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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지법, 교수들 험담한 청암대 교직원 2000만원 배상하라

    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을 험담한 교직원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방법원 제 4민사부(부장 이정훈)는 지난 8일 청암대학 여교수와 같은과 교수를 상대로 주변에 허위사실을 알려 명예를 훼손한 K(54) 사무처장에 대해 각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K씨는 2015년 1월 기자 등 여러명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여교수와 A교수가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고, 이전에도 비슷한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는 식으로 두리뭉실하게 거짓말을 마치 사실인양 퍼트렸다. 대학 주요 업무를 맡고 있는 K씨는 배임혐의로 구속된 강명운 전 총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여교수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기위해 사실이 아닌줄 알면서도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법원은 판시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K씨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사건은 1심인 순천지원과 항소심은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에서 명예훼손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돼 광주지방법원에서 다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13년 전 10살 소녀 성폭행범 2심서도 징역 8년 유죄 선고

    법원이 13년 전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기억을 근거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부장 권순형)는 7일 10살 여자아이를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A씨 항소를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피해 여성의 진술을 신뢰했다. A씨 범행은 피해 여성이 13년이 지난 뒤 우연히 A씨를 목격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경남에 살던 B(24)씨는 10살 때인 2004년 어머니가 평소 알고 지내던 버스기사였던 A씨로부터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B씨 어머니는 지적장애가 있었고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B씨가 성폭행 사실을 털어놔도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B씨는 13년이 지난 2016년 3월 아버지를 배웅하러 대구시 버스터미널에 나갔다가 A씨를 우연히 발견했다. B씨는 A씨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친척의 도움을 받아 그해 5월 A씨를 고소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적이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1심 재판부는 “B씨 진술이 일관되고 실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며 모순이 없어 신빙성이 높은 만큼 13년 전 성폭행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B씨는 2004년 A씨가 근무하던 버스회사 이름과 운행하던 버스 노선 구간을 정확히 기억했다. 또 당시 A씨가 몰던 버스 차량 번호 일부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한 숙박업소 위치 등도 기억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생선 뱃속에 마약 숨겨와 유통... 태국인 징역형

    태국산 마약인 ‘야바’(YABA)를 몰래 들여와 판매하고 투약한 태국인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홍순욱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태국인 A(38)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739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국제특송화물을 이용해 태국에서 시가 1억원 상당의 야바 2520정을 국내에 들여와 1정당 5만∼7만원씩에 유통시켰다. 내장을 제거한 생선 배에 야바를 넣는 수법을 사용했다. A씨는 또 야바를 직접 투약하기도 했다.야바는 필로폰을 정제한 것으로, 알약 형태로 쉽게 투약할 수 있고 사흘가량 잠을 자지 않아도 피로를 느끼지 않을 만큼 환각성과 중독성이 강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내에 유통할 목적으로 다량의 야바를 수입한 점, 이중 상당 부분이 국내에 유통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며 “다만 야바의 수입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취득한 이익이 많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A씨로부터 야바를 구입해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태국인 2명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버스번호 외워 13년 만에 성폭행범 잡았다

    버스번호 외워 13년 만에 성폭행범 잡았다

    버스노선·번호까지 기억 또렷 .. 항소심 “유죄”2심 재판부 “구체적 묘사·진술에 신빙성” 법원이 13년전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기억에 의존해 재판에 넘긴 남성에게 거듭 유죄를 인정했다.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권순형 부장판사)는 7일 1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A씨의 항소를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13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A 씨의 범행은 피해자였던 여성이 성장해 A씨를 13년 만에 우연히 목격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경남에 살던 B씨(24·여)는 10세 때인 2004년 어머니가 평소 알고 지내던 A씨로부터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직업은 버스 기사였다. B씨의 어머니는 지적장애자였는데, 아버지 역시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아도 별다른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성폭행을 당한 그해 부모가 이혼해 B씨는 경북에 있는 시골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가해 남성을 단죄할 기회는 13년이나 흘러 뜻밖에 찾아왔다. 지난 2016년 3월 아버지를 배웅하러 나간 B씨는 한 지방도시 버스터미널에서 A씨를 우연히 발견했다. 자신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사람인 것을 한눈에 알아본 B씨는 친척의 도움을 받아 2016년 5월 A 씨를 고소했다. 1심에서 A씨는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적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B씨 진술이 일관되고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면서 모순이 없는 만큼 신빙성이 높아 13년 전 성폭행이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밝힌 대로 13년이 흘러도 B씨의 기억은 너무나 또렷했다. 그는 2004년 A씨가 근무하던 버스회사 이름, 운행하던 버스 노선 구간을 정확히 기억했다. 또 당시 A 씨가 몰던 버스 차량 번호 일부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한 숙박업소 위치를 여전히 기억했다. 여기에다 재판부는 B씨가 A씨를 무고할 이유도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재용 집행유예…특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 아니다’ 논리”

    이재용 집행유예…특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 아니다’ 논리”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을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5일 ‘이재용 부회장 등 항소심 선고 관련 특검 입장’ 자료를 내고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해 반박했다.앞서 재판부는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경제적 이익을 건넸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는 이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특검팀은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합병 등 개별 현안이 성공에 이를 경우 삼성전자 등의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모순되는 판단을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전부 무죄로 본 것에 대해선 ”재산을 국외로 도피할 의사가 아니라 뇌물을 줄 뜻에서 해외로 보냈다는 것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면서 ”코어스포츠와의 허위 용역계약 체결이라는 불법적이고 은밀한 방법을 통해 삼성전자 자금을 독일로 빼돌린 것이 명백함에도 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했다”고 반박했다. 항소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이른바 ‘0차 독대’에 대해서도 ”여러 물증이 존재함에도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 작성한 일지의 신빙성 문제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안종범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 그대로 수첩을 기재했다고 증언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이재용이 뇌물 공여의 대가로 경영권 승계에 있어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얻었음에도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항소심 판단은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특검팀은 ”항소심 판결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실체 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유부남과 ‘불륜’ 저질러 낳은 아이, 옷장에 방치해 숨지게 한 엄마

    유부남과 ‘불륜’ 저질러 낳은 아이, 옷장에 방치해 숨지게 한 엄마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를 방치해 죽게 만든 30대 여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광주지법 형사4부(임주혁 부장판사)는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A(39·여)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8월 자신의 집에서 28주가량 된 미숙아를 출산한 뒤 이불로 둘러싸고 옷상자에 넣어 하루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튿날 A씨 언니 신고로 범행이 들통났다. A씨는 2000년 결혼해 딸을 뒀으나 이혼하고 혼자 살았다. 유부남과 만나면서 아이를 가졌고, 불륜으로 인한 사생아 출산이 치욕스럽고 채무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이 어려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출산 경험이 있는 자로서 아이를 일찍 출산할 징후가 있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의학적 도움을 받기 위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미숙아를 이렇게 출산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면서도 그 결과를 용인해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으로 영아 사망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제자 성추행 대학교수 집유

    술에 취한 여제자를 성추행한 대학교수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정윤현 판사는 술 취한 여제자를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전북 모 사립대학교 교수 A(60)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2시 30분쯤 전주 시내 한 원룸에서 술에 취한 여제자 B(20대 초반)씨의 가슴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전날 밤 취업 상담을 해주겠다며 B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B씨를 집에 데려다주며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직위 해제됐다. A씨는 “원룸 안으로 들어갔지만, 가슴을 만진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CCTV 화면상 B씨가 갑자기 A씨를 보고 무서워 외투를 입지 않은 채 신발도 신지 않고 도망칠 이유가 없고, 무고할 만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유죄로 판단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피해보상을 위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형기 마친 뒤에도 감방생활… 84人의 ‘끝나지 않는 형벌’

    형기 마친 뒤에도 감방생활… 84人의 ‘끝나지 않는 형벌’

    ‘재범 우려 명목’ 최대 7년 감호 2005년 법 폐지 전 처분은 유지“전 징역 다 살았습니다. 제발 저를 여기서 꺼내 주십시오.” 지난 24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북부제3교도소(옛 청송감호소)에서 만난 김영하(가명)씨는 교도관들의 눈치를 살피다 슬쩍 이런 얘길 꺼냈다. 죄수번호가 붙은 연갈색의 죄수복을 입고 조용히 비닐장갑 포장을 하던 수용자 10여명이 동시에 고개를 들며 번뜩이는 눈빛을 보였다. 이들은 재범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형을 마치고도 일정 기간 더 교도소에 갇혀 있는 ‘피보호감호자’들이었다. 김씨는 선고받은 징역 기간에 더해 6년 1개월을 더 살고 있다고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진작 해결됐어야 하는 일인데 아직도 여기 남게 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시민단체 인권연대가 회원 21명과 함께 법무부의 협조로 경북북부제3교도소를 견학하러 간 자리에서다. 보호감호제도는 범죄자로부터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해 판결받은 징역 기간에 감호 기간을 추가로 부여하는 제도로, 형이 끝난 이후 최대 7년까지 교도소에 더 둘 수 있다. 이 제도의 근간이 되는 ‘사회보호법’은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 삼청교육대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이중처벌과 인권유린을 허용하는 ‘반인권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전면 폐지됐다. 그러나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지 13년이 지났음에도 보호감호제도는 기형적인 형태로 여전히 남아 있다. ‘법 폐지 전 처분받은 이들은 집행을 계속한다’는 폐지 부칙 2조로 인해 아직 교도소에 갇혀 있는 피보호감호자들이 있어서다. 이들은 2009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부칙 2조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보호감호는 형벌과 목적이 다른 사회보호적 처분이고, 그 집행상의 문제점은 집행의 개선으로 해소될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피보호감호자 24명은 임시출소 기회 확대와 전자발찌 부착 탄력 적용, 보호관찰기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최대 9일간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범죄자라는 낙인 탓인지 금세 기억에서 잊혀졌다. 헌재는 보호감호가 형벌과는 다르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징역살이를 하는 교도소와 피보호감호자를 수용하는 시설이 분리돼야 옳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이들을 별도로 수용하는 시설이 없는 상태다. 교도소 내 생활 층이 분리돼 있지만 어차피 ‘한집’에 산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인권연대 견학단은 수용 시설과 작업장 등을 견학하며 이른바 ‘감방생활’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교도소 내부는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달랐다. 방은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좁았다. 방 한가운데엔 세면대가 있었고 한쪽 구석 시멘트로 된 공간에는 옛 일본식 대변기가 있었다. 3.5평의 방엔 5명이 배정되며 수용자들은 서로 등이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옆으로 누워 ‘칼잠’을 잔다고 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먹고, 싸고, 씻고, 자는 게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탈옥 가능성에 대비해 자는 동안 감방 밖 복도의 불도 환하게 켜 놓는다고 했다. 음식이 들어오는 일명 ‘개구멍’도 보였다. 화이트보드에는 ‘90도 굴절인사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수용자 사이에 상하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1월 피보호감호자는 26명으로 경북북부제3교도소에 12명, 천안교도소에 14명이 수감돼 있다. 징역형 이후 보호감호 집행이 예정된 사람은 58명이다. 이들 84명이 보호감호를 마치면 비로소 감호제도가 사라지게 된다. 청송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남자친구 의심에 “강간 당할 뻔 했다” 허위 신고... 법원 ‘무죄’ 선고

    남자친구 의심에 “강간 당할 뻔 했다” 허위 신고... 법원 ‘무죄’ 선고

    10대 아르바이트생을 강간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업주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남자친구가 업주와의 부정행위를 의심하자 이를 벗어나고자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허위 사실을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는 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음식점 업주 박모(3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박씨는 2016년 12월 29일 식당 영업을 마치고 직원들과 회식했다. 다른 직원들을 먼저 보낸 박씨는 아르바이트생인 A(당시 19세)양을 자신의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줬다.자정을 넘긴 새벽 시간대였다. A양의 집 앞에 차를 세운 뒤 박씨는 스킨십을 시도하며 A양의 몸을 더듬었다. 날이 밝자 A양은 남자친구에게 이 같은 내용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박씨가 강제로 스킨십하면서 몸을 마구 더듬자 발버둥 치며 저항해 겨우 차 밖으로 탈출했다고 털어놨다. 남자친구와 A양은 박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경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강간미수 증거는 A양의 진술이 유일했다. 수사기관에서 제시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히려 A양을 의심했다.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설득력이 낮았기 때문이다. A양은 법정에서 집에 가기 전 박씨와 단둘이 노래방에 간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말했다고 했으나 남자친구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남자친구는 A양과 박씨가 사장과 종업원의 사이로 보기에 지나치게 장난이 많고 사적인 연락이 잦아 둘의 관계를 의심했던 것도 법정에서 드러났다. A양은 수사기관에서 사건 당일 술에 취하지 않아 기억이 분명하다며 피해 내용을 진술했으나 애초 남자친구에게는 차에서 탈출해서 집에 온 것까지만 기억난다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계속 물어보자 더듬더듬 기억하며 피해 내용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면 박씨는 “서로 호감이 있어 차 안에서 스킨십하던 중 A양이 그만하라고 해 멈췄다”고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범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의심하지 않도록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증거가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재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당시 A양은 남자친구로부터 박씨와의 부정행위를 의심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를 벗어나고자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심술 고양이가 주인 먹여 살린다. 상표권 소송 이겨 7억원 벌어

    심술 고양이가 주인 먹여 살린다. 상표권 소송 이겨 7억원 벌어

    심술 궂은 표정의 고양이다. 원래 이름은 ‘타르타르 소스’인데 2012년 인터넷에서 뜨거운 화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커피 회사 ‘그레나데 비버리지’가 고양이 주인과 계약을 맺고 아이스 음료 ‘그럼푸치노’(Grumppuccino) 상표에 썼는데 로스팅 커피나 티셔츠 등 다른 ‘그럼피 캣 제품’도 출시했다가 고양이 주인이 만든 ‘심술 고양이 유한회사’로부터 2015년 초상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이 최근 이 회사가 초상권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71만 1달러(약 7억 5366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영국 BBC가 25일 전했다. 고양이 주인은 그럼푸치노에만 초상권을 판매했는데 다른 그럼피 캣 제품들을 출시한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법정 소식 전문인 코트하우스 뉴스에 따르면 여섯 살 암컷인 이 고양이는 법정에 가끔 나타났는데 선고일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주인은 타바사 분데센이란 사람인데 형제 중 한 명이 레딧 닷컴에 올린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져 유명세를 떨치자 아예 캐릭터 판매 회사를 차린 것이었다. 2013년 닉과 폴 샌퍼드 부자가 창업한 그레나데 비버리지가 15만달러(약 1억 5930만원)에 계약을 맺고 초상권을 양도받았다. 2년 뒤 심술 고양이 유한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자 그레나데 비버리지도 맞고소를 해 최근에까지 이르렀다. 이날 재판에서 판사는 71만달러를 초상권과 상표권 침해 보상금으로 지급하라면서 이와 별도로 계약 위반에 따른 정신적 피해 보상으로 1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심술 고양이 유한회사는 의류나 캘린더, 장난감 등에 등장해 배당금 등으로 연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다고 했다. 또 텔레비전 출연 등으로 세계를 한바퀴 돌았고 2014년에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성탄절 영화가 제작됐다. 또 윌 페렐, 잭 블랙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가 제작될 것이라고도 했다. 왜 이렇게 짖궂은 표정을 짓는 것인가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고양이 갑상샘 난쟁이증이란 증상이나 아래턱이 앞으로 처져 있어 어금니를 꽉 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박근혜 전 대통령 비난 인쇄물 제작 40대 무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인쇄물을 제작해 전국에 배포한 40대에게 항소심에서 명예훼손 부분에 무죄가 선고됐다. 별건으로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을 동물로 패러디한 사진 등을 올린 혐의는 일부 유죄로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임범석 부장판사)는 25일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44)씨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원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체 맥락과 앞뒤 내용, 일반 대중 수용 능력 등을 고려하고 언론에도 관련 내용이 보도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단 내용은 세월호 의혹 등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로 국정운영에 관한 판단과 의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물 패러디와 관련해서는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 등 제목으로 박 전 대통령 세월호 사고 당시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 등이 담긴 인쇄물 2만4000 장을 만들어 전국에 배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페이스북에 개와 닭이 교미하는 사진, 왕자가 백설공주를 안고 있는 그림 등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 등을 12차례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1심은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수 있는 영역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판단을 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해외 게임기 사업 미끼, 1600억 가로챈 사기범 징역 17년 선고

    해외 게임기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챙긴 다단계 사기업체 대표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이승원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51)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또 공범 이모(52·여)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최씨 등은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사행성 게임기를 미국 텍사스 주의 게임룸이나 술집에 설치하면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속여 3300여명으로부터 3600억여원을 받아 이 가운데 1600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게임기 1대 설치비 1100만원을 투자하면 매달 50만∼60만원씩 3년 동안 총 1800만∼2160만원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지만, 투자자들이 낸 돈 중 7억여원만 게임기사업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뒷순위 투자자의 돈을 선순위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주는 일명 돌려막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익금에 더해 투자자 1명을 유치할 때마다 소개비로 50만원을 지급하는 등 전형적인 피라미드 사기영업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른 다단계 사기의 경우 내세우는 사업 자체가 허황하거나 불분명해 피해자들의 부주의도 적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이 사건 피고인들은 구체적으로 게임기 판매라는 외형을 만들어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액수가 천문학적이고 많은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케이팝ㆍ영화처럼… 독일 ‘문학한류 ’를 꿈꾼다

    [해외에서 온 편지] 케이팝ㆍ영화처럼… 독일 ‘문학한류 ’를 꿈꾼다

    지난 3일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강영숙 작가 초청 문학대담 행사가 열렸다. 주제가 된 작품은 2006년에 발표된 장편소설 ‘리나’였다. 인간다운 생존을 허락하지 않는 고향을 떠난 16살 여주인공 리나는 낯선 외국에서 난민으로 여전히 고난의 행군을 계속한다. 그녀의 최종적인 목적지라 할 수 있는 P국 역시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독자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음에도 작가는 이 세 공간을 굳이 북한, 중국, 남한으로 명기하지 않았다. 강 작가가 10여 년 전 발표한 이 작품은 오히려 독일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듯한 인상을 준다. 실제로 행사에 참석한 50여명의 현지 청중들이 세계사적인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강영숙 소설가 대담 현지 일간지 이례적 소개 그다음 날 이 행사는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에 작가 사진과 함께 4단 기사로 실렸다. 하루에 1000개 이상 행사가 열리는 이곳에서 한국문학 행사가 신문에 소개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리나’는 지금까지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 출판됐을 뿐, 독일어로 번역되지도 않은 작품이었다. 이는 한국문학이 기본적으로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면 유럽 출판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쉽게도 한국문학의 외국 소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 열풍은 독일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긴 하다. 지난해 9월 가수 지디의 베를린 공연 때는 1만 5000석이 순식간에 매진됐고, 3월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밤에 해변에서 혼자’의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문학 작품은 현지 권위 있는 대형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드물고, 서점에서도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은 유명 서점에 독자적인 코너를 가진 중국 문학이나 일본 문학과 크게 대비된다. # 난민 등 세계인 관심 주제 경쟁력 기대 문학은 작가의 역량 문제를 떠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외국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그럼에도 문학은 중요하다. 그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문학번역원에 근무하다 2016년 1월 주독일 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문학 한류 구축에 나름 노력해왔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 저녁문화원에서 ‘한국문학클럽’ 행사를 열고 독일어로 번역된 한국문학 작품에 대해 토론하거나 작가를 초청해 독자와의 만남을 해왔다. 한국문학클럽을 2년 동안 운영한 결과 고정 회원도 20여명 생겨났다. 최근에는 베를린 자유대학의 한국학과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 번역가 양성 절실… 소수 언어의 한계 넘어야 지난해에도 우리 문화원 주최로 한국작가 초청 문학행사를 모두 5회 열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문학번역원과 공동 기획으로 시인 3명과 평론가 1명을 초청해 독일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행사를 열기도 했다. 독일 한국문화원은 올해에도 문학 행사를 이어 갈 계획이다. 오는 30일 김혜순 시인 초청 작품 낭독회가 잡혀 있고, 다음달 7일 심보선 시인을 한국문학클럽에 초대할 예정이다. 한국문학은 한국어라는 소수 언어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세계 문학 반열에 오르려면 반드시 번역을 거쳐야 한다. 번역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우수한 번역자는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 [커버스토리] ‘投書’… 무고로 덧씌운 누명

    [커버스토리] ‘投書’… 무고로 덧씌운 누명

    심평강(61) 전 전북도 소방안전본부장은 6년째 국가 권력과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2012년 3월 당시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의 지역차별적 부당 인사, 승진 관련 금품요구·향응수수 등 각종 비리 사실을 국회와 감사원 등에 투서했다. 그러나 심 전 본부장은 공익 제보자로 보호받지 못했다. 되려 ‘성실의무 위반과 복무자세 위반’ 등의 사유로 그 해 12월 27일 직위 해제됐다. 이어 2013년에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방감 승진 탈락에 불만을 품고 허위 사실로 이 청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적용됐다.법원은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모두 심 전 본부장의 손을 들어 주었다. ‘고소 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무고의 누명’을 벗은 그는 복직을 요구했다. 국민권익위도 심 전 본부장에 대한 해임 취소를 요구했다. 반면 당시 이 청장은 권익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복직 여부가 걸린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2014년 2월 대법원에 접수된 이 사안이 4년이 다 되도록 장기 계류되는 동안 심 전 본부장은 지난해 6월 30일 정년을 맞았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공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조직의 쓴 맛’을 제대로 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겪은 피해는 형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명예 실추는 물론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며 받은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심 전 본부장은 “제가 받은 불이익과 투쟁 과정은 억울한 공직자들이 겪는 적폐를 보여준 종합판”이라며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 공직자 ‘유죄추정주의 ’로 보는 수사ㆍ감사 기관 성실한 공직자들이 국가 권력의 희생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공복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공무원들이 국가기관인 검·경의 수사로 구속돼 옥살이까지 했지만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허위 진정·투서로 수사나 감사 대상에 올라 비리 공직자라는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자신은 사명감으로 직무를 수행했으나 본의 아니게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무혐의나 무죄로 판명되지만 과정이 고통스럽다. 공직자들이 “빈 총도 아니 맞은 만 못하다”며 탄식하는 이유다. 수사나 감사기관에서 모든 공직자들을 ‘유죄추정주의’에 입각해 바라보는 것도 불만이다. 실제로 뇌물 범죄의 경우 검찰에 접수된 건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소율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통계는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리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찰에 접수된 공무원 뇌물의심 범죄는 2013년 452건, 2014년 598건, 2015년 538건, 2016년 808건, 지난해 상반기 344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기소율은 2013년 44.7%, 2014년 44.7%, 2015년 36.3%, 2016년 23.2%, 지난해 33.9% 등으로 낮아졌다. 불기소 이유는 ‘혐의 없음’이 가장 많다. 2016년에는 123건, 지난해 상반기에는 62건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됐다. 이에 대해 검찰의 ‘공무원 감싸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역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결백을 인정받는 공직자가 적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피조사자 ’ 신분만으로 상사ㆍ동료 돌아서기도 일단 수사기관에 소환된 공무원들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처절한 투쟁을 해야 한다. 더구나 무리한 수사로 본인과 가족은 물론 조직까지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지만 가해자 입장인 검·경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전북도 관계자는 “공무원이 공정하게 일처리를 해도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언제 어떤 형태로 먹구름이 덮칠지 모른다”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국가와 조직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 공직자가 피조사자로 신분이 전환되면 내외부로부터 단절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은 등을 돌린다. 사실이 아닐 경우 의연하고 당당하게 대처하라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 차가운 시선과 함께 혹시라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거리를 두는 게 일반적이이다. 승진, 영전 등에서 경합을 벌이거나 관계가 나쁜 경우에는 오히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있겠느냐”며 매도하는 일도 있다.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공무원들은 목숨을 내놓고 결백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성추행 혐의로 전북도교육청과 학생인권센터의 조사를 받던 부안군 상서중학교 송경진 교사는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선출 단체장 단골 수사 대상… “정치적 흠집 내기” 선거로 선출된 단체장들도 마구잡이 수사나 감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선출직일수록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 각별히 몸조심을 하지만 애꿎게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은 지난해 전북경찰청의 수사로 곤욕을 치렀다. 정 시장은 지난해 1월부터 7개월여에 걸쳐 ‘뇌물수수 및 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정 시장은 익산시 간부 공무원과 공모해 관내 기업인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1억원을 달라고 강요하고 1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정 시장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청렴 이미지’를 내세웠던 정 시장은 정치적으로 흠집이 났다. 정 시장은 경찰 수사로 심각한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와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 수사는 국회 의 질타를 받았다. 국감장에서 차기 익산시장 선거에 출마 예정인 경찰서장 출신 모 인사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정 시장을 흠집 내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 던지고 보는 악성 민원ㆍ진정도 책임은 결국 공무원 공무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진정 사건이다. 민원인들은 진정서를 아무리 많이 제출해도 무고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철저히 조사해서 혐의가 있으면 무겁게 처벌해 주십시오’로 맺는 각종 진정은 무고로 드러나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다. 악성 민원과 진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유다. 각급 기관 홈페이지에 인터넷으로 올리는 진정은 외부로 공개되고 당사자가 아니면 내릴 수도 없어 공무원들은 민원 홍수에 시달릴 수 있다. 진정 민원은 일정 처리기간 이내에 그 결과를 통보해 줘야 하는 의무까지 있다. 이를 소홀히 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지 못하면 곧바로 관계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진정으로 이어져 공무원들은 고유 업무보다 민원 처리에 탈진할 수도 있다는 원성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악성 고질 민원은 그 목적이 음해하기 위한 것이거나 업무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을 경우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허위 진정·투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성범죄 누명 벗어도 품위손상으로 파면까지 공직자들이 검·경 수사의 칼날을 피했다고 징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명시된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라는 엄청난 족쇄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법은 ‘공무원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은 다른 징계유형과 달리 구체적이지 못하고 그 임의성과 모호성으로 인해 공무원 징계에 남발해 적용되고 있다. 전북도의 A사무관은 2017년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그는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돼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아 성범죄자라는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됐다.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공무원 징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고 공직사회에서 퇴출됐다. 품위유지의무가 공무원들을 징계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6년 국가공무원 징계 사유에서 품위손상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전체 징계자 3015명 가운데 67.3%인 2032명이다. 지방직 공무원도 전체 징계자 2326명 가운데 62% 1441명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 노조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이 규정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현되기는 난망하다는 견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헌법 문장 쉽게 바꿔야 국민 알권리 지킬 수 있어”

    “헌법 문장 쉽게 바꿔야 국민 알권리 지킬 수 있어”

    “법 문장이 지나치게 어려워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법조인이 일종의 ‘언어권력’을 휘두르는 셈인데, 이를 하루바삐 바로잡아야 합니다.”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개헌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가운데 국어 관련 단체와 시민 단체들이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운동’에 나섰다. 한글문화연대, 한글학회, 흥사단,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41개 단체가 모인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법률 용어를 순우리말로 바꾸고 문장을 다듬는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운동본부 공동대표 겸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이와 관련,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고 민족문화 정체성을 돋우려면 용어와 문장을 알기 쉽도록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대상은 법의 최상위에 자리한 헌법이다. 지금 헌법은 1987년 마련됐지만, 1948년 제헌헌법의 틀이 그대로 남아 있어 낯선 한자어와 일본어 말투 등 손질할 게 많다. 예컨대 ‘기망’(속임수)과 ‘부속 도서’(딸린 섬)와 같이 잘 쓰지 않는 한자어, ‘~에 있어서’, ‘~에 의하여’와 같은 일본어식 표현이 이런 사례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공문서는 한글전용이 마땅하다’고 판시했지만, 우리 헌법은 여전히 국한문혼용으로 표기됐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헌법이 어떤 내용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이제는 알기 쉬운 헌법,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헌법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조인을 비롯해 일반 국민 상당수가 ‘굳이 헌법을 알기 쉽게 고칠 필요가 있느냐’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헌법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며 “민주시민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재인 헌법부터 시작해 민법이나 형법을 다듬는 운동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과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을 토대로 새 헌법 총강에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한국어이고 공용문자는 한글’이라는 규정을 넣자고 주장했다. 한편 운동본부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알기 쉬운 헌법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 청원을 시작했다. 법률 전문가와 국어 전문가, 여야 정치인과 일반 국민의 의견을 모으는 토론회도 다음달 7일 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내연남과 공모해 남편 살해 뒤 재산 빼돌린 아내 징역 25년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5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황영수 부장판사)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와 내연남 B(55)씨에게 각각 징역 25년을 판결했다. B씨에게는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두 사람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1월 7일 오후 9시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남편 C(당시 52세)씨에게 수면제를 탄 밥을 먹여 잠들게 했다. 이후 A씨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B씨를 불러 끈으로 남편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다음날 함께 대구 달성군의 인적이 드문 공터로 시신을 옮겨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암매장했다. 아내 A씨는 남편의 시신을 유기한 이후 위임장을 위조해 인감증명서 등 서류를 발급받은 뒤 김씨 소유 동산, 부동산 등 재산 수천만원을 자기 소유로 빼돌렸다. 또 A씨는 범행 후 B씨에게 2500만원을 대여금 형태로 건넸고 B씨는 C씨가 숨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일정 기간 각종 공과금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대신 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완전범죄로 끝날 것 같았던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5월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한 남성의 행방이 수년째 묘연하다”는 풍문을 듣고 사실 확인에 나서면서 들통났다. 경찰은 숨진 C씨의 주변인에 대한 탐문수사 중 남편이 숨진 뒤 아내가 위임장 등을 위조해 남편의 재산을 모두 명의 이전한 점 등을 수상히 여기고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A씨와 C씨는 약 10년간 사실혼 관계에 있다가 2013년 4월 혼인신고를 했으며, 이후 A씨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남편과 갈등을 빚던 중 인터넷 채팅으로 B씨와 만나 내연관계를 맺고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 피고인들 법정 진술 등으로 볼 때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 무렵 뚜렷한 살해 동기가 없는 점 등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연남은 먼저 살해를 제안하고 범행수단을 마련해 직접 잠이 든 C씨를 살해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이혼 갈등 끝 처형 살해한 70대 일본인 징역 22년

    이혼 문제로 처가 식구들과 갈등을 빚다가 처형을 살해한 70대 일본인에게 법원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김정민 부장판사)는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70·일본 국적)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28일 오후 8시 15분쯤 경기도 하남시 소재 처형 B(75)씨의 집에서 둔기로 B씨를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범행 직후 B씨 집을 찾아온 아내 C(65)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적용됐다. 당시 C씨는 저항 끝에 간신히 몸을 피했다. A씨는 C씨와 2009년 일본에서 결혼한 뒤 2011년부터 한국에서 함께 살다가 지난해 4월 인터넷 외환거래에 투자했다가 실패, C씨와 돈 문제로 다퉈왔다. 그는 C씨의 이혼 요구에 범행 당일 법원에 이혼소장을 접수했지만, B씨가 이혼을 부추겨 C씨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9명 전원은 A씨 혐의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5명이 징역 20년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무거운 형을 선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형이 아내와의 이혼을 부추겼다는 막연한 추측에 사로잡혀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현재까지 범행 발생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등 유족들의 아픔을 가중하고 있고 유족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해 장기간 격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국내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동안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점,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로사리오는 죽었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로사리오는 죽었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체육기자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인데 뜬금없이 책 얘기냐고 지청구할지 모른다. 그럴 줄 뻔히 알면서도, 지난 며칠 곰곰이 평창을 주제로 떠올려 보다가 결국 이 책을 화두로 잡은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던진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지난 연말 대학 후배인 출판사 사장이 조심스럽게 이 책을 건넸다. “필리핀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20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접한 책인데 누군가 옮기겠지 싶어 미뤄 뒀다. 그런데 누구도 한글로 옮기지 않더라. 해서 앞부분을 거칠게 번역해 놓은 원고를 출판사 몇 군데에 보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퇴짜 맞았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내가 옮겼다.” 척박한 출판시장 풍토에도 꿋꿋이 한 길을 걸어온 후배가 손수 번역해 자기 출판사 이름으로 책을 냈다. 다른 출판사들이 간행을 거절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떠봤더니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서일 겁니다”라고 했다. 보통 신간을 내면 “잘 좀 홍보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상례인데 그런 얘기도 없었다. 불편해서다. 정말 이렇듯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또 있었던가 싶다. 필리핀 수비크만 미군기지 근처 올롱가포 거리에서 살아가던 로사리오 발루요트가 1987년 5월 20일 죽음을 맞은 얘기를 담았다. 비루한 거리를 떠돌다 오스트리아 의사에게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비극을 당하기까지 11년 5개월의 짧은 삶이 담겨 있다. 스웨덴의 탐사 저널리스트 마이굴 악셀손이 로사리오가 세상을 뜬 지 2년 뒤 스웨덴어로 먼저 냈다가 7년 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영어판을 냈다. 약자와 공동체의 시선으로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책들을 써 온 악셀손은 고발문학과 기록문학의 범주를 뛰어넘는 경지를 보여 준다. 문체도 영롱하고 내러티브도 훌륭하다. 특히 필리핀을 찾았을 때 악셀손이 직접 취재하고 확인한 내용과 스웨덴에 돌아와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세부 취재한 내용이 정말 매끄럽게 연결돼 있다. 한글로 옮긴 이는 “필리핀을 체험하지 못한 이들은 책을 올바르게 옮길 수 없다”고 말했던 터였다. 기자는 지난해 마지막 토요일에 손에 잡자마자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로 다음 쪽을 넘겨 5시간 만에 읽어 냈다. 그 뒤 어두운 밤거리를 거닐 때면 또 다른 로사리오를 만날지 모른다는 공포를 이겨 내야 했다. 그리고 내내 책의 결론이자 저자가 던진 궁극적인 질문인 ‘제게 일어난 일이 되풀이되는 세상이라면,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요?’를 묻고 또 묻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다시 번역자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20년 동안 이 책의 화인(火印)으로부터 멀어지지 못했느냐고? 그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은 지난날의 낙인처럼 내 곁에 남아 있다. 필리핀에 대한 묘한 부채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 빚의 많은 부분을 해소한 느낌’이라고 적었다. 젊은 날 필리핀과 베트남, 또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어느 음습한 골목에서 말도 안 통하는 현지 여성과 술잔을 부딪친 기억이 있는 한국 남정네라면 비슷한 죄책감을 강요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bsnim@seoul.co.kr
  • ‘양육권자’ 아내 몰래 자녀 데리고 귀국한 상습폭력 대학교수 ‘유죄’

    ‘양육권자’ 아내 몰래 자녀 데리고 귀국한 상습폭력 대학교수 ‘유죄’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일삼아 배우자와 자녀에게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던 한 대학교수가 양육권자인 아내 몰래 미국에 사는 자녀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했다가 유죄가 확정됐다.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0일 미성년자약취 혐의로 기소된 대학교수 이모(49)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결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약취는 폭행·협박으로 미성년자를 자기 지배하에 두는 행위다. 재판부는 “부모가 별거한 상황에서 미성년자인 자녀를 부모 중 한쪽이 평온하게 양육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이 불법적으로 자기 지배하에 옮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결혼한 뒤 미국에서 거주해 왔지만 미국 법원은 2008년 3월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이유로 이씨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이씨의 아내를 자녀들의 임시 양육자 및 친권자로 지정했다. 이씨는 2009년 11월 면접교섭 기회를 이용해 아내 몰래 자녀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양육자 및 친권자인 아내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불법적인 수단을 써 자녀들의 의사에 반해 아내의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켰다”며 1심이 정한 형량을 인정했지만 ‘부성애에서 비롯된 범죄’라는 점을 참작해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할 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헌재 “지하철 등 공공장소 성추행범 신상정보 공개는 합헌”

    지하철 등 사람이 밀집된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추행해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8일 공중밀집장소 추행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오모씨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신상정보 등록대상으로 정한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공중밀집장소 추행죄는 1994년 1월 도입된 이래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며 “이 조항으로 달성되는 성범죄자 재범 방지와 사회방위의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에 비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중 밀집 장소에서 저항하거나 회피하기 곤란한 상태를 이용하는 범죄의 개별 상황이나 재범 가능성 등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더라도 불필요한 제한을 부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성폭력처벌법은 대중교통이나 공연, 집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유죄가 확정되면 그 신상정보를 법무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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