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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린에 비친 일상 그리고 이탈 ‘아시아감독 3인전’

    홍상수·이시이 소고(石井聰瓦)차이밍량(蔡明亮).시네아스트로 통하는 세 명의 감독이 ‘일상과 이탈’이란 하나의 주제 아래 모였다.문화학교 서울이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여는 ‘아시아 감독 3인전’은 일상성을 테마로 영화의 본질을 살펴보는 미니 영화제다. 영화에서의 일상성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그것은 꽉 짜인 내러티브를 영화의으뜸가는 요소로 여기는 고전적인 영화제작 방식에 대한 거부에서부터 출발한다. 일상성을 화두로 하는 영화들은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 못지 않게 시간과 공간, 그 사이의 여백, 인물의 시선 같은 것들을 중요하게 다룬다. 일상성을 영화의 중요한 테마로 삼는 홍상수(40)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강원도의 힘’두 작품으로 부동의 작가주의 감독의 위치를 굳힌 인물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파편화한 삶,그 지루한 일상의 풍경을 전통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극화한다.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설가 효섭,그와의 사랑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날 꿈을 꾸는 보경과 그의 남편 동우,효섭을 존경하는 극장 매표원 민재와 그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민수.감독은 이 다섯 남녀의 관계와 욕망을 재배치하며 우리 시대 서울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을 그린다. ‘강원도의 힘’은 곧 ‘일상성의 힘’이다.불륜관계에 놓인 한 여대생과 대학강사의 실천적 존재방식을 통해 감독은 기다림과 반복이 지속되는 지독한일상의 리얼리즘을 이야기한다. 이시이 소고(43)는 70년대 말 일본의 진보적 대학영화운동과 수퍼 8㎜정신으로 출발한 컬트 취향의 감독.그는 35㎜ 극영화도 ‘16㎜처럼’만들어 왔다. 그 무정부적 감수성은 80년대에는 개인과 체제와의 싸움을,90년대 들어서는체제를 지배하는 거대한 무의식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하는 토양이 됐다. 이번 감독전에서는 ‘앤젤 더스트’‘꿈의 미로’‘반쪽 인간’‘셔플’등 4편의 영화가 소개된다.‘앤젤 더스트’는 옴진리교 사건의 파장 안에 있는작품으로,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 매우 혼란스런 상황을 보여준다.‘꿈의 미로’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나가면서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다. 오토모가쓰히로의 만화 ‘런’을 원작으로 한 ‘셔플’은 이 시대 폭력의초상을,‘반쪽 인간’은 현대 도시인의 고독의 실체를 파헤친 영화다.일상의판타지를 영화로 풀어내는 감독에게 일상의 무심함은 또 다른 의미에서 악몽이다. 차이밍량(43)은 말레이지아 태생의 작가주의 감독이다.양귀매의 울음을 담은마지막 롱테이크가 인상적인 영화 ‘애정만세’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10대의 방황과 우울을 다룬 ‘청소년 나타’,부자간의 동성애를 암시하는 충격적 장면을 담은 ‘하류’,현대사회의 질병을 진단한 ‘구멍’등 대표작들이 이번에 상영된다.‘청소년 나타’와 ‘하류’는 ‘애정만세’와 함께 ‘타이페이 3부작’으로 꼽히는 작품.‘구멍’은 50년대 홍콩 대중가요계를 풍미한 그레이스 창의 음악과 서구 뮤지컬의 형식을 빌린 색다른 분위기로 눈길을 끌 만하다. 현대 도시인의 소외와 단절이라는 차이밍량의 주제의식은 영화는 물론 연극‘어둠 속에 봉인된 방’,TV드라마 ‘세상의 구석’등 그의 작품 전반에 일관되게 흐른다.(02)595-6002. 김종면기자 jmkim@.
  • 겁쟁이 ‘빌보’ 보물찾기 모험

    영국 판타지 문학의 한 축을 형성한 작가로 인정받는 존 로널드 로웰 톨킨의 ‘호비트’(시공주니어·전2권)가 출간됐다. 중세 서사문학 분야의 권위자인 톨킨(1892∼1973)은 인간과 신과 요정들이함께 어울려 살던 시대에 볼 수 있었던 호비트라는 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펼쳐나간다. 주인공인 ‘빌보 배긴스’라는 호킨스는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지만 용맹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빌보에게 어느 날 간달프라는 마법사가 찾아 온다.이튿 날에는 난쟁이 열세의 방문을 받는다.그리고 마치 마법에 걸린 듯빌보는 난쟁이들과 함께 보물지도 한 장을 들고 보물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겁쟁이 빌보 앞에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이들을 물리쳐도 마지막에는 가장 무서운 용이 보물을 지키고 있다.빌보는 여러차례 고비를 넘긴 끝에 보물을 찾아 집으로 돌아온다. 저자인 톨킨은 빌보 배킨스라는 호킨스를 통해 믿음과 신의,용기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알려준다.값 각권 5,500원[김명승기자]
  • 인문학 대형 기획시리즈 출간 붐

    새 세기를 맞아 인문학 분야의 대형 기획물 및 시리즈 출간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한길사 등 대형 출판사들은 철학 역사 종교 문학 등 각 분야의 대작을 속속 내놓거나 준비중이다. 이는 실용서와 성담론 등 가벼운 단행본이 지난해부터 판을 치면서 무게있는 교양서 등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출판계의 노력으로 보인다.특히 고사 위기에 놓인 인문학을 되살려,독자들에 대한 ‘지식과 정보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하자는 뜻도 담고 있다. 한길사는 이번 주에 대형 기획물인 ‘숲길’시리즈의 첫권을 발간하며 3월중 ‘한길크세주’시리즈 2차분(전 12권)을 출간할 예정이다.또 영국 파이돈출판사 기획물인 ‘art and ideas’시리즈(전 136권) 1차분과 ‘예술가 전기’시리즈가 올해 독자를 찾는다. 숲길은 일반인은 물론 중고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고전 교양시리즈.‘소피스트적 논박’(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유토피아’(토마스 모어)에 이르기까지 7명의 서구 철학자 저서가 올해안에 선을 보인다.또 다음달에 ‘컬처북스’시리즈 중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문화를 넘어서’ 등이,‘한길신인문총서’ 가운데 신상희의 ‘시간과 존재의 빛’ 등이 서점에 나온다. 한길사 기획실 이승우씨는 “요즘 사회 분위기가 소비문화로 편중되고 있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 줄 수 있는 문화풍토의 조성이 절실하다”면서 “인문학 서적의 발간 붐은 이같은 학문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냄의 경우 ‘매스터마인드’시리즈(전 12권)와 ‘시작된 미래’시리즈(전 10권)를 계속 내고 있는 중이며 ‘작가들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시리즈(1차 전 10권)는 올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매스터마인드’는 미국의 베이직북스에서 총 12권으로 기획한 것으로,현대 인문학의 주요 문제를 명쾌하게 설명한다.최근 ‘몰입의 즐거움’ ‘비범성의 발견’ ‘신,그이후’ ‘기계의 아름다움’ 등이 나왔다. 또 한백연구소와 공동기획한 ‘시작된 미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각 분야의 핵심 사안을 다루며 21세기를 점친다.해냄의 정해종 기획국장은“세기의 전환에 맞춰 새로운 좌표가필요하다는 인식아래 2년전 핵심 테마별로 기획한 저서”라고 말했다. 시공사가 마련한 국내 최초의 세계 종교 입문시리즈인 ‘샴발라 총서’는그리스트교 불교 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세계 종교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소수종교인 조로아스터교와 시크교 등도 소개한다.‘도덕경’ ‘논어’ 등 1차분 5권은 이미 서점에 진열되고 있고 올 하반기에 ‘미라래빠의 십만송 1,2’ ‘티벳 사자의 서’ 등 15권이 나온다. 또 개마고원의 ‘테마로 읽는 서구지성사’(전 9권)는 독자들이 서구 고전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양서.서구 지성사를 그리스시대부터 현대 까지 시대별로 9개로 나눠 10개의 테마를 선정했다.1차로 오는 6월 철학 예술역사분야의 책이 나오고,2차분(종교 정치·경제 환경·생태)과 3차분(여성교육 문화)이 기획중이다. 들녘의 기획시리즈인 ‘판타지 라이브러리’는 판타지 원류인 동·서양의신화와 전설을 다룬다.50여권이 준비중이고 매월 1∼2권씩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판타지의 주인공들 1’과 ‘켈트·북구의 신들’ ‘판타지의마족들’(이상 다케루베 노부아키 등 지음)을 출간했다. 민음사도 프랑스 철학자인 질 들뢰즈의 ‘앙티 오이디푸스’ 등 ‘현대사상의 모험’ 시리즈 3권을 다음달 첫 출간한다.50∼60권으로 계획하고 있다.앞부분은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사상 흐름을 짚고,뒷부분은 고전분야를 다루게 된다. 이밖에 범우사는 다음달 국내 처음으로 모택동전집(전 4권)을 펴내고 나남은 10∼15권 분량의 ‘노신전집’을 준비중이다. 정기홍기자 hong@
  • 神의 음성으로 찾아온 파이프오르간과 색소폰

    색소폰은 카톨릭 교회에서는 오락악기의 이미지 때문에 터부시되어온 악기. 그러나 2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선 파이프오르간과 색소폰이 어우러지는색다른 연주회가 열렸다.지난해 발표한 앨범 ‘파이프스 앤 폰스’로 낯익은 독일의 오르가니스트 페터 쉰들러와 색소폰 연주자 페터 레헬이 이 성당 기도석 뒤편에 자리잡은 파이프오르간 연주대에 나란히한 것. 통상의 음악회와 달리 연주는 연주자들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묵상 중인 기도자에게 신의 음성이 찾아오듯 그렇게 음악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눈으로 연주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데 감질나 하는 청중의 속성으로 볼때 이번 연주는 분명 이질적인 것이었다.성당의 공간적 특성에 따라 어느 자리에 있든 풍부한 반향으로 울려퍼지는 소리의 조화는 1,000여개 관으로 만든 파이프오르간 음의 조화와 함께 색다른 감상경험을 안겨줬다. 쉰들러가 바흐의 판타지아 G장조 BWV572를 오르간으로 독주하며 시작한 무대는,그와 레헬의 호흡이 돋보이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헨델의 ‘라르고’등 파이프오르간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맛이 살아 있는 종교음악 위주로 꾸며졌다.지루한 느낌?천만에 말씀이다. 경쾌한 애드립이 돋보이는 레온카발로의 ‘마티나타’로 시작한 2부는 두 사람이 주축이 된 재즈밴드 ‘살타첼로’가 무대 전면에 나와 청중과 호흡을함께했다.대금 연주자 이창우가 나와 레헬의 곡인 ‘무빙 인’과 ‘다이알로그’를 연주했는데 대금과 색소폰,베이스 클라리넷이 나누는 대화가 감칠맛나기 그지없었다.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 민요 ‘옹헤야’와 ‘진도아리랑’을 연주하는 데 드럼파트가 빠져 스윙의 맛을 즐길 수 없었다는 데 있다. 대미를 장식한 가톨릭성가대와의 성가곡 협주는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바흐와 해슬러의 ‘주 예수 바라보라’,프랑스민요를 캄프라와 이문근이 가다듬은 ‘수난 기약 다다르니’2곡을 연주했는데 종교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하는 데 한점 부족함이 없었다.성가대 앞에서 색소폰 애드립이라니. 앞으로도 성당의 파이프오르간 같은 값진 악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음악인들이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다.살타첼로는 26일 오후7시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전주·목포 순회공연을 한다. 임병선기자
  • 극장가 가족시네마로 새봄 맞이

    새 봄을 맞는 극장가에 잔잔한 톤의 가족영화들이 걸린다. 우선 눈에 띄는작품은 아이맥스영화 ‘아마존’,동물을 소재로 한 ‘꼬마돼지 베이브 2’,성장영화 ‘그림 속 나의 마을’등 3편.봄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볼만한 순수한 동심의 영화다. 아이맥스(IMAX)는 아이 맥시멈(eye maximum)의 준말로,사람이 볼 수 있는최대 시야의 영상이란 뜻.화면 크기가 가로 25m,세로 18m로 35밀리 영화보다10배나 크다. 서울 63아이맥스영화관에서 상영중인 ‘아마존’(감독 키스 메릴)은 이런 초대형 화면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한반도 넓이의 14배,지구 지표수의 5분의 1,24만종의 식물과 동물군이 서식하는 미지의땅 아마존의 신비를 담았다.죽은 영혼도 깨운다는 전설의 약초를 찾아 안데스산맥을 떠나는 잉카의 후예 마마니와,현대의학을 대체할 신비의 약초를 찾으려고 아마존에 온 식물학자 마크 플로킨 박사의 모험이 영화의 기둥줄기. 영화는 아마존의 생태계를 더할나위 없이 생생하게 보여준다.분홍 돌고래,4m나되는 뱀을 잡아먹는 악어,나비를공격하는 물고기 아로아나,식인어류 피라니아,500볼트의 전기를 내뿜는 전기뱀장어,지구상에서 가장 큰 설치동물인카피바라 등이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최근발견된 원시부족 ‘조에(Zoe)’족의 나체 생활상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상영시간은 40분. 영화 ‘토이 스토리’가 잃어버린 동심의 소중함과 옛것에 대한 추억을, ‘스튜어트 리틀’이 가족의 가치를,‘벅스 라이프’가 작은 생물의 소중함을일깨워준다면 ‘꼬마돼지 베이브 2’는 각박한 현대인에게 포용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해준다.전편에서 양치기 돼지로 활약한 베이브가 이번엔 시골 농장을 떠나 도시에서 모험을 펼친다.이기적 공간으로서의 도시,그 안에 스며 있는 정신적 삭막함이 베이브의 순수한 영혼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감독은 ‘매드 맥스’‘로렌조 오일’을 연출한 조지 밀러.‘매드맥스’에서 보여준 거대한 미래세계의 영상과 웅장한 액션코드를 감독은 이 영화에도 성공적으로접목했다. 19일 개봉. ‘그림 속 나의 마을’(감독 히가시 요이치)은 그림책작가이자 화가인 다시마 세이조의 동명 에세이를 토대로 한 작품.‘울고 다투다,이내 웃어 버리는’쌍둥이 소년의 유년시절을 통해 본 어른들의 우화다.감독은 자연과 마술,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허물고 전혀 새로운 제3의 영화세계를 만들어낸다.그것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순결한 리얼리티와 ‘집시의 시간’의 신비로움이 한데 녹아든 판타지의 세계다.“마음이 통하면 얼굴도 닮아간다”는 게 감독의 전언이다.19일 개봉. 김종면기자 jmkim@
  • 새장르 떠오른 ‘판타지 문학’ 조명

    판타지 문학이 기존 문학의 권위와 관습의 틀을 깨면서 빠른 속도로 자리잡고 있다.이에 대한 문화계의 평가는 갖가지다.‘황당무계한 귀신 이야기’등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신화와 전승과 민담을 현대적으로 복권시키는 문학’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정통과 순수를 표방하는 쪽에서 보면 판타지는 만화,게임,애니메이션의 부상에 따른 잠깐 동안의 유행 장르일 뿐이다.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간단하지않다.문학의 새로운 권력 주체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들녘에서 간행되는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이러한 이론적 토대의 부실함을 메우려는 기획의 일환이다.총 50여권을 낼 계획이다.최근 시리즈 첫 권으로 ‘판타지의 주인공들 1’과 ‘켈트·북구의 신들’(이상 다케루베 노부아키 등 지음)이 출간됐다. 주요 등장인물(대체로 사람이 아니다)에 대한 사전식 서술이 특징인데 인류의 보편적 무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상상력의 보고(寶庫)로써 손색이 없다. 예컨대 인도의 신수(神獸)로 적대관계이 나가(Naga)와가루다(Garuda)는 뱀의 속성과 새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이는 중국에서 용과 봉황으로 변형되며 고대 바빌로니아에도 그 원형적 이미지가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인류의 초시공적인 상상력의 보편성을 예증한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판타지의 원류인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을 총망라하고있다는 것. 판타지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신과 요정,갖가지 보물과 괴물들에 대해 그 역할은 물론이고 정확한 유래와 배경을 소상히 밝히고있다.각 권 8,000원. 정기홍기자 hong@
  • 봉준호 장편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변두리 서민아파트,하릴없이 교수 임용만을 기다리는 시간강사 윤주(이성재)는 캥캥거리는 동네 강아지 소리가 싫다.어느날 그는 강아지를 납치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뜨린다.그것은 곧바로 건너편 아파트에서 망원경으로 내려다보던 경리직원 현남(배두나)의 시야에 잡힌다.현남은 정체를 알 수 없는이 괴사내를 쫓아 검프처럼 달린다. 봉준호 감독(31)의 장편데뷔작 ‘플란다스의 개’(19일 개봉)는 강아지 실종사건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룬 코미디영화다.“일상의 힘겨움이나 슬픔을잔인하게 파헤치기보다는 일상 속의 비일상,슬픔 뒤에 숨겨진 기쁨을 따뜻하게 묘사하고 싶다”는 게 감독의 말.단편영화 ‘지리멸렬’에서 지식인의 일상에 감춰진 허위의식을 고발한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우리 삶속에 존재하는 이중성을 잔잔하게 혹은 가파르게 드러낸다. 그런 만큼 이 영화에는 상상과 현실이 마구 뒤섞여 있다.코미디와 공포, 미스터리가 어우러져있는가하면 판타지적인 요소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로 녹아들지못한 채 소화불량 양상을 보인다. 극단적으로 과장된 현실,그리고 우연 투성이의 이야기 전개는 한 편의 넌센스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개가 등장하는 것말고는 별다른 관련도 없는 동화 ‘플란다스의 개’의 제목을 갖다 쓴 것 또한 자연스럽지 못하다.
  • 풍성한 극장가…뭘 볼까 즐거운 고민

    올해는 설연휴 극장가가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한국영화로 임권택감독의 ‘춘향뎐’과 이창동감독의 ‘박하사탕’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처음 시도되는 레슬링영화 ‘반칙왕’(감독 김지운)이 4일 개봉된다.외국영화로는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할리우드 영화 ‘슬리피 할로우’‘13번째 전사’‘바이센테니얼 맨’‘비치’등이 현재 상영중이다. ‘춘향뎐’은 영화가에서는 스스럼없이 ‘국민영화’라 부를 정도로 기대를모으는 화제작.영화의 줄거리보다 구성지게 흐르는 ‘국창’조상현의 남도소리 가락이 흥을 돋우는 판소리영화다.조상현의 춘향가는 옛 명창들의 특징적인 대목을 고루 담을 뿐 아니라 조(調)의 성음이 분명하고,리듬을 구사하거나 목청을 꾸미는 기교가 뛰어난 것이 특징.영화는 이 판소리 가락에 춘향과몽룡의 풀향기같은 사랑을 실어 전한다. 새해 첫날 개봉해 장기상영중인 ‘박하사탕’은 서울관객만 23만명을 동원하는 등 롱런을 예고한다.오는 5월 열리는 제53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부문에도 출품할 예정.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가,순수했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 영화에 얼마나 ‘순수파’관객들이 호응할지 관심을 모은다. 김지운감독의 두번째 작품 ‘반칙왕’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소시민의 애환을 그렸다.특수카메라를 동원해 초저속 촬영한 시합장면이 지금은시들해진 프로레슬링에의 향수를 자극한다.데뷔작 ‘조용한 가족’을 통해나름의 작가정신을 인정받은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만만찮은 블랙유머를 구사한다.“세상의 반칙과 링위의 반칙중 어느 것이 더 조작적이고 폭력적인가”감독은 사각의 링이라는 공간을 빌려 세상의 반칙에 태클을 건다.소심한은행원이자 반칙 레슬러로 나오는 주인공 송강호.그의 우수어린 코믹연기가가슴 한켠을 시리게 한다.우리는 모두 동정없는 세상의 헤드록(목조이기)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반칙왕인지도 모른다.‘춘향뎐’‘박하사탕’‘반칙왕’세 영화가 ‘설 대목=한국영화 강세’라는 극장가의 오랜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화는 세상의 어머니를 매개로 희생과 관용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과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바이센테니얼 맨’(크리스 콜럼버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여기에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호러영화 ‘슬리피 할로우’,존 맥티어넌 감독의‘13번째 전사’,대니 보일 감독의 ‘비치’(감독 대니 보일)가 가세해 흥행대결을 벌인다.이 세 작품은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슬리피 할로우’는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의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을,‘13번째 전사’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시체를 먹는 자들’,‘비치’는 알렉스 갤런드의 동명소설을 각각 토대로 삼았다. ‘슬리피 할로우…’는 잘린 목을 찾기 위해 산간마을을 연쇄살인의 소굴로만들어가는 호스맨(horseman)을 쫓는 수사관 크레인(조니 뎁)의 이야기.도입부의 할로윈 호박 마스크를 한 허수아비는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상케 한다.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잔인해 편안하게 볼 수만은 없는 영화다. ‘13번째 전사’는 식인괴물이 출몰하는중앙아시아로 쫓겨난 음유시인 아메드(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악몽같은 모험을 그린 액션활극.맥티어넌 감독 특유의 영웅적 제스처가 좀 부담스럽지만 볼거리만큼은 풍성하다.‘비치’에서는 여행을 통해 삶을 배워가는 배낭족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만날 수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21세기 문화프론트라인](14) 脫국경

    피카추,라이추,꼬부기,파이링….어른들은 대부분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아이들이 이 이름들을 몰랐다간 자칫 집단따돌림을 당하기 쉽다.지난해 일본서 수입해 SBS-TV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들이다. 비디오게임,출판만화에 이어 97년 TV시리즈로 만든 ‘포켓몬스터’는 일본은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의 세계화·보편화 흐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무국적 성향이 강한 애니메이션이 첨병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국내 애니메이션업체인 선우엔터테인먼트 강한영대표(53)는 요즘 포켓몬스터에 맞서 전세계 시장을 누빌 기대에 부풀어 있다.그가 제작한 어린이용 창작애니메이션 ‘마일로의 대모험’(30분짜리 26부작)이 미국 공중파방송을 탈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650만달러를 들여 KBS와 공동으로 만든 ‘마일로의 대모험’은 지난해 세계 유명견본시장인 프랑스 칸의 MVP TV와 MIP COM등에서 작품성과 시장성을 검증받아 미국 유명 배급사인프리멘틀사와 전세계 TV방영권 계약 체결을 맺었다. 첫 결실은 호주.국내 방송보다 이른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전국네트워크방송인 ‘FOXTEL’을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미국은 오는 24일 열리는 TV시리즈 견본시장 NATPE에서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현재 공중파인 CBS,케이블채널인 디즈니채널,카툰네트워크 등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강대표는전했다.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와도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강대표는 “국내용을 세계에 내다파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용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하청을 받아 수출하거나 국산 완제품이라도 동남아 일부 시장에만 팔던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6∼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일로의 모험’은 개미용사 마일로와 곤충친구들의 모험을 코믹하게 그린 판타지 어드벤처로 3년간의 치밀한 작업을거쳐 태어났다.미국 캐나다의 애니메이터와 캐릭터 작업을 함께 하고,매회전세계 어린이들이 공감할 만한 교육적인 내용으로 스토리를 짜는데 세심한신경을 썼다. 포켓몬스터에서도 알수 있듯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상품,게임 등으로 연결해야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다.선우는 ‘마일로의 대모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다듬어 식품 의류 액세서리 등 국내 50여 업체와 최근 캐릭터 계약을체결했다. 강대표는 “캐릭터는 피부색과 인종을 뛰어넘는 국경없는 산업”이라면서 “각 나라의 기호에 맞도록 디자인을 개발했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덧붙여 앞으로 세계 애니메이션산업은 다국적 작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굳이 한 나라에서 모든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노하우와 경쟁력이 있는 부분을 서로 보완해 세계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만들면 그만큼 시장도 넓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이 끝난 것이다. 이순녀기자 coral@ *국경 뛰어넘는 '문화 교접' 가속화 세계체제론으로 널리 알려진 이마누엘 월러스틴은 미래의 사회상을 언급하며지문화(地文化·Geoculture)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지문화란 민족문화개념이 사라진 시장질서의 정립,정치·경제 중심에서 문화중심에로의 이동을 주요한 특징으로 삼으며 탈아메리카의 가속화를 점치는 데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12월31일 밤부터 100시간 동안 200여 국가에 생방송된 CNN의 ‘밀레니엄 2000’특집방송이 90분 분량의 비디오로 편집돼 우리나라에서 출시된것이 지난 12일.방송 하루만에 편집을 끝내 전세계에 깔린 복제공장에서 테이프를 제작한 뒤 유통망을 통해 보급하는 데 보름이 채 안 걸린 것이다. 이런 속도전은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위성네트워크의 존재와 단일화·고속화한 배급망,노동시장의 균질화(均質化)가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84년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뉴욕에서 보내온 음악과 영상에 맞춰 파리에서 퍼포먼스를 벌임으로써 국경을 뛰어넘는예술교접의 단초를 제시했다.세계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영화가 특정국의언어와 상품,민족성을 드러내 영화에 삽입하는 것은 이제는 낡은 전략. 해커를 다룬 영화 ‘스니커즈’에 한국기업의 컴퓨터 모니터가 등장하고,‘머더 1600’이란 영화에서 북한의 미군 인질납치 사건이백악관내 살인사건의 주요 배경으로 묘사되는 것조차 낯설지 않게 됐다. 국내영화 제작진이 호주로 건너가 영화 후반작업을 마무리하고,제작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중국의 촬영장을 이용하는 것도 시장논리의 외연확장으로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도 더 크고 넓어진 시장을 겨냥,각국의 문화상징들을 교접시키고 캐릭터에 녹여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이에따라 미국이 자본과 유통을책임지고 일본이 스토리라인을,한국이 작화와 동화 등 노동력 활용에 초점을맞추는 제작관행이 보편화했다.시장을 공유한다는 공감대 없이는 상상할 수없는 일이다. 설치미술가 전수천씨(53)는 오는 10월 뉴욕에서 LA까지 횡단하는 암트랙(미국영철도)에 한민족을 상징하는 흰 천을 씌운 채 살아 있는 드로잉을 10박11일 동안 펼칠 계획이다.다민족 국가의 중심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그네들과 소통하겠다는 포부이다. 이러한 문화현상의 월경과 빠른 이동은 노엄 촘스키 같은 석학들로 하여금“그들에게 국가는 없다”고 단언하게 만들었다. 임병선기자 bsnim@
  • [새 영화] 행복한 장의사

    10년째 초상이 나지 않는 시골마을,두 젊은이가 이곳 ‘낙천장의사’로 모여든다.빚을 지고 낙향한 재현(임창정)과 사회 낙오자로 떠도는 철구(김창완). 이들은 다방 여종업원에 빠진 마을청년 대식(정은표)과 함께 장의사를 천직으로 아는 장판돌 노인(오현경)으로부터 장의일을 배운다.그러나 실습 거리가 마땅치 않다.아무도 죽지 않기 때문이다.어느날 이웃 과부의 자살로 이들은 마침내 첫 손님을 맞는다.장문일감독(37)의 데뷔작 ‘행복한 장의사’(8일 개봉)는 시골 장의사를 매개로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코미디다. 이 영화는 얼핏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의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를 떠올리게 한다.할아버지가 죽었지만 집 마당에선 장례식 대신 결혼식이 치러지고 온 마을 사람들이 아코디언에 맞춰 춤을 추는….‘검은 고양이,흰 고양이’에선 죽음조차 한바탕 떠들썩한 축제로 변주된다.‘행복한 장의사’또한 죽음을 무겁거나 어둡게 그리지 않는다.죽음도 삶의 한 부분임을 은연중 강조한다.‘검은 고양이,흰 고양이’가 ‘마술적 리얼리즘’을 영화에 끌어들였다면,‘행복한 장의사’는 동화적 서정과 시적 판타지를 통해 죽음의 그림자를 거둬낸다. 그러나 ‘행복한 장의사’에서는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에서와 같은 통쾌한 익살과 가차없는 유머를 찾아보기 힘들다.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코미디를 끌어낸다는 의도는 좋았지만,억지웃음만을 강요하는 ‘전략부재’의 영화로 떨어진 느낌이다.등장인물들의 작위적인 코믹 연기에만 의존,자연스런 골계(滑稽)의 미학을 살리지 못했다. 김종면기자 jmkim@
  • 예술의 전당 1-3일 신년음악회

    예술의 전당이 새해 1월1일부터 3일까지 ‘2000년 신년음악회’를 연다. 정초에 콘서트홀의 문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음악애호가들을 즐겁게할 것 같다.그동안은 무대 점검을 이유로 1월 중순까지 문을 굳게 닫아놓는것이 관례여서,청중들은 새해를 맞은지 보름이 지나서야 ‘신년음악회’를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새천년의 첫해라는 의미에 걸맞게 한국을 대표하는지휘자와 연주자,연주단체가 망라될 예정.친근하면서도 격조높은 레퍼토리로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1일은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의 무대.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베토벤의 ‘코랄 판타지’,첼리스트 이유홍과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를 협연한다.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베르디의 ‘개선 행진곡’,한국민요 ‘경복궁 타령’과 ‘뱃노래’도 들려준다. 2일은 박은성이 지휘하는 서울심포니가 중심이 된다.피아니스트 김혜정과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단소주자 박용호와 김희조의 ‘단소와 관현악을위한 수상가’를 연주한다.소프라노 김인혜와 바리톤 전기홍의 오페라 아리아와 김성태의 ‘한국 기상곡’도 들을 수 있다. 3일에는 곽승이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가 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과 차이코프스키의 ‘로코로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려준다. 천재 소녀 피아니스트 김윤지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의 1악장과 우종각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푸른 도나우강’ 등도 즐길 수 있다.(02)580-1300서동철기자 dcsuh@
  • [99문화계 결산] 문학

    99년 문단의 특징은 여성의 득세가 여전했다는 점을 먼저 꼽지않을 수 없다.여기에 소설쪽에서 시류를 타지않는 몇몇 작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었고,‘문체의 세계화’처럼 해외독자를 겨냥하는 작업이 구체화되기 시작됐다는 것도 특기할만 하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현재 문단에 적을 걸어놓고 있는 사람의 70% 이상이여성이라고 한다.최근 문학의 수요자는 80% 이상이 여성이고,그 가운데도 주류는 20대라는 분석도 있다.젊은 여성독자를 위한 문학작품의 생산이 활발한것은 시장원리로 볼 때도 당연한 일이다. 이에 따라 신경숙과 은희경,전경린,배수아같은 여성작가들이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다.보통 3∼4편이 실리는 문예지의 단편소설란을 모두 여성작가가 채우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젊은 취향의 문학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컴퓨터통신이 주요한 문학작품의 발표공간으로 자리잡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최근에는 젊은 작가들 뿐 아니라 40∼50대 작가들까지 컴퓨터통신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신종 문화상품으로서는 미래가 있으나,문학으로서의 미래가 없다”(문학평론가 하응백)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판타지소설이 컴퓨터통신에서의인기를 바탕으로 출판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성이면서 문학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한강·하성란같은 작가들과 구효서·심상대·성석제·정찬같은 30∼40대 남성작가들이 인상적인작품활동을 했다. 소설이 대중화를 가속화하는 동안 시는 제자리 찾기에 힘겨워하는 상황을 보여준 한해인 것 같다.이런 가운데 김정란과 노혜경 등 몇몇 여성시인들은 문단의 파벌화를 비판하며 스스로 평론활동을 하고,자신들의 시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벌였다. ‘문체의 세계화’를 처음 이야기한 사람은 작가 이문열인 것 같다.그는 ‘문학동네’ 겨울호에서 한국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과 미국사람을 만나 얘기할 때는 방식이 아주 달라져야하며,원고지로 치면 적어도 3분의 1이상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예를 들어 한국사람에게는 ‘나는 경주에 가서천마총 옆에서 법주를 마셨다’라고 하면 되지만,미국사람에게는 ‘나는 천년전,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가서,최근 그 안에서 천마가 그려진 그림이 발견된 오래된 무덤 옆에서,경주 특산품인 쌀로 빚은 술을 마셨다’라고 해야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신경숙도 지난 95년 발표한 장편 ‘외딴방’의 개정판을 내면서 같은 고민을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말의 여운과 독일어가 요구하는 정확성이 작품안에서 수도없이 충돌한다는것을 알게됐고,작품을 수정하는데 염두에 두게되었다는 설명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화제의 인물 '전경린' 작가 전경린(37)은 99년의 한국문학을 이야기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그의 장편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은 많이 팔리기도 했지만,문단의 평가도 양극단을 달린다는 점에서 90년대말 적이다. 줄거리는 매우 통속적이고,진부하기까지 하다.남편의 감추어둔 애인이 집에찾아와서 행패를 부리자 가정은 순간에 무너졌다.30대 초반인 여주인공은 바닷가의 사설우체국장과 ‘성적인 게임’을 벌이게 되고,통제가불가능하게치달아 결국 혼자가 된다는 얘기다. 전경린 문학의 특징은 이런 통속적 줄거리를 특유의 예리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가공하여 ‘불륜소설’로는 어울리지 않게 제법 세련되고 품위있는 감각을 자아내는 데 있다.그런 점에서 작가 전경린의 ‘작품’에는 평가가 엇갈려도 전경린의 ‘재능’이라는 면에서는 이론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전경린의 최근작은 ‘작가세계’ 겨울호에 실린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질서사이에 세워진 목조 마네킹 헥토르와 안드로마케’라는 단편이다. 동성연애자가 된 대학시절 남자친구에 대한 관찰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이 작품에서도 그는 동성애에 일반인들이 갖는 어둠침침한 인식을 덜어내는데 일단 문학적 성공을 거둔 것 처럼 보인다.
  • “꿈이 있어 정말 신나요”

    ◆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할거야 아이들은 어떤 꿈을 갖고 있을까.꿈을 이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나온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거야’(몽당연필 글,원혜진 그림)는아이들의 꿈을 묻고,꿈을 이루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은 다소 ‘특별한’ 아이 16명의 얘기를 담고 있다.그들은 세계적인기타리스트부터 소설가,액세서리 디자이너,바둑기사,물리학자와 곤충학자,장구잡이 등까지 다양한 꿈을 꾼다.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뭘할까’‘꿈은 많지만…’하고 망설일 때 이미 ‘뚜렷한’ 방향을 잡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재민군(서울 소의초 5년)은 6살 때부터 전자기타를 치기 시작했다.5년만에 제법 실력이 붙었다.요즘에는 토요일마다 서울 대학로에서 연주한다.그렇다고 집안이 특출난 것도 아니다.오히려 열악한 상황이다.아빠가 시각장애인이고,집안도 가난한 편이다.그러나 재민이는 행복하다.꿈이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화가 김안식군(서울 금호초 3년)은 컴퓨터 그림그리기 대회 등 수상경력이 많다.그러나 무엇이든 잘 하지는 못한다.코에서 입술까지 벌어진 구순열이어서 음식을 먹거나 말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더욱이 선천성 심장병으로 무려 13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그러나 자신의 꿈을 펼치면서 건강을 찾고 있다. 이동준군(서울 금산초 4년)은 ‘소매치기방지 안전가방’을 발명한 꼬마발명가이고,고병학군(인천 청학초 5년)은 인터넷 홈페이지 ‘썰렁한 물리학 교실’(http:///sun.interpia.net/∼quark2)을 운영하는 인터넷사업가이다. 민문찬군(서울 아주초 4년)은 방안에서 가재와 누에,나비를 키우는 곤충박사.‘물장군을 기르고,기르는 곤충들이 안 죽었으면’하는 소박한 소원을 갖고 있다. 장구잡이 송승희양(서울 신상도초 6년)은 어린이 사물놀이패 ‘어깨동무’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이끌어가겠다고 야무지게 말한다.서우연양(서울 서초교 4년)은 알파벳 핸드폰 줄을 비롯해 우산반지,나비 핀,불가사리 핀,구슬 목걸이 등 갖가지 액세서리를 만드는 디자인 전문가이고,황유진양(고양 오마초 6년)은 판타지 소설을 쓴 작가이다.이밖에 아마5단 바둑기사 홍성지군(성남 장안초 6년),미래의 파바로티 이용범군(서울 대길초 6년),태권소녀 지의정양(서울 미동초 4년),야구선수 장두영군(서울 화곡초 4년),MBC 드라마‘육남매’에서 두희 역을 맡은 이찬호군,꼬마시인 신은영양(속초 영랑초 6년),‘고양어린이신문’편집장과 사회부장을 맡고있는 박석준군(고양 장성초 6년)과 이민주양(고양 신일초 6년)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이라고 여길 수 있다.그러나 이들은 사실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그런 아이들이다.다만 ‘꿈이 확실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은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문공사 6,000원. 허남주기자 yukyung@
  • 25회 영화제 오늘 개막

    독립단편영화는 ‘충무로 영화’권에 진입하기 위한 습작이나 과정의 산물이 아니다.그것은 문자 그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지키며 발전해나가야 할 한국영화의 한 대안이다.독특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무장된 독립단편영화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축제가 마련된다.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가 후원하는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올해로 25회를 맞는 이 영화제가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허리우드 극장에서 열린다.한국독립단편영화제는 지난 75년부터 한국청소년영화제·금관단편영화제 등의 이름으로 개최돼 오던 것으로 이번에 한국독립단편영화제로 이름을 바꿔 새 출발했다. 올 독립단편영화제는 독립영화인과 영화관계자를 중심으로 별도의 집행위원회(위원장 이효인)를 구성했으며 수상 대상자들인 독립영화인들을 심사에 참여토록 했다.심사위원장은 ‘박하사탕’의 이창동 감독.또 상금액수도 총 4,000만원으로 늘려 명실상부한 경쟁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이번 영화제에는 모두 334편이 출품돼 51편이 본선에 올랐다.영화는 ▲새로운 도전(필름 및 비디오 극영화)▲현실과 판타지(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디딤돌(초·중·고등학생 작품)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상영된다.개막작은 이상일 감독의 ‘청’.재일 한국인 소년의 민족적 자각과 성장을 다룬 영화로 진지한 주제를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풀어냈다.상영작품 중에는 올해 칸영화제 단편부문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소풍’(감독 송일곤),베니스영화제 ‘새로운 분야’ 초청작인 ‘베이비’(임필성),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수상작인 ‘1978년 10월 29일 수요일’(권종관) 등이 포함돼 있다.또 문명비판적인 세계관을 상징적 영상에 담아낸 애니메이션 ‘킬링 댄스’(장우진),퍼스널 다큐 형식의 ‘당신의 미소 뒤에’(류은선),구원의 문제를 다룬실험영화 ‘아쿠아 레퀴엠’(임창재)’ 등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이효인씨는 “올해 본선 진출작들에서는 기존의 사회성 다큐멘터리의 획일성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한 예로 사적인 다큐멘터리가 등장했으며 앤디 워홀의 작업을 인용하거나 구상영화의 형식을 선보인실험영화 등이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독립단편영화는 이제 소수의 매니아를 위한 위한 ‘밀실의 예술’이 아니라 폭넓은 관객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광장의 예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02)9587-540김종면기자
  • 20일 개봉‘사이먼 버치’미리보기

    열두 살이 됐지만 키가 1m 밖에 되지 않는 장애아 사이먼(이안 마이클 스미스).20일 개봉하는 영화 ‘사이먼 버치’(감독 마크 스티븐 존슨)는 불치병을 안고 태어나 자라지 않는 아이 사이먼의 삶의 행로를 다룬 휴먼드라마다. ‘양철북’의 소년 오스카가 추악한 세상의 광기에 맞서 성장을 멈추기로 결심한 ‘판타지’의 인물이라면,사이먼은 신의 창조섭리를 믿고 언젠가 도구로 쓰일 날을 고대하는 또 다른 의미의 환상적 인물이다.유리창을 박살내고괴성을 지르는 부릅뜬 눈의 오스카와는 달리 사이먼은 내내 침착한 어조로인생을 훈계한다. 사이먼에겐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단짝 친구가 있다.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그래서 늘 우수에 차 있는 조(조셉 마젤로)가 그다.어느날 사이먼은 야구경기에 나가게 되고,그가 친 공에 자신을 친아들처럼 돌봐주던 조의 어머니 레베카(에슐리 주드)가 맞아 숨진다.상실의 고통이 큰 만큼이들의 우정은 더욱 깊어간다. ‘사이먼…’은 미국작가 존 어빙의 베스트셀러 소설 ‘오웬 미니를 위한 기도’를 토대로 했다.소설에선 주인공이 작은체격과 목소리를 이용해 베트남전에서 아이들을 구하는 등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하지만 영화는 전혀 그 코드를 달리 한다.감독은 할리우드 가족영화의 틀을 충실히 따른다.눈물샘을 자극하는가하면 어느새 웃음을 유발하고,또 도덕적 교훈을 잊지 않는다.사이먼이 너무 작은 나머지 산모가 재채기 하는 통에 세상에 튀어 나온다는 설정은 퍽이나 희비극적이다.또 강물로 굴러떨어진 버스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는 사이먼의 활약 장면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정신적인 거인’이 돼 위기를 헤쳐나가는 사이먼의 모습은 마치 중세 기적극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그러나 ‘사이먼…’의 이러한 단점들은 괜스레 세기말을 들먹이며 섹스와 폭력놀음을 일삼는 자극적인 영화들을 떠올리면 금세 묻힌다.‘모르키오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으로 성장이 멈춰버린 실제 장애아동 이안 마이클 스미스(11)의 맑은 연기는 순수의 힘을느끼게 한다. 김종면기자 jmkim@
  • 탱고 중남미 환상문학으로의 초대

    환상문학(The Fantastic)이란 요즘 PC통신 등을 통해 유행하는 판타지(Fantasy)문학과는 다르다.어느쪽의 견해도 확신을 갖고 지지할 수 없도록 하여무한한 상상을 가능케하는 환상문학이 전통적인 문학구조에 대한 반발이라면,판타지 문학은 터무니 없는 가공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관한 예상을 무시한다.그래서 환상문학은 21세기를 이끌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환타지 문학은 비판받는다. 20세기 환상문학은 중남미에서 시작됐고,또 절정을 이루었다.그러나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요사를 제외하면 국내에는 이렇다 할 작품이 소개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서 중남미 환상문학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단편집 ‘탱고’가 송병선의 번역으로 나왔다.(문학과 지성사) 이 책에는 환상문학의 선구적 역할을 한 미겔 카네(아르헨티나,1851∼1905)의 ‘세이렌의 노래’와 루벤 다리오(니카라과,1867∼1916)의 ‘아멜리아의경우’,오라시오 키로가(우루과이,1878∼1937)의 ‘깃털 베개’등 12편이 실렸다.특히 ‘깃털 베개’는 20세기초 중남미최고의 단편으로 평가받는다. 마리아 루이사 봄발(칠레,1910∼1980)의 ‘나무’는 초기 페미니즘 문학의선구적 작품이다.주인공은 음악회에서 음악의 감각을 느끼는 데 전념한다.달콤한 모차르트로 어린시절을 회상하고,열정적인 베토벤으로 결혼 이후 사랑싸움에서 승리한 것을 떠올린다.또 쇼팽의 멜로디에서는 자기 남편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사랑을 찾고자 염원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환 룰포(멕시코,1918∼1986)의 ‘우리에게 땅을 주었습니다’는 멕시코 혁명의 허상을 보여준다.농지개혁으로 농민에게 땅을 나누어주지만,실상은 쓸모 없는 땅이다.이런 것을 우회적·환상적으로 표현하면서 혁명의 가면속에숨겨진 속셈을 파헤친다. 중남미의 대표적 페미니즘 작가인 로사리오 카스테야노스(멕시코,1925∼1974)의 ‘요리강습’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여성화자를 통해 요리법과 성생활을 연결시키면서 부엌도 창조적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표제작인 루이사 발렌수엘라(아르헨티나,1938∼)의 ‘탱고’는 남성주의 춤의 대명사인 탱고를 통해 현대아르헨티나 여성의 상황을 보여주면서,남성주의 처럼 보이는 탱고의 주도적 역할이 기실은 파트너를 선정할 권리가 있는여성에게 있음을 시사한다. 서동철기자
  • 영화계에도 ‘퓨전 물결’‘텔미썸딩’ ‘송어’등 곧 개봉

    문화 전 분야에 퓨전(fusion)현상이 확산되고 있다.퓨전은 일반적으로 ‘퓨전 재즈’를 일컫는 말.하지만 지금은 문학·미술·음악·요리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구분 없이 융합되는 현상’ 자체를 폭넓게 퓨전이라고 부른다.퓨전은 이제 20세기말 문화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핵심어가 된 것이다. 이러한 퓨전현상이 한국영화에도 뚜렷해지고 있다.‘은행나무 침대’는 멜로와 판타지를 혼합한 영화이며,‘조용한 가족’은 코미디와 공포를 섞은 영화로 ‘코믹잔혹극’이란 신조어를 낳았다.또 ‘링’은 미스터리와 공포 요소를 강조하면서 ‘퓨전 미스터리 공포영화’란 광고를 내걸기도 했다.특히올 하반기의 경우 한국영화에서의 퓨전현상은 스릴러와 멜로의 혼합 양상을띠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11월 13일 개봉될 장윤현 감독의 ’텔미 썸딩’,12월초 개봉예정인 정지우 감독의 ‘해피 엔드’,올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인 박종원 감독의 ‘송어’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텔미 썸딩’은 한 여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을다룬영화.스릴러와 함께 하드 고어(hard-gore)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진한 선지피라는 뜻의 하드 고어는 사지절단이나 두부손상,장기파열 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극성 강한 공포영화의 한 요소다.그러나 하드 고어를 시각적 양식으로 채택한 이 영화는 ‘공포’보다는 스릴러 장르의 특징적 정서인 ‘전율’을 강조한다.여기에 남녀 주인공(한석규·심은하)의 멜로가 가세한다.이는 영화 ‘쉬리’가 외형상 분단소재와 액션·첩보 스타일을 내세우고 이야기의 힘은 멜로에서 취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영화 ‘접속’으로 주가를 높인 장윤현 감독은 “멜로와 스릴러는 흔히 상반되는 장르로간주되지만 집단보다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은 같다”며 “‘텔미 썸딩’을 통해 사회적인 범죄 안에 놓여 있는 개인의 갈등을 다루고자 했다”고 밝힌다. ‘텔미 썸딩’이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 장르의 형식을 따르면서 멜로 요소를 가미한 영화라면,‘해피 엔드’는 전형적인 멜로 소재를 스릴러 양식으로 풀어낸 영화라는 점에서 구분된다.‘해피 엔드’는불륜에 빠진 여자(전도연)와 그녀를 사랑하는 정부(주진모),그리고 실직한 남편(최민식) 사이의 애정과 집착,살의를 섬세하고 솔직하게 그린 일종의 치정극이다.그러나 이 영화는 삼각 치정이라는 소재를 낭만적이거나 감상적으로 포장하는 기존의 멜로영화적 기법을 따르지 않는다.대신 등장인물의 불안하고 혼란스런 심리를따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스릴러적인 구성인 셈이다.이러한 영화적 틀을 통해 감독은 의지할 만한 가치관이 부재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그린다. ‘송어’는 박종원 감독이 ‘영원한 제국’ 이후 4년만에 내놓은 야심작.산 속의 송어양식장이라는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위선을 까발린다.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살을 한다는 송어의 투명한 삶이 망각의언덕에 기대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는 인간의 그것과 대비된다.이 영화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탄탄한 드라마와 ‘영원한 제국’의 스릴러가공존한다.박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과 감독을 한 첫 작품이다. 전통적 흥행 장르인 멜로와,혼란과 불안이라는 세기말 정서를 적절히 반영해주는 스릴러 장르의 만남.이같은 시도의 퓨전영화들이 주력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판타지만화 ‘아일랜드’ 인기짱

    만화시장에는 한때 공포와 호러 장르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존재했다. 코믹,스포츠,순정만화 등 낯익은 장르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 관성 탓도 있겠지만 잔혹한 묘사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우리네 정서 때문이기도 했다.더욱이 잔혹극 하면 일본을 떠올리는,국수주의적 편견까지 가세해 제 대접을받기 어려웠다. ‘아일랜드’(윤인완 스토리,양경일 그림)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데 앞장선 만화.낭만적이고 이국적인 섬 제주를 무대로 날뛰는 악령들과 퇴마사들의 대결을 그린 이 만화는 관광 제주를 그야말로 먹칠(?)할수도 있는 소재. 이야기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 딸 원미호를 정염귀들이 쫓아다니며 살해위협을 하는 데서 시작한다.그녀에게 밀법승의 가르침을 전수받은 ‘반’이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여기에 미국 입양아 출신 영능력자 요한이 가세,악귀들과일대 전쟁을 벌인다. 이처럼 황당한 판타지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어 마니아들을 열광케하고 있다. 중성적인 매력까지 풍기는 반은 판타지 장르가 창조해낸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기록될 것 같다. 물론 미호의 캐릭터가 일본의 대중스타 아무로 나미에를 연상시키는 등 일본색이 짙고 악귀들에게서 우리네 정서인 한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이 작가의 정신적 ‘무국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양경일(29)은 이미 ‘좀비헌터’라는 만화를 일본의 만화잡지에 연재해 호평을 받은 바 있고 그의 데뷔작 ‘소마신화전기’는 일본만화의 역할바꾸기 게임(RPG)구조를 도입하는 등 일본과의 친밀도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충격적인 서사와 튼튼한 극적 전개로 우리의 잠재의식을 흔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임병선기자
  • “온가족이 오순도순”한가위 TV영화 풍성

    추석연휴를 맞아 KBS·MBC·SBS·EBS 등 각 방송사들은 다양한 구색의 영화를 마련,안방관객을 맞는다.추석연휴가 사실상 시작되는 22일부터 방영될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에서부터 할리우드 액션대작,홍콩 오락영화,만화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50여편.그러나 올 추석영화들은 양적으로는 풍성하지만 질적 수준은 고만고만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특히 KBS·MBC·SBS 등 방송3사는 경쟁이라도 하듯 성룡의 철지난 영화들을 일제히 내보내 안이한 대응편성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올 추석영화로 관심을 끌만한 작품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007 시리즈 3편(MBC)과 올드 팬들의 기호에 부응할 40년대 영화 ‘즐거운 영혼’‘검은 수선화’(EBS) 정도. MBC에서 22일부터 사흘동안 차례로 방영할 007 시리즈는 티모시 달튼의 ‘007 살인면허’(감독 존 글렌)와 로저 무어의 ‘007 유어 아이즈 온리’(원제 For Your Eyes Only,감독 존 글렌),그리고 숀 코너리의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감독 가이 해밀턴).이언 플레밍이 창조한 소설속의 첩보원 007(제임스 본드)은 지난 62년 ‘007 살인번호(Dr.No)’에 처음 나온 이래 97년까지 35년동안 18편의 시나리오에 등장한 유명인사다.숀 코너리를 시작으로조지 라잰비,로저 무어,티모시 달튼에서 현재의 피어스 브로스넌에 이르기까지 각각 다른 제임스 본드의 매력은 영화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이번에소개되는 ‘살인면허’에서는 기존의 시리즈와는 달리 상부의 지시를 어겨가면서까지 친구의 복수를 위해 무자비한 결투를 벌이는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BS의 추석특선영화 ‘즐거운 영혼’(원제 Blithe Spirit)과 ‘검은 수선화’(원제 Black Narcissus)는 23,24일 각각 방영된다.데이비드 린 감독의 ‘즐거운 영혼’(45년)은 죽은 부인의 영혼과 현실의 부인과 함께 생활하는 한 소설가의 운명을 그린 작품.원기왕성한 영매로 나오는 마가렛 러더포드의우스꽝스런 연기가 눈길을 끈다.코미디와 판타지적 요소가 섞인 이 작품은‘하이 스피리트(High Spirit)’란 제목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상영되기도했다. ‘검은 수선화’(감독마이클 포웰,47년)는 히말라야 고산지대를 배경으로수녀들의 비밀스런 세계를 다룬 영국 영화.캘커타 수녀회의 클로다 수녀(데보라 카)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학교를 세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이이야기의 축이다. 김종면기자 jmkim@
  • [인터뷰] ‘스페인 무용’ 공연하는 원로무용가 조광씨

    원로 무용가 조광씨(70·한국플라멩코협회 이사장)가 춤 인생 50년을 자축하는 무대를 갖는다.오는 20일 오후7시30분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조광 스페인무용 공연’이 그것. “집시의 민속무용에 불과하던 플라멩코는 무대예술로서 이미 위치를 확고하게 굳혔습니다.지금도 스페인에 가면 각국에서 플라멩코를 배우려고 온 춤꾼들이 바글바글합니다.”조이사장은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의 제자인 장추화에게서 춤을 배우다 일본으로 건너가 발레를 전공했다.6년만에 귀국해 잇따라 가진 발표회가 모두성공을 거두어 발레리노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 44살때 플라멩코를 배운다고 스페인 유학을 떠났다.“성격에 맞는 격정적인 춤을 추고 싶어서”였다.79년 돌아온 그는 국내 무용가로서는 처음으로 플라멩코를 무대에 올렸다. 이번에 세번째 ‘스페인무용 공연’을 갖는 조이사장은 ‘알레그리아스’‘세그리야스’‘카냐’등 전통적인 플라멩코 작품을 직접 선보인다.아울러 우리춤과 플라멩코를 접목,대금 가락에 맞춰 추는 ‘낙화’,재즈에 맞게끔 플라멩코를 변용한 ‘플라멩코 재즈 판타지’등 창작무용도 발표한다.그에게서 플라멩코를 배운 세종대 학생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그는 “아직 배움이 부족해 돈이 모이면 스페인에 가 공연을 보며 공부한다”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한국의 정서와 춤사위가 깃든 조광류 플라멩코”라고 말했다.“연세가 많아 연습이 고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이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서너시간씩 춤을 췄다고 밝혔다.이어 “무용수는 나이들수록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만큼도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관객 앞에 서겠는가고 되물었다. 이용원기자 yw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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