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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린턴 美국무, 印항구도시 첸나이 방문 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0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앞두고 인도 동부의 항구도시 첸나이를 방문했다. 1분 1초가 바쁜 그가 괜히 그곳에 간 것은 물론 아니었다. 중국에 맞서 동아시아의 리더 역할을 하라고 인도인들에게 촉구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굳이 동해안의 도시를 찾은 것이다. 이날 첸나이 시내 ‘애나 도서관’을 쩌렁쩌렁하게 울린 클린턴 장관의 연설은 ‘인도로 중국을 치는’ 삼국지식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깔고 있었다. 이번 인도네시아 ARF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다른 아세안 회원국과 연대해 중국과의 일전을 벼르고 있는 미국이 인도를 중국의 대항마로 끌어당긴 것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클린턴 장관은 연설에서 “이제 인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천년 동안 인도 상인들은 이 항구도시를 통해 동남아 바다 너머 중국의 만리장성까지 오갔다.”는 말로 남중국해가 인도의 이해관계 안에 있다는 논리를 주입시켰다. 그는 중국만 쏙 뺀 채 “인도는 곧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등과 경제적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라고 ‘중국 봉쇄 라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인도는 이제 미국과 함께 새로운 실크로드를 개척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인도를 키워 중국에 맞서게 하는 미국의 전략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민간 차원의 대(對)인도 원자력 거래를 허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지지를 표명했고, 인도·일본과의 3자 전략대화를 창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갈수록 패권주의적 성향을 드러내자 클린턴 장관도 더욱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과거 미국과 인도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인도가 비동맹권의 중심축으로 반미 노선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을 지지해 왔다. 이런 악연 탓에 인도가 미국의 기대에 부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더욱이 인도 외교는 동아시아보다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주변국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CNN 등 미 언론들은 “중국과 인도 둘 다 거인이지만, 중국은 폐쇄적 정치체제여서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반면 인도는 나름대로 민주정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와 편이 되는 게 유리하다고 미국이 판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아마겟돈(Armageddon)/주병철 논설위원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달러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로 등극한 것은 달러 가치의 위력 때문이었다. 미국은 2차대전을 치르기 위해 돈이 필요한 영국에 44억 달러를 빌려줬고, 프랑스에도 10억 달러가량 꿔줬다. 미국이 졸지에 ‘새로운 갑부’로 등장한 것이다. 당시 금본위제 하에서 국제통화였던 금과 파운드가 달러에 밀려 상석(上席)을 내준 계기가 됐다.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경제 패권을 넘겨받은 미국은 마음대로 달러를 찍어 영향력을 확대했다. 달러 패권의 서막이었다. 비슷한 사례는 오래전 중국에서도 있었다. 한때 동맹관계였다가 숙부·조카 사이로 바뀐 금나라와 남송의 관계가 그랬다. 일찌감치 세계 최초로 지불 도구를 발명한 남송은 전국 단위의 유통 지폐를 발행했지만 무리하게 찍지는 않았다. 반면 금나라는 전쟁비용 등을 충당하느라 마구잡이로 지폐를 발행했다. 지폐의 달콤한 맛에 중독됐고, 곧 화폐가치가 폭락했다. 사람들은 자산을 남송으로 빼돌리고 조국을 버렸다. 금나라는 역사상 지폐 남발로 망한 첫 나라가 됐다. 이후 원나라도 똑같이 망했다. 지금 미국이 그 꼴이다. 달러를 남발한 바람에 국가 부도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0.5%로 2차대전 이래 최고 수준이고, 국가채무는 GDP 대비 92.8%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가 부채 한도(14조 3000억 달러)를 증액하려는데 의회가 브레이크를 건다.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미국은 2000년 이후 성장률이 종전에 비해 절반으로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 국방비 증강 등으로 빚더미에 올랐다. 미국이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바뀌면서 달러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미국의 위상을 위협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경고도 예사롭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최근 주례방송에서 부채한도 증액의 어려움을 빗대 “최소한 아마겟돈(Armageddon)만은 피합시다.”라고 했겠는가. 아마겟돈은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듯한 대혼란을 의미하는 말로 신약성서 ‘요한의 묵시록’에 나오는 말이다. 부채 더미에 올라앉은 미국이 종말론의 용어를 들먹일 정도가 됐다. 달러 패권의 격세지감이다. 우리가 미국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복지포퓰리즘 공약이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미국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열린세상] 잘사는 나라의 조건/문흥술 서울여대 교수·국문과 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잘사는 나라의 조건/문흥술 서울여대 교수·국문과 문학평론가

    한국 문학에서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두명의 난쟁이가 있다. 1970년대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난쟁이는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에서 억압받다 굴뚝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세월이 흘러 1990년대 최수철의 ‘고래 뱃속에서’의 난쟁이는 진공에서 정상인과 함께 어울려 자유로운 삶을 영위한다. 두 난쟁이를 연속선상에 놓고 보면 한국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고래뱃속’ 같은 닫힌 공간이 부자와 빈자, 정상인과 비정상인,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의 이항 대립에 기초해 전자가 후자를 억압하는 사회라면, ‘진공’ 같은 열린 공간은 양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이다. 차별과 배제, 억압과 착취 없이 모두 하나가 되는 사회야말로 한국 사회의 올바른 지향점이 아니겠는가. 1970년대 열악한 노동 조건에 항거해 일어난 전태일 분신 사건 이후 한국은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고 있다. 그런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국제 스포츠 대회 4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더불어 K팝처럼 문화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물론 지금 이러한 성과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치 척도가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 김재영의 소설 ‘코끼리’는 네팔에서 천문학을 전공하다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서 불법 체류 노동자가 된 가족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돼지 축사를 개조한 집에 살면서 한국인들로부터 온갖 착취와 멸시를 당한다. 마치 1970년대 전태일이 당한 것처럼. 주인공의 그 비참한 모습에서 독일에 광부로 간 우리의 아버지와 일본 병원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우리 어머니의 거친 손과 한숨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한국은 더 이상 원조 받는 나라가 아니다. 원조를 해 줄 만큼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물질적으로 계량화된 지표만으로 잘사는 나라를 판가름하는 것은 지극히 편향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코끼리’에 등장하는 까만 피부를 가진 아들은 백인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한국 사회의 속성을 알고 자신의 피부를 탈색하기 위해 표백제로 얼굴을 문지르다 얼굴 껍질이 벗겨진다. 이를 소설적 허구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은 현실이 이보다 더 처참하기 때문이다. 서구 제국주의자들은 그들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가난한 한국을 비롯한 식민지 아시아인들을 소나 말과 같은 짐승으로 취급하였다.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한국은 그런 멸시를 극복하기 위해 물질적 가치만을 최우선시하면서 쉬지 않고 달려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한국이 한국보다 경제력이 낮은 아시아 노동자들에 대해 서구의 물질 만능주의와 제국주의적 인종 차별 의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욕하면서 닮는다더니 우리가 꼭 그런 셈이다. 중국의 패권주의와 일본의 역사 왜곡을 보면서 그들이 ‘잘사는’ 나라는 될지언정 ‘존경받는’ 나라는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이 ‘잘살면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로움만이 아닌 정신적 풍요로움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 박범신의 ‘나마스테’를 보면 히말라야에서는 모두가 ‘나마스테’라는 인사를 나눈다. 여기에는 인종 차별 의식도, 서구 보편주의도, 제국주의적 우월성도 없다. 모두가 하나라는 인류애. 그것이 ‘나마스테’라는 인사에 담겨 있다. 중국에서 교사를 하던 조선족 어머니가 한국에서 식당일을 하면서 자식이 그리워 눈물짓고 차별 대우에 피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들 모든 소외된 난쟁이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진공 같은 사회로 나아갈 때 한국은 잘살면서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중 대다수가 만신창이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가서 “삼년 겪은 일, 삼십년 동안 악몽으로 남아” 괴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사설] 中 총참모장의 외교적 무례 불쾌하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의 무례와 오만이 하늘을 찌를 정도다. 천빙더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그제 중국을 공식 방문한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미국은 초강대국이어서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얘기하는 것이고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국에 이렇게 얘기하면 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패권주의에 맞는 행동이나 표현이 있는데 미국이 하는 것은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할 말이 있으면 미국 파트너에게 말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김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매우 무례한 짓이다. 천 총참모장은 김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15분간의 모두(冒頭) 발언에서 이 같은 말이 포함된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미국 측에 대한 불만과 불쾌함을 보여주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다. 천 총참모장은 또 “한·미가 동맹관계이기는 하지만 한국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도 많은 말을 미국에 하기 어려운 실정임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에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비꼬는 말이다. 망언(妄言)이나 다를 게 없는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은 것이다. 불쾌하기 그지없다. 대국은 대국다워야 한다. 중국은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고 있지만, 대국다운 행동을 해야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다 돈 좀 벌었다고 함량 미달의 행태를 보이는 일부 졸부처럼 행동해서는 결코 존경 받을 수 없다. 중국은 한·미 동맹에 시비를 걸 자격도 없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사과가 없는 것은 중국이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거나,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하려고 할 게 아니라 말썽꾸러기 북한을 따끔하게 질책하는 게 도리이고 순서다. 정부는 무례한 중국에 할 말을 당당히 해야 한다.
  • [브리티시오픈] 바람을 이겨라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진 뒤 세계 골프계는 군웅할거 양상이지만 패권은 유럽이 꽉 잡고 있다. 세계 톱 5 중 4위까지가 유럽인이다. 14일 막을 올린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140회 브리티시오픈(총상금 500만 파운드)이 중요한 이유도 그래서다. 톱 랭커들이 홈에서 펼치는 자존심 대결이 골프 팬들의 이목을 잡아끈다. 대회가 열리는 잉글랜드 켄트주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 조지스 골프장(파70·7221야드)은 깊은 벙커와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페어웨이로 무장한 링크스 코스(바다를 낀 코스)다. 2003년 전성기의 우즈조차도 “코스가 너무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만 해도 파71에 전장 7106야드였지만 올해는 파70에 7221야드로 늘어나 더 어려워졌다. 해안가 초원지대라 선수들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싸워야 한다. 대회 기간 많은 비와 강풍이 예보돼 있다. 이런 코스와 날씨에 익숙한 유럽 선수들에게 ‘홈 어드밴티지’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1위인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비롯해 리 웨스트우드(2위·잉글랜드), 마르틴 카이머(3위·독일), 로리 매킬로이(4위·북아일랜드)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이는 ‘US오픈의 사나이’ 매킬로이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도 만만치 않다. 메이저 우승이 아직 없는 도널드는 지난 11일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스코틀랜드오픈에서 우승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뽐내고 있다. 올 1월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 우승 이후 소식이 뜸한 카이머도 “예쁜 골프는 필요 없고 성적을 내는 골프로 승부하겠다.”며 이를 갈고 있다. 웨스트우드는 “재작년엔 3위, 지난해엔 2위였으니 올해는 내가 1등”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낸다. 1라운드 결과로는 속단이 어렵다. 매킬로이와 도널드는 최경주(41·SK텔레콤)와 함께 1오버파 71타를 기록했다. 상위권에는 토마스 비요른(덴마크·5언더파 65타)과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4언더파 66타) 등이 있다. 우승자에게 주는 은빛 주전자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는 이는 누가 될까.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中총참모장, 김 국방에 ‘외교적 무례’

    中총참모장, 김 국방에 ‘외교적 무례’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14일 중국을 방문 중인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일방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천 참모장은 우리 군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며 김 장관보다는 격이 낮은 직책이기 때문에 그의 이날 행동은 ‘외교적 무례’일 수 있다는 비판이 외교가에서 제기됐다.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이날 오후 김 장관을 맞이한 천 총참모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벼운 덕담을 건넨 뒤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한국을 찾은 것을 거론하면서 작심한 듯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천 참모장은 “멀린 의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난사(南沙) 4도 문제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미국이 베트남, 필리핀과 군사훈련을 크게 한 것이 바로 난사 4도에 개입하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남중국해 주변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더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천 참모장은 “미국은 초강대국이어서 다른 나라에 이래라저래라 얘기하지만,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국에 이렇게 얘기하면 그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미국 사람들과 무슨 문제를 토의할 때는 어려움이 많다. 한국과 미국도 동맹이지만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면서 “패권주의는 항상 패권주의에 맞는 행동이나 표현을 하는데 미국이 하는 것이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이쯤 되자 미소를 띠고 있던 김 장관도 정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장관은 “멀린 의장은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천빙더 총참모장에게 말해줬고, 나도 (멀린 의장으로부터)천빙더 총참모장을 소개받았다.”면서 “한·중·미 3국 사람들이 서로 좋게 방문하고 소개하는 것을 보면 동북아 안보가 잘 될 것 같다.”고 에둘러 반박했다. 또한 김 장관은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은 우리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지난해 두 개의 사건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난사 4도 문제에 대한 평소 중국의 생각을 말했지만 과한 것 같다.”면서 “발언 내용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회담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저의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中, 세계 금융패권 중심에 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2일(현지시간) 주민(朱民·59) 중국 인민은행 전 부행장을 부총재로 지명했다. 주 부총재는 IMF 집행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26일쯤부터 정식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IMF 부총재에 중국인이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부총재 자리를 하나 더 신설해 4개로 늘린 뒤 중국에 한 자리를 할애했다. 중국인이 IMF 부총재에 선임된 것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금융 패권의 중심에 다가서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MF 내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체의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주 부총재는 2008년 2월 세계은행(IBRD)에 진출한 린이푸(林毅夫) 부총재와 함께 향후 국제 금융질서 재편 과정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회의 등을 통해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개혁을 줄기차게 주창해 왔다. 특히 선진국들을 상대로 개도국들의 지분 및 발언권 확대를 요구하는 선봉장 역할을 맡아 왔다. 중국은 이번에도 중국의 IMF 내 지분 등을 거론하며 라가르드 총재를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MF 내 중국인 부총재의 등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팍스아메리카나’ 금융질서가 대변혁을 맞았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대표적인 국제금융기구인 IMF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최고위직을 사이 좋게 나눠 가지면서 철옹성을 구축해 왔다. IMF의 경우 총재는 서유럽, 수석부총재는 미국, 나머지 부총재 둘은 일본과 남미·아프리카 몫이었다. 비록 한 자리를 신설해 중국 측에 내준 것이긴 하지만 그 틀이 이번에 깨진 것이다. 이미 국제 금융질서 개편 분위기는 뚜렷하다.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입김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내에서는 국력 확대를 IMF 고위직 획득 배경으로도 해석한다. 칭화대 중국 및 세계경제연구센터 위안강밍(袁鋼明) 연구원은 “탁월한 개인 능력이 IMF 부총재 자리에 오른 중요한 이유”라면서도 “중국의 굴기(우뚝 일어섬)가 중국인의 국제 금융기구 고위직 선임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사설] 인류공멸 재촉하는 中의 환경후진국 행태

    중국 보하이(渤海)만 해상 유전에서 원유가 대량 유출된 사실이 사고 발생 한달 만에 중국 당국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네티즌들의 폭로를 통해 사고 소식이 확산되자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그러나 핵심사항인 원유 유출량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당초 트위터를 통해 사고가 처음 알려지자 기름이 번진 해역은 200㎡에 불과하며 유출량도 10t 이하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식 발표 자리에서는 “840㎢의 해역이 하룻밤 사이에 1급수에서 4급수로 전락했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이제라도 원유 유출 규모를 명백히 밝히는 게 급선무다. 유출량에 따라 대응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연안 양식장에서 어패류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의 남해안 등지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생태계 파괴와 3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의 악몽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시추 중인 해상 유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하이만 사고는 멕시코만 사태를 닮았다. 미국은 멕시코만의 비극과 싸우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런데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은 생명과 직결된 환경문제에서조차 ‘은폐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시행된 제12차 경제사회5개년계획에서 환경보호를 정책의 으뜸 순위로 삼았다. 이른바 ‘녹색고양이(猫)론’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중국이 여전히 환경을 중시하는 ‘녹묘시대’보다는 30여년 전 성장제일 흑묘백묘시대를 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은 환경후진국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철저한 조사와 함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환경재앙은 무한대로 퍼져 나가는 속성이 있음을 명심하라.
  • [데스크 시각] 여울목의 물소리/이지운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여울목의 물소리/이지운 정치부 차장

    2300여년 전 알렉산더 대왕은 실로 바람과 같은 속도로 제국을 만들어 나갔다. 기원전 331년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페르시아의 다리오3세와 최후의 일전에서 승리하고 서쪽으로는 고향 마케도니아에서부터 동쪽으로 인더스강 동편에 걸쳐 ‘헬라’라는 이름의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이후 8년이 못되어 그는 죽고 제국은 나뉘고 사라진다. 헬라제국을 전후해 200~300년, 중동은 대격변기였다.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헬라에 로마까지 수천년 인류사에 족적이 뚜렷한 대제국이 세워지고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약소국가들이 제국들의 수레바퀴에 깔려 뭉개졌다. 시리아 지방에 ‘유다’라는 나라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1050년 왕정국가 체제를 갖추었으나 120년이 지난 기원전 930년부터 남북으로 나뉘어 분단국가로 지냈다. 북은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에 멸망당했다. 남유다는 기원전 586년 바빌로니아의 느부갓네살2세의 침공 때 망했다. ‘느부갓네살’은 이라크전 때 사용됐던 이라크 미사일의 이름이기도 하다. 나라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끈 남유다 요시야왕은 아시리아의 쇠퇴기를 잘 활용해 국력을 다졌고 잃었던 영토를 회복했다. 이 무렵 신바빌로니아가 신흥 강국으로 등장했는데, 이집트가 이 바빌로니아를 견제해 아시리아를 도우려 했다. 요시야는 아시리아의 회복을 원치 않았다. 동족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자국을 괴롭혀온 나라의 재기를 원치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집트를 막아선다. 이집트의 파라오 느고는 “내 목표는 바빌로니아”라며 비켜설 것을 종용했지만 요시야왕은 ‘므깃도’라는 곳에서 일전을 감행했다가 전사하고 만다. 바빌로니아의 발흥은 역사의 숙명이었다. 그러나 남유다는 아시리아, 이집트, 바빌로니아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했다. 바빌로니아가 기원전 608년 아시리아를 무너뜨리고 기원전 605년 ‘갈그미스 전투’를 통해 이집트까지 제압, 중근동의 패권을 장악한 뒤에도 남유다는 쓰러져 가는 옛 강호 이집트에 의지하려 했다. 상황을 오판한 대가는 3차에 걸친 침공과 식민이주, 포로생활이었다. ‘역사의 여울목’에서 약소국은 판단도, 결정도, 처세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천하를 호령하던 쟁쟁한 대제국들이 맞서는 상황, 여울목이 만들어 내는 빠른 물살에 휩쓸려 유다는 저만치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스 아테네에 서서 뜬금없이 2500년 전의 유다를 떠올린 것은,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여울목 때문이다. 다 쓰러져 가던 옆집 중국이 다시 거대 제국의 모습으로 세계 무대에 등장했고, 수십년 경제 대국으로 주름잡던 이웃 일본은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를 경영하던 미국은 정치, 외교, 군사 등 각 분야에서 하락세가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러시아의 꿈틀거림도 신경을 자극한다. 한 지붕 다른 집 북한은 그 가는 곳을 알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우리를 둘러싼 주요 국가가 대부분 리더십의 변화를 겪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국은 내부의 긴장감이 한껏 높아질 것이고, 자국의 형편이나 다른 이웃나라와의 관계 등으로 주변에 대한 배려는 소홀해지기 쉽다. 천안함 사건·연평도 포격 등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보여준 태도는 그 대표적인 예표다. 이해가 겹쳐 맞물리고, 긴장이 쌓여 가면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도 새 대통령을 뽑는다는 사실이다. ‘국력’이 선거에 몰리다 보면 이 관리는 부실해질 수 있다. 다른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2012년 저쪽 너머로 물살 빨라지는 소리를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가 없는 요즘이다. 대권주자들도 이 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으리라 본다. 대통령 특사로 지난 5월 유럽을 다녀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얼마 전 사석에서 “그리스에 다녀오니 (그리스 경제위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더라.”고 했다. 박 전 대표도, 다른 후보들도 가급적 더 자주 나가서 그 물살의 소리를 더욱 실감하기 바란다. 아테네를 다녀와서 jj@seoul.co.kr
  • “대선? 그때 가서 결정” 출마가능성 배제 안해

    “대선? 그때 가서 결정” 출마가능성 배제 안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2년 총선 및·대선 출마 의사에 대해 “2012년에 벌어질 상황과 관련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출마) 결정을 내릴 시기가 아니다.”면서 “그 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문 이사장은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2년 총선·대선 출마 여부, 참여정부의 공과, 친노 진영 잠재적 대선 후보들의 경쟁력 등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문 이사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정치세력으로 보면 민주당이고, 개인으로 보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부산 연제 법조타운의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됐다. →최근 출간한 ‘운명’이라는 저서를 통해 노무현 정부를 회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성공했나, 실패했나. -성공을 넘어선 정부다. 성공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정부다. 예를 들면 권위주의 청산이 대표적이다. 돈 안 쓰는 선거, 깨끗한 선거 같은 것이 당대에 가능할까 했지만 참여정부는 해냈다. →그러나 제도화되지는 못했다. -권위주의 해체 문제는 특별법 같은 걸 만들 수 없다. 문화의 문제다. 참여정부가 시도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단숨에 퇴행했다. 그래도 다음에 다시 괜찮은 정부가 들어서면 참여정부가 중단했던 지점부터 새롭게 할 수 있다.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더 잘했어야 했다. 두 가지 과제를 우리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정책과제로 처음 제시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더욱 많은 노력 기울여야 했고 정책적인 면에서도 우선순위에 뒀어야 했다는 후회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를 계승했나. -민주주의와 복지, 남북관계 부분은 계승했다. 권위주의 해체는 김대중 정부를 넘어선 새로운 영역이다. 결과적으로는 김대중 정부를 계승하면서 한계도 벗어난 정부였다. →참여정부 공직자 가운데 업무 수행을 잘했다고 생각하는 분은. -경제 분야에서는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이다. 우리나라 정보통신 수준을 세계 최고로 높였다. 사회 분야에서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훌륭했다. 개별적인 복지정책들을 패키지로 만들어냈다. 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면에서 강금실 법무장관도 큰 역할을 했다. →문성근 씨를 대북특사로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 -북에서 신뢰하는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고 해서 북쪽과 대화가 될 만 했다. →현재 정치인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인이 있다고 보나. -상황이 아주 미묘한데... 세력으로 치자면 노 전 대통령 뜻은 민주당쪽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 개인으로 치자면 노 전 대통령의 이념 철학을 가장 잘 계승한 분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라고 생각한다. 유 대표는 다른 정당에 있어서 그 부분이 착잡하고 미묘하다. 그래서 야권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도 된다. →유시민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어떤 점을 계승했나.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과제는 일종의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거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은 복지국가다, 그런 면에서 유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이 갖고 있던 지향과 이념을 가장 잘 계승하고 있다는 거다. 김두관, 안희정, 이광재 등 전·현직 지사 세 분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드러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잠재된 상태다. →손학규 대표도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과제를 계승할 만한가. -그렇다. 민주당 대표로서 당원들의 지지받고 있다. 또 손 대표 스스로도 노 전 대통령의 가치를 계승하겠다고 말하고 있어서 그리 평가하는데 손색이 없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길 기대하나. -아주 훌륭한 후보감이다. 참여정부 경력만 가지고도 아주 훌륭한데 거기에 경남도지사 경력도 갖췄으니 더 완벽한 경력을 갖췄다.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국정 의 큰 방향 중 하나가 지방화, 지방균형발전, 분권이다. 그런 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다만 도지사 임기 초반이라 당장 다음 대선부터 큰 뜻 품을지, 아니면 그 다음 시기를 볼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나와 김 지사는 라이벌이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제휴 대상자다. →김 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참여정부 지분의 60%는 노 전 대통령, 나머지 40%는 이광재 전 지사와·안희정 지사가 갖고 있다’고 했다. 문 이사장과 유 대표는 지분이 없나. -한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그룹들은 동업자, 주주 같은 의식이 있다. 하지만 주주는 아니라도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면 그 전문경영인이 지분 없고 주인이 아니라 말할 수 없다. 김두관 지사와 유시민 대표, 나는 영입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시기의 선후는 있겠지만 각자가 주인이라는 입장이다. →이광재 전 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보나. -두 분 다 노 전 대통령의 참모로만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각각 학생운동,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분들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활동 시작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만나 동지적으로 결합하게 됐다. 2002년 대선 승리만으로도 훌륭한데 도지사가 되면서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도 훌륭하게 성공한 거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문 이사장은 지역주의 문제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나. -노 전 대통령도 부산과 경남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 그러나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이어선 안 된다는 거다. 그런 지역주의가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도 100% 공감한다. 서울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 선거 때마다 균형이 갖춰지니까. 그런데, 부산을 보면 완전히 한나라당 판이다. 이게 정상적인가. 견제가 안 된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유권자 뜻을 받들 필요도 없다. 공천 줄 사람에게만 충성하면 된다. 지역에서 불합리한 모든 문제는 지역주의로부터 생긴다. →굳이 따지자면 영남과 호남, 어느 쪽의 책임이 크다고 보나. -책임은 영남이 져야 한다. 패권은 영남이 갖고 있었으니까. 영남이 우리 현대사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딱 한번을 빼고는 줄창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런 후유증 있다. 마음을 열고 문제를 풀기 위해 더 앞장서야 하는 것이 영남쪽이어야 한다. →지역주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부산에서 한나라당 득표율 50%대밖에 안 된다. 그런데 전 의석을 석권한다. 나머지 50%는 무소속과 민주당인데, 대표를 전혀 못 낸다. 대의성도 왜곡돼 있기 때문에 비례 대표제를 생각해야 한다. 한편, 호남은 특정당의 득표율이 압도적이어서 비례대표로도 해결이 안된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한 정당이 특정지역에서 3분의 2 이상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만 되면 지역주의는 빠르게 넘어설 수 있다. →내년 총선에 민주당 후보들이 부산에서 당선될 수 있을까? -원래 부산은 전통적인 야당 도시였다. 3당 합당 이후 20년 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부산 시민들이 지겨워하기 시작했다. 괜찮은 후보가 나서서 잘하면 벽을 넘어설 수 있다.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김정길 전 장관이 44.5%를 득표했고, 4·27 김해 재·보선에서도 이봉수 후보가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결국 우리 쪽에서 얼마나 좋은 후보를 내느냐의 문제다. 인물만 괜찮으면 지역주의를 넘어선다.  그런 차원에서 문 이사장의 출마를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참 생각한 뒤) 현재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은 우선 다음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쪽에도 여러 후보들이 있다. 그런데 다 훌륭하지만 한분 한분 보면 한계가 있어서 ‘박근혜 대세론’을 못 넘어선다. 따라서 누구냐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쪽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개인별로는 박근혜 후보에게 부족하지만 야권통합 후보에 대한 지지는 더 크다. 다음 총선과 대선은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 통합이란 부분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참여가 요구되고 역할을 하라고 하면 그건 해야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대선에서 손학규 대표와 문 이사장이 경선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 쪽의 선수들이 다들 좋지만 그분들만 갖고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낙관하기 어렵다. 이 전 지사의 말은 선수군들이 풍부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당신도 나와서 틀을 넓혀주라고 한 말이다. 물론 그것도 필요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건 저러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군 확보보다 통합·연합연대가 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다. 이게 안 되면 다 소용없다. →김정길 전 장관이 문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는 대선 출마 안한다고 했다. 동의하나. -동의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분 나름대로 판단해 말한 것 아니겠나. 아마 김전 장관도 충분히 대선 경쟁 구도에 뛰어들 만한 분이다.(문 이사장의 첫 대답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다른 질문에 답하던 도중 다시 추가 설명을 했다.)나에 대해 김 전 장관이 그리 말한 것은 내가 쭉 (차기 대선 출마)안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말을 되풀이 한 것이다. 김두관 지사도 지금은 도지사 초기니까 아마도 이번은 아니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한 발언이 아니겠나. →정치 참여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 -잘 못할 것 같으니까 그렇다. 내가 괜찮게 평가받고 좋은 이미지 갖고 있는 것은 고맙고 과분한 일이지만 결국 정치권 바깥에 있어서 그런거다. 막상 현실정치 들어서면 그게 아니지 않나. 그때는 착한 역할만 못한다. 현실정치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이 있다. 나는 그런 것들이 여러가지로 부족하다는 생각 갖고 있다. 또하나는 정치를 한다면 원칙을 지켜나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노 전 대통령이 절절하게 오랫동안 보여줬다. 나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마를 안하나, 아니면 아직은 결정 안 내린 것인가. -우선 대선을 예로 들었는데, 내가 나간들 문제없이 이기나. 나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안 된다. 다 모여야 이긴다. 우선은 그런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선수로 나서는 건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 -본인이 대답한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정한 보수가 거의 없다. 보수라고 하는 한나라당은 수구 아나면 극우 쪽이다. 이런 지형 속에서는 합리적인 보수, 진정한 보수만 추구해도 상대적으로 진보처럼 보인다.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나는 그보다는 조금 더 중간 쪽으로 한걸음 더 나간 진보일지는 모르겠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언젠가 정치할 것 같나. -그건 내가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을 인정하나. -대세론뿐만 아니라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대단하다. 원칙주의적 면모에다 복지에 대한 관심까지 표방하고 있다. 정치적 처세도 잘한다. 좋은 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문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 분명치 않아 보인다. 그 부분을 넘어서고 나서 진보든 보수든 있는 법인데 박 전 대표가 해왔던 언행을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 근본적으로 결여됐거나 부족하지 않나 싶다.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었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건 결격 사유가 아니다. 박 전 대통령도 공과가 있는 정치인이다. 딸이라 하더라도 공은 계승하고 과는 극복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딸이기 때문에 더 할 수도 있다. 근대화나 경제 산업화에 대한 공로 이면에 민주화 가 유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아버지 시절의 일이라 더 가슴 아파하면서 반성하고 과거사 정리해나가는 자세를 더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저서를 읽어보니 이명박 정부에 대한 원망이 많이 담겨있더라. -우리나라의 국가 리더십은 너무 대결적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그런 점이 없어 안타깝다. 대선에서 여유있게 이겼는데도 포용하지 못하고 왜 그리 강팍하게 적대하고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똑같이 복수하는 것이 무슨 복수겠는가. 노 전 대통령의 뜻대로 상생하고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가 아니겠는가. →민주당과 참여당, 민노당은 통합 대상인가 연대 대상인가 -나는 민주당, 참여당 뿐만 아니라 민노당, 진보신당까지 포함해서 통합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다음 대선과정에서 힘을 모으는데도 가장 도움이 된다. 또 집권 이후 전체가 하나의 개혁을 추동하는 세력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통합하면 당적을 가질 생각 있나. -통합으로 가게 된다면 전체적인 흐름에서 그런 양상으로 일이 추진돼야 할지도 모른다.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집권해야 할 역사적 당위성이 있는가. -집권세력이 지그재그로 바뀌면서 역사가 더 튼튼하게 발전할 수 있다. 서구의 사례를 연구해보니 보통 6~7년 마다 정권을 바꾸더라. 하지만 그렇게 보기엔 지금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이명박 정부는 그냥 못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퇴행이다. 적어도 민주주의만큼은 확실히 지켜야 한다. 정책은 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나 지금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이런 식의 정권이 지속된다면 우리 국민이 받는 손상이 너무 크다. 그래서 한번 더 기회를 줄 여유가 없다, . →군 복무 시절 사진이 인터넷에 돌더라. 군 복무가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갖나. -젊고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3년을 보내는 것 아닌가. 공수부대라는 특수한 곳을를 다녀왔다. 난생 처음 겪어본 일들이 많다. 사격하고, 수류탄 던지고, 맨몸에 납벨트 메고 헤엄치고, 비행기에서 점프도 하고. 그런데 내가 근근히 그런걸 해내더라. 그래서 새로운 일을 맡을 때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부딪혀보자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게 만든 것 같다. →요즘 어떤 책을 읽나. -요새는 책 쓰느라 못 읽은 책이 잔뜩 쌓여 있다.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문화유산답사기’, 유시민 대표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TV도 보나. -‘나는 가수다’를 본 적이 있다. 임재범 씨가 아주 인상적이더라. 평소에 좋아하는 가수는 윤도현 씨다. 락 음악이 별로 대중성은 없는데, 경연을 시키니 좋더라. →자녀 교육의 원칙은 무엇인가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다. 특별한 자녀교육 철학은 없다. 그저 자유방임으로 키웠다. 잘한 짓인가 잘 모르겠다.   정리 부산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량광례 中국방 “北은 어떤 모험도 하지 마라”

    중국은 북한에 어떤 모험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이 5일 밝혔다. 량 부장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우리가 북한에 대해 하고 있는 일은 외부세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량 부장은 “한반도의 긴장국면은 현재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한반도의 평화기반이 취약하다.”면서 “중국은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량 부장은 이어 “중국은 북한 관리들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비공식적인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도발은 더 대담해지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강조했다. 한편 량광례 부장은 특정국가를 겨냥한 군사동맹에 대해 경고하면서 국제관계에서의 민주주의를 촉구했다. 량 부장은 “국제관계에서 민주주의 옹호와 서로의 핵심이익 및 관심과 우려를 존중할 때만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영구적인 평화와 조화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 국가와의 영유권 갈등 고조와 관련, 중국은 안보협력을 통해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량 부장은 국제사회의 중국 국방력 증강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보다 20년 정도 뒤떨어져 있다.”면서 “중국은 결코 패권이나 군사적 팽창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韓·中·日 3개 도시의 ‘세 가지 색깔’

    韓·中·日 3개 도시의 ‘세 가지 색깔’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아시아적 가치는 지역 패권의 또 다른 명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은 지리적으로는 물론 가치적인 측면에서 가까운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문화적인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 쉬 확인하지 못했다. 세 나라 사이에 그리 오래지 않은 근·현대사의 비극적 잔상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작가들의 공동 소설집 ‘젊은 도시, 오래된 성(性)’(자음과모음 펴냄)은 세 나라 문학이 앞으로 본격적이고 구체적으로 교류하며 소통하겠다는 다짐이다. 또한 아시아적 가치가 패권적이 아닌 상호 존중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의 약속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부터 한국의 ‘자음과모음’, 중국의 ‘샤오숴지’(小說界), 일본의 ‘신초’(新潮) 등 세 나라 문예지가 두 번에 걸쳐 각각 ‘도시’와 ‘성’을 공통의 주제로 삼아 각 나라 소설가들의 작품을 공동 게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 나라 소설가들이 모여 문학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한국의 이승우, 김애란, 김연수, 정이현을 비롯해 중국의 쑤퉁(蘇童), 거수이핑(葛水平), 일본의 고노 다에코, 오카다 도시키 등 나라별로 4명씩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야기들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각자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욕망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도시’를 주제로 한 세 나라 작품 모두 불안의 정서가 밑자락에 깔려 있다. 시마다 마사히코의 ‘사도 도쿄’나 시바사키 도모카의 ‘하르툼에 나는 없다’를 보면 죽음과 불안의 이미지가 더욱 강렬해진다. 반면 쑤퉁의 ‘샹차오잉’ 등은 안으로 잦아드는 불안이 아니라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바깥으로 터져나오는 역동성을 과시한다. 중국과 일본 작품의 중간 지점 즈음으로 평가받은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은 눅눅하다 못해 재앙으로 다가온 비의 공포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낙관성을 견지한다. 세 나라의 문학 교류는 조급해하지도, 머뭇거리지도 않은 채 앞으로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여행’이라는 주제어를 두고 올 여름호에는 한국의 박민규, 조현, 중국의 예미, 쉬저천, 일본의 에쿠니 가오리, 마치다 고가의 작품을 싣는다. 세 가지 색깔로 조화롭게 풀어헤쳐질 세 나라의 문학여행이 사뭇 기대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외신보도의 문제/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외신보도의 문제/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때 종속이론이 한국 학계를 풍미한 적이 있다. 한국경제가 대외 선진경제에 종속되어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모색할 수 없다는 이 이론은 현상이 그렇지 않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퇴조했다. 언론학계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허버트 실러는 미국의 양심이라는 촘스키 교수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미국 비판론자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 치열할 때인 1969년에 나온 ‘미국 제국’은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자 얼마나 정보·문화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를 폭로한 책이다. 만약 어떤 나라가 패권을 차지하고 이를 유지하려 한다면 정보·문화의 지배는 필수적이다. 한 나라의 패권에는 지배당하는 자의 불만이 있게 마련이고 이를 무마하려면 큰 비용이 드는데, 패권적 정보와 문화는 아예 이런 인식을 막아 불만이 생기지 않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국제 뉴스는 이 점에서 단적인 사례다. 잘 알려졌다시피 서울신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언론들은 대부분의 국제 뉴스를 CNN이나 로이터 같은 국제 뉴스사들이나 국제 정세에 민감한 선진국 언론들의 공급에 의존한다. 우리도 특파원이 일부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교류가 많은 나라에 국한된다. 허버트 실러가 한참 인용될 때인 1980년대 초중반에도 그랬지만 그때에 비해 나라의 부가 몇 배나 증가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수시로 벌어진 전쟁 탓에 국제 뉴스의 온상이 된 중동의 경우는 최근의 재스민 혁명이나 리비아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들 국제 언론사의 취재 범위를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고 최근 연구는 말한다. 그러나 이 점은 이들 뉴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중동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크게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동침 언론’으로 직역될 수 있는 이른바 ‘임베디드 저널리즘’(embedded journalism)은 이들 언론의 약점을 지적한 말로, 전쟁에 참여한 한쪽 군대와 같은 침상을 쓰는 기자가 어떻게 양쪽을 공평하게 볼 수 있겠는가를 빗대는 말이다. 결국, 그 뉴스들은 미국(또는 영국, 나토 등)의 시각을 그대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언론 통제에 실패해 낭패를 봤던 베트남 전쟁 이후 매우 체계적이고 집중적이 된 미국의 전쟁 언론정책, 특히 걸프전쟁을 떠올려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들 언론사가 미국의 정책을 무작정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나름의 관점과 상당한 자율성을 가지고 취재에 임한다. 또 지금은 국제 언론사들이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알자지라 같은 중동 소재의 뉴스사들도 뉴스를 생산하고, 심심치 않게 우리 언론에도 인용된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대안들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미국의 체계적인 정보관리에 턱없이 못 미친다. 빠르고 생생한 뉴스를 추구하는 이들 언론에 문제의 핵심에 있는 사담 후세인이나 오사마 빈라덴, 카다피 등에 대한 각종 정보는 그야말로 금쪽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군사적으로 매우 비밀스러운 것이며, 그에 준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가까이 갈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부나 CIA 같은 정보기관이 언론에 중요하게 취급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이 전략적으로 흘려주는 정보는 국제 언론사들에 의해 다시 가공되고 전 세계로 전파된다. 가치 높은 뉴스를 얻으려면 이들의 이런 관리를 받는 게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오사마 빈라덴의 죽음을 두고 끊임없이 제기되는 각종 의문과 루머, 리비아 사태의 향배를 둘러싼 확인할 길 없는 이런저런 예단과 추측성 전망은 앞으로 생길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어떤 사태에서 큰 차이 없이 반복될 것이다. 마치 이라크전이 걸프전의 쌍둥이였던 것처럼. 지난 1980년대에 실러의 주장을 처음 들으면서 충격을 느꼈던 우리 언론이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다른 돌파구 없이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 [내 정치를 말한다] (2)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내 정치를 말한다] (2)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내게 정치란 운동이고 사명감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재야 운동을 하면서 못다 이뤘던 꿈들을 정치를 통해 조금 더 실천하고 싶다. 욕을 먹어도 정치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잘하면 정치를 통해 좋은 일, 착한 일, 바른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돈과 자본의 논리에서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 내고, 시장과 대기업 중심의 사회에서 서민과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도 평화를 거쳐 정치협상으로 완성하고 싶다. (중도적인)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진보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젊은 날의 초심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게 진보는 좌우나 편견의 문제는 아니었다. 경직과 교조가 아닌 유연과 점진의 진보를 하고 싶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말을 좋아했다. 17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민족과 민주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평화와 복지의 길을 통해 언젠가 통일과 평등의 길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생활의 진보, 행복한 진보로 말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고 선거구인 구로로 돌아왔을 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삶의 현장에는 좌우의 편향도 역사적 편견도 없었다. 서민과 중산층이 다르지 않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삶의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패권 사회에서, 양극화 사회에서 삶은 힘들어졌다. 민주정부 10년도 서민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왔다. 그런데 딱 3년 만에 훨씬 더 힘들어졌다. 절박했고 그래서 지난해 10월 직접 전당대회에 나섰다. 최고위원에 당선되면서 이상을 버리지 않되 이념을 앞세우지는 않기로 했다. 새로운 진보의 길, 서민의 고단한 삶을 개선하는 진보, 즉 생활진보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우선 일자리, 교육, 복지의 길을 강조했다. 2012년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나는 줄곧 민주진보대통합을 외치고 있다. 각자의 이해를 넘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한국 정치를 범진보와 범보수로 크게 재편하는 꿈도 꾸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이 그 길에서 진보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꿈꾼다. ? 운동가와 정치인 →운동과 정치, 어떻게 다른가. -실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시대 상황과 주요 과제가 달라졌다. 운동할 때는 ‘식민지 사회에서의 반자본주의’를 생각했다. 지금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의 반자본주의’ 아닌가. 지향점도 운동할 때는 자주, 민주, 통일이었다면 지금은 복지와 평화다. →민주당의 젊은 정치를 상징한다. 부담은 없나. -왜 없겠나. 돌아보면 ‘주제 넘는’ 사명감이 나를 지켜 주는 큰 힘이 됐다. 1987년 ‘6월 항쟁’ 승리의 자부심이 나를 끌고 왔다. 한편으론 그 해 대선 패배가 겸손해지게 만들었다. →이른바 486을 자평한다면. -가치의 문제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세력의 문제에선 스스로 진보이면서도 보스가 중도면 중도화됐던 모습은 적어도 털어냈다. 클린턴 세대들처럼 ‘리브 오어 리드’(leave or lead)다. 선배들이 잘 이끌면 함께 가지만 잘못 이끌면 못 간다. 그때는 준비가 덜 됐더라도 우리가 한다. →정치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17대 국회 때 국가보안법 폐지 정국 당시였다. 내가 지도부였다면 혼자서라도 눈 내리는 겨울날 거적 깔고 앉아서 폐지를 외쳤을 것이다. →너무 진정성을 강조하다 보니 판단이 늦다는 비판이 있다. -내 판단의 기준은 옳고 그른 것이다. 옳다는 것은 신념이 걸리는 문제다. 대신 한번 결정하면 바꾸지 않는다. →‘리틀 GT(김근태)’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동의하나. -그 분보다 민주화에 더 헌신했던 사람이 있는가.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의 역사와 가치가 무시당해야 되나. 김근태의 깃발은 내가 들어줘야 한다. ? 민주 최고위원 그리고 이후 →최근 무엇에 집중하는가. -이 시대에 맞는 제2의 전환시대 논리를 구상 중에 있다. 진보와 통합이다. 이 부분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스피커가 작을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당권과 대권 도전에도 뜻이 있나. -이번 전당대회나 늦어도 다음 전당대회부터는 486 세대의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다. 나는 당의 진보화와 통합·연대연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는 건 사실이다. 자리에 대한 욕심으로 도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가치의 문제에선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정치할 생각인가. -처자식 죽여 가며 하는 정치는 절대 안 한다. 아내와 아들, 정치 중에서 택하라고 하면 아내와 아들을 택한다. 3번 이상 죄 지으면 절대 안 한다. 벌써 한 번 죄 지었다(이 최고위원은 한 번의 죄가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한 최측근은 ‘2000년 총선 패배’일 거라고 말했다). ? 민주당과 야권통합 →손학규 대표가 잘하고 있나. -무난하다.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방법 말고 더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는 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진보로 가야 돕는다. →손 대표의 최측근이라 불리는데. -최측근인 적 없다. 그런 말 들으면 자존심 상한다. 굳이 말하자면 보완재로서 파트너다. →김진표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는데. -진보와 통합의 방향성을 잘 견지해 주기 바란다. →지도부 입성 후 바라본 민주당은 어떤가. -서민과 중산층의 손을 놓고 기득권화된 측면도 있다. 요즘 다시 국민들의 손을 잡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치가 투기화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야권 통합의 현실과 전망은. -연대연합보다는 대통합해야 이긴다고 생각한다. 정파·정당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운명보다 크지 않다. 국민의 박동을 느끼면 통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치인, 정국 현안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여전히 유력한 야권 주자인가. -물론이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는 1980년대 초중반 학생운동의 힘이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구했던 역사적 결단과 같은 곳에 에너지가 사용되면 폭발력이 있을 것이다. 정치 게임을 잘하고 독설로 상처주기보다 항소이유서로 감동주고 노 전 대통령을 구했던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세론을 유지할까. -박근혜라는 사람을 잘 모르겠다. 국민 앞에서 낱낱이 드러난 적이 없고 국정 운영을 위한 자격 검증도 받은 적이 없다. 내년 총선, 대선까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세론도 사라질 것이다. →한나라당의 쇄신 바람이 거세다. -가치의 깃발이 사라진 쇄신 논의는 권력 투쟁이다. 한나라당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현재로선 어떤 가치의 깃발도 확인하지 못했다. 방향과 구체성이 없는 개혁은 권력투쟁이기 때문에, 하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글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이인영 최고위원은 ▲1964년 충북 충주 출생 ▲충주고·고려대 국문학과 및 언론대학원 졸업 ▲병역 면제(1987년 6월 민주화항쟁으로 투옥) ▲고려대 총학생회장 및 전대협 1기 의장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조직국장, 한국청년연합회 지도위원 ▲노무현대통령후보 선대위 인터넷선거특별본부 기획위원장 ▲17대 국회의원(서울 구로구갑) ▲2010년 지방선거 민주당 서울특별시당 기획단장 ▲민주당 최고위원 ▲제1회 박종철 인권상 수상 ▲저서 ‘나의 꿈 나의 노래’
  • 트래비 스토리> 시안(西安)…황제의 죽음을 함께했던 사람들

    트래비 스토리> 시안(西安)…황제의 죽음을 함께했던 사람들

    시안(西安) 방문을 앞두고 체크한 일기예보는 여정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올 것이라고 알려줬다. 여행객에게 ‘날씨 흐림’은 반갑지 않은 동반자임에 분명하다. 북서부에 황토고원이 위치하고 황하가 아니었다면 건조한 이곳에 하필이면 여행 시기에 맞춰 비라니, 이번 여행 운은 나쁘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시안에 도착하고, 워낙 건조한 지역이서 손님이 비를 몰고 오면 더 귀하고 반갑게 맞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금세 우쭐한 기분이 됐다. 또 평소 같으면 아무리 진귀한 보물이 전시돼 있어도 화창한 날씨 탓에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 들곤 했던 박물관 방문도 흔쾌히 즐기게 됐다. 글·사진 이지혜 기자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서울사무소 02-773-0393, 산시성인민정부, 시안시인민정부, 2011시안세계국제원예박람회 www.expo2011.cn,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 여유(旅遊)는 여행과 관광을 뜻하는 중국어다. 중국어로는 ‘뤼요우’라고 발음한다. 중국국가여유국은 중국 중앙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여행 관련 업무 조직이며, 서울사무소를 운영 중에 있으므로 이곳에 여행 관련 정보를 문의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시안 항로를 주 4회(월·수·금·토요일) 운항하고 있다. 병마용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진시황을 지키는 병마용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기병이고, 한경제의 왕릉인 한양릉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궁정악사와 무희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왜 이것에 대해 언급하는지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진시황은 무력을 통해 전국시대를 통일했으며, 강한 군대를 기반으로 한 통치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다른 국가와 달리 우위를 가진 기량이 다름 아닌 기병이었다. 한양릉의 주인인 경제는 한나라의 네 번째 황제로 국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특유의 문화예술이 발달하던 시기의 황제다. 이때의 힘을 바탕으로 한무제는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전성기를 누리고 됐다. 힘의 역사를 수호하는 병마용 “시엔양 가세요?” “아니요, 시안 가는데요.” 병마용 유적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에 앞서, 시안 출장길에 공항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언급하고자 한다. 탑승카운터 직원이 위와 같이 물었을 때 동북지역 리야오닝(요녕)성의 성도인 선양(瀋陽, Shenyang)을 묻는 줄 알았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해도 서울 간다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임을 감안하면, 그 직원은 시엔양이 시안의 국제공항임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았을 듯하다. ‘시안’은 산시(陝西, 섬서)성의 성도이자 중국 서부 지역의 중심 도시이다 한자 발음인 ‘서안(西安)’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그나마 역사 시간에 배운 ‘서안사변(1936년 동북군 총사령관 장학량이 당시 국민당 총통이었던 장개석을 화청지에서 납치하고 감금했던 쿠데타)’이 떠오르는 이곳, 중국식 발음으로 ‘시안’이다. 과거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 등의 수도로 나라가 오래도록 평안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아 ‘장안(長安)’이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수도를 비롯한 국가 경제·문화 중심이 동부의 베이징 등으로 옮겨온 것과 더불어 서쪽이 편안하라는 의미에서 ‘시안(西安)’이 됐다. 시안은 여전히 서부의 중심 도시 가운데 하나지만, 중부의 충칭(重慶)이나 남부의 광저우(廣州) 등과 같은 고층 빌딩은 찾아볼 수 없다. 흔히 ‘시안은 어디를 파도 유적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를 함부로 개발할 수 없고, 옛 건물들은 중소지방도시의 소박한 모습인 채로 수년이 흘러도 홀로 제자리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이는 그곳에는 넓디넓은 관중평야가 2,000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왕조가 바뀌고 전쟁이 계속되면서 아방궁이나 대명궁과 같은 황제의 권력이 있기에 가능했던 화려한 건축물들은 사라졌지만, 친숙한 중국여행의 이모티콘인 병마용과 무용(무희 등을 형상화한 인형) 등을 만날 수 있는 유적지들이 과거와의 연결고리가 되어 준다. 눈에 보이는 엄청난 규모와 예스런 자태 등은 두 눈을 즐겁게도 하지만, 각각의 유물과 그것이 발견된 유적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게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시엔양(咸陽)’은 시안의 동북부에 위치하며 시엔양국제공항은 시안 시내에서 약 1시간 거리다. 인천은 특수한 경우지만, 이와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 공항을 건설한 이유는 시안 인근에 유적지가 워낙 많아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안과 시엔양국제공항 사이의 고속도로를 건설하다 발견한 유적지가 한양릉이다. 또한 시엔양은 진시황제가 다스린 진나라의 황궁이 위치한 곳이다. 시엔양은 관중평야에서도 위하의 하류 지역으로 여산을 끼고 있는 풍수지리가 좋은 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방궁은 시엔양 지역에 위치한 궁들 가운데 정무를 보는 정전(正殿)의 전전(前殿 )이다. 진나라의 시조는 본래 황하 하류 동해에 거주하던 동이족의 한 분파였는데, 후에 간쑤(甘肅)성의 동부로 이주해 유목민족 생활을 한다. 한족과 외모가 다르며 신체적으로 훨씬 체격조건이 우월한 편이었다. 역사서 <사기>에는 진시황릉의 지하궁전이 묘사돼 있다. 지상의 궁전을 본떠 만들었으며, 대량의 수은을 사용해 황하와 양자강을 조성하고 매일 진시황의 관이 중국 전역을 주유할 수 있도록 설비했다. 병마용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74년에 린퉁(臨潼)의 농민들이 우물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병마용갱의 위치를 근거해, 인근 여산 토질에 수은 함량이 많은 점 등과 연계해 진시황릉의 위치를 파악하게 됐다. 오랫동안 밀폐된 공간에 있던 지하궁전 내의 수은이 공기와 접촉할 경우 대량의 독가스가 발생하기에 발굴을 미루고 있으나, 과학적인 조사에 따르면 그 내부의 모습이나 규모가 사기에 묘사된 것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마용갱은 진시황릉과 1.5km 거리에 위치하며, 약 7,000여 개의 사람과 말의 토우가 매장돼 있다. 실제와 같은 크기로 제작됐으며, 같은 모습이 없고 핏줄이나 근육 모양, 표정 등까지도 세밀하고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병마용은 모두 동쪽을 향해 있는데, 이는 궁전과 성의 문 위치 등도 동일하다. 이에 대해 동방을 숭상하는 종교를 가졌다거나, 동쪽 나라를 평정하고자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 한양릉 병마용만 봐도 사람들은 진시황을 떠올린다. 서양의 드라큘라와 미이라만큼 동양의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반면에 한양릉에서 출품된 도용(도자기 형태로 제작된 인형)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50~60cm의 자그마한 크기에 팔도 없이 앙상한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금성과 경복궁을 크기만으로 비교할 수 없듯이, 한양릉의 도용 역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안을 찾는 이들에게 병마용뿐 아니라 한양릉도 꼭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중국의 문화를 꽃피운 한나라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그것이 현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나라를 먼저 알아야 하고, 동시에 한나라와 패권을 다툰 초나라를 알 필요가 있다. 진나라는 아방궁을 비롯해 수도 시엔양에 호화로운 성을 지었을 뿐 아니라, 지상의 궁전과 유사한 규모의 지하궁전도 건설했다. 동시에 북방민족을 막기 위한 만리장성도 축조했다. 진시황릉이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진시황이 즉위한 직후부터이며, 37년 동안 72만명의 인력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공사는 황실의 위엄과 통치력을 확보하는 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진시황 사후에 진나라는 곧바로 멸망했다. 진나라의 멸망 후 천하를 얻기 위해 겨룬 이들은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다. 항우는 초반에 우세를 띠었는데, 진나라의 궁전은 물론이고, 병마용갱 등 유산을 모두 불태웠다. 병마용갱은 화재로 인해 내부를 지탱하던 기둥이 소실되면서 함몰됐고, 병마용 역시 심하게 훼손됐다. 다만 도굴의 화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덕분이다. 지금도 병마용갱 박물관에 가면 병마용을 복원하는 작업이 한 쪽에서 계속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병마용은 균열된 자국이 보인다. 일부는 복원하지 못한 것도 있다. 후학자들이 유방이 승리한 이유를 분석하는 데 있어, 평민 출신의 유방이 백성의 고초를 알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때문에 한나라 왕조 역시 되도록 백성들의 고충을 덜어 주는 데 항상 주의를 기울였다. 한양릉에서 발견된 부장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실제 크기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크기로 제작돼 있다. 이는 실물 크기로 제작할 경우 백성의 고충이 너무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황후의 능과 합장하고 있으며, 다른 왕조와 비교해 소박함이 느껴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은 무희나 악사 등 문예와 관련된 도용이 많다는 점이다. 병마용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황궁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에 예인이 많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한나라 시대의 무용은 궁정 의전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전문 악부가 민간 무용을 비롯해 고대의 의전 무용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서역과 서남 소수민족의 무용 또한 포함돼 있었고, 감정과 예술을 결합시키는 데 대해 관심이 높았다. 사람 도용 외에 동물 도용도 다양하다. 흥미로운 것으로 개보다 작은 크기의 돼지가 있다. 이 돼지는 쓰촨(四川) 지역 등의 토종 품종으로 육질이 훨씬 쫄깃쫄깃하고 맛있다고 한다. 이렇듯 한양릉에서는 궁의 의장군대뿐 아니라 생활용구 등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부장품이 다수 발굴됐다. ◈ 2011시안세계원예박람회는? 211시안세계원예박람회 (International Horticultural Exposition 2011 Xi’an, China)가 4월28일부터 10월22일까지 178일 동안 시안시 찬바 생태구에서 진행된다. 박람회 주제는 ‘천인장안(天人長安), 창의자연(創意自然)-도시와 자연의 화합 공생’이다. 장안은 시안의 옛 명칭인 동시에 ‘국가번영과 평안의 상징’이다. 마스코트는 시안의 시화인 석류를 형상화한 ‘장안화’다. 중국은 1999년에 쿤밍, 2006년 선양에서 세계원예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 418만 평방미터의 부지에 장안탑, 창의관, 자연관, 광운문 등 주요 건축물과 5곳의 테마경관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관은 정자와 연못으로 이뤄진 우리 정원을 조성했다. 정자의 이름은 순천정이다. 조선관은 한옥의 양식과 사뭇 다른 모습의 조선가옥을 선보이고 있다. 언뜻 한옥처럼 보이지만 용마루 끝과 처마 끝에 장식하는 십장생 동물의 형상인 ‘어처구니’가 없는 점이 눈에 띈다. 조선관 내부에는 김정일화를 전시할 예정이다. 입장료 일반표 100위안(한화 1만8,000원), 지정일표 150위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한국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한국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프리미어리그] ‘첼시전 종결자’ 박지성, 한번 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 ‘더블’(EPL, 챔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맨유가 9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첼시와 사실상 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21승10무4패(승점 73)로 리그 선두를 달리는 맨유는 이날 21승7무7패(승점 70)로 턱밑까지 추격해 온 첼시와의 맞대결로 더블 달성의 첫 관문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다. 맨유가 이기면 승점 6점 차로 달아나게 돼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만 보태면 2008~09시즌 이후 2년 만에 패권을 탈환한다. 반대로 첼시가 승리할 경우 동률이 된다. 현재 양 팀의 골 득실이 똑같기 때문에 첼시가 맞대결에서 이기면 골 득실에서 앞서게 돼 남은 2경기에서 맨유와 같은 성적만 거두더라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리그 정상을 지킬 수 있다. 객관적으로 유리한 쪽은 맨유다.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 5일 열린 샬케04(독일)와의 챔스리그 4강 2차전에 주전들을 대거 빼며 첼시전을 준비했다. 맨유는 첼시를 맞아 웨인 루니, 박지성, 파트리스 에브라, 네마냐 비디치,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낸드 등을 총출동시킬 전망이다. 또 챔스리그 8강전을 포함, 올 시즌 첼시전 3승1패로 우위에 있다. 게다가 맨유는 비기기만 해도 우승 경쟁에서 한발 앞서갈 수 있다. 심리적 부담이 적다. 첼시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시즌 초반 6위까지 밀렸던 첼시는 최근 리그 10경기 동안 8승2무의 무서운 상승세로 순식간에 리그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1월 리버풀에서 이적한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의 연착륙 성공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지만, 디디에 드로그바, 플로랑 말루다, 니콜라스 아넬카 등 기존의 공격수들만으로도 파괴력은 충분하다. 뒤쫓는 첼시가 공격적인 전술로 나설 확률이 크다. 결국 맨유는 수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수비 가담이 좋은 박지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대 진영, 혹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박지성의 커트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첼시의 예봉도 무뎌질 수밖에 없다. 또 첼시와의 챔스리그 8강 1, 2차전에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왜 자신이 큰 경기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증명해 보였다. 2차전에서 결승골까지 터뜨렸던 박지성이 맨유의 리그 우승을 향한 마지막 문턱 첼시를 넘어가는 데 어떤 역할을 보여 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끊이지 않는 전쟁 뒤에 숨은 ‘석유패권’

    흔히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로 불린다. 그만큼 대표적인 분쟁지역이기도 하다. 분쟁지역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전략 지역임을 의미한다. 중동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이 연결되는 지역으로 고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또한 동·서양이 만나는 중심지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대표적으로 생기는 의문점 하나. 그렇다면 중동에서는 왜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아랍민족은 다 호전적이고 이슬람이 폭력적 종교여서일까. 또 서구 언론의 보도처럼 무슬림들은 극단주의자이고 테러리스트인가. ‘중동은 불타고 있다’(유달승 지음, 나무와숲 펴냄)는 이에 대한 답으로 ‘석유패권’을 내세우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와 많은 석유가 발견되면서 서구 열강이 석유를 장악하기 위해 중동에 직접 개입했고 그때부터 중동의 비극이 시작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동 분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중동을 장악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미국의 에너지 패권전략이 그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의 경우 본질적으로 자원전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라크는 신의 축복이 내린 지역으로 알려질 만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으며 미국이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무기는 끝내 찾아내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2006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역시 석유 송유관 전쟁이라고 말한다. 2002년 5월 카스피해에서 지중해로 연결되는 BTC(바쿠~트빌리시~세이한) 송유관이 개통된 후, 터키와 이스라엘은 송유관을 확장해 세이한에서 이스라엘의 항구 아슈켈론까지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 송유관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시리아와 레바논의 영해를 통과하게 되자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이란을 겨냥해 레바논 전쟁을 지역전으로 확대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최근 지구촌을 뒤흔든 아랍의 민주화 운동과 리비아 전쟁의 원인과 의미, 나아가 이를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 또한 다루고 있다. 아랍세계의 변화는 향후 중동 질서의 재편을 둘러싼 역학관계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란다. 1만 3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끊임없이 적을 만드는 전쟁 선동자…‘지지 않는 탐욕의 해’가 만든 분쟁사

    분쟁 지역 취재를 하던 히로세 다카시는 어느 날 이스라엘 가자 지구를 찾아가 팔레스타인 난민을 만난다. 고통과 증오로 범벅된 눈빛으로 삶을 영위하는 이들을 만나고 돌아온 저녁에는 팔뚝에 나치 강제수용소의 문장과 수인 번호를 찍은 채 살고 있는 이스라엘 여성을 만난다. 어느 한쪽에 서서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도 없는 상황을 몸으로 직접 맞닥뜨린 셈이다. 그리고 인류사에서 벌어진 전쟁과 갈등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스스로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고민과 성찰 속에서 그는 역사 속 한 인물을 만난다. 군사이론 교범서 ‘전쟁론’을 쓴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다. 히로세는 평화와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근대사에서 전투와 전쟁의 기술적 이론을 만들어 내며 ‘천재적 군사 전략가’로 일컬어지는 이를 호출하며 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한 의문을 풀어 가기 시작한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히로세 다카시 지음, 위정훈 옮김, 프로메테우스 펴냄)는 47장의 지도를 앞세워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부터 1991년까지 해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과 전투, 분쟁을 빼곡히 채워 놓은 분쟁사 연속 지도다. 지도는 지구상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이 계속돼 왔음을 한눈에 보여 준다. 구구한 말과 설명 없이도 지도 자체가 전쟁의 지긋지긋함을 웅변해 준다. ‘1인 대안 언론’이자 ‘평화와 대안의 삶’을 직접 실천하며 사는 히로세는 생생하고도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전쟁이 세상과 인류를 어떻게 절멸시키는지 생생히 보여 준다. 1984년에 처음 쓰여진 책으로 히로세 평화사상의 원형과도 같다. 평화운동의 고전으로도 꼽힌다. 책의 원제목이 ‘클라우제비츠의 암호문’인 것에서 짐작되듯 그는 전쟁이 미치는 해악과 무엇을 이용해 학살을 자행했는지, 누가 전쟁을 지시했는지를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밝힌 이론을 차용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던진 ‘전쟁의 이유’라는 질문에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 끊임없이 적을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쉼 없이 전쟁을 지향하며 주변을 선동하는 사람을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라고 구분 짓는다. 히로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사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에 의한 ‘전쟁 선동사’였으며 이들이 적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 의해 전쟁이 이뤄진다고 결론짓는다. 전쟁의 근원적 이유를 탐구하기 위해 클라우제비츠를 불러냈다가 다시 그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셈이다. 히로세에 따르면 역사 속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나폴레옹, 클라우제비츠로부터 시작해 히틀러, 스탈린, 부시, 앨런 덜레스(미국 CIA 국장) 등으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며 이어져 왔다. 그리고 전쟁사는 ‘전쟁 선동사’였다고 규정하고 전쟁은 인간의 본성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내용은 분쟁 지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A전쟁 프로젝트를 완수하면 곧바로 B전쟁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그래서 히로세는 권유한다. 독자들 또한 자신처럼 매일 신문에서 분쟁 기사를 보며 분쟁 지도를 만들어 보라고. 미국이건, 구 소련이건 가릴 것 없이 전쟁으로 탐욕을 채워 가는 존재들은 집요한 취재의 결과물 앞에서 낱낱이 까발려진다. ‘핵을 중심으로 한 군사력이 전쟁을 억지한다.’는 논리에 대해 히로세는 “핵은 오로지 핵전쟁만을 방지하고 핵이 없는 나라의 군사적·경제적 지배만을 가능하게 했을 뿐”이라며 그 허구성을 논박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도 개운찮은 구석이 있다. 뭔가 말을 마치지 않고 책을 닫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이 철저히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했는데 추구하는 ‘이익’의 실체 등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어서다. 히로세는 2년 뒤 ‘제1권력-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를 출간했다. 국내에서는 이 책이 첫 번째 책 ‘왜 인간은’보다 먼저 나왔다. 히로세는 두 책을 통해 전쟁과 자본의 연관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자신의 이론을 완성해 나간다. 한국전쟁 때 자행된 세균 전쟁의 진실과 1983년 여객기 격추 사건에 얽힌 음모, 한국과 일본의 군대를 이용한 방위 시스템을 구축해 ‘손 안 대고 코 푼’ 미국 CIA의 첩보전 실상 등도 곁들여져 있다. 세계 패권을 둘러싼 치열하고 야만적인 전쟁의 역사 속에서 한반도 역시 주요 전장이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1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재스민 혁명·국제사회 패권… 모두 ‘빵’에 달렸다

    재스민 혁명·국제사회 패권… 모두 ‘빵’에 달렸다

    허기진 지구촌이 정치혁명을 불러왔다. 예전과 다르게 구조화된 성격의 식량 생산 감소와 가격 급등은 중동·아프리카에서 정치 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세계 곳곳에서 식량자원화와 먹거리 문화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11년 식량 문제가 지구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폴리시(FP) 최신호(5·6월호) 특집을 통해 살펴봤다. 지구촌 식량 위기는 정치 혁명의 문을 열었다. 중동·아프리카 등 제3세계 독재자들의 몰락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서울이나 뉴욕, 도쿄의 중산층들에 식량가격의 폭등은 불편하고 짜증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소득의 50~70%를 식량을 사는 데 써야만 하는 20억명의 지구촌 빈곤층들에는 생사의 문제다. 끼니를 줄여야만 하는 재앙이고, 지치고 허기진 빈곤층과 꿈을 잃은 젊은이들을 계속 거리로 뛰쳐나오게 하는 기폭제다. FP 인터넷판은 26일 ‘새로운 식량의 지정학’이란 기사에서 “국제 식량가격 상승이 세계 정치를 움직이는 숨은 동력이 됐다.”면서 “2011년 식량위기는 지구촌에서 앞으로 더 많은 정치적 혁명을 동반한 식량 폭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중 봉기로 물러나거나 위기에 몰린 국가 지도자들이 튀니지의 지네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식량 생산이 빡빡해지자 러시아, 아르헨티나, 베트남 등 넉넉한 식량생산국들은 지정학적인 칼을 쥐고 흔들게 됐다. 2007~2008년에도 이 국가들은 수출 제한 조치로 세계 곡물수입국들을 공황상태에 몰아넣었다. 식량 수출국들은 갈수록 장기적인 수출 계약을 꺼리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현재 민중 혁명에 휩쓸린 예멘은 호주 등에 대표단을 보내 식량 확보를 시도했지만 장기 식량공급 계약은 끝내 달성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수입국들은 식량확보를 위해 아프리카로 몰려가 유휴토지 임대에 나서는 등 지난 2008년을 전후해 불 붙은 전지구적인 농지 쟁탈전도 점입가경이다. FP는 “수단,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빈국들이 농지 쟁탈전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면서 “세계은행 추산으로는 57만㎢의 땅에 대한 임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반도의 두배가 넘는 넓이다. 대부분의 농지 임대 협상은 은밀하게 진행되는데다 기존의 경작자를 내쫓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앞으로 이로 인해 분쟁과 갈등도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1년 식량가 폭등의 이유는 여느 해와 판이하게 다른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FP는 역사적으로 곡물가격 폭등은 대부분 이상 기온과 날씨 때문에 일어난 일시적 현상이었지만 최근 상황은 구조적이라고 비교했다. 세계인구 급증으로 식량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데도 농작물을 시들게 할 정도의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이상기온, 관개용 지하수의 고갈 등으로 식량 생산량이 더 이상 늘지 않아서 곡물가가 뛰어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지구촌에는 먹여야 할 입이 매일 21만 9000명씩이나 늘고 있다. FP는 일년 가까이 국제 곡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올 수확기 곡물생산량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수입국들의 동요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민중 혁명과 식량 위기를 연결시켰다. 최근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진 아랍과 중동은 곡물 생산량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인구 증가 속에서도 용수 부족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지역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곡물 생산이 이미 줄었고 예멘에서도 감소하는 중이다. FP는 “세계적으로 다음 수확기로 이월할 수 있는 곡물 비축량이 52일 소비분으로 떨어졌다.”면서 “2011년 국제 식량 위기가 고착화되기 전에 국제사회는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FAO가 전지구적으로 농업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필요한 곳에 기술 지원을 하는 것도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세계은행은 지난 15일 전년보다 옥수수가 74%, 밀이 69% 오르는 등 세계 식량가격이 36% 올랐다면서 그 결과 세계 4400만명이 빈곤층으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이석우 국제전문기자 jun88@seoul.co.kr
  • 슈워젤 “美보다 세계가 더 크다”

    “미국도 크지만 세계는 더 크다.” 마스터스 우승으로 깜짝 스타가 된 찰 슈워젤(27·남아공)은 지난 11일 그린 재킷을 입고 이렇게 말했다. 세계 골프에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가 차지하는 위상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 PGA 투어가 세계의 중심이던 시절은 ‘희미한 옛 추억’이 됐다. 골프에서도 미국의 패권은 도전받고 있다. 도전자는 남아공이다. 남아공의 선샤인 투어는 13일 요하네스버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대회를 내년 12월 첫째주에 열겠다고 밝혔다. 이 시리즈는 미국과 유럽, 일본, 아시아, 남아공, 호주 프로골프 투어가 공동 개최하며 올해 4개 대회가 열린다. 액센추어 챔피언십과 캐딜락 챔피언십은 이미 치러졌다. 내년에는 모두 5개가 된다. 개리스 틴덜 선샤인 투어 커미셔너는 “미국이 아닌 국제 무대가 골프 권력을 쥐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선수 돌풍 속 남아공은 ‘세계 골프 맹주’ 중 하나다. 최근 메이저 대회 3개에서 2개의 우승컵을 가져왔고, 9년 동안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 5명의 챔피언을 배출했다.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 트레버 이멜만 등이다. 문제는 새 대회의 개최 날짜다. 12월 첫째주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하는 셰브론 월드챌린지와 겹친다. 남아공에선 네드뱅크 챌린지가 열린다. 그러나 틴덜 커미셔너는 자신만만하다. WGC 대회 상금이 셰브론(500만 달러)보다 두배나 많은 1000만 달러(약 109억원)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형세는 남아공에 유리한 듯하다. 셰브론 월드챌린지의 그레그 맥클로린 커미셔너는 “다른 선택이 많지 않다.”면서 난색을 표했지만 PGA 투어 측은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PGA 투어는 마스터스 기간 긴급회의를 갖고 “남아공에서 WGC 대회가 열리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PGA 투어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에드 무어하우스는 “12월 첫째주가 가장 바쁜 시기이지만 WGC 대회 날짜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발 골프 권력 재편이 성공할 수 있을지 세계 골프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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