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문화유적 소유권 다툼
◎자치협정 서명 계기 고고학자들 논쟁 가열/팔 “마땅히 돌려줘야”「이」“반환은 시기상조”
이스라엘의 점령지 가자지구와 예리코시에 대한 팔레스타인 자치가 가시화되면서 이들 지역의 고대 문화유적에 관한 권리문제가 양측간의 새로운 분쟁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치안 합의와 때맞춰 팔레스타인쪽에서는 자치지역 두곳과 그외 나머지 점령지의 유적·유물들에 대한 권리주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측에서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거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점령지내 비르 자이트대학의 팔인 고고학교수 마무드 하와리는 지난주 『우리땅밑에서 발견된 보물들은 우리민족의 유산이므로 이스라엘은 마땅히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역시 같은 대학의 나즈미 알 주비교수도 하와리교수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이 문제를 중동평화회담에서 거론해줄 것을 팔레스타인측 협상단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점령지내 이스라엘 군사행정기구의 고고학담당 이츠하크 마겐은 『팔레스타인인중에는 제대로 자격을 갖춘 고고학자가 별로 없다.따라서 유물의 반환은 시기상조』라고 말해 유물반환의사가 없음을 비쳤다.
삶의 근거인 영토를 둘러싸고 피의 보복을 거듭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과거사에 비추어 땅속 어디에 묻혀있는지도 모르는 유적·유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그러나 이들 두 민족에게는 유물이 그 땅에서 살 수 있는 권리의 징표노릇을 하기 때문에 영토 못지않게 중요하다.특히 이스라엘은 영토에 대한 권리주장의 근거를 성서의 「과거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유물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할 수 밖에 없다.
하와리교수는 『이스라엘인들은 최근까지 우리 지역인 점령지내에서 불도저를 동원,땅을 팠다.그들의 목적은 그 속에서 유태인들의 생활의 흔적,즉 영토에 대한 연고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비교수는 팔레스타인 고고학자들이 그동안 점령지에서 발굴된 유물에 관해 토의를 하자고 이스라엘 고고학자들에게 여러차례 제의했으나 그들은 그에 대한 정보의 제공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유물·유적에 대한 권리문제는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조인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간의 자치협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협정에는 교육·문화·보건·사회문제·세금·관광 등 5개분야의 권한 이양만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주비교수는 이 5개분야 어디에든 유물문제가 반드시 의제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그 역시 『고고학의 관념적 이해관계가 권한의 이양을 매우 까다로운 문제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문제해결이 쉽지 않음을 시인하고 있다.
영토싸움에 밀려 그동안 잠복해있던 고대유물 소유권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다툼이 언제쯤 본격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