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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회담 무산 南책임” 정부 “北 억지 주장”

    남과 북이 당국회담 무산 책임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남북 모두 공식 입장까지 발표하며 회담 대표의 ‘격(格) 공방’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남북 관계는 대화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6일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당분간 경색·대치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북한은 13일 남북 당국회담 무산 이후 첫 공식 입장을 통해 남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당국회담에 털끝만 한 미련도 없다”며 추후 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부는 “북한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북한 스스로 대화할 여건이 아직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해 당분간 회담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사태로 북남 관계에 미칠 엄중한 후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남측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측이 처음부터 장관급회담을 주장하고 실제로 통일부 장관을 내보낼 의향이라고 몇 번이고 확약하고도 회담이 개최되기 직전 수석대표를 아래 급으로 바꿔 내놓는 놀음을 벌인 것은 북남 대화 역사에 있어본 적이 없는 해괴한 망동으로 무례·무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북측은 담화를 통해 앞서 이뤄진 남북 실무 접촉에서 우리 정부가 합의서 초안에 북측 수석대표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한 당사자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이름을 적시한 내용 등 그동안 비공개된 협상 과정을 폭로했다. 북측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도 남측이 6·15와 7·4 공동기념, 민간 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문제는 의제에 넣지 않으려고 “앙탈을 부렸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통일부는 입장 자료를 통해 “수석대표 급(級)을 맞추는 건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이 수석대표 급 문제를 이유로 당국회담을 무산시키고 실무 접촉 과정을 일방적으로 왜곡해 공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과거 남북회담 관행을 운운하고 있으나 과거 관행을 일반 상식과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상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북한이 성의를 갖고 책임 있게 당국 대화에 호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화가 무산된 건 수석대표 급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다가 일방적으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고 무산시킨 북한 당국의 태도에 기인한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남측 판문점 연락관의 전화를 받지 않아 남북을 잇는 연락 채널 단절이 지속됐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남북회담 무산 이후] ‘김양건 수석대표’가 무산 이유?… 남북 ‘서로 네 탓’ 진실 공방

    [남북회담 무산 이후] ‘김양건 수석대표’가 무산 이유?… 남북 ‘서로 네 탓’ 진실 공방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기까지 지난 9~10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실무접촉 협상 과정의 막전막후가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1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회담 무산 전모를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고, 우리 측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진실 공방전을 벌였다. 남북의 주장을 종합하면 우리 측은 합의서 초안을 교환할 때부터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설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은 “남측이 당중앙위원회 비서(김양건)의 이름을 합의서 초안에 북측 대표단 단장으로 박아넣는가 하면, 개성공업지구 잠정 중단 사태에까지 연결 지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을 거론하며 북측 수석대표로 김 부장을 지목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4월 8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 조치도 김 부장 명의로 한 것인 만큼, 김 부장이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다는 예시를 들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실무접촉 최종 합의서에 남북 당국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로 명시된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라는 표현도 합의문 초안에는 빠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평통은 “남측이 합의서 초안에 회담 의제인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 ‘정상화·재개’라는 표현을 빼고 애매모호하게 해놓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일부 인정했지만 “모호하게 하려 한 게 아니라 단순히 기술적 표현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당국회담의 일정과 관련해선 우리 측은 1박 2일을, 북측은 적어도 2박 3일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질적 협의와 무관한 참관 등을 하지 않고 현안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1박 2일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평통은 “진정으로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하고 화해와 신뢰를 쌓아 가려는 태도가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남북 당국회담 예정일 하루 전인 지난 11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 연락관 접촉 뒷얘기도 공개됐다. 판문점에서 남북이 연락관 접촉을 통해 대표단 명단을 교환한 당일 오후 1시쯤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은 평양에서 출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은 “평양을 출발하려던 차에 남측으로부터 이번 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통일부 장관이 아니라 통일부 차관으로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서울에 나가는 것을 부득불 취소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평통은 “남측이 실제로 통일부 장관을 내보낼 의향이라고 몇 번이고 확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개최되기 직전 수석대표를 아래 급으로 바꿔 놓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통일부 장관을 직접 지목하며 확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북한은 역대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여했던 북측 수석대표들이 ‘조평통 서기국 제1부국장’이었고, 부국장이 그동안 통일부 차관을 상대해 왔다고 밝혔다. 남북 당국회담 북측 수석대표로 내세웠던 강 국장이 이보다 높은 급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총 21차례의 남북 장관급 회담에 북측 단장으로 참여했던 인사는 전금진, 김령성, 권호웅 등 3명이다. 이들의 직함을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북한은 또 조평통 서기국에 대해 “명실공히 북남 관계를 주관하고 통일사업을 전담한 공식기관”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남북 당국회담 무산] 남북 연락채널 닷새 만에 또 ‘불통’

    남북 당국회담 무산으로 대화의 물꼬가 막히면서 판문점 연락채널도 재가동 닷새 만에 다시 불통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우리 측 연락관이 오전 9시와 오후 4시 각각 통화를 시도했으나 북한 측은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7일 재가동한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끊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11일에도 우리 측이 건 전화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판문점 채널을 차단했었다. 당시는 사흘 전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앞서 전날 북한은 우리 정부에 남북당국회담을 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북남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써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아직 채널이 끊겼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며 “내일 다시 전화를 받을 수도 있으니 완전 단절 여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연락사무소 연락관들은 통상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쯤 업무개시 통화를, 오후 4시쯤 마감 통화를 해왔다. 또 주요 사안이 있을 때는 이 채널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아 왔다. 판문점 채널이 끊기면 당분간 남북 사이의 대화 단절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우리 측이 2010년 5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북 제재조치인 5·24조치를 단행하자 판문점 적십자채널을 폐쇄했다가 2011년 1월 복원했다. 이보다 앞선 2008년 11월에도 우리 정부의 유엔총회 대북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 반발해 차단했다가 2009년 8월 25일 복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초당적 대응으로 北 대화 복귀 견인해야

    남북당국회담이 전격 보류되면서 남북 간에, 그리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북은 어제 노동신문을 통해 “북남 대화 분위기를 위해서는 대화에 임하는 자세와 입장을 올바로 가져야 한다”며 짐짓 우리 정부를 훈계했다. 자신들은 반관반민 단체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국장급 인사를 회담 대표로 내세우고는 우리에겐 이보다 1~2단계 상위직급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내보내라고 몽니를 부리다 일방적으로 회담 보류를 선언하고는 그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북 정책에 관여했던 야권 인사들은 우리 정부가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회담 대표로 요구했던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요지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양건 부장은 우리 정부에 대입시킨다면 부총리급”이라 했고, 같은 당의 정동영 의원은 “작은 것에 연연해 기싸움하다 큰 판을 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북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세우라고 했다면 우리는 뭐라 했겠느냐”며 북을 두둔하는 듯한 언사까지 내놓았다. 6년 만의 고위급 대화가 수석대표의 급(級) 문제로 보류된 것은 누가 뭐랄 것 없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남북 대화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남북이 진정 상호 신뢰의 내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잘못된 형식과 틀을 바로 세우려 노력하는 것은 마땅하고 필요한 일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어제 국회 답변을 통해 지적했듯이 대화에는 격(格)이 있으며,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에서 신뢰를 건져올릴 수는 없는 것이다. 회담 대표의 직급을 빌미로 한 북의 전격적인 회담 거부는 그들의 대화 제스처가 닷새 전의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었음을 방증한다. 남북 대화를 대미 선전용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해 준 것이다. 그런 저들을 상대로 신뢰에 기반한 대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하며 인내를 요구하는 과제다. 일희일비할 일도 아니고, 책임론을 꺼내들며 남남 갈등을 유발할 일은 더욱 아니다. 정파를 떠나 북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북은 어제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닫았다. 장마철을 앞둔 개성공단의 시설 관리 등을 생각하면 이들을 회담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는 일이 화급하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다고 실을 바늘 허리에 꿸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대화 재개를 요구하되, 그 과정에서 원칙을 저버려 북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도발-협상-보상’의 남북관계 패턴에 익숙한 저들인 만큼 다시 도발 카드를 집어들 가능성도 안보당국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 정부 “北에 회담 수정제의 안한다”

    정부 “北에 회담 수정제의 안한다”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정부는 12일 북한에 당국회담 성사를 위한 수정 제의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국회담 외 추가적인 회담 제의 가능성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새로운 남북관계와 새로운 틀의 남북대화를 위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리 측이 수석대표로 내세운 통일부 차관과 북한이 내세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 간 당국회담을 북한이 수용한다면 언제든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 수정 제의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로서는 현재의 우리 측 대표단과 북한의 대표단이 변한 게 없다면 언제든지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북한이 먼저 성의 있는 입장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은 북한에 장관급 회담 대표로 김양건(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임) 통일전선부장의 참석을 고집하지 않았고, 다른 정치국 후보위원급 인사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부장이 어렵다면 그 정도의 권한이 있는 다른 정치국 후보위원 중에 한 명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특정인을 고집했다기보다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인사가 나올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대화라는 것은 격이 맞아 서로 수용해야지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는 진실성이 없다”며 “지금까지는 무한대로, 일방적으로 (북한에) 양보했지만 이제는 남북이 격에 맞는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남북 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해 “새로운 남북관계로 가기 위한 하나의 진통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북한도 새로운 남북관계로 가려면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측 판문점 연락관이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쯤 북측 연락관과의 시험통화를 시도했지만 북측은 두 차례 모두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측은 전날 남북 당국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회담 불참을 통보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하루 전에… 6년만의 남북회담 무산

    하루 전에… 6년만의 남북회담 무산

    남북 양측이 11일 당국회담 수석대표 ‘격’(格)을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1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회담이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대화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됨에 따라 남북이 상호 비난전에 돌입하는 분위기라 남북 관계는 당분간 경색될 조짐이다. 하지만 남북 대화를 지지하는 국제적 기류 속에서 남북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냉각기를 거쳐 남북이 다시 남북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측이 우리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으면서 북측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회담 무산 사실을 발표했다. 우리 측은 수석대표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각각 선정해 통보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1시쯤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교환했다. 이후 북측이 우리 측이 제시한 수석대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양측 간 전화 협의로 의견을 조율했지만 타협에는 실패했다. 남북 양측 모두 원래 제시한 수석대표를 고수하며 수정 제의를 하지 않았다. 북측은 이날 저녁 7시 5분쯤 대표단의 파견 보류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북측은 우리 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에 대한 왜곡으로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북측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면서 무산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당국에 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의 이런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남북 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우리측 당국자인 차관의 격을 문제 삼아 예정된 남북 당국 간 대화까지 거부하는 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12일로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은 무산됐지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북한은 지금이라도 당국회담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북은 지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 실무접촉 당시에도 수석대표 급을 놓고 이견을 보여 18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진통 끝에 ‘남북당국회담’으로 명칭을 변경해 12일 서울에서 회담을 열자고 합의했지만 수석대표 급이 발목을 잡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회담을 개최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북측은 그러나 2007년까지 21차례 치러진 남북 장관급회담에 통전부장 대신 내각 책임참사 급을 내보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남북 당국회담 무산’… 정부 “北주장 상식에 안 맞아”

    ‘남북 당국회담 무산’… 정부 “北주장 상식에 안 맞아”

    남북 양측이 11일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格)’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12일 예정됐던 당국회담이 무산됐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남북은 회담이 무산된 것을 두고 서로의 책임이라며 강하게 날을 세웠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을 향해 “상식에 맞지 않는다”, “비정상적이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당국회담이 12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으면서 북한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 9일 실무접촉 이후 우리 측은 관례대로 대표단 명단을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북측은 명단을 동시에 교환할 것을 고집했다”면서 “우리 측은 당국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명단 동시교환을 수용하고 오늘 오후 1시 판문점 남북 연락관 접촉을 통해 명단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회담에 참여할 대표단으로 우리 정부는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 대표로 한 5명의 명단을,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윈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단장으로 한 5명의 명단을 제시해 교환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의 강 국장을 두고 “북한에서는 ‘상급’이라고 주장했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남북 간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위해 우리는 권한과 책임있는 ‘고위 당국자’가 만나서 현안을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에서 ‘장관급’ 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면서 “실무접촉에서도 통일부 장관을 생각하고 있고 북측도 이에 상응하는 수석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요구했음에도 북한은 비정상적이고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게 어려운 인사를 장관급이라고 통보하면서 우리 측에 부당한 조건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측 대표단 명단을 두고 북측에서는 “수석 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합의에 대한 왜곡”이라면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북한측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국민들의 상식과 국제적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이 다른 국가들과 대화를 개최할 때 상대국가와 격을 맞춘 관행이 있고, 격이 맞지 않는다고 대화를 거부한 사례가 없다”면서 “통일부 차관의 격을 문제 삼아 예정된 당국회담 제안까지 거부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지금이라도 당국회담에 나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북관계 단기적 급랭… MB정부 수준 퇴보 우려도

    수석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신경전이 끝내 남북당국회담 무산으로 이어졌다. 추후 논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판문점에 나와 있던 남북 양측의 연락관마저 철수했다. 벌써부터 회담 무산의 책임을 놓고 양측에선 날 선 공방전을 시작한 데다 외교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물러설 여지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지난 6일 북한에서 급작스러운 대화를 제의하기 이전 수준으로 남북 관계가 급랭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부에선 남북 관계가 단절됐던 이명박 정부 수준으로 퇴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대치 국면이 종식돼야 한다는 국제적 기류도 강해 극적으로 대화 국면으로 재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외교는 실리도 중요하지만 체면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도 관례상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으로 대표의 격을 파격적으로 바꿀 수도 없었을 테고, 남북 간의 동격 회담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도 한 차례 더 회담의 격을 강조한 만큼 당국회담의 파국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회담 무산 이후 양측이 서로 비방전을 벌이지 않았다면 잠시 숨을 돌리고 당국회담 날짜를 다시 잡을 수 있었을 테지만, 이미 그 단계는 지났다”면서 “남북 관계의 중재자가 절실한 상황인데 적어도 이달 말 한·중 정상회담 이전까지는 모멘텀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작용이 커질수록 반작용이 증폭되는 것처럼 급격하게 남북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진행되다가 예기치 않게 급브레이크가 걸린 만큼 지난 5년여의 ‘원점’ 단계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南 “김양건 안 오면 차관급” 北 “조평통 국장은 장관급”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 선정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간신히 마련된 대화의 장을 결국 파국으로 몰고 갔다. 남북은 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대표단 명단 문제로 하루 종일 ‘벼랑끝 기싸움’을 이어 갔다. 정부는 북한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내보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명시한 명단을 오후 1시 북한에 전달했다. 북한은 “급이 맞지 않는다”고 즉각 반발했다. 자신들이 장관급으로 여기는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으니 남측도 이에 상응해 류 장관을 수석대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국장과 우리 측 김 차관은 격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은 강 국장을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또 류 장관에 걸맞은 상대는 김양건 부장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의를 제기해도 우리 측은 명단을 바꿀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이 김 부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하자 결국 우리측은 ‘장관급’을 ‘차관급’으로 격하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평통에는 현재 공석이지만 위원장도 있고 부위원장도 여러 명 있는데, 그 하위 직책을 맡고 있는 서기국 국장을 통일부 장관과 같은 급의 인사로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북측은 김 부장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부당한 주장을 철회하는 조건에서만 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결국 북측은 “남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한다”며 “대표단 파견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하고 판문점 연락관을 철수시켰다. 남북회담의 역사를 돌아보면 실무적 차원의 문제나 외적인 요인으로 회담이 개최 직전에 연기되거나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다. 2001년 3월 13일 열기로 남북 양측이 합의했던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전금진 당시 북측 단장이 회담 개최 예정일에 갑자기 ‘나올 수 없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우리 측에 보내 열리지 못했다. 당시 전 단장은 뚜렷한 이유 없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회담에 나올 수 없게 됐다”고 밝혔으나 조지 부시 당시 미국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한 불만 등이 겹친 것으로 분석됐다. 5차 장관급회담은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개최됐다. 같은 해 4월 개최 예정이던 4차 적십자회담도 북측이 회담 장소 등과 관련해 남측에 아무런 통보를 해오지 않는 바람에 무기한 연기됐다가 결국 이듬해 9월 금강산에서 열렸다. 2002년 5월에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가 예정일 하루 직전 북한의 갑작스러운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북한은 당시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언급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공책이 먹혀들고 있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북한이 그동안 유럽연합(EU) 등 상대국과 대화를 할 때 대표의 급이 맞지 않는다며 대화를 거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데스크 시각] 베이징, 랜초미라지, 판문점… 그리고 서울, 평양/박홍환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베이징, 랜초미라지, 판문점… 그리고 서울, 평양/박홍환 정치부장

    중국 베이징에서 미세하게 포착된 한반도 정세의 변화 징후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또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베이징 북·중 접촉, 그리고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휴양지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9일 판문점 남북 접촉을 거치면서 불과 20일도 안 되는 사이에 한반도 정세는 대치 국면에서 대화 모드로 급격히 바뀌었다. 남과 북의 실무 당국자가 활짝 웃으며 악수를 주고받는 모습은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세계의 ‘분쟁 리포터’들이 서울에 몰려들어 당장이라도 로켓포가 떨어질 듯 호들갑을 떨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그 어떤 드라마에도 이 같은 극적인 반전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반전 시나리오’는 이미 우리 주변에 준비돼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초 가장 큰 관심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 한반도 관련국들에 예외 없이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 가져올 한반도 정세의 변화 가능성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밀접한 스테이크홀더(이해당사자)인 남·북·미·중 4개국에 의해 만들어질 ‘새 판’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기억이 새롭다. 앙시앵레짐(옛 체제)과의 작별이라고나 할까. 새로운 리더십은 누구라도 자신만의 독자적 색깔을 과시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기도 했다. 물론 당시 한반도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에 착수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핵무기를 거론하며 더 큰 위협을 장담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거침없었다. 변화에 대한 기대는 신기루처럼 원래부터 허상인 듯했다. 하지만 모르고 있던 사이에 변화의 싹은 이미 자라고 있었다. 무엇보다 북한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권력을 완전히 이양받은 3월 이후 대북 정책의 ‘출구전략’을 모색했다. 특사 파견 요청을 무시하면서 북한을 애태우더니 관영 매체를 동원해 북한의 무모함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는 ‘북핵 공조’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려는 시 주석으로서는 미국과의 대결보다는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베이징에 등장한 김 제1위원장 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표정은 기대에 차 있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떠들썩하게 최룡해의 방중을 보도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지방출장에서 돌아온 시 주석을 어렵게 면담한 최룡해는 밤 비행기에 노구를 싣고 평양으로 조용히 돌아갔다. 돌이켜보면 결국 이 지점이 한반도 정세 변화의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랜초미라지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고립무원’ 상황을 눈치챈 북한은 결국 대화 테이블로 돌아왔다. 박근혜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은 저 멀리 미국 랜초미라지를 돌아 판문점까지 도달했다. 이제부터는 오롯이 우리 몫이다. 그 바람이 12~13일 서울을 거쳐 평양까지 당도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큰 날개를 펴야 할 때이다. stinger@seoul.co.kr
  • [남북당국회담 D-1] 북측, 대남라인 책임 피하기인듯

    [남북당국회담 D-1] 북측, 대남라인 책임 피하기인듯

    지난 9일 판문점 남북 실무접촉이 1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 된 배경에는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있다. 우리 측은 남북회담의 대표로 ‘류길재 통일부장관-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안을 제시했지만, 북측은 “상급 당국자로 하자”고만 했다. 북한에서 회담 대표로 김 부장이 부각되는 상황을 꺼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북한의 태도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일부에서는 김 통전부장을 남측의 장관급으로 해석하지만, 노동당이 내각을 이끄는 북한에서 당 통전부장이자 대남담당 비서를 겸하는 김 부장의 위상은 그 이상이다. ‘부총리급’ 정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1,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경제부총리, 통일부장관, 청와대 수석, 국정원장 등이 배석했지만 북측에선 김 통전부장 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배석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총 21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에서 우리는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반면, 북측에서는 내각 책임참사가 나섰다. 내각 책임참사는 일종의 무임소장관으로 통전부 부부장이 주로 맡았다. 지금껏 통전부장이 공식 남북회담 수석대표로 나선 경우는 없다. 회담의 성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전부의 수장 김양건을 내세웠다가 자칫 정치적 책임을 짊어질 가능성을 대남 라인이 피하려 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2010년 ‘대남 일꾼 물갈이’ 차원에서 대거 숙청된 대남 라인은 군사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가 크게 위축됐으나, 최근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간신히 군부와 세력 균형을 맞춘 상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위상과 실권 모두 통전부장의 격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 “지금은 북한이 아쉬운 상황인 만큼 우리가 처음 장관급회담을 제안할 때 아예 김양건 부장을 못 박았어야 했다. 현안을 타결하려면 김정은을 수시로 독대하는 김 부장을 상대하는 것이 유리한데 (우리 정부가)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장관급회담에서 북측 대표로 나선 내각 책임참사의 격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비난을 정부가 지나치게 의식해 신경전을 벌인 것 같다”면서 “지금은 대표의 급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靑 “당국회담 격 안맞으면 신뢰 어려워”

    靑 “당국회담 격 안맞으면 신뢰 어려워”

    서울에서 12~13일 이틀간 열리는 남북당국회담을 코앞에 두고 북측 대표단 수석대표의 ‘급’(級)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로 내보내는 데 난색을 표하자 청와대는 10일 상호 신뢰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외교안보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국자 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격(格), 그런 것들로부터 신뢰가 싹트지 않겠느냐”면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국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남한하고 협상할 때 그런 격을 무시한다거나 깨는 것은 신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담 대표단 구성 문제에 대해 북측이 성의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공’을 북한으로 돌린 셈이다. 북한이 김 부장보다 직급이 낮은 인사를 보낸다면 국제 기준에 맞게 우리 측도 대표의 급을 낮출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까지도 대표단 명단을 보내오지 않았다. 당국 회담이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김 부장 포함 여부 등을 놓고 남북이 10일 새벽까지 판문점에서 17시간이 넘는 릴레이 협상을 벌인 끝에 발표한 남북당국회담 관련 합의문은 내용도 제각각인 ‘반쪽’ 합의였다. 의제와 수석대표급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남북은 각각 다른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모호한 표현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남측은 회의 초반 김 부장을 북측 수석대표로 지목했지만, 북한이 부정적으로 반응해 두루뭉술하게 문안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회담에 누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정부는 당국회담을 준비하게 됐다. 회담 명칭도 북측의 요구로 시시각각 변해 갔다. 북한은 김 부장 이외의 인물을 내세우기 위해 ‘남북당국회담’으로 명칭을 바꾸자고 제안했고, 이에 우리 측은 ‘남북 고위당국회담’으로 수정 제의했지만 결국 북한의 반대에 부딪혀 ‘남북당국회담’으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관계자는 “수석대표급과 회담 명칭 문제가 연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이날 “북측의 요구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남북관계, 새로운 남북대화의 정립이라는 차원에서 타당하다고 판단해 동의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남북 장관급회담과는 별개의 새로운 남북회담이자 정치적 이벤트를 지양하고 실질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는 새 정부의 달라진 대북정책을 보여 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정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준비과정에서조차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남북당국회담에 ‘새로운 남북대화’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정부는 남북당국회담 장소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 호텔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남북당국회담 D-1] “정부 원칙·국민 여망 감안 회담 철저히 준비해 달라”

    [남북당국회담 D-1] “정부 원칙·국민 여망 감안 회담 철저히 준비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통일부를 중심으로 남북당국회담을 잘 준비하고, 정부가 그동안 견지해 온 제반 원칙과 국민 여망을 감안해 회담에 철저히 준비하고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외교안보장관회의는 북한 미사일 발사 위협 당시인 지난 4월 2일과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빚어진 4월 26일에 이어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는 남북 간 판문점 실무접촉 결과와 후속 대책 등을 논의했고, 북한의 비핵화에 합의한 미·중 정상회담 결과 등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회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일례로 이 수석은 북한이 요구하는 6·15 공동선언과 7·4 공동성명에 대한 남북 공동 기념 문제가 논의됐는지에 대한 기자 질문에 “여러 현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의 모두 발언을 공개하는 평소와 달리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조용하고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지난주 북한이 제안했던 당국 간 회담을 수용해 앞으로 남북 간 회담이 발전적으로 잘 진행되기 바란다”는 한마디 외에는 이렇다 할 언급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른바 ‘깨알 지시’를 내놓던 여느 수석비서관회의 때의 모습과 대비된다. 남북당국회담에 참여하는 북한 측 대표단이 박 대통령과 만날지 여부나 향후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면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는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부담감도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담 성과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오히려 우리 사회 내부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혼선을 차단하기 위해 창구를 통일부로 일원화하는 ‘창구 단일화’ 방침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남북 간 판문점 실무접촉이 길어지자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도 새벽까지 대기했으며, 박 대통령 역시 관저에서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남북 장관급회담 실무접촉] 남북 수석대표는 40대 ‘南男北女’

    남북은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한 당국 간 실무 접촉의 대표 얼굴로 각각 40대의 ‘남남(男)북녀(女)’를 앞세워 눈길을 끌었다. 북측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에서 유일한 여성 부장인 김성혜(48)를, 남측은 ‘회담 베테랑’으로 꼽히는 천해성(49)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김일성대 출신으로 알려진 김 부장은 북한에서도 금녀의 벽을 허문 대표적인 ‘여성 대남(對南) 일꾼’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꾸준히 남측과 접촉 경험을 쌓아왔다. 1964년생인 천 실장보다는 한 살 적다. 두 사람 모두 과거 여러 차례 회담 수행원으로 참여해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장은 2005년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개최된 제15·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수행원으로 참가했다. 서울에서 열린 15차 회담 때는 강렬한 흰색 정장 패션으로 모습을 드러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에는 6·15 남북 당국 공동행사의 보장성원(안내요원)으로 활동했고,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측 특별수행원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11년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방북해 조문했던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개성에서 직접 영접하기도 했다. 북측이 남북 장관급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접촉 대표로 여성을 앞세운 건 남측과의 대화를 부드럽게 풀어 나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천 실장 역시 2005년 제15·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수행했다. 그후 통일부 인도협력국장, 대변인,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대표 등을 두루 경험했다. 온화한 ‘영국 신사’ 이미지가 강한 그는 2년 5개월간 대변인을 맡을 정도로 친화력이 높다. 북측 대표단 일원인 황충성·김명철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회담 경험을 갖고 있다. 1973년생인 황충성은 2010년 남북적십자 회담 보장성원, 2009년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 간 제1∼3차 실무회담 대표로 남북 간 대화에 참여했다. 1960년생으로 북측 대표단 중 가장 연장자인 김명철은 2002년 개성공단 실무협의 대표 등을 지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남북 장관급회담 실무접촉] 개성공단 등 의제별 치열한 ‘전초전’… 대표단 규모 남북 5명씩 구성될 듯

    남북이 9일 판문점 실무 접촉에서 ‘12일 서울 장관급 회담 개최’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2007년 5월 서울에서의 제21차 남북 장관급 회담 이후 꼭 6년 만에 재개되는 장관급 회담에 이목이 쏠린다. 남북 당국 모두 첩첩이 쌓인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기조인 만큼 이번 22차 남북 장관급 회담은 의제별로 치열한 후속 회담을 예고하는 전초전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식 대표단 규모는 과거 전례대로라면 장관급인 수석대표를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단에는 통상 경제·문화 등 유관부처 차관도 포함된다. 우리 측의 경우 수석대표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꼽힌다. 북측 수석대표는 유동적이다. 북한의 경우 제20·21차 수석대표로 우리의 국장급인 내각 책임참사를 내보내 회담 비중과 격(格)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태도를 보여왔다. 북측이 남북대화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나 그에 걸맞은 인사가 수석대표로 나와야 한다고 우리 측은 주장하고 있다. 장소는 경호와 보안 등을 고려한 전례에 따라 서울 강북 지역의 특급 호텔이 회담장 및 숙소로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은 2000년 7월 첫 장관급 회담이 개최된 장소로, 2002년 7차, 2003년 11차, 2004년 13차 회담 등 모두 4차례로 가장 많이 이용됐다.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도 두 차례 이용됐고, 2007년 5월 마지막 회담은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바 있다. 핵심 의제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 6·15 및 7·4 남북공동성명 41주년 공동 기념행사 등이다. 지난 4월 3일 북측의 일방적 통행제한 조치로 잠정 폐쇄된 개성공단은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 문제와 제도적인 재발 방지책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남북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큰 의제가 아닌 만큼 신속한 타결의 접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측이 몰수한 남측 자산의 원상복구, 그리고 북측의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의 제도적 확약이 관건이다. 2010년 11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문제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최우선 의제로 상정해 온 만큼 속전속결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8·15 광복절이나 추석 전후 상봉이 이뤄질 수도 있다. 아울러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의제화 여부도 주목된다. 올해 발표 13주년인 6·15 공동선언의 경우 남북의 공동 기념행사가 성사되기에는 시일이 촉박하고 41주년인 7·4남북공동성명 기념행사의 경우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실무회담 의제로 유지될 수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北, 한·미·중의 북핵 불용 의지 직시하라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제 판문점에서는 남북 실무 당국자 6명이 만나 12일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 방안을 논의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첫 회동을 갖고 북한 비핵화 원칙에 의견을 같이했다. 2년 4개월 만의 남북 간 접촉이 한반도 정세 변화를 견인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국이 펼쳐진 셈이다. 예견되기는 했으나 미·중 두 정상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합의라고 할 것이다. 특히 그동안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당사국의 냉정한 대응’을 되뇌며 북측에 힘을 실어줬던 중국이 이런저런 조건을 달지 않고 북핵 불용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은 시진핑 체제의 달라진 중국을 보여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북핵에 대한 인식과 대응에 있어서 두 정상 간 온도 차가 회담에서 노정된 측면도 없지 않다. 두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 톰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양국 모두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며 북핵 저지를 위한 공조 의지를 거듭 다짐한 반면 중국 언론을 상대로 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브리핑에선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점 등이 그 예다. 나아가 6자회담 재개 등 북핵 저지를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 두 정상이 의견을 달리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두 나라의 북한과의 태생적 관계가 현격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기류 차보다는 미·중 양국이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대원칙을 거듭 확인했다는 데 더 무게를 두는 것이 합당한 인식일 것이다. 이제 북핵 논의의 향배는 북한의 ‘성의 있는 자세’와 6자회담 재개의 선후(先後)를 조정하는 문제로 전개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비핵화를 위한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반면 북한은 향후 남북 간 대화의 진전 상황을 내세워 북·미 대화를 압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은 이들 양자 사이에서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핵 해법 모색을 주장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어느 길을 택하든 그 목적지는 북핵 폐기다. 그리고 이는 남북 화해의 대전제이며, 북한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북한 당국은 대화 제스처로 개성공단 재가동 등 자신들이 내심 원하는 방안은 관철하고, 다른 한편으로 핵 개발의 시간을 벌려는 미몽을 떨쳐야 한다. 북은 모쪼록 새롭게 출발하는 남북 대화를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로 향하는 대장정의 출발점으로 삼기 바란다.
  • [남북 장관급회담 실무접촉] ‘판문점’ 확정후 긴박했던 주말… 회의대표 ‘국장 → 실장급’ 격상

    [남북 장관급회담 실무접촉] ‘판문점’ 확정후 긴박했던 주말… 회의대표 ‘국장 → 실장급’ 격상

    남북은 9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실무접촉을 위해 주말 동안 긴박하게 움직였다. 개성에서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을 열자는 북측의 제안에 대해 지난 7일 우리 측이 장소를 판문점으로 변경하자는 수정 제의를 했을 때만 해도 북한은 즉각 호응해오지 않는 등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서울 남북 장관급 회담’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개성을 제시했던 북한이 이 문제로 우리 측과 기싸움을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은 다음 날인 8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갖자는 우리 측 수정 제안에 동의한다고 밝혀왔다. 이에 정부는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를 중심으로 곧바로 실무접촉 준비 체제에 들어갔다. 북측의 예상 전략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우리 측의 대응 논리와 전략을 협의했다. 또 12일 예정된 장관급 회담 장소와 교통편, 숙소 물색에도 나섰다.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되는 만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기관과도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회담 대표로는 당초 배광복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회담기획부장 등 국장급 인사들이 검토됐으나 북측과의 포괄적인 논의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장보다 직급이 높은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최종결정했다. 통일부 출입기자들이 대표단과 동행해 실무접촉 상황을 취재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정부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공동취재단을 구성하지 않았다. 수석대표인 천 실장도 9일 오전 판문점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끼는 등 최대한 조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긴박하게 급변하는 상황만큼이나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남북 장관급회담 실무접촉] 오전 10시부터 수차례 마라톤 협상… 수석대표·의제 놓고 신경전

    [남북 장관급회담 실무접촉] 오전 10시부터 수차례 마라톤 협상… 수석대표·의제 놓고 신경전

    서울에서 12일 개최되는 남북 장관급 회담 의제에 대한 합의문을 내기 위해 남북은 9일 자정 넘어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2011년 2월 제39차 남북군사실무회담 이후 2년 4개월 만에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남북은 온종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등 남북 대표단은 오전 10시 15분부터 자정이 넘도록 30분~1시간 간격으로 7차례 이상 연쇄 접촉을 갖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자칫하면 모처럼 합의한 남북장관급 회담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협의 내용은 최종 발표시까지 철저히 보안에 부쳐졌다. 실무접촉 첫 전체회의가 열린 오전만 해도 남북 대표단은 날씨를 주제로 짧은 환담을 나누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천 실장이 “더운 날씨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고 첫 인사를 건네자 북측 김성혜 부장은 “몇 년 만에 진행되는 회담입니다. 더운 날씨든 추운 날씨든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황 끝에 성사된 첫 만남의 분위기는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잘해보자’는 의지가 역력했다. 쉽게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수석대표회의가 회를 거듭할수록 남북장관급 회담 의제 등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됐다. 남북은 오전 전체 회의 이후 잠시 점심 식사 시간을 갖고 오후 2시부터 1차 수석대표회의를 시작해 1시간 만에 종료했다. 이 자리에선 앞선 오전회의에서 각기 모두발언을 통해 제기한 주장에 대한 1차 의견접근이 시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오후 수석대표 접촉에서 오전 회의를 통해 밝힌 입장을 되풀이해 우리 측 대표단을 난감하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이미 불허 입장을 밝힌 6·15공동행사 개최를 이번 장관급 회담 의제로 넣기 위해 기싸움을 벌인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또 우리 측이 장관급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자 북측이 난색을 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어진 2차·3차 수석대표회의는 시작한 지 모두 30분 만에 종료됐다. 접촉이 단타성으로 이뤄진 점에 비쳐볼 때 이 시점부터 합의문을 놓고 양측 당국으로부터 훈령을 받는 과정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서로가 합의문 문안을 주고받았다”면서 “합의문에는 조금씩 우리 표현과 북한 표현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단의 수석대표로 누가 나설지를 놓고도 의견이 조금씩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오기를 희망했지만, 북측은 이 보다 급이 낮은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 등을 지목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정상화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각 분야의 의제를 실질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대표단 참석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관계자는 “이번 장관급 회담은 지금까지 정치적 결정만 내리고 실질적 협의는 다른 회의체로 넘겨온 장관급 회담과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의제에 따라 대표단 규모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남북 ‘12일 서울서 장관급회담’ 최종 합의

    남북 ‘12일 서울서 장관급회담’ 최종 합의

    남북이 오는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우리 측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북측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을 각각 수석대표로 한 남북 실무 대표단은 9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장관급 회담을 위한 접촉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하지만 장관급 회담에서 다룰 세부 의제에 대해 남북 대표단은 14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할 정도로 진통을 거듭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낮 브리핑에서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은 합의된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면서 “그동안 전화통지문 교환이나 방송을 통해 이미 (합의)된 것으로, 이는 기본적인 전제”라고 밝혔다. 양측은 오전 회의와 오후 수석대표 접촉에서 장관급 회담의 의제와 장소, 대표단의 규모와 체류 일정, 이동 경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6일 조평통 특별담화문에서 밝힌 것처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문제를 협의할 당국 간 회담 개최, 6·15 및 7·4 남북공동행사 개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남측 기업인 방북 허용 등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이에 더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이행을 위한 비핵화 문제를 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관급 회담 일정은 하루 이상(최소 1박 2일)으로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회담 관계자는 “서로 큰 충돌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의제 설정 문제로 회의가 길어졌다”며 “상대 주장에 대해 ‘도저히 못 받겠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취임 후 세 번째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의 남북관계 변화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안보장관회의에는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에서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정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남재준 국정원장이 참석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남북당국회담, 절충 쉬운것부터 하나씩 해결하겠다”

    “남북당국회담, 절충 쉬운것부터 하나씩 해결하겠다”

    정부는 오는 12∼13일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당국회담’에서 “의견 절충이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10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실무접촉 관련 브리핑에서 “1박2일의 일정이 과거의 장관급·고위급 회담 때보다 짧지만 실질적인 협의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건설적인 방향에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시급한 현안을 집중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천 실장은 “남북당국회담 한번으로 주요 남북 현안이 모두 협의되고 타결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남북 양측이 ‘남북당국회담’으로 회담 명칭을 변경키로 한 것과 관련, 천실장은 “북한측이 먼저 명칭 변경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남북당국회담은 기존에 21차까지 열렸던 장관급 회담과는 별개의 회담”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남북관계, 새로운 대화 차원에서 타당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 실장은 “수석대표의 급과 의제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면서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통일전선부장 간의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가 나갈 것이고, 북측도 이에 상응하는 회담대표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김양건 통전부장의 참석을 기대했다. 우리 정부가 6·15, 7·4 공동선언 기념행사 등의 의제 명문화에 반대한 것에 대해서는 “의제를 일일이 열거해 범위를 제한하기보다는 당면하게 긴급히 해결할 문제로 포괄적으로 표현하는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천 실장은 북측 대표단이 서울 방문 기간중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실무접촉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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