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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 곁으로 세계 속으로… 발랄하고 실험적인 K문학 플랫폼 만들 것”[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대중 곁으로 세계 속으로… 발랄하고 실험적인 K문학 플랫폼 만들 것”[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페미니즘에 천착하는 시인은 많다. 형식과 내용에서의 시적 실험과 도전으로 고뇌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 시인들 또한 많다. 이러한 번뇌와 영광이 1969년 등단해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력(詩歷)을 가진 시인의 몫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는 젊은 뭇 시인들에게 극복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 웅숭깊은 사유 체계에 일상 속 존재로서 여성의 욕망을 시어로 덧입힌 시인 문정희(76)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립한국문학관장을 맡아 한국문학의 체계적 정리와 보전, 전시 등을 통해 대중적 접점을 확대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한국문학의 시각과 방향은 궁극적으로 세계문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문학을 빼면 세계문학이 허전해질 정도로 위상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지요.” 지난달 27일 ‘문정희 시인길’이 있는 서울 삼성동 경기고 앞에서 문 관장을 만났다. 그의 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알바니아어, 히브리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됐고, 외국에서만 시집 14권이 출간됐다. 덕분에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할 일도 많았다. 그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봤던, 문학을 멋지게 분류하는 방식과 체계 등을 우리 문학으로서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서 여전히 변방에 가깝다. 문 관장이야 꽤 주목받는 시인이지만 여전히 세계 문단에서 이름 석 자로 통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우리 문학의 가능성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몇 년 전 그는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93)와 함께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난징에서 강연과 시낭송회를 한 뒤 중국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함께 자리한 아도니스야말로 매년 단골손님처럼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문 관장은 그때까지 중국어로 번역된 자신의 시집도 없었다. 한국문학의 중국어 번역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기도 하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겠거니 했는데 한 대학생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시 ‘공항에서 쓸 편지’를 중국어로 낭송했고 이후 질문이 이어졌다. 여러 질문 중 “한국의 젊은 시인으로는 어떤 이들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숨도 쉬지 않고 즉각 “나보다 젊은 시인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자신이 54년 동안 구축해 온 시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문 관장은 “내 자랑처럼 얘기했지만 한국문학이 우리의 인식보다 위상이 높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시인의 삶보다 ‘문학 행정가’의 삶에 가깝다. 문 관장이 맡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은 아직 ‘실체’가 없다. 한국문학관은 올가을 공사를 시작해 2025년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17명 정도의 직원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건만 당장 문학관으로서의 건물이 없으니 많은 시민에게 존재감을 보여 주기가 쉽지 않다. 그는 만남 중에도 사무국 직원들의 전화를 연신 받았다. “건축 관련한 공정을 차질 없이 잘 챙기는 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문학 관련 작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집대성해 보관하고 다시 분류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면서 “돌아가신 하동호 공주대 교수, 김윤식 서울대 교수, 일본의 오무라 마쓰오 와세다대 교수 등이 평생에 걸쳐 모은 컬렉션은 한국문학과 관련해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어 보전 및 정리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한국문학 전공자인 오무라 교수는 지난해 말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로 한국을 찾아 문 관장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한국문학 관련 자료를 모두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안타깝게 별세했다. 문 관장이 한국문학가를 대표해 정성 가득한 부의를 보냈음은 물론이었다. 이 밖에도 문학평론가 김용직, 조연현을 비롯해 소설가 이문구, 최인훈 등이 생전에 모았던 주요 자료를 문학관에 기증하기로 해 한국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일궈 낼 예정이다. “이분들의 기증으로 문학관이 더욱 빛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문학을 떠받친 기둥으로서 기억될 수 있도록 문학관 내부에 기둥을 세워 볼까 하지요. 궁극적으로는 시대와 현실과 엉켜 지낸 한국문학이 품고 있는 영광과 상처, 얼룩도 모두 안고 가야죠. 뛰어난 이도, 가여운 이도 모두 우리 문학의 자산입니다.” 시인 서정주(1915~2000)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학의 절대 경지에 올랐음에도 친일과 군사정권 시절의 얼룩진 행적은 그를 뛰어난 시인으로만 기억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복원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정주 외에도 친일의 그늘이 드리워진 작가가 적지 않다. 한국문학관이 올해 준비하고 있는 기획전에서도 여전히 고민의 대상으로 남겨진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한국문학관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촌, 북촌을 근거지 삼아 활동했던 근현대 대표 문인들의 전시회를 가졌다. 이상, 염상섭, 현진건, 윤동주 등의 작품과 초상 등을 비롯해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 등이 전시됐다. 우여곡절 끝에 전면 개방한 청와대가 문학의 공간이 되면서 3주 동안 64만명이 찾은 성대한 문학전이 됐다. ‘지금, 여기’를 사는 시인으로서 현실과 어떤 형태로든 교류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또한 문학의 힘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자 했다. 실제 문 관장 역시 크고 작은 형태로 구체적인 현실과의 관계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쓴 ‘이별 이후’는 생때같은 어린 죽음에 대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의 추념을 담았지만 그 슬픔이 쉬 달래질 수는 없다. 1주기 때 ‘봄도 저만치 피멍으로 피어 있다. 호곡! 온몸으로 온 심장으로’라는 추모시를 써야만 했다. 청와대 북악산 뒷길이 완전히 열린 지난해 5월 10일 낭송된 축시 ‘여기, 길 하나가 일어서고 있다’ 역시 문 관장의 작품이다. ‘여기 길 하나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역사의 소용돌이를 지켜본/우리들의 그리움 하나가/우리들의 소슬한 자유 하나가/상징처럼 돌아와/다시 길이 되어 일어서고 있다’고 노래했다. 더이상 막힘도 가려짐도 없이 열린 새로운 길에 대한 그의 감회가 조금은 남달랐으리라. 과거 군부정권과 얽힌 인연도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정치가들도 시를 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군인 출신 대통령이 저녁 초대를 한 날/청와대 뜰로 들어가는/신분증 번호를 대다 말고/나는 그만 돌아서 버렸다’로 시작하는 그의 시 ‘초대받은 시인’은 과거 청와대 초청을 거절했던 사연을 담았다. 문 관장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우리 안에 응어리진 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문학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얽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문학은 문화와 정신의 심장과도 같은 것인데 억지로 빨리 뛰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K컬처라고 부르며 수익 얼마, 판매량 얼마, 무슨 상 수상 등 숫자나 외형적 성과에 연연한다고 되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소식만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문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국가대표를 보내 국가 간 경쟁을 하는 식이 아니다”라고 지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간 안에 누군가 한 번은 노벨문학상을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예컨대 오르한 파무크가 있었기에 세계가 터키 문학을 주목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견해를 밝혔다. “발랄하고 실험적인 우리 문학에 대한 세계의 주목이 분명히 있다”면서 “세계문학 속 한국문학은 그렇게 꿀릴 것이 없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문학관이 120개에 이른다. 우리 문학이 이룬 위대한 성취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들이다. 실체를 드러내기 전까지 국립한국문학관의 몫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이 본격화되면 그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학의 플랫폼으로서 곳곳에 산재한 문학 자료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서로 연계하면서 문학관이 더욱 건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오탈자 반복적으로”…‘해리포터’ 초판본, 3300만원에 낙찰

    “오탈자 반복적으로”…‘해리포터’ 초판본, 3300만원에 낙찰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판 양장본이 3300만원에 판매됐다. 4일(한국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영국 경매사 라이언&턴불에 올라온 J.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판 양장본은 2만 160파운드(약 33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책은 영국 글래스고에 사는 홀리 호가트(34)가 26년 전 사촌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책을 보호하는 비닐 커버가 벗겨져 책등이 떨어져 나갔고, 책장은 누렇게 변색됐다. 또 일부 페이지에는 낙서가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책이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이 500부밖에 인쇄되지 않은 양장본 초판이기 때문이었다. 이중 약 300권은 지역 도서관에 배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다.호가트는 “이 책이 경매에서 2만 파운드가 넘는 가격에 팔렸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책의 상태가 나빠) 누가 이런 책을 살까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0년에 학교 친구들에게 이 책을 빌려줬고, 책은 기숙사를 한참 떠돌다가 나에게 돌아왔다. 그때는 이미 책이 헤진 상태였다”고도 설명했다. 호가트는 여러 경매 업체에 의뢰해 이 책이 초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경매에서 한 미국인이 이 책을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가트는 경매 수수료를 내고 약 1만 5000파운드(약 2500만원)을 손에 쥐게 됐다. 한편 런던 경매사 소더비에 따르면 초판본의 진위는 ‘10 9 8 7 6 5 4 3 2 1’이라는 일련번호와 책 53페이지에 ‘1 지팡이(1 wand)’라는 오탈자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더비는 상태가 좋은 해리포터 초판본에 5만 파운드(약 8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한 바 있다.
  • 블룸버그 “해리 포터 시리즈로 제작 HBO 맥스로 방영 성사 단계”

    블룸버그 “해리 포터 시리즈로 제작 HBO 맥스로 방영 성사 단계”

    미국 HBO 맥스가 영국 작가 J K 롤링(58)의 소설이자 영화 시리즈로도 유명한 ‘해리 포터’를 TV 시리즈로 방영하는 계약이 성사 직전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워너 브러더스 산하 디스커버리 채널이 롤링과 사전 접촉하는 단계인 것은 맞지만 이렇게 새롭게 각색된 시리즈를 HBO 스트리밍 서비스로 상영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이 시리즈는 판타스틱 비스트 영화 시리즈 같은 스핀오프가 아니라 원작 소설에 바탕한 오리지널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롤링도 직접 각색 작업에 뛰어드는 방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다른 매체들도 보도했다. 한 걸음 나아가 한 시즌은 특정한 책 한 권에 해당해 그야말로 몇 년에 걸쳐 방영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고 했다. 통신은 다만 롤링의 성 전환자(트랜스) 두렴증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출간된 이후 여섯 권이 더 나와 모두 일곱 권이 됐다. 전 세계에서 6억권 이상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첫 영화는 2001년 제작됐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모두 여덟 편의 영화가 제작돼 7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HBO 맥스 특집으로 래드클리프를 비롯해 동료 출연자들이 상영 20주년을 맞아 떠들썩한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원작에 근거한 TV 시리즈 얘기가 나온 것은 2021년 초였다. 한편 책등이 떨어져 나가고 책장이 누렇게 빛바랜 해리포터 1권 초판본이 영국 경매에서 3000만원대에 낙찰돼 눈길을 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영국 경매사 라이언&턴불에 올라온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초판 양장본이 2만 160 파운드(약 3300만원)에 판매됐다. 이 초판본은 영국 글래스고에 사는 두 자녀의 어머니 홀리 호가트(34)가 26년 전 사촌에게 선물 받은 책으로, 책을 보호하는 비닐 커버가 벗겨져 책등이 떨어져 나갔고, 책장은 누렇게 변색됐다. 또 일부 페이지에는 낙서가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지만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호가트는 “이 책이 경매에서 200만 파운드가 넘는 가격에 팔렸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책의 상태가 나빠) 누가 이런 책을 살까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책이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었던 까닭은 500부 밖에 인쇄되지 않은 양장본 초판이기 때문이다. 이 중 약 300권은 지역 도서관에 배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더 타임스는 설명했다. 런던 경매사 소더비에 따르면 초판본의 진위는 ‘10 9 8 7 6 5 4 3 2 1’이라는 일련번호와 책 53페이지에 ‘1 지팡이’(1 wand)라는 오탈자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더비는 상태가 좋은 해리포터 초판본이라면 5만 파운드(약 8000만원) 이상의 가격을 책정했다. 해리 포터처럼 기숙 학교에 다녔다는 호가트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빌려줬고, 여러 사람의 손을 타는 바람에 훼손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경매 업체에 의뢰해 이 책이 초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라이언&턴불 사는 지난해 9월 이 책을 경매 카탈로그에 실었고, 지난 2월 경매에서 한 미국인이 손에 넣었다. 호가트는 경매 수수료를 내고 약 1만 5000 파운드(약 2500만원)가 남았다며 이 돈으로 20여년 전 책을 선물한 사촌에게 소정의 선물을 전달했고, 두 살과 네 살 자녀 손을 잡고 디즈니 유람선으로 유럽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대동여지도엔 없던 백두산정계비 지리정보 담겼다

    대동여지도엔 없던 백두산정계비 지리정보 담겼다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 ~1866?)가 제작한 ‘대동여지도’ 목판본 중 가장 상세한 지리정보가 담긴 대동여지도가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기존에 알려진 대동여지도와는 구성이나 내용이 다른 사례라 주목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 환수본을 공개했다. 목록 1첩과 지도 22첩을 더해 총 23첩으로 구성됐다. 각 책자는 가로 40㎝, 세로 30㎝ 크기로 전체를 펼치면 가로 4m, 세로 6.7m에 달한다 이번 환수는 유물 소장자가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그 존재가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일본의 한 고서점이 환수본을 소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재단은 면밀한 조사를 거쳐 2월에 지도를 매입해 지난 17일 한국으로 들여왔다.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새겨야 해서 많은 지명과 주기(지도의 여백에 영토의 역사, 지도제작법, 지도사용법 등을 적어 놓은 것)를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이 환수본에는 1864년 나무판으로 찍어 낸 대동여지도에 가필(글이나 그림 따위에 붓을 대어 보태거나 지워서 고침)하거나 색칠해 19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여도의 내용을 담아 한계를 보완했다. 동여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의 저본(개정, 번역 따위를 하기 전 본디의 서류나 책)으로 삼았던 조선전도로, 교통로와 군사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약 1만 8000개에 달하는 지명이 실렸다. 구체적으로 백두산 일대가 묘사된 제2첩은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없는 ‘백두산정계비’와 군사시설 간의 거리가 필사돼 있다. 울릉도 일대가 묘사된 제14첩 역시 대동여지도에는 없는 울릉도로 가는 배의 출발지 등의 내용이 필사로 적혀 있다. 필체를 보면 김정호의 필체가 아니라 누가 썼는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김기혁 부산대 명예교수는 “두 지도를 모두 접할 수 있는 상당히 높은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필사를 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지리 정보를 잘 아는 권력층에 의해 지도가 제작되고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에는 대동여지도 3건과 이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된 나무판까지 총 4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목판본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하나로 담은 희귀한 문화유산”이라며 “조선시대 지리 정보 연구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조사하고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 울릉도행 배타는 곳까지 담겼다… 일본서 환수한 ‘대동여지도’ 공개

    울릉도행 배타는 곳까지 담겼다… 일본서 환수한 ‘대동여지도’ 공개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1866?)가 제작한 ‘대동여지도’ 목판본 중 가장 상세한 지리정보가 담긴 대동여지도가 일본에서 국내로 돌아왔다. 기존에 알려진 대동여지도와는 구성이나 내용이 다른 사례라 주목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대동여지도 환수본을 공개했다. 목록 1첩과 지도 22첩을 더해 총 23첩으로 구성됐다. 각 책자는 가로 40㎝, 세로 30㎝ 크기로 전체를 펼치면 가로 4m, 세로 6.7m에 달한다 이번 환수는 유물 소장자가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그 존재가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일본의 한 고서점이 환수본을 소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재단은 면밀한 조사를 거쳐 2월에 지도를 매입해 지난 17일 한국으로 들여왔다. 기존 대동여지도가 22첩의 병풍식 지도첩인 것과 달리 이번 환수본은 23첩으로 동여도의 형식을 따랐다. 이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환수본에는 일반적인 대동여지도에는 없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대동여지도는 목판으로 새겨야 해서 많은 지명과 주기(지도의 여백에 영토의 역사, 지도제작법, 지도사용법 등을 적어놓은 것)를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이 환수본에는 1864년 나무판으로 찍어낸 대동여지도에 가필(글이나 그림 따위에 붓을 대어 보태거나 지워서 고침)하거나 색칠해 19세기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여도의 내용을 담아 기존의 한계를 보완했다. 동여도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의 저본(개정, 번역 따위를 하기 전 본디의 서류나 책)으로 삼았던 조선전도로 교통로와 군사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약 1만 8000여개에 달하는 지명이 실렸다. 구체적으로 백두산 일대가 묘사된 제2첩은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없는 ‘백두산정계비’와 군사시설 간의 거리가 필사돼 있다. 울릉도 일대가 묘사된 제14첩에 역시 대동여지도에는 없는 울릉도로 가는 배의 출발지 등의 내용이 필사로 적혀 있다. 김기혁 부산대 명예교수는 “이번 지도는 몸은 대동여지도이고, 머리는 동여도”라며 “두 지도의 결합은 당시 지식인들의 강역을 완성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며 지도에 대한 인식 내용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필체를 보면 김정호의 필체가 아니라 누가 썼는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두 지도를 모두 접할 수 있는 상당히 높은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필사를 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지리 정보를 잘 아는 권력층에 의해 지도가 제작되고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현재 국내에는 대동여지도 3건과 이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된 나무판까지 총 4건이 보물로 지정돼있다. 동여도는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대 규장각이 각각 소장한 유물이 보물로 관리되고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목판본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하나로 담은 희귀한 문화유산”이라며 “조선시대 지리 정보 연구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조사하고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 [포토] 일본서 돌아온 ‘대동여지도’

    [포토] 일본서 돌아온 ‘대동여지도’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 추정∼1866 추정)가 만든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각종 지리 정보를 더한 새로운 지도가 국내로 돌아왔다. 기존에 알려진 대동여지도와는 구성이나 내용이 달라 주목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목록 1첩(帖·묶어 놓은 책),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대동여지도’를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에 환수된 대동여지도는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책자가 여러 개 있는 형태다. 우리나라 전체를 동서, 남북으로 각각 나눠 표현한 첩을 모두 펼치면 가로 4m, 세로 6.7m 크기의 대형 지도가 된다. 마치 병풍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끔 한 전국 지도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지도는 1864년 제작된 대동여지도 목판본(木板本)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호는 1861년 대동여지도를 처음 찍어낸 뒤 3년 뒤인 1864년에 지도를 다시 펴냈다. 당시 초판과 재판의 간행 부수는 확실하지 않으나 현재 30여 점이 넘는 판본이 국내외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새로 존재가 확인된 지도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내용이다. 지도는 나무판으로 찍어낸 대동여지도에 가필(加筆·글이나 그림 따위에 붓을 대어 보태거나 지워서 고침)하거나 색칠했는데, 19세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동여도’(東輿圖) 내용이 담겨있다. 동여도는 손으로 그리거나 써서 만든 필사본(筆寫本) 지도로 조선시대의 교통로, 군사 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1만8천여 개에 달하는 지명이 실려 있다. 한반도의 윤곽, 도로망 등이 대동여지도와 비슷해 학계에서는 김정호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에 들어온 지도는 영토의 역사, 지도 제작법, 지도 사용법 등을 여백에 적어 놓은 동여도의 주기(註記) 내용 대부분을 필사해 넣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세부 지명이나 지도 관련 정보 등을 담지 못했던 대동여지도의 한계를 보완한 것으로, 지도 하나에 대동여지도와 동여도가 모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백두산 일대를 묘사한 제2첩에는 1712년 조선과 청나라 사이 국경선을 표시하기 위해 세운 백두산정계비(白頭山定界碑)와 군사시설 간의 거리가 적혀 있다. 일반적인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없는 내용이다. 또 울릉도 일대를 묘사한 제14첩에는 울릉도로 가는 배의 출발지 등이 적혀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여도 내용을 필사해 목판본인 대동여지도의 한계를 보완한 최초 사례로 확인된다”며 “대동여지도가 보급되면서 변용된 형태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구성 방식 역시 기존 대동여지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환수한 유물은 목록과 지도 등 23첩으로 돼 있는데 동여도 형식과 같다. 국내 소장 유물을 비롯한 일반적인 대동여지도는 목록이 따로 없으며 22첩이다. 대동여지도 판본에서는 2면에 걸쳐 인쇄된 강원 삼척 지방과 울릉도 일대가 이번 지도에서는 1면으로 축소돼 배치된 점 역시 동여도의 배치 형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1864년에 발간된 ‘갑자본’ 대동여지도와 동여도가 희소한 만큼 이번에 환수한 지도의 문화·학술적 가치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도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소장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재단 관계자는 “자문 결과 당시 관아에서 일하는 사람, 무역하고 싶어 하는 상인 등이 썼으리라 추정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대동여지도에 동여도 정보까지 더해진 만큼 아무에게나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지난해 7월 일본의 한 고서점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자료 검토, 전문가 평가 등을 거쳐 복권기금으로 구매했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지리 정보 연구의 범위를 확장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선의 과학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고취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하남 구산성당 등 근대문화유산 3건 경기도 등록문화재 선정

    하남 구산성당 등 근대문화유산 3건 경기도 등록문화재 선정

    경기도는 ‘하남 구산성당’, 이해조 작가의 ‘구마검’, 오천석 작가의 ‘금방울’ 등 근대문화유산 3건을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신규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도는 경기도문화재위원회 등록문화재 분과위원회를 열고 3건의 경기도 등록문화재 등록을 최종 의결했다. 하남 구산성당은 1956년 주민과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모금을 통해 공소(公所)로 건립됐다.외관은 소박하지만,전후 복구 시대에 마을공동체가 공유했던 역사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미사지구 개발구역에 포함되면서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논란 끝에 2017년 원형 이축 방식으로 200여m를 옮겨 보존된 상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구마검은 대한서림에서 1908년 12월 간행한 단행본으로,한국 신소설의 시초 가운데 한 명인 동농 이해조의 작품이다. 근대적 창작기법에 근접한 구성으로 근대교육과 법률의 중요성을 강조해 계몽사상을 잘 드러낸 근대기록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역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금방울은 현재 전해지는 최고(最古)의 번역동화집이다.오천석이 1921년 8월 성냥팔이 소녀 등 10편의 동화와 13개의 삽화를 모아 발행한 초판본으로 근대아동문학과 근대언어,번역체 연구를 위한 문화재적 가치를 평가받았다. 이들 2건의 소장본은 표지가 훼손되지 않고 온전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더욱 희소성이 있다. 경기도 등록문화재는 국가등록문화재 탈락 시 마땅히 보호할 방법이 없는 50년 이상된 근대문화유산을 관리하기 위해 2021년부터 제1호 ‘한국전쟁 피난민 태극기’ 등 15건이 선정됐다. 홍성덕 도 문화유산과장은 “이번에 등록된 문화재는 격동의 시기를 버텨낸 우리 선조들 삶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경기도의 지역성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문화유산”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근대 문화유산을 발굴해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성경책 ‘코덱스 사순’ 경매 앞두고 일반 공개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성경책 ‘코덱스 사순’ 경매 앞두고 일반 공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거의 완벽한 형태의 히브리어 성경책으로 꼽히는 ‘코덱스 사순’이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그동안 텔아비브 소재 ‘ANU 유대민족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었는데 오는 5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를 앞두고 일반의 경외심도 충족시키고 경매 열기도 높일 겸 공개하는 것이다. 1982년 영국박물관에서 일반 공개한 적이 있어 현대 들어 두 번째다. 정식 공개 날짜는 다음날부터 29일까지 일주일만이다. 박물관 측은 1만명 정도 관람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성경은 기원전 2세기∼기원전 1세기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사해문서’다. 하지만 사해문서는 두루마리 형태라 책으로 분류할 수 없다. 코덱스 사순은 약 1100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비슷한 시기에 쓰인 ‘알레포 코덱스’와 함께 책 형태를 갖춘 가장 오래된 성경으로 꼽힌다. 396장의 양피지를 묶은 무게 12㎏의 초대형 서적으로 단 12장만 빼고 보존 상태가 매우 빼어나다. 사진을 보면 1100년 된 책이 이렇게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반면 알레포 코덱스는 1947년 시리아 알레포 화재로 487쪽 가운데 절반 가까이 소실돼 295쪽만 전해지니 코덱스 사순이 가장 온전한 성경책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코덱스 사순이 900년쯤, 알레포 사순이 930년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히브리어 성경들을 모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코덱스 사순은 구둣점, 모음, 액센트, 주석 등을 모두 명기한 히브리어 성경으로 24권의 책을 모세오경(the Pentateuch), 예언서(the Prophets), 저술(Writings) 등 세 부분으로 엮어 지었다. 기독교에서는 구약성서의 준거로 보고 있다. 히브리어 성경은 중세 초기까지 넘쳐날 정도로 많이 있었으나 마소라 학자들(Masoretes)이 모아 일종의 정본을 만들려 하면서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또 30년쯤 뒤에 만들어진 알레포 코덱스가 마소라 학자들의 텍스트에 훨씬 가까운 정통본으로 여겨진다. 낙찰 추정가는 3000만∼5000만 달러(약 390억∼650억원)로,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켄 그리핀이 2년 전 경매를 통해 미국 헌법 초판본을 손에 넣었을 때 작성한 고문서 최고가 경매 기록(4320만 달러)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이 오랜 문헌들을 뒤진 결과 칼라프 벤 아브라함이 이삭 벤 에제키엘 알아타르에게 팔았는데 나중에 그의 두 아들인 에제키엘과 마이몬에게 소유권이 넘겨졌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소더비의 유대 문서 전문가인 샤론 민츠에 따르면 오늘날의 이스라엘 또는 시리아에서 쓰인 코덱스 사순은 시리아 북동부 마키신의 유대 회당에 1400년쯤까지 보관돼 있었다. 그 뒤 500여년 자취를 감췄다. 13세기 후반 몽골 침입, 15세기 초반 티무르 군대에 침탈당했지 않나 추정된다. 사라졌던 이 책은 1929년 유명 히브리어 문서 수집가로 영국 런던에 세상에서 가장 큰 히브리어 컬렉션을 자랑하는 다비드 솔로몬 사순에게 판매 제의가 들어오면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 해외 반출됐던 ‘독서당계회도’ 보물 된다

    해외 반출됐던 ‘독서당계회도’ 보물 된다

    100년 가까이 일본을 떠돌다 지난해 환수한 ‘독서당계회도’가 13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독서당계회도’는 조선 중종대인 1516~1530년 독서당에서 사가독서(젊고 유능한 문신을 선발해 휴가를 주고 공무 대신 학문에 전념하도록 했던 인재양성책)를 했던 현직 관료들의 모임을 기념하여 그린 작품이다. 전체 크기가 72.4㎝, 세로 187.2㎝로 주인공들이 한강에서 뱃놀이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하단에 언급된 인물들의 관직을 ‘조선왕조실록’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1531년쯤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1897~1984)가 소장하고 있었다. 그의 사망 후 또 다른 누군가가 유족에게서 입수해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은 것을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매입했다.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다른 계회도와 비교해 ‘독서당계회도’는 후대 제작된 계회도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춘 형태로는 제작 시기가 가장 앞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평가를 받는다. 또한 상상 속 이상적 풍경을 그린 관념산수화가 아니라 실제 한강 주변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의 시원 양식을 유추케 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 학계에서는 향후 국보 지정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독서당계회도’와 함께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수능엄경의해 권9~15’, ‘이항복 해서 천자문’도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 후기(14세기)에 제작됐다. 이 보살좌상은 갸름한 얼굴에 복스러운 표정, 보계와 귀걸이, 고개를 앞으로 내민 구부정한 자세 등의 표현을 통해 고려 후기 전통양식을 보여 주는 동시에 다소 좁고 왜소한 어깨, 긴 허리, 높은 무릎 등이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변화 양식을 보여 주고 있어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수능엄경의해 권9~15’는 인도 승려 반라밀제가 중국 당나라로 전래해 한역한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10권을 중국 남송의 함휘가 30권으로 엮은 주해서 중 권9~15에 해당하는 경전이다. 조선 세조 8년(1462) 간행됐으며 전 30권 판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비교적 많은 양을 온전하게 갖추고 있고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유일한 권수로 희귀성이 있는 귀중한 학술적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이항복 해서 천자문’은 선조 40년(1607) 이항복이 손자 이시중의 교육을 위해 직접 써서 내려준 천자문이다. 총 126면 분량으로 본문 125면과 발문 1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항복이 후손 교육에 쏟은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고, 한자 밑의 한글 음과 뜻이 있어 이 시기 한글 변천을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국어사적 자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4건의 문화재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 ‘님의 침묵’ 초판본 1억 5100만원 낙찰… 현대문학 최고가

    ‘님의 침묵’ 초판본 1억 5100만원 낙찰… 현대문학 최고가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이 한국 현대문학 중 최고가인 1억 51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회사 코베이옥션은 한용운의 대표작인 ‘님의 침묵’ 초판본이 온라인 경매에서 1억 5100만원에 낙찰됐다고 23일 밝혔다. 전날 진행된 경매에서 님의 침묵은 5500만원에서 경매가 시작됐다. 이는 2015년 1억 3500만원에 낙찰된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을 넘는 가격으로 국내 현대문학 작품 사상 최고가다. 일제에 의해 옥고를 치른 뒤인 1925년 한용운은 강원도 백담사에서 시를 완성했다. 이듬해인 1926년 회동서관을 통해 ‘알 수 없어요’, ‘비밀’ 등 총 88편의 시를 모은 뒤 ‘님의 침묵’이라는 제목을 달아 초판본을 출간했다. 이번에 낙찰된 초판본에는 앞부분에 창작 동기를 담은 ‘군말’이, 뒷부분에 ‘독자에게’가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1934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재출간했으나 초판본과 재판본 모두 일제에 의해 금서로 지정돼 빛을 보지 못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다양한 해석과 문학적 상징을 통해 저항 의식을 보여 준 저항시로 평가받는다.
  • 착해진 ‘찰리의 초콜릿 공장’ 英 총리도 루시디도 “改作하면 안돼”

    착해진 ‘찰리의 초콜릿 공장’ 英 총리도 루시디도 “改作하면 안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까지 아동문학의 거장 로알드 달의 작품 개작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일파만파가 되고 있다. 1990년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달의 유산을 관리하는 로알드 달 스토리 컴퍼니와 아동문학 전문 출판사 퍼핀(Puffin)에 따르면 이 시대 독자들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 눈높이에 맞춰 ‘내친구 꼬마 거인(BFG)’와 ‘찰리의 초콜릿 공장’ 같은 작품들에 나오는 캐릭터의 외모나 체격 같은 것을 묘사하는 부분을 손질했다. 그러나 총리실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픽션(허구) 작업은 보존돼야 하며 에어브러시로 지워버려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대변인은 달이 언어유희를 위해 창안한 단어를 빌어 “우리의 풍부하고 다양한 문학 유산에 관해서 총리는 말장난(gobblefunk)으로 단어 주위를 맴돌면 안된다는 BFG의 결론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루시디는 “로알드 달은 천사 같은 구석이 없었지만 이것은 아둔한 검열”이라면서 “퍼핀 북스와 달 유산 관리인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꾸짖었다. ‘암흑 물질’의 저자 필립 풀먼은 BBC 라디오4 인터뷰를 통해 달의 책에 공격적인 내용이 있다면 수정하기보다 “서서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만약 달이 우리를 공격한 것이라면 출판하지 못하게 하자. 로알드 달과 같은 사람들의 엄청난 상업적 중력에 이끌려 오늘날 글을 쓰고 있는 이 멋진 작가들을 모두 읽어보자”고 지적했다. 반면 뎁자니 채터지 같은 시인 겸 작가는 “출판사가 그의 저작을 재고하는 일은 아주 좋은 일이다. 난 이 일이 아주 합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뚱뚱한(fat) 단어 대신 엄청난(enormous)을 썼다. 어쨌든 난 엄청난이란 표현이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그럼, 이 대목에서 지난 1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달의 작품 수정 가운데 굵직한 것들을 살펴보자. 2020년부터 검수 전문가들과 함께 그의 작품에 대해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거쳤다. 신문이 기존 판본과 신규 판본을 비교한 결과 신체나 정신건강, 젠더, 인종 등과 관련한 표현 수백 가지가 다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수정된 버전에서는 캐릭터 오거스터스 그루프에게 ‘뚱뚱한’ 대신 ‘엄청난’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소인족 움파룸파를 수식하는 형용사는 아기나 작은 동물 등에 주로 쓰이는 ‘아주 작은(tiny)’ 대신 객관적 표현인 ‘작은(small)’으로 바뀌었고, 성별도 ‘남자(men)’로 적혔던 것을 중성적 표현인 ‘사람(small people)’으로 수정했다. 뮤지컬로도 옮겨진 ‘마틸다’에서의 악역 트런치불 선생을 표현하는 ‘가장 무서운 여성(female)’은 ‘가장 무서운 여자(woman)’로 대체됐다. 남성 작가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을 즐겨 읽는 주인공으로 묘사됐던 마틸다는 대표적인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의 책을 대신 손에 쥐었다. 이 밖에도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에 나오는 주인공 미스터 폭스의 아들들은 딸들로 바뀌었고,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클라우드멘(Cloud-Men)’도 ‘클라우드피플(Cloud-People)’로 바뀌었다. 아예 삭제돼 버린 표현들도 적지 않다. ‘더 트위츠(The Twits·멍청씨 부부 이야기)’ 속 ‘이중 턱(double chin)’ 표현이나 로알드 달이 자주 사용한 표현 ‘미친(crazy·mad)’도 지워버렸다. 심지어 ‘검은(black)’, ‘하얀(white)’ 등의 수식어도 다수 삭제됐고, “하얗게 질려버렸다”는 표현 역시 사라졌다. 때에 따라서는 작품에 한 문장을 통째로 추가하기도 했다. ‘더 위치스(The Witches·마녀를 잡아라)’에서 마녀가 가발 아래 대머리를 숨기고 있다는 대목 뒷부분에 “여자들이 가발을 쓰는 이유는 이것 말고도 많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이는 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국의 아동문학 작가이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반유대주의와 여성혐오, 인종차별 등 문제로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2020년에는 할리우드 영화 ‘더 위치스’에서 마녀를 연기한 앤 해서웨이가 그로테스크한 손가락 분장을 한 채 등장하면서 장애인 비하 논란이 일었고, 그의 원작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같은 해 달의 유족은 “달의 발언으로 인해 입은 상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했다.
  • 혐오·오만으로 얼룩진 시대, 우리의 공존 의미 깨닫게 해 [어린이 책]

    혐오·오만으로 얼룩진 시대, 우리의 공존 의미 깨닫게 해 [어린이 책]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커다란 무쇠인간이 어느 날 마을에 온다. 무쇠인간은 자동차나 농기구 등 쇠붙이를 먹어대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겁에 질려 도망간다. 사람들이 꾀를 내어 깊은 구덩이를 파고 무쇠인간을 빠뜨리지만, 무쇠인간은 구덩이에서 쉽게 빠져나와 버린다. 양치기 소년 호가스는 무쇠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고철을 맘껏 주겠다며 그를 고물상에 데려간다. 무쇠인간이 행복해하는 것도 잠시, 머나먼 우주에서 온 괴물 ‘우주박쥐천사용’이 나타난다. 무쇠인간은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괴물에게 맞선다. 무쇠인간이 등장해 괴물을 물리치기까지 다섯 날을 아름답게 그려 낸 동화는 영국 계관시인이자 더타임스가 꼽은 ‘1945년 이래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에 선정된 테드 휴즈가 1968년 발표한 작품이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혐오와 오만으로 여전히 얼룩졌던 시대를 무쇠인간을 통해 꼬집은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여러 판본이 나와 있지만, 삽화가 크리스 몰드의 그림을 입힌 이번 판본은 그야말로 ‘맞춤옷’을 입은 듯하다. 숲속에서 무쇠인간이 등장하고 굴러떨어져 산산이 조각난 이후 무쇠인간의 눈과 손, 다리가 서로를 이끌며 몸을 합치는 장면이라든가, 무쇠인간이 바다를 건너 마을을 찾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부분, 고철을 맘껏 먹으면서 만족한 표정 등을 짓는 장면 등이 그저 생생하다. 여러 색을 활용해 차가운 무쇠인간이지만 정감 있게 그려 냈다. 오래된 동화임에도, 기이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 낸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에게 공존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손을 건넨 인간을 위해 무쇠인간이 자신을 희생해 가며 괴물에게 맞서고, 이긴 뒤엔 괴물을 죽이거나 쫓아내지 않고 그 역시 손을 내민다. 지금에도 유효한 메시지, 감탄을 자아내는 그림이 멋지게 어우러져 60년도 더 된 이야기임에도 2020년 케이트 그린어웨시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다.
  • 설 흥행작들 속 ‘의미 있는 다큐’…사라진 새와 아메리카 원주민

    설 흥행작들 속 ‘의미 있는 다큐’…사라진 새와 아메리카 원주민

    ‘북미의 새’ 펴낸 오듀본 발자취1827년부터 12년간 489종 담아영화 속의 새들 상당수는 멸종“지구·환경 훼손 땐 화 미쳐” 경고 설 연휴 흥행작들의 틈바구니에서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들을 향해 손짓한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새를 사랑한 화가’(자크 루엘 감독)다. 1827년부터 12년에 걸쳐 50명의 채색가를 동원해 북미 대륙의 조류 489종 1065마리를 435점의 그림으로 담은 ‘북미의 새’(Birds of America)를 펴낸 존 제임스 오듀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미국의 역사를 통찰한다. 오듀본은 아이티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1803년 미국으로 이주, 펜실베이니아에 정착하며 새들과 새들의 서식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새들을 찾아 미시시피강을 오르내린다. 이렇게 새 관찰과 기록에 30년을 바쳤다.이 책 초판본은 2010년 소더비 경매에서 1150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17세기에 만들어진 ‘베이 시편집’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책이 됐다. 사실 영화를 시사하기 전에 기대한 것은 새들의 화려한 비상이나 군무, 얼마나 생생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많은 새의 상당수가 이미 오래전 멸종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는 새들을 실물 크기로 그려 세로가 70㎝쯤 돼 보이는 특이한 판형의 책장을 무심한 듯 넘긴다. 실망도 잠시, 너무도 생생해 금세라도 날아오를 듯한 새들의 매력에 빠져든다. 미시시피의 진짜 이름이 미시지비인데 무자비한 영어가 그것을 지워 버렸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여객비둘기, 캐롤라이나앵무새, 상아부리딱따구리 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 특히 오듀본이 직접 촬영한 상아부리딱따구리의 흑백 동영상과 울음소리는 감동의 크기를 키웠다. 영화는 사라진 새를 안타까워하다 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라진 아메리카 원주민들로 시선을 옮긴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강제 이주 명령이 왜 반헌법적인지, 강에서 쫓겨나 산림의 보호구역에 갇힌 이들이 어떻게 시들어 갔는지, 목화 농장이 유전과 공장으로 바뀌어 환경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카메라는 강변을 훑으며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카메라가 뉴올리언스의 철교 아래를 통과하는데 내레이터가 사라진 원주민 부족 이름을 차례로 들려주는 장면은 아릿하다. 새들의 생태에 향해 있던 오듀본의 관심은 자연스레 인간 활동이 새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자연보호로 옮겨간다. 새들을,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지구와 환경을 훼손하고 짓밟으면 그 화가 백인에게 미칠 것이라고 예언했고 그대로 됐다. “모든 동물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고독한 영혼으로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에 대한 답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
  • 사라진 북미의 새들, 아메리카 원주민들, 의미있는 다큐 ‘새를 사랑한 화가’

    사라진 북미의 새들, 아메리카 원주민들, 의미있는 다큐 ‘새를 사랑한 화가’

    설 대목 흥행작들의 틈바구니에서 의미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들을 손짓한다. 25일 개봉하는 ‘새를 사랑한 화가’(자크 루엘 감독)다. 1827년부터 12년에 걸쳐 50명의 채색가를 동원해 북미 대륙의 조류 489종 1065마리를 435점의 그림으로 담은 ‘북미의 새’(Birds of America)를 펴낸 존 제임스 오듀본의 발자취를 따라 가며 미국의 역사를 통찰한다. 오듀본은 아이티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1803년 미국으로 이주, 펜실베이니아에 정착하면서 새들과 새들의 서식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새들을 찾아 미시시피강을 오르내린다. 이렇게 새 관찰과 기록에 30년을 바쳤다. 이 책 초판본은 2010년 소더비 경매에서 1150만 달러에 낙찰돼 17세기에 만들어진 ‘베이 시편집’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책이 됐다.사실 영화를 시사하기 전에 기대한 것은 새들의 화려한 비상이나 군무, 얼마나 생생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많은 새들의 상당수가 이미 오래 전 멸종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는 새들을 실물 크기로 그려 세로가 70㎝쯤 돼 보이는 특이한 판형의 책 장을 무심한 듯 넘겨간다. 실망도 잠시, 너무도 생생해 금세라도 날아오를 듯한 새들의 매력에 빠져든다. 미시시피의 진짜 이름이 미시지비인데 무자비한 영어가 그것을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여객비둘기, 캐롤라이나 앵무새, 상아부리 딱따구리 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특히 오듀본이 직접 촬영한 상아부리 딱따구리의 흑백 동영상과 울음소리는 감동의 크기를 키웠다. 영화는 사라진 새를 안타까워하다 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라진 아메리카 원주민들로 옮겨간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강제 이주 명령이 왜 반헌법적인지, 강에서 쫓겨나 산림의 보호구역에 갇힌 이들이 어떻게 시들어갔는지, 목화 농장이 유전과 공장으로 바뀌어 환경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카메라는 강변을 훑으며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카메라가 뉴욕 맨해튼 현수교 아래를 통과하는데 내레이터가 사라진 원주민 부족 이름들을 차례로 들려주는 장면은 아릿하다. 새들의 생태에 관심있던 오듀본은 자연스레 인간활동이 새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자연보호로 옮겨간다. 이렇듯 새들을,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지구와 환경을 훼손하고 짓밟으면 그 화가 백인에게 미칠 것이라고 예언했고 그대로 됐다. “모든 동물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고독한 영혼으로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아직 이에 대한 답은 우리에게 남아있다.
  • 단국대 한문교육연구소, 고문헌 한자 90% 인식 ‘AI 개발’

    단국대 한문교육연구소, 고문헌 한자 90% 인식 ‘AI 개발’

    “고문헌 속 한자 90%를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로 조선왕조실록·일성록(日省錄) 등을 빠르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단국대학교는 부설 한문교육연구소가 자율형블록체인융합연구소와 흘림체 글자 등 복잡한 한자에 AI 기술을 적용해 한자를 자동으로 분할하고 인식하는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 모델은 3억 자 이상 한자의 이미지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전체 한자의 90% 이상을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 단국대의 설명이다. 프로그램은 한자 이미지를 자동으로 분할하고, 이후 추출된 한자 자형 이미지에 맞는 한자 유니코드를 부여해 검색과 활용이 쉽게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구축된다. 연구소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개인 문집류 1259종과 조선왕조실록, 일성록 등에 표기된 1만593종의 글자를 확인했고, 이를 통해 3억 80만여 자의 한자 자형 이미지 추출에 성공했다. 프로그램은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목판본, 납으로 만든 연활자본 등 다양한 판종을 기준으로 개발됐다. 정제된 필사본에 대해서는 뛰어난 해석 성능을 보였지만, 초서나 행서 등 흘림서체에 대해서는 일치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국대 한문교육연구소의 ‘한국 역대 한자 자형 자전(字典)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활용’ 과제로 수행됐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금 10억 5천만 원이 투입됐다. 김우정 소장은 “우리 민족의 지식 자산을 우리 기술로 처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단국대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허가를 받아 포털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백제 공예의 정수 ‘미륵사지 출토 사리장엄구’ 국보 지정

    백제 공예의 정수 ‘미륵사지 출토 사리장엄구’ 국보 지정

    백제시대 공예품의 정수(精髓)로 알려진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가 27일 국보로 지정됐다. 이날 국보로 지정된 사리장엄구는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心柱石·탑 구조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의 사리공(舍利孔·불탑 안에 사리를 넣을 크기로 뚫은 구멍)에서 나왔다. 639년(백제 무왕 40년) 절대연대를 기록한 금제 사리봉영기(金製 舍利奉迎記)와 함께 금동사리외호(金銅舍利外壺) 및 금제 사리내호(金製 舍利內壺), 각종 구슬과 공양품을 담았던 청동합을 포함해 총 9점으로 구성됐다. 사리봉영기는 앞뒤에 각각 11줄, 총 193자가 새겨져 있는데 ‘좌평 사택적덕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사찰을 창건하고 기해년(己亥年·639)에 사리를 봉안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동안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진 미륵사 창건설화에서 구체적으로 나아가 조성 연대와 주체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유물이어서 발견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금동사리외호 및 금제 사리내호는 모두 몸체의 허리 부분을 돌려 여는 구조로, 동아시아 사리기 중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독창적인 방식이다. 몸체의 알맞은 비례와 유려하고 생동감이 뛰어난 문양 등 기형(器形)의 안정성과 함께 세련된 멋이 한껏 드러나 있다. 문화재청은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백제 왕실에서 발원해 제작한 것으로 석탑 사리공에서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발굴되어 출토지가 명확하고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를 위한 절대적 기준이 된다”면서 “7세기 전반 백제 금속공예 기술사를 증명해주는 한편 동아시아 사리공예품의 대외교류를 밝혀주는 자료로서 역사·학술·예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이봉창 의사 선서문’을 포함한 문화재 6건도 보물로 지정됐다. ‘이봉창 의사 선서문’은 1931년 이봉창 의사가 한인애국단 제1호 단원으로 입단하면서 선서한 당시 작성된 것으로 이 의사의 의거 행적과 한인애국단의 활동, 항일투쟁의 역사를 증명하는 귀중한 역사적 산물이다. 이듬해 훙커우공원에서 의거를 단행한 윤봉길 의사가 작성한 선서문과 함께 한국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유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함께 보물로 지정된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66’과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은 고려 11~12세기 만들어진 불교경전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66’은 총 100권으로 구성된 ‘유가사지론’중 권66에 해당하는 고려 11세기에 간행된 자료로, 현재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는 유일본이다.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은 총 120권으로 이루어진 ‘대방광불화엄경소’의 권88에 해당하는 자료로, 1087년(고려 선종 4) 우리나라에 목판이 전래되면서 국내에서 간행되기 시작했다. 이 역시 동일판본 가운데 유일하게 알려진 권차이다.종로도서관이 소장한 보물 ‘불조역대통재’ 14책도 보물로 새롭게 지정됐다. 원나라 승려 염상(1282~?)이 석가모니의 탄생부터 1334년까지 고승들의 전기나 일화들을 시간순으로 엮은 책이다. ‘사시찬요’는 중국 당나라 말기인 996년에 편찬된 농업 서적으로 사계절을 12달로 나누고 월별의 농법과 금기 사항, 가축 사육법 등을 수록해 놓은 책이다. 보물 ‘손소 적개공신교서’는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에 대대로 거주해 온 경주 손씨의 후손 손소(1433~1484)가 하사받은 적개공신교서 1점이다. 해당 교서에는 수급자명, 공적내용, 특전과 포상, 등위별 공신명단 그리고 발급일자가 기록돼 있다. ‘손소 적개공신교서’는 조선 전기 중요 사건 가운데 하나인 이시애의 난 및 그에 대한 국가의 조치, 공신으로 책훈된 인물, 공신에 대한 각종 은전 및 특전에 대한 구체적 사례 등에 관한 역사적 내용을 제공하고 있어 조선시대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 서울 ‘아트책 보물창고’ 열렸다

    그림책과 팝업북, 사진집, 미술 작품집 등 아트북(예술책) 1만 5000여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들어섰다. 서울시는 국내 최초의 아트북 공공 복합문화공간인 ‘서울아트책보고’가 한 달간의 시범 운영을 마치고 14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고 이날 밝혔다. 아트북은 대부분 고가여서 시중 서점에선 대개 밀봉해서 진열하고, 아트북 관련 시설은 대부분 유료 회원제로 운영돼 일반 시민들이 아트북을 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시는 문화예술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남권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고척스카이돔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서울아트책보고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유아·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그림책부터 기초 예술 입문서와 예술 분야 전공자를 위한 전문 서적까지 마련돼 있다. 프랑스 화가 마리 로랑생의 석판화와 동판화가 수록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30년 초판본부터 살바도르 달리의 석판화가 실린 ‘노인과 바다’ 1974년 초판본 등도 만나 볼 수 있다. 디자인, 영화, 미술, 여행, 건축, 공연 등을 주제로 한 특색 있는 11개 전문 서점에서는 도서와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아트북 갤러리에서는 예술과 책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고, 워크숍 룸에서는 강연, 체험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특히 아이와 함께 서울아트책보고를 찾은 부모가 편하게 쉬고 즐길 수 있도록 아트북 체험 공간 내 ‘서울엄마아빠VIP존’ 1호를 조성했다. 3500여권의 세계 그림책과 1000권의 디지털 그림책을 비치했으며 구연동화, 공예체험 등 다양한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부모는 VIP존 옆 공간에서 아트북을 보거나 휴식할 수 있다.
  • 괴테 시의 80%를 8권에 수록, 임우영 번역으로 8년 만에 완간

    괴테 시의 80%를 8권에 수록, 임우영 번역으로 8년 만에 완간

    들장미(Heidenr?lein) 한 소년이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그렇게 어리고 아침처럼 고와 가까이 보려 서둘러 달려가 너무나 즐겁게 쳐다보았네. 장미화야, 장미화야, 붉은 장미화, 들에 핀 장미화. 명심(BEHERZIGUNG) 아아, 인간은 무엇을 바라야 하는가? 조용히 있는 것이 더 나은가? 달라붙어 꼭 매달려야 하는가? 계속 실행하는 것이 더 나은가? 자신이 살 작은 집 지어야 하는가? 천막 아래 살아야 하는가? 바위 위로 감히 걸어가야 하는가? 그 단단한 바위들조차 떨고 있는데.독일의 시성((詩聖)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가 평생에 걸쳐 쓴 시 가운데 80%를 포함한 ‘괴테 시선’ 7권과 8권이 지난달 말 발간돼 8년에 걸친 기획이 모두 마무리됐다. 지만지(대표 박영률)가 내놓은 ‘괴테 시선’(전 8권)에는 괴테가 일곱 살 때 새해를 맞아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위해 쓴 ‘1757년이 즐겁게 밝아 올 때…’부터 1832년 3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쓴 ‘시민의 의무’에 이르기까지의 주옥같은 시들이 시기별로 나누어 수록됐다. 특히 ‘베네치아 에피그람’과 에피그람 유고들 및 기타 에피그람, ‘크세니엔’이나 ‘온순한 크세니엔’은 국내 처음으로 완전한 형태로 소개한다. 저본은 함부르크판 괴테 전집(Goethe. Werke. Hamburger Ausgabe)을 기본으로 하되, 그 뒤 나온 여러 전집 판본을 참고해 보완, 교감했으며, 함부르크판에 누락된 ‘크세니엔’(괴테 시선 4), ‘서동시집’(괴테 시선 6), ‘온순한 크세니엔’(괴테 시선 8) 등은 바이마르 전집(Weimarer Ausgabe)을 참고했다. 한국괴테학회 회장을 지낸 임우영 교수(한국외국어대)가 번역을 맡아 시의 운율과 해학을 살렸으며 자세한 해설과 주석으로 작품을 좀 더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임 교수는 “당시 시대 상황과 작품의 배경, 인간관계, 작품이 풍자하는 대상 등을 이해해야 괴테 시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면서 문학은 물론 자연 과학, 정치, 철학, 의학 등 다방면을 깊이 모색했던 그의 삶과 사상이 시 안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괴테 시선’은 독일어와 우리말의 언어 차이로 시적 감성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던 번역본들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교수는 ‘신’이라는 ‘형이상학적 존재’를 인간의 인식력으로는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오로지 선한 행동을 통해서 보다 숭고한 존재인 ‘신’을 “예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방대한 괴테 문학을 관통하는 메시지이며, 이런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려는 것이 괴테 시의 본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번 읽어서는 그 깊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시를 읽고 스스로 의미를 파악하려 시도한 뒤 해설을 읽고 다시 한번 읽어 보라”고 조언한다. 국내에서 괴테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희곡 ‘파우스트’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세계 3대 시성으로 꼽힐 만큼 출중한 시 세계를 자랑한다. 괴테 문학의 진수는 시에 있다고도 할 수 있으며 그의 시는 슈베르트의 가곡 ‘들장미’를 비롯해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리스트, 브람스 등 수많은 거장들에 의해 음악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이번에 간행된 ‘괴테 시선 7’은 마지막 순간까지 후세들에게 유언처럼 남겼던 인생의 깊은 의미를 담은 시들을 담고 있으며, ‘괴테 시선 8’은 괴테가 죽은 뒤에야 정리됐던 격언 모음집 ‘온순한 크세니엔’을 수록하고 있다. 각권 288~948쪽, 1만 8000원~3만 2800원이며 한 질 가격은 19만 5480원이다.
  • 신들의 자극적인 이야기…서점도 예능도 신화 홀릭

    신들의 자극적인 이야기…서점도 예능도 신화 홀릭

    최근 그리스·로마 신화와 관련한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서점의 문학이나 인문학 코너에서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책들이 앞쪽에 배치돼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사회과학, 자연과학 코너에서도 신화를 소재로 법, 의학, 심리학 등을 설명하는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관심 때문에 방송에서도 전문가 한 명이 나와 강의하는 것이 아닌 연예인을 포함한 여러 패널들이 나와 이야기하는 예능 형식의 교양프로그램으로 신화를 다루고 있다. 서양고전학자로 대중에게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문가’로 더 잘 알려진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예전에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하면 아동서적류가 많았는데 최근에 성인 대상으로 한 책들도 다양하게 나오고 관련 강의는 물론 방송 요청도 늘어난 것을 보면 대중의 관심이 확실히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그동안 한국인들에게 ‘그리스·로마 신화=토머스 불핀치’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이디스 해밀턴 같은 근현대 작가 이외에 헤시오도스, 오비디우스 등 고대 작가들이 쓴 신화 원전들도 새로 번역돼 출간된다. 민음사에서는 아폴로도로스가 쓴 그리스 신화집에 명화들을 삽입해 새로 발간했고, 열린책들에서도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신화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여기에 김 교수나 김원익 박사 등 국내 신화연구자들이 쓴 그리스·로마 신화 해설서들도 독자들을 찾고 있다. 김 교수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원래 문헌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구전문학이기 때문에 고대부터 여러 판본이 있었다”며 “불핀치 책은 여러 판본의 신화를 종합 정리해 대중들이 이야기를 좀더 쉽게 접근하도록 짜여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 그리스 신화 관련 책도 불핀치를 원본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많이 소비됐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구전되고 만들어진 신화가 요즘 한국사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신화라는 것은 삶의 지혜를 신이나 영웅을 주인공으로 해 응축시킨 것”이라며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는 자극적이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많아 현실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보편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신화는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를 은유적으로 알려주는 문학책이자 철학책”이라고 덧붙였다. 철학책은 너무 어렵고 자기계발서나 대중심리학책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그리스·로마 신화가 대안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 [글로벌 In&Out] 시진핑을 보려면 왕후닝 상무위원을 보라/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시진핑을 보려면 왕후닝 상무위원을 보라/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1991년 중국에서 출판된 ‘미국이 미국을 반대한다’ 초판본이 지난해 2500달러에 팔렸다. 어느 중국학자가 미국에 방문학자로 체류한 뒤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불안정은 상대와의 협상이 깨질 수 있는 최대의 위험”이라고 간파한 내용이다. 이 학자는 다름 아닌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다시 선출된 왕후닝이다. 통상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35년 이상의 당력, 적어도 2개 이상의 성급 지역을 관리한 경험, 십수개 이상의 중요한 직책에서의 업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1995년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인 우방궈와 당 중앙판공청 주임인 쩡칭훙 등은 정치 이력이 없던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였던 왕후닝을 당의 두뇌인 중앙정책실에 추천했다. 장쩌민 총서기가 “당신을 중남해로 데려오지 못하면 내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질 것”이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실제로 왕후닝은 중앙정책실에서 근무한 지 불과 3년 만에 부주임으로 승진했고, 2002년 당 중앙위원이 된 이후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시기에 이르는 25년 동안 중국의 방향을 설계해 왔으며 주요 정상회담 때마다 국가주석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왕후닝은 1955년생으로 상하이사범대 간부학교의 외국어 훈련반에서 학습하고 출판국 간부로 근무하다가 뒤늦게 푸단대에서 서구의 주권이론 발전을 추적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이후 1984년에 정식 당원이 된 늦깎이였다. 그는 평소 지독한 독서광이었는데, 팽팽하게 긴장된 대뇌와 몸이 새로운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지적 편력을 ‘정치의 인생’이라는 저서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생각의 깊이 때문에 30세에 중국 최연소 부교수가 됐고 39세에는 푸단대 법학원 원장이 됐다. 중국의 핵심 인사들이 서른 즈음의 그를 찾아 중국 정치의 방향과 체계적인 개혁 전략을 듣고 무릎을 치기도 했다. 그가 쓴 ‘비교정치 분석’은 중국 정치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저작 중 하나이며, 장쩌민 전 주석이 단락마다 줄을 치며 읽고 이를 연설문에 인용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가 베이징에서 맡은 첫 사업은 당 14기 5중전회의 문건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개혁, 발전, 안정 등 열두 가지 어젠다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중국몽’,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인류운명공동체’, ‘신형 국제관계’, ‘공동부유론’ 등 주요한 전략 담론은 물론이고 이번 20차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인 ‘중국식 현대화’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중국의 이데올로기 차르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 1990년대 초 “중국처럼 크고 가난한 나라는 철완으로 현대화 발전을 추진해야 민주국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신권력론’을 제시해 학계의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두 차례 미국을 다녀온 뒤로는 “미국은 중국이 아니다. 다원화가 다당제와 서방의 선거를 의미한다면 중국 모델에는 적합하지 않다.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강력한 리더십 확립, 사회주의 정체성 강화, 중국의 길에 대한 접근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중국 정치의 관례에 따르면 그는 내년 봄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맡을 가능성이 크지만 국가안전위원회 등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도 있다. 중국 지도부가 왕후닝을 중임한 것은 ‘생각의 힘’이 향후 세계를 지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도 유능한 관료가 많으나 일일 보고에 눌린 채 전략을 디자인하는 문화가 부족하고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들도 영혼 없는 보고서를 쓴 지 오래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중추국가’도 유효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고 선도국가의 꿈도 더욱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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