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패닉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첫 회동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아태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06
  • [‘황우석 사태’ 1년] 한국 줄기세포연구 5년 ‘뒷걸음’

    [‘황우석 사태’ 1년] 한국 줄기세포연구 5년 ‘뒷걸음’

    지난해 ‘황우석 쇼크’는 대한민국 전체를 극심한 혼돈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세계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 복제 줄기세포의 실체가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생명공학 메카를 향한 우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그 후 1년이란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그 사이 선진국들은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쪽 날개가 완전히 꺾인 채 뒤뚱거리고 있다. 연구 잠재력과 인프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시스템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생명공학계에서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좌초 이후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가 한참 뒷걸음질쳤다고 진단한다. 줄기세포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모 교수는 “연구 현장에서는 황 교수 사건이 줄기세포 연구를 최소 5년은 퇴보시킨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기반을 쌓기도 전에 퇴출되면서 유능한 연구자들의 이탈 현상이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사실상 중단 게다가 인간 난자를 이용한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올 초 정부가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의 체세포복제배아기관 승인을 취소하면서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연구의 중심틀도 바뀌었다. 기존 서울대와 미즈메디병원에서 연세대 김동욱 교수가 단장인 정부 차원의 세포응용연구사업단과 포천중문의대 정형민 교수를 소장으로 한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가 연구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차병원은 하버드대 김광수 교수 등 100명을 영입하면서 국내외 줄기세포 연구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다.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하버드대 등 3곳, 영국 에든버러대 등 2곳, 스페인과 중국 각각 1곳 등 4개국 7개 연구팀이 줄기세포 연구 성과 발표 예정을 통보해 왔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 연구팀은 우리 연구의 발목을 잡은 ‘윤리문제’ 우려 없는 새로운 개념의 줄기세포를 개발했다. ●“새 판은 위험”, 배아·성체 줄기세포 균형 필요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여전히 살아 있다. 황우석 전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줄기세포 분야의 일부다. 많은 연구자들이 뚜렷한 성과를 속속 내고 있다. 서울대 김효수 교수팀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획기적인 줄기세포 치료법 성과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박국인 연세대 의대 교수팀 등 세계 정상급 여러 연구팀도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동물 복제기술의 경우 국내 30여개팀이 연구를 벌이고 있으며, 복제 전문가만도 150여명이나 된다. 불임클리닉도 전국에 100개나 돼 줄기세포 연구의 ‘실탄’도 풍부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배아·성체줄기세포 두 분야의 통합적 발전 전략 필요성을 강조한다.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센터 정형민 소장은 “줄기세포 연구는 막 걸음마 단계인데 유용성 분석 없이 한 쪽으로 몰린다.”면서 “성체줄기세포만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전체 줄기세포 연구 역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쪽의 연구성과가 다른 분야의 장벽을 허무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포응용사업단 자문위원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임정묵 교수도 “새 판을 짜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한 배반포 배양 기술 등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세포 복제배아연구 조속 허용해야 현재 생명윤리법은 개정 작업이 진행중이다. 보건복지부는 황우석 사건 이후 생명윤리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국회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하루 빨리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형민 교수는 “이제 허용 여부가 아닌 어떻게 추진할지 전향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리와 법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투명하게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지원 전략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생명공학(BT) 분야에 14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줄기세포 연구에 향후 10년간 43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수의학계나 생물학계만의 힘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 다른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는 통합 로드맵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잇따르는 연구 논문 부정 사건들에서 보듯 연구진실성 문제를 해결할 총체적 시스템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美명문대 ‘아시아계 차별’ 언제까지…

    美명문대 ‘아시아계 차별’ 언제까지…

    미국 명문대학 입학과정에서 흑인·히스패닉은 물론 백인 지원자들보다 높은 성적기준을 요구받아 온 아시아계 지원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보도했다. 지난주 미시간주에서는 그동안 흑인·히스패닉 지원자들에게 부여해 온 입학 특혜를 축소하는 법안이 주민투표를 통과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에서도 같은 법안이 가결됐다. 미국 대학들은 시민권 운동이 한창이던 1960∼70년대 ‘인종 차별철폐 조치(affirmative action)’의 일환으로 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 지원자들에게 백인들보다 관대한 입학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시아계 지원자의 명문대 입학 비율이 전체 인구 구성비를 크게 앞지르게 되자 많은 대학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특혜를 중단했다. 문제는 일부 대학들이 아시아계 지원자들에게 백인들보다 높은 자격기준을 요구하면서 아시아계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인구에서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4.5%. 하지만 명문대 재학생 가운데는 10∼30%가 아시아계다. 최근엔 예일대에 재학 중인 중국계 미국인 지안 리(17)가 프린스턴 대학을 연방 교육부에 제소했다. 그는 소장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만점인 2400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린스턴은 물론 스탠퍼드,MIT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면서 “인종과 출생국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스트리트저널은 소수인종 입학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불이익을 받아왔다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대학들이 아시아계 합격자들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시간주에 이어 일리노이, 미주리, 오리건주 등에서도 흑인·히스패닉에 대한 입학특혜 철폐 법안이 주민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악역스타 잭 팰런스 타계

    서부영화 `셰인´(조지 스티븐슨 감독)에서 정의파 셰인(알란 랏드 분)과 마을 사람들을 못 살게 구는 라이커역을 맡아 할리우드 악역배우 중 최고라는 평판을 들었던 명배우 잭 팰런스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87세. 팰런스는 1992년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무대에서 한손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는 노익장을 과시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1950년 엘리아 카잔 감독의 `패닉 인더 스트리트´에서 살인범 역할로 데뷔한 뒤 ‘서든 피어’‘셰인’ 등에서의 호연으로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되는 등 주목받았다. 말년엔 1991년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사랑’에 출연,70대 나이에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공화 ‘중간지대’ 싸움서 졌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서울 임병선기자|‘중간지대(middle ground) 싸움에서 졌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과 주지사를 모두 민주당에 내주는 참패를 당한 이유는 전통적으로 중간지대에 놓여 있는 가톨릭과 무당파, 히스패닉, 그리고 중산층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이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공화당이 보수 성향의 고정표만을 지키는 데 급급한 반면, 민주당은 중간층으로 확장해갔다는 얘기다. AP 등 미국 언론들의 출구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유권자들은 투표할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이라크 전쟁, 부패, 테러와 경제 등을 꼽았다. 특히 유권자의 4분의3 정도가 부패와 각종 스캔들을 후보 선택의 잣대로 들어 이라크전을 꼽은 유권자의 3분의2를 앞섰다고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번에 낙선한 6명의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 면모를 보면 이같은 분석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선거 직전 동성애 스캔들을 일으킨 마크 폴리(플로리다), 워싱턴의 큰손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조지 앨런(버지니아)을 비롯, 역시 아브라모프 스캔들에 연루된 밥 네이, 톰 딜레이 의원 지역구 등이다.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 행렬도 민주당 승리에 기여했다. 이번 투표율은 40% 안팎으로 종전 의회 선거와 대동소이했지만 20년만에 젊은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30세 이하 유권자 가운데 24%가 한 표를 던졌는데, 이는 2002년 중간선거 때보다 4%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백인 보수표의 결집을 겨냥해 불법이민 문제를 꺼냈지만 오히려 히스패닉들의 뭉치 표가 민주당 쪽으로 간 것으로 분석된다. 출구조사 결과 히스패닉은 하원 선거에서 10명 중 7명이 민주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에 투표한 이는 2002년 중간선거보다 11%포인트 떨어진 26%였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인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90%가 몰표를 던진 한편, 아시아계 등 소수민족들도 민주당에 기우는 투표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은 유권자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복음주의 교도들에게서 70%의 표를 거둬 2004년 때 부시 대통령이 얻은 78%보다는 한참 낮아진 것이다. 백인들의 지지 성향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지역적으로도 민주당은 영토를 크게 넓혔다. 적지않은 민주당 후보들이 인디애나와 켄터키, 텍사스 등 공화당 지지세가 강했던 중부와 남부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동안 동부와 서부 해안과 대도시 지역에만 몰려 있던 당의 지지기반을 확대한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이 대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하이오와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16년만에 처음으로, 뉴욕주 주지사를 12년만에 공화당으로부터 빼앗아온 것도 기쁨을 배가시켰다. 이래저래 공화당은 ‘안 되는 짓’만 골라 하고 민주당은 ‘거저 앉아’ 표를 모으는 형국이 벌어진 것이다.dawn@seoul.co.kr
  • 아시아계 ‘답보’… 히스패닉·흑인 ‘약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11·7 중간선거에서 한인들의 약진에도 불구, 미국에 이민 온 아시아 출신들의 미 의회 진출이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으로 9일 나타났다.●아시아인 하원 6명·상원2명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인들은 하원에 6명(공화 1, 민주 5명), 상원에 2명(민주)씩 진출했으나, 이는 지난 2004년 총선 때 하원 5명, 상원 2명에 비해 불과 1명이 늘어난 것이다.이같은 낮은 의회 진출률은 같은 소수 인종 가운데 히스패닉과 흑인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이들의 신장세와는 좋은 대비를 이뤘다.●히스패닉 하원 25명·상원 3명 특히 히스패닉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은 25명(공화 5, 민주 20명), 상원은 3명(공화1, 민주 2명)을 각각 진출시켰다.●흑인 하원 40명·상원 1명 또 흑인은 하원 40명(전원 민주), 상원 1명(민주)을 각각 진출시켜 선거 때마다 꾸준한 신장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dawn@seoul.co.kr
  • [美 중간선거 여소야대] 선거소송 봇물 이룰듯

    사상 유례없는 접전으로 예상됐던 미 의회 중간선거가 공화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지만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여 당선자 확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조기에 소송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라크 전쟁 완수, 북한과 이란 핵문제 해결 등 국가적 난제에 직면해 있는 워싱턴 정가는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7일(현지시간) 연방수사국(FBI)은 양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1%포인트 안쪽으로 초박빙 판세를 보인 버지니아주 유권자들에게 투표 포기를 종용하거나 유권자를 잘못된 투표소로 안내해 허탕치게 하는 전화 등이 잇따랐다는 선관위 의뢰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FBI는 또 인디애나주 몬로 카운티 투표소에서 민주당 자원봉사자가 부재자 투표를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사건 수사에도 들어갔다.애리조나주에선 무장괴한 3명이 투손 투표소 앞에서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을 저지하고 심문했다는 신고가 FBI에 접수됐다. 또 연방 법률에 의해 오후 9시 이후 선거 홍보 전화를 걸 수 없지만 유권자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로보콜(robo-calls)’이라고 불리는 신종 선거기법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유권자들에게 자당 후보를 홍보하고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녹음 멘트를 들려줬다고 비난했다. 또 새로 도입된 전자 투개표기가 고장나거나 투표소 관리들이 기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큰 혼란이 빚어졌다.당국은 2000년 대선때 수작업 집계 혼란 때문에 재집계한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터치스크린식 전자투표기와 광학 스캐너를 대거 도입, 전국 유권자 가운데 80%가 이 방식으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유권자의 3분의1이 이들 기기를 처음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가중됐다. 콜로라도 주도 덴버의 일부 투표소는 전자투표기와 투표용지 스캐너가 계속 문제를 일으켜 투표하는 데만 1시간30분을 기다려야 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美 중간선거 현장을 가다] (상) 양당 후보가 말하는 이슈와 표심

    [美 중간선거 현장을 가다] (상) 양당 후보가 말하는 이슈와 표심

    미국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를 선출하는 중간 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임기 중간인 11월7일 실시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국내 정치는 물론 대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서울신문은 중간선거의 현장에서 3회에 걸쳐 각 당 후보와 유권자, 선거 전략가와 운동원, 자원봉사자들을 직접 취재, 선거 흐름을 짚어봤다. ■ 첫 무슬림의원 유력 엘리슨 |미니애폴리스(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미국의 힘은 군사력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협력과 평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 최초의 무슬림(이슬람교도) 하원의원으로 당선이 유력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민주당 키스 엘리슨(43) 후보는 “기독교도든 무슬림이든 유대인이든 가능한 많은 사람을 정치의 영역으로 흡수해야 미국 사회가 통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구인 미니애폴리스 교외 주택가 공원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엘리슨 후보는 승리를 예감한 듯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선거에서 내건 이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정의’다. 대기업 경영진의 연봉은 하늘로 치솟는 데 반해 근로자의 임금은 정체돼 있다. 한편으로 극빈자는 늘어나고 있다. 국민 전체에 대한 의료보험이 실시돼야 한다. 유럽이 하고 있고, 일본도 한다. 미국인은 비싼 의료비를 내면서 혜택은 적게 받고 있다. 태양열,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도 중요한 문제다. 자연 에너지를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라크 전과 조지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평가는?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 이라크 전은 실패한 전쟁이다. 미국은 세계 각국과 협력해 이라크 평화를 가져와야 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 파시스트’라는 말을 이따금씩 한다. -어떻게 이슬람을 단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그것은 이슬람을 잘못 규정한 말이다. 이슬람교의 요체는 평화다. 무슬림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9·11이후 미국에서 무슬림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정치에 참여시켜야 한다. 특히 의회는 미국의 일부가 아니라 미국인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당선되면 워싱턴에 가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우선 국민 모두가 의료보험에 가입되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4700만명이나 되는 미국인이 의료보험 없이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살고 있다.1997년 이후 오르지 않은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 ▶미국과 무슬림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역할을 할 생각인가? -우선은 나를 뽑아준 미네소타 제5선거구를 대표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존경하는 정치인은? -마틴 루터 킹 목사다. ▶왜 이슬람교도가 됐는가?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그러나 무슬림이기 때문에 나에게 관심을 더 갖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이라크 전을 반대하고, 평화를 주창하며, 국민 의료보험을 주장하면 사람들이 더 귀를 기울인다. ▶이슬람교도라는 사실이 선거에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인가? -종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정책을 갖고 그들을 대변할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슬람 국가들이 내심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엘리슨 후보가 출마한 미네소타 주 제5선거구는 백인이 73%, 흑인이 13%, 히스패닉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선거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지역인데다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의 앨런 파인 후보를 압도하고 있어 결정적인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엘리슨 후보의 당선은 확실시된다. dawn@seoul.co.kr ■ 공화 바크만 후보 동행기 |스칸디아(미국 미네소타 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북부 미네소타 주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 스칸디아. 가을이 무르익은 9월30일 이 마을의 길버트슨 농장에서 옥수수 미로찾기(Corn Maze)행사가 시작됐다. 수확이 끝난 옥수수밭에 만들어진 미로 안으로 들어가 길을 찾아 나오는 전통 행사다. 농장 주인인 게리와 아네트 길버트슨 부부는 이번 행사를 ‘미군에게 바치는 축제’로서 개최했다. 길버트슨 부부의 둘째딸 멜리사가 현재 이라크전에 참전중이기 때문이다. 행사에는 미네소타 주 방위군과 2차대전 및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했다. ●“공화당은 안보, 민주당은 민생” 아침 8시30분. 공화당의 미셸 바크만 후보가 비서진들과 함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주 상원의원인 바크만 후보는 미네소타 6선거구에 도전중이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 있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안보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삼고 있어 이 행사를 놓칠 수 없었다. 그녀는 ‘테러와의 전쟁’을 강조하면서 “이라크 내에서 활동중인 테러리스트들은 미국에 테러를 가했던 사람들”이라고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전을 일체화시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져 선거운동이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총사령관으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옹호했다. 바크만 후보는 안보 다음의 이슈로 첨단기술 산업 지원과 세금 제도 간소화를 제기했다. 회계 변호사 출신인 그녀는 “미국의 세금 체계는 지나치게 복잡하다.”면서 “기업을 경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세금 체계를 단순화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남편과 다섯명의 자녀도 적극 후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 기준은 같다.” 농장 안주인인 아네트는 딸을 이라크에 보낸 탓인지 이번 선거에서 안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딸 멜리사는 “나의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며 자원입대해 지난 3월 이라크로 파병됐다. 아네트는 멜리사가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당초 계획대로 중학교 생물 교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화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아네트는 “좀더 신중히 생각해보고 싶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옥수수 미로찾기 행사에 참가한 켄 하먼은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베테랑. 하먼은 공화당에도 투표하고 민주당도 찍었던 무당파 유권자. 하먼은 “참전용사 처우 정책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면서 후보 공약을 면밀히 검토중이다. 그는 주지사와 상·하원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지만 후보를 고르는 기준은 같다고 말했다. 스칸디아 주민인 수전 길슨은 공화당 지지자. 길슨은 “후보와 선거 이슈에 따라 다른 선택도 하지만 대체로 공화당원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수전은 “지역보다 국가 전체 이슈를 좀더 중요시한다.”면서 “주지사와 상·하원 모두 공화당 후보를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니애폴리스 교외 주택가의 공원에서 만난 앤 스는 민주당 지지자. 그녀는 당원으로 가입했고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왜 민주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앤은 “민주당 후보들은 부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라면서 “부시 정부는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앤은 가장 중요한 이슈가 의료보험 제도와 에너지 가격이라면서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주위 사람들에게 민주당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이번 선거 의석과 판세 분석 - 상원 33석·하원 전지역구서 실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중간선거의 장기화된 이라크 전쟁에 대한 회의감이 커져가면서 상·하원 선거 판세는 야당인 민주당에 기울고 있다. 임기 6년인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55석, 민주당이 44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상원 100석 가운데 이번에 선거가 실시되는 자리는 33석. 이 가운데 29곳은 이미 당선자가 확정적이다.29곳의 판세를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77석의 의석과 합쳐 분석하면 공화당이 48석, 민주당 48석을 갖게 된다. 따라서 승부는 두 당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버지니아와 뉴저지, 테네시, 미주리 등 4개주에서 갈라지게 된다. 임기 2년인 하원 선거는 전국 435개 지역구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민주당 우세가 예상된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31석, 민주당 201석, 무소속 1석, 공석 2석.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공화당에서 16석을 끌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선거구가 많은 동부지역에서 약진 현상을 보여 전국적으로 20석 가까운 추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2280억弗 ‘외환보유고의 힘’

    2280억弗 ‘외환보유고의 힘’

    “외환보유고가 ‘북핵 쇼크’를 잠재웠다.”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융시장 주변에서 나온 평가들이다. ●외환보유고의 위력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금융시장은 충격에 휩싸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환율, 주가, 금리 등 금융시장의 미시 변수들이 동요되지 않았다.1997년 11월 외환위기 직후 보여줬던 패닉 현상과는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코스피지수는 북핵실험 당일에는 전 거래일(4일)보다 32.6포인트나 떨어져 1319.14를 기록했으나,5일 만인 16일에는 1356.72,18일에는 1354.26으로 마감하는 등 북핵쇼크 이전 상태를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9일에는 15.1원이나 올라 달러당 960원대로 치솟았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여 950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금리는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의 거래 규모가 전체의 40%에 가까운 외국인들의 자본유출이 거의 없었고, 금융시장이 안정됐던 배경에는 2200여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도이치방크,JP모건 등 외국투자 회사들도 “북핵쇼크가 중장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풍부한 외환보유고 덕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도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A+’였던 것이 순식간에 B+로 9단계나 떨어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의 A등급이 그대로 유지됐다. ●적정 규모 여부는 여전히 논란 한국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 규정에 근거해 마련한 외환보유고 적정 규모 수준은 3500억달러가량으로 본다. 이는 경상지급액의 3개월(700억∼800억달러)+단기외채(잔여만기 1년 이내의 외채 포함,1000억달러)+자본도피(국내거주자의 자본이전)+자본유출(외국인 국내투자분 유출 규모,2700억달러)+현지금융(해외법인에 대한 국내의 보증) 등을 고려한 액수다. 지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2282억 2000만달러로 세계 5위다. 한은 변재영 국제기획팀장은 “외환보유고의 적정 규모는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현재 외환보유고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통화안정채권 발행 규모(162조원)에 따른 이자만 연간 5조∼6조원에 이른다는 비난이 있지만, 북핵 등과 같은 사태에서 외환보유고의 상징적인 액수가 가져다 준 효과는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 비중(38∼39%), 자본자유화, 글로벌 경제에 따른 현지금융 확대, 북핵 등 남북관계의 지정학적인 리스크(위험) 등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변수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등 외국계 외환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환보유고의 최소 규모는 단기외채 규모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넘어선 외환보유고는 수익성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긴급진단-논술 공교육 실태] (하) 학교 논술교육 문제점 5대 포인트

    [긴급진단-논술 공교육 실태] (하) 학교 논술교육 문제점 5대 포인트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대입논술을 앞두고 학교 공교육이 사설 입시학원에 의존하게 된 것은 우리 학교현장이 아직 새로운 시험에 대해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통합형 논술이 공교육에 연착륙하지 못하고 학교교육과 따로 놀게 된 원인과 문제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짚어봤다. (1) 지도능력 부족 : 사범대 ‘글쓰기교과’ 없어 전문성 의문 “나도 배운 적이 없는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나.” 서울대가 두 차례에 걸쳐 입시논술 예시문항을 발표했을 때 학생들만큼이나 하얗게 질린 사람들이 고교 교사들이었다. 비교적 글쓰기를 많이 해본 어문·사회 등 인문계열 출신 교사들은 사정이 나은 편. 통합형 논술이 수학·과학까지 아우르면서 그동안 숫자와 공식에만 파묻혀 있던 자연계열 출신들의 불안감은 거의 ‘패닉’ 수준이다. 시·도 교육청에서 논술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긴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정도를 빼면 내용이 부실하다. 전북 익산 남성고 박점배(40·국어) 교사는 “연수의 내용이 새로 부각되는 통합형이 아니라 과거 수준에서 진전된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조차 사범대생들에게 어떻게 논술 교수법을 가르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서울대가 앞장서 통합교과형 논술을 실시하면서 스스로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논술 교육을 안 시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사범대 김백희 교무부학장은 “글쓰기 관련 교육과정 신설에 공감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논술 교수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2) 교육과정 모호 : 논술은 통합형·교과는 분리형 ‘모순’ 지난 10일 서울대에서 열린 전국 논술관련 교사 초청 입시정책 세미나에서 서울대 교수들은 “통합교과형 논술은 여러 산골짜기의 물이 하나의 큰 강물로 합쳐지는 것과 같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여러가지 길을 통해 큰 강물에 이를 수 있도록 상상력과 논리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공자님 말씀’일 뿐이란 게 많은 교사들의 볼멘 소리다. 교사와 교과 시스템이 철저하게 ‘분리형’으로 돼 있는데 그 속에서 어떻게 ‘통합형’ 교육을 엮어내겠느냐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학교에서는 교수들이 전공을 넘나들며 학생들을 묶어 강의하지만 일선 고교에서는 쉽지 않은 얘기다. 교과간 통합수업이나 독서·토론형 등 새로운 수업방식이 개발돼야 하지만 아직 최소한의 예시가 될 만한 모델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사실 ‘교과간 통합’은 199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 때부터 이미 논의가 됐다. 하지만 10년이 훨씬 넘도록 변한 것은 거의 없다. 다만 그 역할이 상당부분 입시학원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현재대로라면 통합형 논술입시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대학 입시에서 문제형태를 바꾼다고 해서 공교육 현실이 쉽게 개선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 그간의 과정에서 증명돼 왔기 때문이다. (3) 교재·매뉴얼 ‘無’ : 기출문제 분석 그쳐 학원의존 급급 제대로 된 논술 교재나 교육 매뉴얼이 없는 것도 일선 고교들이 ‘논술 공포’에 빠져 있는 이유다. 논술 담당 교사들은 대학들이 몇차례에 걸쳐 공개한 예시문항을 분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논술 공교육이 기출문제 분석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서울 강남 등지의 학원들은 오래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를 해 왔다. 전국의 고교 논술교사들이 학원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서울시 교육연수원 윤여복 장학사는 “유명 학원의 스타 강사 1명은 4∼8명의 박사급 문제 개발진을 확보하고 있다. 아무리 유능한 교사라고 해도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교육을 극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교육쪽은 이제야 걸음마 단계다. 지난 8월에야 대한교과서㈜에서 처음으로 논술 교과서가 나왔을 정도. 이 교과서로 1학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서울 신일고 류명수 교사는 “그때그때 복사물로 수업하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한 감이 있었는데 늦게라도 교과서가 나와 다행”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학생들과 교사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태부족”이라고 말했다. (4) 교사 업무 과다 : 논술교사 따로없어 연구할 시간 없어 서울대는 교사들이 연구하고 노력하면 새로운 형식의 논술에 금방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사들도 이를 인정한다. 그러나 그럴 여유가 별로 없는 것이 우리 공교육의 현실이다. 대부분 학교의 논술 담당 교사는 자기 수업은 수업대로 하면서 논술을 추가로 가르친다. 논술 수업이 고스란히 개인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가 논술 담당 교사의 수업 시간을 줄여줄 형편도 못 된다. 일선 학교들이 자연스럽게 학원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이유다. 한 고교 교사는 “논술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수업시간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논술 연구만을 전담할 수 있게 수업 전체를 빼주는 등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수업시간과 업무량을 조절하지 않고 시험용 논술 수업만 하도록 강요할 경우 교육모델 개발 부진→독서·토론 부족→사고력 부족→논술 부실→논술 학원 의존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수원 수일고의 논술 담당 간호익 교사는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교육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 낼 후속 조치들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 교사의 마인드 : 변화에 적응… 새 교수법 창출 절실 일선 학교 교사들이 푸념만 늘어놓을 뿐 현실적인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중앙고 정창현 교장은 “교사들이 통합형 논술에 대해 겁부터 내고 자기 교과에 대해서 철저히 배타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서울시내 한 고교 교장은 최근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외쳐도 학교 현장은 변할 수 없다.”고 학교 교사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윤여철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일선 교사들이 자기 개발과 교육 현실 개선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나태한 자세로 교육 현실 운운하는 것은 안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고교 1학년 딸을 둔 지방 거주 김선영(42·여)씨는 “서울의 어떤 교사들은 직접 교재도 개발하고 늘 새로운 방법으로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는데 지방에서는 그러지 않는 교사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학부모들이 학원만 찾게 되는 원인을 교사 스스로에게서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기용 윤설영 서재희기자 kiyong@seoul.co.kr ■ 대학관계자들이 말하는 ‘통합논술’ 서울대를 비롯, 서울의 주요대학에서 2008학년도부터 ‘통합형 논술’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교육계가 ‘논술 폭탄’으로 어리둥절하고 있다. 과연 ‘통합형 논술’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서울대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통합형 논술을 준비한다고 해서 굳이 여러 교과가 한 자리에 모여 수업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학생이 다양한 각도로 사고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교사들이 정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오히려 많은 학생들이 똑같은 답을 쓰면 쓸수록 감점 요인이 된다.”고 했다. 한양대학교 최재훈 입학처장은 “학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논술 시험을 치르는 대학들이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 특강이나 모의 시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마련하는 것도 통합형 논술의 연착륙을 돕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양대는 모의 논술시험을 올 11월과 내년 4월 치를 예정이고, 그 사이 논술 특강도 마련해 논술 준비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관리처장은 “전 과목을 가르치지 않는 학원보다 학교가 통합형 논술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면서 “통합적 사고는 연습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교사 연수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한번 틀이 잡히면 선생님들이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채점위원인 성균관대 원만희 학부대학 교수는 “고교생이 알기 어려운 현학적 어휘나 어디서 외운 것 같은 내용을 쓰는 등 학원에서 틀에 박힌 패턴을 배워서 쓴 글들은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면서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충실하게 담고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근거를 풀어쓴 글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충고했다.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는 “교사들이 자신감과 의지를 갖고 교육청의 논술연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하고 열심히 하는 교사가 적절한 보상을 받는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기용 서재희기자 kiyong@seoul.co.kr
  • [생각나눔] 동요없는 증시 ‘북핵 아이러니’ 왜?

    [생각나눔] 동요없는 증시 ‘북핵 아이러니’ 왜?

    시장은 왜 동요하지 않는가. 북한 핵실험 사태로 떠들썩하지만, 실제 사재기나 주가폭락 등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장 민감한 경제지표인 주가는 핵실험 발표 당일인 9일 급락한 뒤 다음날 바로 상승세로 전환했다.11일까지 주가지수 1300대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동향. 외국인들은 국내외가 패닉상태에 빠졌던 9일 거래소에서만 4776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을 비롯해 11일까지 3일간 6241억여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쯤되면 위기론이 무색해진다. 이런 아이러니는 정치와 시장을 지나치게 연관짓는 오류 때문에 빚어진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자자는 수익과 리스크를 따져보고 조금이라도 남는 장사라고 판단하면 시장을 버리지 않는 속성이 있다.‘정치’에서 아무리 위기를 떠들어도 ‘시장’은 나름대로의 ‘명민한’ 판단에 따라 굴러간다는 얘기다. 수차례 반복돼온 북핵 위기설과 금융실명제 같은 대형 변수에서 내성을 기른 투자자들이 경박한 행동을 자제하는 ‘미덕’을 갖추게 됐다는 시각이다. 특히 비행기가 고층건물을 들이받는 충격적인 사건에도 시장이 붕괴되지 않는 것을 보고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일은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는 얘기는 증권계에서 유명하다. 9·11 직후 미국에서는 1930년대 이후 최대 공황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엄습했지만, 주식시장은 1주일 만에 회복됐고 경제지표는 한 달도 안돼 원상복귀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대북제재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북한이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정도가 아니면 시장은 쉽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실험이라는 ‘재료’는 이번 주면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시장은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험분석력에서 앞선 기관투자가들은 진중한 반응을 보인 반면, 뉴스를 보고 놀란 개인투자자들만 허겁지겁 손절매를 한 셈이다.9일 ‘개미’들은 6695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물론 이런 아이러니에는 언론의 호들갑(?)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NN효과’란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사건이 터졌을 때 CNN 뉴스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투자심리 위축을 이유로 경제지표 하향조정과 경기부양 검토를 운운하는 것도 난센스일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이렇게 말한다.“정치는 정치고, 주식은 주식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증시 ‘核폭풍’

    증시 ‘核폭풍’

    ‘북핵 쇼크’로 국내 금융시장이 9일 직격탄을 맞고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32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5원 가까이 폭등하는 장세가 연출됐다. 코스닥지수는 무려 48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이에 따라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와 함께 국내 경제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 충격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 중앙청사에서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경제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부처별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재정경제부는 국제금융 및 생필품 가격 안정 부문, 금융감독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외환 및 금융부문, 산업자원부는 원자재 무역 부문 등의 비상대책반을 가동한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급락세로 돌아서 직전 거래일 대비 32.60포인트(2.41%) 급락한 1319.40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개인과 기관의 무더기 투매 양상이 나타나면서 폭락,48.22포인트(8.21%)나 내린 539.10으로 주저앉았다. 스타지수 선물의 급락에 따라 올 들어 여섯번째 사이드카(일시 거래정지)가 발동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대비 14.8원 오른 달러당 963.9원에 마감됐다. 지난 8월28일(964.0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 상승폭으로는 2004년 12월8일(17.0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다.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은 0.02%포인트 오른 4.95%였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美 ‘무슬림 히스패닉’ 점점 는다

    ‘무슬림 히스패닉’은 이슬람교를 믿는 중남미계 미국인을 가리킨다. 그러나 ‘가톨릭을 믿는 아랍인’만큼이나 그 조합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사실상 가톨릭이 국교인 중남미에서 이슬람은 최근까지도 생경한 ‘이방종교’에 다름아니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 미국에서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미국의 중남미계 이민자 사회에서 이슬람 개종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무슬림 협의회에 따르면 무슬림 히스패닉 수는 약 20만명으로 추정된다.1999년에 견줘 30%가 늘어난 수치다. 이런 증가세는 뉴욕·플로리다·캘리포니아·텍사스 등 중남미계 인구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두드러진다.‘라틴계 미국인 선교기구’와 같은 히스패닉 이슬람 단체가 늘면서 선교활동도 활발하다. 이슬람 예배당인 모스크도 히스패닉 주거지 주변으로 밀집하는 추세다. 자연스럽게 스페인어판 코란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점증하는 이슬람에 대한 호기심을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스페인이 오랜 기간 이슬람국가의 통치를 받았다는 점도 거론된다. 스페인 문화에 녹아든 이슬람 문화의 흔적들이 후손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민 유입으로 인구가 늘면서 집단간 접촉 빈도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꼽힌다. 개종자들 중에는 아랍계 남성과 결혼한 히스패닉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소수집단으로서 이민·빈곤·보건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이해관계를 두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실제 올해 초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주도로 시작돼 미 전역의 대도시를 휩쓴 새 이민법안 반대시위에는 무슬림 단체들도 동참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슬람의 미국화·토착화를 드러내는 징표로 해석한다. 미국 사회와 전세계의 무슬림 사회에도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켄터키대학에서 아랍·이슬람학을 연구하는 이산 배그비 교수는 “더 많은 히스패닉 이민자들과 미국인들이 무슬림으로 개종할수록, 무슬림 사회와 미국사회를 잇는 가교 역시 강하고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책꽂이]

    ●스페인사(레이몬드 카 등 지음, 김원중 등 옮김, 까치 펴냄) 스페인은 중세 문명의 길을 열었고, 유럽 최초의 세계제국으로 군림했으며, 근대 초기에는 ‘신대륙’을 정복해 세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나라다. 그리스와 페니키아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고대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던 스페인은 포에니 전쟁 이후 카르타고에 이어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됐다. 로마는 특히 정신적인 측면에서 스페인에 항구적인 유산을 남겼다. 로마의 법은 반도를 일체감을 지닌 단일한 정치체로 통합시킴으로써 하나의 히스패닉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스페인 자체가 ‘로마의 발명품’인 셈이다. 국내 첫 본격 스페인 개설서.1만7000원.●신화추적자(마이클 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인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상낙원 샴발라에 관한 전설과 중세부터 내려오던 기독교의 동양선교에 관한 전설이 결합된 샹그릴라.BC 1300년 무렵 왕위의 상징인 황금양털 가죽을 얻기 위해 ‘해뜨는 나라’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그리스 신화 속 아르고호 원정대. 켈트족의 브린튼 섬이 앵글로색슨족의 잉글랜드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서왕 이야기. 호화로운 보물을 싣고 솔로몬 왕을 찾아가 지혜를 시험했다는 성서 속의 신비로운 여인 시바의 여왕. 이 네 가지 신화의 원형을 추적한다.1만 5000원.●베네치아의 돌(존 러스킨 지음, 박언곤 옮김, 예경 펴냄) 영국의 작가이자 비평가, 예술가인 저자의 대표적 저서. 건축과 장식예술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한 저자는 고딕 복고운동을 전개, 빅토리아 시대 영국 대중의 예술적 기호에 큰 영향을 끼쳤다. 로마시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10서’나 르네상스시대 팔라디오의 ‘건축4서’가 건축미학적 지침을 일러주는 문헌이라면, 이 책은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온전히 녹아 있는 교과서적인 건축론이라 할 수 있다.1만 8000원.●부처와 꽃을 보러가다(스젠제 지음, 선재 옮김, 비채 펴냄) 꽃과 나무를 징검다리 삼아 부처의 가르침을 이끌어낸 불교수상집. 타이완의 선승이자 문필가인 저자는 아프리칸 튤립을 보며 불처럼 타오르는 번뇌를 고찰하고, 산길을 걸을 때 몸에 달라붙는 도깨비바늘에서 그보다 더 끈적거리는 집착을 생각한다. 아카시아 꽃이 피고 지는 것에서 오온(五蘊)의 생멸을 주시하고, 잎이 모두 떨어진 뒤에야 꽃을 피우는 매화에서 번뇌의 잎이 모두 떨어져야 열반의 꽃이 핀다는 이치를 발견한다. 대숲은 번뇌의 불타는 집을 빠져나온 청량함을 안겨준다.1만 900원.
  •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상품권 시장 패닉… 파산 도미노 ‘술렁’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상품권 시장 패닉… 파산 도미노 ‘술렁’

    ‘바다이야기’ 파문이 전국적으로 번져 나가면서 시장이 극도로 술렁이고 있다. 폐업하는 게임업소가 급증하고 내년 4월 폐지되는 게임 상품권 유통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선의의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상품권 발행업체에는 “내가 가진 상품권이 휴지조각이 되는 게 아니냐.”는 문의와 항의가 하루 종일 빗발쳤다. 경품용 상품권 매입을 중단한 007티켓측은 “이미 며칠 전부터 경품용 상품권 매입을 중단했는데 문의는 끊임없이 들어온다.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라고 말했다. 일반 상품권을 유통하는 업체들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혹 경품용 상품권이 아닌 일반상품권도 못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계속 들어올 정도로 시장의 동요가 심하다.”고 말했다. 게임업소 업주들도 마찬가지다. 이대로라면 초기 투자비용은 고사하고 대당 600만원 정도씩 들여 구입한 게임기가 쓰레기 신세를 면치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에서 보급된 성인게임기는 70여만대. 결국 전국에서 4조원어치 이상의 산업폐기물이 생기는 셈이다. 게임기 거래는 거의 중단됐다. 한 달 전 600만원 이상 주고 산 게임기가 시장에 100만원에도 나오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없다. 게임기 중개업자 정모(45)씨는 “일찍 시작한 업주들은 어느 정도 ‘단물’을 빼먹었겠지만 끝물에 시작한 사람들은 도산을 피하기 힘들다. 우리의 경우 기계 값만 최소 4억원을 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장은 부동산 시장에까지 미친다. 성인오락실 단속이 본격화하면서 사행성 오락실로 쓰이던 상가가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사행성 오락실의 점포 수는 전국적으로 약 1만 5000여개. 대부분 50∼100평 정도로 넓고 목 좋은 곳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 종로5가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조중현(47)씨는 “대부분 평수가 큰 것들로 임대료가 비싸 건물주들에게 효자 노릇을 했지만 이젠 매물만 나오는 탓에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면서 “목 좋은 곳은 억대의 권리금이 오갔지만 이제 권리금은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박을 꿈꾸며 얽어 놓은 ‘보증의 고리’ 때문에 연쇄부도 사태도 우려된다. 올해 초 인테리어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강남에 성인오락실을 차린 김모(48)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성인오락실 인테리어를 담당해 왔던 그는 ‘바다이야기’가 ‘대박’이란 소리를 듣고 뒤늦게 뛰어들었다. 모아둔 돈과 퇴직금에다 친구의 도움까지 받아 8억여원을 들여 기계 90대 규모의 성인오락실을 차렸다. 그러나 4개월 만에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져 생돈을 모두 날릴 판이다. 김씨는 “나와 우리 가족, 도움을 준 친구 모두 망하고 말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6월 서울 금천구에서 ‘바다이야기’ 오락실을 연 노모(50)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 오락기를 모두 팔고 문을 닫았다. 장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이다. 노씨는 “4억원을 들여 오락실 문을 열었는데 장사도 별로 안되고 성인오락실이 잘못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폐업을 했다. 하지만 회수한 돈은 겨우 수천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성인오락실로 돈을 버는 것은 폭력조직과 연계된 대형 오락실이나 게임 개발업자뿐”이라고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황교욱(44) 민원담당관은 “최근 사행성 게임으로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의 상담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 중에는 게임중독자 외에 게임장 업주가 많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에게 보증을 서 주거나 돈을 빌려 준 ‘2차 피해자’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기용 서재희기자 kiyong@seoul.co.kr
  •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경품 상품권 내년4월 폐지’ 오락실 관련업계 패닉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경품 상품권 내년4월 폐지’ 오락실 관련업계 패닉

    성인오락실 관련업계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내년 4월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의 퇴출까지 동시에 예고되고 있어서다. 상품권 환전 기피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오락기 가격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성인오락실 사업자들은 공동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1만 5000여개 성인오락실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는 곧 성인오락실 관련 조치의 유예를 위한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이미 회원들로부터 기계 1대당 2만원씩 회비를 모아 소송비용을 마련했고 변호사도 2명을 선임했다. 이들은 “상품권 폐지와 바다이야기 퇴출까지 최소한 1년의 유예기간을 둘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23일 게임업계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지난 6월 10억원을 들여 서울 청량리에 85대 규모의 바다이야기 오락장을 연 김모씨는 “문제가 불거진 뒤 손님이 하나도 없다. 직원 12명 월급 주고 기계 살 때 빌린 돈 이자 갚으면 완전히 적자”라면서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전국 성인오락실 종사자 100만여명을 실업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관련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영등포 유통상가의 한 상품권 유통업자는 “정부에서 상품권을 쓰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한꺼번에 쓰지 말라고 하면 그 손해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락실 업자들 사이에서는 상품권을 서둘러 환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4월에 한꺼번에 환전수요가 몰리면 제대로 돈으로 바꿀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 상품권 유통업자는 “환전 요청이 쇄도해 며칠 전까지만 해도 2∼3시간이면 현금화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2∼3일은커녕 열흘 가까이 걸릴 판”이라고 말했다. 새 상품권으로의 교환도 늦어지고 있다. 한 오락실 주인은 “갖고 있던 상품권 8000장 중 4000장을 이미 환전했고 나머지 4000장도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감소분은 인증제 이전처럼 ‘딱지(미지정)상품권’을 쓸 것”이라면서 “물론 불법임은 알지만 법대로 했다가 내년에 현금화가 안 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했다. 업체들의 고의 부도설도 나돌고 있다. 한 상품권 유통업자는 “보유 현금이 부족한 상품권 업체는 고의로 부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울보증보험의 자산을 압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당수의 상품권 업체들이 그간의 수익을 다른 사업에 써 버린 경우가 많아 당장 현금 보유 능력을 확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락기계의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한창 때 신품 770만원, 중고 650만원이던 바다이야기 기기 값은 현재 200만원선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사는 사람이 없다. 한 오락기 대리점 직원은 “폐업을 하고 싶은데 기계 50여대를 ‘땡처리’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는 등 이쪽에서 서둘러 손을 털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오락실 업자는 “지난해 4월부터 기계를 3차례 바꾸면서 빚만 늘었는데 기계값 본전도 못 뽑고 문 닫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19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의 모임인 ‘경품용 지정문화상품권 발행사협의회’도 대책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들이 내년 4월 상품권 폐지 때까지 정상 유통을 계속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효섭 윤설영기자 newworld@seoul.co.kr
  • ‘패닉’에 빠진 인제군 르포

    ‘패닉’에 빠진 인제군 르포

    집중호우로 강원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인제군이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빗발이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와 실종자는 갈수록 늘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군청 상황실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지역주민들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사망·실종자 늘어” 지난 16일 자정까지 인제군청에서 집계한 인명피해는 사망 7명, 실종 20명 등 27명이었다. 그러나 하룻밤새 사망자는 5명, 실종자는 7명 늘어 18일 오후까지 인명피해는 사망 12명, 실종 27명 등 무려 39명으로 집계됐다. 인제군 역사상 최대 피해다. 그러나 덕적리·가리산리·한계리 등 고립마을의 피해상황이 추가로 확인되면 피해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가족 세 명이 한꺼번에 매몰된 사연이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등 안타까운 피해상황들이 속속 전해지면서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여전히 내리는 비는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인제읍 고사리의 한 주민은 군청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집 벽에 물이 스며든 것 같다. 혹시 다른 곳처럼 우리 동네도 위험한 것 아니냐.”고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피해가 거의 없는 군청 인근의 주민도 한밤중에 “집 전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 빨리 공무원을 보내 대피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다소 황당한 요구를 했다. 이런 전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실종자 수색이 우선, 나머지 지역은 침착했으면” 이런 모습은 집중호우 초기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군청 관계자는 “첫날 비 피해를 경고했을 때 주민들은 ‘집에 물 조금 들어오는 것 때문에 굳이 대피를 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일관했다.”면서 “이제는 주민들의 걱정이 너무 심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나흘째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한 공무원 박모씨는 “피해상황이 속속 확인되는 사흘째부터 주민들의 ‘과잉 불안성’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군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져드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하기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인제군청 유모 과장은 “인제군에서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면서 “지금은 인명구조로 정신이 없지만 앞으로 이 엄청난 재앙을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고 했다. 관광 인프라가 크게 훼손된 것도 군민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인제군도 강원도내 다른 군들과 마찬가지로 래프팅 등 적극적인 레저·관광 산업 유치에 힘을 쏟아 왔다. 그래선지 지난해 강원도 전체에서 인구가 늘어난 유일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제군 최악의 호우피해 때문에 관련 산업과 프로젝트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미 이달 20∼23일로 예정됐던 대규모 래프팅 축제가 취소됐다. 강원도 최대 휴양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한석산 프로젝트’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석산은 아직까지도 완전 고립지역인 덕적리에 있는 산이다. 인제군 종합상황실 박형근 팀장은 “피해복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한 불안과 동요를 씻어내는 것”이라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제 특별취재팀 ■ 특별취재팀 ●사회부 유영규·유지혜·나길회·김기용·김준석·이재훈·윤설영기자 ●지방자치부 한만교·임송학·조한종·조현석기자 ●공공정책부 조덕현기자 ●사진부 도준석·정연호기자
  • 세쌍둥이 낳은 美여성, 3년만에 네쌍둥이

    3년 전 세쌍둥이를 낳은 미국 여인이 지난 주에 네쌍둥이를 출산해 화제가 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산모 안젤라 막달레노(40)는 지난 6일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남자 아기 2명과 여자 아기 2명을 낳은 뒤 산모와 아기들 모두 건강하게 회복 중이라고 A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고위험 분만 전문의인 캐스린 쇼 박사는 막달레노가 임신 기간을 잘 견뎌 냈으며 합병증도 앓지 않았다고 전하고 통상 네쌍둥이가 태어나는 29주보다 훨씬 긴 32주만에 아기들이 세상에 나왔다고 전했다. 딸만 둘이어서 아들을 가져야 한다고 성화를 부린 남편 때문에 3년 전에 배란촉진제를 복용하고 세쌍둥이를 임신했던 막달레노는 이번엔 먹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쇼 박사는 이런 경우 쌍둥이 임신 확률은 80만분의 1이며 자신은 네쌍둥이 출산을 목격한 것은 18년만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히스패닉계인 막달레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혼돈스럽기 짝이 없다고 털어놓았다.무엇보다 카페트 까는 일을 하는 남편 수입으로는 이제 9명으로 불어난 자녀를 부양하는 일이 간단치 않게 됐기 때문이다.아기들보다 먼저 퇴원해 집에서 쉬고 있는 그녀는 “솔직히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모두 건강해 기쁘긴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그녀 집은 거실과 방 한개짜리 아파트로 11명 가족이 북적대기에는 턱없이 좁다. 막달레노는 “지금은 쌍둥이들이 크지 않아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애들이 크면 어떡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유일한 위안이라면 큰딸 켈리(17)와 작은딸 스테파니(15)가 애들 돌보는 일을 거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그애들이 학교에 가면 이웃 여자가 기저귀 가는 일들을 도와주기로 했지만 7쌍둥이 일을 해내는 게 만만찮을 것 같아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졌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美 대학 ‘위기의 남학생들’

    미국 ‘남학생의 위기’가 대학에서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대학 입학률이 낮은 남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여학생보다 성적이 처지고 졸업비율이 뒤떨어진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대학에서의 ‘성별 격차(gender gap)’를 분석했다.●남학생, 입학에 이어 졸업도 처져 올봄 하버드대 여학생의 55%가 제때 학위를 받고 졸업한 반면 남학생은 5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디킨슨대는 여학생의 83%가 졸업장을 받았으나 남학생은 75%만이 정상적으로 학업을 마쳤다.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은 올해 졸업생 중 64%가 여성이었으며 우수생은 75%, 최우수생은 79%가 여성 몫이었다. 대학 입학 당시 여학생은 2년제와 4년제를 통틀어 58%를 차지한다. 공대를 제외하고 작은 인문대나 대형 공립대는 6대4 비율로 여학생이 많다. 오랫동안 남자들의 보루였던 하버드대 역시 52%가 여학생이다. 때문에 몇몇 사립대는 ‘은근슬쩍’ 남학생을 우대하기도 한다. 브라운대는 남학생이 40%가량 지원했지만 합격한 남학생의 비율은 47%다. 컴퓨터 과학이나 물리학, 공학 등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과에 투자를 늘리고 입학 안내서에는 풋볼 등 스포츠 클럽의 활동을 홍보하는 대학들이 늘어났다. 여학생들의 두각은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진다. 저임금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인종에서 남녀 격차가 더 심하다. 가난한 집의 중·고교 남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여학생에게 유리한 학교 환경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서적 문제로 중퇴하거나 자살하는 경향이 높다.●여학생보다 성취 동기 낮은 탓도 남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여학생보다 공부를 덜 한다.연방 교육부가 지난해 530개대 학생 9만명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은 여학생보다 1주일에 11시간을 더 많이 쉬거나 사교활동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석도 잦고 과제물도 안 하거나 제때 내지 않는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지난 반세기 여성운동으로 성취 동기가 하늘을 찌른다. 또한 대학 졸업 여부가 여성의 진로에는 핵심적인 것도 한 이유다. 펜실베이니아대 로라 퍼나 교수는 “여성은 대학을 나와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학생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거나 트럭 운전 등으로 먹고 살 수 있어 굳이 대학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또 대학 성적이 안 좋아도 취직하거나 승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으며 출산으로 경력에 손상을 받지도 않는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전전긍긍 재경부

    재정경제부가 큰 충격에 빠졌다.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에 이어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등 재경부 출신 관료들이 잇따라 체포되자 크게 동요하고 있다. 특히 금융정책의 핵심에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관료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자 심리적 ‘패닉’에 빠지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가 체포됐을 때는 검찰이 실수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앞서 우병익 KDB파트너스 대표이사의 구속에도 “진실은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라며 당당해 했다. 하지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지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재경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감사원 발표에 정면으로 반박했지만 21일 연 전 사장과 재경부 국장을 지낸 김유성 전 대한생명 감사까지 체포되자 직원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냐.”며 일손을 놓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에 검찰이 현직 관료들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돼 재경부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최근 이뤄진 일부 인사에서도 재경부 출신이 잇따라 배제되면서 내부에서는 ‘재경부는 더이상 없다.’는 자조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이날 직원들에게 ‘흔들리지 말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한 부총리는 “최근 재경부에 대한 비판과 질책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와중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묵묵히 일해 온 재경부 직원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환위기 극복과 구조개혁 노력에 기울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재경부 직원들은 맡은 바 직무에 전념을 다하고 겸허한 자세로 신뢰를 지켜 나가자.”고 당부했다. 여론도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주범을 재경부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경제정책의 실패에는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를 합친 말) 출신들이 청와대에 포진한 탓이라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들도 변 대표에 이어 외환위기 당시 금감위 은행구조조정 특별대책단장을 지낸 연 전 사장과 재무부 출신으로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등에서 잔뼈가 굵은 김 전 감사가 체포되자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켄 로치 황금종려상 수상 가슴 서늘해지는 이유는?

    [시네드라이브] 켄 로치 황금종려상 수상 가슴 서늘해지는 이유는?

    얼마전 막 내린 칸영화제가 ‘드디어’ 켄 로치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줬다. 이 얘기를 다룬 기사들은 한결같이 그를 미국·영국 제국주의에 문제를 제기해온 좌파 혹은 반골 감독이라 언급했다. 아무래도 수상작 ‘보리밭에 부는 바람’이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다룬데다 감독 스스로 이 영화를 9·11 이후 미국사회에 대한 은유라 발언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상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늘하다. 수상소식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그의 전작 ‘빵과 장미’였다. 물론 일단 영화가 좋아서다. 영화는 미국의 거대한 소비도시 LA에서 멕시코 출신에다, 그것도 건물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하층 노동자에다, 여자이기까지 한, 그래서 ‘3중’으로 소외당한 자매의 노조설립 이야기다. 이주 여성노동자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노조설립 문제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자칭 인권천국이라는 미국도 별다르지 않게 사는구나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칫 도식적으로 흐를 수 있는 묵직한 주제를 너무도 발랄하게 표현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연애담으로 봐도 될 만큼 흥미있다. 너무 뚜렷한 방향성에서 나오는 뻔한 웅변이나 프로파간다는 없다.‘좌파감독’이란 꼬리표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이 영화만큼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빵과 장미’가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 사는 후배가 전해준 이야기가 남긴 뜨끔함 때문이다. 영화에 히스패닉계 청소부들이 단결해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 시위대로 나오는 사람들은 실제 히스패닉계 인권운동가들이란다. 여기까지야 그러겠거니 하겠는데,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비판하는 대상이 바로 ‘LA 한인’들이라는 거였다. 대형 슈퍼 체인이나 봉제공장 등을 운영하는 한인들이 히스패닉계들을 혹독하게 부린다는 얘기였다. 어찌나 심하게 다루는지 애초 설움받는 한국인 노동자를 보호하자고 만들었던 한 노동상담소는 아예 한인에게 고통받는 히스패닉계를 보호하는 쪽으로 활동방향을 바꿨단다. 흑백갈등이 워낙 심해 그다지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뿐이란 얘기였다. 켄 로치 감독은 결국 미국·영국의 제국주의만 비판하게 아니었다. 이제 좀 살 만하다고 우리도 어느새 그 제국주의 식탁 위에 숟가락 하나 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의 수상소식이 서늘했던 까닭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