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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남북 실무접촉 일관된 원칙 지키며 임하길

    남북 간 대화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제 북측의 당국 간 회담 제의와 우리 측의 ‘장관급 회담 12일 서울 개최’ 제의, 그리고 어제 판문점 적십자 연락 통로 재개와 남북 각각의 실무회담 제의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공허한 말장난으로 시간 보낼 생각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북측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남북 간 대화는 당분간 빠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순조로운 출발과 앞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까지 이어질 먼 길을 생각한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와 전략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하며, 이를 위해 먼저 북측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북은 도발과 위협, 대화공세, 협상과 보상으로 이어지는 대외전략의 패턴을 이어왔다. 이번 대화 모드도 오늘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중 3국의 대북 압박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을 우려한 북의 선제 대응으로 봐야 할 것이다. 남북 관계를 디딤돌,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종국적으로 미국을 움직이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대북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도 담겨 있다고 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북측이 이룬 7·4공동성명 기념행사를 함께 갖자는 전례 없는 제의가 이를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입지(立志)에도 이르지 못한 김정은의 ‘29세 리더십’의 특질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오랜 남북 대치에 따른 피로감, 국제적 고립에 대한 압박감, 가중되는 경제난에 따른 위기감, 체제 유지에 대한 절박감 속에서 무언가 획기적인 돌파구를 갈구하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의 대화 재개 못지않게 앞으로 북한을 우리가 어떻게 견인해 나갈 것인가의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헛디뎌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중한 걸음이 요구된다. 개성공단 정상화 등 화급한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풀어가되, 작은 성과에 연연해 원칙을 훼손하는 접근은 피해야 한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금강산 박왕자씨 피살 등 짚어야 할 사안을 피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과거에 얽매여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기준은 미래지향적 남북관계 정립이어야 한다. 정부는 원칙 있는 대북자세를 견지하되 이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더욱 노력하기 바란다.
  • [남북 대화 급물살] 北 제의 26시간만에… 89일 막힌 핫라인 ‘개통’

    [남북 대화 급물살] 北 제의 26시간만에… 89일 막힌 핫라인 ‘개통’

    남북 관계 단절과 함께 작동을 멈췄던 판문점 연락 채널의 전화벨이 7일 오후 2시 다시 울렸다. 지난 3월 8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채널 단절을 통보하고 같은 달 11일 차단한 지 89일 만이다. 전날 판문점 연락 채널을 복원하겠다는 북한의 의사 표시가 있은 뒤 실제로 남북 접촉의 첫 신호가 울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26시간에 불과했다.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 왔던 지난날이 무색할 정도로 속사포처럼 이뤄졌다. 통일부는 북한이 먼저 연락을 취해 왔다고 밝혔다. 남북 장관급 회담도 남북이 서로 긴박하게 ‘핑퐁식’ 역제안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합의됐다. 전날 낮 12시쯤 포괄적 회담을 제의하는 내용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문이 발표되자 통일부는 1시간 만인 오후 1시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내놨다. 이어 북측의 제의가 있은 지 7시간 만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긴급 브리핑에 나서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역제의했다. 북한은 이어 7일 오전 9시 43분쯤 조평통 대변인을 통해 9일 개성에서 장관급 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오후 4시 5분쯤 북한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실무 접촉 제의를 받아들이되 개성이 아닌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서 열자고 수정 제의했다. 총 네 차례의 ‘제의→역제의’가 오간 끝에 28시간 만에 대화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북한의 실무 접촉 제의는 다소 뜻밖이었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로 불필요한 기싸움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판단, 빠르게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실장급 대신 국장급을 단장으로 한 3명을 대표단으로 보내기로 했다. 실무 접촉에서는 장관급 회담 준비를 위한 제반 사항이 논의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무 접촉 장소를 판문점으로 변경 제의한 데 대해 “장관급 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도 있고 이동하기에는 개성보다 판문점이 좋아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개성 실무 접촉을 제안한 것은 우리 측이 ‘서울 장관급 회담 개최’ 카드를 꺼낸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개성은 핵심 현안인 개성공단이 위치한 상징적 장소란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 접촉 제안 자체는 장관급 회담에 앞선 사전 탐색전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북한은 이날 조평통 대변인 문답에서 “수년 동안이나 중단되고 불신이 극도에 이른 현 조건을 고려하여 남측이 제기한 장관급 회담에 앞서 그를 위한 북남 당국 실무 접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남북 장관급 회담이 12일 열리면 15일로 예정된 6·15 공동선언 기념행사가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북한이 실무 접촉에서 이 문제부터 논의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12일 장관급 회담이 열리게 되면 15일 당국까지 참여하는 공동행사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북한은 당국 간 회담 제의 전부터 이 문제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우리 정부는 6·15 공동행사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당국 간 회담이 열리지 않은 상황이니 6·15 공동행사와 관련해 (불허 입장에서) 근본적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南北, 대화의 시계 다시 돈다

    南北, 대화의 시계 다시 돈다

    남북이 오는 12일 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7일 사실상 합의했다. 이를 위한 당국 간 실무 접촉은 9일 남북이 각각 제시한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이나 개성에서 갖게 될 전망이다. 북한이 차단한 판문점 연락 채널도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복원됐다. 멈췄던 남북 대화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이날 오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장관급 회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9일 개성에서 사전 실무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대북 전통문을 보내 9일 오전 10시에 실무 접촉을 갖되 개성이 아닌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자고 수정 제의했다. 북한이 이를 수용한다면 실무 접촉은 판문점 우리 측 지역에서 열리게 될 전망이다. 남북은 8일 오전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장소 문제를 최종 조율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의 장관급 회담 제의에 북한이 하루 만에 화답한 것은 남북 관계를 신속히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는 6일(현지시간)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를 환영하며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미 간 핵 협상 재개 등에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일은 남북 간 문제이고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재개 등) 모든 이슈와 엮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진전시키려면 북한이 취해야 할 여러 조처가 남아 있다. 여기에는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국제 의무 준수 등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정부 “남북 장관급회담 12일 서울서 열자”

    정부 “남북 장관급회담 12일 서울서 열자”

    정부는 6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위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오는 12일 서울에서 열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성사될 경우 2011년 2월 군사실무회담 이후 2년 4개월 만에 남북한 당국자가 얼굴을 맞대는 것이다. 남북 장관급 회담이 이뤄진다면 2007년 6월 이후 6년 만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문을 통해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한 데 대해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대화 제의를 북측이 수용한 것을 긍정 평가한다”며 이같이 남북 장관급 회담을 제의했다. 류 장관은 또 “남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문제 협의를 위해 북측은 7일부터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남북 간 연락 채널을 재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 장관급 회담의 서울 개최 제의는 북한의 대화 진정성을 타진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국제적으로 알리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 간 대화 재개 결정에 따라 남북 관계 복원과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위기의 출구를 찾기 위한 ‘퍼즐 맞추기’가 비로소 시작됐다. 북한이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지 115일 만의 국면 변화다. 대남 기구인 조평통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 등 남북 간 현안을 포괄하는 패키지 방식의 의제를 제시했다. 조평통은 이날 특별담화문이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전격 대화 역제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미·중 정상이 핵심 의제에 ‘북한’을 올려 놓고, 북한 핵에 대한 ‘새판 짜기’에 나서는 상황이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엄청난 압박과 위기감으로 인식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달 한·미·중 3국 정상이 연쇄 접촉을 갖고 밀착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점점 고립되는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남북대화 제의’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조평통은 남북 당국이 6·15 공동선언뿐 아니라 7·4 공동성명 발표를 기념하는 행사도 함께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1972년 합의한 7·4 공동성명을 거론한 건 박근혜 정부의 호응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나오는 즉시 판문점 적십자 연락 통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비롯해 통신, 연락과 관련한 제반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 지난 3월 일방적으로 끊은 통신·연락망을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남북 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북·미, 북·중 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남북 당국 회담 화해·협력의 물꼬 트길

    정부가 오는 12일 남북 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열 것을 북한에 제안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남북 당국자 간의 만남은 2년 4개월, 장관급 회담은 6년만의 일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어제 북한의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의와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오는 12일 서울에서 개최할 것”을 북에 제의했다. 북이 어제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전격 제의하자 다시 우리가 북에 역제의를 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 정부가 회담을 고위급 회담인 장관급으로 하고, 회담 날짜와 장소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만큼 이제 회담의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고 본다. 남북한 사이에 어제 회담과 관련해 일사천리로 제의와 역제의가 이뤄지면서 회담이 보다 현실화·구체화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북한의 회담 제의 배경 등을 분석한 우리 정부가 발 빠르게 “회담을 하고 싶으면 서울로 오라”는 메시지를 북에 보낸 것은 대화에 대한 북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회담에서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래 경색된 남북 관계가 최근까지 계속돼 왔는데도 북이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특별담화문을 통해 돌연 회담 제의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7~8일 미·중 정상회담과 하순의 한·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미·중의 ‘선(先) 남북관계 개선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해 미·중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북은 한·미·중의 대북 공조에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특별담화문이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위임’에 따른 것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 북의 도발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돌파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진정 대화에 뜻이 있다면 남북 장관급 회담 제의에 즉각 응할 것을 촉구한다. 우선 남북회담을 위한 실무 회담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류 장관은 어제 “남북 장관급 개최를 위한 실무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측은 오늘부터 판문점 연락사무소 등 남북 간 연락 채널을 재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남북회담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당장 그동안 끊어진 남북 간 대화 통로부터 열어 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이번 회담은 남북이 진정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화해와 협력,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 [정부 ‘서울 남북 장관급회담’ 제의] ‘北 거부 명분 없다’ 판단… 남북대화 주도권도 확보

    [정부 ‘서울 남북 장관급회담’ 제의] ‘北 거부 명분 없다’ 판단… 남북대화 주도권도 확보

    6일 북한의 포괄적 당국 간 회담 제의를 우리 정부가 불과 7시간 만에 “6월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받은 것은 사뭇 전격적이다. 정부가 이날 오후 1시쯤 북한의 회담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회담 장소로 판문점 또는 개성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오후 7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서울 장관급회담’ 카드를 내놓으면서 “우리 측 제의에 대한 북측의 호응으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진행돼 상호 신뢰의 기반 위에서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명의의 특별담화문을 통해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회담의 시간, 장소에 대해)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북한 측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을 모두 포괄하는 회담을 전격 역제안한 북한에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미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이 회담의 장소와 일시를 우리 측에 일임했고 우리 정부가 재빠르게 서울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건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대화를 주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을 서울로 부르는 것은 그들의 진정성 여부를 보려는 것”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히려는 뜻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2007년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남북 장관급 회담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진행돼 온 만큼 정부가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서울 개최를 제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미·중 정상회담 직전…北,남북 당국간 회담 기습 제의

    미·중 정상회담 직전…北,남북 당국간 회담 기습 제의

    정부는 6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위해 남·북 당국간 회담을 열자는 북한의 제의를 사실상 수용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문에 대해 “정부는 북한의 당국간 회담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당국간 회담이 남북간 신뢰를 쌓아나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습적인 조평통 특별담화문 발표 직후 청와대를 비롯해 통일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는 긴급 협의를 가졌다.  남북 당국자 대화 재개 결정에 따라 남북관계 복원과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위기의 ‘출구찾기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지난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린 지 115일 만의 국면 변화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특별담화문을 통해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이산가족 상봉·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등 남북간 현안을 포괄하는 패키지 방식의 의제를 제시했다. 조평통은 특별담화문이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이날 전격적인 당국간 대화 역제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미·중 정상이 핵심 의제에 ‘북한’을 올려 놓고, 북한 핵에 대한 ‘새판짜기’에 나서는 상황은 김정은 정권으로서 엄청난 압박과 위기감으로 인식됐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달 한·미·중 3국 정상이 연쇄접촉을 갖고 밀착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점점 고립되는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남북대화 제의’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조평통은 남·북 당국이 6·15 공동선언 뿐 아니라 7·4 공동성명 발표를 기념하는 행사도 함께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1972년 합의한 7·4 공동성명을 거론한 건 박근혜 정부의 호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나오는 즉시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비롯한 통신, 연락과 관련한 제반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 지난 3월 일방적으로 끊은 통신·연락망을 복원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남북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북·미, 북·중관계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마디로 북한이 우리 정부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대화 제의를 했다”고 평가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통일부, 北에 개성 실무회담 공식 제의

    정부가 14일 개성공단 현지에 보관 중인 입주기업들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세 번째 대화 제의다. 정부는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당면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남북 간 노력이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 등 입주기업의 고통 해소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실무회담 장소는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으로 제안했고, 회담 일정과 관련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 북측이 편리한 방법으로 우리 측에 답변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우리 측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을 포함한 3명의 회담 대표가 나갈 것”이라며 “북측도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등의 회담 대표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추상적인 대화 제의에 그쳤던 것과 달리 회담 장소와 참석 인원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이 특징이다. 김 대변인은 “북측의 긍정적인 호응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이 각종 계약 등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식자재 반입마저 막아 철수하게 된 것을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온 완제품이나 원·부자재들을 하루빨리 반출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통일부는 북한 측에 이와 관련된 회담을 제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씨줄날줄] DMZ 세계평화공원/함혜리 논설위원

    1953년 7월 27일 조인된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의 제1조 1항은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각 2㎞씩 후퇴함으로써 적대군대 간에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DMZ)를 설정한다.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완충지대로 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고 규정했다. 정전협정에 따라 서쪽으로 예성강과 한강 어귀의 교동도에서부터 개성 남방의 판문점을 지나 중부의 철원·김화를 거쳐 동해안 고성의 명호리에 이르는 248㎞의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각 2㎞씩 군사적 완충지대가 생겼다. 국제법에 의해 설정된 이 지역에는 비무장화, 일정한 완충적 공간, 군사력의 분리 또는 군대의 격리 배치, 감시기구 설치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육지 면적 기준으로 한반도 전체 22만㎢의 250분의1에 달하는 총 907㎢(2억 7000만평)의 DMZ는 휴전 후 6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인적이 끊어진 덕분에 자연생태계는 훼손되기 이전 자연상태 그대로의 모습으로 회복됐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 지대는 산악지대와 평야지대, 계곡과 분지, 여러 개의 강이 포함되어 있어 산악지대 생태계,내륙습지 생태계, 담수 및 해안 생태계가 함께 존재한다. 국제적 보호종, 위기종뿐 아니라 많은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종 및 보호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민간인 통제구역을 포함한 DMZ에서는 한반도에 서식하는 2900종 이상의 식물 가운데 3분의1, 70여종의 포유류 가운데 2분의1, 320종의 조류 가운데 5분의1이 발견됐다. 불행한 근대사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상징물로서 세계적 관심지역이 되고 있는 이곳이 자연 생태계의 보고(寶庫)로서 독특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밝혔다. 완충지대라고는 하지만 군사적 충돌의 위험이 상존하는 탓에 DMZ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이다. 남북한 군사력의 70%가 몰려 있는 DMZ 내에 평화공원이 조성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생태녹색·역사 탐방로,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등이 더해지면 세계 최고의 생태·역사·안보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다만 모처럼 원형을 되찾은 DMZ의 자연 생태계가 인간의 욕심과 마구잡이 개발로 또다시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개성공단 전기공급 평시의 10분의1 수준

    정부가 평시 송전량의 10분의1 수준인 최소한의 전력을 개성공단에 공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성 시민들에게도 공급되는 급수를 위한 정·배수장 가동에는 차질을 빚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지난달 27일부터 (전력 공급량을) 줄였다. 공단의 정상운영이 안 된 게 한 달 정도됐다”면서 “많은 양이 필요 없어 송전이 아닌 배전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남측 인원의 귀환으로 전력 공급량을 줄인 게 아니라 공단의 가동 중단 사태로 수요량이 감소해 공급량도 줄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측은 경기도 문산변전소를 거쳐 16㎞의 154㎸ 송전선로를 따라 공단 내 평화변전소에 전력을 보내 왔다. 평화변전소의 총용량은 10만㎾ 수준이다. 한전 관계자는 “평소에도 총용량의 3분의1에서 절반 안팎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력공급량이 축소됨에 따라 개성공단에 실제로 들어가는 전력량은 현재 하루 3000㎾ 안팎의 수준”이라며 “공단 내 관리 사무동의 전등을 켤 수 있고 정수장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잠정적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실태 조사를 금주 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적대 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중지하라’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전날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주장으로 대화의 장에 나와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 측이 요구한 군 통신선 및 판문점 채널 재개에 대해 북측은 묵묵부답 상태라고 전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개성공단 폐쇄 국면] 41년 만에 남북관계 단절… 단전·단수는 안 해 대화 불씨 남겨

    [개성공단 폐쇄 국면] 41년 만에 남북관계 단절… 단전·단수는 안 해 대화 불씨 남겨

    정부가 3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 대한 미수금 명목으로 1300만 달러(약 142억원)를 북한에 지급함에 따라 지난달 26일 전원 귀환을 결정한 이후 1주일 만에 완전 철수가 이뤄졌다. 이로써 지난 3월 동·서해 군 통신선 및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직통 전화 단절에 이어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 처음 이뤄진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41년 만에 남북 관계의 대화 채널이 끊겼다. 하지만 정부는 북측과 입주 기업들의 완제품 반출 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공단에 대한 단전·단수는 당분간 검토하지 않기로 해 대화의 끈은 남겨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우리 측 최종 인원의 귀환은 이들의 안전과 조속한 귀환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북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무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3월분 임금을 비롯해 모두 1300만 달러를 지급할 것을 주장하자 우리 측은 합당한 수준의 금액을 지급하는 대신 개성공단의 우리 기업체 공장에 남은 완제품과 원·부자재를 가져가게 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요구하는 미수금을 우선 지급하고 우리 측 개별 기업에 확인한 후 사후 정산하기로 했다”면서 “북측에 전달한 1300만 달러는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성공단 잠정 폐쇄라기보다는 잠정 중단으로 평가해 달라”며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북측은 4월분 임금 120만 달러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우리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추후 협의키로 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또 북측과의 추후 협의를 위해 남북 간 단절된 판문점 채널과 군 통신선을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 간 전화선이 끊긴 것은 아니고 그쪽에서 연락이 먼저 오면 언제든지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해 대화의 여지를 남겨 뒀다. 정부는 당분간 개성공단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는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안전 문제를 고려해 전기용수를 관리하는 우리 측 인원의 개성공단 정기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전·단수를 할 경우 공장설비가 급속히 노후화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실무 협의에서 단전·단수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으나 간접적으로 이런 희망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 인원의 전부 철수 등 공업지구 폐쇄 책동에 날뛰고 있는 괴뢰패당이 우리에 대한 책임 전가에 매달리는 것이야말로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의 파렴치한 짓”이라고 밝혀 개성공단 사태의 모든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개성공단 운명은] 北 기습능력 약화시키고 긴장 완화에 기여

    북한이 사실상 폐쇄 위기에 몰린 개성공단 지역으로 군부대를 전진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공단의 군사안보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개성공단이 북한의 기습 능력을 약화시키고 군사분계선에서의 남북한 긴장완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들어 단순히 경제적 득실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지적한다. 30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전면전 발발 시 속전속결식의 기습공격을 추구한다는 점과 북한군 기갑부대의 주 침공 경로가 개성과 문산을 연결하는 축선이라는 점에서 개성공단의 존재는 북한군 부대의 신속한 이동과 기밀 유지 등에 장애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03년 공단 착공 이후 개성과 판문점 인근에 주둔하던 인민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을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했다. 6사단에는 북한군의 주력 기동전력인 천마호 전차와 장갑차 대대가 있고, 62포병여단은 수도권을 겨냥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로 무장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장사정포 병력이 10~15㎞ 후방으로 물러났고 초 단위로 작전이 전개되는 이 지역의 군사적 상황을 감안할 때 개성공단은 전쟁 발발 시 북한군의 공격을 10분 이상 지연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하정열(예비역 육군 소장)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은 “개성공단은 당시 북한 군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는 절대권력의 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북한군이 다시 이를 전방으로 재배치한다면 위협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성공단 사업이 지속되면 남북한 간 경제협력이 활성화되고 북한에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와 이 사업이 북한 당국에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중요함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개성공단의 수입원이 북한군 전력 증강에 전용될 우려도 있으나 북한이 자신의 전략 요충지를 개방했다는 의미에서 이는 남북한 간 신뢰의 산물”이라면서 “공단을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신뢰 구축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매개체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반도의 봄/박홍환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한반도의 봄/박홍환 국제부장

    총탄과 포탄이 난무하는 세계 분쟁지역 소식을 최일선에서 전해주는 미국의 24시간 뉴스채널 CNN의 짐 클랜시 앵커가 서울로 달려왔다. 클랜시는 주요 시간대에 서울에서 한반도가 위기 상황이라는 내용을 전세계에 타전하고 있다. 전세계 CNN 시청자들은 클랜시의 서울발 보도를 지켜보며 한반도를 그가 이전에 종횡무진했던 르완다나 이라크 등과 동일시할지도 모를일이다. 클랜시뿐이 아니다. 세계 유수 언론의 분쟁지역 취재 전문기자들이 연일 서울과 판문점 부근을 서성대고 있다. 어느새 한반도가 전쟁 직전의 급박한 분쟁지역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카톡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요즘 남북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북한은 한국을 침략하지 못합니다. 한국이 이처럼 완전무장했으니까요. 1. 집집마다 ‘핵’가족 2. 골목마다 ‘대포’집 3. 남자들은 ‘폭탄’주 4. 밤에는 ‘총알’택시” 여기에 “동네마다 ‘부대’찌개”라는 내용까지 곁들여진 완성판도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버전의 풍자 글이 여럿 있는 모양이다. 목을 빼고 또 다른 분쟁 소식을 기다리던 일부 글로벌 매체들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정작 분쟁지역 취급을 받는 한반도의 한쪽 당사자들은 유머를 전파하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물론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개성공단이 막혔고, 북한은 추가 도발을 공언(公言)하고 있다. 언제, 어떤 형태의 도발이 될지는 모르지만 김정은의 ‘집권 1년’ 행태로 볼 때 공언(空言)으로 그치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남과 북 사이에 어떤 형태의 직접대화가 없다는 점에서도 우려할 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상대방의 얼굴이 아닌 허공에 대고 퍼붓는 말은 애초 의도 이상으로 과격화질 수 있고, 실제 남과 북이 지금 그런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하지만 실제보다 과장된 위기감 조장은 더욱 안 된다. 우리가 당사자로서 이 상황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결 방법도 우리가 찾아야 한다. “도와달라”며 워싱턴의 어깨에 기대거나 “압력을 넣어달라”고 베이징의 발목을 잡을 일이 아니다. 워싱턴이나 베이징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한반도를 지켜볼 뿐이다. 베이징 특파원 시절 북한 노동신문 특파원과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첫번째 만남에선 데면데면하게 명함만 교환했다. 두번째 만남에선 애써 외면하는 그를 돌려세워 말을 붙였다. 세번째엔 그가 먼저 목인사를 건넸다. 남북관계는 지난 5년간 최악이었다. 남북이 직접 눈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서로를 헐뜯는 목소리만 내뱉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나 중국 등 제3자의 역할이 더 부각됐다. 지금 한반도에는 봄이 오고 있다. 서울에는 목련이며 개나리, 벚꽃이 만개했다. 곧 평양에도 똑같은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4월 중순에 진눈깨비가 휘날리는 어처구니없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섭리는 이게 아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라는 기대를 갖는다. 가지를 꺾어 꽃을 피우지 못하게 한다고 봄이 오지 못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남이든, 북이든 누가 먼저이든 상관없이 손을 내밀고 대화하면 지난 5년간의 ‘한겨울’ 같은 남북관계가 봄눈 녹듯이 시나브로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stinger@seoul.co.kr
  • [DB를 열다] 1971년 제7차 남북적십자 예비회담

    [DB를 열다] 1971년 제7차 남북적십자 예비회담

    1971년 8월 12일 대한적십자사는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남북한 이산가족을 찾기 위한 적십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북한 측은 이틀 후인 8월 14일 평양방송을 통해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남북적십자 본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예비회담이 1971년 9월 20일부터 1972년 8월 11일까지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총 25회 개최되었다. 사진은 1971년 11월 4일 개최된 제7차 예비회담의 모습이다. 그런데 예비회담은 ‘친우’와 ‘자유 왕래’라는 난제에 부딪혔다. 북적은 이산가족보다 친우들을 더 먼저 찾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자유 왕래까지 요구했다. 여기에는 공작원을 남파하는 통로로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 때문에 회담은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쌍방은 별도의 정치적 대화 통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북측은 처음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적십자회담에 나왔던 것이며 남측은 북측의 정치적 요구를 떼어내기 위해 대화 통로를 따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남측에서는 이후락 정보부장이 평양을 방문하고 북측에서는 박성철 부수상이 서울을 방문했다. 또한 7·4 남북공동성명도 발표되었다. 남북관계가 급진전하자 적십자 예비회담도 속도를 내어 마침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개최하는 본회담이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씨줄날줄] 푸에블로호 신경전/임태순 논설위원

    미국과 북한이 푸에블로호 반환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콜로라도 주 하원은 최근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1월 23일을 ‘푸에블로호의 날’로 지정하고 결의안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연방하원 의장에게 전달했다. 콜로라도 주 의회가 푸에블로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배의 이름을 주 내에 있는 도시 ‘푸에블로’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는 1968년 일본을 출항, 원산항 공해상을 항해하다 영해 침범혐의로 북한군에 의해 나포됐다. 이른바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이다.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한 ‘1·21사태’ 이틀 뒤 발생했으니 당시 북한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을 것이다. 미국은 28차례 비밀협상 끝에 그해 12월 23일 판문점을 통해 80여명의 선원들을 돌려받았으나 영해 침범사실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으니 국제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푸에블로호 사건은 북한에서 구한말 발생한 제너럴 셔먼호 사건과 함께 반미항쟁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있다. 미국 상선 셔먼호가 1866년 대동강에 나타나 통상을 요구하며 관군과 주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다 격침된 게 제너럴 셔먼호 사건이다. 한국사에서는 평안도 관찰사 박규수가 주민들과 함께 셔먼호를 공격했다고 되어 있지만 북한 역사책에는 김일성 주석의 증조할아버지 김응우가 셔먼호를 불태웠다고 기록돼 있다. 사건 발생 100주년인 1966년에는 역사의 현장인 대동강변 쑥섬에 격침비를 세우기까지 했다. 아버지 김일성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푸에블로호까지 나포했으니 김정일로선 가문을 빛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선전 소재도 없었을 것이다. 김정일은 지시를 내려 1999년 원산에 있던 푸에블로호를 대동강으로 옮겨 주민들이 관람케 했다. 큰 함정을 어떻게 옮겼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해상으로 운송하려면 남해로 우회해야 해 미국의 감시 눈길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해해서 육로로 수송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보함이어서 분해, 조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콜로라도 주 의회는 지난해에는 북한 측에 푸에블로호의 반환을 촉구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우리는 백만년이 지나도 반환하지 않을 것이며 돌려받고 싶으면 직접 와서 가져가라”는 답신을 보냈다. 핵 개발로 남북은 물론 북·미 관계도 점점 경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이 대미 투쟁의 전리품인 푸에블로호를 쉽게 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푸에블로호의 반환은 북한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대화창구 끊은 北… 군사 긴장 극대화 노려

    대화창구 끊은 北… 군사 긴장 극대화 노려

    압박과 대화를 앞세운 남북 간 대결이 극단적인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북한이 27일 마지막 남은 당국 간 대화 채널인 서해지구 군 통신선마저 차단하면서 남북은 서해상에서의 군사 충돌 시 이를 관리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잃고 물리적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현재 남북을 연결하는 수단으로는 당국 간 대화와 관계없는 항공관제통신망, 개성공단을 오가는 인편,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채널만 남게 됐다.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적십자채널) 간 직통 전화는 지난 11일 차단됐다. 북한은 이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의 통지문을 우리 정부에 보내면서 “조·미(북·미), 북·남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 통로도, 통신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효한 데 이어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행동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한과 대화를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통신선 단절은 교전이나 충돌전을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개성공단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북한이 추가 조치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채널까지 차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한층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출입경 절차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군 통신선을 이용해 온 것일 뿐 개성공단 출입경과 군 통신선은 별개의 문제”라며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개성공단을 오가는 인편을 통해 북한에 통행 계획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북관리구역을 연결하는 군 통신선에는 서해지구 3회선과 동해지구 3회선 등 6회선이 있으며 이 중 동해지구 통신선은 2011년 5월 북한에 의해 차단됐다. 서해지구 통신선은 2009년 3월 차단됐다가 20여일 만에 복구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北, 국가급 합동훈련 뒤 전투태세 격상… 南공격 준비 완료 과시

    北, 국가급 합동훈련 뒤 전투태세 격상… 南공격 준비 완료 과시

    북한이 천안함 사건 3주기인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효하며 군사적 위협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것은 실제 전투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을 보여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의 한 소식통은 1호 전투근무태세에 대해 “우리 군의 기준으로 보자면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해 화기에 실탄과 탄약을 장착하고 완전 군장을 꾸린 후 진지에 투입되는 단계”라면서 “북한이 미사일과 장사정포 부대에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명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1호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미뤄 김정은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호 전투근무태세를 선포하기 위해 발표 형식 중 가장 격이 높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택한 것도 자신들의 경고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된 포석으로 보인다. 최고사령부 성명은 북한이 지난 5일 정전협정 백지화 및 판문점대표부 활동 전면 중지를 선언한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보다 형식 면에서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은 예고된 대로 지난 25일 동해 원산 일대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국가급 합동훈련까지 진행했다. 훈련은 공기부양정에 탑승한 동해함대 소속 해군 제597연합부대가 해상상륙 작전을 수행하고 육상부대가 방사포(다연장로켓) 일제사격으로 이를 저지하는 쌍방훈련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제1위원장은 포병들의 사격 훈련을 지켜보면서 “적 상륙 집단이 우리 해안에 절대로 달라붙지 못하도록 강력한 포화력으로 해상에서 철저히 쓸어버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대 교수로 재직한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국가급 합동훈련을 진행한 뒤 북한이 격상된 전투태세를 발효한 것은 미사일과 장사정포 등을 이용해 언제든지 우리 군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실제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위협이 수사가 아니라면 개성공단 폐쇄나 평양 주재 외교관 철수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런 부수적 조치는 아직 없기 때문에 대남·대미 경고성이라고 본다”면서도 “상호간 신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발적 충돌 발생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도발 위협 의도를 미국 B52 전략폭격기 훈련, 한·미 작전계획 등 한·미 간 일련의 군사대응 태세와 천안함 3주기 추모행사에 대한 ‘맞불작전’으로 판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전혀 없다고 보고받았으며, 이 때문에 현재 우리 군의 경계수위 격상과 같은 조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남조선의 새 정권이 이명박 역적패당과 다름없이 동족 대결의 길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새 정부에 각을 세웠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軍 “영종도 앞바다 등 포격도발 대비”…北, 직통전화 차단·해안포 전진배치

    軍 “영종도 앞바다 등 포격도발 대비”…北, 직통전화 차단·해안포 전진배치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11일 시작되면서 군 당국은 북한의 치고 빠지기식 기습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백령도 등 서해 5도와 북방한계선(NLL) 등 전방부대에 최상의 경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이다. 북한은 이날 예고한 대로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적십자채널) 간 직통전화를 차단했고 관영매체를 통해 “최후 결전의 시각이 왔다”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작동 노력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새 정부의 핵심 기조 중 하나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조성”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겠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는 별개로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관계변화를 모색하려는 대북정책의 근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주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결의했는데도 북한은 오히려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 전제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만들려면 무엇보다 긴밀한 국제공조가 중요하며, 외교 채널을 적극적으로 가동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맞게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연평도 주민 등 국민 안전을 각별히 유의해서 지켜봐 주고, 개성공단 체류 국민의 신변 안전 문제에 소홀함이 없도록 잘 챙겨달라”고 강조했다.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과 병행 실시하는 이번 키 리졸브 연습에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B52 전략폭격기, 9750t급 이지스 구축함 2척 등 미군 전력도 참가했다. 북한군은 백령도와 연평도 북쪽 해안가 동굴에 배치한 해안포를 전진시켜 포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위협이 계속되자 군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서해 5도와 북방한계선(NLL) 이외에 군사분계선(MDL),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 전방에 상향된 감시태세를 유지하라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유형 가운데 연평도, 백령도와 영종도 앞바다 등에 대한 포격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선 운항에 차질을 주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앞바다 쪽으로 포격 도발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대화 차단한 北 “불벼락 안길 때 왔다” 군사충돌 억제할 ‘안전장치’ 사라져

    북한이 11일 예고한 대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적십자채널) 간 직통전화를 차단하면서 남북이 일촉즉발의 대치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3차 핵실험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를 둘러싼 ‘강(强) 대 강(强)’ 대결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부로 정전협정이 백지화됐다고 주장하며 “마침내 참고 참아온 멸적의 불벼락을 가슴 후련히 안길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이날 오전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직통전화로 걸려온 우리 측 연락관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통신선을 자르는 대신 남측과의 통화를 거절하는 방식으로 직통전화 차단에 나선 것이다. 남북 간에는 아직 ▲동·서해 군사통신 ▲해사당국 통신 ▲항공관제 통신망 등이 남아있지만, 그동안 당국 간 대화 채널 역할을 해왔던 판문점 직통전화가 단절되면서 공식적인 대화 창구는 닫힌 셈이 됐다. 남북은 공휴일과 휴일을 빼고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두 차례 통화를 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통신선을 자른 게 아니니 남북 간 합의가 있으면 언제든 되살릴 수 있다”고 했지만, 북한이 북·미 군사당국 간 직통전화까지 차단한 상황이어서 대화 통로 단절에 따른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군사적 충돌을 억제할 안전장치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도 같은 해 5월 북한이 우리 정부의 5·24대북제재 조치에 반발해 판문점 채널을 폐쇄한 뒤 발생했다. 당시 판문점 채널은 8개월 만인 2011년 1월에서야 복원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적들을 겨눈 우리의 전략 로켓들과 방사포를 비롯해 다종화된 우리식의 정밀 핵타격수단이 만반의 전투태세에 들어갔다”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또 모든 당 조직이 일제히 전투동원태세에 들어갔다고 소개하며 “전체 인민이 병사가 됐다”고 전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노동신문은 장갑차의 행진 장면 등 전투준비 관련 사진을 9장이나 실었고, 1면 전체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찬양하는 ‘운명도 미래에 맡긴 분’이라는 노래를 게재하며 충성심을 고취시켰다. 조선중앙TV도 첫 순서로 김 제1위원장이 연평도를 포격했던 무도 방어대와 장재도 방어대를 시찰한 내용의 ‘기록영화’를 내보내는 등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영상을 대거 방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軍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키 리졸브 끝난 뒤 기습도발 가능성

    軍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키 리졸브 끝난 뒤 기습도발 가능성

    북한의 위협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11일 ‘키 리졸브’ 연습을 개시한 한·미 군 당국은 북한군 동향 파악에 온힘을 쏟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 수뇌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우리 군의 주의가 약해지는 시점을 틈타거나 생각지도 못한 장소를 공격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식 기습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군 당국은 백두·금강 정찰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 아이’,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등 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북한군의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군은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연평도, 백령도와 영종도 앞바다 등에 대한 해안포나 단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도발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북한이 NLL인근 북측지역 해안과 섬에 해안포 1000여문을 배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이 공격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쟁 도발의 기본은 기습인데 궐기대회하고 전쟁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구체적 행동을 취할 징후는 아니라고 보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얼마나 정상적인 사고능력이 있는가, 호전적으로 성장하지 않았는가가 변수”라면서 “그가 예측가능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심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지금처럼 높은 수위의 위협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21일 ‘키 리졸브’ 연습이 끝나고 미군 증원 전력이 철수한 이후 판문점에서 무력 충돌 위기를 고조시키고 허를 찌르는 기습을 서해 NLL 지역에서 감행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높아진다. 이번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한 미군 병력 3000여명중 2500여명은 주한미군 소속이 아니라 미국·일본 등에서 증원된 병력이다.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 일정에 맞춰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대규모 국가급 군사훈련은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북한군 수뇌부의 잇단 현지 시찰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지난 5일 정전협정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발표한 지 이틀 뒤, 김 제1위원장이 서해 NLL 부근 장재도와 무도를 둘러봤고 현영철 총참모장은 9일 판문점을 시찰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과 현 총참모장의 시찰은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해당 지역이 모두 도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군은 북한이 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NLL 일대에서의 전형적 기습 이외에 공기부양정을 이용해 서북 도서를 기습점령하거나 나무와 천으로 외형을 둘러싸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AN2 프로펠러 수송기를 활용해 특수부대원들을 김포 등지에 잠입시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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