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팔레스타인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코로나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소득분배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한국원자력연구원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462
  • 팔레스타인 유엔표결로 독립추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이 정착촌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에 독립국 지위 보장을 요청할 것이라고 협상 최고 책임자가 15일 밝혔다.신화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의 사에브 에레카트는 이날 ‘보이스 오브 팔레스타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독립 선언은 필요 없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유엔 안보리와 총회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1년 전인 1988년 이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선포한 바 있다.또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준비가 되면 우리는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얻기 위해 아랍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남미를 방문해 남미 국가들의 동조도 이끌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팔레스타인의 살람 파야드 총리는 독립에 대비한 2년짜리 개발 계획에 착수했다.에레카트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스라엘의 실반 샬롬 부총리는 “일방적인 조치는 우리 모두가 달성하길 원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직접 협상만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유엔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따라 독립 국가를 수립하길 원하는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지지하더라도 이는 실현되기 어렵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미 이곳에 50만명의 이스라엘 정착민이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이스라엘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주말 데이트] 한국 클래식 르네상스 꿈꾸는 작곡가 류재준

    [주말 데이트] 한국 클래식 르네상스 꿈꾸는 작곡가 류재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자 주저하지 않고 “쉬고 싶어요. 딱 1년만”이라고 말한다. 작곡가 류재준(39)의 본업은 곡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는 음악춘추에 12년째 시평을 쓰는 칼럼니스트이자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서울국제음악제의 음악감독이기도 하다. 한 달에 두어번은 비행기에 몸은 실을 정도로 미국, 영국, 스페인, 싱가포르 등 활동 무대가 폭넓다. 하루에 눈 붙일 시간이 많아야 4시간이라니 휴식을 갈망하는 심정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의 사고회로 자체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지난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류재준은 이날도 한 차례 회의를 끝내고 인터뷰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충혈된 눈에서 피로감이 엿보이는데도 서울국제음악제를 초청한 스페인의 CIEC(Centro Internacional de Excelencia de Cuerda)에 대해 묻자 금세 생기가 돈다. ●클래식 음악제 최초로 해외음악제 초청받아 “스페인 라 리오하에서 태어난 작곡가 가르시아 파헤르를 기념하는 재단이 여는 축제로,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어요. 관현악·실내악·독주 등 연주회와 세계적인 연주가들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리고, 와이너리(와인 양조장)에서 공연하는 음악회도 있죠. 공연을 위한 장소가 아닌데도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지….” 설명을 하는 내내 행복한 표정이 역력하다. 내년 1월10~29일에 개최되는 CIEC에 초청받은 것은 갓 태어난 서울국제음악제로서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국내 클래식 음악제가 해외 음악제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CIEC에는 그가 “기가 막힌 연주라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될 것”이라고 소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제자르 플레, 비올리스트 아브리 레비탄, 첼리스트 아리엘 투신스키 등이 참가한다. 그가 “우리 클래식 수준을 확실하게 보여줄 연주자들”이라고 자신하는 백주영(바이올린), 송영훈(첼로), 박종화(피아노)가 참여해 작곡가 최우정, 강석희, 류재준의 곡을 선사한다. 그는 이 성과의 의미를 ‘최초’, ‘해외 수출’ 따위의 수식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다. “음악제가 친분이 있는 음악가들을 불러 흔한 레퍼토리를 들려주는 ‘그들만의 리그’인 경우가 많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하는 취지도 바람직하지만 음악제는 관객에게 어떤 이슈와 메시지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국제음악제가 그런 점에서 차별점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가 선택한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5월22~30일)의 주제는 ‘음악을 통한 화합’이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창일 때 아이디어를 얻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출신의 두 바이올리니스트가 협연하는 무대를 만들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29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의 교향곡 1번인 ‘레퀴엠(진혼곡)’을 연주했다. 그를 후계자로 지목한 ‘폴란드의 음악대통령’ 크슈스토프 펜데레츠키를 초청해 ‘샤콘느’, ‘라르고’ 등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기도 했다. 단순히 음악제 참여에만 그치지 않는다. CIEC 아카데미 코스에서 한국 학생들이 배울 기회를 마련하고, CIEC 음악학교와 대전예고의 자매결연도 추진했다. 음악교육이 집중된 서울 이외의 곳에서 꿈을 키우는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음악을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음악감독·작곡가·칼럼니스트로 바쁜 나날 이 정도 되니 그가 기획자인지 작곡가인지 헷갈릴 법도 하다. 물론 그는 작곡가로서도 바쁘다. 2010년 6월 첼리스트 아르토 노라스가 연주할 첼로 협주곡을 쓰고 있고, 2011년 2월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인 암스테르담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로부터 의뢰받은 교향곡 2번을 구상 중이다. 빡빡한 일정에서 짬이라도 나면 그는 책을 붙든다. 최근 읽은 ‘코코 샤넬’을 강력추천작으로 꼽았다. “코코 샤넬이 살았던 시기는 두 번째 르네상스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예요. 영화감독 장 콕토, 무용가 니진스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파노라마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르네상스형 인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그가 ‘코코 샤넬’에서 읽은 것은 한 패션 디자이너의 삶이 아닌, 그가 꿈꾸는 한국 클래식의 르네상스가 아니었을까.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곧 로켓포탄이…” 문자메시지 보내기로

     이스라엘 정부가 로켓포탄이 떨어질 수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를 경고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AFP통신이 8일 보도했다.  현지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스라엘 국내전선 사령부 고위 간부 칠릭 소페르의 말을 인용,로켓 감지장치가 타격이 예상되는 지대를 집어내 그 지역의 모든 휴대전화에 경보를 발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그는 “우리는 경보를 보내기 위해 통신기술을 활용할 것이며 현재 통신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고 방법으로는 진동은 물론,음성 경고나 섬광,문자메시지 형태가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무장게릴라 헤즈볼라가 암약하는 레바논,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와 이웃하고 있어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로켓 공격에 피해를 입고 있어 군당국과 정부로선 조금 더 특정화된 공습 경계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미군 총기난사, 테러성범행 정황 포착

    미국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이 단순히 정신이상적 행동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테러성 범행에 가깝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9·11테러 세력과의 연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권총으로 13명을 사살하고 42명을 다치게 한 니달 말릭 하산 소령이 9·11 테러범들이 존경했던 급진적 이슬람 성직자의 사원에 다닌 적이 있다고 7일 보도했다. 하산은 2001년 버지니아주 그레이트폴스의 다르 알 헤지라 사원을 다녔는데, 당시 이곳의 성직자는 미국 태생의 예멘인 안와르 알 올라키였다. 9·11테러 후 예멘으로 이주한 올라키는 알카에다 지지자이자 9·11 테러범 3명의 정신적 조언자로, 영국군에 대한 테러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9·11 테러범 중 2명과 하산은 같은 시기에 이 사원에 다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하산이 사원을 다닐 때 2명의 테러범과 만난 적이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하산은 팔레스타인 출신인 어머니의 장례식도 문제의 사원에서 치렀다고 한다. 포트후드 기지에서 복무 중인 하산의 한 이슬람계 동료는 “하산이 올라키에 대한 존경심을 입에 올릴 때는 눈이 빛났다.”고 증언했다. 하산이 기지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신체검사장을 범행 장소로 택한 점과 100발이 넘는 많은 총알을 준비한 점도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하산의 사촌인 무하마드 하산은 CNN에 “사망자가 한두 명이라면 개인적 적대감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수십명을 사상케 한 것은 더 큰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교육과정에서 하산을 만났던 발 피넬 박사는 “하산은 테러와의 전쟁은 곧 이슬람과의 전쟁과 다름없다고 거침없이 말했다.”고 회고했다. 한 학생은 자살폭탄 테러를 옹호하는 하산의 발표를 듣고 놀라 장교들에게 “그는 시한폭탄이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종교적 신념이 범행 동기로 판명될 경우 미군으로서는 동료를 못 믿는 자중지란에 빠질 수도 있다. 현재 미 육군에만 3500여명의 이슬람계 군인이 있기 때문이다. 비율로는 1% 미만이지만 사기 저하의 요인이 되기엔 충분하다. 역으로 이슬람계 군인들은 집단 괴롭힘을 당할까 우려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군내 무슬림들이 하산의 범행을 신속하게 비난하고 나선 데서 그들의 불안감이 묻어난다. 동시에 미국 정부는 미국에 반(反)이슬람 정서가 다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중동국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7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우리는 분명히 이 사건으로 반이슬람 정서가 퍼지는 것에 반대하고 또 그럴 것으로 믿지도 않는다.”며 이를 위해 주정부, 지역단체와 협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가뜩이나 노심초사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근근이 끌어가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는 문제다. 그는 10일 포트후드 기지에서 엄수되는 추도식에 참석하느라 아시아 순방일정(원래 12~19일)을 하루 늦춘 13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총기 난사사건은 단독범행인 것으로 군조사관들이 잠정 결론 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책꽂이]

    ●‘유산’(사하르 칼리파 지음, 송경숙 옮김, 아시아 펴냄) 1990년대 팔레스타인을 배경으로 평화에 대한 아랍인들의 꿈과 현실, 그들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다룬 장편소설. 팔레스타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 여성이 아버지 임종 소식을 듣고 팔레스타인으로 떠나가 겪는 일들을 그렸다. 1만 3000원. ●‘은궤’(천상돈 지음, 송이당 펴냄) 여성의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 미혼 시절에 겪는 혹독한 사랑, 30대에 부딪히는 참혹한 결혼생활, 그 안에서 좌절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두 여인을 그렸다.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유려한 묘사가 돋보인다. 1만 7000원.
  • 가장 안전한 장갑차 ‘아크자리트’

    가장 안전한 장갑차 ‘아크자리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급조폭발물(IED)에 대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장비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군의 ‘아크자리트’(Achzarit) 보병 수송 장갑차(APC). 아크자리트는 히브리어로 ‘잔인함’이란 뜻이다. 이 차량은 다른 장갑차들과 달리 원래 ‘전차’였기에 방어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보통 장갑차들은 기동력과 생산성 등을 이유로 가볍고 단단한 알루미늄 합금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때문에 기관총탄 정도는 막아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대구경 포탄이나 ‘RPG(로켓추진유탄)-7’ 같은 대전차무기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을 갖는다. 특히 RPG-7은 고열의 화염을 발생시키는 탓에 열에 약한 알루미늄이 녹아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RPG-7에 명중당한 ‘M-113’ 장갑차에 화재가 발생해 타고있던 병사들이 모두 사망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크자리트는 이런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 이스라엘이 3, 4차 중동전을 치루면서 아랍군으로부터 노획한 수백 대의 ‘T-55’ 전차를 이용해 만들어졌기 때문. 이스라엘은 먼저 포탑을 제거하고 엔진을 뒤에서 앞으로 옮겨 보병이 탈 만한 공간을 만든 후, 장갑을 추가해 더욱 강력한 방어력을 갖춘 아크자리트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아크자리트의 무게는 44톤에 달하게 돼 ‘중장갑 보병 수송차’ (HAPC, Heavily Armored Personnel Carrier)라는 새로운 분류를 만들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장갑차가 됐다. 네 차례의 전쟁과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돼 400대 이상 만들어진 아크자리트는 우수한 방어력으로 팔레스타인 세력과의 전투에서 수많은 이스라엘 병사들을 보호했다. 이에 만족한 이스라엘은 자국산 ‘메르카바’(Merkava mk IV) 전차를 이용한 ‘나메르’(Namer)라는 새로운 장갑차를 개발해 아크자리트를 대체하고 있다. 사진 = military today 서울신문 나우뉴스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바스 사임카드 평화협상 득될까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사임의사를 나타냈다. 지난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는 평화협상에 진전을 가져올 수 없다.’는 명분이다.아바스 수반은 오바마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년간 평화 협상을 진행해 왔다. 무장정파 하마스가 협상을 끈질기게 반대했지만 지난달 3자 회담을 성사시켰을 정도로 논의는 꽤나 진척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다. 애초에 미국은 정착촌 문제가 평화로 가는 로드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이스라엘을 압박했지만 정작 3자 회담에서는 말을 아꼈다. 괜히 이스라엘의 심기를 건드려 평화회담을 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분노는 커졌고 아바스에 대한 신뢰도 바닥을 쳤다.특히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골드스톤 보고서에 대한 유엔인권이사회 표결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유엔 조사팀은 가자 전쟁에서 두 나라가 모두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이 보고서를 마련, 유엔 총회에서 필요한 조처를 취하도록 표결에 부쳤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표결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평화협상 진행에 전범 문제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팔레스타인 지도부를 압박한 결과다. 결국 아바스의 정치적 수세로 몰아간 서안지구 정착촌 문제나 골드스톤 보고서 모두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던 셈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바스도 미국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주민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미국에 협조를 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여론의 뭇매였다. 즉 자신의 자리를 내놓는 모험을 통해 미국을 압박, 평화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아바스 자신이 유용한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행동으로 분석된다. 미국 입장에서도 아바스의 퇴진은 부담스럽다. 아바스가 이대로 물러난다면 평화 협상의 판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이란의 국영방송인 프레스TV는 “오바마는 취임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지만 아직 진전된 게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정부에 “물좀 주소”

    이스라엘 정착민은 집에 수영장과 정원까지 갖춰놓고 물을 펑펑 쓰는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안심하고 마실 식수가 모자라 쩔쩔 매고 있다.  국제 사면위원회(앰네스티)가 최근 112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내 이스라엘 국민이 하루 평균 소비하는 물이 300리터인 반면,팔레스타인 주민들은 70리터만 쓰고 있어 차별이 심각하다며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고 영국 BBC가 27일 전했다.요르단강 서안을 봉쇄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우물을 파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물 탱크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일도 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일부 팔레스타인 주민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권고치인 하루 20리터 미만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도 건물 안의 수도 설비를 개선하려는 어떤 공사도 하지 못하게 이스라엘이 막고 있어 물 부족을 겪고 있다.  도나텔라 로베라 국제 사면위원회 조사관은 “물은 기본적인 욕구이자 권리인데 질 낮은 물만 소유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에게는 좀처럼 구할 수 없는 사치품목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과 이스라엘 지하수의 원천이 되는 아퀴퍼 산을 관할하고 있어 원수(源水)의 80% 정도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 보고서가 허점 투성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난 1990년대 평화조약 이후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그리고 국제 앰네스티측 통계와 달리 이스라엘 국민의 하루 평균 소비량은 408리터,팔레스타인 주민의 소비량은 287리터라고 반박했다.이 통계를 믿더라도 이스라엘 국민의 소비량 절반 정도만 팔레스타인 주민은 사용하고 있는 셈.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측이 수자원을 잘못 관리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그는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측의 관정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잘못된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승인한 82개 관정 신청 가운데 실제로 이행된 것은 26건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유럽중심 세계문학 흐름을 바꿔보자”

    “유럽중심 세계문학 흐름을 바꿔보자”

    올해 노벨상은 루마니아 출신의 독일 여성작가 헤르타 뮐러에게 돌아갔다. 이에 한편에서는 ‘이주문학’, ‘여성문학’ 등 문단에서 이중으로 소외받던 주변부 작가의 수상이라며, 이것을 유럽 문단의 인식 변화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주변부 문학에 대한 인식 변화도 결국은 유럽권에 머무른 것이라 비서구 문단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아쉬움을 딛고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 세계문단에서 상대적 소외를 받고 있는 지역의 작가들이 모인 심포지엄이 열린다. 국내의 문학 전공자들과 작가들을 중심으로 해 구성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은 28~29일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심포지엄(AALA)’을 개최한다. ●지역 경계를 넘어선 문인들의 네트워크 한국문학번역원의 후원으로 열리는 올해 행사는 ‘경계를 넘어서’를 주제로 국내를 포함 비서구 지역 문인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 서구·비서구의 경계를 극복하고 유럽 중심의 세계 문학판을 바꾸기 위한 비서구 문인들의 네트워크인 셈이다. 역사 속에서 이러한 비서구 지역 문인 네트워크는 냉전 이후 소련의 지원으로 결성된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연대’가 거의 유일했다. 이 단체는 학회지 발간, 관련 포럼 개최는 물론, 김지하 시인의 수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로터스 상’ 등을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사라져 버렸다. 그후 문학 전공자들과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포럼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됐고, 국내에서는 2007년 전주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 등 이와 관련한 행사를 간헐적·부분적으로 열었다. 그러던 것을 각 행사 기획자들이 힘을 합쳐 이번 포럼으로 구성한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 국내대표로 주제발표 행사는 양일간 1·2부로 나눠 진행된다. 28일 1부는 ‘비서구 여성작가들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각 지역의 작가들이 주제 발표를 한다. 소설 ‘유산’의 국내 번역을 앞두고 있는 팔레스타인 작가 사하르 칼리파, 아르헨티나의 루이사 발렌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디웨 마고나 등이 발표자로 나선다. 국내 작가로는 소설가 박완서가 ‘내가 믿는 이야기의 힘’이란 주제로 행사의 첫문을 연다. 28일 2부에는 필리핀 작가 아센조 제네이아브 람파사와 함께 소설가 천운영, 손홍규, 시인 신용목, 문학평론가 이경재 아주대 교수 등이 참석해 ‘세계화와 문학’에 대해 토론한다. 행사를 기획한 원광대 김재용 교수는 “이러한 포럼은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 행사 등에서 만난 외국작가들도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주변부의 시각을 통해 유럽 중심의 세계문학 흐름을 바꿔보자는 목소리를 담아 내겠다.”고 했다. 포럼은 올해 심포지엄 이후 내년 봄쯤 정식 단체를 발족하고 다시 대규모 국제행사를 연다. 한국어판·영어판 학회지도 발간하고, 향후 각 지역에 지역센터를 만들어 비서구 문인 간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30국 다큐영화 비무장지대서 만난다

    30국 다큐영화 비무장지대서 만난다

    남북분단의 상징이자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공간인 비무장지대(DMZ)를 배경으로 국내외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제1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가 22일부터 26일까지 파주지역 DMZ와 파주출판단지에서 ‘상상하라, DMZ! 즐겨라, 다큐로! 던져라, 당신을!’을 슬로건으로 개최된다. 경기도와 파주시,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영화제에서는 30개국 62편의 영화가 ‘국제경쟁부문’과 ‘DMZ초이스’ ‘글로벌 비전’ ‘한국 스펙트럼’ ‘스페셜 포커스’ 등 4개 섹션의 비경쟁부문을 통해 선보인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예닌의 심장’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팔레스타인 소년과 아들이 죽은 지 12시간 만에 6명의 이스라엘 어린이에게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홍형숙 감독 작품인 ‘경계도시 2’는 국제경쟁 부문에 출품된 9개 작품 중 하나로,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37년만에 귀국하면서 겪은 이념적 갈등을 그렸다. 다양한 군대에서 복무하면서 20세기 유럽의 여러 전쟁을 목격한 취사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쿠칭 히스토리’와 르완다 소수민족의 참상을 그린 ‘나의 이웃, 나의 살인자’, 남아공 더반에서 아동학대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여성들을 소개한 ‘거침없는 여자들’ 등이 눈길을 끈다. 전쟁 이후 갈등이 더욱 깊어진 ‘수니파’와 ‘시아파’의 이야기를 전하는 ‘벽의 도시 바그다드’, 2007년 파키스탄 수도에 있는 붉은 사원에서 벌어진 농성 강제 진압사건을 취재한 프로그램 ‘붉은 사원에서 생긴 일’ 등 알 자지라 방송 특별전도 선보인다. 기타 상영 작품 및 부대행사, 영화 관람권 예매 방법 등은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 홈페이지(www.dmzdoc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우 조재현씨가 집행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가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가수 윤도현씨와 배우 이인혜씨가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한편 DMZ다큐멘터리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 ‘DMZ DOCS 평화대장정’이 지난 19일 경기도청에서 발대식을 갖고 나흘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국내외 대학생 155명이 참가해 철책선 155마일을 걷는 평화장정에는 한국전쟁 참전국과 대표적 분쟁지역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학생, 탈북 새터민들이 참가해 ‘평화’와 ‘공존’의 의미를 더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이·하마스 가자戰 보고서 안보리 회부

    유엔 인권이사회는 16일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이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력분쟁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모두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한 ‘가자 보고서’를 승인하고 이를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대한 국제적 기소가 가능한 발판이 마련됐다. 표결은 쉽지 않았다. 이틀간의 격론이 벌어졌고 인권이사회 회원국 47개국 중 유럽과 아프리카 쪽 회원 11개국이 기권했다.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은 투표에 불참했다. 찬성 25개국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이었다. 미국을 포함해 반대표는 6표였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22일간에 걸쳐 발생한 가자지구 분쟁으로 팔레스타인인 1400명과 이스라엘 측 13명이 숨진 사건을 조사한 내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대계 판사 리처드 골드스톤이 이끄는 유엔 조사단에 의해 작성돼 ‘골드스톤 보고서’라고도 불리며 575쪽 분량이다 골드스톤은 이스라엘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으며, 고의로 민간인을 겨냥했고 팔레스타인인을 인간방패로 사용하는 등 전범 행위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또한 고의로 민간인을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이 조사단의 활동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묻기도 했다. 보고서는 분쟁 당사자들이 안보리에 6개월 안에 신뢰할 만한 조사를 진행했음을 보여주도록 촉구하고 있다. 자체 조사에 나서지 않으면 유엔 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연계해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담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보고서에 결함이 있다며 결의안 채택을 저지해 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서울광장] 콜럼버스와 노벨상/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콜럼버스와 노벨상/김성호 논설위원

    올해 노벨상 시즌이 서구의 잔치로 막을 내렸다. 아시아를 비롯해 아랍, 아프리카권의 수상이 전무한 채 미국, 이스라엘, 루마니아의 잔치판에 머물렀다. 특히 미국은 전체 수상자 13명 중 11명을 리스트에 올렸다. ‘노벨 아메리카상’이란 말이 괜한 게 아닐 성싶다. 국내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이후 꾸준히 문학상 후보 물망에 올랐던 고은 시인의 탈락에 안타까운 탄식이 이어진다. 고배의 비감이 고은 시인만의 것일까. ‘노벨 아메리카상’의 후담에 묻힌 아쉬움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노벨 아메리카상’의 후담 중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은 압권이다. 미국 내에선 정치적 공세 수준의 반납 요구까지 나오는 등 수상 자격을 문제 삼고 의혹을 지적하는 잡음이 쏟아진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나서 “선정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룬 것의 결과로 상을 받았다.”고 해명할 정도이다. ‘취임 9개월 차의 대통령이 평화상에 걸맞은 업적을 남겼느냐.’는 지적이 대세이다. 노벨상의 잡음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수상자 발표 후 상을 거부하거나 시상식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이들은 숱하다. “노벨상 수상이 독자들에게 작가의 책임을 흐리게 한다.”며 수상을 거부한 프랑스 장폴 사르트르나 미국 헨리 키신저와 공동수상이 결정된 베트남 정치가 레득토가 “베트남전쟁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과 함께 상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올해 평화상 수상자인 오바마는 여러 모로 곤란한 지경에 있다. 아프간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이란 핵문제 등 난제들을 그가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노벨상의 위상과 가치가 또 한번 갈릴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 논란이 한창인 지금, 1492년 신대륙 발견의 영웅으로 칭송되던 콜럼버스의 재조명 움직임이 미국에서 일고 있다. 신대륙의 발견자가 아닌 원주민에 대한 침략과 침해자로의 평가절하가 흥미롭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발을 디딘 날을 우리의 개천절 격인 ‘콜럼버스 데이’로 지정해 기념해 왔던 미국이 아닌가. 미국 건국의 할아버지쯤으로 인식된 채 500년 넘게 개척 선구로 추앙받아온 인물의 추락에 세계의 관심이 쏠림은 당연할 것이다. 콜럼버스가 발견했다는 신대륙의 땅에서 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 공교롭게도 큰 경사라면 경사일 수 있는 대통령의 수상 즈음에 맞춰 콜럼버스 재평가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의 입장에서 볼 때, 콜럼버스 당대에 노벨상이 있었다면 평화상쯤을 받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개척 선구에서 침략자로 절하된 콜럼버스의 노벨 평화상을 박탈해야만 할까. 수상의 명분인 세계 평화의 업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오바마의 평화상도 물려야 할까. 정치와 세력논리에 치우친 허상이란 비판에도 ‘인류에게 유용한 업적에 상을 준다.’는 노벨상의 취지와 정신은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남을 위해 혹독한 자기와의 싸움을 벌이는 과학자와 문인 ,종교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혼탁한 세상에 빛으로 인류의 삶을 증진시키고 평화에 보탬이 되려는 정신과 몸짓들은 걸맞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모든 기준이 공격을 받는 시대에 노벨상은 권위와 구심점의 상징”이라고 일갈했던 한 노벨상 수상자의 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벨상이 지속돼야 하고, 우리가 고은 시인을 비롯한 한국인 수상을 애타게 기대하는 충분한 이유이다. 상을 받기까지 할 일이 너무 많음에도 불구하고.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성과보다 격려… ‘힘→대화외교’ 높은 점수

    성과보다 격려… ‘힘→대화외교’ 높은 점수

    ■ 오바마 노벨평화상 선정 안팎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노벨평화상 역사상 가장 ‘의외의 결과’로 기록될 것 같다. ●세계 언론들 “놀랍다” 한목소리 세계 각 언론이 즉각적으로 “놀랍다.”(surprise)라고 입을 모은 데서 그 충격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발표 전까지 오바마란 이름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제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그가 내밀 ‘성적표’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벨평화상 후보 접수 시한이 매년 2월1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월20일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할 업적은 산술적으로 10여일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결국 이번 상은 지금까지 잘했다라기보다는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로 줬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수상자인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은 “국제적 현안에 임하는 오바마를 격려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석했다. 사실 힘의 외교로 일관해 우방국과 적대국을 막론하고 크고 작은 불화를 빚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로부터 초강대국의 권한을 위임받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세계 각국은 ‘대화’와 ‘겸손’을 기대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외교’를 천명하는 등 일단 호응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주재하면서 ‘핵 없는 세상’ 구현을 위한 핵무기 확산 근절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또 부시 행정부 때 등을 돌렸던 이란, 북한과 핵문제 협상의 물꼬를 텄다. 지난 7월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양국의 핵탄두 수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수단 감축에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아랍권 언론과의 최초 인터뷰에서 이슬람 국가들을 향해 미국인은 이슬람의 적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며 외교관계를 단절했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게도 손을 내밀었으며, 쿠바와도 화해에 나섰다. 물론 복잡다기한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정세의 특성상 오바마 대통령의 앞길이 순탄할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의 국익을 손상시키면서까지 대담한 양보를 하는 데는 정치공학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뜨거운 감자’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회담과 이란·북한 핵문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노벨상이 주는 무게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어떤 식으로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선택의 순간에 ‘강경’보다는 ‘양보’를 한번이라도 더 감안할 동력이 될 수 있다. 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케냐 출신 왕가리 마티가 “오바마의 수상은 전 세계에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한 대목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상은 오바마의 국내정치적 헤게모니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개혁안 추진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오바마에게 일단 긍정적인 기운을 부여할 전망이다. ●일부선 “어부지리 얻었다” 지적도 반면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이번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동반되고 있는 것은 찜찜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마땅히 뽑을 만한 후보가 없어 그가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상 최다 후보가 난립한 사실 자체가 그만큼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이르 룬데슈타트 노벨위원회 사무국장은 “우리는 오바마가 이미 중요한 변화들을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비폭력’ 간디도 못 받은 賞?

    ‘비폭력’ 간디도 못 받은 賞?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수상 당시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은 받았지만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받지 못한 상이 있다. 바로 9일(현지시간) 발표를 앞둔 노벨평화상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7일 노벨평화상을 받았어야 마땅한 역사상 인물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간디는 세계적인 비폭력 평화주의자답게 1937년과 47년, 48년 등 3차례 평화상 후보군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독립운동을 한 정치 지도자’, ‘사후(死後)’라는 이해하지 못할 이유 등으로 상을 받지 못했다. 또 대부분이 유럽 출신인 백인 심사위원들의 지역·인종적 편견도 간디를 배제한 이유 중 하나라고 FP는 설명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너 여사는 여성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로 명망이 높았다. 또 세계인권선언 제정에도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역시 1947년, 1955년 평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받지 못했다. 해리 트루먼 전 미 대통령은 “그가 상을 못 받으면 대체 누가 상을 받을 수 있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체코 민주화 운동인 벨벳혁명을 이끈 바츨라프 하벨 전 대통령도 유력한 후보였지만 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가 유력한 수상자로 떠올랐던 1991년에는 지역적 안배를 고려한 노벨위원회의 결정으로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상이 수여됐다. 중동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한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 사리 누세이베가 아직도 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1994년 평화상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994년 당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이 오슬로 협정을 체결한 공로로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지만, 그 뒤에도 중동의 갈등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벨위원회는 중동지역 인사들에게 상을 주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FP는 이 외에도 평화상을 받아야 했던 인물로 나이지리아의 환경운동가 켄 사로 위와와,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 등을 꼽았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카다피 못잖은 ‘유엔 10대 막장 발언’

    각국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엔총회가 항상 무겁고 심각한 자리만은 아니다. 때로는 정상들의 돌출 행동으로 세계인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곳이 바로 유엔이다. 텐트를 설치하겠다고 떼를 쓰더니 회의장에서는 90분간 연설하면서 각종 돌출 행동과 기행을 연출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올해 유엔총회의 대표적인 화제의 인물이었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카다피 못지않게 화제를 뿌린 유엔의 10대 연설을 선정,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다피의 90분 연설도 1957년 키르슈나 메논 인도 대사의 연설과 비교하면 초라해진다. 유엔 최장 연설로 기록된 메논의 ‘장광설’은 무려 8시간이 넘는다. 당시 카슈미르 분쟁에 대해 ‘사자후’를 토한 메논 대사는 실신 상태에 이르자 잠시 연설을 중단한 뒤 다시 1시간을 더 연설했다. 당시 메논의 옆에서는 의사가 혈압을 재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1960년 유엔총회에 처음으로 참석해 4시간29분간 연설하며 국제사회 데뷔식을 치렀다. 당시 카스트로는 호텔에서 산 닭과 함께 생활해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니키타 흐루쇼프 러시아 서기장의 60년 ‘구두 연설’도 순위에 올랐다. 흐루쇼프는 갑자기 구두를 벗더니 단상을 두드렸고 이는 흥분한 웅변술의 고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유엔 총회에서 작심한 듯 미국을 비판하곤 했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을 지목하며 “람보는 영화 속에서나 존재한다.”고 일갈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006년 총회 연설에서 “악마가 어제 여기 왔었다. 아직도 유황 냄새가 난다.”며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을 조롱했다. 하지만 차베스는 올해 총회 연설에서 “유황 대신 희망의 냄새가 난다.”며 오바마 행정부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밖에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헨리 캐벗 로지 미 유엔대사 등의 연설도 순위에 올랐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美·이·팔 22일 정상회담…오바마 당선 이후 첫 회동

    중동평화협상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3국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하지만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둘러싼 각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기브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3국 정상회담이 22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3자 회동 전 네타냐후와 아바스를 따로 만날 예정이다. 백악관은 18일까지만 해도 정상회담 성사에 회의적이었다. 조지 미첼 미 중동평화특사가 지난 14일과 16일 두 차례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갖고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했다. 팔레스타인은 정착촌 건설 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오바마 대통령의 초청에 퇴짜를 놓는 대신 같은 테이블에 앉기로 결심했지만 입장 차이는 크다. 단순히 악수하면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으로 중동평화협상이 성사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한 측근은 “이번 회담은 총리가 원하는 대로, 전제 조건 없이 열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입장의 변화나 물밑 조율 없이 회담이 열린다는 얘기다. 미국 역시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기브스 대변인은 이번 회담의 의미에 대해 “협상 재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한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회담 후 성명 같은 것이 나오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서안 지역에 주택 455채 신축을 승인했다. 국제사회 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이미 건설 중인 주택 2500채는 동결 대상에서 제외한 뒤 나머지 정착촌 건설을 6개월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정착촌 건설 1년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나, 완전한 중단을 원하는 팔레스타인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전쟁과 그 뒤에 숨은 이야기 하고 싶었다”

    “전쟁과 그 뒤에 숨은 이야기 하고 싶었다”

    돌격용 총검을 그루터기에 꽂아 놓은 뒤 군인은 평화를 기원하듯 어머니 땅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전쟁이 끝났는지 카키색 군복 뒤로 시리게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 군인도 모를 것이다. 그가 입맞춤하는 땅 아래에는 수십, 수백 개의 해골들이 가득 쌓여 있다는 사실을. ●새달 10일까지 청담동 슐츠갤러리서 전시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마이클 슐츠 갤러리의 전속작가인 세오(한국명 서수경, Seo·32)가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청담동 슐츠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초대형(250×250㎝) 그림이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소장을 결정한 작품이다. 2007년 서울 현대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당시 세오의 그림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풍경화였다. 색채가 화려한 전주 한지를 찢어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다시 한지를 찢어 붙이는 작업을 서너 차례 거쳐서 깊이있는 색감을 연출해 냈던 방식은 유화물감보다도 아름다웠다. 그 방식은 여전하지만 이번 전시의 주제는 ‘전쟁에 대항하여’로 무겁다. ●“작품 보며 전쟁에 대한 질문 던졌으면” 16일 독일에서 귀국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세오는 “신문이나 잡지, TV 등에서 순간적으로 마주치는 전쟁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내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질문을 던졌듯이 관객도 내 작품을 보면서 전쟁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쟁 속 인간의 잔혹함 절감…시리즈 제작 전쟁에 관한 그림 구상은 4년 동안 이뤄진 것이다. 2004년 독일 친구들과 함께 광주 망월동 묘역과 5·18 기념관 등을 둘러보던 작가는 외국인들에게 제3자적인 입장에서 ‘5월 광주’를 설명해야 했다. 1977년 광주에서 태어난 그였지만, 80년 광주 항쟁은 그에게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설명해야 했던 그 순간, 그는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다뤘는지 보면서 인간의 잔혹함을 절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5·18광주항쟁’서 모티브… 4년간 구상 학생들의 데모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겹쳐지면서 그는 전쟁 시리즈를 기획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림의 모티브가 됐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백인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연상시키는 어린이들의 투석전, 소총더미에 압도되는 가냘픈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등 소재는 전지구적이다. 아쉬운 점은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이 단 4점. 원래 12개의 연작인데 나머지는 미완성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내년 4월 광주 전시를 시작으로, 중국 금일미술관(Today Art Museum)과 독일의 미술관 등에서 순회전을 열 계획이다. (02)546-7955.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인터뷰의 여왕’과의 특종 인터뷰

    월터 크롱카이트, 테드 코펠, 피터 제닝스, 댄 래더, 톰 브로커, 바버라 월터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시대를 풍미하며 정치인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꼽혔던 미국 TV 저널리즘의 간판들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ABC의 월터스는 40년이 넘는 방송생활 동안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등 전 세계 정치 지도자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과의 특종 인터뷰를 숱하게 성사시킨 ‘인터뷰의 여왕’으로 평가받는다. 1978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의 합동 인터뷰를 성사시키며 크롱카이트의 콧대를 누른 것은 아직까지 전설로 남아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스캔들을 일으켰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첫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도 월터스였다. 그는 또 1976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앵커를 꿰차는 등 TV 저널리즘에서 여성이 걸어온 길을 개척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월터스의 회고록 ‘내 인생의 오디션’(이기동 옮김, 프리뷰 펴냄)이 출간됐다. 남성들이 지배하던 TV 저널리즘 시대에 여성으로 정상에 오르기까지 겪어야 했던 도전과 좌절, 성공과 실패를 담고 있다. 1970년대 기혼이었던 흑인 상원의원 에드워드 W 브루크와 내연관계를 맺은 사실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공개해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3만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죽음·테러가 일상이 돼버린… 이스라엘 청춘들의 자화상

    지중해 연안에 있는 텔아비브. 이스라엘의 경제 중심지이자 최대 도시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으로 폭력과 테러가 일상다반사인 곳이기도 하다. 분쟁의 한가운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텔아비브 출신 만화가 루트 모단(43)의 첫 장편 그래픽노블 ‘엑시트 운즈’(김정태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는 텔아비브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자화상은 예상과는 달리 건조하고 무감각하다. 법의학 연구소 직원들은 폭탄에 희생된 사람들을 매만지며 점심 메뉴를 의논하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눈다. 가족의 시신을 찾으러 온 사람 또한 슬픔은 찾아보기 힘들다.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모단은 “삶을 둘러싼 현실이 너무 복잡하거나 두렵게 되면 사람들은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다.”면서 “항상 두려워하며 살 수 없으니 힘든 현실을 무시하는 것도 자신을 지키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방어 기제가 결과적으로 인격의 한 부분으로 굳어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택시 운전사인 주인공 코비도 지극히 무감각한 인물이다. 아버지 가브리엘과의 갈등, 어머니의 죽음, 일상적인 테러 등으로 내면의 상처를 입었다. 그러한 그에게 어느날 누미라는 낯선 여자가 찾아온다. 알고보니 아버지의 젊은 애인. 누미는 3주전 있었던 폭탄 테러 현장에서 자신이 선물한 목도리를 봤다며 신원 미상의 시신이 가브리엘일지 모른다고 호소한다. 코비는 누미와 함께 오랫동안 남남으로 지내던 아버지의 행적을 쫓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분쟁의 한 축인 팔레스타인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모단은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테러의 배경에 대해서는 굳이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불운으로 받아들이고 될 수 있는 대로 회피한다.”고 설명했다. ‘엑시트 운즈’는 총알이 관통해 나오는 구멍을 뜻한다. 대개 사입구보다 사출구가 크다. 폭력과 테러가 사입구라면, 그로 인한 정신적인 상처는 사출구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다. 코비와 누미를 통해 어떻게 상처를 보듬을 수 있을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모단은 “희생자 콤플렉스를 벗어난다면,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했는지 고민하는 것을 멈춘다면, 정의 실현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보복하기를 멈추고, 상대를 고립시키기 위한 봉쇄 같은 행위를 멈춘다면, 그러면 우리 삶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중동 화해 싹트나

    중동에 화해의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위한 새로운 중동평화안을 다음달 중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사온 서안지구 이주정책을 잠정 중단했다. 팔레스타인 양대 세력 중 급진파인 하마스는 반대 세력이자 온건파인 파타당원 죄수 55명을 이슬람 단식기간인 라마단을 맞아 석방한다고 밝혔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방미는 5년만이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가 이집트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문제삼으면서 양국간 관계가 냉랭해졌다. 이번 회동에서 두 정상은 중동의 평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다짐, 관계를 정상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움직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이주정책의 핵심인 정착촌 건설의 중단을 요구해왔다. 이스라엘 측은 인구의 자연적 증가에 따른 추가 건설까지는 막을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발,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간 관계가 서먹한 상태였다. 다음주 중 조지 미셸 대통령 중동특사가 런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세부적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 아리엘 아티아스 주택부 장관 등은 내년 초까지 추가 정착촌 건설 계획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정착촌 건설의 동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여지를 남겼다. 집권당인 리쿠드당은 정착촌 건설 동결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50만명의 이스라엘 국민이 25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는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살고 있다. 국제법상으로 불법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집트를 포함한 아랍국에 이스라엘 민간항공기의 영공 통과, 문화협력 증대, 이익대표부 설치 등을 요구해왔다. 아랍국들은 그 조건으로 정착촌 동결은 물론 서안지구의 거주환경 개선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최근 서안지구 검문소 폐쇄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분열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화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파타측 죄수를 석방한 하마스는 파타에게도 하마스 죄수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2007년 하마스가 파타로부터 가자지구를 빼앗은 뒤 양측은 상대방 인력을 체포해왔다. 하마스는 급진파의 창궐을 막기 위해 파타측과 협력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하마스 지도부는 가자지구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연결된 것으로 알려진 ‘알라의 지지자의 군대(준트 안사르 알라)’와 교전을 벌였다. 한편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도 모스크바를 방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동안 러시아는 평화협상을 위한 국제회의를 주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