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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들의 반란 / 대법, 18일 사상 첫 공개변론 -여성 宗員 배제 관습? 차별?

    “출가한 여성을 포함해 남녀노소 누구나 종원(宗員)이다.” “출가 여성은 종원이 아니다.” “성인 남성만 종원이다.” 대법원은 오는 18일 여성도 종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민사사건을 심리하며 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듣는다.공개변론에서는 원·피고측 변호인이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는 데 이어 대법원이 선정한 이덕승 안동대 교수,이진기 숙대 교수,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 등 참고인 3명도 각각 다른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호주제 변화에 이어 부계혈족주의 제도에 대한 또 하나의 논란을 대법원이 연구한 결과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종원과 종회 구별않아 문제 이번 심리의 최대 쟁점은 여성이 종원에서 배제되는 관습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에 위배되는지 여부다.합헌론자들은 종중은 수백년 동안 내려온 전통관습이라 주장한다.이승관 전 전례연구위원장은 “종중이란 성과 본을 중심으로 부계 조직으로 성인 남성만이 구성원”이라고 주장했다. 위헌론자는 “헌법은 물론 현행 민법도 지난 90년 개정된 뒤 가족 내에서 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민법상 딸은 호적을 시가로 옮기지만,신분상 단절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특히 상속권이나 친정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도 아들과 같으며,제사도 주제할 수 있다. 이덕승 교수는 “대법원 판례는 종원과 종회 구성원을 구별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종원이란 공동선조의 자손으로 남녀노소 구별없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반면 종원 협의 모임인 종회는 구성원 자격을 성년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이 교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성년여성에게 종회 참석권을 부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딸 허용하면 ‘외가 친입’ 우려 시집간 딸이 친가의 제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관습이란 점을 합헌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일부에선 남녀노소 모두 종원으로 인정하되 시집간 딸들은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진기 교수는 “시집간 딸에게 종중원 자격을 부여하면,성이 다른 외손이 제사에 참여하게 돼 공동선조에 봉사하는 종중의 고유의무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또 시집간 딸에게 재산을 분배할 경우 다른 집안에 종중재산이 넘어가게 돼 종중의 본질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위헌론자들은 “종중재산을 배분할 때 이미 종중재산의 고유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시집간 딸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또 시집간 딸을 종중으로 인정해도 부계혈족집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외손까지 종중 지위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여성을 종원으로 인정하면 앞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우리나라 3349개 본관별 종중 가운데 종중재산을 차등 지급한 곳 대부분이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손배소멸시효(3년)가 지나지 않았다면 종중은 재산을 재분배해야 한다. ●종중재산 불평등 분배에 ‘반란’ 용인이씨 사맹공파는 99년 3월 용인시 수지읍 성복리 일대 종중소유 임야를 매각했다.현금 350억원을 아들·딸들에게 불평등하게 배분하면서 소송에 휘말렸다. 성년 남성은 1억 5000만원,미성년 남성은 연령에 따라 1650만∼5500만원,미혼여성은 3300만원,시집간 여성은 2200만원을 받았다.시집간 딸인 이모(62)씨 등 5명은 “종중규약에 회원을 남성으로 제한하지 않았다.”며 2000년 종회회원 확인 소송을 냈다.그러나 1심,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 방청객 130명 선정 대법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방청권을 접수한 결과 475명이 방청을 신청했고 전자추첨을 통해 130명을 선정했다.대법원은 촬영을 위해 언론에 5∼10분간 법정을 공개한다. 대법원은 지난 10월부터 40일 동안 대법정을 공개변론에 적합하도록 개·보수했다.법정 내 소리울림을 줄이기 위해 흡음벽을 마련하고,원고·피고·참고인 발언대를 새로 설치했다. 또 사방 벽에 부착된 카메라 4대로 법정 모습을 생생히 촬영,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다.비상사태에 대비해 대법관 자리엔 비상벨을 설치했다. 정은주 기자 ejung@ ■원고측 / 황덕남 변호사 법원에서 선언한 종중원에 관한 관습은 전통적인 관습과 일치하지 않으며 사회 변화에 따라 현재의 관행 및 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종원의 범위를 명백히 하기 위한 족보에서 미성년자 또는 딸을 제외하는 경우는 없다.가족관계의민주화와 민법 개정을 통해 개개인의 인격이 중시되고 성 차별은 사라지게 됐다. 이제 여자들이 성묘와 제례에 참여하는 것이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여성에게 종중원의 자격이 없다는 판례가 유지돼,여성이 증조부 이상 선조의 성묘와 제례에 참여하는 것이 제한되고 있다.과거에는 매장이 일반적이었으나 화장률이 2000년에는 33.7%가 됐고,더욱 증가할 것이다.그만큼 분묘 수호에 관한 종중의 역할은 축소될 것이다. 종중원들 사이에서 종중재산의 관리 및 처분,수혜의 범위가 법적으로 문제되면 이는 상속재산의 다툼이다.이런 경제적 이해관계는 전통적인 개념 또는 법원이 최초로 종중에 관한 관습을 선언하던 당시의 종중에서는 예정된 것이 아니다. 여성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이들이 시가의 혈연으로 거론되지 않는 점,성과 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 등 제도 및 관행의 변경을 감안하면 피고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피고측 / 민경식 변호사 종중에 관한 이번 사건은 여성의 지위향상이나 양성평등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종중은 고유의 전통 관습으로 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종원 상호간의 친목에 목적이 있다.종중제도의 전통은 논어(論語)에서 효(孝)와 예(禮)의 중요성을 천명한 신종추원(愼終追遠·돌아가신 부모를 신중하게 모시고,먼 조상을 이어가며 추모한다)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국민적 추앙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여성(또는 남성)을 기리기 위하여 남편(또는 아내)과 아들,딸,손자,외손자들이 모여서 ○○○기념회라는 단체를 만든다면 종중이라고 할 수 없다.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이어간다는 본질적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호적법 제15조 4호에는 “호적에는 호주 및 가족의 성명,본,성별,출생연월일 및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현행법상 처는 결혼하면 원칙적으로 남편의 호적에 입적하고 자녀들도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호주제를 폐지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설령 호주제를 폐지하는 법령이 공포되더라도 종중제도 관습이 쉽게 변할 리 없고,종중제도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변화하며 존속할 것으로 생각한다. ■종중 관련 대법판례 종중(宗中)은 고려 말,조선 초부터 부계혈족 중심의 가족제도와 조상숭배사상을 중심으로 발생한 개념이다.종중 개념이나 구성원 자격 등은 성문법에 없어 대법원 판례로 정해진다. 종중에 대한 첫 판례는 일제시대인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조선고등법원은 당시 한국의 관습을 판례로 정리했다.“한국 종중은 공동선조의 제사를 목적으로 한 종족단체”라면서 “종회 참석자는 호주”라고 명시했다. 해방 후 대법원은 비슷한 맥락의 판결을 내놓았다.66년에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이상의 남성을 종원으로 구성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라고 판시한 것이다.다만 “호주뿐 아니라 가정을 이룬 성인남자가 종회에 참석하는 것이 관습”이라고 범위를 다소 확대했다.또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기에 성인 남성이면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종원이 되고,탈퇴나 축출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92년 “여자나 다른 집안에 출가한 자,그 자손은 종중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게다가 여성 참여를 보장한 종중규약에 대해서도 “종중의 본질에 반한다.”며 무효를 선언했다. 종중의 전통적인 역할인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묘소를 관리하는 것이 성인 남성이란 이유다.거주지역에 따라 의결권을 부여하는 규약도 무효로 간주했다.따라서 한국국적을 포기하더라도 성인 남성이라면 종원으로서 자격은 유효하다.종중은 ‘자연발생적 단체’이기에 조직화 과정에서 종원 자격을 제한하거나 확대한 것은 위법하다는 해석이다. 한편 대법원은 고유 의미의 종중이 아닌 종중 유사단체의 경우 구성원 자격이나 가입·탈퇴를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있다.유사종중은 단체규약에 따라 회원자격이 결정되는 것이다. 유사단체로 판단될 경우 규약에 따라 여성에게도 회원자격을 부여한다.지금까지 대법원이 유사단체로 인정한 사례는 4건.이러한 대법원 판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도 높다. 이재성 전 대법관은 “대법원이 우리 관습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일본사람들의 잣대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지적했다.정귀호 전 대법관은 “출가하지 않은 성년 여성에겐 종원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1994년 40곳 종중 조사 안동지역 종중(宗中) 40곳 가운데 19곳이 여성을 종중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공개변론에 참고인으로 나올 이덕승 안동대 교수가 지난 94년에 이같은 결과를 논문집 법사학연구에 발표했다. 특히 안동권씨 대종회의 경우 20세 이상의 남녀뿐 아니라 안동권씨에 입적한 며느리도 종원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공개변론할 용인이씨 사맹공파도 종중규약 제3조에 “회원자격은 용인이씨 사맹공의 후손 가운데 성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미성년자도 나이가 어리다고 종중사업에서 제외시키는 일은 없었다.안동지방의 한 종중은 족보 편찬·대종회 회관 건축 등을 위해 돈을 모으면서 결혼한 사람에겐 6만원,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겐 3만원을 받았다.차별을 두지만,종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교수는 “아무리 어려도 종손으로 인정하는 관습에 따르면,성년 남성만을 종원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중의 장래성에 관한 물음에 종중 19곳이 “쇠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반면 11곳은 “지속될 것”,6곳은 “발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모르겠다.”는 답변은 4곳이었다. 정은주기자
  • 수험생들 실력저하 “서로 네탓”

    올해 사법시험 2차 합격자(905명)가 당초 선발예정인원(1000명)에 크게 미달하면서 법무부와 수험생들이 그 원인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닭이 먼저냐,달걀이 먼저냐.’의 선후(先後) 문제를 따지는 양상과 비슷한 흐름이다.법무부는 수험생들의 실력 저하가 1차적 원인이라는 입장인 반면,수험생들은 판례 중심의 출제 관행이 단순암기식 학습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선발인원이 늘면서 합격자들의 평균점수가 떨어지고,과락률이 상승하는 등 수험생들의 실력이 저하되는 추세”라면서 “교과서 중심의 체계적·입체적 공부보다는 예상문제 중심의 요약서로 공부하기 때문에 법학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그동안 1·2차 시험에서 판례 문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학설 등 개념에 대한 공부는 도외시됐고,판례를 무조건 암기하는 퇴행적인 학습이 강요됐다고 말한다. 이모(27)씨는 “판례의 결론만을 묻는 문제가 주류를 이뤄 법률지식을 차근차근 쌓은 사람보다는 단기간에 판례를 암기한 사람이 더 유리하게 되는 폐해를 낳았다.”면서 “이는 소송 등 시험관련 잡음을 회피하기 위한 출제위원들의 지나친 ‘보신주의’도 원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술 더떠 수험생들의 수준 저하를 우려하기에 앞서 제도적 결함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모(31)씨는 “중요도나 학습분량 등에 대한 고려 없이 과목별로 동일한 배점기준은 학습부담이 큰 민법 등에 대한 공부를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만들었다.”면서 “시험제도에 맞춰 공부할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장세훈기자
  • ‘무더기 과학’사시 긴급점검(상)/ “1차시험 쉽게 출제한다”

    올해 사법 2차시험에서 무더기 과락사태가 빚어졌다.원인을 놓고 시험 주관부처인 법무부와 수험생들간에 서로 ‘네탓’ 공방이 한창이다.분명한 사실은 향후 사법시험이 종전의 단순암기식에서 법률 전반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점이다.이에 대한매일은 이번 과락사태의 원인분석과 대책,그리고 시험준비 방식의 변화 등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사법 1차시험의 난이도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사법 2차시험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무더기 ‘과락사태’에 대한 원인분석과 대책마련에 분주한 법무부 오규진(사진) 법조인력정책과장의 말이다.오 과장은 “사법시험관리위원회가 과락사태에 대한 원인을 분석했지만,현행 사법시험의 제도적 결함이나 출제 기준에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1차시험의 출제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2차시험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이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1차시험의 경우 100점 만점에 80점대 중반의 높은합격선을 유지하는 반면, 2차시험은 40점대를 기록하고 있다.그는 특히 이번 과락사태의 원인을 사교육에 잠식당하고 있는 사법시험의 왜곡된 현실에 무게를 뒀다. 오 과장은 “매년 수험생들의 평균점수가 떨어지고 과락률이 높아져 이번과 같은 무더기 과락사태는 예견됐던 일”이라면서 “학원에서 만든 마스터플랜을 좇아 요약서로 중요 부분만 찍어서 공부하는 수험생은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판례의 암기실력을 묻는 단순형에서 법이론과 학설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로 출제경향이 바뀌고 있다.”면서 “단편적인 법지식에 치중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기본이론을 이해하고 법의 구조를 꿰뚫는 ‘통시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사법시험 ‘1000명 선발’의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조인 1000명 선발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수험생의 요구대로 현행 40점인 과락선을 낮춰서 무리하게 정원을 채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채점기준표 및 가채점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동환 기자 sunstory@
  • 지방법대는 ‘고시학원’

    ‘공교육 붕괴,사교육 득세’는 비단 초·중·고교 교육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 양성의 산실로서 사설 학원이 법대 강의실을 대체한 지 오래다.법학 교육의 효율을 높이기보다는 사법시험 준비생 지원에 열성인 대학들.법조인으로서의 윤리관보다 사법시험 통과를 위한 ‘요령’ 전수에 적극적인 학원들.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사시 준비반으로 전락한 법대 대학 기말고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사시를 준비하는 오모(S대 법대 4학년)씨는 전공과목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이른바 ‘족보’를 구하려고 분주하다.그동안 사시 공부 때문에 학과 공부는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학교 수업이 사시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법조인 양성을 위해 법과대학과 사법시험이 존재하지만,둘의 공통분모를 찾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주요 대학 중 사시를 준비하는 재학생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힘들다.대학들은 ‘고시반’을 운영하거나,1·2차시험 합격자에 대한 학자금 지원혜택도 늘리고 있다.재학 중 사시에 최종합격하면 졸업까지 등록금 전액이 면제되는 것도 더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이모(26)씨는 “법대생뿐만 아니라 비(非) 법대생들도 사시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대학이 학과 수업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찾기 어렵다.”면서 “법대는 그야말로 사시를 준비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가능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보수단이 된 사시 합격자 수 지방 대학들도 고시반 운영과 장학금 지원 등 사시 합격자 늘리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대학들이 ‘사시 합격자 배출=우수 대학’이라는 논리로 손쉽게 홍보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일부 지방 사립대학들은 서울의 유명 대학을 졸업한 사시 1차 합격자들을 3학년으로 편입시키는 등 ‘용병’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W대학은 올해 사시 2차시험에서 6명의 합격자를 배출했지만,대부분이 ‘용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대학은 이들에게 매달 50만원을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편입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사시 준비생에 대한 편법지원은 특정 대학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면서 “이는 편입을 희망하는 일반 학생들의 교육기회마저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령’만 판치는 학원 서울 신림동 ‘고시촌’으로 대표되는 사설 학원들은 철저히 시험 위주의 강의로 수험생들을 공략한다.하루 평균 1000여명의 수험생이 몰리는 한 유명 강사는 내년도 사시 1차시험에 대비,예상문제를 만들어 모의고사를 치른 뒤 중요 부분을 되짚어주는 식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법률 전반에 대한 이해보다 고득점 전략이 우선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모(25)씨는 “학원의 주입식 교육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학문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법대 교육만으로 사시 합격은 요원하다.”면서 “법대 교육이 수요자인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원은 사시 합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두둔했다.따라서 강사들의 인기 여부는 내용별 중요도와 출제 빈도,관련된 판례 등을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이른바 ‘인기 강사’의 반열에 오르면 ‘억대 연봉’을 챙기는 것도 어렵지 않고,수험생들은 강의에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30분 이상 줄을 서기도 한다. 임송학 안동환 장세훈기자 shlim@
  • 삼성 에버랜드 CB발행 효력 논란 검찰 “이사회 의결 정족수 미달”

    삼성 에버랜드가 지난 96년 10월 주주배정 방식으로 99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7700원에 발행하기로 의결한 이사회는 의결 정족수에 미달,의결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CB발행 자체의 법적 효력에 대해 시비가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蔡東旭)는 3일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에 구성원 17명 가운데 9명이 참석해 CB 발행을 의결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출입국 기록을 조회한 결과,실제 8명만 참석했으며 1명은 해외출장을 가면서 구두로 위임한 상태였다고 밝혔다.또 해외출장간 이사가 회의록에 찍은 도장도 적법한 인감도장이 아닌 막도장이라는 것이다.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은 이와 관련,“이사회 의결은 일신전속(一身專屬)적인 것으로 위임이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고 회의에 불참한 이사의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이사회 의결의 효력 유무는 당사자가 민사적으로 해결할 문제이나 형사상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참고사항이 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지난 96년 10월30일 주주배정 방식의 CB발행을 결의한 이사회를 개최했고,같은 해 12월3일 제일제당을 제외한 주주 계열사들이 실권한 CB 125만 4000여주를 재용씨 등에게 배정키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당시 한명의 이사가 출국에 앞서 권한을 위임했다.”면서 “이사회 의결은 과반수가 참석해 이뤄진 정상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사설] 의미있는 조망권 배상 첫 판결

    저지대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주변에 새로 지어진 고층아파트 때문에 조망권을 심각하게 침해받았다면 아파트 건설업체는 집값 하락 등 재산 상의 피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피고측의 즉각 상고로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남아있긴 하지만 법원이 고층건물에 의한 피해 판정기준을 단순한 일조권 기준에서 조망권까지 확대한 것은 피해자의 환경권을 적극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일조권 침해의 경우 건축법 등 관계법령에 위배되지 않았더라도 현실적인 피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수 있는 수인(受忍)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위법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판례를 확립했다.그러나 실제 그 ‘한도’의 판단에 있어서는 지자체 조례 등의 일조시간 규정만을 기준으로 삼아 피해구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이번 판결은 일조시간 외에 하늘이 바라다 보이는 비율(천공률),일조시간의 감소비율,통풍권까지 판단 기준으로 추가해 환경권 보호 대상을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할 만하다.피해 주민들은 절반 이상이 거실에서 하늘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나머지도 2∼3%밖에 하늘을 볼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이런 피해에 대한 위법성이 인정된 만큼 많은 비슷한 피해자의 구제는 물론,앞으로 건설업체,건축주 등의 발상 전환이 있길 바란다.특히 이번 판결에서 보듯 환경권은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인데도 구체적 법령이 없는 경우 보호에 소홀한 경향이 있었다.정부와 지자체 등은 국민의 환경권 실현을 위한 제도 마련,법규 정비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출제오류 피해 국가책임 없다”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을 비롯,국가가 주관하는 각종 시험에서 출제오류 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험생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수능시험,공인회계사시험과 공인중개사시험 등 각종 시험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도 수험생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등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은 국가재정만을 지나치게 고려한 정책적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인당 1000만원씩 지급 원심 파기 대법원(주심 이용우 대법관)은 30일 지난 98년에 실시된 제 40회 사법시험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가 출제오류가 인정돼 2년 7개월 만에 추가합격한 김모씨 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1인당 1000만원씩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추가합격처분만으로는 수험생들이 입은 손해가 충분히 보상됐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낸 1·2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법시험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고,정답이 명확한 자연과학과는 달리 법 이론이나 법령 해석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출제오류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수험생들이 입은 손해의 책임을 시험의 시행 및 관리를 담당한 국가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국가가 배상해야 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불합격처분에 대한 제소기간이 지났음에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구제조치를 해 추가합격됐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은 상당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40회 사법시험에서는 모두 785명의 수험생이 추가합격했으며,이중 26명이 소송을 냈다. ●“재정 고려한 정책적 판단”수험생 반발 이번 판결은 각종 시험에서 출제오류 등 논란이 발생했을 경우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례이기 때문에 이목을 끈다. 현재 사법시험과 관련해 법원에 계류중인 유사한 손해배상소송은 38건,소송당사자는 1323명에 이르며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4건을 심리중이었다. 여기에는 지난 1월 법무부로부터 추가합격처분을 받은 41회 사법시험 수험생 247명 가운데 일부가 제기한 소송도 포함돼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김모씨는 “대법원이 수험생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보다 국가 재정을 고려한 정책적 판결을 한 것 같다.”면서 “수험생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이미 출제오류 등 잘못을 인정했음에도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시험을 주관한 국가의 과실이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모(27)씨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겠지만,수험생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면서 “특히 추가합격조치만으로 수험생들의 피해가 해소됐다고 보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세훈기자 shjang@
  • 헌법상 형사소추 안받는 현직대통령/ 한나라 ‘뇌물죄’ 고발 파문

    한나라당이 27일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 강금원·이기명씨 등 3명을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에 수사의뢰하는 등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특검법 대치정국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재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노 대통령이 자신의 후원회장을 지낸 강금원씨와 이기명씨로부터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것은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장수천 등에 돈을 제공한 강금원씨와 이기명씨도 뇌물 공여혐의로 함께 수사를 의뢰했다. ●한나라 “필요땐 수사 가능” 한나라당은 수사의뢰서에서 ▲강금원씨가 이기명씨와 공모해 장수천 부채 18억 8500만원을 대위변제하고 ▲강씨가 노 대통령의 운전기사였던 선봉술씨에게 9억 5000만원을 지원한 것 ▲강씨가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에 20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점을 수사대상으로 적시했다. 이재오 총장은 “대통령의 권한은 워낙 막강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에 청탁을 받지 않아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에 적용된다는 게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에대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위헌적 정치공세”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게 명시된 헌법 규정에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또다른 관계자도 “법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대검 관계자도 “대통령은 소추대상이 아닌 만큼 수사가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헌법 제85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불소추특권이 수사까지 면제해주는 특권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이 의원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는 다른 것으로 형사 소추만 되지 않을 뿐 퇴임 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 그 사건을 갖고 소추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운기자 jj@
  • ‘인혁당 재심’ 여부 법정 설전

    유신시절 대표적인 조작사건인 이른바‘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의 재심 여부를 놓고 24일 첫 법정공방이 벌어졌다.법원은 이르면 올해 안에 재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김병운) 특별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병모 변호사 등은 “법원은 법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재심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인혁당 사건을 재조명하는 일은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기에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재심은 무죄라는 명백한 증거가 새롭게 발견돼 법원이 이를 확정 판결했을 때만 실시한다. 인혁당사건 유족들은 지난해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인혁당사건은 피의자 신문·진술조서가 위조되는 등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됐다.”고 발표하자 지난해 12월 서울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변호인측은 “의문사위를 통해 수사관들의 고문·가혹행위,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 등이 발견돼 재심사유가 충분하다.”면서 “의문사위 조사결과를 검찰·법원의 판결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검찰은 “의문사위 조사결과를 사법부의 확정판결과 같이 보는 것은 삼권분립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법원이 직접 사실조사를 통해 법적 효력을 부여받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맞섰다. 현재 대법원 판례는 재심에 필요한 ‘확정판결’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처리나 법원의 확정판결로 제한,해석하고 있다.또 ‘명백한 증거’도 ▲다른 증거에 비해 객관적 우위가 인정되거나 ▲신빙성·객관성이 두드러질 때 등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7월부터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은 3만장 분량의 자료를 검토했고 변호인측이 제출할 의문사위 수사자료도 살펴볼 예정이다.재판부는 “변호인측이 추가로 증인·증거를 내세울 경우 직접 사실조회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자료를 검토해 올해 말까지 재심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
  • 편집자에게/ “여성 종중회원 대법서 현명한 판단을”

    -‘딸들의 반란 대법서 첫 공개변론’기사 (대한매일 11월10일 1면)를 읽고 여성을 종중회원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놓고 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열기로 한 데 대해 환영한다.최근 법원은 지난 92년 대법원 판례를 들어 충분한 심리도 없이 소송을 기각해 왔다.그런데 이번에 전문가들과 함께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과거보다 진일보한 태도다. 종중회원을 ‘성인 남성’으로 규정한 대법원 판례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 판결이다.결혼하지 않은 여성,이혼한 여성,외동딸이 늘어가는 요즘 ‘결혼’을 기준으로 가족구성원을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또 ‘권리는 시집에서 찾으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남편이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여성은 인간의 권리를 꿈꾸지 말고,남편의 권리에 만족하라는 논리일 뿐이다.국민의 법감정과 완전히 동떨어진 억지 주장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상속법이 바뀐 지도 오래다.딸과 아들의 상속권한이 동등해졌을 뿐 아니라 결혼도 상속권한을 제한하지 않는다.헌법상 보장된남녀평등권이 늦게나마 실현된 것이다. 종중개념은 성문법에 없기에 대법원만이 판례로 바로잡을 수 있다.지난 10년간 종중의 역할과 가족개념이 크게 달라진 것을 적극 고려,대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 종중재산 분배 ‘딸들의 반란’ 대법서 첫 공개변론/“출가한 딸도 후손” “시댁서 권리 찾길”

    “출가한 딸들도 후손이다.” “사회적 관습을 뒤집지 말라.” 종중재산 분배를 둘러싼 ‘딸들의 반란’을 놓고 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열어 심리하기로 했다.이번 소송심리는 여성에게는 종중의 재산을 주지 않거나 적게 줘도 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것이다.호주제의 변화에 이은 가부장적 제도에 대한 또하나의 논란이다. 원고측은 여성을 종원(宗員)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가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변경을 요구한다. ●시대흐름 맞춰 종중개념 바꿔야 황덕남 변호사는 “가족내에서 딸을 차별하는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됐는데 종중 문제만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있다.”면서 “헌법상 보장된 남녀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종중 개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여성단체 관계자는 “종중의 역할이 묘소관리 등에서 친목도모로 바뀌고 있는 만큼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고 종중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종친회 등은 “종중이란 부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관습조직”이라면서 “딸들에게 문중재산을 나눠줘 수백년 내려온 사회적 관례를 뒤집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종친회 한 관계자는 “문중을 위해 시집간 딸이 하는 일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권리는 시집에서 찾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불평등 재산분배에 잇따라 소송 종중이 임야 등을 매각한 뒤 아들·며느리·딸에게 불평등하게 나눠주자 ‘반란’이 시작됐다.특히 시집간 딸을 ‘출가외인’으로 봐 재산분배에서 차별하는 것은 남녀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청송 심씨 혜령종중,성주이씨 안변공파 등이 대표적. 대법원이 이번에 공개심리할 용인 이씨 사맹공파도 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매각한 뒤 돈을 아들·딸들에게 불평등하게 배분하면서 소송에 휘말렸다.성년 아들에겐 1억 5000만원,미성년 아들에겐 연령에 따라 1650만∼5500만원,출가하지 않은 딸에겐 3300만원,출가한 딸에겐 2200만원을 지급했다. 출가한 딸 이모(62)씨 등 5명은 2000년 종친회를 상대로 종회회원확인 소송을 냈다.그러나 1심,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 판례 ‘남성만 종원’ ‘종중’개념은 성문법에 없고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대법원은 지난 92년 “종중 구성원은 성인 남성”이라고 정의했다.종중의 전통적 역할이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묘소를 관리하는 것이기에 성인 남성만을 종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였다. 종중 규약상 ‘남녀 후손’이라 해도 법적으론 ‘성인 남성’만이 해당하며,재산 분배에서 여성이 제외되는 것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최종영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음달 18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열어 이 문제를 심리할 예정이다. 원·피고의 변호인은 물론 대법원이 정한 이덕승 안동대 교수,이진기 숙명여대 교수,이승관 전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장이 참고인으로 나온다.법률심인 대법원이 변론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사회적 관심이 주목된 사건에 대해 매년 수차례 공개변론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대법관들이 이번 소송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은주기자 ejung@
  • 금융사 횡포 잠재운 나홀로 소송/본인 확인않고 발급해 피해 회유 뿌리치고 2심서 승소

    금융회사가 신원도 확인하지 않고 카드를 발급,자신도 모르게 신용불량자가 된 30대 여성이 1년4개월간 홀로 소송을 벌여 위자료를 받게 됐다.간호사 송모(36·여)씨는 2001년 5월 주민등록증과 통장,도장 등을 도난당했다.함께 살던 친구 김모씨가 송씨 몰래 훔쳐 송씨 명의의 카드를 만들었던 것이다.송씨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고,S캐피탈 직원도 주민등록상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했다. 지난해 5월 송씨는 자신도 모르게 S캐피탈 대출카드의 대금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됐다.S캐피탈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친구가 명의를 도용한 사실도 확인했다.결국 금융회사는 모든 사실을 인정,‘앞으로 빚 독촉을 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제공하고,신용불량 등록에서도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송씨의 K카드는 여전히 사용 정지된 상태였고,신용불량 등록도 1년2개월이 지난 7월에야 해제됐다.S캐피탈과 금감원에서 신용불량을 해지해도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타사 카드의 사용은 계속 제한되기 때문.신용불량 등록을 한 금융기관이직접 해지요청을 해야 되는데 S캐피탈이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무성의에 분노한 송씨는 남편 조모(36)씨와 함께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금융기관의 잘못은 인정되지만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한 판례가 없고 피해사실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S캐피탈은 “150만원에 합의하자.”고 제안해왔다.하지만 송씨는 “피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한데 그냥 포기하면 금융회사의 횡포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배상금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항소하기로 결심했다. 서울지법 민사항소3부(부장 조용구)는 17일 “금융회사 직원이 카드 발급시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원고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큰 피해를 안겨줬다.”면서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했기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금융기관이 신속히 오류를 수정하지 않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법원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정은주기자 ejung@
  • ‘정년차별’ 공직사회 핫이슈로

    공무원노조가 ‘공무원 차등정년제’의 인권침해 여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정식 제소했다.공무원 정년차별 문제로 국가인권위에 제소한 것은 처음인 데다 향후 인권위의 논의 결과에 따라 공무원 차등정년제는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행 공무원 정년은 5급 이상 60세,6급 이하 57세 등으로 달리 적용되고 있어 정년을 단일화해 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차등정년은 인권침해” 대구시공무원노동조합의 박정철 위원장은 7일 “차등정년제가 인권침해라는 대구시 공무원 3003명의 서명을 받아 중앙인사위원회와 행정자치부 등 정부를 상대로 지난 1일 인권위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공무원 정년에 차이를 둘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고 전제,“최근 헌법의 평등권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판례가 ‘합리적 근거가 없으면 결과적 불평등’으로 해석하는 추세여서 위헌적 요소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차등정년 문제에 대해 인권위의 시정권고가 내려질 경우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법 개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련·위원장 이정천)과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위원장 박관수),중앙부처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공직협·회장 박용식) 등도 이달 말까지 공무원과 일반 국민의 서명을 받아 ‘불평등 정년규정 개정을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이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할 예정이다. 공직협 박용식 회장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차지하고 평균 수명도 70세가 넘는 등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음에도,공무원 정년규정이 이런 사회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공무원 계급의 차이로 정년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결정” 6급 이하 공무원들은 직렬·직급별로 다른 정년규정을 교원처럼 단일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공무원 정년은 5급 이상 일반직 60세,6급 이하 일반직 57세이다.또 기능직 공무원 중 등대·방호 직렬은 59세,다른 직렬은 50∼57세 등이다.반면 교원은 직급에 상관없이 62세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 인권차별국 관계자는 “차등정년 문제가 인권위의 조사대상인지를 먼저 판단한 뒤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게 된다.”면서 “이르면 올해 안에 조사대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법률 개정 등 국회의 입법관련 사항일 경우 조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각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
  • 기고 / 참여정부,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발족하는 위원회와 통합되는 위원회들을 무수히 보아왔다.수많은 위원회들이 태어나고 사라졌다.그 저변에는 그 정권에서 탄생시킨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과도 아주 깊은 관계를 보여왔다.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어느 위원회가 무얼 위해 새로이 발족했다 해도 자기들끼리 자리를 늘리기 위해 그런가 보다 여기곤 한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도 예외는 아니다.국민의 진정한 권리구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음에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창조해낸 자극적인 이슈를 다루는 위원회들 속에 파묻혀 외면당해야만 했다.우리나라에서는 유사 이래 강제적인 힘이 실리지 않는 어떤 제도도 정착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강제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위원회가 잘못된 것을 시정하라고 권고를 해도 강제력이 없어서 행정기관이 수용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많은 민원인들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법적인 강제력이 주어져야 한다고 한다.심지어 정부 당국자들까지도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강제력을 가지기위해서는 절차가 엄격하게 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며 심지어 비용도 들게 된다.법원의 예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그런데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사안의 처리절차가 법원과 같이 까다롭지 않을 뿐더러,신속하게 처리하고 민원들이 부담하는 비용도 없다. 소리없는 다수의 국민들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하소연할 곳이 있고,문턱이 높지 않아 절차에 지치지 않아도 된다. 행정기관이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강제력 동원없이도 자기시정의 행정관행이 자리잡는 민주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위원회가 고심했던 사안 하나를 예를 들어보자.어느 노인분이 알아볼 수도 없게 흘리듯이 쓴 편지를 보내 왔다.여식이 장애인이어서 혼사를 치르지 못하고 데리고 살고 있는데 중풍이 와서 농사도 지을 수 없고,죽고 나면 그 여식이 어찌될까 걱정되어 땅문서들을 정리하다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임야를 발견했다고 한다.매각하려고 보니 국가가 길을 내어 팔기도 어려우니 국가가 보상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정기관에서는 민법 제249조를 들어 20년 이상 미불용지는 보상하지 말고 국가가 시효취득하도록 하라고 지침을 내려 보냈다는 이유로 보상이 안된다고 하니 딸 아이가 걱정돼 눈을 감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지침은 국가재산을 잘 관리하라는 취지였으나 사유재산권 침해임은 분명한 것이었다.결국 위원회는 국가가 도둑이 아닐진대 보상도 없이 시효취득을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사안마다 살펴가며 보상을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에서 20년 이상된 미불용지라 할지라도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아니한 이상 시효취득의 요건인 자주점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판례를 변경,더이상 시비할 필요가 없어졌다. 작은 목소리지만 그 노인의 소리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이유있는 주장이었다.그런데 때로 이러한 목소리에 강제적인 방법없이 힘이 실리려면 시간이 걸리곤 하는 것이다.우리에게 이런 작은 목소리를 들어주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그런데 사회는,또 정책당국자들은 이 기관의 목소리를 천천히 들어줄 여유가 없는 것인가.법적인 강제력만 힘으로 여기고,저 밑으로부터 나오는 상식에 호소하는 목소리는 힘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참여정부는 소외된 자들을 끌어안고 가겠다고 한다.그렇다면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기구들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이 기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지 못하고 있는 사유를 파악해서 국민의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김주섭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무처장
  • “개정판 만드느라 새벽까지 잠 못자요”/‘한국민법학 태두’ 곽윤직 前서울법대 교수

    ‘한국민법학의 태두’에서 ‘곽서(郭書)’까지. 후암(厚巖) 곽윤직(郭潤直·78) 전 서울법대 교수를 부르는 호칭은 다양하다.그러나 이유는 단 하나.바로 60년대 중반부터 잇따라 내놓은 ‘민법총칙’,‘물권법’,‘채권총론’,‘채권각론’ 등 민법강의 시리즈의 탁월함이다.사법시험 준비생들 사이에 ‘바이블’로 통하다 요즘에는 간단히 ‘곽서’로 불린다. ●저서 ‘민법시리즈' 사시준비생 바이블 서울 용산구 후암동 자택으로 찾아갔다.현관에서는 커다란 시베리안 허스키 3마리가 먼저 반긴다.뒤따라 나온 곽 전 교수는 “저렇게 클 줄 몰랐는데…”라며 웃는다.자녀들이 다 분가해 적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5년 전쯤 종자도 잘 모르고 새끼를 받아왔다고 한다.집안의 첫 느낌은 낡았다는 것이다.겸연쩍게 말을 붙이자 별일 아니라는 듯 40년된 집이란다.체면도 생각해서 널찍한 아파트로 옮기라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살다보니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손에 익었어요.이사가면 흐트러지는 게 귀찮더라고요.” 그래도 명절 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덕에 적적하지는 않다고 한다.자주 찾아오는 제자들 이름을 물어보니 서성 전 대법관,윤재식 대법관,손지열 대법관 등 기라성 같은 법조인 이름이 쏟아져 나온다. 주말에는 손자 7명이 찾아와 시끌벅적해진다.이제 중학생이 돼서 많이 점잖아졌다고 자랑하는 얼굴은 영락없이 이웃집 할아버지다. 2층 서재를 둘러봤다.독일·스위스 민법 전집을 비롯해 판례공보 등 각종 잡지들이 빼곡히 차 있다.깔끔하게 정리된 가운데서도 고서점 같은 묵은 책 냄새가 물씬 풍긴다.책장을 보니 외국서적은 개정판마다 구입한 책도 여러 권 된다.“꼭 필요한데 웬만한 대학도서관에도 없어요.개정판이 나오면 호기심은 생기는데….” ●이공계 원했지만 낙방후 법학공부 1층 응접실로 내려와 근황을 물었다.곽 전 교수는 요즘도 ‘곽서’를 개정하느라 바쁘다.개정판을 11월까지는 마무리하려고 강행군 중이다.전날 상속법 부분을 연구하느라 새벽 4시까지 책을 뒤적였다.현역시절처럼 새벽에 책을 보는 것이 가장 편안하단다.밤늦게 책을 보다 보니 오전 11시쯤 늦게 일어난다.식사는 오후 1시쯤,밤 10시쯤 두번이다.이런 습관 때문에 담배도 여전히 하루 1갑이다.“줄인다고 줄인 게 1갑이에요.나 같은 사람에게 담배는 밤의 벗이지.” 건강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사실 인터뷰 약속을 잡으면서 약간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전화상으로 발음이 부정확한 듯 했기 때문이다.“그때는 저녁시간이어서 의치를 빼고 있어서 그랬어요.”라며 환하게 웃는다.건강을 위해 별달리 관리하는 것도 없고 불편한 것도 없다고 한다.육류를 피하고 된장 같은 우리 음식이나 야채,생선을 즐긴다.암으로 오진받아 위절제 수술받은 것 빼고는 병원에 간 일도 별로 없다.한때 골프와 바둑을 즐겨 했다.그러나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골프는 소풍가는 기분으로 다녔고 바둑은 흥이 나는 대로 뒀다.승부에 집착하면 오락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 스스로도 재미없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시 태어나면 법학자는 안 되겠단다.“물건을 만들거나 건물을 짓거나 직접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그런 일을 해보고 싶어요.추상적인 이론과 논리는 골치가 아파서….” 이 때문인지 자녀 가운데 법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 없다.1남3녀를 뒀는데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다. 곽 전 교수와 민법학의 인연은 몇차례 고비가 있었다.일제 때 강제징집을 피하기 위해 이공계 공부를 하려 했다.결과는 색맹 때문에 낙방.어쩔 수 없이 법학을 공부하면서도 형법 쪽에 관심이 많았다.그러나 공부하면서 민법의 중요성을 깨달아 관심을 돌렸다. 강단에 선 것도 군 제대 뒤 주변사람의 권유 때문이었다.군복무 직후 고등고시 시험이 있었는데 사법과가 두달,행정과는 석달 남았더란다.그래도 행정과가 여유있다는 생각에 시험을 봤는데 2등으로 덜컥 붙어버렸다.외교관을 권유받았지만 강의나 하겠다며 학교로 되돌아 왔다.“그때 여유가 있어 사법과를 보거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지금과는 다르겠죠.” 강의는 ‘악명’높았다.학생들은 넘쳤지만 앞자리는 항상 텅 비었다.안 들을 수는 없고 듣자니 눈초리가 매서웠기 때문이다.학점도 박했다.“일부러 아주 못되게 굴었지요.어려운 질문만 골라서 하고 학생이 질문하면 질문수준이그것 밖에 안 되느냐고 야단치고….미워했던 학생들 많았을 겁니다.” ●“학점 짜게줘 미워하는 학생들 많았죠” 곽 전 교수가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은 고 김증한 교수가 유일하다.김 교수 밑에서 배운 독일어와 독일법은 두고두고 밑천이었다.혹독했던 김 교수의 강의 밑에서 살아남은 학생은 그와 그의 친구 단 2명뿐이었다.그가 ‘곽서’에 매달리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공부할 때는 일제가 30년대 들여놓은 법전을 봤고,강의할 때는 일본학자들 책 번역서 몇 가지가 전부인 현실이 못마땅했다.우리 손으로 책을 만들어 보자는 오기가 일었다.또 우리 실정에 맞는 판례연구를 해보자는 생각에 1977년 우리나라 최초 법학학회인 ‘민사판례연구회’를 조직했다.이 모임은 지금도 연구성과를 모아 1년에 책 한권씩 내고 있다. 문제는 교수양성체계의 부실함으로 모아졌다.“일본만 해도 대학 졸업 뒤 3년간 조수로 공부하고 나면 15년간 조교수 생활을 거칩니다.이 과정을 끝내야 교수가 되어서 강의를 맡고 학생을 지도합니다.적어도 18년간의 수련과정이 있다는 거지요.” 예전에는 책을 쓰면 내용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스위스식 교재가 우리에게 적합해요.학생들을 위한 개괄적인 책과 실무자·전문가를 위한 세부적인 책,이 두 종류면 됩니다.”그래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욕심은 여전한가보다.“요즘 사람들 두껍거나 한자가 많이 들어간 책을 너무 싫어해요.” ●“대법관 인원 더 늘려야 합니다” 논란이 됐던 대법관 제청파문과 사법개혁에 대해 물었다.전혀 다른 개혁을 얘기했다.“대법관 수를 더 늘려야 합니다.독일만 해도 대법관격인 최고재판소 판사가 150명입니다.각기 전문분야별로 재판부를 구성해 사건심리를 하고 있습니다.” “합의부 배석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판사로서의 수련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법관의 전문성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다.대법원 구성에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국 법관이래야 2000명 안팎입니다.10년차 이상이라면 이미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있다고봐야 합니다.오히려 지금 같은 시스템이 철저한 능력에 의한 인사입니다.” 부인과 만나려 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자 곽 전 교수는 “늙은이 얘기 너무 쓰지 말라.”며 다시 2층 서재로 발길을 돌렸다. 조태성기자 cho1904@
  • 40년을 같이 살았는데…/유부남과 동거 “사실혼 아니다” 판결

    남편과 수십년간 동거해온 60대 여인이 남편에게 혼인을 한 다른 여자가 있다는 이유로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고법 민사22부(부장 김이수)는 24일 A(65·여)씨가 남편 B(80)씨를 상대로 낸 사실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대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폐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외아들을 키우던 A씨는 60년대 초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던 재일교포 B씨를 만나 정을 키워갔고 65년 남편이 지병으로 숨지자 부모의 허락을 받아 B씨와 동거에 들어갔다.B씨는 서울 북가좌동에 주택을 마련,A씨의 부모를 모시고 살기도 하고 75년부터는 서울 연남동에 건물을 구입해 A씨 언니 내외와 같이 거주했다.A씨 역시 B씨를 남편으로 여기며 B씨 본가를 오가며 시부모를 봉양하는가 하면,외아들과 함께 남편 집안의 제사에도 참석하는 등 어엿한 ‘부부생활’을 꾸려나갔다. 그러나 A씨가 자신 명의로 해뒀던 연남동 건물의 소유권 이전등기가 지난 2000년 B씨 명의로 바뀐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A씨는 또 남편이 지난 71년 일본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까지 낳은 사실을 지난 96년에서야 알게 됐다.A씨는 지난해 4월 B씨를 혼인빙자간음으로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법원에는 건물가등기 말소소송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고소는 검찰의 ‘공소권 없음’ 판단에 따라 불기소 처분됐고 손해배상 청구소송 역시 1심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2심 재판부 역시 “동거생활을 하는 쌍방 또는 일방에게 혼인할 의사가 없는 경우 객관적 혼인의 실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사실혼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B씨가 영속적 결합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실혼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B씨가 지난 71년 다른 여성과 혼인신고를 한 법률혼 관계를 부정,법률혼을 사실혼보다 우선시하는 판례를 깨야 한다.”면서 “A씨가 딱한 처지이긴 하나 법률적으로 달리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송두율교수 출국정지/강법무 “김철수라해도 처벌 할수 있겠나”

    강금실 법무장관은 24일 국가정보원에서 조사 중인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사법처리 문제와 관련,남북관계의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5면 반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정부가 송 교수 문제를 엄정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국정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교수가 설사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북한에서 정치국원 이상의 사람들이 오가는 마당에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강 장관은 그러나 “독일 국적자인데 처벌이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나라 법익을 침해했다면 가능하다.”면서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음도 덧붙였다. 강 장관은 “순수한 법률가적 입장에서 외국 국적자의 친북활동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현직 남북 고위당국자가 자주 왕래하는 현재 상황이 송 교수를 처벌하는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려된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이춘성 공보관을 통해 해명했다. 한나라당 최 대표는 이와 관련,“국정원이 송 교수가 김철수라는 입장을 바꿀 경우 인건비를 제외한 예산 전액을 삭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과 국정원은 이날 이틀째 국정원에 출두한 송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입건,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았다고 밝혔다.검찰 관계자는 “송 교수가 입건된 만큼 반드시 검찰로 송치해야 하고,검찰에서 재조사를 받게 된다.”면서 “외국 국적자라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97년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대법원이 북한에서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캐나다 국적 동포에게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송 교수에 대해 내국인의 출국금지 조치에 해당하는 ‘출국정지’를 요청했으며 검찰측은 이를 승인했다.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관계자가 이날 송 교수에 대해 출국정지 신청에 대한 승인을 요청해와 ‘타당한 사유’라고 판단,승인했다.”고 밝혔다. 송 교수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이날 오후 송 교수에 대한 이틀째 조사가 마무리된 직후 “송 교수가 조사 과정에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임명받거나 통보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송 교수는 “후보위원이 워낙 높은 자리인데 외국에 상주하는 학자에게 그런 자리를 내주겠느냐.”며 김철수와의 동일인물 의혹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송 교수가 이날 국정원에 제출한 관련 자료 중에는 북한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김 변호사는 덧붙였다.송 교수는 25일 오전 국정원에 출두,사흘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강충식 구혜영기자 chungsik@
  • 골프카 운전하다 해저드 연못에 추락 / “골프장측에 50% 책임” 판결

    골프 인구 증가와 함께 잇따르고 있는 골프장 사고에 대해 골프장 운영업체가 손해의 일부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골프 인구는 30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골프장에 9000만원 배상 서울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周京振)는 21일 “안전시설 미비로 운전하던 골프카가 연못에 추락,전치 8개월의 부상을 입었다.”며 여모(46)씨 등 4명이 골프장 운영업체 T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측은 9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골프카 운행 도로에서 2.5m 떨어진 곳에 깊이 3m에 이르는 연못이 있어 추락할 위험이 있는데도 피고측은 가드레일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충분한 방어벽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원고도 핸들 방향을 확인하지 않았고 서행운전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피고측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타구 사고 누가 책임지나 타구 사고는 뒷 팀에서 친 샷에 맞은 경우,옆 홀에서 날아온 샷에 맞은 경우,동반자의 샷에 맞은 경우로 나눌 수 있다.판례에 따르면뒷 팀의 샷에 맞았으면 사고를 낸 골퍼는 형사상 과실치상죄로 처벌받고,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캐디가 쳐도 좋다고 했을 때도 최종 판단은 플레이어가 해야 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다.골프장과 캐디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캐디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때 역시 캐디와 골프장이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캐디가 적극 제지했다면 골퍼만 책임을 진다. 홍지민기자 icarus@
  • [씨줄날줄] 公人

    ‘동장(洞長)도 공인(公人)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부하직원을 폭행한 사실을 보도한 지역 언론사에 대해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서울 지법의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대법원이 대전 법조비리보도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일부 파기 환송한 지 열흘만에 또다시 법원이 ‘공인’의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언론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외국에서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피해자가 공인인가,사인(私人)인가의 여부는 언론의 위법성 여부를 판정하는 핵심 요소다.미국의 경우 유명한 뉴욕 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1964년)을 계기로 공직자(public official)의 명예훼손에 대한 언론의 우월적 지위의 전통을 확립했다.공직자가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기려면 언론이 명예훼손 기사를 보도할 당시 그 기사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거나 또는 기사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종전까지 언론이 져야 했던 진실 입증 책임을 소송 제기자에게 부담시킨 이 ‘현실적악의(actual malice)’ 원칙은 언론에 대한 잘못된 제약이나 처벌은 개인의 명예에 대한 피해보다 더욱 큰 피해가 된다고 하는 미국의 언론자유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미국 대법원은 그 후 ‘현실적 악의’원칙의 적용 대상을 공직자 외에 공중에 의해 널리 알려진 유명인들이나 인지도가 높은 사건들에 관련되어 유명해진 ‘공적 인물(public figure)’로 확대하면서 공인(public person)에 관한 정의를 정교화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언론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공인의 여부는 중요 요소가 아니며 따라서 공인에 대한 법적 정의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대법원 판례가 명예훼손의 위법성 판단 기준을 공인 여부가 아니라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의 여부와 공적인 관심사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두고 있고 무엇보다도 진실 입증의 책임을 언론에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이제까지 판례에 나타난 공인의 범위는 공무원,정치인,공직자의 친인척,연예인,언론인,기업인,종교인,변호사,작가 등이다. 국내 언론은권력의 직접적 압력을 벗어나자마자 명예훼손 소송이라는 새로운 통제에 직면하고 있다.‘동장도 공인’ 판결을 보면서 언론자유에 대한 미국 법원의 적극적 역할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기대인 것일까. 신연숙 논설위원
  • ‘검찰 영장 이의제기’제도화 논란

    구속영장 3심제는 영장기각에 대한 검찰의 이의제기 절차를 제도화하는 성격이 강하다.이에 법원은 불구속수사·재판 원칙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검찰,“영장 발부·기각 기준이 모호하다” 검찰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라는 형사소송법상 영장 발부 규정이 포괄적이고 모호해 대법원의 판례에 의해 조정되어야 하는데 3심제의 금지로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나아가 영장전담판사가 단심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되는 현행 제도는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영장 발부·기각 사례를 분석하면 전국적으로 편차가 심하다고 지적한다.비슷한 사안인데도 법원과 영장전담판사,당직판사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변호사를 누구로 선임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고 말한다.또 판사의 기각 사유가 때로는 수사 간섭으로 비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럴 경우 검찰이 상급법원에 항고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피의자는 구속적부심 신청 등 불복 절차가 있지만 검찰은 없다는 점 때문이다.기각된 영장은 재청구할 수있으나 형사소송법은 재청구 요건을 추가 증거나 혐의의 발견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항고는 이런 점에서 재청구보다는 검찰의 입지를 넓혀주는 셈이다. ●법원,“형사소송법 대원칙은 불구속수사·재판”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재청구만으로 족하다고 말한다.피의자는 영장실질심사와 적부심이 있으므로 구제절차가 충분하다는 것이다.불구속수사가 원칙이므로 기각한 것을 재심,3심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법원의 한 수석부장판사는 “검찰이 과거에 사용하던 수사기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그런 의견을 냈을 것”이라면서 “영장발부가 곧 유죄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다른 부장판사는 “3심제 도입은 사실상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항고를 제기한 뒤 그동안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또 우리나라 구속률이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지적한다.현재 구속영장 발부율은 87%,구속적부심 인용률은 42% 안팎이다. ●외국의 인신구속 절차 미국의 경우 피의자는 체포된 지 72시간 안에판사 주재로 열린 청문회에서 심리를 받는다.이는 우리나라의 영장실질심사제와 동일한 것이다.그러나 구속되더라도 보석보증금 납입으로 거의 대부분이 석방된다. 특히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인신구속 기간 도중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척하는 판례가 많다.그러나 영장에 대한 항고권은 없다. 일본의 경우 모든 피의자는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구속영장의 발부나 기각에 대해 검사·피의자 모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항고권이 보장되어 있다.검사가 항고한 경우 영장기각에 따른 피의자 석방 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판사에게 직접 구속사유를 설명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구속사유개시제’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조태성 정은주기자 cho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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