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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거제도 항만시설 2년 전 장기임대 요청”

    중국이 2013년 거제도의 항만시설을 자국 기업에 장기 임대해 달라며 청와대와 국방부 등에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2013년 봄 중국 측이 “거제도 항의 부두 중 하나를 장기간 중국 기업에 임대할 수 없겠느냐”고 청와대와 국방부 등을 통해 문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중국의 요청은 한국 국방부의 강한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항만시설 사용을 희망한 것은 중국 기업이었지만 배후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추정했다. 민간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군이 한국에 진출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중국의 해상교통로 장악 전략인 ‘진주 목걸이 전략’이 한반도까지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거제도는 제주도에 버금가는 크기로 일본해와 동중국해를 잇는 위치에 있는 무역 및 안보 요충지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말라카 해협, 인도양, 페르시아만으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에 있는 나라의 항만 개발을 지원, 참여함으로써 해상 거점 확보를 통한 패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을 압박하는 진주 목걸이(전략)”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한국이 군사동맹인 미국과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중국 사이에서 부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경제적 절친 G2 가짜 호황 키우다

    경제적 절친 G2 가짜 호황 키우다

    G2 불균형/스티븐 로치 지음/이은주 옮김/생각정원/460쪽/1만 8000원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을 놓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 여파는 이미 각국 경제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역시 G2 국가인 중국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미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형성해 온 중국으로선 향후 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 불안은 이미 예고된 사건일 뿐이라면 어떨까. ‘미국과 중국이 서로 의존하며 가짜 호황을 조장해 왔다.’ 이른바 ‘더블 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가 신간 ‘G2 불균형’에서 미국과 중국의 해묵은 경제관계를 폭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편의에 따라 협력적 성장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지금의 세계 경제는 그 비정상의 협력 관계가 불러온 파행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불균형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중의 불균형거래는 중국의 문화대혁명부터 시작됐다.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은 국가 생존전략으로 성장을 택했고 미국도 기존 정치적·경제적 패권을 유지하는 첩경으로 성장을 선택했다. 그 결과 양국은 1970년대 말부터 세계적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의존성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어 세계경제의 ‘가짜 호황’을 부풀려 왔다. 압축해 말하면 중국의 수출품으로 미국이 소비 파티를 벌여 온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수출주도형 생산 모형이 가능하도록 세계 최대의 수요 시장을 만들어 줬고 중국은 경제 사정이 나빠진 미국 소비자에게 값싼 제품을 대량 제공했다. 중국은 자산의 잉여자본을 저축이 부족한 미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해 왔다. 잉여자본이 국내에 유입되면 위안화(인민폐) 가치가 상승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불을 보듯 뻔한 일. 자국 통화가치의 급속한 상승을 막기 위해 중국이 축적된 외환을 달러로 표시된 자산에 재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제 그 불균형 관계의 후유증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미국은 저축과 무역적자, 부채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은 과도한 자원 수요와 소득 불평등, 환경침해와 오염의 문제를 놓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양국의 과도한 의존이 병리적 현상으로 굳어졌고 결국 곪아터진 게 2008년 금융위기다.” 책의 특징은 정치적·군사적 경쟁과 마찰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양국이 그간의 왜곡 관계 청산에 하루빨리 눈떠야 한다고 지적한 점이다. 그리고 그 해법은 균형화를 찾는 것이다. 중국이 소비 성장 모형, 미국이 수출·생산 주도 모형으로 전환해 불균형을 해소한다면 두 나라는 새로운 공생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중국은 수출과 투자 주도형 성장에서 벗어나 내수를 살리는 경제 전략, 즉 세계의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저축을 장려하는 한편 과잉 소비를 근절하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해소하면서 생산자 중심의 경제 전략을 취하라고 주문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양국의 대응 태도를 콕 집어 대비시킨다. 중국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미국의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지속 불가능한 ‘제조업 주도 수출 모형’에서 탈피해 ‘내수 진작과 서비스업 주도의 성장 모형’을 골자로 기초 경제 안정화의 새 전략을 채택했다. 반면 미국은 소비 주도형 성장이라는 케케묵은 카드를 움켜쥔 채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중국이 방향을 전환한 시점에서 미국이 계속 ‘소비 파티’에 의존하다가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신경 써 들어야 할 일갈이다. “미국은 허울뿐이던 수출 산업의 내실을 다지고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도 역시 높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저자는 말미에 미국 정부를 향해 이렇게 한마디를 던진다. “자국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미국 정부의 오랜 습성을 타파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82억짜리 ‘타격 기계’ 볼티모어로

    82억짜리 ‘타격 기계’ 볼티모어로

    ‘타격 기계’ 김현수(27)가 마침내 미프로야구(MLB)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는다. ‘볼티모어 선’은 17일 “한국의 외야수 김현수가 2년간 700만 달러(약 82억 5000만원)의 조건으로 볼티모어 입단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김현수가 ‘메디컬 테스트’만 통과하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1호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는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미네소타) 등 3명이다. 하지만 모두 ‘포스팅’(비공개경쟁입찰) 과정을 거쳤다. 김현수는 이날 오전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해 빅리그 진출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돌았고 결국 현지 보도로 확인됐다. 볼티모어는 일찍부터 ‘좌타 외야수’ 김현수에게 눈독을 들였다. 올 시즌 좌타자 부족과 외야수 부진으로 고전했고 좌타 거포 크리스 데이비스마저 FA 시장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10시즌을 뛰며 0.318에 달하는 높은 개인 통산 타율을 기록한 김현수는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였다. 특히 올해에는 0.326의 ‘고타율’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인 28개의 홈런을 쳐냈다. 한국과 아시아 야구에 관심이 많은 댄 듀켓 볼티모어 부사장은 이런 김현수의 가치를 알아보고 영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티모어 지역 매체 MASN은 이날 “댄 듀켓 부사장이 2013년 영입한 윤석민(KIA)보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김현수는 파워와 정확성, 출루율까지 좋다”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고 알렸다. 앞서 볼티모어 선도 김현수가 한국 최고의 ‘콘택트 히터’라면서 “주로 좌익수로 뛰겠지만 출루율 등을 볼 때 1번 타자로도 손색이 없다”고 전했다. 볼티모어구단 홈페이지는 “김현수가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홈런 20개 이상이 필요하다”며 20홈런을 성공의 잣대로 봤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도 “김현수는 볼티모어 좌익수 요원”이라면서 “대단한 선구안을 지닌 꾸준한 타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타자 친화적인 볼티모어 홈구장 캠든야즈에서 20홈런 이상은 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측 펜스까지가 97m로 101m인 왼쪽 펜스보다 짧은 캠든야즈의 ‘이점’을 좌타자인 김현수가 최대한 잘 살려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명가 뉴욕 양키스, 보스턴 등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볼티모어는 통산 세 차례 월드시리즈를 제패했고 리그 우승도 일곱 차례나 차지한 강호다. 1990년대까지는 양키스와 지구 패권을 다퉜지만 2000년대 들어 다소 부진했다. 2012년 포스트시즌 진출, 지난해 지구 우승까지 일궜으나 올해는 3위에 그쳤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文 “사즉생 각오… 당내 투쟁 일으키면 문책할 것”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비주류의 대표직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가 들끓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사즉생의 각오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며 비주류와의 타협 대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문 대표는 이날 안 의원 탈당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권과 맞서 싸워야 할 엄중한 상황에서 제 할 일을 못 하고 오히려 분열된 모습을 보여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며 야권 분열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방점은 ‘마이웨이’에 있었다. 그는 “혁신을 공천권 다툼이나 당내 권력투쟁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당내 투쟁을 야기해 정권 교체를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비주류에게 경고했다. 또한 “비례대표를 포함한 모든 공천에서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공천을 이루겠다. 대표의 공천 기득권이나 계파 패권적 공천은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라며 총선체제 조기 전환과 공천 혁신을 통한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비주류 측 ‘구당모임’의 최원식 의원은 “반대 견해에 대한 소통과 경청 의지가 없는 것 같다. 통합하려면 생각이 다르더라도 계속 얘기해야 하는데 딱 선을 긋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이르면 17일 총선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성사를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지만 비주류에서 지속적으로 그의 불출마 및 당직 사퇴를 요구했다. 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앞서 문 대표의 측근 3인방(윤건영, 이호철, 양정철)에 이어 주류발(發) 인적 쇄신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원외 측근 불출마는 ‘티저’(예고편)였다. 불출마는 짧고 굵게 끝내고, 인재 영입으로 안 의원과 차별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신당’의 우선 영입 대상으로 꼽히던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지금 당이 이렇게 어려우니까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한다는 당위감이 더 옳게 다가온다”며 당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병호·황주홍 의원과 17일 동반 탈당하는 유성엽 의원은 탈당은 하되 “(안 의원 측에 합류하지 않고) 야당 통합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연내 현역 20명은 탈당할 것”이라던 문 의원의 공언과 달리 안 의원과 함께하는 의원의 숫자가 예상을 밑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병호·유성엽·황주홍 탈당…“당에 남는 건 역사 앞에 죄”

    문병호·유성엽·황주홍 탈당…“당에 남는 건 역사 앞에 죄”

    새정치민주연합의 문병호(인천 부평갑), 유성엽(전북 정읍), 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 의원이 17일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의 지난 13일 탈당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의석수는 126석에서 123석으로 줄어들게 됐다. 문병호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연합을 떠나 야권의 대통합과 대혁신, 승리의 길을 가겠다”면서 “이런 뜻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 야권을 재편하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희망과 대안을 찾겠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어 “야권이 새누리당을 이기기 위해선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면서 “계파 패권이 만들어 놓은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새정치연합 지지층은 물론 중간층까지 지지를 확대할 것이며, 동시에 모든 야권의 대단결과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잠시 분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라면서 “더 큰 단결, 더 큰 혁신을 통해 반드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이길 수 없다.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은 전무하다”면서 “당의 변화와 혁신, 총선승리와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당에 남는 건 무책임한 것이자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정이 이런데도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거듭되는 선거 참패에도 불구, 반성도 책임도 대책도 없이 아집과 계파 패권에 눈이 어두워 승리의 길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의 중심의제 설정, 새누리당의 재벌비호 보수정치에 대한 단호한 저항, 기존 야권의 낡은 운동권 정치와의 단호한 결별을 선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安 탈당에 “국민께 사과…공천혁명 이룰 것”

    문재인, 安 탈당에 “국민께 사과…공천혁명 이룰 것”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대해 국민께 사과했다. 문 대표는 앞으로 혁신과 인적 쇄신을 통해 공천혁명을 이루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표는 이날 안 의원 탈당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 송구스럽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문 대표는 이어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반드시 혁신을 이뤄내고 말겠다고 다시 한 번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혁신을 공천권 다툼과 당내 권력투쟁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들은 결코 성공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 당이 수권정당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선 기필코 혁신해야 한다. 어떤 요구에도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을 포함해서 모든 공천을 상향식으로 공천혁명을 이루겠다”면서 “당 대표의 공천기득권이나 계파패권적 공천은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 당을 빠른 시간 내에 일사불란하게 총선 승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더이상 당 내부 분열 등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면서 “당내투쟁을 야기하면서 혁신을 무력화하고 당을 흔들어서 결과적으로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세력에게는 이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2015년의 동북아 정세를 돌아보며/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2015년의 동북아 정세를 돌아보며/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5년은 먼 훗날 동북아의 지나간 역사를 회고할 때 변화의 큰 획이 그어진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1910년 한국을 식민지로 합병하며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이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에 항복하고 전쟁을 영원히 포기한다는 평화헌법을 공포했는데, 지금은 안보법안을 통과시키며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모해 버렸다. 평화헌법 공포가 1947년이었으니 실로 68년 만에 새로운 역사가 전개된 것이다. 36년간 통한의 식민지배를 당한 한국으로서는 이 변화를 눈을 부릅떠 목도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일본의 이러한 변화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튀어 나가자 일본은 우주를 절대 군사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군사적 목적의 첩보위성 4기 체제를 확립했다. 2024년까지 10기로 증강돼 매일 한국을 여러 번에 걸쳐 손금 보듯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표면적 이유는 북한 때문이란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중국의 급부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일본 내부의 단합된 모습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돈을 갖게 된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주요 2개국(G2)이 되기 위해 십수 년 동안 두 자릿수 이상의 국방비 증액을 추구하며 일본의 불안을 증폭시킨 결과다. 중국은 경제력을 갖게 되자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해 해·공군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현재 다롄(大連)항에서 2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공격을 받으면 함께 싸운다는 집단자위권을 빌미 삼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1953년 한국전쟁이 종식되고 큰 전쟁이 없었던 동북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미국, 일본의 연합체제와 중국이 대립하는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태평양을 온전하게 지배하려는 미국에 대해 그 일부인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중국 입김을 인정하라는 중국의 기싸움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중국 본토에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중국 동해안에 둥펑(東風)미사일 시리즈를 무수하게 배치하는 중국을 보면 바다의 패권을 소홀히 해 중국이 겪은 아편전쟁의 쓰라린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게 된다. 2015년의 미국, 일본의 해·공군력 연합체제는 압도적으로 중국에 앞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첨단화되는 중국의 해·공군력 그리고 양적인 우세는 미국도 감당하기 힘든 때가 올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는 지도자와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 국력을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 나라 바깥에서 불고 있는 역사의 변화를 중대하게 체감하고, ‘강력한 국력이 뒷받침돼야 나라를 지키고 후손들에게 불행한 역사를 남겨 주지 않는다’는 대오각성을 해야 할 것이다. 단군 이래로 가장 잘살게 됐다고 하지만 주변에 강대국들이 포진한 지정학적 구속을 벗어나기 어렵고 북한마저 핵무기와 미사일로 위협하는 형국이니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긴장감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둘째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변함없이 잘 견지해 나가야 한다. 한국이 이만큼의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주한미군이 크고 작은 전쟁을 막아 주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금도 매년 50조원을 쏟아부으며 주일 미군을 유지해 평화의 실익을 챙기고 있다. 셋째는 동북아 평화협력 체제의 출범을 한국이 선도해야 한다. 이미 시작된 동북아의 군비경쟁이지만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군사비로 낭비하는 돈이 동북아 전체가 잘사는 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돈으로 쓰여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침략의 죗값이 없는 한국이 주창해 나가야 한다. 2000년 동안 빈번하게 반복된 주종과 대립의 역사를 초월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관련 국가들이 풍요롭고 서로 협력하는 역사를 창출하도록 한국은 대범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처럼 특정한 지정학적 여건하에서는 역사가 그대로 반복되진 않지만 반복되는 역사의 패턴은 있다”는 말이 있다. 상생하는 역사의 패턴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국이 잘살 수 있다는 철학과 생각의 진화가 있는 2016년이 돼야 하겠다.
  • 野의총 ‘文퇴진·비대위’ 갑론을박… 비주류, 탈당 여론 눈치보기

    野의총 ‘文퇴진·비대위’ 갑론을박… 비주류, 탈당 여론 눈치보기

    ‘공동창업주’였던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이어 14일 안 의원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이 황주홍, 유성엽 의원과 17일 동반 탈당하겠다고 밝히는 등 새정치민주연합은 후폭풍에 시달렸다. 당의 혼란을 극복하고자 열린 의원총회에서 백가쟁명식 해법이 도출됐지만, 뚜렷한 대안으로 수렴되지는 못했다. 호남의원들은 긴급회동을 갖고 “문재인 대표가 호남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대안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문 의원 등에 이어 비주류가 ‘엑소더스’(대탈출)를 하기보다는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호흡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문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저를 포함해 유·황 의원 등 3명이 17일 탈당하기로 했다”며 “연말까지 20명은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한길 전 대표가 (통합 과정에서) 안 전 대표에게 빚진 것이 있다”며 “신당 쪽으로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의 발언은 탈당 규모가 비주류 최대 계파인 김한길계의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제 거취뿐 아니라 총선을 앞둔 야권 상황에 대해서 고민이 깊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안 의원을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고 말한 것에 비하면 신중한 입장이다. 비주류 성향 ‘구당모임’은 오찬회동 뒤 소속의원 19명 명의의 성명을 통해 “문 대표는 당대표로서 작금의 상황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당의 분열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조속히 비대위가 구성돼 난국을 풀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자는 강경론부터 문 대표에게 맡기고 지켜보자는 신중론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5선 정세균 의원은 “뺄셈정치가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이 문제이고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한다. 호남 민심이 중요한데 지도부에서 수습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류 강기정 의원은 “문 대표를 인정해야 한다. 비대위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손학규계) 양승조 의원은 “큰 책임이 문 대표에게 있는 게 맞지만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부분인 댐(문 대표)이 무너지지 않게 한 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주류 강창일 의원은 “문재인과 안철수, 개인의 사당이 아니다.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지고 있다”면서 “리더들을 중심으로 빨리 비대위를 구성해서 대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표에 대한 퇴진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의원들의 회동에서는 신중론이 지배적이었다. 김성곤 의원은 “더이상의 분열을 막기 위해 호남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문 대표께서 대안을 보여 주셔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탈당이 거론된) 황 의원은 아무 말씀 안 하셨고, 유 의원은 문 대표의 결단에 따라 거취도 가변적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안철수 신당’의 영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 비록 뜻이 맞지 않아 갈라섰지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우리가 손을 잡아야 할 시간이 다시 올 수도 있다”면서 “문 대표는 사람을 안아야 한다. 문재인당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安 ‘제3의 길’… 野 시계제로

    安 ‘제3의 길’… 野 시계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업주’인 안철수 의원이 13일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해 3월 김한길 당시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통합해 새정치연합에 들어온 지 1년 9개월여 만이다. 내년 총선(4월 13일)을 불과 4개월 남겨 놓은 시점에서 안 의원의 탈당은 비주류 의원들의 추가 탈당 및 천정배 의원 등 신당 세력과 맞물려 ‘야권 빅뱅’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총선 전망 또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 새정치연합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캄캄한 절벽 앞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한다.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문재인 대표에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며 문 대표를 비난했다. 또한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보답할 것”이라며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신당 창당 의지를 밝혔다. 추가 탈당도 가시화된다. 안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주중 수도권과 호남의 현역 5~10명이 1차 탈당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은 15일 탈당할 계획이다. 문 의원은 이날 저녁 안 의원을 만나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비주류는 문 대표를 비난하고 나섰다. 김한길 의원은 “야권 통합을 위해 어렵사리 모셔온 안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회의’ 창당준비위를 출범시킨 천정배 의원은 “야권 정치의 주도 세력을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저와 같은 인식에 도달한 것”이라며 “(안 의원과)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안 의원의 탈당 이후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표는 회의 직후 페이스북에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입니다.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칩니다. 주저앉을까요?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파도에 흔들릴지라도 가라앉지 않습니다”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3대 편의점 도시락전쟁 ‘후끈’

    3대 편의점 도시락전쟁 ‘후끈’

    ‘백종원과 신동엽, 혜리 가운데 편의점 도시락 승자는 누가 될까.’ 7000억원대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이 유명인을 모델로 한 도시락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과의 협업으로 만든 ‘백종원도시락’을 10일 출시했다. 이 도시락은 백씨가 상품 기획부터 제조 레시피, 맛 평가까지 직접 참여했다는 게 특징이다. 이나라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MD(상품기획자)는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CU의 올해(1~11월)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46.1%로 지난해 매출 신장률인 10.2%를 4배 가까이 넘어섰다. 특히 CU는 편의점 도시락으로서는 고가인 3500원대의 도시락 매출 비중이 올해 52%를 넘어섰다. 과거와 달리 도시락을 식사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시락의 가격보다 품질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GS25는 업계에서 가장 다양한 15종의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양이 많다는 이유로 ‘마더 혜레사’라는 별명이 붙은 ‘김혜자도시락’과 치킨을 중심으로 한 ‘홍석천도시락’이 인기다. 이 가운데 대표 상품인 ‘김혜자도시락’의 올해 매출 신장률은 59.6%, 판매수량만 1400만개에 달한다. 덕분에 GS25의 올해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53.9%를 기록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GS25는 지난달 20일 개그맨 신동엽을 모델로 도시락을 비롯한 다양한 먹을거리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3월 아이돌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를 모델로 한 ‘혜리도시락’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혜리도시락의 인기로 세븐일레븐의 전체 푸드 부문 매출도 상승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89.4% 증가한 가운데 전체 푸드 부문 매출은 3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락은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대에 불과하지만 손님을 모으는 효과가 큰 품목이기 때문에 앞으로 편의점 도시락 출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 비주류 ‘文 압박’ 본격화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 비주류 ‘文 압박’ 본격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전당대회 제안 거부 등에 반발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혁신전대 수용을 재차 요구하며 탈당을 시사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가운데 비주류 의원들은 문 대표를 향한 ‘대리 압박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주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지도부가 혁신과 통합에 실패했다며 “2·8전대에 출마하며 ‘당의 중심을 잡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약속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을 때 19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 세칙과 선출직 최고위원 궐위 시 선출 규정이 의결된 것에 대해 “문 대표와 저 사이에 최소한의 정치적 신뢰도 없었던 것”이라며 “패권주의의 민낯을 또다시 보여줬다”고 성토했다. 지난달 오영식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에 이은 두 번째 최고위원직 사퇴에 따라 지도부 공백은 더욱 커졌다. 지난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5명 가운데 남은 사람은 3명뿐이다. 14일 중앙위에서 궐석 최고위원을 선출해 지도부를 재정비할 계획이지만, 비주류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지도부의 균열이 커지자 비주류 의원들은 행동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비주류 의원 19명으로 결성된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救黨)모임이 첫 회동을 했고 중진 의원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혁신전대 수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비주류나 중도 성향 의원들이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일 대규모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수도권 의원들도 일정을 연기했다. 당직 사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비주류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정성호 민생본부장 등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현실화됐을 때 동반탈당 규모도 가늠하기 어렵다. 혁신공천안의 주요 타깃으로 예상되는 호남 비주류, 문 대표와 각을 세워 왔던 구당모임 의원들이 1차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원내교섭단체(20석)를 꾸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비주류 중진의원은 “안 (전) 대표가 탈당한다면 호남에선 동요가 있겠지만 수도권에서는 미풍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이르면 9~10일쯤 탈당 여부를 포함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문 대표의 ‘정면 돌파’ 의지가 확인되면서 참모그룹에서도 탈당 강행론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을 파국으로 내몬 책임을 문 대표와 함께 나눠지게 되는 만큼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아프리카 패권 거점 삼는 시진핑… 독재자 무가베에 “우린 친구”

    아프리카 패권 거점 삼는 시진핑… 독재자 무가베에 “우린 친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하반기 외교는 숨 가빴다. 지난 9월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베트남, 싱가포르, 터키, 필리핀, 프랑스 등을 방문했다. 그리고 지난 1일 짐바브웨를 거쳐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도착했다. 남아공에서는 5일까지 머무르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에 참석한다. 올해 ‘대국 외교’의 대미를 아프리카에서 장식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그동안 아프리카를 각별히 챙겼다. 값싼 원자재를 공급해 주는 ‘저수지’이자 미국의 영향력이 그나마 덜 미치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외 첫 군사기지를 아프리카 북동부 지부티에 건설하기로 발표했는데, 중동에서 남중국해까지 제해권과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의 핵심 프로젝트다. 시 주석은 역대 어느 지도자보다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3년 3월 취임 8일 만에 첫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러시아와 탄자니아, 남아공, 콩고를 차례로 찾았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행보를 패권주의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인권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특정국(중국)의 일방적인 자본 투입이 아프리카 부패 정권을 더 부패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아프리카 경제는 사실상 중국에 예속된 상태에 이르렀다.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 규모는 2220억 달러(약 256조원)로 미국·아프리카 무역액의 3배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직접 투자한 누적 금액은 324억 달러로 지난 15년 동안 연간 30%씩 증가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기침하면 아프리카는 몸살을 앓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불황이 아프리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중국에 자원을 비싼 값으로 팔고 저금리의 투자를 유치해 경제 성장을 해 왔지만 지금은 투자 감소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하락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액은 5억 6800만 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35억 4000만 달러에 견줘 84%나 급감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시 주석의 방문으로 투자 부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와 기업은 시 주석 방문에 맞춰 12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이 때문에 35년째 짐바브웨를 통치하고 있는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1) 대통령이 직접 시 주석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갔다.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는 무가베 정권의 잇따른 실정으로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중국의 투자와 지원이 더 절실하다. 시 주석은 “중국과 짐바브웨는 진정한 ‘전천후’ 친구로서 중국은 영원히 오랜 친구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무가베 대통령을 안심시켰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 우리에겐 ‘양날의 검’이다

    중국 위안화가 어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로 편입됐다. SDR은 IMF 회원국이 금융위기 때 끌어 쓰는 긴급 자금이다. 지금은 달러, 유로, 엔, 파운드 등 4개의 통화로 돼 있다. 이번에 위안화가 다섯 번째로 SDR에 들어갔다. 새로운 통화가 SDR에 포함된 것은 1980년 이후 35년 만이다. 개발도상국 화폐로는 처음이다. ‘IMF 최대의 변혁’이라는 말도 나온다. 위안화가 세계 5대 기축통화 중 하나로 격상한 것은 국제적으로 믿고 거래하는 화폐로 인증받게 됐다는 뜻이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위상을 보여 준다. 편입 시기는 내년 10월 1일이다. 편입비중(10.92%)으로만 보면 달러, 유로에 이어 세계 3위의 기축통화다. 위안화가 70년 가까이 유지된 달러 패권 시대의 강력한 도전자로 급부상한 셈이다. 현재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은 2.8%다. 달러, 유로, 파운드에 이어 세계 4위다. 이번에 기축통화가 되면서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이 더 빠르게 확대되면서 위안화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금융 당국은 상황 변화를 주시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득실을 꼼꼼히 따져서 대처해야 한다. 중국은 우리 전체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단기적으로는 크게 변할 게 없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이 무역 결제의 90% 이상을 달러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위안화 결제가 늘어나면 달러 편중에서 벗어나 환율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로서는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다시 위안화로 바꾸는 거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위상이 점점 높아진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 우리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에 유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낙관론만 펼 상황은 아니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은 ‘양날의 검’이다. 위안화의 위상이 커질수록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위안화 자산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늘면서 한국 증시 자금이 중국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중국 경제가 부진해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 한국 경제는 더 크게 휘둘린다. 앞으로 위안화의 움직임이 우리 산업과 환율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전략적 사고와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발효와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이라는 중국 관련 두 가지 커다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위안화 굴기… 통화패권 링 위에 선 G2

    위안화 굴기… 통화패권 링 위에 선 G2

    중국 위안화가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것이 확실하다고 블룸버그와 마켓워치 등이 전했다. 위안화가 IMF의 비축 자산인 SDR에 포함되는 것은 188개 회원국이 외환위기 등으로 IMF에서 돈을 인출할 때 선택할 수 있는 5대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 최대 무역국이어서 단번에 미국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3대 글로벌 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달러화의 ‘통화 패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을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본다. WTO 가입 이후 무역을 평정한 것처럼 화폐 전쟁에서도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중국이 얻는 가장 큰 이득은 ‘명예 상승’이다. 그동안 경제력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았던 위안화의 지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중국신문망은 “위안화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향상돼 위안화가 다른 나라의 외환 보유고 통화로 사용되고 중국 국가 부도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어 자본 도피 현상도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세계 중앙은행이 가진 외환 보유액의 9%가량인 1조 달러가 위안화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영국이나 독일과 달리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팽배해 있다. 실질적인 이득도 많다. 위안화 국제화가 본격화되면 세계 무역시장에서 위안화 직접 결제 비중이 커진다. 중국 기업들이 달러를 통하지 않고 교역을 하게 돼 환차손 리스크와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 수요도 늘어나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도 쉬워진다. 중국이 유동성 부족을 겪을 때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빚을 갚거나 유동성을 확대해 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안화 표시 채권 수요 확대는 중국의 자산 가치를 전반적으로 높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의 국제화가 안정적으로 이뤄져 전 세계 기업과 상점이 달러나 유로화 대신 위안화를 받게 되면 중국인들은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외국 물품을 살 때도 환전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만, 이 같은 이득은 장기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에 맞서려면 아직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현재 국제 결제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4.82%이지만 위안화는 2.79%에 불과하다. 더욱이 중국이 불투명한 금융시스템을 고수하면 오히려 환율 급등락만 유발해 자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이제 위안화 관리 방식을 바꾸라는 강력한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면서 “인민은행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유럽중앙은행(ECB)과 같은 투명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터키는 테러 공범…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 지난 25일 시리아 공습에 나선 러시아 군용기를 터키 공군이 격추시킨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푸틴 측은 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아들이 이슬람국가(IS)와 석유 사업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정보를 흘렸다. 격앙된 모습은 푸틴의 과거 어법과 다르다. 첫 대통령 임기 직후 발간된 푸틴의 어록집을 보면, 그는 러시아인의 두뇌 유출에 대해 “두뇌 유출이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 두뇌가 있다는 좋은 출발”이라거나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해 “계란요리를 위해 집을 태우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받아치는 여유를 보였었다. 격앙된 푸틴의 어조 이면엔 지나치게 확대된 러시아의 군사 전선, 회복 기미가 안 보이는 러시아 경제, 푸틴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청년층의 피로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1.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에 의해 격추되면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척결에 앞장선다는 긍지에 큰 상처를 입은 러시아가 터키 제재 방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푸틴은 사망한 조종사 시신을 넘겨받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터키 노동자의 계약 연장 금지, 비자 면제협정 잠정 중단, 터키 상품 일부 수입금지, 터키 체류일정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금지 등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전화를 두 차례 거부한 푸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다시 한 번 에르도안의 대화 요청을 거절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2. 지난해 러시아에 합병된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250만 주민의 집과 상가에 정전 1주일 만인 29일 전기가 들어왔다. 촛불로 연명하던 상점들이 정상 영업에 나섰고, 흘러내린 음식을 덜어내 텅 빈 냉장고가 다시 가동됐고, 땔감으로 겨울을 나야 할지 모르는 우려를 덜게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결정에 따라 몇 차례 정전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정전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송전선을 절단하면서 일으킨 사태였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 등은 여전히 푸틴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이슈이다. 일련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푸틴과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받고 있다. 푸틴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던 주요 7개국(G7)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국제 왕따’ 신세다. #3.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터키 대사관 앞에서 분노한 러시아인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던 날 모스크바 주변을 대형 화물트럭이 에워쌌다. 지난 24일부터 간헐적인 시위에 나선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대형트럭에 대한 도로세 부과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 1998년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선언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48세에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한때 7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12년에 ‘차르’에 복귀한 그가 세 번째 대통령 임기에서 사면초가에 처할 줄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출신으로 자주 웃통을 벗고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내며 ‘마초’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그였지만, ‘63세의 푸틴’에게서 위태로움을 느끼는 시선도 많다. 외교와 내치, 두 측면 모두에서다. 예컨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레오니드 베르시드스키는 “푸틴이 너무 많은 전선에 깊숙이 들어갔다”면서 “지금 푸틴의 러시아를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EU 대 러시아’, 시리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 러시아’ 등 2개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우국이 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와 터키까지 적으로 돌리는 것은 푸틴의 무리한 전선 확대 행위로 봐야 한다는게 베르시드스키의 평가이다. 모든 상황에 푸틴이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 푸틴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 코앞의 우크라이나가 EU에 편입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으려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을 하게 됐고, 시리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바샤르 알아사드 현 정권을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양쪽 전선 모두에서 호전적인 러시아의 행보는 최악의 경우 ‘신냉전’과 같은 파국을 부를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의 푸틴에게 따라주지 않는 것은 ‘경제’이고, 야속하게 변한 것은 ‘인기’이다. ‘경제’와 ‘인기’는 또 푸틴의 군사 전략을 바꿀 추동력으로 지목된다. 1999~2008년 푸틴의 러시아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고유가에 힘입어 장기호황 국면을 맞이했다. 2008년 초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개발 및 제조업 부문 수입대체 병행 전략을 발판으로 2020년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저유가 국면은 러시아 경제를 할퀴었다. 2006년 7.4%, 2007년 8.1%이던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추이는 2008년 5.6%로 주저앉은 뒤 2009년 -7.9%로 역성장했다. 이어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성장률은 4.3%에 그치다 2013년 1.3%로 떨어졌고 올해엔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같은 대외 강경책은 서방의 금수조치와 같은 경제적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러시아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군사적으로 서방과 대치하지만, 경제적 부흥을 위해 서방과의 협력이 필수란 점은 푸틴이 처한 역설이다. 지난달 푸틴은 현지 투자전문회사가 주최한 투자포럼 ‘러시아가 부른다’에 참석해 “전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전문가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2010년 2분기 이후 이어졌던 자본 유출이 멈췄고, 올해 3분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진 30억 달러의 차관을 갚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에 추가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라”고 재무부에 지시했다. IMF 지원이라는 서방식 처방이 긴요한 것이다. 지난해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을 때 “히틀러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며 강경 발언으로 응수했지만,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재개하는 등 적절히 유화 정책을 펴는 이면에도 러시아의 경제적인 필요가 숨어 있다. 여기에 지난 25일 전투기 격추 뒤 푸틴이 선언한 터키에 대한 제재 조치가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 역시 러시아와 터키의 교역량이 현재 250억 달러에서 2020년 100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이란 낙관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2012년 3선을 위한 대선 당시 불길처럼 일어났던 부정투표 반대 시위에서부터 최근 화물기사 시위까지 시위가 극성인 러시아에서 4선을 위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또한 푸틴의 당면 과제다. 1990년대 개방화 시기와 2000년대 경제 호황기에 성장해 이른바 ‘푸틴 세대’로 불리는 러시아 신세대에게 푸틴은 ‘과거로의 회귀’를 뜻했다고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푸틴 세대는 민주주의를 장식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더 중시하며, 국영 미디어 대신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안정을 희구하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려는 경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푸틴은 옐친 집권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러시아를 재건한 지도자로 추앙받았지만, 세 번째 임기에 편법적으로 대통령이 되며 이제 권위주의 국가의 장기 집권자들 중 한 사람으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대선에서 푸틴은 자신의 반대 세력에 대해 “배후에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서방 세력이 있다”고 선거운동을 폈고, 실제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며 내부 결속을 다져 반대 세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서방 대 러시아’의 구도를 상정한다면 러시아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해 민심 이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냉전 체제를 유도하며 미국과 마주 서는 패권국으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지키는 길과 러시아에 우호적이지 않은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경제적 실리를 찾는 길의 기로에 푸틴이 서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한·중 밀착 가속화… ‘대북 억지력’ 작용”

    국회가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중 FTA로 동북아 정세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열어뒀다. 중국은 그동안 우리의 제1위 교역, 수출 대상국이었다. 그럼에도 양국 간 정치 협력은 이른바 ‘정랭경열’(政經熱)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양국이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2%’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FTA를 체결하는 것은 경제 분야 외에 정치·외교적 협력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경제와 안보가 따로 가는 시대는 지났다”라며 “FTA 체결은 안보에서 생기는 불신을 상쇄하고 한·중 관계를 더욱 공고히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중국과의 경제 교류가 강화될수록 북한 개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선경제특구 개발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에 중국이 철도·도로·항만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이 과정에서 남북, 중국 간 경협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경제개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중 FTA가 양국의 밀착을 가속화할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국지도발 시 대북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일부에서는 FTA 체결로 한·중 관계가 더욱 밀착되면서 한·미 관계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한 속내에는 동북아 패권구도를 놓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의 전략적 판단이 있는 만큼 또다시 ‘중국경사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FTA를 통해 한·중 간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면서 “이제는 한·미 동맹을 좀 더 명확히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4] 까치밥, 똘레랑스 그리고 정신건강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24] 까치밥, 똘레랑스 그리고 정신건강

    한 때 우리 사회에서 ‘똘레랑스(Tolerance)’라는 말이 회자됐었지요. 프랑스 사람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이 아닌 타자, 자기 것이 아닌 다른 문화과 관습을 능동적으로 포용한다는 것인데, 저는 오래 전 홍세화씨의 책에서 이 말을 실감나게 접했습니다. 이 말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은 이타적인 삶, 타자를 위한 배려가 부럽기도 했고, 그렇게 너그러운 그들의 삶에 자꾸 낯설게만 투영되는 ‘나’와 ‘내 주변’의 옹색한 현실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의 이런 생각이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유럽의 강대국들이 전세계에 이식시킨 패권적 이념에 길들여진 식민적 속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국을 ‘신사의 나라’로 여기지도 않고, 프랑스 문화가 재밌을지언정 우월하다고 믿지도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국부(國富)나 인종적 특성이 부러운 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그들의 열린 자세가 부럽고, 그로부터 발원한 그들의 치열하면서도 자유분방하고, 발랄하면서도 격조가 있는 삶의 자세를 부러워합니다. 아마 그런 그들의 삶이 상당 부분 똘레랑스와 결부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가지지 못한 자의 아름다운 나눔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에 매몰되어 살아 왔습니다. 그 정도가 지나쳐 톨레랑스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문명 밖의 문명’처럼 낯설거나 이질적으로 비치기도 할 것입니다. ‘나만 좋으면 된다’거나 ‘항상 내가 우선’이라는 이 몰염치한 습속은 일제 암흑기와 한국전쟁 등 독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어려운 핍진한 환경을 헤쳐나오면서 체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바둑의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먼저 내 말을 살린 뒤 상대방의 말을 공격하라)’라는 격언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명도생부터 해야 했으니, 그 참담한 삶 속에서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에서 보듯, 항상 궁핍하고 불안정한 일상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챙겨야 했고, 그렇게 아등바등 뺏고, 감추며 살았지만 쌀독은 항상 비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들 했으니, 그런 터수에 언감생심 무언가를 베풀면서 사는 여유를 갖는다는 게 호사이고 꿈일 뿐이었지요. 그렇다고 우리네 삶이 똘레랑스와 전혀 무관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니, 우리 조상들은 유럽의 똘레랑스보다 훨씬 본원적인 베풂을 알았고, 그런 가치를 존중했습니다. 가진 자의 시혜보다 가지지 못한 자의 배려가 더 아름다운 것은 먹고 쓰고 남은 것을 덜어 주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허기와 필요를 덜어야 하는 일이고, 최소한의 자기 몫을 쪼개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았고,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이는 개국 이래 단 한번도 국통이 끊이지 않았던 장구한 역사가 증언하는 사실입니다. 시골집 뒤란의 늙은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까치밥’은 또 어떻습니까.  ●‘오로지 주고자 했던’ 까치밥의 철학 ‘초록이 지쳐 단풍 들더니’ 가을이 깊어져 갑니다. 이슬이 서리로 변하면서 이내 살풍경한 겨울이 되어 온 산야를 흰눈이 뒤덮을 무렵이면 텅 비어 삭막한 풍경 가운데에다 마치 누군가 작심하고 붉은 물감으로 방점이라도 찍어놓은 듯 선연한 붉음이 눈길을 끌곤 했지요. 바로 까치밥입니다. 가을걷이의 마지막은 감을 따 갈무리하는 것인데, 개량되기 전의 예전 감은 겉이 붉어보여도 속살을 베어물면 여간 떫지 않았습니다. 그걸 따모아 항아리나 석작 속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달디 단 홍시가 되면 하나씩 꺼내 먹곤 했던, 요긴한 겨울 군입거리였지요. 요즘의 개량종 단감과 달리 예전의 토종 감나무는 집안의 조왕신 같은 것이어서 크게 키워 비바람을 막고, 시원한 그늘도 드리우며, 먼 동구밖에서 봐도 한 눈에 우리 집임을 아는 장소성까지 부여했으니 감나무가 바로 산이고, 정자이며, 스카이라인이고, 랜드마크였지요. 스무 척, 서른 척 키를 키운 탓에 감을 딸 때면 큰 가지를 타고 올라가 간짓대로 투덕거리곤 했는데, 해거리를 하지 않을 때는 워낙 많이 열려 그걸 따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따다 보면 어느 새 가지가 텅 비고, 꼭대기 가지 끝에 잔챙이 감이 서른 개, 마흔 개씩 남습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그건 까치밥하자. 그만 내려와라”시며 일을 매조졌지요. 아닌 게 아니라 날이 추워 먹거리가 마땅찮으면 까치가 가지 끝에 내려앉아 남은 감을 쪼곤 했는데, 그래서 까치밥이라고 불렀겠지요. 찬서리에 익어서 더 붉어진 까치밥이 얼음 들어 푸르딩딩한 하늘을 배경으로 매달린 모습을 보노라면 문득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그런 느꺼운 마음이 미물에게라도 뭔가를 베풀 수 있다는 은전의 여유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까치를 위해 가지 끝에 감을 남겨두는 일은 어떤 강제나 규율도 없이 온전히 스스로 결정하는 있이었는데, 지금보다 훨씬 궁핍하게 살았던 예전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표도 나지 않게 그런 덕성을 실천함으로써 스스로의 체온을 느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하루 하루 끼니 걱정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빈 콩밭에 ‘참새 몫’으로 수수목을 남겨두거나, 대보름날 정성껏 무친 나무새를 이것 저것 바가지에 덜어 소에게 먹일 턱이 없지요. 까치든, 소든 사람에 견주면 하찮은 미물이고 축생인데도 말이지요. 우리의 핏속에는 미물일지라도 곁에 머무는 것이면 무엇이든 챙기고 걱정해주는 미덕이 있었습니다. 제 목구멍으로 무엇을 넘겼는지도 모를 궁핍 속에서 살면서 그런 짓이 가당키나 하냐고 생각한다면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더 찬찬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들이 넉넉하지 못한 것도 맞고, 그래서 짜디 짠 자반 한입 못 먹어보고 해를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그걸 그다지 아쉽게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살림이 요족해 육고기를 줄창 먹고 살았다면 간사한 입맛이 남아 ‘땡기기라도’ 했겠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원래의 삶이 안빈(安貧)에 길들여진 탓에 배만 채울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했지요. ‘사흘 고기맛을 못 보면 소증 난다’는 말은 덜 떨어진 권문세가의 논다니들 말이지, 하냥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살았던 사람들의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까치 같은 미물까지 챙기며 살았으니 그걸 먼 유럽의 똘레랑스와 견준다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유럽의 똘레랑스가 관습과 제도의 결과라면, 우리의 나눔은 태생적인 끌림의 결과이니까요. 예전에 흔했던 보시(布施)는 어떻습니까. 불교의 수행법으로, 베푸는 모든 행위를 이르는 보시는 불가에서 이타정신(利他精神)의 정점으로 이해합니다. 더러는 보시를 복을 받기 위해 하는 ‘이기적인 이타’라고도 보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설령 보시를 하면서 되받을 일을 생각했더라도, 그 복이라는 게 실체도 없고, 아무도 담보할 수 없는 불확실한 대가여서 거기에 기대 자기 것을 나눌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보다는 자기 것을 나누면서 스스로 위로받기 위해 ‘복’을 생각했다는 게 현실적이지요. 마찬가지로 까치밥 역시 ‘오로지 주고자 했던’ 아가페적인 나눔의 실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서구의 똘레랑스 정신을 ‘우리는 갖지 못한 포용이자 관용’이라고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지요.  ●정신 건강 혹은 영혼의 안식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까. 프랑스의 똘레랑스는 1789년의 대혁명 이후에 사회적 통합을 위해 주창한 근대화의 기제 속에서 체화된 개념인데, 우리의 그것은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작용하지 않은 자연발생적 정서였고, 또 모르긴 해도 자연의 모든 것에 정령이 깃든다는 원시 토테미즘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이니 비록 우리의 정서가 반듯하게 각이 잡혀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단들 제도적 산물인 똘레랑스와 같은 선에서 견준다는 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까치밥을 보면서 궁핍하지만 영혼이 건강하게 사는 지혜를 배웁니다. 지혜라고 했지만, 대단한 사유나 거창한 논리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냥 물이 흐르듯, 아니면 밥 먹고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마음의 부름에 따르면 되는 일이고, 거기에 대단한 결심이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지요. 필자가 어렸을 때의 경험입니다. 유월 더운 날, 온가족이 나서 산비탈 보리밭에서 보리를 베고 있었지요. 거진 다 베어갈 무렵, 갑자기 까투리 한 마리가 요란하게 꿩꿩 거리며 나대는 게 아니겠습니까. 시골에 흔한 게 꿩이라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았는데, 그 때 할머니가 허리를 펴시더니 “오늘은 여기서 손 털자”고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직 베지 못한 보리가 예닐곱 평이나 남았는데 마치자는 말에 다들 의아해 하자 할머니는 “저 쪽에 새끼를 쳐놨길래 꿩이 저 난리지”라며 “한 이레면 새끼 데불고 나갈테니 그 때 와서 마저 베면 된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으시더군요. 집안 어른 말씀에 가타부타할 수도 없어 그렇게 일을 마쳤는데,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보리밭에 다녀 오신 아버지가 “꿩이 산으로 갔는지 둥지가 비었더라. 내일 가서 남은 보리 정리하면 되겠다”고 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돌이켜 생각하면, 할머니는 그 일을 통해 우리에게 두 가지를 가르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찮은 꿩이라도 새끼를 거느릴 때는 해코지해서는 안 된다는 공생의 철학이 하나이고, 보리밭 어름에서 꿩이 우짖는 걸 보고 사연을 헤아릴 줄 아는 지혜가 둘입니다. 보리야 며칠 뒤에 베어도 축날 일이 없으니 흔쾌히 그리 한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나 아닌 남을 생각하는 일은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할머니와 어머니는 김장김치나 간장·된장 등을 넉넉하게 준비해 이웃들과 나누기도 했는데, 그렇게 나눈 뒤에는 항상 “전답이 넉넉치 않아 가을이라고 거둔 것도 없을텐데, 겅개라도 좀 나누니 맘 편하다”며 기꺼워들 하셨지요. 그래선지 할머니는 그 시절의 여건을 생각하면 무병장수하셨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집안 일을 하시는 등 강건하셨습니다. 그게 어디 제 할머니만의 일이겠습니까. 살림이나 품성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확실히 예전에는 다들 그렇게 나누고, 살피며 살았습니다. 그런 삶은 확실히 건강했습니다. 필자가 낳고 자란 마을이 100여호 쯤 됐는데, 치매를 겪은 노인은 딱 두 사람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더러는 ‘노망’이니 ‘망령’이니 수근대기도 했지만, 삼이웃이 너나 없이 돈독했고, 우애가 깊었지요. 그러니 온 마을이 떵떵거릴 만큼 크게 잘 사는 집은 없었어도 굶주릴 일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오고가다 마주치면 살갑게들 인사를 나눴고, 철부지들이라도 위, 아래를 알았습니다. 쌀독이 비면 아무 집에나 찾아가 손을 벌렸고, 장날이 되어 뭐든 돈을 바꾸면 식량을 곧 되갚았습니다. 농투산이들 사이에 흔한 물꼬싸움을 해도 악다구니가 없었습니다. 늙수그레한 노친네들이 다툴 일 없도록 거중조정을 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더러는 앓거나 다치기도 했지만, 젊은 나이에 폐병으로 요절한 누구를 빼고는 흉변이랄 게 거의 없었습니다. 그 시절엔 다들 가난을 팔자라고 여겼으니 유리걸식하는 처지만 아니라면 그걸 딱히 불행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차고 넘치지는 않았지만, 욕심이 없으니 많든 적든 자기 처지가 요족하다고 여기며 살았고, 그런 중에 서로 보듬고 나누었으니 심화를 끓이거나 안달복달할 일도 없었지요. ●“당신은 건강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지금이야 ‘칠십 청춘’이라고들 하지만, 예전에는 태어나 육십갑자를 다 채우고 맞는 환갑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환갑잔치는 놀이판이기도 했지만 혈족들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평생 농삿일로 허리가 굽은 채 환갑을 맞은 마을 어르신이 말합니다. “내가 육십평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일이다. 한눈 안 팔고 살아 전답도 장만했고, 자식 대학도 보냈는데, 그러느라 허리는 휘고 낯바닥은 감탕이 되었지만 못 살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헤프지도 않았지만, 필요할 땐 인심도 쓰면서 산 덕분에 죽어서 연옥은 면할 듯도 하고…”. 그 어르신은 술로 목을 축인 뒤 말을 이어갑니다. “나야 배우지 못해 세상의 이치를 알 턱이 없지만, 사는 게 별것 아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란 없으니 형제끼리는 우애로, 이웃끼리는 정으로 살믄 될 일이다. 죽고 사는 것이야 인력으로 어쩔 수 없으니 그건 걱정할 것 없고, ‘나 하나 잘하믄 세상이 다 좋은 것이다’고 믿고 살았는데, 진짜로 내가 그렇게 살았는지는 나보다 식솔들과 이웃 지기들이 더 잘 알 일이다.” 건강하게 사는 많은 조건들 중에서 당신은 무엇을 첫 손에 꼽겠습니까.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 주관적인 판단이 있을 뿐이지요. 무섭다는 암도 피하고 싶고, 암 아니라도 안 아프고 살기를 바라기도 할 것입니다. 어떤 이는 죽을 때까지 자기 몸 자기가 건사하기를 바랄 것이고, 또 어떤 부류는 돈 좀 많이 모아 쭈글거리지 않은 노후를 보내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옳고, 부러운 바람이지만 저는 여기에 한 가지만 보태고 싶습니다. 스스로 가진 능력 이상을 거머쥐려는 욕심은 좀 덜고, 가진 것 조금이라도 떼어서 베풀며 살았으면 하는 소망이 그것입니다. 물론 의무감으로 할 일은 아니고, 떼돈 들여 큰 일을 벌이자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어버이가 그러셨듯이 감나무 가지 끝에 까치밥 몇 알 남겨두거나 꿩의 처지를 살펴 보리 베는 일 며칠 늦춰주는 그런 일을 하며 살자는 뜻입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자기 배만 채우려 하지 않고 욕심을 덜어내는 일이며, 자기 주장만 하지 않고 이기의 벽을 허무는 일이며, 좀 번거롭더라도 남의 처지나 형편에도 한번쯤 따뜻한 눈길을 주는 배려입니다. 빨갛게 언 발가락을 털어가며 겨울을 나야 하는 까치 등속의 미물에 대해 갖는 측은지심이 어디 불가(佛家)만의 가르침이겠습니까. 그 사소하다 못해 하찮기까지 한 까치밥에서 서구의 똘레랑스에는 없는 ‘우리다운 나눔과 배려’의 원천을 봅니다. 그럴 수 있다면 조금씩 베풀면서 남들의 따뜻한 시선 속에 머무는 것, 그리고 편안한 자기 위안을 얻는 것, 그런 삶이 건강한 삶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정신세계가 강퍅하지 않고 풍요로워서 갈수록 환자가 늘어난다는 우울증이나 착란, 도착 그리고 치매까지도 사회적 유병률이 훨씬 낮아질 것이고, 그런 변화가 우리들 개개인의 건강으로 확인되지 않겠습니까. 병이야 의사가 고치는 것이지만, 병문(病門)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니까요. 베풀며 산다고, 여유롭게 산다고 모든 병마를 피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정신의 세계만큼은 훨씬 정갈하고 넉넉해질 것이며, 그렇게 살다보면 흔히 말하는 세상의 번뇌와도 조금은 멀어지게 되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병마도 피할 수 있어 우리의 삶이 더 따뜻하고 안온할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마음의 병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양지가 되지 않겠습니까. jeshim@seoul.co.kr
  • [사설] 떠난 YS 통합정신 후세대가 이어받아야

    김영삼(YS) 전 대통령 영결식이 어제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 각계 대표, 주한 외국 대사를 포함한 해외 조문 사절까지 1만여명이 넘는 조문객이 참석했다. YS의 운구는 광화문과 세종로를 지나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하면서 대통령과 9선 의원으로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삶의 궤적을 반추했다. 추도사를 맡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온몸으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김 전 대통령의 삶을 추모했고 국가장인 만큼 김 전 대통령의 신앙인 개신교 의식을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원불교까지 4대 종교의식을 통해 넋을 기렸다. YS의 육신은 어제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안장됐지만 그의 철학과 정신은 후세들의 가슴속에 오롯이 살아남았다. 그가 2년 전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남긴 ‘통합과 화합’이란 유지가 대표적이다. 첫 국가장으로 거행된 YS 장례식의 장례위원회도 지역과 이념을 초월한 ‘통합형 장례위원회’였다. 장례위원 2222명의 명단에는 YS의 상도동계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는 물론 YS가 감옥에 보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이 총망라돼 있다. 분열과 갈등으로 찢긴 현 정치권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대통합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인의 뜻을 되새겨 새로운 화합의 시대를 여는 것이 남아 있는 우리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30여 년 동안 한국 정치를 지배했던 ‘양김(兩)시대’의 종언 이후 지역주의와 계파주의로 대표되는 후진적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급하다. 정치권은 새로운 시대에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갈등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정치 시스템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하고 이를 국민의 지지 속에서 실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기다. 대한민국은 지금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기 침체가 가중되면서 중산층들이 무너지고 있고 서민층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는 물론 첨예한 이념 대립의 악순환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국가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들은 여야를 떠나 국력을 총결집해도 해결하기에 벅찬 과제들이다. 당장 19대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비롯해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은 물론 내년도 국가예산 심의 등 현안들이 쌓여 있다. 지역과 이념의 대립으로 정치 자체가 갈등과 반목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 YS의 유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각성과 쇄신이 전제가 돼야 한다. 여야는 우선 경쟁적 협력 관계와 대화와 타협, 그리고 정책 경쟁이 가능한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힘으로 상대방을 밀어붙여 굴복시키는 ‘패권의 정치’가 아니라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정치가 절실하다. 화합과 통합은 국민적 염원이자 시대적 요구다. 동서의 지역 갈등과 좌우 이념의 간극을 극복하는 것이 핵심이고 상생과 공존의 길을 여는 길이기도 하다. 동과 서, 좌우를 아우르는 사회 통합과,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것이 고인이 남긴 뜻이자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시대적 책무다.
  • [취업 ‘블루오션’ 특성화 학과를 가다] “美·日·中·러 주름잡는 내실 있는 전문가 기를 것”

    [취업 ‘블루오션’ 특성화 학과를 가다] “美·日·中·러 주름잡는 내실 있는 전문가 기를 것”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가 소속된 동북아경제통상대학의 정훈(58) 학장은 “대학의 간판보다 내실을,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국제통상학부는 어떤 인재를 길러 내나. -동북아 지역은 지금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는 2000년대 초반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제3의 경제 대국이다. 동북아에서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동북아국제통상학부는 이 4개국을 주름잡을 통상 전문가를 기른다. →다른 대학 유사 학과에 비해 강점이 있다면. -언어와 함께 통상을 함께 가르친다는 것이다. 다른 대학 상경계열은 경제나 무역만 배우고, 어문학은 언어만 배운다. 동북아국제통상학부는 이 둘 모두를 확실하게 가르친다. 학생들의 공부량이 어지간한 학과의 2배에 이른다. 이 둘을 배우면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그리고 지금의 기업들은 언어만 잘하거나 통상만 배운 사람들이 아닌, 이 둘을 모두 잘하는 인재를 원한다. →졸업생들은 주로 어디에 취업하나. -공기업에 주로 많이 가는 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를 비롯해 한국석유공사, 한국조폐공사 등에 포진해 있다. 외국 대학으로도 간다. 졸업생 중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나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도 있다. →다른 학부에 비해 막대한 특혜를 주는데. -대학의 형편상 골고루 지원하기는 힘들다. 동북아국제통상학부처럼 집중 지원하는 학과가 있으면 다른 학부나 학과가 이를 보고 분발하는 효과가 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향후 집중 지원할 학과가 있는지. -현재 동북아경제통상대학은 동북아국제통상학부와 경제학과, 무역학부로 구성돼 있다. 내년 3월에는 경제학과와 무역학부가 법학과, 정치학과, 외교행정학과와 합쳐지면서 단과대학인 글로벌법경정대학으로 거듭난다. 학교 차원의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 몰입교육과 함께 해외 단기 어학연수 등 혜택도 있다. →인천대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동북아국제통상학부의 기금은 100억원에 이른다. 다른 단과대학이나 주변의 대학들보다 재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학교 이름만 보고 대학에 지원하지 말고 이런 점들을 눈여겨보라. 내실을 보고 학부를 택하길 바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다급한 文 “安·朴과 대표 권한 나눌 용의”

    다급한 文 “安·朴과 대표 권한 나눌 용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얼굴) 대표가 18일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체제’로 내년 4·13 총선 임시지도부를 꾸리자고 공식 제안했다. 비주류 강경파의 퇴진 압박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안’ 화답 요구에 시달려온 문 대표로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 보겠다”고 밝혀 새정치연합의 내홍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문 대표는 이날 광주 조선대 특강에서 “안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며 “공동선대위라든지 선거기획단이라든지 총선정책준비단이라든지 인재 영입 등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안·박이 함께 모일 경우 분명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비주류 강경파와 안 전 대표에 대한 분리 대응에 나섰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혁신이 남아 있다는 안 전 대표의 얘기는 백번 옳은 얘기”라며 “부패 문화도 청산하고 낡은 행태를 다 청산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광범위한 인적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안·박 체제의 열쇠를 쥔 안 전 대표의 요구에 적극 화답한 모양새다. 반면 “저를 흔드는, 끊임없이 당을 분란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분들도 실제로는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비주류 강경파를 반혁신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비주류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영남 패권, 호남 소외를 가중시키는 구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의원들의 고언을 불평불만으로 치부하며 공천권 확보를 위한 처사로 취급한 것은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이고 처방도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동안 “혁신 제안에 문 대표가 응답하는 것이 먼저”라며 문·안·박 체제에 대해 부정적이던 안 전 대표는 즉각적 반응을 자제한 채 장고에 돌입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역별·계파별 의견 수렴을 하고 있던 터에 문 대표 제안이 있었으니 더 고민을 해보겠다는 것”이라면서 “22일쯤 입장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 측은 “통합과 혁신을 모색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며 함께 논의해 보겠다”면서 “현행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돕겠다”고 밝혔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광주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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