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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역구 증원으로 가는 정치개혁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 소위가 18일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제와 지역구 국회의원수,선거구 인구상하한선 등 주요 쟁점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1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정당들간의 논란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자민련 등 절대 다수가 밀어붙이고 있어 표결처리하게 된다면 소위의 결론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소위가 마련한 선거법안의 핵심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늘린다는 것이다.정치개혁의 화급함에 비춰볼 때 이같은 결론은 과연 정치권이 개혁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치권은 올해 초부터 정치개혁을 내세우며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듯이 큰소리쳐 왔다.깨끗한 정치풍토 개선을 목표로 정당구조·선거구제 개선,선거공영제 확대 등 모든 방안이 거론됐고,국회에 범국민정치개혁위원회까지 설치했다.하지만 그 많았던 시간을 정쟁으로 허비하고 이제 선거가 눈앞에 닥치니까 기껏해야 지역구 국회의원을 16명 정도 늘리는 기득권 보호쪽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개혁 대상인정치권에 정치개혁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대체 무엇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회의원 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든 소선거구제든 장단점이 있다.또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문제는 이런 방안들은 돈 안 드는 선거와 정당의 체질개선 등 정치개혁과 맞물려 조화롭게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다.지금껏 정치권은 선거가 임박해서야 선거관련법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구태를 되풀이해 왔다.여기에는 정당들의 지역패권과,여성과 전문성 있는 정치신인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온갖 협잡이 개입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최근 정당들의 행태를 보면 과거보다 더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인다.지금부터라도 국회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거듭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찾아가는 문학교육’ 뿌리 내린다

    유명 작가들이 중고교를 찾아가서 자신들의 체험을 중심으로 문학 이야기를 알기 쉽게 들려주는 ‘유명 문인 문학 강연’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정착해 가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지난 6월17일 소설가 오정희가 경기 양평의 양일종합고에서,시인 정호승이 전남 무안 해제고에서 강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시인 김준태의 강연까지 28곳을 이어가며 열기를 더해갔다. 지난달 17일 서울 수락고에서 열린 고은 시인의 강연은 특히 열기가 뜨거웠다.‘모국어’를 주제로 시인이 “영어패권주의와 인터넷 열풍 탓에 각국의 고유 언어가 사라져 큰 걱정”이라며 “언어는 어릴 적부터 사유하는 법을 가르치고 모성과 조국 등이 그 안에 들어 있어 단순한 언어 이상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할 때 숙연한 분위기를 띠었다고 당시 참가자들은 전한다. 전교생 혹은 한 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받아 진행되는 이 강연은 문화관광부가 문예진흥원에 위탁한 국고보조지원사업 중 ‘전국 순회 문학강좌’의 하나.작가회의 한창훈 사무국장은 “전국 5000개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문화 소외지역 중심으로 30개 학교를 선별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학교측과 참가한 문인들은 이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지기를 모두 기대한다.소설가 권지예의 강연행사를 맡았던 부산 브니엘고 정수영(28) 교사는 “감성이 예민한 중고교 시절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문학,나아가 삶의 진정성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가한 정호승 시인은 “함께 시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는 우리 현실에서 문화 혹은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문화 소외지역을 찾아간 이 행사는 문화복지,혹은 문화분권 차원에서 기대 이상의 순기능을 한 것으로 보인다.당초 시범적으로 1년 계획한 것이어서 내년에 이어질지는 아직 미정.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작가회의의 자체 평가서를 검토한 뒤자문회의를 거쳐 연장 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이런 책 어때요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유재현 지음 창비 펴냄 격변의 현대사를 경험한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3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소설가인 저자는 베트남 공산당 지도자 호치민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인도차이나에서 베트남패권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비판한다.인도차이나 공산당의 주도권을 쥔 호치민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공산당운동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스탈린식 비타협 노선을 앞세웠다.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메콩 삼각주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모습,한때 마약과 섹스의 낙원으로 불린 프놈펜,라오스의 고도 루앙파방 등 인도차이나의 매혹적인 자연과 유적도 다룬다.1만 5000원. 저널리즘의 기본요소 빌 코바치 등 지음 / 이종욱 옮김 한국언론재단 펴냄 미국 애리조나 주 출신 상원의원 존 매케인은 하노이에서 5년6개월간 전쟁 포로로 지낼 때 가장 그리웠던 것은 안락이나 음식,자유,심지어 가족이나 친구도 아니었으며 “검열하거나 왜곡되지 않은 풍부한 정보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인식에 대한 본능(awareness instinct)’이라 할 만하다.그만큼 뉴스는 우리 삶에 간절한 것이다.이 책에서는 언론의 기본 원칙을 논한다.영국 ‘맨체스터 가디언’의 편집인인 C.P.스콧의 “논평은 자유로운 것이지만,사실은 신성하다.”라는 말은 오피니언 저널리스트에게 퍽 시사적이다.1만 5000원.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초의 과학자 마이클 화이트 지음 / 안인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동물은 모두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겨 고기를 먹지 않은 채식주의자이자 사람을 죽이는 전쟁기구를 만드는 데 열광한 발명가.인간의 시체를 며칠 밤낮으로 해부하면서 인간의 신체가 가치없는 인간이 지니기엔 너무 훌륭하다고 경탄한 과학자.아름다운 성모와 여성을 즐겨 그리면서도 여성을 혐오하고 미소년만 사랑한 화가.그가 ‘르네상스 맨’이란 한마디로 표현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그는 모든 기록을 다른 사람이 쉽게 읽지 못하도록 왼손을 이용해 ‘거울글씨’를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남들이 자기 생각을 훔쳐갈까 두려워 했던 것이다.1만 8000원. 이거룡의 인도사원 순례 이거룡 지음 한길사 펴냄 세계 사상의 요람인 인도 곳곳에 널려 있는 사원들을 종교학자의 눈으로 살폈다.“참된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참되다.참되고 아름다운 것은 선하다.이 셋은 영원하며,하나의 실재를 드러내는 세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오는 카주라호 사원,태양사원으로 불리는 코나락 사원 등 힌두교 사원을 탐방.불탑의 원형으로 일컬어지는 산치의 마하스투파,카를라 탑원 등을 둘러보면서 흔히 인도 불교학자들이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로 드는 ‘불교의 자연사’,즉 불교가 소멸해 힌두교의 넓은 바다에 용해되었다는 견해를 소개한다.1만 5000원. 리더십 3막 11장 존 휘트니·티나 팩커 지음 / 송홍한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하나님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창조’를 해낸 사람은 셰익스피어라고 했다.그가 탐색하지 않은 주제란 하늘 아래 거의 없다.선과 악,사랑과 증오,정의와 불의,오만과 겸손,죄의식과 결백,전쟁과 평화 등 세상사의 온갖 주제를 다뤘다.그 중에서도 특히 되풀이해 다룬 주제가 리더십이다.이 책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권력의 본질과 리더십의 기본 원리를 살핀다.저자들은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며,리더십은 연극적 능력이라고 말한다.1만 7500원.
  • 삼바 군단이냐, 무적 함대냐/세계청소년축구 브라질·스페인 20일 결승전

    ‘삼바군단의 개인기냐,무적함대의 조직력이냐.’ 지난달 28일 개막한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의 패권은 남미와 유럽의 강호 브라질과 스페인의 한 판 대결로 가려지게 됐다. 브라질은 1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벌어진 대회 준결승전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을 노린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누르고 8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제2의 사비올라’ 페르난도 카베나기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와 일진일퇴의 속도전을 펼친 브라질은 후반 20분 다니엘 카르발요의 코너킥을 두두가 감각적인 백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갈랐다. 이로써 브라질은 지난 83년과 85년,93년에 이어 10년 만의 대회 4번째 우승컵 도전과 함께 지난 85년 모스크바대회 결승전에서 0-1의 쓴 잔을 안긴 스페인과 18년 만의 재대결에 나서게 됐다. 스페인도 두바이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후반 41분 안드레 이니에스타의 결승 페널티킥 골로 콜롬비아를 1-0으로 따돌리고 결승에 합류,지난 99년 우승 이후 4년 만에 2번째 정상을 바라보게 됐다.지난 8월 핀란드에서 열린 17세 이하 청소년선수권대회 브라질과의 결승에서 0-1로 패한 아우팀의 설욕 기회도 잡았다. 오는 20일 새벽 1시45분 아부다비의 알 자에드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결승전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브라질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진다. 브라질은 무엇보다 준결승에서 ‘난적’ 아르헨티나를 넘어선 상승세가 무섭다.수비수이면서도 최전방 라인까지 넘나드는 다니엘의 자로 잰듯한 크로스,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운 공격진의 돌파력,골 찬스마다 어김없이 터지는 중거리슛은 가히 위협적이다.여기에 아다일톤을 축으로 하는 철통같은 수비벽 또한 강점이다. 득점 공동선두(4골)에 올라선 두두를 비롯,다니엘과 함께 3골을 올리고 있는 닐마르 등 골고루 포진해 있는 골게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2로 지긴 했지만 경기주도권에서는 오히려 앞서 우승 전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적함대의 키잡이는 ‘중원의 마에스트로’ 이니에스타.지금까지 3골을 기록,득점왕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의 야심을 키우고 있는 이니에스타는 자로 잰 듯한 패스워크와 상대 수비의 허점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시야,그리고 전광석화와 같은 결정력을 겸비해 이번 대회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꼽히고 있다. 첫 경기 패배 이후 조별리그 2차전부터 준결승까지 4경기에 이르기까지 조직력을 앞세운 탄탄한 전력을 선보인 스페인은 작년 유럽청소년선수권대회 챔피언다운 위용을 과시해 브라질로서도 결코 쉽게 넘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하프타임/한국 세계여자핸드볼 동메달

    한국이 15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벌어진 제16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마지막날 3·4위전에서 ‘주부 듀오’ 임오경(7골) 오성옥(5골)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31-29로 꺾고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여자 핸드볼의 메달 획득은 지난 1995년 대회 이후 사상 두번째.한국의 라이트윙 우선희(삼척시청)는 세계올스타에 선정됐고,프랑스는 헝가리를 32-29로 물리치고 패권을 차지했다.
  • [대한포럼] 6者회담 표류와 美대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표류가 우려된다.6자회담 표류가 장기화하는 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그것은 한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다.북한의 핵무기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미국은 사실 북한이 핵무기 1∼2개를 갖고 있더라도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최근 만난 한 외교통상부 고위 관리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있다.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6자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내년이면 미국은 대선 정국으로 들어간다. 백악관은 1월말 연두교서를 발표한 후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한다.부시 미국 대통령이 선거운동에 매달리면 북한이 위험한 핵카드를 들고 나오지 않는 한 6자회담은 주변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부시 대통령은 우선 이라크 문제 해결에 전념할 것이다. 북한도 미국 대선을 주시하고 있다.평양 지도자들은 대북 강경책에 집착하는 공화당 정권보다는 민주당 정권을 선호하고 있다.북한은 이 때문에대선이 끝날 때까지 6자회담에 미온적일 가능성이 있다.북한과 미국의 이러한 사정으로 6자회담이 장기간 겉돌 수도 있다.회담이 표류하는 동안 외교부 관리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을까.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심각한 위협이다.일부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통일후까지를 생각하면 좋은 일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한국의 대북 억지력이 무력화되고 북한에 종속적이 될 수 있다.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하더라도 핵보복이라는 심각한 재앙이 두려워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한반도의 안보불안으로 국가 신인도도 떨어져 경기 침체가 우려되기도 한다.동북아의 핵무기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일본과 미국 우익세력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미국에는 어떨까.북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골치아픈 일이다.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고 어려운 협상을 하든가 무력 공격으로 제거하든가 선택해야 한다.두 가지 모두 쉬운 일은 아니다.그러나 미국의 강경파는 북한의 핵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싶어한다.미국의 패권정책과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계획 등을 위해 ‘북한 위협론’이 필요하다.강경파들은 그래서 북한을 ‘악’이라고 계속 선전하고 있다. 미국 강경파의 논리가 대북정책을 지배하면 북핵 해결의 전망은 어둡다.부시 정부 내에서는 아직도 강·온파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온건파의 협상론으로 6자회담이 시작됐으나 강경파의 견제로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이러한 갈등이 북한과 미국간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높은 불신의 벽을 넘어 북한의 핵포기 문제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을 동시에 실현하는 방안으로 핵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한다. 미국이 주장하는 핵폐기는 몇년이 걸릴 수도 있는 장기 과제다.미국은 이 때문에 핵폐기를 위한 단계적 접근 등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협상안을 내놓아야 한다.그리고 중요한 것은 북한과 미국의 의지다.북핵문제가 미국 대선에서 중요 이슈가 되기 전에 성공적으로 평화적 해결 수순에 들어설 수 있다면 대선에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는 사실 미국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떠나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심각한 문제다.미국은 북핵을 일방주의적 패권유지와 연결시키려는 야욕을 버리고 평화적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창 순 논설위원 cslee@
  • “中 고구려史 왜곡 정부 적극 대응을”17개학회 공동성명

    한국고대사학회,한국사연구회를 비롯한 국내 한국사 관련 17개 학회는 최근 고구려사를 자국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움직임과 관련해 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 학술발표회’를 갖고 중국정부에 대해 역사왜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27면 17개 학회 대표들은 이날 학술발표회에 앞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이 고구려사를 일방적으로 중국사로 귀속시키는 한편 한반도 북부까지 중국 고유영토였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패권주의 역사권의 발로”라며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고구려사에 대한 역사왜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학회 대표들은 “역사는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서술해야 하는데도 중국은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기 위해 사료를 왜곡하고 심지어 억지주장까지 늘어놓고 있다.”며“과거사를 왜곡하여 더이상 한·중 우호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외교통상부에 대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엄중항의하고 시정을 즉각 요구할 것과,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관광부에 대해서는 고대 동북아시아 역사 연구센터 설립과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북한 당국과 협력·지원할 것을 각각 촉구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고구려역사 지키기 학술대회/고구려史 뺏기면 고조선도 뺏긴다 학계 공동대응 방안 모색

    ‘정치적 목적에 이끌리는 불순한 중국학계의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구려를 넘어 고조선까지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고구려 역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국책사업,이른바 ‘동북공정’에 한국 학자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고 나섰다.9일 오후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 학술발표회’.한국고대사학회,한국사연구회를 중심으로 한 역사관련 17개 학회가 모여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시도를 한목소리로 성토하는 한편 거국적인 공동대응과 남북공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모임은 그동안 학회 혹은 개인이 개별적으로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주장해온 것과는 달리 학자들이 실천적인 대응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첫 공식모임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정부에 대해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심포지엄에 들어간 학자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의 허구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냈다.참석자들은 일단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바탕을 둔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족을 중심으로 57개의 소수민족을 같은 테두리에 넣으려는 큰 목적아래 남북통일 후 불거질 영토문제에 쐐기를 박으려는 사전조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우리 학계는 중국 ‘동북공정’의 요체를 ▲고구려인의 뿌리는 고대 중국의 소수민족이며 ▲고구려 건국지역 및 기본 관할범위가 중국 경내이고 ▲고구려는 중원 왕조의 책봉을 받은 종속관계로 정리했다.따라서 ▲수·당의 고구려 원정은 침략전쟁이 아니라 변방 할거세력 통제이며 ▲고구려 멸망 이후 대다수 유민이 한족(漢族)으로 편입했으며 ▲고려는 고구려의 계승자가 아니며 역사적 연속성·상관성이 전무하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우리민족은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서 농경을 영위하던 예맥족과 한족을 근간으로 형성되었고,이들은 고조선 멸망 이후 만주와 한반도 각지에서 다양한 정치체제를 이루다가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으로 정립되었고,통일신라와 발해를 거쳐 고려로 통합되었다.”며 중국의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참석자들은 학술발표회를 마친 뒤 기존 한국고대사학회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대책위원회’를 모든 학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대책위로 확대 개편해 정부 차원의 공식 대책기구가 마련될 때까지 중국 정부에 대한 대응과 여론 확산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가기로 했다. 김성호기자 kimus@ ■“北 고분군 세계유산 등록 적극 지원을” 학술대회에서 가장 첨예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역시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내년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릴 유네스코 문화유산위원회에 북한이 제출한 평양의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의 지안(集安)지역 고구려 유적이 함께 등록신청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북한 고분군이 열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참석자들은 중국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북한 고분군의 등록을 위해 남한측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놓았다.무엇보다 남한측이 기술 및 재정 지원과 함께 문화유산위원회에 고구려 고분군의 정체성과 고유 문화성을 적극 알려야 하는 것으로 집약했다. 북한 고분군이 배제된 채 중국의 고구려 유적만 등록될 경우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목표가 그대로 달성되는 셈.고구려 역사의 중국사 편입에 지금보다 훨씬 힘이 실리게 된다. 우선 중국이 지안 일대의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북한은 여건상 손을 못대고 있는 실정.따라서 고분군,특히 벽화고분에 대한 항온·항습 처리 등을 위해 북한에 전문가를 파견해야 하며 아울러 주변 정리사업을 북한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호기자 ■주요 발제 요약 ●최광식 고려대 교수 중국은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내세워 소수민족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더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동북지방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 한국 국회에서 재중동포의 법적지위에 대한 특별법이 상정되자 중국당국은 조선족 문제와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문제 등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특히 2001년 북한이 고구려의 고분군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신청하자 국가적 프로젝트인 동북공정을 기획해 추진한 것이다.동북공정의 고구려사 왜곡은 고구려사뿐만 아니라 발해사와 고조선사까지 왜곡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밖에 되지 않으며 공간적으로 한강 이남에 국한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만주지역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였으며 그에 대한 연구는 일천하다.따라서 연구센터를 설립하여 고대 동북아시아에 관한 역사와 지리 및 민족문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구려의 역사는 남과 북 어느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이므로 남북공조를 통해 고구려의 역사를 지켜낸다면 남북공조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다. ●공석구 한밭대 교수 중국학계가 고구려사를 파악하는 기본적인 논리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다.그런데 중국,북한에 각기 나뉘어져 있는 고구려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중국학계는 논리적 문제점을 드러냈다.중국학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또 다른방안을 제시하였다.이러한 방안도 고위금용(古爲今用·옛것을 왜곡해 오늘에 활용한다는 뜻)의 시각 하에서 당시의 고구려사를 편입하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만주지방의 고구려사는 중국의 영토 안에서 건국하였기 때문에 중국의 지방할거정권이 세운 지방사로서 파악하고 있다(통일적다민족국가론).따라서 현재 북한 영토 안에 있었던 고구려사,즉 평양천도 이후의 고구려사는 과거 고대중국의 영역 안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사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이다.결국 중국학계는 역사인식의 근본적인 바탕으로 내세운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의 논리적 근거를 스스로 폐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이는 현재를 위하여 과거의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현 중국 영토 안에 존재하였던 고구려사를 인식하는 시각마저도 사료의 자의적인 해석과 무리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이 부분은 앞으로 구체적인 연구를 통하여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박경철 강남대 교수 고구려는 국가형성기 이래 환경적 여건의 취약성을 군사적 팽창정책으로 상쇄하면서 전형적인 ‘전제적 군사국가’를 지향했다. AD 4세기 말 이래 하나의 왕국의 단계로 넘어서서,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제국적 지배구조에 입각한 다종족국가로 웅비하였다. 고구려는 국초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한 군사적 팽창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천하지뇌(天下之腦)’에 해당하는 동몽고 문제에 접근하여 독자적 생존권과 패권의 보존 및 확산을 위한 대륙정책을 관철해나가고자 했다.그러나 수·당제국은 중국 중심의 일원적 지배질서에 입각하여 안보를 보장하려는 세계정책을 강행하려 했다.곧 고구려와 수·당의 70년 전쟁은 고구려의 대륙정책과 수·당의 세계정책이 정면충돌하면서 빚어낸 동아시아 국제전쟁이었다. 그럼에도 중국학자들은 수·당이 고구려에 보낸 조서(詔書)를 근거로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하고 있다.조서의 상투성과 수사성을 감안하지 않은 즉흥적인 정책적 역사인식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모든 자료들은 고구려의 수·당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서조차 책봉·조공제도가 가동되고 있었음을 적시하고 있다.화이론과 책봉·조공론이 갖는 허구성의 일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임기환 한신대 학술원 연구원 중국 역사학계는 고구려가 시종일관 중원 왕조와 종속 관계를 유지하였다고 주장하면서,그 근거로 조공·책봉 관계를 들고 있다.고구려왕이 책봉을 받았다는 것은 곧 중원 정권의 관리임을 뜻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책봉의 형식만 글자 그대로 해석할 뿐이지,책봉의 역사적 성격은 간과하고 있다. 사실 조공·책봉 관계는 중외(中外)관계의 한 유형이며,중국적 세계질서를 규정하는 양식의 하나이다.특히 남북조시대 중국세력이 분열되어 주변국가에 대한 규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는 책봉·조공은 실질적인 종속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외교관계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책봉·조공제는 당시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서 적용된 외교형식이기 때문에,유독 고구려만 이를 근거로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기도 하다.중국이 백제나 신라,왜 등과 맺은 책봉·조공 관계와 하등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구려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피책봉국이지만,독자적으로 자신의 세력권 안에 여러 국가나 세력 집단을 포함하고 있으며,독자적인 천하관을 갖고 있다.중국학계와 같이 중원 왕조의 신속국(臣屬國)이란 해석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는 관념이다. 정리 서동철기자 dcsuh@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佛 젋은이들 “”미국식이 좋아””

    이라크전을 거치며 프랑스는 전세계 반미주의의 선봉에 선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파리의 젊은이들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미국의 랩 음악을 들으며 맥도널드에서 코카콜라를 마시고 빅맥을 맛있게 먹는다.이들이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목이나 광고문구에서도 영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계기로 명백하게 드러났던 프랑스 지식인들과 지도층 사이의 반미정서와는 판이한 현상이다.이들에게 미국식 대중문화에 대한 거부감이란 거의 없다.정치는 정치고,문화는 문화인 것이다.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샹젤리제에 있는 음반전문 매장 버진스토어에서 만난 다비드(20)는 미국의 랩 음악을 즐겨 듣는다.다비드에게 좋은 음악을 꼽아 보라고 하자 에미넴,알 켈리,피프틴센츠,스놉독 등 미국의 랩가수들 이름이 술술 흘러나온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미국 스타일의 점퍼에 청바지,야구모자,굵은 금목걸이에 농구화를 신고 있다.이렇게 갖춰 입는 데 적지않은 돈을 썼을 것이 확실하다. 미국 마이애미·시카고·뉴욕·로스앤젤레스 등을 여행한 적이 있다는 다비드는 “스포츠건 음악이건 모든 분야에서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나라가 미국”이라며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미국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기는 했지만 나는 반미감정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다.기회가 되면 미국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스타일’ 선망하는 젊은이들 영어와 프랑스어 2개 언어로 가르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제라르(16)는 지난 여름방학때 한달 동안 미국에 다녀와 친구들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됐다고 자랑한다. 제라르는 “사람들도 솔직담백하고 친절했으며 도시들도 영화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것보다 실제로 여행해 보니 훨씬 마음에 들었다.”며 “가능하면 미국 대학으로 유학가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문화의 다양성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매우 관대한 편이다.그렇지만 프랑스 지식인들은 미국문화에 대해서만은 유독 거부반응을 보이며 서유럽 사회의 반미담론을 주도해 왔다. 프랑스와 미국은 2차대전 이전까지 어느 나라보다 우호적인 관계였다.하지만 샤를 드골 대통령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발하며 자주노선을 주창한 이후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는 반미정서가 폭넓게 형성됐다.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불매운동을 벌인 나라가 프랑스였으며 미국이 유엔의 승인없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개시할 때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주의에 정면으로 반발했던 나라가 프랑스였다. 이런 사회·정치적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10∼20대 초반의 젊은 층에서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추종하는 성향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GAP·나이키매장 북적… TV선 美시트콤 자국문화 수호를 강조하는 프랑스에서 미국식 대중문화가 범람하고 있다는 증거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파리 시민들의 자존심이라는 샹젤리제 거리에는 디즈니 스토어와 플래닛 할리우드,미국 캐주얼 의류 GAP과 스포츠웨어 나이키,퀵실버 매장이 번창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를고수하고 있지만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고 안방극장에서는 미국식 시트콤이 판을 치고 있다. 프랑스 텔레비전에서는 엄숙한 토론 프로그램보다는 ‘프렌즈’‘앨리 맥빌’ 등 뉴욕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담은 시트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30대의 한 인기 앵커는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 ‘프렌즈’의 내용을 소상히 꾀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한다.미국에서 유행하는 리얼리티쇼의 포맷을 그대로 들여온 프로그램이 인기고 ‘스타 아카데미’‘팝스타’처럼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많다.요리문화가 발달하고 식도락의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지만 샹젤리제 거리의 맥도널드점에는 언제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축제인 핼러윈데이는 90년대 이후 프랑스 어린이들 사이에 새로운 축제로 간주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못지않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최고급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는 독신자들이 많은 미국 뉴욕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켓 데이팅’을본뜬 행사를 열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의 문화적 대결구도를 다룬 ‘프랑스인,미국인’이라는 책을 쓴 파스칼 도드리는 프랑스의 미국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에 대해 “프랑스인들의 미국에 대한 감정은 자존심과 열등감이 복잡하게 얽힌 애증의 관계와 같다.”고 말했다. 정치적·경제적으로 강한 나라가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현실에서 1등국의 지위를 빼앗긴 프랑스의 상한 자존심은 반미감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며,내심 부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는 아이로니컬한 분석이다. ●문화잠식 우려 목소리도 자본주의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식 문화가 프랑스 젊은이들의 사고와 일상생활을 잠식하는 데 대해 지식인들은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오랫동안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던 패권국의 지위를 2차대전 이후 급속히 성장한 미국에 내준 것에 우선 자존심이 상하고,예전에는 프랑스어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던 언어였지만 지금은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나아가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프랑스의 수준 높은 문화가 ‘천박한’ 미국문화에 밀려 사라질 것을 프랑스 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바네사(28)는 “거대자본,대량생산으로 요약되는 미국식 대중문화가 프랑스에 상륙한 것이 최근의 일은 물론 아니지만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청소년들이 무비판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문화이기 때문에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지식인들이 젊은 세대의 무조건적인 미국문화 추종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문화의 균형감각이 깨지고 이로 인해 프랑스 문화가 미국문화에 잠식당해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otus@ ■노천카페 낭만 사라지나 |파리 함혜리특파원|길가의 카페에 앉아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앞에 놓고 ‘해바라기’하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 파리지엔들.흰색 앞치마를 두르고 콧수염 휘날리며 커피를 나르는 카페의 가르송(남자점원)들…. 파리 하면 연상되는 이같은카페 풍경에도 ‘아메리칸 스타일’의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동네 카페들이 손님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부드러운 재즈풍의 음악이 조용히 흐르고 현대적이고 깔끔한 실내장식을 한 미국식 카페에는 항상 젊은이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특히 내년 초 미국의 거대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 1호점이 파리 중심가인 오페라대로 26번지에 문을 열면 프랑스 특유의 카페 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스타벅스 열풍은 이웃나라 영국을 점령한 지 이미 오래이지만 카페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에는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주변의 카페,바,브라스리(선술집) 등의 반발을 생각해서인지 예고 간판도 없고 소리소문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하지만 새로 생긴 근사한 식당과 카페 등을 찾아내 친구·연인과 함께 시간 보내기를 즐기는 파리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스타벅스의 프랑스 진출이 화제다. 지난 주말 여자친구와 런던 여행을 다녀왔다는 다미앙은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미국 커피체인점 스타벅스에서 새로운 카페 문화를 맛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의 카페나 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쿨한’ 분위기와 엄청나게 큰 컵에 담긴 달콤한 크림커피의 맛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파리에 문을 열면 여자친구와 당장 다시 찾고 싶다.”고 한다.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에 익숙해 있는 프랑스 사람들이 스타벅스의 커피 맛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랑스 카페에서 보통 커피를 시키면 아이들 소꿉만한 작은 잔에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가져온다.블랙 초콜릿을 곁들여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는 느슨해진 신경을 적당히 자극하기 때문에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어서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 후나 오후 시간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 마신다.프랑스 사람들은 아메리칸 스타일의 연한 커피를 우스갯소리로 ‘양말 빤 국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파리시내의 대형서점 프나크 내에 있는 커피전문점에 근무하는 로라는 “스타벅스 커피가 아무리 맛이 있어도 프랑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호기심 많은젊은이들의 발길을 모을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프랑스 진출은 맥도널드 햄버거의 진출 당시 못지않게 미국문화 유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 책 / 뉴욕의 역사

    프랑수아 베유 지음 / 문신원 옮김 궁리 펴냄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이 오가는 센트럴 파크,수많은 무명 예술가들이 색소폰을 불고 일인극을 펼쳐 보이는 워싱턴 광장,저항문화의 중심 그리니치 빌리지….거대 도시 뉴욕의 모습은 화려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하지만 스파이크 리의 영화가 전형적으로 보여주듯 뉴욕의 뒷골목은 차별과 폭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미국이 지닌 가장 강력한 잠재력의 진앙지 뉴욕은 하나의 거대한 스튜디오다. ●뉴암스테르담이 훗날 뉴욕으로 프랑스의 역사학자 프랑수아 베유가 쓴 ‘뉴욕의 역사’(문신원 옮김,궁리 펴냄)는 허드슨 강가의 평범한 도시에서 오늘날 세계 제일의 신화적 도시로 자리매김한 뉴욕의 역사를 살핀다.여행책자에 소개된 글이나 간추린 역사가 아니라 뉴욕의 어제와 오늘,빛과 어둠을 총체적으로 다룬 본격 역사서란 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뉴욕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유럽의 식민지 개발 정책의 일환으로 탐험에 나선 유럽인들은 대서양 북서 항로를 찾던 중 거대한 자연항을 발견한다.섬들이 촘촘히 흩뿌려진 거대한 만에 처음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네덜란드인이다.그들은 사유재산의 의미를 알 리 없었던 인디언들에게 단돈 60길더(24달러)를 주고 맨해튼을 사들인다.인디언들의 이름없는 정착지에서 훗날 대서양 무역의 중심항이 된 뉴욕의 역사는 그렇게 문을 열었다.하지만 그때까지도 뉴욕은 보잘 것 없는 촌락에 불과했다.최초의 식민지 총독 페테르 미누이트는 언제 침입할지 모르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막기 위해 맨해튼 섬 남쪽 끝에 사령부를 세우고 뉴암스테르담이라고 명명한다.그후 뉴암스테르담은 신세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서양 무역의 중간항 구실을 하며 성장해간다. 그러나 신세계의 패권을 놓고 영국과 경쟁하던 네덜란드는 1664년 영국인들에게 뉴암스테르담을 빼앗기고 만다.새 영토의 주인이 된 영국왕 찰스 2세는 왕위 계승자이자 요크 공작인 동생 요크에게 버지니아와 뉴잉글랜드 사이에 있는 모든 땅을 선물로 준다.요크 공작의 소유가 된 뉴암스테르담은 곧 새 주인을 기리는 뜻에서 ‘뉴욕'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했다 뉴욕에 관한한 ‘시작은 어설펐으나 끝은 창대하다’라는 말은 그대로 들어맞는다.뉴욕은 1776년 독립전쟁 당시 국왕파의 최후 보루였지만 결국 미국이 승리하고 조지 워싱턴은 당당히 뉴욕에 입성한다.독립 이후 최초의 미국 수도로,워싱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시가 바로 뉴욕이다. 1790년대 이래 수도로서의 지위는 상실했지만 뉴욕은 여전히 미국의 경제와 문화의 중심 역할을 다하고 있다.교외를 포함해 1600여만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뉴욕은 미국 내에서도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는 독특한 도시다.대서양 항로의 서단에 위치한 가장 중요한 무역항이며,1920년대 이후에는 런던을 대신해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됐다.1946년 국제연합 본부가 건립된 후에는 국제정치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뉴욕의 ‘당당한’ 역사 저편에 해적행위로 부를 쌓은 부끄러운 과거 또한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식민지 시대 뉴욕의 무역은 혹독한 경쟁 상대였던 필라델피아나 보스턴,찰스턴에 뒤질 수밖에 없었다.뉴욕 무역상들은 필라델피아의 곡물도,보스턴이 갖고 있는 상선이나 런던과의 강력한 커넥션도 없었다.심지어 남부 농장의 풍부한 쌀과 인디고 수출에 힘입은 찰스턴 항의 무역보다도 뒤처졌다.그런 뉴욕의 상대적 약점은 불법적인 거래에 대한 욕구로 이어졌다.1690년대 뉴욕은 밀수품 거래와 해적행위를 통해 이윤을 얻은 해적들의 피난처이자 밀수꾼들의 모항(母港)이었다. ●9·11 테러는 예견된 비극 뉴욕은 다문화주의의 축도다.“뉴욕은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 여전히 생성중인 도시”라는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말처럼 지금도 끝없이 새로운 이주민들을 끌어들이고,그 이주민들은 다시 자신들의 에너지를 뉴욕에 불어넣고 있다.저자는 뉴욕의 경제와 산업,문화의 위력을 실감하며 뉴욕의 미래를 낙관한다.하지만 그것은 뉴욕이 이질적인 다양한 문화를 어떻게 융합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21세기 뉴욕은 어떤 얼굴로 기록될까.저자는 “20세기는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뉴욕에 가르쳐줬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이같은 역사의 교훈을 조금만기억했더라도 미국은 ‘9·11 테러’와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하프타임 / 부천, 대전꺾고 FA컵 4강진출

    올시즌 프로축구 K-리그 최하위 부천이 2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FA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윤정춘 김기형의 연속골로 대전을 2-0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전북도 천안경기에서 서혁수의 결승골로 아마추어 보루 경찰청을 1-0으로 누르고 4강에 합류했다.이로써 이번 대회 패권은 전북-부천,전남-울산의 대결로 압축됐다.
  • 오피니언 중계석/이라크추가파병과 국익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25일 연구원 강당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어떻게 국익을 최대화할 것인가’란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발제자의 주요 주장을 간추린다.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한국군이 이라크에 3000명 이상 주둔할 경우 우리는 여러 측면의 국가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한국은 파병을 통해 얻게 될 이익과 함께 파병하지 않음으로써 초래될 손해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우선 파병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인 반테러전쟁에 적극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파생된다.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국적군 구성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상황에서 한국군의 파병은 국제적으로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일이다. 국제정치와 외교의 측면에서 오는 이득 역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국가 이익이다.특히 이라크 파병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초래한다는 점이 중요하다.한국정부가 추가 파병을 결정한 직후 미국은 한국 회사들에 이라크 재건 및 치안유지에 필요한 물자를 발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이라크는 향후 10여년에 걸쳐 150억∼200억달러 규모의 건설 및 상품 수입 수요가 발생할 거대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단기적인 몇십억 혹은 몇백억달러의 이득이 아니라 세계경제 및 세계권력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다.이와 함께 군사적인 측면에서,한국은 파병을 통해 중요한 군사훈련 및 기술습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국군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용맹스럽고 친절한 군대로 명성이 높다.중동에 파견됨으로써 이미지를 제고하는 군사외교를 수행하는 기회도 얻게 된다.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중동에 한국군이 주둔할 수 있다는 것은 중동의 엄청난 자원에 우리도 접근하게 되었다는 전략적 포석의 의미도 있다.이미 중국은 중동지역에 석유 확보 등을 위해 알게 모르게 1000명 이상의 군대를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박순성 동국대교수 한·미관계의 미래는 추가파병 여부보다는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과 한국의 통일 외교 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오히려 추가파병은 북한핵 문제와 관련,미국의대북강경정책을 논리적으로 정당화시켜 줄 것이며,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라크 내부의 전황 및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테러 증가를 고려할 때 한국사회의 안전은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라크 무장세력 또는 테러집단이 한국의 해외공관,지사,교민을 공격하거나 국내에 테러를 감행한다면,우리 사회는 심각한 불안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자칫 정치 경제적 침체로 연결되고 자연히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도 하락할 수 있다. 만일 추가파병에 대한 전략적 평가가 확실하지 않거나 부정적이라면 추가 파병 원칙 자체에 대한 재고에 들어가야 할 것이며,현재 파병된 한국군에 대한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 추가파병은 한·미관계의 강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보다는 한·미 군사동맹을 왜곡시킴으로써 중장기적으로 한·미관계에서 긴장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단기적으로 이라크 및 아랍권의 무장세력이나 테러집단의 공격으로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높으며,중장기적으로도 한국의 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라크 전황,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 변화 가능성,국제사회 및 유엔의 정세 등을 고려해 추가파병 원칙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정리 조승진기자 redtrain@
  • “재선 막겠다” 反공화당 단체에 1550만弗 기부/소로스 反부시 선봉에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월가의 신화적 펀드매니저 조지 소로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대선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한 반(反)공화당 진영의 진보단체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지금까지 1550만달러를 기부했으나 그는 더 줄 태세다. 74세의 소로스는 “부시 대통령을 몰아내는 게 여생의 목표”라고 공공연히 말한다.그는 1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대선은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한때 국제 ‘투기꾼’으로도 몰린 그가 부시 대통령을 ‘주적’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소로스는 ‘패권주의 이념’이 백악관을 압도한다고 본다.헝가리에서 태어나 독일 나치정권을 겪은 그에게 부시 대통령을 에워싼 신보수주의자 ‘네오콘’들은 나치를 연상시킨다.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국제사회를 아군과 적군으로 구분한 부시 독트린의 이분법은 나치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소로스는 부시 대통령이 있는 한 미국은 전세계에 위험이라고 말한다.신보수주의자들은 9·11테러를 빌미로 그 이전부터 주장해 온 세계지배와 선제공격의 개념을 미국의 정책으로 삼았다.그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과 세계를 점증하는 폭력의 악순환으로 몰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게 ‘소로스 독트린’이라고 발간될 그의 저서 ‘패권의 버블’에서 강조했다. 그가 부시 대통령을 직접 상대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현금 동원력이 있다.그를 세계 갑부 40위권에 랭크시킨 개인 재산 70억달러뿐이 아니다.그가 회장으로 있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그룹은 100억달러 이상을 굴린다. 소로스는 지난 여름 진보주의 단체인 ‘어메리카 커밍 투게더(ACT)’에 1000만달러를 기부했다.10일에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무브온(Moveon)’에 500만달러를 줬다.뿐만 아니라 재계의 지인들을 동원,진보단체에 10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하게 했다. 공화당은 소프트 머니에 반대해 온 소로스가 규제되지 않는 음지의 돈을 활용해 민간단체를 움직이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고 꼬집었다.그러나 현행법은 기업이나단체,개인 등이 정당에 돈을 줄 수는 없으나 각당을 지지하는 민간단체에는 소프트 머니의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소로스가 민주당에 기부한 자금은 12만 2000달러에 불과하다.골수 민주당원은 아니라는 뜻이다.그러나 이번에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 등 민주당 후보들을 위한 자선모금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월가에선 축재에 타고난 감각이 있는 소로스가 평생을 건 도박을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한때 환투기로 영국과 아시아권을 쥐락펴락한 그가 이번에는 미 본토에서 대통령을 상대로 한 머니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소로스는 1979년 자선단체인 ‘열린 사회 재단’을 설립,옛 소련권과 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를 위해 총 50억달러를 기부했다. mip@
  • [대한포럼] 네오콘의 황혼?

    미군은 4월초 바그다드에 있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렸다.많은 이라크인들이 독재체제의 비극적 종말에 환호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방영됐다.그 화면 속에 환호가 분노로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미군이 후세인 동상 머리에 성조기를 두르는 장면이다.미군은 성조기를 두른 다음 동상을 쓰러뜨렸다.미군은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보도한 13세 이라크 소녀의 말은 그 암시가 현실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소녀는 “옛날에는 후세인의 얼굴이 그려진 가방을 들고 다니라더니 이제는 성조기가 그려진 가방을 들고 다니란다.그래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라크인들의 미군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이라크 전쟁의 시나리오를 만든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자)의 좌장격인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묵고 있던 바그다드의 알 라시드 호텔이 저항 세력의 로켓포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에는 섬뜩한 충격이었다.반미세력이 ‘저항의 날’로 정한 11월2일은 미군 헬기가 격추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재앙의 날’이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이라크 평화에는 실패했다.미국의 실패는 국제사회를 위해서는 다행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미국이 이라크 평화를 손쉽게 이루었다면 네오콘들의 오만한 일방주의가 국제질서를 지배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네오콘들은 군사력 등 힘을 바탕으로 한 패권 유지를 강조한다.그들은 제국주의적 야심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이라크 전쟁은 일방주의의 중요한 실험 무대였다. 네오콘은 후세인 독재체제를 ‘거대한 사탄’이라며 이라크를 공격했다.그러나 이슬람 문명을 악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이라크의 평화는 이슬람 문명의 틀 속에서 찾아야 한다.그런데 많은 미군들은 문화적 배려에 인색하고 오만하다.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득세를 도와주는 꼴이 될 우려가 높다.혼란의 상황에서는 원리주의가 대중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가원리주의자들 손에 들어가면 중동 정세는 심각한 위험에 빠질 것이다.미국은 온건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이라크를 만들어야 한다.미국은 이를 위해 전략을 바꿔야 한다.이란의 핵문제 해법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이란은 미국의 압력에 반발해 오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3개국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핵개발 포기에 동의했다.미국과 유럽의 공동 노력이 이란의 핵개발 포기를 가져왔다.미국은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유엔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우선 혼자의 힘으로 세계를 경영하겠다는 네오콘들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네오콘들이 강조하는 일방주의보다 다원주의가 세계평화에 유리하다는 증거는 물론 없다.그러나 일방주의가 이라크에서 시련을 겪는 것은 중요한 교훈이다.아무리 막강한 군사력으로도 강력히 저항하는 다른 나라를 완전 제압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미국은 깨달아야 한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고전하자 기고만장하던 네오콘들이 고개를 못 들고 있다.그렇지만 잠시 몸을 낮추고 있을 뿐이다.네오콘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들의 시대가 하루빨리 황혼 속으로 저물어 가야 한다.그들의 퇴장은 세계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네오콘들은 선제공격론을 정당화하고 힘의 지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어느 인터뷰에서 “네오콘들이 미국 외교정책을 장기간 장악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이 창 순 논설위원 cslee@
  • 오피니언 중계석/북핵과 동북아공동체 구성

    최근 북한의 핵 문제가 동북아 안보와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미국의 세계전략과 세계무역협상에 따라 급속히 재편되는 국제질서와 경제구도 속에서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의 상호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다.이같은 상황에서 세종연구소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동북아 3개국 공동체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심포지엄을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다.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과,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의 발제문을 요약한다. ●북핵 문제의 본질과 평화적 해결방안(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제2의 북핵 위기는 북한과 미국의 자존심과 전략적 판단착오로 발생한 위기다.양측의 요구사항은 본질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므로 신뢰가 회복되거나 제3자가 이를 보장해주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따라서 이번 북핵 위기는 군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외교적 성격이 강하다.또 이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국가 체면과 북한 정권의 생존,미국의 패권유지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북핵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당사국들의 북핵문제에 대한 정책을 살펴야 한다.먼저 부시 행정부는 동북아에서의 패권약화나 MD계획 무산 가능성 때문에 문제해결을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다만 대선을 앞두고 부시가 초강경책을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외부적 위협과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체제존립 위기에 봉착한 북한은 미국이 체제를 보장해주면 핵을 포기하고,아니면 핵을 보유해 자주적으로 체제를 보전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북한을 설득하여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북한과 미국 양자 모두의 체면을 살려주고 실추된 신뢰를 보완하는 조치로서 부시 대통령이 카터 전 대통령이나 아버지 부시를 특사로 보낸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또 중국과 러시아가 북·미간 실추된 신뢰를 보강하고 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 협력 및 외교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특히 주한미군 부분감축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미국과의 비대칭 관계에 균형을 잡는 데 활용하면서 남북한 군축협상이 재개되는 계기로활용하여 대북,대미 자주성을 동시에 회복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다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으므로 이 기회를 적극 선용하여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동북아 지역협력을 위한 언론의 역할(김재홍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 북한 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동북아지역에서 최초의 다자안보협력회의라는 의미가 있다.향후 동북아 지역협력은 현실적으로 6자회담에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이같은 비전 아래서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가 타결된 후 동북아안보협력회의로,발전적으로는 동북아안보협력체로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며,포괄적인 동북아공동체로 정착시키는 모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동북아의 지리적 근접성을 문화적 동질성의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접촉과 교류다.동북아 정세를 더욱 발전시키는 촉매 역할에 역내 언론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이 지역에서 어떤 갈등과 대립도 대화와 협상으로 해소하며 주권국가에 의한 국가안보가 아닌,인간안보라는 새 시대사조를 확산시켜야 한다. 동북아 지역협력을 위한 언론의 역할로 다음 사항이 합의돼야 할 것이다.첫째,국제정치에서 힘이 아니라 기능주의적 교류협력과 커뮤니케이션 개념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둘째 21세기 정보화의 주역인 인터넷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셋째,동북아가 공유할 수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체계를 개발,전파해야 한다.넷째,역내 경제와 교육수준,의식의 격차를 균질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다섯째,군사력이나 국가안보와 별개로 테러와 인권탄압,환경파괴와 마약범죄 등으로부터의 보호를 중심으로 하는 인간안보를 강조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역내 언론의 공동역할을 높이기 위해 회원국 정부나 주요 언론사들이 투자하는 ‘동북아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정리 김성호기자 kimus@
  • [사설] 격화되는 이라크 反美 공격

    이라크 저항세력의 반미 공격이 격화되는 등 이라크 사태가 심상찮다.바그다드 중심가에서 27일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했다.하루 전에는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묵고 있던 알-라시드 호텔이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바그다드 중심가는 미군의 경계가 삼엄한 ‘그린 존(Green Zone)’이다.그린 존에서 대표적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울포위츠 부장관이 공격받고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것은 반미 저항세력이 조직화돼 있고 정보력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한국군 파병 예정지 모술 등 다른 지역에서도 미군의 희생이 늘고 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말대로 미군이 예상밖의 강력한 공격을 받고 있다.미군이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라크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미 육군 보고서도 미군 정찰병들이 민가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민심을 잃었다고 지적했다.전쟁상황에서 과격한 행동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그러나 오만한 점령군처럼 행동해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미군은 우선적으로 치안안정과 재건에힘쓰고 실업과 생필품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민심을 얻어야 한다.그리고 패권주의적 야심을 버리고 이라크를 빨리 안정시킨 후 물러나야 한다. 이라크 사태의 악화는 한국에도 심각한 문제다.모술 지역의 치안 불안은 특히 우려된다.이달말 파견될 정부의 2차 파병조사단은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1차때와 같은 엉터리 조사로 국민의 불신을 사서는 안 된다.정부는 조사단의 보고와 이라크 사태를 면밀히 검토하여 파병문제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이라크 사태가 더 악화되어 심각한 생명의 위협이 예상되면 파병을 늦추거나 파병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그들은 기적을 만들었다

    플로리다발 허리케인이 마침내 ‘양키스 제국’마저 무너뜨렸다. 26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에서 플로리다 말린스는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영건’ 조시 베켓(23)의 눈부신 호투를 앞세워 전통의 명가 뉴욕 양키스를 2-0으로 완봉,4승2패로 패권을 안았다. 지난 1997년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정상에 선 플로리다 선수들은 감격에 적어 환호했고,양키스 팬들과 선수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동안 망연자실했다.양키스는 그동안 모두 세차례(55·57·81년) 2승3패로 뒤진 상황에서 홈 6·7차전을 맞았지만 단 한차례도 역전승을 거두지 못한 ‘징크스’를 되풀이했다. 플로리다의 양키스 격파는 하나의 사건이며 ‘기적’으로 받아들여진다.우선 구력과 전력상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플로리다는 열악했다.93년 리그에 가세한 플로리다는 97년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사뭇 달랐다.당시는 엄청난 투자로 케빈 브라운,게리 셰필드,이반 로드리게스,모이세스 알루,바비 보니야 등 빅리그의 간판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거둔 성과였다. 그러나 재정 악화로 간판 선수들을 모조리 팔아치우고 젊은 선수들로 새롭게 팀을 꾸민 이후 이듬해 지구 꼴찌 등 줄곧 바닥권을 헤매왔다.현재 주전 선수중 연봉 500만달러를 넘는 선수는 이반 로드리게스(930여만달러)가 유일하다.MVP 베켓도 172만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견줘 1913년 창단 이후 26차례나 우승컵을 안은 양키스는 6차전 선발 앤트 페티트와 마이크 무시나,버니 윌리엄스,제이슨 지암비 등 연봉 1000만달러를 넘는 선수가 즐비하다.선수단 총연봉이 1억 5694만달러로 플로리다(5253만달러)의 3배 수준. 하지만 패기와 집념으로 똘똘 뭉친 플로리다의 돌풍은 무서웠다.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2위(와일드카드)로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한 플로리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3승1패로 따돌리더니 NL챔피언십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에 1승3패로 뒤지다 내리 3승을 따내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이때까지도 언론은 ‘설마’를 연발하며 양키스의 우승에 무게를 실었다.그러나 메이저리그 최고령인 잭매키언(72) 감독은 은 선수들의 재능을 하나로 꿰 끝내 대이변을 연출해 냈다. 김민수기자 kimms@
  • [대한포럼] 파병과 反美감정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방콕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웃음의 악수를 나누었다.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한·미간의 외교적 마찰이 있었다.미국은 이라크 추가 파병과 북핵문제를 연계하려는 한국에 크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그 마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로 해소됐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했지만 파병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찬·반 대립은 명분론과 국익론으로 크게 나뉘어진다.그 가운데 ‘명분도 없고 국익도 없다.’는 주장과 ‘명분과 국익이 모두 있다.’는 주장이 혼재하고 있다.어떤 주장을 하든,이라크 전쟁은 명분없는 잘못된 전쟁이다.미국이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와 테러집단 알 카에다와의 연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를 비판한다.미국 패권정책의 뒤치다꺼리를 위해 한국군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그들은 대부분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다.이라크 파병 문제는 그들의 반미감정을 더 강하게 하고 있다.반미감정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역사적으로 볼 때도 패권국가에 대한 나쁜 감정은 늘 있었다. 그러나 반미감정이 지나치게 높아져 한·미동맹관계를 위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 심리와 사대주의는 물론 경계해야 한다.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제국주의적 국제전략도 비판받아 마땅하다.패권국가들이 늘 그렇듯이 미국도 자국 이기주의적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중국·러시아·일본 등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은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한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가까운 이웃과 동맹관계를 맺으면 종속성이 더 커지고 다른 주변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위험성이 높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한·미동맹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미국과의 관계보다 남북관계가 중요하다는 민족주의적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민족주의 자체는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친북 민족주의에 빠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지금 단계에서는 민족주의보다 민주주의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우리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높아지는 것은 주로 미국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미국의 일방주의적 행동이 한국인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은 주한미군의 재배치 등도 세계전략 차원이라며 미국 시나리오대로 추진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미국이 세계전략 차원에서 한국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한국의 반미감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한국에는 국민정서라는 독특한 ‘힘’이 있다.국민정서는 합리성보다는 주로 감성에 호소하는데 그 힘이 대단하다.반미감정과 친북 민족주의가 합쳐져 국민정서로 정착되면 미국정책에 반대하는 반미감정의 차원을 넘어 미국 자체를 반대하는 반미주의가 될 것이다. 미국이 반미감정을 완화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한·미관계에 붉은 경고등이 들어올지도 모른다.일방적인 친미정서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는 지나갔다.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들의 반미감정이 특히 높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 창 순 논설위원 cslee@
  • [씨줄날줄] 에덴동산

    인간은 영원히 낙원을 꿈꾼다.페르시아 말에서 유래한 파라다이스,토머스 모어의 공상소설 제목이기도 한 유토피아,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시대가 있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임금 없어도 살 수 있는 요순시대가 인류가 꿈꿔온 낙원들이다. 신들의 고향인 중동에서 만들어낸 낙원은 에덴동산.성서에 나오는 지명의 위치를 추론하느라 고민해온 성서고고학자들은 어느 때부턴가 구약성경 창세기에 에덴동산에서 강이 발원하여 티그리스(힛데겔),유프라테스,비손,기혼 등 4강의 근원이 됐다는 구절을 근거로 지금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이라크 남부 알쿠르나 지역에 에덴동산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담과 하와(이브)로부터 인류가 기원했다는 성서의 말씀은 20세기 분자생물학과 만나,성서고고학자들의 추론과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생물학자들은 여성을 통해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인류가 단 하나의 여성으로부터 출발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하였으나 그 여성은 20만년전쯤 아프리카에 거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에덴동산으로 여겨지고 있는 알쿠르나 일대가 후세인 정권 시절 황폐화됐다며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복원에 나서겠다고 한다.시아파 교도의 저항이 거세지자 후세인이 대규모 댐과 운하를 부근에 건설,갈대가 무성했던 습지를 건조지역으로 바꿔버렸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한때 50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지금은 2만∼4만명에 불과하다고 한다.부시 대통령은 복원 예산으로 1억달러를 요청했는데 미 의회는 그 정도로는 어림없는,너무 거대한 사업이라 국제적인 재정지원이 따라야 한다면서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아담과 이브는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뒤 낙원에서 쫓겨나지만 그 대신 선악에 대한 지혜를 갖게 된다.에덴동산이 이라크전 선무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이나,전후 부담을 자꾸 국제사회에 떠넘기려는 미국 태도가 께름하기는 하지만 그곳 환경과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복원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여기에 더해 걸핏하면 힘을 마구 휘두르는 패권주의자에게 선과 악에 대한 바른 판단이복원된다면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이런 바람 또한 낙원처럼 이를 길 없는 꿈과 같겠지만. 강석진 논설위원
  • 한국시리즈 /‘SK 돌풍’ 재·점·화

    SK가 ‘돌풍’을 재점화하며 한국시리즈 첫 제패를 향해 한발 앞서 나갔다. SK는 19일 문학에서 벌어진 7전4선승제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채병룡-조웅천의 ‘황금 계투’와 8회 터진 김민재 조원우의 연속 안타로 현대를 5-3으로 뿌리쳤다. 삼성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5연승을 구가한 SK는 첫판을 내준 뒤 내리 두판을 따내 다시 상승세를 타며 남은 4경기에서 ‘반탁작’만 하면 창단 4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정복하게 됐다.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 뒤 3차전을 이긴 팀이 8번 모두 패권을 차지했고,개막전 패배 뒤 2연승한 팀이 정상에 오른 것은 1989년(해태)과 95년(당시 OB),2001년(두산) 등 세차례. 고졸 2년차인 SK의 선발투수 채병룡은 3회 이후 단 2안타만 내주며 7과 3분의 1이닝을 6삼진 6안타 3볼넷 3실점(2자책)으로 막았다.8회 구원 등판한 조웅천은 1과 3분의 2이닝을 무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 현대시절인 96년 10월17일 해태전 이후 두번째 한국시리즈 구원승을 챙겼다. 현대 선발 김수경은 1·2회를 무안타로 쾌투했지만,3회 이진영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자신감을 잃어 5회도 버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3과 3분의 2이닝동안 2안타 6볼넷 3실점.현대는 21일 오후 6시 문학에서 열리는 4차전에 에이스 정민태를 선발로 투입해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승부처는 3-3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8회말.SK는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무섭게 몰아붙였고,현대는 지난해 구원왕 조용준을 마운드에 올리며 안간힘을 쏟았지만 맥없이 무너졌다. SK는 선두타자 채종범이 우전 안타로 나가자 보내기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고,후속 김민재가 좌중간을 꿰뚫는 3루타로 4-3으로 앞선 뒤 곧바로 조원우의 짜릿한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에 앞서 현대는 2-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8회초 1사 뒤 이숭용의 우전 안타로 득점 찬스를 잡았다.심정수의 3루 땅볼을 SK 3루수 안재만이 2루에 악송구,1·3루의 행운을 얻은 뒤 정성훈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이날 경기에서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현대.1회초 2사 뒤 채병룡의 제구력 난조 속에 이숭용의 안타와 심정수의 볼넷으로 만든 1·2루에서 정성훈과 브룸바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뽑았다. SK가 반격에 나선 것은 0-2로 뒤진 3회말.이때까지 김수경에 무안타로 눌린 SK는 2사 뒤 조원우의 볼넷에 이어 이진영이 첫 안타를 오른쪽 담장을 넘는 2점포로 연결,순식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SK는 공격의 고삐를 더욱 조여 4회 2사 2루때 안재만의 3루수 옆을 꿰뚫는 2루타로 전세를 뒤집었다. 인천 김민수기자 kimms@ ●승장 SK 조범현 감독 이기긴 했지만 공격 연결이 잘 안되는 등 내용이 별로 좋지 않아 조금 아쉽다.안재만 양현석 등 대타 기용이 잘 들어맞고 있다.특히 양현석은 순간집중력이 뛰어난 선수라 찬스 때 많이 활용하고 있다.상대 마무리 조용준은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잘 공략하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채병룡이 생각보다 오래 버텨줬다.4차전 선발은 내일 결정하겠다. ●패장 현대 김재박 감독 대타 양현석한테 마무리 조용준이 너무 쉽게 안타를 내준 것 같다.오늘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우리 팀이 5회 이후점수를 잘 내지 못하는데 아무래도 상대 포수 박경완이 투수리드를 잘 하기 때문인 것 같다.권준헌과 조용준 등 마무리 요원들이 예상보다 크게 흔들리고 있다.타순은 변화를 줄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전술 변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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