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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악의 힘에 해외 관객 매료…노래방서 우리 곡 부를 날 오길”

    “국악의 힘에 해외 관객 매료…노래방서 우리 곡 부를 날 오길”

    정규 4집 ‘박수무곡’ 낸 퓨전 국악밴드 고래야데뷔 10주년…미국 등 34개국 51개 도시 누벼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한국 두번째 출연“국악의 파워풀 한 모습에 해외 관객들 매료”전자 기타가 노래의 문을 열고 거문고, 퍼커션 소리에 청아한 보컬이 나비처럼 앉는다. 서사무엘의 소울풀한 목소리가 더해지고 어느새 제목과 동일한 후렴구 ‘왔단다’를 흥얼거리다 보면 국악기 박이 ‘짝’하고 경쾌하게 곡을 닫는다. 6인조 퓨전 국악밴드 고래야가 지난달 29일 선보인 ‘CJ아지트 라이브’ 무대는 이처럼 팝과 국악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이날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난 고래야는 “새로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많은 음악적 변신을 시도했다”고 운을 뗐다. 경이(퍼커션), 김동근(전통 관악기), 김초롱(전통 타악기)에 실용음악 전공자인 함보영(보컬)과 나선진(거문고), 고재현(기타)을 영입해 팀 컬러에 변화를 줬다. 가수 서사무엘과 협업해 스펙트럼도 확장했다. 그 결과, 지난달 20일 발매한 정규 4집 ‘박수무곡’에는 박수와 춤이 절로 나오는 9곡이 담겼다. 경이는 함경도 민요는 물론 사이키델릭까지 소화한 앨범에 대해 “전 세계 누구나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노래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박수를 테마로 잡았다”며 “국악 장단과 박수를 뼈대로 삼아 리듬을 만들고 그 위에 가사와 멜로디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올해 데뷔 10년을 맞은 고래야는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장려상(2010), CJ문화재단 ‘튠업’ 선정(2011) 등 초창기부터 독특한 색깔로 주목받았다. 최근 4년간 34개국 51개 도시를 누볐다. 현지 관객들을 만나면서 다른 나라의 민속 음악 팀들이 현대적으로 음악을 활용하는 방법을 봤고, 어떻게 전통음악을 신선하게 변주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외국 공연계와 방송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6월에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아델,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다녀간 유명 음악 프로그램 미국 라디오 방송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했다. 코로나19로 한국 작업실에서 온라인 중계한 무대엔 “쿨하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김초롱은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도 연락을 많이 받아 뿌듯하고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퓨전 국악에 대한 나라 밖 인기는 어느 때보다 높다. 고래야를 비롯해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밴드 이날치, ‘타이니 데스크’ 출연이 확정된 악단광칠 등이 대표적이다. 함보영은 “국악에 대한 선입견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는 국악에 대해 ‘한’의 이미지가 많은데, 외국에선 소리 자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김초롱은 “국악에서 더 주류에 있는 것은 느린 음악보다 에너지가 많은 음악”이라며 “파워풀한 장르로는 헤비메탈 등에만 익숙한 외국 관객들이 국악의 힘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에서의 유명세가 앞서야 국악이 재조명 받는 상황은 다소 역설적이다. 고래야는 이를 계기로 국내 저변도 넓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묵묵히 새로운 음악에 도전해 온 창작자들이 많아요. 그 덕분에 지금 해외에서의 반응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더 많이 들으시다 보면 언젠가는 저희 노래가 노래방에 들어가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멤버들은 데뷔 때부터 품은 꿈을 꼭 이루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영등포아트홀 철저한 방역… 대면 공연 재개

    영등포아트홀 철저한 방역… 대면 공연 재개

    서울 영등포구가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조치 완화 지침에 따라 그간 중단됐던 영등포아트홀의 대면 공연을 다시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구는 지난 2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영등포아트홀의 공연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했다. 올해 들어 처음 실시되는 아트홀 대면 공연은 오는 5일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가족극 페스티벌로 시작된다. 바닥소리 가족극 페스티벌은 제27회 서울어린이 연극상 대상, 관객이 뽑은 최고인기상, 남우주연상 등 총 3관왕 수상작인 ‘제비씨의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총 3개의 공연으로 구성됐다. 구는 정부의 수도권 문화기관 재개관 방침에 따라 철저한 방역을 하고 좌석을 한 칸씩 비우는 객석 간 거리두기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출입자 전원에 대해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가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QR코드를 활용한 전자문진표를 제출한 후 입장이 가능하다. 영등포아트홀은 공연이 없는 기간에도 주 1회 공연장, 전시실을 소독해 왔다. 행사 개최 시에는 수시로 방역할 예정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이번 공연 재개는 코로나19로 침체됐던 문화예술계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철저한 방역으로 아트홀의 모든 프로그램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국립극장 2020-2021 레퍼토리 공개… “오늘의 어려움을 내일의 희망으로”

    국립극장 2020-2021 레퍼토리 공개… “오늘의 어려움을 내일의 희망으로”

    국립극장이 음양오행을 춤으로 풀어낸 국립무용단의 신작 ‘다섯 오’를 비롯해 49편의 작품을 선보일 2020-2021 시즌 레퍼토리를 공개했다. 국립극장은 24일 달오름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시즌의 세부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지난 2012년 시즌제를 도입한 뒤 9번째 시즌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여러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무관중 온라인으로 전해졌고 내년 4월에는 3년 만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해오름극장이 재개관하는 등 기다림 끝에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돼 기대를 모은다. 이날 공개된 국립극장의 2020-2021 레퍼토리 시즌은 다음달 28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로 신작 23편, 레퍼토리 7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5편 등 총 49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오는 9월 17일 국립무용단이 신작 ‘다섯 오’로 시즌의 막을 올린다. 해오름극의 재개관 기념작은 내년 4월 1일 개막하는 국립무용단의 ‘제의’다. 우리 민족의 의식무용을 총망라한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 전원이 출연해 새롭게 문을 연 해오름극장의 힘찬 출발을 기원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국립무용단은 내년 6월 정구호의 연출과 최진욱의 안무로 ‘산조’를 공연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락이 모이고 흩어지는 전통 기악양식인 산조의 미학을 춤으로 펼쳐낼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은 내년 6월 해오름극장에서 판소리 ‘수궁가‘의 근원이 된 삼국사기 ‘귀토설화’를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해 풀어내는 ‘귀토’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4년 초연 이후 100회 이상의 공연을 인기리에 이어온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제작진인 고선웅 연출과 한승석 음악감독이 다시 모였다.국립국악관현악단도 국악과 클래식,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전통음악을 새롭고 자유로운 시선에서 풀어낸다는 취지의 창작음악 축제 ‘이음 음악제’(내년 4월)를 비롯해 관현악시리즈 세 작품, 기획공연 여덟 작품, 상설공연 한 작품 등 총 32회의 풍성한 연주를 선보인다. 2011년 이후 9년 만에 국립극장 산하 단체인 국립무용단과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모두 모인 기획공연 ’명색이 아프레걸(가제)‘도 올 연말 관객들을 만난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공연 관람과 제작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해 미래의 1년을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여러 경우의 수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합리적 준비 자세를 갖추고 빈틈없이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가 가져온 미증유 상태로 전세계 공연장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도 오늘의 어려움을 내일의 희망으로 바꿔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통일·반독재·저항… 신동엽의 수식어 깨고 싶다

    통일·반독재·저항… 신동엽의 수식어 깨고 싶다

    올해는 신동엽 시인 탄생 90주년을 맞는 해다. 독자들의 뇌리에 서사시 ‘금강’과 서정시 ‘산에 언덕에’, ‘진달래 산천’, ‘껍데기는 가라’ 등으로 남아 있는 선생의 작품 세계는 오랜 금기의 세월을 뚫고 이제 우리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 선생의 작품은 분단과 독재 시대에 민족과 저항의 키워드로 줄곧 소환됐고 또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인류 문명의 위기에 즈음해서 선생의 시적 사유와 실천과 형상은 어떤 대안적 지평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장남 신좌섭 서울대 의예과 교수를 통해 이러한 선생의 현재적 가치와 그 확장성을 들을 수 있었다.●토착정서의 핵심 가치, 전경인 정신 아들의 입장에서 신동엽 선생의 가장 중요한 저력이랄까 자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가난한 농민으로 태어나 스스로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토착정서랄까 농경정신을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신 것이 하나고요. ‘백제’라는 멸망했으나 끊임없이 정신이 호출되는 나라가 다른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은 토착정서를 통해 동학을 비롯한 민중종교 사상을 소화해냈고, 사회주의나 아나키즘도 자기 것으로 거르고 녹여 받아들였다. 이러한 힘으로 선생은 전쟁과 독재 치하에서도 정결하고도 견고한 삶으로 일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인 김수영이 선생을 두고 한 “너무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지 않은 시인”이라는 평이 떠올랐다. 1950년대 한국 시단을 유행병처럼 휩쓴 모더니즘 열풍에서 비켜서면서 신동엽 선생은 등단작 제목처럼 ‘이야기하는 쟁기꾼’으로 훤칠하게 등장한 것이다. 1959년 신춘문예 입선작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를 두고 신동엽문학관장 김형수 시인이 “케이팝 경연대회에 판소리를 들고 나간 격”이라고 한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선생이 강조한 ‘전경인(全耕人) 정신’은 이러한 토착정서의 핵심 가치가 된다. “얼마 전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께서 생태를 이야기하려면 신동엽 시의 도가적 상상력을 읽으라고 한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아버님은 단순 기능자를 벗어나 온전하게 대지에 뿌리를 내린 정신을 강조하셨죠. 스물두 살에 쓰신 ‘엉뚱한 이론’이라는 산문에서는 두뇌 운동의 탈선과 과잉을 비판하셨는데, 문명의 맹목적 확장을 경계하신 거지요.” 선생의 사유 저변에는 초기부터 노장사상, 원시반본 정신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신 교수는 아버지의 현재적 의미를 이러한 대안적 사유 곧 ‘대지적 상상력’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심층적 원천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민족과 저항을 넘어 ‘시인 신동엽’으로 이렇게 신동엽 선생은 ‘민족시인’이라는 그간의 규정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대지, 전경인, 흙 같은 원초적 개념을 통해 아버지의 시가 새로 걸어오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지향으로 말미암아 선생의 작품은 어떤 시인들보다 내구성과 확장성이 크게 다가온다. 그는 “아버지 앞에 붙었던 통일, 반독재, 저항이라는 호칭이 한 시대의 요청에 의해 주어졌다”면서 이제 수식어가 달라질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산문시’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등을 읽어 보면 신동엽 시인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스펙트럼은 사유 체계에서만이 아니라 장르 선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다양한 장르를 통한 실험정신이 선생을 폭넓은 ‘시인 신동엽’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신 교수는 “해방 직후에 가난한 민중들에게 깨달음을 주려면 시와 음악과 무용 같은 종합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고 떠올렸다. 기타를 끼고 살았고, 노래도 잘 불렀던 아버지는 오페레타 ‘석가탑’,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 같은 동시대 누구도 꿈꾸지 못한 양식들을 남겼다. 선생은 서정시, 서사시, 장시, 산문시, 오페레타, 시극, 연극, 방송대본 등에 모두 진력했다. ‘금강’을 술회하는 인터뷰에서는 교향시극 쓰듯이 썼다고 토로했고, 타계 직전에는 서사시 ‘임진강’을 구상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완성됐다면 한국문학은 빼어난 분단 서사시 하나를 더 간직하게 됐을 것이다. 이제 신동엽 시인의 텍스트는 시전집과 산문전집, 그리고 몇 종의 평전으로 완미하게 정리된 듯하다. 하지만 아들로서는 미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방대하고 정치한 자료를 망라한 본격 평전이 나와야 합니다. 쓰는 시절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자료의 한계도 있었을 겁니다. 약전(略傳)을 넘어 보완된 자료를 텍스트로 한, 그때는 안 보이던 것을 담은 평전이 나오길 고대합니다.”●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트라이앵글 신 교수의 할아버지는 경북 분이었는데 부여로 흘러들어와 극진한 사랑과 전적인 신뢰로 외아들 신동엽의 큰 힘이 돼 주었다. 그 사랑과 신뢰는 신동엽의 인생 갈피마다 회복과 의지의 원천이 됐을 것이다. 1990년에 돌아가셨으니 아들이 떠난 후 21년을 더 부여를 지키신 것이다. 신 교수의 외할아버지는 사회주의에 바탕을 두고 이론을 전개했던 농업경제학자 인정식 선생이다. 일제강점기 말에 전향을 했고, 해방 후에는 북으로 가셨다. 남쪽에 남겨진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때부터 힘겨운 생을 사셨다. “어머니를 매개로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결되는 것을 느껴요. 외할아버지 전집을 읽으면 사라져 가는 농촌문화를 안타까워하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생태학적 견지와 어머니의 짚풀문화가 연결되면서, 세 분이 아스라하게 연결되는 것을 느낍니다.” 신 교수의 어머니 인병선 여사는 ‘짚풀문화’에 애정을 가지고 전국을 다니면서 실물적 자료들에 대한 섭렵과 고증과 수집을 마다하지 않았다. 짚풀문화와 관련한 자료 연구로 짚풀문화가로서 입지를 세우기도 했다. 1993년에 개관한 짚풀생활사박물관이 바로 그 결실이다. “그것들은 빨리 삭아 오래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이나 녹화로 다 기록해 세월이 흘러도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드셨어요. 이제 박물관장도 제가 맡았어요. 저희 가계(家系)가 모두 제게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오랜 생애의 빛과 빚을 품은 ‘시인 신좌섭’ 신 교수는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한 1978년, 의사라는 안정된 비전을 던지고 10년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군대를 포함해 13년간 바깥에서 내면을 다지고 돌아왔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기여하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까에 최선의 관심을 두고 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과, 숙의민주주의에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을 결합하는 일입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활발하게 일어나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 교수는 이러한 범주가 부모님의 생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때 우리는 아버지라는 거대한 산그늘에서 벗어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짐을 지고 그것을 완성해 가는 ‘숙의민주주의자 신좌섭’의 모습에 가닿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전경인’ 정신의 현대적 실현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에게 이처럼 오랜 생애의 빛이자 빚으로 우뚝하시다. 신 교수는 생애에서 두 번의 큰 고통을 겪는다. 2014년에 겪은 참척의 슬픔과 최근에 겪은 병고가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2017년에 첫 시집을 냈고, 작년에는 아버지 50주기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일은 시작(詩作), 아버지와 어머니의 남겨진 일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활동일 것이다. 신 교수는 몇 번이고 ‘차분하게’라는 말을 반복했다. 신동엽 선생과 자신의 작품 중 애착이 가는 시편을 들려 달라는 부탁에 신 교수는 아버지의 ‘좋은 언어’와 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 자신의 ‘좋은 언어를 주소서’를 조심스럽게 건넨다. 1970년 유고로 발표된 ‘좋은 언어’는 “때는 와요/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이야기할 때”라면서 언어 과잉의 세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좋은 언어를 주소서’는 시집 ‘네 이름을 지운다’ 마지막에 배치한 작품으로서 “이승엔 더 이상/아름다움을 담을 그릇이 없나니”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경모(敬慕)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아버지의 작품은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에 관해 암시를 주는 작품이어서 정말 아끼고 있다”고 했다. 인병선 여사의 “그의 시는 지금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우리 속에서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들에게도 그대로 해당했던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전경인’ 정신을, 아들의 웅숭깊은 사유를 통해 새로 만날 수 있었던 한여름 어느 날이었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용어 클릭] ■전경인(全耕人) 정신은 ‘온전히 토지에 발을 붙이고 사는 존재’라는 뜻으로, 서구사상이나 외래문명에 대응해 온 신동엽 시인의 철학 사상을 뜻한다.
  • 통일·반독재·저항… 신동엽의 수식어 깨고 싶다

    통일·반독재·저항… 신동엽의 수식어 깨고 싶다

    올해는 신동엽 시인 탄생 90주년을 맞는 해다. 독자들의 뇌리에 서사시 ‘금강’과 서정시 ‘산에 언덕에’, ‘진달래 산천’, ‘껍데기는 가라’ 등으로 남아 있는 선생의 작품 세계는 오랜 금기의 세월을 뚫고 이제 우리 시대의 최전선에 서 있다. 선생의 작품은 분단과 독재 시대에 민족과 저항의 키워드로 줄곧 소환됐고 또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인류 문명의 위기에 즈음해서 선생의 시적 사유와 실천과 형상은 어떤 대안적 지평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장남 신좌섭 서울대 의예과 교수를 통해 이러한 선생의 현재적 가치와 그 확장성을 들을 수 있었다.●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의 트라이앵글 신 교수의 할아버지는 경북 분이었는데 부여로 흘러들어와 극진한 사랑과 전적인 신뢰로 외아들 신동엽의 큰 힘이 돼 주었다. 그 사랑과 신뢰는 신동엽의 인생 갈피마다 회복과 의지의 원천이 됐을 것이다. 1990년에 돌아가셨으니 아들이 떠난 후 21년을 더 부여를 지키신 것이다. 신 교수의 외할아버지는 사회주의에 바탕을 두고 이론을 전개했던 농업경제학자 인정식 선생이다. 일제강점기 말에 전향을 했고, 해방 후에는 북으로 가셨다. 남쪽에 남겨진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때부터 힘겨운 생을 사셨다. “어머니를 매개로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결되는 것을 느껴요. 외할아버지 전집을 읽으면 사라져 가는 농촌문화를 안타까워하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생태학적 견지와 어머니의 짚풀문화가 연결되면서, 세 분이 아스라하게 연결되는 것을 느낍니다.” 신 교수의 어머니 인병선 여사는 ‘짚풀문화’에 애정을 가지고 전국을 다니면서 실물적 자료들에 대한 섭렵과 고증과 수집을 마다하지 않았다. 짚풀문화와 관련한 자료 연구로 짚풀문화가로서 입지를 세우기도 했다. 1993년에 개관한 짚풀생활사박물관이 바로 그 결실이다. “그것들은 빨리 삭아 오래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이나 녹화로 다 기록해 세월이 흘러도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드셨어요. 이제 박물관장도 제가 맡았어요. 저희 가계(家系)가 모두 제게로 흘러 들어왔습니다.”●오랜 생애의 빛과 빚을 품은 ‘시인 신좌섭’ 신 교수는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한 1978년, 의사라는 안정된 비전을 던지고 10년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군대를 포함해 13년간 바깥에서 내면을 다지고 돌아왔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기여하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을까에 최선의 관심을 두고 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과, 숙의민주주의에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을 결합하는 일입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활발하게 일어나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 교수는 이러한 범주가 부모님의 생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때 우리는 아버지라는 거대한 산그늘에서 벗어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짐을 지고 그것을 완성해 가는 ‘숙의민주주의자 신좌섭’의 모습에 가닿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전경인’ 정신의 현대적 실현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에게 이처럼 오랜 생애의 빛이자 빚으로 우뚝하시다. 신 교수는 생애에서 두 번의 큰 고통을 겪는다. 2014년에 겪은 참척의 슬픔과 최근에 겪은 병고가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2017년에 첫 시집을 냈고, 작년에는 아버지 50주기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일은 시작(詩作), 아버지와 어머니의 남겨진 일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활동일 것이다. 신 교수는 몇 번이고 ‘차분하게’라는 말을 반복했다. 신동엽 선생과 자신의 작품 중 애착이 가는 시편을 들려 달라는 부탁에 신 교수는 아버지의 ‘좋은 언어’와 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인 자신의 ‘좋은 언어를 주소서’를 조심스럽게 건넨다. 1970년 유고로 발표된 ‘좋은 언어’는 “때는 와요/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이야기할 때”라면서 언어 과잉의 세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좋은 언어를 주소서’는 시집 ‘네 이름을 지운다’ 마지막에 배치한 작품으로서 “이승엔 더 이상/아름다움을 담을 그릇이 없나니”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경모(敬慕)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어버지의 작품은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에 관해 암시를 주는 작품이어서 정말 아끼고 있다”고 했다. 인병선 여사의 “그의 시는 지금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우리 속에서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들에게도 그대로 해당했던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전경인’ 정신을, 아들의 웅숭깊은 사유를 통해 새로 만날 수 있었던 한여름 어느 날이었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토착정서의 핵심 가치, 전경인 정신 아들의 입장에서 신동엽 선생의 가장 중요한 저력이랄까 자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가난한 농민으로 태어나 스스로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토착정서랄까 농경정신을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신 것이 하나고요. ‘백제’라는 멸망했으나 끊임없이 정신이 호출되는 나라가 다른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은 토착정서를 통해 동학을 비롯한 민중종교 사상을 소화해냈고, 사회주의나 아나키즘도 자기 것으로 거르고 녹여 받아들였다. 이러한 힘으로 선생은 전쟁과 독재 치하에서도 정결하고도 견고한 삶으로 일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시인 김수영이 선생을 두고 한 “너무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지 않은 시인”이라는 평이 떠올랐다. 1950년대 한국 시단을 유행병처럼 휩쓴 모더니즘 열풍에서 비켜서면서 신동엽 선생은 등단작 제목처럼 ‘이야기하는 쟁기꾼’으로 훤칠하게 등장한 것이다. 1959년 신춘문예 입선작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를 두고 신동엽문학관장 김형수 시인이 “케이팝 경연대회에 판소리를 들고 나간 격”이라고 한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선생이 강조한 ‘전경인(全耕人) 정신’은 이러한 토착정서의 핵심 가치가 된다. “얼마 전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께서 생태를 이야기하려면 신동엽 시의 도가적 상상력을 읽으라고 한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아버님은 단순 기능자를 벗어나 온전하게 대지에 뿌리를 내린 정신을 강조하셨죠. 스물두 살에 쓰신 ‘엉뚱한 이론’이라는 산문에서는 두뇌 운동의 탈선과 과잉을 비판하셨는데, 문명의 맹목적 확장을 경계하신 거지요.” 선생의 사유 저변에는 초기부터 노장사상, 원시반본 정신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신 교수는 아버지의 현재적 의미를 이러한 대안적 사유 곧 ‘대지적 상상력’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심층적 원천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족과 저항을 넘어 ‘시인 신동엽’으로 이렇게 신동엽 선생은 ‘민족시인’이라는 그간의 규정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대지, 전경인, 흙 같은 원초적 개념을 통해 아버지의 시가 새로 걸어오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지향으로 말미암아 선생의 작품은 어떤 시인들보다 내구성과 확장성이 크게 다가온다. 그는 “아버지 앞에 붙었던 통일, 반독재, 저항이라는 호칭이 한 시대의 요청에 의해 주어졌다”면서 이제 수식어가 달라질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산문시’나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 등을 읽어 보면 신동엽 시인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광범위한 스펙트럼은 사유 체계에서만이 아니라 장르 선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다양한 장르를 통한 실험정신이 선생을 폭넓은 ‘시인 신동엽’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신 교수는 “해방 직후에 가난한 민중들에게 깨달음을 주려면 시와 음악과 무용 같은 종합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고 떠올렸다. 기타를 끼고 살았고, 노래도 잘 불렀던 아버지는 오페레타 ‘석가탑’,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 같은 동시대 누구도 꿈꾸지 못한 양식들을 남겼다. 선생은 서정시, 서사시, 장시, 산문시, 오페레타, 시극, 연극, 방송대본 등에 모두 진력했다. ‘금강’을 술회하는 인터뷰에서는 교향시극 쓰듯이 썼다고 토로했고, 타계 직전에는 서사시 ‘임진강’을 구상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완성됐다면 한국문학은 빼어난 분단 서사시 하나를 더 간직하게 됐을 것이다. 이제 신동엽 시인의 텍스트는 시전집과 산문전집, 그리고 몇 종의 평전으로 완미하게 정리된 듯하다. 하지만 아들로서는 미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방대하고 정치한 자료를 망라한 본격 평전이 나와야 합니다. 쓰는 시절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자료의 한계도 있었을 겁니다. 약전(略傳)을 넘어 보완된 자료를 텍스트로 한, 그때는 안 보이던 것을 담은 평전이 나오길 고대합니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 경기도의회, 국민권익위 청렴교육 실시

    경기도의회, 국민권익위 청렴교육 실시

    경기도의회는 제10대 후반기의회 개원을 기념하고 1370만 도민의 대표로서 지녀야 할 덕목인 청렴의식 제고와 청렴한 기관으로써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초청 청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17일 오후 3시부터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국민권익위 청렴연수원 청렴교육은 청렴서약식, 청렴판소리, 청렴 토크콘서트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교육은 기존의 일방적 전달식 교육을 벗어나 청렴을 주제로 의원과 직원 등 의회구성원이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이었다. 장현국 의장은 인사말에서 “공공기관의 청렴은 국가경쟁력이다”라면서 부패와 반칙, 특권없는 사회,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 구현을 위해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청렴도가 중요하며, 금번 청렴교육을 통해 경기도의회가 대한민국 최고 청렴한 기관으로 성장하는 한 알의 씨앗이 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순서인 청렴서약식에는 후반기 의장단, 상임위원장, 교섭단체 대표 및 의원들이 청렴서약서에 서명하는 등 강력한 청렴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하였고, 청렴연수원은 의원이 직접 서명한 청렴서약서를 기념패로 제작해 배부했다. 또한 많은 참석자들이 청렴판소리와 청렴 토크콘서트 등 새로운 형태의 교육방식에 호기심을 보였으며 청렴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3등급으로 중위권의 청렴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번 국민권익위 청렴교육과 향후 다양한 청렴시책 개발 등으로 국내 최고의 청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성품은 치워 줄래…진짜 ‘나’를 만나야 하거든

    기성품은 치워 줄래…진짜 ‘나’를 만나야 하거든

    천재 음악가의 고뇌 담은 ‘모차르트!’ 냉정한 현실에 좌절하는 모습 공감 1990년대 뉴욕 예술가들의 삶 ‘렌트’ 끝까지 응원하게 되는 청년의 꿈·사랑 포장된 나 포기 못하는 취준생 ‘차미’ 본연의 모습 찾는 여정 여성관객 환호“황금별을 찾기 원하면 인생은 너에게 배움터, 그 별을 찾아 떠나야만 해.” 자신을 옭아매는 대주교와 엄격한 아버지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차르트를 향해 후원자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넘버인 ‘황금별’, 가사는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다면 혼자 여행을 떠나 세상과 부딪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이 내린’ 천재 음악가지만 미성숙한 인간이기도 한 모차르트가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진정한 ‘나’를 찾으려는 고민과 여정은 창작물에서 자주 등장한다. 최근 무대에 오른 작품들에도 배경과 등장인물의 특성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경제활동의 어려움은 물론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여러 상황들에 움츠러든 관객들은 무대 속 인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끝내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들에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모차르트!’와 같은 날 문을 연 뮤지컬 ‘렌트’는 199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더욱 암울한 현실 속 젊은 예술가들을 그린다. 극 중 마약과 에이즈로 고통받는다는 파격적 소재이지만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한 사랑과 자신의 꿈이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쫓겨나야 할 처절한 상황임에도 굴하지 않고 기타를 잡고,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는다. ‘렌트’에서 에이즈에 걸린 동성 연인을 사랑하는 콜린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35)은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각자 최선을 다해 꿈을 이뤄내자는 게 ‘렌트 정신’”이라면서 “요즘 더욱 지치고 힘든 상황들이 많다 보니 ‘렌트’ 속 인물들의 싸움을 통해 관객들도 힘을 얻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대학로에서도 자아를 향한 고민이 이어진다. 남의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며 한껏 포장했던 ‘가짜’의 나와 실제 자신 가운데 고민하는 취업준비생을 다룬 뮤지컬 ‘차미’ 공연장에는 매회 20~30대 여성 관객들이 가득하다. 배우들의 통통 튀는 연기 도중에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과 판소리계 소설인 ‘옹고집전’의 책이 등장해 갸우뚱하게 만드는데, 결국은 잘 만들어진 기성품이 아닌 본연의 자기 모습에 집중하고 진짜 나를 찾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23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예매상황판에서도 이 작품들은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연극 부문 예매율 1위인 ‘어나더컨트리’는 파시즘과 대공황으로 혼란스러웠던 1930년대 영국 명문 공립학교에서 권위주의에 맞서는 청년들의 고뇌를 다룬다. 가치관과 성향은 저마다 다르지만 “체제에 순응하든지 바꾸려고 노력하든지 둘 중 하나야. 대안은 없어”, “결국 마지막에 웃는 것은 나야” 등의 대사가 스스로 난관을 이겨내는 힘을 찾도록 일깨워 주기도 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진정한 ‘나’를 만나자”…공감 얻는 뮤지컬 속 ‘자아 찾기’

    “진정한 ‘나’를 만나자”…공감 얻는 뮤지컬 속 ‘자아 찾기’

    “황금별을 찾기 원하면 인생은 너에게 배움터, 그 별을 찾아 떠나야만 해.” 자신을 옭아매는 대주교와 엄격한 아버지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차르트를 향해 후원자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넘버인 ‘황금별’, 가사는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다면 혼자 여행을 떠나 세상과 부딪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이 내린’ 천재 음악가지만 미성숙한 인간이기도 한 모차르트가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진정한 ‘나’를 찾으려는 고민과 여정은 창작물에서 자주 등장한다. 최근 무대에 오른 작품들에도 배경과 등장인물의 특성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경제활동의 어려움은 물론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여러 상황들에 움츠러든 관객들은 무대 속 인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끝내 희망을 노래하는 작품들에서 많은 위로를 받는다.‘모차르트!’와 같은 날 문을 연 뮤지컬 ‘렌트’는 199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더욱 암울한 현실 속 젊은 예술가들을 그린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마약과 에이즈로 고통받는다는 파격적 소재이지만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한 사랑과 자신의 꿈이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쫓겨나야 할 처절한 상황임에도 굴하지 않고 기타를 잡고,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는다. ‘렌트’에서 에이즈에 걸린 동성 연인을 사랑하는 콜린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35)은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각자 최선을 다해 꿈을 이뤄내자는 게 ‘렌트 정신’”이라면서 “요즘 더욱 지치고 힘든 상황들이 많다 보니 ‘렌트’ 속 인물들의 싸움을 통해 관객들도 힘을 얻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대학로에서도 자아를 향한 고민이 이어진다. 남의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며 한껏 포장했던 ‘가짜’의 나와 실제 자신 가운데 고민하는 취업준비생을 다룬 뮤지컬 ‘차미’ 공연장에는 매회 20~30대 여성 관객들이 가득하다. 배우들의 통통 튀는 연기 도중에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과 판소리계 소설인 ‘옹고집전’의 책이 등장해 갸우뚱하게 만드는데, 결국은 잘 만들어진 기성품이 아닌 본연의 자기 모습에 집중하고 진짜 나를 찾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23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예매상황판에서도 이 작품들은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연극 부문 예매율 1위인 ‘어나더컨트리’는 파시즘과 대공황으로 혼란스러웠던 1930년대 영국 명문 공립학교에서 권위주의에 맞서는 청년들의 고뇌를 다룬다. 가치관과 성향은 저마다 다르지만 “체제에 순응하든지 바꾸려고 노력하든지 둘 중 하나야. 대안은 없어”, “결국 마지막에 웃는 것은 나야” 등의 대사가 스스로 난관을 이겨내는 힘을 찾도록 일깨워 주기도 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허백윤의 아니리] 당연하지 않았던 무대를 당연한 것으로

    [허백윤의 아니리] 당연하지 않았던 무대를 당연한 것으로

    우리 고유의 희로애락이 담긴 모노드라마, 판소리에서 자유롭게 사설을 읊는 부분을 ‘아니리’라고 합니다. 무대 위의 다양한 삶, 무대 밖에서 이어지는 많은 장면들을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의 시선으로 풀어 갑니다.“지금 공연을 하나요?”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 사실 거의 매일 객석에 앉았다. 코로나19로 미뤄진 작품이거나 겨우 취소를 면하고 막을 올린 무대들이었다. ‘오페라의 유령’, ‘렌트’, ‘모차르트!’,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작들이 줄줄이 열리는 뮤지컬이 가장 활발하다.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마스크를 쓴 채 길게 줄을 선 관객들은 무대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어쩌면 그 당연한 순서에 감격스러운 감정들이 터져 나온다. 텅 빈 객석을 향해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무대들도 적지 않다. 관객들과의 만남을 준비했다가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바꾼 클래식과 국악 무대의 리허설이나 녹화현장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마스크 쓴 지휘자와 그를 따르는 선율 마디마디 어딘가 어색했다. 연주자들 사이에도 아쉬운 듯 애틋한 눈빛이 오갔다.코로나19 상황에서 공연장은 ‘당연히’ 문을 닫아야 할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위험을 여가를 위해 감내할 이유는 없었다. 확진자 수에 따라 적용과 해제가 반복된 국공립 공연시설 ‘거리두기’ 조치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재확산 분위기에 무기한 연장됐다. 무대를 준비한 국악과 창작극 등의 민간 창작자들의 손발이 덩달아 묶였다. 민간단체나 기획사에서 준비한 뮤지컬과 연극 작품들이 관객들과 뜨겁게 재회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쇄 조치와 달리,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협의에 따라 공연을 진행하도록 방침을 정한 결과다. 생계로 공연을 하는 이들이 받은 타격의 크기도 달랐다. 20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계 매출액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월(216억여원)부터 반토막 났고, 4월(47억여원) 바닥을 쳤다. 5월(112억여원) 회복세를 보이다 재확산 우려에 6월 매출이 이날 기준 54억여원으로 다시 줄었다. 뮤지컬계 매출은 같은 기간 450억여원(148편)으로, 전체 공연계 비중이 65.6%에서 86.8%로 커졌다. 그러나 연극이 15.2%에서 9.7%로, 클래식은 9.2%에서 2%로, 국악은 1.4%에서 0.1%로 모두 줄었다. 국공립 공연시설 종사자와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고민들이 쏟아진다.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제 폐쇄가 아니라 어떻게 안전하게 열지를 고민해야 한다”(공립 공연장 관계자), “문화예술 예산부터 깎고 횟수를 줄이다 보니 민간단체의 상업예술 공연만 더 흥하는 구조”(국립단체 관계자) 등의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온다.K방역에 대한 자부심은 공연에도 있었다. 지난 4월 초 앙상블 배우 두 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3주 남짓 무대를 멈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대표적이다. 띄어 앉기를 하지 않아도 지금껏 어떤 공연장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해외에서 오히려 주목하는 공연계의 조심스런 자랑이다. QR코드 문진표와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은 모든 공연장의 기본이 됐다. 무대 위 거리두기를 위한 프로그램 변경(서울시립교향악단),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일 때만 공연을 재개하도록 하는 하루 전날 예매 시스템(서울문화재단), 하루 세 차례 이상 대책회의(세종문화회관) 등 현장에선 이미 다양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극장에서 확진자가 나왔거나 대유행하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철저한 관리와 함께 안전하게 공연을 즐기는 게 당연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음악과 예술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받으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번 기회로 문화예술 무대의 장벽을 더 낮춰 영상을 넘어 아티스트와 직접 마주했을 때의 그 짜릿한 감동과 흥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것이 될 수 있기를 공연계는 바라고 있다. 무대와의 마음의 거리를 좁힐 문화 방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 “변화의 공간… 광주정신은 ‘갱번문화’가 밑바탕”

    “변화의 공간… 광주정신은 ‘갱번문화’가 밑바탕”

    “광주정신은 ‘신창동’서 비롯” 주장 오늘 ‘AI 문화 콘텐츠 포럼’서 연설“‘광주 정신’은 조석으로 변하는 ‘갱번(강변) 문화’와 뿌리가 맞닿아 있습니다.” 이윤선(57)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18민주화운동과 접목된 광주 정신이 선사시대 정착촌인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서 비롯됐다”고 이색적인 주장을 펼쳤다. 이 전문위원은 “광주 등 남도인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영산강 상류권 신창동은 상고시대엔 강과 바다가 구분되지 않은 땅으로, 밀물과 썰물이 매일 반복되는 ‘변화’의 공간이었다”며 “신창동은 이 지방의 대표 갱번이고, 이곳에 삶의 터전을 둔 사람들은 매일 변화하는 환경을 체득하며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 일대의 자연환경은 ‘주역’을 빌려 말한다면 ‘대대(待對)의 공간’”이라며 “삶 속에 변화가 내재화하면서 영구한 주인도, 영구한 종도 인정하지 않은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 광주 정신과 맞닿았다”고 주장했다. 신창동은 지석강, 극락강, 황룡강 등으로부터 영산강 줄기를 따라 지금의 다도해에 이르는 공간의 총체라고 덧붙였다. 광주 정신은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된 것들에 대한 바로잡기 정신과 통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는 광주 정신을 ‘혁명’이란 용어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학, 광주학생독립운동, 4·19, 5·18로 이어지는 광주 정신의 밑바탕은 갱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위원은 트로트계의 톱스타로 도약한 ‘송가인 신드롬’을 판소리와 씻김굿, 당골(무당) 등 남도의 전통문화에서 뿌리를 찾았다. 그는 “송가인은 트로트 테크닉인 꺾기의 달인”이라며 “송가인의 꺾기는 진도 무악(씻김굿)의 대가인 고 박병천의 ‘시김새’와 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창동과 송가인의 노래 바탕에 흐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내고 재구성하는 게 인공지능(AI) 기술이고, 이를 아시아문화 담론의 화두로, 인류의 근간을 독해하는 기술로 확장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18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 주최로 전일빌딩 245에서 열리는 ‘AI 문화 콘텐츠 포럼’에서 이런 내용의 주제발표를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이 AI 기술을 활용해 설화·전설 등을 ‘킬러 콘텐츠’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포럼이다. 전남 진도가 고향인 이 위원은 어려서부터 농악, 북춤 등을 익히면서 전남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목포대에서 민속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섬과 민속, 민요 등 전통문화 연구에 몰두해 왔다. ‘순칭록과 진도 풍속’ 등 10여권의 저서를 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수도권 방역 강화’ 연기에…국악 공연 줄줄이 취소·온라인으로

    ‘수도권 방역 강화’ 연기에…국악 공연 줄줄이 취소·온라인으로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는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방역 강화 방침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면서 공공시설에서 예정된 공연들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방역 당국이 수도권 지역의 공공시설 운영 중단 기한을 늘리도록 한 조치에 따라서다. 국립극장은 오는 1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공연 ‘2020 겨레의 노래뎐’을 취소한다고 15일 밝혔다. 당초 이번 공연은 6·25 전쟁과 국립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노래한다는 의미를 전달할 계획이었다. 예정된 시간에는 무관중으로 공연을 녹화한 뒤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국립극장에서 20일 선보이려 했던 완창 판소리 ‘김수연의 수궁가‘도 취소됐다. 수궁과 육지를 넘나드는 토끼와 별주부 자라의 이야기를 다룬 수궁가를 김수연 명창의 목소리로 전하며 삶의 지혜와 위안을 강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공연이었다.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인 ‘조선음악기행-하늘길을 걷다’도 19~20일 공연을 온라인으로 변경했다. 고려와 조선시대 궁중과 상류층에서 연주하던 전통음악인 정악 고유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통해 하늘에서 인간세상으로 음악이 전해지는 의미를 화려한 무대영상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공연 ‘청춘, 청어람’(6월 26~27일)도 정부의 국립문화예술시설 휴관 연장 조치에 따라 온라인 공연으로 관객들을 찾아가게 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소설로 만나는 임진왜란 60전 60승 신화 정기룡 장군

    소설로 만나는 임진왜란 60전 60승 신화 정기룡 장군

    임진왜란에서 60전 60승 ‘불패 신화’를 일군 경남 하동 출신 충의공(忠毅公) 정기룡(鄭起龍 1562∼1622년) 장군의 일대기를 엮은 역사소설이 발간됐다. 하동군은 6일 하동문화원에서 정기룡 장군의 삶을 실존·가상 인물을 통해 재미있게 재구성한 역사장편소설 ‘충의공 정기룡’을 최근 펴냈다고 밝혔다.정기룡 장군은 하동군 금남면에서 태어나 임진왜란 때 크고 작은 60여차례 전투를 치르면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탁월한 전략가다. 하동문화원은 하동출신 정기룡 장군의 뛰어난 활약상과 업적을 널리 알리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소설 발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수·박한 2명의 작가가 집필자로 함께 참여해 공동으로 소설을 썼다. 박정수 작가는 한국소설가협회 기획실장을 지냈으며 ‘대조영’, ‘왕국의 부활’ 등의 저서를 냈다. 박한 작가는 계간 ‘문학과 사상’으로 등단해 ‘레전드히어로 삼국전’ 디자인을 총괄했다. 소설은 하동군 금남면에 있는 금오산 정기를 받고 때어난 정기룡 장군이 큰 전쟁인 임진왜란을 맞아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과정을 424쪽 분량으로 생생하게 그렸다. 정기룡 장군이 세운 전공을 집성해 기록한 실록인 ‘매헌실기’를 바탕으로 많은 참고자료와 역사적 검증을 거쳐 등장인물 대부분을 임진왜란 당시 실존 인물로 다룬 가운데 재미를 위해 필요에 따라 가상 인물을 등장시키고 사건 순서를 바꾸는 등 각색도 보탰다. 하동문화원은 이 소설이 왜적의 침략을 막아낸 정기룡 장군의 출중한 지도력과 혜안을 본받아 현대 ‘외교·경제 전쟁’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동문화원측은 정기룡 장군 일대기 소설 발간에 이어 앞으로 웹툰,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갈래에 내용물을 만들어 국내 보급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동문화원은 오는 9일 오후 2시 하동문화예술회관에서 소설 ‘충의공 정기룡’ 출판기념회를 할 예정이다. 출판기념회에서는 하동 출신 정호승 시인이 직접 쓴 ‘정기룡 장군 숭모시’를 낭독하고, 정옥향(명창유성준·이선유판소리기념관 관장) 국악인이 정기룡 장군 일대기를 창으로 표현한 판소리 공연도 선보인다. 하동문화원은 2018년 ‘충의공 정기룡 장군 평전’을 펴낸데 이어 이번에 소설을 발간했다. 하동군도 지난해 사단법인 정기룡장군기념사업회를 출범하고 탄신제 등 다양한 정기룡 장군 기념사업과 선양사업을 한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우리음악의 가치를 되짚어 보다… ‘수림뉴웨이브 2020’ 개최

    우리음악의 가치를 되짚어 보다… ‘수림뉴웨이브 2020’ 개최

    한국 전통음악 예술가를 발굴·지원하는 수림문화재단(이사장 유진룡)이 전통음악축제인 <수림뉴웨이브 2020(Soorim Newwave 2020)>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파생’이라는 주제로 음악적 역동성을 예술가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표현·공유하는 이번 축제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음악을 통해 ‘우리음악’과 ‘수림뉴웨이브’의 가치 확산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김희수 기념 수림아트센터에서 오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된다.수림DAY인 12일에는 ‘2010 수림뉴웨이브상’ 수상자인 장재효 예술감독의 개막공연 ▲民謠(민요)-사람의 노래가 펼쳐진다. 아트DAY인 6월 13~14일에는 추진위원들이 선정한 ‘<수림뉴웨이브 2020>이 주목한 아티스트 6팀’의 공연이 관객을 찾아간다. 13일에는 ▲아마씨 효과: 울려퍼지다(밴드 AMA-C) ▲연희 땡쇼(연희 안대천) ▲앨리스뎐-저마다의 첫 소절(판소리 정지혜)을, 14일에는 ▲지금, 여기(가야금 오혜영) ▲두 개의 방(거문고 황진아·박다울) ▲무장단(타악 임용주)을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갖는다. 축제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2020 수림뉴웨이브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수림문화재단 관계자는 “전통음악 예술가를 발굴·지원하는 수림아트센터 우리음악 축제를 통해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시민에게 위로와 힐링을 제공할 것”이라며 “시설 방역은 물론 방문객 질문지 작성,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등 생활 방역 지침을 준수, 안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09년 설립된 수림문화재단은 동교(東橋) 김희수(金熙秀) 선생의 인생철학인 ‘문화입국’을 뿌리로 한다.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예술 창작 지원·문화예술 인재 양성·시상·국제문화교류 사업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수림뉴웨이브 2020>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수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수림뉴웨이브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광주 국악 상설공연 4개월만에 재개

    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중단됐던 ‘광주 국악상설공연’이 4개여월만인 2일 재개됐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이날 5·18 40주년 기념 국악상설 특별공연 ‘오월의 약속’을 재구성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3일에는 ‘인(人) 수(水) 화(火) 풍(風)’라는 주제로 얼쑤팀이 한량무, 진도북춤, 사물놀이 등을 공연한다. 4일에는 아시아민족음악교류협회가 ‘국악 새로이 날다’라는 주제로 살풀이, 박종선류 아쟁산조 등이 펼쳐진다. 5일에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모음곡인 ‘민요의 향연’, 생황과 단소 병주의 아름다운 소리에 멋스러운 가야금이 어울려 단아한 국악기의 음색을 즐길 수 있는 ‘생황을 위한 서동요’ 등을 연주한다. 이어 6일에는 광주시립창극단의 ‘화현과 바라’ 무대를 시작으로, 남도민요 ‘성주풀이’ 단막창극 ‘놀보와 마당쇠’ 등이 공연된다. 18일에는 각 단체별로 가장 사랑받은 프로그램을 모아 한날에 공연하는 ‘민간 스페셜 국악상설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판소리·피리독주·설장구·태평소와 사물놀이·남도민요 등을 즐길 수 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공연때 거리두기 객석제를 실시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입장객 체온을 측정하는 등 공연장 내 감염 예방에 소홀하지 않기로 했다. 광주 국악상설공연은 매주 평일 오후 5시 광주공연마루에서 지정좌석제(무료)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광주문화예술회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악상설공연을 재관람할 수 있다. 예매는 광주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www.gjart.gwangju.go.kr)에서 가능하다. 광주 기자 cbchoi@seoul.co.kr
  • [길섶에서] 밥 인심/박홍환 논설위원

    심술꾼 놀부 부부의 포악한 성질 묘사는 흥부전 곳곳에 장치돼 있다. 흥부가 놀부 부부에게 매 맞는 장면도 그중 하나다. 흥부가 싸라기라도 얻으려고 형네 집을 찾았을 때 놀부는 짐짓 모르는 사람 취급하더니 급기야 몽둥이 찜질에 나선다. 형수에게 도움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나 밥, 아나 쌀, 아나 돈!”이라는 비아냥과 밥 푸던 주걱 타작이었다. 판소리 흥부가는 놀부 부인을 “놀부보다 심술보 하나가 더 붙었다”고 설명한 뒤 그녀의 험악한 밥 인심, 곳간 인심을 고발하고 있다.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에서는 밥알 붙은 주걱으로 뺨을 얻어맞은 흥부가 몇 개의 밥알이라도 더 챙기려고 다른 쪽 뺨을 내미는 것으로 희화화했지만 형수에게 밥주걱 세례를 받은 흥부로서는 하늘이 빙빙 돌고 땅이 꺼지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굶는 꼴을 못 보고 최소한 밥만큼은 챙겨 줘야 한다는 밥 인심은 그 숱한 보릿고개를 겪으며 체득한 우리 민족만의 인지상정이라고 할 만하다. 거렁뱅이도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밥 인심 고발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모금하느라 쫄쫄 굶은 할머니의 밥 소원조차도 들어주지 못하는 위안부 운동이라면 안 하느니 못하지 않은가. stinger@seoul.co.kr
  • BTS 슈가, 솔로 가수 최초 英차트 7위

    BTS 슈가, 솔로 가수 최초 英차트 7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개인 믹스테이프(비정규 무료음반)로 세계 양대 팝 차트 중 하나인 영국 앨범 차트 7위에 올랐다. 한국 솔로 뮤지션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슈가가 지난 22일 활동명 ‘어거스트 디’로 공개한 믹스테이프 ‘D-2’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 중 7위에 랭크됐다. 오피셜 차트는 홈페이지에 “영국 앨범 차트 톱 10에 사상 처음으로 진입한 한국 솔로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대취타’도 오피셜 차트 싱글 부문 68위로 톱 100 안에 들었다. 궁중 음악 대취타를 샘플링해 판소리와 꽹과리 등 국악기와 슈가의 랩을 접목한 곡이다. 이번 믹스테이프는 슈가의 두 번째 작업으로 자신의 감수성과 솔직한 내면을 담은 10개 트랙을 선보였다. 해외 음악 플랫폼에서는 유료 구매할 수 있지만, 사운드클라우드와 구글 등에는 무료로 공개됐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BTS 슈가, 영국 앨범차트 7위···한국 첫 톱10

    BTS 슈가, 영국 앨범차트 7위···한국 첫 톱10

    솔로 믹스테이프, 한국 최고 순위‘사이비 교주 연설’ 샘플링 논란도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개인 믹스테이프(비정규 무료음반)로 세계 양대 팝 차트 중 하나인 영국 앨범 차트 7위에 올랐다. 한국 솔로 뮤지션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슈가가 지난 22일 활동명 ‘어거스트 디’로 공개한 믹스테이프 ‘D-2’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 중 7위에 랭크됐다. 오피셜 차트는 홈페이지에 “영국 앨범 차트 톱 10에 사상 처음으로 진입한 한국 솔로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지난 2월 낸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으로 앨범 부문 1위, 타이틀곡 ‘온’으로 싱글 부문 21위의 기록을 썼다. 타이틀곡 ‘대취타’도 오피셜 차트 싱글 부문 68위로 톱 100 안에 들었다. 궁중 음악 대취타를 샘플링해 판소리와 꽹과리 등 국악기와 슈가의 랩을 접목한 곡이다. 이번 믹스테이프는 슈가의 두 번째 작업으로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담은 10개 트랙을 선보였다. 해외 음악 플랫폼에서는 유료 구매할 수 있고 사운드클라우드와 구글 등에는 무료로 공개됐다. 한편 슈가가 발매한 이번 믹스테이프 수록곡 중 ‘어떻게 생각해?’에 미국 사이비 종교 교주 제임스 워런 짐 존스의 연설이 샘플링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짐 존스는 1950년 미국에 인민사원이라는 사이비 종교를 만든 뒤 1978년 11월 신도들에게 음독 자살을 강요한 사이비 교주로, 당시 900여명이 사망했으며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떻게 생각해?’의 도입부에는 1977년 짐 존스의 연설 음성이 짧게 들어가 있다. BTS의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킨 범죄자의 메시지를 곡에 인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과 함께 “샘플링을 통해 안티팬들의 행태를 반어적으로 비판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들꽃영화상 대상에 ‘김군’… 여우주연상 박지후

    들꽃영화상 대상에 ‘김군’… 여우주연상 박지후

    제7회 들꽃영화상 대상에 5·18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이 선정됐다. 들꽃영화상 운영위원회는 22일 서울 중구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연 시상식에서 15개 부문 상을 수여했다. 강상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김군’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찍힌 사진 속 인물을 찾아나서는 다큐멘터리다. 극영화 감독상은 ‘메기’의 이옥섭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상은 ‘이태원’의 강유가람 감독이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벌새’에서 열연한 아역 배우 박지후가, 남우주연상은 ‘판소리 복서’의 엄태구에게 돌아갔다. ‘판소리 복서’는 촬영상까지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조연상은 ‘이월’의 이주원이 받았다. ‘이월’은 조연상 외에도 시나리오상과 신인배우상에 선정돼 3관왕에 올랐다. 신인감독상은 ‘작은빛’의 조민재 감독이 받았고 주목할만한 다큐상(민들레상)은 ‘굿바이 마이 러브 NK:붉은 청춘’의 김소영 감독이 수상했다.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의 업적을 기리는 들꽃영화상은 2014년 제정, 매년 봄에 열린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동학농민혁명 발상지 고창, 국가적 차원서 성지화 작업 필요”

    “동학농민혁명 발상지 고창, 국가적 차원서 성지화 작업 필요”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인 고창 성지화 작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해 왜곡된 역사의 면모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유기상 전북 고창군수는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무장봉기(무장기포)가 제7차 교육과정 한국사 교과서에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으로 수록돼 역사적 사실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무장은 고창의 옛 지명이고 기포는 동학의 조직인 포(교구 또는 집회소)를 중심으로 봉기한 것이다. “고창 동학농민혁명사 재조명 과업의 첫 번째 사명인 무장봉기 역사교과서 수록이 126년 만에 이뤄져 그 의미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 자긍심 찾기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는 “고창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무장기포지·전봉준 장군 생가터 국가사적 등재, 동학농민혁명 역사벨트 조성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동학선양사업을 의향정신을 살린 자랑스러운 군민운동으로 승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유 군수와의 일문일답.-‘고창 무장봉기가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라는 내용이 새 학기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모두 수록됐다.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이 1894년 3월 20일 고창에서 발생한 무장봉기라는 사실이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정설이었다. 한국사 교과서 수록으로 동학 전문연구자와 고창군민 등 소수만 알던 역사적 사실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 이로써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빚어졌던 동학농민혁명 시발지 논란은 정리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공음면 구암리 구수마을 동학농민혁명 기념탑에서 선열들에게 교과서를 봉정하는 행사를 가졌다.” ●‘보국안민’ 혁명의 목표 최초로 제시 -고창 무장봉기가 동학농민혁명에 미친 영향은. “조선 후기에는 지역적 한계를 넘지 못한 수많은 민란이 있었다. 무장봉기는 혁명의 이념이자 지표인 ‘무장포고문’과 농민군 행동강령인 ‘4대 강령’을 정립 발표함으로써 농민혁명의 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보국안민’이라는 혁명의 목표가 최초로 제시됐고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전국적인 대규모 항쟁으로 커졌으며 봉건제도 개혁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민족·민중항쟁의 근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창 무장봉기를 부각시키기 위한 과정과 지자체의 노력은. “자주와 평등의 위대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고창군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학술·연구·문화사업을 하고 있다. 동학기념사업회, 동학유족회 등 지역 단체와 울력해 매년 학술대회를 열고 무장기포기념제·무장읍성축제를 개최한다. 기념제와 축제는 ‘동학농민혁명은 무장기포지로부터, 3월 20일의 함성은 전국적인 봉기로’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이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애국·애족 정신과 무장기포일의 참다운 의미를 널리 알리는 한편 전국적인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기념제에서는 동학농민혁명군들이 읽어 내려갔던 무장포고문을 낭독하고 농민군이 걸었던 진격로 걷기 체험행사를 한다. 축제 기간에는 무장현 관아·읍성 무혈입성 재현 등을 통해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가 동학의 시발점은 무장봉기가 아니라 ‘고부봉기’라며 역사왜곡 바로잡기에 나서기로 했다. “역사에 대한 평가는 연구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제 동학농민혁명은 지역을 넘어 한국사에 빛나는, 세계 속의 혁명으로 재평가돼야 한다. 지역주의가 발목을 잡는 것은 선열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한국사 역사교과서에 ‘동학농민혁명’을 ‘동학농민운동’으로 기술했다. “동학농민혁명의 대의와 의미, 가치를 생각할 때 교과서에도 운동이 아닌 혁명이라고 기술해야 한다. ‘실패한 혁명’이라는 일부의 평가절하를 극복하고 혁명을 운동으로 표기한 현행 교과서를 개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접주 손화중의 근거지… 혁명 기반으로 -고창에서 대규모 농민봉기가 발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조선 말기 고창에는 판소리 사설로 사회적 모순과 봉건제도 타파를 꿈꾸는 민중들의 사상적 깨우침이 깔렸었다. 특히 고창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가장 강력하고 중심적인 활동을 했던 전봉준의 태생지이자 대접주 손화중의 근거지였다. 전봉준이 고창 출신이었기에 협력기반이 두텁고 호남에서 가장 세력이 컸던 손화중포의 인적·물적 동원능력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도소(도접주들의 총집회 기관) 거소에는 주물공장, 대장간, 마방 등이 있고 보부상을 비롯한 장꾼들이 드나들며 정보 공유 및 조직이 활성화돼 혁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무장봉기가 일어난 공음면 구수마을의 넓은 충적지는 수천의 동학군들이 집결해 훈련하기 쉬운 지형이었고 석교 세창과 장터 포구는 군수품과 군량미 조달이 쉬운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고창군과 동학농민군을 이끈 전봉준과의 관계는. “고창이 전봉준 장군의 출생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간 정읍 고부, 정읍 태인, 전주 등 여러 설이 분분했지만 많은 연구자가 전봉준의 출생지가 고창읍 죽림리 당촌마을임을 밝혀냈다. 현재 생가터를 사적으로 지정하고 전봉준 장군 동상을 세우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단체장으로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의의와 평가는. “동학농민혁명은 아래로부터 민중혁명이라는 측면에서 1만년 민족사의 가장 빛나는 한 장면이다. 제대로 조명되면 세계 4대 혁명의 맨 앞자리에 평가될 역사다. 동학농민혁명은 자주와 평등, 민주적 절차를 확립하고자 했던 근대 민중운동의 효시로 참여자와 유족, 기념사업, 발상지 고창군의 상징성 등이 높이 평가돼야 하나 일제와 군사정권 등에 의해 심각하게 왜곡되고 평가절하됐다. 126년이 지난 이제라도 동학농민혁명 고창 성지화 작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원활하게 진행돼 자주적인 우리 역사의 흐름을 계속 이어 가야 한다.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숭고한 애국·애족정신을 기리며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당당하게 지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창은 의향… 청소년 역사교육의 장 활용 -동학농민혁명이 고창군의 정체성에 미친 영향은. “고창은 의향이다. 정의로운 고창군민들은 불의를 보면 목숨을 걸고 싸웠다.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로서 항일의병 운동, 독립구국운동, 최근의 촛불시위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에 고창·무장·흥덕 의병이 모두 참여했다. 임진·정유 왜란 때도 고창 흥덕 남당회맹단 등의 의병이 일어났다. 고창 성내 출신 근촌 백관수 선생은 당시 서른의 나이로 일본 유학생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는 거사를 주도했다. 그 독립선언서의 초안이 국내로 전달돼 3·1운동을 촉발시켰다.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국가유공자도 90여명으로 전북에서 가장 많다.”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 과제는. “고창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무장기포지·전봉준 장군 생가터 국가사적 등재, 동학농민혁명 역사벨트 조성을 적극 추진하겠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기념일을 제정하고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 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동학농민혁명을 세계 혁명사의 한 축으로 알리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동학농민혁명을 지역발전과 연계 방안은. “전봉준 생가와 무장기포지를 역사문화유적지로 가꿔 청소년들의 역사교육과 체험의 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과 선운사, 고창읍성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관광벨트로 육성하겠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민초를 상징하는 녹두, 추운 겨울을 이겨 낸 청보리를 주제로 한 음식 등 동학농민혁명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 고창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아티스트로 돌아온 림킴 “동양인·여성 고정된 틀 깨고 싶다”

    아티스트로 돌아온 림킴 “동양인·여성 고정된 틀 깨고 싶다”

    ‘슈스케’ 덕에 데뷔했지만 정체성 고민“내 아이덴티티 표현한 음악 인정 뭉클어떤 캐릭터든 가능함을 보여 주고파”한국대중음악상 2관왕·美 랜선 공연도음반을 낸 뒤 조용하지만 강하게 팬덤을 만들고 있는 뮤지션이 있다. 엠넷 오디션 슈퍼스타K 3 ‘투개월’의 김예림으로 더 익숙한 림킴(26)이다. 이름을 바꿔 낸 첫 앨범으로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 2개 부문까지 거머쥔 그는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받는 독보적인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했다. 림킴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러한 호평에 대해 “처음으로 나만의 음악적 아이덴티티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고민해 낸 결과물”이라며 “좋은 반응을 얻어 기쁘고 뭉클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칼을 갈았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신비로운 소녀’였던 과거는 강렬한 메시지로 무장한 ‘전사’에 완전히 부서졌다. 총 동영상 조회수 200만회를 넘긴 ‘옐로’, “남성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는 내용의 ‘살기’(Sal-ki) 등 6곡은 동양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담아내면서도 이들에 대한 서구 사회의 오리엔털리즘을 직설적으로 꼬집는다. 굿의 제사의식을 전유한 ‘민족요’에서는 전주판소리합창단과 협업했고, 호접몽에서 영감을 얻은 ‘몽’의 뮤직비디오에서는 규정을 거부하려는 듯 다양한 모습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새장에 갇혔던 용이 나왔다”, “림킴이 새 장르”라는 댓글은 물론, 영어 가사와 이미지를 해석한 팬들의 영상도 올라온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2월 “버티고 도전하며 주변에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 억지스러운 마케팅 없이 정면 승부를 통해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소속사 미스틱을 나와 3년간 ‘잠수’를 탔다. 공백은 순전히 자신의 선택이었다. “2011년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자고 일어나니 가수가 돼 있었지만 무슨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단지 노래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내 정체성이 바탕이 되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한국과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자신의 정체성은 동양인이자 여성이었다. 일렉트로닉과 힙합이 결합된 장르도 주제와 이미지를 사운드로 풀어내면서 나왔다. 작업 방식은 기획사에 소속됐을 때와 전혀 달랐다. 앨범 전곡을 전곡 작사·작곡했고, 프로듀서 노아이덴티티 등 스태프도 직접 섭외했다. 제작비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았다. 자신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후원자 약 2000명이 9000만원을 모아주었다. 여성 가수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벗으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보통 여성 가수의 이미지는 아티스트만의 색깔로 인식되기보다 성별로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청순, 섹시, 귀여움 등 특정 이미지를 추구하면서 정형화되고요. 그 정형화에서 벗어나 상상하는 어떤 캐릭터든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방송 활동은 하지 않지만 음악 작업도 꾸준히 한다. 7일 미국 음반 레이블 88라이징이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 ‘아시아 라이징 포에버’에 참여해 다른 아시아 뮤지션들과 함께 관객을 만났다. “해 보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망설임이 없는 성격이에요. 올해도 새 싱글 발표를 목표로 달리고 있어요. 어떻게 선보일지 고민해 조만간 새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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