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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 vs 변호사 승자는?

    인공지능(AI)이 인간 변호사와 짝을 이뤄 법률 대결을 펼친다. 오는 29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리는 ‘알파로 경진대회’에서다. 알파로 경진대회 준비위원회는 26일 서울 서초구 나우리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회의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전후반 20분씩 진행되는 대회에서는 3종의 근로계약서를 분석한 뒤 내놓은 자문 결과를 비교 평가하게 된다. 총 10팀이 출전한다. 이 중 2개 팀은 변호사와 AI가 한 팀을 이루는 혼합팀이다. 이에 맞서는 인간팀은 8팀으로 변호사 1명 또는 2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대회의 핵심은 인간과 AI의 ‘경쟁’이 아닌 ‘협업’이다. AI가 분석한 내용을 전문가가 보완하면 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대회는 난이도 ‘중’(A4 1~2쪽 분량) 수준의 근로계약서 2종을 20분 동안 분석한 뒤 10분을 쉬고 다시 난이도 ‘상’(3쪽 이상 분량)의 근로계약서 1종을 20분 동안 분석하고 자문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대회에 출전하는 AI는 국내 업체가 개발한 ‘계약서 분석 인공지능’(일명 C.I.A.)이다. 근로계약서와 비밀유지계약서 내용을 분석해 10초 내에 문제점을 뽑아낼 수 있고 계약서 조항별 위험 요소와 관련된 법령, 판례 등을 제공한다. 이렇게 1차로 걸러진 내용을 AI와 한 팀을 맺은 변호사가 다시 검토한 뒤 오류를 보정하게 된다. 이명숙(변호사) 대회 심사위원장은 “미래 법률가의 능력은 AI를 얼마나 잘 운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납세자 권리구제 위한 조세심판원의 노력/안택순 조세심판원장

    [월요 정책마당] 납세자 권리구제 위한 조세심판원의 노력/안택순 조세심판원장

    근대 자본주의의 역사는 세금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헌법 제59조는 “조세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한다. 조세법률주의는 입법의 기본 원리일 뿐 아니라 행정·사법에서도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이다. 조세분쟁에서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법원에만 맡기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법원 소송은 비용이 많이 들고 최종심까지 평균 4년가량 걸린다. 소송에서 이겨도 이긴 게 아니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납세자 권리구제의 신속성·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1975년 조세심판원의 전신인 국세심판소가 설립됐다. 2008년에는 심판 범위를 종전의 내국세·관세뿐 아니라 지방세까지 포함시켰다. 행정부 내 조세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세제실), 징세행정을 하는 국세청, 권리구제를 하는 조세심판원 등을 독립적으로 두고 견제·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을 마련해 부당한 세금 부과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법원에서는 양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판결에 승복하지 않으면 상급 법원에 제소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에서는 납세자 주장이 맞다고 인용 결정하면 과세 관청은 즉시 따라야 한다. 부당 과세로 침해된 납세자의 권리가 신속히 구제된다. 조세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감사원에도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으나 납세자의 90%가 조세심판원을 선택한다. 조세심판원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최고의 세금 재판소다. 2008년 국무총리 소속으로 조세심판원이 설립된 뒤 조세심판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08년 5244건이던 청구 건수는 2018년 9083건으로 73% 증가했다. 청구 세액은 같은 기간 2조 792억원에서 6조 6115억원으로 218% 불어났다. 인용 세액도 4511억원에서 1조 2157억원으로 169% 상승했다. 조세심판 수요 증가에 발맞춰 조세심판원은 납세자 권리구제를 강화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0월부터 표준처리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심판청구 당사자에게 최소 세 차례의 공격·방어 기회를 부여해 180일 이내에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심판청구 뒤 처분청(행정 심판의 상대방) 답변서가 오면 이를 청구인에게 송부하고 2주간의 항변서 제출 기간을 준다. 청구인의 항변서가 제출되면 이를 다시 처분청에 송부하고 2주간 추가 답변서 제출 기간을 준다. 지난 3월부터 심판 청구부터 결정서 발송까지 총 23개 항목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납세자가 사건진행 중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에는 전자심판제도를 도입했다. 종전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만 가능하던 심판청구서, 항변서 및 각종 증거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접수할 수 있게 했다. 일부 판례만 공개하는 법원과 달리 모든 심판 결정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심판관들이 심리할 때 보는 사건조사서를 심판 청구 당사자에게 사전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 조세심판원에서 납세자 권리를 구제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주장·입증 기회를 확보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기를 희망한다. 현재 한 건당 평균 심리 시간은 8분 정도다. 사건의 92%가 한 차례 심판관회의로 종결된다. 소명 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조세심판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판 절차와 조직을 정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납세자가 희망하는 경우 1차 회의 때 미진했던 주장과 입증 자료를 다음번 회의에서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표준처리절차를 시행해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6개월 이내에 처리하고 사실·법령 관계가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도 1년 이내에는 마무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납세자들의 권리를 최대한 구제할 계획이다.
  • 충북교육청, 제자와 성관계한 여교사 징계위원회 개최

    충북교육청, 제자와 성관계한 여교사 징계위원회 개최

    충북도교육청이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20대 여교사의 징계위원회를 23일 열어 징계수위를 의결했다. 하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이날 “교육공무원 징계령 18조와 19조에 따라 회의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또한 당사자와 대리인(변호사)이 이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해 공개할수 없다”고 밝혔다. 미혼인 여교사는 부적절한 관계를 한 사실이 최근 확인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A교사의 중징계를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파면, 해임, 강등, 정직이 중징계에 해당한다. 학교측 요구로 수사를 벌인 경찰은 A교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윤리적 문제는 있지만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져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성관계 대상이 13세 미만이면 형법상 미성년자의제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학생 나이가 이보다 많다. 13세 이상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성인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지만 경찰은 대법원 판례 등을 검토한 결과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18세 미만인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단독] 조국 “성매수 남성 범죄인 단정은 과도”…2003년 논문서 성 구매자 처벌 반대했다

    [단독] 조국 “성매수 남성 범죄인 단정은 과도”…2003년 논문서 성 구매자 처벌 반대했다

    “단순 성기·알몸 노출, 공연음란죄 아냐” 2002년 논문서도 당시 보수 인식 드러나 曺, 사노맹 사건 이후 공권력 과잉 반대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발표한 논문에서 “성매수를 한 남성을 범죄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공권력 과잉에 반대하는 조 후보자의 성향이 보수적인 성인식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2003년 발표한 ‘성매매에 대한 시각과 법적 대책’이라는 논문에서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범죄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논리”라며 “성매매의 맥락과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성 구매 남성 일반을 바로 범죄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과 선택적 법집행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조 후보자는 “성매매 행위자 쌍방을 ‘범죄인’으로 규정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을 만드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여성주의와 민주주의 형사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또한 그 효과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직전, 찬반 논란이 팽팽하던 시기에 조 후보자는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에 반대한다는 비교적 명확한 견해를 밝힌 셈이다. 또 조 후보자는 잡지 ‘사회비평’이 2001년 주최한 좌담회에서 사회자로 나서 원조교제를 한 남성만 신상을 공개하고 처벌하는 것을 비판했다. 이는 원조교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성가족부가 성매수자와 성폭력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2000년 2월 국회를 통과한 이듬해 나왔다. 당시 조 후보자는 “현재 미성년자 성 판매자에 대한 제재는 여성단체가 강력히 반대를 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책임은 남성에게 있다는 환원론적 입장으로 청소년 성 판매자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단체에서는 미성년의 성매매나 성년 간의 매매춘이나 뿌리로 가자면 결국은 남성의 지배문화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고 여성들이 몸을 파는 것도 결국은 모두 남성 때문이라고만 선언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원조교제를 한 남성의 경우 미성년자를 강간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신원공개가 되고 있는데 이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또 미성년자의 성보호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성을 파는 10대도 일정한 법적·도덕적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2002년 한국형사판례연구회를 통해 발표한 논문인 ‘공연음란죄의 내포와 외연’을 통해 알몸을 노출한 사람을 공연음란죄로 처벌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단순한 성기 알몸노출이나 알몸 질주만으로는 공연음란죄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람의 성욕을 명백하게 자극·흥분시키거나 성적 수치심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 예컨대 동성·이성간 성행위 또는 자위행위가 공연음란죄의 기본적 규율 대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가 이처럼 성범죄 처벌에서 보수적으로 보이는 의견을 낸 데는 과잉 공권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1993년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동맹(사노맹) 사건으로 실형을 받았던 조 후보자가 과잉 공권력에 대한 반감을 성범죄 시각에 일부 투영했을 것이란 뜻이다. 조 후보자는 그간 여러 차례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4회]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양승태 법정서 불거진 ‘매춘’ 설전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4회]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양승태 법정서 불거진 ‘매춘’ 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 23차 공판 지상중계檢, 위안부 재판 검토 보고서 내 ‘매춘’ 표현 문제 삼아보고서 작성 판사 “일본 주장을 그대로 적은 것일 뿐”“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일부 표현만 문제 삼아 유감”일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전범기업의 개인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한 일본의 경제보복과 이에 맞서는 정부와 국민들의 대응으로 올해 광복절은 더 뜨겁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1400회째 수요시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만여명이 참석했다. 마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 겹쳐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달궈졌다. 그리고 같은 날,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놓고 청와대·정부와 이른바 ‘재판 거래’를 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법정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매춘’ 표현을 두고 설전이 오갔다.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3회 공판에서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조모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한 외교부 입장을 대법원에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동안 조 부장판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6년 1월 4일자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 관련 검토’ 보고서다. 조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임 전 차장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소부 판결”이라면서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고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의 여러 쟁점사항을 설명해 주면서 “(원고들이 승소하기) 어려운 사건 아니겠느냐”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특히 임 전 차장은 주권면제(국가간 주권은 평등하므로 국가와 그 재산이 일반적으로 다른 국가의 집행관할권에 속하지 않는다는 법 원칙), 통치행위, 한일 위안부 합의, 소멸시효 등을 핵심 쟁점으로 언급했고, 이러한 취지에 맞춰 조 부장판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도 부정적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 부장판사는 “일단 사건을 검토해보니까 강제징용 사건과는 달리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주권면제 원칙상 다른 국가가 한 국가를 법정에 세울 수 있냐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자료를 검토했고 그 부분이 해결되지 못하면 나머지 부분은 사실 각론적인 부분이어서 자료 정리하면서 (임 전 차장이) 말씀하신 내용이나 또 보좌하는 입장에서 반대되는 판례나 견해나 그런 들을 같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前심의관, 위안부 관련 보고서에 ‘매춘’ 단어…검찰 “부적절한 것 아니냐” 특히 보고서 가운데 한 단어가 논란이 됐다. 보고서 말미 ‘향후 심리 및 결론 방향에 대한 검토’ 부분에 ‘문제점’을 다룬 내용 가운데 ‘1. 현재 통설인 제한적 면제론에 의할 때, 일본의 일본군 동원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인지, 상사적(매춘) 행위인지, 일본이 국가면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이 아직 명백하지 아니한 상태임 → 반드시 국가면제에 해당하여 재판권 없음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음’에 등장한 ‘매춘’이라는 단어였다. 검찰은 먼저 “매춘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당시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임종헌의 지시였나, 아니면 증인이 직접 판단해서 사용한 것인가”를 물었다. 조 부장판사는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어 “이게 주권행위라고 보면 참 딜레마인데 지금 일본이 국가적인 주권행위가 아니라 상사(商事)적 행위라고 계속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데 주권행위를 부인해야 재판권이 인정되는 것이고 주권행위라고 인정하면 또 재판권이 없어지는 그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래서 제가 직접 기록을 본 것은 아니지만 관련 논문을 보니까 당사자들도 재판권 자체를 판단할 때는 그게 상사적 행위냐, 주권적 행위냐가 명백하지 않으면 일단 재판권을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로 나와있었고 그래서 일본의 주장이 그러하면 재판권이 없다고 각하할 것이 아니라 본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기재한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것을 어떻게 위안부 피해자들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검찰은 “보고서 각주를 보고 논문을 다 찾아봐도 상사적 행위인지, 주권적 행위인지에 대한 논쟁이 검토된 부분은 있지만 상사적 행위를 매춘이라고 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래서 이 표현이 생경해서 임 전 차장이 지시한 것인지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장판사는 “그런 구체적 표현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위안부 피해를 알린 처음 세상에 알린 이후로 8월 14일 오늘이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됐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해당 법률이 통과돼 국가기념일로 법적으로 확정됐다. (위안부 문제는) 국민적 합의 내지 국가적으로 역사적 평가를 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매춘이라는 표현은 이와 달리…” 이 때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인이 말을 했는데 추가적 질문을 장황하게 하는 게 의미없다”며 말을 가로막았다. 재판부는 “질문 내용을 들어봤으면 한다”며 검찰에 다시 질문을 이어가라고 했다. 검찰은 “매춘이라는 표현은 이와 달리 귀책사유 또는 고의가 인정되는 표현인데 이런 표현을 현직 법관인 증인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사용했는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조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보고서 괄호 안 표현 하나를 계속 짚어서 말씀하시니까 마치 위안부 피해자 분들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자꾸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을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말… 제가··· 그 보고서의 전체적인 방향을 보시면 일본이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재판권을 인정할 여지가 있는지에 집중한 것이고 재판권이 있다고 하면 일본이 국가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게 전시 국가적으로 피해자를 동원한 행위라고 하면 할수록 주권면제의 대상이 돼 재판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일본 주장이라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서 재산권을 인정할 여지가 없을까 그 부분을 보고서의 전체 방향이 그런 것이지… 그래서 그 이후에도 각하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공시송달을 해서 일본을 우리가 법정으로 불러낼 방법이 있는지 국제법적으로나 민사소송법상 각하해야 한다고 해도 일본의 그런 범죄에 해당하는… 국가적으로도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것을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서 기재한 것이고 그러한 전체적인 방향에서 보셨으면 그러면 이해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현직 판사 “전체적으로 재판권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맥락을 봐달라” 억울함 호소 조 부장판사의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당혹스러움과 억울함이 역력했다. 쟁점을 정리하면서 위안부가 국가적으로 동원된 것이 아닌 상업적인 목적으로 운영된 것이라는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담아 쟁점별로 재판권이 어떻게 인정될 수 있는지를 정리한 것인데 그 괄호 안 단어 하나로 자신이 마치 위안부 피해자들이 매춘을 했다고 표현한 것으로 공격을 받자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조 부장판사가 답변을 마치자마자 “기본적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하고 검사의 질문이 뭐가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고 제3자 지시를 받은 게 아니라고 증언한 이후에도 거기에 대해 증인에게 이런 식으로 묻는 것은 형사소송규칙 74조 2항 1호에서 금지하는 ‘모욕적 신문’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공소사실과의 관계에 비춰봐서 물어볼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인이 이 보고서를 임 전 차장의 대외적인 공보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작성했다고 증언했는데 이게 만약 대외적 공보자료라면 임 전 차장의 입장에서는 ‘상사적 매춘행위’ 이런 부분을 대외적으로 언론에 얘기하는 것은 매우 실언일 수 있고 부적절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증인이 실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임 전 차장의 대외적인 공보활동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 맞나? 그렇다면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 같아 질문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이 표현을 언급했다. 조 부장판사는 언론에 직접 건네지는 보도자료가 아니라 언론을 비롯해 대외적으로 관련 문의가 왔을 때 임 전 차장 등 법원 관계자들이 보고서를 검토한 뒤 자신의 입장을 말할 수 있도록 정리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부장판사는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저기 저 부분(매춘)을 형광펜으로 쳐서 말씀하시니까 그렇게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처럼 질문을 하시는데 그것이 아니라 재판권을 인정하려면 일단 일본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인지, 우리나라가 주장하는 것이 사실인지 불분명하다면 재판권은 일단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에서 기재한 것이다. 전체적인 방향을 보지 않고 그 문구 하나만을 보시고 질문하실 때는 굉장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검찰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며 약 15분 남짓 이뤄진 설전을 멈춰세웠다. 그러나 오후 재판에서도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몇 차례 이 보고서가 도마에 올랐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을 통해 조 부장판사에게 “증인은 일제의 위안부 동원 행위의 성격을 상사적 행위라고 생각한 적이 전혀 없으시죠?”라고 물으며 그의 입장을 거들었다. 조 부장판사는 “당연히 없다”고 답했다. 또 이 보고서가 사건이 계류된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에 전달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재판부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냐고도 물었고 여기에도 조 부장판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병대 측 반대신문 질문 딱 하나… “박병대 강제징용 판결 관여한 사실 알았나”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례적으로 반대신문에서 딱 한 가지 질문만 증인에게 건넸다. “증인은 심의관으로 지시받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이 사건으로 검찰에서 장기간 조사를 받고 관련 사건 재판에서 증언하고 다시 이 사건에 증인으로 채택돼 박병대 피고인과 변호인은 미안한 마음이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좀 있지만 딱 한 꼭지만 물어보겠다. 증인이나 다른 기조실 심의관들은 (검찰이) 문제삼는 보고서 작성 당시 박병대 피고인이 강제징용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들 중 한 명이란 사실을 알았나?” 박 전 대법관은 2012년 강제징용 사건을 처음 파기환송한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에 속해있었다.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사건으로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박 전 대법관은 이미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인 만큼 재판 거래를 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질문으로 해석된다. 조 부장판사는 변호인의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이후 검찰의 재주신문 과정에서 조 부장판사는 다시 한 번 심경을 호소했다. 검찰이 “보고서 맨 마지막 부분에 보면 ‘국민적 비판이 예상되니 국가(주권)면제 해당 여부, 반인권적 행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 전제로 위안부가 일본의 조직적 행위, 반인권적 행위라는 걸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여론을 악화하도록 검토’라는 부분이 있다. 판결 이외의 내용을 검토한 것인가?”라고 묻자 조 부장판사는 “그런 식으로 됐으면 좋겠다라는…보고서를 쓰다가 생각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그 보고서를 쓸 때는 저도 막연히 당연히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억울할 것 같고 검토를 해보니 재판부가 인정하기는 어려운 사건이고… 그러면 이 분들은 어떻게 하면 한이 풀릴까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렇게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고… 제 생각을 아셨으면 좋겠고 혹시라도 나중에 지금은 뭐 행정처에서 공보 목적으로 하지만 나중에라도 재판하게 될 수 있는데 이런 내용을 기록하고 기억하면… 차장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 제 생각을 담았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시중은행들 파생상품 대규모 손실에 ‘비상’

    우리·하나은행 새달부터 만기 도래 일부 투자자, 불완전판매 소송 준비 독일과 영국 금리에 연계된 파생금융상품이 대규모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당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국내 영업 부문장이 주도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파생상품 손실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문제가 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의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파생결합펀드(DLF)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인 -0.2%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4∼5%대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금리가 -0.3%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을 입는다. 우리은행이 이 상품을 판매한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2% 수준이었으나, 6월부터 원금 손실 구간까지 내려갔다. 우리은행은 해당 상품 1250억원어치를 팔았으며, 다음달 19일부터 연내에 모두 만기가 도래한다.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F는 미국 국채 5년물·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에 연동돼 있다. 판매된 상품 가운데 손실 구간에 접어든 일부 상품의 만기가 다음달 말 도래한다. 현재 잔액은 3900억~4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런 손실 우려가 제기되자 금융 당국은 실태 파악에 나섰다. 또 한 법무법인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팔면서 고객들에게 제대로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불완전판매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같은 상품이어도 투자자의 재산이나 투자 경험, 나이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10년 서울중앙지법은 역외펀드를 불완전 판매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한 투자자 가운데 경영학과 교수나 여러 차례 역외 펀드나 선물환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3명에게는 금융사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불완전 판매로 인정되더라도 투자자는 피해액을 전액 배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 투자자도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리얼돌’은 인형이라 괜찮다고요?…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

    요즘 ‘리얼돌’이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된 리얼돌 수입을 금지한 세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지난 6월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리얼돌은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후 한 리얼돌 판매 대행업체가 ‘사용자가 원하는 얼굴로 리얼돌 얼굴을 제작할 수 있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여성들은 분노했고,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청원 시작일로부터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얼돌을 찬성하는 남성들은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은 단순한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고, 리얼돌을 사용하는 개인의 성적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는가 하면, 실제 인물의 얼굴이 아닌 리얼돌은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얼돌의 모사 대상으로 표적화된 여성들은 일상에서 여성들이 성적 대상화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남성다운 일’로 여기고 일종의 놀이로 소비하는 사회에서 리얼돌은 단순한 인형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두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와 윤지선 작가 겸 독립연구자를 통해 리얼돌 논란을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리얼돌 금지가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요?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한 인천지법(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전체적인 모습에서 실제 여성의 신체 부위와 비슷하게 형상화돼 있다”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법(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취소하며 다음 헌법재판소 판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성기구는 인간이 은밀하게 행하기 마련인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런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 이를 근거로 리얼돌의 금지는 개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성적 자유를 침해받는다는 그 ‘개인’이 누구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즉 여기서 ‘개인’은 남성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 윤김지영 교수의 말입니다. “성적 욕망의 주체를 남성으로만 설정하고 있는 남성 지배 문화를 생각해야 합니다. 여성은 남성의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신체 형상이 남성에게 특화된 성기구로 전락한 이 위계적 현실이야말로 여성들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사람의 형상 전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신체를 폄하하고 상품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신체의 고유한 속성이 파괴되는 것을 볼 때 그것이 내 신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더라도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인간의 은밀하고 사적인 성 활동과 성기구 사용에서도 인간 신체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있고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부각된다면 타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국가가 엄연히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얼돌이 여성용 성기구와 차이가 없다고요? 리얼돌 수입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국내 업체는 리얼돌이 “여성의 성기 모습을 단순화한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기능적인 측면에 중점을 뒀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얼돌 논란을 다룬 기사들에서도 ‘여성용 성기구가 있는 것처럼 리얼돌도 남성용 성기구에 불과하다’는 댓글이 상당수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여성용 성기구인 ‘딜도’와 리얼돌은 같을 수 없다고 윤김지영 교수는 지적합니다. “딜도는 남성 성기와 유사한 모양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색상과 조명, 바이브레이션(떨림) 기능, 온도조절 기능, 자동세척 기능 등을 갖추면서 남성의 신체 형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바이브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여성용 성기구는 리얼돌이 추구하는 인간 신체 형상의 완벽한 재현과는 거리가 멉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남성용 자위기구는 여성 신체와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가격대가 높아지는 반면 여성용 자위기구는 남성 성기가 갖지 않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가격대가 높아진다”면서 “이런 차이를 통해서도 여성의 성기구는 남성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남성용 성기구인 리얼돌은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력, 통제력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성기구는 인간의 성적 감도를 다각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인간 형상의 사실적인 모사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 “리얼돌은 여성의 성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여성이라는 존재를 성적 기능으로 환원하고,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여성을 인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실제 인물의 얼굴을 하지 않은 리얼돌은 괜찮다고요? 특정인의 얼굴로 리얼돌을 만들면 초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리얼돌을 판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얼굴 주문 제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제 인물의 얼굴로 제작하지 않은 리얼돌의 유통은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윤김지영 교수는 리얼돌이 타인의 얼굴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핵심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설령 실제 인물의 얼굴을 본뜬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성적 행위들을 실현하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 남성용 리얼돌의 판매 목적”이라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불법촬영, ‘지인 능욕’(실제 인물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한 사진), ‘딥페이크 포르노’(인공지능 기술로 특정인의 사진을 기존 포르노그래피에 정교하게 합성해 만든 영상물)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리얼돌을 통해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범죄자들이 불특정 다수의 실제 여성 사진을 무작위로 수집해 딥페이크 포르노나 지인 능욕 등 사이버 성범죄에 이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처벌되거나 통제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또 몇몇 남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리얼돌을 성적으로 이용한 콘텐츠를 ‘강간인형 사용 후기’라는 자극적인 해시태그를 걸어 영상으로 유포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리얼돌도 실제하는 여성을 표적해 능욕하는 범죄 도구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2심 재판부는 리얼돌의 얼굴, 유두, 성기 부분(이하 별도 부분)은 이에 해당하는 각 제품을 소비자가 별도로 구매해 리얼돌에 탈부착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별도 부분이 리얼돌보다 표현의 구체성 수준이 높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별도 부분의 향후 주문 제작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2심 재판부, 그리고 2심 판결을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윤지선 연구자는 비판합니다. ■여성용 리얼돌을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요? 이런 주장은 리얼돌 판매에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윤김지영 교수는 말합니다. “여성들을 위해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존재하려면 그만큼의 수요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리얼돌은 남성용으로 제작되는 걸까요? 남성을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대상화한 역사가 여성들에게는 없습니다. 그 반대의 역사가 있었을 뿐입니다. 오랫동안 남성들에게 여성의 몸은 아동,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매순간 성적 품평과 성적 대상화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강간 문화’(남성들의 성적 공격성을 장려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신념·환경을 가리키는 말)에 대한 해체 의지가 리얼돌을 반대하는 목소리로 나타난 것입니다.” 윤지선 연구자도 “남성의 신체를 본뜬 여성용 리얼돌을 만든다고 해서 인간 몸의 온전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남성의 성욕을 해소해주는 존재로 규정해온 성차별 구조가 여성용 리얼돌의 판매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장애인 등 성소외자를 위해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모든 장애인의 성에 관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며, 장애인은 이를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는 ‘성에서의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장애인에 대하여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조항대로라면 장애인 등 성소외자에게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윤지선 작가는 리얼돌을 성기구로 인정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리얼돌이 성소외자의 성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성적 욕구는 기존의 자위기구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또 남성 노인이나 남성 장애인들은 때로 성매매를 통해 성욕을 일방적으로 방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성 노인, 여성 장애인들은 무성적 존재로 치부돼 그들의 성적 욕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남성들의 성적 침해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리얼돌의 사용이 단순히 성소외자의 성적 쾌감을 충족하는 문제를 넘어 성적 권력을 경험하고 싶은 남성들에게 과연 어디까지 성적 자유를 허용할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윤김지영 교수는 이번 리얼돌 논란이 “‘여성의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남성의 성적 행위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여성의 인권과 자유는 왜 남성의 성적 자유를 위해 희생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총평했습니다. “리얼돌은 단순한 성기구가 아닙니다. 인형은 사랑받는 대상이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훼손과 대체, 폐기가 가능합니다. 이런 취약성이 지금의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윤지선 연구자는 리얼돌 문제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섹스로봇’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시야를 확장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사만다’, ‘하모니’, ‘록시’ 등 다양한 섹스로봇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 파트너의 부재를 사람이 아닌 리얼돌, 섹스로봇과 같은 인공물이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감정, 욕망을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 존재의 축소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윤지선 연구자는 말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김현종 “제2의 강제병합될까봐 15년전 한·일 FTA 깼다”

    김현종 “제2의 강제병합될까봐 15년전 한·일 FTA 깼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제2의 한·일 강제병합을 우려해 15년 전 추진하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폐기한 사실을 공개했다. 일본의 무역 도발 이후 미국을 방문했던 김 차장은 미국 측에 한일갈등 중재를 직접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아시아 안보전략에서 한·미·일 공조가 중요한지, 아니면 일본을 통해 아시아를 관장하려는지 물어 미국이 중재에 나서도록 간접적으로 압박했다는 게 김 차장의 설명이다. 김 차장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미국, 일본 등과의 FTA 협상을 이끌었던 김 차장은 일본과의 FTA를 스스로 깼다고 밝혔다. 그는 “검토해보니 부품·소재와 핵심 장비 분야에서 일본에 비해 우리가 너무 약했다”며 “당시 기준으로 휴대전화를 하나 만들 때 일본산 부품이 절반 이상 들어갔다”고 말했다. 즉 지금 일본이 하는 것처럼 부품소재로 우리 경제를 얼마든지 흔들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됐다는 것이다.김 차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일 FTA를 하면 제2의 한일 강제병합이 될 것 같으니 하지 않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FTA로 관세를 낮추더라도 일본 특유의 비관세 무역장벽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게 김 차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19세기 후반 조선을 정복해야한다는 이른바 ‘정한론’을 이어받은 후예가 장악한 일본과 굳이 FTA를 맺을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지난달 10일 미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한일갈등 중재를 미국에 요청하지 않았다”며 “요청하는 즉시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제가 왜 중재를 요청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뭘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제가 ’글로벌 호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차장은 객관적으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의 입장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존중하지만 반인도적 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청구권이 남아있다는 것을 대법원 판례로 확인한 것뿐이라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다만 “백악관과 미 의회 상하원에서 알고 싶었던 게 있었다”며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은 ’종속변수‘로 외교정책을 운영하는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한일갈등에) 관여할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중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중재라는 말은 안 하고 미국이 알아서 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단독] “난, 처벌받을 사람 처벌만 바랐을 뿐… 모든 미투 의미있다”

    [단독] “난, 처벌받을 사람 처벌만 바랐을 뿐… 모든 미투 의미있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알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받는 것, 그걸 바랐을 뿐이에요.” 20대 대학생 양예원(25)씨가 품어 왔다는 희망이다. 이 이치가 실현되는 데 꼬박 4년이 걸렸다. 그는 ‘스튜디오 촬영회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는 8일 비공개 촬영회 모집책인 최모(45)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5년간의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제추행과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 등을 인정한 것이다. 양씨는 판결 직후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로 비슷한 피해자들이 힘을 얻고 판례가 향후 다른 재판 때 잘 쓰였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배우를 꿈꾸던 양씨의 삶의 궤적이 달라진 건 2015년 8월부터였다. 아버지의 사업이 잘못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그는 당장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가 필요했다. 바로 보수가 지급되는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비공개 촬영회’ 모델로 섰다. 양씨는 “촬영회 참가자인 최씨가 촬영 중 내 옷매무새를 바로잡는 척하며 신체를 만졌다”고 떠올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신고하면 사진이 유포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그날의 악몽은 양씨를 계속 따라다녔다. 지난해 그는 소장용임을 전제로 찍었던 촬영회 사진물이 인터넷에 불법 유포된 사실을 알게 됐다. 눈앞이 캄캄해 길에 풀썩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건 혼자 묻고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구나. 제대로 마주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구나.’ 양씨는 지난해 5월 11일 비공개 촬영회 스튜디오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수사기관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피해 사실을 들은 경찰관은 “그건 성적 취향이다. 처벌까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피해를 당했다고 해도 돈을 받았다면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경찰도 있었다. 양씨는 카메라 앞에 서서 피해 사실을 직접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대로 가면 불법 유포 사진은 계속 퍼질 것이고 가해자들은 영원히 처벌받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후폭풍도 거셌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한결같이 범행을 부인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양씨가 무고한 남성들을 성범죄자로 모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가짜뉴스와 온갖 악플(악성댓글)이 쏟아졌다. 양씨는 악플에 정면 대응했다. 대수롭지 않게 쏟아 낸 악플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 심각한 인신공격 등을 한 악플러들을 고소했다. 다만 합의 가능성은 열어 뒀다.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악플러 본인 실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양씨에 대한 악플 범죄 사과문을 일주일간 게시할 것’을 내걸었다. 양씨는 “단순한 조건인데도 이행하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의 평범한 일상은 판결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또래들은 취업 준비에 한창이지만 양씨의 고민은 결이 다르다. ‘과연 내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이력서를 내면 날 알아보고 아르바이트마저 안 써 주지 않을까’, ‘휴학한 학교에 돌아가면 사람들이 날 받아 줄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는 “젊은 나이인 20대에 새로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감사하려고 한다”며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 양씨는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굳이 폭로해 자기 무덤을 팠다’고도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생에 큰 고비가 찾아왔을 때 제대로 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일이 더 큰 고비를 몰고 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든 피해자는 폭로 이후 삶의 행로가 조금씩 달라졌겠지만 그 용기가 사회를 더디게나마 변화시키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 사회의 모든 미투가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중학생 제자와 성관계한 女교사… 경찰 “강압 없어 무혐의”

    충북교육청, 이달 중 징계 수위 결정 충북의 한 20대 중학교 여교사가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충북도교육청은 미혼인 A교사가 지난 6월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의 남학생 B군과 성관계를 맺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고 8일 밝혔다. B군은 중학교 3학년인 것으로 전해졌다. A교사는 현재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A교사의 중징계를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A교사가 B군 담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성관계는 B군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은 B군 친구가 상담 과정에서 교사에게 털어놓으며 알려졌다. B군 부모는 교사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 요구로 수사를 벌인 경찰은 A교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관계 대상이 13세 미만일 경우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강압 등에 의한 성관계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윤리적으로 문제는 있지만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져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이달 중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사의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아동복지법도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13세 이상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처벌한 사례가 있지만 이번 사안은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아동복지법 위반도 아닌 것으로 결론 냈다”고 설명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18세 미만인 아동에게 음란 행위를 시키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 학대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충북 지역에선 최근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제천 한 고등학교 교사 C씨가 파면된 바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단독] ‘스튜디오 강제추행’ 피해자 양예원 “처벌받을 사람이 벌받는 것…원한 건 그것 뿐”

    [단독] ‘스튜디오 강제추행’ 피해자 양예원 “처벌받을 사람이 벌받는 것…원한 건 그것 뿐”

    “부끄러워야 할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알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받는 것, 그걸 바랐을 뿐이에요.” 20대 대학생 양예원(25)씨가 품어왔다는 희망이다. 이 이치가 실현되는데 꼬박 4년이 걸렸다. 그는 ‘스튜디오 촬영회 강제추행 사건’의 피해자다. 대법원은 최근 가해자 최모(45)씨에게 2년 6월형을 선고한 1·2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양씨는 지난해 5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2015년 8월 모델로 촬영회에 참여했을 때 남성 스태프들로부터 강제추행당했고, 이 때 촬영한 내 신체 사진을 스튜디오 측이 유출했다”며 공개 고발했다. 재판부가 3번이나 양씨가 ‘피해자’임을 확인해주면서 사건은 마침표를 찍었다. 상고심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이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양씨는 담담한 말투로 “수많은 사람이 ‘너 거짓말이지?’라며 상처 줬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끝까지 견뎌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 이후 나를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보다는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이 힘을 얻고 이번 판례가 향후 다른 재판 때 잘 쓰였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배우 꿈꾸던 대학생에게 닥친 ‘그날’…삶이 흔들렸다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양씨의 꿈은 2015년 8월 산산조각났다. 아버지 사업이 잘못돼 생활이 어려워진 양씨는 당장 대학등록금과 생활비가 필요했다. 바로 보수가 지급되는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비공개 촬영회’ 모델로 선 게 화근이 됐다. 양씨는 “촬영회 참가자 최씨는 촬영 중 내 옷 매무새를 바로잡는 척하며 신체를 만졌다”고 떠올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양씨는 “신고하고 싶었지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신고와 동시에 그 사진이 유포될지 모른다는 걱정 탓이었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신의 꿈과 미래도 구겨 접었다. ‘이런 피해를 당하고 대중 앞에 설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날의 악몽은 양씨를 계속 따라다녔다. 지난해 그는 소장용임을 전제로 찍었던 촬영회 사진물이 인터넷에 불법 유포된 사실을 알게 됐다. 눈앞이 캄캄했다.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에 풀썩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이건 혼자 묻고 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구나. 제대로 마주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구나.’ 양씨는 지난해 5월 11일 비공개 촬영회 스튜디오 관계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양씨는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용기만 내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피해 사실을 들은 경찰관은 “그건 성적 취향이다. 처벌까진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또 “피해를 당했다고 해도 돈을 받았다면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경찰도 있었다. 스튜디오 관할 경찰서를 찾아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고소했다. 당시 경찰은 “우리도 최대한 도와주고 싶지만 이런 케이스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양씨가 카메라 앞에 서기로 한 건 이때였다. 양씨가 유튜브 방송에서 피해 사실을 언급한 건 ‘이대로라면 불법 유포 사진은 계속 퍼질 것이고 가해자들은 영원히 처벌받지 않겠구나’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내 피해 사실을 상세히 밝히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도 용기내 나서주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고 당시 생각을 전했다. 지난해 5월 16일 게시된 25분가량의 양씨의 유튜브 방송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천만뷰 이상을 기록했고 미투 운동의 불씨를 키웠다. 그의 폭로로 우리 사회에 처음 ‘비공개 촬영회’라는 이름의 성범죄 실태가 드러났다. 실제로 양씨의 폭로 이후 같은 스튜디오에서 피해를 본 여성을 비롯해 여러 비공개 촬영회 피해자가 경찰을 찾는다.●피해자에 쏟아진 2차 가해…“악플엔 책임 따른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후폭풍도 거셌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한결같이 범행을 부인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양씨가 무고한 남성들을 성범죄자로 모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가짜뉴스와 온갖 악플이 쏟아졌다. 양씨는 “(악플을 봤을 때) 마치 누군가 칼로 쑤시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양씨는 악플을 정면 대응했다. 대수롭지 않게 쏟아낸 악플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심각한 인신공격 등을 한 악플러를 고소했다. 다만, 합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합의의 전제는 ‘악플러 본인 실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양씨에 대한 악플 범죄 사과문을 일주일간 게시할 것’이었다. 양씨는 “단순한 조건인데도 정작 그 조건을 이행하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악플러들은 “이름이 특이해서 반성문을 게시할 수 없다”거나 “악플 단 사실이 알려지면 이혼당한다”, “SNS 계정이 없다”는 등의 반응을 내놨다. 양씨는 “이게 부끄러운 짓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면 게시 못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재판 끝났지만 돌아오지 않은 일상…“그래도 모든 #미투는 의미있다” 양씨의 평범한 일상은 판결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양씨는 “길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래들은 취업 준비에 한창이지만 양씨의 고민은 결이 다르다. ‘과연 내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이력서를 내면 날 알아보고 아르바이트마저 안 써주지 않을까’, ‘휴학한 학교를 돌아가면 사람들이 날 받아줄까’ 하는 것들이다. 가해자, 악플러와 싸우는 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그는 고민한다. 하지만 양씨는 “20대에 새로이 길을 찾아야 하는 것에 감사하려 한다”며 씩씩하게 웃어 보였다. 1년 3개월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강제추행 피해자임을 고백하겠느냐고 물었다. “방법은 달라질지 몰라도 어떻게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양씨는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굳이 폭로해 자기 무덤 팠다’고도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생에 큰 고비가 찾아왔을 때 제대로 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일이 더 큰 고비를 몰고 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모든 피해자들은 폭로 이후에 지금까지 쌓아 온 삶의 방향이 틀어졌을 것이고 괴로웠을 것이지만 그들의 폭로가 사회를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 모든 미투가 유의미하다.” 양씨가 인터뷰를 끝내며 남긴 말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단독]‘양예원 강제추행·사진 유포’ 40대 징역 2년 6개월 확정

    [단독]‘양예원 강제추행·사진 유포’ 40대 징역 2년 6개월 확정

    대법원 “원심 판단 잘못된 바 없어”양씨 “비슷한 피해자들에게 힘되길”‘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25)씨 등 여성 모델들을 성추행하고 사진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재판 받아온 최모(45)씨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제추행과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5년간의 관련기간 취업제한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15년 7월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스튜디오에서 비공개 조건으로 촬영된 양씨의 노출사진을 지인들에게 전송하는 등 유출하고 2016년 8월에는 양씨의 속옷을 들추는 등 모델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최씨는 사진 촬영과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추행 혐의는 부인해 왔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등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여성 모델의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함으로써 공공연히 전파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고인의 죄질이 가볍지 않으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특별히 하고 있지 않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양씨는 판결 직후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 결국 단 한번의 패소없이 이겼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에게 판결이 힘이 되고, 이번 판례가 잘 쓰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을 상습 성폭력한 연극연출가 이윤택(67)씨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을 확정받는 등 지난해 초 확산된 ‘미투 운동’(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하는 것) 때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의 처벌 수위가 속속 결정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1회] ‘김명수 트라우마’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이어져···“양승태, 임기 내 인사모 정리한다고 해”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21회] ‘김명수 트라우마’가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이어져···“양승태, 임기 내 인사모 정리한다고 해”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두세 차례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전국 법원이 2주간 휴정기에 들어갔다. 매주 2~3차례씩 열리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도 지난 한 주 숨을 고른 뒤 5일 열흘 만에 다시 열렸다. 늘 규모가 큰 법정에서 진행되다가 소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니 법정의 긴장이 더욱 높아졌다.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20회 공판에는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가 두 번째로 법정에 나왔다. 지난달 19일 현직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밤 11시까지 재판이 이어지자 양 전 대법원장이 “머리가 빠개질 것처럼 아프다”고 호소하면서 급히 마무리됐던 증인신문을 다시 이어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의 주신문과 고 전 대법관 측 반대신문에 이어 이날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열흘 만에 재판 재개···소법정이라 재판 밀도 높아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한 김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여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들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돼 검찰의 피의자신문만 최소 14차례 받았다. 그가 작성한 문건들 중에는 동료 법관들을 겨냥한 내용들이 여럿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가 추진한 각종 사법행정 정책에 반대하거나 반감을 드러낸 판사들에 대한 ‘대응’, 일종의 견제 또는 압박을 위한 방안들이 담겼다. 주로 임 전 차장이 불러준 대로, 임 전 차장의 아이디어를 보고서로 작성한 것이라는 등 문건을 작성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지난 증인신문에서 많이 다뤄졌다. 이날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을 통해서는 당시 사법부 수뇌부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판사들을 바라보던 시각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제재 방안들이 기획조정실 명의 문건들로 만들어졌고, 김 부장판사는 ‘전문분야 연구회 개편방안(2016년 3월 8일자)’,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대응방안(2016년 4월 7일자)’ 보고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트라우마’가 크게 작용했다는 진술이 검찰 수사 과정에 이어 이날 법정에서도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2003년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이 주도한 ‘사법파동’ 때 당시 행정처 차장이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심한 불쾌감을 느꼈고 이후 차장직에서 물러나게 돼 김명수 대법원장과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임종헌 차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이렇게 진술한 게 사실이냐고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이 “임 전 차장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사법파동 때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을 공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부장판사의 진술과 동일한 말을 한 건 아니라고 진술했는데 당시 임 전 차장이 그 워딩을 사용한 게 정확한가”라고 묻자 김 부장판사는 “정확하다.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4차 사법파동으로도 불리는 2003년의 사법파동은 당시 서울지법 북부지원의 박시환 판사가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글을 통해 기수·서열에 따라 대법관을 인선하는 관행에 항의한 것을 시작으로 판사 160여명이 이에 동의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건이다. 김용담 대법관이 관행에 따라 예정대로 인선됐지만 사법파동으로 인해 열린 전국법관회의 이후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대법관이 되며 대법관 인선 관행이 크게 달라졌다. ●양승태, 2003년 4차 사법파동으로 법원행정처 차장 떠나특히 그해 8월 열린 전국법관회의에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참석했고, 수원지법 부장판사였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 대표로 회의에 들어가 양 전 대법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이행정처를 떠나 특허법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당시 행정처 총무국장이던 박 전 대법관도 행정처에서 나왔다. 이를 계기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모두 우리법연구회에 대한 ‘트라우마’와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임 전 차장에게 들었다고 김 부장판사는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 대법원장이 된 다음달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만들었다.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하던 사법행정위원회와 상고법원 도입에 잇따라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판사들이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 소속이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행정처 내부에서 “(인사모를) 단속하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김 부장판사 스스로도 상급자들의 인사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갈수록 더 심각하게 체감했다고도 밝혔다. 기획조정실에 함께 근무한 박상언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으로부터 “대법원장님께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제 임기 중 정리하겠다, 후임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말씀해주셨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뒤 2017년 2월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온 이탄희 판사는 이규진 당시 양형위 상임위원이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는데 놀라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는 것이 추진돼 왔고 그것이 자신의 업무이기도 하다는 점에 놀라 사표를 던졌다. 이 일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법원의 자체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거쳐 양 전 대법원장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 등 행정처 수뇌부가 갖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사모를 와해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서너 차례 오가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김 부장판사에게 물었다. “증인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입니까?”, “네”,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을 시작한 이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불이익한 처분을 받거나 불이익한 대우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까?”, “제가요? 없습니다.”2016년 초 양승태 사법부가 사법행정위원회(법관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의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송모 판사에 대해서도 기조실 차원의 검토 및 대응 문건이 만들어졌다. (2016년 2월 2일자 ‘송OO 판사 관련 검토’) 당시 이민걸 기획조정실장은 김 부장판사와 최모 부장판사를 불러 화를 내며 “송 판사는 어차피 1년 뒤면 행정처 심의관으로 올 사람인데 조용히 유학이나 갔다오지 왜 그런 글을 올려 재를 뿌리느냐”고 말했다고 김 부장판사는 말했다. “왜 기조실장이 우리를 혼내지? 의문이 들면서도 그만큼 대법원장이나 차장님 입장에서 사법행정위원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봤다”고도 설명했다. 송 판사도 인사모 회원이었다.●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뒤 부정적 인식 있던 인사모 정리 입장 보여 “대법원장이 임기 안에 인사모를 정리하겠다고 했다”는 말들이 전해졌고, 구체적인 와해 방안이 추진됐다. 지난해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서부터 잘 알려진 ‘중복가입 해소 조치’가 실행됐다. 판사들에게 연구회나 커뮤니티를 하나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면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인사모에서 탈퇴하는 법관들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김 부장판사는 “처장님(고 전 대법관)의 구체적 워딩은 들은 바 없고 결정된 사항을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통해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을 우려가 있으니 기존에 허용됐던 연구회 중복가입을 해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2017년 2월 13일 이민걸 당시 기획조정실장과 고 전 대법관의 승인으로 전산정보관리국(전정국)에 연락해 국장 명의로 코트넷에 중복가입 금지 관련 공지글을 올리도록 했다. 이와 관련, 김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가진 9차 피의자신문에서 “중복가입 해소 조치는 이 전 상임위원이 임 전 차장의 지시라면서 (저에게) 지시했다. 전정국 심의관과 기술적인 사항을 통화하면서 검토를 부탁하니 ‘이제 피바람이 부는구나’라며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여 전정국도 (지시 내용을) 알고 있구나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법원 진상조사단 등의 조사로 이 문제가 거듭 제기되자 임 전 차장이 보인 반응도 김 부장판사를 통해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다 한 것이라고, 박 부장판사가 알아서 법원 조사과정에서 그런 얘기를 해줬으면 하는 취지였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솔직히 임 전 차장이 대법원장님에게 원망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한 반대신문과 이어진 김 부장판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인신문조서 등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를 마친 뒤 변호인들이 차례로 반박하는 의견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지난해 2월 9일자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대면 조사에서 김 부장판사가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읽었다. “행정처 내부의 보고서 작성 시스템에 대해 좀 열린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보고서라는 게 누가 기안해서 누구의 생각을 올리면 고유 업무에 관한 것들은 윗분들에게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닌 정무적 사안에 관한 것들은 임 전 차장의 스타일도 그렇고 세세하게 어떤 방향을 주면 저희가 문서화하는 작업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보고서는 판결과 달리 반드시 실행을 하려고 작성하는 게 아니거든요. 가능한 방안을 전부 정리해서 드리는 게 심의관의 역할이고 결국은 부장 회의든 차장 주재 회의든 실장 주재 회의든 거기서 논의돼서 실행하기로 하면 정말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옵니다.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연구회) 중복 방지 관련 공지글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중략) 기본적으로 다들 이대로 실행된다고 생각 안 하는 게 보고서의 특성임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주위 심의관들이 물어봐도 아마 비슷하게 생각할 겁니다.” ●변호인 “정무적 성격 보고서 구별이 중요, 대법원장 보고, 승인 없어”변호인은 “이걸 말씀드리는 이유는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고유 업무에 대한 보고서와 정무적 성격을 띤 보고서를 구별해야 하고, 심의관이 최초로 작성한 보고서와 실행을 전제로 한 보고서가 어떻게 구별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중복가입 해소 조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김민수 증인이 대법원 조사과정에서 가장 간결하고 명료하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심의관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모두 대법원장에게 보고됐거나 대법원장의 승인을 받아 실행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소법정에서 재판부와 검찰, 그리고 증인과 더욱 가까이 마주해야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10시부터 줄곧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질끈 힘주어 감고 있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이따금씩 김 부장판사를 빤히 바라보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다만 이날 증인신문에서 김 부장판사는 기획조정실장 외에 법원행정처장이나 대법원자에게 직접 지시를 받지도, 직접 보고를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중복가입 해소 조치 관련, “(인사모에 대한) 견제 목적을 알고 있어 고민이 깊었으나 법원 예규에 근거하고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은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일 때 지시된 것으로 지목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2015년 9월 22일자) 등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은 피고인이 지시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학교법인 청암학원, 이사회 변칙 운영 말썽

    총장을 기습적으로 면직처분해 법적소송을 벌이고 있는 학교법인 청암학원이 이사회를 편법으로 운영해 말썽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서형원 총장을 사표 처리한 청암학원은 두 달여 동안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다 현안 사업이 산적돼 학교내 불만이 쌓이자 지난 29일 이사회를 개최했다. 청암고의 학과개편·후임 교장 선임·학급감축과 대학 교원 재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날 청암대와 청암고를 소유하고 있는 청암학원은 1시간 30분 동안 이사 자격 문제로 언쟁만 벌이다 아무런 결실 없이 회의를 끝냈다. 이사장이 교육부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권한이 없는 이사를 참석시켰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이사회 운영 관련 유의사항 등 알림’이란 공문을 통해 긴급처리권 운영 기준을 제시했다. 향후 이사회 구성 및 운영 시 이 기준을 적용해 이사회 운영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긴급처리권은 의사정족수·의결정족수를 충족할 때까지 이사회 개최일로부터 역산해 가장 가까운 시점에 임기만료 또는 사임한 구 이사들에게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인정된다고 판례를 들어 통보했다. 청암학원 재적이사는 현재 5명이다. 이들이 모두 참석해야 이사회 개최요건을 갖추는 상황에서 이사 한 명을 이사장에 우호적인 인사로 바꿔치기 한 꼼수를 부려 교육부의 지적을 받은 것이다. 강명운 전 총장이 교도소 수감 후 대학측에 부당한 간섭을 하자 A모 이사가 사표를 제출한 후 철회했다. 이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사표 자체가 무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적으로 A씨가 이사다. 하지만 강병헌 이사장은 자신에 호의적이지 않은 A씨가 지난 5월말 해임됐다고 주장하면서 이사회 개최에 필요한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긴급처리권을 발동한다며 지난 1월 퇴임한 김모 이사에게 참석하도록 통지했다. 교육부 지침도 위반한 채 이사회를 이사장 의도대로 운영하기 위해 변칙을 사용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에 다수 이사들과 교직원들은 오너인 강명운 씨와 아들인 이사장, 그 측근들이 학교를 개인 사유재산으로 인식하고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결국 이날 회의는 교육부 지시를 어기면서까지 강행하다 적법한 이사가 누구인지 교육부에 유권 해석을 신청하기로 하고 서둘러 종결됐다. 김모(57·조례동)씨는 “시민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던 청암대학이 최근 몇년사이 교수와 교직원들의 비리로 실망만 주는 대학으로 추락하고 있다”며 “교육부 지침을 어기면 예산 지원 중단 등 애꿏은 학생들만 피해를 볼텐데 지역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법인에서 제출한 청암대 총장 면직보고(1차·2차)에 대해 이사회 의결 증빙자료 및 회의록 누락 등의 사유로 두 차례 반려처리했다. 법인이 제출한 총장 면직보고 관련 소명자료 제출 내용을 검토한 결과 관련 증빙 자료로 인정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재차 확인시켜 총장의 사표처리는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여직원에 “상사 옆 앉아라”… 아직도 회식 문화로 여기십니까

    여직원에 “상사 옆 앉아라”… 아직도 회식 문화로 여기십니까

    ‘남도학숙 사건’ 1심 뒤집고 성희롱 인정 “술시중 직접 언급 없어도 암묵적 요구” 직장 내 성희롱 43.7% 회식장소서 발생 작년 오거돈 시장도 여직원 앉혔다 사과“회식 때 여직원에게 상사 옆자리에 앉으라고 지시하는 것도 성희롱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인 ‘남도학숙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최근 민사 손해배상소송 2심에서 받은 판결 내용이다. A씨는 2014년 전라남도와 광주시가 서울에서 함께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남도학숙 장학부에 입사한 뒤 직속상사 B씨에게 수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중 2심 재판부는 회식 자리에서 B씨가 A씨에게 “원장 옆으로 가 앉으라”고 한 발언을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명시적으로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가 없다 해도 상사 옆자리로 옮겨 앉게 한 것만으로도 성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봤다. 예전보다 훌쩍 높아진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조직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던 술자리 관행이 성희롱이 될 수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A씨는 2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회식 때 연령·직급이 낮은 여성에게 상사의 고기를 굽게 하거나 술을 따라주도록 하는 문화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부장 박영호)는 원장 주변에 직급이 낮은 남성 직원이 있었는데도 굳이 A씨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A씨는 상급자의 시중을 들거나 분위기를 맞춰줄 여성 직원이 필요해 부른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B씨와 남도장학회가 공동으로 A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보수적 판단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자리를 원장 옆으로 옮기라고 한 상사의 요구가) 공개 장소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7년 대법원 판례도 여자 교사들에게 “교장에 술을 따르라”고 한 교감의 지시를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한 언동으로 보지 않았다. 남도학숙 사건의 2심을 전향적 판결로 볼 수 있는 이유다. 회식 자리는 성희롱이 발생하기 가장 쉬운 환경이다. 지난 3월 여성가족부의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곳 가운데 회식장소(43.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5.3%), 음담패설(3.4%),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2.7%) 순으로 나타났다. 법원 판단 기준이 바뀌는 건 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은 회식 때 바로 옆에 젊은 여성 노동자들을 앉힌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개돼 비판받았다. 당시 여론은 “남성 중심적인 회식 문화를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잘못된 관습과 폐단을 안일하게 여기고 있었다”며 사과했다. A씨 측 정정훈 변호사는 “술을 따르라는 명시적 지시가 없더라도 그 자체로 성희롱이라는 적극적인 해석을 내렸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회식자리에서 술시중 들 때 여성이 느끼는 모욕감과 성적 굴욕감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Focus人] 이혼재판만 2천여 회, 신정일 판사가 말하는 ‘건강한 이혼’

    [Focus人] 이혼재판만 2천여 회, 신정일 판사가 말하는 ‘건강한 이혼’

    지난 22일 서울가정법원은 송중기(34)와 송혜교(37)의 이혼조정신청을 받아들여 조정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결혼 1년 8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송중기가 소속사를 통해 “송혜교씨와의 이혼을 위한 조정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힌지 26일 만의 초스피드 이혼인 셈이다. 완전한 이혼을 위해 양측이 1개월 내에 관할 구청 등에 이혼 신고를 하면 마무리된다. 말 그대로 ‘부부’에서 ‘남남’이 되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의 이혼이란 점과 송씨가 선택한 ‘이혼조정신청’이란 이혼 방식에 많은 대중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법원에 얼굴 한 번 안 비추고 이혼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18일 만난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 전문법관으로 5년째 근무하면서 이혼사건만 2천여 건 이상을 담당한 신정일 판사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이혼조정신청은 당사자 본인이 법원에 직접 나오지 않더라도 소송대리인(변호사)만 출석하거나 본인이 법률지식이 있는 경우 변호사 선임 없이 간단하게 작성한 조정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후 법원이 주도하는 조정절차에 따라 이혼하는 방식을 말한다”며 “많은 연예인과 유명인들은 이혼에 대한 합의가 있더라도 언론 등에 노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이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정신청사건은 이미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서 협의상 이혼의 실질을 띄더라도 원칙적으로 분쟁이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이혼에 대해 어떤 부분들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판사, 조정위원들의 조정을 통해 합의가 될 수 있으니 조정절차를 진행해 주세요’란 뜻”이며 “만일 조정이 되지 않으면 바로 이혼 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송송커플 또한 송중기씨가 제출한 이혼조정이 법원에서 성립되지 않았다면 곧바로 이혼소송 절차로 회부되었을 것이다. 이혼소송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담당재판부의 어려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부부의 이혼은 잘못된 선택이 아닌 많은 갈등과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성인들의 힘든 선택임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신정일 판사. 그를 만나 이혼 재판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Q) 이혼 분쟁의 복잡성과 다양성으로 가정법원 역할도 변화하고 있는데전통적으로 이혼 사건을 일반 민사사건처럼 취급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혼 이후에도 당사자들 간에 갈등이 지속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혼을 하더라도 ‘건강한 이혼’ 즉, 갈등을 최대한 저감시키는 방식으로 이혼을 유도하고 있고요. 소위 ‘후견적 복지적 기능’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이혼 등 사건의 추이는 어떤지통계상으로 보면 최근 10년 간 서울 전 지역의 재판상 이혼사건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입니다. 다만 부부간의 갈등이 줄어든 다기 보다는 전체 혼인 가정수의 감소로 인한 게 아닌가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Q) 통상 판사 1명당 한 달에 맡고 있는 이혼사건 수와 배정기준은이혼만을 주로 담당하는 가사 소송 단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달에 백 여 건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그중에 재판상 이혼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 정도 됩니다. 어떤 의도가 개입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이상은 접수 순서대로 담당 판사들에게 무작위로 배당되고 있습니다. (Q) 판사로 재직하면서 얼마나 많은 가정의 이혼을 보셨는지제가 서울가정법원에 가사소송 전문법관으로 근무한지가 벌써 5년째고요. 그 전에도 이혼사건을 담당했었는데요. 단순히 이혼사건의 건수로만 따지면 협의이혼을 제외하고도 2천 건이 훨씬 넘는 거 같습니다. (Q) 절대적인 시간 부족으로 판결에 대한 인간적 고민도 있을 텐데워낙 많은 재판 건수에 비해서 법관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소위 ‘5분 재판’, ‘10분 재판’이라는 말이 비공개적으로 말을 할 정도인데요. 현실적으로 부족한 시간이지만 분쟁성 있는 사건, 즉 치열하게 다투는 사건이 있고요. 그렇지 않고 상대적으로 분쟁이 적은 사건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좀 더 분쟁이 많은 사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으로 약간 강약 조절하는 게 보통의 판사들의 업무 스타일입니다. 판사는 일정 직급 이상이라 52시간이 적용되지 않고요. 저희들끼리 하는 말로 ‘도급제’라고 해서 일정한 시간 내에 업무량을 처리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서울가정법원 전문법관이 왜 필요한지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법관의 수가 3천여 명이 채 되지 않는데요. 법원 내에서도 매년 사무분담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희들끼리는 소위 ‘스페셜리스트’ 즉 전문가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라고 평가할 정도죠. 세상이 좀 더 복잡해지고 분쟁이 좀 더 고분쟁화 되는 사건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법관이 필요하다고 대법원에서 판단하고 있고, 이혼 사건에 있어서는 최대 7년 동안 가사사건만을 담당하는 전문법관 제도를 1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Q) 이혼의 가장 큰 사유와 재결합 비율은아직까지도 고부간의 갈등, 장서(장모와 사위)간의 갈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재판상 이혼까지 온 사례의 대부분은 협의이혼이 되지 않고 오랫동안 분쟁이 지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중에 재결합 되는 비율은 10% 미만일 정도로 굉장히 적습니다. 그리고 재결합이 되더라도 다시 이혼청구를 하는 비율이 상당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보면 재결합 비율은 현저히 낮을 걸로 생각됩니다. (Q) 이혼 조정 중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라’는 등의 말도 하는지처음 이혼사건을 담당할 때는 ‘이혼이 가정이라든가 자녀에게 좋지 않은 것이다’라는 전제로 자주 저도 말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혼이라는 게 당사자 성인들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존중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 3~4명을 둔 부부가 이혼을 원할 경우, 저희가 봤을 때는 일방이 엄청나게 잘못한 게 아니고 서로 조금 맞춰가고 양보할 수 있지 않은가란 생각이 들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설득도 하고 당사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조치를 하는데요. 마지막까지 이혼을 선택하면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느꼈던 이혼 사례가 있다면보통은 이혼할 때 미성년 자녀들에 대해서는 서로 친권양육권을 가지겠다고 합니다. 근데 가끔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 있어서는 서로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치열하게 다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아이가 재혼에 대한 장애물이라고 할까요.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본인의 신체적 경제적 여건 때문에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런 경우를 보면 아이가 너무 안타깝고 인간의 안 좋은 면을 보는 거 같습니다. (Q) 이혼 중 한 쪽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혼사건도 있었는지평소에 우울증이라든가 극심한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당사자 중의 한 명을 살해한다거나 등의 사건 사고로 발전하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습니다. 당사자 중 한 명이 사망하게 되면 자동으로 혼인관계가 종료되기 때문에 ‘소송이 끝났습니다’라고 하는 소송 종료선언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Q) ‘쿨하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는지쿨하게 헤어지는 경우는 재판상 이혼보다는 협의상 이혼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협의상 이혼하는 경우에는 어쨌든 본인들이 협의를 통해서 이뤄졌기 때문에 재판상 이혼보다 상대적으로 좀 더 건강한 이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고요. 그런 경우에는 자녀의 향후 면접교섭이라든가 양육에 있어서도 협조가 잘 되는 편입니다. (Q) 이혼을 악용한다고 느꼈던 사건은 없는지이혼을 통해서 나이가 어린 배우자한테 100% 연금수급권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이혼을 해서 상대적으로 평균 수명이 더 긴 여자 배우자 분이 연금을 오랫동안 탈 수 있는 방법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가장 이혼을 통해서 사회복지 같은 연금수급 그리고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서 위장 이혼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걸로 보이고요. 국제결혼에 있어서는 단순히 이혼을 하게 되면 외국에서 온 아내들은 강제 출국을 해야 되는데요. 상대방 배우자, 보통은 한국 남성의 잘못으로 이혼하게 되면 영구영주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과의 결혼에 있어서는 영주권을 목적으로 이혼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저희 가정법원 판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런 부분에 혹시라도 문제가 있진 않은지에 대한 심리를 당연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재벌, 연예인 등 언론 보도가 다는 아닐 텐데우리나라 유명 재벌가에 관련된 이혼 또는 관련된 사건도 당연히 있고요. 저희 법원 판사님 사건도 있고요. 정치인들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더 있습니다. 다만 법원에서 공보실이 있지만 자체적으로 이걸 언론에 보도하지 않는 게 관련 법령이라든가 오랜 관행과 원칙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판사도 부부생활을 하고 검사도 마찬가지고 어느 직종이나 이혼 없는 직종은 없습니다. (Q) 이혼 소송 진행 중인 경우에 다른 이성을 만나게 된다면우리나라 대법원 판례가 이혼 소송 중, 정확히는 실질적으로 혼인이 파탄된 다음에 이성을 만나는 경우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고 면책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들이 봤을 때 1심에서 이혼판결이 선고가 된다거나, ‘이혼이 시간문제고 불가피하다’라는 정도라는 확신이 있는 단계에서, 다른 이성을 만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전 단계에서 이성을 만나는 거라면 이혼 사유로 삼는 경우도 많습니다. (Q)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한 ‘나 홀로 소송’도 있다는데경제적인 사정이 어렵다는 걸 소명을 통해 낮은 단계에서 입증하면 예산도 충분하고요. 국회나 이런 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하는 제도를 통해서 국가의 비용으로 소송구조, 즉 변호사 비용도 구조해 드리고요. 인지 그리고 송달료 같은 소송에 필요한 제반 비용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수많은 변호사를 봐왔을 텐데, ‘좋은 이혼사건 변호사’라고 느끼는 개인적 기준이 있다면앞으로의 소송 진행방향이라든가 지금까지의 소송 진행 경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서면으로 제출한다든가, 증거를 제출할 때 미리 상의하는 변호사들이 있죠. 법원의 입장에선 재판부에서 궁금해 하는 사항이라든가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좀 더 열심히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사건을 수임하는 과정에서 제3자가 금전, 재산의 영리목적으로 관여하는 경우에는 일단 문제가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Q) 직업상 이혼하는 부부들을 지금껏 지켜보면서예전 어른들 말씀이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는데요. 이혼도 비슷한 거 같습니다. 이혼을 하고 나서 만족하는 비율도 높지만 후회하는 비율도 높거든요. 이런 사정을 고려해서 이혼할 때는 최대한 신중하게 하되 많은 고민을 통해서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면 가정법원이 모토로 삼는 ‘건강한 이혼’을 택하는 게 본인한테도 상대방한테도 두 분 사이의 자녀한테도 바람직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기자 sungho@seoul.co.kr
  • 사설 모의고사와 ‘유사 문제’ 출제된 입법고시…국회 “문제없다”

    사설 모의고사와 ‘유사 문제’ 출제된 입법고시…국회 “문제없다”

    올해 입법고시 2차 시험 문항이 출제자로 참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가 앞서 낸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국회 사무처는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회 사무처는 22일 자체 조사 결과 “문제 선정 절차에 특별한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문제에 대한 유사성 논란은 있었지만, 출제자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문제가 다소 유사하더라도 배경이 되는 법률과 판례가 다르고, 정답 기술 방향에도 차이가 있는 점 등을 확인했다”면서 “남은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치러진 제35회 입법고시 2차 시험 중 행정법 1번 문제가 서울 한 사립대 A 교수가 지난 4월 다른 대학원 강의에서 낸 모의고사 문항과 지문이 유사하고, 하위 문항의 내용과 배점도 같다는 의혹이 지난 21일 제기됐다. 해당 문제는 민사집행법에 따른 강제 경매 절차 이후의 법적 쟁송 상황에 관해 묻는 문항으로 배점(50점)이 가장 높았다. 입법고시 2차 합격자는 지난 19일 발표됐으며 이달 말에 3차 전형인 면접시험을 진행한 뒤 내달 5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대법원, 급식비 부풀려받은 리베이트는 사기죄

    급식비를 부풀려 받은 리베이트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기와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식자재 업체 대표인 A(38) 씨와 영업이사 B(55) 씨 상고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로써 A 씨는 징역 1년 6개월 실형,B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또 유치원 원장 12명 상고도 기각하고 벌금 3000만원(3명),2000만원(1명),1500만원(7명),500만원(1명)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사기죄에서의 기만행위와 처분 행위 사이 인과관계,편취 범의,불법영득 의사,공모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A,B 씨는 2014년부터 2년간 학부모에게 부풀린 급식비를 청구한 뒤 실제 식자재 대금과 수수료 10%를 뺀 나머지 금액을 되돌려주기로 부산·울산지역 68개 유치원장,163개 어린이집 원장과 이면 계약을 맺었다. 이런 수법으로 A,B 씨는 장부상 91억원 규모 매출을 올려 절반가량인 44억여원을 현금으로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되돌려줬다. 1심은 ”실제 급식비로 지출된 금액에 대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리베이트를 급식비로 지출했을 가능성이 있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사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급식비 일부를 돌려받기로 했다면 유치원장들이 학부모에게 이 같은 사정을 알릴 의무가 있지만,학부모를 속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사기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동안 유치원 리베이트 사건은 주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지만 빼돌린 돈의 성격과 사용처에 따라 유·무죄가 엇갈렸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급식비 리베이트의 경우 의 빼돌린 돈의 성격이나 사용처에 상관없이 사기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7회] 야간 재판하자 양승태 “머리 빠개진다”며 퇴정 명령 요청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17회] 야간 재판하자 양승태 “머리 빠개진다”며 퇴정 명령 요청

    “오늘 재판할 때 원만하고 효율적으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재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16번째 재판을 이렇게 시작했다. 이날 재판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역할을 한 심의관 출신 4명의 현직 법관들 가운데 처음으로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법정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청석을 채웠다. 핵심 증인 중 한 명이 법정에 나오게 됐으니 재판은 시작부터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5월 29일 첫 재판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다. 오전 10시에 재판이 시작됐고 첫 현직 법관 증인인 김민수 부장판사가 10시 27분에 증인석에 섰다. 검찰의 주신문이 오후 7시를 넘겨 끝났다. 김 부장판사는 검사들의 질문에 차근차근 배경설명과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자세히 풀어놨다. 김 부장판사가 심의관으로 일하던 때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밤 11시까지 계속되자 11시 5분쯤 양 전 대법원장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침 10시부터 13시간째 재판을 하고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제 체력이 따라가지 못해서, 지금 13시간째 증인의 증언을 듣고 판단하다 보니까 판단력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여기 앉아있을 수가 없고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빠개지는 것 같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반대신문을 다 하더라도 최소한 5시간 이상은, 예정 시간만 해도 3시간씩입니다. 그 때까지 제 체력이 견딜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재판부가 하시는 이 재판을 방해하기는 싫습니다. 제가 없어도 변호인도 있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따가 법정에서 오히려 폐를 끼칠 것 같습니다. 제가 없어도 여기 공판에 아무 지장받지 않고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 만큼 재판장께서 퇴정 명령을 해 주시면 일단은 퇴정을 하고 재판은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지금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이 체력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퇴정 명령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양승태 “13시간째 재판…머리아파 못 앉아있는다, 내보내달라” 오후부터 변호인들이 잇따라 “반대신문을 오늘 다 마치지 못할 것 같다”며 재판 일정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입을 열기 바로 전 그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휴정을 잠시 하겠다고 하자 “진행에 대해 알려주시긴 해야 하지 않나. 오늘 일정이 어디까지 하실 예정이신지를 알려주셔야 그걸 가족에게도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호소했다. 그리고는 양 전 대법원이 직접 요구를 한 것이다. 10분 가까이 휴정을 한 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퇴정 명령을 할 수 있는 경우인지가 좀 불분명한 것 같다”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이 건강을 이유로 호소한 만큼 증인신문을 다음 재판을 한 번 더 잡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형사소송법 277조의 2를 보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갑자기 이렇게 재판을 거부하면서 증인신문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하는 이상 피고인이 없는 상태로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여지고 실제로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출석을 거부해 증인신문 등 여러 공판절차가 진행된 전례가 있다. 양승태 피고인의 주장의 부적절성에도 공판절차가 흔들림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만 법정에서 나간 뒤 김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아파서 몸이 안 좋다 그래서 퇴정하게 배려해 달라고 말하는 게 그게 재판 거부인지 상당히 의문스럽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변호인은 이어 재판부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피고인 몸이 설령 건강하다 하더라도 재판을 지금, 밤 11시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소한 소송관계인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야간재판이 진행되는 거라고 저는 지금까지 알아왔다. 만약 재판장님의 지휘대로 소송관계인의 반대가 있더라도 강행하시는 게 가능하다면 검사님들은 야간 조사에 대해 피의자 동의를 왜 받나? 재판장님은 그럼 앞으로 우리나라 피의자들은 조사 동의 안 받고 검사들의 판단에 의해 피의자 신문권이 있으니 밤새 조사해도 된다는 취지이신가? 동의할 수 없다.” ●검찰 “양승태의 ‘재판 거부’” vs 변호인 “야간 재판 시 동의받아야” 감정이 섞인 발언이 이어졌다. “검사가 ‘재판 거부’니 이런 말 붙이는 것 자체가 그럴 상황도 아니고, 한 가지 팩트를 지적해 드리면 오늘 검찰의 주신문 예정 시간은 3시간이었다. 아까 아무리 늦게 잡아도 오전 11시에 시작됐다. 몇 시에 끝났나? 저녁 7시에 끝났다. 증인신문이 이렇게 늦어진 거에 대해서 검찰이 이렇게 얘기하실 수 있는 상황인가?” 검찰은 “‘재판 거부’라는 표현 때문에 이의제기를 하셨는데, 재판장님께서 증인신문을 어디까지 하겠다고 분명히 소송지휘를 하셨다. 그런데 양해를 구하는 것을 넘어서 퇴정 명령을 내달라고까지 발언했다. 이런 피고인을 제가 본 적이 없다”고 다시 반박했다. 그러나 박·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들도 모두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반대해 결국 재판은 끝나게 됐다. 김 부장판사는 다음달 5일 다시 법정에 나오게 됐다. 변호인이 재판부를 향한 불만을 쏟아내고 자정을 앞두고 끝난 이날 재판은 시작부터 양 전 대법원장 측과 재판부의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다. 지난 17일 재판에서 “보석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같은 입장을 반복해 밝혔다. “양승태 피고인에 대해서 구속기간 만료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이어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는 자체에 대해서도 검찰도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법률 규정상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든지 아니면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는 게 타당하다는 게 저희 의견입니다. 구속 취소로 인한 석방 결정에 비해 특별히 불이익이 되지 않는 내용으로 석방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되고 설령 보석결정을 하더라도 재판부가 조건 여부를 판단할 때 그와 같은 부분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여러가지 피고인의 사정을 혜량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거지 외의 외출 제한이나 보증금 납입 등의 조건을 내건 보석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재판부 “22일 보석 관련 결정” 변호인은 주거지·보증인 확인 안 해줘 재판부는 “구속 피고인 신병에 관한 쌍방 의견은 충분히 진술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 측에 주거지가 첫 공판기일에 확인한 경기 성남시 자택 주소가 여전히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변호인의 입장을 헤아려 주시면 좋겠다”며 답을 피했다. “변호인 의견은 충분하게 들었다고 보고 재판부도 거기에 대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라면서 “(확인을 해달라고) 지난번 공판에 말씀드렸는데 이번 의견서에 없어서 보증금에 갈음하는 보증을 서줄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달라”고 다시 재판부가 물었지만 변호인은 “재판부께서 적절한 방법으로 확인하실 방법이 있으면 변호인 입장에서는 (보석을) 신청을 한 게 아니라 확인 가능한 방법으로 특히 직권으로 어떤 결정을 한다면 재판부가 적절한 방법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게 타당하다는 게 변호인의 의견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정보제공을 명하시거나 협조요청을 하신다면 피고인과 상의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주거지 제한 및 보증금 납입 등의 조건을 내건 석방 가능성이 높아보이자 아예 주거지와 보증을 서줄 가족의 인적사항조차 확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재판부는 “최대한 협조해주시고, 구속 피고인의 직권 보석 여부를 심리해 왔는데 다음주 월요일(22일)에 구속 피고인에 대한 직권 보석에 관해서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이 재판의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세 명의 전직 사법부 고위법관들은 16회에 이른 재판 과정에서 각종 증거능력을 문제삼으며 거듭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을 재발견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인 형사재판에서 다뤄지지 못한 각종 원칙과 규정들을 꺼내 재판의 정석을 새삼 알리고 있다. 22일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에는 보석과 관련해 어떤 새로운 선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이 재판의 증인석에 선 첫번째 현직 법관인 김 부장판사는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진 증인신문에서 매우 차분했다. 그는 피고인석으로 눈길을 주지 않고 곧바로 재판부를 바라보고 서 양 전 대법원장과는 마주치지 않았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한 김 부장판사는 상고법원 입법 추진 및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의 폐지 추진 방안 등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짙은 보고서들을 작성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 징계위원회로부터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날 검찰이 진정성립(문건의 작성자인지, 조서의 진술자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을 하는 데만 한 시간 남짓이 걸렸다. 피의자 신문조서만 14회. 그리고 김 부장판사가 작성한 각종 보고서와 이메일이 모두 그가 진술하고 작성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데만 긴 시간이 소요됐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이 연구회의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제재 방안을 비롯해 대법원의 긴급조치 판례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을 한 김기영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현 헌법재판관), 사법행정위원회 추진에 대해 반대를 한 송모 판사에 대한 대응방향 검토 등 이른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추진하는 사법행정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판사들에 대한 ‘전략’을 세워 보고서에 담은 배경과 그에 대한 김 부장판사의 생각이었다. 법원 내부에서 행정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판사들과 관련, 김 부장판사는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다음의 보고서들을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차OO 판사 게시물 관련’(2015년 8월 18일자) -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판사에 대한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대외비)’(2015년 9월 22일자) -긴급조치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김기영 당시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한 대책을 담은 보고서. (※보고서 중 ‘대응 방안’으로 항소심에서 심리가 지연되면 사회적인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신속한 처리가 되도록 ‘사건 신속처리 트랙(패스트트랙) 개발’ 방안을 담음. 또 ‘법관연수 강화’ 방안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의 개인적 양심을 앞세워 대법원 판례를 위반한 하급심 판사들에게 자신의 판결이 법관연수에서 강의 및 토론자료로 사용된다는 사실 자체를 일정한 ‘시그널’로 줄 수 있음’이라고도 기재) ·‘송OO 판사 건의문 검토’(2016년 2월 2일자) -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법관들의 사법행정 참여를 확대하는 취지의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지글이 코트넷에 올라간 뒤 이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올린 송 판사에 대해 분석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사법행정위원회 개선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2016년 2월 24일자) -송 판사 이후에도 위원회 구성을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검토’(2016년 3월 28일자) ●첫 현직 법관 증인신문 “임종헌 차장님 지시, 임종헌 차장님의 생각” 김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문건을 작성했고 주요 내용들도 임 전 차장이 불러준 그대로를 적은 게 많다고 했다. 또 애초에 지시를 받을 때부터 임 전 차장 윗선에 보고될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행정위원회 관련된 보고서들의 작성을 임 전 차장이 지시한 배경을 설명하는 그의 발언이 유달리 들렸다. ‘사법행정위원회 개선 요구에 대한 대응방안’ 가운데 ‘핵심그룹의 조직적 활동으로 사법행정위원회 출범 의의가 크게 반감될 우려 존재. 소수 핵심그룹의 조직적 활동이 다수 일반 판사들의 호응을 얻는 것을 차단하고 핵심그룹을 고립시킬 필요가 있음’이라는 내용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임종헌 차장님 생각에는 같은 정책이라도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 한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장님이 하시는 정책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당시 생각했던 것 같다. 임종천 차장님 입장에서는 이게 너무, 현 대법원장님께서 하시는 정책은 전부 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당시 생각하셨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같이 모여서 그런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을 핵심그룹이라고 생각하신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치밀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문구의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 “임종헌 차장님께서 생각하시기에는 현재 대법원장님께 자꾸만 대립하려는 분들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아닐까 했다”고 답했고, 그게 국제인권법연구회였냐는 물음에도 “그런 분들이 주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어떤, 임종헌 차장님이 보시기에 문제되는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했다. ‘(위원회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선출되는 게 아니라 특별한 목적·의도가 있는 사람이 선출되는 결과가 우려됨. 특정 소수세력이 장악할 우려가 있음’이라는 기재 중 특정 소수세력이 뭐냐는 질문에는 “일단 기존의 다른 보고서가 하나 있는 것을 내용이 임종헌 차장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내용이 있어서 복사해서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헌 차장님 생각으로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님께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법행정위원회 반대글에 대해) 임종헌 차장님께서 취지가 좀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는 식의 답변들이 이어졌다. 동료 판사들에 대한 ‘대응 전략’을 문건으로 만들어낸 그의 판단과 생각이 잘 들리지 않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리뉴스]‘급친절 모드’로 바뀐 우리 차장님…직장내 괴롭힘법, 실효성 있을까요

    [정리뉴스]‘급친절 모드’로 바뀐 우리 차장님…직장내 괴롭힘법, 실효성 있을까요

    # 평소 부하직원에게 폭언을 일삼던 김모 차장이 최근 새사람이 됐다. 일이 서툰 막내 직원에게 “씨X 개새X야. 이걸 보고서라고 썼냐. 이런 대가X로 대학은 어떻게 졸업했는지 모르겠다”라고 호통치던 그였다.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다는 뉴스를 본 김 차장의 행동이 사뭇 조심스러워졌다. 지나가다 괜스레 따뜻한 말을 건네는가 하면 부하직원의 실수에도 욕설 대신 자상한 지적이 돌아온다. 김 차장의 ‘어색한 변신’을 지켜보는 후배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단 뭔가 달라졌다는 것은 고무적이에요. 하지만 원래 친절한 사람이 아닌데 가식적으로 저러는 게 눈에 보입니다.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지켜봐야죠. 경계심을 놓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일터 곳곳에서 때아닌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가져온 이색적인 풍경이다. 그동안 조직생활의 관행처럼 내려왔던 부조리한 괴롭힘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됐다. 현장에서는 혼란과 기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정당한 업무 지시와 괴롭힘을 가름하는 뚜렷한 경계를 찾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괴롭힘이라는 주관적인 개념을 법 체계로 들여온 것이기에 당분간 모호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복잡하고 모호한 법…고용부 설명에도 혼란 지속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체계는 다소 복잡하다. 먼저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10인 이상 사업장은 이런 내용을 반드시 취업규칙에 담아야 한다. 누구든지 괴롭힘 사실을 알게 되면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업주는 가해자에게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사업주가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했다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근로기준법 외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생긴 스트레스도 산재로 인정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정부의 책무가 명시됐다. 무엇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인가. 모호한 규정에 지적이 빗발치자 고용노동부는 참고사례를 제시했다. # 선배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면?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다. 선배는 “왜 아직도 술자리를 못 잡았는지 사유서를 써와라. 네가 받는 성과급의 30%는 선배를 접대할 때 써야 한다”는 등의 ‘갑질성’ 발언으로 후배를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했다. # 부하직원이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업무와 무관한 영어과외를 강요했다면? 이것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이다. 임원이나 인사부서와의 협의도 없이 영어교재를 만들어오라고 지시했고 수업을 준비하느라 다른 직원보다 1시간이나 일찍 출근해야 했기에 신체적·정신적인 고통을 야기했다. # 퇴근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보내면서 답변을 강요한다면?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이다. 하지만 일을 수주받아 처리하는 업종의 특성상 마감시간과 업무량이 정해져 있어서 근무시간 외에 업무지시를 하는 일이 잦은 광고회사 부장이 어쩔 수 없이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아무리 부하직원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힘들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괴롭힘 문화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고용부가 제시한 사례만으로는 모호함이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수많은 직장에서 기상천외하게 벌어지는 괴롭힘을 일일이 법에 명시하거나 유형화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전담하는 167명의 근로감독관을 통해서 사건 처리의 전문성을 높이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담 지원서비스 등 정책적 기반을 갖춰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직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해 다양한 사례가 축적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이 법에 명시된 만큼 지금껏 관행으로 넘어갔던 수많은 갑질 행위가 법망에 걸린다. 이에 대한 고용부의 판단이나 사법부의 판결, 언론보도 등으로 사회적 관심이 이어지다보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점이 찾아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기대다. 궁극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법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가 서로 존중하는 회사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계기로써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분야 전문가인 문강분 노무법인 ‘행복한 일 연구소’ 대표는 이 법이 ‘기업시민법’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정신적인 괴롭힘까지 금지하는 이번 법 개정은 그동안 판례로만 인정하던 근로자의 인격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게 된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면서 “이는 ‘종속노동’에서 ‘시민노동’으로 나아가는 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하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으로 괴롭힘을 추방하려면 조직 구성원의 자발적인 변화가 중요하다. 기업 스스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고충처리시스템을 만드는 등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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