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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死地로의 출근…가족을 뒤로 한 채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

    死地로의 출근…가족을 뒤로 한 채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

    “나는 일본을 구하러 간다.” 18세부터 원자력회사인 주부전력에서 근무하고 있는 A(59)는 정년을 불과 6개월 남긴 채 후쿠시마 원전이 긴급 요청한 특별 지원팀에 자원했다. 지난 15일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집을 나서면서 가족들에게 이 말만 툭 남겼다. 딸(27)은 “가지 마세요.”라며 여러 번 아버지의 소매를 붙들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 당시 자신처럼 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된 자원자들이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당시 구조대원 28명은 방사능에 노출돼 3개월 만에 숨졌고, 그 뒤로도 19명이 방사능에 의한 피부 손상과 이에 따른 감염으로 사망했다. 백혈병과 혈액암에 시달린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후쿠시마행을 선택했다. 딸은 “아버지는 우리들의 말을 듣지 않으셨다. 만약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버지 스스로 정한 것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며 무사 귀환을 당부했다. 딸은 “집에서는 별로 말도 안 하고 미덥지 못 할 때도 있었던 아버지가 지금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58)은 “남편은 18세부터 지금까지 원전에 종사해 왔다. 가장 안전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지원을) 결심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누른 채 떠나는 남편의 등에 대고 “현지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오세요.”라는 말을 던졌다. 남편은 씩 웃었다. 그러곤 이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일본 열도가 패닉에 빠져 있는 가운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몸을 던져 사고 처리 작업에 나서고 있는 사수 대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막기 위해 비공식으로 원전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가며 자원자 모집에 나섰다.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자칫하면 사지가 될 수도 있는 곳으로 떠나보내는 일이라 내놓고 모집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하나둘 자원자가 모여 들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A를 포함해 20명의 외인부대가 특별지원팀이라는 이름으로 꾸려졌다. 이들 말고도 도쿄전력 내부에서 230명의 지원자가 새로 나왔다. 이들은 곧바로 도쿄전력 800여명의 근로자 가운데 자원자로 현장에 남아 있던 70명과 함께 320명의 원전 사수대를 꾸렸다. 사수대는 저마다 전쟁터로 나가는 것처럼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사수대의 굳은 결의가 공개되면 칠레 광산에서 34명의 광부가 사투를 벌인 것처럼 영화로 제작될 가능성도 있을 만큼 감동적이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한 자원자는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설명에 묵묵히 “그게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맡고 있는 곳은 후쿠시마 원전 1~3호기다. 이들 주변에는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정도의 방사선량이 검출되고 있다. 3호기 서쪽에서는 15일 1시간당 방사선량이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량의 400배에 상당하는 400m㏜(밀리시버트)로 계측됐다. 17일에도 이 수치는 줄어들지 않았다. 심각한 방사선 누출이 염려되는 4호기는 너무 위험해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모니터로 감시할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방사선 수치가 갑자기 정상치의 6000배를 넘으면서 일시 철수했던 이들은 늦은 밤 다시 투입됐다. 도쿄대 병원 교수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건 마치 전쟁에서의 자살부대와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팀으로 나누어 10~15분 동안 원자로에 해수를 번갈아가며 투입하고 있다. 그 이상의 시간은 방사선 노출로 인한 피폭 피해가 허용치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압력 완화 밸브를 여닫고 냉각수를 투입하는 일도 이들의 역할이다. 도쿄전력 측은 “이들이 있는 발전소의 방사선 수치는 600m㏜에 이른다.”면서 “이것은 몇 년 동안의 최대 피폭 수치와 맞먹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사설] 일본판 뉴딜정책 파장 철저히 대비하라

    ‘3·11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증시는 패닉에 빠져 며칠 새 시가총액 700조원 이상이 훌쩍 날아가 버렸다. 쓰나미에다 방사능 대량 누출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일본경제가 회복이 쉽지 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 증시도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혼조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가 하면 미국의 투자회사 JP모건은 미국의 상반기 성장률을 4%에서 3%로 낮추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이 와중에 일본 중앙은행은 나흘간 41조엔(약 67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증시 추락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 대지진은 정치적인 성격이 짙은 2001년의 9·11테러와는 달리 경제적인 충격이 어느 사건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고베대지진 때 투입한 3조 2000억엔보다 많은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등 일본판 뉴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이 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미국 국채나 브라질 헤알화 연계 채권 등을 투매해 자금 회수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이럴 경우 세계 주가와 자산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일본이 돈을 푸는 목적이 경기부양이 아닌 복구에 있는 만큼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가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금융팽창 정책으로 인플레를 유발시킨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일본은 디플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인플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본판 뉴딜정책의 파장이 글로벌 경제로 전이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엔화는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 엔화 약화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핵심 부품 소재 수입도 문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부품 소재 부문에서 250억 달러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부품 수입이 원활하지 못하면 우리의 전체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입처 다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 사태는 우리에게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일무역 역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 후쿠시마 수돗물서 세슘 검출… ‘눈·비 예보’ 공포 확산

    “어디서 죽든 상관없어요. 최대한 여기서 멀어지고 싶을 뿐입니다.” 방사능 악몽에 쫓겨 일본 열도를 빠져나오려는 피난 행렬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방사능 공포의 진앙지인 후쿠시마 현과 수도 도쿄 등에서는 시민, 외국인들의 대규모 엑소더스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영하의 기온으로 인한 저체온증과 굶주림, 교통 두절 등으로 피난길은 고통의 연속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눈과 비까지 예보되면서 일본 주민들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수돗물에서 방사성물질인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는 보도까지 나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검출량은 정부가 정한 음식물 섭취기준에 미달해 마셔도 건강에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현지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오전 8시 실시한 수돗물 간이검사 결과 물 1㎏에서 요오드131이 177베크렐, 세슘137이 58베크렐 검출됐다.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한 섭취 기준은 물 1㎏당 요오드가 300베크렐, 세슘이 200베크렐이다. 하지만 통상 수돗물에서 검출되지 않는 세슘이 처음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피난길에 오른 와타나베 후미코(70)는 “우리는 최후가 머지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까지 후쿠시마 현에서 피난한 사람이 5671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버스 운전사 야마다는 “옥내 대피 명령을 받은 반경 30㎞ 바깥쪽 주변 지역이나 남쪽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패닉 상태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45명 정원에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휘발유를 구하기 힘들어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사능 오염 가능성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는 후쿠시마 현 주민들에게 자가용을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피난민을 이송하는 군용차량은 아이들과 노인, 장애인을 주로 태우고 있어 기다림에 지친 이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폐암에 걸린 아내와 피난 행렬에 합류했다는 택시 기사 와타나베 고지(60)는 “군용차량을 기다리다 결국 내 차를 갖고 나왔다. 하지만 기름도 다 떨어졌는데 주유소가 전부 문을 닫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중부와 북부 지역에 눈과 비가 내리는 것과 관련해 “방사성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다만 후쿠시마 현은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요오드와 세슘은 안전 기준을 밑돌아 건강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도쿄는 안전지대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지진과 원전 폭발에 탈출을 감행하는 도쿄 시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하네다 국제공항에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외국인들의 엑소더스도 줄을 잇고 있다. 중국대사관은 지진 피해 지역에 전세버스를 들여보내고 도쿄 나리타공항과 니가타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자국민을 본국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프랑스, 독일 대사관 등도 자국 국민들에게 귀국을 권고했다. 일본에 지사를 둔 다국적 회사들이 다급하게 직원들을 빼내면서 국제금융허브로서 도쿄의 위상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일부 국제 항공사들은 도쿄행 비행기를 결항시키거나 다른 도시로 우회하도록 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방사능 확산에 열도 ‘발칵’… 외국인들 ‘재팬 엑소더스’

    방사능 확산에 열도 ‘발칵’… 외국인들 ‘재팬 엑소더스’

    15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2호기와 4호기에서도 폭발이 보고되면서 일본 전역은 패닉에 빠졌다. 이미 폭발한 1, 3호기 정상화를 위해 남아 있던 직원들도 철수했으며 후쿠시마는 물론 도쿄에서도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목격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쿠시마 대부분의 도시는 인적이 끊긴 지 오래다. 정부가 원전 반경 20~30㎞에 거주 중인 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지만 집에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반경 20㎞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앞서 내려진 긴급 대피령에 따라 대피소로 몸을 피한 상태다. 대피소라고 해도 어차피 인근 도시 학교나 체육관에 마련된 곳이라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대피 센터에 방사성물질에 노출될 경우 피해를 줄여주는 요오드제 23만병을 배포했다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후쿠시마현은 숨 쉬는 것 자체가 공포가 돼 버렸다. 사태 악화를 우려했던 이들은 일찌감치 공항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곳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비행편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지만 표는 고사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심보다는 공항이 ‘후쿠시마 탈출구’에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각국 취재진도 방사성물질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센다이에 머물고 있던 영국 스카이뉴스 취재팀은 트위터를 통해 “예방 차원에서 이곳을 떠나고 있다.”면서 “호주 기자들도 같이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여진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인식됐던 도쿄도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 대사관이 자국민들에게 이날 오전 10시쯤 10시간 내에 미량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바람이 도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사재기에 나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곳에서도 후쿠시마 지역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착용자가 급증했다. 외국인들은 귀국행을 재촉했다. 여행객들은 일정을 단축했고 도쿄 주재원들도 서둘러 도쿄를 떠날 채비를 했다. 유럽연합(EU) 대표부에서 근무하는 스테판 허버는 “직원의 3분의1가량이 이미 떠났다.”고 말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도쿄 지사에 근무하는 한 남성은 “이미 아내와 아이들 4명을 영국으로 보냈다.”면서 “나도 곧 갈 것이다. 질서가 남아 있을 때 떠나야지 모두 공포에 질렸을 때는 늦다.”고 걱정했다. 일부 국가들의 경우 대사관 차원에서 대피를 권고하는 수준이지만 중국은 아예 자국민 소개 준비에 착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일본 동북부에 대지진이 발생한 뒤 자국민을 국가 차원에서 대피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나라는 중국이 처음이다. snow0@seoul.co.kr
  • ‘패닉’日증시 10% 폭락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패닉’日증시 10% 폭락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일본 증시가 대폭락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른 ‘핵재앙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도 요동쳤다. 15일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1015.34 포인트(10.55%) 폭락한 8605.15로 마감했다. 역대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1000포인트 이상 빠진 것도 미국의 ‘리먼 사태’가 위세를 떨쳤던 2008년 10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지수는 한때 1400포인트까지 떨어졌지만 장 막판 추락세가 다소 완화됐다. 전체 종목을 대상으로 한 토픽스(T0PIX)지수도 전날보다 77.19포인트(9.11%) 밀린 769.77을 기록했다. 이날 도쿄 증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이 대량 누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줄줄이 급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41.37포인트(1.41%) 하락한 2896.25를 기록했으며, 타이완 가권지수도 285.24포인트(3.35%) 급락한 8234.78로 장을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896.28포인트(3.84%) 내린 2만 2449.60을 찍었다. 호주 종합주가지수인 올오디너리스도 100.2포인트(2.1%) 급락한 4609.9로 마감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코스피지수도 장중 한때 103포인트가 하락할 정도로 방사능 공포에 짓눌렸다. 전날 자동차와 화학, 전자, 정유 등을 중심으로 반사 이득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하루 만에 반전됐다. 일본의 ‘원전 사태’가 악화될 경우 국내 금융·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실물시장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 측은 “원전의 방사능 누출이 심화될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면서 “안전자산의 선호도 증가와 함께 일본과 밀접한 교역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유인 감소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량 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물 경제에서는 부품공급 차질과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수출도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지진 수혜주’로 떠올랐던 삼성전자가 핵심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이날 급락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본 도쿄가 방사능 피해에 직접 노출된다면 사실상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면서 “시장이 사느냐 혹은 죽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상기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팀장도 “일본의 원전 사태가 시시각각 바뀌고, 악재가 쏟아지면서 시장 예측이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원전 4호기마저 폭발...1~4호기 완전 초토화 ‘방사능 패닉’

    원전 4호기마저 폭발...1~4호기 완전 초토화 ‘방사능 패닉’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건물에서 15일 오전 수소폭발 화재가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에서 “9시38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있는 건물 4층의 북서부 부근에서 화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이 이날 아침 4호기의 원자로가 들어 있는 건물 5층의 지붕 일부가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힌 데 이은 것이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4호기 원자로 자체는 11일 지진이 발생했을때 운전이 정지됐으나 내부에 보관돼 있던 사용후 핵연료가 열을 갖고 있어 수소가 발생하면서 1호기와 3호기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수소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는 지난 11일 오후 대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를 당할 당시 정기 점검 중이었다. 또 이날 오전 6시 10분쯤 원전 2호기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원전2호기에서 ‘서프레션 풀(압력억제 풀)’이라고 불리는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와 연관된 설비에 손상이 있다고 밝혔다. 격납용기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비로, 손상이 될 경우 치명적이다. NHK는 “이 설비에 일부 손상이 발견됐다는 것은 방사성 물질 봉쇄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에다노 장관은 “주변 방사성 수치는 급격한 상승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밝혀 이번 설비 이상이 곧바로 주민의 건강에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부근에서 매시간 965.5 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검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수치는 일반인들의 연간 피폭한도인 1천 마이크로시버트에 근접한 방사선량이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전날 밤 “1·2·3호기의 핵 연료봉이 전부 다 녹아내리는 노심용해의 우려가 높다.”고 말해 방사능 유출 우려를 고조시켰다.도쿄 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10 ㎞ 남쪽에 있는 두 번째 원전 모니터링 지점의 방사선 양이 오후 10시 7분, 평소의 260 배에 해당하는 시간당 9.4 마이크로 시베르트(Sv)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에다노 장관은 앞서 1발전소 3호기 폭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전 11시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폭발했으나, 격납용기는 안전한 상태여서 방사능의 대량 유출 위험은 없다.”고 해명했었다. ☞[포토]최악의 대지진…일본열도 아비규환의 현장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2호기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원전을 가동하는 상태여서 방사성 물질의 방출과 노심용해의 우려를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지통신도 2호기 연료봉 노출과 관련, “연료봉이 녹아내릴 가능성도 있으며, 방사능이 누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3호기 폭발 직후 원전에서는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는 등 지난 1호기 폭발 때보다 강도가 훨씬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호기의 폭발원인도 지난 12일의 1호기와 같은 수소폭발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폭발로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 사원 4명과 협력회사 종업원 3명, 자위대원 4명 등 모두 11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폭발 당시 20㎞내에 주민 615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추후 피해가 예상된다. 원전에서 160㎞ 떨어진 곳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승조원 17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고 산케이신문이 미 7함대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늘고 있다. 미야기현 오시카반도 해안에서 시신 약 1000구가 발견된 데 이어 미나미산리쿠에서도 시신 1000구가 또 나왔다. 미나미산리쿠에서는 인구 약 1만 7300명 가운데 대피한 7500명을 제외한 약 1만명이 행방불명 상태인 만큼 시신이 추가로 발견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 현재 1886명이 사망하고 2369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인 희생자도 14일 처음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는 이바라키 현의 한 철탑공사현장 부근에서 교민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히로시마 소재 건설회사 직원 이모(40)씨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jrlee@seoul.co.kr
  • 수도권 시민들 자발적 절전… 낮시간 ‘계획 정전’ 보류

    도호쿠 지역 대지진의 피해를 당한 지 나흘째를 맞은 14일 일본은 시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이 지속되면서도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부분 단전을 실시한다는 ‘계획 정전’ 발표가 번복되는 등 다소 혼란을 겪었다. ●전력량 많은 병원 등 비상조치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폭발로 전력량이 부족해 14일부터 수도권 지역을 5개 그룹으로 나눠 지역별로 3~6시간씩 단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날 아침 출근길에 전철이 파행 운행되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도쿄전력은 당초 이날 오전 6시 2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제1 그룹 지역의 정전을 취소했다. 오전 9시 20분부터 제2그룹 지역도 보류한 데 이어 낮 12시 20분부터 3그룹 지역도 단전 실시를 미뤘다. 하지만 오후 5시로 예정된 5그룹의 계획정전은 실시됐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전력난을 겪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로 시민들이 전기 사용을 자제해 전력 수요 전망이 예상을 밑돌아 이날 오전에는 부분 단전을 보류했지만 수요량이 느는 저녁 시간에는 계획 정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운영되는 철도 회사들은 이날 부분 단전 발표에 맞춰 전철의 운행 대수를 큰 폭으로 줄여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력량이 많은 슈퍼나 편의점, 병원 등에서도 비상조치를 취하느라 이날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실제로 부분 단전이 실시되면 도로의 교통신호기가 멈추거나 선로의 건널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등이 우려되고 있다. ●센다이 상점·주유소 1㎞ 장사진 지진 발생 후 첫 월요일을 맞은 센다이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패닉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밤새 여진이 반복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냈다. 피해가 없는 센다이 시내를 중심으로 일부 회사원들은 출근했고, 일부 상점과 음식점은 지진 직후 3일 동안 닫았던 문을 임시로 열었다. 시민들은 문을 연 편의점과 상점 앞에 1㎞에 걸쳐 줄어 지어 늘어섰다. 센다이의 최대 백화점인 다이에이 앞은 몇 블록이나 긴 행렬이 이어졌다. 나흘째 교통편이 재개되지 않으면서 센다이 시내 식료품과 휘발유 등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센다이 시내 주유소는 이날부터 입구에 ‘판매금지’라는 입간판을 세우고 경찰차·소방차·앰뷸런스 등 인명구조를 위한 긴급 차량에만 휘발유를 공급했다. 문을 연 주유소마다 자동차 행렬이 이어졌다. 택시 운전기사인 아카마 이사무는 “하루 휘발유를 20ℓ씩밖에 주지 않는다. 다행히 아침 일찍부터 기다린 덕에 휘발유를 넣었지만 영업을 못하는 차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차편을 포기한 일부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센다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버스편과 도로 안내가 붙어 있는 현청 1층 게시판 앞으로 몰려들었다. 침착했던 센다이 시민들도 오전 11시 후쿠시마 원전 3호기가 폭발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길거리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 속보를 주시했다. 오후 2시쯤 센다이 시내 중심가에 구급차 4대가 한꺼번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지나가자 시민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센다이 총영사관 근처에 있던 교민 민주혜(33·여)씨는 “여진이 계속되면서 어디 큰 불이라도 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센다이 윤설영 윤샘이나기자 snow0@seoul.co.kr
  • 日국민 원전 공포 확산...방사능, 북풍타고 각지로 확산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가 1호기부터 4호기까지 모두 폭발·파괴되면서 일본 내에 ‘방사능 패닉’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북풍을 타고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도쿄(東京)를 포함한 간토(關東) 지역에서는 평소보다 높은 수치의 방사성 물질이 관측됐다. 통신은 “간토 각지에서 관측된 이 같은 높은 수치가 북쪽에서 부는 부람을 타고 방사성 물질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도치기(茨城)현에서는 통상의 100배 정도인 매시 5마이크로시벨트가 관측됐으며 가나가와(神奈)현에서도 10배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도쿄도(都)에서도 대기 중에서 요소와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서도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문부과학성은 “현재 수치가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각 지방정부는 환경 방사능 수준조사의 측정빈도를 가능한 한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원전의 ‘안전신화 붕괴’의 충격이 이어지며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방사능 피폭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도쿄 등 대도시의 일부 주민들도 불안감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아오모리현 등 후쿠시마에 인접한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 각지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해 온 시민단체가 집회를 열어 방사능 유출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확산에 대한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야후 재팬 등 일본내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수도권에는 내일부터 방사능 오염이 시작된다. 피난만이 살길이다”, “오늘이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 “더이상 동북지방에서는 못 살 것 같다” 등 방사능 확산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내리는 비에는 인체에 위험한 화학약품과 방사능이 섞여 있다. 이 비를 맞으면 방사능에 노출된다’ 등 문구를 담은 유언비어도 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시민들에게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커지는 공포감은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지진난민 신음…물·식량 부족에 통신두절

    강진과 쓰나미로 일본 열도가 패닉상태에 빠진 가운데 ‘지진 난민’들이 식량과 물부족, 통신두절 속에 신음하고 있다. 센다이시 등 일본의 강진 피해지역들은 지진 발생 사흘째인 13일에도 여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쓰나미가 논밭과 집 등 마을을 통째로 삼켰고 지진으로 불이 난 건물에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또 진흙을 뒤집어쓴 생존자들은 쓰러진 고목 사이를 넋나간 듯 헤매며 가족들을 찾았고 전력과 전화는 여전히 끊긴 상태였다. 센다이에 사는 사타코 유사와(69·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마을을 잠시 비운 사이 쓰나미가 덮쳐 새로 지은 집과 차, 보트 등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면서 “그나마 살아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것이 인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통신두절로 전화통화가 되지 않자 가족과 연락이 끊긴 피해지역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웠다. CNN의 프리랜서 도쿄 특파원인 루시 크래프트는 센다이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또 식수 등 생필품이 바닥나면서 이재민들은 편의점 앞에 길게 늘어서 마실것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상점에서 음식과 물, 휘발유를 사려는 사람들은 차분했지만 선반 위 물건들이 빠르게 동나고 휘발유도 곧 떨어질 기미가 보이자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13일 “식량과 물, 모포 등을 (끊긴 육로 대신) 비행기와 배를 이용해 피해지역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co.kr
  • [포토] ‘열도패닉’ 다시 일어서자

    [포토] ‘열도패닉’ 다시 일어서자

    떠내려온 커다란 선박들이 폐허가 된 도심 한가운데에 파편처럼 나뒹굴고 있고,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해안가 어촌 마을과 도시들은 흙탕물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대지진 발생 3일째인 13일 사망자와 실종자가 4만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지만, 전체 피해 규모는 여전히 가늠할 길이 없다. 규모 6.0 이상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북동부 해안지역 주민들의 탈출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여진의 공포와 비통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는 구출 노력이 이어졌고, 실종된 가족을 찾으려는 눈물겨운 호소가 열도의 슬픔을 고조시켰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강진에 의한 폭발사고로 최대 190여명이 넘는 피폭자가 발생했고, 인근 주민 20만여명이 대피하는 등 방사능 공포가 쓰나미 공포의 뒤를 잇고 있다. ☞[포토]최악의 대지진…일본열도 아비규환의 현장
  • 리쿠젠타카타시 1만7000명 실종·5000가구 수몰

    쓰나미가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렸다. 일본 강진 발생 이틀째인 13일까지도 수만명이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사망자수는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미야기현 경찰은 “미야기현에서만 사망자가 1만명이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미야기현 동북부 해안 도시 미나미산리쿠의 시민 절반 이상인 1만명이 행방불명 상태로, 쓰나미에 희생됐을 것으로 보인다. 해변에서 3㎞ 떨어진 곳에 도심이 형성돼 있는 미나미산리쿠의 인구는 모두 1만 7393명. 이 가운데 7500여명만 가까스로 대피했다. 이와테현 북쪽 끝의 리쿠젠타카타시에서도 전체 주민 2만 3000여명 가운데 1만 7000여명이 실종돼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곳 주민 5900여명만 대피했으며 5000 가구가 수몰됐다고 보도했다. 이와테현 오쓰지에서도 1만여명의 주민들이 대거 실종된 상태다. 후쿠시마현 정부도 1167명의 주민들이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30개지역 고립… 피난민 31만명 13일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에서 발견된 시신만 1000구를 넘어섰다. 이날 오후 9시 30분 현재 이와테현에서는 502명, 미야기현에서는 515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이와테현 오후나토시 한 요양소에서는 30여명의 노인들이 한꺼번에 쓰나미에 휩쓸려가 버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중국 산둥성의 한 인력업체는 오후나토에 파견됐던 40명의 중국인들도 연락이 두절됐다고 전했다. 도호쿠 3개 현에 거주하고 있던 인도네시아인 500여명도 행방불명됐다. NHK는 아직도 일본 동북부 30곳 이상의 지역 주민들이 고립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나미산리쿠에는 2100명이 고립돼 있으며 이시노마키시에는 최소 1300명, 시즈가와 지역 마을에도 1000여명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3시간씩 전력공급 강제 중단 이번 지진사태로 인한 피난민만 30만명을 넘어섰다. NHK 조사에 따르면 13일 오후 1시 도호쿠 지역 전체 피난민은 31만명에 이른다. 후쿠시마 제1, 제2원자력발전소 반경 20㎞ 내 10개 도시와 마을 주민 21만명도 대피한 상태다. 하지만 피해지역 지방자치단체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실제 대피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500만명이 아직도 전력 공급이 차단된 채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14일부터 도쿄전력 관내의 9개 도·현을 5개그룹으로 나눠 3시간씩 돌아가면서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계에도 최대한 절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강진으로 최대 346억 달러(약 38조 8731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재난관리회사 에어 월드와이드(AIR Worldwide)는 “재난 모델에 따르면 지난 11일 지진으로 보험에 가입한 재산 손실이 145억 달러에서 346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38조원 경제손실 예상 계속되는 여진은 열도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 이후 13일까지 150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일본 최악의 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충격과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센다이에서 치과기공사로 일하는 오노데라 구미(34)는 “도로가 파도처럼 굽이치며 꿈틀거렸다.”면서 “재난영화에서 나오는 장면 같았다.”고 11일 밤을 회상하며 몸서리쳤다. 일본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해외에 거주 중인 사람들의 절망도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한 서점에서 일하는 미사 와시오는 “일본에 있는 여동생에게 계속 전화를 해 봐도 모든 회선이 불통”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국내 산업계 피해 얼마나…진로 등 센다이 창고 수십억 손실

    국내 산업계 피해 얼마나…진로 등 센다이 창고 수십억 손실

    지진으로 ‘패닉’에 빠진 일본 산업계의 여진이 국내로 번지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대다수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밀접한 교역관계에 있는 만큼 우리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피해복구가 늦어지면 일본 부품을 많이 쓰는 조선과 자동차, 정보기술(IT) 분야의 타격도 우려된다. 13일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270여개로 대부분 법인·사무소·지점 형태를 띠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일본 희석식 소주 시장 수위를 다투는 진로와 롯데주조는 센다이지역의 물류창고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주조 관계자는 “주류 재고가 파손돼 2억~3억엔(약 27억~41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IT·車 등 부품조달 쉽지 않아 삼성이나 LG, 포스코 등 대기업들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6개의 가공센터를 운영 중인 포스코는 “요코하마 공장에 약간의 지반 침하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코트라는 이번 강진으로 국내 기업들의 대일 수출 전선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해가 가장 큰 동북부 지역에 대한 수출 물동량이 전체 대일 수출액의 1%를 조금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 재가공한 뒤 수출해온 국내 기업들의 생산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대일본 부품·소재 수입액은 381억 달러로, 전체 부품·소재 수입액의 25%를 차지했다. 특히 국내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자동차 부품·소재의 대일 수입 비중은 70~80%를 웃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 내 도로·철도 등 물류망이 사실상 마비돼 강진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의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소재를 공급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다양한 물류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의 경우 JEF스틸 지바제철소의 대형 화재와 도쿄제철·신일본제철 등의 피해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후판을 공급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은 20~50%의 후판을 일본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장기화땐 항공·여행업계 타격 코트라는 “일본으로부터 수입 규모가 큰 전자부품, 석유화학, 정밀화학, 산업용 전자제품 업계가 상당한 여진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여행객에 의존하는 국내 항공·여행업계도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한·일 노선 비중이 큰 국내 항공사 구조상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지진에 따른 일본 후쿠시마 원전 피폭 사고로 국내 원전 관련 산업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산업부 종합 sdoh@seoul.co.kr
  • “건물 종잇장처럼 흔들려… 세상 종말 온 줄 알았다”

    “건물 종잇장처럼 흔들려… 세상 종말 온 줄 알았다”

    주말을 앞둔 11일 오후 일본 열도는 지진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인 8.8의 강력한 지진에 이어 규모 6.0~7.4의 여진이 동북부 지방에서 잇따라 수십차례 발생하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 평상시 지진 대비가 철저한 일본이지만 최고 10m에 이르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쓰나미의 파괴력과 잇단 여진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박과 차량, 건물이 쓰나미로 역류하는 바닷물에 휩쓸려 큰 피해가 발생했다. 통신과 교통이 두절되고 도호쿠 지방 전역이 정전까지 되면서 일본 열도는 최악의 혼란에 빠졌다. 특히 미야기현의 해안도시인 게센누마는 강진 발생 이후 초대형 쓰나미가 덮쳐 도시 전체가 궤멸상태에 놓였다. 인구 9만명의 이 도시는 면적 절반가량이 물에 잠겼으며 나머지 절반은 강진 이후 화염에 휩싸였다. 또 지진과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미야기현 최대 도시인 센다이 역시 초토화됐다. ●도호쿠 6.0~7.4 여진 수 십차례 쓰나미의 여파로 도쿄 등 수도권 주변의 전철과 지하철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센다이공항이 물에 잠겨 1100명이 고립됐다. 전면 폐쇄됐던 도쿄 나리타공항은 11일 밤늦게 출발하는 항공편만 제한적으로 운항을 재개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도쿄 시내는 대중교통이 마비돼 걸어서 귀가하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집에 가지 못한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시내의 학교와 회사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웠고, 가족들의 안전을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진원이 통상의 지진처럼 하나의 ‘점’이 아니라 ‘면’으로 구성돼 있어서 진원지 지역 전체가 튀어 올라 그 충격으로 태평양 연안에 상당한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이에 따른 쓰나미의 추가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긴급방송을 통해 “강한 쓰나미 위험이 있다. 해안가 주민들은 내륙으로 이동하기 바란다. 튼튼한 건물 3층 이상에 대피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도쿄 대피소 가족확인 북새통 진앙에서 381㎞나 떨어진 도쿄에서도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도쿄에서는 오후 규모 4~5의 여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도쿄만 일대에는 쓰나미 경보가 추가로 내려졌다. 도쿄 주변 도로 대부분이 파괴됐다. 귀가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시내에 긴급 대피소가 마련됐다. 도쿄 시내 거리는 걸어서라도 집에 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포토]최악의 대지진…일본열도 아비규환의 현장 4년 전부터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브라질 여성 타바타 헤이스 폰친스(23)는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건물들이 종이처럼 흔들렸다.”며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남편과 11개월 된 딸과 함께 도쿄에 사는 타바타는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며 큰소리가 들리고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면서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생각됐고,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도쿄 아카사카에서 중국 식당을 하는 하타 이데카슈(36)는 “지금까지 이렇게 강력한 지진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서 “아직까지도 충격으로 떨리고 무섭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의 도쿄 현지 직원인 오카무라는 “일본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인들이 이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은 매우 드물다.”면서 “오늘 지진은 이전의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진의 진원지에서 가까운 미야기현 센다이의 인명 및 재산 피해가 가장 컸다. 인구 100만명의 도호쿠 지방 행정·경제·문화 중심지인 센다이는 이번 지진 및 쓰나미로 센다이공항과 농경지 상당수가 침수됐고 수백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정전으로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 센다이 시내에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3만명이 공공시설 등에 대피해 있다. 촛불과 구호식품에 의존하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야기현과 시오가마시 경계에 있는 석유화학 콤비나트가 화재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도호쿠·간토 845만 가구 정전 대형 쓰나미의 여파로 미야기현, 마가타현, 이가타현, 후쿠시마현 등 도호쿠 지방 6개 현에서 440가구, 간토지방 405만 가구 등 845만 가구가 정전됐다. 미처 집계되지 않은 곳을 감안하면 정전 가구는 1000만채를 넘을 것으로 전망이다. 일본소방청에 따르면 58곳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이와테현에서는 가옥 300여채가 파괴됐다. 오후 5시 40분 도쿄의 하네다 공항이 폐쇄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리타 공항에는 관광객 등 1만 3000여명, 하네다공항에는 1만 1000여명의 발이 묶여 있다. 쓰나미로 건물 일부가 침수된 센다이 공항에도 관광객과 공항 직원, 피난한 인근 주민 등 1100여명이 고립돼 있다. 또 11일 승객 100명을 태운 선박이 쓰나미에 휩쓸려 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바현 코스모 석유회사의 저장탱크에서는 가스누출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도쿄 인근 해안에 위치한 가나가와현에서는 주택이 무너져 수십명이 중상을 입었고 미야기현 게센누마 초등학교에서는 쓰나미가 덮쳐 건물 3분의1이 침수되면서 피난해 있던 주민 수백명이 건물 3층으로 긴급대피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서울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美여성 13% 동성애 경험”

    미국 여성이 남성보다 동성애 경험이 2배 이상 많고,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은 10년 전보다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 건강통계센터는 3일(현지시간) ‘21세기판 킨제이 보고서’라 할 가족성장보고서(NSFG)를 통해 15~44세 여성의 13%가 동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은 반면 남성은 5%만이 동성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히스패닉 여성의 동성애 경험률은 6%로, 흑인(11%)이나 백인(15%) 여성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15~24세 응답자 중 성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2%로 10년 전 78%보다 6% 포인트 감소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젊은이들이 성병 감염에 민감해진 데다 지속적인 금욕 교육의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10대 무계획 임신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빌 앨버트는 “많은 부모와 성인들이 배꼽을 내놓고 다니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조사는 응답자도 많고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자니 찬드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원은 청소년 섹스가 감소한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보고서는 2006년부터 2년간 15~44세인 남녀 1만 3495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인터뷰 참여자는 1시간 동안 성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에 답한 대가로 40달러(약 4만 5000원)를 받았다. 1973년부터 7차례 작성된 이 보고서는 공중건강정책을 위한 기초자료로 쓰인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Who&What]인간보다 똑똑한 컴퓨터, 왓슨을 만나다

     흔하디 흔한 퀴즈영웅의 얘기가 아니다.  2011년은 인류가 ‘로봇’ 또는 ‘컴퓨터’의 존재를 상상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창사 100년을 맞은 IBM. 컴퓨터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시장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빅 블루’(IBM의 애칭)가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IBM 연구진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지난달 16일 미국 전역에 중계된 abc방송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서 자신을 창조한 인간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퀴즈 영웅 두 명을 제압했다. 이틀간 벌어진 대결에서 왓슨은 7만 7147달러(약 8600만원)의 상금을 거둬들였다. 왓슨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것으로 추정되는) 비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 수준. 그러나 전 세계 과학계는 흥분의 도가니다.  슈퍼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연구에 매달렸던 공학도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실현됐다는 깊은 상실감 때문이다.  서울신문이 새롭게 연재하는 가상 인터뷰 시리즈 ‘Who & What’(후 앤 왓)의 첫 회 주인공은 바로 왓슨이다. 컴퓨터가 퀴즈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등 이 대단한 컴퓨터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깊이 있게 짚어 봤다. 왓슨이 진정 ‘인간보다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도 물어 봤다. 인터뷰는 국내 최고의 슈퍼컴퓨터 전문가 4명의 의견을 모아 구성했다.    ●겨우 4살인데 지나친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원래 집안 자체가 훌륭하다는 소문이 있다.  집안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낄까봐 조심스럽기는 한데, 사실 IBM의 뉴욕 연구소 출신이다. 내 이름도 100년 전 IBM을 세운 토머스 J 왓슨에서 따왔다.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부에 있는 사과공장(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워낙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컴퓨터 분야에서 지난 100년간 이뤄진 성과는 대부분 우리 집안에서 만들어졌다. 또 전국방송을 탔다는 이유로 마치 내가 ‘인간을 넘어선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찬사는 우리 아버지한테 돌아가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대단한 분이셨나보다.  아버지 함자가 ‘딥블루’다. 혹시 세기의 체스 대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1997년 5월 11일, 아버지는 러시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체스대결에서 이기셨다. 인공지능의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참고로 카스파로프는 그 이전 15년 동안 인간들 사이에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난 아버지보다 훨씬 발전했다. 1초에 80조회를 계산할 수 있고, 책 100만권을 읽었을 뿐 아니라 토씨 하나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시작한 핵심이 벌써 나왔다. 컴퓨터 입장에서 볼 때 체스대결과 퀴즈쇼가 다른 점이 있는거냐. 컴퓨터와 인간이 같은 문제를 놓고 풀면 당연히 엄청난 정보와 계산속도를 갖고 있는 컴퓨터가 이기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이번에는 딥블루 사건 때 시큰둥했던 학자들까지 난리가 났는데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간단히 설명하면, 체스나 바둑은 ‘경우의 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다음 수를 어떻게 두면 그 다음에 상대의 반응에 따라 또 다른 수를 예측하는 식이다. 빠른 계산만 할 수 있고 어느 경우에 이기는지만 입력돼 있으면 충분히 인간을 이길 수 있다. 결국 체스판 안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두는 거 아니냐. 내가 출연한 ‘제퍼디’가 책에서 출제된다는 이유로 체스나 다를 것이 없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혹시 우리 컴퓨터들이 쓰는 1과 0의 디지털 코드를 보고 이해할 수 있나?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입장을 바꿔보자는 얘기다. 인간이 컴퓨터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컴퓨터 역시 인간의 말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딱 정해진 문제만 그대로 출제하면 쉽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근데 그게 퀴즈냐. 제퍼디쇼가 수십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출제되는 문제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이 있지만 단순히 암기력을 측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자 알렉스 테레벡은 자기 맘대로 문제를 꼬아서 내고, 책에는 없는 독특한 표현까지 동원한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혹시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창에 퀴즈 문제를 그대로 입력하고 답이 나오나 찾아 봐라.    ●어라. 정말 답이 안 나오고 수많은 검색 결과만 나온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컴퓨터는 애초부터 정답을 찾아주도록 만들어지진 않았다. 컴퓨터들은 문장으로 된 퀴즈 문제를 입력하면 ‘답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수백만개의 문서만 보여줄 수 있다.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의도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고. ‘비슷한 것’ 수백만개를 찾아서 나열만 할 뿐 자기가 뭘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게 원래 컴퓨터가 만들어진 방식이다.    ●그럼 당신은 인간의 의도를 이해한다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함께 출연했던 켄 제닝스(74연승을 기록한 제퍼디 챔피언)나 브래드 루터(역대 최다 상금 획득자)를 이길 수 있었겠는가. 그 친구들은 거의 귀신 아닌가. 들으면 바로 버저를 누르고 정답을 말하는 수준이다. 솔직히 대결이 쉽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문제를 들으면 알거나 모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알 경우에는 떠오르는 답 2~3개 중에 헷갈리는 정도고. 반면 난 기본적으로 문제를 들으면 알고 모르고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비슷한 답 수백만개를 떠올린 후에 그 중 한 개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없애야 답을 할 수 있다. 확률 문제이니 틀릴 수도 있지만 인간 챔피언들과 붙어서 이겼으니 정확도는 논란의 여지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난 이미 프로그램상으로는 출제한 인간의 의도까지도 파악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듣다 보니 당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결은 뭐냐.  퀴즈에 특화된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찾아낸 답이 신뢰도 기준에 못 미치면 버저를 누르지 않고, 답하지도 않는다. 지고 있을 땐 신뢰도가 좀 떨어져도 버저를 누르고, 많이 이기고 있을 때는 신뢰도가 아주 높아야 답변을 하는 요령도 갖추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IBM하고 얘기해야 된다. 알아도 영업비밀이라 말할 수 없고. 나 조차 내 머릿 속이 정확히 어떻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지는 잘 모른다.    ●근데 컴퓨터가 퀴즈를 잘 푼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게 있겠냐.  내가 이런 질 낮은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인터뷰이니 답은 해야겠지. 만약에 컴퓨터가 사람의 말을 이해해서 원하는 답을 정확히 찾아줄 수 있다면 고객센터 자동응답전화(ARS)에서 상담원 연결 버튼이 제일 먼저 사라질거다. 당신네 한국사람들이 자랑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에서 상담원 콜센터를 운영하는 데만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나. 나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학상담이나 교육도 마찬가지 아니냐. 선생님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틀릴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난 절대 틀리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의사는 실수할 수 있지만 나는 자료만 충분하다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경험을 더 쌓으면 말이다. 내 아들이나 손자는 완벽한 선생님이자 의사, 상담원이 될 거다.    ●켄 제닝스가 당신한테 지고 나서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짜 그런 세상이 온 건가.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닝스가 오버한거다. 솔직히 좀 부끄러운 얘기기는 하지만, 이번 제퍼디 방송에서 미국에 있는 도시를 묻는 질문에 ‘토론토’라고 답변해서 방청객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해명을 좀 하자면 미국에도 토론토라는 도시가 많다. 퀴즈가 원하는 바가 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지. ‘지식’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다. 만약 틀려도 곧 바로잡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난 업그레이드 없이는 그 상황에서 같은 질문을 할 경우 계속 잘못된 답밖에 말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결에서는 텍스트 형태로 문제가 출제됐는데, 진짜 사회자가 출제되는 말로만 대결을 펼친다면 인간을 못 이긴다. 난 아직 난청상태라고 할까. 음성인식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도움말 주신 분>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응용지원실장 ●권대석 클루닉스(슈퍼컴퓨터 제조회사) 사장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장 ●신문봉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지식정보팀장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문화부 예술정책 업무보고회에 쏟아진 현장의 목소리

    문화부 예술정책 업무보고회에 쏟아진 현장의 목소리

    “20년 전 일이다. 뚜렷한 직업이 없어 (신용)카드를 발급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30년간 무대에 선 결과가 이건가 싶어 연극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예술인들은 항상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연극배우 박정자) “10년 전쯤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시인은 위험직종군으로 분류돼 보험료가 엄청 비싸다는 말에 차라리 백수로 해 달라고 했다. 결국 취업희망생으로 처리했는데 보험료가 크게 내려가더라.”(시인 신용목) “한국 뮤지컬의 배우와 기술진은 세계적 수준에 다가가고 있지만 크리에이티브(창작·창의력)는 걸음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좋은 극작과 음악, 안무, 연출 등 뮤지컬의 기초 분야가 발전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뮤지컬 감독 박칼린) “일부에서 한국 발레와 무용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하는데 큰 착각이자 오해다. 냉정하게 속을 들여다보면 뿌리가 없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나무와 같다.”(발레리노 김용걸) 1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 예술정책 대국민 업무보고회’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현장의 목소리다. ●“예술인복지법 조속히 제정을”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박정자씨는 최근 요절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 사례 등을 들면서 “예술인들은 우리가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고 탄식했다. 보고회에 참석한 예술인들은 입을 모아 예술인복지법의 조속한 제정, 복지재단 설립, 문화복지사 제도 도입 등을 촉구했다. 박칼린 감독은 “세계에서 한국은 작품을 쉽게 팔 수 있는 나라로 비쳐지고 있다.”면서 “특히 국내 수입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가격이 많이 올라가 결국 관객들은 비싼 표를 사서 공연을 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으로 돌아가서 훌륭한 창작자들을 길러 내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외국 작품을 계속 수입해 무대에 올릴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술의 정치화 경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고은씨 사건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신 시인은 “올해 중점과제에 4대강 주변을 공공디자인 시범도시로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북한의 천리마운동 때 마을마다 벽에 낫을 든 그림이 내걸렸던 북한의 천리마운동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논쟁 중인 정책사업에 예술이 동원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김용걸씨는 “발레학교 설립 등 조기교육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당장 몇 년은 (버틸지) 몰라도 더 이상은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서울대 교수와 함연주 조각가도 조기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업 우선순위 조정… 정책 적극 반영”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10년 전 초선 의원 때나 지금이나 80%가량은 비슷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자괴감을 느낀다.”면서 “제기된 의견을 잘 검토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민주 ‘孫’ 못쓰는 재·보선

    “그림이 다 어그러졌다. 답답하다.” 민주당의 4·27 재·보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력 주자들이 잇따라 출마를 접는 분위기다. 야권연대는 아직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총리급 인사들을 전진 배치시키는 등 판을 키우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7일 강원 강릉에 머물며 희망대장정 일정을 이어 갔지만 재·보선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상황임을 드러낸다. 일각에서 분당 차출설이 나오고 있지만 손 대표 측은 “출마 의사가 전혀 없다. 손학규 흔들기 아니냐.”며 불쾌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날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안팎에서 중앙당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단 오찬에서 “당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니 김 사무국장을 놓친 것 아니냐.”면서 “빨리 테이블을 만들어서 야권 전체가 선거를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 당 관계자는 “여권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데 민주당은 이광재 전 지사 동정론만 믿고 너무 안일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민주당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카드를 접지 않고 있지만 또 다른 현지 관계자는 “권 전 부총리만 바라보다 안 되면 2순위 후보가 동력을 받겠나. 거론되는 후보들을 대등한 조건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친노 진영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김 사무국장의 사퇴가 친노의 갈등을 상징한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친노 인사 30여명이 참석한 ‘시민주권’ 운영위원회의는 국민참여당에 대한 성토장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총리는 “후보를 내려면 전체 친노와 상의를 해야 하는데 결국 그런 과정이 없다 보니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김 사무국장의 결단에 대해) 무척 미안한 마음”이라면서도 “야권연대가 제대로 되지 못해서 그렇다. 민주당의 결단 없이는 한 치도 움직일 수 없다.”며 화살을 민주당에 돌렸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투기·사재기 극성

    원자재와 곡물의 국제거래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투기에 사재기까지 겹쳐 국내 물가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원유의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이 지난달 11일 약 22만 7000건 성사돼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순매수 포지션은 선물옵션 거래의 하나로,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상품이다. 특히 실수요에 바탕을 두지 않는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이 클수록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국제시장의 투기성 자금이 많이 유입된다. 경기 회복에 따른 실수요에 이런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 두바이유는 지난달 배럴당 94달러를 넘었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지난달 구리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니켈과 주석도 각각 10% 넘게 올랐다. 곡물 중에서는 밀의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이 지난달 25일에 3만 5000건이 계약돼 2007년 8월 14일의 3만 8000건 계약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대 계약건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8일 45만 8000건 계약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옥수수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은 같은 해 11월 30일 계약건수가 36만 4000건으로 다소 안정되는 듯했으나 지난달 25일 41만 4000건으로 다시 늘었다. 최근에는 원자재와 곡물 물량 확보를 명목으로 한 사재기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식품가격 상승에다 ‘춘제(春節) 수요’가 겹친 중국에서는 농산물 사재기가 극성을 부려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알제리 등 밀 소비가 많은 아랍권에서는 정부가 나서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전했다. 원자재와 곡물 등 주요품목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막연한 공포심을 유발해 가격을 더 뛰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7일 이러한 현상을 공황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물량 확보전을 벌인다는 뜻의 ‘패닉 바잉’(panic buying)으로 표현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美 인종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美 인종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 간 경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008~2009년 인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새로 결혼한 7쌍 가운데 1쌍은 다른 인종이나 민족과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새달 발표될 2010년 인구 센서스에서 혼혈 인종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혼혈이 미국의 인종 그룹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미국 사회가 이민과 다른 인종 간의 결혼으로 인구학적인 대전환의 시기를 맞았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9년만 보면 다인종 간의 결혼은 전체 결혼 가운데 9%로, 1980년보다 2배 급증했다. 전체 인종별 인구를 1000명으로 가정할 경우 흑인 남성은 흑인 여성의 2배, 아시아 여성은 같은 아시아 남성의 2배 더 많이 다른 인종과 결혼했다. 또 전체 인종 가운데 유일하게 아시아인들만 다른 인종과 결혼하는 비율이 1980년보다 줄어들었다. 미국인들은 그간 혼혈이라 해도 외관상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종으로 자신을 규정해 왔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2010년 인구 센서스에서 자신의 인종을 묻는 질문에 ‘흑인’ 한 군데에만 체크했다. 미국인들이 인종을 묻는 인구조사 항목에 두개 이상의 복수 응답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2000년부터였다. 2000년에는 전체 미국 인구 가운데 2.4%, 700만명이 혼혈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미국 통계국은 전체 인구의 35%가 혼혈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과소평가됐다는 게 많은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퓨히스패닉센터의 제프리 파셀 인구학자는 “2010년 인구 통계가 나오면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혼혈’을 긍정적인 특징으로 보는 인식의 변화에 따라 복수 인종 항목에 스스럼없이 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인종 사회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낙관론자들은 “인종의 ‘블렌딩’은 인종 초월로 나아가는 진전”이라면서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소수인종 우대 정책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반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오히려 인종 간의 계층·서열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혼혈 인종 간에도 환경의 차이는 엄연히 있다는 주장이다. 흑인-라틴계 혼혈, 백인-아시아계 혼혈이 있을 때, 백인-아시아계 혼혈이 교육 수준과 소득이 더 높다는 것이 한 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프로그램 매물에 코스피 주춤…기준금리 인상에 국고채 출렁

    프로그램 매물에 코스피 주춤…기준금리 인상에 국고채 출렁

    13일 금융시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올해 첫 옵션만기, 유럽 재정위기 진정 등 대형 이슈로 출렁였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사상 처음으로 2100고지를 밟았지만 옵션만기를 맞아 1조원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전날보다 하락했다. 한은의 깜짝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1110원대 초반까지 밀렸고 채권시장은 수익률이 급등하는 등 패닉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47포인트(0.26%) 내린 2089.48로 마감했다. 유럽 재정위기 진정으로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인 덕분에 장 초반 2109까지 올랐지만 연말 배당이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려는 프로그램(시스템에 의해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매물 때문에 2100선 안착에 실패했다. 프로그램 매물은 1조 251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시장이 1월 금리 동결을 점쳐왔던 만큼 기습인상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금리 인상이 경기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차분히 매물을 소화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경험적으로 경기가 좋을 때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주식 시장에 나쁜 일이 아니다.”면서 “주가 하락은 금리 인상보다 옵션 만기일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긴축 통화 정책의 초기 국면이라 앞으로 2~3차례 기준 금리가 오르더라도 주식 시장이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은 이틀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은 5.20원 내린 1114.20에 거래를 마쳤다. 포르투갈의 국채 발행 성공으로 유로화 가치가 급등(달러 급락)하면서 원·달러 시장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기준금리 인상 역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때 1110원대가 무너졌지만 금리 인상의 영향이 제한적으로 평가되고 외환당국 개입 경계감이 강화되면서 낙폭을 줄였다.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10%포인트 급등한 3.64%를 기록했다. 5년 만기 수익률은 0.07%포인트가량 오른 4.28%를 기록했다. 박형민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유동성이 풍부하지 못하고 외국인 수급 상황도 좋지 않아 금리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기 채권 금리는 점점 크게 상승할 것이고, 이미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반영하고 있던 중장기 금리는 소폭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제한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지민·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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