼 보이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취지에서 정부의 과학예산을 받아 연구하는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 중 인류에 공헌한 이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황금 거위상’을 만들었다. 황금알 낳는 거위 ‘기초과학’27일 ‘제12회 황금 거위상’ 수상자 발표 올해는 가성비 높고 휴대성까지 높인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의 기초를 제시한 과학자들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해충에 강한 식물을 만든 연구자, 닭을 효과적으로 번식시킬 수 있는 기초연구로 식량난 극복의 초석을 마련한 과학자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UCSC) 마크 애크슨 교수, 데이비드 디머 명예교수, 하버드대 다니엘 브랜튼 명예교수는 ‘나노포어 시퀀싱’이라는 3세대 염기서열 분석의 기초를 제시한 공을 인정받았다. 나노포어 시퀀싱은 나노 크기의 작은 구멍에 단일 가닥의 DNA나 RNA 시료를 통과시킬 때 염기마다 다른 전류의 흐름을 나타낸다는 점에 착안해 염기서열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1989년 데이비드 디머 교수가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다니엘 브랜튼 교수가 개념을 확장한 뒤 마크 애크슨 교수가 합류해 기술로 구현했다. 과학계의 회의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30년 넘는 연구를 통해 2014년 1000달러짜리 휴대용 크기의 기기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해 결핵, 에볼라, 지카,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현장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현대 식물 생명공학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농업기업 신젠타 소속 메리 델 칠튼 박사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칠튼 박사는 박테리아로 유전자를 변형시켜 해충에 강한 식물을 만든 업적을 인정받았다. 1970년대 칠튼 박사는 박테리아가 자기 DNA를 식물로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응용한 ‘아그로박테리움 매개 형질 전환’(AMT) 기술을 개발했다. AMT 기술은 옥수수, 대두, 면화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해충 저항성 특성을 가진 면화는 살충제 사용량을 1994년 이후 2019년까지 약 66%를 감소시켰고 작물 수확량과 수익은 증가하는 데 이바지했다. AMT는 3세대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크리스퍼-캐스9을 식물에 전달할 때도 사용되는 등 생명공학 연구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가금류 유전학자로 잘 알려진 폴 시겔 버지니아공과대 명예교수는 전 세계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닭을 사육하고 번식하는 현대적 방법의 기초를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꼽혔다. 시겔 교수는 1957년 처음 닭의 계통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약 65년 동안 면역 기능, 생식 생물학, 게놈 진화 등 닭과 관련한 대부분의 기초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시겔 교수의 연구는 전 세계 가금류 연구자에게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닭이 전 세계 곳곳의 주요 식량 공급원이 될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나는 솔로’ 말고 ‘나는 승로’…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이색 명절 인사

    ‘나는 솔로’ 말고 ‘나는 승로’…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이색 명절 인사

    “나 승로인데, 추석 연휴 때 진료하는 병원·약국이 있대. 내가 알려줄게.” “나 승로인데, 추석 당일에는 쓰레기 배출이 안 된대. 배출되는 날 내가 알려줄게.”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이 연애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패러디한 ‘나는 승로’라는 영상을 통해 구민들에게 깜짝 추석 인사를 전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구민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인사를 전하기 위해 명절 인사 영상을 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영상에서 이 구청장은 ‘나는 솔로’ 참가자들이 등장할 때 들고 들어오는 여행용 가방 대신 장바구니를 끌고 들어오면서 ‘승로’라고 적힌 이름표를 확인한 뒤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전통문화 체험 공간 ‘예향재’를 배경으로 추석 명절 인사와 함께 연휴 기간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안내한다. 이 구청장은 영상에서 소개한 정보는 추석 연휴 때 진료하는 병원·약국과 쓰레기 배출일, 주차장 개방 시설이다. 구는 연휴에 병원 72곳, 동물병원 26곳, 약국 110곳을 운영한다. 28~30일에는 쓰레기 수거가 중단된다. 다음 달 1일 일부 지역에서만 쓰레기를 수거하고 2일부터 정상적으로 수거를 재개한다. 또 추석 연휴 주차난 해소를 위해 학교·종료 시설 주차장을 개방한다. 초등학교 16곳, 중학교 6곳, 고등학교 3곳을 비롯해 교회 부설 주차장과 공영 주차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구청장은 영상 끝 부분에서 “성북의 옥순이, 정숙이, 영식이, 우리 구민 모두에게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바라겠다”면서 “고향 다녀오시는 분들 안전하게 다녀오시기를 바란다”며 마무리 인사를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성북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나는 승로’는 유튜브 ‘성북TV’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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